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11_0357_a_01L태자수대나경(太子須大拏經)
011_0357_a_01L太子須大拏經

서진(西秦) 사문 성견(聖堅) 한역
011_0357_a_02L西秦沙門聖堅奉 詔譯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11_0357_a_03L聞如是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舍衛國) 기원(祇洹) 아난빈지아람(阿難邠坻阿藍)에 계시면서 무앙수(無央數) 비구와 비구니, 우바새와 우바이의 4부제자(四部弟子)와 더불어 그 중앙에 앉아 계시었다.
이 때 부처님께서 웃으시며 입 속에서 5색(色) 광명을 내시었다.
아난은 자리에서 일어나 의복을 정제하고 손을 모으고 무릎을 세우고 꿇어앉아[長跪] 부처님께 여쭈었다.
“제가 부처님을 모셔온 지 20여 년 동안 일찍 부처님의 웃음이 오늘과 같음을 보지 못하였사오니, 이제 부처님께서 과거와 미래와 현재의 부처님을 생각하십니까? 홀로 뜻이 있으시나이까? 듣기를 원하옵나이다.”
011_0357_a_04L一時佛在舍衛國祇洹阿難邠坻阿藍時與無央數比丘比丘尼優婆塞優婆夷俱在四部弟子中央時佛笑口中五色光出阿難從坐整衣服叉手長跪白佛言我侍佛以來二十餘年未嘗見佛笑如今日今佛爲念過去當來現在佛乎當有意願欲聞之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시었다.
“내가 또한 과거와 미래와 현재의 부처님을 생각한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과거 무앙수 아승기겁(阿僧祇劫) 때에 단바라밀(檀波羅蜜)을 행한 일을 생각하였노라.”
011_0357_a_11L佛語阿難我亦不念去來今佛也我自念過去無央數阿僧祇劫時行檀波羅蜜事耳
아난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떤 것이 단바라밀을 행한 일이나이까?”
011_0357_a_13L阿難問佛言何等爲行檀波羅蜜事
부처님은 말씀하시었다.
“지난 옛적 가히 헤아리지 못할 겁 때 큰 나라가 있었으니 이름은 섭파(葉波)였으며, 그 왕의 이름은 습파(濕波)였다. 바른 법으로 나라를 다스리며 백성을 그릇되지 않게 하였다.
왕에게는 4천의 대신이 있었으며 60의 소국(小國)과 8백의 취락(聚落)을 거느렸고 크고 흰 코끼리 5백 마리가 있었다.
011_0357_a_14L佛言往昔過去不可計劫時有大國名爲葉波其王號濕波以正法治國不枉人王有四千大臣主六十小國八百聚落有大白象五百頭
011_0357_b_01L또한 왕에게는 2만 명의 부인(夫人)이 있었으나 끝내 아들이 없자, 왕이 스스로 모든 신(神)과 산천(山川)에 기도하고 제사하여 부인이 곧 임신하였음을 깨달았다.
왕이 몸소 부인을 보살펴 평상과 침구와 음식을 모두 섬세하고 부드러운 것으로 갖추었으며 만(滿) 10개월에 이르러 곧 태자를 낳았다.
궁중의 2만 부인이 태자를 낳았다는 소식을 듣고 모두 다 기뻐하여 젖이 저절로 나왔다. 이 까닭으로 곧 태자를 수대나(須大拏)라고 이름하였다.
네 명의 유모(乳母)를 두어서 태자를 양호(養護)하였는데, 그 중에는 태자를 젖먹이는 이, 태자를 안아주는 이, 태자를 목욕 시키는 이가 있었고, 또 태자(太子)를 데리고 다니며 놀아주는 이가 있었다.
011_0357_a_18L王有二萬夫了無有子王自禱祠諸神及山川夫人便覺有娠王自供養夫人牀臥飮食皆令細軟至滿十月便生太子宮中二萬夫人聞太子生悉皆歡喜踊躍乳湩自然而出以是之故便字太子爲須大拏有四乳母養護太子有乳太子者中有抱太子者中有洗浴太子者中有將太子行遊戲者
태자 나이 16세에 이르자 글쓰기와 산수와 활쏘기와 말 달리기와 모든 예(禮)와 풍악을 모두 갖추어 구족하였다. 또한 태자는 부모를 받들어 섬기기를 천신(天神) 섬기듯 하였고, 왕은 태자를 위하여 별도로 집을 세워 주었다.
011_0357_b_04L子至年十六書計射御及諸禮樂皆悉備足太子承事父母如事天神爲太子別立宮室
태자는 어려서부터 항상 천하의 백성과 나는 새와 기는 짐승에게 보시하기를 좋아하여 중생으로 하여금 항상 그 복을 얻기를 원하였다.
어리석은 사람은 인색하고 탐하여 보시하기를 즐기지 아니하며 어리석고 의혹되어 스스로 속이어 자기에게도 이익이 없지만, 지혜 있는 이는 세간에 살면서 보시가 덕이 됨을 알고 보시하는 보살을 과거ㆍ미래ㆍ현재의 부처님과 벽지불(辟支佛)과 아라한(阿羅漢)이 함께 칭예(稱譽)하는 바가 되는 것이다.
011_0357_b_07L太子少小以來常好布施天下人民及飛鳥走獸願令衆生常得其福愚人慳貪不肯布施愚惑自欺無益於己智者居世則知布施爲德布施之士皆爲過去當來今現在佛辟支佛阿羅漢所共稱譽
태자의 나이 장성(長成)하니 대왕이 태자를 위하여 비(妃)를 들이었다. 비의 이름은 만지(曼坻)니 국왕의 딸이라 단정함이 둘도 없으며 묘한 유리와 금과 은과 여러 보배와 영락으로 그 몸을 꾸미었다.
태자는 아들 하나와 딸 하나를 두었는데, 태자는 스스로 생각하기를, ‘단바라밀(檀波羅蜜)의 일을 지으리라’ 하였다.
태자는 왕에게 여쭈었다.
‘성 밖으로 나가서 노닐며 구경코자 하나이다.’
왕이 바로 들어주어 태자는 곧 성을 나갔다.
그러자 천왕석(天王釋)은 내려와 가난하고 귀먹고 눈멀고 벙어리인 사람으로 변하여 길 가에 있었다. 태자는 보고 바로 수레를 돌려 궁으로 돌아와서 크게 근심하고 즐겨하지 아니하였다.
011_0357_b_12L太子年遂長大王爲納妃妃名曼坻國王女也端正無雙以妙琉璃金銀雜寶瓔珞其身太子有一男一女子自思惟欲作檀波羅蜜事太子白欲出遊觀王卽聽之太子便出城天王釋下化作貧窮瘖瘂人在道邊太子見之卽迴車還宮大愁憂不樂
왕은 태자에게 물었다.
‘나가서 놀다가 돌아와서 무슨 까닭으로 즐겨하지 않느냐?’
태자는 여쭈었다.
‘제가 마침 나가서 놀다가 모든 가난하고 귀머거리에다 눈멀고 벙어리인 사람을 보았나이다. 이 까닭으로 근심하나니 제가 부왕께 한 가지 원을 빌고자 하온데 부왕께서 마땅히 들어주실 것인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011_0357_b_20L王問太子出遊來還何故不太子白言我適出遊見諸貧窮瘖瘂人是故愁憂耳我欲從王乞求一願不審大王當見聽不
011_0357_c_01L왕은 태자에게 대답하였다.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네가 구하는 바에 있어서는 너의 뜻을 저버리지 아니하겠노라.’
태자는 말하였다.
‘대왕의 창고 안에 있는 보배를 네 성문 밖과 저자 한가운데 두고 보시하되 구하는 대로 그 사람의 뜻을 어기지 않기를 원합니다.’
왕은 태자에게 말하였다.
‘네가 하고자 하는 대로 하여 너를 어기지 아니하겠노라.’
태자는 곧 옆의 신하에게 수레로 보배를 실어내 성문 밖과 시장 가운데 두고 보시하되 사람이 구하는 대로 그 사람의 뜻을 어기지 말라고 하였다.
011_0357_b_23L王答太子願何等在汝所索耳不違汝意太子言我願欲得大王中藏所有珍寶置四城門外及著市中以用布施在所求索不逆人意王語太子恣汝所欲不違汝也太子卽使傍臣輦取珍寶著四城門外及著市中以用布施恣人所欲不逆人意
그러자 팔방과 위와 아래가 태자의 공덕을 들어 알지 못하는 이가 없었으니, 사방 먼 데의 인민이 백 리로부터 온 이와 천 리로부터 온 이와 만 리 밖으로부터 온 이도 있었다.
음식을 얻고자 하는 이에게는 밥을 먹였으며, 의복을 얻고자 하는 이에게는 옷을 주었으며, 금과 은과 보배를 얻고자 하는 이에게도 뜻대로 주어서 얻고자 하는 것에 있어서 그 뜻을 거스르지 아니하였다.
011_0357_c_07L八方上下莫不聞知太子功德者四遠人民有從百里來者千里來者萬里外來者人欲得食者飼之欲得衣者與之欲得金銀珍寶者恣意與之在所欲得不逆其意
이 때 적국(敵國)에 원수가 있었는데 태자가 희사하기를 좋아하여 구하는 것이 있으면 보시하되 사람의 뜻을 거스르지 아니 한다는 것을 듣고 바로 모든 신하와 모든 도사를 모아 함께 의논하였다.
‘섭파국 왕에게 연꽃 위로 다니는 흰 코끼리가 있어 이름이 수단연(須檀延)인데, 힘이 세고 잘싸워서 언제나 여러 나라와 서로 싸우면 이 코끼리가 항상 이기니, 누가 능히 가서 청하겠는가?’
모든 신하는 함께 말하였다.
‘능히 가서 얻을 이가 없나이다.’
그 중에 도사 여덟 사람이 왕에게 나아가 말하였다.
‘저희가 가서 청하겠사오니 마땅히 저희에게 비용과 양식을 주십시오.’
왕은 바로 주면서 말하였다.
‘능히 코끼리를 얻는다면 내가 너희에게 중한 상(賞)을 주겠노라.’
011_0357_c_11L有敵國怨家聞太子好喜布施在所求索不逆人意卽會諸臣及衆道士共集議言葉波國王有行蓮華上白名須檀延多力健鬪每與諸國共相攻伐此象常勝誰能往乞者諸臣咸言無能往得者中有道士八人白王言我能往乞之當給我資糧卽給之王便語言能得象者我重賞
011_0358_a_01L도사 여덟 사람은 바로 떠나 지팡이를 가지고 멀리 산천(山川)을 건너 섭파국에 나아가서 태자의 궁문에 이르러 지팡이를 걸고 한 다리를 들고 문을 향하여 섰다.
