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11_0285_a_01L육도집경(六度集經) 제1권
011_0285_a_01L六度集經卷第一

오(吳) 강거국(康居國) 사문(沙門) 강승회(康僧會)한역
011_0285_a_02L吳康居國沙門康僧會譯

1. 보시도무극장(布施度無極章) ① [여기에 10장이 있음]
011_0285_a_03L布施度無極章第一 此有一十章

이와 같이 들었다.
011_0285_a_04L聞如是
한때 부처님께서 왕사성(王舍城)의 요산(鷂山)에 계셨는데, 그때 5백 명의 응진(應眞: 아라한)과 천 명의 보살이 자리를 같이하였다. 그 가운데 아니찰(阿泥察)이라는 보살은 부처님께서 경을 설하시면 항상 마음을 차분히 하고 정성껏 들었으며, 적연(寂然)히 딴 생각이 없고 오로지 경에만 뜻이 있었다.
부처님[衆祏]께서 아시고, 미치기 어려운 높은 수행인 보살의 6도무극[度無極]을 말씀하시어 빨리 부처가 되게 하셨다. 무엇이 6도무극인가? 첫째는 보시(布施)요, 둘째는 지계(持戒)요, 셋째는 인욕(忍辱)이요, 넷째는 정진(精進)이요, 다섯째는 선정(禪定)이요, 여섯째는 지혜[明度無極高行]이다.
011_0285_a_05L一時佛在王舍國鷂山中與五百應儀菩薩千人共坐中有菩薩名阿泥察佛說經道常靖心惻聽寂然無念意定在經衆祐知之爲說菩薩六度無極難逮高行疾得爲佛何謂爲六一曰布施二曰持戒三曰忍辱四曰精進五曰禪定六曰明度無極高行
보시도무극(布施度無極)이란 어떠한 것인가? 대자(大慈)의 마음으로 사람을 기르고, 삿된 무리를 불쌍히 여기며, 어진 자를 기뻐하여 제도[度]를 이루게 하며, 중생을 보호하여 건져 주며, 천지(天地)의 한계를 받지 않고 혜택이 널리 강과 바다에까지 미친다. 중생에게 보시하되, 굶주린 자를 먹이고, 목마른 자를 마시게 하고, 추위에 옷을 주고 더위에는 시원하게 하여 주며, 앓는 자에게 약을 주어 낫게 하고, 수레 ㆍ말ㆍ배ㆍ 가마ㆍ진귀한 보배ㆍ처자ㆍ국토를 찾는 대로 주되, 마치 태자(太子) 수대나(須大拏)가 가난한 이에게 보시하기를, 어버이가 자식을 기르듯 하여 부왕(父王)이 가두고 쫓아냈어도 딱하게만 여기고 원망하지 아니함과 같이 하는 것이니라.
011_0285_a_12L布施度無極者厥則云何慈育人物悲愍群邪喜賢成度護濟衆生跨天踰地潤弘河海布施衆生飢者食之渴者飮之寒衣熱涼疾濟以藥車馬舟輿衆寶名珍妻子國土索卽惠之猶太子須大拏布施貧乏若親育子父王屛逐愍而不怨
011_0285_b_01L
1
예전에 보살이 그 마음이 진리에 통달하였다. 세상이 무상하여 영화와 목숨을 보전하기 어려움을 알아 재물을 다 보시하였다. 천제석(天帝釋)이, 보살이 중생을 자비심으로 기르며 보시로 무리를 구제하는 데 공훈이 높고 높으며, 덕이 시방보다 무거운 것을 보고서 자기의 지위를 빼앗길까 두려워하여 변화로 지옥을 만들어서 그 앞에 나타나게 하였다. 그리고 말하였다.
“보시하여 중생을 구제하면 죽어서 혼령이 태산(太山)지옥에 들어가 태우고 지지며 여러 가지 독을 주어 해함을 받느니라. 그래도 네가 이것을 하겠느냐?”
보살이 말하였다.
“어찌 덕을 베푸는데 태산지옥에 들어간다고 하느냐?”
제석이 말하였다.
“네가 믿지 않는구나. 죄인에게 물어 보는 것이 좋으리라.”
보살이 물었다.
“너는 어떠한 인연으로 지옥에 있게 되었느냐?”
죄인이 말하였다.
“저는 예전에 세상에서 집을 비워서 궁한 이를 구제하고 여러 가지 액난을 건져 주었는데, 그랬더니 이제 무거운 죄를 받아서 태산지옥에 있게 되었습니다.”
보살이 물었다.
“인자한 은혜를 베푸는 자가 재앙을 얻는다면 보시를 받는 자는 어떠한가?”
제석이 말하였다.
“은혜를 받는 자는 죽어서 천상에 오르느니라.”
011_0285_a_18L昔者菩薩其心通眞睹世無常榮命難保盡財布施天帝釋睹菩薩慈育群生布施濟衆功勳巍巍德重十方懼奪己位因化爲地獄現于其前曰布施濟命終魂靈入于太山地獄燒煮萬毒爲施受害也爾惠爲乎菩薩報曰有施德而入太山地獄者乎釋曰其不信可問辜者菩薩問曰爾以何緣處地獄乎罪人曰吾昔處世空家濟窮拯拔衆厄今受重辜處太山獄菩薩問曰仁惠獲殃受施者如之乎釋曰受惠者命終昇天
보살이 말하였다.
“내가 구제하고자 는 것은 오직 중생이니 그대의 말과 같다면 진실로 내가 원하는 것이다. 은혜를 베풀어서 죄를 받는다면 내가 반드시 해야 하리라. 자기를 희생하여 중생을 건짐은 보살의 높은 뜻이 아닌가.”
제석이 말하였다.
“그대는 무엇에 뜻을 두고 원하기에 이러한 높은 행을 숭상하는 것인가?”
“나는 부처를 구하여 중생을 구제해서 니원[泥洹: 열반]을 얻게 하여 생사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함이로다.”
제석이 거룩한 뜻을 듣고 물러나 머리를 조아리며 말하였다.
“실로 보시로 중생을 사랑하여 구제했는데 복은 멀어지고 화를 받게 되어 태산지옥에 들어가는 경우는 없습니다. 당신의 덕이 하늘과 땅을 움직여 나의 지위를 빼앗을까 두려웠으므로 짐짓 지옥을 만들어 보여서 당신의 뜻을 현혹했던 것입니다. 어리석게 성인을 기만하였으니 그 무거운 허물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이렇게 뉘우쳐서 사과하고는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갔다.
보살은 자비로운 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慈惠度無極], 보시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011_0285_b_08L菩薩報曰之拯濟唯爲衆生假如子云誠吾願慈惠受罪吾必爲之危己濟衆薩上志也釋曰爾何志願尚斯高行答曰吾欲求佛擢濟衆生令得泥洹不復生死釋聞聖趣因卻叩頭曰無布施慈濟衆生遠福受禍入太山獄者也子德動乾坤懼奪吾位故示地獄以惑子志耳愚欺聖人原其重旣悔過畢稽首而退菩薩慈惠度無極行布施如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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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전에 보살이 큰 나라의 왕이 되었는데, 이름은 살바달(薩波達)이었다. 중생에게 보시하여 그들이 구하는 바를 마음껏 주었으며, 액난을 딱하게 여기고 구제하기에 항상 비창(悲愴)함이 있었다. 천제석이 왕의 인자한 은혜과 덕이 시방에 덮인 것을 보았고, 천신(天神)ㆍ귀(鬼)ㆍ용(龍)들이 모두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을 들었다.
“천제의 높은 지위도 처음에는 없는 것이다. 보통 사람이 계율을 갖추어 고상한 행동을 하며, 자비롭고 은혜로우며 복덕이 융성하면 목숨이 다한 뒤 혼신이 옮겨 와 곧 천제가 되는 것이다.”
곧 자신의 지위를 빼앗길까 두려워 가서 시험하여 참인지 거짓인지 알아보고자 하였다. 천제가 변방의 왕에게 일렀다.
“이제 저 인간의 왕의 인자한 혜택이 만물을 적시고 복과 덕이 매우 높으니, 나의 천제의 지위를 빼앗을 생각을 할까 두렵다. 너는 비둘기로 변화하여 빨리 왕의 처소로 가서 거짓으로 떨면서 저 왕에게 구원하여 달라고 애걸하라. 왕은 인자하므로 반드시 너를 보호하리라. 나는 곧 그 뒤를 따라서 왕에게 너를 내어 놓으라고 할 것이고, 그러면 왕은 끝내 돌려주지 않고 반드시 저자에서 파는 고기로 충당하려고 할 것이다. 그때 나는 억지를 써서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왕의 마음이 맑고 참되다면 마침내 자신의 살을 베어서 그 중량만큼을 충당하려 할 것이다. 그런데 저울질함을 따라서 비둘기의 무게가 자꾸만 무거워지도록 하면 살이 다하고 몸이 아파서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니, 후회하는 생각이 있으면 뜻한 바를 이루지 못하게 되리라.”
011_0285_b_18L昔者菩薩爲大國王號薩波達布施衆生恣其所索愍濟厄難常有悲愴天帝釋睹王慈惠德被十方天神鬼龍僉然而曰天帝尊位初無常人具行高慈惠福隆命盡神遷則爲天懼奪己位欲往試之以照眞僞命邊王曰今彼人王慈潤霶霈福德巍巍恐于志求奪吾帝位爾化爲鴿疾之王所佯恐怖求哀彼王彼王仁必受爾歸吾當尋後從王索爾終不還必當市肉以當其處吾詭不王意淸眞許終不違會自割身肉以當其重也若其秤肉隨而自重盡身痛其必悔矣意有悔者所志不
011_0286_a_01L제석은 곧 매로 변화하고 변방의 왕은 비둘기로 변화하였다.
비둘기가 잽싸게 날아서 와서 발 밑으로 들어가서 떨면서 말하였다.
“대왕님 살려 주십시오. 제가 죽게 되었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떨지 말아라. 내가 너를 살려 주리라.”
매가 곧 뒤쫓아와서 왕을 향하여 말하였다.
“나의 비둘기가 이리로 왔는데, 비둘기는 나의 밥이니, 원컨대 임금님은 돌려주시오.”
왕이 말하였다.
“비둘기가 와서 목숨을 부탁하기에 이미 그 청을 받았다. 내가 신의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기에 끝내 어길 수가 없노라. 네가 구태여 고기를 구한다면 내가 너를 만족하게 백 배만큼의 무게를 주리라.”
매가 말하였다.
“나는 오직 비둘기가 필요할 뿐, 그 나머지 고기는 소용이 없습니다. 임금님은 은혜를 베푼다고 하면서 어찌하여 나의 밥을 빼앗습니까?”
“이미 저의 생명을 보장하였으니 신의의 중함은 천지와 같은지라, 어떻게 어기는 마음을 내겠느냐? 마땅히 무엇을 주면 네가 비둘기를 놓아 주고 기꺼이 가겠느냐?”
