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듣기로, 마라산(摩羅山) 정상은 아주 높고 험하여, 산 정상에 있는 능가성(楞伽城)1)은 진실로 오르기도 힘들고 들어가기도 어렵다고 한다. 그리고 이곳은 먼저 부처[佛]께서 가르침을 널리 베푼 곳이요, 예전에는 성인[聖]들이 수행(修行)을 했던 곳이다. 이곳에 성주(城主)가 있었으니, 라바나(羅婆那)라고 불렸다. 라바나는 궁전(宮殿)을 타고 가서 부처의 존안(尊顏)을 뵙고 아름다운 음악[樂音]을 부처님께 바치며 부처님의 신묘한 불법[妙法]을 듣고자 기원하였다. 이 때문에 부처께서는 산 봉우리를 각종 보화로 장식하여 불법의 진리가 융성함을 나타내었고 불법의 바다[藏海]를 가리켜 그 가르침의 근본 뜻[宗]을 밝히셨다.
입능가경(入楞伽經)이라고 하는 것은 모든 부처[諸佛]가 헤아리는 마음[心量]의 현묘한 핵심[玄樞]이요, 여러 경문[群經]이 가르치는 이치[理窟]의 오묘한 열쇠[妙鍵]이다. 그 가르침은 아주 넓고 깊으며 깊은 의미를 꿰뚫어 분명히 밝히니, 태어남과 죽음도 없게 되고 있음과 없음도 없게 된다. 그래서 태어나고 죽음의 두 가지 길[去來之二途]도 끊어지고, 존재함과 존재하지 않음의 집착[斷常之雙執]도 벗게 하니, 제일의 신묘한 진리[第一義諦]요, 최상의 오묘한 이치[最上妙珍]로다. 제법(諸法)이 아무 의미 없음을 체득하게 하고, 눈앞의 대상[前境]이 허깨비임을 깨닫게 하며, 현상과 실재[假名]를 분별하는 경계를 없애고, 생사(生死)의 윤회와 열반(涅槃)에 이르는 깨달음이 같음을 알게 하는 것이다.
대혜(大慧)의 물음이 앞에 진술되고, 법왕(法王)의 가르침이 이에 일어나니, 질문에 대한 108개의 가르침[一百八義]은 모든 현상의 실재[實相]를 드러내어 이 세상을 초월한 것이었고, 39개의 단락[三十九門]2)은 거짓된 견해를 물리치고 부처의 정법(政法)을 널리 베풀었다. 그래서 명상(名相:귀에 들리고 눈에 보이는 것)이 모두 거짓임을 밝혔으며, 망상(妄想)이 생각을 미혹하지 못하게 하여, 올바른 지혜[正智]에 의지하여 진여(眞如)에 이르게 하였고, 연기(緣起)를 깨달아 불법의 오묘한 이치[妙理]에 귀의하게 하였다. 현상이 일으키는 번뇌의 광풍[境風]은 이미 잠잠해졌고, 진리를 인식하는 깨달음[識浪]은 이제 분명해졌으며, 삼자성(三自性)은 모두 공(空)임을 깨달았고, 이무아(二無我)는 모두 사라졌으니, 여래의 진리세계[如來之藏]로 들어가, 해탈의 세계[解脫之門]에서 노닐 것이다.
원래 이 경문(經文)은 인도[西國]에서 온 것으로, 원가(元嘉)3)라는 연호를 사용한 시기[建號]4)에 발타(跋陁)가 이 경문을 번역하였는데, 경문을 다 모으지 못한 채 번역하였다. 그 후 연창(延昌)5)으로 연호를 사용할 때, 보리유지[流支]가 다시 번역하였는데, 그 뜻이 틀린 것이 많았다.
010_0919_b_02L짐(朕)6)은 공경히 부처님께서 부촉(付囑)7)하신 뜻을 생각하고, 불법을 잇고 융성시킬 것을 간절히 생각하였다. 그래서 구시(久視)8) 원년(元年:700년), 세차(歲次)로는 경자(庚子)년, 임종이 율려를 규율한 달[林鍾紀律:6월]9), 염제가 주관하는 때[炎帝司辰:여름]10)에, 기봉(箕峯)으로 더위를 피해 가서 바람을 쐬며 영수(穎水)를 구경하였는데, 삼양궁(三陽宮) 내에 있던 이 경문[經]을 다시 내오게 하여, 삼본(三本)11)의 핵심 진리[要詮]를 토의하고 7권[七卷]의 가르침을 완성하였다. 삼장사문(三藏沙門) 우전국(于闐國) 출신 승(僧) 실차난타(實叉難陁) 대덕(大德)과 대복선사(大福先寺) 승(僧) 복례(復禮) 등(等)은 나란히 명성[名]은 도안[安]ㆍ혜원[遠]에 버금가고 덕(德)도 마등[騰]ㆍ법란[蘭]과 나란히 할 정도였다. 그리고 용수(龍樹)의 아름다운 뜻[芳猷]을 따르고 마명(馬鳴)의 은미한 가르침[秘府]을 캐내어서, 공덕의 향기[戒香]12)와 깨달음의 꽃잎[覺花]이 온 세상에 퍼지고 품은 뜻의 영롱함[意珠]와 불성의 밝은 빛[性月]이 온 세상에 가득 차게 되었다. 그러므로 이들은 불법의 깊고 은미한 진리[沖微]에 도달할 수 있었고,불법의 깊은 진리[奧賾]를 펼쳐낼 수 있어서, 장안(長安) 4년[704년] 정월(正月) 15일(日)에 경문의 필사를 모두 마칠 수 있었다.
나의 생각[自惟]은 아주 엷고 얕은데 말하는 것[言謝]도 잘 꾸미기만 하여서, 사변(四辯)13)을 살펴보니 부끄러울 뿐이고 일승(一乘)을 엿보아도 불법을 깨달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승려와 속인[緇俗]의 요청을 물리치기 어려워 억지로 먹을 갈고 붓을 들어 글을 지었으나, 문장은 보잘 것 없고 글의 논리도 들쑥날쑥하여 점점 부끄러움만 더할 뿐이다. 삼가 생각하건, 이 경문의 은미하고 신묘한 이치는 세상에서 가장 드문 것이니, 세속의 혼탁한 어둠을 물리쳐서 등불과 같은 가르침을 전하는 것이 끊이지 않으며, 불법을 전하는 공덕이 끊임없이 펼쳐져서 샘처럼 솟아나는 불법의 진리가 마르지 않기를 바라노라. 제목(題目)과 품차(品次)는 뒤에 열거한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큰 바닷가 마라야산(摩羅耶山) 꼭대기 능가성(楞伽城)에 머무시며 대비구 대중 대보살 대중과 함께 계셨다.
010_0919_b_20L一時佛住大海濱摩羅耶山頂楞伽城中,與大比丘衆及大菩薩衆俱。
010_0919_c_02L그 모든 보살마하살들은 이미 5법(法)1)ㆍ3성(性)2)ㆍ제식(諸識)ㆍ무아(無我)를 통달하였고, 경계(境界:감각의 대상)는 자기 마음의 뜻이 나타난 것임을 잘 알았다. 한량없는 자재한 삼매와 신통을 유희(遊戱)하면서 중생의 마음을 따라 갖가지 모습을 나타내어 방편으로 조복(調伏)시키니 모든 부처님께서 손으로 정수리에 물을 뿌려 주셨다[灌頂]. 모든 불국토에서 이 모임에 왔으며, 대혜(大慧) 보살마하살이 그 상수(上首)가 되었다.
그때 여래께서 눈을 들어 마라야산 능가대성을 보시고 곧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옛날 모든 여래ㆍ응공[應]ㆍ정등각(正等覺)께서는 다 이 성에서 스스로 증득하신 바른 지혜[聖智]의 법을 설하셨으니, 모든 외도들의 억측과 삿된 견해와 2승(乘)이 수행하는 경계는 아니었다. 내가 지금 또한 나바나왕(羅婆那王)을 위하여 이 법을 열어 보임이 마땅하리라.”
그때 나바나야차왕(羅婆那夜叉王)이 부처님의 신통력으로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멀리서 여래께서 용궁에서 나와 범ㆍ제석ㆍ사천왕ㆍ하늘ㆍ용 등에게 둘러싸여 계심을 알았다. 바다의 파도를 보고 모인 대중의 아뢰야식[藏識]의 큰 바다에 바람이 불어 전식(轉識)의 물결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환희심을 내어 그 성에서 큰 소리로 외쳤다. “나는 부처님께서 이 성에 들어오시도록 청하여, 나와 모든 하늘 세상 사람들이 긴 밤중에 큰 이익을 얻게 하리라.”
이렇게 말하고 나서 곧 권속과 함께 꽃 궁전을 타고 세존 계신 곳에 나아갔다. 그리고 궁전에서 내려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온갖 악기를 연주하여 여래께 공양하였다. 가진 악기는 모두 크고 푸른 인타라(因陀羅:帝釋天)와 보배로 유리 등의 보배를 사이사이에 섞었으며, 값을 매길 수 없는 최상의 옷을 사용하여 감싸고 있었다. 그 소리는 아름답고 미묘하여 음절이 서로 조화로운 가운데 게송(偈頌)으로 부처님을 찬탄하였다.
