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王舍城) 기사굴산(耆闍崛山) 가운데 큰 비구승[大比丘僧] 9만 8천 명과 함께 계셨다.
010_1075_a_05L一時佛在王舍城耆闍崛山中,與大比丘僧九萬八千。
대가섭(大迦葉) 등을 상수로 하여 모두 큰 아라한으로서 모든 번뇌[漏]가 이미 다하고 모두 자재함을 얻었다. 그 마음은 고르고 부드러워서 마치 향상왕(香象王)과 같고 선한 도(道)를 수순하여 마음은 해탈을 얻었다. 지혜가 걸림이 없고 무거운 짐을 버리고 여의었으며, 할 일을 다 마쳤고 모든 유(有)를 영원히 끊었다.
또한 마하파사파제(摩訶波闍波提) 비구니를 상수로 한 비구니 대중 6만 5천 명이 있었는데, 이들도 역시 아침에 선정에서 일어나 부처님 계신 곳에 이르러 머리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합장하여 공경하면서 오른편으로 세 바퀴 돌고 공경을 다한 뒤에 한쪽으로 물러나 앉았다.
010_1076_b_02L이와 같은 리차들은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의 마음을 일으켜서 대승(大乘)을 수호하고 대승을 좋아하였으며, 교화된 이는 모두 대승으로 향하였다. 역시 아침에 선정에서 일어나 부처님 계신 곳에 이르러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합장하여 공경하면서 오른편으로 세 바퀴 돌고 공경을 다한 뒤에 한쪽으로 물러나 앉았다.
이와 같은 모든 큰 천왕들은 대승을 좋아하여 널리 대승을 설하고 대승을 수호하여 지녔으며 온갖 삼매(三昧)와 총지(總持)를 받아 지니고 중생에게 안락한 일을 베풀었다. 역시 아침에 선정에서 일어나 부처님 계신 곳에 이르러 머리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합장하여 공경하면서 오른편으로 세 바퀴 돌고 공경을 다한 뒤에 한쪽으로 물러나 앉았다.
이와 같은 야차 귀왕들은 정법을 수호하고 금계(禁戒)를 받아 지니기 위하여 아촉여래(阿閦如來)의 도행(道行)을 따랐다. 이들도 역시 아침에 선정에서 일어나 부처님 계신 곳에 이르러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합장하여 공경하면서 오른편으로 세 바퀴 돌고 공경을 다한 뒤에 한쪽으로 물러나 앉았다.
이와 같은 금시조왕들은 모두 교만하지 않고 게으르지 않으며 모두 대승의 마음을 얻어서 좋아하며 모든 부처님의 정법을 수호하였다. 역시 아침에 선정에서 일어나 부처님 계신 곳에 이르러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합장하여 공경하면서 오른편으로 세 바퀴 돌고 공경을 다한 뒤에 한쪽으로 물러나 앉았다.
이와 같은 나찰왕들은 모두 나찰(羅刹)이라는 생각을 끊고 순전히 대승(大乘)으로써 그들의 마음을 조복하였다. 역시 아침에 선정에서 일어나 부처님 계신 곳에 이르러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합장하여 공경하면서 오른편으로 세 바퀴 돌고 공경을 다한 뒤에 한쪽으로 물러나 앉았다.
이와 같은 왕들은 모두 대승경전(大乘經典)을 좋아하고 정법(正法)을 보호하고 지니며 언제나 중생들을 위하여 널리 펴서 분별하였다. 대승을 간절히 우러르고 대승을 갈망하며 대승을 찾고 사모하며 순전히 대승으로 자기 자신을 장엄하고 언제나 서원을 세워서 계(戒)를 얻고 지혜를 얻었다.
이와 같은 아수라왕들은 모두 아수라라는 생각을 버리고 여의었으며 그 마음이 조복되어 영원히 교만을 여의었고 게으르지 않았다. 역시 아침에 선정에서 일어나 부처님 계신 곳에 이르러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합장하여 공경하면서 오른편으로 세 바퀴 돌고 공경을 다한 뒤에 한쪽으로 물러나 앉았다.
