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에 엄치왕(嚴熾王)은 살차니건자의 말을 듣고 기쁨을 얻었다. 그리고 다시 궁금한 바를 물어 다음과 같이 질문했다. “대사이시여, 지금 이 중생계와 중생의 무리[聚] 가운데 행여 어떤 사람이 있어 총명하고 크게 지혜롭고 영리하고 밝아서 법과 법 아닌 것을 알며 허물이 없는 이가 있는지요?”
“대왕이시여, 바로 사문 구담(瞿曇)이니, 그는 석가족[釋家]의 아들로 석가족의 왕가에 태어나 출가하여 도를 이루었습니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하나니, 마치 우리의 4위타(圍陀:베다) 가운데 설해지듯이 그 석씨의 사문 구담에게는 허물이 없습니다. 이른바 큰 집안에 태어난 것을 나무라고 싫어할 수 없으니, 왜냐하면 전륜왕의 가문에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종성이 호귀(豪貴)한 것을 나무라고 싫어할 수 없으니, 왜냐하면 감자(甘蔗) 종족의 집안에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복덕이 장엄한 것을 나무라고 싫어할 수 없으니, 왜냐하면 32상(相)과 80종호(種好)로써 몸을 장엄하셨기 때문입니다. 진실한 일[實事]을 구족한 것을 나무라고 싫어할 수 없으니, 왜냐하면 계행을 갖추고 지니어 10력(力)ㆍ4무외(無畏)ㆍ18불공법(不共法)을 끝내 성취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저 사문 구담에게는 허물이 없다고 아는 것입니다.
010_1040_b_02L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하나니, 저 석가족의 아들 사문 구담이 만약에 집을 버리고 출가해 도를 이루지 않았다면 반드시 전륜성왕이 되어서 4천하의 왕이 되었을 것이며, 반드시 법다운 행[法行]을 행하여 법왕이 되었을 것이며, 7보(寶), 즉 윤보(輪寶)ㆍ상보(象寶)ㆍ마보(馬寶)ㆍ여의보(如意寶)ㆍ부인보(夫人寶)ㆍ대신보(大臣寶)ㆍ주장보(主藏寶)를 구족했을 것입니다. 또한 천 명의 아들을 구족하니, 그들은 용맹하고 호걸스러워서 장부의 상호가 있고, 몸의 모든 위덕은 하나도 험 잡을 곳이 없으며, 그 힘은 능히 다른 군사들을 항복시켰을 것입니다. 곧 전륜왕의 상호를 구족하고 4천하에서 자재함을 얻으니 대등한 이가 없고, 이 땅덩이 위에 원수지어 칼 찌르는 자들이 없고 괴롭히고 해를 주는 자들이 없었을 것입니다. 칼이나 몽둥이를 들지 않고 법에 의하여 항복시키며, 평등함을 행해 자재롭게 머물렀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왕자인 사문 구담은 이와 같은 세간의 즐거움을 즐기지 않고 집을 버리고 출가해 용맹 정진하여 큰 고행을 행했으니, 하루에 삼씨[麻] 하나를 먹거나 혹은 쌀 한 톨을 먹으면서도 마음을 게을리 하지 않아 6년 동안 고행을 해 등정각(等正覺)을 이루었습니다. 도량(道場)의 보리수 밑에 앉아 모든 마군을 항복시키고 한마음으로 서로 응하는 지혜[相應智慧]를 생각[念]하니, 알아야 하고 얻어야 하고 보아야 하고 깨달아야 하고 증득하여야 할 그 일체의 마땅히 얻어야 할 법을 스승으로부터 배우지 않고 스스로의 지혜로 여실히 깨달아 알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사문 구담은 일체 세간의 천인과 마군과 범왕과 사문과 바라문들로서 대등한 이가 없습니다. 그러니 하물며 저 사문 구담의 비할 바 없고 이길 바 없는 등등함을 이길 자가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그에게는 일체의 허물이 없는 것입니다. 그것은 왜냐하면, 저 사문 구담과 집안[家姓]이 동등한 자가 없고, 형색이 동등한 자가 없고, 지혜가 동등한 자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허물이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게송을 말했다.
그러자 대살차니건자가 엄치왕에게 말했다. “대왕이시여, 그렇다면 당신을 위해 설명해 드리겠으니 마음을 집중해 잘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010_1040_c_10L爾時,大薩遮尼乾子告嚴熾王言:“大王!今當一心諦聽,當爲汝說!”
왕이 말했다. “대사이시여, 듣기를 원합니다.”
