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_0231_a_01L불설일체법고왕경(佛說一切法高王經) 일명 일체법의왕경(一切法義王經)
011_0231_a_01L佛說一切法高王經 一名一切法義王經
원위(元魏) 반야류지(般若流支) 한역 이한정 번역 김두재 개역
011_0231_a_02L 元魏婆羅門瞿曇般若流支譯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11_0231_a_03L如是我聞:
어느 때 바가바(婆伽婆:부처님)1)께서 왕사성(王舍城)의 가란타(迦蘭陀) 죽림(竹林)으로 유행(遊行)하셨는데, 대비구(大比丘) 1,250인과 함께하셨다. 선두에 편발(編髮:辮髮)을 한 범지(梵志)가 있었으니, 그 이름은 우루빈라가섭(優樓頻騾迦葉)2) 등이었다. 모두 큰 아라한(阿羅漢)인지라 모든 번뇌[漏]가 이미 다 끊어져서 더 이상 번뇌가 없었고, 마음에 자재(自在)함을 얻었으며, 심해탈(心解脫)을 훌륭히 성취하고, 혜해탈(慧解脫)을 잘 성취하였으니, 참으로 사람 가운데 큰 용(龍)과 같은 존재였다.
꼭 실천해야 할 일[應作]은 실천하고 해야 할 일[所作]에 대해서는 힘써 행했으며, 모든 무거운 짐을 벗어버리고 자기 수행의 예리함을 체득(逮得)하였으며, 모든 유결(有結:번뇌)을 잘 없앴고 바른 지혜의 마음을 성취하여 일체를 해탈하였으며, 마음의 막힘없는 자재(自在)함을 성취하여 제일(第一)의 피안(彼岸)에 도달하였다.
이때는 매월 15일 포살(布薩)3)하는 때였기에 세존께서 노천에 앉아 계셨고, 여러 비구 대중들은 부처님을 빙 둘러싸고 공경과 공양을 올리고 있었다. 그때에 다시 어떤 다른 비구[異比丘]가 있었으니, 처음 출가해서 그날 계(戒)를 받고 세존의 처소에 참예(參預)했다. 부처님의 처소에 이르러서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았다. 세 번 돌고 나서 합장하고 부처님께 다음과 같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새로이 출가해서 오늘 아침에 계를 받았습니다. 바라옵건대 저에게 가르침을 주십시오. 제가 수행자들 속에서 어떻게 공양을 받아야 하며, 수행자들 사이에서 공양을 받고 나면 어떻게 이를 받아 써야 하며, 이미 공양을 받아 쓰고 나면 그 보시 받은 것을 어떻게 소화시켜야 합니까? 또 선남자는 어떤 이치를 믿는 까닭에 집을 버리고 출가하는 것이 저들에게 그렇게도 이익이 됩니까?” 저 다른 비구가 다시 게송으로 여래께 다음과 같이 아뢰었다.
011_0231_b_01L 저는 이미 새로 출가하였으며 오늘 아침에 계를 받았습니다. 바라옵건대 저를 위하여 수행자의 공양을
어떻게 받아 써야 하는지를 말씀해 주십시오.
011_0231_a_22L我旣新出家, 朝日始受戒, 唯願爲我說,
云何消僧食。
무슨 이치로 집을 버리고 출가하여 불법에 들어가야 합니까? 바라옵건대 뛰어난 이치를 말씀해 주십시오. 어떻게 다른 이의 보시를 받아 써야 합니까?
011_0231_b_02L何義故捨家, 出家入佛法,
唯願說勝義, 云何消他施。
이와 같이 아뢰자, 여래께서 바로 그 비구에게 다음과 같이 답하셨다. “비구야,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이다. 만약 비구가 세 가지 법을 성취했을 경우에만 수행자로서 공양을 받을 수 있으며, 공양한 것을 베풀어 쓸 수 있느니라. 저 선남자가 어떠한 이치를 믿기 때문에 집을 버리고 출가(出家)하는 것이 저들에게 이익을 주게 되는가?
여기에서 세 가지 법이란 무엇인가? 비구야,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이다. 이른바 대중 수행자들 사이에 들어가 속하는 것이고, 수행자들의 업을 닦는 것이며, 수행자들의 이익에 상응하는 것이니라. 비구야, 마땅히 알아야만 할 것이다. 비구가 이와 같은 세 가지 법을 성취한다면, 마땅히 수행자로서 공양을 받을 수 있으니, 그 공양을 받은 것을 베풀어 쓸 수 있느니라. 그렇다면 저들 선남자가 어떤 이치를 믿기에 집을 버리고 출가하는 것이 그들에게 이익을 주는 것인가?” 그때 세존께서 바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만약 어떤 사람이 수행자의 대중 속으로 들어가 대중 수행자들이 해야 할 업을 실천하고 대중 수행자들의 이익에 호응해야만 그와 같은 이가 보시를 받아 쓸 수 있느니라.
011_0231_b_11L若人入衆僧, 造作衆僧業, 衆僧利相應,
彼人能消施。
이와 같이 말씀을 마치시자, 그 비구가 다시 아뢰었다. “이와 같은 이치를 세존께서 너무 간략하게 말씀하시어 저는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어떤 비구를 수행자들 사이에 들어갔다고 하는 것이고, 수행자들이 해야 할 업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입니까? 또 수행자들의 이익에 호응한다는 것은 어떤 것을 말합니까?” 그때 그 비구가 다시 게송으로 여래에게 아뢰었다.
수행자들 사이에 들어간다는 것은 무엇이고 수행자들의 업을 실천한다는 것은 무엇이며 수행자들의 이익과 호응한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바라건대 이를 깨우쳐 주십시오.
011_0231_b_17L云何入衆僧, 云何衆僧業, 云何衆僧利,
願說令得知。
이와 같이 설법을 요청하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구야,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 잘 생각하고 기억하도록 하라. 내가 지금 너를 위해서 수행자들 사이에 들어간다는 말의 뜻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리라. 또 수행자들의 업을 실천하는 이치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할 터이고, 수행자들의 이익에 호응하는 것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해 주겠다.”
그러자 그 비구가 다시 아뢰었다. “알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즐거운 마음으로 말씀을 듣겠습니다.”
011_0231_b_22L彼比丘言:“如是世尊!願樂欲聞。”
011_0231_c_01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구야, 여기서 수행자라고 부르는 것은 4행(行:四向)4)을 행하고 4득(得:四果)5)을 터득한 여덟 부가라(富伽羅)6)이니라. 비구야, 마땅히 알아야만 할 것이다. 이러한 것을 수행자라 말하는 것이니, 마땅히 이 세간에서는 천신과 인간이 공양하고 합장하여 공경 받을 만한 위없는 복전(福田)이니라.” 그때에 세존께서 다시 게송으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4향(向)과 4과(果)에 있는 여덟 부가라(富伽羅)를 일러 이들을 수행자라 말하나니 위없는 뛰어난 복전(福田)이니라.
