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의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서 큰 비구 대중 5백 인과 함께 계셨다. 그때 아난(阿難)이 오른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여래께서는 깊이 아시어 무슨 일이건 살피지 않는 것이 없으시어 미래ㆍ과거ㆍ현재의 3세를 모두 분명히 요달하시는가 하면, 과거 모든 부처님의 성자(姓字)ㆍ명호와 제자와 보살이 따르고 모시는 그 많고 적음을 모두 아시고, 1겁, 백 겁 나아가 무수한 겁을 모두 관찰함도 그러하시며, 국왕ㆍ대신과 인민들의 성자까지 분별하시고, 지금 현재 국토 경계에 대한 모든 것도 분명히 요달하십니다. 얼마나 먼 장래에 미륵이 출현할 것입니까? 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이시여, 그 변화를 듣고자 하옵니다. 그리고 제자들이 좌우에서 모시는 것과 부처님 경계의 풍족하고도 안락함이 얼마만큼의 시기 동안 지속될 것입니까?”
011_0209_b_01L그때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먼 장래 이 나라 경계에 시두(翅頭)라는 성곽(城郭)이 있어 그 동서가 12유순(由旬)이고, 남북이 7유순인 데다가 토지가 비옥하고 인민이 치성하여 거리마다 줄을 이룰 것이며, 그때 성중에 수광(水光)이란 용왕이 있어서 밤에는 향 비[香澤]를 퍼붓고 낮에는 맑게 개이는가 하면, 이때 시두성 안엔 또 엽화(葉華)라는 나찰(羅刹) 귀신이 있어서 그 소행이 법에 수순하여 바른 교훈을 어기지 않을 뿐더러 매번 인민들이 잠이 든 뒤에 더럽고 나쁜 온갖 부정한 것을 제거함과 동시에 항상 향즙[香汁]을 땅에 뿌리므로 그 땅이 매우 향내가 나고 깨끗하리라.
아난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때 남섬부주[閻浮]는 동서남북이 각각 천만 유순인 데다가 모든 산과 강과 석벽(石壁)이 다 저절로 소멸되고, 4대해(大海)의 물은 각각 넘치거나 줄어듦이 없으며, 그때 남섬부주의 땅은 매우 판판하게 정돈됨이 거울이 청명한 것과 같으며, 온 남섬부주 안에 곡식이 풍부하고 인민이 치성하고 모든 값진 보물이 많고, 마을끼리 서로 가까워 닭 울음소리가 마주 들리며, 이때엔 나쁜 꽃이나 과일나무의 시들고 더러운 것도 저절로 소멸되는 반면 그 밖의 감미로운 과일나무로서 향기롭고 좋은 것만이 다 땅에 자라난다.
그때엔 또 시기(時氣)가 화창하고 사시가 그 절후에 알맞으므로 사람의 몸에 108가지 걱정 거리가 없는가 하면,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도 크게 염려할 것이 없고, 사람의 마음이 다 고르고도 똑같은 뜻이어서 서로가 즐거운 얼굴로 대하고 착한 말로 수작하기에 그 말씨의 한결같고 차별없음이 저 우단월(優單越) 사람들과 다름이 없다. 이때 남섬부주 안의 인민들은 크거나 작거나 다 똑같아서 약간의 차별도 없으며, 그때 남자ㆍ여자 할 것 없이 똥오줌을 누려는 뜻이 있으면 땅이 저절로 열렸다가 일이 끝난 뒤에 땅이 도로 합쳐진다.
011_0209_c_01L 그때 남섬부주 땅에는 멥쌀[粳米]이 저절로 자라나되, 껍질도 없이 매우 향내나고 맛있어서 먹기에 힘이 들지 않는다. 이른바 금ㆍ은 값진 보배와 차거(車𤦲)ㆍ마노(馬瑙)ㆍ진주(眞珠)ㆍ호박(虎珀)들이 각각 땅에 흩어져 있어도 살펴보는 사람이 없는가 하면, 이때 인민들은 손에 이 보물을 잡고 서로가 말하기를, ‘옛날 사람들은 이 보물 때문에 서로 해치고 옥에 갇히어 무수한 고뇌를 받게까지 되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이 보물이 기와나 돌 같은 종류이어서 누구도 수호하는 이가 없네’라고 하리라.