王言:“大師!願樂欲聞。”
살차니건자가 말했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하나니, 사문 구담의 32상이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사문 구담은 발바닥이 평만(平滿)해서 땅을 밟으면 잘 머무르고, 둘째 사문 구담은 발바닥에 천 개의 바퀴 모양이 있고, 셋째 사문 구담은 손과 발이 부드러워서 마치 하늘의 겁패(劫貝)와 같고, 넷째 사문 구담은 모든 손가락이 섬세하고 길며, 다섯째 사문 구담은 손가락에 모두 물갈퀴[網縵]가 있고, 여섯째 사문 구담은 발꿈치가 원만하며, 일곱째 사문 구담은 발등이 위로 솟았고, 여덟째 사문 구담은 발뒤꿈치가 마치 사슴과 같고, 아홉째 사문 구담은 몸매가 단정하고, 열째 사문 구담은 말의 음장(陰藏)과 같고, 열한째 사문 구담은 터럭이 한 모공에 하나씩 나서 어지럽지 않고, 열두째 사문 구담은 머리카락이 푸르고 미묘해 마치 정유리(淨琉璃) 빛과 같고, 열셋째 사문 구담은 체모가 위로 누웠고, 열넷째 사문 구담은 피부가 금색이고,
010_1041_a_02L 열다섯째 사문 구담은 피부가 부드럽고, 열여섯째 사문 구담은 일곱 곳이 평만하고, 열일곱째 사문 구담은 두 어깨가 원만하고 두터우며, 열여덟째 사문 구담은 두 어깨가 높아 마치 금산(金山)과 같고, 열아홉째 사문 구담은 신체가 넓고 길며, 스무째 사문 구담은 몸이 원만하고 곧아서 마치 니구나무[尼拘樹王]와 같고, 스물한째 사문 구담은 뺨이 마치 사자와 같고, 스물두째 사문 구담은 치아가 40개로 꽉 차 있고, 스물셋째 사문 구담은 치아 사이가 뚜렷하고 조밀하며, 스물넷째 사문 구담은 치아가 반듯하고 가지런하며, 스물다섯째 사문 구담은 치아가 백설같이 희며, 스물여섯째 사문 구담은 혀로 좋은 맛을 얻고, 스물일곱째 사문 구담은 혀로 얼굴을 덮을 수 있고, 스물여덟째 사문 구담은 목소리가 마치 범의 소리[梵聲]와 같고, 스물아홉째 사문 구담은 눈이 마치 우왕(牛王)과 같아 아래위로 모두 깜박이고, 서른째 사문 구담은 눈매가 곱고 밝아서 청련화(靑蓮華) 잎과 같고, 서른한째 사문 구담은 이마 위의 백호상(白毫相)에 공덕이 충만하고, 서른두째 사문 구담은 머리가 높이 솟아 정수리를 보는 이가 없습니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하나니, 이것이 바로 사문 구담의 32상입니다. 사문 구담은 이와 같은 32상으로 몸을 장엄하는 까닭에 대장부ㆍ사자 왕이라 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게송을 말했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하나니, 내가 이제 이 일을 위해 비유를 말하겠습니다. 대왕이시여, 가령 삼천대천세계에 포섭되는 네 가지 중생, 이른바 알로 나고 태로 나고 습기로 나고 변화하여 나는 이들 중생들이 가령 일시에 사람의 몸을 얻는다고 합시다. 사람의 몸을 얻고는 그 낱낱 중생이 모두 10선업을 닦아 전륜성왕의 복덕을 성취하며, 그 모든 중생이 닦아서 성취한 전륜성왕의 복덕의 덩어리[聚], 그 하나하나의 복덕이 다시 백 배로 늘어나면 비로소 사문 구담의 한 모공 중의 낮은 상호 공덕을 성취하는 것입니다. 이 한 모공 중의 공덕과 같이 나머지 하나하나의 모공에 있는 공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하나니, 이와 같은 일체의 모공의 공덕이 다시 백 배로 늘어나면 비로소 사문 구담의 몸에 있는 한 상호의 공덕을 성취하며, 이 하나의 상호 공덕과 같이 나머지 하나하나의 상호의 공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010_1042_a_02L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하나니, 이와 같은 일체의 상호의 공덕이 다시 백 배로 늘어나면 비로소 사문 구담의 몸에 있는 대장부 상호의 한 상호 공덕을 성취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하나의 상호 공덕과 같이 나머지 낱낱 상호 공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하나니, 이와 같은 32상의 공덕이 다시 백 배로 늘어나면 비로소 사문 구담의 미간에 있는 백호상(白毫相)의 한 공덕을 성취합니다. 이와 같은 미간 백호상의 공덕이 다시 백 배로 늘어나면 비로소 사문 구담의 대장부 상호 가운데 하나의 정수리 상[頂相]의 공덕을 성취합니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하나니, 이와 같은 정수리 상의 공덕이 다시 백 배로 늘어나면 비로소 사문 구담의 대장부 상호 가운데 하나인 법라 소리를 내는 공덕을 성취합니다. 사문 구담은 이 법라 소리의 공덕으로 중생 세계에서 중생들의 제각기 다른 음성(音聲)으로 일시에 각각 백천 가지 다른 질문을 일으키고, 그 낱낱 중생의 묻는 일을 다른 이가 거듭 묻지 않더라도 능히 한 생각에 서로 응하는 지혜와 한 소리로써 그 중생들에게 대답하여 그들로 하여금 일시에 제각기 이해하게 합니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하나니, 사문 구담은 이 공덕으로써 몸을 장엄한 까닭에 대장부의 상호를 성취했다고 일컬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문 구담은 백 가지 복스러운 공덕신(功德身)의 모습을 성취하며, 그 까닭에 사문 구담은 범왕이 부는 법라의 묘한 소리를 성취하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게송을 말했다.
구담의 공덕신(功德身)은 백 가지 복상(福相)으로 머물러 모든 중생을 이끌고 제도하니 그러므로 인천(人天)의 스승이라네.
010_1042_a_19L瞿曇功德身, 百福相住持, 導濟諸群生,
故號天人師。
보는 것, 듣는 것, 그리고 받는 것 그 복은 헤아릴 수 없으니 구담께서 세간에 나오심은 중생들을 요익하게 하는 일이네.