이 때 문지기가 들어가 태자에게 여쭈었다.
‘밖에 도사가 있는데 모두 다 지팡이를 걸고 함께 한 다리를 들어 머물러서 스스로 말하기를 〈일부러 먼 데로부터 왔는데 청할 것이 있다〉고 하나이다.’
태자는 듣고 매우 기뻐하여 바로 나와 맞아서 앞으로 나아가 예배하기를 아들이 아버지를 뵙는 것과 같이 하고 서로 위로하여 물었다.
‘어느 곳에서 왔으며 여행 길에 근고함이 없었으며 무엇을 구하려고 한 다리를 들었는가?’
011_0357_c_20L道士八人卽行持杖遠涉山川葉波國至太子宮門俱拄杖翹一腳向門而立時守門者入白太子外有道士悉皆拄杖俱翹一腳住自說言(故從遠來欲有所乞)太子聞之甚大歡喜便出迎之前爲作禮如子見父因相勞問何所從來行道得無勤苦欲何所求索用一腳爲翹乎
도사 여덟 사람은 말하였다.
‘저희는 태자께서 희사를 좋아하여 보시하되 구하는 것에 있어서 사람의 뜻을 거스르지 아니한다는 것을 들었나이다. 태자의 이름이 팔방에 들리어 위로 창천(蒼天)에 사무치고 아래로 황천(黃泉)에 이르기까지 보시의 공덕을 가히 헤아릴 수 없어 먼 데나 가까운 데서 노래하고 외워서 들어 알지 못하는 이가 없나이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태자께서는 진실로 허망하지 아니하다〉고 합니다. 이제 천인(天人)의 아들을 위하여 천인이 말한 것은 마침내 거짓된 것이 아닐 것입니다. 이제 태자께서 진실로 능히 보시하되 사람의 뜻을 거스르지 않으신다면 태자께 연꽃 위로 다니는 흰 코끼리를 요구하고자 하나이다.’
011_0358_a_04L道士八人我聞太子好喜布施在所求索不逆人意太子名字流聞八方上徹蒼下至黃泉布施之德功不可量近歌頌莫不聞知人說太子實不虛今爲天人之子天人所言終不欺如今太子審能布施不逆人意者從太子乞丐行蓮花上白象
태자는 바로 그들을 데리고 코끼리의 우리에 이르러 그들로 하여금 한 코끼리를 취하여 가게 하였다.
도사 여덟 사람은 말하였다.
‘저희는 바로 연꽃 위로 다니는 흰 코끼리 수단연을 얻고자 하나이다.’
태자는 말하였다.
‘이 큰 흰 코끼리는 부왕께서 몹시 아끼시는 것으로, 보기를 나와 다름 없이 보나니 그대들에게 주지 못하겠노라. 만일 그대들에게 준다면 곧 부왕의 뜻을 잃으리니, 혹 이 코끼리 때문에 죄에 걸려 나는 나라 밖으로 쫓겨날 것이다.’
011_0358_a_11L太子卽將至象廏中令取一象去道士八人我正欲得行蓮華上白象名須檀延者太子言此大白象是我父王之所愛重王視白象如視我無異不可與卿若與卿者我卽失父王意或能坐此象逐我令出國
태자는 곧 스스로 생각하였다.
‘내가 전번에 서원하기를 보시하는 것에 있어서 사람의 뜻을 거스르지 않겠다고 하였는데 이제 주지 아니한다면 나의 본래 마음을 어김이다.
만일 이 코끼리로 보시하지 아니 한다면 어디로부터 마땅히 위없는 평등도(平等度)의 뜻을 얻겠는가. 허락하여 주어서 나의 위없는 평등도의 뜻을 이루겠노라.’
011_0358_a_17L太子卽自惟念我前有要願在所布施不逆人意不與者違我本心若不以此象施者從當得無上平等度意聽當與之成我無上平等度意
011_0358_b_01L그리하여 태자는 허락하여 말하였다.
‘좋다. 원하는 대로 주겠노라.’
곧 좌우(左右)에 명령하여 코끼리에 금 안장을 입히어 지체 없이 이끌고 나와 태자는 왼손에 물 그릇을 들어 도사의 손을 씻게 하고 오른손으로는 코끼리를 이끌어다가 주었다.
여덟 사람은 코끼리를 얻고 곧 태자를 축원하였다. 축원한 뒤에 흰 코끼리에 모두 올라 타고 기뻐하면서 갔다.
011_0358_a_21L太子言大善以相與卽勅左右被象金鞍疾牽來太子左手持水澡道士手右手牽象以授與之八人得象卽呪願太子呪願畢已累騎白象歡喜而去
태자는 도사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빨리 가라. 왕께서 만일 아시면 곧 쫓아서 빼앗을 것이다.’
그러자 도사 여덟 사람은 곧 서둘러 가버렸다.
011_0358_b_02L太子語道士言卿速疾去王若知者便能追逐奪卿時道士八人卽便疾
나라 안의 모든 신하들은 태자가 흰 코끼리를 원수에게 보시하였다는 것을 듣고 크게 놀라고 두려워서 평상에서 떨어져 근심하고 즐겨하지 아니하여 생각하였다.
‘국가(國家)에서 다만 이 코끼리를 믿어 적국을 물리치는데’.
그리고 모든 신하는 왕에게 가서 여쭈었다.
‘태자께서 나라의 적을 물리치는 보배 코끼리를 원수에게 보시하였나이다.’
011_0358_b_05L國中諸臣聞太子以白象布施怨皆大驚怖從牀而墮愁憂不樂國家但怙此象以卻敵國耳諸臣皆往白王太子以國中卻敵之寶象布施怨家
왕은 듣고 깜짝 놀랐다.
신하들은 다시 왕에게 여쭈었다.
‘왕께서 천하를 얻은 것은 이 코끼리가 있었던 까닭입니다. 이 코끼리는 60마리의 코끼리 힘보다 나은데 태자가 적에게 주었으니 장차 나라를 잃을까 두렵사오니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태자가 이와 같이 자기 멋대로 창고 속의 것을 보시하여 날로 비게 하니 신(臣)들은 나라와 그의 처자까지도 모두 다른 사람에게 내어줄까 두렵나이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더욱 크게 즐겨하지 아니하였다.
011_0358_b_09L王聞愕然臣復白王今王所以得天下者有此象故此象勝於六十象力而太子用與怨家恐將失當如之何太子如是自恣布施藏日空臣恐擧國及其妻子皆以與王聞是語益大不樂
왕은 한 신하를 불렀다.
‘태자가 진실로 흰 코끼리를 가져다 적에게 주었느냐?’
신하는 왕에게 대답하였다.
‘진실로 주었나이다.’
왕은 신하의 말을 듣고 다시 크게 놀라서 평상으로부터 떨어져서 번민으로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다가 찬물로 씻고서 한참 후에야 다시 살아났으며 2만 부인도 또한 모두 즐겨하지 아니하였다.
왕은 모든 신하와 함께 의논하였다.
‘마땅히 태자를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그 중에 한 신하가 있다가 말하기를, ‘다리로 코끼리의 우리에 들어갔으니 마땅히 그 다리를 끊고, 손으로 코끼리를 이끌어 왔으니 마땅히 그 손을 끊고, 눈으로 코끼리를 보았으니 마땅히 그 눈을 뽑아야 하나이다’ 하였고, 어떤 이는 마땅히 그 머리를 끊어야 한다고 하여 모든 신하가 함께 의논하는데 각기 말하는 것이 이와 같았다.
011_0358_b_14L王呼一臣而問之曰太子審持白象與怨家不答王言實以與之王聞臣言乃更大從牀而墮悶不知人以冷水灑之良久乃蘇二萬夫人亦皆不樂王與諸臣共議言當奈太子何中有一臣以腳入象廏中者當截其腳手牽象者當截其手眼視象者當挑其眼或言當斷其頭諸臣共議各言如是
011_0358_c_01L왕은 이 말을 듣고 몹시 근심되어 모든 신하에게 말하였다.
‘아이가 크게 도를 좋아하여 사람에게 보시하기를 기뻐해서 그런 것인데, 어떻게 잡아 가두겠는가.’
그 중에 한 대신이 있어서 모든 신하의 의논이 마땅치 않음을 비난하기를 ‘왕에게 오직 이 한 아들이 있어서 몹시 사랑하고 중히 여기는데 어떻게 형벌을 주어 죽이려고 마음을 내는가’ 하고, 대신은 왕에게 여쭈었다.
‘신은 감히 대왕으로 하여금 태자를 잡아 가두라고 하지 못하겠사오니, 다만 쫓아서 나라를 나가게 하여 시골 산 속에다 12년 가량 두어서 그로 하여금 잘못을 뉘우치게 하소서.’
011_0358_b_22L王聞此語甚大愁憂語諸臣言兒大好道憙布施人奈何禁止拘閉之也中有一大臣嫌諸臣議不當爾也唯有是一子耳甚愛重之云何欲刑乃生是心耶大臣白王言臣亦不敢使大王禁止拘閉太子也但逐令出國置野田山中十二年許當使慚
왕은 곧 이 대신의 말을 따라 곧 내인을 보내어 태자를 불러 물었다.
‘네가 흰 코끼리를 원수에게 주었느냐?’
태자는 왕에게 말하였다.
‘진실로 주었나이다.’
왕은 태자에게 물었다.
‘네가 이제 무슨 까닭으로 나의 흰 코끼리를 가져다 적에게 주면서도 나에게 말도 하지 않았느냐?’
태자는 말하였다.
‘먼저 이미 부왕께 요청함이 있었나니, 모든 보시하는 것에 사람의 뜻을 거스르지 아니하겠습니다 하였으므로 이에 왕께 여쭈지 아니하였나이다.’
011_0358_c_07L王卽隨此大臣所言卽遣使者問太子汝持白象與怨家不太子白實以與之王問太子汝今何故持我白象以與怨家而不白我太子白言前已與王自有要令諸所布施不逆人意是以不白王耳
왕은 말하였다.
‘먼저 청한 것은 스스로 보배를 이른 것인데 흰 코끼리는 어찌 끼워 넣느냐?’
태자는 아뢰었다.
‘이것도 모두 왕께서 소유한 것들인데 어찌 코끼리만 그 가운데 들지 아니하겠나이까?’
왕은 태자에게 말하였다.
‘빨리 나라를 떠나거라. 너는 꼼짝말고 단특산(檀特山) 가운데서 12년을 지내야 한다.’
태자는 왕께 여쭈었다.
‘감히 대왕의 명령을 거스르지 않겠사오니 원하옵건대, 다시 7일 동안만 보시하여 저의 작은 마음을 펴게 하시면 나라를 나가겠나이다.’
