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 바가바(婆伽婆)께서는 왕사성(王舍城) 기사굴산(耆闍崛山)에 머무시면서 큰 비구의 무리 백천(百千) 명과 함께 계셨다. 보살의 수가 80나유타인데 모두 일생보처(一生補處)였다. 아시다(阿氏多) 보살마하살이 상수(上首)가 되고, 사천왕(四天王)과 석천왕(釋天王), 사바세계의 주인이신 대범천왕(大梵天王)과 나머지 복덕(福德)을 증진(增進)하는 여러 하늘들, 위세를 증진시키는 아수라왕(阿修羅王)ㆍ용왕(龍王)ㆍ야차(夜叉)ㆍ건달바(乾闥婆)ㆍ긴타라(緊陀羅)ㆍ마후라가(摩睺羅伽)ㆍ인비인(人非人) 등이 앞뒤로 둘러싸서 여래를 우러러보았다.
당시 이 대중들 가운데 보살이 있었으니, 이름이 월광 동자(月光童子)였다. 이미 과거 세상에 여러 부처님을 공양하고 많은 선근(善根)을 심어서 스스로 숙세의 운명을 알았으며, 대승(大乘)을 믿어 즐기고 대승에 편안히 머물러서 대비(大悲)와 서로 응하고 있었다. 월광 동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는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부처님께 여쭙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부디 들어주셔서 제 의문의 결박을 없애 주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동자야, 네 좋을 대로 하라. 그러한 물음에 대해서 마땅히 너를 위해 설명하여 기쁘게 하리라. 나의 일체지(一切智)와 일체지견(一切知見)은 일체법(一切法)에서 힘 있고 두려움이 없어서 자재(自在)함을 얻은 것이니, 이는 무장애해탈(無障碍解脫)의 지견과 상응하는 것이니라. 동자야, 여래는 알지 못하는 것이 없고, 보지 못하는 것이 없으며, 증득하지 않은 것이 없고, 선택(選擇)하지 않음이 없어서 한량없고 가이없는 세계를 깨달아 알고 있다. 동자야, 모든 불세존께서는 그렇고 그러한 물음에 대해 다 따라서 대답하여 모두의 마음을 기쁘게 하느니라.”
모든 부처님께서는 어떤 수행을 하셨기에 이 세상의 어버이로 밝은 광명 지으시고 불가사의한 지혜 능히 얻으셨습니까? 바라건대, 구원을 베풀어 해설해 주옵소서.
011_0001_b_03L諸佛行於何等行, 能爲世親作光明?
能得不可思議智? 惟願救護解說之。
어떤 수행을 하셨기에 이 설법에서 인중우왕(人中牛王)의 하늘이 공경하여 받들며 측량할 수 없는 최상의 지혜를 얻으셨나요. 부디 저를 위해 잘 분별해 주시길 원하나이다.
011_0001_b_05L何行得斯說法上, 人中牛王天敬奉,
不可稱量最上智? 惟願爲我善分別。
저희들은 깊이 믿기 때문에 여쭙는 것이니 진실할 뿐 아첨하거나 왜곡하는 마음이 없으며 더욱이 저 자신을 능히 증득해 알지 못함은 오직 부처님께서만 비추어 보는 바입니다.
011_0001_b_07L我以深信故諮問, 眞實無有諂曲心,
餘更無能證知我, 唯是人尊所照見。
저희는 광대하고 뛰어나게 즐기는 마음을 가졌으니 석종사자(釋種師子)께서는 저의 행(行)을 아시지요. 저의 마음 말로 할 수 없사오니 오직 저를 위해 조도법(助道法)을 설하여 주옵소서.
011_0001_b_09L我有廣大勝樂心, 釋種師子知我行,
我心不爲語言故, 唯願爲我說助道。
장차 모든 부처님의 무슨 법을 가지고 가이없는 지혜를 증장(增長)시킬 수 있나요. 일체법에서 저 언덕[彼岸]에 이르는 길 오직 저희들을 위해 잘 말씀해 주십시오.
011_0001_b_11L何法能將諸佛來, 而得增長無邊智,
於一切法到彼者? 唯願爲我善宣說。
저의 수행을 오래 기르는 법을 설하시어 명리지(明利智)를 닦아 이루도록 하옵소서. 깊은 마음으로 계율을 지녀 범하지 않겠으니 일체의 두려움을 멀리 여의게 하옵소서.
011_0001_b_13L願說長養我行法, 令得修成明利智,
深心持戒不毀犯, 遠離一切諸怖畏。
어찌해야 계율 중에서 버리지 않는 것이며 어찌해야 지혜 중에서 줄지 않는 것이며 어찌해야 아란야(阿蘭若)에 안주하는 것이며 어찌해야 지혜를 증장할 수 있나이까.