다시 부처님 위신력으로 부처님께 저의 이름 말씀드리면 저는 나찰왕 십수라바나(十首羅婆那:天仙)입니다.
010_0920_a_10L復以佛威神, 對佛稱己名, ‘我是羅剎王,
十首羅婆那。
이제 부처님 계신 곳에 이르렀으니 원컨대 부처님께서 저와 능가성의 모든 중생을 거두어 주소서.
010_0920_a_12L今來詣佛所, 願佛攝受我,
及楞伽城中, 所有諸衆生。
과거 한량없는 부처님 모두 보배산 정상에 오르셔서 능가성에 머무시며 스스로 깨치신 법 설하셨습니다.
010_0920_a_13L過去無量佛,
咸昇寶山頂, 住楞伽城中, 說自所證法。
세존 또한 그러하셔서 저 보배로 장엄한 산에 머무시며 보살 대중에 둘러싸여 청정한 법 연설하소서.
010_0920_a_14L世尊亦應爾, 住彼寶嚴山, 菩薩衆圍遶,
演說淸淨法。
우리들 오늘 능가성에 머무르는 대중은 한마음으로 함께 말을 떠난 깨달은 법 듣고자 합니다.
010_0920_a_16L我等於今日, 及住楞伽衆,
一心共欲聞, 離言自證法。
제가 생각건대 과거 미래세에 한량없는 부처님께서 보살들에 둘러싸여 『능가경(楞伽經)』 연설하셨으며,
010_0920_a_17L我念去來世,
所有無量佛, 菩薩共圍遶, 演說楞伽經。
이 입능가경전 옛 부처님 칭찬하신 것이오니 원컨대 부처님께서도 과거 세존과 같이 역시 중생을 위하여 법을 설하여 주옵소서.
010_0920_a_18L此入楞伽典, 昔佛所稱讚, 願佛同往尊,
亦爲衆開演。
부처님께 청하오니 헤아릴 수 없는 야차 무리 불쌍히 여기시어 저 보배로 장엄한 성에 드셔서 미묘한 법문 설하소서.
010_0920_a_20L請佛爲哀愍, 無量夜叉衆,
入彼寶嚴城, 說此妙法門。
이 미묘한 능가성은 갖가지 보배로 장식되었는데, 담장 벽은 흙과 돌이 아니라 구슬과 옥으로 장식한 그물[羅網]로 모두 진귀한 보배이옵니다.
010_0920_a_21L此妙楞伽城,
種種寶嚴飾, 牆壁非土石, 羅網悉珍寶。
여기 모든 야차 무리 예부터 일찍이 부처님께 공양하고 수행하여 모든 허물 떠나서 깨달아 알아 항상 명료합니다.
010_0920_a_22L此諸夜叉衆, 昔曾供養佛, 修行離諸過,
證知常明了。
야차의 남녀들이 대승을 갈앙(渴仰)하여 스스로 마하연(摩訶衍:大乘)을 믿고 또한 남도 머무르게 하기를 좋아합니다.
010_0920_a_24L夜叉男女等, 渴仰於大乘,
自信摩訶衍, 亦樂令他住。
010_0920_b_02L 오직 원컨대 무상존(無上尊)께서
모든 나찰 무리 옹이(甕耳) 등의 권속을 위하여 능가성에 드시옵소서.
010_0920_b_02L惟願無上尊,
爲諸羅剎衆, 甕耳等眷屬, 往詣楞伽城。
저는 과거ㆍ미래ㆍ현재에 부지런히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고 스스로 깨달으신 법 구경의 대승도(大乘道) 듣기를 원합니다.
010_0920_b_03L我於去來今, 勤供養諸佛, 願聞自證法,
究竟大乘道。
원컨대 부처님께서 저와 모든 야차 무리 불쌍히 여기시어 모든 불자들과 함께 이 능가성에 드시옵소서.
010_0920_b_05L願佛哀愍我, 及諸夜叉衆,
共諸佛子等, 入此楞伽城。
저의 궁전과 채녀와 모든 영락(瓔珞)과 사랑스럽고 근심 없는 동산[無憂園]을 원컨대 부처님이시여, 불쌍히 여겨 받아 주소서.
010_0920_b_06L我宮殿婇女,
及以諸瓔珞, 可愛無憂園, 願佛哀納受。
저는 부처님과 보살들께 베풀지 않는 물건이 없고 나아가 몸까지 바쳐 모시려 하니 오직 원컨대 불쌍히 여겨 받아 주소서.
010_0920_b_07L我於佛菩薩, 無有不捨物, 乃至身給侍,
惟願哀納受。
그때 세존께서 이 말을 들으시고 나서 곧 그에게 말씀하셨다. “야차왕이여, 과거세에 모든 대도사들이 모두 너를 불쌍히 여겨 너의 권청을 받아 보산(寶山)에 나아가 스스로 깨달은 법을 설하셨고, 미래 모든 부처님께서도 이와 같으실 것이다. 이곳은 깊고 깊은 관행(觀行)을 수행하여 법락(法樂)을 얻은 이가 머무는 곳이다. 나와 모든 보살은 너를 불쌍히 여겨 너의 청을 받아들이리라.” 이렇게 말씀하시고 나서 묵묵히 계셨다.
당신은 수행자고 언론(言論)하는 이 중에 가장 훌륭하니 존경심이 일어나 당신에게 법 여쭈어 주시기 권청하나이다.
010_0920_c_06L汝是修行者,
言論中最勝, 是故生尊敬, 勸汝請問法。
스스로 깨친 청정한 법 구경의 부처님 경지[佛地]에 들어 외도와 2승(乘) 일체의 모든 과실 떠났네.
010_0920_c_07L自證淸淨法, 究竟入佛地, 離外道二乘,
一切諸過失。
그때 세존께서 신통력으로 그 산에서 다시 한량없는 보배산을 변화로 만들어 모든 하늘의 백천만억의 미묘한 보배로 장엄하셨다.
010_0920_c_09L爾時世尊以神通力,於彼山中復更化作無量寶山,悉以諸天百千萬億妙寶嚴飾。
하나하나의 산 위에는 모두 부처님의 몸이 나타났고, 하나하나의 부처님 앞에는 모두 나바나왕과 그 대중이 모여 있었으며, 시방에 있는 일체 국토가 모두 그 가운데 나타났다. 하나하나의 국토 가운데는 모두 여래가 계시고, 하나하나의 부처님 앞에는 나바나왕과 그 권속이 모두 있었으며, 능가대성의 아수가(阿輸迦) 동산도 이와 같이 장엄하여 다른 차이가 없었다. 하나하나(나라)에는 모두 대혜보살이 있어 일어나 부처님께 청하여 여쭈었다.
부처님께서 스스로 깨달으신 지혜의 경계를 열어 보이시어 백천 가지 미묘한 음성으로 이 경을 설하고 나서 부처님과 모든 보살들이 모두 공중에서 숨어 나타나지 않았다.
010_0920_c_18L佛爲開示自證智境,以百千妙音說此經已,佛及諸菩薩皆於空中隱而不現。
010_0921_a_02L나바나왕은 오직 자신만이 이 궁전에 머물러 있는 것을 보고 생각하였다. ‘앞에 보이던 것은 누구며, 누가 그 설법을 들었으며, 본 것은 어떤 물건[物]이며, 누가 능히 보는가? 부처님과 나라의 성과 많은 보배산림 이와 같은 물건 등은 지금 어느 곳에 있는가? 꿈속에서 만들어진 것인가, 환(幻)으로 이루어진 것인가, 마치 건달바성(乾闥婆城:신기루)과 같은 것인가, 눈병[翳:瞖]으로 본 것인가, 불꽃[炎]에 미혹된 것인가, 꿈속에서 석녀(石女)가 자식을 낳은 것과 같은 것인가, 연기와 불꽃의 불 수레바퀴가 도는 것과 같은 것인가?’
그리고 다시 생각하였다. ‘일체 모든 법의 성품은 모두 이와 같아 오직 자기 마음으로 분별한 경계인데 범부는 미혹하여 능히 알지 못하는 것이다. 능히 보지도 못하고, 또한 보는 것도 없고, 능히 말하지도 못하고, 또한 말하는 것도 없다. 부처님을 뵙고 법을 듣는 것도 모두 분별이니, 앞에서 본 것과 같이 능히 부처님을 볼 수도 없다. 분별을 일으키지 아니하면 이것이 능히 보는 것이다.’
