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10_0745_a_01L불설해절경(佛說解節經)
010_0745_a_01L佛說解節經一卷


진(陳) 진제(眞諦) 한역
김성구 번역
010_0745_a_02L陳天竺三藏眞諦譯


1. 불가언무이품(不可言無二品)
010_0745_a_03L不可言無二品第一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10_0745_a_04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 바가바(婆伽婆)께서 왕사성(王舍城) 기사굴산(耆闍崛山)에 머무시면서 큰 비구들 9만 9천 명과 함께하셨는데, 모두가 아라한(阿羅漢)으로서 모든 누(漏:번뇌)가 다하였으며, 할 일은 이미 다하여 모든 무거운 짐을 버렸으며 자기의 이익을 얻어 모든 유(有:존재)의 매듭[結:번뇌]을 다하였으며, 마음이 해탈을 잘 얻었으며, 자재를 잘 얻었으며, 사마타(奢摩他)와 비바사나(毘婆舍那)를 잘 얻었으니, 그 이름은 정명아야교진여(淨命阿若矯陳如)의 무리와 나아가 아라나(阿羅那)삼매의 선정에 머무른 수보리(須菩提) 등이었다.
010_0745_a_05L一時佛婆伽婆住王舍城耆闍崛山與大比丘衆九萬九千人皆阿羅漢諸漏已盡所作已辦諸重擔獲得己利盡諸有結心善得解脫善得自在善得奢摩他毘婆舍那其名曰淨命阿若憍陳如等乃至住阿羅那三昧定須菩提等
다시 큰 비구니들 3만 6천 명과도 함께하셨는데, 마하파사파제(摩訶婆沙婆提)와 나아가 발타가비라(跋陀迦比羅) 비구니들이 상수(上首)가 되었다.
010_0745_a_11L復有大比丘尼衆三萬六千人俱摩訶波闍波提乃至跋陁迦比羅比丘尼等以爲上首
또 한량없고 셀 수 없는 우바새(優婆塞)와 우바이(優婆夷)가 있었으니, 빈바사라왕(頻婆娑羅王) 등이 상수가 되었다.
010_0745_a_14L復有無量無數優婆塞優婆頻婆娑羅王等而爲上首
또 보살마하살 무량 백천(百千)과 이 현겁(賢劫) 가운데의 많은 보살들로서 혹은 이 땅에 머무르고 혹은 딴 곳에서 왔으니, 일생보처(一生補處)인 미륵보살(彌勒菩薩)과 문수사리보살(文殊師利菩薩)과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 등이 상수가 되었다. 모두 매우 깊은 법성(法性)을 통달하였고, 길들여 교화하기 쉽게 하였으며, 선행(善行)을 평등하게 하였으며, 보살도를 닦아서 일체 중생의 참된 선지식이 되었으며, 걸림 없는 다라니를 얻어서 물러나지 않는 법륜(法輪)을 굴렸으며, 이미 한량없는 부처님께 공양하였으니, 이러한 무리들이 모두 다 모여 들었다.
010_0745_a_15L復有菩薩摩訶薩無量百千是賢劫中諸菩薩衆或住此土或他方來一生補處彌勒菩薩文殊師利菩薩觀世音菩薩等而爲上首皆悉通達大深法性調順易化善行平等修菩薩道一切衆生眞善知識得無㝵陁羅尼轉不退法輪已曾供養無量諸佛如是等衆皆悉聚集
010_0745_b_02L그때 여리정문(如理正問)보살이 능해심심의절(能解甚深義節)보살에게 물었다.
“불자여, 일체의 법은 둘이 없다 하니, 그것이 무슨 뜻입니까?”
010_0745_b_02L爾時如理正聞菩薩問能解甚深義節菩薩言佛子一切法無二一切法無二此言云何
능해심심의절보살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일체의 법이란 이 두 가지에 지나지 않으니, 이른바 소작(所作:有爲)과 비소작(非所作:無爲)입니다. 소작이란, 소작도 아니고 비소작도 아니요, 비소작이란 비소작도 아니고 또한 소작도 아닙니다.”
010_0745_b_05L能解甚深義節菩薩善男子是一切法不過此二謂所非所作所作者非所作非非所作非所作者非非所作亦非所作
여리정문보살이 물었다.
“불자여, 어떻게 소작이 소작도 아니고 비소작도 아닙니까? 그리고 비소작이 비소작도 아니고 또한 소작도 아닙니까?”
010_0745_b_08L如理正聞菩薩問言佛子云何所作非所非非所作及非所作非非所作非所作
능해심심의절보살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소작이라는 것은 대사(大師:부처님)의 바른 가르침의 언구(言句)이니, 만약에 이것이 대사의 바른 가르침의 언구라면, 곧 세간에서 주장하는 언설(言說)이어서 분별로부터 일어난 것입니다. 이 세간의 언설이 만약 분별에서 일어났다면, 갖가지 분별과 말한 것이 한결같음이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소작이 아닙니다.
010_0745_b_11L能解甚深義節菩薩言善男所作者此是大師正教言句若是大師正教言句卽是世閒所立言說從分別起此世言說若分別起由種種分別及所言說一向不成故非所
선남자여, 비소작이라는 것도 언교(言敎)에 속하며, 포섭되는 것입니다. 만약 어떠한 법이 소작과 비소작을 떠났을지라도 그 법도 또한 그렇고[如是], 또한 그러합니다. 만약 이러하다면, 대사(大師)의 설교가 가히 뜻[義]이 없겠습니까? 뜻이 없지 않을 것이니, 만약 뜻이 있다면 뜻의 모습이 어떠하겠습니까? 이른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본체(本體)이어서 오직 성인의 분별없는 지견(知見)만으로 깨달을 수 있는 것인데, 남들로 하여금 이러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본체를 깨닫게 하려고 하시는 까닭에 대사께서 이러한 언교(言敎)를 말씀하시니, 이러한 법을 소작(所作)이라 합니다.
010_0745_b_16L善男子非所作者屬言教攝若有法離所作及非所作是法亦如是亦如是若如是者大師說教可無義不非無有義若有義者義相云何所謂不可言體惟是聖人無分別知見之所覺了爲欲令他了達如是不可言是故大師說此言教謂是法所作
010_0745_c_02L선남자여, 비소작이라는 것도 대사의 바른 가르침의 언구(言句)이니, 만약 이것이 대사의 바른 가르침의 언구라면, 이는 세간에서 세운 말들이라 분별에서 일어난 것입니다. 이 말들이 만약 분별에서 일어난 것이라면, 갖가지 분별과 말한 것이 한결같음이 이루어지지 못할 것이니, 그런 까닭에 비소작이 아닙니다.
