부처님께서 지인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무엇을 보살이 현세(現世:세간]와 도세(度世:출세간)의 경전의 요점을 훤히 깨달아 안다고 하며, 무엇을 현세와 도세라고 하는가? 만약 어떤 보살이 항상 현세와 도세를 따르고 사유한다면 무엇을 따르고 사유한다고 하며 무엇을 현세법이라 하고 무엇을 도세법이라 하는가? 만약 뒤바뀜의 법에 머물러 있으면서 행하는 것은 다 생각을 따라 있는 것이며, 인연을 말미암아 생기며 허망함에 합한 것이다. 두 가지 인연으로 세워진 것이며, 두 가지 생각으로 생긴 것이다. 첫째는 허망을 따름이며, 둘째는 생함이 없음을 따름이다. 그 허망한 말로 속이고 미혹하는 법이라 어리석고 어두운 생각을 얻으니, 마치 어린아이가 몇 가지 도구를 가지고 허공에 그림을 그리며 허망하게 다니는 것과 같다.
어리석고 어두운 범부는 생각하기를 ‘세상이 있다’ 하나 그 세속을 헤아리면 모두 허물어지고 깨어져 다 없어지며, 일체 세속의 모든 법은 허망하고 속이고 미혹하는 것으로 본다. 인연한 것은 지음이 없고 본래 생긴 것도 없으며, 음(陰)ㆍ종(種)ㆍ모든 입[諸入]은 다 인연을 따라 상대한다. 색(色)ㆍ성(聲)ㆍ향(香)ㆍ미(味)ㆍ촉(觸)은 인연법을 말미암음이나 색의 인연[色緣]을 말하지 않는다. 마치 어리석은 범부의 마음에는 의지하는 것이 있음과 같으니, 그 까닭에 모든 견해는 무수한 견해를 인하며 그래서 의지하고 집착함이 있다. 만약 그런 종류의 성품을 구석진 곳에 방치해 두면 세간의 견해를 뒤바뀜에 처하게 함이라고 보는바 세간법[世法]과 출세간[度世]은 어느 곳에 있는가? 이 세속의 법과 참된 진리[眞諦]는 그 근본이 청정함을 통달하면 이것이 출세간이며, 분명히 세속을 찾지 못하고 얻지 못할 것을 아니 출세간 또한 그러하다.
010_0534_b_02L만약 현세와 도세를 능히 얻지 못하고 또 현세와 도세의 업(業)도 없다면 그 도세와 현세가 본래 청정함을 펼 것이다. 무엇을 도세의 업을 편다고 하는가? 만약 세간이 본래 청정하면 도세에 이르니 무슨 까닭인가? 영원히 얻지 못하니 현세가 본래 청정하고 다 공하며, 그 세간도 그러하다. 본래 스스로 그러하므로 세간이 본래 청정하고 고요하다. 세간이 스스로 그러하므로 세간이 청정하고 고요하며, 세속법을 헤아림은 구경에 이룸이 없다. 마땅히 이렇게 관하면 현세와 도세를 다 얻지 못하니, 도세를 얻지 못하고 세간에 집착하지도 않고 도세를 생각하지도 않는다. 세간과 도세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고 세간의 진리[世諦]와 함께 하지도 않는다. 무슨 까닭인가? 세간은 다 허무하고 속임이며 미혹한 법임을 깨달아 밝게 안다. 능히 세간은 허무함에 의지함을 보고 세간을 생각하지 않고 도세도 사모하지 않는다. 무슨 까닭인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인아, 말한 바의 세간이란 5성음(盛陰)이다. 일체 세간의 법을 탐하고 구하여 모아도 5음을 구하는 것은 영원히 얻지 못할 것을 분명히 알아라. 5음(陰)이 스스로 그러하여 얻지 못한다. 5음은 본래 청정하여 또한 얻지 못하니 5음은 오는 것도 없고 가도 이를 곳이 없으며 모이는 곳도 얻음이 없다. 이것을 도세(度世)라 하니 5음이 돌아갈 곳을 알지 못한다. 5음이 없음으로써 모든 종류[諸種]가 본래 청정하고 또 모든 쇠입(衰入)도 본래 청정하다.
010_0534_c_02L만약 보살이 세속법을 관찰하되 다 보는 것이 없으면 도세에 합함으로써 도세도 보지 못하고 세간과 합하지 않으니 곧 세간이 없어지고, 오직 도세만 보고 도세에 있되 세간법을 보지 못하나 특이함이 있다. 두 개의 법이 바뀌지 않음[不轉]을 세속이라 하고 이것을 도세법이라 한다. 무슨 까닭인가? 지인아, 그 세간에 있는 세간의 본말을 알면 본래 있는 것이 없으니 도세 또한 그러하다. 비록 세간이 있는 것을 보아도 다 세간법이 없고 짓는 것을 분별하여도 도세와 같아 세간이 없음을 안다.
