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11_0117_a_01L불설상액경(佛說象腋經)
011_0117_a_01L佛說象腋經


송(宋) 담마밀다(曇摩蜜多) 한역
김달진 번역
011_0117_a_02L宋罽賓三藏曇摩蜜多譯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11_0117_a_03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왕사성(王舍城) 기사굴산(耆闍崛山)에서 큰 비구대중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또 보살 6만 명도 함께 있었으니, 그들은 대중에게 잘 알려지고, 다라니(陀羅尼)를 얻어 걸림없이 설법하기를 좋아하며, 둘이 없는 법을 설하고, 불가사의한 신통을 성취한 자들이었다.
011_0117_a_04L一時佛在王舍城祇闍崛與大比丘衆五百人俱菩薩六萬衆所知識得陁羅尼樂說無㝵說法無二成就不可思議神通
그들의 이름은 무감진의(無減進意)보살ㆍ과명성위덕장(過名聲威德藏)보살ㆍ보월화(寶月花)보살ㆍ대운뢰등(大雲雷燈)보살ㆍ무량관출일체세(無量觀出一切世)보살ㆍ산용(山勇)보살ㆍ낙희생(樂喜生)보살ㆍ정비무애광명(淨臂無礙光明)보살ㆍ해도중생심(解度衆生心)보살ㆍ금강득견(金剛得堅)보살ㆍ해일체중생어리(解一切衆生語離)보살ㆍ범음용위덕(梵音勇威德)보살ㆍ명칭면위무애각(名稱面威無礙覺)보살ㆍ일체선근보취(一切善根寶聚)보살이었다. 문수사리(文殊師利)동자와 더불어 이와 같은 보살을 우두머리로 하는 6만의 보살이 함께하였다.
011_0117_a_07L其名曰減進意菩薩過名聲威德藏菩薩月花菩薩大雲雷燈菩薩無量觀出一切世菩薩山勇菩薩樂喜生菩薩淨臂無㝵光明菩薩解度衆生心菩金剛得堅菩薩解一切衆生語離菩薩梵音勇威德菩薩名稱面威無㝵覺菩薩一切善根寶聚菩薩文殊師利童子與如是上首六萬菩薩俱
이때 대덕(大德) 사리불(舍利弗)이 해가 질 무렵 선정(禪定)에서 깨어나 부처님 계신 곳으로 찾아왔다. 이때 세존께서는 다른 나무 밑에 앉아 적정삼매(寂靜三昧)에 들어 계셨다.
011_0117_a_15L爾時大德舍利弗於日晡時從禪定來詣佛所爾時世尊坐異樹下寂靜三昧
이때 대덕 사리불은 세존의 위의(威儀)가 적정함을 멀리서 보고는 재빨리 풀을 모아 자리를 만들고 가부좌(加趺坐)하고 앉았다. 몸을 바르게 하고 앉아 있을 무렵, 그때 대덕 사리불은 곧 앉은 자리에서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일찍이 없던 일이다. 여래의 이와 같은 적정한 행은 안락(安樂)의 근본으로서 중생을 안락하게 하며, 또한 일체의 법성(法性)을 아는 삼매로구나.’
011_0117_a_18L爾時大德舍利弗遙見世尊威儀寂靜疾疾取草敷以爲座趺而坐正身坐頃爾時大德舍利弗卽於坐處生是思惟未曾有也如來如是寂靜之行安樂之本安樂衆生亦知一切法性三昧
011_0117_b_01L이때 세존께서 삼매에서 침착하고 조용히 일어나 기침소리를 내셨다. 그때 사리불은 여래의 기침소리를 듣고는 기쁘고 즐거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슬픈 마음이 들었다. 곧 부처님 계신 곳으로 다가가 그곳에 이르러 부처님 앞에 서서 부처님을 예경(禮敬)하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011_0117_b_01L爾時世尊從於三昧安詳而起發謦欬聲爾時舍利弗聞於如來謦欬之聲受歡喜樂亦得悲心卽往佛所到已住立佛前禮佛已而說偈言

만약 어떤 중생이 분별이 없고
내지 법에 대해서 기억하지 않으며
삼매에 들어 항상 세간에 행한다면
항상 이와 같은 법 참아내고 즐기리.
011_0117_b_05L若有衆生無分別
乃至於法不憶想
入於三昧常行世
常忍樂於如是法

중생에게 차별 있음을 보지 않고
허깨비의 성품처럼 보아 해탈하는 자
모든 법이 허공(虛空)의 체(體)라고 분별하리니
그는 아상(我想)이 없고 안락함을 얻으리.
011_0117_b_07L不見衆生有差別
同於幻性解脫者
分別諸法虛空體
彼無我想受安樂

화합(和合)한 것 가운데서도 생각으로 집착함이 없고
만물을 생각하는 어리석음도 없으며
또한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일어나지 않는 것도 아니니
그는 목숨[命]을 보지 않고 안락함을 누리리.
011_0117_b_09L於和合中無想著
無有愚癡物所想
亦非有起非不起
彼不見命受安樂

모든 중생에 대해 기억함이 없으니
이 모든 중생은 중생이 아니네.
모든 중생에 대해 서로 소리가 없으니
아견(我見)이 없는 자, 그는 안락하리.
011_0117_b_11L於諸衆生無憶想
是諸衆生非衆生
於諸衆生相無聲
無我見者彼安樂

지혜로 중생을 분별하지 않으니
이것이 다툼이 없는 법계를 얻는 것
장부의 모든 생각 분별하고서
다른 깨달음이 없는 자, 그는 안락하리.
011_0117_b_13L智不分別於衆生
是得無諍之法界
分別丈夫一切想
無異覺者彼安樂

마땅히 보시와 지계(持戒)에 잘 머물러
항상 행하고 깨달으며 인색함이 없으니
물듦과 더러움이 없는 법 가운데 머물러
높고 낮음 보지 않는 그는 안락하리.
011_0117_b_15L當善住於施持戒
常行覺了無慳垢
住於無染污法中
無高下見彼安樂

그 인(忍)을 얻은 자 매우 용맹하며
미움과 사랑 두 가지 견해가 없으니
정진(精進)과 게으름도 없고
생각이 없는 자, 그는 안락하리.
011_0117_b_17L彼忍得者甚勇猛
無有憎愛二見者
不得精進及懈怠
無思想者彼安樂

선정(禪定)을 닦고 행하며 견고(堅固)하게 머물고
또한 사유(思惟)하지도 않으니, 그것이 바로 산란(散亂)이라
이것이 선정의 법을 잘 아는 것이니
선(禪)이라는 생각이 없는 자, 그는 안락하리.
011_0117_b_19L修行禪定住堅固
亦不思惟是散亂
是善知於禪定法
無禪想者彼安樂

기억함이 없고 지혜도 없으며
또한 지혜가 없는 것도 아니어서 자재함을 얻으며
또한 총명한 지혜도 아니고 어리석음도 아니니
다른 생각이 없는 자, 그는 안락하리.
011_0117_b_21L無有憶想無智慧
亦非無智得自在
亦非聰慧非愚癡
無異想者彼安樂
011_0117_c_01L
텅 빈 들판에 머물고 또 마을에 머물 때도 역시
그는 모든 곳에서 평등하게 행하네.
마을에서 지내며 싫어함이 없고
공한처에서도 교만함이 없는 그는 안락하리.
011_0117_b_23L若在空野聚亦然
彼一切處平等行
於村聚中無厭惡
空處無憍彼安樂

걸식(乞食)하는 일을 빠짐없이 갖추면서도
또한 끝내 걸식이라는 생각이 없고
또한 내가 걸식한다고 생각한 적도 없으니
걸식한다는 생각이 없는 자, 그는 안락하리.
011_0117_c_02L於乞食事悉具足
亦終無有乞食想
亦未曾想我乞食
無乞想者彼安樂

만약 버려진 분소의(糞掃衣)가 있으면
주워 모으고 기워서 몸에 걸치며
또한 조각을 기운 누더기란 생각도 없고
남을 경멸하지도 않는 자, 그는 안락하리.
011_0117_c_04L若有棄之糞掃衣
收取聚集以覆身
亦無受畜弊衣想
不輕慢他彼安樂

선서(善逝)께서 찬탄하시고 부처님께서 허락하신
세 가지 법의(法衣)를 잘 받아 사용하면서
나는 바르게 행한다는 그런 생각 떠올리지 않고
다른 생각이 없는 자, 그는 안락하리.
011_0117_c_06L善逝所讚佛聽許
善受持用三法衣
無有憶想我正行
無異想者是安樂

만약 법을 설하면 매우 아름답고 오묘하며
또한 나도 없고 중생도 없으며
또한 내가 설법한다는 그런 마음도 없어
집착하지 않고 실재하지 않는 자, 그는 안락하리.
011_0117_c_08L若說法者勝美妙
亦無有我及衆生
亦無有心我說法
不著不實者安樂

모든 선근(善根)에 대해 실재라 여기는 생각 없고
사물이란 생각이 있는 것 아니고 사랑하는 생각도 없으며
모든 결사(結使)를 생각으로 분별하지도 않아
두 가지 행이 없는 자, 그는 안락하리.
011_0117_c_10L於諸善根無實想
非有物想無愛想
不思分別諸結使
無二行者彼安樂

생하여 일어나는 가운데서 일어난다는 생각이 없고
일정한 거처는 과오(過誤)와 환난이라고 보며
밤낮으로 항상 부지런히 정진을 행하고
희론(戱論)함이 없는 자, 그는 안락하리.
011_0117_c_12L於生起中無起想
見所住處過患想
晝夜常勤行精進
無戲論者彼安樂

또한 망상이 없이 비처(非處)에 머물고
또한 뛰어난 지혜라고 분별하지도 않으며
여래(如來)와 외도(外道)를 차별하지 않고
높고 오묘함 찬탄하지 않는 그는 안락하리.
011_0117_c_14L亦無妄想住非處
亦不分別增上智
如來外道無差別
無貢高妙彼安樂

무량하고 무수하여 한계가 없고
또한 버리지 않고 떠나지 않아 허공과 같으며
나와 중생에 대해 다른 생각이 없어
늘고 준다는 견해가 없는 그는 안락하리.
011_0117_c_16L無量無數無有限
亦不捨離等虛空
我及衆生無異想
無增減見彼安樂