011_0231_c_03L有四行四得, 八種富伽羅, 此等名爲僧,
無上勝福田。
이와 같이 말씀하시자, 그 비구가 다음과 같이 아뢰었다. “저는 그래도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어떤 것이 수행자들이 해야 할 업(業)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구야, 이른바 4념처(念處)ㆍ4정근(正勤)ㆍ4여의족(如意足)ㆍ5근(根)ㆍ5력(力)ㆍ7보리분(菩提分)ㆍ8성도분(聖道分)이니라7). 비구야, 마땅히 알아야만 할 것이다. 이와 같은 것을 수행자들이 해야 할 업이라고 말하느니라.” 그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만약 언제나 힘써 닦아서 적정(寂靜)하게 8성도(聖道)를 익히면 이와 같은 뛰어난 도를 수행자들이 해야 할 업이라고 말한다.
011_0231_c_10L若常勤修習, 寂靜八聖道, 如是修勝道,
是名爲僧業。
이와 같이 말씀하시고 나자, 그 비구가 다시 다음과 같이 아뢰었다. “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어떤 것이 수행자들의 이익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구야, 수행자들의 이익이란 네 가지 사문(沙門)의 과(果)를 말하는 것이니라.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여기서 네 가지란 이른바 수다원과(須陀洹果)ㆍ사다함과(斯陀含果)ㆍ아나함과(阿那含果)ㆍ아라한과(阿羅漢果)이니라. 비구야, 마땅히 알아야만 할 것이다. 이와 같은 것을 수행자들의 이익이라고 한다.” 그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큰 사람에게는 큰 이익이 있으니 수행자인 저 부가라(富伽羅)는 이른바 사문의 네 가지 과보를 얻어 다른 이의 보시를 받아 쓸 수가 있느니라.
011_0231_c_17L大人有大利, 僧中富伽羅, 謂四沙門果,
彼人能消施。
이와 같이 말씀하시고 나자, 그 비구가 다시 다음과 같이 아뢰었다. “세존께서 말씀하신 대로 비구가 수행자들 사이에 들어가고, 수행자들이 해야 할 업을 실천하며, 수행자들의 이익에 호응한다면, 이와 같은 비구는 다른 사람이 보시하는 공양을 받을 수 있을 것이고, 그 공양을 받아서 다른 사람에게 베풀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렇다면 저 선남자가 어떤 이치를 믿기 때문에 집을 버리고 출가하는 것이 그들에게 이익이 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구야, 좋은 말이다. 좋은 말이다. 너는 아주 훌륭한 생각을 가지고 현명한 질문을 하는구나. 너는 대단한 말재주로 여래에게 이런 질문을 하여 많은 사람들을 이롭게 하고 많은 사람들을 안락케 하며, 많은 사람들을 요익(饒益)케 하고자 이런 질문을 하는구나. 세간을 불쌍히 여겨서 이롭게 해주고 즐겁게 해주며, 천상과 인간을 불쌍히 여기는 까닭에 이와 같이 질문하는구나.
만약 보리(菩提)를 구하고자 하는 이가 수행자들 사이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수행자들의 업을 닦지도 못하고 수행자들의 이익에 상응하지도 못할 것이다.
011_0232_a_12L若人悕菩提, 彼不入衆僧, 非修衆僧業,
非僧利相應。
이와 같이 말씀하시자, 그 비구가 다시 다음과 같이 아뢰었다. “저는 그래도 잘 모르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저 부가라가 만약 수행자들 사이에 들어가지도 않고, 수행자들이 해야 할 업을 실천하지도 않으며, 수행자들의 이익에 호응하지도 않는다면, 세존께서는 어찌하여 그들의 출가를 허락하시고, 대중 수행자들의 공양을 받도록 하셨습니까? 또 어떻게 그 보시를 받아 쓸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구야, 그대는 그러한 질문을 하지 마라. 이 같은 말은 할 필요가 없으니, 그것은 필요 없는 질문이기 때문이니라.” 저 다른 비구[異比丘]가 다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약 이와 같은 비구가 수행자들 사이에 들어가지도 않고, 수행자들이 해야 할 업을 실천하지도 않으며, 수행자들의 이익에 호응하지도 않는다면, 어떻게 그 보시를 받아 쓸 수가 있습니까?”
이때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비구야, 그런 질문은 필요 없는 질문이니라.” 저 다른 비구가 다시 세 번째 질문을 하였다. “세존이시여, 만약 이와 같은 비구가 수행자들에 들어가지도 않고, 수행자들이 해야 할 업을 실천하지도 않으며, 수행자들의 이익에 호응하지도 않는다면, 어떻게 그 보시를 받아 쓸 수 있습니까?”
011_0232_b_01L그때 세존께서 그 비구가 간절하게 세 번씩이나 질문하자, 미간(眉間)의 백호상(白毫相)에서 광명을 놓으셔서 이 삼천대천세계(三千大天世界)를 비추셨다. 그 광명이 두루 가득하게 되자 산이며 강이며 석벽 따위가 모두 보이지 않고, 오직 광명만이 이 삼천대천세계에 두루 꽉 차 있는 것만 보였다.
이 삼천대천세계의 바다 속에 사는 중생들, 이른바 온갖 물고기와 마가라어(摩伽羅魚) 그리고 서마라귀(舒摩羅龜) 따위의 중생들이 일찍이 예전에 보지 못했던 광명을 보고 모두 두려운 마음을 내었으며, 또 이 삼천대천세계의 큰 바다 속에 있는 용(龍)과 용녀(龍女), 아수라(阿修羅)와 아수라녀(阿修羅女),가루라(迦樓羅)와 가루라녀(迦樓羅女)가 예전에 일찍이 보지 못했던 광명을 보고 모두 두려운 마음을 내었다.
이와 같은 광명이 사대왕천(四大王天)ㆍ33천(天)ㆍ염마천(炎摩天)ㆍ도솔천(兜率天)ㆍ화락천(化樂天)ㆍ자재천(自在天)ㆍ범신천(梵身天)ㆍ범보천(梵輔天)ㆍ범중천(梵衆天)ㆍ대범천(大梵天)ㆍ광명천(光明天)ㆍ소광천(少光天)ㆍ무량광천(無量光天)ㆍ광음천(光音天)ㆍ정천(淨天)ㆍ소정천(少淨天)ㆍ무량정천(無量淨天)ㆍ변정천(遍淨天)ㆍ광과천(廣果天)ㆍ불번천(不煩天)ㆍ불열천(不熱天)ㆍ선견천(善見天)ㆍ선현천(善現天)ㆍ아가니타천(阿迦尼吒天)과 나아가 비상비비상처(非想非非想處)에 이르기까지 가득 차자, 하늘의 수많은 천자들이 부처님의 광명을 보고 일제히 모두 내려왔다.
삼천대천세계의 사천왕, 더 나아가 그 차례로 정처천(淨處天:淨居天)의 대중들에 이르기까지 일체가 모두 한마음으로 부처님의 처소로 내려와서 부처님의 모임에 참례했다. 부처님의 처소에 다다르자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공손하게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허공 가운데 머물러 있었다.
이때 다시 삼천대천세계의 모든 용ㆍ야차(夜叉)ㆍ건달바(乾闥婆)ㆍ아수라(阿修羅)ㆍ가루라(迦樓羅)ㆍ긴나라(緊那羅)ㆍ마후라가(摩睺羅伽)ㆍ인비인(人非人) 등이 부처님의 광명을 보고 부처님의 처소에 나아갔다. 부처님의 처소에 이르자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나서 일심으로 생각을 바르게 하고 한쪽으로 물러나 앉았다.