가령 어떤 사람이 마음으로 생각하기를 ‘세속은 특별히 달라 도세와 같지 않다’고 말하면 곧 그 사람에게는 부처님이 세상에 나오지 않을 것이며, 비록 부처님이 세상에 나온다 하여도 넓은 세상이 뒤바뀌어 도심을 발하여 행해도 참되고 바른 견해를 씀이 없다. 혜로써 세간을 관찰하고 경법을 펴서 뒤바뀐 세상에 있으면서 탐욕으로 세상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을 구하여 제도하므로 도세라고 말한다. 이런 까닭으로 지인아, 참되고 바른 견해를 사용하여 지혜로써 관찰하면 세간의 뒤바뀜을 훤히 안다. 그러므로 도세라고 한다. 여래는 세상에 나와 널리 모든 법을 통달하여 세속과 도세가 모두 둘이 없으니 참되고 바른 지혜로써 관찰하여 증명하였다. 그러므로 도세의 법을 폈던 것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인아, 이 법으로 세간에 노닐지 않는다. 이르고 모을 것도 없고 없앨 것도 없으며 세간 싸움에 의지하지 않으면 이에 세간의 이치를 얻을 것이다. 도세(度世)를 생각하지 않고 세간의 말을 훤히 알며 본래 생각하는 바를 통달하여 생각이 두 가지에 집착하면 이와 같은 상법(像法)을 능히 통달하여 알지 못하니, 곧 제도할 자도 없고 능히 깨달아 알지도 못하며 도세도 통달하지 못한다. 무슨 까닭인가? 두 가지 행을 쓰는 까닭이며 그 두 가지 행은 능히 세속과 도세를 알지 못한다. 보살이 이와 같은 방편으로 일체 모든 법을 깨달아 알면 현세와 도세를 통달하지 않음이 없다.”
010_0535_a_02L 부처님께서 지인에게 말씀하셨다. “무엇을 보살이 유위무위법(有爲無爲法)을 훤히 깨달아 분별하며 무엇을 유위무위법이라고 말하는가? 만약 어떤 보살이 참되고 바른 깨달음으로써 유위무위를 순리(順理)로 구한다면 무엇을 순리라 하고 어떻게 이것을 구할 것인가? 또 유위법을 짓지도 않았는데 보는 것이 있는 이는 자연히 이름을 얻고 이미 유위를 지은 까닭으로 유위라고 하는가? 또 유위법은 허위이며, 바뀌는 것[轉]이라면 무엇을 바뀌었다고 하는가? 이미 합하여 모임을 말미암아 자연으로 돌아간다. 두 가지 인연을 세워서 본제(本際)의 가르침을 연하여 있는 것을 사용하여 스스로의 인[自因]에서 생긴다. 일체 모든 법은 무위로 만들어진 것이며, 권하여 만들게 하는 것도 자연으로 생겼을 뿐이다. 이것이 유위법이며 이것이 자연법이다. 되돌아감이 없는 까닭으로 유위라고 말한다.
그 유위법은 안도 없고 밖도 없고 또 중간도 없다. 속임과 미혹에 머물러 있으며, 합한 것도 없고 흩어짐도 없이 허망을 말미암아 사상(思想)을 일으켜 세우며, 무명의 인연을 따라 어리석은 업이 생기고 일체 법이 있다. 자연히 행을 움직여 가르침이 없어도 행을 지으며 유위의 일을 따라 그 모습의 업을 받으니, 그 뒤바뀜을 인하여 어리석은 범부로 이름에 의지하는 까닭이다.
또 지혜가 밝은 자는 유위를 깨달음이 끝을 찾지 못하여 유위에 의지하지 않고는 유위의 법에 합하지 않으니 이에 이름하여 밝은 지혜라 말한다. 밝은 지혜로 분별하여 진실에 이르며, 행을 지음이 있어서 일체 유위를 멸한다. 밝은 지혜로 일체 모든 행이 허무이며, 속임인 것을 분석하여 판단한다. 이 모든 법은 다 있는 것이 없고 모두 자연이나, 또한 자연도 없으며 생각[意念]을 따라 일체 유위를 이룬다. 무슨 까닭인가? 마땅히 유위의 인연을 만들어 행하지 않는다. 혹은 무위를 깨달으면 일찍이 다시는 유위를 인연한 행을 익히지 않을 것이며 만약 무위를 깨달으면 이에 통달할 뿐이다. 어떻게 이것을 깨달은 것인가?
010_0535_b_02L일체 유위는 다 진실하지 않고 형상도 없고 끝도 없고 이르러 합하여 모임도 없으니, 밝은 지혜라야 이것을 관찰한다. 유위로써는 구경에 이르러 태어나지 못한다. 그 유위란 또한 받는 것도 없으니 유위와 무위가 모두 다름이 없으며, 또한 달리 생겨남도 없다. 유위의 업을 끊는 것이 마땅하니, 이것이 유위이고 이것이 무위이며 이것이 유위의 모양이고 이것이 무위의 모양이다. 무엇을 유위의 모양이라 하는가? 태어나면 당연히 죽고, 합하여 모이면 이별함을 아는 것이다. 무엇을 무위의 모양이라 하는가? 생기지도 않고 소멸하지도 않으며, 모이지도 않고 이별함도 없는 것이다. 어리석고 어두운 범부는 깨달아 알 수 없다. 이 두 가지 이치에 들어서도 유위의 일어나는 모양이 연유된 것과 없어지는 모양과 다른 모양에 머물지 않음과 모양이 없이 생김을 인하여 다른 것에 머묾을 깨닫지 못한다. 만약 이 모양이 없다면 여래가 말한 모양에서 생기고 모양에서 멸하고 이와 같은 모양에 머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인아, 여래가 말씀하신 것은 모든 법은 다 모양이 없으므로 능히 성취함을 얻으니, 생기는 모양이 없고 허물어져 없어지는 모양도 없고 머무는 모양도 없다. 여래가 부연한 무위의 모양은 이 모양이 모양이 아님이며, 그 유위의 모양은 무위의 길잡이[導師]를 이루지 못한다. 그 까닭으로 어리석고 어두운 범부에게 펴신 도법은 유위에서 일어난 것은 모여서 멸하여 없어지는 데 돌아가고, 오직 무위에 안주하여 능히 무위로써 생기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고 또 머무는 바도 없다. 그러므로 무위라 말한다. 그 익힌 바를 따라 생멸하며, 그 익힌 것이 없으면 마침내 다함도 없고 행도 없고 구경도 없고 다르게 머무는 곳도 없다. 그 참되고 바름으로써 이 지혜를 알면 합하여 모여서 생겨 일어남이 있고 멸함도 있음에 이르지 않으며, 다르게 머묾도 없다.