011_0001_b_15L云何於戒而不棄? 云何於慧而不減?
云何安住阿蘭若? 云何而得增智慧?
어찌해야 훌륭하고 묘한 불법에 능히 들어가서 금하는 계율 기꺼이 수호하며 뉘우침이 없을까요. 어찌해야 모든 계율에서 모자람이 없게 하고 어찌해야 유위(有爲)의 성품을 알 수 있나이까.
011_0001_b_17L云何能入勝妙法, 樂護禁戒無悔恨?
云何於戒而不缺, 云何能知有爲性?
어찌해야 이 3업(業)의 청정을 얻어서 오염 없는 마음으로 부처의 길[佛道]에 나아갈까요. 어찌해야 신업(身業)의 청정을 얻을 수 있고 어찌해야 입[口]과 뜻[意]으로 지은 악업 없애며 어찌해야 잡스럽게 물든 마음을 여읠까요. 세존이시여, 오직 저의 질문을 따라 설하시기 바랍니다.
011_0001_c_02L 그때 부처님께서 월광 동자에게 말씀하셨다. “보살마하살이 만약 한 법[一法]과 서로 감응한다면 속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니, 이와 같이 모든 법을 반드시 다 얻게 될 것이니라. 한 법은 무엇인가? 만약 보살마하살이 중생에 대하여 평등한 마음과 구제해 보호하는 마음과 장애 없는 마음과 3독(毒)이 없는 마음을 일으키면, 이것이 한 법과 상응하게 되어서 속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고 능히 이와 같은 공덕(功德)의 이익을 얻게 되는 것이니라.”
만약 이 한 법[一法]을 받아 지니면서 보살의 올바른 수행을 따를 수 있다면 이 한 법의 공덕을 말미암기 때문에 위없는 도를 빨리 성취할 수 있으리라.
011_0001_c_06L若有受持是一法, 能順菩薩正修行,
因此一法功德故, 速得成於無上道。
어느 곳에서나 마음의 장애가 없이 용맹한 보살이 능히 행하는 바라서 처음부터 애증의 상념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이와 같이 한다면 묘한 공덕 얻으리라.
011_0001_c_08L於一切處心無㝵, 勇猛菩薩所能行,
初不起於憎愛想, 如是則獲妙功德。
만약 이와 같이 평등의 마음을 능히 닦는다면 곧 평등의 과보(果報)를 증득할 수 있으니 이와 같이 법과 행실이 둘 다 평등하다면 곧바로 평등상(平等相)에 편안하게 머무르리.
011_0001_c_10L若能如是修等心, 則得證於平等果;
如是法行俱平等, 則得足下安平相。
평등을 닦아서 성내는 마음을 여의면 온갖 번뇌의 덮개[覆]를 능히 없애나니 이러한 인연으로 곧바로 평등 얻기 때문에 곧바로 연화색(蓮花色)을 얻으리라.
011_0001_c_12L修於平等離瞋心, 能除一切煩惱覆,
以是因緣足下平, 故獲足下蓮花色。
저들 부처 홀로 시방세계에 나타나서 복과 덕의 광명이 불국토에 두루하고 이미 적멸지(寂滅地)에 오르게 되어서 한량없는 모든 중생을 조복하리로다.
011_0001_c_14L彼能獨顯於十方, 福德光明遍佛土,
旣得登於寂滅地, 調伏無量諸衆生。
“동자야, 보살마하살은 모든 중생에 대하여 평등한 마음과 구호의 마음과 장애 없는 마음과 3독이 없는 마음을 일으켜서 세간(世間)의 눈이 되어 삼매를 증득하니, 그 이름을 제법체성평등무희론삼매(諸法體性平等無戱論三昧)라 하느니라. 그리고 그 삼매로부터 열 가지 법[十法]을 성취하느니라. 무엇이 열 가지인가? 첫째는 신계(身戒)요, 둘째는 구계(口戒)요, 셋째는 의계(意戒)요, 넷째는 업(業)의 청정함이요, 다섯째는 모든 인연(因緣)을 제도함이요, 여섯째는 모든 음(陰)을 깨달아 이해하는 것이요, 일곱째는 계의 평등[界平等]을 얻음이요, 여덟째는 모든 입(入)의 상(相)을 없앰이요, 아홉째는 모든 애착[愛]를 끊어 멸하는 것이요, 열째는 무생(無生)을 증득함이니라.