이와 같은 대신주왕들은 대승을 애지중지하고 대승을 설하기를 좋아하며 대승을 옹호하고 대승을 간절히 우러르며 대승을 탐하면서 사모하고 대승의 정(定)을 얻었으며, 평등한 행(行)을 두루 갖추고 언제나 온갖 의심을 끊어 없애려 하며 정법을 보호하기 위하여 정정한 계율을 받아 지녔다.
또한 5만 3천의 큰 장자(長者) 등이 있었다. 수달다(須達多) 등은 모두 다 5계(戒)를 받았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켰으며 대승을 애지중지하고 대승을 간절히 우러렀으며 대승을 탐내어 사모하고 대승을 보호하기 위하여 청정한 계율을 받아 지녔으며 중생들을 위하여 보리(菩提)에 수순(隨順)하였다.
010_1078_c_02L또한 첨바국(瞻婆國)의 임금 월호(月護)와 여러 소왕(小王)들이 있었다. 5계를 받아 지녔고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다. 역시 아침에 선정에서 일어나 부처님 계신 곳에 이르러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합장하여 공경하면서 오른편으로 세 바퀴 돌고 공경을 다한 뒤에 한쪽으로 물러나 앉았다.
또한 16대국(大國)이 있었다. 앙가타국(鴦伽陀國)ㆍ마가타국(摩伽陀國)ㆍ가시국(迦尸國)ㆍ구살라국(拘薩羅國)ㆍ발기국(跋耆國)ㆍ마라국(摩羅國)ㆍ분타국(分陀國)ㆍ수마국(須摩國)ㆍ아마국(阿摩國)ㆍ아반제국(阿槃提國)ㆍ구류국(拘留國)ㆍ반시라국(半時羅國)ㆍ발차국(跋嗟國)ㆍ수라선나국(首羅先那國)ㆍ야반나국(夜槃那國)ㆍ검포사국(劍蒲闍國) 등이었다.
또한 1만 8천의 우바이(優婆夷) 비사거(毘舍佉) 등이 있었다.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켜 대승을 좋아하고 대승을 간절히 우러렀으며 정법을 수호하기 위하여 청정한 계율을 받아 지녔고 위없는 도의 법[無上道法]을 쌓고 돕기 위하여 보리의 도[菩提道]를 닦았다.
그리고 천자들은 온갖 향을 가졌으니, 이른바 전단향(栴檀香)ㆍ화향(花香)ㆍ복가향(馥迦香)이었다. 또한 그들은 온갖 악기를 지니고 있었다. 또한 그들은 그 크기가 수레바퀴만한 온갖 꽃들도 가지고 있었는데 역시 아침에 선정에서 일어나 부처님 계신 곳에 이르러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합장하여 공경하면서 오른편으로 세 바퀴 돌고 공경을 다한 뒤에 한쪽으로 물러나 앉았다.
왕사대성(王舍大城)의 기사굴산 가란타죽림(迦蘭陀竹林)은 그 땅의 세로와 가로가 1유순(由旬)이 족히 되었고, 이른바 교시가의(憍尸迦衣)ㆍ가릉가의(迦陵伽衣)ㆍ추마의(芻摩衣)ㆍ구예바의(拘銳婆衣) 등과 같은 하늘의 옷[天衣]으로 빈 곳 없이 두루 덮었다. 또한 7보(寶)로 된 사자자리[師子之座]에도 깔았는데, 자리의 높이는 1백만 8천 유순이었다.
또 네 종류의 독사가 있었으니, 이른바 보는 독사[視毒], 입김을 내뿜는 독사[噓毒], 깨무는 독사[嚙毒], 접촉하는 독사[觸毒]인데, 역시 인자한 마음을 얻었다. 그리고 열여섯 종류의 모든 악률의(惡律儀)도 역시 그와 같았고, 모든 악한 중생들도 모두 5계(戒)를 받았다.