세존이시여, 이처럼 많은 천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 등 인비인과 사대천왕ㆍ33천ㆍ야마천ㆍ도솔천ㆍ화락천ㆍ자재천ㆍ범신천, 더 나아가 무량정처(無量淨處)의 청정한 몸을 갖춘 여러 천상의 천자(天子)들까지도 부처님의 광명을 보고 모두 이 법회에 와서 모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어째서 미간에서 광명을 놓으셨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이때 혜명사리불이 게송으로 여래께 아뢰었다.
수천의 중생들과 다시 나유타억(那由他億) 수의 중생들이 부처님의 광명을 보고는 모두 부처님을 뵈러 왔습니다.
011_0232_c_19L多千數衆生, 復億那由他, 睹佛光明故,
皆來見世尊。
세존이시여, 어떠한 원인[因]과 또 어떠한 조건[緣] 때문에 수천억의 중생들이 지금 이곳에 와 모였습니까?
011_0232_c_21L世尊以何因, 復以何因緣,
此多千億衆, 今來集此處。
세존께선 그 이치를 아실 것이오니 어째서 여기로 왔는지에 대하여 부디 도사(導師)께서는 가엾이 여기시어 저에게 그 까닭을 말씀해 주십시오.
011_0232_c_22L世尊知其義,
何故來至此, 願導師憐愍, 爲我說其因。
011_0233_a_01L 이와 같이 여쭙고 나자, 부처님께서 혜명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사리불이여, 저 새로이 출가해서 오늘 아침 계를 받은 비구가 묻기를 ‘만약 비구가 대승행(大乘行)을 행할 때에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일체지지(一切智智)를 구해야 하는데, 그와 같은 사람들이 어째서 수행자로서 공양을 받고 다른 사람의 보시를 받아 쓰는가?’라고 하였다. 사리불아, 내가 지금 저 비구의 질문에 대답하고자, 이와 같은 이치로 인해서 이와 같이 한량없는 억천(億千)의 중생을 이곳으로 모이게 한 것이니라.”
이때 혜명사리불이 다시 아뢰었다. “바라옵나이다. 세존이시여, 부디 선서(善逝)께서는 지금 이 같은 질문에 대하여 대답해 주십시오.”
011_0233_a_06L爾時慧命舍利弗言:“唯願世尊!惟願善逝!今答此問。”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리불아, 만약 이 같은 이치를 설명한다면, 어떤 사람은 미혹에 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사리불아, 일체의 대용상(大龍象)은 불가사의(不可思議)한 일이고, 대신통(大神通)을 갖춘 대사자후(大師子吼)도 불가사의 한 일이며, 사자가 부르짖는 것도 불가사의한 일이고, 대중생법(大衆生法)도 불가사의한 일이기 때문이니라. 이와 같은 것은 일체의 어리석은 범부와 성문이나 연각이 믿고 깨달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네가 세 번이나 질문하였어도 나는 모두 잠자코 있으면서 이 같은 이치를 대답하지 않았느니라.”
이때 혜명사리불이 불세존께 아뢰었다. “지금 이 법회에서는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와 천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ㆍ인비인 등이 있는데, 저들이 이와 같은 이치를 믿을 수 있을 것입니다. 바라옵건대 세존께서는 그와 같은 사람들을 이롭게 하시기 위해서라도 제가 여쭌 것에 대하여 대답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리불이여, 만약 이 같은 이치를 설명하게 되면, 중생들이 미혹 속에 빠지게 될 것이다.” 이때 혜명사리불이 다시 게송으로 여래께 청하였다.
011_0233_a_18L佛言:“舍利弗!若說此義,衆生迷沒。”爾時慧命舍利弗復以偈頌請如來曰:
좋은 말씀입니다. 부디 지금 보살이 어떤 공덕이 있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만약 보리심을 실천하려는 이는 이를 듣고 나면 열심히 정진할 것입니다.
011_0233_a_20L善哉願今說, 菩薩何功德, 若行菩提心,
聞已勤精進。
011_0233_b_01L 이와 같이 청하고 나자, 부처님께서 혜명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사리불아, 보살마하살은 천상과 인간의 세간에 위없는 복전(福田)이니라.
사리불아, 보살마하살이 아니고서는 보시를 받아 사용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사리불아, 보살마하살만이 이 보시를 모두 받아 쓸 수 있으니,
사리불아, 만약 보살마하살에게는 날마다 일체 중생들이 베푸는 음식을 쌓아 놓으면 수미산(須彌山)만 하고, 저 가사(袈裟)를 펼치면 너비와 길이의 치수가 염부제(閻浮提)만 하리니, 매 겁수마다 늘 이러하였느니라. 보살마하살은 언제나 이런 까닭에 모든 보시를 받아 쓸 수 있느니라.
사리불아, 만약 삼천대천세계의 중생들이 낱낱이 날마다 보살마하살에게 평상(平床)을 보시하게 되면, 그 너비와 길이의 크기가 4천하(天下)만 할 것이요, 높이는 수미산에 있는 7보(寶)보다 높을 것이니라. 어떤 것이 7보인가? 이른바 금(金)ㆍ은(銀)ㆍ비유리(毗琉璃)ㆍ사파지가(私頗胝迦)ㆍ적색진주ㆍ자거(車磲)ㆍ마노(馬瑙)이다. 이런 것들로 사자좌(師子座)를 장엄하고 천의(天衣)를 위에 덮는다.
011_0233_c_01L사리불아, 낱낱의 중생이 날마다 이와 같은 색(色)의 7처(處) 궁전을 보살마하살에게 보시하나니, 그 너비와 길이가 거의 4천하와 같을 것이다. 곧 이른바 염부제(閻浮提)ㆍ서구야니(西瞿耶尼)ㆍ동불바제(東弗婆提)ㆍ북울단월(北鬱單越)만 하나니, 그 너비와 길이가 이러한데다 그 하나하나의 처소마다 7보의 주렴(珠簾)이 드리워져 있고, 그 하나하나의 처소마다 7보로 된 망만(網縵)이 둘러 있으며, 당기(幢旗)와 번기(幡旗)를 높이 달고 일산(日傘)을 씌워서 갖가지 하늘의 보배[天寶]로써 장엄한 저 궁전의 높이와 크기가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의 처소에까지 이른다.
그 하나하나의 처소마다 갖가지 보배 나무[寶樹]가 가득 심어져 있고, 그 모든 나무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모두 얻으며, 하나하나의 나무마다 모두 즐거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그 나무 가운데에서 어떤 나무는 갖가지 향기를 내기도 하고, 어떤 나무는 갖가지 오묘한 꽃을 피우기도 하며, 어떤 나무는 온갖 과일을 맺기도 한다. 저 궁전의 처소에 연못이 많이 있는데 물이 팔분(八分) 정도 차 있는데, 그 연못 밑바닥은 금모래가 깔려 있고,
그 연못에는 많은 7보의 연꽃이 그 가운데 가득하며, 저 일체의 연못은 비유리로 계단을 만들었고 연못 주위마다 7보의 난간을 둘러쳐 놓았다. 저 연못 건너편에는 한량없이 많은 사자좌가 놓여 있는 곳이 대부분이고, 백천(百千) 나유타의 깔개[敷具]가 그 위에 깔려 있고 하늘의 미묘한 꽃이 사방에 뿌려져 있다.
