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11_0306_c_01L육도집경 제4권
011_0306_c_01L六度集經卷第四

오 강거국 사문 강승회한역
011_0306_c_02L吳康居國沙門康僧會譯

2. 계도무극장(戒度無極章)[여기에 15장이 있음]
011_0306_c_03L戒度無極章第二 此有十五章

계도무극(戒度無極)이란 어떠한 것인가?미치고 어리석고 흉측하고 포학하여 생명을 잔해하기를 좋아하고, 탐욕하는 나머지 빼앗고 훔치며, 음탕하여 더럽고 탁하며, 이간하는 말ㆍ욕설ㆍ거짓 말ㆍ꾸밈말을 하며, 질투하고 성내고 어두운 마음으로 어버이를 해하고 성현을 죽이며, 부처님을 비방하고 현자를 어지럽히며, 종묘의 물건을 취하며, 흉악함과 패역함을 품고 3존(尊)을 헐뜯는 이러한 으뜸가는 악은 차라리 저며져서 포가 되고 난도질되고 절여져 시장에서 팔릴지언정 끝까지 하지 않고, 부처님의 3보(寶)를 믿고 4은(恩)으로 널리 제도하는 것이다.
011_0306_c_04L戒度無極者厥則云何狂愚兇虐好殘生命貪餘盜竊婬妷穢濁兩舌妄言綺語癡心危親戮聖佛亂賢取宗廟物懷兇逆毀三尊斯元惡寧就脯割葅醯市朝終而不爲信佛三寶四恩普濟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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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예전에 보살이 청신사(淸信士)가 되었는데 그 나라의 왕이 참된 것을 행하여 신민을 권면하고 인도하여 3존을 알게 하고, 계를 지켜 재(齋)를 받드는 자에게는 세금을 감하고 부역을 면제하니, 백성들이 모두 왕이 어진 것을 숭상함을 보고 대부분 겉으로는 착한 척하면서 숨어서는 삿된 짓을 하였다.
왕이 부처님의 계율로써 백성의 몸가짐을 관찰하니 겉으로 선하고 속으로 더러움이 있어서, 부처님의 청정한 교화를 어기는지라, 곧 방편으로 영을 내려 신칙하였다.
“감히 불도를 받드는 자가 있으면 사형시켜 그 시체를 저자에 버리리라.”
그랬더니 거짓 착한 체하던 무리들이 참된 것을 놓아 버리고, 마음 놓고 그 본래의 사특함을 방자히 하지 않는 자가 없었다.
보살이 나이 많았고 바르고 참되고 넓고 빛나는 지헤를 품었는데, 명령을 듣고 놀라서 말하였다.
“참됨을 버리고 삿됨을 좇아서 비록 제왕이 되어 수명이 하늘ㆍ땅과 같고, 부귀가 다시 없고, 6락(樂)을 마음대로 한다 하더라도 나는 마침내 하지 않으리라. 비록 한 끼니의 목숨이지만 3존을 뵙고 지극히 참된 교화를 받는다면 나는 기쁘게 받들리라.
세속의 서적 만억 권을 품고 몸이 천궁(天宮)에 처하여 천상의 수명을 다하더라도 3존을 모르고 불경을 듣지 못한다면 나는 그것을 원하지 않으리라.
부처님의 말씀을 받는다면 곧 죽이는 환란이 있다 하더라도 나는 마음에 달게 받으리라.
경에서 말씀하시기를 ‘중생이 스스로를 3악도(惡道)에 던지면 인도(人道)를 얻기가 어려우며, 가운데 나라에 있기 어려우며, 6근(根)을 완전히 갖추기 어려우며, 도(道)가 있는 나라에 태어나기 어려우며, 보살과 더불어 친하기 어려우며, 경을 보고 믿기 어려우며, 오묘한 것을 꿰뚫고 미묘함을 알기 어려우며, 수행이 높은 사문을 만나서 청정한 마음으로 공양하기 어려우며, 부처님을 만나서 수기를 받기 어렵다’고 하셨거늘, 내가 숙세(宿世)의 공(功)이 있어서 이제 불경을 보고 3보를 받들게 되었으니, 만약 무도하게 난도질을 하여 젓을 담그는 혹독과 끓이고 태우는 모짊을 만난다 하더라도 끝까지 바름을 버리고 저 요망함을 따르지는 않으리라.”
011_0306_c_10L昔者菩薩爲淸信士所處之國其王行眞勸導臣民令知三尊執戒奉齋者捐賦除役黎庶巨細見王尚賢多僞善而潛行王以佛戒觀察民操有外善內穢違佛淸化卽權令而勅曰敢有奉佛道者罪至棄市訛善之徒靡不釋眞恣心從其本邪菩薩年耆懷正眞弘影之明聞令驚曰釋眞從邪獲爲帝壽齊二儀富貴無外六樂由心終不爲也雖一飡之命得睹三尊至眞之化吾欣奉之懷俗記籍萬億之身處天宮極天之壽而闇於三尊不聞佛經吾不願也稟佛之言卽有戮死之患吾甘心焉經云衆生自投三塗獲人道難處中國難六情完具生有道國難與菩薩親難睹經信之難貫奧解微難値高行沙門淸心供養難値佛受決難吾宿功著今睹佛經獲奉三寶若値無道葅醯之酷湯火之戾終不釋正從彼妖蠱也
왕이 담당 관리에게 명하여서 명을 어기는 자를 자세히 조사하여 저자에서 죽이라 하였다.
염탐하는 사람은 보살의 뜻이 굳어서 변하지 않고 3존을 받들어 섬기는 지극한 마음이 줄지 않음을 보고 곧 이를 잡아서 보고하니, 왕이 저자에 내다가 죽이라 하고, 가만히 사람을 시켜서 그가 하는 말을 들어서 살피도록 하였다.
보살이 죽음에 임하여 그 아들에게 경계하였다.
“하늘ㆍ땅이 처음 일어나고 사람이 있어 온 이래로 중생이 세상에 처하여서 6정(情)으로써 난행(亂行)함이 미치고 취한 것보다도 심하다. 3존을 뵙고 청정하고 밝은 교화를 받는 일이 드문데 너는 다행히 법을 알았으니, 삼가 놓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대체로 불법의 수행을 버리고 요귀(妖鬼)의 거짓을 한다면 나라가 망할 것이 분명하나니, 나는 차라리 몸을 버릴지언정 참된 것을 버리지 않으리라. 왕이 이제 어긋나고 잘못되었으니 너는 따르지 말라.”
염탐꾼이 보고하니, 왕이 그 행실이 참됨을 알고 곧 기쁘게 청하여서 손을 잡고 전상(殿上)에 올라가서 말하였다.
“그대는 참으로 불제자라고 할 만하오.”
곧 정승으로 삼아서 정치를 맡겼다. 부처님의 청정한 교화를 놓아버린 자들에게 그 부역을 다시 부과하니, 이에 나라 안에 선을 높이지 않는 이가 없었다.
부처님께서 모든 사문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국왕은 미륵이었고, 청신사(淸信士)는 내 몸이었느니라.”
보살은 뜻을 견고히 지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지계(持戒)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011_0307_a_08L命有司廉察違命者戮之市朝廉人見菩薩志固不轉奉事三尊至意不卽執之以聞王曰戮之於市陰使人尋聽察其云菩薩就死誡其子曰乾坤始興有人之來衆生處世以六情亂行甚於狂醉尟睹三尊導淸明化也爾幸知法愼無釋之夫捨佛法之行而爲鬼妖之僞者國喪必矣寧捨身不去眞也王今悖誤爾無從廉者以聞王知行眞卽欣而請之執手昇殿曰卿眞可謂佛弟子者矣拜爲國相委任治政捨佛淸化之疇復其賦役於是國境莫尚爲善告諸沙門時國王者彌勒是也淸信士者吾身是也菩薩執志度無極行持戒如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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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예전에 보살이 코끼리의 왕이 되었다. 그 마음이 넓고 심원하였으며, 부처가 있고, 법이 있고, 비구승이 있다는 것을 밝게 알았고, 항상 3보께 스스로 귀의하여 매양 넓은 자비로 중생을 구제하면서 부처가 되어서 마땅히 일체를 제도할 것을 서원하였다.
그는 5백의 코끼리를 거느렸다. 그때 두 아내가 있었는데, 코끼리 왕이 물 속에서 한 연꽃을 얻으니 그 빛이 매우 묘하였다. 정실 부인에게 주니, 정실 부인이 기뻐하면서 “이렇게 심한 추위에 어떻게 이런 꽃이 있단 말인가” 하였다.
작은 부인이 질투하여 성내어서 맹세하기를 “무서운 독을 가진 짐새[鴆]로써 너를 죽이리라” 하고 기운이 맺혀서 죽었다.
011_0307_b_01L昔者菩薩身爲象王其心弘遠照知有佛有法有比丘僧常三自歸每以普慈拯濟衆生誓願得佛當度一切從五百象時有兩妻象王於水中得一蓮華厥色甚妙以惠嫡妻嫡妻得欣懌曰冰寒尤甚何緣有斯華乎小妻貪嫉恚而誓曰會以重毒鴆殺汝矣結氣而殞
그 혼령이 귀족의 딸로 변화하였는데 얼굴의 화려함이 남보다 뛰어났고, 지혜가 통하여서 고금을 널리 알았으며, 천문을 보아서 때의 성쇠를 알았다. 왕이 이와 같음을 알고 장가들어 부인을 삼았다. 그녀가 궁에 들어가 곧 나라를 다스리는 정사를 국왕에게 진술하니 의로움이 충신에 합당하였다.
왕이 기뻐하고 존경하여 말하는 대로 따랐다.
부인이 말하였다.
“제가 꿈에 어금니가 여섯 개인 코끼리를 보았습니다. 그 상아로 패물을 만들고 싶은데 대왕께서 이루어 주시지 않으면 저는 곧 죽겠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요망한 말을 하지 말라. 남이 들으면 웃을 것이다.”
부인이 말하였다.
“계속 마음에 근심이 생깁니다.”
011_0307_b_09L魂靈感化爲四姓女顏華絕人智意流通博識古今仰觀天文明時盛衰王聞若茲娉爲夫人至卽陳治國之政義合忠臣王悅而敬之每言輒從夫人曰吾夢睹六牙之象心欲其牙以爲珮几王不致之吾卽死矣王曰無妖言也人聞笑爾夫人言相屬心生憂結
011_0307_c_01L왕은 의논할 신하 네 사람을 청하여서 스스로 자기의 꿈이라고 하면서 말하였다.
“고금에 이런 코끼리가 있느냐?”
한 신하는 말하였다.
“있을 수 없습니다.”
한 신하는 말하였다.
“왕께서 꿈꾸지 않으셨습니다.”
한 신하는 말하였다.
“일찍이 있다는 말을 들었으나 있는 데가 매우 멀다 합니다.”
한 신하는 말하였다.
“만약 거기에 이를 수 있다면 제석이 지금 이 자리에 내려올 것입니다.”
네 신하가 곧 사방의 사냥꾼을 불러서 물으니 남방의 사냥꾼이 말하였다.
“저의 선친께서 늘 ‘그런 코끼리가 있으나 먼 데 있어서 잡기가 어렵다’고 하셨습니다.”
신하가 위에 보고하였다.
“이 사람이 압니다.”
왕이 곧 불러들이자, 부인이 말하였다.
“네가 바로 남쪽으로 3천 리를 가서 산에 닿거든 산으로 이틀 동안쯤 들어가면 코끼리 있는 곳에 이를 것이다. 길가에 구덩이를 파고 머리와 수염을 깎고 사문의 옷을 입고 있다가 구덩이 속에서 코끼리를 쏘아라. 그리고 그 어금니 둘만 끊어 오너라.”
011_0307_b_16L王請議臣四自云己夢古今有斯象乎一臣對曰無有之也一臣曰王不夢也臣曰嘗聞有之所在彌遠一臣曰能致之帝釋今翔於茲矣四臣卽召四方射師問之南方師曰吾亡父常有之然遠難致臣上聞云斯人知王卽現之夫人曰汝直南行三千得山入山行二日許卽至象所在道邊作坑除爾鬚髮著沙門服坑中射之截取其牙將二牙來
사수가 명령한 대로 가서 코끼리 노는 곳에 이르러 먼저 코끼리를 쏘고 법복을 입고 발우를 가지고 구덩이 속에 머무니 코끼리 왕이 사문을 보고 곧 머리를 숙이고서 말하였다.
“도사(道士)님에게 예배합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 몸의 목숨을 해치는 것입니까?”
“너의 어금니를 얻고자 하는 것이다.”
“내가 아파서 참기 어려우니 빨리 상아를 취하여 가고 내 마음을 어지럽혀 나쁜 생각을 내게 하지 마십시오. 생각이 악한 자는 죽어서 태산지옥ㆍ아귀ㆍ축생의 길에 들어가게 됩니다. 참는 마음을 품고 인자함을 행하여서 악이 와도 선으로 보답하는 것이 보살의 높은 수행입니다. 바로 뼈를 난도질하고 살로 포를 뜨더라도 끝까지 이 수행을 어기지 않나니, 이 행을 닦는 자는 죽는 즉시 하늘에 오르며 빨리 멸도(滅度)함을 얻게 됩니다.”
사람이 곧 어금니를 자르니, 코끼리가 말하였다.
“도사는 물러갈 때 여러 코끼리들이 발자취를 찾지 못하게 하시오.”
코끼리는 마침내 사람이 멀리 가자 아픔을 참기 어려워서 땅에 쓰러지며 크게 부르짖고 문득 죽어서 곧 천상에 태어났다.
여러 코끼리들이 사방에서 와서 모두 말하였다.
“어떤 사람이 우리 왕을 죽였느냐?”
찾아다녔으나 찾지 못하고 돌아와서 왕을 지키면서 슬피 울부짖었다.
011_0307_c_03L師如命行之象遊處先射象著法服持鉢於坑中止住象王見沙門卽低頭言和南道士將以何事賊吾軀命得汝牙象曰吾痛難忍疾取牙去亂吾心令惡念生也志念惡者死入太山餓鬼畜生道中夫懷忍行慈來善往菩薩之上行也正使俎骨脯終不違斯行也修斯行者死輒上疾得滅度矣人卽截牙象曰道士當卻行無令群象尋足迹也象適人去遠其痛難忍躄地大呼奄忽而死卽生天上群象四來咸曰何人殺吾王者行索不得還守王哀號
사냥꾼이 상아를 가지고 돌아오니 왕이 상아를 보자 마음이 슬퍼지고 겁이 났다. 부인이 그것을 손에 들고 마침 보려고 하자 강력한 천둥과 번개가 치니, 그녀는 피를 토하고 죽어서 지옥에 들어갔다.
011_0307_c_16L師以牙王睹象牙心卽慟怖夫人以牙著手中適欲視之雷電霹靂椎之吐血死入地獄
부처님께서 모든 사문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코끼리 왕은 나의 몸이었고, 큰 부인은 구이(求夷)였으며, 사냥꾼은 조달(調達)이었고, 작은 부인은 호수(好首)였느니라.”
보살은 뜻을 견고히 지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지계(持戒)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011_0307_c_19L佛告諸沙門爾時象王者我身是也大婦者求夷是獵者調達小夫人者好首是菩薩執志度無極行持戒如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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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보살이 앵무새의 왕이 되었는데, 항상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고 3존께 귀의하였으며, 때에 죽음을 당하더라도 죽어도 10악을 범하지 않았고, 인자한 마음으로 교화하는데 6바라밀로 으뜸을 삼았다.
그때 국왕이 앵무새를 먹기를 좋아하니 사냥꾼이 다투어 찾아서 앵무새의 무리를 발견하고 그물로 거두어서 다 잡았다. 태관에게 바치니 재부(宰夫)가 가두고 길러서 살찌면 곧 삶아서 요리를 하였다.
앵무새의 왕이 깊이 생각해 보니, 중생이 요란하여 옥으로 달려들어 몸을 잃고 삼계에 윤회함이 음식에 연유하지 않는 것이 없었다.
011_0307_c_22L昔者菩薩爲鸚鵡王常奉佛教歸命三尊時當死死不犯十惡慈心教化六度爲首爾時國王好食鸚鵡獵士競索睹鸚鵡群以網收之盡獲其衆貢于太官宰夫收焉肥卽烹之爲肴鸚鵡王深惟衆生擾擾赴獄喪身流三界靡不由食
따르는 자들에게 말하였다.
“탐욕을 제하고 먹는 것을 줄이면 몸이 말라 조금 괴롭지만 목숨은 건질 수 있으리라. 어리석은 자는 음식을 탐하여 먼 염려를 하지 않으니 마치 탐욕스런 어린애가 칼날에 묻은 작은 꿀을 탐하다가 혀가 끊어지는 근심이 있는 것을 모르는 것과 같으니라. 나는 먹는 것을 줄이리니, 너희들도 그렇게 하라.”
앵무새의 왕이 날마다 야위더니 새장 틈으로 솟구쳐 나와서 새장 위에 서서 말하였다.
“대체로 탐욕은 악(惡) 중에서 큰 것이요, 욕심이 없음은 선(善) 중에서 큰 것이다. 모든 부처님께서는 탐욕을 감옥이라고 여기고, 그물이라고 여기고, 독이라고 여기고, 칼이라고 여기셨느니라. 너희들이 먹는 것을 줄이면 나와 같이 될 수 있느니라.”