그때 대운밀장(大雲密藏) 보살마하살이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부처님께 예배하고는 허벅지와 상체를 곧게 일으켜 세워 무릎 꿇고 합장하며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모든 대중은 모두 의심이 있습니다. 제가 이제 여쭙고자 합니다. 원컨대 허락하여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장하고 장하구나. 선남자야, 내가 이제 이 대중의 의심을 깨뜨려줄 것이니 너는 마음대로 물어라.”
010_1079_c_19L佛言:“善哉善哉!善男子!我今能破此衆疑心,恣汝所問。”
대운밀장보살이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은 어떻게 다라니(陀羅尼)를 수행하여 얻을 수 있습니까? 어떻게 대해삼매(大海三昧)를 얻을 수 있습니까? 어떻게 모든 부처님의 진실한 말씀[實語]을 이해할 수 있습니까? 어떻게 두루 갖춘 법의 맛[具足法味]을 알 수 있습니까?
010_1080_a_02L어떻게 미묘하고 비밀한 장[微密藏]을 볼 수 있습니까? 어떻게 안온한 곳[安穩處]에 들어갈 수 있으며, 또한 여래께서 항상 머무시는 것을 뵐 수 있습니까? 어떻게 여래의 보배 광[寶藏]을 얻어서 영원히 중생의 빈궁한 괴로움[困苦]을 끊을 수 있습니까?
어떻게 모든 부처님 여래의 심히 깊은 뜻[甚深義]을 이해할 수 있습니까? 어떻게 모든 부처님 여래의 큰 바다의 저 언덕[彼岸]에 이를 수 있습니까? 어떻게 보살은 모든 부처님 여래의 경계(境界)에 들어갈 수 있습니까? 어떻게 보살은 모든 부처님께 있는 신통의 법[幻法]을 수호하고 지닐 수 있습니까?
어떻게 보살은 여래의 법을 얻고, 얻은 뒤에는 설할 수 있습니까? 어떻게 온갖 법계(法界)를 알 수 있습니까? 어떻게 하면 부처님 해의 몸[日身]과 달의 몸[月身]과 혜성의 몸[彗星身]을 얻을 수 있습니까? 어떻게 하면 여래의 맨 끝[邊際]을 모두 얻을 수 있습니까? 어떻게 하면 모든 부처님의 청정한 업[淨業]을 얻을 수 있습니까?
어떻게 하면 여래께서 행한 바[所行]를 체득할 수 있습니까? 어떻게 하면 부처님의 심히 깊고 깨끗한 못[池]을 얻을 수 있습니까? 어떻게 하면 부처님의 분다리꽃[分陀利華]을 얻을 수 있습니까? 어떻게 하면 부처님의 자재한 힘을 얻을 수 있습니까? 어떻게 하면 모든 부처님의 재화(財貨)를 얻을 수 있습니까? 어떻게 하면 여래의 진실한 모양[實相]을 뵐 수 있습니까?
어떻게 하면 부처님이 항상하여 변하지 않음[常住不變]을 볼 수 있습니까? 어떻게 하면 여래의 금빛[金色]을 얻을 수 있습니까? 어떻게 하면 보살이 부처님 법왕(法王)을 체득할 수 있습니까? 어떻게 하면 금강법신(金剛法身)을 얻을 수 있습니까? 어떻게 하면 부처님의 항상 있는 몸[常身]과 항상 있는 소리[常聲]를 얻을 수 있습니까?
010_1080_b_02L어떻게 하면 설법할 때에 얻는 법이 없고 또는 아무것도 없음[無所有]을 다 함께 듣습니까? 어떻게 하면 다시 여래의 진실한 상(常)을 말할 수 있습니까?
010_1080_a_24L云何說法時,俱聞無所獲法,若無所有?云何復得說如來眞實常?
어떤 것이 열반(涅槃)에 들거나 열반에 들지 않는 것입니까? 어떤 것을 진실한 말의 계[實語戒]요 또는 깨끗함[淨]과 더러움[穢]이 없다고 합니까? 계율 지닌 이[持戒者]를 어떻게 찬탄합니까? 만일 부처님 법이 소멸함이 없으면 어떻게 설법이 소멸하며 또 법이 소멸할 때에 금계(禁戒)를 훼범한 이가 많이 있다고 말합니까?
