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11_0271_a_01L요영락장엄방편품경(樂瓔珞莊嚴方便品經)
전녀신보살문답경(轉女身菩薩文答經)
011_0271_a_01L樂瓔珞莊嚴方便品經亦名轉女身菩薩問答經


요진(姚秦) 계빈(罽賓) 담마야사(曇摩耶舍) 한역
김영률 번역
011_0271_a_02L姚秦罽賓三藏曇摩耶舍譯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11_0271_a_03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왕사성(王舍城)의 기사굴산(耆闍崛山)에서 대비구 무리 5백 인과 8천의 보살과 함께 계셨다.
011_0271_a_04L一時佛住王舍城耆闍崛與大比丘衆五百人俱
그들은 선지식으로서 모두 여러 다라니(陀羅尼)에 통달하여 무애변재(無礙辯才)를 얻었으며, 무생법인(無生法忍)을 다 성취하고 무소외(無所畏)를 얻었으며, 한없는 부처님의 모든 선근(善根)을 심어 대승(大乘)에 들어갔다. 그 이름은 이민타라 보살마하살(伲泯陀羅菩薩摩訶薩)ㆍ지지(持地) 보살마하살ㆍ지주(地主) 보살마하살ㆍ지중생(持衆生) 보살마하살ㆍ지입회(持入會) 보살마하살ㆍ조의(照意) 보살마하살ㆍ과의(過意) 보살마하살ㆍ증의(增意) 보살마하살ㆍ무변의(無邊意) 보살마하살ㆍ증익의(增益意) 보살마하살ㆍ애견(愛見) 보살마하살ㆍ선견(善見) 보살마하살ㆍ견저의(見這意) 보살마하살ㆍ견일체의(見一切義) 보살마하살ㆍ일체길리(一切吉利) 보살마하살과 현겁(賢劫)의 모든 보살마하살이었는데, 미륵(彌勒)이 우두머리가 되어 대중 속에 앉아 있었다.
011_0271_a_05L菩薩八千所知識皆得諸通諸陁羅尼得無㝵辯成就具足無生法忍得無所畏無量佛所種諸善根進入大乘其名伲泯陁羅菩薩摩訶薩持地菩薩摩訶薩地主菩薩摩訶薩持衆生菩薩摩訶薩持入會菩薩摩訶薩照意菩薩摩訶薩過意菩薩摩訶薩增意菩薩摩訶薩無邊意菩薩摩訶薩益意菩薩摩訶薩愛見菩薩摩訶薩善見菩薩摩訶薩見這意菩薩摩訶見一切義菩薩摩訶薩一切吉利菩薩摩訶薩賢劫諸菩薩摩訶薩勒爲首在衆而坐
011_0271_b_01L이때 대덕(大德) 수보리(須菩提)가 아침에 의발(衣鉢)을 가지고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를 올리고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는 어젯밤 꿈에 여래께서 도량에 앉아 계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는 이때 즉시 세존의 발에 예배를 올렸습니다. 불세존께서는 금색의 오른손으로 저의 정수리를 어루만지시면서 ‘수보리야, 너는 오늘 아직까지 들은 적이 없는 법을 들을 것이다. 반드시 그것을 들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세존이시여, 이는 어떠한 상서로움이 먼저 있게 되는 것입니까?”
011_0271_a_18L爾時大德須菩提於晨朝時執持衣鉢來詣佛所頂禮佛足白佛言世尊我昨夜夢見有如坐於道場我時卽禮是世尊足佛世尊以金色右手摩於我頂說如是言須菩提汝於今日未曾聞法得聞之世尊是何先瑞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수보리야, 선남자ㆍ선여인 등이 미증유의 희유한 법을 듣게 된다면 이것이 먼저 내리는 상서로움이다.”
011_0271_b_02L佛言須菩提是善男子善女人等得聞希有未曾聞法是其先瑞
수보리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왕사대성(王舍大城)으로 가서 차례로 걸식하고자 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수보리야, 너는 때를 아는구나.”
그리고 세존께서는 허락하셨다.
011_0271_b_04L須菩提白佛言世尊我今欲往王舍大城次第乞食佛言須菩提汝知是時世尊聽已
이때 대덕(大德) 수보리는 즉시 왕사대성에 들어가 차례로 걸식하다가 이도[異]의 장자(長者) 집에 이르러 중문(中門)이 있는 곳에 가서 말없이 머물며 걸식하였다.
이때 집에 한 여인이 있다가 안에서 나왔는데, 참으로 단정하고 아름다운 용모의 미인이었다. 여러 가지 보배 구슬로 스스로를 엄숙하게 꾸몄으므로 매우 단엄하여 큰 위덕(威德)을 갖추고 있었으며, 진기한 보배들이 서로 흔들려 부딪치며 미묘한 음과 소리를 내고 있었다.
011_0271_b_06L時大德須菩提卽便入於王舍大城次第乞至異長者家到已在中門所默住乞食是時家中有一女人從內而出端正第一盛色美妙極爲端嚴有大威德以諸瓔珞而自嚴飾是諸珍寶互相掁觸有妙音聲
여인이 밖으로 나와서는 대덕 수보리에게 말했다.
“대덕께서는 무슨 까닭으로 중문에 서 계십니까?”
수보리가 말했다.
“누이여, 나는 걸식하려고 문에서 머물고 있습니다.”
011_0271_b_12L旣至外已語大德須菩提大德何緣中門而立須菩提言我乞食故在門而住
여인이 말했다.
“대덕 수보리여, 당신은 본래부터 걸식하려는 생각을 가졌습니까? 대덕 수보리여, 오히려 본래는 먹는다는 생각을 알지 못했습니까?”
수보리가 말했다.
“나는 먹는다는 생각을 알고 있습니다. 이 육신이라는 것은 부모의 부정(不淨)한 것이 모여서 된 것이고 음식으로써 생장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먹는 것을 떠날 수가 없어서 머물고 있습니다.”
011_0271_b_14L女言德須菩提汝今故有乞食想耶大德須菩提猶故未知於食想耶須菩提我知食想而是身者由父母不淨之所聚集飮食長養是故不能離食而住
여인이 말했다.
“대덕 수보리여, 당신은 지금 무명멸(無明滅)에 대해서도 증득하지 못했는데, 이에 생(生)ㆍ노(老)ㆍ사멸(死滅)을 증득하겠습니까?”
수보리가 말했다.
“누이여, 나는 멸(滅)을 이미 증득하였습니다.”
011_0271_b_19L女言大德須菩提汝今不證於無明滅乃至證生老死滅耶須菩提我證滅已
여인이 말했다.
“대덕 수보리여, 멸 가운데 몸이 있어서 음식으로 기르는 것입니까?”
수보리가 말했다.
“누이여, 멸에는 법이 없습니다.”
011_0271_b_21L女言大德須菩提中有身食長養耶須菩提言滅更無
011_0271_c_01L여인이 말했다.
“대덕이여, 만약 그 멸에 이미 법이 없다면, 어찌하여 음식으로 몸을 기른다고 하십니까?”
수보리가 말했다.
“누이여, 멸정(滅定)에 들어간 자는 모든 수상(受想)이 소멸되고 멸정에서 일어나면 몸을 기르게 되는 것입니다.”
011_0271_b_23L女言大德若其滅已更無有法德須菩提云何而言身食長養須菩提言入滅定者除諸受想起滅定身有長養
여인이 말했다.
“대덕 수보리여, 그렇다면 이 멸이라는 것은 생멸(生滅)이 있습니까?”
수보리가 말했다.
“누이여, 이 멸이라는 것은 생도 없고 멸도 없으니 이는 필경멸(畢竟滅)입니다.”
011_0271_c_03L女言大德須菩提而是滅者有生滅耶須菩提言而是滅無生無滅是畢竟滅
여인이 말했다.
“대덕 수보리여, 만약 이 멸이 필경멸이라면 어떻게 몸을 기르겠습니까?”
수보리가 말했다.
“누이여, 세존이나 성문께서 돌아다니며 걸식하면서 몸을 기르기 때문입니다.”
011_0271_c_05L女言大德須菩提若其是滅畢竟滅者云何養身須菩提言世尊聲聞遊行乞食養身故
여인이 말했다.
“대덕 수보리여, 세존께서는 무쟁(無諍)을 행하는 것이 제일이라고 설하였습니다.”
수보리가 말했다.
“누이여, 당신이 말한 바와 같습니다.”
011_0271_c_08L女言大德須菩提世尊說汝行無諍第一須菩提言如汝所言
여인이 말했다.
“대덕 수보리여, 무쟁이라는 것은 행함이 있는 것입니까, 행함이 없는 것입니까?”
수보리가 말했다.
“누이여, 이 무쟁이라는 것은 행함도, 행하지 않음도 없습니다.”
011_0271_c_09L女言大德須菩提無諍者有行非行須菩提言是無諍者無行非行
여인이 말했다.
“대덕 수보리여, 무슨 까닭으로 걸식을 합니까?”
수보리가 말했다.
“누이여, 내가 걸식하는 것은 몸을 기르기 위함이 아닙니다. 지친 목숨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모든 수(受)의 연고를 제거하고 걸식을 행하는 것입니다.”
011_0271_c_11L女言大德須菩提何故乞食須菩提我乞食者不爲長身而行乞食爲羸命故除諸受故我行乞食
여인이 말했다.
“대덕 수보리여, 당신은 아직도 모든 수(受)에 구애됩니까?”
수보리가 말했다.
“나는 지금 모든 수에 구애되지 않습니다. 수의 연고를 제거하기 때문에 걸식을 행하는 것입니다.”
011_0271_c_14L女言大德須菩提汝今故爲諸受牽耶菩提言我今不爲諸受所牽以除受我行乞食
여인이 말했다.
“대덕 수보리께서 행하는 무쟁(無諍)은 어긋나서 평등하지가 않습니다. 왜냐하면 무쟁을 행하면 수의 괴로움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 무쟁은 몸과 마음에 상응함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 무쟁은 즐거움도 즐거움 아님도 내지 않으며, 이 무쟁은 쟁송(諍訟)도 내지 않습니다. 대덕 수보리여, 세존께서 당신에게 무쟁을 행하는 것이 제일이라고 설하셨습니다. 무슨 인연 때문에 무쟁을 무쟁이라고 말씀하셨습니까?”
수보리가 말했다.
“누이여, 무쟁이라는 것은 모든 경계(境界)가 없고, 애욕의 번뇌[塵]를 여의었습니다.”
011_0271_c_17L女言大德須菩提所行無諍差互不等何以故行於無諍有受苦而是無諍非身心相應而是無諍不生樂非樂而是無諍不生諍大德須菩提世尊說汝行無諍第何因緣故無諍說無諍須菩提言無諍者無諸境界離於欲塵
011_0272_a_01L여인이 말했다.
“대덕 수보리여, 이 무쟁이 애욕의 번뇌를 여읠 수 있습니까?”
수보리가 말했다.
“누이여, 이 무쟁이라는 것은 애욕을 여읠 수 없습니다.”
011_0271_c_23L女言大德須菩提而是無諍能離欲耶菩提言是無諍者不能離欲
여인이 말했다.
“대덕 수보리여, 당신은 무슨 까닭으로 무쟁은 애욕의 번뇌를 여읠 수 있다고 하셨습니까?”
수보리가 말했다.
“누이여, 말로써 하기 때문에 이름을 무쟁이라 할 뿐입니다.”
011_0272_a_02L女言大德須菩提何因緣故汝說無諍能離欲塵須菩提言以言說故名爲無諍
여인이 말했다.
“대덕 수보리여, 이 무쟁이라는 것을 말로 할 수 있습니까?”
수보리가 말했다.
“누이여, 이 무쟁이라는 것은 말로 할 수가 없습니다.”
011_0272_a_05L女言大德須菩提夫無諍者可說耶須菩提言是無諍者不可言說
여인이 말했다.
“대덕 수보리여, 만약 그 무쟁을 말할 수 없다면 무슨 까닭으로 이름을 무쟁이라 하였습니까?”
수보리가 말했다.
“누이여, 여래 세존께서는 성문(聲聞) 제자를 위해서 이름을 빌려 말씀하신 것입니다.”
011_0272_a_07L女言大德須菩提若其無諍可言說以何等故說名無諍須菩提如來世尊爲聲聞弟子假名字
여인이 말했다.
“대덕 수보리여, 만약 이름을 빌린 것이 있다면 쟁송(諍訟)이 있게 되고, 쟁송이 있다면 전도(顚倒)가 있고, 전도가 있다면 사문(沙門)의 법이 아닙니다.”
수보리가 말했다.
“누이여, 무엇이 사문의 법입니까?”
011_0272_a_10L女言大德須菩提若有假名卽有諍訟若有諍訟卽有顚倒若有顚倒非沙門法須菩提言何等是沙門
여인이 말했다.
“대덕 수보리여, 문자(文字)가 없고, 쟁송이 없고, 전도가 없는 것이 곧 사문의 법입니다. 또한 ‘이것이 법이다, 법이 아니다.’라고 분별하지 않는 것이 사문의 법입니다. 또한 ‘생각이다, 생각이 아니다.’라고 분별하지 않는 것이 사문의 법이며, 일체의 집착을 여읜 것이 사문의 법입니다. 경계(境界)도 아니고, 경계 아닌 것도 아닌 것이 사문의 법입니다.
011_0272_a_13L女言大德須菩提無有文字無有諍訟無有顚倒是沙門法亦不分別是法非法是沙門法又不分別憶想不憶想是沙門法離一切著是沙門非境界非不境界是沙門法
더러움도 아니며 속박도 아니며, 더러움과 속박 아닌 것도 아닌 것이 사문의 법입니다. 무심(無心)하여 의식(意識)을 여읜 것이 사문의 법입니다. 만족을 아는 것이 사문의 법입니다. 욕심이 적고 탐심을 끊은 것이 사문의 법입니다. 모든 희망을 여의어서 움직이지도 않고 일으키지도 않으나, 움직이거나 일으키지 않는 것도 아닌 것이 사문의 법입니다. 일체의 경계를 떠나 취(取)하는 연고가 없는 것이 사문의 법입니다.
011_0272_a_17L非染非縛非不染縛是沙門法無心離意是沙門法知足是沙門法少欲斷是沙門法離諸悕望非動非發不動發是沙門法離一切境界無所取故是沙門法
011_0272_b_01L 음마(陰魔)를 여의고 물들거나 집착함이 없는 것이 사문의 법입니다. 번뇌[結使魔]를 끊어 다시 생(生)의 연고가 없는 것이 사문의 법입니다. 멀리 사마(死魔)를 여의어서 모든 동요가 없는 것이 사문의 법입니다. 사유(思惟)하여 천마(天魔)에 가까이하지 않는 것이 사문의 법입니다. 일체의 법이 공(空)하여 오염됨이 없는 것이 사문의 법입니다. 상(想)이 없어서 일체의 생각을 여읜 것이 사문의 법입니다.
011_0272_a_22L離於陰魔無所染著是沙門法斷結使魔更不生故是沙門法遠離死魔無諸動搖是沙門法思惟不親近於天魔是沙門法一切法空無有污染是沙門法無想離一切想是沙門法
원하는 것도 없고 집착하는 것도 없는 것이 사문의 법입니다. 삼계에 다니지 않고 일체의 생각을 떠난 것이 사문의 법입니다. 모든 근(根)을 수호하는 것이 사문의 법입니다. 멀리 제입(諸入)을 여의는 것이 사문의 법입니다. 스스로를 잘 조복(調伏)하고 모든 희론(戱論)을 여의는 것이 사문의 법입니다. 고요하고 조용하여 일어남이 없는 것이 사문의 법입니다. 애착함이 없고 또한 일으킴이 없는 것이 사문의 법입니다.
011_0272_b_04L無願無執著是沙門不行三界離一切想是沙門法護諸根是沙門法遠離諸入是沙門善自調伏離諸戲論是沙門法靜無起是沙門法無所愛著亦無起是沙門法
나와 나의 것이 없고, 높음도 없고 낮음도 없는 것이 사문의 법입니다. 감촉을 여의어서 물듦이 없는 것이 사문의 법입니다. 멀리 세법(世法)을 여의는 것이 사문의 법입니다. 음해(陰解)를 잘 알아서 법성(法性)으로 나아가 는 것이 사문의 법입니다. 모든 계(界)는 계가 없는 것이니, 가까이하는 바도 없고 구애되는 바도 없는 것이 사문의 법입니다. 유위법(有爲法)을 여의는 것이 사문의 법입니다. 모든 법은 허공과 같다는 것이 사문의 법입니다.”
011_0272_b_09L無我我所無高無下沙門法離觸無染是沙門法遠離世是沙門法善知於陰解趣法性沙門法諸界無界無所親近無所㝵是沙門法離有爲法是沙門法法如虛空是沙門法
이렇게 사문의 법을 말할 때 중문(中門)에서 제천(諸天)이 그 법을 들었다. 30천자(天子)는 멀리 티끌과 더러움을 여의고 법안(法眼)의 깨끗함을 얻었으며, 다시 다섯 천자는 매우 깊은 법에 들어가서 이 여인의 말을 듣고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다.
011_0272_b_14L說是沙門法時中門所集聽法諸天有三十天子離塵垢得法眼淨復有五天子向甚深法聞是女辯發於無上正眞道心
이때 대덕 수보리는 희유한 마음이 생겨 이렇게 생각했다.
‘이 여인의 말이 이와 같으니, 이는 여래의 교화로 열반에 이를 것에 의심이 없다.’
011_0272_b_17L爾時大德須菩提生希有心作如是而此女人其辯如是是如來化定無疑
이때 이 여인은 대덕 수보리의 마음과 마음에 생각하는 것을 알고 이렇게 말했다.
“대덕 수보리여, 당신은 ‘이 여인은 여래의 교화로 열반에 이를 것에 의심이 없다.’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당신이 생각한 것과 같습니다.
011_0272_b_20L爾時是女知大德須菩提心心所念說如是言大德須菩提汝作是思惟而此女人是如來化必定無大德如是如是如汝所思
011_0272_c_01L왜냐하면 여래의 지(知)가 여여[如]하다면 나 역시 지가 여여합니다. 이러한 뜻으로 여래께서 나를 교화하신 것입니다. 만약 여래의 깨달음[覺]이 여여하다면 나 역시 깨달음이 여여합니다. 이런 뜻으로 여래께서 나를 교화했습니다. 만약 여래께서 색(色)이 여여[如]하다면 나 역시 색이 여여합니다. 이런 뜻으로 여래께서 나를 교화했습니다. 만약 여래께서 수(受)ㆍ상(想)ㆍ행(行)ㆍ식(識)이 여여[如]하다면 나 역시 수ㆍ상ㆍ행ㆍ식이 여여합니다. 이런 뜻으로 여래께서 나를 교화했습니다.
011_0272_b_23L何以故如來知如我亦知如以是義故如來化我若如來覺如我亦覺如以是義如來化我若如來色如我亦色如以是義故如來化我若如來受識如我亦識如以是義故如來化我
만약 여래가 일체 중생의 진여와 같고 만약 내가 진여라면, 이 진여는 한 가지 진여입니다. 이러한 뜻으로 여래께서 나를 교화했습니다. 만약 여래가 일체 법의 진여와 같고 만약 내가 진여라면 이 진여는 한 가지 진여입니다. 이러한 뜻으로 여래께서 나를 교화했습니다. 만약 여래의 진여가 진여 아님이 없다면 나의 진여도 진여 아님이 없으니, 이러한 진여는 상여(常如)로서 진여 아님이 없습니다. 이러한 뜻으로 여래께서 나를 교화했습니다.
011_0272_c_05L若如來如一切衆生如若我如是如一如以是義故如來化我若如來如一切法如若我如是如一如以是義如來化我若如來如無不如我如無不如是如常如無不如以是義故如來化我