011_0002_a_02L또 열 가지 법이 있으니, 첫째는 모든 법의 성품에 들어감이요, 둘째는 여러 인(因)을 나타내 보임이요, 셋째는 과(果)를 무너뜨리지 않음이요, 넷째는 모든 법을 드러내 보임이요, 다섯째는 도(道)를 닦아 익히는[修集:修習] 것이요, 여섯째는 부처와 함께 태어남이요, 일곱째는 지혜가 밝고 예리함이요, 여덟째는 모든 중생이 즐겨하고 바라는 지혜에 들어감이요, 아홉째는 법의 지혜를 얻음이요, 열째는 무애변지(無碍辯智:걸림 없는 변설의 지혜)에 들어감이니라.
또 열 가지 법이 있으니, 첫째는 문자(文字)를 잘 아는 지혜요, 둘째는 모든 사(事)를 이미 건너감이요, 셋째는 음성(音聲)을 알아듣는 지혜요, 넷째는 계(界)에서 평등함이요, 다섯째는 계(界)의 평등심을 얻어서 뛸 듯이 기뻐하는 것이요, 여섯째는 기쁨의 몫[喜分]을 얻음이요, 일곱째는 왜곡되지 않는 마음[不曲心]을 얻음이요, 여덟째는 위의(威儀)로 조복(調伏)함이요, 아홉째는 질직심(質直心)을 얻음이요, 열째는 얼굴 색[色]에 성냄의 변화가 없는 것이니라.
또 열 가지 법이 있으니, 첫째는 얼굴이 항상 기쁨에 차 있음이요, 둘째는 말씨가 온화하고 고상함이요, 셋째는 항상 먼저 위문(慰問)함이요, 넷째는 항상 게으르지 않음이요, 다섯째는 웃어른을 존경함이요, 여섯째는 웃어른을 공양함이요, 일곱째는 태어난 곳에 만족할 줄 아는 것이요, 여덟째는 선(善)을 닦음에 싫어함이 없는 것이요, 아홉째는 사명(邪命)이 청정해지는 것이요, 열째는 아란야에 편안히 머무는 것이니라.
또 열 가지 법이 있으니, 첫째는 한 경지마다 편안히 머무르는 지혜요, 둘째는 바른 생각[正念]을 잊지 않는 것이요, 셋째는 남이 모르는 방편[陰方便]을 얻는 지혜요, 넷째는 계방편(界方便)의 지혜요, 다섯째는 방편에 들어가는 지혜요, 여섯째는 온갖 신통력을 증득하는 것이요, 일곱째는 모든 번뇌를 멸함이요, 여덟째는 습기(習氣)를 끊어 없앰이요, 아홉째는 마음이 항상 용맹함이요, 열째는 부정관(不淨觀)에 머무름이니라.
또 열 가지 법이 있으니, 첫째는 방편을 범(犯)하였음을 아는 것이요, 둘째는 여러 유류(有流:暴流)를 멸함이요, 셋째는 모든 결사(結使:煩惱)를 끊음이요, 넷째는 온갖 유(有)를 이미 건너감이요, 다섯째는 숙명(宿命)을 잘 아는 것이요, 여섯째는 업과(業果)에 의혹이 없음이요, 일곱째는 법(法)을 사유함이요, 여덟째는 다문(多聞)을 구함이요, 아홉째는 예리한 지혜[利智]를 얻음이요, 열째는 조복지(調伏地)를 얻음이니라.
011_0002_b_02L또 열 가지 법이 있으니, 첫째는 태어날 곳을 잘 분별함이요, 둘째는 진지(盡智)2)를 얻음이요, 셋째는 언어에 대하여 잘 아는 지혜요, 넷째는 속세(俗世)의 연(緣)을 버림이요, 다섯째는 삼계(三界)를 싫어해 여읨이요, 여섯째는 하심(下心:자기를 비하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음이요, 일곱째는 모든 법에 집착하지 않음이요, 여덟째는 바른 법을 섭수(攝受)함이요, 아홉째는 정법을 수호함이요, 열째는 계율의 방편을 아는 것이니라.
또 열 가지 법이 있으니, 첫째는 모든 다툼을 없애는 것이요, 둘째는 서로 어기지 않음이요, 셋째는 싸우거나 송사하지 않음이요, 넷째는 평등을 견디는 것이요, 다섯째는 인지(忍地)를 얻음이요, 여섯째는 인(忍)에서 스스로 섭수함이요, 일곱째는 모든 법을 잘 택하는 것이요, 여덟째는 즐겁게 계를 갖추는 것이요, 아홉째는 방편을 결정해서 묻고 대답함을 잘 하는 것이요, 열째는 구절의 뜻을 잘 분별하는 지혜이니라.