여래의 불성(佛性)은 청정하고[淨] 으뜸가게 청정하고[上淨] 완전히 청정합니다[畢竟淨]. 그 성품이 그와 같다면 어찌하여 생사(生死)를 좋아합니까? 어찌하여 모든 보살은 언제나 생사의 즐거움[生死樂]을 말합니까? 어찌하여 모든 보살은 여래의 성품[如來性]을 보기 좋아합니까? 어찌하여 번뇌는 항상 있습니까? 어떤 것이 애(愛)의 번뇌입니까?
어떻게 부처님 도[佛道]를 얻습니까? 어떻게 법 바퀴[法輪]를 굴립니까? 어떻게 중생을 제도하면서 불성(佛性)이 끊어지지 않음을 압니까? 어떻게 악마 대중[魔衆]을 다스리면서 악마의 경계를 여의게 합니까? 어떻게 하면 중생이 생사하는 큰 고해(苦海)를 건너게 됩니까? 어떻게 생사를 설명하고 생사의 길을 보이면서 인도합니까?
어찌하여 생사의 한량없는 큰 바다를 얻게 됩니까? 어찌하여 생사를 구하고 생사의 길을 갈망하고 우러르게 됩니까? 어찌하여 생사를 탐내어 인색하게 여기고 놓아버리지 않습니까? 어찌하여 생사를 여는 것이 마치 분다리(分陀利)와 같습니까? 어찌하여 번뇌의 결(結)이 마치 사대해(四大海)와 같습니까?
010_1080_c_02L어찌하여 원(願)을 세우듯 모든 번뇌를 항상 일으킵니까? 어떻게 지옥의 마음을 얻게 됩니까? 어떻게 언제나 지옥의 마음을 구하게 됩니까? 어떻게 지옥의 계금(戒禁)을 쌓고 모읍니까? 어떻게 하면 지옥의 업행(業行)과 지옥의 몸[身]과 칼ㆍ활ㆍ화살ㆍ송곳ㆍ쇠그릇ㆍ수레바퀴ㆍ불 등이 더욱 불어납니까?
어떻게 하면 중생의 지옥 과보를 파괴할 수 있습니까? 어떻게 하면 지옥 중생에게 안락을 지어줄 수 있습니까? 어떻게 하면 큰 비를 쏟아서 지옥의 불을 끌 수 있습니까?
010_1080_c_03L云何爲地獄衆生作安樂?云何注大雨能滅地獄火?
어떻게 하면 지옥에 처하면서도 그 과보를 받지 않을 수 있습니까? 어떻게 하면 지옥 중생을 위하여 배[船]의 길잡이가 될 수 있습니까? 어떻게 하면 지옥 중생을 위하여 크고 좋은 약[大良藥]을 지어줄 수 있습니까?
010_1080_c_05L云何處地獄而不受其報?云何爲地獄而作舩導師?云何爲地獄而作大良藥?
어떻게 하면 닫히고 막힌 지옥의 길을 열어 줄 수 있습니까? 어떻게 하면 지혜의 등불이 되어서 생사의 어둠을 파괴하게 됩니까?
010_1080_c_07L云何而能得閉塞地獄道?云何作慧燈,壞於生死闇?
어떻게 하면 생사의 번뇌에 있으면서도 독(毒)이 묻지 않으며, 비록 머무르되 머무르는 바가 없으면서 빈 곳에 머무르는[空住] 것과도 같지 않으며, 모든 번뇌를 능히 녹이는 것이 마치 햇빛이 눈[雪]을 비추는 것과 같고, 여래의 상ㆍ낙ㆍ아ㆍ정을 보면서 그 마음이 편안하게 머무름이 마치 수미산과 같으며, 동요하지도 않고 구르지도 않음이 마치 제석의 당기[幢]와 같으며, 여래는 실로 필경 열반하지 않는데도 또한 여래는 열반에 든다고 말하고 그 마음이 파괴되지 않음이 마치 금강(金剛)과 같습니까?