010_0535_c_02L만약 어떤 보살이 마땅히 이런 관(觀)을 지으면 그 유위법(有爲法)과 무위법은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다. 항상 상응함을 볼 것이며, 유위와 무위의 법을 보지 못하며, 유위는 무위를 보지 못하고 무위는 유위를 보지 못하며 다른 무위도 보지 못하되, 스스로 생각하여 나의 몸이 있다고 말한다. 진유(眞有)는 곧 유위의 업을 보는 것이며, 다른 유위는 없으며 이 진리가 있을 뿐이다. 생각의 망상, 그 유위ㆍ무위의 법은 영원히 생각하는 것이 없고 유위ㆍ무위에 생각하는 것이 없음으로써 모든 생각을 분별하며 모든 집착을 다 끊어 무위를 깨달아 온갖 인연을 제거하여, 본래 청정하여 인연이 없으며 그 본래 청정함을 인하여 보는 것이 참되고 바름으로 능히 밝게 깨닫고 지을 것이 없으면 곧 합하여 모임도 없다. 보살이 능히 이 유위ㆍ무위에 이르면 곧 모든 법을 알아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고 또한 다시 유위ㆍ무위에 의지하지 않고 이에 정각(正覺)에 이른다.”
부처님께서 지인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보살이 5음(陰)을 분별하고 모든 종류를 훤히 깨닫고 6입(入)을 통달하여 알고 능히 12연기를 통달하여 알며 4의지(意止)ㆍ5근(根)ㆍ8정도(正道)를 분석하여 판단하며 능히 세속과 도세(度世)의 업을 깨닫고 유위ㆍ무위의 일을 밝게 안다면, 이것을 훤히 깨달음으로 일체 모든 법은 존재하는 것이 없음을 알아서 모든 법을 펴며, 뜻의 세력이 미치지 않는 바는 일체 모든 법의 장구(章句)를 통달하여 알아 생ㆍ노ㆍ사를 끊되 마음은 능히 끊어 허물지 못한다. 능히 스스로 구경의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無上正眞道]에서 최정각(最正覺)을 이룬다.”
010_0536_a_02L 부처님께서 지인에게 말씀하셨다. “지난 과거 무앙수 겁 헤아릴 수 없이 아득하고 멀리 끝이 없는 그때에 세상에 부처님이 계셨으니, 명호는 자금산왕(紫金山王) 여래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ㆍ명행성(明行成)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士)ㆍ도법어(道法御)ㆍ천인사(天人師)ㆍ불세존(佛世尊)이셨다. 그 자금산왕여래는 수명이 5겁(劫) 동안 머물렀으며, 모든 성문 대중은 수를 셀 수 없고 모든 보살이 모인 것 또한 한이 없어 능히 그 많고 적음을 헤아려 알 수 없었다. 그 국토는 번성하여 바람과 비가 때를 맞췄고 오곡이 풍성하게 익었으며, 인민이 안락하여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업신여기지 않고 각각 제자리를 얻어 마음으로 행하는 것이 평등하였다. 음식은 잘 소화되어 병나지 않고 탐음[婬]하고 성내고[怒] 어리석음[癡]이 가벼워 스스로 수신(修身)을 잘 했다. 집에서는 의로움으로 가르치고 계율을 따라 청정하였다.
그때 여래께서 모든 보살과 일체 중생의 모든 의심을 끊어 회한(悔恨)이 없게 하려고 보살 도법(道法)의 장(藏)을 펴셨다. 당시 보살이 있었으니 이름이 보광(寶光)이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이 모든 보살의 업을 듣고 음(陰)ㆍ쇠입(衰入)과 여러 가지 18계와 12연기와 모든 근의 의지(意止)와 8정도(正道)의 행과 세속ㆍ도세와 유위ㆍ무위를 알고, 곧 오로지 받들어 받아서 이와 같이 12억 년 동안 정진하여도 일찍이 탐음과 성냄과 어리석은 마음이 일어나지 않았다. 자기 몸을 돕는[利養] 음식ㆍ의복ㆍ평상ㆍ이부자리ㆍ눕는 도구ㆍ병들었을 때 의약을 탐내지 않고 오직 마음으로 정성껏 닦았으며, 이와 같은 상(像:像法)에 들어와서 훤히 알고 사유하였으며, 수명이 다하도록 항상 정진하여 닦았다. 범행을 청정히 닦아 그 부처님 처소에서 명을 마친 뒤에 다시 본토에 태어나 마침 인간 세상에 태어나 있었다. 곧 다시 출가하여 또 이것을 배우며 이와 같이 상법(像法)을 밝게 알고 받들어 행하였다.
다시 거기에 있으면서 60억 년 동안 범행을 청정히 닦아 마음에서 멀리 버리지 않았다. 이와 같은 상법을 흠모하여 구하여 그만두지 않고 다시 수명이 다하여 마침 불국토에 환생하니, 그 자금산왕여래는 계속하여 계셨다. 다시 그곳에서 범행을 청정하게 닦으니 낱낱 겁 중에 다섯 번을 다시 태어났다 죽고 끝났다가 다시 시작하니 그 자금산왕 여래ㆍ지진께서 멸도(滅度:열반)하시려고 5겁(劫)을 마치셨다. 이를 인하여 우러러 본받아 한량없이 널리 듣고 모든 법을 밝게 알며 5겁 동안 듣고 받아 보고 나서 부처님을 따라 말씀을 여쭈어 아는 자는 그 뜻의 힘을 얻어 여래를 보고 받드니 곧 중생을 위하여 낱낱이 부연해서 한량없는 사람을 개발하여 모두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내게 하였다.