010_1042_a_21L見聞及受物, 其福不可量,
瞿曇出世閒, 饒益諸衆生。
중생계가 차별 있어 종류대로 다르게 물으면 구담은 한 생각의 지혜와 한 소리로 대답해 알게 한다네.
010_1042_a_22L衆生界差別,
隨類各異問, 瞿曇一念智, 一音答令解。
구담은 세간에 나타나 능히 범왕의 음성으로 가장 높은 법륜을 굴리어 천인으로 하여금 고(苦)를 다하게 하네.
010_1042_a_23L瞿曇現世閒, 能以梵音聲, 轉最上法輪,
令天人苦盡。
010_1042_b_02L
그때에 엄치왕이 살차니건자에게 게송으로 물었다.
010_1042_b_02L爾時,嚴熾王,問薩遮尼乾子,而說偈言:
대사이시여, 아까 말씀하신 여래의 모든 적은 상호 원컨대 중생들과 저를 위해 분별해서 설명해 주옵소서.
010_1042_b_03L大師向說名, 如來諸小相, 願爲諸衆生,
及我分別說。
그러자 살차니건자가 엄치왕에게 대답하였다. “대왕이시여, 그대는 모든 중생을 위하여 여래의 공덕의 작은 모습을 드러내려 하니 큰 이익이 있을 것입니다. 이제 그대는 잘 들어 보십시오. 나는 마땅히 사문 구담의 80종호를 하나하나 분별하고 드러내어 설명하겠습니다. 그 호상들에 의지하여 널리 구담의 모든 공덕상을 공표하니, 마치 가을 보름달이 뭇 별 사이에 나타난 것과도 같습니다. 여든 가지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사문 구담은 두상이 단정하여 위와 아래가 서로 맞으며, 둘째 사문 구담은 머리의 모습이 원만하고 아름다워 마치 마타라 열매[摩陀羅果]와 같으며, 셋째는 사문 구담은 머리털이 부드럽고 아름다워 검은 실을 매놓은 것 같으며, 넷째 사문 구담은 머리털이 조리가 있어 엉클어지지 않으며, 다섯째 사문 구담은 머리털이 빙빙 꼬여 달팽이 모양으로 오른쪽으로 돌았으며, 여섯째 사문 구담은 머리털 색이 광택이 나고 푸르러 유리(琉璃)와 같으며, 일곱째 사문 구담은 눈썹이 희고 맑아서 마치 초생달 같으며, 여덟째 사문 구담은 눈매가 길고 넓어서 청련화(靑蓮華)의 잎과 같으며, 아홉째 사문 구담은 귓바퀴[耳埵]가 고리를 이루었으되 흡사 이슬방울과 같으며, 열째 사문 구담은 코가 높고 곧아 콧구멍의 모양이 나타나지 않으며,
010_1042_c_02L 열한째 사문 구담은 입김이 향기롭고 맑아서 맡은 이가 싫어하지 않으며, 열두째 사문 구담은 혀의 색깔이 빛나고 붉어 마치 붉은 구리 조각과 같으며, 열셋째 사문 구담은 혀의 모습이 곱고 미끄럽고 얇고 날카롭고 부드러우며, 열넷째 사문 구담은 입술색이 붉어서 빈바(頻婆) 열매와 같으며, 열다섯째 사문 구담은 치아가 희고 섬세하여 광채가 낯을 비추며, 열다섯째 사문 구담은 얼굴빛이 화려하고 고와 거울과 같이 빛나며, 열일곱째 사문 구담은 얼굴 모양이 위아래로 넓고 좁으매 균형을 이루었으며, 열여덟째 사문 구담은 얼굴 모양이 풍만하고 아름다워서 마치 보름달과 같으며, 열아홉째 사문 구담은 얼굴 모양이 단정하여 뛰어나게 아름다우며, 스무째 사문 구담은 몸이 항상 맑아서 티가 묻지 않으며, 스물한째 사문 구담은 몸이 맑고 부드러워서 마치 잘 익은 봄꽃 같으며, 스물두째 사문 구담은 큰 몸이 단정하고 곧아 제천의 당기[幢]와 같으며,
010_1043_a_02L스물셋째 사문 구담은 몸의 모든 문양이 복덕스럽게 뛰어났으며, 스물넷째 사문 구담은 몸이 부드럽고 윤택함이 기름[膏澤]을 바른 것 같으며, 스물다섯째 사문 구담은 몸의 모습이 거칠고 미세한 것이 니구나무[尼拘樹]가 퉁퉁하고 둥긂이 알맞은 것 같으며, 스물여섯째 사문 구담은 몸의 모든 모습을 능히 싫어할 이가 없으며, 스물일곱째 사문 구담은 몸의 힘을 대적할 이가 없음이 나라연(那羅延)과 같으며, 스물여덟째 사문 구담은 위의(威儀)와 위용을 갖춰 서고 나아가고 물러서는 데 법도가 있으며, 스물아홉째 사문 구담은 몸의 모든 상호를 일체 중생이 보기를 원해 싫어하지 않으며, 서른째 사문 구담은 몸의 모든 형상을 나쁜 중생도 보면 환희심을 내며, 서른한째 사문 구담이 걸음 걸으시는 위용을 보는 중생은 싫어하는 이가 없고, 서른두째 사문 구담은 몸을 돌려 뒤를 봄이 마치 코끼리 같으며, 서른셋째 사문 구담은 몸을 움직이는 위상이 마치 사자 왕과 같으며, 서른넷째 사문 구담은 몸 모습이 정중하여 가벼운 모습이 없고,