010_0745_b_22L善男子非所作者此是大師正教言若是大師正教言句卽是世閒所立言說從分別起此世言說若分別由種種分別及所言說一向不成故非非所作
선남자여, 소작이라는 것도 언교에 속하여 포섭되니, 만약 어떠한 법이 비소작과 소작을 떠났다 할지라도 이 법은 또한 그렇고 또한 그러합니다. 만약 그러하다면, 대사의 설법이 가히 이치가 없겠습니까? 이치가 없지 않을 것이니, 만약 이치가 있다면 그 모습이 어떠하겠습니까? 이른바 말로 못할 본체이어서 오직 성인의 분별없는 지견(知見)으로만 깨달을 수 있는 것인데, 남들로 하여금 이러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본체를 깨닫게 하려고 하신 까닭에 대사께서 언교를 말씀하시니, 이른바 이것이 법의 비소작입니다.
010_0745_c_04L善男子所作者屬言教若有法離非所作及於所作是法亦如是亦如是若如是者大師說教可無義不非無有義若有義者義相云何所謂不可言體惟是聖人無分別知見之所覺了爲欲令他了達如是不可言體是故大師說此言教是法非所作
선남자여, 마치 재주 있는 요술쟁이[幻師]나 그의 제자가 네거리에서 풀잎사귀나 나무ㆍ돌 따위를 취하여 한곳에 모으고 갖가지 허깨비의 일을 나타내되, 코끼리 군사[象兵]ㆍ말 군사[馬兵]ㆍ수레 군사[車兵]ㆍ걷는 군사[步兵]와 마니(摩尼)ㆍ진주(眞珠)ㆍ산호(珊瑚)ㆍ옥석(玉石)ㆍ창고(倉庫) 따위를 청하니, 만약 거기에 있던 사람들이 어린이나 범부(凡夫)나 어리석고 삿된 지식(知識)을 가진 이라면 풀잎 따위가 허깨비의 근본임을 알지 못하고, 자기들이 보거나 들은 것을 사유하되, ‘실제로 이러한 코끼리나 말 따위의 네 가지 병졸이나 창고가 있다’고 여깁니다.
010_0745_c_11L善男子如巧幻師及幻弟子於四衢道或取草葉及木石等聚集一處現種種幻事謂象兵馬兵車兵步兵摩尼眞珠珊瑚玉石及倉庫等若有諸人嬰兒凡夫愚癡邪智不能了別草等幻本是人若見若聞作是思惟實有此象馬四兵及以庫藏
010_0746_a_02L 혹은 보거나 혹은 들은 것을 능력에 따라 집착하여 보고 들으며, ‘이것만이 진실하고 다른 것은 진실이 아니다’라고 하면, 그 사람은 다시 거듭 사량하여야 합니다. 만약 거기에 있던 사람들이 어린이나 범부나 어리석고 삿된 지식을 가진 이가 아니라면, 이러한 풀잎 따위가 허깨비의 근본임을 알고, 혹은 보거나 혹은 들은 것을 사유하되, ‘이들 코끼리나 말 따위의 물건과 창고들은 없다’고 생각하고, 이 사람은 혹은 보거나 혹은 들은 것을 능력에 따라 집착하지 않고 보고 들으며, ‘내가 생각하는 이것만이 진실하고 다른 것은 진실이 아니다. 비록 세간의 말을 따랐으나 진실한 이치를 나타내기 위한 것이다’라고 하면, 이 사람은 다시 거듭 사량하기를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다.
010_0745_c_18L若見若聞隨能隨力執著見聞作是言說此是眞實異此非眞是人則應重更思量若有諸人非嬰兒夫及愚癡邪智識知如是草等幻本若見若聞作是思惟無有如是象等物及以庫藏是人若見若聞隨能隨力不著見聞作如是言如我所思此是眞實異此非眞雖隨世言爲顯實義是人不須重更思惟
선남자여, 이와 같은 어린이나 범부들은 세간을 벗어나는 진여의 성스러운 지혜[聖慧]를 얻지 못하였으며, 모든 법의 말할 수 없는 본체를 알지 못하는 까닭에, 이 사람이 만약 모든 법의 소작(所作)과 비소작(非所作)을 혹은 보거나 혹은 듣고서 사유하되, ‘실제로 이러한 모든 법의 소작과 비소작이 있다.’고 할 것이니, 무슨 까닭인가? 볼 수 있고 알 수 있기 때문이다.
010_0746_a_03L善男子此嬰兒凡夫未得出世眞如聖慧識諸法不可言體是人若見若聞法所作及非所作作是思惟實有如是諸法所作及非所作何以故可見可知故
이 사람은 혹은 보거나 혹은 들은 것을 능력에 따라 집착하여 보고 들으며, ‘이것만이 진실하고 다른 것은 진실이 아니다’라고 할 것이니, 이 사람은 마땅히 거듭 사량하기를 필요로 할 것입니다.
010_0746_a_08L是人若見若聞隨能隨力著見聞隨見聞說此是眞實異此非是人應當須重思量
만약 어떠한 사람들이 어린이나 범부가 아니어서 이미 진실을 보았고, 세간을 벗어나는 진여의 성스러운 지혜를 얻었으며, 이미 모든 법의 말할 수 없는 본체를 알았으므로, 혹은 보거나 혹은 들은 것을 사유하되, ‘보고 아는 것과 같은 모든 법의 소작과 비소작은 모두 실제로 있는 것이 아니요, 다만 거짓된 모습만이 있다. 분별에서 일어난 허깨비의 일이 범부의 마음을 속이는데, 이 가운데 소작과 비소작의 이름과 나머지 여러 이름이 일어났구나.’라고 할 것입니다.
010_0746_a_10L若有諸人非嬰兒凡夫已見眞實及得出世眞如聖慧已識諸法不可言體若見若聞作是思惟如所見知諸法所作及非所作皆非實有但有假相從分別起如幻化事欺誑凡心於此中起所作非所作名及餘衆名
이 사람이 보거나 들은 것에 집착하지 않고, ‘이것만이 진실하고 다른 것은 진실이 아니다.’라고 말하지 않으면, 비록 세간의 말을 따랐으나, 진실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므로 이 사람은 거듭 사유할 필요가 없습니다.