011_0358_c_12L王言前所要者自謂珍寶白象何預太子報言此皆是王之所有物何得獨不在中耶王語太子速出國去徙汝著檀特山中十二年太子白王言不敢違戾大王教願復布施七日展我微心乃出國
011_0359_a_01L왕은 똑바로 앉아 말하였다.
‘네가 보시를 너무 하여 나라의 창고를 비게 하였으며 나의 적을 물리치는 보배를 잃게 한 까닭에 너를 쫓는 것이므로, 다시 머물러 7일 동안 보시함을 얻지 못할 것이니 빨리 나가거라. 너의 말을 들어주지 아니하겠노라.’
태자는 왕께 여쭈었다.
‘감히 대왕의 명령을 거스르지 아니하겠사오나 이제 저의 사재(私財)가 있사오니 원하옵건대 보시를 다하고 이에 가겠사오며 감히 다시 국가의 재물과 보배를 번거롭게 아니 하겠나이다.’
2만 부인이 함께 왕의 처소에 나아와서 태자를 머물러 7일 동안 보시하고 나라를 나가게 함을 청하였다.
왕은 바로 허락하였다.
011_0358_c_18L王言正坐汝布施太劇空我國藏失我卻敵之寶故逐汝耳不得復住布施七日速疾出去不聽汝也太子白王言不敢違戾大王教令今我自有私財願得布施盡之乃去不敢復煩國家財寶二萬夫人共詣王所留太子布施七日乃令出國王卽聽
태자는 곧 좌우로 하여금 널리 사방에 알려 그 재물을 얻고자 하는 이는 모두 궁문으로 오도록 하고는 말하였다.
‘사람에게 있는 재물은 항상 가히 보존치 못하는 것이어서 모이면 마땅히 무너지고 흩어지는 것이다.’
사방의 인민이 모두 문으로 나아오자, 태자는 음식을 베풀고 보배를 뜻대로 보시해 주어서 가게 하였다. 그리하여 7일 만에 재물이 다하니, 가난한 이가 부(富)를 얻어 만민(萬民)이 기뻐하였다.
011_0359_a_02L太子便使左右普告四遠其有欲得財物者悉詣宮門隨所欲得人有財物不可常保會當壞散四方人民皆來詣門太子爲設飯食施與珍寶恣意而去七日財盡貧者得富萬民歡樂
태자는 그의 아내에게 말하였다.
‘빨리 일어나 나의 말을 들으시오. 대왕께서 이제 나를 쫓아 단특산 속에서 12년 동안 있게 한답니다.’
비(妃)는 태자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 일어나서 태자에게 말하였다.
‘무슨 허물이 있으시길래 왕께서 그러하시나이까?’
011_0359_a_07L太子語其妻疾起聽我言大王今逐我著檀特山中十二年妃聞太子言愕然驚起白太子有何過咎而王乃當至是乎
태자는 말하였다.
‘내가 보시를 너무 하여 나라의 창고를 비게 하고 힘센 흰 코끼리를 보시하여 원수에게 주었으므로 왕과 옆에 신하가 이런 까닭에 성내어 함께 나를 내쫓는 것입니다.’
만지(曼坻)는 말하였다.
‘원하건대 나라가 풍족하여 대왕과 모든 옆의 신하와 관리와 백성의 크고 작은 이로 하여금 부(富)와 즐거움이 끝이 없게 하소서. 저는 다만 태자를 따라서 마땅히 노력(努力)하여 함께 산 속에서 부지런히 도를 구하겠나이다.’
011_0359_a_11L太子報言用我布施太劇虛國藏以健白象施與怨家王及傍臣用是之故恚共逐我耳曼坻言使國豐溢願令大王及諸傍臣吏民小富樂無極但當努力共於山中勤求道耳
태자는 말하였다.
‘사람이 산속 두려운 곳에 있으면 환난이 있을까 염려되며 범과 이리와 사나운 짐승이 크게 두려운데, 당신은 고고하게 즐거움만 익혔는데 어떻게 능히 이를 참을 수 있겠소. 그대가 궁중에 있으면 옷은 가늘고 부드러우며 자는 데는 곧 휘장을 두르고 음식은 달고 감미로워서 입에 맞는 대로 하는데, 산 속에 있으면 눕는 것은 풀 자리요, 먹는 것은 과실과 풀 열매니 당신이 어떻게 능히 이를 즐길 수 있겠소. 또한 바람과 비와 우레와 번개와 안개와 이슬이 많아서 사람을 놀라게 하고 차면 매우 차고 더우면 매우 더워서 나무 사이에로는 가히 의지할 데가 못 되며 더욱이 땅에 질리(蒺蔾)와 조약돌과 독벌레가 있는데 당신이 어떻게 능히 이를 참을 수 있겠소.’
011_0359_a_16L太子言人在山中恐怖之處致難爲心虎狼猛獸大可畏也汝慣憍樂何能忍是汝在宮中衣卽細軟止則幃帳飮食甘美恣口所欲今在山中臥則草蓐食則果蓏汝何能樂又多風雨雷電霧露使人毛豎則大寒熱則大熱樹木之閒不可依加地有蒺蔾礫石毒虫汝何能忍
011_0359_b_01L만지는 말하였다.
‘제가 마땅히 이 가늘고 부드러운 것과 휘장 장막과 달고 맛난 것을 위하여 태자와 이별하겠나이까? 저는 마침내 서로 멀리 떠나지 아니하고 마땅히 태자를 따라가겠나이다. 왕이란 것은 번(幡)으로 표지[幟]를 삼으며 불이란 것은 연기로 표지를 삼으며 부인이란 것은 남편으로 표지를 삼는 것입니다. 저는 다만 태자를 믿사오니 태자는 저의 하늘인 바 태자께서 나라에 계시어 사방의 여러 사람에게 보시할 적에는 제가 항상 태자와 함께하였지만, 이제 태자께서 멀리 가시니 만일 사람이 와서 비는 이가 있으면 제가 마땅히 어떻게 응하겠나이까? 사람이 와서 태자께 구함을 들을 때면 제가 마땅히 죽기를 생각할 것이니 어찌 의심하겠나이까?’
011_0359_b_01L曼坻言我當用是細軟幃帳甘美飮食爲而與太子別乎我終不能相遠離也會當與太子相隨去耳王者以幡爲幟火者以煙爲幟婦人者以夫爲幟我但怙太子耳太子者我之所太子在國時布施四遠人我常與太子共之今太子遠去若有人來乞我當應之云何我聞人來求太子我當感死何疑
태자는 말하였다.
‘내가 보시를 좋아하여 사람의 뜻을 거스르지 아니하므로 어떤 사람이 나에게 와서 아이를 요구하든지 그대를 요구하는 이가 있으면 내가 아니 주지 못하리니, 그대가 만일 나의 말을 순종치 아니하여 곧 나의 선한 마음을 어지럽게 하려면 모름지기 가지 마시오.’
만지는 말하였다.
‘태자께서 보시하는 대로 따라 게으르지 아니하여, 보시에 있어 이 세간 어느 누구도 태자를 따라올 수 없게 하겠습니다.’
태자는 말하였다.
‘그대가 능히 그렇게 한다면 매우 좋소.’
011_0359_b_09L太子言我好布施不逆人意有人從我乞兒索女者則不能不與之汝若不順我言則亂我善心可不須去曼坻言聽隨太子在所布施莫懈世閒布施未有如太子者也太子言汝能爾者甚大善
011_0359_c_01L태자는 비와 그 두 아이와 더불어 함께 어머니의 처소(處所)에 이르러 하직 인사를 하고 가려고 그 어머니에게 여쭈었다.
‘원하옵건대 자주 대왕께 간하여 바른 법으로 나라를 다스리고 인민을 삿되고 그릇되지 않게 하소서.’
어머니는 태자의 이별의 말이 이와 같은 것을 듣고 곧 느껴 슬퍼하며 옆 사람에게 말하였다.
‘나의 몸이 돌과 같고 마음이 강철(剛鐵)과 같아서 대왕을 받들어 섬기되 일찍이 허물이 있지 아니하였으며, 이제 오직 한 아들을 두었는데 나를 버리고 가니 내 마음이 어찌 찢어져 죽지 않겠는가?
나뭇잎 같던 뱃속의 아이를 밤낮으로 길렀는데, 길러 겨우 크자마자 나를 버리고 가니 모든 부인들이 다 시원하겠노라. 왕께서 다시 나를 공경치 아니할 것이니까. 하늘이 나의 원을 어기지 아니할진댄 아들로 하여금 빨리 나라로 돌아오게 하소서.’
태자는 비와 그 두 아들과 더불어 함께 부모께 예를 올리고 떠났다.
011_0359_b_14L太子與妃及其二子共至母所辭別欲去白其母言願數諫大王以正法治國莫邪抂人民母聞太子辭別如卽感憿悲哀語傍人言我身如石心如剛鐵奉事大王未嘗有過今唯有一子而捨我去我心何能不破裂而死耶兒在腹中如樹木葉日夜長養子適大而捨我去諸夫人皆當我王不復敬我天不違我願者使我子速來還國耳太子與妃及其二俱爲父母作禮於是而去
2만의 부인이 진주(眞珠)를 각각 한 꿰미씩 태자에게 주었으며, 4천의 대신이 칠보로 꽃을 만들어 태자께 받들어 올렸다.
태자가 궁중의 북쪽 성문을 나와서 칠보 구슬 꽃을 모두 사방 인민에게 보시하니 즉시에 모두 다하였다.
관원과 백성 크고 작은 이 수천만 사람이 다함께 태자를 보내면서 모두 가만히 의논하여 말하기를, ‘태자는 선한 사람이다. 이 나라의 신이신데 부모가 어찌 이 보배로운 아들을 쫓는가’ 하며 보는 이가 모두 함께 애석하게 여기었다.
태자는 성 밖의 나무 아래 앉아서 전송하는 이를 하직하고 이로부터 돌아가라고 하였다. 관원과 백성 크고 작은 이는 눈물을 흘리면서 돌아갔다.
011_0359_c_02L二萬夫人以眞珠各一貫以與太子四千大臣作七寶華奉上太子太子從中宮北出城門悉以七寶珠華施四遠人民卽時皆盡吏民大小數千萬人共送太子者皆竊議言太子善人是國之神父母何能逐是珍寶之子乎觀者皆共惜之太子於城外樹下坐辭謝來送者可從此而還民大小垂淚而歸
태자는 비와 두 아이와 더불어 함께 수레를 스스로 이끌고 갔다. 앞으로 앞으로 가다가 이미 성에서 멀어져 나무 아래 쉬는데 바라문이 와서 말을 요구하였다.