보살은 스스로 이와 같으니라. 만약 범인(凡人)이 되면 거친 음식으로 목숨을 부지하고 헤진 옷으로 몸뚱이를 가리며, 탐욕으로써 마음을 경계하여 하루도 방심함이 없게 하라.
복으로 제왕이 되면 곧 부처님의 지혜로써 나라의 폐단을 보아라. 복이 높고 넓고 많아서 헤아리기 어렵다 하여도 항상함이 아니요, 견고함이 없으니 고통일 뿐, 낙이 없는 것이다. 대체로 있는 것은 없어지는 것이라 몸뚱이는 헛 것이어서 보전하기 어려움이 마치 알과 같고 기르기 어려움이 이리와 같으니 눈이 있어서 보게 되면 몸서리쳐지지 않을 수 없다.
보살이 세세(世世)에 계로써 수행을 하여 드디어 여래(如來)ㆍ무소착(無所着)ㆍ정진도(정진도)ㆍ최정각ㆍ천인사가 되었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앵무새의 왕은 내 몸이었고 사람의 왕은 조달이었느니라.”
보살은 뜻을 견고히 지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지계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011_0308_a_06L告從者曰除貪捐體疵小苦命可冀矣愚者饕餮無遠慮猶若慳子貪刀刃之尟蜜知有截舌之患吾今裁食爾等則焉鸚鵡王日瘦由其籠目勢踊得出籠上曰夫貪惡之大無欲善之景矣重曰諸佛以貪爲獄爲網爲毒爲刃爾等損食可如余焉菩薩自斯若爲凡人麤食供命弊衣蓋形以貪戒心無日不存福爲帝王輒以佛智觀國之累福高弘多其爲難筭矣非常無唯苦無樂夫有輒滅身爲僞幻保猶卵難養若狼有眼睹焉靡不寒菩薩世世以戒爲行遂成如來所著正眞道最正覺爲天人師佛告諸比丘時鸚鵡王者吾身是也人王調達是也菩薩執志度無極行持戒如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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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예전에 보살이 왕의 태자가 되니 이름은 법시(法施)였다. 속은 맑고 겉은 깨끗하여서 항상 삿된 길을 밟는 재앙으로써 스스로 그 마음을 경계하고 성현을 존경하며, 어버이께 효도하고 자비로 중생을 건졌다.
태자가 조현(朝見)하는 데도 상국(相國)을 기다려서 진퇴를 법대로 하여 예의를 잃지 않았다.
왕의 애첩이 속에 사특한 음란함을 품고 나와서 태자를 끌어안는 것을 태자가 힘으로 모면하였다. 상국의 머리를 치면서 가라고 하니 그 관(冠)이 땅에 떨어졌다. 상국의 머리에는 머리털이 없었다. 첩이 우습기도 하였지만 부끄러워 분한 생각을 품었다.
011_0308_a_23L昔者菩薩爲王太子名曰法施內淸外淨常以履邪之禍自戒其心尊聖孝親慈濟衆生太子朝覲輒須相國進退如禮未嘗失儀王之幸妾內懷邪淫出援太子太子力爭而獲免焉拍相首曰去矣其冠隕地相首無髮內妾笑之恥而懷忿
첩이 왕에게 가서 울면서 말하였다.
“첩이 비록 미천하오나 그래도 왕의 아내입니다. 태자가 불손하게도 첩에게 욕심을 두었나이다.”
왕이 말하였다.
“태자는 지조가 있어서 부처님의 뜻이 아니면 생각하지 않고, 부처님의 가르침이 아니면 말하지 않고, 부처님의 도가 아니면 가지 않으니, 팔방에서 덕을 찬탄하고 모든 나라에서 그와 같은 이가 없다고 한다. 어찌 그런 잘못이 있겠느냐?”
참소하는 말이 치밀하고 또 자주 하니 왕의 마음이 현혹되었다.
왕이 말하였다.
“골육상잔은 이것을 일러서 난적(亂賊)이라 한다. 나는 그럴 수 없다.”
곧 변방의 왕으로 삼으니 본국과의 거리가 8천 리였다.
“너는 변경 밖을 진수(鎭守)하라. 하늘을 법 받고 어짊을 행하여서 백성의 목숨[民命]을 잔해하지 말고 구차히 탐욕을 부려 백성들을 빈곤하게 하지 말라. 노인 존경하기를 어버이와 같이 하고, 백성 사랑하기를 자식과 같이 하라. 삼가 부처님의 계율을 닦고, 죽음으로써 도를 지킬지니, 세상에는 간계와 거짓이 많으니 치인(齒印)의 명령을 너는 믿어야 하리라.”
태자가 머리를 조아리고 울면서 말하였다.
“감히 높으신 가르침을 어기지 않으리다.”
곧 임지로 나아가서 5계(戒)와 10덕(德)으로 백성들을 인자하게 교화하니, 자리에 처한 지 1년에 먼 곳에 있는 백성이 덕을 사모하고 귀화하여 구름처럼 모여들어 만여 호가 늘었다.
장계를 올려서 왕의 덕화가 멀리까지 비쳐서 그렇다고 찬탄했다.
011_0308_b_07L妾向王泣曰雖微賤猶是王妻太子不遜有欲于王曰太子履操非佛志不念非佛教不言非佛道不行八方歎德諸國莫如其豈有非乎讒言緻數以惑王王曰骨肉相殘謂之亂賊吾不爲拜爲邊王去國八千里爾鎭境則天行仁無殘民命無茍貪困尊老若親愛民若子愼修佛戒守道以死世多奸僞齒印之教爾乃信太子稽首泣涕曰不敢替尊誨就錄土五戒十德慈化國民處位一遠民慕潤歸化雲集增戶萬餘狀上聞歎王德潤遠照使然
011_0308_c_01L 왕과 후비가 기뻐서 칭찬하였다.
첩은 유달리 원한을 품고 상국과 태자를 제거할 간계를 꾸몄다. 왕이 누운 것을 틈타서 나가 밀랍[蠟]으로 인(印)을 눌러 문서를 위조하여 말하였다.
“너는 임금을 업신여긴 죄가 있으나 차마 면전에서 벨 수는 없다. 이 글을 받는 대로 빨리 눈동자를 빼어서 사신에게 주어 나라로 돌려보내라.”
이 글을 가지고 사신이 가니, 여러 신하들이 모두 말하였다.
“이 요망하고 어지러운 사신은 대왕으로부터 온 것이 아닙니다.”
태자가 말하였다.
“대왕님의 앞니[前齒]가 이제 신표로서 나타났다. 몸을 아껴 어버이를 어기는 것을 대역(大逆)이라고 한다.”
곧 여러 신하와 더불어 3일 동안 즐기고, 두루 나라를 순행하면서 궁핍을 구제하고 부처님 밝은 법[景模]으로써 자비로운 마음으로 백성들을 가르쳤다.
눈을 뽑아 줄 사람을 구하니, 꼴을 파는 아이[賣芻兒]가 곧 뽑았다. 사신에게 주니, 그것을 함에 넣고 말을 달려 본국에 돌아갔다. 상국이 그것을 첩에게 주었다. 첩이 상 앞에 달아 놓고 꾸짖었다.
“내 말을 듣지 않더니 눈을 뽑히니 좋으냐?”
011_0308_b_20L王逮后喜而歎之妾殊懷怨與相爲奸除太子伺王臥出以蠟抑印詐爲書爾有慢上之罪不忍面誅書到疾脫眼童子付使還國使往至群臣僉曰斯妖亂之使非自大王也太子曰王前齒今者信現愛身違親謂之大逆矣卽與群臣相樂三日遍行國界賙窮濟乏以佛影摸慈心訓民募能脫眼者賣芻兒卽爲出眼以付使者函之馳還本土相國以付嬖妾嬖妾懸著牀前罵曰不從吾欲鑿眼快乎
대왕의 꿈에 벌이 태자의 눈을 쏘는지라, 깨어서 곧 걱정하였다.
“우리 아들에게 이변(異變)이 있는 것이 아니냐?”
첩이 말하였다.
“대왕께서 염려를 지극히 하시니까 그런 꿈이 있습니다. 반드시 이변이 없을 것입니다.”
태자가 거문고를 타 주고 밥을 구걸하여 목숨을 지탱하면서 모든 나라에 전전하다가 아내의 부왕의 나라에 이르렀다. 왕에게 좋은 거문고가 있었는데 불러서 타게 하니, 그 음이 과거 선왕의 덕을 찬탄하는 것이었고, 고아의 어버이 없는 애절한 소리가 아니었다. 그 아내가 소리를 알고 흐느껴 말하였다.
“저의 남편이 저 지경이 되었구료.”
왕이 물었다.
“어떻게 된 일이냐?”
비(妃)가 갖추어 말하고 어버이께 하직하여 말하였다.
“이것은 제 운명입니다. 여자가 그 성을 두 번 간다면 정조가 아닙니다. 원컨대 지극히 효성스러운 남편을 보호하여 따르겠나이다.”
두 어버이가 온통 슬퍼하였다.
비(妃)가 태자를 이끌어 본국에 돌아왔다.
011_0308_c_08L大王夢蛇蜂螫太子目寤卽哽噎吾子將有異乎嬖妾曰王存之至有斯夢必無異也太子以琴樂索食濟命展轉諸國至妃父王之國王有妙琴呼而聽之其音咨嗟已先王之未爲孤兒無親之哀音其妃解音哽噎曰吾君子窮哉王曰何謂妃具陳之辭親曰斯自妾命女二其姓非貞也請翼從至孝之君子二親擧哀妃將太子還其本國
011_0309_a_01L 왕이 거문고를 잘 타는 자가 있다는 것을 듣고 불러서 타게 하였다.
형용이 초췌하여서 오직 그 소리를 듣고 알았다.
왕이 말하였다.
“네가 내 아들 법시가 아니냐?”
태자가 땅에 엎드려서 목메어 우니 왕과 왕후와 궁인들은 물론 온 나라 사람들로서 모두 애통해 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비가 사실의 본말을 아뢰니, 왕이 말하였다.
“슬프다. 여인의 어질지 않음이 마치 쌀밥에 독을 섞은 것과 같도다. 부처님께서 멀리하라 가르치신 것이 역시 옳구나.”
곧 상국과 첩을 구속하여 가시로 볼기를 치고 끓는 아교를 상처에 부어서 마르면 곧 터지게 하고 구덩이에 산 채로 묻었다.
011_0308_c_18L王聞有妙琴者呼而作之形容憔悴唯識其聲王曰汝是吾子法施者乎太子伏地哽噎王后宮人擧國臣細莫不哀慟妃本末陳之王曰嗚呼女人不仁猶粳飯之糅毒佛教遠之不亦宜乎卽收相國及嬖妾以棘笞之焬膠渧其瘡中燺卽裂之爲坑生埋矣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태자의 숙세의 운명은 그가 일찍이 흰 구슬을 팔았었는데, 그때 저 첩은 부호의 딸로서 수레를 타고 길을 가고 있었고, 상국은 그때 마부였다. 구슬팔이 아이를 불러 말하였다.
‘네 구슬을 보게 이리 와라.’
구슬을 가지고 가자 사지는 않으면서 음탕한 눈짓과 어조를 썼다. 동자가 성내어서 말하였다.
‘내 구슬을 돌려주지 않고 음탕한 눈짓을 하니 내가 네 눈을 파내리라.’
여자와 마부가 함께 말하였다.
‘가시로 볼기를 치고 찢어진 살에 끓는 아교를 부어서 너 같은 것은 산 채로 묻어야 옳다.’
대체로 선이고 악이고 이미 베풀었으면 재앙이나 복이 저절로 따르는 것이 마치 그림자가 형상에 매인 것과 같으며, 악이 익어서 죄를 이루는 것이 메아리가 소리에 응함과 같으니, 악을 하고 그 재앙이 없고자 하는 것은 마치 씨를 심어 놓고 나지 않게 하려는 것과 마찬가지니라. 보살이 부처님의 청정한 게를 받으면 차라리 눈을 뽑히고 죽을지언정 음란을 범하고 살지 않느니라.
그때 태자 법시는 나였고, 상국은 조달이었으며, 첩은 조달의 아내였느니라.”
보살은 뜻을 견고히 지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지계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011_0309_a_02L佛告諸比丘太子宿命嘗賣白珠彼妾時爲富姓乘車行路相國時爲御者呼賣珠視汝珠來持珠而不買淫視言調童子恚曰不還吾珠而爲淫視鑿汝目女及御者俱曰棘笞膠渧裂肉生埋汝可乎夫善惡已施禍福自猶影之繫形惡熟罪成如響之應爲惡欲其無殃猶下種令不生矣菩薩受佛淨戒寧脫眼而死不犯淫生也爾時太子法施者我身是也國者調達是嬖妾者調達妻是也薩執志度無極行持戒如是
011_0309_b_01L
31
예전에 보살이 있었는데 형제가 세 사람이었다. 세상이 마르는 가뭄을 만나서 백성이 서로 잡아먹었다. 함께 다니면서 먹을 것을 찾아서 미약한 목숨을 부지하더니, 험한 산 속을 지나다가 먹을 것이 떨어진 지 여러 날이 되었다.
두 형이 말하였다.
“아내로써 목숨을 건지는 것이 옳겠다.”
큰형이 먼저 그의 아내를 죽여 5등분으로 나눴다.
작은 아우는 어질고 측은하여 슬퍼하면서 먹지 않았다. 작은형이 또 그의 아내를 죽이니 아우가 더욱 목이 메었다. 두 형이 아우의 아내를 죽이려 하니, 아우가 말하였다.
“아내를 죽여 나를 온전히 하는 것은 부처님의 어진 길이 아니니 나는 할 수 없다.”
그리고는 아내를 데리고 산에 들어가서 과실을 따먹었다. 산에서 견디기에 해가 지났다. 산에 한 절름발이가 있었는데, 아내가 그와 몰래 사통하고 그 남편을 죽일 것을 꾀하였다.
거짓으로 꾸며서 말하였다.
“아내의 의무는 남편을 힘써 봉양하는 것인데 당신이 하시니, 내일은 나도 따라가서 괴로움을 함께 겪을까 합니다.”
“산이 매우 험하니 그대는 갈 수 없소.”
세 번이나 말하여도 듣지 아니하여 드디어 함께 갔다.
아내가 산이 높고 골이 깊은 것을 보고 남편을 밀어서 떨어뜨렸다.
물가에 신이 있었는데 그 신이 받들어서 무사하게 하였다.
아내는 이제 잘 되었다고 기뻐하면서 돌아와서 절름발이와 함께 살았다.
011_0309_a_14L昔者菩薩兄弟三人遭世枯旱黎民相噉俱行索食以濟微命經歷山嶮乏食有日兩兄各云以婦濟命可乎大兄先殺其妻分爲五分小弟仁惻哀而不食中兄復殺弟殊哽噎兩兄欲殺弟妻弟曰殺彼全己非佛仁道不爲也將妻入山採果自供處山歷山中有一跛人婦與私通謀殺其詭曰妾義當勞養而君爲之明日翼從願俱歷苦山甚險阻爾無行三辭不從遂便俱行婦睹山高谷排壻落之水邊有神神接令安喜得所還跛共居
남편이 물가로 가다가 상인(商人)을 만나서 자기의 내력을 이야기하니 상인이 딱하게 여겨서 싣고 풍국(豊國)이란 나라에 이르렀다. 그때 마침 그 나라 왕이 죽었는데 또 태자가 없어서 여러 신하들이 서로 사양하니, 설 자가 없었다. 바라문으로 하여금 점을 치게 하니 길가는 사람으로서 상(相)에 맞는 자가 있으니, 세워서 왕을 삼으라는 것이었다.
바라문이 보살을 보고 곧 말하였다.
“이 분이 도 있는 임금으로서 가히 모든 백성들을 위하여 하늘 같은 어진 덕으로 덮을 것이다.”
여러 각료와 백성들이 기쁜 눈물을 흘리면서 좋다고 찬탄하고 만수무강을 빌지 않는 이가 없었다. 떠받들고 궁으로 들어가서 임금의 자리를 주었다.
곧 4등(等)으로 백성을 기르고 여러 삿된 술책은 모두 폐하였으며, 5계를 주고 10선을 펴니, 온 나라가 계를 지켰고, 이에 천제가 그 나라를 도우니 귀신과 요망한 것들이 멀리 달아났으며, 독기가 삭아 없어지고 곡식과 과일이 풍성하게 익었다. 이웃 나라도 바르게 되어서 원수가 다시 친해졌으며, 백성들이 아이들을 들쳐업고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011_0309_b_04L壻尋水行睹商人本末自陳商人愍之載至豐國國王崩又無太子群臣相讓適無立令梵志占行路之人有應相者之爲王梵志睹菩薩卽曰善哉斯有道之君可爲兆民天仁之覆矣群僚黎庶揮淚歎善莫不稱壽奉載入宮授以帝位卽以四等養民衆邪之術都廢之矣授以五戒宣布十善率土持戒於是天帝祐護其國鬼妖奔逬毒氣消歇穀菓豐熟鄰國化正仇憾更親襁負雲集
아내도 절름발이 남편을 부축하고 나라에 들어와서 구걸하면서 전부터 남편을 데리고 세상의 어려움을 피하다가 이제 이 인자하신 그늘로 돌아온 것이라고 하였다.
나라 사람들이 아름답고 기특하게 여겨 모두 말하였다.
“어진 부인을 기록해야 한다.”
부인이 말하였다.
“중한 상을 주셔야 합니다.”
왕이 곧 부인을 보고 물었다.
“천자(天子)를 알겠느냐?”
부인이 떨면서 머리를 조아렸다. 왕이 궁인들을 위하여 내력을 말하니, 집정대신이 말하였다.
“이는 죽여야 합니다.”
왕이 말하였다.
“모든 부처님께서 인(仁)으로써 삼계의 상보(上寶)를 삼으셨나니, 내가 차라리 내 목숨을 죽일지언정 어진 길을 버리지 않으리라.”
사람을 시켜 부인을 나라에서 몰아내어 그 발자국을 쓸어 버렸다.
011_0309_b_15L婦嬰其跛壻入國乞陳昔將壻避世之難今來歸仁人巨細莫不雅奇僉曰賢婦可書矣夫人曰可重賜也王卽見婦問曰天子不婦怖叩頭王爲宮人本末陳執正臣曰斯可戮矣王曰諸佛以仁爲三界上寶吾寧殞軀命不去仁道也夫人使人驅之出國掃其足迹
011_0309_c_01L부처님께서 추로자에게 말씀하셨다.
“왕은 나였고 절름발이는 조달이었으며, 아내였던 자는 호수였느니라.”
보살은 뜻을 견고히 지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지계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011_0309_b_22L佛告鶖鷺子王者吾身是跛人者調達是婦者好首是也菩薩執志度無極行持戒如是