여래의 진여가 생겨남도 없고 사라짐도 없다면, 나의 진여 또한 그러하여 생겨남도 없고 사라짐도 없습니다. 이러한 뜻으로 여래께서 나를 교화했습니다. 만약 여래의 진여이거나 혹은 여래가 교화한 진여이거나, 혹은 나의 진여이거나 혹은 일체 중생의 진여이거나 혹은 일체 법의 진여이거나 이 진여는 항상 진실하여 달라지지도 않고 변화하지도 않고 바뀌지도 않으며 중간에서 이뤄지는 것도 아닙니다. 이 진여는 이와 같이 일체 법에 머뭅니다. 이러한 뜻으로 여래가 나를 교화했습니다.”
011_0272_c_11L是如來如無生無滅我如亦爾無生無滅以是義故如來化我若如來如若如來化如若我如若一切衆生如若一切法如是如常眞不變不易中無所盛是如如是住一切法以是義故如來化我
이때 대덕 수보리가 곧 다시 물었습니다.
“누이여, 당신은 불력(佛力)으로써 나의 마음을 알았습니까, 스스로의 힘으로 알았습니까?”
011_0272_c_16L爾時德須菩提卽復問言汝以佛力於我心爲自力知
011_0273_a_01L여인이 말했다.
“대덕 수보리여, 만약 성문이나 연각, 혹은 여러 보살이나 또는 5통(通)을 한 선인(仙人)이 중생의 마음을 알거나 타인의 마음을 아는 것은 다 불력으로 남의 마음을 아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일들을 행하게 되는 것은 모든 불력을 통해야만 남의 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덕 수보리 역시 불력으로 남의 마음을 아는 것입니다. 대덕 수보리여, 비유하면 해ㆍ달ㆍ불빛ㆍ진보(珍寶)ㆍ번개ㆍ별 등의 광명으로 인해서 사람이 눈을 통해 물질을 보는 것과 같습니다. 대덕 수보리여, 세간도 그와 같아서 무명에 덮였으나, 남의 마음을 알게 되는 것은 모두 여래가 남의 마음을 아는 데에서 기인된 것입니다.”
011_0272_c_18L女言大德須菩提若聲聞緣覺若諸菩薩若五通仙衆生心知他人心皆以佛力知於他何以故是等所行皆由佛力能知他心大德須菩提亦以佛力知於他大德須菩提喩因日月火光珍寶電星等光明眼之人由之見色大德須菩提世閒如是無明所蔽有知他皆因如來知於他心
이때 대덕 수보리가 말했다.
“누이여, 마땅히 나를 위해 말해 주십시오. 당신은 어떻게 해서 이러한 변재(辯才)를 얻었습니까?”
여인이 말했다.
“대덕 수보리여, 만약 어떤 사람이 ‘여래가 교화하신 당신은 누구인가?’ 하고 묻는다면 교화된 것을 어떻게 대답하겠습니까?”
수보리가 말했다.
“누이여, 대답할 바가 없습니다.”
011_0273_a_03L爾時大德須菩提言當爲我說汝云何得如是辯也女言大德須菩提若有人問如來所化汝是誰耶而是所化當云何須菩提言無所答也
여인이 말했다.
“대덕 수보리여, 일체의 법도 역시 그러합니다. 모두가 부처님께서 교화한 모습입니다. 이렇게 알았다면 대답할 바가 없을 것입니다. 또 대덕 수보리여, 만약 당신에게 ‘당신은 범부인가, 학인(學人)인가, 아라한인가?’라고 이렇게 묻는다면 당신은 어떻게 대답하겠습니까?”
011_0273_a_07L女言大德須菩提一切諸法亦復如是皆是化如是知已則無所答復次大德須菩提若有問汝汝是凡夫爲是學人是阿羅漢如是問已汝云何答
이때 대덕 수보리는 이렇게 생각했다.
‘나는 이 누이에게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가?’
즉시에 수보리는 공중에서 ‘대덕 수보리여, 너는 얻은 것과 아는 것이 있어서 깨달음에 나아갔다. 이런 까닭으로 아라한(阿羅漢)이라 일컫는다. 너는 이렇게 누이에게 대답하여라.’ 하는 소리를 들었다. 이때 대덕 수보리는 공중의 소리를 듣고 나서 곧 여인에게 대답했다.
“누이여, 나는 범부도 아니며 학인도 아니며 아라한도 아닙니다.”
011_0273_a_11L爾時大德須菩提如是思惟我當云何答此姊也卽時須菩提聞空中聲曰德須菩提汝有所得所解趣證以是義故名阿羅漢汝答是姊爾時大德須菩提聞空中聲已卽答女言非凡夫非是學人非阿羅漢
여인이 말했다.
“대덕 수보리여, 당신은 어떤 이름을 가졌습니다.”
수보리가 말했다.
“누이여, 만약 여래의 화신이 가명(假名)을 가졌다면, 나 역시 그러하여 가명을 가졌을 뿐입니다.”
011_0273_a_17L女言德須菩提汝持何名須菩提言如來化持於假名我亦如是持於假
여인이 말했다.
“대덕 수보리여, 당신은 나한이 아니면서 모든 번뇌를 끊은 것입니까? 여래께서는 당신이 무쟁(無諍)의 행에서 제일이니, 마땅히 공양을 받을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수보리가 말했다.
“누이여, 나는 아라한이 아니며, 모든 번뇌를 다하지도 않았으며, 무쟁의 행이 제일도 아니며, 또한 공양을 받을 만하지도 않습니다.”
011_0273_a_20L女言大德須菩提汝非羅漢斷諸漏耶如來說汝行無諍第一應受於須菩提言我非阿羅漢非盡諸非行無諍爲最第一亦非應供
011_0273_b_01L여인이 말했다.
“대덕 수보리여, 무슨 까닭에 거짓말을 합니까?”
수보리가 말했다.
“누이여, 만약 내가 지금 아라한이고, 모든 번뇌를 다했고, 무쟁의 행이 제일이어서 마땅히 공양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면, 이것이 곧 거짓말입니다. 나는 인정한바가 없습니다. 이 때문에 나는 지금 참다운 말도 하지 않고, 또한 거짓말도 하지 않습니다.”
011_0273_a_23L大德須菩提何故妄語須菩提言若我今者許阿羅漢諸漏已盡無諍第一應受供養卽是妄語我無所許是故我今非是妄語亦非實語
여인이 말했다.
“대덕 수보리여, 지금 문중(門中)에 모여 성제(聖諦)를 보고 있는 모든 천자(天子)를 속이지 마십시오.”
수보리가 말했다.
“누이여, 만약 성제를 본다면 속일 수가 없습니다.”
011_0273_b_04L女言大德須菩提汝今不誑門中所見於聖諦諸天子耶須菩提言若見聖諦無有能誑
여인이 말했다.
“대덕 수보리여, 당신은 성제를 봅니까?”
이때 수보리가 말했다.
“이미 성제를 보았습니다.”
여인이 또 말했다.
“대덕이며, 만약 성제를 본다면 성제라 일컬을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성제라는 것은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011_0273_b_07L女言大德須菩汝見聖諦耶須菩提答言見已女言大德若見聖諦不名聖諦何以無有能見諸聖諦者
여인이 말했다.
“대덕 수보리여, 성제를 보지 못합니까?”
수보리가 말했다.
“누이여, 나는 참된 것도 말할 수 없고, 또한 허망한 것도 말할 수 없습니다. 누이여, 나는 허망한 것도 보지 못하는데, 하물며 참된 것을 보겠습니까?”
011_0273_b_10L女言大德須菩提非見聖諦耶須菩提言我不說實亦不說虛我不見虛何況見
이때 대덕 수보리가 다시 여인에게 물었다.
“누이여, 성제를 본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여인이 말했다.
“대덕 수보리여, 성제를 본다는 것은 일체의 법과 명자(名字)를 보지 않는 것입니다. 성제를 본다면 전도(顚倒)되어 명자를 보는 것입니다.”
011_0273_b_13L爾時大德須菩提復問女言聖諦者何所言說女言大德須菩提見聖諦者不見一切諸法名字見聖諦者見倒名字
수보리가 말했다.
“누이여, 당신은 무슨 연유로 이러한 일을 말하는 것입니까?”
여인이 말했다.
“대덕 수보리여, 만약 전도됨이 있다면 모든 번뇌[結使]가 일어나며, 성제를 보았다면 다시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런 까닭으로 전도를 본다는 것은 모든 성제를 보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011_0273_b_16L須菩提言汝何因緣說如是事女言大德須菩提若有顚倒起諸結使見聖諦已更不復起以是故說見顚倒者見諸聖諦
이때 제천(諸天)이 곧 그 몸을 나타내어 대덕 수보리에게 예를 올린 뒤 이렇게 말했다.
“대덕 수보리여, 큰 이익을 얻었습니다. 당신은 이 누이로부터 이와 같은 변재를 듣게 되어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큰 이익을 얻게 하고, 법을 듣고 확실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많이 알지 못하면 해탈할 수 없으며, 많이 알지 못하면 얽매임 속에 있을 것이니, 이를 어디에서 풀겠습니까?”
011_0273_b_19L爾時諸天卽現其身禮於大德須菩提已說如是言大德須菩提大得利益從是姊聞如是辯令諸衆生大得善聞法信解何以故非多解者無有解脫非多解者有於繫縛是何所解
011_0273_c_01L이때 여인이 대덕 수보리에게 말했다.
“대덕은 걸식하지 않으시니, 먹지 않으시려는 것입니까?”
수보리가 말했다.
“누이여, 나는 오늘 이 법을 듣고는 흡족하여 먹는 것에 욕심이 없어졌습니다. 누이여, 음식에 탐욕이 있으면 근심 걱정이 생기니 이는 법을 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익을 구하고 육신을 기르는 것을 찬탄하는 것은 곧 법을 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몸이 안락하기를 구하는 것은 곧 법을 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과 몸과 목숨을 보호하고 아끼는 것은 곧 법을 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지 착하다고 찬탄을 받는 것도 곧 법을 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011_0273_c_01L爾時女語大德須菩提汝不乞食不食耶須菩提言我於今日聞是足不欲於食貪於飮食則生憂非是求法求利養讚歎非是求法求安樂身非是求法護惜心身命是求法乃至受於讚歎善哉非是求
수보리가 말했다.
“누이여, 어떻게 해야 선남자ㆍ선여인이 바르게 법을 구할 수 있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여인이 말했다.
“대덕 수보리여, 나쁜 욕심을 받아들이면 이는 법을 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눈[眼]에서도 구함이 없고 색(色)에서도 구하지 않는다면, 이 사람은 법을 구하는 것입니다. 귀에서 소리를 구하지 않고, 코에서 향기를 구하지 않고, 혀에서 맛을 구하지 않고, 몸에서 감촉을 구하지 않고, 뜻에서 법을 구하지 않으면 이 사람은 법을 구하는 것입니다.
다시 대덕 수보리여, 만약 음(陰)도 구하지 않고, 입(入)도 구하지 않고, 계(界)도 구하지 않으면 이 사람은 법을 구하는 것입니다. 욕계(欲界)도 구하지 않고, 색계(色界)도 구하지 않고, 무색계(無色界)도 구하지 않으면 이 사람은 법을 구하는 것입니다. 만약 서로가 일체의 경계를 구하지 않으면 이 사람은 법을 구하는 것입니다.”
011_0273_c_08L須菩提言汝今復說云何善男善女人正求於法女言大德須菩若受惡欲非是求法若不求眼求於色是人求法不求耳聲不求鼻不求舌味不求身觸不求意法人求法復次大德須菩提若不求陰不求入不求界是人求法不求欲界色界無色界是人求法若不相求一切境界是人求法
이때 대덕 수보리가 말했다.
“누이여, 당신이 허물을 뉘우치게 했으니 나는 지금 가고자 합니다.”
011_0273_c_16L爾時大德須菩提汝可悔過我今欲去
여인이 말했다.
“대덕 수보리여, 마치 지계(地界)가 잘못을 참회할 것이 없는 것처럼, 대덕 수보리여, 마음도 역시 그와 같이 지계와 같아서 잘못을 참회할 것이 없습니다. 마치 수계(水界)가 잘못을 참회할 것이 없는 것처럼 마음도 역시 그와 같아 잘못을 참회할 것이 없습니다. 마치 화계(火界)ㆍ풍계(風界)ㆍ공계(空界)가 잘못을 참회할 것이 없는 것처럼, 마음 역시 그와 같이 공계와 같아서 잘못을 참회할 것이 없습니다.
011_0273_c_17L女言大德須菩提猶如地界無有悔過大德須菩提心亦如是同於地界不應悔過猶如水界無有悔過心亦如是同於水界不應悔過猶如火界風界空界無有悔過心亦如是同於空界不應悔過
011_0274_a_01L대덕 수보리여, 마치 다리[橋]나 배[船]나 부낭(浮囊)ㆍ왕도(王道)는 잘못을 참회할 것이 없는 것처럼 대덕 수보리여, 마음도 역시 그와 같이 다리ㆍ배ㆍ부낭ㆍ왕도와 같아서 잘못을 참회할 것이 없습니다.
011_0273_c_23L大德須菩提猶如橋舩浮囊王道無有悔過大德須菩提心亦如是同於橋舩浮囊王道不應悔過
대덕 수보리여, 범부는 잘못을 참회하나 모든 성현은 그렇지 않습니다. 만약 화를 일으킨다면 잘못을 참회할 것이 있지만, 만약 성냄도 없고 속박도 없고 분노가 없고 다툼이 없으면 번뇌를 일으키지 않습니다. 이와 같은 사람들은 잘못을 참회할 것이 없습니다.
011_0274_a_02L大德須菩提凡夫悔過非諸聖耶若起瞋則有悔過若無瞋無纏無忿無諍不起結使如是等人不應悔過
대덕 수보리여, 마치 치열한 불꽃은 이 때문에 소멸됨이 있으나, 치열함이 없다면 소멸도 없는 것과 같습니다. 이와 같이 대덕 수보리여, 만약 번뇌가 치열하다면 잘못의 참회가 있어야 하지만, 만약 모든 번뇌가 소멸되었다면 잘못을 참회할 것이 없습니다.”
011_0274_a_05L大德須菩提猶如火熾是故有滅無熾無滅如是大德須菩提若結熾然有悔過若滅諸結則無悔過
이때 수보리가 다시 여인에게 말했다.
“누이여, 당신은 어떠한 뜻을 구하기에 이와 같이 사자후(師子吼)를 하십니까?”
011_0274_a_08L爾時菩提復語女言汝何求趣能如是吼師子吼也
여인이 말했다.
“대덕 수보리여, 만약 구하는 것이 있다면 사자후를 하지 못합니다. 대덕 수보리여, 만약 구하는 것이 없다면 사자후를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만약 구하는 것이 있다면 곧 이것은 있음[有]이고, 만약 소유가 있다면 사자후는 없기 때문입니다. 유신(有身)을 보는 자는 구하는 바가 있는 것이며, 유견(有見)을 짓는 자는 사자후가 없습니다. 대덕 수보리여, 당신이 아까 ‘누이여, 당신은 어떠한 뜻을 구하십니까?’라고 하였습니다. 대덕 수보리여, 만약 당신에게 묻는다면, 당신은 어떤 뜻에 의하여 번뇌를 다하고 태어남이 없고 마음에 해탈을 얻었다는 것입니까?”
011_0274_a_10L女言大德須菩提若有所求則不能吼師子吼也大德須菩若無所求能師子吼何以故若有所求卽便是有若有所有無師子吼有身見者則有所求有見作者無師子吼大德須菩提汝向所言汝何所趣大德須菩提若有問汝汝何所漏盡無生心得解脫耶
수보리가 말했다.
“누이여, 만약 구하는 바가 있다면 해탈할 수는 없습니다.”
011_0274_a_17L須菩提言若有所求無有解脫
여인이 말했다.
“대덕 수보리여, 당신이 그렇게 구한다면 모든 번뇌를 다하여 무루심(無漏心)을 얻을 것입니다. 만약 그와 같이 나아간다면 이는 해탈로 가는 것이며, 이는 법성(法性)으로 가는 것입니다.”
011_0274_a_18L女言大德須菩提汝如是求則盡諸漏得無漏心若如是趣是趣解脫是趣法性
이때 대덕 수보리가 말했다.
“누이여, 당신은 대승(大乘)에 이른 것이 의심이 없습니다. 행이나 모습이 같아서 반드시 위없는 대승에 나아간 것이 틀림없습니다.”
011_0274_a_20L爾時大德須菩提言汝趣大乘無有疑如行相貌必定趣向無上大乘
011_0274_b_01L여인이 말했다.
“대덕 수보리여, 당신은 대승을 아십니까? 행과 모습을 말해 보십시오.”
수보리가 말했다.
“누이여, 만약 모든 성문이 대승을 듣지 못했다면 모든 행과 모습을 알고 말할 수 없습니다. 누이여, 나는 지금 당신에게 청하니, 대승의 행과 모습을 말해 주십시오.”
011_0274_a_22L大德須菩提汝知大乘耶說行相須菩提言若諸聲聞不聞大乘諸行相貌不能知說我今請汝說大乘行所有相貌
여인이 말했다.
“대덕 수보리여, 대개 대승이라는 것은 이름이 같지도 않고 다르지도 않습니다. 대덕 수보리여, 마치 일월궁(日月宮)이 빠르게 보이나 천자(天子)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허공에 머물지 않고, 빠르게 가지만 막히거나 방해됨이 없이 모든 중생을 위하여 광명을 내는 것과 같습니다.
011_0274_b_03L女言大德須菩提夫大乘者名無一異大德須菩提日月宮爲速疾見天之所持故不住於空速疾而去無有滯㝵爲諸衆生而作光明
대덕 수보리여, 대승을 향하는 대장부 등도 역시 이처럼 걸림이 없고 집착이 없어서 6바라밀을 행하되 머무름이 없이 모든 중생을 위하여 법의 광명을 냅니다.
011_0274_b_07L大德須菩提向於大乘大丈夫等亦復如是無㝵無著行六波羅蜜而無有住爲諸衆生作法光明
대덕 수보리여, 마치 전륜왕의 보배 바퀴가 4병(兵)이 가면 따르는 것과 같고, 전륜왕이 4천하(天下)를 다닐 때 사람들이 마음에 맞음을 보고는 공경심을 내는 것과 같습니다. 이 전륜왕은 나쁜 마음이 없고 항상 자비심을 냅니다.
011_0274_b_09L大德須菩提如轉輪王寶輪若去四亦從如轉輪王行四天下人見適生恭敬心是轉輪王無有惡心生慈心
대덕 수보리여, 대승을 향하는 대장부 등도 역시 그와 같아서 촌읍(村邑)ㆍ취락(聚落)ㆍ국성(國城)ㆍ왕궁(王宮)이든 다니는 곳곳마다 모든 중생을 위해 평등심을 내며 다른 행은 없습니다.