“만약 임금님께서 인자한 혜택으로 반드시 중생을 건지신다면 임금님 몸의 살을 베어서 비둘기와 같은 만큼의 것을 주신다면 내가 흔연히 받겠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좋다.”
그리고는 곧 스스로 넓적다리의 살을 베어 달아서 비둘기의 무게와 같게 하려 하였다. 비둘기의 무게가 왕의 무게를 넘어 자꾸만 베어서 보태었으나 노상 그러하므로 몸뚱이의 살을 온통 다하였으나 무게가 같아지지 않았다. 살을 베어 낸 자리는 아프기가 한량없었으나 왕은 인자한 마음으로 참으며 비둘기를 살리기만 원하였으므로 또 측근의 신하에게 명하였다.
“너는 어서 나를 죽여 골수를 달아서 비둘기의 무게와 같게 하라. 나는 모든 부처님을 받들고 바르고 참된 소중한 계(戒)를 받았다. 중생의 위급과 액난을 구제함에 비록 여러 가지 사악(邪惡)한 번뇌가 있다 한들 마치 작은 바람과 같으니, 어찌 태산을 움직일 수 있으랴.”
011_0285_c_10L釋卽化爲鷹邊王化爲鴿鴿疾飛趣于王足下恐怖而云大王哀我命窮矣王曰莫恐莫恐吾今活汝尋後至向王說曰吾鴿爾來鴿是吾願王相還王曰鴿來以命相歸受其歸吾言守信終始無違爾茍得吾自足爾令重百倍鷹曰吾唯欲鴿不用餘肉希王當相惠而奪吾食王曰已受彼歸信重天地何心違之乎當以何物令汝置鴿歡喜去矣鷹曰若王慈惠必濟衆生者割王肌肉令與鴿等吾欣而受之王曰大善卽自割髀肉秤之令與鴿重等鴿踰自重自割如斯身肉都盡未與重等身瘡之痛其爲無量王以慈忍心願鴿活又命近臣曰爾疾殺我秤髓令與鴿重等吾奉諸佛受正眞之重戒濟衆生之危厄雖有衆邪之惱猶若微風焉能動太山乎
매가 왕의 마음이 도를 지켜 옮기지 않고 인자한 혜택이 같기 어려움을 알고 각기 본래의 몸으로 돌아갔다.
제석과 변방의 왕이 땅에 머리를 조아리고 말하였다.
“대왕이여, 무엇을 지향하시기에 뇌고가 이와 같으십니까?”
왕이 말하였다.
“나는 천제석이나 비행황제(飛行皇帝)의 지위를 목표로 하지 않노라. 내가 보니 중생들의 눈이 멀고 어둠에 빠져서 3존(尊)을 보지 못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지 못하고, 흉한 재앙의 행동을 마음대로 하다가 몸을 무택(無擇)의 지옥에 던지니, 이 어리석음을 보매 측은하고 슬퍼서 부처 되기를 구하여 중생의 곤액을 구제하여 니원을 얻게 하고자 함이로다.”
천제가 놀라 말하였다.
“저는 대왕이 제 지위를 빼앗고자 한다고 여겨 어지럽힌 것입니다. 장차 무엇이든지 시킬 것은 없습니까?”
왕이 말하였다.
“내 몸의 상처를 전과 같이 낫게 하여 나로 하여금 보시하고 중생을 구제하는 일을 지금보다 더 높이도록 하여 달라.”
천제가 곧 천의(天醫)를 시켜 신약(神藥)을 몸에 바르게 하니, 상처가 나아 기색과 역량이 전보다도 나아졌고 몸의 상처도 순식간에 말끔히 나았다.
제석이 물러나 머리를 조아리고 왕의 둘레를 세 번 돌고는 기뻐하면서 갔는데, 이 뒤로 보시를 전보다 더하였다.
보살은 자비로운 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보시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011_0286_a_05L鷹照王懷守道不移慈惠難齊各復本身帝釋邊王稽首于地曰大王欲何志尚惱苦若人王曰吾不志天帝釋及飛行皇帝之位吾睹衆生沒于盲冥不睹三不聞佛教恣心于凶禍之行投身于無擇之獄睹斯愚惑爲之惻愴誓願求佛拔濟衆生之困厄令得泥洹帝驚曰愚謂大王欲奪吾位故相擾將何勅誨王曰使吾身瘡愈復如令吾志尚布施濟衆行高踰今帝卽使天醫神藥傳身瘡愈色力踰身瘡斯須豁然都愈釋卻稽首王三帀歡喜而去自是之後布施踰菩薩慈惠度無極行布施如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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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전에 보살이 몹시 가난하고 곤궁하여, 여러 장사하는 사람들과 함께 다른 나라에 갔었다. 그들은 다 부처님을 믿는 마음이 있어서 궁핍한 이에게 보시하며 중생을 제도하였다.
그들이 말하였다.
“모두 다 인자하고 은혜롭거늘 그대는 장차 무엇을 베풀겠는가?”
보살이 대답하였다.
“무릇 몸뚱이는 빌린 것이라 버리지 않을 수 없다. 내가 바다의 고기들을 보니 크고 작은 것이 서로 잡아먹으니 마음이 슬퍼지노라. 내가 마땅히 이 몸으로 저 작은 놈을 대신하여 잠깐 동안의 목숨이라도 보존하게 하리라.”
그리고는 곧 스스로 몸을 바다에 던지니 큰 고기는 배가 불렀고, 작은 놈은 살게 되었다.
혼령은 변화하여 전어(鱣魚)의 왕이 되었는데, 몸의 크기가 수 리(里)나 되었다.
011_0286_a_19L昔者菩薩貧寠尤困與諸商人俱之他國其衆皆有信佛之志布施窮乏濟度衆生等人僉曰衆皆慈惠爾將何施答曰夫身假借之類靡不棄捐吾睹海魚巨細相吞心爲愴愴吾當以身代其小者令得須臾之命也自投海海大魚飽小者得活魂靈化爲鱣魚之王身有里數
해변에 나라가 있었는데, 그 나라에 가뭄이 들어서 백성들이 굶주려 서로 잡아먹었다. 고기의 왕이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중생들이 소요(騷擾)하니 그 얼마나 고통스러우랴. 내 몸에 수 리에 뻗치는 살이 있으니, 저 백성들에게 제공하면 열흘이나 달포의 궁핍은 면하게 되리라.”
곧 몸을 솟구쳐서 그 나라 바닷가에 오르니 온 나라 사람들이 뜯어먹었지만 생명은 붙어 있었다. 살을 뜯기기 두어 달이었지만 고기가 오히려 살아 있으므로 천신이 내려와서 말하였다.
“네가 그렇게 고통을 참고 어떻게 견디느냐? 왜 목숨을 끊지 않느냐? 고통을 떠날 수 있을 터인데.”
고기가 말하였다.
“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 혼이 나가고 몸이 썩어 버려서 백성들은 다시 굶주리고 서로 잡아먹고 할 것이니, 내가 차마 볼 수 없을 것이 느껴지노라.”
천신은 탄복하여 말하였다.
“보살이 품은 자비는 짝하기가 어렵도다.”
그리고는 마음 아파하면서 말하였다.
“그대는 반드시 부처님이 되어서 우리 중생을 제도하리라.”
011_0286_b_04L海邊有國其國枯旱黎庶飢饉更相吞噉魚爲流淚衆生擾擾其苦痛哉吾身有里數之肉可供黎民旬月之乏卽自盪身上于國渚擧國噉之以存生命肉數月而魚猶生天神下曰爾爲忍其可堪哉何不放壽可離斯痛也魚曰吾自絕命神逝身腐民後飢饉將復相噉吾不忍睹心爲其感矣菩薩懷慈難齊天爲傷心曰爾必得度吾衆生矣
어떤 사람이 도끼로 그의 머리를 잘라 가니, 고기는 그때에야 죽었다.
혼령은 곧 감응하여 왕이 되었는데, 태자로 나면서부터 높고 성스러운 지혜가 있었다. 4은(恩)으로 자비를 넓히고 은택이 2의(儀)와 가지런하며, 백성의 곤궁을 불쌍히 여겨 말하는데 목이 메었다. 그러나 나라는 아직도 가물어 마음을 다스리고 재계를 엄숙히 하면서 식사를 물려 헌상[獻]을 끊고, 머리를 조아려 참회하였다.
“백성 착하지 않은 것은 허물이 내게 있습니다. 원컨대 내 목숨을 죽이고 백성에게 비의 혜택을 주옵소서.”
날마다 애통해 하니 마치 지극한 효자가 거룩한 아버지의 상(喪)을 당한 것과 같았다.
이 정성이 먼 데까지 뻗쳐서 부처님들이 아시고 5백 분이 그 나라 지경에 오셨다.
011_0286_b_14L有人以斧斫取其首時死矣魂靈卽感爲王太子生有上聖之明四恩弘慈潤齊二儀愍民困言之哽咽然國尚旱靖心齊肅退食絕獻頓首悔過曰民之不善咎在我身願喪吾命惠民雨澤日日哀慟猶至孝之子遭聖父之喪矣精誠達卽有各佛五百人來之其國界
011_0286_c_01L 왕은 듣고서 기쁜 마음뿐이어서 몸이 없는 것과 같았다. 받들어 맞아들여서 예배하고 정전(正殿)으로 모셨다. 황후도 태자도 엄숙히 하여 정성을 다하지 않음이 없었다. 가장 맛난 음식과 법복(法服)을 바쳐서 모자람이 없이 하고, 온몸을 땅에 던져 예배하고, 머리를 조아려 울면서 말하였다.
“제가 마음이 더럽고 행실이 흐려서 3존(尊)과 4은(恩)의 가르침에 맞지 않아 백성들로 하여금 고난을 받게 하였습니다. 죄가 마땅히 이 몸을 쳐서 백성에게 덕을 입혀야 하오리다. 가뭄이 여러 해 계속되어 백성들이 굶주리니 원통하고 마음이 아프옵니다. 원컨대 백성들의 재앙을 없애고 그 재앙으로 내 죄를 벌하소서.”
모든 부처님들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는 어진 임금이오. 사랑하고 측은해 하며 어질고 은혜로워 덕이 제석과 같기에 모든 부처님께서 널리 아시오. 이제 그대에게 복을 주노니 슬퍼하지 마시오. 곧 백성에게 신칙하여 모두 곡식을 심게 하라.”