그때 능가왕은 이윽고 곧 지혜를 얻어 온갖 번뇌를 떠나 오직 자기의 마음을 깨달아 분별함이 없는 경지에 머물렀으니 지난날 심은 선근의 힘 때문이었다. 모든 법에서 실다운 소견을 얻어 다른 이를 따라 깨닫지 않고 자기의 지혜로써 바르게 관찰하여 일체 억측으로 헤아리는 삿된 견해를 영원히 떠났다. 큰 수행에 머물렀으며 수행의 스승이 되어 갖가지 몸을 나타냈고 방편을 잘 통달하였다. 또한 모든 경지에서 증진(增進)하는 모양을 영민하게 알았으며, 항상 즐거이 마음[心]과 뜻[意]과 의식(意識)을 멀리 떠나 세 가지 상속견(相續見)을 끊고 외도의 집착을 떠났으며 안으로 깨달아 여래장에 들어 불지(佛地)에 나아갔다.
그대는 심ㆍ의ㆍ의식을 영원히 떠나야 하고, 부지런히 일체 제법을 관찰하여야 한다. 안으로 수행을 닦아 밖에 보이는 것에 집착하지 말라. 2승(乘)과 외도가 닦는 구의(句義)와 보는 경계와 얻게 되는 모든 삼매법에 떨어지지 말라. 그대는 희론과 담소를 즐기지 말며, 위타(圍陀:바라문교의 경전)의 모든 견해를 일으키지 말라. 또한 왕위의 자재함에 집착하지 말고, 6정(定) 등에 머무르지 말아야 한다.
010_0921_b_02L만약 이와 같이 하면 곧 실답게 수행하는 자의 행이라서 반드시 다른 논을 꺾고 악견(惡見)을 깨뜨리며, 일체 아견의 집착을 버리고 미묘한 지혜로 의지하고 있는 식(識)을 바꾸며, 보살 대승의 도를 닦고 여래께서 스스로 깨친 경지에 들어갈 것이다.
능가왕이여, 이 법은 특별히 훌륭한 대승의 도이므로 스스로 증득한 바른 지혜[自證聖智]를 성취하게 하고 모든 존재 가운데서 최상의 미묘한 생을 받게 한다. 능가왕이여, 이 대승행은 무명의 어둠을 깨고 식(識)의 파랑(波浪)을 멸하여 외도의 모든 삿된 행에 떨어지지 않게 한다.
010_0921_c_02L이런 까닭으로 대관행의 스승[大觀行師]이라 하고, 크게 불쌍히 여기시는 이라 이름한다. 능히 번뇌 분별의 나무를 태워 없애고 모든 불자의 무리에 함께 둘러싸여 널리 일체 중생의 마음 가운데 드신다. 모든 곳에 두루하며 일체지를 갖추시어 모든 분별하는 모양을 영원히 떠나셨으니, 나는 지금 거듭 여래의 대신통력을 보기 원합니다. 신통력을 봄으로써 얻지 못한 이는 얻고, 이미 얻은 이는 물러나지 않으며, 모든 분별을 떠나 삼매락에 머물러 여래지지(如來智地)를 증장하여 만족하게 하리라.’
그때 세존께서 능가왕이 곧 무생법인(無生法忍)을 깨달은 것을 아시고 가엾이 여기시어 곧 그 몸을 나타내시고 변화하셨던 일을 도로 다시 본래와 같이 하셨다. 이때 십두왕(十頭王:나바나야차왕)은 이전에 보았던 것을 보았는데, 한량없는 산성은 다 보배로 장엄하였고, 하나하나의 성 가운데는 모두 여래ㆍ응공ㆍ정등각이 계시고 32상(相)으로 그 몸을 장엄하였으며, 자신의 몸이 모든 부처님 앞에 두루 있는 것을 보았다. 모두 큰 지혜를 갖춘 야차(夜叉)가 둘러싸고 그들이 증득한 지혜로 행하는 법을 설하였는데, 시방의 모든 불국토에서도 이와 같은 일들은 모두 차별 없이 동일하게 펼쳐졌다.
그때 세존께서 널리 대중이 모인 것을 관찰하셨으니 지혜의 눈[慧眼]으로 보신 것이요, 육안으로 보신 것이 아니었다. 사자왕과 같이 날쌔게 돌며 신속하게 돌아보시고 기쁘게 웃으시며, 미간ㆍ다리ㆍ겨드랑이ㆍ허리ㆍ목ㆍ어깨ㆍ팔ㆍ덕자(德字:卍자) 가운데 하나하나의 모공(毛孔)에서 모두 한량없는 미묘한 빛의 광명을 놓으시니, 무지개가 빛나는 것 같고 태양이 펼치는 빛 같았으며 겁(劫)의 불이 맹렬하게 타는 것 같았다.
010_0922_a_02L이때 허공에 있던 제석과 사천왕은 여래께서 아득히 먼 수미산처럼 높은 능가산 꼭대기에 앉아서 기쁘게 크게 웃으시는 것을 보았다. 그때 모든 보살과 모든 하늘 대중은 다 이런 생각을 하였다. ‘여래 세존께서는 법에 자재하신데 어떤 인연으로 기쁘게 크게 웃으시고 몸으로 광명을 놓으시며, 잠자코 움직이지 않고 스스로 깨달으신 경계에 머물러 삼매의 즐거움에 드시며, 사자왕이 주위를 돌아보듯이 나바나를 보시고 실다운 법을 생각하시는가.’
그때 대혜보살마하살은 먼저 나바나왕의 청을 받고 다시 보살 대중의 마음을 알고 미래 일체 중생을 살펴보니 다 언어와 문자를 즐겨 말을 따라 뜻을 취하므로 미혹이 생기고 2승과 외도의 행을 집착하여 행하였다. 한편 생각하기를, ‘세존께서는 이미 모든 식(識)의 경계를 떠났는데 어떤 인연으로 기쁘게 크게 웃으시는가’라고 하였다. 그리고 그 의심을 끊기 위해 부처님께 여쭈었다.
그때 여래께서 능가왕이 이 뜻을 묻고자 함을 아시고 말씀하셨다. “능가왕이여, 그대가 나에게 묻고자 하니 반드시 빨리 묻는 것이 좋다. 내가 분별하고 해석하여 그대의 소원을 만족하게 하고 환희하게 하리라. 반드시 지혜로써 사유하고 관찰하여 모든 분별을 떠나 모든 경지를 잘 알아 닦고 익히어 대치(對治)하여 진실한 뜻을 깨달아 삼매락(三味樂)에 들며, 모든 여래께서 거두어 주시는 바가 될 것이다.
010_0922_b_02L 사마타(奢摩他:삼매)의 즐거움에 머물러 2승 삼매의 과실을 멀리 떠나 부동지(不動地)ㆍ선혜지(善慧地)ㆍ법운지(法雲地)의 보살의 경지에 머물러 반드시 실답게 모든 법이 내가 없음[諸法無我]을 알며, 마땅히 큰 보배의 연꽃 궁전에서 삼매의 물로 정수리에 뿌려줄 것이다. 다시 한량없는 연꽃이 나타나 에워싸고 무수한 보살 가운데 머물러 모든 대중과 더불어 번갈아 쳐다볼 것이다. 이와 같은 경계는 불가사의하다.
능가왕이여, 그대가 하나의 방편 행을 일으켜 수행하는 경지에 머물러 다시 한량없는 방편 행을 일으키면 반드시 위에서 설한 바와 같은 불가사의한 일[不思議事]을 얻어 여래의 지위에 있으면서 형상에 따라 사물[物]에 응할 것이니, 그대가 얻은 바는 일체 2승과 모든 외도ㆍ범천ㆍ제석천 등은 일찍이 보지 못한 것이다.”
그때 능가왕이 부처님의 허락을 받고 곧 청정한 광명이 큰 연꽃 같은 보배산 정상의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든 채녀들이 둘러싼 곳에서 한량없는 갖가지 색의 꽃ㆍ갖가지 색의 향ㆍ가루 향ㆍ바르는 향ㆍ당(幢)과 번(幡)ㆍ헌개(幰蓋:휘장)ㆍ관(冠)ㆍ패옥ㆍ영락과 세간에서 일찍이 보고 듣지도 못한 갖가지 훌륭하고 미묘한 장엄도구를 신통변화로 만들었다.
다시 욕계에 있는 갖가지 한량없는 모든 소리의 악기를 변화하여 만들었는데, 모든 하늘ㆍ용ㆍ건달바 등 일체 세간에 있는 것보다도 뛰어난 것이었다. 사방 불국토에 옛날 일찍이 보았던 모든 소리의 악기를 변화하여 만들고, 큰 보배 그물을 변화하여 만들어 일체 불보살 위에 두루 덮고 다시 여러 가지 최상의 미묘한 의복을 나타내어 당번을 세우고 공양하였다.
010_0922_c_02L“제가 지금 여래께 두 가지 뜻을 여쭙고자 합니다. 이와 같은 두 가지 뜻을 제가 이미 일찍이 과거 여래ㆍ응공ㆍ정등각께 여쭈었고, 그 부처님께서는 이미 저를 위하여 설하셨습니다. 저는 지금 또 이 뜻을 여쭙고자 합니다. 오직 원컨대 여래께서는 저를 위하여 베풀어 설하여 주시기를 원합니다.