그리고 그때 양거(蠰佉)라는 법왕이 출현하여 바른 법으로 다스려 교화함으로써 7보를 성취하리니, 이른바 7보란 윤보(輪寶)ㆍ상보(象寶)ㆍ마보(馬寶)ㆍ주보(珠寶)ㆍ옥녀보(玉女寶)ㆍ전병보(典兵寶)ㆍ수장보(守藏寶)이니, 이것이 바로 7보이니라. 남섬부주의 땅 안을 진압하되, 칼ㆍ몽둥이 등을 쓰지 않아도 저절로 다 굴복하리라.
아난아, 지금의 네 군데 큰 보장(寶藏)인 건타월국(乾陀越國)의 이라발(伊羅鉢) 보장에 온갖 값진 구슬과 이상한 물건이 많아서 이루 헤아릴 수 없고, 둘째 미제라국(彌梯羅國)의 주라(綢羅) 큰 보장에도 값진 보물이 많고, 셋째 수뢰타대국(須賴吒大國)의 큰 보장에도 값진 보물이 많고, 넷째 바라내(波羅㮈)의 양거(蠰佉) 큰 보장에도 값진 보물이 많아서 이루 헤아릴 수 없듯이 이러한 네 군데의 큰 보장이 저절로 나타남으로써 그 보장을 지키는 사람들이 각각 와서 왕에게 아뢰기를, ‘원컨대 대왕께서 이 보장의 물건을 빈궁한 이에게 은혜로 베푸소서’라고 하면, 그때 양거 대왕은 이 보물을 얻고 나서 다시 살펴보지 않는가 하면, 그 뜻에 재보라는 생각조차 없으리라.
011_0210_a_01L그리고 그때 저 왕에게 수범마(修梵摩)라는 대신이 있는데, 왕이 어릴 때부터 같이 좋아하는 사이라 왕이 매우 사랑하면서도 존경하는가 하면, 또 얼굴이 단정하여 크지도 작지도 않고 살찌거나 여위지도 않고, 희지도 검지도 않고, 늙지도 젊지도 않다. 이때 수범마의 아내 범마월(梵摩越)이란 여인도 역시 여인 중에 가장 뛰어나고 미묘하여 천제(天帝)의 후비와 같은가 하면, 입에서는 우발라꽃[優鉢羅華]과 연꽃의 향내가 나고, 몸에서는 전단향(栴檀香)의 향내가 나는 등 부인으로서의 84가지 태도가 영원히 다시는 없으며, 또 병이나 어지러운 생각도 없으리라.
그때 미륵보살이 도솔천에서 그 부모의 늙지도 젊지도 않음을 보고 곧 내려와서 오른쪽 옆구리로부터 출생하리니, 내가 오늘날 오른쪽 옆구리에서 출생한 것과 다름 없이 미륵보살도 그러하리라. 도솔천의 여러 하늘들은 각각 외치기를, ‘미륵보살이 이미 내려가 신령하게 출생하였네’라고 할 것이며, 이때 수범마는 곧 아들의 이름을 미륵이라 지을 것이며, 미륵보살은 32상(相)과 80종호(種好)로써 그 몸을 장엄해 몸이 황금빛이 되리라.
그때는 사람들의 수명이 매우 길고 아무런 걱정이 없으므로 다 8만 4천 세의 수명을 누리는가 하면, 여인은 나이 5백 세가 된 뒤에라야 시집을 간다. 그때 미륵이 속가에 있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곧 출가하여 도를 배우되, 그때 시두성(翅頭城)에서 그리 멀지 않는 곳에 도수(道樹)가 있으니, 그 이름이 용화(龍花)이고, 높이가 1유순에 너비가 5백 보(步)이다.
때에 미륵보살이 그 나무 아래 앉아서 위없는 도과(道果)를 그 밤중에 이룩하는데, 미륵이 출가한 바로 그날 밤에 위없는 도를 이룸으로써 때에 삼천대천 찰토(刹土)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지신(地神)들이 각각 서로 말하기를, ‘이제 미륵이 성불하였네’ 하고, 이 소문이 차츰 사천왕 궁전에 들리어 ‘미륵이 이미 불도를 이루었네’라고 하며, 다시 삼십삼천과 염천(豔天)과 도솔천(兜率天)과 화자재천(化自在天)과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에 환히 들리고, 점차 범천에까지 들리므로 역시 ‘미륵이 이미 불도를 이루었네’ 하리라.