서른다섯째 사문 구담은 몸 모습이 광대하여 젤 수가 없고, 서른여섯째 사문 구담은 몸 모습이 넓고 장대하여 짧거나 왜소한 모습이 없고, 서른일곱째 사문 구담은 광명 바퀴[光輪]가 몸에 두루 하니, 그 둘레가 한 길[丈]이요, 서른여덟째 사문 구담은 몸의 모든 광명이 시방에 빛나고, 서른아홉째 사문 구담은 몸 모습이 존중하여 보는 이가 귀의하고 조복하며, 마흔째는 피부가 곱고 조밀[密]하여 항상 윤택하고, 마흔한째 사문 구담은 피부가 평평하고 원만하여 늙고 쭈그러진 모양이 없고, 마흔두째 사문 구담은 몸빛이 중생의 눈에 비치면 바로 보지 못하며, 마흔셋째 사문 구담은 몸빛의 광명이 밤낮으로 다름이 없으며, 마흔넷째 사문 구담은 몸의 모든 털구멍에서 항상 묘한 향기가 나고, 마흔다섯째 사문 구담은 풍채와 위덕이 세간을 초월했으며, 마흔여섯째 사문 구담은 몸의 모든 힘줄과 맥이 깊이 숨어서 드러나지 않으며,
예순넷째 사문 구담은 몸을 돌려 돌아다보는 것이 큰 코끼리 왕과 같고, 예순다섯째 사문 구담은 걸음을 걸을 땐 평평하고 바르게 나아가 기울거나 굽음이 없으며, 예순여섯째 사문 구담은 걸음걸이가 편안하고 조심스러워서 코끼리 왕과 같고, 예순일곱째 사문 구담은 발을 움직여 걷는 것이 흰 거위 왕[白鵝王]과 같고, 예순여덟째 사문 구담은 다닐 적에 땅을 밟지 않으나 고리 모양[輪相]이 뚜렷하며, 예순아홉째 사문 구담은 아홉 구멍이 원만하여 상호가 모두 만족하며, 일흔째 사문 구담은 배가 작아서 드러나지 않으며, 일흔한째 사문 구담은 배꼽이 깊고 둥글며, 일흔두째 사문 구담은 음성과 울림이 조화로워 거칠거나 가늘거나 음이 모두 아름다우며, 일흔셋째 사문 구담은 묘한 소리가 멀리 이르러 어디에서든 듣는 데 장애가 없으며, 일흔넷째 사문 구담은 말소리를 중생들의 뜻대로 하여 듣는 이가 모두 기뻐하며,
010_1043_c_02L 일흔다섯째 사문 구담은 지방의 음성대로 말하되 더하지 않고 줄지 않으며, 일흔여섯째 사문 구담은 기틀에 응하여 설법하되 어긋남이 없으며, 일흔일곱째 사문 구담은 지방 마다의 사투리로 말하며, 일흔여덟째 사문 구담은 한 소리로 설법하여 모든 다른 무리가 한 번에 알게 하며, 일흔아홉째 사문 구담은 인연을 쫓아 차례차례 설법하며, 여든째 사문 구담은 가슴에 만(萬)자가 있어서 공덕의 상호를 나타냅니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하나니, 이것을 일컬어 사문 구담의 80종호라 합니다. 장엄되고 성취된 공덕상의 몸으로 일체의 성문, 벽지불이나 신들, 마군ㆍ범(梵)ㆍ사문ㆍ바라문 및 모든 외도에 이르기까지 아무도 능히 지니지 못하는 바입니다. 그런 까닭에 나는 과실이 없다고 말한 것입니다.” 그리고는 게송을 말했다.
010_1044_c_02L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하나니, 사문 구담은 끝내 큰 자비력을 성취하여 능히 일체 중생을 요익하게 할 뿐 해롭게 하려는 마음이 없으니, 그 큰 자비심이 걸림이 없고 막힘이 없고 항상 행하고 자연히 비추는 까닭입니다. 두루 일체 세간의 경계에 이르니, 모든 중생의 번뇌에 드는 까닭입니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하나니, 비유컨대 물을 맑히는 마니보주(摩尼寶珠)는 그 자체가 청정한 까닭에 능히 일체의 흐린 물을 청정하게 만드는 것과도 같습니다. 사문 구담의 큰 자비심의 물 역시 이와 같아서 자신이 청정하기에 능히 일체 중생의 번뇌의 진흙과 여러 견해의 흐린 물을 청정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하나니, 사문 구담은 마침내 이와 같은 큰 자비심을 성취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허물이 없다고 말합니다.” 그리고는 게송을 말했다.
구담은 크게 자비하시어 시방세계의 일체 중생의 마음을 두루 관찰하시되 잠시도 여의지 않네.
010_1044_c_05L瞿曇大慈悲, 遍觀十方界, 一切衆生心,
無時能捨離。
그러므로 불세존께서는 큰 자비심을 성취했다 이르며 그러므로 일체지에 허물이 없다 이르네.