010_0536_b_02L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후에 정법이 한 겁 동안 세상에 머물렀다. 다시 5백 번 왕래하며 돌고 돌아 인간에 태어나 항상 출가하여 배워서 이에 우러러 사모하고 받들어 바른 경전을 밝게 알아 무앙수 불가사의 중생의 부류를 교화하여 다 지극한 행에 이르렀다. 보광보살이 만억 부처님을 뵈었는데, 최후의 부처님 명호는 무량광(無量光)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이셨다. 그 부처님이 보시고 수기를 주시기를, ‘무수한 겁을 지나 너는 마땅히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를 이루고 무수겁을 지나 마땅히 다시 억백천 해(姟)ㆍ조(兆)ㆍ재(載)의 모든 부처님을 뵙고 정각을 얻을 것이니, 명호는 결일체의(決一切議)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이며, 모든 성문 대중은 헤아릴 수 없고 한량 짓기 어려우며, 모든 보살 대중도 무앙수의 사람들이며, 그 나라에 사는 사람의 수명은 2겁이고, 쌀과 곡식이 고루 흔하고 백성들이 안락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부처님께서 다시 지인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어떤 보살이 이 경전을 배우려고 하면 임시방편에 이르러 항상 네 가지 법을 닦을 것이다. 무엇이 네 가지인가? 첫째 집과 업을 버리고 사문이 되어 수행할 것이며, 둘째는 시끄러운 곳을 버리고 한가한 곳에 있는 것을 익힘이며, 셋째는 청정한 계에 머물러 행함에 어기지 않음이며, 넷째는 게으름을 여의어 버리고 세밀하게 생각하며 그만두지 않음이니, 이것이 네 가지이다. 이 네 가지를 행하여 부지런히 구하여 널리 듣고 항상 인욕을 세워서 속히 네 가지 법에 이를 것이다.
010_0536_c_02L무엇이 네 가지인가? 첫째는 비록 하늘 아래 태어나나 항상 중앙의 나라에 살며, 둘째는 부처님이 계시는 세상을 만나 변방의 땅에 살지 않으며, 셋째는 항상 정법을 받들어 끝내 서로 어김이 없음이며, 넷째는 죄의 덮개를 모두 없애 다시는 재앙의 허물이 없음이니, 이것이 네 가지이다. 만약 보살이 이와 같은 상법의 경전의 요체를 배워서 힘과 세력이 미쳐 보시가 청정하고 금한 계율에 흠이 없고 인욕하고 정진하고 일심과 지혜로 성스러운 밝음이 하자가 없어야 이 법에 이르러 임시방편을 이룬다.”
또 다시 지인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은 이것을 배워 지식을 확립하여 만족함에 머물러 한가하게 있는 공덕으로 더 이상의 덮을 것이 없는 슬픔을 품고 중생을 불쌍히 여기며, 크게 불쌍히 여김으로써 중생에 들어가서 그런 뒤에 이와 같은 상법(像法)을 배우면 중요한 행을 이해하고 안다.
또 그 보살은 총지문(摠持門)에 들어가서 부지런히 닦고 배운다. 무엇을 총지문에 들어가서 부지런히 닦고 배운다고 하는가? 뜻으로 사모하고 부지런히 생각하여 법을 헤아려 밝게 알고 방편으로 관찰하여 한없는 행을 받들고, 또 모든 정의문(定意門)과 모든 중요한 법문을 관찰하고 훤히 알아서 헤아릴 수 없는 인연의 바른 행에 들어가 이와 같은 비상(比像)의 세력을 따라 이루며, 일체 법을 깨닫고 모든 법을 분별하여, 뜻의 세력을 얻어 능히 밝게 알며, 생ㆍ노ㆍ병ㆍ사를 끊고 뜻이 강하여 겁이 없고 정법을 잃지 않아야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이루어 최정각(最正覺)에 이른다.”
010_0537_a_02L부처님께서 다시 지인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보살이 총지문을 통달하여 능히 널리 일체 모든 법의 말이 뜻하는 것을 밝게 알면 한 가지 일을 사용함으로써 백천 가지 일에 들어가며 도력을 사용함으로써 모든 법을 분별하여 통달하지 않는 것이 없다. 또 만약 보살이 정의문에 이르러 음성(音聲)에 들어가면 곧 한없는 정의문의 말에 들어가며, 여기에 들어가 일체 법문의 약간의 품류를 알아서 일체 모든 법의 도문(道門)에 들어가면 모든 법을 펴서 어리석은 이를 제도하지 못함이 없다. 또 그 보살이 지혜를 받들어 행하여 이 지혜의 힘으로써 모든 생각을 깨달아 알며, 부지런히 생각을 알고 나서 이 지혜의 힘으로써 일체 법에 이르러 빠르게 통달하여 걸림이 없다.
또 만약 보살이 한량없는 정의문의 행을 깨달아 알면 이 경지에 머물러 널리 일체의 시방 법을 이룬다. 또 만약 보살이 한량없는 총지문의 행을 깨달아 알면 헤아릴 수 없는 정의문의 힘을 알고, 정의문으로 한없는 온갖 법의 근원을 통달하여, 이 도의 경지로써 널리 모든 법에 들어가 통달하지 않음이 없다. 또 그 보살이 매우 능하게 세간의 행을 보아 깨달아 알고 구경에 다시 유위와 무위를 분별하여 모든 법을 받들어 행하여 마음이 유위ㆍ무위에 집착하지 않으며, 이와 같은 상법의 일체 모든 법을 행하여 빠르게 모든 법을 알고 밝은 지혜에 이른다.