혹 꿈속에서 얻은 것이 있어
변재(辯才)를 얻어 어리석은 이 교화하며
세간(世間)에 행함은 물에 비친 달과 같아
나아감이 없는 자, 일체가 즐거우리라.
011_0117_c_18L若有得於或夢行
得於辯才化愚癡
行於世閒如水月
無進行者一切樂

갖가지 방편의 제일의(第一義)는
생사(生死)에 집착하지 않는 굳고 튼튼한 생각이네.
미세한 적정(寂靜)의 법을 깨닫고
생각이 없이 행하는 자, 그는 안락하리.
011_0117_c_20L種種方便第一義
不著生死堅牢想
覺於微細寂靜法
無想行者彼安樂
011_0118_a_01L
이때 세존께서 사리불을 칭찬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그대는 깊은 지혜를 행하여 능히 법륜(法輪)을 굴리는구나. 그대 사리불이여, 이 기사굴산에 있는 비구와 모든 보살 등 선정에 들어 있는 자들을 불러 모이게 하라.”
011_0117_c_22L爾時世尊讚舍利弗善哉善哉汝深慧行能轉法輪汝舍利弗是祇闍崛山所有比丘諸菩薩等入禪定者令集會
사리불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는 맡은 일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이와 같은 이들은 모두 위덕(威德)이 있는 큰 용들이기 때문입니다.”
011_0118_a_03L舍利弗白佛言世尊我不堪何以故如是等者皆是威德大龍
이때 세존께서는 곧 몸에서 빛을 뿜으셨다. 쏟아져 나온 광명이 널리 무량하고 무변한 모든 부처님의 세계를 비추자 모든 보살이 남김없이 다들 기사굴산으로 찾아왔으며, 도착해서는 모두 허공에 머물렀다. 그곳의 모든 비구와 모든 보살들도 선정(禪定)에서 깨어나 부처님 계신 곳으로 찾아왔으며, 왕사성 안의 무량한 천(千)의 대중도 부처님 계신 곳으로 찾아왔다.
011_0118_a_04L爾時世尊卽放身光所放光明遍照無量無邊諸佛世界諸菩薩悉皆來詣祇闍崛山到已皆住於虛空中諸比丘及諸菩薩從禪定起來詣佛王舍城中無量千衆來詣佛所
이때 세존께서는 일체의 대중이 이미 모임에 모인 것을 아시고 문수사리동자(文殊師利童子)의 얼굴을 보시고 곧 미소를 지으셨다. 이때 문수사리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의복을 정돈하고 오른쪽 어깨를 벗어 올리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부처님을 향해 합장하고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인연으로 미소를 지으셨습니까? 모든 부처님ㆍ여래ㆍ응공(應供)ㆍ정변지(正遍知)께서는 인연 없이 웃지 않으십니다.”
011_0118_a_09L世尊知於一切衆會已集觀文殊師利童子面已卽便微笑爾時文殊師利卽從座起正於衣服偏袒右臂右膝著地合掌向佛白佛言世尊因何緣而微笑耶諸佛如來應供遍知非無緣笑
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이곳 기사굴산에서 부처님이 만 분이나 계시며 『상액경(象腋經)』을 설하셨다.”
011_0118_a_15L佛告文殊師利過去於此祇闍崛山中有十千佛說『象腋經』
이때 대덕(大德) 아난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의복을 정돈하고 오른쪽 어깨를 벗어 올리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부처님을 향해 합장하고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시여, 훌륭하십니다. 선서(善逝)시여, 지금 마땅히 그 『상액경』을 설하여 주십시오. 이 경은 듣기가 어렵습니다. 만약 여래께서 설해 의혹이 없게 하신다면 이 깊고 오묘한 경전이 깊은 광명을 발하게 될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무슨 까닭으로 문수(文殊)의 얼굴을 보고 미소를 지으셨습니까?”
011_0118_a_17L爾時大德阿難聞佛所說疾從座正於衣服偏袒右肩右膝著地掌向佛白佛言善哉世尊善哉善逝今當演說此『象腋經』是經難聞若如來說者令無有疑此深妙典有深光明世尊何故觀文殊面已而微笑也
011_0118_b_01L이때 세존께서 아난을 칭찬하며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아난이 좋은 지혜로 분별하는구나. 너 아난아, 분명하게 잘 듣고 이를 잘 생각하여라. 내 마땅히 지금 설하리라.”
011_0118_a_22L世尊讚阿難言善哉善哉阿難慧分別汝今阿難諦聽諦聽善思念我今當說
아난은 부처님으로 교칙(敎勅)을 받았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이 경을 이해하는 중생이 있다면 그 힘이 큰 코끼리의 힘과 같고 큰 용의 힘과 같을 것이다. 이 경을 이해하는 모든 중생 또한 그와 같을 것이다. 아난아, 이 경을 이해하는 모든 중생은 사자가 노닐듯이 뛰어난 도[勝道]로 나아갈 것이다.
011_0118_b_02L阿難從佛受教勅已告阿難若有衆生解此經者如大象如大龍力是諸衆生解此經者復如是阿難諸衆生等解此經者師子遊步進趣勝道
아난아, 이 경전은 장차 올 보살들이 사랑하고 즐길 것이다. 아난아, 이 경은 보살들을 용맹하게 할 것이다. 내가 세상을 떠난 뒤, 장차 올 보살들은 손에 이 경을 들고, 손수 이 경을 쓸 것이다. 이 경이 놓인 자리는 전다라(旃陀羅) 보살의 손이 닿을 수 있는 곳이 아니며, 또 희론(戱論)하는 보살의 손으로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또 이름만 보살인 자의 손으로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011_0118_b_06L阿難此經典者當來菩薩能愛樂之阿難此經能令菩薩勇猛我去世後當來菩薩手得此經手書此經此經牀座非旃陁羅菩薩手所執持亦非戲論菩薩手得亦非假名菩薩手得
이때 세존께서는 문수사리와 같은 모습을 나타내셨다. 이 모습을 나타내시자 문수사리는 또 이와 같이 생각하였다.
‘내가 이제 세존께 깊고 깊은 법을 물어야겠다. 이는 성문과 연각의 경지가 아니다. 이는 보살의 경지이다.’
011_0118_b_11L爾時世尊現如文殊師利之像作是像已文殊師利亦如是解我今當請問於世尊甚深之法非是聲聞緣覺之地是菩薩地
이때 문수사리 동자가 곧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지금 여래ㆍ응공ㆍ정변지께 몇 가지 묻고 싶습니다. 만약 부처님께서 허락하신다면 감히 곧 묻겠습니다.”
문수사리가 이와 같이 청하자 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마음대로 물어라. 뜻한 바를 따라 모인 모든 대중을 기쁘게 하여라.”
011_0118_b_14L爾時文殊師利童子卽白佛言世尊我今欲少問於如來應供正遍知佛聽許乃敢諮請文殊師利如是請佛告文殊師利恣汝所問隨意所一切衆集
이때 문수사리동자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보살이 여러 공덕의 법에 잘 안주(安住)할 수 있고, 일체의 모든 보살행(菩薩行)을 나타내며, 무량한 아승기(阿僧祇) 중생을 교화하고, 모든 부처님의 형상을 물에 달그림자처럼 나타낸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011_0118_b_19L爾時文殊師利童子白佛言世尊何謂菩薩善能安住諸功德法示現一切諸菩薩行教化無量阿僧祇衆生現諸佛形如水月影
011_0118_c_01L이와 같은 문수사리의 물음이 끝나자 부처님께서 곧 칭찬하여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문수사리야, 모든 것을 잘 요약하여 여래에게 그 뜻을 물었다. 내가 이제 자세히 분별하여 설하리라. 문수사리야, 분명하게 잘 듣고 이를 잘 생각하여라. 내가 이제 마땅히 설할 것이다.”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그와 같이 가르침을 받아서 듣겠습니다.”
011_0118_b_22L殊師利如是問已佛卽讚言善哉文殊師利能摠略問如來是義今當爲廣分別說文殊師利諦聽善思念之吾今當說文殊師利白如是受教而聽
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이 여섯 가지의 법을 성취하면 모든 공덕의 법에 안주(安住)함을 갖추게 된다. 무엇이 여섯 가지인가? 문수사리여, 이런 보살은 보시하여 능히 일체를 버리고 자기를 보지 않으며 인색한 행을 떠난다. 계(戒)에 안주하여 나[我]를 보지 않고 능히 파계(破戒)의 업을 떠난다. 인욕을 성취하여 나를 보지 않고 능히 진심의 행을 떠난다. 정진에 있어서도 몸과 마음이 정진하는 것이 아니다. 일체의 선정과 해탈과 삼매의 방편에 들 줄 알지만 또한 일심(一心)을 성취했다고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다. 지혜의 행이 명료(明了)하여 일체의 모든 도(道)에서 해탈함을 스스로 본다. 문수사리야, 보살이 이와 같은 여섯 가지 법을 성취하면 일체 공덕에 잘 안주할 수 있다.
011_0118_c_04L佛告文殊師利薩成就六法者得具安住諸功德法何等爲六文殊師利是菩薩施能一切捨不見自己離慳垢行安住於戒不見我能離破戒業成就忍辱不見我能離瞋恚行有於精進非身心進知入一切禪定解脫三昧方便亦不自念成就一心有慧行明了自見解一切諸道文殊師利菩薩成就如是六法善能安住一切功德
문수사리야, 일체 공덕에 잘 안주하게 하는 여섯 가지 법이 또 있다. 무엇이 여섯 가지인가? 문수사리야, 이런 보살은 지옥에 머물면서도 중생을 거두어들이고 하늘의 즐거움을 누린다. 축생의 몸으로 태어나도 축생을 거두어들이며 사람의 오묘한 즐거움을 누린다. 비천한 집에 태어나서는 전륜왕(轉輪王)의 즐거움을 누린다. 눈앞에서 모든 도(道)에 들어가 뛰어난 도의 즐거움을 누린다. 일체의 부처님 나라에 가고 오는 것을 잘 알며 물에 비친 달그림자와 같다. 일체의 언어로 말하지만 말한 것이 없으며 그 언어는 각기 친근(親近)하지 않은 것들이다. 문수사리야, 보살이 이 여섯 가지 법을 성취하면 일체의 공덕에 편안히 머물 수 있다.”
011_0118_c_13L復次殊師利復有六法善能安止一切功何等爲六文殊師利是菩薩住於地獄中攝取衆生受於天樂生畜生攝取畜生受人妙樂生卑賤家轉輪王樂現入諸道受勝道樂善知往返一切佛剎如水月影出一切語無所言說各不親近文殊師利菩薩成就此六法者能安止一切功德
011_0119_a_01L이때 문수사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것이 보살이 지옥에 머물며 하늘의 즐거움을 누리는 것입니까?”
이와 같은 물음을 마치자 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이 보살이 대연화(大蓮華)라는 삼매에 들면 지옥 가운데 머물면서도 중생을 거두어들이며 하늘의 즐거움을 누린다. 모든 중생이 온갖 괴로움을 받는 것을 보고서 각각 그 모습을 나타내어 그를 위해 법을 설하고, 무량한 중생으로 하여금 남김없이 해탈을 얻게 한다. 문수사리야, 보살은 이와 같이 지옥에 머물면서도 하늘의 즐거움을 누린다.”
011_0118_c_21L文殊師利白佛言世尊云何菩薩住地獄中受於天樂作是問已佛告文殊師利若是菩薩入於三昧名大蓮華住地獄中攝取衆生受於天樂見諸衆生受種種苦各現其形而爲說法令無量衆生悉得解脫文殊師菩薩如是住地獄中受於天樂
문수사리가 또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떤 것이 보살이 축생(畜生) 가운데 태어나 축생을 거두어들이며 사람과 하늘의 오묘한 즐거움을 누리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문수사리야, 이 보살은 적정(寂靜)이라는 삼매에 들어 지금 현재 축생으로 태어나면서도 마음을 잃지 않고 사람과 하늘의 오묘한 즐거움을 누린다. 각각 그 모습에 따라 그들을 위해 법을 설하여 보살은 무량한 천의 대중을 편안하게 하고 법에 머물게 한다. 문수사리야, 보살은 이와 같이 축생의 몸을 받고도 하늘과 사람의 오묘한 즐거움을 누린다.”