010_1044_c_07L故名佛世尊, 成就大慈心,
是故一切智, 無有諸過失。
마치 능히 물을 맑히는 여의(如意) 마니 구슬은 그 자체가 밝고 맑아서 능히 흙탕물을 맑히듯이
010_1044_c_08L如彼能淨水,
如意摩尼珠, 以體明淨故, 能淸諸濁水。
구담 역시 이와 같으니 자성(自性)이 모든 티끌 여의었기에 능히 자심(慈心)의 물로써 중생의 탁한 마음을 맑히네.
010_1044_c_09L瞿曇亦如是, 自性離諸垢, 能以慈心水,
淨衆生濁心。
010_1045_a_02L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하나니, 사문 구담은 모든 중생에 대하여 마침내 서른두 가지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성취했던 것입니다. 서른두 가지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사문 구담은 중생들이 어리석음의 큰 어두움[大黑處]에 떨어짐을 보는 까닭에 대비심(大悲心)을 일으키며, 둘째 사문 구담은 중생들이 무명(無明)에 얽매인 굴에 떨어짐을 보는 까닭에 대비심을 일으키며, 셋째 사문 구담은 중생들이 세간의 큰 험난에 떨어짐을 보는 까닭에 대비심을 일으키며, 넷째 사문 구담은 중생들이 고요한 곳을 여의고 세간에 떨어짐을 보는 까닭에 대비심을 일으키며, 다섯째 사문 구담은 중생들이 큰 폭류[瀑水]에 떨어져서 표류함을 보는 까닭에 대비심을 일으키며, 여섯째 사문 구담은 중생들이 뒤바뀌고 험난한 큰 괴로움에 떨어짐을 보는 까닭에 대비심을 일으키며, 일곱째 사문 구담은 중생들이 삿된 길에 떨어져서 성도(聖道)를 떠남을 보는 까닭에 대비심을 일으키며, 여덟째 사문 구담은 모든 중생들이 큰 번뇌의 속박에 얽매이거나 항상 가지가지 번뇌의 그물에 얽힘을 보는 까닭에 대비심을 일으키며,
아홉째 사문 구담은 중생들이 모든 경계에서 항상 만족하지 못함을 보는 까닭에 대비심을 일으키며, 열째 사문 구담은 중생들이 모든 애욕에 엮이어 자재하지 못함을 보는 까닭에 대비심을 일으키며, 열한째 사문 구담은 중생들이 항상 늙음과 죽음의 큰 고통에 위협받으면서도 싫어하는 마음을 내지 않음을 보는 까닭에 대비심을 일으키며, 열두째 사문 구담은 중생들이 모든 질병을 여의지 못한 채 일체의 병고에 핍박받아 괴로워함을 보는 까닭에 대비심을 일으키며, 열셋째 사문 구담은 모든 중생의 세 가지 불[三火]이 항상 타올라 밤낮 꺼지지 않음을 보는 까닭에 대비심을 일으키며, 열넷째 사문 구담은 중생들이 저열한 업에 얽매여서 세간의 모든 괴로움을 더함을 보는 까닭에 대비심을 일으키며, 열다섯째 사문 구담은 중생들이 항상 두려움에 싸여 평온한 마음이 없음을 보는 까닭에 대비심을 일으키며, 열여섯째 사문 구담은 중생들이 작은 이익에 얽히어 큰 허물을 망각함을 보는 까닭에 대비심을 일으키며,
010_1045_b_02L열일곱째 사문 구담은 중생들이 갖가지 방일(放逸)에 취해 무시이래의 게으름의 뱀[睡跎]이 항상 마음에 있거나 광야의 길에서 항상 5음(陰)의 원수에게 쫓김을 보는 까닭에 대비심을 일으키며, 열여덟째 사문 구담은 중생들이 항상 모든 번뇌[蓋]로 인해 훌륭한 재물[善財]을 빼앗김을 보는 까닭에 대비심을 일으키며, 열아홉째 사문 구담은 중생들이 무명에 눈이 가린 채 항상 흐릿하여 선지식을 보지 못함을 보는 까닭에 대비심을 일으키며, 스무째 사문 구담은 중생들이 항상 가지가지 일 때문에 그 마음을 어지럽히어 마치 엉클어진 실을 가릴 수 없는 것과 같음을 보는 까닭에 대비심을 일으키며, 스물한째 사문 구담은 중생들이 항상 심란한 곳에 있으면서 적정을 여읨을 보는 까닭에 대비심을 일으키며, 스물두째 사문 구담은 중생들이 항상 난처(難處)에 있으면서 난처를 여의지 못함을 보는 까닭에 대비심을 일으키며,
스물셋째 사문 구담은 중생들이, ‘어찌 말하고, 어찌 일컫는가?’라는 삿된 견해에 얽매임을 보는 까닭에 대비심을 일으키며, 스물넷째 사문 구담은 중생들이 먹는 것만을 탐내면서 가지가지 사견(邪見)을 부림에 의지함을 보는 까닭에 대비심을 일으키며, 스물다섯째 사문 구담은 중생들이 밤이 새도록 뒤바뀐 생각과 뒤바뀐 마음에 집착하여 무상한 법에 대해 영원하다는 생각을 내고 괴로운 법에 대해 즐겁다는 생각을 내고 부정한 법에 청정하다는 생각을 내고 무아법에 대해 나라는 생각을 냄을 보는 까닭에 대비심을 일으키며, 스물여섯째 사문 구담은 중생들이 무시이래로 항상 생사의 모든 불편한 짐을 진 채 큰 고뇌를 느끼면서도 싫어하지 않음을 보는 까닭에 대비심을 일으키며,
010_1045_c_02L스물일곱째 사문 구담은 중생들이 세간법에 의지한 채 약하고 얇고 힘없어 견고하지 못한 것에 대해 견고하다고 여김을 보는 까닭에 대비심을 일으키며, 스물여덟째 사문 구담은 중생들이 오염되어 항상 한량없는 더러움 속에 있음을 보는 까닭에 대비심을 일으키며, 스물아홉째 사문 구담은 중생들이 탐욕에 속박되어 있으면서도 싫어하고 버리려 하지 않음을 보는 까닭에 대비심을 일으키며, 서른째 사문 구담은 중생들이 모든 공양하는 일과 섬기는 일에 굴복한 채 항상 살림살이와 공양거리를 구함을 보는 까닭에 대비심을 일으키며, 서른한째 사문 구담은 중생들이 항상 갖가지 경계에 마음이 얽매여 근심하고 괴로워함을 보는 까닭에 대비심을 일으키며, 서른두째 사문 구담은 중생들이 교만과 아만의 경지에 떨어짐을 보는 까닭에 대비심을 일으킵니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하나니, 이것을 일컬어 사문 구담이 모든 중생에 대해 끝내 성취한 서른두 가지 대비관심(大悲觀心)이라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그에게 허물이 없다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게송을 말했다.