왕이 곧 명령과 같이 하였다. 남녀가 생업에 나아가니 집마다 다스려지지 않는 것이 없었다. 벼는 변화하여 박[蓏]이 되었는데, 농신(農臣)이 물으니, 왕은 “익기를 기다리라” 하였다. 박 열매가 나라를 덮었는데, 속에는 모두 벼나 보리[稻穬]가 두어 휘[斛]씩 들어 있었다. 그 맛은 향기로워 온 나라에 향기가 가득하니 나라가 온통 기뻐서 왕의 덕을 찬탄하였고, 네 이웃에 원수였던 나라들이 모두 신하라 일컬었으며, 백성들이 구름처럼 모여드니, 나라의 지경이 날로 늘어났다. 온 나라가 계를 지키고 3존에 귀의하였으며 목숨을 마친 뒤에는 다 천상에 태어났다.
011_0286_b_21L聞心喜悅若無身奉迎稽首請歸正殿皇后太子靡不肅虔最味法服供足所乏五體投地稽首叩頭涕泣而吾心穢行濁不合三尊四恩之教苦酷人民罪當伐己流被下劣枯旱累載黎庶飢饉怨痛傷情願除民災以禍罪我諸各佛曰爾爲仁君慈惻仁惠德齊帝釋諸佛普知今授汝福愼無慼也便疾勅民皆令種穀王卽如命男女就業家無不修稻化爲蓏農臣以聞王曰須熟蓏實覆國皆含稻穬中容數斛其味苾芬香聞一國擧國欣懌歎詠王德四境讎國皆稱臣妾黎民雲集國界日長率土持戒歸命三尊王及臣民壽終之後皆生天上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때 가난했던 사람은 바로 나였느니라. 여러 겁을 인자한 혜택으로 중생을 구제했기에 그 공이 헛되지 않아서 이제 그 과보로 부처가 되었으며, 호(號)는 천중천(天中天)으로서 3계(界)의 영웅이 된 것이다.”
보살은 자비로운 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보시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011_0286_c_14L佛言時貧人者吾身是也累劫仁惠拯濟衆生功不徒朽今果得佛號天中天爲三界雄菩薩慈惠度無極行布施如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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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예전에 보살이 서심(逝心: 바라문)이 되어 항상 산과 늪에 살고 있었다. 전일하게 도를 생각하고 악을 범하지 않았으며, 과일을 먹고 물을 마셔 조금도 쌓아 두는 일이 없었고, 중생이 우치하여 스스로 쇠망함을 인자하게 염려하여 매양 위급과 액난을 보면 목숨을 걸고 구제하였다.
과일을 찾아 나섰다가 길에서 젖먹이는 범을 만났다. 범이 젖을 먹인 뒤라 피곤과 굶주림이 덮쳐 왔으나 먹을 것이 없어 마음이 거칠어져서 도리어 새끼를 먹으려 하였다. 보살이 보다가 마음이 슬퍼져서 중생들이 세상에 처하매 근심과 고통이 한량이 없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어미와 자식이 서로 먹는다면 그 고통은 형언하기 어려운 것이다’ 하고, 목이 메어 눈물을 흘리면서 몸을 돌려 사방을 돌아보았으나 어미 범에게 먹여서 새끼의 목숨을 건질 만한 것이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
가만히 스스로 생각하였다.
‘대체로 범은 육식하는 종류이다. 깊이 생각해 보면 내가 뜻을 세우고 도를 배우는 것은 오로지 중생이 무거운 고통에 빠져 있어 그들을 구제하여 재앙을 없이 하고 신명(身命)을 길이 편안하게 하고자 함이다. 내가 뒤에 늙어 죽으면 몸뚱이는 내버리고 마는 것을, 차라리 자비와 은혜로 중생을 구제하여 덕을 이룸만 같지 못하다.’
그리고는 곧 머리를 범의 입 속에 던졌는데, 이것은 빨리 죽어서 아픔을 모르게 하고자 함이었다. 범의 어미와 새끼가 함께 구제되었다.
모든 부처님들이 덕을 찬탄하여 높은 성인과 공(功)이 같다고 하셨고, 하늘ㆍ용ㆍ선한 신들로서 도에 뜻이 있는 자들이 슬퍼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나아가 구항(溝港: 수다원)이 되고, 빈래(頻來: 사다함)ㆍ불환(不還: 아나함)ㆍ응진(應眞: 아라한)ㆍ연일각(綠一覺: 연각)이 되었으며,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발하니, 이러한 용맹한 뜻이 모든 보살을 넘어서서 9겁 전에 5탁(濁)에서 천상과 인간의 스승[天人師]이 될 것을 서원하였고, 모든 5역(逆)과 10악(惡)을 제도하며 거짓된 것으로 하여금 도에 따르도록 하였다.
보살은 자비로운 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보시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011_0286_c_17L昔者菩薩時爲逝心恒處山澤專精念道不犯諸惡食果飮水不畜微餘慈念衆生愚癡自衰每睹危厄沒命濟之行索果蓏道逢乳虎虎乳之疲困乏食飢饉心荒欲還食子薩睹之愴然心悲哀念衆生處世憂苦其爲無量母子相吞其痛難言咽流淚迴身四顧索可以食虎以濟子命都無所見內自惟曰夫虎肉食之類也深重思惟吾建志學道但爲衆生沒在重苦欲以濟之令得去禍身命永安耳吾後老死身會棄捐如慈惠濟衆成德卽自以首投虎口以頭與者欲令疾死不覺其痛耳虎母子俱全諸佛歎德上聖齊功龍善神有道志者靡不愴然進行或得溝港頻來不還應眞緣一覺有發無上正眞道意者以斯猛志跨諸菩薩九劫之前誓於五濁爲天人師諸逆惡令僞順道菩薩慈惠度無極行布施如是

5
예전에 보살이 큰 나라의 왕이 되었는데, 나라 이름은 건이(乾夷)였고, 왕의 이름은 편열(偏悅)이었다. 속은 현명하고 겉은 인자하여 얼굴이 온화하고 단정하였다. 백성들이 그를 따라서 감화되니 옥에는 죄수가 없었다. 가난한 백성들에게 구하고 찾는 바대로 넉넉하게 주니, 인자한 혜택이 고루 적시어 은혜가 제석(帝釋)과 같았다.
011_0287_a_15L昔者菩薩爲大國王國名乾夷王號偏悅內明外仁顏和正平民從其化獄無繫囚黎民貧乏恣所求索慈惠和潤恩如帝釋
타국의 바라문이, 이 왕이 인자하게 보시하며 무리들이 욕구하는 대로 좇는다는 것을 듣고, 사특한 무리들이 질투하여 거짓된 것으로써 참된 것을 헐었다.
궁문(宮門)에 나아가서 말하였다.
“내가 들으니, 현명한 왕은 백성들의 곤핍함을 건져 주되 하늘의 혜택이 널리 덮임과 같다고 한다.”
곧 호위하는 병사에게 고하였다.
“그대는 임금님께 알려 드리겠는가?”
측근의 신하가 알리니 왕이 곧 나타났다.
011_0287_a_19L他國逝心服王仁施從衆所欲群邪妒嫉以僞毀眞詣宮門曰吾聞明王濟黎民之困乏猶天潤之普覆告衛士曰爾可聞乎近臣以聞王卽現矣
011_0287_b_01L바라문이 말하였다.
“현명하신 임금님, 어지신 혜택이 사국(四國)에 미치니 유정[有識]들이 감탄하지 않음이 없사옵니다. 제가 감히 원하는 바를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왕이 매우 좋다고 하니 바라문이 말하였다.
“천왕은 보시를 숭상하여 구한즉 어김이 없다고 합니다. 때에 마땅히 사람의 머리를 써야 할 일이 있으니 원컨대 임금님의 머리를 빌려 소망에 맞게 하여 주십시오.”
왕이 말하였다.
“내 머리가 무엇이 좋아서 얻고자 하는가? 내게 많은 보배가 있으니 그대에게 주리라.”
바라문은 받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공장(工匠)을 시켜서 7보로 머리를 만들어서 수백 개나 주어 보았으나, 바라문은 오직 왕의 머리라야만 한다고 하였다.
011_0287_a_23L逝心現曰明王仁澤被于四國有識之類靡不咨嗟敢執所願欲以上聞王曰大善逝心曰王尚施求則無違時宜應用人首爲願乞王首以副望矣王曰吾首何好而欲得之乎吾有衆寶益以惠子心不受又使工匠作七寶首各數百以與逝心逝心曰唯欲王首耳
왕은 일찍이 사람을 거스린 적이 없었다. 곧 스스로 전각에서 내려와서 머리를 풀어 나무에다 매고, “내 머리를 그대에게 주노라” 하였다.
바라문이 칼을 빼어 들고 달려갔다. 수신(樹神)이 보고 그 무도함을 괘씸하게 여겨 손으로 그 뺨을 쳤다. 그러자 몸이 뒤틀리고 얼굴이 반대로 돌아갔으며, 손은 늘어지고 칼은 떨어졌다. 왕은 평안함[平康]을 얻었다. 신하와 백성들이 만수무강을 빌면서 기쁨과 슬픔이 서로 뒤섞였고, 모든 하늘은 덕을 찬탄하면서 참보시[內施]라 하였으며, 사천왕이 옹호하고 모든 악독한 것이 없어지니, 국토 안에 병이 없으며 오곡은 풍성하게 익고 감옥은 헐려서 임금과 신하가 기쁨으로 가득하였다.
011_0287_b_07L王未嘗逆人卽自下殿以髮纏樹曰吾以首惠子逝心拔刀疾步而進樹神睹之忿其無道以手搏其頰身卽繚戾面爲反向手垂刀隕王得平康臣民稱壽悲喜交集諸天歎德可謂內施四王擁護衆毒消歇境界無病穀豐熟牢獄裂毀君民欣欣
부처님께서 모든 사문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의 건이국왕은 나이고, 바라문은 조달(調達)이으니라.”
보살은 자비로운 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보시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011_0287_b_14L佛告諸沙門時乾夷國王者卽吾身也逝心調達是菩薩慈惠度無極行布施如是

6
예전에 보살이 큰 나라의 왕이 되었다. 백성을 다스리되, 자비로써 하며 자기를 미루어 저들을 헤아렸다. 달마다 순행하면서 가난한 자를 구제하였고, 홀아비와 과부에게는 약과 미음을 주었으며, 순행할 적에 매양 명령하여 뒷 수레에는 여러 가지 보배와 의복과 의약품을 갖추어 실었으며, 죽은 자가 있으면 장사 지내어 주었다.
항상 가난한 백성을 보면 문득 자책하였다.
‘임금이 덕이 없어서 백성이 궁한 것이다. 임금이 부유하고 덕이 있으면 백성의 집이 유족할 터인데, 이제 백성이 가난하니 이것은 곧 내가 가난한 때문이로다.’
왕의 자비함이 이러하니 그 이름이 시방에 덮였다.
011_0287_b_17L昔者菩薩爲大國王理民以慈恕已度月月巡行貧乏拔濟鰥寡疾藥糜粥每出巡狩則命後車具載衆寶衣被醫藥死者葬之每睹貧民輒自咎責君貧德民窮矣君富德民家足今民則吾貧矣王慈若斯名被十方
011_0287_c_01L 두 번째가 된 제석(帝釋)은 그 자리가 뜨거워졌다.