011_0119_a_05L殊師利復白佛言云何菩薩生畜生攝取畜生受人天妙樂佛言文殊師利而是菩薩入於三昧名曰寂靜現生畜生而不失心受人天妙樂隨其形而爲說法菩薩安止無量千令住於法文殊師利菩薩如是受畜生身受人妙樂
문수사리가 또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것이 보살이 비천한 집에 태어나 전륜왕의 즐거움을 누리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문수사리야, 이 보살은 정과(靜過)라는 삼매에 들고, 이 삼매의 힘으로 말미암아 비천한 집에 태어나 전륜왕의 즐거움을 누린다. 문수사리야, 보살은 이와 같이 비천한 집에 태어나도 전륜왕의 즐거움을 누린다.”
011_0119_a_12L文殊師利復白佛世尊云何菩薩生卑賤家受轉輪王樂佛言文殊師利而是菩薩入於三昧名曰靜過是三昧力故生卑賤受轉輪王樂文殊師利菩薩如是生卑賤家受轉輪王樂
문수사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떤 것이 보살이 눈앞에서 모든 도에 들어가 뛰어난 도의 즐거움을 누리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문수사리야, 이 보살은 견일체행무작광명(見一切行無作光明)이라는 삼매에 들어간다. 보살은 이 삼매에 머물러 모든 도에 들어가 뛰어난 도의 즐거움을 누리는 것을 보여준다.”
011_0119_a_17L文殊師利白佛言世尊云何菩薩現入諸道受勝道樂佛言文殊師利而是菩薩入於三昧名見一切行無作光明菩薩住是三昧示入諸道受勝道樂文殊師菩薩如是現入諸道受勝道樂
011_0119_b_01L이때 문수사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것이 보살이 일체의 부처님 나라에 가고 오는 것을 잘 알아 본처(本處)에서 움직이지 않고 또 가고 옴도 없다는 것이며, 모든 부처님 나라에 물에 비친 달그림자처럼 나타난다는 것입니까?”
011_0119_a_22L文殊師利白佛言世尊云何菩薩善知往返一切佛剎不動本處亦無去來現諸佛剎如水月影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문수사리야, 이 보살은 과어일체언설(過於一切言說)이라는 삼매에 들어간다. 이 보살은 이 삼매에 머물 때 동서남북(東西南北)과 4유(維)와 상하의 모든 시방세계에 그 몸을 나타내는데 본처에서 움직이지도 않고 또한 가고 옴도 없다. 이 삼매에 머물러 모든 부처님을 볼 수 있고 또 설법도 듣는다. 문수사리야, 보살은 이와 같이 모든 부처님 나라에 가고 오는 것을 잘 알아 본처에서 움직이지 않고 또 가고 옴도 없으며, 모든 부처님 나라에 물에 비친 달그림자처럼 나타난다.”
011_0119_b_02L佛言文殊師利而是菩薩入於三昧名曰過於一切言說是菩薩住此三昧時東西南北四維上下一切十方世界之中示現其身不動本處亦無去來住是三昧得見諸佛亦聞說法文殊師利菩薩如是善知往返一切佛剎不動本處亦無去來現諸佛剎如水月影
이때 문수사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것이 보살이 일체의 언어로 말하지만 말한 것이 없고 또 그 언어는 각기 친근하지 않다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문수사리야, 이 보살은 무량(無量)이라는 다라니(陀羅尼)를 얻고, 이를 얻어 지니고서는 한량없는 마음에 들어가 한량없는 언어를 안다. 이 보살은 다라니의 힘을 얻었기 때문에 일체의 언어로 말하는데 그 언어는 각기 친근하지 않은 것들이다. 문수사리야, 보살은 이와 같이 일체의 언어로 말하지만 말한 것이 없고 그 언어는 각기 친근하지 않은 것들이다.”
011_0119_b_09L爾時文殊師利白佛言世尊云何菩薩出一切語無所言說各不親近文殊師利而是菩薩得陁羅尼曰無量得是持已入無量心知無量是菩薩得旋陁羅尼力故出一切各不親近文殊師利菩薩如是出一切語無所言說各不親近
이때 문수사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 보살의 방편은 너무 어렵습니다. 세존이시여, 만약 보살이 이 경에 들어가려 한다면 그때 어떤 법에 들어가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문수사리야, 만약 보살이 있어 이 경에 들어가고자 한다면 허공을 이해하듯이 해야 한다.”
011_0119_b_16L爾時殊師利白佛言世尊是菩薩方便甚世尊若有菩薩入此經時入何等佛言文殊師利若有菩薩欲入此如解虛空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허공이란 무엇입니까?”
文殊師利言虛空何也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문수사리야, 이 허공은 탐욕에 물들지 않고, 진심을 내지 않으며, 어리석지 않다. 문수사리야, 일체의 모든 법도 이와 같아 물듦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없다.
011_0119_b_20L佛言文殊師利是虛空者不染於欲不瞋不癡文殊師利一切諸法亦復如是無染瞋癡
011_0119_c_01L 문수사리야, 이 허공은 보시의 성취가 아니며, 계(戒)의 성취가 아니며, 인욕의 성취가 아니며, 정진의 성취가 아니며, 선정의 성취가 아니며, 지혜의 성취가 아니다. 이와 같이 문수사리야, 일체의 모든 법도 이와 같아서 보시의 성취가 아니며, 계ㆍ인욕ㆍ정진ㆍ선정ㆍ지혜의 성취가 아니다.
011_0119_b_23L文殊師利是虛空者非施成就非戒成就非忍成就非進成就非禪成就非慧成就如是文殊師利一切諸法亦復如是非施成就非戒慧成就
문수사리야, 마치 허공이 지혜가 아니고 단견(斷見)이 아닌 것처럼, 문수사리야, 일체의 모든 법도 이와 같아서 지혜가 아니고 단견(斷見)도 아니다. 문수사리야, 마치 허공이 닦음[修]이 아니고 깨달음[證]이 아닌 것처럼, 문수사리야, 일체의 모든 법은 이와 같아서 닦음이 아니고 깨달음이 아니다.
011_0119_c_04L文殊師利猶如虛空非智非斷文殊師利一切諸法亦復如是非智非斷文殊師利猶如虛空非修非證文殊師利一切諸法亦復如是非修非證
문수사리야, 마치 허공이 어둠이 아니고 밝음이 아닌 것처럼, 문수사리야, 일체의 모든 법도 이와 같아서 어둠이 아니고 밝음이 아니다. 문수사리야, 마치 허공이 일체의 곳에 가득하여 잡을 수 없는 것처럼, 문수사리야, 일체의 모든 법도 이와 같아서 일체의 곳에 가득하여 잡을 수 없다.
011_0119_c_08L文殊師利猶如虛空非闇非明文殊師利一切諸法亦復如是非闇非明文殊師利猶如虛遍一切處而不可捉文殊師利切諸法亦復如是遍一切處而不可
문수사리야, 마치 허공이 정도(正道)로 나아가는 것도 아니고 사도(邪道)로 나아가는 것도 아닌 것처럼, 문수사리야, 일체의 모든 법도 이와 같아서 정도로 나아가는 것도 아니고 사도로 나아가는 것도 아니다. 문수사리야, 마치 허공이 성문승(聲聞乘)이 아니고 연각승(緣覺乘)이 아니며 불승(佛乘)도 아닌 것처럼, 문수사리야, 일체의 모든 법도 이와 같아서 성문승이 아니고 연각승이 아니며 불승도 아니다.
011_0119_c_13L文殊師利猶如虛空非進正道進邪道文殊師利一切諸法亦復如非進正道非進邪道文殊師利如虛空非聲聞乘非緣覺乘亦非佛文殊師利一切諸法亦復如是聲聞乘非緣覺乘亦非佛乘
011_0120_a_01L 문수사리야, 마치 허공이 생각이 아니며 지혜가 아닌 것처럼 문수사리야, 일체의 모든 법도 이와 같아서 생각이 아니고 지혜가 아니다. 문수사리야, 마치 허공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고 일어나는 것이 아니며 움직이고 일어나지 않는 것도 아닌 것처럼, 문수사리야, 일체의 모든 법도 이와 같아서 움직이고 일어나는 것이 아니며 움직이고 일어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문수사리야, 마치 허공이 움직이고 일어나는 것이 아니며 움직이고 일어나지 않는 것도 아닌 것처럼, 문수사리야, 보살 또한 그러하여 모든 법을 움직이고 일으키는 것이 아니며 움직이고 일으키지 않는 것도 아니다.
011_0119_c_18L文殊師猶如虛空非思非智文殊師利切諸法亦復如是非思非智文殊師猶如虛空非動非發非不動發殊師利一切諸法亦復如是非動發不動發文殊師利猶如虛空非動發不動發文殊師利菩薩亦爾於一切法非動發非不動發
문수사리야, 마치 허공에는 능히 오염(汚染)시키는 중생이 없는 것처럼, 문수사리야, 일체의 모든 법도 이와 같으니 이는 열반의 분[涅槃分]이며 구경(究竟)의 무염(無染)으로서 적정(寂靜)이 아니며 적정이 아닌 것도 아니다. 문수사리야, 마치 허공은 머물러도 머무는 곳이 없으니 움직이지 않고, 흔들리지 않고, 일정한 처소에 머물지 않기 때문인 것과 같다. 문수사리야, 모든 보살도 이와 같아서 모든 중생이 머물지만 머무는 곳이 없어 실재로는 움직이지 않고, 흔들리지 않고, 머물지 않는다는 것을 본다.
011_0120_a_02L文殊師利猶如虛無有衆生能污染者文殊師利切諸法亦復如是是涅槃分究竟無非寂靜非不寂靜文殊師利猶如虛空住無住處不動不搖不住處故文殊師利諸菩薩等亦復如是見諸衆生住無住處得實不動不搖不住
문수사리야, 이런 실상(實相)의 법으로 여래를 보고자 하면 이를 사견(邪見)이라 하니, 이와 같은 사견이 곧 바른 행[正行]이다. 만약 이것이 바른 행이라면 이 가운데서는 보시도 큰 결과가 없고 큰 보답도 없다. 만약 그 보시 가운데 큰 과보가 없다면 이는 세간의 복전(福田)이다. 만약 세간의 복전이라면 거기에 보시한 것은 과보가 없다. 만약 보시에 과보가 없다면 이것이 곧 실답지 않음을 아는 지혜[不實智]를 만족하는 것이다. 만약 그 실답지 않음을 아는 지혜를 만족한다면 이들은 재빨리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을 것이다.”
011_0120_a_08L文殊師利是實相法欲見如來是名邪見如是邪見卽是正行若是正行是中布施無有大果亦無大報若其施中無大果報是世福田若世福田是中所施無有果報若施無果報則滿足不實之智若其滿足不實之是等疾得無生法忍
이때 대중 가운데 있던 증상만(增上慢)을 가진 60명의 비구는 이와 같은 법을 듣고서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도는 너무 불분명하다. 여래의 말씀이긴 하지만 도리어 외도(外道)의 설(說)과 같다. 이 외도들인 부란나가섭(富蘭那迦葉)ㆍ말가리교사야(末伽梨憍舍耶)ㆍ아기다시사흠바라(阿耆多翅舍欽婆羅)ㆍ산사야비라지자(珊闍耶毘羅坻子)ㆍ파부다가전연(波復多迦旃延)ㆍ니건타야제자(尼犍陀若提子) 등이 설하는 것도 이와 같다. 부처님도 또 이와 같구나.’
011_0120_a_15L爾時衆中十比丘增上慢者聞如是法作是思是道闇昧如如來說同外道說外道等富蘭那迦葉末伽梨憍舍耶阿耆多翅舍欽婆羅珊闍耶毘羅坻波復多迦旃延尼犍陁若提子等所說如是佛亦如是
이때 세존께서는 이 60명의 증상만을 가진 비구들이 마음으로 생각한 것을 아시고 곧 문수사리동자에게 말씀하셨다.
“문수사리야, 그렇다, 그렇다. 나 여래의 설법은 외도와 같다. 그러나 이 외도들은 부처의 설법을 이해하지 못한다.”
011_0120_a_21L爾時世尊知是六十增上慢比丘心之所念卽告文殊師利童子曰文殊師利如是如是我如來說法同於外道然是外道不解佛說法
011_0120_b_01L이때 60명의 증상만을 가진 비구들은 이 말씀을 듣고서 더욱 괴로움을 느끼며 근심하고 기뻐하지 않았으며, 그 마음이 즐겁지 않았다. 이와 같이 설해진 법을 몰랐기 때문에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011_0120_b_02L爾時六十增上慢比丘是說已增益受苦憂惱不悅其心不不知如是所說法故從座而去