011_0210_b_01L그때 대장(大將)이란 마왕(魔王)이 법으로써 다스려 교화하다가 여래의 명호와 음성을 듣고 어쩔 줄 모르게 뛸 듯이 기뻐하여 7일 날, 7일 밤을 잠을 자지 않는가 하면, 이때 마왕이 욕계(欲界)의 무수한 하늘 사람들을 데리고 미륵불의 처소에 가서 공경히 예배하고, 미륵 성존(聖尊)은 그 여러 하늘 사람들에게 점점 미묘한 논(論)을 설법하리라. 이른바 논이란 보시의 논[施論]ㆍ계율의 논[戒論]과 천상에 태어나는 논[生天之論]이니, 그 애욕은 부정하다는 생각과 해탈하는 이치로써 묘법을 삼는 것이니라.
그때 미륵이 여러 인민들이 이미 환희심 내는 것을 보고 모든 부처님 세존께서 항상 설법하시는 그 고(苦)ㆍ집[習]ㆍ멸[盡]ㆍ도(道)의 진리를 여러 하늘 사람들에게 그 이치를 자세히 분별함으로써 그때 자리에 있던 8만 4천의 천자들은 모든 번뇌가 다하여 법 눈[法眼]이 청정해짐을 얻으리라.
그때 미륵이 여러 인민들의 마음이 열리고 뜻이 깨달아짐을 보고서 모든 부처님 세존께서 항상 말씀하시는 고ㆍ집ㆍ멸ㆍ도를 여러 인민들에게 자세히 분별함에 따라 그때 자리 위의 8만 4천 사람들의 모든 번뇌가 다하여 법 눈이 청정해짐을 얻는가 하면, 이때 선재가 8만 4천 사람들을 데리고 곧 나아가 미륵불에게 아뢰고 출가할 것을 구하여 범행(梵行)을 잘 닦음으로써 다 아라한의 도를 얻으리라.
011_0210_c_01L그때 미륵의 맨 처음 법회에 8만 4천 사람이 아라한을 얻으며, 이때 양거왕(蠰佉王)이 미륵이 이미 불도를 이루었음을 듣고 곧 미륵불의 처소에 이르러 법을 듣고자 하므로 때에 미륵불은 왕에게 초선(初善)ㆍ중선(中善)ㆍ경선(竟善)의 깊고 깊은 이치를 설법하리라. 그때 대왕은 다시 다른 때에 태자를 세워 왕으로 삼는가 하면, 이발사[剃頭師]에게 값진 보물을 주고 또 잡 보배를 여러 범지(梵志)들에게 주고는 8만 4천 대중을 데리고서 미륵불 처소에 이르러 사문이 되기를 구하여 다 도과(道果)를 이룩해 아라한을 얻으리라.
그리고 이때 수범마(修梵摩) 큰 장자가 역시 미륵이 이미 불도를 이루었음을 듣고서 8만 4천 범지의 무리들을 데리고 미륵불 처소에 이르러 사문이 되기를 구하고 아라한을 얻고, 수범마 한 사람만은 세 가지 번뇌[結使]를 끊어 반드시 그 괴로움의 진리를 깨달으며, 이때 미륵불의 어머니 범마월(梵摩越)이 다시 8만 4천 채녀(婇女)의 무리들을 데리고서 미륵불 처소에 이르러 사문이 되기를 구한다.
그때 모든 여인들이 다 아라한을 얻고 범마월 한 사람만은 세 가지 번뇌를 끊어 수다원(須陀洹)을 이룩하리며, 그때 여러 찰리(刹利) 부인들도 미륵여래가 세간에 출현하여 등정각(等正覺)을 성취함을 듣고서 수천만의 무리들이 미륵불 처소에 이르러 땅에 엎드려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각각 마음으로 사문이 되기를 구해 출가하여 도를 배우되, 혹은 절차를 넘어서 증득하는 이가 있고, 혹은 증득하지 않는 이가 있으리라.