제석의 마음이 두려워져서 말하였다.
“저의 덕이 저렇게 높으니 반드시 내 자리를 빼앗을 것이다. 내가 그 뜻을 부수리니, 그런 행동은 곧 끝날 것이다.”
곧 스스로 변화하여 늙은 바라문이 되어서 왕에게 가서 은전 1천을 빌었다. 왕이 곧 주니, 그는 말하였다.
“나는 늙어서 도둑이 무서우니 임금님께서 맡아 주시오.”
왕은 우리 나라에는 도둑이 없다고 하였으나, 거듭 맡아 달라고 하여 받아 두었다.
011_0287_b_23L二帝釋坐爲其熱釋心卽懼曰彼德巍巍必奪吾位吾壞其志行卽畢乎便自變化爲老梵志從王乞銀錢一王卽惠之吾西 ((穴/老)) 恐人盜之以寄王王曰吾國無盜重曰寄王卽受之
하늘이 또 다른 바라문으로 변화하여 궁문에 나아가니, 측근의 신하가 알려서 왕이 곧 그를 만났다.
바라문이 감탄하여 말하였다.
“대왕의 공과 명성이 팔극(八極)에 유포되고 덕행이 희유하십니다. 이제 멀리 와서 빌고자 하는 것이 있습니다.”
왕이 매우 좋다고 하니 그는 또 말하였다.
“내가 전생에 복이 엷어서 범상한 서민층에 태어났으므로 높은 영화를 흠모하오니 이 나라를 빌려 주십시오.”
왕이 대단히 좋다고 하고 곧 처자와 더불어 간편한 수레를 타고 떠났다.
011_0287_c_06L天又化爲梵志詣宮門近臣以聞王卽現之梵志歎曰大王功名流布八極德行希有今故遠來欲有所乞王曰甚善吾宿薄祐生在凡欣慕尊榮欲乞斯國王曰大善與妻子輒輕乘而去
천제가 또 다른 바라문으로 변화하여 왕에게 쫓아가서 수레를 달라고 하니 수레와 말을 주어 버리고 처자를 데리고 길을 걸어서 산을 의지하고 머물러 잤다.
다섯 가지 신통을 얻은 도사가 왕과 전부터 벗이었는데, 왕의 덕을 생각하니 그의 숙소가 보였고, 그가 잃어버린 나라도 보였다. 마음을 고요히 하고 숨을 고르니, 천제석이 탐욕과 질투로 나라를 빼앗아 버려서 나라가 지치고 병들어 있는 것도 보였다.
도사가 신족(神足)으로써 홀연히 왕이 있는 곳에 가서 말하였다.
“장차 무엇을 구하기에 이다지도 수고로운가?”
왕이 말하였다.
“내가 뜻하는 바를 그대가 잘 알지 않는가?”
도사가 곧 변화로써 하나의 수레를 만들어서 왕에게 주고 새벽에 각각 헤어졌다.
011_0287_c_11L天帝復化爲梵從王乞車以車馬惠之與妻子進依山止宿#有五通道士與王爲友憶王德仰視其宿睹之失國靖心禪睹天帝釋貪嫉奪國委頓疲疵士以神足忽然之王所將欲何求勞志若茲吾志所存子具知之士卽化爲一轅之車以送王還晨各離矣
011_0288_a_01L 제석이 다시 바라문이 되어 그 수레를 달라고 하였다. 곧 또 주어버리고 그 나라에서 나아가다가 수십 리도 못 되었는데, 제석이 다시 처음의 바라문으로 화현하여 와서는 은전을 찾았다.
왕이 말하였다.
“내가 나라를 남에게 주고 떠나온 중에 그대의 돈을 잊었노라.”
바라문은 3일 안으로 반드시 돈을 돌려달라고 하였다.
왕이 곧 처자를 각각 어떤 집에 볼모로 잡히고 은전 1천을 얻어서 바라문에게 돌려주었다.
아내는 볼모로 있는 집에서 그 집 딸을 모셨는데, 딸이 목욕할 때에 몸의 값진 패물을 시렁에 걸어 두었는데 제석이 변화하여서 매가 되어 그 옷과 보배를 후리어 갔다. 딸은 종이 훔친 것이라 하여 구속하여 옥에 가두었다. 그 아이는 볼모 집 아이와 함께 잤는데, 제석이 밤에 가서 볼모 집 아이를 죽이니, 그 집에서는 아이를 잡아서 옥에 보내었다.
모자가 함께 갇혀 굶주리고 몸이 헐었으며, 구원이 없는 것을 탄식하며, 종일토록 울었다. 마침내 죄가 이루어져 저자에 버려지게 되었다.
011_0287_c_19L天化爲梵志復乞其車卽復惠之轉進未至彼國數十里天復化爲前梵志來索銀錢王曰吾以國惠人忘子錢梵志曰三日必還吾錢王卽以妻子各質一家得銀錢一千以還梵志妻侍質家女女浴脫身珠璣衆寶以懸著架天化爲鷹撮衣寶去女云婢盜錄之繫獄其兒與質家兒俱臥天夜往殺質家兒矣死家取兒付獄母子俱繫飢饉毀形呼嗟無救吟泣終日罪成棄市
왕이 품팔아서 얻은 은전 1천으로 처자의 속전을 바치려 저자로 찾아다니다가 그들을 보고, 곧 시방의 모든 부처님을 생각하면서 스스로 허물을 뉘우치며 말하기를, “나의 전생의 악이 이에 이르게 한 것인가” 하고, 마음을 고요히 하고 선정에 들었다.
신통의 밝음을 얻어 제석이 한 짓을 보았다. 공중에서 소리가 났다.
“어찌 빨리 그들을 죽이지 않느냐?”
왕이 말하였다.
“내가 들으니, 제석은 중생을 널리 건져서 있는 그대로의 마음[赤心]으로 딱하게 여기며 길러 주는 것이 인자한 어머니보다도 더하니, 피가 있는 무리들이 혜택을 입지 않음이 없다고 한다. 그대는 악연으로는 제위(帝位)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제석이 중한 독을 품은 죄악이 성숙하여 산 채로 태산지옥에 들어갔다. 천상과 인간과 용과 귀신으로서 좋아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011_0288_a_06L王賃得銀錢一千贖妻歷市睹之卽存念十方諸佛自悔過曰吾宿命惡乃致茲乎靖心入禪神通之明睹天所爲空中有聲何不急殺之乎王曰吾聞帝釋普濟衆生赤心惻愴育過慈母含血之類莫不蒙祐爾爲無惡緣獲帝位乎釋懷重毒惡熟罪成生入太山天人龍鬼莫不稱善
지주(地主)의 왕은 곧 처자의 죄를 풀어 주었다.
두 왕이 서로 보고 그 원인을 물어서 연유를 낱낱이 말하니, 나라에 온통 눈물을 흘리지 않는 이가 없었다.
지주의 왕은 나라를 나누어서 다스리자고 하였으나 고국의 신민들이 왕의 소재를 알고 온 나라가 받들어 맞으니, 두 나라의 임금과 백성들이 한편으로는 애석해 하고 한편으로는 기뻐하였다.
011_0288_a_14L地主之王卽釋妻之罪二王相見尋問其原具陳所由國無巨細靡不墮淚地主之王分國而治故國臣民尋王所在率土奉迎二國君民一哀一喜
그 때의 왕은 곧 나였고 아내는 구이(九夷)였으며, 아들은 라운(羅云)이었고, 천제는 조달이었으며, 산중 바라문은 사리불이었고, 저 국왕은 미륵이었다.”
보살은 자비로운 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보시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011_0288_a_18L時王者吾身是妻者俱夷是子者羅云是天帝者調達是山中梵志舍利弗是彼國王者彌勒是菩薩慈惠度無極行布施如是
011_0288_b_01L
7
예전에 보살이 큰 나라의 왕이 되었다. 백성을 다스리되, 바르게 하여 마음에 치우침이 없었다. 그러나 노닐며 보는 일이 없으니 국상(國相)이 아뢰었다.
“원컨대 한 번 나아가 노니소서.”
왕이 대단히 좋다고 하고 밝은 날에 곧 나가 보니, 인민들이 기뻐하고 널리 모두 제자리를 얻었으며, 나라의 부성(富姓)들은 사는 집이 훌륭하고 아름다워 금과 은으로 기와를 이었고, 옷의 장식들이 길에서 빛나는 것을 보고 “내 나라가 풍부하다”고 하면서 매우 기뻐하였다.
궁으로 돌아와서 생각하였다.
“이 모든 부호의 집들이 나라에 무슨 이익이 되겠는가?”
곧 칙명으로 그 재산을 기록하여 군자금으로 하라고 하였다.
011_0288_a_21L昔者菩薩爲大國王理民以正心無偏頗然不遊觀國相啓曰願一出遊王曰大善明日卽出人民悅豫普得其所睹國富姓居舍妙雅瓦以金銀服飾光道吾國豐哉心甚欣豫宮憶之斯諸理家何益於國乎錄其財爲軍儲矣
한 부호가 사재(私財)가 3천만이 있다고 왕에게 상소하였다. 왕이 노하여서 말하였다.
“어찌 감히 내 앞에서 속이느냐?”
그가 대답하였다.
“어려서부터 생업을 다스렸기 때문에 무릇 사재가 있습니다. 집안의 보배는 5가(家)의 몫이요, 저의 소유가 아닙니다.”
“그러면 무엇을 사재라고 하느냐?”
“마음으로 부처님의 업(業)을 생각하고, 입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펴며, 몸으로 부처님의 일을 행하고, 5가의 것을 덜어서 부처님의 종묘를 일으키며, 성현들을 공경하여 그 의식에 이바지하며, 날고 꿈틀거리고 기어다니는 것들을 사랑으로 기르며, 마음에 편안치 아니한 바는 더하지 아니하니, 이 복덕이 저를 따름이 마치 그림자가 형체를 따름과 같은지라, 이것이 이른바 사재이옵니다. 5가의 몫이라는 것은 첫째는 물이요, 둘째는 불이요, 셋째는 도둑이요, 넷째는 관청이요, 다섯째는 목숨이 다하는 것[命盡]입니다. 몸뚱이는 가보에 속하나 그것을 세상에 버리고 홀로 가며 앙화의 문에서 갈 바를 모릅니다. 세상을 보매 환영과 같으므로 구태여 소유하지 않습니다. 5가분을 계산하면 족히 10억은 되오나 이것은 재앙의 무더기인지라 항상 몸을 위태롭게 할까 두렵거늘 어찌 감히 지니오리까? 원컨대 관에서는 이것을 가져 가서 나의 근심을 제하여 주소서.”