태자는 곧 수레를 어거하는 말을 주고 두 아이는 수레 위에 놓고 비는 뒤에서 밀게 하고 자기는 멍에 안에 들어가서 끌고 갔다.
그렇게 앞으로 가다가 또 바라문을 만났는데 수레를 요구하였다. 태자는 곧 수레를 주었다.
그렇게 또 앞으로 가다가 또 바라문이 와서 요구하자, 태자가 말하였다.
‘내가 그대에게 주기를 아끼는 것이 아니라 나의 재물이 모두 다하였습니다.’
011_0359_c_11L太子與妃二子載自御而去前行已遠止息樹下婆羅門來乞馬太子卽卸車以馬與以二子著車上妃於後推自入轅中步挽而去適復前行復逢婆羅門來乞車太子卽以車與之適復前行復逢婆羅門來乞太子言我不與卿有所愛惜也我財物皆盡
011_0360_a_01L바라문은 말하였다.
‘재물이 없으면 나에게 입고 있는 옷을 주십시오.’
태자는 곧 보배 옷을 벗어서 주고 그가 입던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렇게 또 앞으로 가다가 바라문을 만났는데 그가 요구하였다. 태자는 비의 의복을 주고, 다시 앞으로 가다가 또 바라문을 만났는데 그가 또 요구하였다. 태자는 두 아이의 의복을 주었다.
태자는 수레와 말과 돈과 재물과 의복을 보시해졌지만 처음부터 후회하는 마음이 털끝만큼도 없었다.
태자는 아들을 업고 비는 그 딸을 업고 걸어서 나아갔다. 태자는 비와 두 아들과 더불어 온화한 얼굴로 기뻐하며 서로 따라 산으로 들어갔다.
011_0359_c_18L婆羅門言無財物者與我身上衣太子卽解寶衣與之更著一故衣適復前行復逢婆羅門來乞太子以妃衣服與之復前行復逢婆羅門來乞太子以兩兒衣服與之太子布施車馬錢財被了盡初無悔心大如毛髮太子自負其男妃負其女步行而去太子與妃及其二子和顏歡喜相隨入山
단특산을 가기가 섭파국에서 6천여 리인데 나라에서 드디어 멀어졌을 적에 빈 못 가운데로 지나다가 크게 괴롭고 주리고 목말랐다.
도리천왕(忉利天王)인 제석이 빈 못 가운데 화하여 성곽(城郭)과 시장과 마을과 가항(街巷)을 만들고 기악과 음식을 지었는데, 성중에서 사람이 나와서 태자를 맞아 문득 이에 머물러 음식을 먹고 서로 오락(娛樂)하라고 하였다.
비는 태자에게 말하였다.
‘가는 길이 몹시 극심하오니 가히 틈내어 이에 쉬시겠습니까?’
태자는 말하였다.
‘부왕께서 나를 내쫓으며 단특산에 머물렀다고 하셨는데 여기에 머무르면 부왕의 명령을 어긴 것이니 효자(孝子)가 아니오.’
그리고는 곧 성을 나가서 그 성을 돌아다 보니 갑자기 보이지 아니하였다.
011_0360_a_03L檀特山去葉波國六千餘里去國遂行在空澤中大苦飢渴忉利天王釋卽於壙澤中化作城郭市里街巷伎樂衣服飮食城中有人出迎太子便可於此留止飮食以相娛樂妃語太子行道甚極可暇止此不太子言父王徙我著檀特山中於此留者違父王命非孝子也遂便出城顧視其城忽然不見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 단특산에 이르니 산 아래 큰 물이 있는데 깊어서 가히 건너지 못하였다.
비는 태자에게 말하였다.
‘또한 마땅히 여기서 머물렀다가 물이 줄거든 건너야겠습니다.’
태자는 말하였다.
‘부왕께서 나를 단특산에 기거토록 하시었는데 여기서 머무르면 부왕의 명령을 어긴 것이니 효자라고 할 수 없소.’
태자가 곧 자심삼매(慈心三昧)에 드니, 물 가운데 큰 산이 있어 물길을 끊었다.
태자는 곧 비와 더불어 바지를 걷고 건넜는데, 건넌 뒤에 곧 생각하였다.
‘이대로 간다면 물이 마땅히 돌려 대어서 모든 인민과 구물거리는 벌레와 나는 것과 꿈틀 기는 벌레와 움직이는 것[蜎飛蠕動]을 죽일 것이다.’
태자는 곧 돌아와서 물을 돌아보고 말하였다.
‘다시 흐르기를 전과 같이 하고 만일 나의 처소에 이르고자 하는 이가 있으면 모두 건너게 하소서.’
태자가 말을 마치자마자 물은 곧 다시 흘러 이전과 같았다.
011_0360_a_12L轉復前行到檀特山下有大水深不可度妃語太子且當住此須水減乃渡太子言父王徙我著檀特山中於此住者違父王教孝子也太子卽入慈心三昧水中便有大山以堰斷水太子卽與妃褰裳而渡渡已太子卽心念言便爾去者當澆灌殺諸人民蜎飛蠕動太子卽還顧謂水言復流如故若有欲來至我所者皆當令得渡太子適語已卽復流如故
011_0360_b_01L앞으로 나아가 단특산 가운데 이르러 태자는 산이 우뚝 선 것과 수목이 울창하고 온갖 새들이 지저귀고 샘이 맑디맑으며 맛난 물과 단 과실과 물오리와 기러기와 푸른 백로와 물총새와 원앙새 등 기이한 유가 매우 많은 것을 보고 태자는 비에게 말하였다.
‘이 산 속에 나무를 보니 하늘에 닿을 듯 꺾을 이가 없겠으며 이 맛난 샘물을 마시고 이 단 과실을 먹으며 이 산 속에 또한 도를 배우는 이가 있겠구려.’
태자가 산으로 들어가니 산중의 새와 짐승이 모두 크게 기뻐하여 태자를 맞았다.
011_0360_a_22L前到檀特山中太子見山嶔崟嵯峨樹木繁茂百鳥悲鳴淸池美水甘果鳧鴈鵁鶄翡翠異類甚衆太子語妃觀是山中樹木參天無折傷者飮此美泉噉是甘而此山中亦有學道者太子入山山中禽獸皆大歡喜來迎太子
산에는 한 도인이 있었으니 이름은 아주타(阿州陀)며 나이는 5백 세인데 절묘(絶妙)한 덕이 있었다.
태자는 예를 올리고 물러나서 말하였다.
‘이제 산 속에 계셨으니 어느 곳이 좋고 단 과실과 샘물이 있어서 가히 의지할 만하겠나이까?’
아주타는 말하였다.
‘이 산속은 복이 두루하는 땅이므로 어디든지 가히 의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는 도인은 곧 말하였다.
‘이제 이 산속은 청정한 곳인데 그대는 어떻게 처자와 같이 와서 도를 배우고자 합니까?’
011_0360_b_05L山上有一道人名阿州陁年五百歲有絕妙之德太子作禮卻住白言今在山何所有好甘果泉水可止處耶州陁言是山中者普是福地所在可止耳道人卽言今此山中淸淨之處卿云何將妻子來而欲學道乎
태자가 미처 대답하지 못하자, 만지는 곧 도인에게 물었다.
‘여기에 있으면서 도를 배운 지가 몇 해나 되나이까?’
도인은 대답하였다.
‘이 산속에 의지한 지가 4, 5백 세입니다.’
만지는 말하였다.
‘헤아리건대 나 같은 사람은 어느 때에 도를 얻겠나이까? 비록 오랫동안 산속에 있을지라도 또한 나무와 다름이 없어서 나 같은 사람은 가히 도를 얻지 못하겠나이까?’
도인은 말하였다.
‘나는 진실로 이 일은 알지 못하겠나이다.’
011_0360_b_11L太子未答曼坻卽問道人言在此學道幾何歲道人答言止此山中四五百曼坻謂言計有吾我人者何時當得道耶雖久在山中亦如樹木無異不計吾我人者乃可得道道人言實不知此事也
태자는 곧 도인에게 물었다.
‘그대는 자못 섭파국 태자 수대나에 대해 들었습니까?’
도인은 말하였다.
‘제가 자주 듣기는 하였지만 일찍이 보지는 못하였습니다.’
태자는 말하였다.
‘내가 바로 그 태자 수대나입니다.’
도인은 태자에게 물었다.
‘구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태자는 대답하였다.
‘마하연도(摩訶衍道)를 구하고자 합니다.’
011_0360_b_17L太子卽問道人言汝頗聞葉波國王太子須大拏不道人言我數聞之未曾見耳太子言我正是太子須大拏也道人問太子所求何等太子答欲求摩訶衍道
011_0360_c_01L도인은 말하였다.
‘태자의 공덕이 그러하시니 이제 오래지 않아 마하연도를 얻을 것입니다. 태자께서 위없는 정진도(正眞道)를 얻을 때에 제가 마땅히 제일신족제자(第一神足弟子)가 되겠나이다.’
그리고 도인은 곧 태자가 의지할 만한 곳을 가리키면서 말하였다.
태자는 도인을 본따서 머리를 묶어 땋고 샘물과 과실과 풀 열매로 음식을 삼았다. 곧 장작을 취하여 작은 풀집을 짓고 아울러 만지와 두 어린아이를 위하여 각각 한 채의 띠풀집을 지으니 무릇 세 채의 띠풀집을 지었다.
011_0360_b_22L道人言太子功德乃爾今得摩訶衍道不久也太子得無上正眞道時我當作第一神足弟子道人卽指語太子所止處子則法道人結頭編髮以泉水果蓏爲飮食卽取柴薪作小草屋幷爲曼坻及二小兒各作一草屋凡作三草
사내의 이름은 야리(耶利)니 나이가 7세인데 풀옷을 입히어 아버지를 따라 출입(出入)하게 하고, 계집아이의 이름은 계나연(罽拏延)이며 나이는 6세인데 사슴가죽옷을 입히어 어머니를 따라 출입하게 하였다.
011_0360_c_06L男名耶利年七歲著草衣隨父出女名罽拏延年六歲著鹿皮衣母出入
산속의 새와 짐승이 모두 다 기뻐하여 태자에게 의지하였다.
태자가 정히 하룻밤을 자고 나자 산중의 빈 못에서는 모두 샘물이 나고 마른 나무와 모든 나무에서도 꽃과 잎이 나며 모든 독한 벌레와 짐승이 모두 소멸(消滅)되며 서로 먹고 먹히던 것들이 스스로 풀을 먹으며 여러 과실 나무가 저절로 무성하고 백 가지 새가 짹짹거리며 서로 화답하여 구성지게 울었다.