사리불아, 보살마하살은 또한 일체 중생들이 날마다 이와 같은 색의 궁전과 이와 같은 색의 자리와 이와 같은 색의 처소를 보시하더라도 이를 받아 쓸 수 있다. 사리불아, 이와 같은 보살마하살은 일체의 중생들이 보시하는 것을 모두 받아 쓸 수 있으니, 처음 발심한 이에 이르기까지 다 이러하다. 왜냐하면 보살마하살은 일체 중생들의 위없는 복전이기 때문이다.
011_0234_a_01L사리불아, 네가 지금 이 같은 종성(種姓)을 존귀하다고 보느냐? 아주 부유하고 재물이 넉넉하며 매우 안락하니, 이른바 찰리대성(刹利大姓)ㆍ바라문대성(婆羅門大姓)ㆍ장자대성(長者大姓)ㆍ거사대성(居士大姓)의 왕과 7보(寶)를 성취한 전륜성왕(轉輪聖王)ㆍ사천왕천(四天王天)ㆍ33천(天)ㆍ석제환인(釋提桓因)ㆍ염마천자(炎摩天子)ㆍ도솔천자(兜率天子)ㆍ화락천자(化樂天子)이거나,
이와 같이 타화자재천자(他化自在天子)ㆍ범사바주(梵娑婆主)의 순서대로 색계(色界)와 무색계(無色界)에 태어난 중생들, 그리고 초과(初果)ㆍ2과ㆍ3과ㆍ4과에 머무르는 사람과 또한 벽지불도(辟支佛道)를 획득한 이들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를 깨치고자 할 경우, 사리불아, 이와 같은 일체는 모두 보살로부터 생겨나고 보살에게 교화받기 때문이니, 마땅히 이와 같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사리불아, 보살마하살이 보살행을 실천하고 나면, 차례대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깨달음을 획득하고, 깨닫고 나면 법륜을 굴리게 되기 때문이니, 보살의 처소에서 법을 듣고 나서 이와 같이 하여 수다원과ㆍ사다함과ㆍ아나함과ㆍ아라한과ㆍ벽지불도를 깨달아 들어가되, 그 순서대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깨달음을 얻게 된다.
보시하라는 말을 듣고 나서 바로 보시할 수 있다면, 그 보시로 인하여 찰리대성ㆍ바라문대성ㆍ장자대성에 태어나 국왕이나 전륜성왕이 되는 것이다. 계법(戒法) 설하는 것을 듣고 계율을 수지하면, 계율을 잘 지켰기 때문에 사천왕천ㆍ33천ㆍ염마천ㆍ도솔천ㆍ화락천ㆍ자재천에 태어나게 된다. 4무량법(無量法)을 듣고 수행하게 되면, 그 수행으로 인해서 색계천(色界天)에 태어나게 된다.
저 네 개의 큰 강이 사대해(四大海)로 흘러 들어가니, 어떤 것이 사대해인가? 긍가강은 그 5백의 지류와 함께 동해로 흘러 들어가고, 신두강은 5백의 지류와 함께 남해로 흘러 들어가며, 박차강은 5백의 지류와 함께 서해로 흘러 들어가고, 사타강은 5백의 지류와 함께 북해로 흘러 들어간다.
011_0234_c_01L 또 한량없이 많은 중생들이 이곳에 태어나나니, 이른바 모든 용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 등의 한량없이 많은 중생들입니다. 사람과 사람 아닌 것이 이를 받아서 쓰고 힘을 얻으니, 이른바 구슬ㆍ진주ㆍ비유리ㆍ흰 마노ㆍ산호ㆍ인타니라(因陀尼羅)ㆍ대청보주(大靑寶珠)ㆍ모사라보(牟娑羅寶)ㆍ가라파보(迦羅婆寶)ㆍ마노보(馬瑙寶) 따위입니다. 다시 값비싸고 기이한 커다란 보주가 큰 바다 속에 있어 사람들에게 수용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리불아, 네 생각은 어떠하냐? 저 네 큰 강이 어떤 인연으로 이와 같은 힘을 지니게 되었느냐?”
011_0234_c_05L佛言舍利弗:“於意云何,彼四大海以何因緣有如是力?”
혜명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아나바달다용왕의 못물의 인연으로 이와 같은 세력(勢力)이 있게 되었습니다.”
011_0234_c_07L慧命舍利弗白佛言:“世尊!阿那婆達多龍王池水因緣如是勢力。”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한 대답이다, 사리불아. 아나바달다용왕은 세 가지 두려움을 여의었었다.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곧 가루라에 대한 공포를 여읜 것이고, 뜨거운 모래[熱沙]에 대한 두려움을 여읜 것이다. 만약 여타의 용왕이 욕법(欲法)을 실행할 때에는 뱀 형태의 색상(色相)이 나타나지만, 저 아나바달다용왕은 욕법을 실행하는 때에도 이와 같은 형상은 없느니라.
사리불아, 아나바달다용왕의 궁전에는 좌선(坐禪)하는 비구들이 그곳에 머물고 있다. 사리불아, 아나바달다용왕의 궁전에는 신통을 얻고 위덕(威德)을 갖춘 비구가 그 처소에 머물고 있느니라. 사리불아, 아나바달다용왕이 어떠한 궁전에 머물든지 간에 여기로 들어가는 이는 모든 늙는 고뇌는 없느니라.”
011_0235_a_01L혜명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아주 드문 일입니다. 세존이시여, 아나바달다용왕의 궁전이 이와 같이 일찍이 없었던 법을 성취한 것은 아주 드문 일입니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은 용궁은 저 세 종류의 허물이 하나도 없으니, 참으로 드문 일입니다. 세존이시여, 어떤 중생이든 저 궁전에 들어가도 세 종류의 허물을 면하게 되니, 아주 드문 일입니다. 세존이시여, 저 용왕의 궁전이 신통력의 위덕을 갖추었거나 좌선하는 비구가 저 처소로 들어가 머문다는 것도 아주 드문 일입니다.
세존이시여, 저 용의 못에서 네 개의 큰 강이 발원하여 많은 사람들이 그 물을 받아서 사용하고, 저 네 개의 큰 강에서 사대해가 생겨나니, 이는 대중들이 태어나는 곳인지라, 한량없이 많은 백천 종류의 중생들이 수용하는 처소입니다. 그 대중이란 이른바 사문과 바라문, 사람이나 사람 아닌 것 등이 이를 받아서 사용하는 장소입니다. 세존이시여, 아나바달다용왕은 이와 같은 한량없이 많은 공덕을 성취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리불아, 보살마하살도 이와 같으니라. 사리불아, 비유하면 마치 아나바달다용왕이 세 가지 두려움을 벗어난 것과 같으니라. 사리불아, 보살마하살도 또한 이와 같아서 세 갈래 나쁜 세계[三惡道]의 두려움을 이미 벗어났느니라. 어떤 것이 저 세 갈래 나쁜 세계의 두려움인가? 첫째는 지옥(地獄)의 두려움이고, 둘째는 아귀(餓鬼)의 두려움이며, 셋째는 축생(畜生)의 두려움이니라.