세존이시여, 변화하신 여래는 이 두 가지 뜻을 설하셨으나 근본 부처님은 그렇지 않습니다. 근본 부처님은 삼매락의 경계는 설하셨으나 허망분별의 행은 설하지 않으셨습니다. 거룩하신 세존께서는 법에 자재하시니 불쌍히 여기시고 이 두 가지 뜻을 말씀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모든 불자들이 마음에 즐겨 들을 것입니다.”
그때 세존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마땅히 물어라. 내가 그대를 위하여 설하리라.”
010_0922_c_09L爾時世尊告彼王言:“汝應問,我當爲汝說。”
그때 야차왕이 다시 갖가지 보관 영락과 여러 가지 장식하는 도구를 가지고 몸을 장엄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여래께서는 항상 설하기를 ‘법도 오히려 버려야 하거늘 어찌 하물며 법 아닌 것이랴’라고 하셨는데 어떻게 이 두 가지 법을 버리옵니까? 무엇이 법이며, 무엇이 법이 아니옵니까? 만약 법을 버린다면 어떻게 둘이 있습니까? 둘이 있으면 곧 분별상(分別相)에 떨어지며, 유체(有體)ㆍ무체(無體)ㆍ시실(是實)ㆍ비실(非實)과 같이 일체가 모두 분별이므로 아뢰야식(阿賴耶識)은 무차별 상(相)임을 알지 못하니, 마치 털바퀴[毛輪]가 머묾과 같아 청정한 지혜의 경계는 아닙니다. 법성(法性)이 이와 같은데 어떻게 버릴 수 있습니까?”
그때 부처님께서 능가왕에게 말씀하셨다. “능가왕이여, 그대는 어찌 병(甁:보물이 나오는 병) 등이 무상하게 파괴되는 법을 보지 못하였는가? 범부는 그 가운데서 망령되게 분별하는 마음을 낸다. 그대는 지금 어찌하여 이와 같이 법과 법 아닌 차별의 모습을 알지 못하는가? 이것이 범부가 분별하는 것이요, 깨달은 지혜로 보는 것이 아니다. 범부는 갖가지 모양 가운데 떨어지지만 모든 깨달은 이는 그렇지 않다.
010_0923_a_02L능가왕이여, 궁전과 동산ㆍ숲이 탈 때 갖가지 불꽃을 보지만 불의 성품은 하나이다. 그러나 나오는 불꽃은 땔나무의 힘을 따라 불꽃이 길고 짧고 크고 작고 각각 차별이 있듯이 그대는 지금 어찌하여 이와 같이 법과 법 아닌 차별의 모습을 알지 못하는가?
능가왕이여, 한 개의 종자에서 싹과 줄기, 가지와 잎, 꽃과 열매가 생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차별이 있는 것과 같다. 밖의 법이 이와 같으니 안의 법도 또한 그와 같다. 말하자면 무명(無明)이 연이 되어 온(蘊)ㆍ계(界)ㆍ처(處)의 모든 법이 생기며, 삼계에서 모든 세계[趣]에 생을 받아 괴로움ㆍ즐거움ㆍ좋고 추함ㆍ말하거나 잠잠하거나 가거나 멈추며 각각 차별이 있다. 또 모든 식(識)의 상(相)은 비록 이것이 하나이나 경계를 따라 상ㆍ중ㆍ하, 염(染)ㆍ정(淨), 선(善)ㆍ악(惡)의 갖가지 차별이 있다.
능가왕이여, 다만 위와 같은 법에만 차별이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수행자가 관행(觀行)을 닦을 때 스스로 지혜로 행하는 것에서도 또한 차별의 모습을 보는데 하물며 법과 법 아닌 것에 갖가지 차별과 분별이 없겠느냐? 능가왕이여, 법과 법이 아닌 차별상은 모두 상(相)을 분별하기 때문임을 알아야 한다.
능가왕이여, 무엇이 법인가? 말하자면 2승(乘)과 모든 외도는 허망하게 분별하여 실체가 있어 제법의 인이 된다고 말한다. 이와 같은 법은 마땅히 버리고 떠나서 그 가운데서 분별하여 상을 취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자기 마음의 법의 성품[自心法性]을 보면 곧 집착할 것이 없다. 병 등의 모든 물건은 범부가 어리석게 취하는 것으로 본래 실체가 없는 것이니 모든 관행(觀行)하는 사람이 비발사나(毘鉢舍那:觀)로써 여실히 관찰하는 것을 이름하여 모든 법을 버린다고 한다.
010_0923_b_02L다시 법 아닌 것이 있다. 말하자면 토끼 뿔과 석녀의 아이 등은 모두 성품이나 모양이 없어 분별하지도 못하는데 다만 세속을 따라 이름만 있을 뿐이다. 병 등과 같아서 취하여 집착할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이 식(識)이 취할 바가 아니다. 이와 같이 분별하는 것도 반드시 버리고 떠나야 하는데 이를 법을 버림[捨法]과 법 아닌 것을 버림[捨非法]이라 한다.
능가왕이여, 그대가 앞에서 물은 것을 내가 이미 설하여 마쳤다. 능가왕이여, 그대가 말하기를 ‘나는 과거 모든 여래께 이미 이 뜻을 여쭈었고 모든 여래께서는 이미 저를 위하여 설하셨다’라고 하였다. 능가왕이여, 그대가 말한 과거는 단지 분별일 뿐이요, 미래도 또한 그러하며 나도 또한 그와 같다.
능가왕이여, 모든 부처님 법은 분별을 떠났고 이미 일체 분별의 희론에서 벗어나 색상(色相)과 같지 아니하며, 오직 지혜로 깨달을 뿐이며, 중생에게 안락을 얻게 하기 위하여 법을 설하는 것이다. 무상지(無相智)로써 설하기 때문에 여래라고 이름하고, 여래는 지혜로써 체(體)를 삼고 지혜가 몸[身]이 됨으로 분별할 수 없고 분별의 대상도 될 수가 없다. 아상ㆍ인상ㆍ중생상으로도 분별할 수 없다. 무슨 까닭으로 분별하지 못하는가? 의식은 경계를 인(因)하여 일어나 색(色)과 형상을 취하기 때문에 분별을 떠났고 또한 분별할 대상도 떠났다.
능가왕이여, 이와 같이 보는 것을 바른 견해[正見]라 하고 만약 다르게 보면 분별견(分別見)이라 하며 분별하기 때문에 두 가지에 집착한다.
010_0923_b_20L楞伽王!能如是見名爲正見,若他見者名分別見,由分別故取著於二。
010_0923_c_02L능가왕이여,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물과 거울 속에서 스스로 그 모습을 보고, 등불과 달빛 속에서 스스로 그 그림자를 보며, 산골짜기에서 스스로 그 메아리를 듣고 분별하는 마음을 내어 집착을 일으키는 것과 같이, 이것도 또한 그와 같아서 법과 법이 아닌 것은 오직 분별일 뿐이다. 분별하기 때문에 능히 버리지도 여의지도 못하고 오직 일체의 허망함만 증장할 뿐 적멸을 얻지 못한다. 적멸이란 말하자면 한 가지 인연[一緣]이다. 한 가지 인연이란 가장 훌륭한 삼매다. 이것으로부터 능히 스스로 깨달은 바른 지혜[自證聖智]가 생기니 여래장(如來藏)으로 경계를 삼는다.”
세간의 생멸 여의어 비유하면 허공 꽃과 같아 지혜는 유무(有無)를 얻을 수 없지만 대비심을 일으키시네.
010_0923_c_11L世閒離生滅, 譬如虛空花, 智不得有無,
而興大悲心。
일체법은 환(幻)과 같아 심식(心識)을 멀리 떠났으며 지혜는 유무를 얻을 수 없지만 대비심을 일으키시네.
010_0923_c_13L一切法如幻, 遠離於心識,
智不得有無, 而興大悲心。
세간은 항상 꿈과 같아 단견(斷見)과 상견(常見)을 멀리 떠났으며 지혜는 유무를 얻을 수 없지만 대비심을 일으키시네.
010_0923_c_14L世閒恒如夢,
遠離於斷常, 智不得有無, 而興大悲心。
인무아(人無我)ㆍ법무아(法無我) 번뇌장ㆍ소지장[爾焰:所知ㆍ知境] 항상 청정하여 무상(無相)임을 아시지만 대비심을 일으키시네.
010_0923_c_15L知人法無我, 煩惱及爾焰, 常淸淨無相,
而興大悲心。
부처님께서는 열반에 머무르지 않으시고 열반은 부처님께 머무르지 않아 깨침[覺]과 깨치지 못함[不覺] 있다[有], 있지 않다[非有]를 멀리 떠나셨네.
010_0923_c_17L佛不住涅槃, 涅槃不住佛,
遠離覺不覺, 若有若非有。
법신은 환과 꿈 같아 어떻게 칭찬할 수 있으랴. 성품도 없고 생김도 없음을 알면 곧 부처님을 칭찬함이네.
010_0923_c_18L法身如幻夢,
云何可稱讚, 知無性無生, 乃名稱讚佛。
부처님께서는 근(根)과 경(境)의 모양이 없는데 보지 못함[不見]을 부처님 보았다 하네. 어떻게 모니(牟尼:부처님)께 능히 칭찬과 헐뜯음이 있을 것인가.