011_0274_b_13L大德須菩提向於大乘大丈夫等亦復如是隨有所行在在處處若村邑聚落國城王宮於諸衆生平等心無有異行
대덕 수보리여, 대승이라는 것은 대지(大智)라고 일컫는데, 천(天)ㆍ용(龍)ㆍ야차(夜叉)ㆍ건달바(乾闥婆)와 지혜의 대장부가 공경을 합니다. 이러한 연고로 이름을 대승이라 합니다.
011_0274_b_16L大德須菩提大乘者名曰大智夜叉乾闥婆智慧大丈夫之所恭敬以是緣故名爲大
011_0274_c_01L 이는 지혜가 다함도 없고 생멸도 없기 때문입니다. 이는 지혜를 끊지 않아 부처의 종자를 끊지 않기 때문이고, 이는 지혜를 섭취하여 법의 종자를 끊지 않기 때문이며, 이는 지혜를 수호하여 승(僧)의 종자를 끊지 않기 때문이고, 이는 지혜를 넓혀서 무량한 모든 중생을 교화하기 때문이며, 이는 지혜를 잘 가져서 끊어짐이 없게 하기 때문이며, 이렇게 업을 잘 짓는 지혜는 6바라밀 때문이고, 이렇게 잘 섭취하는 지혜는 4섭법(攝法) 때문이며, 이렇게 잘 상응하는 지혜는 성도(聖道)로써 친근하기 때문이고, 이렇게 잘 조어(調御)하는 지혜는 바르게 보리심을 생각하고 잊어버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011_0274_b_19L是無盡智無生滅故是不斷智斷佛種故是攝取智不斷法種故守護智不斷僧種故是廣博智教化無量諸衆生故是善持智無斷絕故是善作業智六波羅蜜故是善攝智四攝法故是善相應智親近以聖道是善調智正念菩提心不忘失故
이렇게 평안에 잘 머무는 지혜는 대비심 때문이고, 이렇게 좋은 곳에 태어나는 지혜는 일체지(一切智) 때문이며, 이렇게 모든 공포를 여의는 지혜는 모든 마귀를 항복시켰기 때문이고, 이렇게 어둠을 여읜 지혜는 큰 지혜가 횃불이기 때문이며, 이렇게 큰 재보(財寶)의 지혜는 일체의 선근(善根)을 성취했기 때문이며, 이렇게 공경하는 지혜는 제천(諸天)과 세계가 공경하기 때문이며, 이렇게 항복함이 없는 지혜는 모든 외도(外道) 때문이고, 이렇게 난해(難解)한 지혜는 일체의 성문ㆍ연각의 사람 때문이며, 이렇게 청정한 지혜는 믿지 않는 사람 때문이고, 이렇게 사랑하여 불쌍히 여기는 지혜는 성내고 해치는 사람 때문입니다.
011_0274_c_02L是善安止智大悲心故是善趣智切智故是離諸怖智降諸魔故是離闇智大慧炬故是大財智成就一切諸善根故是恭敬智諸天及世所恭敬故是無降伏智一切外道故是難解智一切聲聞緣覺人故是淸淨智不信人故是慈愍智瞋害人故
이렇게 보시하는 지혜는 인색한 사람 때문이고, 이렇게 지계(持戒)하는 지혜는 파계하는 사람 때문이며, 이렇게 인욕(忍辱)하는 지혜는 성내는 사람 때문이고, 이렇게 정진(精進)하는 지혜는 게으른 사람 때문이며, 이러한 선정(禪定)의 지혜는 마음이 어지러운 사람 때문이고, 이렇게 총명한 지혜는 지혜가 없는 사람 때문이며, 이렇게 대부(大富)의 지혜는 빈궁한 사람 때문이고, 이렇게 안락한 지혜는 고뇌하는 사람 때문이며, 이렇게 환희하는 지혜는 총명하고 슬기로운 사람 때문입니다. 이러한 일 때문에 일컬어 대승이라 합니다.”
011_0274_c_09L是能施智慳惜人故是持戒智破戒人故是忍辱智瞋恚人故是精進智懈怠人故是禪定智亂心人故是大慧智無智人故是大富智貧窮人故是安樂智苦惱人故是歡喜智聰慧人故以是事故名曰大乘
이때 대덕 수보리가 말했다.
“누이여, 대승의 모든 행과 모습을 잘 말씀하셨습니다.”
여인이 말했다.
“대덕 수보리여, 만약 1겁이나 1겁이 지나도록 대승을 찬탄하여 말한다 해도 끝[邊際]이 없습니다. 대덕 수보리여, 이 대승은 한량이 없기에 모든 행과 모습 역시 한량이 없습니다.”
011_0274_c_15L爾時大德須菩提言善說大乘諸行相貌女言德須菩提我若一劫若過一劫讚說大乘不得邊際大德須菩提是大乘無量諸行相貌亦復無量
수보리가 말했다.
“누이여, 당신은 나에게 ‘대덕 수보리여, 무슨 까닭으로 걸식합니까?’라고 꾸짖었습니다. 누이여, 여래ㆍ법왕(法王)이 또한 걸식한다면 당신은 여래의 걸식을 꾸짖겠습니까?”
여인이 말했다.
“대덕 수보리여, 당신은 여래께서 어떠한 방편으로 걸식을 행하는지 아십니까? 당신은 말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011_0274_c_19L須菩提言汝呵責我大德須菩提何故乞食如來法王亦復乞食汝可呵責如來乞食耶女言大德須菩提汝知如來以何方便而行乞食汝不能說
수보리가 말했다.
“누이여, 여래ㆍ세존께서는 어떤 방편으로 걸식을 행하십니까?”
011_0274_c_23L菩提言如來世尊以何方便而行乞食
011_0275_a_01L여인이 말했다.
“대덕 수보리여, 부처님께서는 스무 가지 일을 성취하고 허물이 없음을 보았기 때문에 걸식을 행했습니다. 무엇이 스무 가지인가? 색신(色身)을 나타내 보였기 때문에 여래께서는 걸식하는 것입니다. 만약 어떤 중생이 여래의 몸에 32상(相)이 갖추어졌음을 본다면, 이 모든 중생은 이 색상(色相)을 보고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無上正眞道心]을 낼 것입니다. 이를 일컬어 여래가 처음에 허물없음을 성취한 것을 보고 걸식을 행한다고 하는 것입니다.
011_0275_a_02L女言大德須菩提佛見成就於二十事無過患故而行乞食何等二示現色身故如來乞食若有衆生見如來身具三十二相是諸衆生此色相發於無上正眞道心是名如來見成就初無過患故而行乞食
다시 대덕 수보리여, 여래께서 촌읍(村邑)이나 취락(聚落)이나 나라의 성이나 왕궁에 들어가면 맹인이 물체를 보게 되고, 귀머거리가 소리를 듣게 되고, 어지러운 자가 바르게 생각하고, 벌거벗은 자는 옷을 얻게 되고, 굶주린 자는 먹을 것을 얻게 되고, 목마른 자는 마시게 되고, 중생은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으로 괴로워함이 없습니다. 이때 중생은 각기 자비로운 마음을 내어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을 일으킵니다. 이 모든 중생은 여래께서 촌읍ㆍ취락ㆍ나라의 성ㆍ왕궁에 들어오신 것을 보고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게 됩니다. 이러한 뜻을 보았기 때문에 여래께서 걸식하는 것입니다.
011_0275_a_07L大德須菩提如來入於村邑聚落國城王宮盲者見色聾者聞聲亂得正念裸者得衣飢者得食渴者得飮無有衆生爲貪欲瞋恚愚癡所逼衆生各生慈心起父母想是諸衆見於如來入村邑聚落國城王宮發於無上正眞道心見是義故如來乞食
다시 대덕 수보리여, 여래께서 촌읍ㆍ취락ㆍ나라의 성ㆍ왕궁에 들어오시면, 천ㆍ용ㆍ야차ㆍ건달바 등과 세상을 수호하는 제석(帝釋)과 범천(梵天)이 공양을 하고자 하기 때문에 여래께서 걸식을 행하는 것입니다. 이때 모든 사람은 불력(佛力)으로 모든 천ㆍ용ㆍ야차ㆍ건달바와 세상을 수호하는 제석과 범천이 부처님께 공양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 모든 중생은 여래의 몸에 이러한 일이 있음을 보고는 놀라운 마음을 내고, 일찍이 없었던 일을 찬탄하며,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게 됩니다. 이러한 뜻을 보았기 때문에 여래께서 걸식하는 것입니다.
011_0275_a_15L復次大德須菩提如來入村邑聚落國城王宮夜叉乾闥婆等釋梵護世欲供養故從如來行爾時諸人以佛力故見諸天夜叉乾闥釋梵護世供養於佛是諸衆生如來身有如是事生驚怪心歎未曾發於無上正眞道心見是義故來乞食
011_0275_b_01L다시 대덕 수보리여, 한량없는 중생이 봉읍(封邑)ㆍ재물ㆍ국위(國位)를 제멋대로 함으로써 방일하고 교만하고 잘난 체하다가 여래께서 걸식하시는 것을 보고는 ‘전륜왕의 자리도 버리고 출가하여 성도(成道)하셨는데, 교만을 버리고 가난하고 천한 사람으로 걸식을 행하신다. 우리들도 마땅히 교만과 잘난 체하는 마음을 조복받아야겠다.’ 하는 생각을 냅니다. 이러한 것을 보고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게 됩니다. 이러한 뜻을 보았기 때문에 여래께서 걸식하는 것입니다.
011_0275_a_22L復次大德須菩提無量衆生以封邑錢財國位自在而生放逸貢高見如來乞食生如是念捨轉輪王位出家成道捨於憍慢從貧下而行乞食我等亦應調伏憍慢貢高之心如是見已發於無上正眞道見是義故如來乞食
다시 대덕 수보리여, 여래께서는 위덕(威德)을 위해 탁발하십니다. 위덕의 제천(諸天)이 여래의 몸을 관찰하여 보고는 ‘굶주림도 목마름도 핍박도 없으시고 또한 지치지도 않으시고 오직 모든 중생을 불쌍히 여기므로 걸식을 행하신다. 우리들도 역시 중생을 위하여 걸식을 행해야겠다.’고 합니다. 이렇게 보고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게 됩니다. 이러한 뜻을 보았기에 여래께서 걸식하는 것입니다.
011_0275_b_05L復次大德須菩提如來行乞威德威德諸天觀見如來之身無飢渴逼亦非羸瘦唯爲憐愍諸衆生故而行乞食我等亦當爲衆生故而行乞食如是見已發於無上正眞道心見是義故如來乞食
다시 수보리여, 모든 중생은 게을러 부처님의 처소에 가지 않습니다. 그러나 여래를 보고자 하여 오른쪽으로 돌아서 예배를 하게 됩니다. 이런 까닭으로 여래께서는 촌읍ㆍ취락ㆍ나라의 성ㆍ왕궁에 들어가십니다. 중생들은 자연히 불여래(佛如來)를 뵙게 되고, 뵙고 나서는 마음에 희열을 냅니다. 이러한 중생들은 희열을 얻고 나서는 즉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게 됩니다. 이러한 뜻을 보았기 때문에 여래께서 걸식하는 것입니다.
011_0275_b_10L復次大德須菩提有諸衆生懈怠懶不往佛所然欲見如來右繞禮拜是故如來入村邑聚落國城王宮等衆生自然得見於佛如來旣得見心生喜悅是等衆生得喜悅已發無上正眞道心見是義故如來乞
다시 대덕 수보리여, 만약 중생이 눈으로 부처님을 보게 되면 즉시 어리석음이 없어집니다. 나아가 한 생각이라도 여래를 생각하면 이런 모든 중생은 차례대로 점점 열반에 이르게 되며, 인연을 지음으로써 일어나게 됩니다. 이러한 인연으로 여래께서는 걸식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뜻을 보았기 때문에 여래께서 걸식하는 것입니다.
011_0275_b_17L復次大德須菩提若有衆生眼得見佛卽得無癡乃至一念見於如來是諸衆生次第漸漸乃至涅槃爲作因緣以能發生是因緣故如來乞食見是義故如來乞食
011_0275_c_01L다시 대덕 수보리여, 여래께서 촌읍ㆍ취락ㆍ나라의 성ㆍ왕궁에 들어가면 갇히고 묶였던 중생은 즉시 해탈을 얻게 됩니다. 이런 모든 중생은 즉시 ‘여래의 힘 때문에 나는 해탈을 얻었다.’라는 생각을 냅니다. 이 모든 중생은 여래가 소생시킨 은혜의 마음을 알고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냅니다. 이러한 뜻을 보았기 때문에 여래께서 걸식하는 것입니다.
011_0275_b_21L復次大德須菩如來入於村邑聚落國城王宮繫衆生卽得解脫是諸衆生卽生是以如來力故我得解脫是諸衆生於如來所生知恩心發於無上正眞道心見是義故如來乞食
다시 대덕 수보리여, 선남자ㆍ선여인이 여래의 공덕을 찬탄하는 것을 듣고는 마음에 즐거움을 내면서 ‘우리들이 어떻게 해야 부처님께 음식을 공양할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을 냅니다. 또 집에 여인이 있거나 부모를 보호해야 하거나 혹은 형제ㆍ자매를 보호해야 하거나 혹은 시어머니나 시아버지나 남편을 수호하는 이들은 부처님께 음식을 받들어 보시할 수가 없습니다. 이러한 까닭에 여래께서는 촌읍ㆍ취락ㆍ나라의 성ㆍ왕국에 들어갑니다. 여래를 보고는 이미 마음에 즐거움이 생겨 뛸 듯이 기뻐하면서 안락(安樂)을 받고는 부처님께 음식을 베푼 뒤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게 됩니다. 이러한 뜻을 보았기 때문에 여래께서 걸식하는 것입니다.
011_0275_c_03L復次大德須菩提有善男子善女人聞讚歎如來所有功德心生歡喜生如是念等云何當供佛食又家有女爲父母所護或爲兄弟姊妹所護或爲姑嫜夫主守護是等不得奉施佛食是故如來入村邑聚落國城王宮見如來心生歡喜踊躍悅豫受於安樂佛食已發於無上正眞道心見是義如來乞食
다시 대덕 수보리여, 세상을 수호하는 사천왕이 여래의 발우를 받들거나 여래께서 손으로 가졌을 때 만약 가난한 중생이 작은 은혜를 베풀고 여래의 발우를 보면 가득 차 있고, 봉읍(封邑)이 있는 큰 부자가 많은 은혜를 베풀고 여래의 발우를 보면 가득 차지 않습니다. 이러한 사람은 부처님의 발우를 가득 채우고자 하여 이미 받들어 보시하고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냅니다. 이런 뜻을 보았기 때문에 여래께서 걸식하는 것입니다.
011_0275_c_12L復次大德須菩提四護世王奉如來鉢如來手持若貧衆生 欲少惠施見如來鉢滿有大富封邑欲多惠施見佛鉢未滿如是等人足滿佛鉢旣奉施已發於無上正眞道心見是義故如來乞食
다시 대덕 수보리여, 여래의 발우에 담긴 음식으로 모든 승(僧)에게 베풀어도 발우의 음식은 불어나는 것도 없고 줄어드는 것도 없습니다. 이때에 많은 모든 천ㆍ용ㆍ야차ㆍ건달바(乾闥婆)ㆍ아수라(阿修羅)ㆍ가루라(迦樓羅)ㆍ긴나라(緊那羅)ㆍ마후라가(摩睺羅伽)는 여래의 발우에 이러한 신력(神力)이 있는 것을 보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냅니다. 이러한 뜻을 보았기 때문에 여래께서 걸식하는 것입니다.
011_0275_c_17L復次大德須菩提如來鉢食施一切僧而是鉢食無增無減爾時多諸天夜叉闥婆阿修羅迦樓羅緊那羅摩睺羅見如來鉢有是神力發於無上正眞道心見是義故如來乞食
011_0276_a_01L다시 대덕 수보리여, 여래의 발우에 가득 담긴 것은 곧 정식(正食)이 아닙니다. 백천 가지의 맛이 나고, 맛마다 각기 달라서 서로 동화(同和)하지 않음이 마치 별도의 다른 그릇과 같습니다. 이 하나의 발우에 가득한 것도 역시 그와 같습니다. 이때 많은 모든 천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가 여래의 이와 같은 신력을 보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냅니다. 이와 같은 뜻을 보았기 때문에 여래께서 걸식하는 것입니다.
011_0275_c_22L復次德須菩提如來鉢盛正非正食百千種味味味各別不相和同如別異器是一鉢盛亦復如是是時多諸天夜叉乾闥婆阿修羅迦樓羅緊那羅摩睺羅伽見於如來如是神力發於無上正眞道心見是義故如來乞食
다시 대덕 수보리여, 여래의 몸은 갖가지 법이 합해져 하나로 이루어진 몸이지만 그 안은 비어[空] 있지 않고 오히려 금강(金剛)과 같습니다. 이러한 여래의 몸은 생장(生藏)과 숙장(熟藏)도 없고 대소변도 없습니다. 또한 걸식을 행하다가 그 음식을 보고 먹어도 그 음식은 들어가지 않습니다. 이때 위덕(威德)과 세상을 수호하는 위덕의 제석과 범천이 여래 몸의 진실한 법성(法性)과 신통력을 보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냅니다. 이러한 뜻을 보았기 때문에 여래께서 걸식하는 것입니다.
011_0276_a_05L復次大德須菩提如來身者是一合其內不空猶如金剛是如來身生熟藏無大小便亦行乞食見其食食而食不入爾時威德威德釋梵護見如來身眞實法性及神通力於無上正眞道心見是義故如來乞
다시 대덕 수보리여, 만약 중생이 많거나 적거나 만약 묘하거나 묘하지 않거나 여래께서 베푼 복은 끝이 없어 이에 열반에 이르게 됩니다. 이러한 뜻을 보았기 때문에 여래께서 걸식하는 것입니다.
011_0276_a_12L復次大德須菩提若有衆生若多若少若妙非妙施如來已福無邊際乃至涅槃見是義故如來乞食
다시 대덕 수보리여, 여래 세존께서는 항상 삼매에 들어 일어남이 없이 또한 걸식을 행합니다. 이때 많은 위덕과 세상을 수호하는 위덕의 제석과 범천이 여래께서 걸식을 행하면서도 삼매에 들어 움직이지 않음을 보고 이들은 ‘반드시 열반에 들 것이 틀림없다. 중생을 위하기 때문에 걸식을 행하는 것이지, 먹기 위해서가 아니다.’라는 생각을 내면서, 이러한 신통력을 보고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냅니다. 이러한 뜻을 보았기 때문에 여래께서 걸식하는 것입니다.
011_0276_a_14L復次大德須菩提如來世尊常定不起行乞食是時多諸威德威德釋梵護見於如來而行乞食於定不動等生念必定無疑爲衆生故進行乞非爲食也見是神力發於無上正眞道心見是義故如來乞食
011_0276_b_01L다시 대덕수보리여, 여래께서 만약 걸식을 행하지 않거나, 또한 먹지 않으면 혹 부처님의 법에 출가한 모든 사람들이 ‘우리들도 역시 마땅히 걸식을 행하지 않고 또한 마땅히 먹지 않으리라.’ 이러한 생각을 낸다면 이들은 문득 굶주리고 목말라 파리해져서 초월한 사람의 지혜를 얻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이러한 뜻을 보았기 때문에 여래께서 걸식하는 것입니다.