어떻게 하면 참괴(慚愧)를 얻습니까? 어떻게 하면 좋은 몸[好身]을 얻습니까? 어떻게 하면 다시 대중에게 사랑과 공경을 받는 몸을 얻을 수 있습니까? 어떻게 하면 탐내지 않음[不貪]을 얻습니까? 어떻게 하면 성내지 않음[不瞋]을 얻습니까? 어떻게 하면 미묘한 광명을 얻습니까? 어떻게 하면 바른 성품[正性]을 얻습니까? 어떻게 하면 자재함[自在]을 얻습니까? 어떻게 하면 대중 권속(大衆眷屬)을 얻을 수 있습니까?
어떻게 하면 권속을 무너뜨리지 않으면서 물러나지도 않고 잃지도 않고, 음식을 탐내지도 않으며, 언제나 만족할 줄 앎[知足]을 닦고 끝내 고기를 먹지 않으며, 모든 중생들에 대하여 언제나 사랑하는 마음을 내고, 항상 세간에서 공경을 받으며 온갖 큰 시주[大施主]라는 이름을 얻고, 큰 힘[大力]이라는 이름을 얻고 씩씩한 행[健行]이라는 이름을 얻으며, 대자(大慈)ㆍ대비(大悲)ㆍ대희(大喜)ㆍ대사(大捨)ㆍ대혜(大慧)와 총지(總持)로 세간을 수순하면서 세간의 편안을 위하고 세간의 즐거움을 위할 수 있습니까?
010_1081_a_02L어떻게 하면 세간(世間)과 위없는[無上] 세간과 이보다 더 뛰어난 것이 없는[無勝] 세간을 얻음이 그지없고, 언제나 바른 말[正語]을 행하고 범행(梵行)을 수행하며 대비행(大悲行)ㆍ희행(喜行)ㆍ성행(聖行)을 행하고, 공한 법계[空法界]를 보고 수순하며 연설하고 공하지 않은 법계[不空界]를 보면서 연설하는 것도 역시 그와 같을 수 있습니까?
어떻게 하면 부처님의 법 모양[法相]을 연설하며 부처님의 참된 법[眞法]을 보고, 청정하고 자재한 지계라는 재물을 얻으며, 덕이라는 재물과 법이라는 재물과 먹지 않음이라는 재물을 얻으며, 가난한 중생을 위하여 아무리 베풀어도 비워지지 않는 창고 같은 몸을 얻고,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세 가지 정(定)인 공(空)ㆍ무상(無相)ㆍ무원(無願)을 얻습니까?
어떻게 하면 정토(淨土)에 나고자 하면 원하는 대로 몸을 얻고, 비록 중생을 위하여 이 음신(陰身)을 받는다 하더라도 중생에게 그 은혜의 보답을 구하지 않으며, 지계(持戒)를 찬탄하면서 파계(破戒)한 이를 꾸짖고 뭇 사악[群邪]한 것에 무너지지 않으며, 비록 외전(外典)을 읽는다 하더라도 그 뜻을 따르지 않고, 설할 법의 구절의 뜻[句義]이 끊어지지 않겠습니까?
어떻게 하면 사문(沙門)이니 바라문(婆羅門)이라 하더라도 끝내 사문이라는 생각과 바라문이라는 생각을 내지 않고, 비록 또 산수(算數)와 주술(呪術)을 환히 안다 하더라도 마음은 처음부터 탐착하는 생각[貪著想]이 있지 않으며, 비록 중생을 위하여 천사(天寺)에 들어가서 공양하고 공경하고 의지하는 예배를 보인다 하더라도 그 마음속은 언제나 법계(法界)에 의지할 수 있겠습니까?
어떻게 하면 열 가지 악(惡)을 실제 행하여도 실로 이것은 범행(梵行)이어서 모든 부처님께서 마치 외아들을 보듯 보호하고 생각하시고, 모든 부처님 법의 몸을 잘 수호하여 지니며, 온갖 모든 부처님의 법륜(法輪)을 능히 굴리고, 모든 부처님의 깊고 깊은 법계와 진실한 모양을 깊이 보며, 그 수행한 바는 모든 부처님의 행과 평등하고 한량없는 몸과 한량없는 행(行)을 얻겠습니까?