010_0923_c_19L佛無根境相, 不見名見佛, 云何於牟尼,
而能有讚毀。
만약 부처님을 보았다면 고요히 생(生)을 멀리 여의리니 이 사람 금세(今世)와 후세(後世)에 집착 떠나 보는 바가 없으리라.
010_0923_c_21L若見於牟尼, 寂靜遠離生,
是人今後世, 離著無所見。
그때 대혜보살마하살이 게송으로 부처님을 찬탄하고 나서 스스로 성명을 말하였다.
010_0923_c_22L爾時大慧!菩薩摩訶薩偈讚佛已,自說姓名:
010_0924_a_02L 저의 이름은 대혜이고 대승을 통달하고자 지금 백팔 가지의 뜻을
가장 높으신 분께 우러러 여쭈옵니다.
010_0923_c_24L我名爲大慧, 通達於大乘, 今以百八義,
仰諮尊中上。
그때 세간해(世間解:부처님)께서 이 말을 들으시고 널리 대중을 관찰하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010_0924_a_03L時世閒解聞是語已,普觀衆會而說是言:
그대들 모든 불자는 지금 마음대로 물어라. 내가 마땅히 그들을 위하여 스스로 깨친 경계 말하리라.
010_0924_a_05L汝等諸佛子, 今皆恣所問, 我當爲汝說,
自證之境界。
그때 대혜보살마하살이 부처님의 허락을 받고 부처님 발에 머리를 대고 예를 드리고 게송으로 아뢰었다.
010_0924_a_07L爾時大慧!菩薩摩訶薩蒙佛許已,頂禮佛足以頌問曰:
어떻게 헤아리고 분별함[計度]이 일어나고 어떻게 헤아리고 분별함을 깨끗이 합니까? 어찌하여 미혹이 일어나고 어떻게 미혹을 깨끗이 합니까?
010_0924_a_09L云何起計度, 云何淨計度, 云何起迷惑,
云何淨迷惑。
어떤 것을 불자(佛子)라 이름하고 그림자와 차례도 없음입니까? 어떤 것이 불국토[刹士]이며 변화한 모양과 모든 외도들입니까?
010_0924_a_11L云何名佛子, 及無影次第,
云何剎土化, 相及諸外道。
해탈은 어디에 이르는 것이며 누가 속박하고 누가 풀 수 있습니까? 어떤 것이 선(禪)의 경계이며 무슨 까닭에 3승이 있습니까?
010_0924_a_13L解脫至何所,
誰縛誰能解,
云何禪境界, 何故有三乘。
저것은 어떤 인연으로 생기며 어떻게 만들어지며 어떻게 만듭니까? 누가 둘이 모두 다르다고 말하며 어떻게 모든 존재[諸有]가 일어납니까?
010_0924_a_15L彼以何緣生,
何作何能作, 誰說二俱異, 云何諸有起。
무엇이 무색정(無色定)이고 무엇이 멸진정(滅盡定)이며 무엇이 상멸(想滅)이고 어떻게 정(定)에서 각(覺)을 이룹니까?
010_0924_a_16L云何無色定, 及與滅盡定, 云何爲想滅,
云何從定覺。
어떤 것이 만들어지고 생기며 나아가고 물러가며 몸을 가짐이며 어떻게 모든 사물을 보고 어떻게 모든 경지에 들어갑니까?
010_0924_a_18L云何所作生, 進去及持身,
云何見諸物, 云何入諸地。
어떻게 불자가 있고 누가 능히 삼유(三有:삼계)를 깨뜨리며 어느 곳에서 몸은 어떻게 생겨서 다시 어느 곳에 머무릅니까?
010_0924_a_19L云何有佛子,
誰能破三有, 何處身云何, 生復住何處。
어떻게 신통과 자재와 삼매를 얻습니까? 삼매의 마음은 어떤 모양인지 원하옵나니 부처님께서 저희들을 위하여 설하여 주십시오.
010_0924_a_20L云何得神通, 自在及三昧, 三昧心何相,
願佛爲我說。
무엇을 장식(藏識)이라 하고 무엇을 의식(意識)이라 하며 어떻게 모든 견해[見]가 일어나고 어떻게 모든 견해를 물리칩니까?
010_0924_a_22L云何名藏識, 云何名意識,
云何起諸見, 云何退諸見。
무엇이 성(姓)과 비성(非姓)이며 무엇을 오직 이 마음이라 하며 어떤 원인으로 모양[相]이 건립(建立)되고 어떻게 무아(無我)가 이루어집니까?
010_0924_a_23L云何姓非姓,
云何唯是心, 何因建立相, 云何成無我。
무엇이 중생이 없음[無衆生]이고 무엇이 세속의 말을 따르는 것이며 어떻게 해야 상견(常見)과 단견(斷見)이 일어나지 않게 할 수 있습니까?
010_0924_a_24L云何無衆生, 云何隨俗說, 云何得不起,
常見及斷見。
010_0924_b_02L 어찌하여 부처님과 외도의 상(相)이 서로 어긋나지 않다고 합니까?
무슨 까닭으로 오는 세상에는 여러 가지 이부(異部)가 있습니까?
010_0924_b_02L云何佛外道, 其相不相違,
何故當來世, 種種諸異部。
무엇을 성품이 공하다 하고 무엇이 찰나멸(刹那滅)이며 태장(胎藏)은 어떻게 일어나고 어떻게 세간이 움직이지 아니합니까?
010_0924_b_03L云何爲性空,
云何剎那滅, 胎藏云何起, 云何世不動。
왜 모든 세간은 환(幻)과 같고 꿈과 같고 건달바성(신기루)ㆍ아지랑이 나아가 물속의 달과 같습니까?
010_0924_b_04L云何諸世閒, 如幻亦如夢, 乾城及陽焰,
乃至水中月。
어떤 것이 보리분(菩提分:37조도품)이며 각분(覺分:37조도품)은 어디에서 일어나며 어찌하여 국토가 어지럽고 무슨 까닭으로 제유(諸有)를 봅니까?
010_0924_b_06L云何菩提分, 覺分從何起,
云何國土亂, 何故見諸有。
어떻게 세간법을 알고 어떻게 문자를 여의며 어떻게 하면 공화(空花)와 같이 생기지도 않고 멸하지도 아니합니까?
010_0924_b_07L云何知世法,
云何離文字, 云何如空花, 不生亦不滅。
진여는 몇 가지가 있고 모든 바라밀[度]의 마음은 몇 가지며 무엇 때문에 허공과 같고 어떻게 분별을 여의옵니까?
010_0924_b_08L眞如有幾種, 諸度心有幾, 云何如虛空,
云何離分別。
무엇을 견지[地]의 차례라 하고 어떻게 하면 그림자가 없음을 얻으며 무엇이 2무아(無我:人無我ㆍ法無我)이고 어떻게 소지장[所知]이 청정해집니까?
010_0924_b_10L云何地次第, 云何得無影,
何者二無我, 云何所知淨。
바른 지혜는 몇 가지가 있으며 계(戒)와 중생은 몇 종류가 있습니까? 마니(摩尼) 등 모든 보배 이것은 모두 어떻게 나옵니까?
010_0924_b_11L聖智有幾種,
戒衆生亦然, 摩尼等諸寶, 斯竝云何出。
누가 언어[語言]와 중생과 모든 사물을 일으키고, 명처(明處:五明)와 기술을 누가 나타내 보입니까?
010_0924_b_12L誰起於語言, 衆生及諸物, 明處與伎術,
誰之所顯示。
가타(伽他:게송)는 몇 가지이고 장행구(長行句)는 몇 가지이며 도리(道理)는 몇 가지가 같지 아니하며 해석(解釋)은 얼마나 차별됩니까?
010_0924_b_14L伽他有幾種, 長行句亦然,
道理幾不同, 解釋幾差別。
음식은 누가 만들고 애욕은 왜 일어나며 왜 전륜왕이 있으며, 모든 작은 왕[小王]이 있습니까?
010_0924_b_15L飮食是誰作,
愛欲云何起, 云何轉輪王, 及以諸小王。
어떻게 왕이 수호하고 하늘의 무리는 몇 종류이며 땅ㆍ해ㆍ달ㆍ별 이것들이 함께 어우러진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010_0924_b_16L云何王守護, 天衆幾種別, 地日月星宿,
斯等竝是何。
해탈은 몇 가지가 있고 수행하는 스승[修行師]은 또한 몇이며 어떤 것이 아사리(阿闍梨)이고 제자는 얼마나 차별이 있습니까?
010_0924_b_18L解脫有幾種, 修行師復幾,
云何阿闍梨, 弟子幾差別。
여래는 몇 종류이고 본생(本生)의 일은 몇 가지이며 온갖 마(魔)와 이학(異學) 이 같은 것은 몇 가지나 있습니까?
010_0924_b_19L如來有幾種,
本生事亦然, 衆魔及異學, 如是各有幾。
자성(自性)은 몇 가지가 다르고 마음은 몇 가지 종별(種別)이 있으며 무엇 때문에 오직 가설(假說)하신 것인지 원컨대 부처님이시여, 연설해 주소서.