011_0276_a_20L復次德須菩提如來若當不行乞食若當不食或有諸人佛法出家生如是念我等亦當不行乞食亦應不食是等便當飢渴羸瘦不能得於過人智慧見是義故如來乞食
다시 대덕 수보리여, 성인(聖人)의 종자를 잘 거두기 때문에 여래께서는 걸식합니다. 이러한 뜻을 보았기 때문에 여래께서 걸식하는 것입니다.
011_0276_b_02L復次大德須菩善攝聖種故如來乞食見是義故如來乞食
다시 대덕 수보리여, 내세의 모든 비구를 불쌍히 여기기 때문에 여래께서 걸식하는 것입니다. 뒤에 말세가 되면 믿고 존경하지 않는 모든 바라문 등과 모든 장자들은 마땅히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여러분, 세존께서는 걸식을 행하지 않으셨는데 무슨 까닭에 당신들은 걸식을 행합니까?’ 만약 여래께서 걸식을 했다면 이 바라문과 모든 장자들은 마땅히 이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세존께서는 본래 걸식을 하셨는데 무슨 까닭으로 당신들은 걸식을 행하지 않는가? 우리들은 반드시 베풀어야 한다. 또 모든 여래의 법은 반드시 걸식을 행하는 것이다.’ 이렇게 걸식을 찬탄할 것입니다. 이러한 뜻을 보았기 때문에 여래께서 걸식하는 것입니다.
011_0276_b_04L復次大德須菩提憐愍來世諸比丘故如來乞食後末世時不信敬婆羅門等及諸長者當說是汝等世尊不行乞食何故汝等行乞食也若如來乞食是婆羅門諸長者等當作是念汝等世尊本行乞食何故汝等不行乞食我等應施又諸如來法應行乞讚歎乞食見是義故如來乞食
다시 대덕 수보리여, 만약 장자나 장자의 자손이나 모든 대부호가 불법에 출가했으나 부끄러움이 생겨 걸식을 못하게 되면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호족대가(豪族大家)인 우리들이 이미 출가하였다 해서 어찌하여 반드시 집집마다 걸식을 행해야 하는가?’ 그러나 이와 같은 사람들도 위덕여래의 배움을 따라 걸식을 행하게 됩니다. 이러한 뜻을 보았기 때문에 여래께서 걸식하는 것입니다.
011_0276_b_12L復次大德須菩提若長者長者子諸大豪貴於佛法出家生於慚恥不能乞食作是念言云何我等豪族大家旣出家已當於家家而行乞食如是等人隨學大德威德如來而行乞食見是義故如來乞食
다시 대덕 수보리여, 여래께서는 일체의 세행(世行)을 따릅니다. 왜냐하면 곳곳마다 모든 중생을 교화하기 때문입니다. 곳곳마다 여래가 따르지만 여래는 또한 굶주림이나 목마름에 핍박받음이 없으며, 탐욕도 없고, 집착도 없고, 또한 희롱(戱弄)도 없으며, 또한 악(惡)도 없고, 모으는 것도 없습니다.
011_0276_b_17L復次大德須菩提如來隨於一切世行以故隨在在處處諸衆生熟是在在處處如來隨行如來亦無飢渴所逼無貪無著亦無戲弄亦無惡求無所聚集
대덕 수보리여, 지금 말한 것과 나머지 모든 일은 여래가 이렇듯 한량없는 방편을 보아서 걸식을 행하는 것입니다. 대덕 수보리여, 이러한 스무 가지 허물이 없는 일을 보고 여래께서 걸식하는 것입니다.”
011_0276_b_22L大德須菩提如向所說及餘諸如來見是無量方便而行乞食德須菩提見此二十無過患事如來乞食
011_0276_c_01L그리고 여인이 말했다.
“대덕 수보리여, 이와 같은 방편으로 걸식을 행하겠습니까? 이와 같은 대비(大悲)와 이와 같은 청정(淸淨)으로 마땅히 공양을 받겠습니까?”
수보리가 말했다.
“누이여, 저는 힘이 없습니다. 누이여, 마치 토끼ㆍ고양이나 모든 들여우들이 능히 장엄하여 백수(百獸)의 왕인 사자가 된다거나 사자의 걸음을 한다거나 사자의 울부짖음을 할 수 없듯이 누이여, 모든 성문ㆍ연각 역시 그와 같아서 능히 여래의 위의와 방편으로 대비를 나타내 보일 수가 없습니다.”
011_0276_c_02L女言大德須菩提能如是方便行乞食耶如是大悲如是淸淨應受供耶須菩提言我無力也姊猶如兔猫諸野干等不能莊嚴作師子獸作師子行作師子吼諸聲聞覺亦復如是不能示現如來威儀方便大悲
이 여인이 여래께서 걸식하는 방편을 말했을 때, 집안의 권속과 여러 다른 집에서 들어와 법을 들은 자 280인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다.
011_0276_c_08L是女說此如來乞食方便之家內眷屬及諸餘家入聽法者二百八十人發於無上正眞道心
이때 대덕 수보리가 다시 여인에게 말했다.
“누이여, 당신의 주인은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여인이 말했다.
“대덕 수보리여, 나의 주인은 한 사람에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대덕 수보리여, 만약 중생이 장엄 방편을 즐거워하여 조복(調伏)한 자를 얻는 것을 기뻐한다면, 모두 나의 주인이기 때문입니다.”
011_0276_c_10L爾時大德須菩提又問女言汝之夫主今何所在女言大德須菩提我之夫非止一耶何以故大德須菩提有衆生憙於樂欲莊嚴方便得調伏皆我夫主
수보리가 말했다.
“누이여, 장엄 방편을 즐거워하는 자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여인이 말했다.
“만약 중생이 모든 탐욕의 즐거움을 바란다면, 내가 중생의 모든 탐욕의 즐거움을 베푼 다음에 위없는 도심(道心)을 일으키도록 권하는 것입니다.”
011_0276_c_15L須菩提言樂莊嚴方便者爲何如也女言若有衆生須諸樂欲我施衆生諸所樂欲然後勸發無上道心
수보리가 말했다.
“누이여, 여래께서는 일체의 탐욕 즐기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011_0276_c_18L須菩提言如來不聽樂一切欲
여인이 말했다.
“대덕 수보리여, 부처님께서 ‘너희들 비구가 소유한 의발(衣鉢)이나 음식ㆍ와구와 병을 치료하는 의약을, 가까운 마을의 집이나 흑은 걸식하는 집이나 거주하는 곳이나 친한 벗이나 화상(和上)이나 아사리(阿闍梨)의 처소에 친근하게 공양하여 모든 선근(善根)을 기르고 모든 악법을 소멸하라.’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비구여, 이런 말씀을 나는 들었습니다.”
수보리가 말했다.
“누이여,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당신이 말한 바와 같습니다.”
011_0276_c_19L女言大德須菩提如佛所說汝等比丘所有衣鉢飮食臥具病瘦醫藥若親里家或所乞家所居住處親友和上阿闍梨所親近供養增諸善根滅諸惡法比丘是我所聽須菩提言如是如是如汝所說
011_0277_a_01L여인이 말했다.
“대덕 수보리여, 이러한 일 때문에 여래께서 일체의 탐욕을 즐거워함을 들어준 것입니다.”
011_0277_a_01L女言德須菩提以是事故如來聽樂於一切欲
수보리가 말했다.
“누이여, 얼마만큼의 중생이 이 장엄 방편을 즐거워함으로써 조복을 받았습니까?”
여인이 말했다.
“대덕 수보리여, 삼천대천세계가 소유한 색상(色相)은 헤아려 그 끝을 얻을 수 있으나, 만약 나의 장엄 방편으로 이미 조복된 중생을 헤아린다면, 그 끝을 얻을 수가 없습니다.”
011_0277_a_03L須菩提言有幾衆生以此樂欲莊嚴方便之所調伏女言大德須菩提能數三千大千世界所有色相得其邊際若數於我莊嚴方便已調衆生不得邊際
수보리가 말했다.
“누이여, 애욕을 즐거워하는 중생과 함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011_0277_a_07L須菩提言與樂欲衆生爲何如也
여인이 말했다.
“대덕 수보리여, 만약 어떤 중생이 범세(梵世)를 향하기를 즐거워한다면 나는 이들 일체 중생과 함께 한량없는 모든 선정에 들고, 선정을 기뻐하고 즐거워한 뒤에 위없는 도심(道心)을 내도록 권해야 합니다. 혹 어떤 중생이 석제환인(釋提桓因)에 나아가기를 즐거워한다면, 이 중생과 더불어 제석(帝釋)을 즐거워한 뒤에 위없는 도심을 내도록 권해야 합니다.
011_0277_a_08L女言大德須菩提有衆生樂向梵世我與是等一切衆生無量諸禪禪喜樂已然後勸發無上道心或有衆生樂趣向於釋提桓與是衆生帝釋樂已然後勸發無上道心
만약 어떤 중생이 호세(護世:사천왕)로 향하는 것을 즐거워한다면, 나는 중생과 더불어 호세를 즐거워한 뒤에 위없는 도심을 내도록 권해야 합니다. 만약 어떤 중생이 천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의 즐거움에 향하는 것을 즐거워한다면 나는 천ㆍ용의 즐거움 내지 마후라가의 즐거움이 된 뒤에 위없는 도심을 내도록 권해야 합니다.
011_0277_a_13L若有衆生樂向護世我與衆生護世樂已然後勸發無上道心有衆生樂向天夜叉乾闥婆阿修迦樓羅緊那羅摩睺羅伽樂我與天樂乃至摩睺羅伽樂然後勸發無上道心
만약 중생의 뜻과 의지가 전륜성왕의 나라에 향하기를 즐거워한다면, 나는 전륜성왕의 나라와 더불어 즐거워한 뒤에 위없는 도심을 내도록 권해야 합니다. 중생이 소국왕(小國王)을 즐거워한다면 나 역시 소국왕에게 즐거움을 베풀어준 뒤에 위없는 도심을 내도록 권해야 합니다. 만약 중생이 장자(長者)ㆍ찰리(刹利)ㆍ바라문ㆍ비사(毘舍)ㆍ수타(首陀)가 되기를 즐거워한다면 나는 장자ㆍ찰리ㆍ바라문ㆍ비사ㆍ수타와 더불어 즐거워한 뒤에 위없는 도심을 내도록 권해야 합니다.
011_0277_a_18L若有衆生志意樂向轉輪王我與轉輪王國樂已然後勸發無上道心若有衆生樂小國王我亦施與小國王樂然後勸發無上道心有衆生樂向長者剎利婆羅門毘舍首陁我與長者剎利婆羅門毘舍陁樂已然後勸發無上道心
011_0277_b_01L 만약 중생이 색(色)ㆍ성(聲)ㆍ향(香)ㆍ미(味)ㆍ촉(觸)의 즐거움에 향하는 것을 즐거워한다면 나는 색ㆍ성ㆍ향ㆍ미ㆍ촉과 더불어 즐거워한 뒤에 위없는 도심을 내도록 권해야 합니다. 만약 중생이 화향(華香)ㆍ가루향[末香]ㆍ바르는 향[塗香]ㆍ당번(幢幡)ㆍ보배 덮개[寶蓋]와 모든 의복을 즐거워한다면 나는 화향ㆍ가루향ㆍ바르는 향ㆍ당번ㆍ보배 덮개와 의복과 더불어 즐거워한 뒤에 위없는 도심을 내도록 권해야 합니다. 만약 중생이 금(金)ㆍ은(銀)ㆍ유리(琉璃)ㆍ파리(頗梨)와 모든 진보(珍寶)를 즐거워한다면, 나는 금ㆍ은ㆍ유리ㆍ파리ㆍ진보 등과 더불어 즐거워한 뒤에 위없는 도심을 내도록 권해야 합니다.
011_0277_b_01L若有衆樂向色觸樂我與色觸樂然後勸發無上道心若有衆樂向華香末香塗香幢幡寶蓋及諸衣服我與華香末香塗香幢幡衣服樂已然後勸發無上道心有衆生樂向金琉璃頗梨諸珍寶我與金琉璃頗梨珍寶等樂後勸發無上道心
만약 중생이 고패(鼓貝)ㆍ공후(箜篌)ㆍ황취(簧吹)ㆍ퉁소ㆍ가무(歌舞)ㆍ음악 등의 즐거움을 즐거워한다면 대덕 수보리여, 나도 이와 같은 모든 중생들이 희망하고 구하는 즐거움을 따라서 일체를 베풀어 준 뒤에 위없는 도심을 내도록 권해야 합니다.”
011_0277_b_09L若有衆生樂向鼓箜篌簧吹簫笛歌儛音樂等樂德須菩提我隨如是諸衆生等所有悕望所求所樂一切給與然後勸發無上道心
수보리가 말했다.
“누이여, 이 5욕(欲)이라는 것은 성도(聖道)에 장애가 되는 것인데, 어떻게 5욕으로 중생을 조복하겠습니까?”
011_0277_b_13L須菩提言是五欲者㝵聖道云何五欲調伏衆生
이때 문 밖에 두 장자의 아들은 이미 이 여인이 장엄방편으로 조복하는 것을 즐거워하였다. 이 두 장자의 아들은 곧 대덕 수보리에게 말했다.
“대덕이시여, 당신은 지금 스스로의 지혜로는 보살의 지혜를 분별하여 선택할 수 없습니다. 대덕이시여, 마치 작은 등불은 한 번 불면 즉시 꺼져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대덕 수보리여, 성문승을 배운 선남자ㆍ선여인이 작은 지혜로 비추는 것 역시 이와 같아서 한결같은 생각을 일으키려 하지만, 찾으면 곧 사라져 잃어버립니다. 대덕 수보리여, 뜻이 어떻습니까? 만약 겁소(劫燒) 때의 큰 불꽃덩이를 만약 입으로 한 번 불어서 꺼져 버리게 할 수 있겠습니까?”
011_0277_b_14L爾時外二長者子已爲此女樂莊嚴方便之所調伏是二長者子卽語大德須菩提言大德汝今不應以自智慧別選擇菩薩智慧大德猶如小燈一吹卽滅大德須菩提學聲聞乘善男善女人小智慧照亦復如是起一欲想尋卽滅失大德須菩提於意云若劫燒時大火炎聚若口一吹令滅不
수보리가 말했다.
“선남자ㆍ선여인이 만약 백천(百千)의 큰 바닷물로도 꺼버릴 수 없는데, 하물며 한 번 입으로 불어서 끌 수 있겠습니까?”
011_0277_b_23L須菩提言善男子善女人以百千大海之水亦不能滅況一口
011_0277_c_01L“대덕 수보리여, 보살의 공덕과 지혜가 밝게 비추는 것 역시 그와 같아서 항하의 모래와 같은 겁 동안 5욕락(欲樂)을 받는다 해도 역시 보살의 공덕 지혜가 밝게 비추는 것을 사라지게 할 수 없습니다.
011_0277_c_02L大德須菩提菩薩功德智慧照明亦復如是恒沙等劫受五欲樂亦不能滅菩薩功德智慧照明
대덕 수보리여, 마치 가난한 사람이 병들면 의사가 약을 끓여 주되, 쓰고 떫고 달고 신 것을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이 당시 병든 사람의 몸이 괴로움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떫고 달고 신 약들을 복용하는 것은, 빈궁하기 때문에 주리고 목마름을 감내함으로써 병환에서 벗어나려 하기 때문입니다.
011_0277_c_04L大德須菩如貧人病醫授湯藥苦澀甜酢賤易得者是時病人身受苦故服是等藥苦澀甜酢以貧窮故堪忍飢渴得脫病患
대덕 수보리여, 성문승을 배운 선남자ㆍ선여인들도 역시 이와 같아서 두타(頭陀)의 공덕(功德)과 위의(威儀)를 행합니다. 정행(正行)으로 욕심을 줄이고 만족할 줄 아는 것은 모든 고행(苦行) 때문이며, 한적한 곳[阿練處]에 머물기 때문이며, 좋아하고 좋아하지 않는 음식 때문이며, 지식(知識)이 적기 때문입니다. 이는 모든 고뇌를 받은 뒤에 취하는 것이 없는 해탈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011_0277_c_08L大德須菩提學聲聞乘諸善男子善女人等亦復如是行於頭陁功德威儀以正行故少欲知足苦行故住阿練處故好非好食故知識故受諸苦惱然後得於無取解
대덕 수보리여, 이와 같은 방편으로 성문승을 배워 해탈하는 것도 역시 그와 같아서 가난한 사람의 병을 치료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찰리(刹利)의 관정왕(灌頂王)의 병에는, 왕에게 모든 양의(良醫)가 왕이 복용할 것을 줍니다. 좋은 색과 향기와 맛의 약을 입에 넣어 복용하면 몸은 안락하게 됩니다.
011_0277_c_13L大德須菩提如是方便學聲聞乘得解脫者亦復如是如貧治病大德須菩提猶如剎利灌頂王病王諸良授王所服好色香味藥入口腹受安樂
또한 왕이 음식에 응하도록 묘미(妙味)를 바치고 이어 모든 화향(華香)ㆍ가루향[末香]ㆍ바르는 향[塗香]ㆍ산향(散香)을 받들고, 또 기악ㆍ가무를 올려 찬탄하여 쾌락을 받게 하는 것은 대왕에게 근심과 괴로움이 없게 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양의도 이와 같이 왕을 즐겁게 하며 병환에서 벗어나게 합니다.
011_0277_c_17L亦獻妙味王所應食及奉一切華香末香塗香散香又作伎樂歌儛讚歎受於快樂爲令大王無愁苦是諸良醫如是如是娛樂於王脫病患
011_0278_a_01L대덕 수보리여, 역시 그와 같이 많은 보살이 장엄 방편을 즐거워함으로써 일체의 5욕락(欲樂)을 받습니다. 그런 뒤에 위없는 정도(正道)가 이루어짐을 얻게 하는 것입니다. 대덕 수보리여, 당신은 마땅히 그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러한 방편으로 찰리의 관정왕의 병을 치료하듯이 보살의 지혜도 역시 그와 같습니다.
011_0277_c_21L大德須菩提亦復如是多有菩薩以樂莊嚴方便受於一切五欲樂已然後得成無上正道大德須菩汝當知之以是方便治於剎利灌頂王病菩薩智解亦復如是
대덕 수보리여, 5욕(欲)은 근본이 없고 또한 머무는 곳이 없습니다. 이 일체지(一切智) 역시 그러하여 본래 머무는 곳이 없습니다. 이 일체지는 스스로 무엇을 지어야 하고 짓지 말아야 할 것을 알아서, 5욕락에 즐거워하지도 않고 즐거워하지 않음도 없는 것은 홀로 짝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일체지 역시 공덕이 없는 것은 얻는 바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인(忍)을 얻는다면 이 사람은 어떤 것이 도(道)이고, 어떤 것이 도가 아니며, 5욕락은 공(空)하고 일체지도 공하다는 것을 압니다. 이 인(忍)을 얻은 사람은 5욕을 편력하지 않습니다. 이런 사람은 스스로 5욕의 허물을 보고는 그것을 꾸짖습니다.”
011_0278_a_02L大德須菩提五欲無根亦無住處是一切智亦復如是無本住處是一切智自知何者是所應作所不應作於五欲樂非樂非不樂獨無侶故是一切智無功德無所得故得是忍者是人自知何等是道何等非道五欲德空切智空是得忍人不歷五欲是人自見五欲過患而呵責之
이때 대덕 수보리가 장자의 아들에게 물었다.
“그대와 어떤 관계입니까?”
011_0278_a_10L爾時大德須菩提問長者子誰是汝親
이때 장자의 아들은 열 손가락을 합장하여 여인에게 게송으로 말하였다.
011_0278_a_11L是時長者合十指掌向女說偈