사리불아, 비유하면 아나바달다용왕의 못물에서 네 큰 강이 나와서 많은 사람이 이를 받아 사용하는 것처럼, 보살마하살도 또한 이와 같아서 4섭법(攝法)8)으로 중생들을 거두어들이느니라. 어떤 것이 그 네 가지 거두어들이는 법인가? 보시(布施)ㆍ애어(愛語)ㆍ이행(利行)ㆍ동사(同事)이니, 이 네 가지 거두어들이는 법을 보살이 실천하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받아서 이용하게 되느니라.
011_0235_b_01L또한 사리불아, 비유하면 마치 한량없이 많은 중생들이 안락하게 머무는 큰 바다에 의지하는 것처럼 그와 같고 그와 같으니라. 사리불아, 3유(有:三界)의 중생들이 살바야 지혜에 의지하여 안락하게 머물게 된다. 여기에서 3유란, 이른바 욕유(欲有:欲界)ㆍ색유(色有:色界)ㆍ무색유(無色有:無色界)이다. 사리불아, 이와 같은 문(門)에 대하여 이와 같이 꼭 깨달아야만 한다.
수기를 받고 나서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깨치게 되나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깨치고 나서는 법륜(法輪)을 굴리게 된다. 만약 모든 사문이나 바라문이나 천상이나 천마(天魔)나 범천(梵天)이나 그 밖에 이와 같이 정법(正法)으로 전향(轉向)할 수 없는 경우에도 법을 들었기 때문에 사부대중으로 거듭나게 된다. 거듭난다는 것은 곧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가 그와 같은 인연으로써 한량없이 많은 즐거움을 누리고, 천상이나 인간의 즐거움을 얻거나 해탈의 즐거움을 얻는 것이다. 사리불아, 네 생각은 어떠냐? 이 같은 법이 어디서 생겨난다고 보느냐?”
혜명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보살로부터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리불아, 네 생각은 어떠하냐? 3유(有)에 있는 이로운 것이거나 자양분이 되는 것이거나 어떠한 물건이든 간에 모두가 다 보살이 전생에 지은 은혜로 말미암은 것이니, 어떠한 사람이라야 이 같은 은혜에 보답할 수 있겠느냐?”
혜명사리불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보답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보살이 일체의 법을 생겨나게 하기 때문입니다.”
011_0235_b_18L慧命舍利弗言:“世尊!無能報也。何以故?菩薩出生一切法故。”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리불아,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재물이 없어서 가난하다고 치자, 그때 재물이 많은 어떤 큰 부자가 이를 불쌍히 여겨 베풀어 보시하되, 백 명이 넘거나 천 명이 넘거나 그 숫자가 무량한 백천만억이라 할지라도 모두 다 베풀어 줄 수 있는 것과 같다.
다시 일체의 무외(無畏)도 베풀어 주어 모든 사람들의 두려움을 다 없애주고, 또 모든 원한(怨恨)ㆍ미움ㆍ속박[繫縛]ㆍ투쟁 등 이와 같은 따위의 두려움에서 모두 해탈하게 하며, 또 악한 세계[惡道]에 대한 두려움을 여의게 하고, 또 한량없이 많은 천상이나 인간을 안락하게 한다.
그리하여 저 중생들 가운데 보시 받은 어느 한 중생이 그 은혜에 보답하기 위하여 자기가 가지고 있는 한 물건을 부수어 백 조각으로 나누어 가지고 그 한 조각의 물건을 앞서 보시한 이에게 건네주고, 그 물건을 주고 나서는 생각하기를 ‘나는 이미 그 은혜를 갚았다’고 한다면, 사리불아, 네 생각은 어떠하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하니라. 그러하니라. 사리불아, 보살 또한 그와 같으니라. 사리불아,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가진 이가 일체를 이롭게 하는 것이니, 어떤 중생이 한 물건을 백 조각으로 나누어 그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내는 사람에게 100분의 1쯤 되는 물건을 건네주는 것도 이와 같다.
011_0236_a_01L혜명사리불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다 갚았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때 세존께서 혜명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좋은 말이다. 좋은 말이다. 사리불아, 그대야말로 진실로 나의 제자로구나. 내 가르침을 따라서 내 말을 잘 이해하는구나. 사리불아, 일체의 중생들이 보살의 처소에서 자신의 살을 희사하거나, 또는 가죽을 희사하거나, 또 힘줄을 희사하거나, 다시 뼈를 희사하거나, 또는 온몸을 희사하되 이와 같이 하여 백천에 이르기까지 희사하더라도 보살의 은혜를 100분의 1도 보답하지 못하느니라.
이와 같이 천 분ㆍ억 분ㆍ백천억 분의 1에 이르거나, 더 나아가 어떤 숫자로 헤아린다 해도 그 일부분도 보답하지 못할 것이니, 수로 계산하는 비유로는 도저히 미치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사리불아, 보살의 은혜는 세간의 천상ㆍ인간ㆍ아수라 등으로서는 보답할 수 없기 때문이니라.
또 전단나무가 점점 자라난 다음엔 어떤 사람이 와서 그 그늘 속에 머물러 있으면 그 사람의 병이 사라지게 되고, 저 전단나무에서 만약 꽃이 피면 천상과 같은 즐거움을 줄 수 있으며, 저 전단나무에서 열매가 열리게 되면 그 빛이 시방세계에 가득하게 되며, 광명이 이미 나오고 나면 어떤 중생이든 그 마음이 생각하는 바에 따라 바로 늙지도 않고 병들지도 않는 법을 얻게 되며,
저 전단나무를 만약 도끼로 잘라내어 조각조각 쪼개서 그 재목을 취해 가져가는 이는 가난함을 겁내지 않게 되고, 저 전단나무를 만약 어떤 사람이 재목으로 가져다가 집을 짓고서 그 가운데 들어가 살면, 춥지도 덥지도 배고프지도 목마르지도 않는 것과 같으니, 이와 같고 이와 같으니라.
011_0236_b_01L사리불아, 저 전단나무는 어떤 데에도 유용해서 쓰이지 않는 곳이 없으니, 나무가 처음 싹이 틀 때부터 이미 쓸모가 있고, 나무가 이미 자라나 클 적에도 쓸모가 있으며, 다 자라나 커진 다음에도 쓸모가 있고, 꽃이 피어도 쓸모가 있으며, 열매를 맺더라도 쓸모가 있고, 도끼로 잘라내어 쪼개면 목재로 쓸 수 있으며, 집을 짓더라도 쓸모가 있느니라.
사리불아, 보살마하살도 이와 같다. 처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어 4섭법(攝法)을 닦아 중생에게 즐거움을 베푸는 것이 마치 전단나무의 싹과 같으니, 이와 같이 발심하고 나면 3해탈문(解脫門)11)이 마음속에 증장하게 되느니라. 어떤 것이 그 3해탈문인가? 공(空)ㆍ무상(無相)ㆍ무원(無願) 등의 문(門)이니라.