010_0746_a_16L是人如所見聞不生執著不作是言此是眞實異此非眞雖隨世言爲顯實義是人不須重更思惟
선남자여, 이와 같이 하여 성인이 성스러운 지견(知見)을 말미암아 이미 말할 수 없는 본체를 깨닫고, 다른 이들로 하여금 법의 실상을 보게 하고자 하는 까닭에 가르침의 구절[句]을 말씀하시니, 이른바 이것이 소작과 비소작 따위입니다.”
010_0746_a_19L善男子如是聖人由聖知已能覺了不可言體爲欲令他見法實相故說教句謂是所作非所作等
그때 능해심심의절보살이 게송으로 말하였다.
010_0746_a_21L爾時能解甚深義節菩薩卽說偈言

부처님의 말씀하신 말이 끊긴 법
두 가지가 아니며 범부 경계 아니네.
어리석은 범부는 그 속에 홀려
두 갈래를 연(緣)하여 희론 일삼네.
010_0746_a_22L佛說絕言法
無二非凡境
愚夫於中迷
緣二著戲論

삿된 결정을 결단하지 못해
항상 모든 유(有:존재)에 바퀴 도나니
지혜 있는 사람은 보고 들음 떠나서
중간의 참된 이치 고르라.
010_0746_a_24L不決邪決故
常輪轉諸有
智人離見聞
簡擇中實義
010_0746_b_02L
2. 과각관경품(過覺觀境品)
010_0746_b_02L解節經過覺觀境品第二

그때 담무갈(曇無竭)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 사바세계로부터 동쪽으로 가장 먼 극동(極東)의 세계에서 다시 77항하사(恒河沙) 수의 세계를 지나서 세계가 있으니, 이름은 선명문(善名聞)이요, 부처님의 명호는 광대선문(廣大善聞)이며, 가타(伽陀)를 닦는 이의 머무는 곳이었습니다.
010_0746_b_03L爾時曇無竭菩薩白佛言世尊從此娑訶世界向東最遠極東方世界七十七恒河沙數世界有世界曰善名聞佛號廣大善聞修伽陁住處
제가 어느 때 그 부처님 처소에 갔다가 그 가운데 어느 한 지방에 77천(千)의 외도들이 스승을 앞에 하고 모여 앉아서 모든 법의 실상을 사량(思量)하고 있었습니다.
010_0746_b_07L於一時往彼佛所卽於彼中見一方有七十七千諸外道衆以師爲先聚集而坐爲欲思量諸法實相
그때 외도들이 헤아리고 사량하여[稱量] 모든 법의 실상을 간택(簡擇)하고 안립(安立)하되, 그가 배운 것에 의하여 실상을 구하고 찾았으나 얻을 수 있는 이가 없었습니다. 갖가지 집착을 일으켜 서로서로 어기며 다투더니, 나중에는 입으로 나쁜 말을 하다가 마침내 칼이나 지팡이로 서로서로 상처를 입히고 제각기 흩어졌습니다.
010_0746_b_10L時外道衆思惟稱量簡擇安立諸法實相依其所學求覓實相無能得者起種種執相違鬪諍乃至言相違害由口刀杖互相傷毀便各分散
제가 이를 보고 이러한 생각을 하였습니다. ‘희유하고 희유하다. 모든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심이여,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심을 말미암아 각(覺)과 관(觀)의 경계를 넘어서는 깊고 깊은 법상(法相)을 통달하고 깨달아서 모두 드러나게 하리라.’ 하였습니다.”
010_0746_b_14L我見此已作是思惟希有希有諸佛世尊出於世閒由佛出世過覺觀境甚深法相通達覺了皆得顯現
보살이 말을 마치자, 부처님께서 곧 그에게 말씀하셨다.
“그렇다. 법상(法上)이여, 이러한 실상은 각과 관을 넘어서는 경계이다. 나는 깨달은 뒤에 남을 위해 해설하고 바른 교법을 세워 열어 보이고 드러나게 하려고 뜻을 얕고 쉽게 하였다. 왜냐하면 내가 말한 진실은 다만 성인 스스로가 증득하고 본 것이지만, 만약 범부의 각과 관의 경계라면 자타(自他)가 가히 깨달을 것이기 때문이다.
법상이여, 이러한 까닭으로써 마땅히 알아야 하니, 실상은 일체의 각과 관의 경계를 넘어선다.
010_0746_b_17L菩薩說已佛卽告言如是法上如是實相過覺觀境我覺了已爲他解說安立正教開示顯現令義淺易何以故我說眞實是聖人自所證見若是凡夫覺觀境自他可證法上以是義故應知實相過於一切覺觀境界
법상이여, 내가 말한 진실은 모습이 아닌 행처(行處:대상의 세계)이고, 일체의 각과 관은 모양을 연하는 행처이니, 이러한 뜻으로 마땅히 알라. 실상은 각과 관의 경계를 넘어선다.
010_0746_b_23L復次法上說眞實非相行處一切覺觀緣相行以是義故應知實相過覺觀境
010_0746_c_02L법상이여, 내가 말한 진실은 가히 말로 못하거니와, 일체 각과 관은 다만 말을 말미암는다. 그러므로 알라. 실상은 각과 관의 경계를 넘어선다.
010_0746_c_02L法上我說眞實不可言說一切覺觀但由言說故知實相過覺觀境
법상이여, 내가 말한 진실은 네 가지 일이 끊어졌으니, 이른바 보고 듣고 깨닫고 아는 것이다. 일체의 각과 관은 네 가지 일을 연(緣)하여 일어난다.
010_0746_c_04L法上我說眞實絕於四事謂見一切覺觀緣四事起
법상이여, 내가 말한 진실은 모든 다툼을 멀리하였지만, 일체의 각과 관은 다툼의 경계이다. 이러한 이치로써 마땅히 알라. 실상은 각과 관의 경계를 넘어선다.
010_0746_c_06L復次法上我說眞相離諸鬪諍一切覺觀鬪諍境界以是義故應知實相過覺觀境
법상이여, 비유컨대 어떤 사람이 한평생 수명이 다하도록 쓴맛만을 먹었는데, 다시 꿀 따위의 단 맛을 깨닫거나 헤아리거나 기억한다고 하면, 이는 그럴 리가 없다.