이분은 나의 부모이며
친우(親友)로써 나에게 약을 베풀었네.
이분은 악도에 나는 것을 끊으시니
이분은 나의 부처님[無上尊]이시네.
011_0278_a_12L此是我父母
親友施我藥
是斷惡道生
是我無上尊

이분은 나의 대은(大恩)이시고
이분은 또한 나를 교화하셨네.
이분은 나를 권하고 깨우쳐 주셨기에
나는 일체의 괴로움을 끊었네.
011_0278_a_14L此是我大恩
是亦教化我
是勸喩我故
斷我一切苦

나를 위해 묘법을 설하시어
일체의 이치를 깨닫게 하셨네.
나는 상쾌한 안락을 받았는데
또한 나에게 무쟁(無諍)을 권하셨네.
011_0278_a_15L爲我說妙法
解了一切理
我受快安樂
亦勸我無諍

마치 고기가 미끼로 인해
낚시 바늘에 끌려가듯이
즐거움 또한 그러하여
우리를 제도[攝取]하셨네.
011_0278_a_16L如魚爲食故
爲鉤所牽執
樂樂亦復爾
以攝取我等

마치 새가 먹이를 찾기 때문에
그물에 걸리듯이
나의 방편 역시 그러하여
떨어져 지혜에 있게 하네.
011_0278_a_18L如鳥爲食故
爲網羅所持
我方便亦爾
墮在於智慧

뱀에게 물리면
독(毒)으로 독을 제거하듯이
욕심과 성냄 역시 그러하여
독으로써 독을 제거하네.
011_0278_a_19L猶爲蛇所螫
以毒滅於毒
欲瞋亦復爾
亦以毒除毒

만약 사람이 불을 만나면
다시 불로 제거하듯이
번뇌를 태움도 역시 그러하여
도리어 번뇌로 인해 해탈하네.
011_0278_a_20L如人爲火燒
還以火炙除
結燒亦復爾
還因結解脫