011_0360_c_08L山中禽獸悉皆歡喜依附太太子適住一宿山中空池皆出泉水枯木諸樹皆生華葉諸毒虫獸皆爲消滅相食噉者皆自食草諸雜果樹自然茂盛百鳥嚶嚶相和悲鳴
만지가 다니면서 과실을 캐어 태자와 그 아들아이와 딸아이를 먹였는데 두 아이도 또한 부모를 떠나 다니면서 물 가에서 새와 짐승과 더불어 희롱하며 혹은 자는 때도 있었다.
이 때 아들 야리는 사자 위에 올라타 달리면서 희롱하다가 사자가 뛰어 그만 땅에 떨어져 낯을 상하여 피가 나왔는데, 원숭이가 곧 나뭇잎을 따다 그 낯의 피를 씻고 물가에 데리고 가 물로 씻어 주었다.
태자가 앉아서 멀리 바라보고 말하였다.
‘새와 짐승도 이에 그런 마음이 있구나.’
011_0360_c_12L曼坻主行採果以飼太子及其男女二兒亦復捨父母行在於水邊與禽獸戲有宿時時男耶利騎師子上戲師子跳耶利墮地傷面血出獼猴便取樹葉拭其面血將至水邊以水洗之子在坐亦遙見之禽獸乃有爾心
011_0361_a_01L이 때 구류국(鳩留國)에 한 가난하고 궁한 바라문이 있었는데 나이 40에 부인을 맞이하였다.
부인은 단정한데 바라문은 열두 가지 추(醜)한 것이 있으니 신체가 검어서 칠(漆)과 같고 낯이 세 곳이나 찌그러졌으며, 코가 정히 모지고 엷으며, 두 눈이 또한 푸르고 낯에 주름살이 있으며, 입술은 딱 벌려졌고, 말은 더듬으며, 큰 배는 불룩 늘어졌고 다리는 또한 돌아 구부러지며, 머리는 또한 민머리이고 형상이 귀신과 같았으므로 그 부인(婦人)이 보기를 미워하므로 죽기를 원하였다.
부인이 다니며 물을 긷다가 많은 젊은이를 만났는데, 그 신랑을 비웃어 말하고 흉내를 내어 웃으면서 물었다.
‘그대는 뛰어나게 단정한데 어찌 그런 사람의 아내가 되었느냐?’
부인은 나이 젊은 이에게 말하였다.
‘이 늙은이가 머리가 호호백발이라 서리가 나무에 잔뜩 내려앉은 것 같으므로 아침 저녁으로 그가 죽었으면 하지만 그가 죽지 않으니 어쩔 수 없노라.’
011_0360_c_18L時鳩留國有一貧窮婆羅門年四十乃取婦婦大端正婆羅門有十二醜身體黑如漆面上三顀鼻正匾㔸目復靑面皺脣哆語言謇吃大腹凸腳復繚戾頭復[乞+頁]禿狀類似鬼婦惡見呪欲令死婦行汲水逢諸年嗤說其壻形調笑之問言汝絕端何能爲是人作婦耶婦語年少言是老翁頭白如霜著樹朝暮欲令其死但無那其不肯死何
부인은 바로 물을 이고 돌아와서 그 신랑에게 울부짖으면서 말하였다.
‘내가 마침 물을 긷고 있는데 애젊은 것들이 함께 나를 조롱하였습니다. 마땅히 나를 위하여 종을 구해 주십시오. 내가 종이 있으면 스스로 다니면서 물을 긷지 아니하므로 사람들이 또한 나를 비웃지 아니할 것입니다.’
신랑은 말하였다.
‘내가 몹시 가난하고 궁한데 어느 곳에서 종을 얻을 것인가?’
부인은 말하였다.
‘만일 나를 위하여 종을 구하지 아니하면 나는 바로 가버려 다시 함께 살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부인은 말하였다.
‘내가 항상 들으니 태자 수대나가 보시를 너무 한 까닭에 부왕이 쫓아내어 단특산 가운데 두었다는데 사내 아이와 계집 아이를 하나씩 두었다고 하오니 가히 가서 빌으소서.’
011_0361_a_05L婦便持水啼泣歸語其壻言我適取水年少曹輩形調我當爲我索奴婢我有奴婢者便不復自行汲水人亦不復笑我我極貧窮當於何所得奴婢耶若不爲我索奴婢者我便當去復共居婦言我常聞太子須大拏坐布施太劇故父王徙著檀特山中一男一女可往乞之
신랑은 말하였다.
‘단특산이 여기에서 가기가 6천여 리며 처음부터 산을 다녀보지 아니하였는데 마땅히 어느 곳에서 구하겠는가?’
부인은 말하였다.
‘나를 위하여 종을 구하지 아니한다면 나는 마땅히 스스로 목을 찔러 죽겠습니다.’
신랑은 말하였다.
‘차라리 나의 몸을 죽일지언정 그대를 죽게 하지는 않겠소.’
그리고 신랑은 말하였다.
‘내가 떠나려면 마땅히 나에게 여비와 식량을 준비해 주시오.’
부인은 말하였다.
‘그냥 가시오. 여비와 식량이 없습니다.’
바라문은 스스로 여비와 식량을 준비하여 길을 떠났다.
011_0361_a_13L壻言檀特山去此六千餘里初不山行當於何所而求之乎婦言不爲我求奴婢者我當自剄死耳壻言寧殺我身不欲令汝死也壻言汝欲令我行者當給我資婦言便去無有資糧婆羅門自辦資糧涉道而去
011_0361_b_01L이에 바라문은 지름길로 섭파국에 나아가서 왕의 궁문 밖에 이르러 문지기에게 물었다.
‘태자 수대나가 이제 어느 곳에 있는가?’
이 때 문지기는 들어가 바로 왕께 여쭈었다.
‘밖에 바라문이 와서 태자를 찾나이다.’
왕은 사람이 태자를 찾는다는 것을 들으니 감정이 받치어 또한 성내어 말하였다.
‘다만 이런 무리들 때문에 죄에 걸리어 나의 태자를 내쫓았는데, 이제 이런 사람이 또 오느냐?
그리고는 왕은 곧 스스로 비유해서 말하였다.
‘불이 스스로 치열한데 다시 그 섶을 더함과 같이 이제 내가 근심하는 것은 비유컨대 불이 치열함과 같고 사람이 와서 태자를 묻는 것은 그 섶을 더함과 같다.’
011_0361_a_19L於是婆羅門徑詣葉波國至王宮門問守門者太子須大拏今爲所在時守門者卽入白王外有婆羅門來問求太子王聞人求太子心感且恚但坐是輩故逐我太子今此人復來耶王便自說喩言如火自熾復益其薪今我愁憂譬如火熾人來問太子如益其薪
바라문은 말하였다.
‘제가 먼 데서 온 것은 태자의 이름이 위로 창천에 사무치고 아래로 황천에 이르러 태자가 보시하되, 사람의 뜻을 거스르지 아니한다는 것을 들은 까닭에 먼 데로부터 와서 얻는 바가 있고자 하나이다.’
왕은 말하였다.
‘태자는 홀로 깊은 산에 처하여 몹시 가난하고 궁하니 마땅히 무엇으로 그대에게 줄 것이냐?’
바라문은 말하였다.
‘태자께 비록 있는 것이 없다 할지라도 서로 보고자 하나이다.’
왕은 곧 사람을 시켜 길을 지시(指示)하였다.
011_0361_b_04L婆羅門言我從遠方來聞太子名上徹蒼天下至黃泉太子布施不逆人意故從遠來欲有所得王言太子獨處深山甚大貧窮當何以與卿耶婆羅門言太子雖無所有貴欲相見耳王卽使人指示道徑
바라문은 곧 떠나 단특산에 나아가 큰 물 가에 이르러 다만 태자를 생각하니 곧 건널 수 있었다. 바라문은 드디어 산 속으로 들어갔다가 한 사냥꾼을 만나서 물었다.
‘네가 산 속에 있었으니 자못 태자 수대나(須大拏)를 보았느냐?’
사냥꾼은 본래 태자가 많은 바라문들에게 보시한 까닭에 죄에 걸리어 산 속에서 지내게 된 것을 알고 있었다.
011_0361_b_09L羅門卽行詣檀特山至大水邊但念太子卽便得渡時婆羅門遂入山中逢一獵師問言汝在山中頗見太子須大拏不獵者素知太子坐布施諸婆羅門故徙在山中
사냥꾼은 곧 바라문을 잡아 얽어서 나무에다 달고 매로 쳐서 신체가 모두 상처나게 하고 꾸짖어 말하였다.
‘내가 너의 배를 쏘고 너의 고기를 먹고자 하노니, 태자를 묻기 때문이다.’
바라문은 스스로 생각하기를, ‘이제 내가 너에게 죽을 수야 있겠느냐? 마땅히 속여서 말하리라’ 하고 곧 말하였다.
‘네가 마땅히 나에게 묻지 않은 것이 있다.’
011_0361_b_14L獵者便取婆羅縛著樹以捶鞭之身體悉破罵言我欲射汝腹噉汝肉用問太子爲羅門自念今當爲子所殺耶當作一詭語耳便言汝不當問我耶
사냥꾼은 말하였다.
‘네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느냐?’
바라문은 말하였다.
‘대왕께서 태자를 보고 싶어서 나를 보내어 태자를 불러 나라로 돌아오라고 한 것이니라.’
사냥꾼은 곧 풀어 놓고 맞아서 사례하였다.
‘진실로 알지 못하였습니다.’
그리고 곧 그 곳을 가르쳐 주었다. 바라문은 바로 태자의 처소에 이르렀다.
011_0361_b_18L獵者問汝欲何說婆羅門言父王思見太子故遣我來追呼太子令還國耳者便卽解放逆辭謝之實不相知卽指示其處婆羅門卽到太子所
011_0361_c_01L태자는 멀리서 바라문이 오는 것을 보고 매우 크게 기뻐하여 맞아서 예배하고 인하여 서로 위로하여 물었다.
‘어느 곳에서 오며 행하는 길에 피로함이 없으며 무엇을 구하십니까?’
바라문은 말하였다.
‘제가 먼 데서 왔으므로 온몸이 아프고 또한 주리고 목마르나이다.’
태자는 곧 바라문에게 자리에 들어오기를 청하고 과실과 풀 열매와 물과 미음을 내어 그 앞에 놓았다. 바라문은 물을 마시며 과실 먹기를 마치고 바로 태자에게 말하였다.
‘저는 이 구류국 사람인데 오래 태자께서 보시하기를 좋아하여 이름이 시방에 자자함을 듣고 제가 가난하고 궁하므로 태자로부터 빌고자 하나이다.’