011_0288_b_05L有一理家其私財有三千萬以疏現王王怒曰何敢面欺乎對曰少來治生凡有私財宅中之寶五家之分非吾有也何謂私對曰心念佛業口宣佛教身行佛捐五家分興佛宗廟敬事賢衆供其衣食慈養蜎飛蠕動蚑行之類所不安不以加之斯之福德隨我所猶影隨形所謂私財也五家分者一水二火三賊四官五爲命盡身逮家寶捐之於世已當獨逝殃福之門未知所之睹世如幻故不敢有之也計五家分可有十億斯爲禍之窠藪常恐危己豈敢有之也願士衆輦之以除吾憂
011_0288_c_01L왕이 “참으로 옳은 말이로다” 하고 곧 돌려보냈다.
그리고는 재방(齋房)에 들어가서 마음을 편안히 하고 생각을 정밀히 하여 곧 깨달아서 말하였다.
“몸뚱이도 오히려 보전치 못하거늘 어찌 하물며 국토와 처자와 모든 것들을 장구(長久)하다 할 것이냐.”
곧 불경을 찬집하고 글을 외우며 뜻을 해석하여 마음의 때를 비추어 제거하고, 곧은 신하를 쓰고 충성된 간언(諫言)을 받아들이며, 나라에 대사령(大赦令)을 내리고, 백성들의 재물을 돌려주며, 관료들을 후대하고, 너그럽고 바른 것을 의논하며, 여러 신하들에게 일렀다.
“대저 불경의 묘의(妙義)와 중계(重戒)를 보지 않는 자는 귀먹고 눈먼 것이리라. 저 부호가 참으로 부하고 나만이 가난하였도다.”
곧 나라에 칙명을 내려 재보를 흩어 빈곤한 자에게 나눠 주고 백성들이 하고자 하는 바를 마음대로 하게 하며, 부처님의 절을 세우고 증번(繒幡)을 달고 향을 피우고 사문들을 공양하며, 몸소 6재(齋)를 지키니, 이렇게 하기를 3년에 사경(四境)이 편안하여 도둑이 전혀 없고, 오곡이 풍성하여 백성들에게 기한(飢寒)이 없었다.
왕은 뒤에 목숨이 다하자 곧 제2 천상에 태어났다.
011_0288_b_19L王曰誠哉斯言也卽遣之退入齋房靖心精思卽醒寤曰尚不保豈況國土妻子衆諸可得久長乎卽撰錄佛經誦文釋義心垢照進貞臣納忠諫大赦其國還民寶序群寮議寬正謂群臣曰夫不睹佛經妙義重戒者其爲聾盲矣彼理家唯我貧矣卽勅國界散出財寶給貧困恣民所欲立佛廟寺懸繒燒飯諸沙門身自六齋如斯三年境寧靖盜賊都息五穀熟成民無飢王後壽終卽上生第二天
부처님께서 모든 사문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의 왕은 나였고, 부호는 추로자(秋鷺子)였으며, 왕에게 노닐기를 권한 자는 아난이었느니라.”
보살은 자비로운 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보시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011_0288_c_07L佛告諸沙時王者吾身是理家者秋鷺子是勸王觀國者阿難是菩薩慈惠度無極行布施如是

8
예전에 보살이 큰 부호가 되었는데, 이름은 선탄(仙歎)이었다. 재산이 풍부하여 한량이 없었으나, 부처님 경전을 보고 세상은 무상하여 영화도 목숨도 보전하기 어렵고 재물도 자기의 소유가 아니니, 오직 보시하는 공덕만이 썩지 않는다고 깨달았다. 그래서 백성들에게 고하였다.
“만약 가난한 자가 있거든 원대로 취하여 가라.”
이렇게 하기 두어 달에 그때 정사(政事)는 너그럽고 백성은 부하여서 재물이 궁핍한 자가 없었으므로 선탄은 생각하기를, ‘약을 사서 여러 병자들에게 공급하는 것이 마땅하리라’ 하고, 곧 좋은 약을 사서 무리들의 생명을 건지니, 그 자비가 널리 뻗쳐서 은혜가 두루하지 않음이 없었다.
여러 해의 은혜로 그 덕의 향기가 멀리 퍼져서 사방에서 병자가 달려오니, 모두 그 넓은 혜택을 찬탄하여 덕이 하늘 같다 하였다.
011_0288_c_10L昔者菩薩爲大理家名曰仙歎財富無數睹佛明典覺世無常榮命難保財非己有唯有布施功德不朽令告黎若有貧乏恣願取之如斯數月政寬民富無財乏者仙歎念曰惟當市藥供護衆疾耳卽市良藥濟衆生慈育普至恩無不周累年之惠香遠熏四方病者馳來首尾歎其弘以德配天
011_0289_a_01L재물이 다 없어지니 몸소 보배를 캐러 나섰다. 집에서 백여 리쯤 갔을 때 한 물가에서 두어 대의 수레에 중병자를 싣고 가는 것을 만나서 물었다.
“어디로 갑니까?”
대답하였다.
“선탄에게 가서 남은 목숨을 건져 보려 합니다.
선탄이 곧 돌아와서 왕에게서 5백 냥을 꾸어서 약을 사다가 치료하니, 병자가 모두 나았다. 스스로 상인과 더불어 바다에 들어가서 보배를 캐니 얻은 바가 많았다. 나라로 돌아오는데, 배를 두고 걸어가자니 길은 어렵고 물도 없었다. 선탄이 한 우물물을 얻어 여러 사람을 불러서 모두 마시게 하였다.
상인들이 그가 얻은 흰 구슬이 유달리 빛남을 보고 탐심이 생겨 더욱 악해져서 성인을 헐뜯고 어진 이를 잔해하게 되었다. 함께 선탄을 밀어 우물에 던졌는데, 보살의 어진 덕이 신을 감동시킨지라 천신이 받들어서 상하지 않게 하였다.
011_0288_c_19L財賄都盡身行採寶家百餘里於一水上逢數乘車載重病者爾所之乎答曰之仙歎所全餘命仙歎卽還從王貸金五百兩市藥以療病者悉瘳自與商人入海採寶所獲弘多還國置舟步行道乏無水仙歎得一井水呼等人汲之自取飮商人睹其所得白珠光耀絕衆貪爲尤惡毀聖殘仁共排仙歎投之于井菩薩仁德感神動祇天神接承令不毀傷
상인들이 나라에 돌아가니 왕이 물었다.
“선탄은 어디 갔느냐?”
“나라에서 나가자 곧 헤어져서 간 곳을 모릅니다.”
“너희가 죽인 것이냐?”
“아닙니다.”
011_0289_a_06L商人還國王曰仙歎何之對曰去國卽別不知所之爾乃殺之乎不也
선탄은 우물에서 곁으로 뚫린 구멍을 발견하고 찾아 나와 7일 만에 본국으로 돌아오니, 왕이 물었다.
“어찌 헛되이 돌아오는가?”
“불우하였습니다.”
왕이 가만히 생각하여 보매, 반드시 곡절이 있으리라 하고 상인들을 불러서 문초하였다.
“너희가 진실로 자수하면 살려 주려니와 속이는 자는 죽으리라.”
곧 모두 자수하매 옥에 가두어 죄를 정하였다. 선탄이 울면서 궁문에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죄를 청하였다.
왕이 대답하였다.
“정사에 위배되느니라.”
또 거듭 청하였다.
“어리석은 자는 소견이 뒤바뀌었사오니 족히 밝혀 꾸짖을 것이 못 되옵니다. 그들이 무지한 것을 용서하십시오.”
왕이 선탄의 어진 덕을 가상히 여겨 상인들의 흉악한 죄를 용서하고 물건을 돌려주라 하였다.
상인들이 모두 말하였다.
“선탄이 부처님을 받들지 않는 자라면 어찌 이렇게 어질 수가 있겠느냐?”
곧 각기 이름난 보물을 골라 돌려주었다.
선탄이 각각 그 반씩만 받으니, 상인들이 머리를 조아리면서 말하였다.
“은혜를 입어서 목숨이 온전한데, 다 받으셔야 합니다.”
이를 받아서 왕의 돈을 돌려주고 또 크게 보시하였다. 왕과 신하와 백성들이 서로 좇아서 계를 받았으며, 자식은 효도하고, 신하는 충성하며, 천신이 지켜 주니 나라가 풍부하고 백성이 편안하였고, 사방의 이웃 나라들도 덕을 입어서 칭찬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011_0289_a_08L仙歎於井睹空傍穴之而進出彼家井准七日行得其本王曰何緣空還乎對曰不遇王靖思曰其必有以乎召商人問爾誠首之卽活欺者死矣卽皆首之付獄定仙歎涕泣馳詣宮門叩頭請罪違政也又重請曰愚者倒見未足明責原其無知也王嘉仙歎之仁覆原商人之凶罪勅令還物商人僉曰仙歎不奉佛者豈有斯仁乎各擇名寶以還之矣仙歎各受其半商人叩頭曰蒙祐命全願盡納焉於斯受之以還王金又大布施王逮臣民相率受戒子孝臣忠天神榮衛國豐民康四境服德靡不稱善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때 선탄은 바로 나였느니라.”
보살은 자비로운 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보시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011_0289_a_22L佛言時仙歎者是我身也菩薩慈惠度無極行布施如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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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예전에 보살이 사성(四姓)에서 났는데, 땅에 떨어지자 곧 말하였다.
“중생의 만 가지 화(禍)를 내가 마땅히 건지리라. 부처님의 위의를 보지 못하고 밝은 법을 듣지 못하니, 내가 마땅히 그들의 이목을 열어서 눈멀고 귀먹음을 제거하여 위없는 바르고 참된, 성인들의 왕이며 밝은 법의 근원을 보고 듣게 하리니, 보시하고 권유하면 복종하지 않음이 없으리라.”
구친(九親)이 모두 놀라 말하였다.
“예로부터 갓난아이가 이런 말을 했다는 것을 듣지 못하였는데, 이것이 하늘인지 용인지 귀신의 영인지 점이라도 처 봐야겠다.”
곧 어버이에게 대답하였다.
“저는 높은 성인이 화한 바라, 넓은 지혜를 품어서 저절로 그런 것이요, 저 뭇 요귀가 아니니 의심하지 마옵소서.”
그리고는 입을 다물었다.
어버이가 말하였다.
“아이에게 하늘 땅을 널리 윤택하게 할 뜻이 있으니 범부가 아니로다.”
그리고는 아이의 이름을 보시(普施)라 하였다.
011_0289_b_01L昔者菩薩從四姓生墮地卽曰衆生萬禍吾當濟焉不睹佛儀不聞明法吾當開其耳目除其盲聾令之睹聞無上正眞衆聖之王明範之原也布施誘進靡不服從矣九親驚曰古世之來未聞幼孩而爲斯云將是天龍鬼神之靈乎當卜之焉卽答親曰吾爲上聖之所化懷普明之自然非彼衆愼無疑矣言畢卽默親曰兒有乾坤弘潤之志將非凡夫乎名兒曰普
나이 열 살에 부처님의 모든 전적(典籍)과 세속에 유행하는 여러 가지 술법을 통달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어버이에게 사퇴하고 대중을 구제하여 가난한 이에게 보시하겠다고 하니, 어버이가 말하였다.