어떻게 하면 모든 부처님의 모든 비밀한 말씀을 잘 이해하고 모든 부처님과 같이 교만을 제거할 수 있으며, 법계의 깊고 은밀한 뜻을 잘 설하고, 비록 교만을 말한다 하더라도 교만한 생각도 없고, 또한 다른 이로 하여금 교만을 내지도 않게 하며, 마음에 탐냄[貪]ㆍ성냄[恚]ㆍ어리석음[愚癡]ㆍ두려움[怖畏]이 없습니다.
마치 모든 부처님과 같이 그 행(行)은 한량없고 미묘하고 비밀함도 한량없으며 모든 법도 한량없고 자유자재하게 말함[樂說]도 한량없으며 성품과 모양[性相]도 한량없고 진실함도 한량없겠습니까?
010_1081_a_23L猶如諸佛;其行無量,微密無量,諸法無量,樂說無量,性相無量,眞實無量。
010_1081_b_02L어떻게 하면 진실[眞]을 보고 실제[實]를 보며 성품[性]을 보고 법을 보며,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번뇌를 끊게 하기 위하여 법을 연설하고, 번뇌의 모든 결(結)인 큰 바다를 영원히 건너가신 부처님 세존의 지견(知見)을 언제나 얻고, 중생을 제도하기 위하여 번뇌의 모든 결인 바다를 건너는 법을 연설할 수 있겠습니까?
어떻게 하면 자기 자신이 제도된 뒤에는 아직 제도되지 못한 이를 제도하고, 자신이 해탈을 얻은 뒤에는 아직 해탈하지 못한 이를 해탈시키며, 자신이 안온을 얻은 뒤에는 아직 안온하지 못한 이를 안온하게 하고, 아직 열반하지 못한 이면 열반을 얻게 하며, 자기 자신이 법계를 보고 환히 진실하게 알고 혹은 중생들을 위하여 진실하고 진실하지 않은 것을 말할 수 있겠습니까?
어떻게 하면 한량없는 겁(劫) 동안 이미 네 가지 악마[四魔]를 쳐부수고, 중생들을 위하여 보리수 아래에서 바야흐로 악마들을 항복시키는 모습을 나타내며, 안으로는 진실로 알고 보면서 오래 전에 모든 악마를 파괴하고서도 중생들을 위해서는 ‘지금 쳐부순다’고 외치며, 좋은 방편으로 법륜을 굴리고 좋은 방편으로 열반에 드는 것을 나타낼 수 있겠습니까?
어떻게 하면 모든 부처님의 신통을 얻을 수 있습니까? 어떻게 하면 부처님 여래ㆍ법왕(法王)이 됩니까? 어떻게 하면 부처님의 미묘하고 비밀한 법장(法藏)을 얻습니까? 어떻게 하면 부처님의 불가사의(不可思議)를 얻습니까? 어떻게 하면 모든 부처님의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고, 수 없고, 그보다 더 뛰어난 것이 없고 가없을 수 있겠습니까? 어떻게 하면 온갖 중생들에게 감로(甘露)의 법맛[法味]을 베풀 수 있습니까?”
그때 세존께서 대운밀장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장하고 장하구나. 선남자야, 지금 네 질문은 참으로 명쾌하고 좋구나. 세간의 중생들을 안락하게 하기 위하여 짐짓 이런 질문을 하는구나. 모든 중생은 무명(無明)으로 눈이 멀어 모든 부처님께서 지니신 진실한 공덕을 알지 못하느니라.
선남자야, 너는 지금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모두 지혜안(智慧眼)과 상안(常眼)과 상광(常光)을 얻어서 나고 죽는 번뇌의 큰 강물을 영원히 건너 모든 부처님의 보리행(菩提行)을 분명히 알게 하고자 하고, 중생에게 있는 무명인 결(結)의 알을 파괴하고 위없는 보리행을 보이면서 인도하고자 하는구나.