또 보살은 임시방편을 행하여 부지런하게 일체 모든 법을 관찰함에, 본래 행할 것이 없고 비록 이런 관찰을 지어도 세간의 일을 위하지 않고 세간법에 집착하지 않으며 또한 의지하지 않으니, 이와 같은 상법과 일체 모든 법은 속히 얻어 밝게 깨달아 모든 법을 분별하여 뜻의 힘으로 재물을 보시하고 문장의 구절을 분석하여 판단하며, 생ㆍ노ㆍ사를 끊어 없애고 뜻과 행이 구족하니 이런 까닭으로 지인아, 보살대사는 이에 법을 본받아 한없이 제도한다. 무엇이 넷인가? 이 정법의 경전[法典]을 도의 뜻과 같이 받들고 부지런히 정법을 닦아 이 경전에서 걸림이 없는 데 이르러 널리 도의 지혜에 들어감이다.”
010_0537_b_02L 부처님께서 지인에게 말씀하셨다. “지난 과거 무앙수 겁, 헤아릴 수 없이 길고 멀어 한이 없는 그때에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명호는 무량광초수왕(無量光超殊王) 여래ㆍ지진ㆍ등정각ㆍ명행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도법어ㆍ천인사ㆍ불세존이셨다. 그 부처님 때에 모든 성문 대중은 수를 헤아릴 수 없었고 큰 모임도 한이 없으며 모든 보살의 모임도 기록하여 헤아릴 수 없었다.
그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 수명은 한 겁이었고, 또 그 불국토는 칠보로 두루 덮였고, 칠보 나무가 자라 주위를 두루 에워쌌으며, 모든 나무는 특별히 기이하게 보배와 옥으로 꾸며져 이슬같이 반짝이며 장막을 덮었다. 또 모든 나무 아래에는 모두 사자좌를 폈고, 그 모든 자리 위에는 가늘고 좋은 비단 담요로 나무를 싼 평상이 즐비했다. 일체 모든 평상은 유리로 다리를 만들었으며, 붉은 진주로 나무를 화려하게 꾸몄고, 모든 잎이 어우러져 저절로 향가가 났으며, 꽃은 항상 무성하게 둘러싸고 있었다. 그 보배나무 앞에는 자연의 목욕하는 연못에 여덟 가지 맛이 나는 물[八味水]이 있었으며, 그 물 밑의 모래는 모두 수정과 자거(車渠)와 적진주가 합하여 이루어 졌다.
또 세 가지 보배로 목욕하는 못을 만들었으며, 그 각각의 연못에는 저절로 푸르고 붉고 노랗고 흰 연꽃이 자랐다. 또 모든 연못은 칠보로써 난간을 화려하게 꾸미고 일체 난간은 기초가 평평하여 손바닥 같았다. 또 그 부처님 국토는 청정하여 더러움이 없고, 그 부처님 국토에는 보배나무가 치성하여 마치 도리천(忉利天)과 같이 밤낮으로 큰 나무나 명월주(明月珠)로 높게 꾸며졌으며, 모든 억천 가지로 불국토를 충만하게 하였다. 그 광명이 다 비추니 해와 달의 빛을 덮어 다시 나타나지 못하였다.
그 모든 보배나무에는 옥과 보배가 서로 얽혀 이슬같이 빛났으며, 난새와 온갖 새들이 슬피 울며 좋은 음성이 나왔다. 하늘의 모든 옥녀의 노래와 음악소리가 들리고 이와 같이 부드러운 음성이 널리 불국토에 흘렀다. 3악취(惡趣:惡道)는 없어지고 모든 악을 범하지 않으며, 중생은 시끄럽고 잡된 글과 말을 하지 않고, 오직 이와 같은 상법으로 지혜바라밀을 펼쳤다. 이 보살장(菩薩藏)으로 무앙수의 모든 인물(人物) 대중을 교화하여 하루에 다 도심을 내게 하였다. 그 발심의 근본이 되는 뜻을 대도(大道)에 두어 곧 모두 도품(道品)의 법을 구족하였다.
부처님이 멸도하신 뒤에 정법이 존립하다가 끝의 반 겁(劫)에 이를 때 부처님 멸도하신 후의 정법이 곧 멸하고, 한 보살이 있었으니 이름이 의무한(意無恨)이었다. 하방(下方) 부처님 나라에서 이 땅에 와서 태어날 것이니 그 나라는 여기서 열 부처님 세계를 지나간다. 마침 태어나 오래지 않은 나이인 16세에 문득 가업을 버리고 사문이 되어 무량광초수왕부처님 처소에 있으면서 경전을 받아 여쭙고 배웠다. 법이 멸할 때에 다다라 모든 보살을 위하여 음(陰)ㆍ종(種)ㆍ모든 입[諸入]을 펼쳐 말하고 뜻을 분별하여 해석하였다. 이와 같은 상법 시대에 정진 수행이 이 법의 도무극(度無極:바라밀)과 선권방편에 있으니, 이것으로 덕의 근본이 된다는 말을 듣고 그 땅에서 수기를 주어 수억의 부처님께서 널리 이 법을 힘입는 것을 보았으며, 태어나는 곳에서 항상 숙명을 알았다. 어린아이였기에 장가들어 아내를 두지 않고 청정하게 범행을 닦아 집에서는 믿음이 있고 출가하여 사문이 되었다. 태어난 곳에서 뜻의 힘을 얻어 항상 몸 받은 곳에 공훈을 이루고, 최후 세상에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를 얻어 최정각(最正覺)이 되니 이름이 무량광주왕(無量光珠王)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이다.
만약 보살이 속히 부처가 되고자 한다면 일체지(一切智)에 이르러 불도를 구족한 뒤 5탁(濁)의 세상에서 법이 없어지려 할 때 마땅히 부지런히 뜻을 이루어 이와 같은 상법(像法)을 오로지 받아 다 선포하고서 친애하고 즐겁게 항상 정진하여 최후 말법[末俗]에 이 경전을 수지하라. 덕과 공훈이 한량없을 것이며, 소리 내어 읽고 외우며 받들어 행하여 남을 위해 설하면 복은 비유할 수 없을 것이다.”