또 열 가지 법이 있으니, 첫째는 법에서 방편을 낳는 지혜요, 둘째는 옳고 옳지 않음의 낳음을 잘 아는 지혜요, 셋째는 전제(前際:과거)의 지혜요, 넷째는 후제(後際:미래)의 지혜요, 다섯째는 현재의 지혜요, 여섯째는 삼세평등지(三世平等智)요, 일곱째는 3륜(輪)을 잘 아는 지혜요, 여덟째는 마음이 편히 머묾이요, 아홉째는 몸이 편히 머묾이요, 열째는 위의(威儀)를 잘 보호함이니라.
또 열 가지 법이 있으니, 첫째는 부끄러워함이 있음이요, 둘째는 악한 마음을 버림이요, 셋째는 두타(頭陀)의 행을 버리지 않음이요, 넷째는 믿음에 대해 어그러짐이 없음이요, 다섯째는 기쁨의 수행을 항상 행함이요, 여섯째는 앉은 곳에서 일어나 웃어른에게 베풂이요, 일곱째는 교만함을 버림이요, 여덟째는 마음을 잘 섭수(攝受)하는 것이요, 아홉째는 심상응(心相應)을 잘 아는 것이요, 열째는 마음의 일어남을 잘 아는 것이니라.
011_0002_c_02L또 열 가지 법이 있으니, 첫째는 의(義)를 잘 아는 지혜요, 둘째는 법(法)을 잘 아는 지혜요, 셋째는 무지(無智)를 멀리 여의는 것이요, 넷째는 미세심(微細心)까지 잘 들어감이요, 다섯째는 마음의 자성(自性)을 인식함이요, 여섯째는 법의 오가는 방편을 잘 아는 것이요, 일곱째는 일체 언어에 대해 잘 아는 지혜요, 여덟째는 말의 걸림 없는 차별을 잘 얻음이요, 아홉째는 의(義)를 얻어서 방편을 결정하는 지혜요, 열째는 의(義)가 아닌 것은 버리는 것이니라.
또 열 가지 법이 있으니, 첫째는 착한 이를 친하고 가까이함이요, 둘째는 착한 이와 더불어 일을 같이함이요, 셋째는 그 가르침을 듣고 수용함이요, 넷째는 나쁜 이를 멀리 여읨이요, 다섯째는 선(禪)을 닦아 통달함을 일으킴이요, 여섯째는 선미(禪味)에 집착하지 않음이요, 일곱째는 신통(神通)에 노니는 것이요, 여덟째는 세간 지혜를 얻음이요, 아홉째는 시설(施設)한 거짓 이름을 멀리 여읨이요, 열째는 유위(有爲)를 싫어하지 않음이니라.
또 열 가지 법이 있으니, 첫째는 공경하지 않음을 버리는 것이요, 둘째는 공경함을 행하는 것이요, 셋째는 예의를 갖춤이요, 넷째는 무례한 위의를 버림이요, 다섯째는 속가(俗家)를 더럽히지 않음이요, 여섯째는 불법(佛法)을 수호함이요, 일곱째는 조용히 침묵하며 말을 적게 함이요, 여덟째는 말과 행동이 거칠지 않음이요, 아홉째는 남과 더불어 말을 주고받을 때 방편에 능한 것이요, 열째는 모든 원망을 항복받음이니라.
또 열 가지 법이 있으니, 첫째는 시절(時節)을 잘 아는 것이요, 둘째는 모든 범부에 대하여 알아 생각할 수 없는 것이요, 셋째는 모든 가난하고 천한 자에 대하여 경시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음이요, 넷째는 빌어먹는 사람이 있으면 곧 보시함이요, 다섯째는 모든 가난한 자가 빌어먹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 것이요, 여섯째는 모든 계를 어긴 이에 대하여 혐오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요, 일곱째는 남들을 구원하고자 염원함이요, 여덟째는 짓는 바를 잘 아는 것이요, 아홉째는 바른 법을 섭수함이요, 열째는 재화와 먹을 것을 버림이니라.
또 열 가지 법이 있으니, 첫째는 재물 쌓아두는 것을 영위하지 않음이요, 둘째는 계율 지키는 것을 찬탄함이요, 셋째는 계율을 어김을 꾸짖음이요, 넷째는 계율 지킴을 존경하고 받들면서 아첨하는 마음을 갖지 않음이요, 다섯째는 일체 가진 것을 모두 다 보시할 수 있음이요, 여섯째는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권하고 청함이요, 일곱째는 말한 대로 행함이요, 여덟째는 지혜 있는 사람을 받들어 섬기는 것이요, 아홉째는 모든 법에 대해 깊이 즐기며 수행함을 결정하는 것이요, 열째는 비유할 수 있는 지혜를 얻음이니라.