010_1081_c_02L 온갖 중생들이 상이 없고[無常], 낙이 없고[無樂], 내가 없고[無我], 정이 없다[無淨]고 언제나 즐거이 연설하는 것을 이제 상ㆍ낙ㆍ아ㆍ정으로 여래는 마침내 열반에 드신다는 것을 열고자 하며, 상이 없고 낙이 없고 아가 없고 정이 없다는 것에 대해 이제 모든 부처님 세존은 마침내 멸(滅)하지 않고 항상 머무르면서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열고자 하는구나.
선남자야, 마치 차라가범지(遮羅迦梵志)와 니건자(尼乾子)와 모든 바라문들은 실은 아라한이 아니면서 아라한이라는 생각을 짓고 성인이 아니면서 성인이라는 생각을 하며 하늘이 아니면서 하늘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처럼 실은 상ㆍ낙ㆍ아ㆍ정의 법이 아닌데도 상ㆍ낙ㆍ아ㆍ정이라는 생각을 짓느니라.
너는 지금 그러한 중생들을 위하여 사악한 독의 화살을 뽑아 주어 사악한 속박[邪縛]에서 해탈시키고 사악한 옥[邪獄]을 깨뜨려서 사악한 그물[邪網]에서 벗어나며 법 맛을 베풀어서 감로를 먹게 하고 편안히 4선(禪)에서 잠을 자면서 청정한 계향(戒香)을 바르며 4등(等)으로 꽃을 삼고 참괴(慚愧)로 옷을 삼게 하려고 짐짓 이런 질문을 하는구나.
선남자야, 모든 중생들은 전체의 모양[總相]을 알지 못하고 따로따로의 모양[別相]도 알지 못하며 모양[相]과 모양이 없는 것과 모양이 아닌 것과 모양이 없는 것도 아닌 것과 모양의 모양[相相]이 아닌 것과 모양이 없는 모양[無相相]이 아닌 것도 알 수 없으며 알 수 없는 것도 아니니라.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며, 손[手]도 아니고 손가락[指]도 아니며, 이것과 저것의 중간도 아니며, 짓는 것도 아니고 짓지 않은 것도 아니며, 보이는 것도 아니고 보이지 않는 것도 아니며, 인(因)한 것도 아니고 인하지 않은 것도 아니며, 눈을 깜짝거리는 것도 아니고 눈을 깜짝거리지 않은 것도 아니니라.
010_1082_a_02L 아는 것도 아니고 알지 못하는 것도 아니며, 인식하는 것도 아니며 인식하지 않은 것도 아니며, 머무르는 것도 아니고 머무르지 않은 것도 아니며, 어두운 것도 아니고 밝은 것도 아니며, 모양도 아니고 이름도 아니며, 가벼운 것도 아니고 무거운 것도 아니며, 파리한 것도 아니고 힘 있는 것도 아니며, 도리에 맞는 것도 아니고 도리에 맞지 않은 것도 아니며, 깨끗한 것도 아니고 깨끗하지 않은 것도 아니며, 유위(有爲)도 아니고 무위(無爲)도 아니며,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니라.
취하는 것도 아니고 버리는 것도 아니며, 생기는 것도 아니고 물러나는 것도 아니고, 진실한 것도 아니고 거짓도 아니며, 바른 것도 아니고 삿된 것도 아니며, 마지막도 아니고 마지막이 아닌 것도 아니며, 복밭도 아니고 복밭이 아닌 것도 아니며, 때가 아니고 때가 되지 않은 것도 아니며, 깨끗할 만한 것도 아니고 깨끗할 만하지 않은 것도 아니며, 짓는 것도 아니고 지을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나는 것도 아니고 없어지는 것도 아니며, 찬 것도 아니고 더운 것도 아니니라.
음(陰)ㆍ입(入)ㆍ계(界)도 아니며, 결의 인도 아니고 업의 인도 아니며, 나오는 것도 아니고 떨어지는 것도 아니며, 자라는 것도 아니고 더욱 자라는 것도 아니며, 타락하는 것이 있거나 마침내는 타락하는 것이 없는 것도 아니며, 이것은 유(有)의 법이 아니어서 영원히 모든 유를 끊는 것이니라.