구담이 중생을 보니 세간의 감옥에 갇히어 여러 세상 두루 윤회하면서 항상 일체의 고통을 받고 있네.
010_1045_c_10L瞿曇見衆生, 閉在世閒獄, 輪迴遍諸趣,
常受一切苦,
어리석음이 마음을 덮었기에 싫어하고 떠남을 알지 못하니 그러므로 위없는 임[無上尊]께서는 항상 대비심을 일으키시네.
010_1045_c_12L癡闇覆其心, 不知生厭離,
是故無上尊, 常起大悲心。
구담이 중생을 보니 모든 세간에 집착하여서 네 흐름[四流]의 강을 표류한 채 흘러 다니다 돌아오지 못하네.
010_1045_c_13L瞿曇見衆生,
樂著諸世閒, 四流河所漂, 隨順不得返,
항상 생사의 바다에 빠져 출리(出離)를 구해야 함을 알지 못하니 그러므로 10력(力)께서는 항상 대비심을 일으키시네.
010_1045_c_14L常沒生死海, 不知求出離, 是故十力者,
常起大悲心。
구담이 중생을 보니 큰 험난에 떨어져 있어 바르지 못한 길에 들어도 능히 구제할 이가 없네.
010_1045_c_16L瞿曇見衆生, 墜墮大險中,
入於非正道, 無有能救者,
그러므로 구담은 살펴보고는 크게 불쌍히 여기는 마음 일으키어 부처님의 보리이며 가장 뛰어난 두려움 없는 곳에 세워 주네.
010_1045_c_17L是故瞿曇觀,
起於大悲心, 置於佛菩提, 最勝無畏處。
구담이 중생을 보니 감옥 가운데 묶여 있으면서 애욕을 위하여 종이 되어 여러 경계 부리네.
010_1045_c_18L瞿曇見衆生, 縛在牢獄中, 與愛作僮僕,
策使諸境界。
생사의 바다에 떠다니면서도 깨닫거나 알지 못하니 그러므로 10력께서는 항상 대비심을 일으키신다네.
010_1045_c_20L宛轉老死海, 不覺亦不知,
是故十力者, 常起大悲心。
구담이 중생을 보니 세 가지 불길이 훨훨 타올라 언제나 여러 갈래 악취에서 갖은 괴로움으로 해를 받네.
010_1045_c_21L瞿曇見衆生,
熾然三種火, 常在諸惡趣, 種種苦所害。
두려워라, 모든 삿된 길이여. 의지할 처소가 없나니 그러므로 10력께서는 항상 대비심을 일으키시네.
010_1045_c_22L怖畏諸惡道, 無有依止處, 是故十力者,
常起大悲心。
구담이 중생을 보니 모든 존재[有]에 집착하여서 방일하게 마음 부리어 여러 경계 탐착하네.
010_1045_c_24L瞿曇見衆生, 樂著於諸有,
放逸心自在, 貪著諸境界。
010_1046_a_02L 항상 종종의 해를 입으면서도
무섭고 두려운 맘 내지 못하니 그러므로 10력께서는 항상 대비심을 일으키시네.
010_1046_a_02L常被種種害,
而不生怖畏, 是故十力者, 常起大悲心。
구담이 중생을 보니 무명의 어두움에 덮이고 가지가지 근심으로 장해 받으니 일체의 덮개를 여의지 못하네.
010_1046_a_03L瞿曇見衆生, 無明黑所覆, 種種曀所障,
不離一切蓋,
모든 견해 읽힌 실처럼 어지럽건만 아무도 풀 줄을 모르나니 그러므로 10력께서는 항상 대비심을 일으키시네.
010_1046_a_05L諸見亂如絲, 無有能解者,
是故十力者, 常起大悲心。
구담이 중생을 보니 여덟 가지 사견에 떨어져 있어 애욕에 오래도록 머무르려 하나니 그로써 항상 마음을 속박하네.