그때 발타화(颰陀和) 등 5백 보살과 교왈도(橋曰兜)보살이 곧 자리에서 일어나 길게 무릎을 꿇고 합장하고 부처님 앞에서 아뢰었다. “저희들은 부처님 최후의 말세에 법이 멸할 때에 다다라 마땅히 이 법을 받아서 후세의 5탁 세상에 살면서 정법의 경전을 옹호하여 이것을 가지고 우러러 본받으며 소리 내어 읽고 외며 받들어 지니고 널리 남을 위하여 설하겠습니다.”
다시 무수한 모든 보살들이 각각 자리에서 일어나 길게 무릎을 꿇고 합장하고 부처님의 얼굴을 자세히 보며 각각 지극한 원을 세웠다. ‘저희들은 세존 최후의 말세에 넓고 큰 서원의 갑옷을 입고 이 경을 받아 우러러 본받으며 이 깊고 미묘한 부처님께서 펴신 지혜에 따르고, 모든 보살들이 쌓은바 덕의 근본과 도품(道品)의 법장을 나란히 구족하여 있는 곳에서 노닐며 마땅히 법을 옹호하고 이 상법의 경전을 듣고 더욱더 기쁘고 즐겁게 받아 지니며 소리 내어 읽고 외우며 이르지 않은 곳에 펴 보이고, 대유(大猷:大道)에 깊이 들어가겠습니다.’
이때 부처님께서 기쁘게 웃으시니 입 속에서 오색 광명이 나와 두루 삼천대천(三千大千) 부처님 국토를 비추자, 땅이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다. 현자(賢者) 아난이 곧 자리에서 일어나 길게 무릎을 꿇고 합장하고 부처님 앞에서 여쭈었다. “부처님께서는 어떠한 인연으로 웃으셨습니까? 이미 웃으셨으니 뜻이 있을 것입니다. 광명이 널리 비치고 땅이 곧 크게 진동하였습니다.”
010_0538_b_02L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 모든 보살 대중들이 내 앞에 서 있는 것을 어떻게 보느냐? 뒷날 말세에 마땅히 정법을 수호하고 넓고 큰 서원의 갑옷을 입고 위태로운 액을 구할 것이다. 부처는 생각하면 안다. 지난 무수겁에 모든 부처님 처소에서 이와 같은 상(像)의 넓고 큰 서원의 갑옷을 입고 모든 부처님을 따라 이 경의 법을 받아 3품(品)을 가지고 보호하며 무수한 중생의 부류를 개도(開導)하였는데, 지금 이들이 부처의 처소에 와서 3품의 뜻을 받들고 이 정법을 받아 지금 부처 앞에 서 있다. 그러한 후 말세에 법이 없어질 때에 다다라 오직 모르는 중생들을 많이 깨우쳐 교화시키고, 부처의 3품 정법(正法)을 받게 하고, 현겁(賢劫)에서 모든 부처님께서 출흥하심을 보고, 또한 마땅히 천 부처님이 가르치신 3품 정법을 따라 받을 것이다. 또 장차 오는 세상 모든 부처님의 성스러운 처소에서 모두 받음 또한 그러할 것이다.
이들 아난의 모든 족성자(族姓子)는 공훈과 이름난 덕은 관찰할 수도 없고 능히 행하는 바 경의 법을 헤아리지도 못하는구나. 이 모든 족성자는 중생을 편안하게 하고 부처에게 공양을 올릴 것이다. 가령 여래께서 이들에게 펴심에 도(正道)를 받고 중생을 편안하게 하나 모두 믿지 않는다. 만약 믿지 않는 이라면 긴 밤에 편안하지 못하고 악취(惡趣)에 떨어진다.
또 다시 아난아, 마땅히 너희를 위하여 그것을 증명하겠다. 이와 같은 등의 부류가 중생을 편안하게 하여도 바로 삼천세계의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모두 생각을 말미암아 하는 까닭으로 지옥에 떨어진다. 가령 대중이 지옥 가운데 있는데 한 사람이 있어 지옥 사람들에게 말하기를 ‘두려워 말라. 마땅히 너희를 위하여 한 사람 한 사람을 이롭게 인도하겠다’ 하고 이때 방편으로 큰 지옥의 괴로운 근심을 벗어나게 하면 곧 자기 몸으로 낱낱이 그들을 구출하여 한 사람 한 사람을 편안한 곳에 옮겨두는 까닭으로 무수 천 년을 참고 지옥에 있되 일찍이 게으르거나 그만두지 않고 널리 편안함에 이르게 한다.
아난아, 그 사람은 중생에게 자비롭고 불쌍히 여기고 널리 슬퍼함이 많겠는가, 많지 않겠는가? 큰 지옥에서 나와 아주 편안함을 건립한다.” 아난이 말하였다. “매우 많고 매우 많습니다. 천중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가령 그 사람이 신족(神足:신족통)이 이와 같이 높고 높음을 나타내 보여 중생의 부류들로 하여금 제일이요, 최고인 유위법(有爲法)의 평안함을 누리게 하며, 길이 즐거워 끝이 없고 크게 불쌍히 여김을 이루어 다 덮어 보호하였으니, 그 공덕의 복은 마음으로 생각할 수 없고 말로 나타낼 수도 없다.”