32
예전에 보살이 한때 범부가 되었다. 불경을 널리 배우고 깊이 죄와 복을 알았으며, 여러 가지 의술과 새ㆍ짐승들이 우는 것에도 모두 알지 않음이 없었다.
세상이 어지럽고 탁함을 보고 숨어서 벼슬을 하지 않았으며, 부처님 계율을 높이고 숭상하여 오직 바른 것이라야만 따라서 하였다. 가난에 처하여 곤궁했으므로 상인의 품팔이 짐꾼이 되어 물가를 지나다가 요기를 하였는데, 까마귀 떼가 시끄럽게 짖었다. 상인은 마음으로 무서워하며 모발이 곤두섰는데 보살은 웃었다. 먹고 나서 곧 걸어 그 본토로 돌아와서 그 서직(婿直)을 돌아보면서 말하였다.
“까마귀가 우짖을 때 그대는 웃었으니 무슨 까닭이라도 있는가?”
“까마귀가 말하는데, 저 사람에게 흰 구슬이 있으니 값이 매우 비싸다. 네가 죽이고 그 구슬을 취하면 나는 그 고기를 먹겠다고 하므로 웃었습니다.”
“그대가 죽이지 않은 것은 무슨 까닭인가?”
“대체로 불경을 보지 않은 자는 하늘에 넘칠 악을 짓고도 재앙이 없다고 하지만 이것은 스스로 속이는 것입니다. 나는 위없는 바르고 참된 경전을 보고 보살의 청정하고 어짊을 보아서 날아다니고 기어다니고 꿈틀거리는 것들까지도 사랑하여 죽이지 않으며, 지푸라기도 내 것이 아니면 가지지 않습니다. 대체로 죽이기를 좋아함은 어진 것이 아니며, 가지기를 좋아함은 청정한 것이 아닙니다.
내가 전 세상에 가지기를 좋아하는 더러운 생활을 했기 때문에 이제 그 앙화를 얻어서 곤궁한 가난에 처하였고, 그대의 품팔이꾼이 되었으니, 이제 또 범한다면 한량없는 죄를 심는 것이라, 부처님 제자가 아니니, 내가 차라리 도를 지키다가 가난하게 죽을지언정 무도한 부귀를 누리고 살지 않을 것입니다.”
화주(貨主)가 말하였다.
“훌륭하구나. 오직 부처님의 가르침만이 참된 것이로다.”
보살은 뜻을 견고히 지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지계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011_0309_c_02L昔者菩薩時爲凡夫博學佛經深解罪福衆道醫術禽獸鳴啼靡不具照睹世憒濁隱而不仕尊尚佛戒唯正是從處貧窮困爲商賃檐過水邊飯群烏衆噪商人心懼森然毛豎菩薩笑之飯已卽去還其本土雇其賃直烏鳴爾笑將有以乎答曰烏云有白珠其價甚重汝殺取其珠吾欲食其肉故笑之耳爾不殺爲乎夫不睹佛經者爲滔天之惡而謂之無殃斯爲自欺矣吾睹無上正眞之典籍觀菩薩之淸仁蜎飛蚑行蠕動之類愛而不殺草芥非己有卽不取夫好殺者不仁好取者不淸吾前世爲好取之穢今獲其殃處困陋之貧爲子賃客今又犯之種無量之罪佛弟子矣吾寧守道貧賤而死不爲無道富貴而生也貨主曰善哉唯佛教眞菩薩執志度無極行持戒如是
011_0310_a_01L
33
예전에 보살이 세상에 처하여 빈곤하였다. 상인의 품팔이꾼이 되어서 바다에 들어가 이로운 것들을 채집하는데 배가 머물고 가지 않으니, 상인들이 모두 무서워서 신기(神祇)에게 구제하여 달라고 빌었다.
가난한 사람은 오직 스스로 3귀의를 하고 계를 지켜 범하지 않고 허물을 뉘우쳐 자책하면서 낮과 밤에 각각 세 번씩 인자한 마음으로 원하였다.
“시방의 중생이 무서움이 없기를 오늘의 나와 같이 하여지이다. 내가 뒤에 부처가 되면 마땅히 이 무리들을 제도하오리다.”
7일이 되어도 배는 나아가지 못하였다.
해신(海神)이 거짓으로 화주에게 현몽하여 말하였다.
“네가 가난한 사람을 버리면 내가 너를 가게 하리라.”
화주가 꿈을 얻고 슬퍼하면서 몰래 의논하는 것을 가난한 사람이 그 눈치를 알고 말하였다.
“나 한 사람의 몸뚱이 때문에 여러 목숨이 죽을 수는 없다.”
화주는 떼를 만들고 식량을 주어 떼 위에 내려놓고 떼를 밀어서 멀리 띄웠다.
큰 고기가 배를 뒤집어 엎어서 상인들을 다 삼켜 버렸다.
가난한 사람이 바람을 따라 언덕을 얻어서 그 본토로 돌아가니 구족(九族)이 기뻐하였다.
가난한 사람은 스스로 3보께 귀의하고 5계와 10선을 지키며, 재를 받들어 참회하면서 자비로 중생을 대하였으므로 이러한 복을 얻은 것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가난한 사람은 나였느니라.”
보살은 뜻을 견고히 지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지계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011_0309_c_21L昔者菩薩處世貧困爲商人賃入海採利舩住不行商人巨細靡不恐懼請禱神祇上下賙拯貧人唯三自歸守戒不犯悔過自責日夜各三慈心誓願十方衆生莫有恐怖如吾今日吾後得佛當度斯類矣乃至七日舩不移邁海神訛與貨主夢曰汝棄貧人吾與汝去貨主得夢愴然悼之私密言議貧人微察具照所以以吾一人之體喪衆命也貨主作 ((竹/椑)) 給其餱糧下著 ((竹/椑)) ((竹/椑)) 遠之大魚覆舩盡吞商人貧人隨風得岸還其本土九族欣懌貧人以三自歸五戒十善奉齋懺悔慈向衆生故得是福貧人者我身是也菩薩執志度無極行持戒如是
011_0310_b_01L
34
예전에 보살이 계를 지키면서 숨어서 살았다. 시속의 영화를 생각하지 않고 4성(姓)에 의탁하여 그 묘지기가 되었다.
만약 초상과 장사가 있으면 힘을 다하여 도왔는데, 상주가 감동하여 재물을 주면 얻은 바가 많건 적건 도루 4성에게 돌려주었다.
4성이 말하였다.
“그대가 노력하였기 때문에 이 재물을 얻는 것인데 어찌 되돌리는가?”
도사가 말하였다.
“저는 그대의 땅을 지키고 저들은 그대의 땅에 장사지내니, 대의로 말하면 재물도 그대의 것입니다.”
4성이 감탄하여 말하였다.
“훌륭하다. 예전의 현자가 어찌 그대보다 낫겠는가?”
곧 계집종[靑衣] 중에서 현숙한 행이 있고 겸하여 화색(華色)이 있는 자를 택하여 아내를 삼게 하고 재물을 나눠 주어 그 살림을 마련하였다.
도사가 말하였다.
“그 수행이 나아가야 하고 그 덕을 높여야 한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때 가난한 도사는 나였고 아내는 구이(求夷)였느니라.”
보살은 뜻을 견고히 지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지계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011_0310_a_14L昔者菩薩守戒隱居不慕時榮依蔭四姓爲其守墓若有喪葬輒展力助喪主感焉以寶惠之所獲多少輒還四姓四姓曰子展力致此寶胡爲相道士曰吾守君野彼葬君地大義論之寶卽君有也四姓歎曰善哉之賢者豈能踰子乎卽擇靑衣中有賢行兼華色者給之爲妻分家財以成其居道士曰進其行高其德爾時貧道士者吾身是也妻者裘夷是薩執志度無極行持戒如是