011_0003_a_02L또 열 가지 법이 있으니, 첫째는 전제(前際)의 방편에 대한 것이요, 둘째는 선(善)을 닦음을 우선으로 삼음이요, 셋째는 여러 방편을 가짐이요, 넷째는 모든 상(相)을 끊어 없앰이요, 다섯째는 모든 상념을 버리는 것이요, 여섯째는 사상(事相)에 대해 잘 아는 것이요, 일곱째는 모든 경전을 능히 연설하는 것이요, 여덟째는 모든 위순(違順)의 경계에서 방편을 잘 얻는 것이요, 아홉째는 진리[諦]에 대해 결정하는 것이요, 열째는 해탈을 증득함이니라.
또 열 가지 법이 있으니, 첫째는 말한 것이 진실하고 솔직함이요, 둘째는 자성지(自性智)를 나타냄이요, 셋째는 언설(言說)에 의혹이 없음이요, 넷째는 공(空)에 생각을 매어두는 것이요, 다섯째는 상의 없음[無相]을 닦음이요, 여섯째는 무원(無願)의 성품을 아는 것이요, 일곱째는 4무외(無畏)를 얻는 것이요, 여덟째는 계율에 대해 견고함이요, 아홉째는 입정(入正)함이 구족한 것이요, 열째는 지혜를 얻음이니라.
또 열 가지 법이 있으니, 첫째는 생각을 하나의 연(緣)에 매어두는 것이요, 둘째는 친지(親知)를 적게 맺음이요, 셋째는 혼탁한 마음을 일으키지 않음이요, 넷째는 모든 견해를 버리는 것이요, 다섯째는 다라니(陀羅尼)를 얻음이요, 여섯째는 지혜를 얻음이요, 일곱째는 밝음[明]을 얻음이요, 여덟째는 편안히 머무름이요, 아홉째는 머물러 지니는[住持] 것이요, 열째는 정근(正勤:四正勤)함이니라.
동자야, 이를 이름하여 보살마하살이 저 제법체성평등무희론삼매로부터 이와 같은 모든 공덕의 이익을 성취하였다고 하느니라.
011_0003_a_14L童子!是名菩薩摩訶薩。從彼諸法體性平等無戲論三昧成就如是諸功德利。
011_0003_b_02L동자야, 이와 같은 삼매를 인(因)이라 이름하고, 상응(相應)이라 이름하고, 교(敎)라 이름하고, 문(門)이라 이름하고, 작(作)이라 이름하고, 도행(道行)이라 이름하고, 무의(無疑)라 이름하고, 사도(師導)라 이름하고, 순인(順忍)을 행한다 이름하고, 인의 경지[忍地]라 이름하고, 불인(不忍)을 없앤다 이름하고, 지혜의 경지[智地]라 이름하고, 무지(無知)를 멀리 여읜다 이름하고, 지혜를 세운다 이름하고, 방편지(方便智)라 이름하고, 보살유행(菩薩遊行)이라 이름하고, 훌륭한 장부를 친근히 한다 이름하고, 악한 장부를 멀리 여읜다 이름하고, 여래께서 말씀하신 불지(佛地)라 이름하고, 지혜 있는 자의 따라 기뻐함[隨喜]이라 이름하고, 어리석은 자가 버리는 것이라 이름하고, 성문(聲聞)으로서는 알기 어렵다 이름하고, 외도의 경지가 아니라 이름하고, 여래께서 섭수하는 것이라 이름하고, 10력(力:부처님께만 있는 열 가지 힘)으로 아는 것이라 이름하고, 여러 하늘이 공양한다 이름하고, 범왕(梵王)이 예배한다 이름하고, 제석(帝釋)이 뒤따르는 행이라 이름하고, 용신(龍神)이 몸을 굽힌다 이름하고, 야차가 따라 기뻐한다 이름하고, 긴다라가 찬양하는 것이라 이름하고, 마후라가가 찬미한다고 이름하고, 보살이 닦는 것이라 이름하고, 지혜 있는 자가 구하는 것이라 이름하고, 위없는 도의 물건을 얻음이라 이름하고, 재화와 먹는 것의 보시가 아니라고 이름하고, 모든 중생의 번뇌와 병을 없애는 약이라 이름하고, 지혜의 창고라 이름하고, 다함이 없는 변재(辯才)라 이름하고, 모든 가르침을 내는 것이라 이름하고, 모든 고통을 없애주는 것이라 이름하고, 삼계(三界)를 아는 것이라 이름하고, 건네주는 뗏목이라 이름하고, 4류(流)를 건네는 배라 이름하고, 