010_0746_c_08L法上譬如有人盡一期壽恒食苦味復能覺觀比度憶持蜜等甜味無有是處
또 비유컨대 어떤 사람이 항상 욕진(欲塵)을 즐겨 욕진의 뜨거움에 태워졌는데, 다시 대상[塵]의 모습을 연하지 않고 안에 의지하여 여의는 즐거움을 깨닫거나 헤아리거나 기억한다고 하면, 이는 그럴 리가 없다.
010_0746_c_11L復次譬如有人恒樂欲塵塵欲燋熱之所燒然復能覺觀比度憶持不緣塵相依內離樂無有是處
법상이여, 비유컨대 어떤 사람이 항상 다투는 말과 삿된 말과 희롱하는 말을 즐겼는데, 다시 성스럽고 잠잠한 선정[定]을 깨닫거나 기억한다고 하면, 이는 그럴 리가 없다.
010_0746_c_13L復次譬如有人恒樂言諍邪談話戲復能覺觀比度憶持聖默然定無有是處
비유컨대 어떤 사람이 보고 듣고 깨닫고 아는 것을 항상 즐기고 항상 행하였는데, 이 네 가지 일이 끊어지고 신견(身見)이 멸한 것이 반열반(般涅槃)임을 깨닫거나 헤아리거나 기억한다고 하면, 이는 그럴 리가 없다.
010_0746_c_15L復次譬如有人恒樂恒行見復能覺觀比度憶持絕四事處滅離身見是般涅槃無有是處
법상이여, 비유컨대 어떤 사람이 항상 재물을 쌓고자 정벌(征伐)하기를 좋아하였는데, 북쪽 울단월(鬱單越)에는 내 것이라는 것이 없고, 모아 쌓아 놓는 것[積蓄]이 없으며, 서로 다투지 않는 것이 이 현전(現前)의 법락(法樂)이라는 것을 깨닫거나 헤아리거나 기억한다고 하면, 이는 그럴 리가 없다.
010_0746_c_18L復次法上譬如有人由恒蓄財樂行征伐復能覺觀比度憶持北鬱單越無有我所無所積蓄不相鬪諍是現法樂無有是處
법상이여, 이러한 모든 사람이 각(覺)과 관(觀)의 경계에 있으면서, 다시 각과 관의 경계가 아닌 것을 생각하거나 헤아리거나 기억한다고 하면, 이는 그럴 리가 없다.”
010_0746_c_22L法上如是諸人在於覺觀復能思量比度憶持非覺觀境無有是處
부처님께서 경을 말씀하시고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010_0746_c_23L佛說經竟重說偈言
010_0747_a_02L
스스로 깨달은 모양 없는 법
말을 떠나 네 가지 일[四事] 끊어졌나니
다툼 없는 이 법의 통하는 모습
깨닫고 아는 경계 모두 지났네.
010_0746_c_24L自證無相法
離言絕四事
無諍法通相
過諸覺觀境

3. 과일이품(過一異品)
010_0747_a_03L解節經過一異品第三

그때 정혜(淨慧)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 말씀은 바른 설법이어서 심히 깊고 희유합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신 이 진실한 이치는 미세하고 심히 깊어서 통달하기 어려우니, 이른바 같고[一] 다른[異] 모습을 넘어선 것입니다.
010_0747_a_04L爾時淨慧菩薩白佛言世尊是言正甚深希有如世尊說是眞實理細甚深難可通達謂過一異相
세존이시여, 제가 어느 때 어느 한곳에서 보니, 큰 보살들이 원락지(願樂地)에 있으면서 보리의 행을 닦았는데, 이곳에 모여 앉아서 모든 법의 실상(實相)이 모든 행(行)의 법과 같은가 다른가 하고 사량하고 있었습니다.
010_0747_a_07L世尊我於一時見一方地大菩薩衆修菩提行在願樂地於此方所聚集而坐爲欲思量諸法實相與諸行法爲一爲異
그때 무리 가운데 어떤 보살이 말하기를, ‘진실의 모습은 모든 행과 다르지 않다.’ 하였으며, 다시 어떤 보살은 말하기를, ‘진실의 모습과 행은 같지 않다.’ 하였으며, 다시 어떤 보살들은 의혹을 내어 같다, 다르다 함을 믿지 않으면서 말하되, ‘이들 같다, 다르다 하는 가운데 어떤 사람이 진실이며, 어떤 사람이 허망한가? 어떤 사람이 바른 행이며 어떤 사람이 삿된 행인가? 같다는 쪽을 집착함이 마땅할까, 다르다 함을 집착함이 마땅할까?’ 하였습니다.
010_0747_a_11L是時衆中有諸菩薩說如是言是眞實相不異諸行復有菩薩說實相與行不一復有菩薩起疑惑心不信一異說如是言此一異中何人說實何人說虛何者正行何者邪行爲當執一爲當執異
세존이시여, 제가 이 일을 보고 생각하되, ‘모든 선남자는 어린 아이며, 어리석으며, 깨달음이 없으며, 알지 못하여 이치와 같이 행하지 못한다’고 하였으니, 왜냐하면 이 선남자들은 미세하고 심히 깊고 진실한 법이 모든 행과 더불어 같고 다른 모습을 넘어선 줄 모르기 때문입니다.”
010_0747_a_16L世尊我見此事作是思惟諸善男子嬰兒愚癡無覺無了非如理行何以故是善男子能通達微細甚深眞實之法與諸行過一異相
보살이 말을 마치자, 부처님께서 곧 말씀하셨다.
“그렇다. 정혜여, 이러한 법을 선남자들은 어린 아이 같고 어리석고 깨닫지 못하고 알지 못하여 이치와 같이 행하지 못하나, 여래는 미세하고 심히 깊고 진실한 법이 모든 행과 더불어 같고 다른 모습을 넘어섬을 통달하였다.1) 왜냐하면 정혜여, 만약 이와 같은 것을 가지고 있는데도 여러 행의 법에 의지하고 진실관(眞實觀)을 닦아 진여의 법을 능히 통달하고 능히 깨달았다고 한다면, 이는 그럴 리가 없기 때문이다.