“나를 가장 유명한 부자라고 한다. 너는 마음대로 여러 가난한 이들에게 보시할 수 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원컨대 사문이 되겠사오니 제게 법복과 응기(應器)와 책장(策杖)을 주옵소서. 이로써 중생을 제도함이 저의 평생의 원이옵니다.”
어버이가, 아이의 처음 낳을 때 서원을 생각하고 막을 수 없다 하여 곧 그 원대로 좇아 들어 주어서 사문이 되었다.
011_0289_b_12L年有十歲佛諸典籍流俗衆術靡不貫綜辭親濟衆布施貧乏親曰有最福之上名也爾可恣意布施衆貧矣對曰不足乞作沙門賜吾法服應器策杖以斯濟衆卽吾生願也憶兒始生之誓無辭禦焉卽從其願聽爲沙門
011_0289_c_01L 두루 돌면서 교화하여 한 큰 나라를 지나가게 되었다.
그 나라에 어떤 호성(豪姓)이 또 여러 가지 글에 밝았는데, 보시의 거동과 용모가 당당하고 빛나며, 그의 성품이 담박하여 조촐하기가 천금(天金)과 같고, 높은 성인의 표가 있어서 장차 세상의 어른[世雄]이 될 것을 보고 보시에게 말하였다.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말하시오. 성인에게 만족하게 하기를 원하노라. 내게 못난 딸이 있는데 원컨대 주겠으니 키질과 쓰레질을 시키라.”
“대단히 좋습니다. 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십시오.”
계속 길을 나아가 해변에 이르러서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 언덕에 올라 산에 들어가 사람이 없는 곳에 이르렀다. 멀리서 은성(銀城)을 보았는데 궁전은 밝고 좋았다. 그때 독사가 그 성을 일곱 번 감고 있었는데 몸통의 크기가 백 아름은 되었다. 보시가 온 것을 보더니 머리를 높이 쳐들었다.
보시가 생각하였다.
‘이런 독을 품은 종류는 반드시 해칠 마음을 가지고 있다. 내가 마땅히 무개(無蓋)의 자비를 일으켜서 저 독을 없게 하리라. 대체로 흉악한 것은 불이요, 자비한 것은 물이니, 물로써 불을 멸한다면 어찌 아니 없어지랴.’
곧 앉아서 자비의 정(定)을 일으켜 중생들로 하여금 빨리 8난(難)을 여의고, 마음에 악념(惡念)을 제거하며 부처님을 만나고 법을 보며 사문과 모여서 위없는 바르고 참되고 밝은 도를 듣고 마음이 열리며, 때가 없어져서 자신의 소견과 같게 되기를 원하였다. 이 자비의 정(定)을 일으키매 뱀의 독이 곧 소멸되어서 머리를 숙이고 잠들었다.
011_0289_b_18L周旋教化經一大國國有豪姓亦明衆書睹普施儀容堂堂光華韑曄厥性惔怕淨若天金有上聖之表將爲世雄也謂普施曰有欲相願足聖人吾有陋女願給箕帚之使答曰大善須吾還也卽進路之海附載度海上岸入山到無人處睹銀城宮殿明好有毒蛇遶城七帀體大百圍見普施來仰然擧首施念曰斯含毒類必有害心吾當興無蓋之慈以消彼毒也夫兇卽火也慈卽水矣以水滅火何嘗不滅卽坐興慈定願令衆生早離八難心去惡念逢佛見法與沙門會得聞無上正眞明道心開垢滅如吾所見也興斯慈蛇毒卽滅垂首而眠
보시가 그 머리에 올라서 성에 들어가니 성중에 천신(天神)이 있다가 보시가 온 것을 보고 기뻐서 말하였다.
“오래 성덕(聖德)에 감복하였더니 이제 여기에 오시니 나의 본마음을 이루었습니다. 원컨대 한 때인 90일 동안만 머무르십시오.”
보시가 그렇게 허락하였다. 천왕이 곧 정사(政事)를 측근의 신하에게 맡기고 몸소 음식을 올리고 조석으로 엄숙하게 받들었다. 그리하여 모든 부처님의 무상[非常]ㆍ고(苦)ㆍ공(空)ㆍ무아(無我)의 높은 수행과 중생을 건지는 밝은 법을 배웠다.
시일이 지나 휴양을 마치고 보시는 또 길을 떠났는데 천왕이 명월진주(明月眞珠) 한 개를 주면서 말하였다.
“이 구슬에 저절로 따르는 광명이 40리에 뻗칩니다.”
곧 뜻과 원을 발하였다.
“여러 가지 보배가 만족될 겁니다. 만일 뒤에 부처님이 되시면 제자가 되어서 친히 곁에서 모시겠습니다.”
보시가 좋다고 하였다.
011_0289_c_10L普施登其首入城城中有天神睹普施來欣豫而久服聖德今來翔茲成吾本心也願留一時九十日普施然許天王卽以正事委付近臣身自供饌朝夕肅稟受諸佛非常非身之高行衆之明法日食畢普施進路天王以明月眞珠一枚送之曰以珠自隨明四十志願發云衆寶滿足若後得佛爲弟子親侍聖側普施曰可
011_0290_a_01L 곧 또 앞으로 나가다가 보니 황금성이 있는데, 장엄하게 꾸민 것이 은성에 댈 바가 아니었다. 거기에도 독사가 있는데 성을 에우기 14겹이요, 몸뚱이의 크기도 앞의 것의 배나 되는 것이 머리를 수 길이나 쳐들고 있었다. 보시가 다시 자비를 넓히는 정(定)을 생각하니 뱀의 독이 곧 없어지면서 머리를 숙이고 잠이 들었다. 뱀에 올라 들어가니 하늘 사람이 있다가 보시를 보고 기뻐서 말하였다.
“오랫동안 신령하고 밝음에 감복하였더니, 여기 오시니 매우 좋습니다. 원컨대 두 때인 180일만 머무르십시오. 제가 힘을 다하여 공양하겠으니 오직 위신(威神)을 머물러 주십시오.”
곧 그렇게 허락하고 머물러서 위없는 밝은 행을 설법하다가 마치고, 곧 사퇴하니 하늘 사람이 다시 신비한 구슬 한 개를 주면서 말하였다.
“밝은 빛이 80리를 비추는데 마음에 원하는 뭇 보배가 그 이수(里數)에 가득하게 될 것입니다. 만약 당신이 도를 얻으면 원컨대 제자가 되어서 위없는 신통(神通)을 얻게 하소서.’
011_0289_c_19L卽復前睹黃金城嚴飾踰銀又有毒蛇圍城十四帀巨軀倍前擧首數丈普施復思弘慈之定蛇毒卽消垂首而眠登之入城中有天人睹普施歡喜曰久服靈耀翔茲甚善願留二時百八十日吾願盡養惟留威神卽然許之留爲說法無上明行訖卽辭退天人復以神珠一枚送之明耀八十里志之所願衆寶滿其里數若子得道願爲弟子神足無上
그 신비한 구슬을 받고 곧 또 나아가서 유리성을 보았다. 앞의 것보다도 더욱 빛났는데, 또 큰 독사가 있어서 성을 21겹이나 두르고 머리를 들고 성난 눈으로 성문에 당하여 있었다.
다시 앉아서 넓은 자비의 정을 깊이 생각하면서 중생을 건질 것을 서원하니 독이 가라앉고 머리를 숙였다.
올라가서 성안으로 들어가니 역시 하늘 사람이 있어서 기뻐하는 것이 앞에서와 같았고, 세 때[三時]를 머물도록 청하면서 공양하기를 원하였다.
기간을 마치고 사퇴하니, 또 신비한 구슬 한 개를 주면서 말하였다.
“광명이 160리를 비추고, 그 구슬이 있는 곳에 많은 보배가 그 광명 안에 가득하여 구하고자 하는 것을 못 얻을 것이 없을 겁니다. 당신이 만약 위없는 바르고 참된 깨달음의 도를 얻으면 제가 제자가 되어서 가장 밝은 지혜를 지니길 원합니다.”
또 말하였다.
“반드시 그대는 원을 이루리라.”
보시가 구슬을 가지고 생각하기를, ‘이것으로 족히 중생의 곤핍을 건질 수 있을 것이다’ 하고, 그 옛 집으로 돌아갔다.
011_0290_a_06L受其神珠卽復進路睹琉璃城光耀踰前又有毒蛇巨軀甚大遶城二十一帀仰首瞋目當彼城門復坐深思普慈之定誓濟衆生毒歇垂首登之而入城中有天人喜辭猶前請留三時願供所志期竟辭退又送神珠一枚明耀百六十里之所在衆寶尋從滿其明內在志所欲無求不獲子若得無上正眞覺道吾願爲弟子有最明之智必獲爾願普施得珠曰斯足以濟衆生之困乏返其舊居
011_0290_b_01L 바다의 모든 용신들이 모두 모여서 의논하였다.
“우리들의 이 큰 바다에서 오직 이 세 구슬이 우리의 영화가 되었는데, 저 도사가 모두 가져 가니 우리가 어떻게 번영하랴. 차라리 모든 보배를 온통 없애더라도 이 구슬만은 잃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는 해신(海神)이 평범한 사람으로 화하여 보시 앞에 서서 말하였다.
“내가 들으니 인자(仁者)가 세상의 상보(上寶)를 얻었다니 볼 수 있는가?”
곧 보이니 해신이 그의 머리를 때리고는 구슬을 탈취하였다. 보시가 생각하였다.
‘내가 험한 곳을 지나고 큰 바다를 건너서 이 보배를 얻은 것은 중생들의 곤핍을 구제하고자 함이러니 도리어 이 신에게 빼앗겼구나.’
곧 해신에게 말하였다.
“너는 내 구슬을 돌려주어라. 그렇지 않으면 내가 네 바다를 말리리라.”
해신이 말하였다.
“너는 왜 그 헛된 말을 하느냐? 이 큰 바다가 얼마나 깊고 넓은데 누가 능히 말리겠느냐? 하늘의 해는 떨어뜨릴 수가 있고, 큰 바람도 멎게 할 수 있지만 바다는 말리기 어려우니 마치 허공을 부술 수 없는 것과 같으니라.”