35
예전에 보살의 몸이 평범한 사람이 되어서 3존께 귀의하고 계를 지켜 결함이 없었다.
외삼촌과 함께 다니면서 행상을 하여 스스로 생계를 하였다. 다른 나라에 가는데 외삼촌이 먼저 물을 건너서 과부 집에서 쉬게 되었다. 그 집에 어린 딸이 있었는데, 자기 어머니한테 뒤에 있는 대야를 상인의 흰 구슬과 바꾸자고 하자고 하니, 어머니가 딸의 뜻을 좇아서 상인에게 보였다. 상인이 칼로 긁어 보고 그것이 진짜 보배임을 알고도 거짓으로 땅에 던지면서 내 손만 더러워졌다고 하고 곧 길로 나아가니, 어머니와 딸이 부끄러워하였다.
011_0310_b_02L昔者菩薩身爲凡人歸命三尊守戒不虧與舅俱行衒賣自濟之彼異國舅先渡水止獨母家家有幼女女啓母曰後有澡盤可從商人易白珠也母順女意以示商人以刀刮視照其眞寶佯投地曰污吾手矣卽出進路母子恥焉
동자가 뒤에 이르니 딸이 거듭 구슬을 청하였다. 어머니가 말하였다.
“아까 당한 부끄러움으로 지금을 경계하도록 하라.”
딸이 말하였다.
“이 사람은 어진 사람의 상이 있으니 아까의 사나운 욕심쟁이가 아니어요.”
그 대야를 또 보였다.
동자가 말하였다.
“이것은 자마금(紫磨金)입니다. 내가 가진 재물을 다 주고 바꿔도 되겠습니다.”
어머니가 좋다고 하니, 동자가 말하였다.
“제 금전 2매(枚)를 주겠습니다.”
외삼촌이 되돌아와서 말하였다.
“이제 작은 구슬을 줄 테니 대야를 가져오라.”
어머니가 말하였다.
“선량한 동자가 있어 좋은 구슬을 다 주고 내 금대야를 사면서 오히려 그 값이 적음을 미안해 하였다. 네가 빨리 가지 않으면 몽둥이로 패 주겠다.”
외삼촌이 물가에 이르자 땅을 구르면서 “내 보배를 돌려줘라” 하고 부르짖으면서 성급하게 가슴을 치다가 피를 토하고 죽었다.
생질이 그 금을 돌려주고자 했을 때는 이미 그가 죽었음을 보고 목이 메어 말하였다.
“탐욕이 결국 죽음을 가져왔도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살은 신의를 지켜 보배를 얻었고, 조달은 탐욕과 속임수로 몸을 잃었다. 동자는 나였고 외삼촌은 조달이었느니라.”
보살은 뜻을 견고히 지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지계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011_0310_b_09L童子後至女重請珠母曰前事之恥可爲今戒也女曰觀此童有仁人之相非前貪殘矣又以示之童儒曰斯紫磨金也盡吾貨易之可母曰童子曰丐吾金錢二枚雇渡耶舅尋還曰今以少珠惠汝屬盤來母曰有良童子盡以名珠雇吾金盤猶謝其賤矣爾不急去且加爾杖舅至水邊踏地呼曰還吾寶來性急椎胸吐血而死甥還其金已睹殞矣哽噎曰貪乃至於喪身乎菩薩守信以獲寶調達貪欺以喪身童子吾身也舅者調達是菩薩執志度無極行持戒如是
011_0310_c_01L
36
예전에 보살이 수없는 겁 전에 형제가 벌이하여 어버이를 봉양하였다. 다른 나라에 가서 아우를 시켜 구슬을 가지고 그 국왕에게 알현하게 하였다. 왕이 아우의 얼굴이 빛남을 보고 기쁘게 그 딸을 주었다. 구슬을 많이 구하여 가지고 돌아와서 형에게 고하였다.
형이 따라서 그 왕의 처소에 갔더니 왕이 또 형의 용모가 당당하고, 말이 성인의 경전에 맞았으며, 우아한 품이 그와 같기 어려움을 보고, 왕이 거듭 칭찬하고 그 딸을 다시 그에게 준다고 하니, 여자도 좋아하였다.
형이 생각하였다.
‘남편의 형이면 곧 아버지와 같고 아우의 아내면 곧 자식과 같은 것이다. 부자의 윤리가 있는데 어디 시집가고 장가드는 도리가 있겠느냐? 이 왕은 사람의 임금이라는 높은 자리에 처하여 있으나 금수의 짓을 한다.’
곧 아우를 이끌고 물러가니, 여자가 대(臺)에 올라서 바라보고 말하였다.
“내가 독충이 되어서 형놈의 간을 먹을 것이다.”
그 뒤로 생사(生死)에 전전하여 형은 원숭이가 되고, 여자는 아우와 함께 자라가 되었다.
011_0310_b_22L昔者菩薩無數劫時兄弟資貨求利養親之于異國令弟以珠現其國王王睹弟顏華欣然可之以女許焉珠千萬弟還告兄兄追之王所王又睹兄容貌堂堂言輒聖典雅相難齊王重嘉焉轉女許之女情泆豫兄心存曰壻伯卽父叔妻卽子斯有父子之親豈有嫁娶之道乎斯王處人君之尊而爲禽獸之行卽引弟退女登臺望曰吾爲 ((鬼-厶+古)) 食兄肝可乎展轉生死兄爲獼猴女與弟俱爲鼈
자라의 아내가 병이 들어서 원숭이의 간을 먹고 싶다고 하니, 수컷이 다니며 구하였는데 마침 원숭이가 내려와서 물을 마시는 것을 보았다.
자라가 말하였다.
“너는 일찍이 음악을 들은 적이 있느냐?”
“없다.”
“내 집에 묘한 음악이 있는데 네가 보고자 하느냐?”
“그렇다.”
“그러면 내 등에 오르라. 너를 데리고 가서 보여 주겠다.”
원숭이가 등에 올라서 물로 반쯤 따라갔는데 자라가 말하였다.
“내 아내가 네 간을 먹고 싶어한다. 물 속에 무슨 음악이 있겠느냐?”
원숭이는 마음으로 부끄러워 이렇게 생각하였다.
‘대체로 계율은 선을 지키는 데 떳떳한 것이요, 방편[權]은 난을 건지는 데 큰 것이다.’
그리고는 자라에게 말하였다.
“너는 왜 진작 말하지 않았느냐? 내가 간을 저 나무 위에 걸어 놓았다.”
자라가 믿고 되돌아가니 원숭이가 언덕에 올라가서 말하였다.
“죽어라. 자라야, 어떻게 뱃속에 있는 간을 나무에다 걸어 놓을 수 있겠느냐?”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형이었던 자는 나였는데 항상 바르고 청정함을 지켜 끝까지 음란함을 범하지 않았으나 숙세의 남은 업장[餘殃] 때문에 원숭이 속에 떨어졌고, 아우와 왕녀는 함께 자라의 몸을 받은 것인데, 수컷은 조달이었고 암컷은 조달의 처였느니라.”
보살은 뜻을 견고히 지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지계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011_0310_c_10L鼈妻有疾思食獼猴肝雄行求焉睹獼猴下飮鼈曰爾嘗睹樂乎答曰未也吾舍有妙樂爾欲觀乎鼈曰昇吾背將爾觀矣昇背隨焉半谿吾妻思食爾肝水中何樂之有乎獼猴心恧然曰夫戒守善之常也濟難之大矣爾不早云吾以肝懸彼樹上鼈信而還獼猴上岸曰死鼈豈有腹中肝而當懸樹者乎佛告諸比丘兄者卽吾身是也常執貞淨終不犯淫亂畢宿餘殃墮獼猴中及王女俱受鼈身雄者調達是雌者調達妻是菩薩執志度無極行持戒如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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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예전에 보살이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서 보배를 캐어다가 궁핍을 구제하였다. 바닷가에 성이 있었는데 꽃밭과 동산이 갖추어져 있었고, 화려한 여자가 물가에 나와서 일행에게 요구하며 말하였다.
“이 나라가 풍부하고 비옥하여 진귀한 보배를 마음대로 구할 수 있으니, 성에 들어와서 백성이 있는지 없는지 보라.”
상인들이 믿고 귀매(鬼魅)의 달콤한 유혹에 떨어져서 드디어 머물러서 함께 살기를 5년이나 하였다.
보살이 양친이 계시는 고향을 생각하고 성을 나와 산에 올라서 사방을 돌아보다가 멀리 바라보니, 한 철성(鐵城) 중에 장부가 있었는데, 머리에 천관(天冠)을 쓰고 엄연히 앉아 있었다.
그가 보살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유혹된 것이다. 귀매로써 아내를 삼고 그대들 양친과 구족의 두터움을 저버린 것이다. 귀신에게 먹히는 바가 되었으니 어찌 유혹된 것이 아니냐? 그대들은 자지 말고 그 참과 거짓을 살펴보아라. 바야흐로 신마(神馬)가 있어 거기 날아가서 그대들을 건질 것이니, 이 말에 붙어서 있는 데서 떠나면 그대의 신명을 온전히 하려니와 만약 호리는 처[蠱妻]를 못잊어 죽으러 그 성에 들어가면 뭇 독이 두루 가해질 것이니 후회해도 구원이 없으리라.”
011_0311_a_01L昔者菩薩乘舩渡海採寶濟乏海邊有城苑園備有華女臨渚要其輩曰斯國豐沃珍寶恣求可屈入城觀民有無商人信從鬼魅厭惑遂留與居積年有五菩薩感思二親本土出城登山四顧遠望睹一鐵城中有丈夫首戴天冠儼然恭坐謂菩薩曰爾等惑乎以鬼魅爲妻捐爾二親九族之爲鬼所吞豈不惑哉爾等無寐其眞贗矣方有神馬翔茲濟衆可附旋居全爾身命若戀蠱妻死入斯城衆毒普加悔將無救
011_0311_b_01L보살이 그 말을 듣고 거짓으로 자는 체하고 살펴보니 참으로 그 말과 같았다. 그 마음이 무서워서 다음날 가만히 서로 통하니, 일행이 다 그러냐고 하고, 각각 아내를 살펴보았다. 과연 변하여 여우의 몸이 되어 가지고 다투어 사람을 먹는데 몸서리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들도 죽을 것이다.”
서로 놀라서 미리 준비해야지 게으르면 죽으리라 하였다.
말의 왕[馬王]이 와서 말하였다.
“누가 여기서 떠나겠는가? 마음에 어버이를 생각하거든 빨리 와서 여기 붙으라. 내가 구제하리라.”
상인들이 기뻐서 말하였다.
“이것은 반드시 하늘의 돌보심이다.”
무리가 달려가서 목숨을 의탁하였다. 그의 아내가 곧 자식을 안고 발자국을 찾아가면서 애통해 하며 말하였다.
“하늘님도 원망스럽습니다. 여러 해 동안 아내가 되었는데 이제는 귀신이라고 합니까?”
애절한 소리로 마음을 상하게 하면서 왕에게 나아가서 이와 같은 말을 하였다.
“지금 허둥거려서 믿을 데가 없을 것이나, 대왕께서 첩의 심정을 가엾이 알아 주소서.”
왕이 보살을 불러서 그 까닭을 물으매 곧 본 바를 처음부터 끝까지 진술하였다. 그러나 왕은 자색이 아름다움을 보고 바로 남편을 보내고 나서 안의 후궁에 두고 색(色)에 골몰하니, 나라의 정사가 어지러웠다.
귀신이 여우로 화하여 날마다 사람을 먹어 폐해가 심하였으나 왕은 깨닫지 못하였다.
011_0311_a_13L菩薩承命訛寐察之睹眞如云厥心懼焉明日密相等人僉然各伺睹妻變爲狐體爭食人靡不憮然吾等死矣相驚備豫懈卽喪矣馬王臻曰孰有離居心懷所親疾來赴茲吾將濟爾商人喜曰斯必天也群馳歸命妻卽抱子尋迹哀慟其辭曰怨呼皇天爲妻累今以爲鬼哀聲傷情辭詣王所云如上今者偟偟無由自恃惟願大王哀理妾情王召菩薩問其所由以所睹本末陳之王睹色美疾遣壻內之後宮爲其淫荒國正紛亂化爲狐日行食人爲害茲甚王不覺
뒤에 각각 목숨이 다하여 생사에 윤회하다가 보살은 덕을 쌓아서 드디어 부처가 되었고, 여우 귀신의 혼령은 화하여 바라문의 집에 태어났는데, 자색(姿色)이 절묘하였다.
부처님께서 그때 작법현(作法縣)에서 밥을 구하였는데 식사를 마치시고는 성을 나와 나무 밑에 앉아 계셨다.
바라문이 부처님의 상호를 보니 얼굴빛이 자금색이고 목에 일광(日光)이 있어서 별 속의 달과 같았다. 부처님의 이와 같음을 보고, 그 기쁨이 한량없어 돌아와서 아이의 어머니에게 말하였다.
“내 딸의 사윗감을 얻었는데 그는 세상의 영웅이다. 빨리 좋은 옷으로, 세상의 모든 좋은 것을 갖춰서 입히도록 하라.”
바라문과 부인이 딸을 데리고 바치러 가는데 길에서 발자국을 보고 아내가 말하였다.
“이분은 욕심이 없는 신성한 어른인데, 어찌 음란과 사특으로 그 뜻을 어지럽히랴.”
남편이 말하였다.
“내 딸은 나라에서도 가장 아름다운데 어찌 덕이 높다고 해서 돌아오지 않겠는가?”
아내가 곧 그 뜻을 게송으로 노래하였다.

음탕한 자는 발을 끌고 다니고
성내는 자는 주먹 쥐고 걸으며,
미련한 자는 발로 땅을 다지는데
이 발자국은 천인존(天人尊)의 것일세.
011_0311_b_04L後各命終生死輪轉菩薩積德得爲佛狐鬼魂靈化生梵志家有絕妙之色佛時於作法縣求食食畢出城坐樹下梵志睹佛相好容色紫金項有日光若星中月睹佛若此其喜無量歸白兒母吾女獲壻其爲世雄疾以名服具世諸好梵志家室攜女貢之道睹足迹妻曰斯無欲之神雄豈以淫邪亂其志乎父曰吾女國之上華胡高德而不迴耶妻卽頌其義曰婬者曳足行
多恚斂指步
愚者足築地
斯迹天人尊

그리고는 스스로 욕됨이 없도록 하자 하니, 남편이 말하였다.
“너는 지혜가 엷어 어긋나게 행동하는구나.”
그리고는 딸을 바치니,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제6 마천(魔天)이 내게 셋째 딸을 바쳤는데 변하여 늙은 귀신이 되었었다. 이제 너는 똥주머니이다. 또 와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이냐?”
바라문이 미안하여 낯이 뜨거웠고, 그 아내는 거듭 부끄러워하였다.
그때 어떤 비구가 나아가 머리를 조아리고 말하였다.
“원컨대 제게 주옵소서.”
세존께서 경계하셨다.
“너는 예전에 왕이 되었는데, 이 여자는 그때 귀신이 되어서 색으로써 너를 홀리고 네 백성을 잡아먹었더니라. 이런데도 너는 싫지 않으냐?”
비구가 부끄러워서 물러가 참선을 닦고 정을 얻어서 수다원이 되었다.
011_0311_b_15L無自辱也父曰爾薄智也戾而行矣以女獻焉世尊告曰第六魔天獻吾三女變爲 ((穴*老)) 今爾屎囊又來何爲梵志恧然妻重恥之有除饉進稽首曰願以惠余世尊戒曰爾昔爲王女時爲鬼以色誑爾吞盡爾民爾不厭乎除饉恥焉退禪獲定得溝港道
011_0311_c_01L부처님께서 추로자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이 성에 있던 사람의 경계함을 받고 집으로 돌아와서 3존께 귀의하고 스스로 맹세하기를 ‘때에 죽음을 만나 죽더라도 다시는 여래ㆍ응의(應儀)ㆍ정진각의 청정한 중계(重戒)를 범하지 않겠다’ 하고 계행을 쌓기를 넓고 많이하여 드디어 불도를 이루었나니, 그때 장자(長者)는 나였고, 왕은 지금의 저 비구였으며, 귀신은 바라문의 딸이다.”
보살은 뜻을 견고히 지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지계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011_0311_b_22L佛告鶖鷺子菩薩自受城中人戒已旋家歸命三尊自誓辭云時當死不復犯如來應儀正眞覺#淸淨重戒積戒弘多佛道遂成爾時長者吾身是也王者今比丘是鬼者梵志女是城中天人者鶖鷺子是菩薩執志度無極行持戒如是