나는 이미 정법(正法)을 아니
나는 음욕(婬欲)이 소용없다네.
범부는 욕망을 바라기 때문에
보리의 도를 이루려 하지 않네.
011_0278_a_22L我已知正法
我不用婬欲
凡夫須欲故
不欲菩提道
011_0278_b_01L
이때 수보리가 말했다.
“누이여, 당신은 장엄 방편을 즐거워함으로써 누구를 조복시켰습니까? 선남자입니까, 선여인입니까?”
011_0278_a_23L爾時須菩提言汝以樂莊嚴方便爲調誰耶善男子耶善女人耶
여인이 말했다.
“대덕 수보리여, 만약 이 장엄 방편을 즐거워하지 않으면 일체 중생을 교화할 수가 없습니다. 대덕 수보리여, 여인의 마음은 즐거움에 탐착함이 많으나 남자는 그렇지 않습니다. 대덕이시여, 나는 장엄 방편을 즐거워함으로써 많은 여인을 조복시킵니다. 남자는 아닙니다.”
011_0278_b_02L女言大德須菩提若不以此樂莊嚴方便不能教化一切衆生大德須菩提人之心多貪樂著非男子也大德以樂莊嚴方便多調伏女非男子也
수보리가 말했다.
“누이여, 당신은 여인의 몸인데 어떻게 여인을 조복시킨다고 합니까?”
이때 이 여인은 신통력으로 몸을 변화시켰는데, 마치 32상(相)을 갖춘 혈기 왕성한 남자와 같았다. 단정하고 아름다운 몸매에 깨끗하고 맑았으며 위엄과 덕은 제일이었다. 갖가지 영락으로 스스로를 장엄하고 대덕 수보리에게 말했다.
“이와 같은 색신(色身)으로 여인을 조복시킵니다.”
011_0278_b_06L須菩提言汝是女身云何調女是女神力化身如三十二盛壯男端正妙色白淨鮮潔威德第一種種瓔珞自莊嚴已語大德須菩提以如是色身調伏女人
수보리가 말했다.
“당신은 지금 여자입니까, 남자입니까?”
대답했다.
“대덕 수보리여, 당신은 범부입니까, 학인[學]입니까?”
수보리가 말했다.
“선남자여, 나는 범부도 아니며, 또한 학인도 아닙니다.”
즉시 대답했다.
“나 역시 남자도 아니며, 여자도 아닙니다.”
011_0278_b_11L須菩提言今是女爲是男耶答言大德須菩提汝是凡夫爲是學耶須菩提言善男我非凡夫亦非是學卽復答言亦如是非男非女
수보리가 말했다.
“만약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니라면, 당신은 무슨 이름을 가졌습니까?”
대답했다.
“대덕 수보리여, 당신이 범부도 아니며 학인도 아니라면, 어떠한 이름을 가졌습니까?”
011_0278_b_15L須菩提言若非男非女汝持何名答言大德須菩提非凡夫亦非是學云何持名
이때 대덕 수보리는 생각하기를, ‘깊은 지혜의 대보살이시다. 나는 마땅히 나한(羅漢)이라고 대답해야겠다.’라고 하였다. 이때 이 선남자는 대덕 수보리의 마음에 생각하는 것을 알고 대덕 수보리에게 말했다.
“대덕이시여, 당신은 용맹스럽게 정진하므로 나한이라 허락하니 두려워 마시고 말하십시오.”
011_0278_b_17L爾時德須菩提作如是念深智大菩薩應當答云≺是羅漢爾時是善男子大德須菩提心之所念語大德須菩提言大德汝應勇進許是羅漢勿懼語問
011_0278_c_01L수보리가 말했다.
“선남자여, 나는 곧 나한으로서 모든 번뇌를 다했습니다.”
즉시 다시 물었다.
“대덕 수보리여, 과거ㆍ미래ㆍ현재에서 무슨 번뇌를 다했다는 것입니까? 만약 과거에 다했다면 과거는 다함이 없습니다. 또한 미래는 이르지 않았으니 역시 다함이 없으며, 현재는 머묾이 없으니 또한 다함이 있을 수 없습니다.”
011_0278_b_22L須菩提言善男子我是羅漢漏已盡卽復問言大德須菩提於去來現在爲盡何漏若過去盡過去無若未來未至亦無有盡現在無住亦無有盡
수보리가 말했다.
“선남자여, 나는 실로 함께 서로 응답할 수가 없습니다. 나는 이제 때가 되었으므로 걸식하여 먹고자 하니 때를 잃지 말게 하십시오.”
011_0278_c_03L須菩提言善男子我實不任共相酬答我今時到欲乞食而食勿令失時
이때 이 선남자는 선정에 들어 일체불찰삼매(一切佛刹三昧)를 나타내 보였다.
이때 대덕 수보리는 즉시 한량없고 끝도 없는 아승기의 불찰토(佛刹土)를 보았는데, 혹은 불토(佛土)의 해가 처음 솟아나는 때를 보았고, 혹은 불토의 해가 소식(小食) 때임을 보았으며, 혹은 불토의 해가 대식(大食) 때임을 보았고, 혹은 불토가 격건추(擊揵椎) 때임을 보았다. 혹은 승려가 앉아 있는 것을 보았고, 혹은 승려가 공양하는 것을 보았으며, 흑은 발우를 씻는 것을 보았고, 혹은 해가 중천에 있는 것을 보았고, 흑은 해질녘임을 보았고, 혹은 해가 넘어가는 것을 보았고, 혹은 해가 저버린 것을 보았고, 혹은 초야(初夜)임을 보았고, 혹은 중야(中夜)임을 보았고, 혹은 새벽임을 보았고, 혹은 해도 없고 달도 없는데. 몸의 광채가 비추고 있음을 보았다.
011_0278_c_05L爾時是善男子入示現一切佛剎三昧爾時大德須菩提卽見無量無邊阿僧祇諸佛剎土或見佛土日初出時或見佛土日小食時見佛土日大食時或見佛土擊揵椎或見僧坐或見僧食或見洗鉢見日中或見日晡或見過晡或見日或見初夜或見中夜或見後夜見無日無月身光爲照
이때 선남자가 대덕 수보리에게 말했다.
“당신은 지금 이를 관찰하십시오. 어느 때에 먹으려고 하십니까? 당신이 지금 그것을 보았다면 바라는 때가 있을 것입니다.”
수보리가 말했다.
“나는 지금 염부제(閻浮提) 시간으로 하는 것이지, 다른 곳의 불찰(佛刹) 시간으로는 먹지 않습니다.”
011_0278_c_13L爾時是善男語大德須菩提言汝今觀之汝今觀之欲何時食汝今觀之有幾時在須菩提言善男子我今應以閻浮提不以他方佛剎時食
이때 이 선남자는 신통력으로 이 한낮을 소식(小食) 때와 같게 하고는 수보리에게 말했다.
“대덕 수보리여, 당신이 이 해를 보니 몇 시나 되었겠습니까? 대덕 수보리여, 서로 친하고 사이가 좋기 때문에 이와 같이 묻는 것입니다.”
011_0278_c_17L爾時是善男子以神力故令此日中如小食時須菩提言大德須菩提汝觀是日有幾時
011_0279_a_01L“선남자여, 당신의 명자(名字)가 무엇인지 지금 그것을 말해 보십시오.”
대답했다.
“대덕 수보리여, 나에게 이름을 쓰라는 것입니까? 대덕 수보리여, 당신이 세존에게 묻는다면 마땅히 당신을 위해 말씀해 주실 것입니다. 대덕이시여, 일체의 이름은 이름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일체의 망상(妄想)은 참다운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망상은 참다운 것이 없고 이름과 모양을 빌려서 말했을 뿐입니다.”
011_0278_c_20L大德須菩提以親善故如是問言善男子汝名字何今當說之大德須菩提用我名爲大德須菩汝問世尊當爲汝說大德一切名非名何以故一切妄想無有實故妄想無實假名相說有
수보리가 말했다.
“선남자여, 일체지(一切智)의 이름도 역시 망상이며 진실하지 않습니까?”
대답했다.
“대덕 수보리여, 역시 그것도 망상이며 참다움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일체지의 이름은 한량없고 끝도 없으며 각각의 불찰(佛刹)에는 각기 다른 이름을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011_0279_a_02L須菩提言善男一切智名亦是妄想不眞實耶大德須菩提亦是妄想無有實也何以故一切智名無量無邊各各佛剎各說異名
수보리가 말했다.
“선남자여, 이 일체지는 그 이름이 무엇입니까?”
011_0279_a_06L須菩提言善男子是一切智其名云何
대답했다.
“대덕 수보리여, 혹은 불토(佛土)가 있는데 이름을 일체지위분별광(一切智爲分別光)이라 하고, 혹은 변조(遍照)라 하고, 혹은 다시 시일체지(示一切智)라 하고, 혹은 증용(增勇)이라 하고, 혹은 대광(大光)이라 하고, 혹은 현재(現在)라 하고, 혹은 지지(持地)라 하고, 혹은 대항복(大降伏)이라 하고, 혹은 대보(大普)라 합니다. 대덕 수보리여, 일체지의 명자(名字)가 한량없는 것과 같이 색(色)도 역시 그러하여 명자가 한량없습니다. 수(受)ㆍ상(想)ㆍ행(行)ㆍ식(識)도 역시 그러하여 명자가 한량없습니다. 모든 경계(境界), 모든 입(入), 염처(念處), 올바른 판단, 신족(神足), 모든 근(根), 모든 힘, 모든 깨달음, 모든 도, 일체의 조도법(助道法)과 각각의 불토에는 명자가 한량없습니다.
011_0279_a_07L答言大德須菩提有佛土名一切智爲分別光或名遍或復名曰示一切智或名增勇名大光或名現在或名持地或名大降伏或名大普大德須菩提如一切智無量名字色亦如是無量名字想行識亦復如是無量名字諸界諸念處正斷神足諸根諸力諸覺一切助道法各各佛土無量名字
대덕이시여, 이름에 어떤 진실이 있습니까? 대덕 수보리여, 이러한 방편 때문에 일체의 명자는 이름이 아니며 일체의 명자는 망상이며 참다움이 아니라는 것을 마땅히 알아야 합니다.”
011_0279_a_15L大德名有何實大德須菩提以是方便當知一切名字非名一切名字妄想非實
이때 대덕 수보리는 왕사성(王舍城)의 모든 대장자(大長者)와 바라문 등이 크게 이익을 얻고 이런 응공(應供)이 있어 여기에 자고 머무는 것을 찬탄했다.
011_0279_a_18L爾時大德須菩提歎王舍城諸大長者婆羅門等大得善利有是應供在此宿止
다시 대덕 수보리가 말했다.
“당신은 지금 세상의 응공(應供)을 아십니까?”
수보리가 말했다.
“선남자여, 내가 아는 대로 말하겠습니다. 만약 계를 지키고 선법을 수행하여 선정에 들어가 그 마음이 어지럽지 않으면, 이들을 일컬어 세상의 응공이라 합니다.”
011_0279_a_20L復語大德須菩提言汝今能知世應供耶須菩提言善男如我所知今當說之若有持戒行善法善入禪定其心不亂是等名爲世應供也
011_0279_b_01L대답했다.
“대덕 수보리여, 말씀하신 응공은 역시 갖추어진 것은 아닙니다.”
수보리가 말했다.
“선남자여, 당신은 지금 어떠한 것을 응공이라 하는지 말해 보십시오.”
011_0279_b_01L答言大德須菩提所說應供亦不具足須菩提言善男子今當說云何應供
대답했다.
“대덕 수보리여, 만약 일체의 중생들에게 대비심이 없다면 응공이라 일컫지 않습니다. 대덕 수보리여, 이 응공이라는 이름은 부처님의 종자와 법의 종자와 승(僧)의 종자를 끊지 않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응공이라야 일체 중생의 번뇌를 끊어버리며, 이와 같은 응공이라야 지혜가 다함이 없고, 공덕이 다함이 없고, 모든 변재가 다함이 없습니다. 이와 같은 응공은 범부의 반려자이지 성인(聖人)의 반려가 아닙니다. 이러한 세상의 응공을 중생이 보게 된다면 법안정(法眼淨)을 얻게 됩니다.”
011_0279_b_03L答言大德須菩提若於一切諸衆生等無大悲心不名應供大德須菩提是應供名不斷佛法種僧種如是應供能斷一切衆生結使如是應供智慧無盡功德無諸辯無盡如是應供是凡夫侶聖伴侶是世應供衆生見者得法眼
그때 천(天)이 있었다. 항상 대덕 수보리를 따르며 시종했으나 정정(正定)을 이루지 못했는데, 이와 같은 응공지(應供地)의 설법을 듣고는 마음에 환희를 얻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으며, 이미 발심하고는 오체(五體)를 땅에 던져 예배하며 대덕 수보리에게 말했다.
“나는 지금 잘못을 후회합니다. 다시는 대덕의 행(行)에 따르며 시종하지 않겠습니다.”
011_0279_b_10L爾時有天恒常隨從大德須菩提未成正定聞說如是應供地時心得歡喜發於無上正眞道心旣發心已五體投地語大德須菩提言我今悔更不隨從大德行也
이때 선남자가 즉시 천(天)에게 물었다.
“너는 지금 무슨 까닭으로 대덕 수보리를 향하여 잘못을 후회하느냐?”
011_0279_b_14L爾時善男子卽問天言汝今何故向大德須菩提而悔過也
천녀(天女)가 대답했다.
“저는 12년 동안 항상 대덕 수보리의 행을 따랐습니다만 일찍이 이러한 응공지(應供地)의 설법을 듣지 못했습니다. 저는 지금 이 응공지를 듣고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낸 뒤에 ‘만약 어느 곳이든 이런 깨끗한 응공의 법을 들을 수 있다면 나는 그곳에 갈 것이며, 만약 모든 보살이 모여서 보살법을 연설하는 곳이면 나는 그곳에 가겠다.’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011_0279_b_16L天女答言我十二年恒從大德須菩提行未曾聞說是應供地我今聞此應供地已發於無上正眞道心我作是念若在在處處聞說如是淨應供法我往其所若諸菩薩會演說菩薩法處我往是處
011_0279_c_01L이때 대덕 수보리는 천녀가 이와 같이 발심한 것을 듣고는 즉시 권유하며 말했다.
“천녀여, 너는 좋은 이익을 얻고, 부처님의 깊은 법에 위없는 도심(道心)을 내었다. 천녀여, 나는 지금 번뇌가 들끓고 있다. 일체지(一切智)의 법에 대하여 그 그릇이 아니기 때문이니 마땅히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천녀여, 만약 내가 모든 번뇌를 끊지 않고도 마음에 해탈을 얻는다면, 나 역시 반드시 위없는 도심을 내었을 것이다. 천녀여, 너는 항상 선지식을 가까이하여 공경하고 찬탄하며 오른쪽으로 돌아 예배하였으며, 이와 같은 대선(大善)의 모든 장부존(丈夫尊) 역시 일찍이 듣지 못한 법을 설하였으며 이 법을 듣고는 잊어버리지 않았다.”
011_0279_b_21L爾時德須菩提聞此天女發如是心勸諭言天女汝得善利於佛深法無上道心天女我今惱熱於一切智非其器故當何所爲天女若我未斷一切諸漏得心解脫我亦當發無上道心天女汝常如是近善知識敬讚歎右遶禮拜如是大善諸丈夫亦能說於未曾聞法聞是法已不忘失
대덕 수보리가 천녀에게 말했다.
“나도 지금 역시 너를 향해 잘못을 뉘우친다. 나는 본래 너의 뜻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성문법(聲聞法)을 권한 것이다.”
011_0279_c_07L大德須菩提語天女言我今亦復向汝悔過我本不知汝之意故勸聲聞法
천녀가 대답했다.
“나는 대덕 수보리를 위해 한 중생에게 말한 것입니다. 근기[根]를 관찰하지 않고 성문승을 권하는 것에 응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대덕 수보리여, 보리의 도를 구하는 자는 성문승(聲聞乘)을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덕 수보리여, 비록 굶주리고 목마름에 핍박을 받는다 해도 끝내 잡독(雜獨)의 음식은 먹지 않습니다. 이와 같이 대덕 수보리여, 보살을 구하는 자는 성문승을 듣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011_0279_c_09L天女答言我爲大德須菩說於一衆生不觀其根不應勸於聲聞乘也何以故大德須菩提求菩提道者不願於聲聞乘也大德須菩雖爲飢渴之所逼切終不食於雜毒之食如是大德須菩提求菩薩者願不聞於聲聞乘也
이때 이 선남자가 천녀에게 말했다.
“위없는 바른 도는 매우 성취하기가 어려우며, 작은 장엄으로는 정각(正覺)을 얻기가 어렵다.”
천녀가 말했다.
“선남자여, 위없는 바른 도는 비록 성취하기 어렵지만, 저는 이와 같은 행으로 물러나지 않고 정진할 것입니다.”
011_0279_c_15L爾時是善男子語天女言無上正道甚難成就若小莊嚴難得正覺天女答言善男子上正道雖難成就我如是行得不廢
선남자가 천녀에게 물었다.
“너는 어떻게 행하겠다는 것인가?”
천녀가 대답했다.
“모든 중생에게 평등심을 행할 것입니다. 모든 중생을 해탈시키기 때문이며, 짐을 진 모든 중생을 감당하기 때문이며, 모든 중생을 성숙시키기 때문이며,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괴로움과 즐거움을 깨닫게 하기 때문입니다. 선남자여, 저의 행은 이와 같습니다.”
011_0279_c_19L是善男子問天女言汝云何行女答言於諸衆生行平等心解脫一切諸衆生故堪任荷擔諸衆生故熟一切諸衆生故令一切衆生解苦樂故善男子我行如是
011_0280_a_01L선남자가 말했다.
“천녀여, 상(相)을 취함이 있다면 일체 중생에게 평등심이 없는 것이다. 만약 나의 번뇌에 속박되었다면 일체 중생을 해탈시킬 수 없다. 5음에 의지한다면 일체 중생의 짐을 지기에는 불가능하다. 만약 모든 선근을 생각함이 있다면 일체 중생을 성숙시킬 수가 없으며, 만약 아상(我相)과 타상(他相)이 있다면 중생으로 하여금 고락을 깨닫게 할 수 없다.”
이때 천녀는 교칙(敎勅)한 바를 따라 순법인(順法忍)을 얻었다.
011_0279_c_23L善男子言有取相者於一切衆生無平等心若爲我結所繫縛者不能解脫一切衆生依止陰者不能爲於一切衆生作於荷擔若有憶想諸善根者不能成熟一切衆生若有我相及他相者不能解了衆生苦樂是時天女隨所教勅得順法忍
천녀는 중문(中門) 밖에 갖가지 꽃을 뿌려서 선남자에게 공양을 하였다.
이때 선남자는 본래의 여자 모습을 나타내어 의복으로 장엄하고 대덕 수보리에게 말했다.
“대덕이시여, 잠시 기다리십시오. 내가 음식을 가지고 오겠습니다.”
011_0280_a_07L爾時天女於中門外散種種華以用供養是善男子爾時是善男子現本女形衣服莊嚴語大德須菩提大德小待我持食來
이 여인은 즉시 집 안으로 들어가서 갖가지 맛의 음식을 가지고 와서 대덕 수보리에게 말했다.
“대덕 수보리여, 당신이 탐욕을 여의지도 않고 탐욕을 여의지 않음도 아니며, 성냄을 여의지도 않고 성냄을 여의지 않음도 아니며, 어리석음을 여의지도 않고 어리석음을 여의지 않음도 아니며, 번뇌를 여의지도 않고 번뇌를 여의지 않음도 없다면, 이 음식을 받으십시오. 대덕 수보리여, 당신이 괴로움[苦]을 알지 못하고, 쌓임[集]을 끊지 못하고 사라짐[滅]을 증득하지 못하고, 도(道)를 닦지 못했다면, 이 음식을 받으십시오.
011_0280_a_10L爾時是女卽入家中持百味食來語大德須菩提大德須菩提汝非離欲非不離欲非離於瞋非不離瞋非離於癡非不離癡非離結使非不離結使受此食大德須菩提汝不知苦不斷於集不證於滅不修道者受於此食
대덕 수보리여, 당신이 만약 4념처(念處)를 닦지 않고, 4정근(正勤)을 닦지 않고, 4여의족(如意足)을 닦지 않고, 5근(根)을 닦지 않고, 5력(力)을 닦지 않고, 7각(覺)을 닦지 않고, 8성도(聖道)를 닦지 않았다면, 이 음식을 받으십시오. 대덕 수보리여, 당신이 신견(身見)을 일으키지 않고 한결같은 도심(道心)을 얻었다면, 이 음식을 받으십시오.
011_0280_a_16L大德須菩提汝若不修於四念處修四正勤不修四如意足不修五根不修五力不修七覺不修八聖道受此食大德須菩提汝不起身見一道心受於此食
011_0280_b_01L대덕 수보리여, 당신이 무명을 소멸하고, 명해탈(明解脫)을 증득하고, 제행(諸行)에 힘을 써서 무위(無爲)를 증득하고, 식(識)을 행하지 않아 다시 태어남이 없어 해탈을 얻고, 명색(名色)을 증장하지 않고, 삼계를 초월하고, 6입(入)에 들어감이 없고, 공해탈(空解脫)을 알고, 촉(觸)을 받지 않고, 무상해탈(無相解脫)을 닦고, 수(受)의 연고를 보지 않고, 무원해탈(無願解脫)을 증득하고, 애(愛)의 연고가 없고, 취(取)에 동요하지 않는 연고를 깨달아 알고, 무생(無生)을 알고, 쌓임[集]이 없음을 알고, 생(生)과 무생(無生)을 알고, 노(老)와 사(死)가 오고 감이 없음을 알고, 12인연을 알아 생(生)도 없고 탐욕도 없다면, 이 음식을 받으십시오.
011_0280_a_21L大德須菩提汝滅無明證明解脫進於諸行證於無爲不行於識更無有生得於解脫不增長名色過於三界六入非入知空解不受於觸修無相解脫不見受故證無願解脫無有愛故知解於如不動故知於無生知有非集知生無知老死無去知十二緣無生無食汝受此食
대덕 수보리여, 당신이 부처도 보지 않고, 법에도 들음이 없고, 승(僧)에도 친근하지 않다면, 이 음식을 받으십시오. 대덕이시여, 만약 5역(逆)이 법성(法性)과 같음을 알면 이 음식을 받으십시오. 대덕이시여, 이 생명은 죽는 것이 아니고 다른 곳에 태어나는 것도 아니라면, 이 음식을 받으십시오. 대덕이시여, 만약 탐욕의 평등함이 무쟁(無諍)의 평등과 같고, 만약 성냄의 평등이 무쟁의 평등과 같고, 만약 어리석음의 평등이 무쟁의 평등과 같다면, 이 음식을 받으십시오.
011_0280_b_06L大德須菩提汝不見佛聞於法不親近僧受於此食大德知五逆等同法性受於此食大德此命終非餘處生受於此食大德貪平等同無諍平等若瞋平等同無諍平等若癡平等同無諍平等受於此食
대덕이시여, 당신이 범부지(凡夫地)를 초월하지 못하고 성지(聖地)를 이루지 못했다면, 이 음식을 받으십시오. 대덕이시여, 당신이 명(明)을 따르지 않고 명에 들어가고, 생사에 떨어지지 않고 또한 열반도 아니고, 또한 실어(實語)도 아니고 또한 망어(妄語)도 아니라면, 이 음식을 받으십시오. 대덕이시여, 당신이 다함이 다함이 없고, 다함이 없음도 분별하지 않으며, 음계(陰界)에 들어가도 또한 동요하지 않고, 생각에 의지함이 없고 또한 쟁송(諍訟)도 없고, 모든 중생에게 장애됨이 없고, 일체의 법에 있어서 마음에 속박됨이 없다면, 이 음식을 받으십시오.
011_0280_b_12L大德汝不過凡夫地不成聖地受於此食大德汝不從明入明不墮生死亦不涅槃又不實語亦不妄語受於此食大德汝盡無盡不分別無於陰界入亦不動搖思無所依無諍訟於諸衆生而無所㝵於一切心無繫縛受於此食
011_0280_c_01L대덕이시여, 당신이 출가하여 이런 법을 얻음이 없다면, 이 음식을 받으십시오. 대덕이시여, 당신이 출가한 소원이 열반에 드는 것이 아니라면, 이 음식을 받으십시오. 만약 대덕 수보리께서 다툼이 없다면, 지옥 역시 다툼이 없습니다. 대덕 수보리여, 응공(應供)을 취하지 않는다면, 이 음식을 받으십시오. 대덕 수보리여, 만약 사람이 당신에게 응공의 생각을 일으킨다면, 이 사람은 수보리를 비방한 것입니다. 대덕이시여, 당신은 응공도 아니며 또한 베풂도 없고, 응공에도 머물지 않아야 합니다. 대덕이시여, 만약 이런 법을 성취했다면, 이 음식을 받으십시오.”
011_0280_b_18L大德汝所爲出家不得是法受於此食大德汝出家願不是願入涅槃受於此食若大德須菩提無諍地獄亦無諍大德須菩提不取應供受於此食大德須菩若人於汝起應供想是人誹謗於須菩提大德汝非應供亦不畢施不住應供大德若成此法受於此食
이때 대덕 수보리는 중문 밖에서 일곱 차례나 몸의 진동이 지나가자 오른손을 펴고는 이 여인에게 말했다.
“누이여, 나를 위해 설법을 잘해 주어 이 법을 성취하였습니다.”
이때 여인이 찬탄하며 말했다.
“훌륭하고 훌륭하십니다. 대덕 수보리여.”
011_0280_c_02L爾時大德須菩提於中門外七過動身於右手語是女言爲我善說成就是法女歎言善哉善哉大德須菩
그리고 즉시 음식을 주었고, 주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
“대덕 수보리여, 이러한 응공은 평등하게 음식을 받기가 세상에서는 만나기 어렵습니다. 만약 교만하기 때문에 이러한 평등을 허락했다면, 청정한 공양을 받아도 지옥에 떨어집니다.”
011_0280_c_06L卽授與食授與食已說如是言德須菩提如是應供平等受食世所難遇若憍慢故許是平等淸淨受供墮於地獄
이때 천녀가 대덕 수보리에게 물었다.
“대덕 수보리여, 이 여인은 무슨 까닭에 이런 법을 말하며, 당신은 어찌하여 대답하지 않습니까?”
수보리가 말했다.
“천녀여, 너의 뜻은 어떠하냐? 환인(幻人)이 인(因)과 비인(非因)을 말할 수 있겠느냐?”
천녀가 말했다.
“아닙니다, 대덕 수보리여.”
011_0280_c_09L爾時天女問大德須菩提大德須菩提此女何緣說如是法汝何不答須菩提言天女汝意云何幻人能說是因非因耶天女言不也大德須菩提
수보리가 말했다.
“그렇다, 그렇다. 네가 말한 것처럼 모든 법은 환(幻)과 같은데, 내가 어찌 대답하겠느냐? 천녀여, 모든 중생이 허(虛)와 실(實)을 말한다면 나의 평등과 같으니라. 왜냐하면 이 모든 말은 환과 같아 평등하기 때문이니라.”
이와 같이 말하고 식법(食法)을 받았을 때, 백 명의 천자가 법안정(法眼淨)을 얻었다.
011_0280_c_13L須菩提言如是如是如汝所說諸法如幻我何言答天女若諸衆言說虛實同我平等何以故是諸言說如幻平等說於如是受食法時有百天子得法眼淨
이때 이 여인은 수보리를 향하여 잘못을 뉘우쳤다. 잘못을 뉘우치고 나서 대덕 수보리에게 말했다.
“마음대로 잘 가십시오. 당신은 이 음식을 가지고 가서 부처님의 처소에 이르십시오. 나 역시 마땅히 부처님의 처소로 갈 것입니다.”
011_0280_c_17L爾時是女向須菩提悔過悔過已語大德須菩提意善去汝持此食往至佛所我亦當往詣於佛所
이때 대덕 수보리는 걸식한 것을 가지고 왕사성을 나왔다. 이런 법을 들었기 때문에 마음에 기쁨이 생겨 음식이 맛있지 않았다. 이때 대덕 수보리는 마음으로 ‘이 음식을 누구에게 베풀까? 음식을 베풀어 인과를 잃지 않게 하리라.’고 생각하였다.
011_0280_c_20L爾時大德須菩提持所乞食出王舍城聞是法故心生歡喜不甘於食大德須菩提心念此食當施於誰隨施食處令不失果
011_0281_a_01L이때 불오일체법(不汚一體法)이라 하는 보살이 있었는데, 수보리가 마음으로 생각하는 바를 알고 즉시 대덕 수보리의 처소로 갔다. 도착하자 대덕 수보리에게 말했다.
“이 음식을 나에게 베풀면 과보를 잃지 않을 것입니다.”
011_0280_c_23L爾時有菩薩名不污一切法知大德須菩提心所思念卽詣大德須菩提所語大德須菩提言此食施我不失果報
수보리가 말했다.
“선남자여, 당신은 계(戒)에 안주(安住)하십니까?”
대답했다.
“대덕 수보리여, 모든 법은 받음이 없습니다. 그 중에는 지계(持戒)도 파계(破戒)도 없습니다. 대덕 수보리여, 나는 도적질과 음욕과 거짓말과 이간질하는 말과 포악한 말과 교묘하게 꾸미는 말과 탐욕과 성냄과 삿된 견해를 없앱니다.”
011_0281_a_04L須菩提言善男子汝安住戒耶答言大德須菩提不受諸法中無持戒破戒大德須菩提我殺妄語兩舌麤語綺語邪見
이때 대덕 수보리는 그가 말한 것을 생각하니, 이 선남자가 언변(言辯)을 얻은 것을 알고는 ‘지금 말한 바의 인연을 물으리라.’ 하고는 말했다.
“선남자여, 무슨 인연으로 그와 같은 말을 하십니까?”
011_0281_a_07L爾時大德須菩提思其所說如此善男子得言辯我今當問所說因緣須菩提善男子何因緣故說如是語
이때 불오일체법보살은 대덕 수보리를 향해 게송으로 말했다.
011_0281_a_10L爾時不污一切法菩薩向大德須菩提說偈言

