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박가범(薄伽梵)께서는 왕사성(王舍城) 취봉산(鷲峯山)에서 대필추(大苾芻:대비구) 대중과 함께 계셨다. 이때 법의 장수 가운데 최고인 대지(大智) 사리자(舍利子)가 세간(世間)을 가엾이 여겨, 자리로부터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꿇어 공경히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지금 몇 가지 여쭈고 싶습니다. 부디 허락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묻는 대로 내가 대답하겠다.” 이때 사리자는 곧 게송[伽他]으로 세존께 청하였다.
대사께서 수기하신 미래 세상에 하생하실 부처님 그 명호 자씨(慈氏)라고 전후(前後)의 경에서 말씀하셨네.
인중존(人中尊)이시여 게송으로 다시 분별해 주소서. 그분의 신통(神通)과 위덕(威德)을 저는 지금 기꺼이 듣기를 원합니다.
부처님께서 사리자에게 말씀하셨네. 지극한 마음으로 잘 들어라. 미래에 올 자씨존(慈氏尊)을 너를 위해 자세히 설명하리라.
그때가 되면 큰 바다는 점점 줄어 3천이 되고 2백 유선나(踰繕那)의 윤왕의 길이 나타나리라.
섬부주(贍部洲)의 길이와 너비는 만(萬) 유선나이고 유정들이 그 안에서 살아 모든 곳에 충만하리라.
국토는 모두 부귀하고 번성하며 형벌도 없고 재액(災厄)도 없으며 그곳의 남녀들은 모두 선업으로 말미암아 태어나리라.
땅에는 어떤 가시덤불도 없고 오직 푸르고 부드러운 풀만 자라나 사람들이 발로 밟는 그 자리 마치 도라면(覩羅綿)과 같으리라.
저절로 향기로운 벼가 자라나 맛있는 음식을 다들 배불리 먹고 모든 나무에서 의복(衣服)이 나와 갖가지 비단으로 모두 아름답게 꾸미리라.
3구사(俱舍) 높이의 나무에는 항상 꽃과 과일이 충만하고 그때 그 나라 국민들은 수명이 모두 8만 세이리라.
어떤 질병의 고통도 없고 고뇌를 벗어나 항상 안락하며 모습이 모두 단정하고 체력[色力]도 원만하리라.
그 사람들의 근심은 세 가지 먹고 노쇠하고 대소변을 보는 일 여자는 나이 5백 세가 되어야 비로소 시집을 가리라.
누군가 대소변을 보려고 하면 땅이 갈라져 그것을 받아내고 사람이 목숨이 다하려고 하면 스스로 시다림[屍林]을 찾아가리라.
묘당상(妙幢相)이라는 성(城) 전륜성왕의 도읍 길이는 12유순이고 너비는 7유순이리라.
그곳에 거주하는 이들은 다들 과거에 오묘한 인(因)을 심은 자 이 성에는 수승한 공덕이 갖춰져 있어 사는 이들이 모두 기뻐하리라.
큰 위덕을 갖춘 여러 하늘들 오묘한 의복을 흩뿌려 온 성읍에 흩날리며 대의왕(大醫王)을 우러르리라.
묘한 보배 향기로운 꽃들 거리마다 뿌려 깨끗하게 하니 그 위를 밟을 때마다 마치 도라면(覩羅綿) 같으리라.
음악과 당번(幢幡)이 좁은 길에 늘어서고 인간과 하늘 제석의 대중이 대자존을 찬탄하리라.
천상존(天上尊)께 귀의합니다. 사중승(士中勝)께 귀의합니다. 훌륭하셔라, 박가범이여. 세상을 가엾이 여기시네.
큰 위덕을 갖춘 하늘이 있어 마왕의 대중을 변화로 만들어 마음으로 귀의하며 합장 예배하고 도사(導師)를 찬탄하고 우러르리라.
범천왕과 여러 하늘나라 대중도 권속들에게 에워싸여 각각 범천의 음성으로 미묘한 법을 천양하리라.