이때 대덕 사리불이 여러 비구들에게 물었다.
“대덕들이여, 그대들은 지금 어딜 가려고 합니까? 여래께서 이와 같이 설법하셨는데, 어떤 인(因)과 어떤 연(緣) 때문에 여래께서 지금처럼 설하셨는지 이해해야만 합니다. 대덕들이여, 잠깐 멈추시오. 제가 여래께 어떤 인연으로 이와 같이 설하셨는가를 여쭤보겠습니다.”
011_0120_b_04L大德舍利弗問諸比丘大德汝等今欲何去當解如來如是說法何因何緣故如來爾時說大德且住我問如來以何因緣如是說也
이때 여러 비구들은 대덕 사리불의 말을 듣고 곧 다시 각각 제자리로 돌아갔다. 이때 대덕 사리불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어떤 인연으로 이와 같은 일을 설하셨습니까? 마땅히 연설하여 비구들의 의심을 끊어주시기를 바랍니다.”
011_0120_b_08L爾時諸比丘聞於大德舍利弗語卽還各各於本座爾時大德舍利弗白佛言如來何緣說如是事願當演說斷比丘疑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만약 모든 번뇌가 이미 다하고 마음이 해탈을 얻은 비구가 있다면, 그 비구들도 이 말을 듣고 놀라거나 두려워하겠느냐?”
사리불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만약 거룩한 진리를 본 비구라면 어떤 소리를 듣더라도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하물며 모든 번뇌가 이미 다하고 마음이 해탈한 자이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혹 어떤 어리석은 사람들은 망상(妄想)으로 분별하고서 실답지 않은 법에서 헛되게 행한다.”
011_0120_b_12L佛告舍利弗於意云何若有比丘諸漏已盡心得解脫是比丘等聞此言說生驚畏不舍利弗言不也世尊若有比丘見聖諦者聞一切聲不驚怖畏何況諸漏已盡心得解脫佛告舍利弗或有癡人妄想分別於不實法得虛空行
사리불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이 법구(法句)의 뜻을 설하셔서 대중들의 의심을 끊어주시기를 바랍니다.”
011_0120_b_18L舍利弗言願世尊說是法句義令斷衆疑
011_0120_c_01L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여래를 꿈과 같고 허깨비와 같다고 보면 이를 정견(正見)이라고 한다. 만약 바르게 보는 자라면 여래에 대해 실재한다는 생각[實想]을 하지 않고, 견고하다는 생각[堅想]을 하지 않으며, 물질이라는 생각[物想]을 하지 않고, 이름이라는 생각[名想]을 하지 않으며, 모인 것이라는 생각[聚想]을 하지 않는다. 만약 여래에 대해 실재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견고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물질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이름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모인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이와 같은 행들, 일체의 모든 행은 남김없이 망견(妄見)이다.
011_0120_b_19L佛告舍利若見如來如夢如幻是名正見正見者於如來所不作實想不作堅不作物想不作名想不作聚想於如來不作實想不作堅想不作物不作名想不作聚想如是等行切諸行悉是妄見
만약 일체의 행이 남김없이 망견이라면 이로서 일체의 모든 법이 바로 사견(邪見)임을 알 수 있다. 만약 일체의 모든 법이 곧 사견임을 안다면, 부처는 이들이 사견을 만족하였다고 설한다. 또한 ‘일체의 모든 견해가 곧 삿되다.’는 이것 역시 사견임을 안다. 이와 같이 사리불이여, 이런 인연으로 여래를 보려 하는 것을 사견이라고 한 것이다.
011_0120_c_02L若一切行悉是妄是知一切諸法是邪見若知一切諸法是邪見佛說是等滿足邪見知一切諸見是邪是亦邪見如是利弗以是緣故欲見如來名爲邪見
사리불이여, 이들은 여래의 비밀한 몸을 보지 못한다. 이들은 분별을 취해 여래의 몸에 대해서 사리(舍利)를 여래라 생각한다. 사리불이여, 만약 여래에 대해 이와 같은 견해를 가진다면 이를 삿된 알음알이[邪知]라 한다.”
011_0120_c_06L舍利弗是等不見如來密身是取分於如來身爲舍利如來之想舍利若有如是見於如來名爲邪知
이때 사리불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사견(邪見)을 바른 행[正行]이라 한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011_0120_c_09L舍利弗白佛言世尊云何邪見爲正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리불이여, 일체의 범부는 각관(覺觀)을 일으키자마자 망상으로 분별하고, 이에 의지하여 발동(發動)함과 발동하지 않음을 일으키며, 아견(我見)ㆍ중생견(衆生見)ㆍ명견(命見)ㆍ인견(人見)을 일으켜 나의 존재와 나의 것이라는 존재에 집착한다. 이런 모든 일들로 소승과 범부들이 동요하며 다들 희론(戱論)만 일으키는데 힘쓴다는 것을 알고, 이와 같은 것들이 남김없이 모두 실답지 않다는 것을 안다.
011_0120_c_11L佛言舍利弗一切凡夫正起覺觀妄想分別起依止動發不動發起我見衆生見命見人見著我勝所勝知是諸事小凡夫等動搖悤務生於戲論知如是等悉皆不實
사리불이여, 없는 것을 실답지 않다[不實]고 한다. 사리불이여, 실답지 않은 것을 거짓말[妄語]이라고 한다. 사리불이여, 거짓말을 삿되다[邪]고 한다. 사리불이여, 이와 같은 일들은 모두 실답지 않으니, 이런 사견들을 바른 행[正行]이라고 한다. 사리불이여, 이 인연으로 이른바 ‘사견을 바른 행이라 한다’고 말한 것이다.”
011_0120_c_15L舍利無者名爲不實舍利弗不實者妄語舍利弗妄語者名曰爲邪舍利弗如是等事攝取不實是等邪見名爲正行舍利弗以是緣故所謂邪見名爲正行
011_0121_a_01L이때 사리불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그럼 바른 행이 있으면 보시한 것이 있어도 작은 과보도 큰 과보도 없다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리불이여, 이와 같이 바른 행을 성취하고 보시하는 것이 있으면 열반을 향해 나아가고, 열반을 누리며, 열반의 영역을 차지하게 된다. 사리불이여, 그러나 이 열반에는 작은 과보도 큰 과보도 없으며 작은 공덕도 아니다. 무슨 까닭인가? 이 열반이란 일체의 과보를 떠나 영역이 없으며, 영역을 나눌 수도 없기 때문이다.”
011_0120_c_20L爾時舍利弗白佛言世尊有正行所有布施無小果大果也佛言舍利弗若如是等正行成就有所施與趣向涅槃受於涅槃齊分涅槃舍利而是涅槃無小果大果非小功德何以故是涅槃者離一切果無有齊不可齊分
사리불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만약 그 열반에 영역[齊分]이 없다면 왜 여래께서는 한량없고 끝없는 공덕을 더욱 늘린다고 말씀하셨습니까?”
011_0121_a_03L舍利弗言世尊若其涅槃無齊分者云何如來說增益無量無邊功德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범부는 번뇌의 행과 아론(我論)ㆍ중생론(衆生論)ㆍ명론(命論)을 갖추고 있다. 이와 같은 모든 중생을 위하기 때문에, 열반은 일정한 영역이 없고 열반은 한량없는 공덕을 더욱 늘린다고 말하여 나아가 좋아하는 마음[欲樂心]을 생기게 한 것이다.
011_0121_a_05L佛告舍利弗諸凡夫具煩惱行我論衆生論命論丈夫論爲如是等諸衆生故說言涅槃無有分齊涅槃增益無量功德乃至令生於欲樂心
사리불이여, 가령 거룩한 복전(福田)이라면 열반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또한 사리불이여, 탐욕을 떠난 성인은 저마다 복전을 본다. 사리불이여, 비유컨대 농부가 곡식의 종자를 뿌리는 것과 같다. 이로 인하여 피도 생기고 또 다른 풀들도 생긴다.
011_0121_a_09L舍利弗假聖福田非入涅槃舍利弗離欲聖人名見福田舍利弗譬如農夫種下穀種因生稗莠亦生餘草
사리불이여,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렇게 농부가 얻는 피나 풀들이 곧 과보이겠느냐?”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011_0121_a_12L舍利弗於汝意云何而是農夫所得稗草是果報不不也世尊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리불이여, 비유컨대 농부의 곡식 종자로 인하여 피와 다른 풀들이 생기고 생긴 모습이 곡식과 닮은 것과 같다. 이와 같이 사리불이여, 거룩한 복전에 보시하면 자연히 큰 과보가 있지만 뒤에 모든 번뇌[漏]를 끊고 애욕의 과보를 말려버려야 한다. 사리불이여, 이 농부는 본래 의도했던 것이 곡식이므로 다른 피나 풀들을 보고는 마음에 기쁨을 일으키지 않으니, 과보가 아니고 이로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사리불이여, 유위(有爲)의 밭이 아닌데 어찌 뛰어난 보시에 큰 과보를 얻음이 있겠느냐? 사리불이여, 이런 인연으로서 바른 행으로 보시하는 자에게는 큰 결과도 큰 보답도 없다.”
011_0121_a_13L佛言舍利弗譬如農夫依因穀種生稗餘生相似穀如是舍利弗施聖福田自然大報後斷諸漏乾燋愛果舍利弗而是農夫本期爲穀見餘稗草心不生喜非果故非所利故如是舍利弗非有爲田安於上施聖得大果報利弗以是因緣施正行者無大果
011_0121_b_01L사리불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만약 그 보시에 큰 결과도 보답도 없다면 왜 세간의 복전이라고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리불이여, 작은 과보라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큰 과보라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니, 이 보시는 불생(不生)이다. 만약 보시가 불생이면, 이는 능히 세간과 하늘 사람과 아수라의 공양을 받는다. 사리불이여, 다함이 없는 밭[無盡田]에서는 과보를 취하지 않고 과보를 주지도 않는다. 이런 까닭에 사리불이여, 큰 과보도 아니며 작은 과보도 아닌 이것이 세간의 복전인 것이다.”
011_0121_a_21L舍利弗言世尊若其布施無大果大報云何名爲世福田也佛言舍利非小果想非大果想是施不生施不生是能受於世閒天阿修羅舍利弗於無盡田不取果報不與果報是故舍利弗非大報非小果是世福田
사리불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이 세간의 복전에서는 과보를 얻지 못한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리불이여,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만약 열반한다면 과보가 있겠느냐?”
사리불이 말하였다.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만약 보시로 열반하여 과보를 얻는다면 일체의 성인을 무위(無爲)라고 할 수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칭찬하여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사리불이여, 이런 일 때문에 세간의 복전에 보시하면 과보가 없다고 한 것이다.”