나무에서 잎사귀가 생기는 것처럼 그 다음에는 무생법인(無生法忍)에 머무르고, 나무가 자라나는 것처럼 그 다음에는 일체지지(一切智智)를 성취하며, 나무에서 꽃이 피는 것처럼 그 다음에는 무여열반계(無餘涅槃界)로 들어가고, 나무가 열매를 맺는 것처럼 그 몸을 부수어 사리(舍利)의 크기가 겨자씨만 하게 해서 여러 중생계에 이익을 가져다주며, 사람이 도끼로 전단나무를 잘라내어 그 나무를 가져가는 것처럼 여래의 사리가 중생들을 이롭게 하는 것도 이와 같으니라.
사리불아, 만약 천상이나 인간이 해탈의 즐거움을 항상 실천하여 끊어지지 않게 한다면, 사리불아, 그와 비슷한 것이라든가 그와 동등한 것이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
011_0236_b_21L舍利弗!若天人樂及解脫樂常行不斷,舍利弗!豈有能說與其相似與等者不?”
011_0236_c_01L혜명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그와 비슷한 것도 또는 그와 동등한 것도 없을 것입니다. 저 부가라ㆍ인간ㆍ천상 및 범천ㆍ수라ㆍ세간이 비록 선법(善法)을 좋아하더라도 그 은혜를 보답하지 못할 것이니, 만약 1겁이나 백겁(百劫)이나 천겁(千劫)이나 억겁(億劫)이나 억천 겁을 지나더라도 그 은혜를 보답하지 못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하니라. 사리불이여, 만약 선남자나 선여인이 위없는 일체 은혜를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이라면, 그 사람은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어야 한다. 사리불아, 이같이 발심하는 것이 위없는 은혜를 보답하는 것이니, 그 은혜와 비슷하게나마 그 은혜를 갚는 것이다. 그 밖에 이와 비슷한 것은 중생에게 없을 것이며, 비유할 만한 중생도 없을 것이다. 그 은혜를 갚고자 하는 이는 ‘비슷하게[近似]’라는 마음을 내지 말고 이 같이 위없는 마음을 내어야만 한다.
부처님께서 혜명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사리불아, 이제 그만두어라. 사리불아, 그대가 지금 이와 같은 이치를 질문한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왜냐하면 사리불아, 만약 여래가 일체지지(一切智智)로써 이 이치를 연설하게 되면, 중생들이 미혹에 빠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하니라. 그러하니라. 사리불아, 여래께서 아시는 것도 일체 중생들이나 일체의 성문이나 일체의 연각으로서는 예전에 알았거나 지금 알고 있거나 앞으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부처님께서 아시는 것은 성문이나 연각의 경계가 아니기 때문이니라.”
이에 혜명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참으로 희유(希有)한 일입니다. 세존이시여, 저 모든 중생들이 이와 같이 명쾌하게 마음을 결정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대한 마음을 내어야만 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하니라. 그러하니라. 사리불아, 마땅히 보살은 그런 마음을 명쾌하게 결정해야 하느니라.”
혜명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보살은 왜 그런 마음을 명쾌하게 결정해야 합니까?”
011_0237_b_21L慧命舍利弗言:“世尊!菩薩云何善決定意?”
011_0237_c_01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리불아, 염부제에 있는 모든 중생들, 즉 육지에 사는 것이거나 물속에 사는 것이거나 공중에 날아다니거나 땅속으로 다니는 그와 같은 따위의 일체 중생들이 지금의 색신이 없어지고 모두 사람의 몸을 받을 경우, 만약 어떤 사람이 저 사람들을 가르쳐서 5계(戒)와 10선업도(善業道)에 머물게 한다면, 사리불아, 네 생각은 어떠하냐? 저 부가라가 이와 같은 인연으로 많은 복을 얻겠느냐?”
사리불이 아뢰었다. “매우 많을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저 사람의 복덕은 비유할 데가 없을 것입니다.”
011_0237_c_05L舍利弗言:“甚多。世尊!彼人福德不可譬喩。”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다시 설명할 것이니, 너는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사람이 염부제의 일체 중생들을 가르쳐서 5계와 10선업도에 머물게 해서 얻은 복덕이 있다고 치자, 그리고 또 어떤 사람이 다시 한 중생으로 하여금 신행법(信行法)에 머물게 했다면, 후자(後者)의 복덕이 전자(前者)의 복덕보다 훨씬 뛰어나다.
사리불아, 만약 또 어떤 사람이 염부제의 일체 중생들로 하여금 일체지지(一切智智)에 속히 편안하게 머물게 하여 얻은 복덕이 있다고 치자, 그리고 또 다른 사람이 다른 사람들을 위하여 설법해 주어서 보리(菩提)를 일으키게 하고, 마(魔)를 깨뜨려서 5음(陰)에는 자아(自我)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어, 모든 경계[界]를 여읠 수 있게 하고, 온갖 입(入)을 깨뜨려서 번뇌를 다 소멸시키고, 청정한 부분[淸淨分]의 종자로써 더러운 부분[染汚分]의 종자를 파괴하는 이와 같은 일체법의 고왕법문(高王法門)을 널리 설하면, 그 복이 저 복보다 훨씬 뛰어날 것이다.
011_0238_c_01L사리불아, 염부제에 있는 일체 중생들과, 또 사리불아, 비유하자면 나아가 4천하 세계의 중생들에 이르기까지, 이와 같이 더 나아가 일천 세계ㆍ이천 세계ㆍ삼천 세계에까지 이르고, 다시 무량 백천 세계에 이르기까지와 동ㆍ서ㆍ남ㆍ북과 사유(四維:四隅)와 상ㆍ하의 이와 같은 시방의 한 방위마다 항하의 모래알만큼 많은 세계의 중생들로서 유색(有色)이거나 무색(無色)이거나 육지로 다니거나 물속으로 다니거나 난생(卵生)이거나 태생(胎生)이거나 습생(濕生)이거나 화생(化生)이거나, 이와 같이 나아가 유상(有想)과 무상(無想)에 이르기까지,
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매우 많을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매우 많을 것입니다. 선서(善逝)시여, 그는 무량 아승기 복을 얻을 것입니다.”
011_0238_c_07L舍利弗言:“甚多。世尊!甚多。善逝!彼得無量阿僧祇福。”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이와 같은 비유를 꼭 알아야만 한다. 사리불아, 이와 같이 시방 여러 세계의 일체 중생들을 만약 어떤 사람이 신행(信行)ㆍ법행(法行)ㆍ수다원과ㆍ사다함과ㆍ아나함과ㆍ아라한과ㆍ벽지불도에 머물게 하거나,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머물게 하거나, 불퇴법에 머물게 하거나, 무생법인에 머물게 하거나, 일체지지에 머물게 하여 얻은 복덕이 있다고 하자,
사리불아, 이 같이 뛰어난 법문은 명쾌하게 그 마음을 결정하는 보살마하살이 수행하는 법이니, 보살의 행이 이러한 것임을 반드시 알아야만 할 것이다.