010_1046_a_06L瞿曇見衆生,
墮在八邪見, 爲愛久住處, 以是常縛心。
이와 같은 어려움 가운데 즐기느라 싫어하고 떠나려 하지 않으니 그러므로 10력께서는 항상 대비심을 일으키신다네.
010_1046_a_07L如是諸難中, 樂不生厭離, 是故十力者,
常起大悲心。
구담이 중생을 보니 뒤바뀐 마음을 일으켜 괴롭고 부정한 것에 대해 즐겁고 깨끗하다는 생각을 내네.
010_1046_a_09L瞿曇見衆生, 起於顚倒心,
於苦不淨中, 而生樂淨想。
덧없고 나[我] 없는 가운데 도리어 나이고 항상된 실체라 하니 그러므로 10력께서는 항상 대비심을 일으키신다네.
010_1046_a_10L無常無我中,
而反我常實, 是故十力者, 常起大悲心。
구담이 중생을 보니 약하고 엷은 힘에 의지한 채 언제나 무거운 짐에 억눌려 있으면서 싫어하고 떠나려는 마음 내지 않네.
010_1046_a_11L瞿曇見衆生, 依止羸薄力, 常爲重檐押,
無心生厭離,
견고하다는 생각 일으켜서 물들고 집착하여 버리지 못하니 그러므로 10력께서는 항상 대비심을 일으키신다네.
010_1046_a_13L起於堅固想, 染著不能捨,
是故十力者, 常起大悲心。
구담이 중생을 보니 탐욕의 바다 가운데에서 이양(利養)에 마음이 덮인 까닭에 항상 애욕의 경계를 구하네.
010_1046_a_14L瞿曇見衆生,
在有貪海中, 利養覆心故, 常求愛境界。
탐심은 마치 들불[野火]과도 같아 훨훨 타서 만족함을 알지 못하니 그러므로 10력께서는 항상 대비심을 일으키시네.
010_1046_a_15L貪心如野火, 熾然不知足, 是故十力者,
常起大悲心。
구담이 중생을 보니 모든 괴로운 업을 갖추고 지어서 언제나 갖가지 근심과 슬픔과 괴로움과 번뇌에 핍박당하네.
010_1046_a_17L瞿曇見衆生, 具造諸苦業,
常爲諸憂悲, 苦惱之所逼。
저 같은 중생들의 가지가지 괴로움과 번뇌를 제거해 주려 그러므로 10력께서는 항상 대비심을 일으키신다네.
010_1046_a_18L爲拔彼衆生,
種種諸惱害, 是故十力者, 常起大悲心。
저 일체의 중생계를 구담은 늘 살펴보아 항상 대비심을 일으키니 그런 까닭에 허물이 없다네.
010_1046_a_19L瞿曇恒觀彼, 一切衆生界, 常起大悲心,
是故無過失。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하나니, 사문 구담은 마침내 세 가지 염처(念處)를 성취했던 것입니다.”
010_1046_a_21L“大王當知!沙門瞿曇畢竟成就三念處。”
왕이 물었다. “대사이시여, 어떤 것이 여래의 세 가지 염처인지요?”
王言:“大師!何者如來三念處?”
“대왕이시여, 첫째는 기쁨이 없는 마음이요, 둘째는 성내지 않는 마음이요, 셋째는 성냄도 없고 기쁨도 없는 마음입니다.”
010_1046_a_23L答言:“大王!一者、無喜心;二者、無瞋心;三者、無瞋無喜心。”
010_1046_b_02L“대사이시여, 어떤 것이 기쁨이 없는 마음인지요?”
“대왕이시여, 기쁨이 없는 마음이란, 곧 사문 구담이 대중 가운데서 설법하되, 가령 어떤 중생이 몸을 바루어 공경하고 귀를 기울여 흩어지지 않게 하며, 수순하여 가르침을 받아서 말씀과 같이 수행할지라도 사문 구담은 그로써 기뻐하거나 달가워하거나 뛸 듯이 반가워하는 마음을 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사문 구담은 마음에 집착이 없고 평등하여 한마음에 평온히 머물기 때문입니다.”
“대왕이시여, 사문 구담은 대중 가운데서 설법하되, 가령 어떤 중생이 몸으로 공경하지 않고 귀로는 전념해 듣지 않으며, 성스러운 가르침을 어기어 말씀과 같이 행하지 않는다고 해도 성내는 마음을 내지 않습니다. 또한 참지 못하는 마음을 내지 않고 믿을 수 없다는 마음을 내지 않으며, 그 사람이 나의 가르침을 어겼다는 마음을 내지 않습니다. 그것은 왜냐하면, 사문 구담은 마음에 집착이 없고 평등하여 한마음에 평온히 머물기 때문입니다.”
“대왕이시여, 사문 구담은 대중 가운데서 설법하되, 가령 그 무리 가운데 어떤 이는 몸을 바르게 해서 공경하고 귀를 기울여 흩어짐도 없이 수순하여 가르침을 받아 말씀과 같이 수행하며, 다시 어떤 이는 공경하지 않고 귀의 경계를 잃고 성스러운 가르침을 어기어 말씀대로 행하지 않는다고 해도, 사문 구담은 이 두 사람에 대해 기뻐하거나 달가워하거나 뛸 듯이 반가워하는 마음을 내지 않으며, 성내는 마음을 내지 않습니다. 또한 참지 못하겠다거나 믿지 못하겠다는 마음을 내지 않으며, 그 사람이 나의 가르침을 어겼다는 마음을 내지 않습니다. 그것은 왜냐하면, 사문 구담은 마음에 집착이 없고 평등하여 한마음에 평온히 머물기 때문입니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하나니, 사문 구담은 세 가지 염처에 의지하여 물들지 않는 마음으로 머무나니, 그러므로 나는 허물이 없다고 말합니다.” 그리고는 게송을 말했다.