명예(名譽)를 낳는 것이라 이름하고, 여래를 찬양하여 드러내는 것이라 이름하고, 여래의 이익이라 이름하고, 10력을 빛나게 찬양하는 것이라 이름하고, 보살의 도덕(道德)을 낳는 것이라 이름하고, 자애로 성냄과 분노의 마음을 멸하는 것이라 이름하고, 비심(悲心)으로 번뇌의 해독을 없앰이라 이름하고, 마음의 적정(寂靜)을 기뻐함이라 이름하고, 슬퍼하는 사람을 사(捨)함이라 이름하고, 대승인(大乘人)을 소생시킴이라 이름하고, 사자후(師子吼)에 능하다 이름하고, 불도(佛道)라 이름하고, 일체법인(一切法印)이라 이름하고, 일체지(一切智)를 인도하는 것이라 이름하고, 보살이 유희(遊戱)하는 동산이라 이름하고, 악마의 무리를 흩뜨리어 무너뜨리는 것이라 이름하고, 선서(善逝)의 구술(衢術)이라 이름하고, 모든 상서로운 뜻[義]을 이룬 것이라 이름하고, 원수와 적을 막는 것이라 이름하고, 법으로써 원수를 항복시킴이라 이름하고, 진실하고 두려움이 없음이라 이름하고, 실다워서 헛되이 구함이 없는 힘이라 이름하고, 18불공법(不共法)의 근본이라 이름하고, 법신(法身)을 장엄한다 이름하고, 모든 행의 위세(威勢)라 이름하고, 부처님의 지혜를 장엄함이라 이름하고, 모든 애착을 버리는 것이라 이름하고, 불장자(佛長子)를 기쁘게 함이라 이름하고, 부처 지혜를 만족함이라 이름하고, 벽지불(辟支佛)의 경지가 아니라 이름하고, 청정한 마음이라 이름하고, 청정한 몸이라 이름하고, 해탈을 성취함이라 이름하고, 모든 잡된 욕심이 없다 이름하고, 모든 잡스런 성냄이 없는 것이라 이름하고, 어리석은 경지가 아니라 이름하고, 아함지(阿含智)라 이름하고, 모든 술(術)을 능히 일으키는 것이라 이름하고, 모든 무명을 제거하는 것이라 이름하고, 해탈에 만족하는 것이라 이름하고, 참선하는 사람을 대단히 기뻐함이라 이름하고, 반드시 보는 자의 눈이라 이름하고, 신통(神通)에 노닌다고 이름하고, 신족(神足)을 능히 나타낸다고 이름하고, 다라니를 듣고서 지닌다 이름하고, 염두에 지녀서 잊지 않는 것이라 이름하고, 모든 부처님이 가호하는 바라 이름하고, 도사(導師)의 방편이라 이름하고, 미세해서 알기 어려워 상응함이 없는 것이라 이름하고, 문자(文字)를 버리는 것이라 이름하고, 뜻[義]을 깊이 아는 지혜라 이름하고, 지견의 지혜라 이름하고, 분별의 지혜라 이름하고, 말로 할 수 없는 지혜라 이름하고, 잘못된 것을 능히 조복하는 지혜라 이름하고, 질박하고 곧은 이의 지혜라 이름하고, 욕심이 적은 자의 지혜라 이름하고, 섭수해 지니면서 정진하는 것이라 이름하고, 능히 지녀서 잊지 아니하는 것이라 이름하고, 모든 괴로움을 능히 소멸하는 것이라 이름하고, 모든 법의 생겨남이 없는 것이라 이름하고, 한마디 연설로 생멸(生滅)이 있는 모든 취(趣)를 능히 아는 것이라 이름하니, 이를 일체법체성평등무희론삼매라 이름하느니라.”
이 법문을 설할 때, 모임 가운데 80나유타의 인천(人天)이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고, 92나유타의 인천이 수음성인(隨音聲忍)을 얻었으며, 76나유타의 인천이 순인(順忍)을 얻고, 6만의 인천이 먼지와 때를 멀리 여의고 법안의 청정함[法眼淨]4)을 얻었으며, 1천 명의 비구가 모든 유루(有漏)를 다하여 마음의 해탈을 얻었으며, 150명의 비구니가 모든 유루를 다하여 마음의 해탈을 얻었으며, 5백 명의 우바새가 아나함과(阿那含果)를 얻고 8백 명의 우바이가 사다함과(斯陀含果)를 얻었다.