38
태자묘백경(太子墓魄經)
011_0311_c_06L太子墓魄經
이와 같이 들었다.
011_0311_c_07L聞如是
한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이때 부처님께서 모든 사문들에게 말씀하셨다.
예전에 바라내(波羅柰)라는 나라가 있었고, 왕에게 태자가 있었으니, 이름은 묘백이었다. 나면서부터 무궁한 지혜가 있어서 과거ㆍ현재ㆍ미래의 여러 일에 그 지혜가 걸림이 없었다. 단정하고 빛나는 것이 마치 별 속의 달과 같았다.
왕에게는 오직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고 보니 온 나라가 사랑하지 않음이 없었다. 그런데 나이 열세 살이 되자 입을 닫고 말을 않으니 벙어리와 같았다. 왕과 왕후가 이를 근심하고 바라문들을 불러서 그 까닭을 물으니,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이는 상서롭지 않은 일입니다. 단정하여도 말을 않으니 대왕께 무엇이 유익하겠습니까? 후궁에게도 아들이 없으니 어찌 저것이 해가 아닙니까? 법으로 마땅히 산 채로 묻어야 하오리니, 그렇게 하시면 반드시 귀한 아들을 두오리다.”
왕이 곧 난처해서 들어가 왕후와 더불어 의논하니 왕후와 궁인들이 애통해 하지 않는 이가 없었고, 모두 탄식하여 말하였다.
“어찌하여 태자는 복이 엷어서 나면서 이런 재앙을 얻은 것인가.”
슬퍼하는 자들이 길을 막으니, 마치 대상(大喪)이 있는 것과 같았다.
보배 옷을 갖추어 가져다가 상두꾼[喪夫]에게 주니 상두꾼이 그 옷을 받아서 함께 묻기로 하였다.
011_0311_c_08L一時佛在聞物國祇樹給孤獨園是時佛告諸沙門往昔有國名波羅柰王有太子名曰墓魄生有無窮之明過去現在未來衆事其智無端正暉光猶星中月王唯有一子國無不愛而年十三閉口不言有若瘖人王后憂焉呼諸梵志問其所由對曰斯爲不祥也端正不言何益大後宮無嗣豈非彼害哉法宜生埋必有貴嗣王卽恧然入與后議逮宮人靡不哀慟嗟曰奈何太子祿生獲斯殃哀者塞路猶有大喪著寶服以付喪夫喪夫奪其名服共爲塚
011_0312_a_01L묘백이 생각하였다.
‘임금님과 나라 사람들이 나를 참벙어리로 믿는구나.’
곧 가만히 옷을 거두고 물에 들어가서 깨끗이 목욕하고 향을 몸에 바르고 보배 옷을 갖추어 입고, 구덩이를 파는 데에 가서 말하였다.
“너희들은 무엇을 하는가?”
대답하였다.
“태자가 벙어리고 귀머거리인데, 나라에 후사가 없기 때문에 임금의 명령으로 생매장을 하고 좋은 후사를 낳기 바라는 것이오.”
“내가 바로 묘백이다.”
상두꾼들이 태자를 싣고 온 수레를 보매 텅 비어 있었고, 그의 형용을 보니, 환한 광명이 있어 들이 온통 해가 비추는 것처럼 밝았다. 성령의 큰 힘이 신(神)과 영기(靈祇)를 움직인 것이었다.
상두꾼들이 모두 놀라서 서로 보매 얼굴 모습이 누렇고 푸르렀다. 태자의 말이 문장을 이루니 두렵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늘을 우러르며 말하였다.
“태자의 신령한 덕이 이럴 수도 있습니까.”
곧 머리를 조아리며 말하였다.
“원컨대 돌아가서 임금님을 편안하게 해 드리고 무리들로 하여금 슬퍼하지 않게 하소서.”
태자가 말하였다.
“네가 빨리 가서 임금님께 태자가 말할 수 있습니다라고 여쭈어라.”
사람이 곧 달려가서 아뢰니, 왕과 왕후와 백성들이 그렇게 된 까닭을 심히 괴이하게 여기면서 마음으로 기뻐하며 좋다고 하고,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수레가 달리고 사람이 뛰고 길이 막히고 혼잡을 이루었다.
묘백이 생각하였다.
‘내가 사문이 되어서 비고 고요한 수행을 하면 또한 좋지 않으랴.’
뜻이 비로소 이와 같았다.
011_0311_c_21L墓魄惟曰王逮國人信吾眞卽默斂衣入水淨浴以香塗身著寶服臨壙呼曰爾等胡爲答曰子瘖聾爲國無嗣王命生埋冀生賢吾卽墓魄矣喪夫視車霍然空觀其形容曜曜有光草野遐邇猶日之明聖靈巨勢神動靈祇喪夫巨細靡不懾驚兩兩相視顏貌黃靑成文章靡不畏焉仰天而曰太子靈德乃之于斯卽叩頭陳曰願旋寧王令衆不嗟太子曰爾疾啓王云吾能人卽馳聞王后兆民甚怪所以歡稱善靡不悅豫車馳人犇殷塡塞墓魄曰吾獲爲沙門虛靖之行亦善乎意始如之
제석이 화하여 동산과 못과 수목을 만드니 세상에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며, 곧 여러 보배 옷도 없어지고 화하여 가사가 되었다.
왕이 도착하매 태자가 오체를 땅에 던져 예(禮)대로 절하였다. 왕이 곧 자리에 나아가 그 언성을 들었으며, 빛나는 모습의 위엄과 신령함은 하늘 땅을 움직였다.
왕이 기뻐하면서 타일렀다.
“내가 너를 둔 이래로 온 나라가 공경하고 사랑하였다. 마땅히 왕위를 이어서 백성의 부모가 되어야 하리라.”
011_0312_a_12L帝釋卽化爲苑池樹木非世所睹卽去衆寶衣化爲袈王到已太子五體投地稽首如禮王卽就坐聞其言聲光影威靈二儀爲動王喜喩曰吾有爾來擧國敬愛當嗣天位爲民父母
011_0312_b_01L태자가 대답하였다.
“오직 원컨대 대왕께옵서 제 작은 말씀을 들으시옵소서. 제가 예전에 일찍이 이 나라의 왕이 되어 이름을 수념(須念)이라 하였습니다.
나라에 처하여 백성에 임하기 25년 동안에 몸으로 10선을 받들고 백성을 사랑으로써 길러서 채찍과 몽둥이를 없앴고, 병역을 모두 그만두어서 행하지 않았사오며, 감옥에는 죄수가 없었고, 거리에는 원망과 한탄의 소리가 없었으며, 은혜로 널리 베푸니 윤택이 두루하지 않음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다만 나아가 노니는데 옹호하여 따르는 무리가 매우 많았고, 인도하는 신하가 달려 경비하매 백성들이 두려워하였으므로 마침내 태산지옥에 들어가서 태워지고 지져지고 베이고 찢기기를 6만 년을 쌓는 동안 죽음을 구하여도 얻지 못하고 울부짖어도 구원이 없었습니다.
저 때에 안으로 구친이 있었고 밖으로 신민이 있었으며, 재산이 억대이고 여러 가지 즐거움이 다함이 없었는데, 어찌 제가 태산지옥에 들어가서 태워지고 지져지고 하는 여러 가지 더할 수 없는 고통을 겪을 줄 알았겠습니까?
살아 있는 동안에 영화롭던 처자와 신민이 누가 능히 이 고통을 나누어 갈 것입니까? 생각해 보면 저 모든 독이 한량이 없는데 매양 한 번씩 생각할 적마다 마음이 괴롭고 뼈가 아프며, 몸에서 식은땀이 나고 모발이 곤두섭니다.
말을 하면 화가 와서 죽음이 그림자처럼 찾아오니 비록 말을 하고자 하나 다시 죄를 얻을까 무섭고 태산지옥의 고난을 두 번 다시 하기 어려워서 혀를 오그리고 도무지 말이 없이 하고자 하다가 13년 만에 비로소 요망한 도사가 왕으로 하여금 저를 생매장하게 하오매 대왕께옵서 태산지옥의 죄를 얻을까 무서워서 힘을 회복하여서 한 말씀 드리는 것입니다.
이제 사문이 되어서 욕심 없는 수행을 해 나가고 여러 화근의 문을 막고 다시 왕이 되지 않고자 하니, 원컨대 괴이하게 생각하지 마시옵소서.”
011_0312_a_17L對曰惟願大王哀採微言吾昔嘗爲斯國王名曰須處國臨民二十五年身奉十善育民以慈鞭杖衆兵都息不行囹圄無繫囚路無怨嗟聲惠施流布潤無不但以出遊翼從甚衆導臣馳除庶惶懼終入太山燒煮割裂積六萬求死不得呼嗟無救當爾之時有九親表有臣民資財億載衆樂無寧知吾入太山地獄燒煮衆痛無極之苦乎生存之榮妻子臣民孰能分取諸苦去乎惟彼諸毒其爲無量每壹憶之心怛骨楚身爲虛汗毛爲寒豎言往禍來殃追影尋雖欲發言懼復獲咎太山之苦難可爯更是以縮舌都欲無言始十三年而妖導師令王生埋吾懼大王獲太山之咎復一言耳今欲爲沙門守無欲之行睹衆禍之門不復爲王矣願無怪焉
왕이 말하였다.
“네가 훌륭한 임금이 되어서 수행이 높고 덕이 높아 백성을 도(道)로써 거느렸으며 허물은 실낱이나 터럭과 같아서 사람들이 염두(念頭)에도 두지 않았거늘, 이 때문에 죄를 얻어서 혹독한 형벌이 그와 같았다는 말이냐.
나는 이제 사람의 임금이 되어서 마음에 하고자 하는 바를 좇아서 하고 바른 법을 받들지 안았으니 마침내 어디로 갈 것이냐?”
곧 도 배울 것을 허락하였다.
왕이 돌아와서 나라를 다스리되 바름으로써 하고 삿되지 않게 하니, 드디어 나라는 풍요롭고 백성을 즐겁게 되었다.
묘백은 곧 스스로 마음을 단속하고 욕심을 끊어 참된 길로 나아가서 드디어 부처가 되었으며, 널리 밝은 법을 설하여서 중생을 건져서 멸도하기에 이르렀다.
011_0312_b_12L 王曰爾爲令君行高德尊率民以道過猶絲髮非人所憶以之獲罪酷裂乃如之耶如吾今爲人主從心所欲不奉正法終當何之乎卽聽學道還治國以正不邪遂致豐樂墓魄卽自練情絕欲志進道眞遂至得佛說景摸拯濟衆生以至滅度
011_0312_c_01L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묘백은 나였고, 부왕은 지금 백정왕이었으며, 어머니는 지금 나의 어머니 사묘였느니라. 대체로 영화와 여색과 사악함과 즐거움은 몸을 불사르는 화로이며, 청정과 담백은 근심 없는 집이니, 만약 난을 면하고 죄를 여의고자 할진대 부처님의 가르침을 잃음이 없어야 하느니라.
도를 닦는 것이 비록 괴롭다 하나 오히려 3악도에 처하는 것보다 나으며, 사람이 되어도 곧 빈천을 멀리하고 8난에 처하지 않느니라.
도를 배우는 자의 뜻은 마땅히 부처님의 수행과 같아야 하나니, 연일각(緣一覺)ㆍ응진(應眞)ㆍ멸도(滅度)를 얻고자 하면 얻을 수 있으리라.”
011_0312_b_19L佛告諸比丘時墓魄者吾身是也父王者白淨王是也母者吾母今舍妙是也夫榮色邪樂者燒身之鑪矣淸淨澹無患之家矣若欲免難離罪者失佛教也爲道雖苦猶勝處夫三塗爲人卽遠貧寠不處八難矣學道之志當如佛行也欲獲緣一覺應眞度者取之可得
부처님께서 경을 설하여 마치시니, 모든 사문이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었고, 머리를 조아려서 절을 하였다.
011_0312_c_04L佛說經竟諸沙門莫不歡喜稽首作禮