011_0361_b_22L太子遙見婆羅門來甚大歡喜迎爲作禮相勞問何所從來行道得無疲極所索乎婆羅門言我從遠方來擧身皆痛又大飢渴太子卽請婆羅門入出果蓏水漿著其前婆羅門飮水食果竟便語太子言我是鳩留國人久聞太子好憙布施名聞十方大貧窮欲從太子有所乞丐
태자는 말하였다.
‘내가 당신에게 주기를 아끼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것이 다하여 줄 것이 없습니다.’
바라문은 말하였다.
‘만일 물건이 없으면 나에게 두 아이를 주어서 심부름꾼이 되게 하여 늙은 이를 공양케 하소서.’
이와 같이 세 번을 이르자 태자는 말하였다.
‘그대가 일부러 먼 데서 와서 나의 아들과 딸을 얻고자 하는데 어찌 주지 아니하겠소.’
011_0361_c_07L太子言我不與卿有所愛也我所有盡賜以相與婆羅門言若無物者與我兩兒以爲給使可養老者如是至三太子卿故遠來欲得我男女奈何不相
이 때 두 아이는 뛰어다니며 놀고 있었다.
태자는 두 아이를 불러 말하였다.
‘바라문이 먼 데서 와서 너희를 빌므로 내가 이미 허락하였으니 너희는 바로 따라가라.’
두 아이는 아버지의 겨드랑 밑으로 달려들어 눈물을 흘리면서 또한 말하였다.
‘제가 여러 번 바라문을 보았으나 일찍이 이런 무리는 보지 못하였사오니, 이는 바라문이 아니라 바로 귀신입니다. 이제 어머니께서 과실을 따러 나가시어 돌아오시지 아니하였는데, 아버지께서 저희를 귀신에게 주어 밥이 되게 하시니 죽는 것은 의심할 바 없습니다. 이제 어머니께서 오셔서 저희를 찾다가 찾지 못하면 어미소가 송아지를 찾듯이 곧 울부짖으며 근심하실 것입니다.’
011_0361_c_12L時兩兒行戲太子呼兩兒言婆羅門遠來乞汝我已許之汝便隨去兒走入父腋下淚出且言我數見婆羅門未嘗見是輩此非婆羅門爲是鬼耳今我母行採果未還而父持我與鬼作食定死無疑今我母來索我不得當如牸牛覓其犢子便啼哭號泣愁憂
태자는 말하였다.
‘내가 이미 허락하였으니 어떻게 물리겠느냐? 이는 바라문이요, 귀신이 아니므로 마침내 너희를 먹지 아니할 것이니 너희는 바로 따라가거라.’
바라문이 말하였다.
‘제가 가고자 하나 그의 어머니가 오면 또한 갈 수 없을까 두렵습니다. 태자께선 훌륭한 마음을 가져 나에게 줄지라도 아이들의 어머니가 오면 곧 당신의 훌륭한 뜻을 꺾게 할 것입니다.’
태자는 말하였다.
‘나는 나면서부터 보시함에 일찍이 후회함이 없었노라.’
011_0361_c_19L太子言我已許之何從得止婆羅門耳非是鬼也終不噉汝汝便逐去婆羅門言我欲發去恐其母來便不復得去卿持善心與我母來卽敗卿善意太子報言我從生已來施未嘗有悔也
011_0362_a_01L태자는 곧 물로 바라문의 손을 씻어주고 두 아이를 이끌어다가 주니 땅이 진동(震動)하였으며 두 아이가 기꺼이 따라가지 아니하고 돌아와 아버지 앞에 이르러 꿇어앉아 아버지께 말하였다.
‘저희가 지난 생에 무슨 죄가 있어서 이제 이 괴로움을 만나나이까? 이에 국왕의 종자로 사람의 종이 되다니요. 아버지를 향하여 허물을 참회하오니, 이 인연으로 죄가 멸하고 복이 생기어 태어날 적마다 다시는 이런 일을 만나지 않게 하소서.’
태자는 아이에게 말하였다.
‘천하의 은혜와 사랑은 모두 마땅히 이별하는 것이며 일체가 덧없는 것이니, 무엇을 가히 보존하여 지킬 것이냐. 내가 위없는 평등도를 얻을 때 마땅히 너희를 제도하겠노라.’
011_0362_a_01L太子卽以水澡婆羅門手牽兩兒授與之地爲震動兩兒不肯隨去還至父前長跪謂父言我宿命有何罪復遭値此苦乃以國王種爲人作奴婢向父悔過從是因緣罪滅福生世世莫復値是太子語兒言天下恩愛皆當別離一切無常何可保守我得無上平等道時自當度汝
두 아이는 아버지에게 말하였다.
‘저희를 위하여 어머니께 인사 여쭈어 주세요. 이제 문득 영원히 끊어지게 되는데 대면하고 이별하지 못함을 한하나이다. 스스로 저희는 속세의 죄로 마땅히 괴로움을 만났지만 어머니를 생각하니 저희를 잃고 근심하고 고통하며 수고로울 것입니다.’
바라문은 말하였다.
‘나는 늙고 또한 여위었는데 어린아이가 각기 나를 뿌리치고 달아나 그 어머니에게로 가버리면 내가 어떻게 얻겠습니까? 마땅히 묶어서 저에게 주소서.’
011_0362_a_09L兩兒語父言爲我謝母今便永絕恨不面別自我宿罪當遭此苦念母失我憂苦愁勞婆羅門言我老且羸小兒各當捨我走至其母所我奈何得之當縛付我
태자는 곧 도로 두 아이의 손을 잡아서 바라문으로 하여금 스스로 묶어서 서로 연하여 모두 그러잡아서 머리에 끈을 매었다.
두 아이가 순응하여 따라가지 아니하자 매로 치니 피가 나와 땅에 흘렀다.
태자가 보고 눈물을 흘리니 눈물이 떨어져 땅 위로 흘렀다.
태자는 모든 새와 짐승으로 더불어 모두 두 아이를 전송하여 보이지 아니해서야 돌아왔다. 모든 새와 짐승은 모두 태자를 따라 돌아와서 아이가 희롱(戱弄)하던 곳에 이르러 울부짖으며 뒹굴어 스스로 땅을 쳤다.
011_0362_a_14L太子卽反持兩兒手使婆羅門自縛之繫令相連摠持繩頭兩兒不肯隨去以捶鞭之血出流地太子見之淚下墮地地爲之沸太子與諸禽獸皆送兩兒不見乃還諸禽獸皆隨太還至兒戲處呼哭宛轉而自撲地
011_0362_b_01L바라문은 지름길로 두 아이를 데리고 가는데 아이는 끈을 나무에 둘러 따라가지 않으려 버티며 그의 어머니가 오기를 바랐다. 바라문은 매로 쳤다.
두 아이는 ‘다시는 나를 때리지 말라. 내가 스스로 가겠노라’ 하고 하늘을 우러러 부르짖으며 말하였다.
‘산신(山神)과 수신(樹神)은 한 가지로 우리를 불쌍히 생각하소서. 이제 멀리 가서 사람의 종이 되는데 어머니를 못 뵈옵고 이별하오니 가히 우리 어머니에게 과실을 버리고 빨리 오시어 우리와 서로 보게 하라고 알려 주소서.’
011_0362_a_19L羅門徑將兩兒去兒於道中以繩繞不肯隨去冀其母來婆羅門以捶鞭之兩兒言莫復撾我我自去耳天呼言山神樹神一哀念我今當遠爲人作奴婢不見母別可語我母棄果疾來與我相見
그의 어머니는 산 속에서 왼쪽 발바닥이 가렵고 오른 눈이 또한 간지러우며 양쪽 젖이 나오길래 스스로 생각하였다.
‘일찍이 이런 괴이함이 있지 아니하였나니 이 과실만 가지고 당장 돌아가서 우리 아이들이 이상이 없는가 보리라.’
그리하여 곧 과실을 버리고 돌아왔다.
011_0362_b_02L母於山中左足下痒右目復瞤兩乳汁出母便自思未嘗有是怪當用此果爲宜歸視我子得無有他故便棄果而歸
이 때 제이 도리천왕(忉利天王)인 제석이 태자가 아이를 남에게 주었음을 알고, 비가 그 훌륭한 마음을 그르칠까 하여 곧 사자로 변하여 길을 막고 웅크리고 앉았다.
비는 사자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짐승 가운데 왕이요, 나도 또한 사람 가운데 왕의 아들과 함께 산 속에 있으니 원하건대 조금만 피하여 지나가게 해 주오. 내게는 두 아이가 있는데 모두 아직 어려서 아침부터 먹을 것이 없고 다만 나를 기다리고 있노라.’
사자는 바라문이 멀리 간 줄을 알고 이에 일어나 길을 피하여 비로 하여금 지나가게 하였다.
비가 돌아가서 보니 태자만 홀로 앉아 있고 두 아이는 보이지 아니하므로 그 풀집 안을 찾아도 보이지 아니하고 다시 아이들의 집으로 가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또한 아이들이 항상 장난치던 물가에 이르렀어도 보이지 아니하고 다만 더불어 어울려 놀던 새와 짐승과 노루와 사슴과 사자와 원숭이만 모여 있었다.
011_0362_b_05L第二忉利天王釋知太子以兒與人恐妃敗其善心便化作師子當道而蹲妃語師子卿是獸中王我亦是人中王子共在山中願小相避使得過去我有二子皆尚幼小朝來無所食望待我耳師子知婆羅門去遠乃起避道令妃得過妃還見太子獨坐見兩兒自至其草屋中索之不見至兒屋中覓之不見至兒常所戲水亦復不見但見與所戲禽獸獐鹿師子獼猴皆在
011_0362_c_01L만지가 앞으로 나아가 스스로 가슴을 치며 울부짖으니 못의 물이 그녀를 위하여 바싹 말랐다.
만지는 바로 돌아와서 태자의 처소에 이르러 태자에게 두 아이가 어느 곳에 있느냐고 물었다. 태자는 대답치 아니하였다.
만지는 또 말하였다.
‘아이들이 내가 과실을 가지고 오는 것을 멀리서 보고 달려 나에게 뛰어오느라고 땅에 엎어졌다가도 다시 일어나 뛰며 소리쳐 말하기를 〈어머니가 돌아오셔야 우리를 돌보아 주신다〉 하며, 앉을 때는 모두 좌우에 있으면서 나의 몸에 먼지가 있는 것을 보면 곧 나를 위하여 털어 주었는데, 이제 아이도 보이지 아니하고 아이가 또한 와서 나에게 매달리지도 아니하니 이 아이들을 누구에게 주었습니까? 이제 보이지 않아 내 마음이 찢어질 듯 하오니 빨리 저에게 말씀하시어 나로 하여금 미치지 않게 해 주십시오.’