나의 도는 매우 깨끗하며
위없는 보리의 도여서
백천억 중생들이
이 도 안에 있네.
011_0281_a_12L我道甚淸淨
無上菩提道
百千億衆生
在於此道中

이 인연 때문에
나는 모든 중생을 죽인다고 말하나
이름이 중생을 죽이는 것이지
이 도는 깨끗하네.
011_0281_a_14L以此緣故說
我殺諸衆生
名爲殺衆生
能淨是道者

보리는 하늘과 함께하지도 않고
또한 석범(釋梵)과 함께하지도 않고
함께함이 없이 자연히 얻으니
이 인연 때문에 나는 도적이네.
011_0281_a_15L菩提非天與
亦非釋梵與
無與自然得
以是緣我盜

대승은 함께할 자가 없고
하승(下乘)에도 의지하지 않는데
나는 대승을 말하니
이 때문에 나는 도적이네.
011_0281_a_16L大乘無與者
不依止下乘
我說是大乘
以是故我盜

사음(邪婬)을 알기 때문에
지혜로운 자는 도를 구하지만
음욕을 쓰지 않기 때문에 음욕이라고
이와 같이 사행(邪行)을 행하네.
011_0281_a_18L知於邪婬故
智慧者求法
不用欲故欲
如是行邪行

있는 것은 이름을 빌린 것이니
우러러 갈망하는 자는 말하네,
일체는 모두 거짓말[妄語]이라고.
이 때문에 거짓말이라네.
011_0281_a_19L如所有假名
爲渴仰者說
一切諸妄語
以是故妄語

만약 모든 중생이
하승(下乘)에 의지하면
이런 것들을 파괴하여
대승에 발심토록 권하네.
011_0281_a_20L若有諸衆生
依止於下乘
破壞如是等
勸發於大乘

이와 같이 양설(兩舌)하는 자는
모든 외도(外道)를 파괴하고
도가 없는 중생에 떨어져도
평탄한 땅에 편히 머무네.
011_0281_a_22L如是兩舌者
破壞諸外道
墮非道衆生
安止平坦地

만약 능히 꾸짖는 사람은
사랑하는 말[愛語]이 없으니
추악한 말을 하여
일체의 마(魔)를 항복시키네.
011_0281_a_23L若能呵責者
是無有愛語
說於麤惡語
降伏一切魔
011_0281_b_01L
추악한 말을 하는 자는
마음 역시 성냄이 없으니
건실한 자는 방편을 보아서
중생을 교화하기 때문이네.
011_0281_b_01L說於麤惡語
心亦無瞋恚
健者見方便
教化衆生故

무슨 인연을 말할까를 아는 자는
인연을 따라 말하며
이것을 일러 꾸미는 말[綺語]이라 하니
수많은 중생을 알고 있네.
011_0281_b_03L知說何因緣
隨因緣而說
是名爲綺語
知億數衆生

혹은 진실을 말하고
혹은 거짓말을 아니
이 때문에 꾸미는 말로써
정법을 연설하네.
011_0281_b_04L或說於眞實
或知於妄語
以是故綺語
演說於正法

만약 일체 중생이
모두 인천(人天)의 즐거움을 받고
다시 초월하기를 바란다면
한 중생이라도 구하기를 바라네.
011_0281_b_05L若一切衆生
咸受人天樂
復求於出過
求望一衆生

만약 즐거움과 기쁨이 상응하면
조세(調世)하는 자는 이익되게 하고
지혜로운 자는 베풀어 주어
일체 중생을 즐겁게 하네.
011_0281_b_07L若喜樂相應
調世者利益
智慧者施與
一切衆生樂

탐욕에 대해 말하는 자는
탐욕이 그와 같은 것이니
항상 이러한 원을 지어서
모든 중생 부처되게 하네.
011_0281_b_08L所演說貪者
所貪者如是
常作如是願
諸衆生作佛

정법이 사라지려 할 때
용맹한 자는 잘 받들어 가져서
신명(身命)을 버릴지언정
부처님 정법은 버리지 않네.
011_0281_b_09L正法欲滅時
勇健者攝持
捨失於身命
不捨佛正法

무소외(無所畏)를 나타내 보이니
모든 중생의 쟁송(諍訟)과
일체의 외도에게
정법을 받들어 가지게 하기 때문이네.
011_0281_b_11L無所畏示現
諸衆生諍訟
及一切外道
攝持正法故

만약 1겁을 섭취(攝取)하거나
만약 1억 겁을 섭취하거나
정법을 버리지 않기 때문에
그런 뒤에는 거짓말을 하지 않네.
011_0281_b_12L若攝取一劫
若攝一億劫
不捨正法故
然後不妄語

용맹한 자는 견(見)을 취하되
일체는 삿된 것이니
또한 사견(邪見)을 알아서
정견(正見)에 들어가네.
011_0281_b_13L勇健者取見
一切有爲邪
亦知於邪見
進入於正見

이와 같은 법을 가진 자는
지계(持戒)에 편안히 머물지만
머묾이 없는 데에 머무는 자와
지혜로운 자는 보리를 깨닫네.
011_0281_b_15L有如是法者
是安住持戒
住於無住者
慧者覺菩提