011_0121_b_04L舍利弗言世尊云何是世福田不得果報佛言舍利弗汝意云何若爲涅槃有果報不舍利弗言無也世尊若施爲涅槃得果報者一切聖人不名無爲佛卽讚言善哉善哉利弗以是事故施世福田無有果報
이때 사리불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만약 보시해도 과보가 없다면 어떻게 망상지(妄想智)를 구족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리불이여,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만약 일체의 법성(法性)을 안다면 이는 진실이겠느냐?”
011_0121_b_09L爾時舍利弗白佛言世尊若施無果云何具足於妄想智佛言舍利弗於意云何若知於一切法性是實不
사리불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일체의 법을 알고 보면 마치 허깨비의 성품[幻性]과 같습니다. 세존이시여, 만약 허깨비와 같은 성품임을 알면 그것이 실답지 않음을 아는 지혜[不實智]입니다. 왜냐하면, 여래께서 널리 설하신 일체 모든 법은 마치 허깨비와 같은 성품이고 허깨비의 성품과 같은 것이 곧 바로 실답지 않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일체 모든 법의 성품이 이와 같다는 것을 안다면 이것이 실답지 않음을 아는 지혜입니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실다운 것은 한 법도 없기 때문입니다.”
011_0121_b_13L舍利弗言世尊知一切法猶如幻世尊若知幻性是不實知何以故如來演說一切諸法猶如幻性如幻性者卽是不實世尊若知一切法性如此是不實智所以者何無有一法而是實者
011_0121_c_01L이때 부처님께서 또 사리불을 칭찬하셨다.
“사리불이여,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사리불이여, 그렇다, 그렇다. 사리불이여, 만약 법에 실(實)이 있고, 물(物)이 있고, 참[眞]이 있다면 곧 열반에 들어갈 중생은 없을 것이다. 사리불이여, 일체의 모든 법은 또한 실(實)이 아니며, 물(物)이 아니며, 참[眞]도 아니다. 이런 까닭에 사리불이여, 항하(恒河) 모래알처럼 많은 중생이 열반에 들어가 다시는 태어나지 않는 것이며 또한 다함을 모르는 것이니, 중생이 실답지 않기 때문이다. 사리불이여, 만약 일체 중생에 대해 실답다고 하는 생각이 없으면 이를 실답지 않음을 아는 지혜를 구족하였다고 한다. 그러므로 사리불이여, 보시에 과보가 없으면 실답지 않음을 아는 지혜를 빠짐없이 만족할 수 있게 된다.”
011_0121_b_18L爾時佛復讚舍利弗善哉善哉舍利弗如是如是舍利弗若法有實有物有眞則無衆生入於涅槃舍利弗一切諸法亦非是實非物是故舍利弗恒沙衆生入於涅槃永不復生亦不知盡衆生不實故利弗若一切衆生無有實想是名具足於不實智是故舍利弗施無果報能得具足滿於不實智
이때 사리불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어떻게 알아야 실답지 않음을 아는 지혜를 만족해 재빨리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겠습니까?”
011_0121_c_03L爾時舍利弗白佛言世尊云何智滿於不實智疾獲得無生法忍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리불이여, 만약 실답지 않음을 안다면 또한 증득하지도 않는다. 사리불이여, 무엇이 실답지 않은 것들인가? 아견(我見)ㆍ중생견(衆生見)ㆍ명견(命見)ㆍ인견(人見)ㆍ단견(斷見)ㆍ상견(常見)이 실답지 않으며, 부처라는 생각[佛想]ㆍ법이라는 생각[法想]ㆍ승이라는 생각[僧想]ㆍ열반이라는 생각[涅槃想]에 실답지 않음이 있다. 사리불이여, 마음이 동요하여 희론(戱論)에만 다들 힘쓰는데 이런 모든 것들이 실답지 않은 것이다. 사리불이여, 이와 같이 실답지 않음을 집지하는 가운데 해탈을 얻는다. 사리불이여, 이런 일 때문에 실답지 않음을 아는 지혜를 갖추고 무생법인을 재빨리 얻게 되는 것이다.”
011_0121_c_05L佛言舍利弗若知不實而亦不證舍利弗何等是不實我見衆生見命見人見斷見常見有不實者佛想法想僧想涅槃想利弗若心動搖戲論悤務皆是不實舍利弗如是執不實中而得解脫利弗以是事故具不實智而疾得於無生法忍
이 법을 설하셨을 때 4만 2천 명이 무생법인을 얻었고, 6만의 우바새가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에 발심(發心)하였으며, 3만 6천의 천자(天子)가 깨달음[智證]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011_0121_c_12L說是法時四萬二千人無生法忍六萬優婆塞發於無上正眞道心三萬六千天子得向智證
그 60명의 증상만을 가졌던 비구들은 온갖 번뇌를 끊고 마음이 해탈하게 되었으며, 마음이 해탈한 뒤에는 함께 같은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저희는 지금 비로소 여섯 스승[六師]에게 출가합니다. 오늘부터 부처님은 저희들의 스승이 아니며, 또한 법을 염(念)하지도 않고 승(僧)을 염하지도 않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는 오늘부터 지음이 없음[無作]을 설하고, 인연이 없음[無因緣]을 설하고, 업이 없음[無業]을 설하고 조복함이 없음[無調伏]을 설하겠습니다.”
011_0121_c_14L六十增上慢比丘斷於諸漏心得解心解脫已俱共同聲說如是言我今始於六師出家從今日往非我尊亦非念法又非念僧世尊從今日說於無作說無因緣說無有說無調伏
이때 대중 가운데 약간의 중생이 각각 이런 말을 하였다.
“이 여러 비구들은 혹 부처님의 계를 버리고 외도의 옷을 받으며, 하는 말이 전도된 것은 아닐까?”
011_0121_c_20L爾時衆中若干衆生作是言是諸比丘或捨佛戒受外道所說顚倒
011_0122_a_01L이때 대덕 사리불이 대중의 마음을 알고서 여러 비구에게 말하였다.
“대덕들이여, 어떤 인연으로 ‘우리는 이제 비로소 여섯 스승에게 출가한다.’는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까?”
여러 비구가 말하였다.
대덕 사리불이여, 지금부터는 여섯 스승 모두가 동일한 상(相)으로서 더함도 없고 덜함도 없습니다. 대덕 사리불이여, 우리는 이제 여러 스승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출가(出家)에 있어서는 분별할 만한 것이 없기 때문에 출가라고 말합니다.”
011_0121_c_22L爾時大德舍利弗覺知衆心語諸比丘言大德何緣說如是語耶我今始於六師出家諸比丘言大德舍利弗從今已往六師諸師等同一相無增無減大德舍利弗我等今知諸師不異於出家中無所分別故言出家
사리불이 말하였다.
“대덕들이여, 어떤 인연으로 ‘지금부터 부처님은 우리의 스승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입니까?”
여러 비구가 말하였다.
“대덕 사리불이여, 우리는 지금부터는 자연히 명료하여 밝고 또 밝습니다. 다른 밝음을 빌리지 않고 우리 자신에게 귀의(歸依)하며, 다른 무엇에 귀의하는 것이 아니라 자존(自尊)에게 스스로 귀의합니다. 이런 까닭에 부처님은 저희의 스승이 아니라고 말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부처님을 떠나지 않고 부처님은 저희를 떠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011_0122_a_05L舍利弗言大德何緣說言從今佛非我尊諸比丘言大德舍利我從今往自然明了熾然明熾假餘明我自歸依非餘歸依自歸自是故說言佛非我尊何以故我不離佛佛不離我
사리불이 말하였다.
“대덕들이여, 어떤 인연으로 ‘법(法)을 염하지 않고 승(僧)을 염하지 않겠다.’는 그런 말을 했습니까?”
여러 비구들이 말하였다.
“대덕 사리불이여, 우리에게는 오늘부터 염하거나 포섭할 수 있는 법이 없습니다. 이런 까닭에 우리가 지금부터는 승을 염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입니다.”
011_0122_a_10L舍利弗言大德何緣說如是言不念於法不念於僧諸比丘言大德舍利弗我從今日無法可得若念若攝是故我言從今日往念於僧
사리불이 말하였다.
“대덕들이여, 어떤 인연으로 ‘우리는 오늘부터 지음이 없음을 설하겠다.’고 말한 것입니까?”
여러 비구가 말하였다.
“대덕 사리불이여, 우리는 지금부터 일체의 모든 법이 지음이 없다는 것을 압니다. 이 가운데서는 지음도 아니고 짓지 않음도 아닙니다. 이런 까닭에 우리는 오늘부터 지음이 없음을 설하겠다고 말한 것입니다.”
011_0122_a_14L舍利弗言大德何言我從今說於無作諸比丘言大德舍利弗我從今往知於一切諸法無作是中非作非不作以是故言我從今日於無作
사리불이 말하였다.
“대덕들이여, 어떤 인연으로 ‘지금부터는 인연이 없음을 설하겠다.’고 말한 것입니까?”
여러 비구가 말하였다.
“대덕 사리불이여, 우리에게는 오늘부터 모든 유(有)와 도(道)를 일으킨 인연이 다하였고 그 안에 인(因)은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부터 인도 없고 연도 없음을 설하겠다고 말한 것입니다.”
011_0122_a_18L舍利弗言大德何緣說言今說無因緣諸比丘言大德舍利弗我從今日一切有道生因緣盡是中無因是故說言我從今說無因無緣
011_0122_b_01L사리불이 말하였다.
“대덕들이여, 어떤 까닭으로 ‘우리는 지금부터 업(業)이 없음을 설하겠다.’고 말한 것입니까?”
여러 비구가 말하였다.
“대덕 사리불이여, 우리는 지금부터 일체법이 구경(究竟)의 열반임을 압니다. 이 안에는 조복도 없고 조복이 아님도 없습니다. 이런 까닭에 우리는 업이 없음을 설하겠다고 말합니다.”
011_0122_a_21L舍利弗言大德何故說言我從今往說無有業諸比丘言大德舍利弗我從今知一切法究竟涅槃是中無有調無非調伏以是故言我說無業
이 증상만(增上慢)을 가졌던 여러 비구들이 이 법을 설했을 때 3,600의 비구가 다들 모든 번뇌를 끊고 마음이 해탈하였다. 이때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을 칭찬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진실로 희망(希望)하는 것 가운데에는 얻을 수 있는 법이 없다.”
011_0122_b_02L增上慢諸比丘等說是法時有三千六百比丘悉斷諸漏心得解脫爾時世尊讚諸比丘善哉善哉是實悕望中無法可得
이때 문수사리동자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얻는 것을 말씀하셨는데 어떤 법을 ‘얻음[得]’이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문수사리야, 얻는 것을 무생법인(無生法忍)이라 한다.”
011_0122_b_06L爾時文殊師利童子白佛言世尊所言得者何法名得佛言文殊師利得者名曰無生法忍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보살이 무생법인을 얻고자 하면 마땅히 어떻게 배우고, 어떻게 행하며, 어떻게 머물고, 어떻게 닦아 정진해야 합니까?”
011_0122_b_08L文殊師利言世尊菩薩欲得無生法忍云何學云何行云何住云何修集
이때 세존께서 문수사리동자가 물은 무생법인의 뜻에 답하기 위해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011_0122_b_10L爾時世尊答於文殊師利童子所問無生法忍義故卽說偈言