이와 같이 세 번에 이르러도 태자는 대답하지 아니하였다.
011_0362_b_16L曼坻前自撲號呼戲池水爲之空竭曼坻便還至太子問太子兩兒爲何所在太子不應曼坻復言兒遙見我持果走來趣我躄地復起跳踉呼言阿母來歸見我坐時皆在左右見我身上有塵土爲我拂去之今亦不見兒兒亦不來附我爲持與誰乎今不見之我心摧早語我處莫令我發狂如是至三太子不應
만지는 더욱 근심되어 사납게 말하였다.
‘두 아이가 보이지 않는 것은 오히려 또한 그럴 수 있다지만 태자께서 대답치 아니하시니 더욱 저로 하여금 어지럽고 당황하게 하나이다.’
태자는 말하였다.
‘구류국에 있는 한 바라문이 와서 나에게 두 아이를 빌기에 주었소.’
비는 태자의 말을 듣고는 문득 감정이 격해져 땅에 엎드려 태산(太山)이 무너지는 듯 뒹굴며 울부짖음을 가히 그치지 못하였다.
011_0362_c_02L曼坻益更愁毒言不見兩尚復可耳太子不應益令我迷荒太子語言鳩留國有一婆羅門來從我乞兩兒便以與之妃聞太子語便感激躄地如太山崩宛轉啼哭而不可止
태자는 말하였다.
‘그만 그치오. 당신은 과거 제화갈라(提和竭羅)부처님 때 전생에 요청했던 것을 아시오?
나는 이 때 바라문의 아들이었으니 이름은 비다위(鞞多衛)였으며 그대는 바라문의 딸이었으니 이름이 수타라(須陀羅)였소. 그대는 꽃 일곱 송이를 가지고 나는 은전(銀錢) 5백을 가져 그대한테 꽃을 사서 부처님께 뿌리고자 하였는데, 그대가 두 송이의 꽃을 나에게 부쳐 부처님께 올리고 서원하기를, 원하건대 저의 후생에 항상 그대의 아내가 되어 예쁘든지 추하든지 떠나지 아니하게 하소서 하였소. 나는 이 때 그대에게 요청하기를, 나의 아내가 되고자 할진댄 마땅히 나의 뜻을 따라 보시하는 바에 있어서 보시를 받는 사람의 마음을 거스르지 아니하며 오직 부모만은 보시치 않고 그 나머지 보시는 모두 나의 뜻을 따르라고 하였소.
그대가 이 때 나에게 대답하기를, 그러마고 하였는데 이제 아이들을 보시한 것으로 도리어 나의 선한 마음을 어지럽게 하는 것이오?’
비는 태자의 말을 듣고 마음과 뜻이 열리고 곧 지난 세상의 일을 알아서 태자를 따라 보시하여 빨리 마음의 하고자 한 바를 얻었다.
011_0362_c_06L太子言且止汝識過去提和竭羅佛時本要不耶我爾時作婆羅門子鞞多衛汝作婆羅門女字須陁羅持華七莖我持銀錢五百從汝買華欲以散佛汝以二莖華寄我上佛而求願言(願我後生常爲卿妻好醜不離)我爾時與汝要言(欲爲我妻者當隨我意在所布施不逆人心唯不以父母施耳其餘施者皆隨我意)汝爾時答我言可今以兒布施而反亂我善心耶妃聞太子言心意開解便識宿命聽隨太子布施疾得心所欲
천왕석은 태자의 보시가 이와 같음을 보고 곧 내려와서 태자를 시험하여 무엇을 구하고자 함을 알려고 바라문으로 변하였는데 또한 열두 가지 추함이 있었다. 그리고는 태자의 앞에 이르러 스스로 말하였다.
‘항상 태자께서 보시를 좋아하여 구하는 바에 있어서 사람의 뜻을 거스르지 아니한다는 것을 들은 까닭에 이르렀나이다. 원하건대 나에게 비를 비나이다.’
태자는 말하였다.
‘좋다. 비를 가히 얻게 하겠노라.’
011_0362_c_18L天王釋見太子布施如此卽下試太子知欲何求化作婆羅門亦有十二醜到太子前而自說言常聞太子好喜布施在所求索不逆人意故來到此願乞我妃太子妃可得耳
011_0363_a_01L비는 말하였다.
‘이제 저를 사람에게 준다면 누가 마땅히 태자를 공양하겠나이까?’
태자는 말하기를 ‘이제 그대로 보시를 하지 않으면 무엇으로 위없는 평등도의 뜻의 얻을 것인가’ 하고 태자는 물로 바라문의 손을 씻기고 비를 이끌어다가 주었다.
석은 태자의 끝내 후회하는 마음이 없음을 알았으며 모든 하늘이 착함을 찬탄하고 하늘과 땅이 크게 진동하였다.
011_0362_c_23L妃言今以我與人當供養太子者也太子言今不以汝施者何從得成無上平等度意太子以水澡婆羅門手牽妃與之釋知太子了無悔心諸天讚善天地大動
이 때 바라문은 곧 비를 데리고 일곱 걸음을 가다가 도로 비를 데리고 와서 태자에게 맡기면서 다시 사람에게 주지 말라고 하였다.
태자는 말하였다.
‘왜 데려가지 아니하오. 무엇이 마땅치 않은 것이 있소? 모든 사람의 부인 가운데 이 부인이 착하다오. 현재 국왕의 자식인데 그의 아버지가 오직 이 한 딸을 두었는데 이 부인이 나 때문에 스스로 끓는 물과 불에 몸을 던지고 거칠고 형편없는 음식을 먹으며 항상 할 바를 피하지 아니하여 정근(精勤)하며 얼굴이 단정하니 그대가 이제 취하여 가야 내 마음이 기쁘겠노라.’
011_0363_a_04L婆羅門便將妃去行至七步尋將妃還以寄太子莫復與人也太子言爲不取豈有惡乎諸人婦中是婦爲現國王子其父唯有是一女耳婦用我故自投湯火飮食麤惡而常不避所爲精勤面貌端正卿今取去我心乃喜
바라문은 태자에게 말하였다.
‘나는 바라문이 아니라 바로 천왕석인데 일부러 와서 시험하였나니, 무엇을 원하는가?’
그리고는 곧 제석의 몸을 회복하니 단정하고 수승하며 묘하였다.
비는 곧 예배하고 좇아 세 가지를 원하였다.
‘첫째는 바라문이 끌고간 나의 두 아이를 그들이 다시 이 나라에다 파는 것이요, 둘째는 저의 두 아이로 하여금 괴롭고 주리고 목마르지 아니하게 하는 것이요, 셋째는 저와 태자가 하루빨리 나라 안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011_0363_a_11L婆羅門語太子言我非婆羅門是天王釋故來相試耳欲願何卽復釋身端正殊妙妃卽作禮索三願一者令婆羅門將我兩兒還賣本國中二者令我兩兒不苦飢渴三者令我及太子昇得還國
천왕석은 말하였다.
‘마땅히 원하는 대로 하겠노라.’
태자는 말하였다.
‘원하건대 중생들이 모두 도탈(度脫)을 얻어서 다시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괴로움이 없게 하소서.’
천왕석은 말하였다.
‘그 원하는 바가 크도다. 높고 커서 위가 없도다. 만일 하늘에 태어나고자 한다면 해와 달의 왕이 되게 하며 세간의 제주(帝主)로 수명을 연장하고자 한다면 내가 능히 그대의 말한 바와 같이 할 수 있지만, 삼계의 가장 거룩한 일은 나의 미칠 바 아닙니다.’
011_0363_a_16L天王釋當如所願太子言願令衆生皆得度脫無復生老病死之苦天王釋言大哉所願巍巍無上若欲生天作日月中王世閒帝主注延壽命我能相與如卿所說三界特尊非我所及也
011_0363_b_01L태자는 말하였다.
‘이제 또한 원하건대 나로 하여금 큰 부(富)를 얻어 항상 보시를 좋아함이 또한 이전보다 더하게 하소서. 원하건대 부왕과 모든 옆에 신하로 하여금 모두 나를 보고 싶어 하게 하소서.’
천왕석은 말하였다.
‘꼭 원하는 바와 같이 하겠노라.’
그리고 잠깐 사이에 갑자기 보이지 아니하였다.
011_0363_a_21L太子言今且願我令得太富常好布又勝於前願令父王及諸傍臣皆思見我天王釋言必如所願須臾之閒忽然不見
구류국 바라문은 아이를 얻어서 집으로 돌아갔다.
부인은 도리어 꾸짖었다.
‘어떻게 차마 이런 아이를 데리고 돌아오는 겁니까?. 이 아이들은 국왕의 종자인데 인자한 마음이 없이 때려 몸에 종기가 생기어 온통 고름과 피니 빨리 데리고 나가 팔아 다시 부릴 만한 이를 구하시오.’
신랑은 부인의 말을 따라 아이들을 팔고자 돌아다녔다.
천왕석주는 행색을 초라하게 꾸미고 시정을 돌아다니다가 말하였다.
‘이 아이들은 귀하므로 살 수 있는 자가 없을 것이다. 아이가 정히 주리고 목마르면 하늘이 자연(自然)한 기운으로 아이를 배부르게 할 것이다.’
그리고는 천왕(天王)이 그의 뜻을 변하게 하니, 이에 섭파국에 이르렀다.
011_0363_b_02L鳩留國婆羅門得兒歸家婦逆罵之何忍持此面來還此兒國王種而無慈仁心撾打令生瘡身體皆膿血將衒賣之更求可使者壻隨婦言行賣之天王釋主行壞其市井言兒貴無能買者兒適飢渴天以自然氣令兒得飽滿天王化其意乃至葉波國
나라 안의 모든 신하와 인민은 이가 태자의 아이며 대왕의 손자임을 알고 온 나라의 크고 작은 이가 슬퍼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모든 신하는 이 아이를 얻은 내력을 물었다.
바라문은 말하였다.
‘내가 스스로 빌어서 얻은 것을 왜 나에게 묻는가.’
모든 신하는 말하였다.
‘그대가 우리나라에 들어왔으므로 나도 또한 그대에게 묻는 것이오.’
그리고는 대신과 인민이 곧 바라문의 아이를 빼앗고자 하였다.
그 중에 장자가 있어서 간(諫)하였다.
‘이는 태자의 보시하는 마음이 이에 이르른 것인데 이제 빼앗으면 마땅하지 않으며 짐짓 태자의 본래 뜻을 어기는 것이니 왕께 사뢰는 것만 같지 못합니다. 왕께서 아시면 자연 이들을 구제해 주실 것입니다.’