39
미란경(彌蘭經)
011_0312_c_05L彌蘭經
이와 같이 들었다.
011_0312_c_06L聞如是
한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모든 사문들이 한가롭게 있으면서 깊이 생각하였다.
‘세상 사람들은 삿된 것을 익히고 욕망을 즐거워하여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5락(樂)을 싫어하는 이가 없는데, 무엇을 5락이라고 하는가? 눈에 빛과 귀에 소리와 코에 향기와 입에 맛과 몸에 곱고 매끄러움이다. 대체로 이 5욕을 그 목숨이 마침에 이르도록 어찌 싫어함이 있을까?’
한낮이 지난 뒤에 함께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서 부처님 발에 절하고 물러서서 아뢰었다.
“우리 세존이시여, 생각하옵건대 세상의 어리석은 자들이 5욕에 미혹되어 그 목숨이 다하도록 어찌 싫어하는 자가 있겠습니까?”
011_0312_c_07L一時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諸沙門閑居深惟世人習邪樂欲自始至終無厭五樂者何謂五眼色耳聲鼻香口味身細滑夫斯五欲至其命終豈有厭者乎日中之俱詣佛所稽首佛足退立白言世尊惟世愚者惑于五欲至厥命豈有厭者不
011_0313_a_01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세상을 보면 저 5욕락에 만족하는 이가 없느니라. 예전에 5백의 상인이 있어 바다에 들어가서 이익을 구하였는데, 그 가운데 슬기로운 자가 있었으니 이름은 미란인데, 무리들의 스승이 되어 지도하였다.
바다에 신어(神魚)가 있었는데, 이름은 마갈(魔竭)이었다. 부딪쳐서 그 배를 부수니 무리들은 다 몸을 잃었다. 미란은 널판지를 타고 겨우 모면하여서 바람에 불려 언덕에 닿았는데, 그 지명은 비마(鼻摩)였다.
언덕에 올라서 두루 돌면서 잠깐 숨을 돌이킬 곳을 찾다가 한 작은 길을 보고 찾아 나가다가 멀리 은성(銀城)을 보았다.
수목이 무성하고 사이에 목욕하는 못이 있었는데 둘레를 감수(甘水)가 흐르고 있었으며, 네 미인이 있었는데 용모가 천녀(天女)와 같았다. 그들이 받들어 맞이하면서 말하였다.
‘큰 바다를 건너오시기에 얼마나 피로가 많으십니까? 잘 오셨음을 치하드립니다. 지금 이 은성은 여러 보배ㆍ황금ㆍ백은ㆍ수정ㆍ유리ㆍ산호ㆍ호박ㆍ차거로 궁전이 만들어졌으며, 저희들 네 여자가 당신의 심부름을 하겠습니다.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서 오직 명령하시는 대로 하여서 달리 노는 일이 없이 하오리다.”
미란이 성에 들어가서 7보의 전각에 오르니, 환락(歡樂)을 하고 싶은 대로 하되 원하는 것이 있지 않은 것이 없었다. 이 중에 처하기를 천여 년에 미란이 생각하기를, ‘이 모든 옥녀들이 나로 하여금 가지 못하게 하는데, 아마 무슨 까닭이 있을 것이다’ 하고, 네 여인이 잠든 틈을 타서 몰래 빨리 도망하여 나왔다.
011_0312_c_14L佛告之曰睹世無足於彼五樂矣昔有五百商人入海採中有智者名曰彌蘭爲衆師御有神魚其名摩竭觸敗其舩衆皆喪彌蘭騎板僅而獲免風漂附岸名鼻摩登岸周旋庶自蘇息睹一小徑尋之而進遙見銀城樹木茂盛有浴池周旋四表甘水遶之有四美容齊天女奉迎之曰經涉巨海勞多矣善賀吉臻今斯銀城其中衆黃金白銀水精琉璃珊瑚虎珀璖爲殿妾等四女給仁使役晩息夙惟命所之願無他遊彌蘭入城昇七寶殿歡娛從欲願無不有處中千餘年彌蘭惟曰斯諸玉女不令吾邁其有緣乎伺四女寢竊疾亡去
멀리 보니 금성(金城)이 있었다. 여덟 명의 옥녀가 있었는데 환영하는 언사가 먼저 와 같았고 꽃다운 용모가 또 앞의 네 사람보다 나았다.
성중에 있는 보전의 이름은 설말(屑末)이었고, 명월진주의 모든 보배도 앞의 것보다 나았다. 수명을 수천만 세나 누리고, 또 의심하기를, ‘이 여덟 명의 옥녀가 나를 가지 못하게 하는 것은 무슨 까닭이 있을 것이다’ 하고, 그들이 누운 틈을 타서 몰래 빨리 도망하여 나왔다.
011_0313_a_06L遙睹金城有八玉女迎辭如上玉女華容又踰四人城中寶殿名曰屑末明月眞珠諸寶踰前壽數千萬歲又疑女不令吾邁其有由乎伺其臥出疾亡去
또 수정성(水精城)을 보았다. 열여섯 명의 옥녀가 있어서 나와 맞이하였는데, 그 언사가 먼저와 같았다. 거느리고 성에 들어가서 7보의 전각에 오르니, 성과 전각과 여러 가지 보배와 옥녀의 빛나고 화려함이 앞의 것보다 나았다. 여기에서 산 햇수가 또한 수천만 세였다.
011_0313_a_11L又睹水精城有十六玉女出迎之矣其辭如上要將入城昇七寶殿城殿衆寶玉女光華踰前居中歲又數千萬
마음에 만족해 하지 않았다. 또 모든 여자가 누운 틈을 타서 도망하여 나갔다.
다시 유리보성(琉璃寶城)을 보았다. 광명의 빛남이 혁혁하였고, 서른두 명의 여자가 있어서 나와 맞이하였는데, 무릎 꿇고 절하면서 경건하게 하는 언사가 먼저와 같았다. 그들의 요청으로 성에 들어가 7보의 전각에 올랐다. 궁전의 이름은 울단(鬱單)이었는데 그 가운데 여러 보배와 기악과 단 음식과 여색이 전보다 나았다. 여기에서 산 햇수가 오랜 것도 위와 같았다.
011_0313_a_14L意不厭足又伺諸女臥出亡去復睹琉璃寶城光曜弈弈三十二女出迎跪拜虔辭如上要請入城昇七寶殿殿名鬱單其中衆寶伎樂甘食女色踰前處中夂長年數如上
011_0313_b_01L 또 여자들이 누운 틈을 타서 도망하여 나왔다.
멀리 철성(鐵城)이 보였는데, 맞이하는 자가 없었다. 미란이 생각하였다.
‘은성에서는 네 명의 여자였고, 금성에서는 여덟 명이었고, 수정에서는 열여섯 명이었고, 유리보성에서는 서른두 명의 옥녀가 세상에 빛났으되 정성껏 맞이하였거늘, 이제 맞이하지 않는 것은 귀함을 가진 때문인가.’
성을 한 바퀴 도는데 귀신이 문을 열었다. 미란이 성에 들어가서 그 귀신을 보았다. 귀신의 이름은 구인(俱引)인데 쇠바퀴[鐵輪]가 이글거리며 그 머리 위를 돌고 있었고, 죄인을 지키는 귀신이었다. 저 머리의 바퀴를 가져다가 미란의 머리 위에 씌우는데 뇌가 흘러내리고 몸이 탔다.
미란이 울면서 말하였다.
‘4에서 8로, 8에서 16으로, 16에서 32로 영화를 누리면서 설말전에서도, 울단전에서도 내가 만족함이 없는 행동을 했기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니, 어떻게 하여야 마땅히 이 재앙을 떠날 수 있을 것인가.’
지키는 귀신이 대답하였다.
‘그 햇수는 그대가 그동안 환락을 누려온 만큼 오래 있으면 그대가 이 재앙을 면하리라.’
불 바퀴가 미란의 머리 위에 있기를 6억세 만에 벗어났다.”
011_0313_a_19L又伺諸女臥出亡去遙睹鐵城莫無迎者彌蘭惟曰銀城四女金城有八水精十六琉璃三十二玉女光修虔相迎今不迎者將以貴故乎周城一帀有鬼開門彌蘭入城卽見其鬼鬼名俱引鐵輪烔燃走其頭上守罪人鬼取彼頭輪著彌蘭頭上流身燋彌蘭流淚曰自四之八自八之十六自十六之三十二處榮屑末殿鬱單殿吾以無足之行故獲斯矣何當離斯患乎守鬼答曰其年之數如子來夂子免斯殃矣火輪處彌蘭頭上六億歲乃免之矣
부처님께서 모든 사문들에게 말씀하셨다.
“미란이는 나였느니라. 그렇게 된 까닭은 3존을 받들지 못했을 때, 어리석고 어두워서 삿된 것을 믿었기 때문이며, 어머니가 목욕하고 새 옷을 입고 누웠을 때 내가 어머니의 머리를 밟았기 때문에 태산지옥에서 불 바퀴로 그 머리를 으깨인 것이니라. 또 일찍이 4월 8일에 팔관재(八關齋)를 지키고 마음속으로 환희 하였으므로 보배 성을 얻었고 수명이 여러 억이었으며, 원하는 바를 마음대로 하되 구하여 얻지 못하는 것이 없었느니라. 세상을 보매 만족한 것이 없었으니, 오직 도를 얻어야만 그제야 그쳤느니라.”
011_0313_b_08L佛語諸沙門彌蘭者吾身是也所以然者未奉三尊時愚惑信邪母沐浴著新衣臥蹈母首故太山以火輪轢其首耳嘗以四月八日持八關齋中心歡喜故獲寶城壽命巨億所願從心無求不獲睹世無足唯得道乃止耳
부처님께서 또 모든 사문들에게 말씀하셨다.
“미란이 태산지옥에서 나와서 마음에서 세 가지 악을 끊고, 입에서 네 가지 칼날을 없애고 몸에서 세 가지 허물을 단속하여 부모님께 효순하고 3존을 친히 받들며 계율을 갓[冠]으로 이고, 계율을 옷으로 입고, 계율을 양식으로 품고, 계율을 반찬으로 삼아서 먹거나 쉬거나 앉거나 다니거나 부처님의 계율을 잊지 않으며, 서성거리는 동안에는 계율로써 덕이 되어서 스스로 부처가 되기에 이르렀느니라.
대체로 사람의 행동이 어버이에게 효도하지 않고 스승을 높여 받들지 않으면 내가 보건대 그 뒤에 중죄를 스스로 초래하니, 미란이 그런 무리였느니라. 악에는 화가 쫓아오는 것이 마치 그림자가 몸을 따르는 것과 같으니, 삿된 것을 끊고 참된 것을 높여라. 뭇 재앙이 스스로 없어지리라.”
011_0313_b_14L佛告諸沙門彌蘭出太山獄閉心三惡口四刃撿身三尤孝順父母親奉三戴戒爲冠服戒爲衣懷戒爲糧戒爲肴食息坐行不忘佛戒躇步之以戒德成自致爲佛凡人之行孝於親不尊奉師吾睹其後自招重彌蘭其類乎夫爲惡禍追猶影尋絕邪崇眞衆禍自滅矣
부처님께서 경을 설하여 마치시니, 모든 사문들이 기뻐서 절하였다.
011_0313_b_22L佛說經竟諸沙門歡喜作禮

40
정생성왕경(頂生聖王經)
011_0313_b_23L頂生聖王經
011_0313_c_01L이와 같이 들었다.
011_0313_c_01L聞如是
한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이때 아난이 한가롭게 있으면서 깊이 생각하였다.
‘중생이 처음부터 끝까지 5욕을 싫어하는 자가 적도다.’
한낮이 지난 뒤에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서 예배하고 나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한가히 앉아서 깊이 생각하오매 중생이 족한 줄 아는 자는 적고 5욕을 만족해 하지 않는 이는 많습니다.”
011_0313_c_02L一時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是時阿難閑居深惟衆生自始至終厭五欲者尟過日中後至向佛稽首畢退白言唯世尊吾閑坐深衆生知足者尟不厭五欲者衆
세존께서 감탄하여 말씀하셨다.
“그렇도다, 그렇도다. 네 말과 같다. 그런 까닭인즉, 예전에 왕이 있었으니, 이름은 정생(頂生)이었다. 동서남북에서 신하로 종속하지 않음이 없었다. 왕에게 칠보가 있었으니, 나는 금륜[飛轉金輪]과 흰 코끼리와 감색 말과 명월주(明月珠)와 옥녀처(玉女妻)와 성보신(聖輔臣)과 전병신(典兵臣), 이 일곱 가지 보배는 세상에서 보기 드문 것이었다.
또 천 아들을 두었으니, 단정하고 곱고 우아하며 총명하고 널리 알아서 천하가 성인이라 일컬었고, 용맹한 힘이 무리를 굴복시켰으니, 사자와 같은 데가 있었다.
왕이 이미 거룩하고 또 어지니 천하가 널리 즐겁게 종속하여 왔고 수명은 억수를 헤아렸다.
왕이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구야니(拘耶尼)의 한 천하의 땅을 소유하여 세로와 너비가 32만 리인데, 백성들이 치성하고 오곡이 풍족하며 집마다 큰 부자여서 세상에 희유한 것을 우리 나라가 겸하였다. 비록 그러하나 원컨대 하늘에서 금전과 은전의 비를 7일 7야만 내려 지이다. 내게 이렇게 하여 주었으면 또한 좋지 않으리까?’
하늘이 그 원을 좇아서 금은 두 가지 보물의 돈을 내려서 그 경계에 가득하게 하니, 하늘 보배의 밝음이 혁혁하게 나라를 비쳤다.
왕의 기쁨이 한량없었고, 천하가 절하여 경하(慶賀)하였다. 날마다 여러 신하와 함께 기쁘게 서로 즐겼고, 백성이 모두 훌륭하다고 칭송하였다. 더할 수 없는 낙을 얻기 수천만 세였다.
011_0313_c_06L尊歎曰善哉善哉如爾之云所以然往古有王名曰頂生東西南北靡不臣屬王有七寶飛金輪力白象紺色馬明月珠玉女妻聖輔臣典兵王斯七寶睹世希有又有千子正姸雅聰明博智天下稱聖猛力伏有如師子也王旣聖且仁普天樂壽有億數王意存曰吾有拘耶尼一天下地縱廣三十二萬里黎庶熾五穀豐沃比門巨富世所希有國兼焉雖其然者願彼皇乾雨金銀七日七夜惠吾若茲不亦善乎從其願下二寶錢滿其境界天寶之弈弈曜國王喜無量天下拜賀與群臣歡喜相樂民皆稱善獲無極數千萬歲
011_0314_a_01L왕이 또 생각하였다.
‘내가 서쪽 땅 32만 리에 7보의 영화를 소유하였고 천자들이 나라를 빛냈으며 하늘에서 보배 돈을 내렸으니, 세상에 일찍이 없던 것이다. 비록 그러하나 내가 들으니, 남방에 염부제라는 땅이 있어서 너비와 길이가 28만 리에 백성의 무리가 많고 구하여서 얻지 못하는 것이 없다는데, 내가 저 땅을 얻으면 또한 좋지 않으리.’
왕이 마음에 두니 금륜(金輪)이 남으로 향하였고 7보와 4병(兵)이 가볍게 들려 날아서 함께 그 땅에 도착하니, 저곳의 왕과 신민들이 기쁘게 따르지 않음이 없었다. 그 땅의 임금과 신하들이 종일토록 기뻐하여 왕이 머물러서 교화하니, 햇수가 위와 같았다.
011_0313_c_22L王又念曰吾有西土十二萬里七寶之榮千子光國天雨寶錢世未嘗有雖其然者吾聞南方有閻浮提地廣長二十八萬里黎庶衆多靡求不獲吾得彼土不亦快乎王意始存金輪南向七寶四兵輕擧飛行俱到其土彼王臣民靡不喜從其土君民終日欣欣王止教化年數如上
왕이 또 생각하였다.
‘내가 서쪽 땅을 소유하고 이제 남쪽 땅도 얻었으니 천상과 인간에 무슨 보배인들 구하여서 얻지 못하랴. 들으니 동방의 불우체(弗于逮)라는 땅이 36만 리인데, 그 땅에 임금과 백성이 보배와 곡식과 모든 진귀한 것을 원대로 지니지 않은 것이 없다 하니, 내가 그 땅을 얻으면 또한 좋지 않으랴.’
입에서 말이 떨어지자 금륜도가 동으로 향하였고 7보와 4병이 날아서 함께 이르니, 임금과 신하와 백성들이 즐거이 종속하지 않음이 없었다. 또 바른 법으로 어질게 임금과 신하를 교화하니 햇수가 위와 같았고, 집마다 덕을 생각하였다.
011_0314_a_07L王又念曰吾有西土今獲南土天人衆寶何求不有今聞東方弗于土三十六萬里其土君民寶穀諸珍無願不有吾獲其土不亦快乎始云爾金輪東向七寶四兵飛行俱君臣黎庶靡不樂屬又以正法仁化君民年數如上比門懷德
왕이 또 생각하였다.
‘내가 서쪽과 남쪽과 동쪽의 땅을 소유하고 천상과 인간의 여러 가지 보배를 가지지 않은 것이 없다. 이제 들으니 북방의 울단월이라는 땅이 있다 하니, 내가 얻어서 여기서도 왕노릇하면 또한 좋지 않으랴.’
입을 열어 소원을 말하니, 금륜도가 북으로 향하였고, 7보와 4병이 전과 같이 함께 날아갔다. 처음으로 그 경계에 들어가서 멀리 보니, 땅이 푸르기가 비취색 날개 빛과 같았다.
왕이 말하였다.
“너희들은 저 푸른 땅이 보이느냐?”
“보입니다.”
“저것을 울단월 땅이라 한다.”
또 흰 땅을 보고 보라고 하면서 말하였다.
“이것은 벼를 찧은 쌀로 이루어진 것이니, 너희들은 먹으라.”
또 보니 모든 보배 나무에 여러 가지 부드럽고 묘한 옷과 팔찌와 가락지와 영락 따위 여러 가지 신기한 것들이 나무에 달려 있는 것을 보고 말하였다. “저것이 보이느냐?”
“그렇습니다.”
“너희들은 입으라.”
왕이 인덕(仁德)으로써 다스리고 관대함으로 백성을 교화(敎化)하면서 거기에 있은 햇수가 오래 됨이 위와 같았다.
011_0314_a_13L王又念吾有西土南土東土天人衆寶無珍不有今聞北方鬱單曰土吾獲王之不亦善乎開口言願金輪北向寶四兵俱飛如前始入其界遙睹地靑如翠羽色王曰爾等睹靑地乎見之斯鬱單曰地睹白地睹之斯成擣稻米爾等食之又睹諸寶樹衆軟妙衣臂釧指環瓔珞衆皆懸著樹睹之乎對曰唯然爾等服之王治以仁化民以恕居彼年夂其數如上
011_0314_b_01L또 생각하였다.
‘내가 세 천하를 소유하였고 이제 북방 40만 리를 얻었으니, 이제는 도리천의 제석의 처소에 오르리라.’
왕의 뜻이 그러하니, 금륜이 위로 향하고 7보와 4병도 날아서 하늘로 올랐다. 제석의 궁에 들어가니, 제석이 왕이 온 것을 보고 기쁘게 맞이하며 말하였다.
“자주 높은 이름을 듣고 오래 서로 보고자 하였더니 이렇게 오니 좋습니다.”
그리고는 손을 잡고 함께 앉는데 자리를 반분하여 앉았다.
왕이 좌우를 돌아보니, 하늘 궁전이 황금ㆍ백은ㆍ수정ㆍ유리ㆍ산호ㆍ호박ㆍ차거ㆍ진주로 궁전이 지어졌는데, 보니 마음이 기뻐서 또 생각하였다.
‘내가 네 나라를 가졌고 보배와 돈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 영화는 말할 수 없으니 천제를 죽게 하고 내가 그 자리에 처함이 또한 최고의 원이 아니랴.’
악한 생각이 일어나면서 신족(神足)이 없어지니 제석이 고궁(故宮)으로 돌려보냈다.
곧 중병을 얻었다. 보좌하는 신하가 물었다.
“대왕께옵서 병환이 위독하시니 만약 꺼리지 않는다면 남기실 명령이라도 있으십니까?”
왕이 대답하였다.
“만약 왕께서는 어찌하여 죽었느냐고 묻는다면 본 대로 대답하라. 탐욕 때문에 병을 얻어서 드디어 죽음에 이른 것이라고. 대체로 탐욕이란 목숨을 죽이는 칼이며, 나라를 망하게 하는 근본이니, 3존을 버리고 3악도에 처함이 모두 이것 때문이니, 후래의 자손에게 경계하노라. 탐욕과 우치함은 불이라 몸을 불사르는 근본이니, 삼가 탐욕을 없이 할지어다. 대체로 영화가 높은 자는 그 재앙도 높으며, 재산이 많은 자는 그 원수도 많으니라 하고.”
왕이 죽으매 후사(後嗣)가 이 탐욕에 대한 훈계를 외워서 대대로 전하는 보배를 삼았다. 사천하의 백성들이 그 어진 교화에 존경하여 3존을 받들고 10선을 행함으로써 다스리는 법을 삼아서 드디어 영원한 복을 이루었다.
011_0314_b_01L又生意曰吾有三天今獲北方四十萬里意欲昇忉利天之帝釋所王意始然金輪上向寶四兵飛行昇天入帝釋宮釋睹王欣迎之曰數服高名夂欲相見茲快乎執手共坐以半座坐之王左右顧視睹天宮殿黃金白銀水精琉珊瑚虎珀車璖眞珠以爲宮殿之心欣卽又念曰吾有四國寶錢無斯榮難云令天帝殞吾處其位亦上願乎惡念興而神足滅釋還之故宮卽獲重病輔臣問曰天王疾篤若在不諱將有遺命乎王曰如有問王何以喪身答如所睹以貪獲病致喪身夫貪殘命之刃亡國之基也去三尊處三塗靡不由之戒後來嗣以貪癡火燒身之本也愼無貪矣榮尊者其禍高矣寶多者其怨衆矣王終後嗣誦其貪戒傳世爲寶四天下民尊其仁化奉三尊行十善以爲治法遂致永福
011_0314_c_01L세존께서 또 말씀하셨다.
“세상을 보매, 능히 영화와 부귀를 버리며 5욕을 없이 하는 자가 적은데, 오직 불환(不還)ㆍ빈래(頻來)ㆍ구항(溝港)ㆍ응진(應眞)ㆍ연각(緣覺), 무상정진도(無上正眞道)ㆍ최정각(最正覺)ㆍ도법어(道法御)ㆍ천인사(天人師)라야 능히 이를 끊느니라.
비행황제가 뜻만 두면 곧 얻어서 원하는 대로 된 것은 숙세에 보시ㆍ지계ㆍ인욕ㆍ정진ㆍ선정ㆍ지혜를 닦은 까닭이요, 공연히 얻은 것이 아니니라.정생왕은 곧 나였느니라.”
011_0314_b_21L世尊曰睹世尟能去榮貴捐五欲者惟獲溝港頻來不還應儀緣一覺無上正眞道最正覺法御天人師能絕之耳飛行皇帝以存卽獲願不違心者宿命布施忍辱精進禪定智慧之所致不空獲也頂生王者吾身是也
부처님께서 경을 설하여 마치시니 아난이 기뻐서 부처님께 절하였다.
011_0314_c_04L佛說經竟阿難歡喜爲佛作禮