아난아, 그때 절차를 넘어서 증득하지 않는 이는 다 법을 받드는 사람으로서 일체 세간을 싫어하여 즐겨할 수 없다는 생각을 닦는 이이니라. 그때 미륵이 3승(乘)의 교법을 설하면 나의 오늘날 제자 가운데 대가섭(大迦葉)이 12두타(頭陀)를 행함에 있어 과거 모든 부처님들의 범행(梵行)을 잘 닦는 것과 같으리니, 이 사람도 미륵을 보좌하여 인민들을 권해 교화하리라.”
011_0211_a_01L그때 가섭이 여래와 멀지 않은 거리에서 가부좌하고 바른 몸과 바른 뜻으로 전일하게 생각하면서 앞에 있었는데, 그때 세존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나이 이미 노쇠하여 여든을 넘었지만, 그러나 지금 여래에겐 네 사람의 큰 성문이 있어 다니면서 교화함을 감당할 만한 지혜가 다함이 없고 뭇 덕을 구족했으니, 이른바 네 성문은 대가섭 비구와 도발탄(屠鉢歎) 비구와 빈두로(賓頭盧) 비구와 라운(羅云) 비구이다. 너희들 네 사람 큰 성문은 요컨대 열반에 들지 말고 우리의 법이 다 없어질 때까지를 기다린 뒤에 열반에 들어야 하며, 대가섭 역시 열반에 들지 말고 미륵이 세간에 출현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리니, 왜냐하면 미륵이 교화한 제자는 다 석가모니 제자로서 내가 남긴 교화로 말미암아 그 번뇌를 다했기 때문이니라.
그리고 마갈국(摩竭國) 경계의 비제촌(毘提村) 가운데 대가섭이 저 산중에 머물 때에, 또 미륵여래가 무수한 천 사람 대중을 데리고서 앞뒤로 둘러싸여 이 산중에 이르고, 드디어 부처님의 은혜를 입어 여러 귀신들이 문을 열어서 가섭의 선굴(禪窟)을 보게 하리니, 이때 미륵이 오른손을 펴 가섭을 가리키면서 여러 인민들에게 말하기를, ‘오랜 과거의 석가모니부처님 제자 가섭이 지금 현재도 두타를 닦는 고행이 가장 제일이다’라고 하리라.
이때 여러 사람들이 이 사실을 보고 나서 전에 없던 일이라고 찬탄하는가 하면, 무수한 백천 중생들이 모든 번뇌가 다하여 청정한 법 눈을 얻고, 혹 어떤 중생은 가섭의 몸을 보고 나면 이것이 바로 최초의 법회이어서 96억 사람들이 다 아라한을 얻으리니, 이러한 사람들이 다 나의 제자이니라. 왜냐하면 모두 나의 교훈으로 말미암아 그렇게 되며, 또 네 가지 일의 인연인 은혜롭게 보시함[惠施]과 인자하게 사랑함[仁愛]과 남을 이롭게 함[利人]과 평등히 이롭게 함[等利]으로 말미암아 그렇게 되기 때문이니라.
011_0211_b_01L아난아, 그때 미륵여래가 가섭의 승가리(僧伽梨)를 가져와 입자, 이때 가섭의 몸이 문득 별처럼 사라지는가 하면, 이때 미륵은 다시 갖가지 향ㆍ꽃으로써 가섭을 공양하리니, 왜냐하면 모든 부처님 세존께서는 다 바른 법을 존경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니라. 미륵도 역시 나에게 받은 바른 법의 교화로 말미암아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이룩했느니라.
아난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미륵불이 두 번째 법회 때에 94억 사람들이 다 아라한을 얻으리니, 이들 역시 내가 남긴 교법의 제자로서 네 가지 일의 공양을 행하므로 그렇게 되는 것이며, 또 미륵의 세 번째 법회 때에 92억 사람들이 다 아라한이리니, 이들 역시 내가 남긴 교법의 제자이니라. 그때 비구들의 성명을 다 자씨 제자(慈氏弟子)라고 일컫기를 마치 나의 오늘날 성문들을 다 석가 제자라고 일컫는 것과 같으리라.