010_0538_c_02L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그래서 너에게 말한다. 저 보살이 큰 지옥에서 무수한 중생을 구출하여 영원히 편안하게 함과 같다. 중생을 불쌍히 여김을 만약 이와 같이 모은다면 앞의 중생을 순화(順和)하고 편안하게 하고 큰 어려움에서 구제하는 것으로 하여금 유위(有爲)의 편안함에 이르게 함이 백 배, 천 배, 억만 배이고 수억만 배라도 족성자가 이 상법의 경전을 받는 것만 같지 못하다. 무슨 까닭인가? 그가 일으킨 유위의 편안함을 헤아리면 다함이 있어 무위(無爲)에 이르지 못하고 탐욕을 여의지 못하고 멸도(滅道)를 이루지 못하며 신통 정각(正覺)의 업에 이르러 뜻이 고요한 열반의 요체를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아난아, 이 모든 보살은 중생에게 위없이 크게 편안한 일체지(一切智)의 업을 건립한다. 또 이 보살은 대사(大士)의 법으로써 도승(道乘)을 배우는 데에 뜻을 두고 불도를 건립하고 모든 중생을 제도하여 모든 성문ㆍ연각의 경지를 세우며, 부처님 법을 권하고 도와서 보살행을 닦고 대도(大道)에 머문다. 이 모든 족성자가 중생에게 권하고 도와서 보살법을 행하게 하나 부처님의 가르침을 헤아리지 못하므로 대웅(大雄)께 여쭈어 계도하여 주셔서 크신 자비를 받아 일으켜 일체지(一切智)를 이루는 까닭으로 공덕이 무한하다.”
010_0539_a_02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이 정법을 말미암아 천 겁 동안이나 혹은 무수겁이거나 한계를 헤아릴 수 없는 억백재(億百載) 겁 동안 이와 같이 아득하고 먼 세월에 모든 부처님 세존은 항상 헛되이 묻지 않고 서로 가르쳐 전하고 전하여 또 다른 무수 억백천해 겁에 옮기고 다시 서로 제도하여 성불하게 하고 공덕이 다함없는 까닭으로 한계가 없다. 무슨 까닭인가? 억천백 부처님은 본래 지난 세상에 보살업을 행하여 불도를 건립하였으며, 이와 같은 종류로 곳곳에 태어나 이 경전을 받아 각각 써서[用] 권하여 도와서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에 이르러 최정각을 성취하였고, 장차 오는 세상 무수한 보살도 깨우쳐 교화함이 많아 무리를 헤아릴 수 없으며, 이로써 권하고 도와서 부처님 법을 구족하고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를 이룰 것이다.
이와 같이 아난아, 모든 족성자는 중생에게 일체지의 편안하고 위없는 대도(大道)를 가르쳐 세워서 평등하고자 하니 법의 부모이다. 이것이 바로 마땅히 모든 부처님과 보살 도법(道法)의 부모라 말하겠다. 지금 이 보살이 스스로 귀의함을 옹호하니, 널리 스스로 섬[自立]을 얻는다. 이들 이른바 안발타화(安颰陀和)ㆍ교알도(橋曰兜) 등 5백 인은 곧 법의 부모이니, 이 모든 보살이 이 정법의 경전을 보호한다.
족성자(族姓子)와 족성녀(族姓女) 등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어기지 말고 또 일체지의 근본을 끊지 말며, 장차 오는 세상에 법이 없어지려 할 때 모든 중생을 위하여 크게 옹호함을 일으키고 크게 불쌍히 여김에 머물러 있으면서 일체를 깨우쳐 이익되게 하여 이로써 권하고 도와 말세에 있으면서 편안하게 보호하여 악취(惡趣)에 떨어지지 않게 하면 무수 천억 보살, 혹은 무수한 부처님께서 함께 찬탄하실 것이다. 이 족성자들의 공덕은 능히 끝이 없을 것이다. 무슨 까닭인가? 이 모든 족성(族姓)의 이름난 공훈과 지극한 덕은 불가사의하기 때문이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부처님은 무수한 억천조재(億千兆載)의 겁에 이 정법의 보배를 모으고 쌓았으며 이 법을 받았다. 족성자들아, 시방에서 헤아릴 수 없이 모였구나. 모든 부처님 세존은 무한한 국토에 노니시는데, 지금 현재 다 함께 이 법을 배우는 자를 옹호하여 모두 편안하게 하신다.”
010_0539_b_02L아난아, 부처님이 미리 인가(印可)하여 이 족성자를 인정하고 일체의 의심을 결단한다. 만약 뒤의 말세에 이와 같은 상법(像法)의 위없는 정법을 받아 가지고 소리 내어 읽고 외우고 설하며 함께 배워 펴면, 이 족성자와 족성녀는 속히 일체지의 업에 가까워질 것이다. 법이 멸할 때에 다다라 이 깊고 미묘한 경법을 듣고 우러러 본받아 기쁨을 품고 믿는 자는 부처님이 수기하여 보살승(菩薩乘)을 행하게 한다. 이와 같이 지진(至眞)은 최후 말세에 이 법을 애호하고 자기 몸을 일으키고 법을 사랑하여 즐겨하면 부처님이 권하고 도운다. 이 모든 족성자와 족성녀는 이 깊고 미묘한 법을 비방하지 않는다. 부처님이 미리 모든 성문승(聲聞乘)에게 수기하여 미륵불이 세상에 출현함을 보고는 모든 번뇌가 이미 다하여 애욕이 없고 이 깊고 미묘한 법을 받아 믿는 까닭으로 일찍이 비방하지 않고 이런 공덕의 과보를 이룬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약 보살이 이 깊은 법을 듣고 배워 즐겁게 믿고 기뻐하면 또한 다 수기한다. 미륵여래의 세상에서 출가하여 고요함을 배우고 다시 서원하며 이에 특별히 다른 것이 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족성자ㆍ족성녀는 덕의 근본이 고르고 부드럽고 공덕이 끝이 없어 법이 없어지려 하는 최후 말세에 이 깊은 법을 받아 받들어 행하고 정진하여 덕이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니 높고 높음이 이와 같다.”