010_0924_b_20L自性幾種異, 心有幾種別, 云何唯假設,
願佛爲開演。
어떻게 바람과 구름이 되고 생각과 지혜 어떤 인연으로 있으며 등나무들의 행렬(行列) 이것은 모두 누가 만듭니까?
010_0924_b_22L云何爲風雲, 念智何因有,
藤樹等行列, 此竝誰能作。
무엇을 코끼리ㆍ말ㆍ짐승이라 하고 무엇 때문에 포획하는 것입니까? 무엇이 비루(卑陋)한 사람이며 이들은 누가 만듭니까?
010_0924_b_23L云何象馬獸,
何因而捕取, 云何卑陋人, 此竝誰能作。
010_0924_c_02L 무엇 때문에 6시(時:하루)가 있으며 무엇 때문에 일천제(一闡提)라 하며 여자ㆍ남자ㆍ불남(不男)
이들은 모두 어떻게 생기옵니까?
010_0924_b_24L云何六時攝, 云何一闡提, 女男及不男,
此竝云何生。
무엇이 수행의 정진이며 무엇이 수행의 퇴보이며 유가사(瑜伽師:요가 수행인)는 얼마나 있어 사람들을 수행에 머물게 합니까?
010_0924_c_03L云何修行進, 云何修行退,
瑜伽師有幾, 令人住其中。
중생이 모든 부류[趣:육도]에 태어날 때 어떤 형상ㆍ어떤 색상이며, 부자로 넉넉하여 크게 자재함은 또 어떤 인연으로 얻습니까?
010_0924_c_04L衆生生諸趣,
何形何色相, 富饒大自在, 此復何因得。
어떤 것이 석가 종족이고 어떤 것이 감자종(甘蔗種:감자왕 후손ㆍ석가족)이며 선인(仙人)의 오랜 고행은 누구의 가르침입니까?
010_0924_c_05L云何釋迦種, 云何甘蔗種, 仙人長苦行,
是誰之教授。
어떤 인연으로 부처님ㆍ세존께서 일체 세계 중에 나타나시어 다른 이름의 모든 색의 부류와 불자의 무리가 에워쌉니까?
010_0924_c_07L何因佛世尊, 一切剎中現,
異名諸色類, 佛子衆圍遶。
어떤 이유로 고기를 먹지 않고 무슨 이유로 고기를 끊게 하시며 고기를 먹는 모든 중생은 무슨 까닭으로 먹습니까?
010_0924_c_08L何因不食肉,
何因令斷肉, 食肉諸衆生, 以何因故食。
무슨 까닭으로 모든 국토가 해와 달 모양과 수미산과 연꽃 만자(卍字)와 사자상 같습니까?
010_0924_c_09L何故諸國土, 猶如日月形, 須彌及蓮花,
卍字師子像。
무슨 까닭으로 모든 국토는 인타라(因陀羅) 그물과 같이 덮여 있거나 혹은 옆에 있으며 일체가 보배로 이루어져 있습니까?
010_0924_c_11L何故諸國土, 如因陁羅網,
覆住或側住, 一切寶所成。
무슨 까닭에 모든 국토가 더러움 없는 해와 달의 빛 혹은 꽃과 열매 모양 같고 가느다란 북 같습니까?
010_0924_c_12L何故諸國土,
無垢日月光, 或如花果形, 箜篌細腰鼓。
어떤 것이 변화한 부처님이고 어떤 것이 보신불(報身佛)이며 진여지혜불(眞如智慧佛)인지 원컨대 모두 저희를 위하여 설하여 주십시오.
010_0924_c_13L云何變化佛, 云何爲報佛, 眞如智慧佛,
願皆爲我說。
어째서 욕계에서는 등정각(等正覺)을 이루지 못하며 무슨 까닭에 색구경천에서는 번뇌[染]를 떠나 보리를 얻습니까?
010_0924_c_15L云何於欲界, 不成等正覺,
何故色究竟, 離染得菩提。
여래 멸도 후는 누가 마땅히 정법을 지키며 세존 머무르시는 것과 같이 정법은 얼마 동안 머무르겠습니까?
010_0924_c_16L如來滅度後,
誰當持正法, 世尊住久如, 正法幾時住。
실단(悉檀:敎法)은 몇 가지가 있고 모든 견해는 또 얼마나 있으며 무슨 까닭에 비니(毗尼:계율)를 세우고 또 모든 비구에게 지키라고 하십니까?
010_0924_c_17L悉檀有幾種, 諸見復有幾, 何故立毘尼,
及以諸比丘。
일체 모든 불자와 독각과 성문은 어떻게 의지처를 바꾸며 어떻게 무상(無相)을 얻을 수 있습니까?
010_0924_c_19L一切諸佛子, 獨覺及聲聞,
云何轉所依, 云何得無相。
어떻게 세간의 신통을 얻고 어떻게 세간을 벗어나며 다시 어떤 인연으로 마음이 7지(地) 중에 머무릅니까?
010_0924_c_20L云何得世通,
云何得出世, 復以何因緣, 心住七地中。
승가는 몇 종류가 있고 어떻게 승가를 파괴하며 어떻게 중생 위하여 널리 의원의 처방을 설하십니까?
010_0924_c_21L僧伽有幾種, 云何成破僧, 云何爲衆生,
廣說醫方論。
무슨 까닭에 대모니(大牟尼)께서 이와 같은 말씀을 설하셨습니까? 가섭(迦葉)ㆍ구류손(拘留孫) 구나함모니(拘那含牟尼)는 ‘나’라고.
010_0924_c_23L何故大牟尼, 唱說如是言:
迦葉拘留孫, 拘那含是我。
무슨 까닭에 단(斷)ㆍ상(常)과 아(我)와 무아(無我)를 말씀하시고 어째서 항상함이 진실이라 설하지 않고 일체가 오직 이 마음이라 하셨습니까?
010_0924_c_24L何故說斷常,
及與我無我, 何不恒說實, 一切唯是心。
010_0925_a_02L
어찌하여 남녀숲[男女林]ㆍ 하리륵[訶梨:과수ㆍ과실은 약용]ㆍ암마라(菴摩羅:나무 이름)ㆍ 계라사(鷄羅娑:설산의 嶺)ㆍ윤위(輪圍:철위산)와 금강으로 된 산이 있으며 이와 같은 곳 중간에 셀 수 없이 많은 보배로 장엄하여 선인(仙人)과 건달바들이 일체가 모두 충만하니 이것은 모두 어떤 인연인지 원컨대 세존께서 저희들을 위하여 설하여 주십시오.
무엇이 장행구(長行句)이고 음욕과 음식이며 무엇이 남녀의 숲[男女林]이며 금강 등의 산이 있고 환(幻)과 꿈과 갈애(渴愛)의 비유 모든 구름은 어디에서 일어나며 시절(시간)은 어떻게 있고 어떤 원인으로 갖가지 맛이 있으며 여자ㆍ남자ㆍ불남(不男)이 있으며 불ㆍ보살의 장엄이 있는가?
부처님께서 대혜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말하자면 생기는 구[生句]와 생기지 않는 구[非生句], 항상한 구[常句]와 항상하지 않는 구[非常句], 모양의 구[相句]와 모양 없는 구[無相句], 머물고 달라지는 구[住異句]와 머물지 않고 달라지지 않는 구[非住異句], 찰나구(刹那句)와 찰나가 아닌 구[非刹那句], 자성구(自性句)와 자성이 아닌 구[非自性句], 공구(空句)와 공이 아닌 구[非空句], 끊어진 구[斷句]와 끊어지지 않은 구[非斷句], 마음의 구[心句]와 마음이 아닌 구[非心句], 가운데 구[中句]와 가운데가 아닌 구[非中句], 인연의 구[緣句]와 인연이 아닌 구[非緣句], 원인의 구[因句]와 원인이 아닌 구[非因句]이다.
010_0926_a_02L 번뇌구(煩惱句)와 번뇌가 아닌 구[非煩惱句], 사랑의 구[愛句]와 사랑이 아닌 구[非愛句], 방편구(方便句)와 방편이 아닌 구[非方便句], 선교구(善巧句)와 선교가 아닌 구[非善巧句], 청정구(淸淨句)와 청정이 아닌 구[非淸淨句], 상응구(相應句)와 상응이 아닌 구[非相應句], 비유구(譬喩句)와 비유가 아닌 구[非譬喩句], 제자구(弟子句)와 제자가 아닌 구[非弟子句], 스승의 구[師句]와 스승이 아닌 구[非師句], 종성구(種性句)와 종성이 아닌 구[非種性句], 3승구(乘句)와 3승이 아닌 구[非三乘句]이다.