011_0290_a_17L海諸龍神僉會議曰吾等巨海唯斯三珠爲吾榮華道士悉得吾等何榮寧都亡諸寶不失斯海神化爲凡人當普施前立曰聞仁者獲世上寶可得觀乎卽以示神搏其首卽取其珠普施惟曰吾歷險阻經跨巨海乃獲斯寶欲以拯濟衆生困乏反爲斯神所見奪乎還吾珠不者吾竭爾海海神答曰言何虛斯之巨海深廣難測孰能盡天日可殞巨風可卻海之難竭猶空難毀也
“내가 예전 정광부처님 앞에서 도력을 얻어서 바다를 뒤집어엎고 손가락으로 수미산을 뽑아서 천지를 진동시키며, 또 모든 세계를 옮길 수 있도록 원하였더니, 부처님께서 내 뜻과 원을 좇아 주셨으므로 이제 그러한 힘을 얻었다. 너희들 귀신의 실오라기와 터럭만한 사특한 힘이 어찌 능히 나의 바르고 참된 힘을 막겠느냐?”
곧 경을 설하였다.
“내가 무수겁(無數劫) 이래로 어머니의 젖을 먹었으며 흘린 눈물과 몸이 죽어서 흐른 피는 바다가 수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로다. 은혜와 애정을 끊기 어렵고 나는 것과 죽는 것을 그치기 어려우나 나는 오히려 은애(恩愛)의 근본을 끊고 생사(生死)의 신(神)을 막으려 하노라. 이 생(生)에 퍼서 못다 한다면 세세생생(世世生生)에 퍼내겠노라.”
곧 두 발을 모으고 표주박으로 바닷물을 퍼서 철위산 밖에 던졌다.
011_0290_b_05L普施曰昔吾錠光佛前願得道力反覆衆海指擢須彌震動天地又移諸剎佛從吾志與吾願吾今得之今爾鬼魅糸髮之邪力焉能遏吾正眞之勢乎卽說經曰吾自無數劫來飮母乳湩啼哭之淚身死血流海所不受恩愛難絕生死難止吾尚欲絕恩愛之本止生死之神今世抒之不盡世世抒之卽住倂兩足瓢抒海水投鐵圍外
변정천(遍淨天)이 멀리 듣고 깊이 혼자 생각하였다.
‘예전에 내가 정광부처님 앞에서 이 사람이 그 원하는 것을 얻었다고 들었더니, 반드시 세존이 되어서 우리 중생들을 제도할 것이다.’
그리고는 내려와서 그 물을 푸는 것을 도우니 10분의 8이 없어졌다.
해신이 뉘우치고 떨면서 말하였다.
“이게 어떠한 사람이기에 이러한 무극(無極)의 신령함이 있느냐? 이 물이 다 없어지면 나의 거처가 무너지는 것이다.”
말하였다. 곧 모든 보물을 꺼내어 창고들을 비우고 보시에게 주니 보시가 받지않고
“오직 내 구슬만 찾고자 한다.”
모든 신들은 그 구슬을 돌려주었고, 보시는 그 물을 돌려주었다.
011_0290_b_14L有天名遍淨遙聞之深自惟曰昔吾於錠光佛前聞斯人獲其志願必爲世尊度吾衆生天卽助其抒水十分去八海神悔怖曰何人哉而有無極之靈乎斯水盡矣吾居壞也卽出衆寶空其諸藏以與普施普施不受唯欲得吾珠耳神還其珠普施返其水
그리고 본토로 돌아오면서 길에서도 보시하니, 지나오는 나라마다 빈민이 없었고, 곳곳의 모든 나라가 품행[操]을 고치지 아니함이 없었다. 5계(戒)와 10선(善)으로 국정(國政)을 삼고 옥을 열어서 크게 사면하니 윤택이 중생에 미쳤고, 드디어 부처를 얻음에 이르렀다.
011_0290_b_21L旋其本土路布施所過之國國無貧民處處諸國無不改操五戒十善以爲國政獄大赦潤逮衆生遂至得佛
011_0290_c_01L부처님께서 모든 사문에게 말씀하셨다.
“보시라는 자는 나였고, 아버지는 백정왕이었으며, 어머니는 곧 나의 어머니 사묘(舍妙)였다. 도사의 딸은 지금의 구이(俱夷)였으며, 은성 중의 하늘이란 자는 지금의 이 아난이었고, 금성 중의 하늘이란 자는 목련이었으며, 유리성 중의 하늘이란 자는 사리불이었으니, 보살이 여러 겁을 부지런히 4은(恩)을 행하고 서원하여 부처를 구하며, 중생을 건진다.”
보살은 자비로운 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보시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011_0290_c_01L佛告諸沙門普施者我身是父者白淨王是母者卽吾母舍妙是道士女者今俱夷是銀城中天者今現阿難是城中天者目連是琉璃城中天者利弗是菩薩累劫勤行四恩誓願求拯濟衆生菩薩慈惠度無極行布施如是

10
예전에 보살이 큰 나라의 왕이 되었는데, 이름은 장수(長壽)였고, 태자의 이름은 장생(長生)이었다. 그 왕이 어질고 착하여서 항상 자비심을 품었고, 중생들을 연민히 여겨서 제도할 것을 서원하고 정진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칼이나 몽둥이가 행해지지 않았고, 신하와 백성들이 원한이 없었으며, 바람과 비가 때를 맞추어서 보배와 곡식이 풍족하였다.
이웃 나라의 소왕(小王)은 행동이 포학하고, 탐욕과 잔인으로 법을 삼으니, 나라는 황폐하고 백성은 가난하였다.
왕이 여러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내가 들으니 장수왕은, 그 나라가 풍부하고 여기서 멀지 않은데, 인자함을 품어서 죽이지 않는다니, 병혁의 방비가 없을 것이다. 내가 빼앗고자 하면 얻을 수 있겠느냐?”
여러 신하들이 할 수 있다하니 곧 전투할 군사를 일으켜서 대국의 경계에 도달하였다.
011_0290_c_08L昔者菩薩爲大國王名曰長壽太子名長生其王仁惻恒懷悲心愍傷衆誓願濟度精進不惓刀杖不行民無怨風雨時節寶穀豐沃鄰國小王執操暴虐貪殘爲法國荒民貧群臣曰吾聞長壽其國豐富去斯不懷仁不殺無兵革之備吾欲奪之其可獲乎群臣曰則興戰士到大國界
011_0291_a_01L변방을 지키던 신하가 달려가서 그 상황을 아뢰면서 방비할 것을 원하였다.
장수왕이 곧 여러 신하들을 모아 의논하였다.
“저 왕이 오는 것은 오직 우리 나라에 백성이 많고 보배가 많은 것을 탐낸 것이다. 만약 그와 싸우면 반드시 백성의 목숨이 상할 것이다. 나를 이롭게 하고 백성을 잔해하며, 탐욕하여 어질지 않은 일을 나는 하지 않으리라.”
여러 신하들이 모두 말하였다.
“신들이 예전에 군모(軍謀)와 병법(兵法)을 익혔으니 저희들이 적멸하겠습니다. 임금님은 수고롭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왕이 말하였다.
“승리하면 저쪽이 죽고 약하면 우리가 죽는다. 저쪽 군사나 우리 백성이 다 하늘이 낳아서 기른 것이다. 몸이 중하고 목숨이 아까운 것은 누군들 그렇지 않겠느냐? 나를 온전히 하자 하여 백성을 해하는 짓을 어진 자는 하지 않느니라.”
여러 신하들이 나와서 말하였다.
“이 하늘 같이 어진 임금을 잃을 수 없다.”
그리고는 각자가 서로 군사를 거느리고 적을 막았다.
011_0290_c_17L蕃屛之臣馳表其狀惟願備豫長壽則會群臣議曰彼王來者惟貪吾國民衆寶多若與之戰必傷民命利己殘民貪而不仁吾不爲也群臣僉曰臣等舊習軍謀兵法請自滅之無勞聖思王曰勝則彼死弱則吾喪彼兵吾民皆天生育重身惜命誰不然哉全己害民賢者不爲也群臣出斯天仁之君不可失也自相撿率以兵拒賊
장수왕이 이것을 알고 태자에게 말하였다.
“저쪽에서 우리 나라를 탐하여 독을 품고 왔는데, 여러 신하들이 나 한 사람 때문에 백성들의 목숨을 잔해하려 한다. 내가 이제 나라를 버려서 천민(天民)을 온전히 할까 한다. 그것이 옳지 않겠느냐?”
태자도 응낙하였다. 부자가 성을 넘어서 곧 성명을 고치고 산에 숨었다.
011_0291_a_03L長壽覺之謂太子曰彼貪吾懷毒而來群臣以吾一人之身殘民命今吾委國庶全天民其義可太子曰父子踰城卽改名族隱於山草
그래서 탐욕의 왕이 드디어 그 나라에 들어왔다.
여러 신하와 백성들이 그 옛 임금을 잃으니 마치 효자가 그 어버이를 잃은 것과 같아서 애통하여 몸부림을 치지 않는 집이 없었다.
탐욕의 왕은 장수왕에게 황금 천 근과 천만의 돈을 현상금으로 걸었다.
011_0291_a_07L於是貪王遂入其國群臣黎庶失其舊君猶孝子喪其親哀慟躄踊無門不然貪王募之黃金千斤千萬
011_0291_b_01L장수가 길가에 나와 나무 밑에 앉아서 생각해 보니, 중생들이 생사에 몹시 고통스럽지만 무상(無常)ㆍ고(苦)ㆍ공(空)ㆍ무아(無我)를 보지 못하고 욕망에 미혹되어 그 고통이 헤아릴 수 없는 것을 불쌍히 여겼다.
먼 나라에서 한 바라문이, 왕이 보시를 좋아하여 중생의 목숨을 건진다는 말을 듣고 멀리 와서 궁한 신세를 의탁하려 하였다. 또한 나무 밑에서 쉬다가 서로 물어 보고 각기 내력을 이야기하였다. 바라문이 놀라 대왕께서 무슨 인연이 이러하냐고 눈물을 흘리면서 제 신세를 말하였다.
“나는 여생이 얼마 없기에 와서 남은 목숨을 보존하고저 빌려 했더니 대왕이 나라를 잃었으니 내 목숨도 그만입니다.”
그가 애통해 하니, 왕이 말하였다.
“그대가 와서 궁한 신세를 의탁하려 하였는데, 바로 내가 나라를 잃은 뒤에 만났으니 그대를 구제할 수 없으매 나 역시 마음 아프도다.”
눈물을 씻으면서 다시 말하였다.
“내 들으니, 새 임금이 나를 잡으면 매우 중히 한다고 한다. 그대가 내 머리를 취하여 가면 가히 중한 상을 얻으리라.”
“그렇지 않습니다. 멀리서 대왕이 인자하게 중생을 구제하여 덕택이 천지와 같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고향[本土]을 떠나서 스스로 구제 입기를 바란 것입니다. 이제 머리를 베라고 신칙하시니, 감히 명하심을 받지 못하겠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몸은 썩는 그릇인데 어찌 구태여 보전하랴. 대체로 삶에 죽음이 있는 법, 누가 항상 존재할 수 있겠나. 만약 그대가 취하지 않더라도 재와 흙이 되는 것인데.”