그때에 지인보살이 부처님 앞에서 아뢰었다. “원컨대 부처님이시여, 명예와 이익을 추구하지 않고 법을 펴는 이들을 일으켜 세우소서. 최후 말세에 이 정법의 경전을 듣고 미묘한 뜻을 받아 기쁨을 드러내고, 이러한 까닭으로 모든 법을 빠르게 알고, 지혜를 분별함에 미쳐서 속히 뜻의 힘을 얻고, 모든 법을 분석하여 판단하고, 도의 지혜를 훤히 알며 태어난 곳에서 식념(識念)을 잊지 않고 대법(大法)의 광명으로써 시방에 비추게 하여 주십시오.”
010_0539_c_02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인아, 만약 보살이 이 법품(法品)을 관찰하면 대지혜로 업의 끝없는 근본을 밝힐 것이며, 큰 공덕을 쌓음이 한량이 없을 것이다. 만약 장차 오는 세상에 이 법품을 받아 지니고 소리 내어 읽고 외우며 다른 깊은 경전의 보살장(菩薩藏)의 모든 도무극을 부지런한 마음으로 받들어 행하면 마군의 일이나 인연이 능히 편리함을 얻지 못하고, 죄의 덮개에 덮이지 않으며, 부처님이 미리 수기를 주어 두세 분 부처님을 뵙고 마땅히 생겨남이 없는 법인(法忍)을 얻는다. 그 법인을 얻는 자는 또한 마땅히 이 위없는 도품을 얻어 스스로 모든 법을 알고, 자재로움을 얻어 불국토를 깨끗하게 장엄하고 성문(聲聞)을 구족하며, 그 도의 가르침을 받아 보살행을 받든다.
이와 같이 지인아, 부처님은 인가[印封]를 내려 일체 의심을 끊고 최후 말세에 네 가지 뜻의 자재한 업을 얻어 보살대사의 법을 행하고, 이 경전을 받아 옹호하며 넓고 큰 서원의 갑옷을 입게 한다. 무엇이 네 가지인가? 첫째 자기 덕의 근본이 매우 크고 끝이 없어 양을 제한하지 못하고 헤아릴 수 없음을 받는 것이다. 둘째는 마땅히 중생을 위하여 선(善)의 근본을 나타낸다. 셋째는 여래의 바른 법인 경전의 요체를 여쭈어 받는다. 넷째는 법장을 굳게 지녀 무앙수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도로써 교화함이다. 이것이 네 가지이다.
다시 네 가지 법이 있어서 최후 말세에 장차 깊은 법을 보호하니, 무엇을 네 가지라 하는가? 첫째는 모진 세상에 있어서 정진으로 거두어들여 정법을 받아 행한다. 둘째는 만약 액난으로 제일 고통스럽거나 다투어 정법을 어지럽히거나 가지고 있는 법품으로 사람이 함께 다툴 때가 있으면 교화하여 화합하게 하고 정법을 옹호한다. 셋째는 인욕을 행하여 어질고 온화함을 갖춤이다. 넷째는 말세에 있어서 마음에 한을 품지 않고 왕래하고 두루 다니되 항상 자비로 가엾게 여김을 행한다. 이것이 네 가지이니, 깊은 법을 이루고 빨리 일체지에 이른다.
부처님께서 오른손으로 모든 보살을 어루만지며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족성자여, 부처님은 무수겁 동안에 이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를 익히고 쌓아 큰 보배창고를 이루었으며, 매우 부지런히 고행하여 곤란한 재액을 참고 한없이 제도하여 대안락을 얻게 하였고, 몸의 편안함을 버리고 일체 중생을 근심하며 이에 도법을 이루어 최정각(最正覺)을 이루었다. 어진 덕을 쌓는 등 만약 배우고 외워 이 법에 이를 자가 있으면 널리 사부대중을 위하여 그 뜻을 펴 설명하였으며, 만약 3품법(品法)이 허물어지려 할 때면 마땅히 일으켜 세워 보호하며 이에 끝없는 큰 광명을 드날렸다.”
부처님께서 거듭 족성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여래는 아버지와 같고 그대들은 아들과 같으며, 부처님은 임금과 같고 그대들은 신하와 같다. 아버지는 자애하고 자식은 효도하며, 임금은 올바르고 신하는 충성하면 천하는 화평할 것이다. 나는 무수겁 동안 이 정법 도덕의 보장(寶藏)을 익혀 널리 팔방과 상하에 유포하여 모든 하늘과 인민, 일체가 자애롭고 효도하며 스스로 부처님께 귀명하게 하였다. 부처님이 크게 가엾게 여김으로써 모두 다 제도함을 입었다.”
그때 모든 보살 대중은 발타화ㆍ교왈도 등 5백 군중을 따라 부처님 발에 머리 숙여 예배하고 부처님 앞에서 아뢰었다. “부처님의 성스러운 뜻을 받들어 힘이 있는 대로 뜻을 다하여 장차 말세에 부처님께서 베푸신 가르침을 옹호하겠습니다. 오직 원하건대 여래께서 일으켜 세우고 은혜를 드리워 주십시오. 최후 말세에 이 정법의 도(道)의 보배의 창고로 하여금 널리 팔방과 상하에 유포되게 하셔서 일체가 다 은혜를 입게 하십시오.”
010_0540_b_02L부처님께서 위신력을 더하여 이 법품을 설하실 적에 무앙수의 헤아릴 수 없는 모든 보살 대중이 있었는데 일생보처(一生補處)의 지위를 얻고 덕의 근본과 도의 지혜를 다 갖추었으며, 무수 억천의 모든 하늘과 인민이 다 도심을 발하며, 부처님께서 ‘장차 오는 세상에 모두 불도를 얻어 각각의 명호가 있을 것이다’라고 수기를 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