이때 대덕 수보리는 걸식한 것을 선남자에게 베풀고 이렇게 말했다.
“훌륭하신 장부(丈夫)여, 마땅히 믿음으로 베푸는 것을 받아 과보를 잃지 않게 하소서.”
011_0281_b_16L爾時大德須菩提以所乞食施善男說如是言是善丈夫應受信施失果報
대덕 수보리는 이 날 먹지 않았으며 포시(哺時)를 지나 삼매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처소로 갔다. 도착하자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배하고 먼저 들은 바의 법을 갖추어 부처님께 말씀드리니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그 보살의 이름을 아는가?”
수보리가 말했다.
“모릅니다. 세존이시여.”
011_0281_b_19L大德須菩提此日不食過於晡時從三昧起往詣佛所到已頂禮佛足先所聞法具向佛說佛告須菩汝今知是菩薩名不須菩提言世尊
011_0281_c_01L부처님께서 말했다.
“수보리야, 그 보살의 이름은 전녀신(轉女身) 보살마하살이다. 장엄방편을 즐거워함으로써 중생을 교화한 것이 마치 마가타국(摩伽陀國)에서 10거로(佉盧)를 1거리(佉利)로 삼고, 천 거리를 1거(車)로 삼는 것과 같은데, 무려 이와 같은 천 거의 개자(芥子)는 사람들이 능히 그 한계를 셀 수 있으나 이 전녀신 보살마하살이 장엄방편을 즐거워하는 것으로 사바세계에서 교화한 중생과 모든 인천(人天)으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게 한 것은 헤아려 알 수가 없다.”
011_0281_b_23L佛言須菩提是菩薩名轉女身菩薩摩訶薩以樂莊嚴方便教化衆生如摩伽陁國十佉盧爲一佉利佉利爲一車凡有如是千車芥子人能數得其邊際不能數知此轉女身菩薩摩訶薩以樂莊嚴方便於娑婆世界所化衆生令諸人天發於無上正眞道心者
이때 이 여인은 5백의 여인이 둘러싸고 시종하는 가운데 왕사성을 나와 기사굴산(耆闍崛山)의 부처님의 처소로 향했다.
이때 세존께서는 멀리서 이 여인을 보고 대덕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수보리여, 너는 지금 5백의 여인이 오는 것을 보고 있느냐?”
수보리가 말했다.
“이미 보았습니다, 세존이시여.”
011_0281_c_07L爾時是女與五百女圍繞侍從出王舍城向耆闍崛山往詣佛所爾時世尊遙見是女語大德須菩提須菩提汝今見是五百女來不須菩提言已見世尊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모든 여인들은 이 전녀신 보살마하살이 장엄방편을 즐거워하는 것으로 성숙시켜서 모두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에 편안히 머물고 있다.”
011_0281_c_11L佛言此諸女等是轉女身菩薩摩訶薩以樂莊嚴方便之所成熟皆已安住無上正眞道心
이때 이 여인은 5백의 여인들에게 둘러싸여 시종을 받으며 부처님의 처소에 이르러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머물렀으며, 5백의 여인들도 역시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배를 하고 물러나 한쪽에 머물렀다.
이때 대덕 수보리가 여인이 머문 곳으로 가서 합장하여 공경하였다.
011_0281_c_14L爾時是女與五百女圍繞侍到佛所已頂禮佛足卻住一面百女人亦頂禮佛足卻住一面爾時大德須菩提往詣女所合掌恭敬
대덕 사리불이 대덕 수보리에게 말했다.
“당신은 지금 성법(聖法)이 아닌 것을 얻었습니까? 당신은 지금 성계(聖戒)가 아닌 것에 머물고 있습니까? 여인에게 공경했습니다.”
이때 여인이 대덕 사리불에게 말했다.
“대덕이시여, 당신은 지금 세상의 성(聖)과 성 아님을 알고 있습니까? 만약 말할 수 없다면 잠자코 계십시오.”
011_0281_c_17L大德舍利弗語大德須菩提汝今得於非聖法耶汝今住於非聖戒耶恭敬女人爾時是女語大德舍利弗大德汝今知世聖非聖耶若不能說當默然住
사리불이 말했다.
“누이여, 당신은 성과 성 아님을 아십니까?”
여인이 말했다.
“대덕 사리불이여, 나는 그것을 압니다.”
사리불이 말했다.
“누이여, 어떻게 아십니까?”
011_0281_c_22L舍利弗言汝能知聖及非聖耶女言大德舍利弗我能知之舍利弗言云何知也
011_0282_a_01L여인이 말했다.
“대덕이시여, 만약 성(聖)의 종자를 끊지 않으면 이를 일컬어 성(聖)이라 하고, 만약 부처의 종자와 법의 종자와 승의 종자를 끊지 않으면 이를 성이라 하며, 만약 자비한 마음으로 일체의 성(聖) 아닌 것을 해탈시키고자 하면 이를 일러 성이라 합니다. 대덕 사리불이여, 차라리 여인이 되어 갖가지 영락으로 스스로를 장엄하게 꾸미고, 첨복화(瞻蔔花)를 붙여 머리를 꾸며 5욕락을 받으며,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여의지 않고 성(聖)을 증장하는 것이, 아라한이 8해탈을 닦아 모든 번뇌를 고요히 하는 것보다 낫지 않겠습니까?
대덕 사리불이여, 내가 지금 비유로 말하겠습니다. 유리그릇에 수정(水精) 구슬이 가득 담긴 것과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배[無價寶]가 더러운 똥 속에 있다면 사리불이여,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011_0282_a_01L女言大德不斷聖種是名爲聖若不斷佛種法種僧種是名爲聖若行悲心欲令一切非聖解脫是名爲聖大德舍利弗爲女人種種瓔珞而自嚴飾著瞻蔔花鬘受五欲樂不離無上正眞道心增長於聖勝阿羅漢修八解脫寂靜諸漏大德舍利弗我今說喩以琉璃椀盛水精珠以無價寶置糞穢中利弗汝意云何
사리불이 말했다.
“누이여, 차라리 더러운 똥 속에 있으나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배가 낫지, 유리그릇에 가득 담긴 수정 구슬은 아닙니다.”
011_0282_a_10L舍利弗言寧無價寶置糞穢中非琉璃椀盛水精珠
“이와 같이 대덕 사리불이여, 만약 여인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에 머물며 모든 성(聖)을 초월하는 것이, 아라한이 8해탈을 닦고 적정(寂靜)에 머물며 모든 번뇌를 끊는 것보다 나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011_0282_a_11L大德舍利弗若有女人住於無上正眞道心出過諸聖非阿羅漢修八解脫住於寂靜斷諸漏勝
대덕 사리불이 말했다.
“누이여, 당신은 대승을 향하십니까?”
여인이 말했다.
“이 대승의 체(體)는 향하는 것도 없고 돌아오는 것도 없습니다.”
011_0282_a_14L大德舍利弗言汝向大乘耶女言是大乘體無向無還
사리불이 말했다.
“누이여, 만약 이 대승이 향하는 곳도 없고 돌아오는 곳도 없다면, 대승을 지향하는 자는 어디로 나아가야 합니까?”
011_0282_a_16L舍利弗言若是大乘無向無還向大乘者爲何所趣
여인이 말했다.
“대덕 사리불이여, 대승을 향하는 것은 곧 무명이 다함이 없는 것을 향하여 나아가는 것이고, 나아가 늙음과 죽음까지도 다함이 없는 데로 향하여 이르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대덕 사리불이여, 무명은 다할 수가 없고, 나아가 늙음과 죽음까지도 역시 다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다함이 없다는 것은 곧 법성(法性)은 생겨남이 없다는 것입니다. 만약 생겨난다면 곧 다하게 되는 것이니, 생겨남도 없고 다함도 없는 것입니다. 대덕 수보리여, 인연이 합하여 법이 생기며 이 법은 다툼이 없습니다.”
011_0282_a_17L女言德舍利弗是向大乘卽是趣向無明無盡乃至向於老死無盡何以故德舍利弗無明不可盡乃至老死亦不可盡無盡卽是無生法性若生是則無生無盡大德舍利弗緣合生是法無諍
011_0282_b_01L이때 대덕 사리불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누가 능히 선택한 사람입니까? 세존이시여, 이 여인은 영락으로써 스스로를 장엄하고 이런 변재를 얻었습니다.”
여인이 말했다.
“대덕 사리불이여, 이 변재는 영락으로 장엄해서가 아닙니다.”
011_0282_a_23L爾時大德舍利弗白佛世尊誰能選擇人世尊而此女人以是瓔珞而自莊嚴得成是辯女言大德舍利弗此辯非是瓔珞莊嚴
사리불이 말했다.
“누이여, 누구의 변재입니까?”
011_0282_b_03L利弗言是誰辯耶
여인이 말했다.
“대덕 사리불이여, 보살은 여덟 가지의 영락으로 장엄합니다. 장엄을 마치면, 보살의 걸림 없는 변재를 얻게 됩니다.
011_0282_b_04L女言大德舍利菩薩莊嚴八種瓔珞若莊嚴已於菩薩無㝵之辯
무엇을 여덟 가지라고 하는가 하면, 보리의 마음을 잃지 않는 영락장엄이며, 구경(究竟)의 대비심에 머무는 영락장엄이며, 일체 중생에게 걸림 없는 마음의 영락장엄이며, 나아가 다문(多聞)을 구하되 만족함이 없는 영락장엄이며, 잘 관찰하여 설법을 들은 것과 같이 하는 영락장엄이며, 모든 중생을 교화하되 또한 일체의 법을 보지 않는 영락장엄이며, 방편 분별로 깊고 묘한 인연의 화합으로 법이 생기는 것을 알고 일체 중생의 모든 근(根)을 잘 아는 영락장엄이며, 제불(諸佛)이 받아 가지는 좋은 방편을 아는 영락장엄입니다.
011_0282_b_06L何等八不失菩提瓔珞莊嚴住於究竟大悲之心珞莊嚴一切衆生無有㝵心瓔珞莊進求多聞無有厭足瓔珞莊嚴能觀察如所聞法瓔珞莊嚴化諸衆亦不見於一切諸法瓔珞莊嚴知方便分別甚深緣合生法善知一切衆生諸根瓔珞莊嚴諸佛受持善知方便瓔珞莊嚴
대덕 사리불이여, 이를 일컬어 여덟 가지의 영락장엄이라 합니다. 만약 보살이 이런 영락으로써 스스로를 장엄한다면 무애변재를 얻게 됩니다.”
011_0282_b_14L大德舍利弗是名八種瓔珞莊嚴若有菩薩以是瓔珞自莊嚴已得無㝵辯
이때 대덕 사리불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이 여인은 언제 목숨을 마치고 이 세상에 왔습니까?”
011_0282_b_16L爾時大德舍利弗白佛言世尊而是女者於何命終而來生此
이때 이 여인은 사리불 앞에서 한 여인의 몸으로 변했는데, 사람과 다름이 없었다.
이 여인이 즉시 대덕 사리불에게 말했다.
“당신은 이 여인이 언제 목숨을 마쳐 이 세간에 태어났는가를 물었습니다.”
011_0282_b_18L爾時是女於舍利弗前一女身如己無異是女卽語大德舍利弗言汝問是女於何命終來生此
사리불이 말했다.
“누이여, 이 여인은 화현했습니다. 화(化)에는 생사가 없습니다.”
여인이 말했다.
“대덕 사리불이여,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당신이 말한 것처럼 여래의 바른 깨달음과 일체의 법은 다 화상(化相)과 같습니다. 만약 일체의 법이 화상과 같다는 것을 안다면 생사가 없습니다.”
011_0282_b_21L舍利弗言此女是化化無生死女言大德舍利弗如是如是如汝所如來正覺一切諸法皆如化相有知是一切諸法如化相者無有生
011_0282_c_01L이때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이 보살마하살을 전녀신(轉女身)이라 일컫는데, 아촉불토(阿閦佛土)에서 이 세상으로 와서 중생을 교화하기 때문이다. 사리불이여, 이 전녀신 보살마하살은 이 사바세계의 한량없고 끝없는 중생을 성숙시키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도에 머물고 있다.”
011_0282_c_02L爾時佛告舍利弗是菩薩摩訶薩名轉女身從阿閦佛土來至於此衆生故舍利弗是轉女身菩薩摩訶此娑婆界成熟無量無邊衆生住於無上正眞之道
이때 전녀신보살은 색신(色身)으로서 오체를 땅에 대어 예배하며 이와 같이 말했다.
“세존이시여, 만약 저에게 위없는 도기(道記)를 주시어 여인의 몸을 바꾸어 남자의 몸을 이루도록 말씀하지 않으신다면, 저는 지금 부처님의 발 앞에서 일어나지 않겠습니다. 5백의 여인 또한 오체를 땅에 대어 예배하며 이러한 원을 세웠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지금 부처님의 발 앞에서 모두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마땅히 저에게 위없는 도기를 말씀해 주십시오.”
011_0282_c_06L爾時轉女身菩薩是色身五體投地說如是言世尊不說我無上道記及轉女身成男子我今不起於佛足前五百女人五體投地發此誓願世尊我等今者於佛足前亦皆不起亦當說我無上道記
이때 세존께서는 문득 미소를 지으셨다.
불ㆍ세존의 법에, 만약 미소를 지을 때는 여래의 입에서 청(靑)ㆍ황(黃)ㆍ적(赤)ㆍ백(白)ㆍ자(紫)ㆍ파리(頗梨)의 한량없는 갖가지 묘한 색의 광명이 나온다. 나와서는 한량없고 끝없는 모든 부처님의 세계를 두루 비추게 되는데, 위로는 범세계(梵世界)에 이르러 해와 달을 어둡게 가리고, 되돌아와서는 부처님을 세 번 에워싸고는 여래의 정수리로 들어간다.
011_0282_c_12L爾時世尊卽便微笑佛世尊法若微笑時如來口出無量種種妙色光明靑黃赤白紫頗梨色出已普照無量無邊諸佛世界上至梵世闇蔽日月還繞佛三帀入如來頂
이때 대덕 아난(阿難)이 불력(佛力)으로 인해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가사를 걸치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부처님을 향해 합장한 뒤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모든 부처님의 미소는 인연 없는 것이 없습니다. 지금 무슨 인연으로 미소 지으셨습니까?”
011_0282_c_16L爾時德阿難以佛力故卽從坐起偏袒右右膝著地向佛合掌白佛言世尊諸佛微笑非無因緣今何緣笑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너는 지금 이 전녀신보살과 5백의 여인이 오체를 땅에 대어 나의 발에 예배하는 것을 보았는가?”
“이미 보았습니다. 세존이시여.”
011_0282_c_19L佛言阿難汝今見是轉女身菩薩及五百五體投地禮我足不見已世尊
011_0283_a_01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이 전녀신 보살마하살은 수없는 겁을 지나면서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도를 이룰 것이므로 공덕광왕여래(功德光王如來)라 불리며, 이 세상에 출현해서는 불도(佛道)를 얻게 될 것이다. 이 5백의 여인도 보살의 무리가 되어 다라니(陀羅尼)를 얻고 무애변재를 얻을 것이며, 또한 이 전녀신보살이 말한 여덟 가지의 영락장엄을 얻을 것이다. 이때 공덕광왕불은 5백의 보살을 위하여 위없는 도를 기억하여 설법할 것이다.
011_0282_c_21L阿難此轉女身菩薩摩訶薩過無數劫當成無上正眞之道號曰功德光王如來出現於世得佛道已是五百女作菩薩衆得陁羅尼得無㝵辯亦得如此轉女身菩薩所說八種瓔珞莊嚴爾時是功德光王佛爲是五百菩薩說無上道記
아난아, 공덕광왕불의 나라는 풍요롭고 안온하고 쾌락하여 참으로 즐거워할 만할 것이다. 인천(人天)의 무리가 많기 때문에 그 나라의 중생이 받아 쓰는 물건은 도솔천(兜率天)과 같을 것이다.
011_0283_a_05L阿難功德光王佛土豐饒安隱快樂甚可愛樂人天衆多故彼土衆生所受用物如兜率
아난아, 그때 그 불토에는 여인이라 일컬어지는 자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일체 중생이 모두 연화장(蓮華藏)에 화생(化生)하고 가부좌하여 깨끗한 범행(梵行)을 닦고 위와 같은 영락으로써 스스로를 장엄할 것이기 때문이다.”
011_0283_a_08L阿難爾時佛剎無女人名何以故一切衆生皆悉化生於蓮花藏加趺而坐修淨梵行以如上瓔珞而自莊
이때 전녀신보살과 5백의 여인은 부처님께서 수기(授記)를 설함을 듣고는 뛸 듯이 기뻐하여 쾌락을 받아 가졌으며, 위로 허공의 높이 7다라수(多羅樹)나 솟아올라 즉시 남자가 되었는데, 그 모양이 마치 16동자(童子)와 같았으며 허공에서 내려 와서는 합장하고 부처님을 우러러 보았다. 이때 세존께서 금색의 오른팔을 들어 그의 정수리를 어루만지시자, 곧 삼매를 얻고는 이름을 변조(遍照)라 하였다.
011_0283_a_11L是時轉女身菩薩及五百女聞佛說記歡喜踊躍受持快樂上昇虛空高七多羅樹卽成男子其狀猶如十六童子從空而下合掌瞻佛爾時尊申金色右臂以摩其頂卽得三昧名曰遍照
이때 부처님께서는 대덕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너는 이 경을 받아 지녀서 독송하며 자재롭게 남을 위하여 널리 설법하여라.”
아난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 경을 받아 지니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이 경의 이름을 무엇으로 하여 그것을 받아 지녀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이 경의 이름은 『요영락장엄방편품(樂瓔珞莊嚴方便品)』이라 하고, 너는 그것을 받아 지녀라. 또한 이름을 『전녀신보살문답(轉女身菩薩問答)』이라고도 한다.”
011_0283_a_16L爾時佛告大德阿難阿難汝受持此經讀誦通利爲他廣說難白佛言世尊我受持此經世尊經何名當受持之佛言阿難此經名『樂瓔珞莊嚴方便品』汝受持之亦名『轉女身菩薩問答』
011_0283_b_01L이때 세존께서 이 법을 말씀하시자 전녀신 보살마하살과 시방에서 모인 보살마하살과 대덕 수보리ㆍ대덕 사리불ㆍ대덕 아난과 일체의 대중과 천ㆍ용ㆍ야차(夜叉)ㆍ인비인(人非人)이 세존의 설법을 듣고는 기뻐하며 믿고 받았다.
011_0283_a_21L爾時世尊說是法轉女身菩薩摩訶薩及十方來集菩薩摩訶薩大德須菩提大德舍利大德阿難一切大衆夜叉及非人聞世尊說已歡喜信受
전녀신보살이 『요영락장엄방편경(樂瓔珞莊嚴方便經)』을 뜻을 갖추어 설하였다다른 번역본에는 마지막 문장이 없다.
011_0283_b_02L轉女身菩薩說樂瓔珞莊嚴方便經具足竟自轉女身至具足竟凡十七字余本所無
樂瓔珞莊嚴方便品經
己亥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