만약 부처의 지혜 구하는 자 있다면
일체 모든 지혜보다 뛰어난 것이니라.
취할 만한 어떤 법도 없고
또한 버릴 만한 어떤 법도 없다.
011_0122_b_12L若有求佛智
一切諸智上
無有法可取
亦無法可捨

얻을 만한 어떤 법도 없는데
생긴다고 한다면 그건 있다[有]고 여기는 것
화합하는 법도 없는데
범부는 화합하려고 한다.
011_0122_b_14L無有法可得
若生是有者
無有和合法
凡夫欲和合

이처럼 알아야 하고 끊어야 한다고
중생들에게 설법하지만
범부들은 온갖 행(行)만 일으키며
무생(無生)의 법을 믿지 않는다.
011_0122_b_15L若可知可斷
說法爲衆生
凡夫生諸行
不信無生法

마법(魔法)을 버리고 떠나며
보리의 도를 가장 으뜸이라 하면서
범부는 두 가지 법에 집착해
둘이 없는 법을 모른다.
011_0122_b_16L捨離於魔法
菩提道最上
凡夫著二法
不知無二法

온갖 허깨비 실다움이 없건만
범부인 사람들 다르다고 보는구나.
그 가운데는 다름이 없어
일체가 동일한 상(相)일 뿐이다.
011_0122_b_18L種種幻無實
凡夫人見異
是中無有異
一切同一相

만약 어떤 범부가
둘도 없고 둘의 지음도 없다고 말한다면
허깨비와 똑같아 평등하리니
범부인 사람들 혹 말하기도 한다.
011_0122_b_19L若有凡夫說
無二無二作
同幻化平等
凡夫人或說

나는 때로 탐욕을 다하지 못하고
진심과 어리석음을 끊지 못하지만
나는 마땅히 잘 사유하니
물질이 아닌 것에 물질이란 생각 일으켰음을.
011_0122_b_20L我不時盡欲
斷瞋及愚癡
我當善思惟
非物生物想

단멸을 헤아려 열반으로 삼고
탐욕과 진심과 어리석음 파괴하기에
공(空)의 법을 설하여 보이느니라.
011_0122_b_22L計斷爲涅槃
壞貪欲瞋癡
說示於空法

다함도 없고 또 남[生]도 없는 것
이를 설하여 열반이라 하나니
정진하는 자들 정진을 일으키면
이는 나의 법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011_0122_b_23L無盡亦無生
是說名涅槃
精進者進生
是去我法遠
011_0122_c_01L
보시와 지계라는 생각
보리(菩提)라는 생각을 좋아하는 것
이것으로는 보리에 들지 못하나니
이런 것들은 생각을 행하는 것일 뿐이다.
011_0122_c_01L布施持戒想樂於菩提想
是不入菩提
是等行想行

범부들 허망(虛妄)에 덮여
공의 법을 알지 못하므로
모든 법의 평등한 하나의 상(相)을
각각 다르게 설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011_0122_c_02L凡夫虛妄覆
不知於空法
諸法等一相
當各各異說

만약 이 법을 이해하고 알면
그 체성(體性)엔 다름이 없으니
다섯 손가락을 손이라 하는 것처럼
보리를 얻는 것 어렵지 않으리라.
011_0122_c_04L若解知此法
其體性無異
如五指名手
得菩提不難

보리에서 멀어지는 자도 없고
보리에 가까워지는 자도 없으며
달리 분별하는 자도 없으니
그런 것은 보리에서 멀어지는 것이니라.
011_0122_c_05L無遠菩提者
無近菩提者
別無分別者
是去菩提遠

범부들 저마다 행을 달리하며
제각기 서로 옳고 그르다 하는구나.
이는 지계를 성취한 것이고
이는 곧 파계(破戒)한 악이라고.
011_0122_c_06L凡夫各異行
各各相是非
此持戒成就
此是破戒惡

모든 법은 오히려 꿈과 같고
모든 유위(有爲) 실다움이 없나니
지혜로운 자 견고함 취하지 않고
그것이 허깨비와 같음을 안다.
011_0122_c_08L諸法猶如夢
諸有爲無實
慧不取牢固
知之如幻化