그 세계 가운데 많은 이들이 아라한이리니 유루(有漏)의 업(業)을 깨끗이 없애고 번뇌의 고통을 영원히 벗어나리라.
인간과 하늘, 용과 신 건달바와 아수라 나찰(羅剎)과 약차(藥叉) 모두 기뻐하며 공양하리라
그때 그곳의 대중들은 장애를 끊고 의혹을 없애며 생사의 급류를 초월하여 청정한 행을 잘 닦으리라.
그때 그곳의 대중들은 집착을 벗어나 보배와 재물을 버리고 나[我]와 나의 것[我所]이라는 마음 없이 청정한 행을 잘 닦으리라.
그때 그곳의 대중들은 탐욕과 애착의 그물을 찢어버리고 고요히 사유하는 마음을 원만히 하여 청정한 행을 잘 닦으리라.
자씨 천인존(天人尊)께서는 유정의 부류를 가엾게 여겨 6만 세를 기약하며 법을 설해 중생을 제도하리라.
백천억 중생을 두루 교화하여 번뇌의 바다를 건너게 하고 인연 있는 자들 모두 구제하면 비로소 열반의 성으로 들어가리라.
자씨 대비존께서 반열반에 들어간 뒤 정법이 세상에 머물러 역시 6만 년을 채우리라.
만약 나의 법 가운데에서 깊은 마음으로 믿고 받아들인다면 다음 세상에 태어나는 날 반드시 대비존을 받들게 되리라.
만약 총명한 지혜를 가진 자가 이와 같은 이야기를 듣는다면 그 누가 기쁜 마음을 일으키지 않고 자씨존을 만나길 서원하지 않으리오.
해탈을 구하는 사람들이여 용화회상은 만나기 어려우니 항상 삼보를 공양하고 부지런히 실천하며 방일하지 말라.
이때 세존께서는 사리자와 여러 대중을 위하여 미래에 올 자씨의 일을 수기하여 말씀하셨다. 그리고 다시 사리자에게 말씀하셨다. “이 법을 듣고 나서 수지하고 독송하며 남을 위해 연설하고, 내가 말한 대로 수행하고, 향과 꽃을 공양하고, 경을 베껴 쓰는 선남자 선여인이 있다면 그런 사람은 모두 미래 세상에 반드시 자씨의 하생을 만나게 될 것이고, 세 차례의 집회에서 모두 제도되는 은혜를 입을 것이다.” 이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시고 난 뒤에 사리자와 모든 대중은 기뻐하며 믿고 받아들여 공손히 받들고 실천하였다.
불설미륵하생성불경
『개원록(開元錄)』을 살펴보니 『미륵하생경』은 전후로 여섯 차례 번역되었는데, 셋은 현존하고 셋은 유실되었다. 이 역본은 남아 있는 셋 중 하나로 송장경에는 이 경이 없으니 유실된 것이다. 지금 거란장경에서 이 경을 찾아 편입하였다.
1)4재일[齋辰] : 매월 1일ㆍ8일ㆍ15일ㆍ23일. 재계를 지키며 몸과 마음이 나쁜 짓을 범치 않도록 삼가는 날이다.
2)신통월(神通月) : 1월ㆍ5월ㆍ9월. 이 달에는 여러 신장이 천하를 순시하면서 우리의 선ㆍ악을 시찰한다 하여 재(齋)를 지속적으로 지키는 달로 삼았다. 장재월(長齋月)이라고도 한다.
3)여덟 가지 계율[八支戒] : 팔관재계(八關齋戒)ㆍ팔재계(八齋戒)ㆍ팔계재(八戒齋)ㆍ팔계(八戒)라고도 한다. 재가자가 지키는 계율로서 중생을 죽이지 말라, 훔치지 말라, 음행하지 말라, 거짓말 하지 말라, 술 먹지 말라, 꽃다발 쓰거나 향 바르고 노래하고 풍류를 즐기지 말며 가서 구경하지 말라, 높고 넓고 크고 잘 꾸민 평상에 앉지 말라, 때 아닌 때에 먹지 말라는 여덟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