011_0238_c_17L舍利弗!此勝法門,善決定意菩薩摩訶薩之所修行,菩薩之行如是應知。
사리불아, 만약 어떤 사람이 이 일체법의 고왕법문(高王法門)을 듣게 되면, 이 사람은 곧 보살마하살임을 반드시 알아야만 할 것이다. 그 사람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퇴전(退轉)하지 않을 것이니, 이 사람은 복전(福田)이 있는 자이고, 비교할 데가 없는 자이며, 또한 동등한 사람도 없으며, 비슷한 사람이 없는 자이고, 단단히 기억하는 자이며, 이미 해탈한 자이고 적정(寂靜)에 든 자이며, 조어자(調御者)이고,
011_0239_a_01L 그 성품이 적정한 자이며, 해탈한 자이고 장부(丈夫)이며, 사자(師子)이고 가장 뛰어난 선남자이며, 가장 뛰어난 장부이고 대장부(大丈夫)이며, 용(龍)이고 하늘이며, 하늘 가운데 하늘이고 장애가 없는 사람이며, 결박을 당하지 않는 사람이고 실천해야 할 일을 실천한 사람이며, 실천해야 할 일을 마무리한 사람이고, 일체 실천해야 할 일을 모두 마무리한 사람이니, 바로 가없는 공덕을 쌓은 사람이다.” 이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보리를 수행하고자 하면 이는 명쾌하게 마음을 정한 중생이니 그 사람은 악한 마음이 없어서 무명(無明) 가운데의 여래이니라.
011_0239_a_07L若人行菩提, 是決定衆生, 彼人無惡意,
有無明如來。
누구든지 보리심을 발하면 그 복이 비할 데 없으니 세간 일체의 복이 보리를 닦은 복만 못하네.
011_0239_a_09L若發菩提心, 其福不可喩,
一切世閒福, 無如菩提福。
끝이 없는 세계에 살고 있는 모든 중생들이 저 사람으로 인해 수승해지고 바뀌고 변하여 점점 증장(增長)하네.
011_0239_a_10L無邊世界中,
所有諸衆生, 若人令勝上, 轉轉更增上。
저 사람이 상상(上上)으로 바뀌면 위로 올라갈 때마다 더 많은 복리(福利)를 얻나니 이 같은 보리심에 비하면 그들의 복은 작은 먼지와 같으니라.
011_0239_a_11L彼人轉上上, 上上得福利, 於此菩提心,
彼福如微塵。
누구든지 이와 같은 위없는 수다라(修多羅)를 자세히 설하거나 이 경전을 배우는 이가 있으면 그 사람이야말로 곧 복전이니라.
011_0239_a_13L若人廣說此, 無上修多羅,
及學此經者, 彼人是福田。
어떤 사람이든 이 경전을 듣고 본성의 청정함을 이루면 그와 같은 이를 적정한 이라 말하나니 이야말로 부처님의 참다운 아들일세.
011_0239_a_14L若人聞此經,
盡本性淸淨, 彼人名寂靜, 是佛之眞子。
누구든지 이 경전을 들을 때에 용맹하게 장부를 찾으면 조어자요 해탈자라 하고 하늘 중의 하늘이요 사자라 하네.
011_0239_a_15L若聞此經時, 勇健審丈夫, 名調御解脫,
天中天師子。
누구든지 경전 가운데 위없는[無上] 이 경전을 설교하면 하늘 중의 하늘이요 하늘 가운데 하늘이며 중생 가운데에는 보다 높은 이 없다네.
011_0239_a_17L若人說此經, 經中無上經,
天中天之天, 衆生中無上。
이와 같이 말씀하시자, 혜명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참으로 드문 일입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이 경전에서 이와 같이 간략하게 보살의 행을 말씀하셨으나, 보살이 아승기겁 동안 보살행을 닦더라도 여전히 위없는 부처님의 지혜[佛智]를 성취하지 못하나이다.
다시 혜명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법의 이치를 이해한 바에 따르면, 과거에 이미 열반에 드신 모든 불세존께서 이미 중생들에게 이 법문을 말씀하셨습니다. 이 법문은 저 과거세의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법문 가운데에서도 제일가는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세존을 따라 예전부터 일찍이 많은 법문을 들었사온데, 오늘의 법문은 참으로 좋은 법문입니다. 세존이시여, 지금 다시 저를 위하여 이 법문을 말씀해 주시옵소서.”
011_0239_b_12L世尊!我從世尊先已曾聞多多法門,善哉世尊!今復爲我說此法門。”
부처님께서 혜명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사리불아, 이 수다라(修多羅:經)는 부처님께서 스스로 그 설법의 시기를 아시나니, 중생들이 믿고 깨닫는[信解] 마음을 낼 때에 그 마음을 알아서 설법할 것이니라. 사리불아, 이 부처님께서 아시는 것은 여러 성문이나 연각의 경계가 미칠 수 있는 바가 아니니라.
사리불아, 이 법을 연설할 때에는 8만 4천 사람이 아직은 미처 보리의 마음을 내지 못했었으나, 이제 이 경전을 듣고 나서 보리심을 내고, 60천(千) 중생이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으며, 70억 욕계천상(欲界天上)의 여러 천신들이 아직까지는 미처 보리심을 내지 못했었는데,
011_0240_a_01L여래께서 이 같은 보살행을 연설할 때에 이 삼천대천세계가 모두 크게 진동하였으니, 이른바 땅의 흔들림이 두루해서 대지가 모두 좌우로 흔들리는 것이고[動遍動等遍動], 땅의 요동이 두루해서 대지가 모두 상하로 요동하는 것이며[勇遍勇等遍勇], 땅의 울림이 두루해서 대지가 모두 울리는 것[吼遍吼等遍吼]이고, 땅의 치솟는 것이 두루해서 대지가 모두 치솟는 것이며[起遍起等遍起], 땅의 뒤집혀지는 것이 두루해서 대지가 모두 뒤집혀지는 것이다[覺遍覺等遍覺]. 이에 마왕 파순(波旬)이 그 궁전에서 물러났고, 그 밖에 다른 사나운 마군(魔軍)들도 모두 물러나버렸다[退墮].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게송이 있다.
이때 마왕 파순이 부처님의 위안을 받고는 그만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다. 여래께서 이 같은 법문을 말씀하시고 나자, 혜명사리불이 마음속으로 크게 기뻐하였고, 저 새로이 출가한 법랍(法臘)이 없는 비구들과 여러 천상ㆍ인간ㆍ아수라ㆍ건달바 등도 세존의 설법을 듣고 모두 크게 기뻐하였다.
무릇 임금의 덕이 온 세상을 덮고 있는 하늘과 견줄 수 있다면[皇德配天]1), 신하들은 당연히 성현의 도[聖道]를 따르기 마련이다. 위(魏 : 북위)의 대승상(大丞相) 겸 발해국왕(渤海國王)2)께서는 부처님의 빼어난 경전을 뛰어난 안목으로 깊이 깨달아서, 이 경전을 『일체법고왕경(一切法高王經)』이라 불러주셨다.
그리고 대승상의 아들인 상서령(尚書令) 의동(儀同) 고공(高公)3)도 공덕을 쌓는 일반적인 방법에서 번역의 공덕을 쌓는 것이 나라와 왕실의 복을 비는 방법 중에 가장 뛰어난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고공은 공경히 범문(梵文)을 모아 거듭 이 사업을 존중하고, 부처님의 법력(法力)에 감동하여, 이 오묘한 경전[妙典]을 만나게 되었고, 불법을 아는 자로 하여금 이 경전을 위언(魏言)으로 번역하게 하였다.