이 가운데서 계(戒)는 실답지 않고
파계도 또한 실답지 않나니
모든 법은 인연으로 생기고
그 가운데 나[我]는 없느니라.
011_0122_c_09L是中戒不實
破戒亦不實
諸法因緣生
是中無有我,

천억겁(千億劫)의 긴 세월 동안
보시를 하고 보시를 받은 자로서
위없는 계를 호지(護持)했다면
모든 부처님 나에게 수기(授記)하지 않았으리라.
011_0122_c_10L於千億劫中
布施與受者
護持無上戒
諸佛不記我

나는 그때 생각을 떠났으니
보시라는 생각 남김없이 떠나고
일체의 전도(顚倒)된 생각 떠났기에
그때 내가 수기(授記)를 받은 것이다.
011_0122_c_12L我時離於想
布施想無餘
離一切顚倒
爾時我得記

보시하면 큰 부(富)를 얻는다고 말하고
청정한 계율 지키면 하늘에 태어난다 하지만
그 가운데 얻는 것 없으니
이것이 위없는 보리다.
011_0122_c_13L說施得大富
持淨戒生天
是中無所得
是無上菩提

범부들 유(有)에 의지하여
어리석음으로 허망하게 기억하고 생각하는구나.
우리들은 인(忍)을 얻었고
무위(無爲)이며 다시 태어남 없다고.
011_0122_c_14L凡夫依止有
愚癡妄憶想
我等得於忍
無爲無有生

이 무생(無生)의 법 가운데에서
생기는 것을 사유하지 말라
천억겁(千億劫)의 세월 동안
인(忍)을 얻기 어렵지 않으리라.
011_0122_c_16L是無生法中
不思惟生者
於千億劫中
是得忍不難

거짓으로 설법이라고 이름을 붙였지만
법에는 짓는 자가 없고
근본은 머무는 곳이 없으니
모두가 텅 비고 한적한 모습과 같다.
011_0122_c_17L假名爲說法
法無有作者
無根本住處
悉如空閑相,

수억의 많은 모든 부처님들
탐욕과 진심과 어리석음 끊었기에
위없는 법을 연설하는 것이니
이 법은 다할 수가 없느니라.
011_0122_c_18L多億數諸佛
斷貪瞋癡故
演說無上法
是法不可盡

진실한 법에는 허망함이 없어
재빨리 다함으로 돌아가나니
이와 같은 것은 실답지 않은 법이라
그 실제(實際)를 얻을 수 없느니라.
011_0122_c_20L實法無虛妄
速疾歸於盡
如是不實法
是實際叵得

음욕(淫欲)과 진심 끝이 없고
어리석음 또한 끝이 없으니
만약 실다움을 얻을 수 없다면
중간도 역시 얻을 수 없느니라.
011_0122_c_21L婬欲瞋無邊
愚癡亦無邊
若不得實者
亦復不得中

종자(種子)에 싹이 없는데
어느 곳에 열매와 잎이 있겠는가.
만약 그 잎을 얻을 수 없다면
꽃 또한 얻을 수 없느니라.
011_0122_c_22L種子中無芽
何處有果葉
若其不得葉
花亦不可得
011_0123_a_01L
무생(無生)의 법도 이와 같아
중생이 아들을 낳더라도
태어나는 것도 아니고 또 나오는 것도 아니니
이것이 여실(如實)함을 보는 것이다.
011_0123_a_01L無生法如是
衆生當生子
不生亦不出
此見於如實

이를 비유하면 마치 석녀(石女)에겐
끝내 아들이 없는 것과 같으니
그에게는 아들이 없으므로
자식에 대한 근심 또한 없느니라.
011_0123_a_02L猶之如石女
是終無有子
以其無子故
亦無有子憂

지혜로 이와 같이 분별하면
일체의 법은 생함이 없다.
이것이 두려움 없이
생사(生死)의 괴로움을 받아들이는 것이니라.
011_0123_a_03L慧如是分別
一切法無生
是無有恐怖
受於生死苦

근심과 허망에 뒤덮인 범부들
법이 허깨비와 같음을 알지 못해
허공을 무겁게 짊어지나니
지혜롭지 못한 자의 어리석음이로다.
011_0123_a_05L憂妄覆凡夫
不知法如幻
重荷擔虛空
非智慧者癡

만약 이 법에
실다움도 없고 끝도 없다는 걸 안다면
한량없는 아승기(阿僧祗)인들
여기에 대해 어리석음 없으리라.
011_0123_a_06L若知於此法
無實無有邊
無量阿僧祇
於此無有癡

이른바 근본 경계[本際]와 같은 것들을
나는 그것을 경계가 없다고 설하나니
뒤의 경계[後際] 또한 그와 같으며
중생의 경계[衆生際]란 사유할 수 없는 것이다.
011_0123_a_07L如所言本際
我說是無際
後際亦復爾
衆生際叵思

경계가 없는 것을 경계로 생각하지만
공(空)하여 끝 경계[邊際]가 없으니
이 뜻을 아는 까닭에
그 지혜는 둘이 없느니라.
011_0123_a_09L無際憶想際
空無有邊際
以知此義故
其智無有二

마치 허공의 경계와 같아
중생의 경계는 사유할 수 없으며
근본 경계는 거울에 비친 모습과 같아
이 지혜는 아는 바가 없느니라.
011_0123_a_10L如虛空際相
衆生際叵思
本際如鏡像
是智無所知,

분별을 행하는 자
그 마음 이와 같이 사유하나니
나는 어느 때나 악을 다할까
나는 어느 때나 성불(成佛)할까.
011_0123_a_11L是分別行者
其心如是思
我何時盡惡
我何時成佛

모든 부처님 생함이 없고
그 가운데 화합함도 없나니
법에는 화합하는 자가 없거늘
범부는 화합하려고 하는구나.
011_0123_a_13L諸佛無有生
是中無和合
法無和合者
凡夫欲和合

능히 공(空)과 화합을 지을 수 없고
또한 머물러 있을 곳도 없으니
허공은 머무름이 없기 때문에
걸림도 없고 물질도 없느니라.
011_0123_a_14L無能空造合
亦無止住處
虛空無住故
無㝵無有物

이와 같이 허공을 설하고
이와 같이 보리를 알며
이와 같이 보리(菩提)를 알고
중생 역시 이와 같다는 걸 아느니라.
011_0123_a_15L如是說虛空
如是知菩提
如是知菩提
知衆生亦爾

보리와 허공계와
중생의 세계는 모두 같은 것이니
만약 이와 같음을 알면
보리를 얻는 것 어렵지 않으리라.
011_0123_a_17L菩提虛空界
衆生界同等
若知如是等
得菩提不難

만약 사람이 자비(慈悲)에 나아가지 않고
선(善)을 짓는다고 사유(思惟)하지 않으면
법에 있어서 오는 바가 없어
보리를 얻는 것 어렵지 않으리라.
011_0123_a_18L若人不進慈
不思惟作善
於法無所來
得菩提不難

이 보리는 구하기 어려우니
일체의 구함을 끊어라
마음이 없음을 능히 얻으면
무상의 보리를 깨달으리라.
011_0123_a_19L是菩提難求
斷於一切求
無有心能得
覺無上菩提

보시를 사유하는 자
보시로서 보리를 얻고자 하나
끝내 보리를 얻지 못하고
보리를 이루지도 못하리라.
011_0123_a_21L思惟布施者
布施得菩提
終不得菩提
不得成菩提

사유하여 계에 집착하는 자
정진의 실다움을 생각하는 자
불법의 오묘한 정진 아니니
이와 같은 것들은 생각[憶想]의 집착이다.
011_0123_a_22L思惟著戒者
憶想精進實
非佛法妙進
如是憶想著
011_0123_b_01L
일체의 법은 전도(顚倒)된 것이며
나는 전도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처음부터 움직이고 일으키지 않는 것
이 선(善)보다 으뜸가는 것은 없느니라.
011_0123_a_23L一切法顚倒
我非不顚倒
未始有動發
是善無有上

만약 생각이 있는 자가
이 법이 곧 무루(無漏)이고
이 법이 곧 유루(有漏)라고 한다면
이 사람의 마음은 선하지 않느니라.
011_0123_b_02L若有憶想者
此法是無漏
此法是有漏
此人心不善

법을 사유하지 않는 자
그는 허공과 같아
묶임도 없고 풀려남도 없으니
이 지혜보다 으뜸가는 것은 없느니라.
011_0123_b_03L不思惟法者
是同如虛空
無縛亦無解
是慧無有上

이것은 곧 지계(持戒)라 생각하고
이것은 파계(破戒)의 악(惡)이라고 생각하면
두 가지 모두 파계라고 설하나니
위없는 계에는 둘이 없느니라.
011_0123_b_04L想此是持戒
想此破戒惡
說二俱破戒
無上戒無二

모든 법에는 다름이 없으며
계에는 늘고 주는 모습이 없나니
이것이 성품을 보는 자이며
이것이 불법을 호지하는 것이니라.
011_0123_b_06L諸法無有異
戒無增減相
是見於性者
是護持佛法

만약 마음에 집착이 없으면
마치 공중의 새와 같으리니
이와 같이 지혜를 구족하는 것이
바로 진실한 사문(沙門)의 법이니라.
011_0123_b_07L若心無著者
猶如空中鳥
如是知具足
是實沙門法

만약 사(思)ㆍ억(憶)ㆍ상(想)이 없어
일체를 사유하지 않고
마음[心]이 없고 나[我]와 목숨[命]도 없다면
보리를 얻는 것 어렵지 않으리라.
011_0123_b_08L若無思憶想
不思惟一切
無心無我命
得菩提不難

탐욕을 벗어나고자 원하는 자가
탐욕에 끌려가지 않으며
또한 음욕을 버리지도 않는다면
보리를 얻는 것 어렵지 않으리라.
011_0123_b_10L欲出貪欲者
不爲欲所牽
亦不捨婬欲
是菩提不難

왕생(往生)의 생각에 집착하는 것 싫어하지 않고
두려움이 없는 경계에서
생사에 놀람이나 두려움이 없다면
보리를 얻는 것 어렵지 않으리라.
011_0123_b_11L不厭往想著
於無怖畏際
生死無驚怖
得菩提不難