과거도 아니고 미래도 아니고 현재도 아니며, 진실한 것도 아니고 진실하지 않은 것도 아니며, 성품[性]이 아니고 성품이 되지 않은 것도 아니며, 색(色)도 아니고 느낌[受]ㆍ생각[想]ㆍ결합[行]ㆍ식별[識]도 아니며, 다하는[盡] 것도 아니고 다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또한 다할 수도 없으며, 같은 것[等]도 아니고 같음이 없는 것도 아니고 또한 같을 이[與等]도 없느니라.
땅[地]ㆍ물[水]ㆍ불[火]ㆍ바람[風]도 아니어서 온갖 법계는 실로 몸이 없어서 실상(實相)의 모양은 마침내 진실한 것이니, 이것을 바로 여래(如來)라 하느니라.
010_1082_a_14L非地、水、火、風。一切法界,實無有身:實相之相,畢竟眞實,是名如來。
한량없고 그지없고 불가사의하여 모든 공덕으로 성취된 이와 같은 몸이 곧 모든 부처님의 참된 법신(法身)이니라. 그 뜻은 심히 깊고 불가사의하니 여래의 법계는 깊고 깊으며 그윽하게 멀고 본래의 처소를 옮기지 않으면서 정법(正法)을 널리 설하며, 시방(十方)의 모든 부처님께서는 모두 듣고 알게 되느니라.
왜냐하면 여래는 자재한 신력으로 행하기 때문이니라. 이와 같이 심오한 말[深語]은 성문(聲聞)이나 연각(緣覺)은 얻어 듣지 못할 것이니라.
010_1082_a_20L所以者何?如來自在神力行故,如是深語,聲聞、緣覺所不得聞。
010_1082_b_02L선남자야, 모든 부처님께서는 무엇 때문에 그들이 들을 수 있도록 말씀하시지 않는가? 선남자야, 성문이나 연각은 나아가 한 글자의 뜻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마치 앞을 보지 못하는 이나 독(毒)을 마신 미친 사람과 같고, 마치 누에가 고치에 있는 것과 같으며, 마치 독화살을 맞은 것과 같고, 마치 담병(痰病)에 걸린 이와 같으니라. 그러므로 모든 부처님께서는 그들을 위하여 말씀하시지 않느니라.
부처님 법이 멸(滅)하고 멸하지 않는 것도 알지 못하면서 ‘여래는 상(常)도 없고 낙(樂)도 없고 아(我)도 없고 정(淨)도 없다’고 하여 번뇌의 화살이 있게 되나니, 이것이 바로 독이 섞인 밥[雜毒食]이니라. 그러므로 이와 같은 사람들을 위하여 모든 부처님의 상ㆍ낙ㆍ아ㆍ정을 연설하여 이런 사람의 무명의 어둠을 제거하려 하느니라.
그 성품은 그지없으며 예로부터 가려진 것을 이제 드러내 보이고자 하여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는 큰 지혜 등불을 켜서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똑똑하고 분명히 보게 하시느니라. 선남자야, 나는 장차 네가 질문한 것을 말하여 네가 예로부터 세웠던 서원(誓願)을 도우려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장하고 장하구나. 선남자야, 네가 지금 묻는 바는 그 뜻이 심히 깊으니, 중생으로 하여금 생사의 바다를 건너게 하기 위해서이고, 방등경(方等經)을 널리 유포하기 위해서이며, 항상한 법[常法]을 위해서이고, 온갖 감로의 법맛을 베풀어 주어서 중생의 빈궁한 고통을 끊어 없애기 위해서이다.
너는 이제 이 감로의 맛을 보아야 하고, 네가 먹은 뒤에는 다시 차츰차츰 베풀어야 하느니라. 나는 이제 설하리니 너는 곧 잘 들어라. 처음의 말[初語]도 좋고 중간의 말[中語]도 좋고 나중의 말[後語]도 좋으며, 그 뜻[義]은 진실하고 언사(言辭)는 교묘하며 그 음성은 청정하여 순수하고 섞이지 않았으며, 뒤섞임이 없어 맑고 깨끗한 범행(梵行)의 모양을 완전히 갖추었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