41
보명왕경(普明王經)
011_0314_c_05L普明王經
이와 같이 들었다.
011_0314_c_06L聞如是
한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예전에 보살이 큰 나라의 왕이 되니 이름은 보명(普明)이었다. 인자한 혜택을 밝게 입히니, 시방이 그 덕을 노래하였고 백성이 그 아름다움을 힘입음이 마치 사랑하는 자식이 어버이를 편안하게 해 드리는 것과 같았다.
이웃 나라에 왕이 있었는데, 다스리는 법을 바름으로써 하였고, 힘이 사자와 같아서 달려가서 나는 새를 잡았다.
요리사[宰人]가 고기가 없어서 새벽에 저자에 나가 구하다가 길에서 갓 죽은 시체를 보고 가져다가 요리를 만드니, 맛이 짐승의 고기보다 나았다.
그 뒤에는 반찬이 그와 같이 달지 않으니, 왕이 태관을 꾸짖었다.
요리사가 나아가서 머리를 조아리면서 자수하니, 왕이 마음으로 민망하여 말하였다.
‘사람의 고기가 그렇게 달았더냐?’
가만히 요리사에게 신칙하여서 항상 그렇게 하라고 하였다.
011_0314_c_07L一時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佛告諸比丘昔者菩薩爲大國名曰普明慈惠光被十方歌懿賴其休猶慈子之寧親也鄰國有王治法以正力如師子走攫飛鳥宰人亡肉晨犇市索路睹新屍取之爲肴味兼畜肉後日爲饌甘不如焉王責太官宰人歸誠叩頭首之王心恧然人肉甘乎默勅宰人以斯爲常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대체로 맛을 탐하는 자는 곧 어진 도가 없어지고, 어진 도가 없어지면 승냥이와 이리의 마음이 일어나는데, 이리가 되면 진실로 고기 맛을 탐하여서 중생의 목숨을 해하므로 천하가 이를 원수로 삼는 것이다.
011_0314_c_15L尊曰夫厚於味者卽仁道薄仁道薄者豺狼心興夫爲狼茍貪肉味而賊物命故天下讎焉
011_0315_a_01L요리사가 명령을 받들고 몰래 사람을 죽여서 왕의 식욕에 이바지하니, 신하와 백성들이 소란하여졌고, 왕에게 글을 올려 도적을 찾으라고 하였다. 왕이 ‘그러마’ 하고, 비밀하게 요리사에게 조심하라고 하였으나 법관에게 잡히고 말았다.
도적이 말하였다.
‘왕의 명령에 의한 것이다.’
여러 신하가 간하였다.
‘신은 들으니 임금은 어진 법으로 덕을 삼아서 정명(精明)함이 일월과 같고, 후토(后土)의 윤택이 하늘 땅과 같아서 중생을 품는 것이 허공과 같아야 천하의 왕이 된다고 합니다. 만약 어짊을 어기고 잔학함을 따른다면 곧 이리의 무리이며, 밝음을 버리고 어둠으로 나아감은 소경과 같으며, 건넘을 폐하고 스스로 침몰함은 흙으로 된 배와 같으며, 윤택함을 버리고 메마름을 택하는 것은 불과 가뭄에 상하는 것이며, 비어 있는 곳을 등지고 막힌 데로 향하는 것은 돌 사람[石人]의 마음입니다.
대체로 이리의 잔인과 소경의 어둠과 흙으로 된 배의 침몰과 불로 태움과 돌 사람의 품행으로는 요리사의 감독도 될 수 없거늘, 어찌 천하의 왕이 될 수 있겠습니까? 만약 높은 덕을 숭상하면 창성하려니와 잔인과 도적을 좋아하면 망하는 것이오니, 두 뜻의 옳고 그름을 상감께서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왕이 말하였다.
‘어린애들이라면 괜찮은가?’
‘아니되옵니다.’
‘나는 그대로 하리라.’
여러 신하들이 모두 말하였다.
‘이리는 기를 수 없고 무도한 자는 임금으로 할 수 없다.’
신하와 백성들이 합심하여 같은 소리로 쫓아내었다.
011_0314_c_18L宰人承命默行殺以供王欲臣民嗷嗷表聞尋賊曰宜然密告宰人曰愼之哉有司獲賊曰王命爾矣群臣諫曰臣聞者爲德仁法帝精明則日月濟等土潤齊乾坤含懷衆生則若虛空乃可爲天下王耳若違仁從殘卽豺狼之類矣去明就闇瞽者之疇矣濟自沒卽坏舟之等矣釋潤崇枯火旱之喪矣背空向窒卽石人之心也矣夫狼殘瞽闇坏沒火燒石人之不可爲宰人之監豈可爲天下王若崇上德卽昌好殘賊則亡二義臧否惟王何之王曰孩童絕湩其可不可王曰余如之矣群臣僉曰豺狼不可育無道不可君臣民齊心同聲逐焉
왕이 도망하여 산에 들어가서 수신(樹神)을 보고 빌었다.
‘나를 나라로 돌아가게 해주면 신께 백 명의 왕을 잡아 바치겠습니다.’
맹세가 끝나자 곧 행동하여 왕들이 나오는 틈을 타서 무리 속에 뛰어들어 잡으니, 마치 매가 새를 채가듯 하였다. 99명의 왕을 잡으니 수신이 사람으로 화현하였는데 얼굴의 빛남이 범속하지 않았다.
아군(阿群)에게 말하였다.
‘네가 무도하여서 왕의 영화를 상실하였는데, 이제 다시 더욱 못된 짓을 하니 장차 무엇을 바라느냐?’
아군이 앞으로 나아갔으나 홀연히 보이지 않았다.
011_0315_a_11L王奔入山睹見神樹稽首辭曰令余反國貢神百王誓畢卽行伺諸王出突衆取之猶鷹鷂之撮燕執九十九王樹神人現顏華非凡謂阿群曰爾爲無道以喪王榮今復爲元酷將欲何望乎阿群前趣之然不現
011_0315_b_01L그때 보명왕이 나와서 백성들의 고락을 살피다가 길에서 바라문을 만났다.
바라문이 말하였다.
‘대왕은 궁으로 돌아가십시오. 제가 하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어제 마땅히 나가기로 명하였으니 믿음의 말을 어기기 어렵도다. 도사가 자리에 나오기로 되었으매 내가 이제 나오는 것이로다.’
드디어 나왔다가 아군에게 잡힌 바 되어 나무 밑에 동댕이쳐졌다.
왕이 말하였다.
‘몸뚱이 죽는 것은 무섭지 않으나 내 믿음이 허물어짐을 한하노라.’
아군이 말하였다.
‘무슨 말입니까?’
왕이 도사가 자기를 보기로 약속했다고 하고, 말하였다.
‘원컨대 한 번 보고 그 중계(重戒)를 받고 약간의 사례를 하게 한면 죽어도 한하지 않겠노라’
아군이 놓아 주니, 도사를 보고 몸소 높은 자리를 마련하였다. 도사가 자리에 올라서 곧 게송을 설하였다.
011_0315_a_17L普明王出察民苦樂道逢梵志梵志曰大王還宮吾欲有言昨命當出信言難違道士進坐旋在今遂出爲阿群所獲投之樹下王曰不懼喪身恨毀吾信耳阿群曰何謂耶王具說道士見己之誓願一睹之受其重戒尟寶貢焉旋死不恨阿群放之還睹道士躬敷高座道士昇座卽說偈言

겁수가 다하여
하늘 땅이 타오르면
수미산도 큰 바다도
온통 모두 재가 되네.
011_0315_b_02L劫數終訖
乾坤烔然
須彌巨海
都爲灰焬

하늘ㆍ용도 복이 다하면
그 가운데서 죽고 마나니,
하늘 땅도 오히려 없어지거늘
나라가 어떻게 항상하랴.
011_0315_b_04L天龍福盡
于中凋喪
二儀尚殞
國有何常

나고 늙고 앓고 죽고
윤회의 전전함이 끝이 없는데
사실은 소원과 틀려서
근심과 슬픔으로 상하고 마네.
011_0315_b_05L生老病死
輪轉無際
事與願違
憂悲爲害
욕심이 깊으면 화가 높은 것
온통 피투성이 상처뿐이라,
삼계가 도무지 고해이거늘
나라가 어찌 믿을 만한 것이랴.
011_0315_b_06L欲深禍高
瘡疣無外
三界都苦
國有何賴

있는 것은 저절로 없어지나니
인연으로 이루어진 모든 것이
성하면 반드시 쇠하게 되고
실한 것은 반드시 허하게 된다.
011_0315_b_08L有本自無
因緣成諸
盛者必衰
實者必虛

중생들이 꿈틀거려 움직이는 게
도무지 허황된 인연으로 사는 것
소리와 메아리가 공한 것처럼
국토도 또한 마찬가질세.
011_0315_b_09L衆生蠢蠢
都緣幻居
聲響俱空
國土亦如

식신(識神)은 형상이 없는 것인데
네 뱀[四蛇:地水火風]을 멍에하여 타니
무명(無明)이 소중하게 길러 내어서
즐거운 수레로 여기네.
011_0315_b_10L識神無形
駕乘四蛇
無明寶養
以爲樂車

형상에 항상한 주인이 없고
식신에 항상한 집이 없나니
삼계가 모두 다 헛것인지라
어찌 나라가 있을 것이냐.
011_0315_b_12L形無常主
神無常家
三界皆幻
豈有國耶