010_1046_c_02L 구담은 설법하는 가운데 한마음으로 바르게 받는 이에게 기뻐하는 마음 내지 않으니
항상 정념(正念)으로 머무는 까닭이네.
010_1046_b_24L瞿曇說法中, 一心正受者, 常住正念故,
不起歡喜心。
구담은 설법하는 가운데 바른 마음으로 듣지 않아도 성내는 마음 내지 않으니 항상 정념으로 머무는 까닭이네.
010_1046_c_03L瞿曇說法中, 不正心諦受,
常住正念故, 亦不起瞋心。
구담은 설법하는 가운데 받아들이거나 안 받아들이거나 누구에게도 성내거나 기뻐하지 않으니 항상 평등한 마음에 머무는 까닭이네.
010_1046_c_04L瞿曇說法中,
受不受二分, 常住平等故, 不瞋亦不喜。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하나니, 사문 구담은 마침내 세 가지 보호하지 않는 업을 성취했던 것입니다.”
010_1046_c_05L“大王當知!沙門瞿曇畢竟成就三不護業。”
“대사이시여, 어떤 것이 여래의 세 가지 보호하지 않는 업인지요?”
王言:“大師!何者如來三不護業?”
“대왕이시여, 첫째는 몸의 업[身業]을 보호하지 않는 것이고, 둘째는 입의 업[口業]을 보호하지 않는 것이고, 셋째는 뜻의 업[意業]을 보호하지 않는 것입니다.”
010_1046_c_07L答言:“大王!一者、身業不護;二者、口業不護;三者、意業不護。”
“대사이시여, 어떤 것이 몸의 업을 보호하지 않는 것인지요?”
010_1046_c_09L王言:“大師!云何身業不護?”
“대왕이시여, 사문 구담은 몸의 행이 청정하며, 모든 행에 청정하지 않음이 없는 분입니다. 그러므로 사문 구담은, ‘내 몸의 업이 청정하지 못하니 다른 사람이 알까 두렵도다. 마음을 써서 막아야 하리라’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왜냐하면, 사문 구담은 몸으로 행하매 청정치 못함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일컬어 첫째 몸의 업을 보호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사문 구담은 입의 업이 청정하며, 사문 구담은 입으로 지음에 청정치 못함이 없는 분입니다. 그러므로 사문 구담은, ‘나는 입의 업이 청정치 못하니 다른 사람이 알까 두렵도다. 마음을 써서 막아야 하리라’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왜냐하면, 사문 구담은 입으로 지음에 청정치 못함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일컬어 둘째 입의 업을 보호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입니다.”
010_1047_a_02L“대왕이시여, 사문 구담은 뜻의 업이 청정하며, 사문 구담은 뜻으로 지음에 청정치 못함이 없는 분입니다. 그러므로 사문 구담은, ‘나는 뜻의 업이 청정치 못하니 다른 이가 알까 두렵도다. 마음을 써서 막아야 하리라’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왜냐하면, 사문 구담은 뜻으로 지음에 청정치 못함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일컬어 셋째 뜻의 업을 보호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입니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하나니, 사문 구담은 마침내 세 가지 보호하지 않는 업을 성취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허물이 없다고 말합니다.” 그리고는 게송을 말했다.
“대왕이시여, 사문 구담의 몸으로 부리는 일체종지의 청정이란, 곧 모든 번뇌를 여의고 일체의 습기가 모두 소멸하여 남음이 없으며, 뜻에 따라 취하고 버리고 나고 물러서니, 일체 처소의 몸에 대해 자재함을 얻는 것입니다. 이것을 일컬어 몸으로 부리는 일체종지의 청정이라 하는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사문 구담의 관으로 부리는 일체종지의 청정이란, 곧 변화한 몸[應化身]에 일체의 번뇌 및 번뇌의 습기를 여의어 모두 소멸하여 남음이 없게 하고 돌고 돌면서 나타났다 숨었다 하니, 일체의 관 가운데서 자재함을 얻는 것입니다. 이것을 일컬어 관으로 부리는 일체종지의 청정이라 하는 것입니다.”
010_1047_b_02L“대왕이시여, 사문 구담의 마음으로 부리는 일체종지의 청정이란, 곧 일체의 번뇌와 번뇌의 습기 및 마음의 물듦을 모두 멀리하여 마음에 자재함을 얻고 온갖 선근을 모아 만족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일컬어 마음으로 부리는 일체종지의 청정이라 하는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사문 구담의 지혜로 부리는 일체종지의 청정이란, 곧 일체의 무명의 영역[分] 과 여러 번뇌 및 번뇌의 습기를 모두 소멸하여 남음이 없게 하고 일체 법 가운데 걸림 없이 자재함을 얻는 것입니다. 이것을 일컬어 지혜로 얻는 일체종지의 청정이라 하는 것입니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하나니, 사문 구담은 마침내 이와 같은 온갖 종자 지혜의 청정을 성취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허물이 없다고 말합니다.” 그리고는 게송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