010_0747_a_20L菩薩說已佛卽告言淨慧如是法善男子嬰兒愚癡無了非如理行如來通達微細甚深眞實之法與諸行等過一異相以故淨慧若執如此依諸行法修眞實觀能達能證眞如之理無有是處
010_0747_b_02L왜냐하면 정혜여, 만약 진여가 행상과 더불어 다르지 않다면 일체 범부가 응당 진여를 볼 것이요, 또 일체 중생이 바야흐로 범부의 지위에 있으면서 위없고, 여실히 안락한 열반을 얻어야 할 것이며, 또 일체 중생이 범부의 지위에 있으면서 마땅히 위없는 보리도 얻어야 할 것이다.
010_0747_b_02L何以故淨慧若眞如與行相不異者一切凡夫應見眞如復次一切衆生正在凡位應得無上如安涅槃復次一切衆生於凡位中亦應能得無上菩提
만약 진여의 모습이 행상과 다르다면 일체 성인은 이미 진여를 보았으나, 응당 행상을 조복하여 없애지 못했을 것이요, 모든 행상을 없애지 못한 까닭에 비록 진제(眞諦)를 보았으나, 여러 가지 상(相)의 얽매임[繫縛]에서 능히 해탈하지 못했을 것이요, 만약 여러 가지 상에서 해탈하지 못하였으면 또한 추중(麤重:번뇌)의 얽매임에서 해탈하지 못할 것이요, 만약 두 가지의 얽매임에서 해탈하지 못하였다면 능히 위없고 여실히 편안한 무여열반(無餘涅槃)을 얻지 못할 것이며, 또한 위없는 보리도 얻지 못할 것이다.
010_0747_b_07L若眞如相異於行相一切聖人已見眞如則應不能伏滅行相由不伏滅諸行相故雖見眞諦不能解脫衆相繫縛若於衆相不得解脫亦不解脫麤重繫縛若不解脫二種繫縛則不能得無上如安無餘涅槃亦應不得無上菩提
정혜여, 모든 범부들은 진여를 보지 못한 까닭에 범부의 지위에서 위없고 여실히 편안한 열반을 얻지 못하고, 또한 위없는 보리도 얻지 못한다. 이러한 뜻이 있는 까닭에 진여의 이치가 모든 행과 같다고 함은 옳지 않다.
만약 어떤 사람이 진여가 행상과 다르지 않다고 한다면, 이러한 뜻을 말미암은 까닭에 이 사람은 이치와 같게 행하지 않는 것임을 알 것이다.
010_0747_b_13L淨慧由諸凡夫不見眞如在凡夫位不得無上如安涅槃亦不能得無上菩提以是義故眞如之理與諸行一是義不然若有人說眞如與行相不異者由此義故當知是人不如理行
또 정혜여, 일체 성인은 진여를 본 까닭에 이미 모든 법의 행상을 조복하여 없앴으니, 할 수 없는 까닭이 아니며, 이미 일체 모습의 매듭[相結]과 추중한 혹[麤重惑]을 벗어났으니, 해탈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두 가지 해탈을 말미암아 이미 위없고 안락한 열반을 얻으며 나아가 위없는 보리를 얻으므로 진여가 행상과 다르다고 함은 옳지 않다. 만약 어떤 사람이 진실이 행상과 다르다고 한다면, 이러한 뜻이 있는 까닭에 이 사람은 이치와 같이 행하지 않는 것임을 마땅히 알라.
010_0747_b_18L復次淨慧一切聖人由見眞如已能伏滅諸法行相非不能故已能解脫一切相結及麤重惑非不解脫由二解脫已得無上如安涅槃乃至已得無上菩提是故眞如與行相異是義不然若有人說眞異行相以是義故當知此人不如理行
010_0747_c_02L또 정혜여, 만약 진여의 모습이 행상과 다르지 않다면, 행상이 미혹한 모습에 떨어지는 것처럼 진여 또한 미혹한 모습에 떨어질 것이다.
010_0747_b_24L復次淨慧若眞如與行相不異者如行相墮於惑相眞相亦爾應墯惑
또 정혜여, 진여의 모습이 행상과 다르다면 진여는 곧 모든 행상에 통하는 모습이 아니다. 정혜여, 이 진여는 미혹한 모습에 떨어지지 않으며, 다시 일체 모든 행상에 통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까닭에 진여와 행상이 같다고도 하며 다르다고도 함은 이치에 모두 옳지 않다. 만약 어떤 사람이 말하되 진여와 행상은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하면, 이러한 까닭에 이 사람은 이치와 같이 행하지 못하는 것임을 마땅히 알라.
010_0747_c_04L復次淨慧若眞如相異行相者如則非諸行通相淨慧以此眞如不墮惑相復爲一切諸行通相由是義眞如與行亦一亦異義皆不然有人說眞如與行亦一亦異以是義當知是人不如理行
또 정혜여, 만약 진여가 행상과 다르지 않다면 마치 진실의 모습이 모든 행상 가운데 통하여 차별 없는 것 같아서 행상도 그러하여 마땅히 통하여 차별이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관행(觀行)을 닦는 이는 모든 행 가운데서 이를 듣고 보고 깨닫고 아는 것을 떠나서 훌륭하고 참된 관행을 닦지 말아야 한다.
010_0747_c_09L復次淨慧眞如與行相不異者如眞實相於諸行中通無差別行相亦爾應通無別是故修觀行人於諸行中不應過此知修勝眞觀
만약 진여의 모습이 행상과 다르다면 이러한 까닭에 일체 행상은 무아(無我)이며, 무성(無性)이어서 응당 진실이 아니다. 또 한때에 맑거나 맑지 못한 품류(品類)가 각각 다른 모습일진대 정혜여, 모든 행상은 다만 차별되어 통하지 않는 까닭이며, 관행을 닦는 이가 보고 듣고 깨닫고 아는 것을 지나 훌륭하고 참된 관행을 닦는 까닭이며, 모든 행의 무아와 무성으로 나타난 바가 진실인 까닭이며, 나아가 맑지 못한 품류가 또한 한때에 각각 차별된 모습이 아닌 까닭이니, 이러한 뜻으로 진여와 행상이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함은 이치에 맞지 않다. 만약 어떤 사람이 말하되 진여와 행이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하면, 이 사람은 이치와 같이 행하지 못하는 것임을 마땅히 알라.