011_0240_b_01L그리하여 대승학인(大乘學人) 사문(沙門) 담림(曇林)과 바라문객(婆羅門客) 구담류지(瞿曇流支)가 두대위(竇大尉)의 정창사(定昌寺)에서 이 경전을 번역하였다. 흥화(興和) 4년 즉 세차(歲次)로는 임술(壬戌, 542)년, 늦여름[季夏] 6월 초이틀[朔次] 을미(乙未)일에 번역을 시작하여, 23일 정사(丁巳)일에 처음으로 이 경의 번역을 완성하였다.
모두 8,449글자였다. 이 경(經)에서 나오는 복(福)을 평범한 사람은 헤아리기 어려우니, 만약 이 복에 모양과 색[形色]이 있다면, 공계(空界 : 공간)도 모두 담아내지 못할 것이고, 불경을 베껴 쓰고 독송하며 부처님께 공양하는 사람들은, 인생에서 이 경에 잠시라도 머물게 되면, 보리(菩提)를 깨닫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지혜(智慧) 있는 남자든 여인이든, 만약 이 경을 보고 듣고 알게 된다면, 이 경이 주는 복을 존숭하기를 원하노라.
1)박가범(薄伽梵)이라고도 쓰며, 세존(世尊)ㆍ중우(衆祐)ㆍ파정지(破淨地)라 번역. 『대지도론』 3권에는 네 가지 뜻을 들어 설명하였다. ①바가(婆伽)는 덕을 말하고, 바(婆)는 유(有)를 말한 것으로, 덕이 있다는 뜻. ②바가는 분별, 바는 교(巧)라 이름하니, 이는 공교하게 모든 법의 총상(總相)과 별상(別相)을 잘 분별한다는 뜻. ③바가는 명성(名聲), 바는 유(有)를 말한 것으로, 명성을 얻은 것이 부처님과 같은 이가 없다는 뜻. ④바가는 파(破), 바는 능(能)이란 말로 능히 음(婬)ㆍ노(怒)ㆍ치(癡)를 없애 버렸다는 뜻. 보통 바가범의 6의(義)라고 하니, 『불지론』 1권에 있다. ①자재(自在), ②치성(熾盛), ③단엄(端嚴), ④명칭(名稱), ⑤길상(吉祥), ⑥존귀(尊貴)를 말한다.
2)석가모니부처님의 제자로 세 가섭 가운데 한 사람이다. 우루빈라는 붓다가야의 나이란자나강 유역에 있는 지명이며 가섭은 그 성씨이다. 부처님께 귀의하기 이전에 두 명의 형제들인 가야가섭(Gayā-kāśyapa), 나제가섭(Nadi-kaśyapa)과 함께 사화(事火:불을 섬김) 외도를 신봉하였다.
3)불교의 참회수행을 이른다. 범어로 우파바사타. 승려들이 매월 보름과 30일 250계 조문집인 바라제목차(波羅提木叉)의 한 조목을 세 번씩 읽으면서 보름 동안 지은 죄를 참회하는 것이다. 의식과 계율의 실행 여부를 확인하는 수행이기 때문에 출결이 엄격했다. 중국과 한국 등의 대승불교에서는 『범망경(梵網經)』에 바탕을 둔 대승포살을 행했다. 재가신자(在家信者)는 6재일(齋日)에 8재계(齋戒)를 지키도록 되어 있다.
4)소승들이 닦는 네 가지 계위(階位). 증과(證果)를 향하여 수행하되, 아직 과(果)에 이르지 못한 동안으로, 수다원향ㆍ사다함향ㆍ아나함향ㆍ아라한향을 말한다.
5)소승 증과(證果)의 네 가지 계위(階位). 수다원과ㆍ사다함과ㆍ아나함과ㆍ아라한과를 말한다.
6)범어로는 pudgala. 음역(音譯)으로 부특가라(富特伽羅), 불가라(弗伽羅), 복가라(福伽羅)라고 하며, 의역(意譯)으로는 인(人), 중생, 삭취취(數取趣), 중수자(衆數者)라고 한다. 윤회(輪廻)하여 태어남을 받는 주체를 뜻한다.
7)37조도품(助道品). 열반의 경지(境地)에 나아가기 위하여 닦는 도행(道行)의 서른일곱 종류를 말한다.
8)고통 세계의 중생을 구제하려는 보살이 중생을 불도에 이끌어 들이기 위한 네 가지 방법. ①보시섭(布施攝):상대편이 좋아하는 재물이나 법을 보시하여 친절한 정의(情誼)로 감동시켜 이끌어 들이는 방법. ②애어섭(愛語攝):부드럽고 온화한 말을 하여 가까이하여 이끌어 들이는 방법. ③이행섭(利行攝):신(身)ㆍ구(口)ㆍ의(意)에 선행(善行)으로 중생을 이롭게 하여 이끌어 들이는 방법. ④동사섭(同事攝):상대편의 근성(根性)에 따라 변신(變身)하여 친하며, 행동을 같이하여 이끌어 들이는 방법을 말한다.
9)줄여서 살운(薩雲, 薩云)이라 하며, 일체지(一切智)라 번역한다. 불과(佛果)에서 일체 법을 증득하는 지혜라는 뜻이다. 살바야해(薩婆若海)라 함은 이 지혜의 넓은 것을 바다에 비유한 것이다.
10)‘수기(授記)’로 표기하기도 하며, 부처님이 보살이나, 2승에게 대하여 이 다음 세상에 부처님이 되리라는 것을 예언(豫言)하는 것을 수기라 한다.
11)또는 3공문(空門)ㆍ3삼매(三昧)라고도 한다. 해탈을 얻는 세 가지 방법으로 ①공해탈문(空解脫門):일체 만유가 다 공(空)하다고 관하는 것. ②무상해탈문(無相解脫門):상대적 차별한 모양이 없다고 관하는 것. ③무작해탈문(無作解脫門):무원해탈문(無願解脫門)이라고도 하니, 일체 것을 구할 것이 없다고 하는 것을 말한다.
1)임금의 덕이 많아 이 세상을 덮고 있는 하늘에 견줄 수 있다는 뜻이다.
2)북위(北魏)의 권세가 고환(高歡, 496~547)을 말한다. 고환은 북위 민제(閔帝) 때 발해왕(渤海王)에 봉해졌고, 이주조(爾朱兆)가 이끄는 반란군을 격퇴한 뒤 효무제(孝武帝)를 황제로 세우고 대승상(大丞相)이 되어 북위의 모든 실권을 장악하였다. 그리고 효무제가 고환을 제거하려다 실패하고 서쪽으로 도망가 우문태에 의탁하자, 고환은 다시 효정제를 세우고 국정을 좌지우지하였다. 이때 고환이 이끈 나라를 동위(東魏)라 하고, 우문태가 세운 나라를 서위라고 한다. 나중에 고환의 아들 고양(高洋)이 북제를 세우고, 고환을 신무황제(神武皇帝)로 추존하였다.
3)고양(高洋, 529~559년)을 가리키는 것으로 추측된다. 고환의 둘째 아들로 북제(北齊)의 창건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