이때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설하신 뒤에 문수사리동자에게 말씀하셨다.
“문수사리야, 만약 어떤 보살이 이 경을 믿고 이해하여 어떤 의혹도 없으며, 받아 지녀 독송하고 통달해 남들에게 널리 설한다면 이 사람은 스무 가지 공덕을 얻을 것이다.
011_0123_b_12L爾時世尊說是偈已告文殊師利童子言文殊師利若有菩薩信解此經無有疑惑受持讀誦令通利己爲他廣說是人得於二十功德
어떤 것들이 스무 가지인가? 모든 하늘이 사랑하고 보호할 것이며, 모든 용(龍)이 항상 보호할 것이며, 야차(夜叉)가 수호하여 항상 마음이 흐트러지는 일이 없을 것이며, 죽은 뒤 태어나는 곳에서 스스로 전생(前生)을 알 것이며, 죽은 뒤 태어나는 곳에서 다섯 가지 신통을 얻을 것이며, 죽은 뒤 태어나는 곳에서 미륵보살을 친견할 것이다. 이 경과 법을 염(念)하면 잠들었을 때를 제외하고는 그 마음이 산란하지 않을 것이며, 꿈속에서도 부처를 보고 또 보살을 볼 것이다. 이 경을 믿고 이해하는 자는 순인(順忍)을 얻을 것이며, 이 경을 염하는 자는 현세(現世)에서 성냄을 끊을 것이다.
011_0123_b_16L何等二十諸天愛護諸龍當護夜叉守護常無亂心命終生處自識宿命命終生處得於五通命終生處見彌勒菩薩此經法其心不亂唯除眠時夢中佛亦見菩薩信解此經者得於順忍念此經者現世斷瞋
011_0123_c_01L 이 경을 지니는 자는 독사(毒蛇)들 가운데 있어도 두려움이 없게 될 것이다. 이 경을 염하는 자는 악한 코끼리도 항복시킬 것이며, 이 경을 염하는 자는 변조삼매(遍照三昧)를 얻을 것이며, 이 경을 배우는 자는 일체의 모든 나쁜 업장(業障)을 없애게 될 것이다. 이 경을 설할 때 무량한 백천(百千)의 법문(法門)을 얻을 것이며, 보리의 마음을 잃지 않게 될 것이며, 무량한 선다라니(旋陀羅尼)를 얻을 것이다. 이 경을 염하는 자에게는 어떤 악마의 일도 일어나는 일이 없을 것이다.
011_0123_b_22L持此經者處毒蛇中得無所畏念此經者得降惡象念此經者得遍照三昧學此經者盡一切諸惡業障說此經時得於無量百千法門是得不失菩提之心得無量旋陁羅尼念此經者一切魔未曾得起
또 현재의 부처님 앞에 태어나게 될 것이며, 일체의 선하고 길(吉)한 모든 원을 갖추게 될 것이다. 이 경을 염하는 자는 발이 없거나, 발이 둘이거나, 발이 셋이거나, 발이 넷인 모든 독충(毒蟲) 가운데서도 사랑과 보살핌을 받게 될 것이다. 이 경을 염하는 자에게는 비인(非人)이 두렵게 하거나 왕이 진노(瞋怒)하는 일이 없고 보호할 것이다. 문수사리야, 이것이 이 법을 설하는 비구의 스무 가지 공덕이니, 이 경을 지니며 마음에 의혹이 없고 독송하고 통달하여 남들에게 널리 설하기 때문이다.”
011_0123_c_05L亦得生於現在佛前具一切善吉諸願念此經者無足三足四足諸毒虫中皆得愛護此經者無非人怖王瞋得護文殊師此是說法比丘二十功德以持此經心無疑惑讀誦通利爲他廣說故
이때 문수사리동자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비유컨대 모든 약(藥) 나무가 일체의 병을 없애는 것과 같습니다. 세존이시여, 이 경도 또한 이와 같아 일체의 병을 끊습니다.”
011_0123_c_10L爾時文殊師利童子白佛言世尊諸藥樹除一切病世尊此經亦爾一切病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그렇다. 문수사리야. 그 말을 잘했다. 이 경은 능히 일체의 병을 끊는다. 무슨 까닭인가? 문수사리야, 본래 과거세(過去世)의 아승기겁에서 또 아승기겁을 지난 그때 명호가 사자유보(師子遊步) 여래(如來)ㆍ응공(應供)ㆍ정변지(正遍知)라는 부처님이 계셔서 세간에 출현하여 무량한 백천의 대중 앞에서 이 경을 연설하셨다.
011_0123_c_13L佛言如是如是文殊師利說此語此經能斷於一切病何以故文殊師利本過去世阿僧祇劫復過阿僧祇劫爾時有佛號師子遊步如應供正遍知出現于世於無量百千大衆之前演說此經
문수사리야, 이때 대중 가운데 금강당(金剛幢)이라는 한 보살이 있었는데, 이 사자유보 여래ㆍ응공ㆍ정변지에게서 이 경을 듣고 마음에 의혹이 없었다. 그는 이 오묘한 공덕의 경을 받아 지녀 통달하고 깨달아 들어가 세력을 얻었기 때문에 촌락과 성읍(城邑)과 왕궁에서 ‘나는 양의(良醫)이다.’라고 스스로 소리쳐 말하였다.
011_0123_c_18L文殊師利爾時衆中有一菩薩名金剛幢從是師子遊步如來應供正遍知聞此經心無疑惑受持於是妙功德經利解入得勢力故在於村落城邑宮而自唱言我是良醫
011_0124_a_01L 그때 무량한 백천의 중생들이 온갖 병으로 시달리고 있었는데, 모두 이 금강당보살이 있는 곳으로 찾아왔었다. 이때 금강당보살은 자비로운 마음으로 잘 이해하고 이 경의 다라니의 구절로써 모든 중생들을 섭취하고 호지하였다.
011_0123_c_23L時有無量百千衆生種種病逼悉來詣是金剛幢菩薩所是時金剛幢菩薩慈心善解以此經法陁羅尼章句攝取護持諸衆生等
문수사리야, 이 다라니의 구절이란 무엇인가?
文殊師利何等是陁羅尼章句

아란 파차라 비니나 수다타 수부다 아누차 비반나혜 거가류타
阿蘭波嗏羅毘尼那修怛咃修復多阿㝹嗏毘畔那醯呿伽留他
마이숙가 아누나절타 나뢰타 밀라수밀라 소라혜타 살바다라
摩移宿伽阿㝹那折陀那賴他十一蜜羅修蜜囉十二素囉醯陀十三薩婆多羅十四
몽가몽가 갈야유가 마구마이가
矇伽矇伽十五暍吔猶呵十六摩仇摩伊呵十七
011_0124_a_04L阿蘭波嗏羅毘尼那修怛咃修復多阿㝹嗏毘畔那醯呿伽留他摩移宿伽阿㝹那折陁那賴陁十一蜜囉修蜜囉十二素囉醯陁十三薩婆多羅十四瞢伽瞢伽十五暍吔猶呵十六摩仇摩伊呵十七

이 다라니의 구절로써 그 여러 중생을 수호하고 섭취하여 독사에게 물린 것이나 문둥병 혹은 풍병(風病) 등 온갖 병을 없애 주었다. 문수사리야, 이 금강당보살은 이 경법(經法)으로써 중생을 편안하게 하고 온갖 병을 제거하였다. 문수사리야, 너는 그때의 금강당보살을 어찌 다른 사람이라고 말하느냐, 다른 생각 하지 말라. 왜냐하면 내가 곧 그때의 금강당보살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경을 이해하여 많은 중생을 이롭게 하였다.”
011_0124_a_10L以是陁羅尼章句守護攝取彼諸衆除種種病若毒蛇螫若癩病若風文殊師利是金剛幢菩薩以此經安止衆生除去諸病文殊師利謂爾時金剛幢菩薩豈異人乎莫作異觀何以故我是爾時金剛幢菩薩我解此經多利衆生
이때 문수사리동자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보살이 이 다라니의 글을 수지하여 독송하고 통달하기 위해서는 마땅히 어떤 작의(作儀)와 어떤 법칙(法則)을 행해야 합니까?”
011_0124_a_17L爾時文殊師利童子白佛言世尊菩薩受持此陁羅尼章句讀誦通利當行何宜何法則也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문수사리야, 만약 보살이 있어서 이 다라니의 글귀를 통달하고자 한다면 마땅히 깨끗한 행을 좋아하고 고기를 먹지 않으며, 기름을 발에 바르지 말며, 많은 대중에게 가지 않으며, 항상 중생에게 자비로운 마음을 일으켜야 한다. 법답지 못한 부정(不淨)한 사람이 이 경을 읽게 해서는 안 되며, 또한 부정(不淨)한 곳에서 읽어서도 안 된다.”
011_0124_a_20L佛言文殊師利若有菩薩欲通達此陁羅尼章句當好淨行不食於不油塗足不往多衆常於衆生起於慈心莫作非法不淨之人而讀此亦莫在於不淨處讀
011_0124_b_01L이때 문수사리동자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만약 보살이 있어 이 경을 읽을 때는 신명(身命)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그렇다. 문수사리야, 네가 말한 것과 같다.”
011_0124_b_01L爾時文殊師利童子白佛言世尊若有菩薩讀此經時不惜身命佛言如是如是文殊師利如汝所說
이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너는 이 경을 받아 지녀라. 이 경은 장차 많은 중생을 이롭게 할 것이다.”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설하신 바와 같이 저는 이미 받아 지녔습니다.”
이때 세존께서 아난을 찬탄하여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아난아, 너는 내세(來世)에 중생들의 존귀한 도사가 되리라. 그때 중생들이 이 경을 독송하며 나에게서 받은 것처럼 여기리라.”
011_0124_b_04L爾時佛告阿難阿難汝受持此經此經當來多利衆生難白佛言世尊如佛所說我已受持爾時世尊讚阿難言善哉善哉阿難汝於來世爲衆尊導彼時衆生讀說此經如從我受
이때 대덕 아난과 대덕 사리불과 문수사리동자와 모든 천인(天人)과 아수라와 건달바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모두 크게 환희하였다.
011_0124_b_09L爾時大德阿難大德舍利弗文殊師利童子及諸天修羅乾闥婆等聞佛所說皆大歡喜
佛說象腋經
壬寅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