010_0747_c_13L復次若眞如相異行相者以是義故一切諸行但惟無我及以無性應非眞實復次一時不淨品各各別相淨慧由諸行相但別不通由觀行人於諸行中過見知修勝眞觀由諸行無我無性所顯是眞乃至淨不淨品亦非一時各各別相以是義故眞如與行亦一亦異是義不然若有人說眞如與行亦一亦異當知是人不如理行
정혜여, 비유컨대 상거(傷佉)의 흰 빛깔은 소라[螺]와 같은 것인지 다른 것인지를 주장하지 못하며, 붉은 빛깔과 금빛깔이 같은 것도 아니요 다른 것도 아닌 것 또한 그러하다.
010_0747_c_22L淨慧如傷佉白色不可安立與螺一色與金不一不異亦復如是
010_0748_a_02L비유컨대 비나(毘拏)의 음성은 아름답고 묘하나 가히 비나와 같은 것인지 비나와 다른 것인지를 주장하지 못한다. 또 침향(沈香)의 향기가 사랑스러우나 침향과 같은 것인지 다른 것인지를 주장하지 못한다. 또한 마리차(摩梨遮)의 맛이 지독하게 매우나 가히 마리차와 같은 것인지 다른 것인지를 주장하지 못하며, 가리륵(呵梨勒)의 떫은맛도 또한 그러하다.
010_0747_c_24L譬如毘拏音聲美妙不可安立與毘拏一毘拏異復如沈香香氣可愛不可安立與沈一亦如摩梨遮其味辛辣不可安立與摩梨遮爲一爲異呵梨勒澀亦復如是
또한 햇솜의 촉감이 부드럽고 연한 것도 솜과 같은 것인지 다른 것인지를 주장하지 못하며, 소락(酥酪)과 제호(醍醐)가 같은 것도 아니요 다른 것도 아닌 것 또한 그러하다. 또 일체 유의 흐름[流]은 괴롭고, 일체 행(行)은 무상하며, 일체 법은 무아이니, 이러한 괴로움 등과 법은 같은 것인지 다른 것인지를 주장하지 못한다. 또한 탐욕(貪慾)ㆍ진에(瞋恚)ㆍ우치(愚癡)ㆍ아만(我慢) 등과 고요하지 못한 모습들이 같은 것인지 다른 것인지를 주장하지 못한다.
010_0748_a_06L復如緜纊其觸柔軟不可安立與緜一蘇與醍醐不一不異亦復如是復如一切有流苦切行無常一切法無我如是苦等可安立與法一亦如貪欲瞋恚慢等無寂靜相不可安立與其一
정혜여, 이와 같아서 진여와 일체 행상은 같은 것인지 다른 것인지를 주장하지 못한다. 정혜여, 이와 같이 진여는 미세하고 심히 깊어 통달하기 어려운데, 내가 깨달은 뒤에 남을 위하여 해설하고, 바른 가르침을 세우며, 열어 보이고 드러나게 하려고 뜻을 얕고 쉽게 하였다.”
010_0748_a_12L淨慧如是眞如與一切行不可安立爲一爲異淨慧如是眞如微細甚深難可通達我覺了已爲他解說立正教開示顯現令義淺易
부처님께서 경을 말씀하시고,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010_0748_a_15L佛說經重說偈言

진실과 행(行)의 법에는
같고 다른 모습 없나니
같음과 다름에 집착하면
이치대로 행하지 못한다 하리.
010_0748_a_16L眞實與行法
無一異俱相
若執一異俱
說行不如理

사마타와 그리고
비바사나를 수행하여라.
이 사람은 모름지기
모습의 미혹과 번뇌[麤重]의 매듭에서 해탈하리라.
010_0748_a_18L修行奢摩他
及毘鉢舍那
是人能解脫
相惑麤重結

4. 일미품(一味品)
010_0748_a_19L解節經一味品第四

그때 부처님께서 수보리(須菩提)에게 말씀하셨다.
“수보리여, 너는 얼마나 되는 중생이 중생계(衆生界)에서 증상만(增上慢)을 가지고 거만한 마음에 의하여 자기의 얻은 것을 기별(記別)하는 것을 보거나 알았는가? 또 너는 얼마나 되는 중생이 중생계에서 증상만이 없으며, 거만한 마음을 말미암지 않고 자기의 얻은 것을 기별하는 것을 보았으며, 알았는가?”
010_0748_a_20L爾時佛告須菩提言須菩提汝見知幾多衆生在衆生界有增上慢此慢心記自所得復次汝見汝知幾多衆生在衆生界無增上慢不由慢心記自所得
010_0748_b_02L수보리가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보고 또 알기에는 적은 수의 중생들만이 중생계에서 증상만을 말미암지 않고 자기가 얻은 것을 기별합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보고 또 알기에는 한량없고 셀 수 없고 헤아릴 수 없는 모든 중생이 중생세계에 있으면서 증상만이 있고, 이 거만한 마음에 의하여 자기가 얻은 것을 기별[記]합니다.
010_0748_b_02L須菩提言世尊我見知少有衆生在衆生界無增上慢由慢心記自所得世尊我見我知無無數不可稱說諸衆生等在衆生界有增上慢由此慢心記自所得
세존이시여, 제가 또 어느 때 멀고 고요한 숲 속 아련야(阿練若)에 머무르니, 많은 비구들이 모여들어 저와 멀지 않은 고요한 곳에 있었습니다. 제가 또 어느 날 저녁 때 보니, 이들은 서로서로가 모여 들어 그들이 증득한 갖가지 법상(法相)에 따라 자기의 수행을 말하고, 자기의 얻은 것을 기별하였습니다.
010_0748_b_06L我又一時住阿練若遠寂林中多比丘大衆聚集去我不遠住練若我又一時日中後分見此大衆互相聚集隨其所證種種法相說己修記自所得
어떤 비구들은 음(陰)을 깨친 까닭에 그가 얻은 것을 기별하고, 어떤 비구들은 음의 모양[陰相]을 깨치고, 어떤 비구들은 음의 생김[陰生]을 깨치고, 어떤 비구들은 음의 달라짐[陰變異]을 깨치고, 또 어떤 비구들은 음의 멸함[陰滅]을 깨치고, 혹 어떤 비구들은 음의 멸에 이르는 길[陰滅道]을 깨쳤다 하며, 음에 여섯 가지 깨치는 모양이 있는 것 같이, 어떤 비구는 모든 입(入:根)을 깨치고 자기의 얻은 것을 기별하며, 나아가 입의 멸함과 입의 멸에 이르는 길을 깨치며, 혹 어떤 비구들은 연생(緣生)을 깨쳐 자기가 얻은 것을 기별하며, 나아가 연생의 멸함과 연생의 멸에 이르는 길을 깨쳤습니다.