게송을 받고 나서 곧 금전 1만 2천을 바치니, 도사가 거듭 경계하였다.
‘그대는 네 가지 항상함이 없음을 명심하여 두라. 모든 재앙이 반드시 없어지리라.’
왕이 대답하였다.
‘삼가 승낙하여 감히 밝게 경계하심을 어기지 않겠습니다.’
곧 나무 밑에 이르되, 웃음을 머금고 가니 아군이 말하였다.
‘목숨이 당장에 위험한데 무엇이 기뻐서 웃는가?’
대답하였다.
‘세존의 말씀은 삼계에서 듣기 어려운데 내가 이제 품었으니, 어찌 나라와 목숨이 아까울 것이 있겠느냐?’
아군이 부드럽게 말하였다.
‘원컨대 높은 가르침을 들려 달라.’
왕이 곧 네 글귀를 가르치니, 놀라고 기뻐서 감탄하여 말하였다.
‘높고 높은 세존께서 네 가지 항상함이 없음을 가르치셨도다. 이것을 듣도 보도 못하였기에 이른바 미치광이가 되었도다.’
곧 백 명의 왕을 풀어서 각기 나라로 돌아가게 했다.
011_0315_b_13L受偈畢卽貢金錢萬二千梵志重誡之曰爾存四非常其禍必滅矣王曰敬諾不敢替明誡卽至樹所含笑且阿群曰命危在今何欣且笑答曰世尊之言三界希聞吾今懷之何國命之可惜乎阿群媚曰願聞尊教卽以四偈授之驚喜歎曰巍巍世尊陳四非常夫不聞睹所謂悖狂卽解百王各令還國
011_0315_c_01L 아군은 허물을 뉘우치면서 스스로 나무를 의지하여 있을 데를 마련하고 살았다. 날마다 네 게송을 외우다가 목숨이 다하매 혼신이 옮겨 왕의 태자가 되었다.
아내를 들였으나 사내의 구실을 못하니, 왕이 매우 걱정하여 나라의 여자를 모집하여 가르쳐서 사내 구실을 하게 하였더니, 뒤에 드디어 음탕함에 빠져서 참된 도리를 따르지 않았다.
왕이 노하여 네거리에 묶어 매고 행인으로 하여금 그 머리를 쥐어박아 욕보이게 하였더니, 마침 99명에서 태자는 죽고 혼령이 변화하여 전전히 윤회하다가 부처님께서 계신 세상을 만나서 사위국에 태어났는데, 일찍 그 아버지가 죽고 홀어머니와 더불어 살았다.
바라문의 도를 섬겨 성질이 독실하고 말이 믿음직스러웠으며, 용맹한 힘은 코끼리를 쓰러뜨렸다. 스승이 사랑하고 벗이 존경하며 원근이 어짊을 칭찬하였다. 스승이 돌아다닐 때마다 집안을 맡겼다.
011_0315_b_22L阿群悔過自新依樹爲居日存四偈命終神遷爲王太子納妻不男王重憂之因募國女化之令男後遂妷蕩不從眞道王恚之焉磔著四衢命行人曰以指确首茍辱之矣適九十九人而太子薨魂靈變輪轉無已値佛在世生舍衛國喪其父孤與母居事梵志道性篤言勇力擘象師愛友敬遐邇稱賢每周旋輒委以居
스승의 아내가 연정을 품고 그 손을 끌면서 음란한 말로 유혹하니, 아군이 사절하였다.
‘세상에 연로한 이를 남자는 내가 아버지로 대접하고 여자는 내가 어머니로 대접하는데 어찌 하물며 스승이 공경하는 사람이겠습니까? 몸뚱이를 태우라면 따르겠사오나 이런 어지러운 일은 감히 순종하지 못하겠습니다.’
스승의 아내가 부끄러워 물러가서 생각을 달리하고, 남편이 돌아오니 아내가 말하였다.
‘당신은 저 사람의 어짊을 칭찬하지만 족히 나쁜 것도 알아야 할 것입니다.’
그의 허물을 갖추어서 만드니, 여자의 요사함이 참과 같아서 바라문이 믿었다.
스승이 아군에게 말하였다.
‘네가 신선이 되고 싶으냐?’
‘예, 그렇습니다.’
‘너는 백 명의 사람을 죽여서 그 손가락을 자르라. 곧 신선이 되리라.’
명령을 받들고는 칼을 가지고 사람을 만나면 곧 죽여서 99명의 손가락을 얻었다.
무리들이 도망치고 나라가 시끄러웠다.
011_0315_c_08L師妻懷嬖援其手婬辭誘之阿群辭曰凡世耆友男吾父之女吾母焉豈況師之所敬乎身可從斯亂不敢順矣師妻恧然退思爲變壻歸婦曰子歎彼賢足照子否矣具爲其過女妖似眞梵志信矣師告阿群爾欲仙乎對曰唯然殺百人斬取其指今獲神仙奉命攜逢人輒殺獲九十九人指衆犇國
011_0316_a_01L마침 어머니가 오는 것을 보고 기뻐서 말하였다.
‘어머니가 오면 수가 차서 내가 곧 신선이 된다.’
부처님께서 생각하셨다.
‘삿된 도가 무리를 어둡게 하는데 온 천하가 모두 이런 무리들이다.’
곧 사문으로 화하여서 그 앞을 걸으면서 말하였다.
‘사람 수가 찼으니 뒤에 오는 이는 자르지 말라.’
‘사문은 거기 그치라.’
‘나는 그친 지 오랜데 네가 그렇지 못하다.’
‘그쳤다는 뜻이 무엇이냐?
‘나는 악을 모두 그쳤는데 너는 악이 치성하고 있다.’
아군이 마음이 열려서 확연히 구름이 개인 것 같았다. 오체를 땅에 던져 절하면서 사과하고 합장하고 따라서 정사로 돌아와서는 곧 사문이 되었다.
부처님께서 숙세의 일을 설하시고 네 가지 항상함이 없음을 보이셔서 수다원의 도를 얻게 하셨다. 나무 밑으로 물러가서 눈을 감고 합장하고 수련하여 암은 번뇌를 없애고 집착이 없음을 얻었다.
011_0315_c_17L睹母欣曰母至數足吾今仙矣邪道惑衆普天斯疇也化爲沙門在其前步人數足矣追後不屬沙門可止答曰吾止夂矣惟爾不焉止義云何答曰吾惡都止爾惡熾阿群心開霍如雲除五體投地首悔過叉手尋從將還精舍卽爲沙佛爲說宿行現四非常得溝港道退于樹下閉目叉手練去餘垢進取無著
그때 왕이 군사(軍師)와 전사(戰士) 수만을 소집하여 요망한 도적을 잡으려 하였으나 간 곳을 모르다가 부처님 처소를 지나게 되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왕은 어디서 오는데 몸에 먼지를 쓰셨습니까?’
‘나라에 요망한 도적이 있어 죄 없는 백성을 죽이기 때문에 이제 잡으려고 찾는 중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대체로 백성이 먼저는 덕을 닦다가 뒤에는 삿된 것을 숭상한다면 국법에 어떻습니까?’
‘먼저 잘 하다가 뒤에 잘못하면 바른 법으로 다스립니다.’
‘만약 먼저는 축생의 마음을 가졌다가 물러가서 성인의 덕을 품었다면 바른 법으로 어떻게 합니까?’
‘먼저 잘못하다가 뒤에 잘하면 정법으로 상을 줍니다.’
‘도적은 이미 삿된 것을 버리고 참된 것을 숭상하여 이제 사문이 되었습니다.’
011_0316_a_03L王召軍帥戰士數萬尋捕妖賊未知所之道過佛所王自何來蒙塵土對曰國有妖賊殺無過民尋捕之世尊告曰夫民先修德而退崇邪治國之政其法何之對曰先貴後賤正法治之若夫先戴畜心退懷聖德正法何之對曰先賤後貴正法賞之賊已釋邪崇眞今爲沙門矣
왕이 감탄하여 말하였다.
‘거룩하십니다. 여래ㆍ무소착ㆍ정진도ㆍ최정각ㆍ도법어ㆍ천인사시여, 신묘하고 높으신 교화가 이럴 수가 있습니까? 처음에 승냥이와 이리가 이제 하늘 같은 어진 자가 되었단 말입니까?’
그리고는 발에 절하였다. 그리고 거듭 찬탄하여 말하였다.
‘이런 교화는 신기한 일이오니 원컨대 한 번 보고자 합니다.’
세존께서 좋다고 하시니 왕과 관속들이 그에게 나아가서 말하였다.
‘덕이 높은 현자여, 눈을 뜨고 한 번 서로 상면함이 어떠합니까?’
이렇게 하기를 세 번만에 대답하였다.
‘나의 눈이 빛을 쏘면 감당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왕이 머리 조아리고 말하였다.
‘내일 작은 찬이나마 마련하겠으니 원컨대 한 번 왕림하여 주십시오.’
‘변소라면 내가 가지만 궁전에는 가지 않겠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알았습니다.’
011_0316_a_10L王歎曰善哉如來無所著正眞道正覺道法御天人師神妙上化乃至于茲乎始爲豺狼今爲天仁稽首足又重歎曰斯化奇矣願一睹之尊曰王逮官屬造之而曰上德賢者可一開眼相面乎如斯三矣答曰吾之眼睛耀射難當王稽首曰明日設微饌願一顧眄答曰於廁吾往殿則不王曰唯命
011_0316_b_01L돌아와서 변소를 뜯고 그 땅을 파서 새롭게 하고, 녹나무[樟]ㆍ가래나무[梓]ㆍ전단나무[栴] 재목으로 기둥과 대들보를 하고, 향수를 땅에 뿌리고 전단ㆍ소합(蘇合) 울금(鬱金) 따위의 향으로 반죽한 흙을 바르고, 여러 가지 비단으로 좌석을 만들고, 문채를 새기고, 여러 가지 보배로 장식하니, 그 휘황함이 전당보다 나았다.
다음날 왕이 몸소 향로를 받들고 맞이하여 아군이 자리에 나아갔다. 왕은 옷을 걷고 무릎걸음을 하였다.
공양을 마치자, 곧 경을 설하였다.
‘변소가 전날처럼 더럽다면 거기서 밥을 먹을 수 있습니까?’
‘그럴 수 없습니다.’
‘지금은 그럴 수 있습니까?’
‘그럴 수 있습니다.’
아군이 다시 말하였다.
‘내가 부처님을 뵙기 전에 요망한 귀신을 섬길 때, 마음에 두고 입으로 말하고 몸으로 행한 것이 모두 삿된 것이어서 사도로 더럽혀진 것이 그것을 냄새나는 더러운 것으로 친다면 저 변소보다 심할 것입니다. 똥오줌의 더러움은 씻을 수 있으나 사도에 더럽혀진 것은 제거하기 어려운 것인데, 숙세의 복을 힙입어서 부처님 세상에 태어나서 청정하신 교화에 목욕하고 악취를 제거하여 향을 품으니, 안팎이 청정함이 마치 하늘의 진주와 같습니다.
대체로 부처님을 못 뵙고 네 가지 항상함이 없음을 모르는 자는 그 뜻하여 나아감을 보건대 마치 미치광이가 술취한 것과 같으며, 현자를 친하지 않고 10악(惡)에 의지하는 자는 이리와 우리[檻]를 함께 할 자입니다.’
왕이 말하였다.
‘훌륭하십니다. 기특하신 부처님의 지극하신 교화가 이에 변소의 악취를 전단의 향기로 화하게 하셨습니다.’
011_0316_a_19L還則裂廁掘其地則新之樟梓枏材爲之柱梁香湯沃地栴檀蘇合鬱金諸香和之爲泥旃罽雜繒以爲座席彫文刻鏤衆寶爲好煒煒煌煌有踰殿堂明日王身捧香鑪迎之阿群就座王褰衣膝行供養訖畢卽說經曰廁前日之污豈可於飯乎對曰不可今可乎可矣群曰吾未睹佛時事彼妖蠱心存口言身行諸邪邪道穢化其爲臭污彼溷矣屎污可洗穢染難除賴蒙宿祚生値佛世沐浴淸化去臭懷香外淸淨猶天眞珠夫不睹佛不知四非常者觀其志趣猶狂者醉之以酒不親賢衆而依十惡者其與豺狼共檻乎王曰善哉奇乎佛之至化令廁臭化爲栴檀矣
경을 설하여 마치고 곧 저자로 지나가다가 어떤 부인이 아이가 거꾸로 태어나려고 하여 목숨이 위급하다는 말을 듣고 돌아가서 부처님께 사실을 말씀드리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네가 가서 그녀를 위해 아기가 태어나게 해주어라.’
아군이 난처해 하니 세존께서 지시하셨다.
‘네가 산모를 바라보고 말하기를, 〈나는 나면서부터 자비로 중생을 향하여서 덕이 하늘땅과 같은 자이니, 너희 모자가 함께 온전하게 되리라〉하고 하라.’
가르침을 받고 가서 부처님의 은덕을 베푸니, 모자가 함께 살았다.
돌아와서 도(道)를 찾는데 자기에게 살인한 죄가 있음을 의심하고 부처님께 질문하니, 부처님께서 아군에게 말씀하셨다.
‘대저 사람의 마음이 열려서 도를 받는 날이 말하자면 처음 태어난 날이다. 3존을 보지 못하고 중계(重戒)를 받지 못하면 마치 아이가 태중에 있는 것과 같으니 비록 눈이 있은들 무엇을 볼 것이며, 귀가 있은들 무엇을 들을 것이냐? 그러므로 나지 못한 것이니라.’
“아군이 마음이 열려서 곧 응진의 도를 얻었다.”
011_0316_b_12L說經竟卽邁歷聞有婦人逆產者命在呼吸還如事啓佛言爾往爲其產阿群恧然尊曰爾望產云吾自生來慈向衆生潤濟乾坤者爾母子俱全矣受教而至宣佛恩母子俱生退還尋塗己有殺人之酷而云普慈稽首質焉佛告阿群凡人心開受道之日可謂始生者也不睹三尊未受重戒猶兒處胎雖其有目將亦何睹有耳何聞故曰未生也阿群心開卽得應眞道
011_0316_c_01L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예전에 보명은 나였느니라. 내가 전세에 네 글귀의 게송을 가르쳐서 한 번에 백 명의 왕을 살렸고, 이제 도를 얻어서 중죄를 받지 않게 하였느니라. 아군은 숙세에 일찍이 비구가 되어서 쌀 한 휘[斛]를 지고 절에 갔으며, 칼 하나를 만들어 바쳤으며, 세존께 환희 찬탄하며 절하고 갔느니라. 쌀을 진 것으로 많은 힘을 얻었고, 칼을 바쳤으므로 많은 보배를 얻었고, 기뻐하였으므로 단정함을 얻었고, 세존을 찬탄하였으므로 왕이 되었고, 절을 하였으므로 나라 사람들의 숭배하는 바가 되었으며, 99명이 그의 머리를 때려서 드디어 죽게 하였으므로 그 원수를 죽여서 그 손가락을 자른 것인데, 뒤에 오던 사람은 때리고자 하였으나 이미 죽은 것을 보았고, 또 사문을 보고 다시 인자한 마음을 내었으므로 곧 그의 어머니가 되었느니라.
그러나 처음에는 악의가 있었으므로 아군도 처음에는 역시 어머니를 죽이려는 나쁜 뜻이 있었고, 사문을 보고는 다시 인자하였으므로 아군도 부처님을 뵙고 나서는 곧 효도한 것이니, 순수함을 심으면 순수함을 얻고, 잡된 것을 심으면 잡된 것을 얻는 것이라. 선이나 악을 베풀었으면 재앙과 복이 따르나니, 그림자가 따르고 메아리가 응하는 것이 다 까닭이 있는 것이요, 공연히 저절로 그런 것이 아니니라.
비구가 원하여 말하기를 너로 하여금 부처님을 만나서 도를 얻게 하리라하면 원과 같이 얻어지며, 3존께 공양한 것이 털끝만큼이라도 있으면 사문이 자비로써 보시하는 자를 축원하여 말이 그 말과 같아서 만에 하나도 잃음이 없느니라.”
보살은 뜻을 견고히 지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지계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
011_0316_b_22L佛告諸比丘昔時普明者吾身是也吾前世授之四偈一活百王今令得不受重罪矣阿群宿命嘗爲比丘負米一斛送著寺中上作刀一枚喜歎尊稽首而去負米獲多力上刀獲多寶歡喜獲端正歎尊獲爲王禮故爲國人所拜九十九人确其首遂至喪身故殺前怨而斬其指後人欲确見其已喪又睹沙門更有慈心後人卽其母始有惡意故阿群始意亦惡睹沙門更慈故見佛卽孝種淳得淳種雜得雜善惡已施禍福尋之影追響應皆有所由非徒自然也丘願言令汝逢佛得道如願獲焉養三尊有若絲髮沙門以慈呪願施者言如其言萬無一失菩薩執志度無極行持戒如是
六度集經卷第四
辛丑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