바라문이 말하였다.
“천왕께서 하늘같이 인자한 은혜를 펴시어 기어이 목숨을 바쳐서 하열한 자를 건지고자 하시니, 그렇다면 헤어져 서로 다시 만나기 원합니다.”
왕이 곧 그를 따라 고국의 성문에 이르러 묶어 가지고 알리게 하였다.
011_0291_a_10L長壽出於道邊樹下坐精思愍衆生生死勤苦不睹非常非身爲欲所惑其苦無數遠國梵聞王好施濟衆生之命遠來歸窮於樹下息俱相問訊各陳本末梵志驚曰天王何緣若茲乎流淚自陳餘年無幾故來乞丐庶存餘命大王亡國吾命窮矣卽爲哀慟王曰子來歸而正値吾失國無以濟子不亦痛抆淚而曰吾聞新王募吾甚重取吾首可獲重賞答曰不然遙服天王仁濟衆生潤等天地故委本土庶蒙自濟今勅斬首不敢承命矣王曰身爲朽器豈敢保哉夫生有死孰有常存若子不取會爲灰土矣梵志曰天王布天仁之惠必欲殞命以濟下劣者惟願散手相尋去耳王卽尋從之故城門令縛以聞
나라 사람들이 왕을 보고 슬피 우니 전체가 동요하였다. 바라문은 상을 얻었고, 탐욕의 왕은 네거리에서 산 채로 태워서 죽이라고 명령하였다.
여러 신하들이 상주[啓]하여 말하였다.
“신들이 이제 옛 임금의 마지막을 당하여서 약간의 음식으로 죽어 가는 영을 위로하게 하소서.”
탐욕의 왕이 좋다고 하였다.
백관과 백성들이 애통해 하며 길을 막았고 몸부림쳐 구르면서 하늘을 부르지 않는 이가 없었다.
태자 장생이 또한 거짓으로 나무팔이가 되어 아버지 앞에 섰다. 아버지가 그를 보고 하늘을 우러르며 말하였다.
“아비의 가르침을 어기고 흉악함을 머금고 독을 품고 무거운 원한을 쌓으면 앙화가 만세에 이으리니, 효자가 아니니라. 모든 부처님은 4등(等)으로 자비의 윤택함을 넓혀 덕이 하늘 땅을 덮으니, 나는 이 길을 찾아서 몸을 바쳐 중생을 건지는 것이다. 오히려 작은 효도도 못할까 두려워해야 하거늘 하물며 포학을 행하여 복수를 할까보냐. 내 말을 어기지 않으면 가히 효자라고 하리라.”
아들이 차마 아버지의 죽음을 볼 수 없어서 깊은 산으로 들어갔다.
011_0291_b_04L國人睹王哀號動國梵志獲賞貪王命於四衢生燒殺之群臣啓曰臣等舊君當就終沒乞爲微饌以贈死靈貪王曰百官黎民哀慟塞路躄踊宛轉靡不呼天太子長生亦佯賣樵當父前立父睹仰天曰違父遺誨含兇懷毒蘊於重怨連禍萬載非孝子矣諸佛四等弘慈之潤德韜天地吾尋斯道殺身濟衆猶懼不獲孝道微行而況爲虐報讎者乎不替吾言可謂孝矣子不忍視父死還入深山
왕이 죽자 태자는 슬피 울어 입에서 피를 토하면서 말하였다.
“내 아버지께서 비록 임종시에 어질게 하라는 경계가 있으셨으나 내가 반드시 어기더라도 저 짐새[毒鴆]를 베리라.”
그리고는 품팔이로 나아가서 어떤 신하의 채소를 가꾸게 되었다.
신하가 마침 동산에 갔다가 채소가 매우 잘된 것을 보고, 그 까닭을 물으니, 원감(園監)이 대답하였다.
“저자에 품팔이 한 사람이 있는데 원종(園種)에 능합니다.”
신하가 그를 불러 물었다.
“무엇이나 다 능하냐?”
대답하였다.
“백공(百工)의 교묘함에 있어서 제가 으뜸입니다.”
신하가 그 왕을 청하여서 찬(饌)을 만들어 올리게 하니 태관(太官)보다 뛰어남이 있었다.
011_0291_b_15L王命終矣太子哀呼血流于口吾君雖有臨終盡仁之誡吾必違之當誅毒鴆遂出傭爲臣種菜臣偶行園睹菜甚好其意狀園監對曰市賃一人妙于園臣現問曰悉所能乎百工之巧吾爲其首臣請其王令爲上饌有踰太官
011_0291_c_01L왕이 물었다.
“이 음식을 누가 한 것이냐?”
신하가 사실로써 대답하니, 왕이 곧 채용하여 주감(廚監)을 삼았는데, 모든 일에서 왕을 만족시켜 발탁하여 측근의 신하로 삼으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장수왕의 아들이 나의 큰 원수인데 이제 너로 하여금 내 신변을 지키도록 하겠다.”
곧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오리다.”
왕이 물었다.
“너는 사냥을 좋아하느냐?”
“예, 신도 좋아하옵니다.”
왕이 곧 사냥을 나갔다. 말을 달려서 짐승을 쫓다가 무리들을 잃어버리고 오직 장생과 더불어 산 속에서 3일을 지냈다. 드디어 굶주림과 피곤이 덮쳐 오니 칼을 풀어서 장생에게 주고 그 무릎을 베고 잠들었다.
장생이 말하였다.
“이제 너를 얻지 못하랴.”
곧 칼을 뽑아 베려다가 문득 아버지가 하신 ‘아버지의 가르침을 어기면 불효가 된다’는 명령을 기억하고는 칼을 거두고 말았다.
011_0291_b_22L王曰斯食誰爲之乎臣以狀對卽取之令爲廚監每事可焉擢爲近告之曰長壽王子吾之重讎今以汝爲蕃屛卽曰唯然王曰好獵乎臣好之王卽出獵馳馬逐獸與衆相失唯與長生俱處山三日遂至飢解劍授長生枕其膝眠長生曰得汝不乎拔劍欲斬之忽憶父命違父之教爲不孝矣復劍而止
왕이 잠을 깨어 말하였다.
“꿈에 장생이 내 머리를 베려고 하였으니 어쩌면 좋으냐?”
대답하였다.
“산에는 강한 귀신이 있어서 작열(灼熱)하기를 좋아합니다. 신이 옆에서 지키고 있는데 무슨 걱정이 있겠습니까?”
왕은 다시 누웠다. 이렇게 하기를 세 번에 드디어 칼을 던지면서 말하였다.
“내가 어지신 아버지를 위하여 네 목숨을 살려 준다.”
왕이 깨어서 말하였다.
“꿈에 장생을 보았는데 내 목숨을 살려 준다 하는구나.”
태자가 말하였다.
“장생이란 바로 접니다. 아버지를 생각하여 원수를 쫓아서 지금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저의 아버지가 죽음에 임하여서 친히 어진 경계를 남겨 저로 하여금 모든 부처님의 악이 오고 선이 가는 것을 참는 도를 따르게 하신 것인데, 제가 극히 어리석은 성품을 품고 독(毒)으로써 독을 공격하려 하였습니다. 세 번 아버지의 경계하심을 생각하고 세 번 칼을 놓은 것입니다. 원컨대 대왕은 빨리 죽여 중한 근심을 제거하소서. 저도 몸이 죽고 정신이 떠나면 악한 생각이 나지 않을 것입니다.”
011_0291_c_07L王寤屬夢長生欲斬吾首將何以也山有强鬼喜爲灼熱臣自侍衛何懼矣王復還臥如斯三者也遂投劍曰吾爲仁父原赦爾命王寤曰見長生原吾命矣太子曰長生者身是也念父追讎之于今矣吾父臨沒口遺仁誡令吾遵諸佛忍辱惡來善往之道而吾含極愚之性欲以兩毒相注三思父誡三釋劍矣願大王疾相誅除重患也身死神遷惡意不
011_0292_a_01L왕이 허물을 뉘우치고 말하였다.
“내가 포악하여서 선하고 악한 것을 구별하지 못하였다. 그대의 선군(先君)은 높은 행(行)을 순수하게 갖추셔서 나라는 없어져도 그 행은 없어지지 않았으니 높은 성인이라 이를 만하다. 그대가 어버이의 온전한 행을 지녔으니 효자라고 할 만하다.
나는 승냥이나 이리처럼 산 목숨을 잔해하여 내 배를 불렸거늘, 이제 내 목숨이 그대에게 있는데도 용서하고 죽이지 않았으니, 뒤에 어찌 선행을 어기겠느냐? 이제 나라로 돌아가야 할 터인데 어느 길로 가야 할 것인가.”
“이 길을 잃게 한 것도 제가 한 것입니다.”
곧 왕을 데리고 숲에서 나와 여러 관료들과 만났다. 왕이 말하였다.
“그대들은 장생을 아는가?”
모두 모른다고 하였다.
“이 사람이 곧 장생인데, 이제 나라를 돌려주고 나는 본거(本居)로 돌아간다. 앞으로는 형제간이 되어서 화와 복을 같이하리라.”
태자를 왕으로 세우는 날 온 나라가 슬픔과 기쁨이 교차되어 만수무강을 칭송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탐욕의 왕은 본국으로 돌아가서 다시 조공을 바쳤으니, 마침내 천하가 태평하게 되었다.
011_0291_c_18L王悔過曰吾爲暴虐不別臧否之先君高行純備亡國不亡行可謂上聖乎子存親全行可謂孝乎吾爲豺狼殘生茍飽今命在子赦而不戮後豈違之乎今欲返國由何道也斯惑路者吾之爲也將王出林與群寮會王曰諸君識長生不乎僉曰不識王曰斯卽長生矣今還其國返本居自今爲伯仲禍福同之立太子之日率土悲喜交幷莫不稱壽王還其國更相貢獻遂致隆平
부처님께서 모든 사문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장수왕이란 자가 나의 몸이었고, 태자는 아난이었으며, 탐욕의 왕은 조달이었다. 조달은 세세(世世)에 독의(毒意)를 품고 내게 향하였는데, 그것을 내가 번번히 제도하였다. 아난과 조달은 본래 원한이 없었으므로 서로 해하지 않은 것이다. 내가 세세에 참을 수 없는 것을 참으면서 뜻을 자제하고 행(行)을 세웠으므로 이제 깨달음을 얻어서 삼계의 어른이 되었다.”
보살은 자비로운 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보시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011_0292_a_05L佛告諸沙門時長壽王者吾身是也太子阿難是貪王者調達是調達世世毒意向我我輒濟之阿難與調達本自無怨故不相害也吾世世忍不可忍者制意立行故今得佛爲三界菩薩慈惠度無極行布施如是
六度集經卷第一
辛丑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