그림자가 없는 구[無影像句]와 그림자가 없지 않은 구[非無影像句], 소원구[願句]와 소원이 아닌 구[非願句], 3륜구(輪句)와 3륜이 아닌 구[非三輪句], 모양을 표한 구[標相句]와 표상이 아닌 구[非標相句], 있는 구[有句]와 있지 않은 구[非有句], 없는 구[無句]와 없지 않은 구[非無句], 함께 하는 구[俱句]와 함께 하지 않은 구[非俱句], 스스로 바른 지혜를 깨닫는 구[自證聖智句]와 스스로 바른 지혜를 증득하지 않은 구[非自證聖智句], 현재 법을 즐기는 구[現法樂句]와 현재 법을 즐겨 하지 않는 구[非現法樂句], 국토구[刹句]와 국토가 아닌 구[非刹句], 티끌 구[塵句]와 티끌이 아닌 구[非塵句]이다.
물의 구[水句]와 물이 아닌 구[非水句], 활의 구[弓句]와 활이 아닌 구[非弓句], 대종구(大種句)와 대종이 아닌 구[非大種句], 산수구(算數句)와 산수가 아닌 구[非算數句], 신통구(神通句)와 신통이 아닌 구[非神通句], 허공구(虛空句)와 허공이 아닌 구[非虛空句], 구름구[雲句]와 구름 아닌 구[非雲句], 교명구(巧明句)와 교명이 아닌 구[非巧明句], 기술구(技術句)와 기술 아닌 구[非技術句], 바람구[風句]와 바람 아닌 구[非風句], 땅구[地句]와 땅 아닌 구[非地句], 마음구[心句]와 마음 아닌 구[非心句]이다.
거짓으로 세운 구[假立句]와 거짓으로 세움이 아닌 구[非假立句], 체성구(體性句)와 체성이 아닌 구[非體性句], 쌓인 구[蘊句]와 쌓임이 아닌 구[非蘊句], 중생구(衆生句)와 중생이 아닌 구[非衆生句], 깨달음의 구[覺句]와 깨달음 아닌 구[非覺句], 열반구(涅槃句)와 열반 아닌 구[非涅槃句], 아는 구[所知句]와 알지 못하는 구[非所知句], 외도구(外道句)와 외도 아닌 구[非外道句], 황란구(荒亂句)와 황란 아닌 구[非荒亂句], 환구(幻句)와 환이 아닌 구[非幻句], 꿈의 구[夢句]와 꿈이 아닌 구[非夢句]이다.
아지랑이구[陽焰句]와 아지랑이 아닌 구[非陽焰句], 그림자의 구[影像句]와 그림자가 아닌 구[非影像句], 불수레바퀴 구[火輪句]와 불수레바퀴 아닌 구[非火輪句], 건달바구(乾闥婆句)와 건달바 아닌 구[非乾闥婆句], 하늘구[天句]와 하늘 아닌 구[非天句], 음식구(飮食句)와 음식 아닌 구[非飮食句], 음욕구(淫慾句)와 음욕이 아닌 구[非淫慾句], 보는 구[見句]와 보는 것이 아닌 구[非見句], 바라밀구(婆羅蜜句)와 바라밀이 아닌 구[非婆羅蜜句], 계의 구[戒句]와 계가 아닌 구[非戒句]이다.
010_0926_b_02L 해ㆍ달ㆍ별의 구[日月星宿句]와 해ㆍ달ㆍ별이 아닌 구[非日月星宿句], 진리구[諦句]와 진리 아닌 구[非諦句], 과구(果句)와 과 아닌 구[非果句], 멸구(滅句)와 멸이 아닌 구[非滅句], 멸을 일으키는 구[滅起句]와 멸을 일으키지 않는 구[非滅起句], 의방구(醫方句)와 의방 아닌 구[非醫方句], 모양구[相句]와 모양 아닌 구[非相句], 가지구[支分句]와 가지 아닌 구[非支分句], 선구(禪句)와 선이 아닌 구[非禪句], 미혹구[迷句]와 미혹 아닌 구[非迷句], 나타난 구[現句]와 나타나지 않는 구[非現句], 보호구[護句]와 보호 아닌 구[非護句]이다.
종족구(種族句)와 종족 아닌 구[非種族句], 신선구[仙句]와 신선 아닌 구[非仙句], 왕구(王句)와 왕이 아닌 구[非王句], 거둬들이는 구[攝受句]와 거둬들이지 않는 구[非攝受句], 보배구[寶句]와 보배 아닌 구[非寶句], 기록하는 구[記句]와 기록하지 않는 구[非記句], 일천제구(一闡提句)와 일천제가 아닌 구[非一闡提句], 여자ㆍ남자ㆍ불남구[女男不男句]와 여자ㆍ남자ㆍ불남이 아닌 구[非女男不男句], 맛의 구[味句]와 맛 아닌 구[非味句], 짓는 구[作句]와 짓는 것이 아닌 구[非作句]이다.
몸의 구[身句]와 몸 아닌 구[非身句], 헤아리는 구[計度句]와 헤아리지 않는 구[非計度句], 움직이는 구[動句]와 움직이지 않는 구[非動句], 뿌리 구[根句]와 뿌리 아닌 구[非根句], 유위구(有爲句)와 유위 아닌 구[非有爲句], 인과구(因果句)와 인과 아닌 구[非因果句], 색구경구(色究竟句)와 색구경 아닌 구[非色究竟句], 시절구(時節句)와 시절이 아닌 구[非時節句], 나무와 덩굴 구[樹藤句]와 나무와 덩굴이 아닌 구[非樹藤句], 여러 가지 구[種種句]와 여러 가지가 아닌 구[非種種句]이다.
연설구(演說句)와 연설이 아닌 구[非演說句], 결정구(決定句)와 결정이 아닌 구[非決定句], 비니구(毗尼句)와 비니가 아닌 구[非毗尼句], 비구구(比丘句)와 비구가 아닌 구[非比丘句], 주지구(住持句)와 주지가 아닌 구[非住持句], 문자구(文字句)와 문자가 아닌 구[非文字句]이다. 대혜여, 이 백팔 구는 모두 과거 모든 부처님께서 설하신 것이다.”
그때 대혜보살마하살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모든 식(識)은 몇 가지의 생기고 머물고 멸하는 것이 있습니까?”
010_0926_b_21L爾時大慧!菩薩摩訶薩復白佛言:“世尊!諸識有幾種生住滅?”
010_0926_c_02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혜여, 모든 식은 2가지 생(生)ㆍ주(住)ㆍ멸(滅)이 있으나 억측으로 아는 것이 아니다. 말하자면 상속생(相續生)과 상생(相生), 상속주(相續住)와 상주(相住), 상속멸(相續滅)과 상멸(相滅)이다. 모든 식(識)에 세 가지 상이 있으니 말하자면 전상(轉相)3)ㆍ업상(業相)4)ㆍ진상(眞相)5)이다.
대혜여, 식을 자세히 말하면 여덟 가지가 있고 간략히 말하면 오직 두 가지뿐이다. 말하자면 현식(現識:아뢰야식)과 분별사식(分別事識:아뢰야식을 제외한 나머지 식)이다. 대혜여, 밝은 거울 속에 모든 색상(色像)이 나타나는 것과 같이 현식도 또한 그러하다. 대혜여, 현식과 분별사식 이 2식은 다른 상(相)이 아니라 서로 인(因)이 된다. 대혜여, 현식은 불가사의한 훈습의 변함이 원인이 되고 분별사식은 분별하는 경계와 희론의 습기가 인이 된다.
대혜여, 비유하면 진흙덩이와 미진(微塵)이 다르지도 않고 다르지 아니한 것도 아닌 것과 같고, 금과 꾸미는 장신구도 또한 이와 같다. 대혜여, 만약 진흙덩이와 미진이 다르다면 그것은 이루어지지 않아야 마땅하지만 실로 그것(진흙덩이)이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다르지 않다. 만약 다르지 않다면 진흙덩이나 미진은 당연히 분별할 수 없다.
대혜여, 전식(轉識:7식 전체)과 장식(藏識:8식)이 만약 다르다면 장식은 그 인(因)이 아니요, 만약 다르지 않다면 전식이 멸하면 장식 또한 마땅히 멸한다. 그러나 그 진상(眞相)은 멸하지 아니한다. 대혜여, 식(識)의 진상은 멸하지 아니하고 다만 업상(業相)이 멸한다. 만약 진상이 멸한다면 장식도 마땅히 멸할 것이다. 만약 장식이 멸한다면 곧 외도의 단멸론(斷滅論)과 다르지 않다.
010_0927_a_02L대혜여, 저 모든 외도는 말하기를, ‘경계를 취하여 상속식(相續識)이 소멸하는 것은 곧 시작 없는 상속식이 멸한다’라고 한다. 대혜여, 모든 외도는 말하기를 상속식은 만든 자[作者:창조주]로부터 생긴다고 하고, 안식(眼識)이 물질[色]과 빛이 화합하여 생긴다고 하지 않고 오직 만든 자가 생긴 원인이라고 한다. 만든 자란 무엇인가? 그들은 헤아리되 승성(勝性)6)ㆍ장부(丈夫:神我)ㆍ자재(自在)ㆍ시간[時]ㆍ미진(微塵) 등을 만든 자라 한다.