그리고 그때 미륵은 여러 제자들과 함께 설법하기를, ‘너희들 비구야, 마땅히 무상(無常)하다는 생각과 즐거움이란 것은 괴로움이라는 생각과 나[我]라는 것은 내가 없다는 것이다[無我]라는 생각과 실(實)이란 것은 공(空)하다는 생각과 물질이란 것은 변한다는 생각과, 푸르게 멍든다는 생각[靑瘀之想]과1), 부풀어 터진다[膖脹之想]2)는 생각과, 음식이란 소화되지 않는다[食不消想]는 생각과, 피고름이란 생각[膿血想]과, 일체 세간은 즐길 수 없다는 생각을 관찰할지니, 왜냐하면 비구야, 알아 두라. 이 열 가지 생각은 다 과거에 석가모니부처님께서 너희들에게 설해 주어 번뇌의 마음을 다하고서 해탈을 얻게 하셨기 때문이니라.
이러한 대중 가운데엔 석가모니부처님 제자로서 과거세 때 범행을 닦아 나의 처소에 왔거나, 혹은 또 석가모니부처님 처소에서 삼보를 공양하여 나의 처소에 왔거나, 혹은 석가모니부처님 처소에서 손가락 튀기는 찰나라도 선의 근본을 닦아 여기에 왔거나, 혹은 석가모니부처님 처소에서 네 가지 평등한 마음을 행하여 여기에 왔거나, 혹은 석가모니부처님 처소에서 5계(戒)와 3자귀법(自歸法)을 수지하여 나의 처소에 왔거나,
011_0211_c_01L 혹은 석가모니부처님 처소에서 신사묘(神寺廟)를 세워 나의 처소에 왔거나, 혹은 석가모니부처님 처소에서 묵은 절을 보수하여 나의 처소에 왔거나, 혹은 석가모니부처님 처소에서 8관재(關齋)의 법을 받아 나의 처소에 왔거나, 혹은 석가모니부처님 처소에서 향ㆍ꽃을 공양하여 여기에 왔거나, 혹은 또 저 처소에서 법을 듣고 눈물을 흘릴 정도로 슬피 울어 나의 처소에 왔거나, 혹은 또 석가모니부처님 처소에서 전일한 뜻으로 법을 받아들여 나의 처소에 왔거나, 혹은 또 형체와 수명이 끝날 때까지 범행(梵行)을 잘 닦아서 나의 처소에 왔거나, 혹은 또 베껴 쓰고 읽어 외워서 나의 처소에 왔거나, 혹은 또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여 나의 처소에 온 이들이니라’라고 하며, 이때 미륵은 또 이 게송을 읊어 말하리라.
계율ㆍ다문(多聞)의 덕과 선정 및 생각하는 업을 더 늘려 범행을 잘 닦았기에 이제 나의 처소에 이른 것이며
011_0211_c_10L‘增益戒聞德, 禪及思惟業, 善修於梵行,
而來至我所。
보시하기를 권하고 기쁜 마음을 내며 마음의 근본을 수행하여서 뜻에 약간의 생각이 없었기에 다 나의 처소에 이른 것이며
011_0211_c_12L勸施發歡心, 修行心原本,
意無若干想, 皆來至我所。
혹은 평등한 마음을 내어 여러 부처님을 받들어 섬기고 음식을 성중(聖衆)에게 주었기에 다 나의 처소에 이른 것이며
011_0211_c_13L或發平等心,
承事於諸佛, 飯飴於聖衆, 皆來至我所。
혹은 계율과 경전을 읽어 잘 익히고 사람들에게 일러 주어서 법의 근본을 치성케 하였기에 이제 나의 처소에 이른 것이며
011_0211_c_14L或誦戒契經, 善習與人說, 熾然於法本,
今來至我所。
석종(釋種)으로서 잘 교화하며 모든 사리(舍利)를 공양하고 받들어 섬기되 법공양을 하였기에 이제 나의 처소에 이른 것이며
011_0211_c_16L釋種善能化, 供養諸舍利,
承事法供養, 今來至我所。
혹은 경전을 베껴 써서 널리 지상에 선포하고 경전을 공양함이 있었기에 다 나의 처소에 이른 것이며
011_0211_c_17L若有書寫經,
班宣於素上, 其有供養經, 皆來至我所。
비단ㆍ채색 등 모든 물건으로 신사(神寺)에 공양하면서 스스로 ‘나무불(南無佛)’이라 일컬었기에 다 나의 처소에 이른 것이다.