010_0748_b_11L有諸比丘由證見陰記其所得或有比丘證見陰相或有比丘證見陰生或有比丘證陰變異有比丘證見陰滅或有比丘證陰滅道如於陰中有六證相或有比丘證見諸入記自所得乃至入滅及入滅或有比丘證見緣生記自所得至緣生滅緣生滅道
혹 어떤 비구들은 먹을 것들을 깨치고, 어떤 비구들은 4제(諦)를 깨치고, 어떤 비구들은 모든 계(界)와 계의 차별과 갖가지 계와 나아가 계의 멸함과 계의 멸에 이르는 길을 깨치고, 혹 어떤 비구들은 염처(念處)와 염처의 모습과 염처의 다스림[對治]과 염처의 다스리는 길과 염처의 닦음[修習]과, 나지 않는 염처는 깨쳐서 나게 하고, 이미 나온 염처는 깨쳐서 머무르게 하고, 잃지 않게 하고 자라나게 하고 원만하게 하여 자기가 얻은 것을 기별하였습니다.
010_0748_b_18L或有比丘證見證食或有比丘證見四諦或有比丘證見諸界及界差別幷種種界乃至界滅及界滅道或有比丘證見念處及念處相念處對治念對治道念處修習未生念處證見念生已生念處證見念住及不忘失增長圓滿記自所得
010_0748_c_02L 염처를 깨친 것과 같이 정근(正勤)과 여의족(如意足)과 근(根)과 역(力)과 각분(覺分)과 성도(聖道)와 성도의 모습과 성도의 다스림과 성도를 다스리는 길과 성도의 닦음과, 나지 않은 성도는 깨쳐서 성도를 나게 하고, 이미 생긴 성도는 깨쳐서 성도에 머무르게 하고, 잃지 않게 하고, 자라나게 하고, 원만하게 하여 자기가 얻은 것을 기별하였습니다.
010_0748_c_02L如證念處正懃如意足聖道聖道相聖道對治聖道對治聖道修習未生聖道證聖道生生聖道證聖道住及不忘失增長圓滿記自所得
세존이시여, 제가 이들을 보고 생각하되, ‘저 모든 장로(長老)들은 깨친 갖가지 법상(法相)에 따라 자기가 얻은 것을 기별하니, 이 모든 장로들은 증상만(增上慢)이 있고, 이 거만한 마음을 말미암아 자기가 얻은 것을 기별한다. 이 일은 결정된 것이니 무슨 까닭인가? 그들이 말하는, 스스로가 깨치고 본 법과 같은 것으로는, 마땅히 이 사람들이 능히 한맛[一味]의 진여가 모든 곳에 두루한 것을 깨닫지 못하였음을 알겠습니다.
010_0748_c_06L世尊我見此已作是思如諸長老隨所證見種種法相自所得此諸長老有增上慢由此慢記自所得是事決爾何以故如其所說自證見法當知是人未能了別一味眞如遍一切處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신 한맛의 진실이 모든 곳에 두루하다 함은 미세하고 심히 깊어 통달하기 어렵습니다. 이 말씀은 희유(希有)하며 상대할 이가 없는 말씀입니다.
010_0748_c_11L世尊如世尊言一味眞實遍一切處微細甚深難可通達此言希有是無對說
세존이시여, 세존의 바른 교법에서 관행(觀行)을 닦는 모든 비구들조차도 오히려 한맛의 진실이 모든 곳에 두루한 것을 통달하기 어려운데, 하물며 모든 외도가 바른 교법의 밖에 있으니, 어찌 능히 한맛의 진실을 깨달아 알겠습니까?”
010_0748_c_13L世尊若世尊正教中勤修觀行諸比丘等一味眞實遍一切處尚難通達況諸外道在正教外豈能證知一味眞實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수보리야, 이와 같이 가장 미세하고, 가장 깊으며, 가장 보기 어려우며, 모든 곳에 두루한 맛인 진실을 내가 깨닫고 남을 위하여 해설하며, 바른 교법을 세워 열어 보이고 드러내려고 뜻을 쉽고 얕게 한 것이니, 무슨 까닭인가? 수보리여, 5음(陰) 가운데 청정한 경계는 내가 말한 것으로서, 이름이 진실이다.
010_0748_c_16L佛言如是須菩提如是微細最微細甚深最甚深難見最難見遍一切處一味眞實我覺了已爲他解說安立正教開示顯現令義淺易何以故須菩提於五陰中淸淨境界是我所說名爲眞實
010_0749_a_02L수보리야, 12입(入)ㆍ12연생(緣生)ㆍ4식(食)ㆍ4제(諦)와 모든 계(界)ㆍ염처(念處)ㆍ정근(正勤)ㆍ여의족(如意足)ㆍ근(根)ㆍ역(力)ㆍ각분(覺分)ㆍ8정도(正道) 가운데 청정한 경계는 내가 말한 것으로서 진실이라 한다. 이 청정한 경계는 일체 음(陰)과 처(處)에 평등한 한맛이어서 차별이 없는 모습이다. 음(陰)에서와 같이 나아가 성도(聖道)의 청정한 경계도 평등한 한맛이어서 모두 차별이 없다. 수보리여, 이러한 까닭으로 한맛인 진여는 모든 곳에 두루하였음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010_0748_c_22L須菩提於十二入十二緣生四諦諸界念處正懃如意足覺分八聖道中淸淨境界是我所說名爲眞實此淸淨境界一切陰處平等一味無差別相如於陰中乃至聖道分中淸淨境界平等一味皆無差須菩提以是義故應知一味眞如遍一切處
또 수보리여, 수행하는 비구가 만약 하나의 음에서 진여와 인무아(人無我)와 법무아(法無我)를 통달하면, 다시 낱낱 나머지 음에 있는 진여를 수고스럽게 관찰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12입ㆍ12연생ㆍ4식ㆍ4제와 모든 계(界)ㆍ염처ㆍ정근ㆍ여의족ㆍ근ㆍ역ㆍ 각분ㆍ8성도분에서 만약 어느 한 분(分)의 진여와 인무아와 법무아를 통달한 이는 다시 수고롭게 나머지 성도분에 있는 진여를 관찰할 필요가 없다.