011_0004_a_02L이때 삼천대천세계(三千大千世界)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는데, 이른바 동(動)ㆍ변동(遍動)ㆍ등변동(等遍動)을 하고, 용(踊)ㆍ변용(遍踊)ㆍ등변용(等遍踊)을 하며, 기(起)ㆍ변기(遍起)ㆍ등변기(等遍起)를 하고, 후(吼)ㆍ변후(遍吼)ㆍ등변후(等遍吼)를 하며, 진(震)ㆍ변진(遍震)ㆍ등변진(等遍震)을 하고, 각(覺)ㆍ변각(遍覺)ㆍ등변각(等遍覺)을 하는 것이니, 동쪽이 솟아오르면 서쪽이 꺼지고, 서쪽이 솟아오르면 동쪽이 꺼지며, 남쪽이 솟아오르면 북쪽이 꺼지고, 북쪽이 솟아오르면 남쪽이 꺼지며, 가운데가 솟아오르면 변두리가 꺼지고, 변두리가 솟아오르면 가운데가 꺼졌다.
법력(法力) 때문에 홀연히 일찍이 없었던 광명이 일어나서 그윽하고 어두운 변두리 먼 곳에서부터 아비지옥까지 환하게 비추어서 크게 밝지 않은 곳이 없었다. 이때 세계의 철위산 사이에 있던 흑암(黑闇) 중생들이 다시 서로 쳐다보며 저마다 놀라서 말하였다. “어찌하여 여기에 갑자기 이런 사람들이 있게 되었는가?”
그들에겐 가이 없고 걸림 없는 변설이 있어서 한량없는 백천 경전을 선포해 설할 것이고 일체의 시(時)에서 항상 끊어지지 않으리니 이 경들을 지니고 그 내용을 배워라.
011_0004_c_15L彼有無邊無㝵辯, 宣說無量百千經,
於一切時常不斷, 以持此經聞持藏。
만약 누가 미타불과 저 안락세계를 보기 원한다면 나중에 악한 세상을 크게 두려워할 때에 마땅히 이 삼매를 듣고 지켜야 하네.
011_0004_c_17L若欲得見彌陁佛、 及彼安樂世界等,
後大怖畏惡世時, 應當聞持是三昧。
내가 지금 그대에게 부촉할 것 있으니 나 인중존(人中尊)이 스스로 그대에게 권하노라. 내가 열반한 후에 말세를 만나거든 마땅히 이 삼매를 듣고 지녀야 하네.
011_0004_c_19L我今於汝有付囑, 我人中尊自勸汝,
我涅槃後末世時, 應當聞持是三昧。
시방세계의 모든 부처님과 과거 부처님들과 현재 계신 부처님들 저 부처님도 모두 이 삼매를 배우고서 함이 없는 불보리[無爲佛菩提]에 도달하게 되었노라.
011_0004_c_21L十方所有一切佛, 過去世中及現在,
彼佛皆學是三昧, 得到無爲佛菩提。
011_0005_a_02L “동자야, 이런 뜻을 가지고 있는 까닭에 만약 어떤 보살마하살이 여래의 진실한 공덕을 열어 보여 변설하려고 하면 명호(名號)의 의미가 무궁무진할 것이다. 모든 말씀은 부처님께서 수기하신 것이니, 너희들은 이제 마땅히 읽고 외우고 받아 지니어 남을 위해 이러한 삼매를 자세히 말해야 하느니라.
동자야, 무엇이 여래 실덕(實德)의 명호인가? 만약 보살마하살이 아란야에 머물면, 나무 밑의 텅 비고 한가한 곳에 말없이 홀로 앉아서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소위 여래(如來)ㆍ응공(應供)ㆍ정변지(正遍知)ㆍ명행족(明行足)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士)ㆍ조어장부(調御丈夫)ㆍ천인사(天人師)ㆍ불세존(佛世尊)이라 이르는 것은 여래의 뛰어나고 묘한 공덕이 쌓이고 모인 것이니, 온갖 선근(善根)을 닦아서 훼손하거나 상실하지 않고, 대인(大忍)의 힘으로 온갖 모습의 꽃과 형상의 훌륭함에 따라 스스로 장엄한 것이니라. 사랑할 만한 색(色) 중에 가장 뛰어난 자가 되니, 보는 자가 염증을 느끼지 않고 공경하고 믿으며 사랑하고 즐거워했느니라. 온갖 지혜를 능히 빼앗는 자가 없었으니, 파괴될 수 없는 힘으로 온갖 중생을 교화하여 보살의 아버지가 되고 현성(賢聖)의 왕이 되고 열반을 향하여 인도하는 스승이 되었느니라. 끝없는 지혜와 한량없는 변재(辯才)로 범음(梵音)이 맑고 아름다우며 말소리가 유창하였느니라. 상호(相好)도 드물고 기이해서 눈을 우러러 쳐다보면 보이는 곳마다 버릴래야 버릴 수 없었으니, 이는 견줄 바 없는 몸을 얻은 것이라서 욕망에 물들지 않고 색(色)에 물들지 않아 무색계(無色界)를 초월한 것이니라. 온갖 괴로움을 멀리 여의고 모든 법을 버렸으며, 모든 경계를 해탈해서 상응(相應)에 들지 아니하며, 모든 속박을 끊어 없애서 모든 갈애(渴愛)가 다하였으며, 4류(流)를 건너서 지혜를 만족시켰으며, 열반에 편안히 거처하여 실제(實際:眞如法性)에 머물렀느니라.