011_0211_c_18L繒綵及諸物, 供養於神寺, 自稱南無佛,
皆來至我所。
현재세의 모든 부처님과 과거세의 모든 부처님을 공양한 이는 선정의 그 바르고 평등함이 역시 더하거나 덜함이 없나니
011_0211_c_20L供養於現在、 諸佛過去者,
禪定正平等, 亦無有增減。
이 때문에 불법에 있어서 성중(聖衆)을 받들어 섬기고 전일한 마음으로 삼보를 섬긴다면 반드시 함이 없는 경지에 이르는 것이네.
011_0211_c_21L是故於佛法,
承事於聖衆, 專心事三寶, 必至無爲處。’
011_0212_a_01L아난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미륵여래가 저 대중 가운데에 있으면서 이 게송을 읊음에 따라 그때 저 대중 가운데의 여러 하늘과 인민들이 이 열 가지 상(想)을 생각할 것이며, 11해(姟)의 사람들이 모든 번뇌를 다하고 법 눈[法眼]의 청정함을 얻으며, 미륵여래의 천 년 동안에는 뭇 승가들이 아무런 허물이 없고, 항상 이 게송으로써 금계(禁戒)를 삼으리라.
왜냐하면 그때 중생은 다 근기가 영리한지라, 그 선남자ㆍ선여인으로서 미륵부처님과 세 번에 걸친 법회의 성문들과 시두성(翅頭城)을 보려고 하는 자이거나, 또는 양거왕과 네 군데 큰 광[藏]의 값진 보물을 보려는 자이거나 저절로 자라나는 멥쌀을 먹고 저절로 생기는 옷을 입으려는 자이거나, 목숨이 끝난 뒤에 천상에 왕생하려는 자 등 저 선남자ㆍ선여인들이 부지런히 정진을 더하여 게을리하지 않으며, 또 여러 법사를 공양하고 받들어 섬기되, 유명한 꽃과 훌륭한 향으로 갖가지 공양하여 실수됨이 없게 하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아난아, 마땅히 이렇게 배워야 하리라.”
011_0212_b_01L『개원록』을 살펴보니, 한역본에는 이 본이 없다. 그 가운데 법호가 한역한 『미륵성불경(彌勒成佛經)』, 일명 『미륵당래하생경(彌勒當來下生經)』에 잠깐 이 경이 보인다. 즉 저 잃어버린 본을 도리어 얻었다고 하나 실제로는 아니다. 왜냐하면 나집(羅什)이 한역한 『미륵성불경』의 제목 아래 주에서 말하기를, “『하생경』의 이역본[異本]과 함께 법호가 한역한 『미륵성불경』도 같은 본이다. 두 한역 본에서 하나를 빼면 저 잃어버린 본이니, 이 『하생경』을 여섯 번 한역하고, 세 번 잃어버린 본 중 하나가 아닌 것이 분명하다”라고 하였다.
또 살펴보면, 고산 지원(孤山智圓)이 재교정한 「금강반야후서」에서 말하기를, “고덕들이 경을 나눌 때에 쓰는 종이 수는 모두 1지(紙), 25행이고, 1행에 열일곱 자(字)이다”라고 하였다. 지금 살펴보니, 잃어버린 본의 『미륵경』 제목 아래 주에서 말하기를 17지라고 하였다. 즉 계산하면 7,222자인데 이 경은 다만 3,176자이어서 오히려 그 반도 안 되니, 어찌 이것이 바로 저 경이겠는가.
곧 거란장경에는 이 경이 없으나 이 경문은 다소 한경(漢經)이나 진경(晉經)의 주와 비슷하며, 또한 “한운(漢云)”이라는 말이 있으니, 도리어 이것이 바로 세 잃어버린 본 가운데 첫 번째 본의 기록이 아닐까 싶어서 “지금은 서진(西晉)에 붙여 놓았을 뿐이다”라고 하였다. 송(宋)나라 장경에서 도리어 그것을 편입해 놓아서 거기에서 볼 수 있다. 그러나 두 기록에는 모두 법호가 한역한 『하생경』이 없는데, 지금 법호가 한역하였다고 하는 것은 어째서인가? 엎드려 현철(賢哲)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