010_0749_a_06L復次須菩提修行比丘已通達一陰眞如法無我不勞更觀一一餘陰所有眞如於十二入十二緣生四食四諦諸界念處正懃如意覺分八聖道分若已通達一分眞如法無我不勞更觀餘聖道分所有眞如
분별없는 후득지(後得智)를 떠나서 따로 진여의 관법을 수순할 것이 없으니, 나머지 법의 한맛인 진실이 모든 곳에 두루한 것도 다만 분별없는 후득지로 앞의 무분별지(無分別智)를 수순하여 일체 법의 한맛인 진실을 관찰하고 기억해 지녀서 얻는 데 이른다. 수보리여, 이러한 까닭으로 너는 마땅히 알라. 진실한 이치는 모든 곳에 두루하여 오직 한맛인 모습이다.
010_0749_a_12L離無分別後智無有別能順眞如觀所餘法一味眞實一切處但以無分別後智隨順前無分別智觀一切法一味眞實憶持至須菩提以是義故汝應當知眞實之理遍一切處唯一味相
또 수보리여, 마치 모든 음(陰)이 서로 다른 모습[別相]이 있는 것처럼, 12입ㆍ12연생ㆍ4식ㆍ4제ㆍ모든 계ㆍ염처ㆍ정근ㆍ여의족ㆍ근ㆍ역ㆍ각분ㆍ8성도분이 서로서로 다른 모습이 있는 것처럼, 만약 모든 법의 진여와 인무아와 법무아가 서로서로 다른 모습이 있다면 모든 법의 여여(如如)한 인무아와 법무아는 진실을 이루지 못할 것이요, 마땅히 원인에 의하여 생길 것이다. 만약 원인에 의하여 생기면 곧 유위(有爲)를 이룰 것이요, 만약 유위라면 진실이 아닐 것이요, 만약 진실이 아니라면 다시 이에서 다른 진실을 구하여야 할 것이다.
010_0749_a_17L復次須菩猶如諸陰互有別相如十二入二緣生四食四諦諸界念處正勤意足覺分八聖道分互有別相若諸法眞如法無我互有別相諸法如如法無我不成眞實應由因生若由因生則成有爲若是有爲則非眞實若非眞實更應於此求別眞實
010_0749_b_02L수보리여, 이 진실이 원인에 의하여 생긴 것이 아니므로 유위가 아니며, 진실이 아닌 것도 아니니, 이 가운데 수고롭게 별다른 진실을 구하지 말라. 무슨 까닭인가? 이 법은 항상하여서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시거나 혹은 안 나오시거나 간에 법성(法性)ㆍ법계(法界)ㆍ법주(法住)는 모두 항상 머물기 때문이다. 수보리여, 이러한 까닭으로 너는 마땅히 알라. 한맛인 진실은 모든 곳에 평등하다.
010_0749_a_25L須菩提由此眞實不從因生是有爲非不眞實於中不勞求別眞何以故此法恒常若佛出世若不出世法性法界法住皆悉常住須菩以是義故汝應當知一味眞實等一切處
수보리여, 비유컨대 여러 가지 색(色)이 가지가지로 차별되어 서로서로 같지 않지만, 모든 색 가운데 허공은 모양이 없어서 차별도 없고 변하지도 않으니, 모든 곳에 동일한 맛이며, 같은 모양인 것과 같다.
이와 같이 모든 법이 각각 다르지만, 그대는 마땅히 알라. 모든 법 가운데 한맛인 진여가 평등하여 차별이 없는 것 또한 그러하다.”
010_0749_b_06L須菩提譬如衆色種種差別更互不同於諸色中虛空無相無有差別無有變異於一切處同一味相如是諸法各各別異汝應當知於諸法中一味眞如等無差別亦復如是
그때 세존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고,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010_0749_b_10L爾時世尊說是經已重說偈言

법의 통한 모습은 한결같은 맛
모든 부처 평등을 말씀하셨네.
그 가운데 다르다 집착하는 이
이 사람은 바로 증상만(增上慢)이리.
010_0749_b_11L法通相一味
諸佛說平等
若於中執異
是人增上慢

나고 죽는 흐름을 거스르는 길
미세하고 깊어서 보기 어려워
탐욕에 물들고 어리석음 덮인 까닭에
범부들은 이 뜻을 얻지 못하리.
010_0749_b_13L逆生死流道
微細深難見
欲染癡覆故
凡人不能得

그때 관세음보살이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여 공경히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이제 부처님께 이와 같은 해절(解節)의 깊은 법을 듣고 일찍이 없었던 것을 얻었으니, 정수리에 받들어 지니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이 경은 무엇이라 하며, 저희들이 어떻게 받아 지녀야 합니까?”
010_0749_b_14L爾時觀世音菩薩右膝著地合掌恭而白佛言世尊我今從佛聞得如是解節深法得未曾有頂戴奉持當何名此經云何受持
부처님께서 관세음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이 경은 『요의정설(了義正說)』이라 하며, 또 『진실경지정설(眞實境智正說)』이라 하며, 또한 『십지바라밀의지정설(十地波羅蜜依止正說)』이라 하니, 너희들은 마땅히 이렇게 받아 지녀야 한다.”
010_0749_b_18L佛告觀世音菩薩此經名爲『了義正說』亦名『眞實境智正說』亦名『十地波羅蜜依止正說』汝等應當如是受持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니, 8만 보살이 모두 대승의 위덕 있는 삼매[大乘威德三昧]를 얻었으며, 한량없고 끝없는 보살들이 남이 없는 법[無生法]에 대하여 무생인(無生忍)을 얻었으며, 셀 수 없는 중생들이 대승(大乘)에 대하여 믿고 즐기는 마음을 내었다.
010_0749_b_21L佛說是經八萬菩薩皆得大乘威德三昧無量無邊諸菩薩衆於無生法得無生法無數衆生從於諸流心得解脫數衆生於大乘法生信樂心
佛說解節經
癸卯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彫造
  1. 1)이 부분과 다음 문장의 내용이 연결이 되지 않는다. 앞뒤 문맥으로 보아 “여래는 미세하고……통달하였다”까지의 문장이 불필요해 보인다. 실제로 이것의 이역본인 『해심밀경』의 제2 「승의제상품(勝義諦相品)」에는 이 부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