스스로의 몸과 목숨을 능히 버리고 모든 세간의 온갖 즐거움도 버려서 훗날 악세(惡世)의 두려움의 시기에는 훌륭하고 묘한 선정 수호하여 지키리다.
011_0006_b_03L於自身命能棄捨, 及諸世閒種種樂,
於後惡世怖畏時, 當護持是勝妙定。
저는 이 세간의 한량없는 괴로움을 보고 대비심을 일으켜 없애고자 하옵나니 저들에게도 다시 대비심을 일으켜 이 훌륭한 삼매를 말하려고 하나이다.
011_0006_b_05L我見世閒無量苦, 興大悲心而欲拔,
於彼復起大慈心, 而爲說此勝三昧。
대중 가운데 5백 인이 모두 일어나서 이 삼매를 보호하고 지키겠다고 원하였고 월광 동자가 저들 중에 상수(上首)가 되어 이 훌륭한 삼매를 또한 함께 지녔다.
011_0006_b_07L衆中五百人咸起, 亦願護持是三昧,
童子於彼爲上首, 亦共持此勝三昧。
그때 월광 동자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말씀하신 삼매란 무엇입니까?”
011_0006_b_09L爾時,月光童子白佛言:“世尊!所言三昧,何者是也?”
011_0006_c_02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동자야, 잘 듣고 잘 들어라. 마땅히 너를 위해 설하리라. 이를테면 첫 번째는 마음에서 능히 적멸할 수 있음이고, 두 번째는 일으키는 바가 없음이고, 세 번째는 화합지(和合智)가 없음이고, 네 번째는 무거운 짐을 버리는 것이고, 다섯 번째는 여래의 지혜를 얻음이고, 여섯 번째는 부처님의 위력(威力)을 이룸이고, 일곱 번째는 그 욕망과 집착을 다스림이고, 여덟 번째는 성내는 마음을 멸함이고, 아홉 번째는 어리석음을 끊어 여읨이고, 열 번째는 심상응(心相應)에 머무름이고, 열한 번째는 부주심(不住心)을 버리는 것이고, 열두 번째는 선법(善法)을 즐겨 하고자 하는 것이고, 열세 번째는 유위(有爲)를 빼앗고자 하는 것이고, 열네 번째는 바른 믿음에 편안히 머무는 것이고, 열다섯 번째는 밤에 항상 깨어 있는 것[覺悟]이고, 열여섯 번째는 선정(禪定)을 버리지 않는 것이고, 열일곱 번째는 이미 생긴 선(善)을 늘리는 것이고, 열여덟 번째는 생(生)을 즐기지 않는 것이고, 열아홉 번째는 모든 업(業)을 짓지 않는 것이고, 스무 번째는 내입(內入)을 꾀하지 않는 것이고, 스물한 번째는 외입(外入)을 꾀하지 않는 것이고, 스물두 번째는 자신을 칭찬하지 않는 것이고, 스물세 번째는 다른 사람을 헐뜯지 않는 것이고, 스물네 번째는 속가(俗家)에 있지 아니하는 것이고, 스물다섯 번째는 계행이 순박하고 정숙한 것이고, 스물여섯 번째는 능히 경솔히 속이지 않는 것이고, 스물일곱 번째는 큰 복덕(福德)을 갖는 것이고, 스물여덟 번째는 스스로 아는 것이고, 스물아홉 번째는 경솔하게 조급하지 않는 것이고, 서른 번째는 위의(威儀)에 편히 머무는 것이고, 서른한 번째는 거칠고 악한 말을 버리는 것이고, 서른두 번째는 분노하고 성내는 마음이 없는 것이고, 서른세 번째는 저들을 구호하는 것이고, 서른네 번째는 선지식을 보호하는 것이고, 서른다섯 번째는 밀어(密語)를 보호하여 지키는 것이고, 서른여섯 번째는 모든 중생에 대해 해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고, 서른일곱 번째는 계율 지킴을 고민하지 않는 것이고, 서른여덟 번째는 항상 부드러운 말을 하는 것이고, 서른아홉 번째는 삼계(三界)에 의지하지 않는 것이고, 마흔 번째는 일체지(一切智)에서 순인(順忍)을 얻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