또한 대혜여, 일곱 가지 제일의(第一義)가 있나니 말하자면 마음으로 행하는 것[心所行], 지혜로 행하는 것[智所行], 이견[二見:斷常]으로 행하는 것, 이견을 초월하여 행하는 것[超二見所行], 외아들같이 생각하는 보살지위를 초월하여 행하는 것[超子地所行], 여래가 행하는 것[如來所行], 여래가 스스로 깨달은 바른 지혜로 행하는 것[如來自證智所行]이다.
대혜여, 이것은 과거ㆍ미래ㆍ현재의 일체 여래ㆍ응공ㆍ정등각의 법자성(法自性)이고 제일의심(第一義心)이다. 이 마음으로 여래는 세간ㆍ출세간의 가장 뛰어난 법을 성취하며, 이 성스러운 지혜의 눈[聖慧眼]으로 고유한 모습과 공통된 모습[自共相:自相共相]에 들어가 여러 가지를 편안히 세우고 그 편안히 세운 것은 외도의 나쁜 견해와 함께 하지 않는다. 대혜여, 무엇을 외도의 나쁜 견해라 하는가? 말하자면 경계는 스스로 분별하여 나타나는 것임을 알지 못하고 자성 제일의에서 유(有)를 보고 무(無)를 보아 언설을 일으키는 것이다.
대혜여, 내가 지금 마땅히 설하기를, ‘만약 경계가 환(幻)과 같이 자기 마음에서 나타나는 것임을 알면 곧 방생과 3유(有:三界)의 괴로움과 무지(無知)와 애업(愛業:탐애의 業因)의 인연이 소멸한다’고 하리라. 대혜여, 여러 사문 바라문이 망령되어 헤아려 있다거나 있지 않다거나, 인과(因果) 밖에서 모든 사물이 나타나 한때[依時] 머문다 하고, 혹은 헤아리되 온(蘊)ㆍ처(處)ㆍ계(界)는 인연에 의하여 생하고 머무르며, 존재하였다가 있음[有]이 끝나면 곧 소멸한다고 한다.
대혜여, 비유하면 병이 깨어지면 병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또 불에 그을린 종자는 싹이 날 수 없는 것과 같이 이것 또한 그와 같다. 만약 온ㆍ처ㆍ계의 법이 이미 나타났다가 반드시 멸하는 것이라면 마땅히 알라. 이것은 곧 상속하여 생김이 없을 것이니, 인(因)이 없는 까닭이며 다만 이것은 자기 마음으로 허망하게 본 것이니라.
대혜여, 셋이 합하여 인연이 되면 이것은 인과의 성품[因果性]으로 있다고 말할 것이다. 과거ㆍ현재ㆍ미래에 무(無)에서 유(有)가 생기니 이것은 각상지(覺想地)에 의지하여 머무는 자가 가지고 있는 이치의 가르침과 자기의 나쁜 견해에 훈습되어 있는 습기로 이와 같은 말을 하는 것이다.
대혜여, 어리석은 범부는 나쁜 견해에 씹히고 삿된 견해에 어리석게 취하여 지혜가 없어 허망하게 일체지(一切智)를 설한다고 말한다.
010_0927_b_13L大慧!愚癡凡夫,惡見所噬邪見迷醉。無智妄稱一切智說。
대혜여, 또 사문과 바라문이 모든 법을 살필 때 자기 성품이 없어 허공의 구름 같고, 빙빙 도는 불 수레바퀴 같고, 건달바성(신기루) 같고, 환(幻)과 같고, 불꽃 같고, 물속의 달 같고, 꿈에서 보이는 것 같으며, 자기 마음을 떠나지 않은 것인데 무시이래의 허망한 견해 때문에 일체법이 밖에 있다고 한다.
이렇게 살피고 나서 분별의 연(緣)을 끊고 망심(妄心)이 가지는 명의(名義)를 떠나 몸과 재물[物]과 머무는 곳과 일체가 다 장식(藏識)의 경계임을 알며, 능취(能取)와 소취(所取) 그리고 생기고[生] 머물고[住] 멸함[滅]이 없음을 알고, 이와 같이 항상 사유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010_0927_c_02L대혜여, 이 보살마하살은 반드시 생사 열반 두 종류의 평등함을 얻어 대비방편과 무공용행(無功用行)으로 중생이 환과 같고 그림자 같이 연을 따라 일어남을 관하고, 일체 경계가 마음을 떠나서는 얻지 못함을 알며, 상이 없는[無相] 도를 행하여 보살의 지위에 올라 삼매의 경계에 머문다.
삼계가 모두 오직 자기 마음임을 요달(了達)하고 환과 같은 선정[如幻定]을 얻어 온갖 영상(그림자)을 끊고 지혜를 성취하며 무생법(無生法)을 증득한다. 그리고 금강유삼매(金剛喩三昧)에 들어 반드시 불신(佛身)을 얻어 항상 여여(如如)함에 머물러 모든 변화를 일으키는 힘에 통달하고 자재할 것이다.
대혜여, 방편으로 장엄하게 꾸미고 많은 불국토에 노닐며 모든 외도와 마음과 뜻과 식(識)을 떠나 여래의 몸을 이룬다.
010_0927_c_06L大慧!方便以爲嚴飾遊衆佛國,離諸外道及心意識,轉依次第成如來身。
대혜여, 보살마하살이 불신을 얻고자 하면 온(蘊)ㆍ계(界)ㆍ처(處)와 마음의 인연이 짓는 바의 생(生)ㆍ주(住)ㆍ멸법(滅法)과 희론의 분별을 멀리 떠나야 한다. 다만 심량(心量)14)에 머물러 3유(有)는 시작 없는 때부터 내려오는 망령된 습기로 일어나는 것을 관찰한다. 불지(佛地)는 무상(無相)이요 무생(無生)이며 스스로 증득한 성법(聖法)임을 사유한다. 마음의 자재로움과 무공용행(無功用行)을 얻어 여의보(如意寶)가 뜻대로 몸을 나타내는 것같이 오직 마음뿐임을 통달하여 점점 모든 지(地)에 들어가게 한다. 이런 까닭으로 대혜여, 보살마하살은 스스로를 교화하는 방법[自悉檀]으로 잘 배워 닦아야 한다.”
1)능가성(楞伽城):능가(楞伽)라는 뜻은 “가기 어렵다.”는 의미이고, 능가성은 마라산 정상에 있다고 한다.
2)삼십구문(三十九門):이것은 경문(經文)의 장단(章段)을 가리키는 말이다.
3)원가(元嘉):중국 남조 송나라 3대 황제 문제(文帝) 때의 연호이다.
4)건호(建號):본래는 “연호를 제정한다.”는 의미이나, 본문에서는 원가(元嘉)라는 연호를 사용한 시기로 번역하였다. 그 이유는 연가 1년은 424년이고 발타가 경문을 번역한 해는 연가 12년, 곧 435년이기 때문이다. “연호를 제정한 해”로 번역하면 시기가 맞지 않아 “연호가 사용된 시기”로 번역하였다.
5)연창(延昌):북위 선무제 때 사용하던 연호이다. 512년에서 514년까지의 시기이다.
6)짐(朕):당(唐) 고종(高宗)의 황후였던 측천무후이다. 측천무후는 690년 국호를 주(周)로 고치고 스스로 황제가 되어 15년 동안 중국을 통치하였다. 그래서 여기에서 황제가 자신을 가리킬 때 쓰는 용어인 짐(朕)을 사용한 것이다.
7)부촉(咐囑):부처님이 불법의 보호와 전파를 다른 이에게 맡겨 부탁하는 것을 말한다.
8)구시(久視):측천무후가 주(周)를 세운 후에 사용했던 연호이다.
9)임종기율(林鐘紀律):임종은 고대 십이율려(十二律呂) 중 음률(陰律)에 속하는 데, 달로는 6월에 해당한다.
10)염제사신(炎帝司辰):염제는 중국 고대 삼황 중 신농씨(神農氏)인데, 적제(赤帝) 또는 화제(火帝)라고도 한다. 여름을 관장한다고 알려져 있다.
11)삼본(三本):『대승입능가경(大乘入楞伽經)』은 최종적으로 네 번째 번역이다. 이 최종 번역 이전에 세 가지 번역본이 있었는데, 첫째는 남조 송나라 때 발타가 번역한 것이고, 두 번째는 북위(北魏) 시기 보리유지가 번역한 것이며, 세 번째는 당(唐)나라 구시(久視) 원년(元年) 5월 5일에 실차난타(实叉难陀)가 번역한 것이다. 삼본은 이 세 가지 번역본을 가리킨다.
12)계향(戒香):계율을 잘 지키고 갖은 공덕(功德)이 쌓여 다른 사람들이 공경하는 마음을 일으키게 된 것을 비유한 말이다.
13)사변(四辯):부처와 보살이 설법할 때 발휘하는 지혜와 말솜씨를 말한다.
1)명(名:사물의 가명)ㆍ상(相:사물의 색상)ㆍ망상(妄想:허망된 생각)ㆍ정지(正智:정견의 지혜)ㆍ여여(如如:불변의 진여)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