011_0363_b_10L國中諸臣人民識是太子兒王之孫擧國大小莫不悲哀諸臣卽所從得此兒婆羅門言我自乞得用問我爲諸臣言卿來入我國我亦應問卿大臣人民便欲奪取婆羅門中有長者而諫之曰斯乃太子布施之心以至於此而今奪之不當固違太子本意耶不如白王王若知者自當贖之於是乃止
모든 신하가 왕에게 고하였다.
‘대왕의 두 손자가 이제 바라문이 데리고 다니면서 파는 신세가 되었나이다.’
왕은 듣고 크게 놀라 곧 바라문을 불러 아이를 데리고 궁으로 들어오라고 하였다. 왕이 부인과 모든 시위하는 신하와 후궁과 채녀와 더불어 멀리서 두 아이를 보니 목메이지 아니한 이가 없었다.
왕이 바라문에게 물었다.
‘어떤 인연으로 이 아이들을 얻었는가?’
바라문은 대답하였다.
‘제가 태자한테 빌어서 얻었나이다.’
왕이 두 아이를 불러 안고자 하니 아이가 모두 울면서 나아가 안기려 하지 않았다.
011_0363_b_18L諸臣白王言王兩孫今爲婆羅門之所衒賣王聞之大驚卽呼婆羅門使將兒入宮與夫人及諸傍臣後宮婇女遙見兩莫不哽咽王問婆羅門何緣得此婆羅門答言我從太子乞得耳呼兩兒而欲抱之兒皆涕泣不肯就
011_0363_c_01L왕은 바라문에게 물었다.
‘아이를 파는데 얼마의 돈이면 되겠는가?’
바라문이 미처 대답하지 못하자 사내아이가 바로 대답하였다.
‘사내의 값은 은전(銀錢) 1천 냥과 숫소 1백 마리며 계집아이의 값은 금전(金錢) 2천 냥과 암소 2백 마리이옵니다.’
왕은 말하였다.
‘사내아이는 사람의 보배인데 무슨 까닭으로 사내는 천히 여기고 계집은 귀히 여기느냐?’
아이는 말하였다.
‘후궁과 채녀는 왕과 친족도 아니라 혹은 미천(微賤)한 데서 났고 혹은 다만 종이었으나 왕의 뜻에 들기만 하면 곧 높고 귀함을 얻어서 보배로운 의복을 입으며 온갖 맛난 음식을 먹는데, 왕께서 오직 한 아들을 두셨지만 깊은 산으로 쫓아내고 날마다 궁중에서 채녀와 더불어 함께 즐기기만 할 뿐 마침내 아들을 생각하는 뜻이 없으시니 이로써 사내가 천하고 계집이 귀함을 분명히 아나이다.’
011_0363_c_02L王問婆羅門賣兒索幾錢婆羅門未及得對男兒便言男直銀錢一千特牛一百頭女直金錢二千牸牛二百頭王言男兒人之所珍何故男賤而女貴耶兒言後宮婇女與王無親或出微賤或但婢使王意所幸便得尊貴被服珍寶飮食百味王獨有一而逐之於深山日日自與宮中婇共相娛樂了無念子之意是以明知男賤而女貴也
왕은 이 말을 듣고 마음이 움직이고 슬퍼서 콧물과 눈물이 뒤섞여 흐르면서 말하였다.
‘내가 너희를 저버렸다지만 너는 무슨 까닭으로 나의 품에 안기지 않고 나에게 성을 내느냐? 바라문이 두려운 것이냐?’
아이는 말하였다.
‘감히 대왕을 원망하지도 아니하며, 또한 바라문을 두려워하지도 아니하나이다. 옛적에는 대왕의 손자지만 이제는 다른 사람의 종이 되었는데 어떻게 종이 되어 국왕(國王)의 품에 안길 수 있겠나이까? 이런 까닭으로 감당치 못하나이다.’
왕은 아이의 말을 듣고 갑절 더욱 슬퍼서 곧 그 말과 같이 바라문에게 값을 주고 다시 두 아이를 불러 안으니 두 아이는 곧 나아갔다.
011_0363_c_11L王聞是語感憿悲涕泣交逬我負汝汝何故不就我抱恚我乎畏婆羅門耶兒言不敢怨大王亦不畏婆羅門古是大王孫今爲人奴婢何有人奴婢而就國王是故不敢耳王聞兒語倍增悲愴卽如其言雇婆羅門直更呼兩兒抱兩兒便就
왕은 두 손자를 안고 그 몸을 만지고 쓰다듬으며 두 아이에게 물었다.
‘너의 아버지가 산 속에 있으면서 무엇을 먹으며 입는 옷은 어떤 것이냐?’
두 아이는 대답하였다.
‘과실과 풀 열매와 나물을 먹으며 갈베를 입어서 옷인 양하며 백 가지 새와 서로 오락하면서 또한 근심하는 마음이 없었나이다.’
왕은 바라문을 보내어 가라고 하였다.
011_0363_c_18L王抱兩孫摩捫其身問兩兒言汝父在山中何所飮食被服何兩兒答言食果蓏菜茹被褐爲服百鳥相娛樂亦無愁憂心王卽遣婆羅門去
011_0364_a_01L사내아이는 왕에게 아뢰었다.
‘이 바라문은 괴롭고 주리고 목마른 분이니 원하옵건대 한 끼 밥을 주소서.’
왕은 말하였다.
‘네가 분하고 성내는 마음이 없느냐? 무슨 까닭으로 그를 위하여 먹일 것을 구하느냐?’
아이는 말하였다.
‘저의 아버지께서 도를 좋아하시어 더 이상 재물로 보시할 것이 없으므로 저를 빌었나니 이는 저의 주인입니다. 제가 아직 그의 심부름꾼이 되어 저의 아버지 도의 뜻을 따르지 못하였는데 이제 어찌 차마 그의 주리고 목마름을 보고 인자한 마음이 없겠나이까?’
왕은 곧 바라문에게 밥을 주었다.
바라문은 먹기를 마치고 기뻐하면서 돌아갔다.
011_0363_c_22L男兒白王此婆羅門大苦飢渴願賜一食王言汝不忿恚之耶何故復爲索食耶兒言我父好道復財物可用布施以我乞之則是我大家我尚未得爲其使令以副我父道今何忍見其飢渴而無慈仁心父乃以兒施婆羅門大王豈惜一食王卽賜婆羅門食婆羅門食竟喜而還
왕은 사신을 보내어 빨리 태자를 맞아 돌아오게 하였다. 사신은 명령을 받고 가서 태자를 맞으려는데 물이 막혀 건너지 못하였다. 다만 태자를 생각하니, 곧 지나갈 수 있게 되어 왕의 명령을 태자에게 고하였다.
‘마땅히 빨리 나라로 돌아오라고 하시며 왕께서 태자를 보고 싶어 하시나이다.’
태자는 대답하였다.
‘왕께서 나를 산 속에 두시면서 12년으로 기한을 하였는데 아직 1년이 남아 있으니 해가 차면 마땅히 돌아가겠노라.’
사신은 돌아와서 왕께 그와 같이 여쭈었다.
011_0364_a_07L王遣使者速迎太子還使者受教迎太子礙水不得渡但念太子所得過去以王命而告太子宜速還國王思見太子太子答言王徙我著山中十二年爲期尚有一年在年滿自當歸
왕은 다시 손수 글을 지어 태자에게 보내었다.
‘너는 지혜 있는 사람이므로 가는 것도 또한 참고 오는 것도 또한 마땅히 참을 것인데 어찌 성내고 돌아오지 않느냐? 네가 와야 이에 밥을 먹겠노라.’
사신은 다시 글을 가지고 갔다.
태자는 글을 받고 머리와 낯을 땅에 대어 예배하고 물러나 돌고는 일곱 번을 펴보고 또 펴보았다.
산 속의 모든 새와 짐승은 태자가 돌아간다는 것을 듣고 뛰며 뒹굴고 스스로 몸을 치며 부르짖었다. 샘물은 비고 말랐으며 새와 짐승이 젖을 먹지 아니하였고 백 가지 새가 모두 슬피 울었나니, 태자를 잃기 때문이었다.
태자는 곧 옷을 입고 비와 함께 돌아왔다.
011_0364_a_12L使者還白王如是王更作手書以與太子汝是智慧之人去亦當忍來亦當忍云何恚不還須汝乃飮食耳使者復齎書往太子得書頭面著地作禮卻遶七帀便發視之山中諸禽獸太子當還跳踉宛轉自撲而號呼水爲之空竭禽獸爲不乳百鳥皆悲用失太子故太子卽著衣與妃俱
011_0364_b_01L적국의 원수는 태자가 돌아온다는 것을 듣고 곧 사신을 보내어 흰 코끼리를 금과 은의 안장으로 꾸미어 입히고 금 발우에다가는 은 조[票]를 가득 담고 은 발우에다는 금 조를 가득 담아서 뿌리며 길 가운데에서 태자가 돌아옴을 맞아서 사례하고 허물을 참회하여 말하였다.
‘먼저 흰 코끼리를 요구할 것은 어리석기 때문이었습니다. 저 때문에 죄에 걸려 멀리 쫓겨났다더니 이제 돌아오신다는 말을 듣고 속으로 기뻐하여 이제 흰 코끼리를 받들어 태자께 돌려보내며 금과 은 조를 올리나니, 원하옵건대 받아서 죄와 허물을 용서하여 주소서.’
011_0364_a_21L敵國怨家聞太子當還卽遣使者裝被白象金銀鞍勒以金鉢盛銀粟銀鉢盛金粟逆於道中以還太子謝悔過言前乞白象愚癡故耳坐我之故遠徙太子今聞來還內懷歡喜今以白象奉還太子及上金銀之粟願垂納受以除罪咎
태자는 대답하였다.
‘비유컨대 어떤 사람이 백 가지 맛난 음식을 베풀어 특별히 올리고서 그 사람이 먹은 뒤에 토해서 땅에 뱉었으면 어떻게 다시 향기롭게 씻어서 다시 먹겠느냐?
이제 내가 보시한 것이 비유컨대 또한 토한 것과 같아서 마침내 도로 받지 못하겠으니, 빨리 코끼리를 타고 돌아가서 그대의 국왕께 수고롭게 사신을 보내어 멀리 위문(慰問)하는 것을 거두시라고 하라.’
이에 사신은 곧 코끼리를 타고 돌아가서 왕에게 그와 같이 아뢰었다.
이 코끼리를 인하여 적국의 원수가 자비롭게 변하여 국왕과 대중이 모두 위없는 평등도의 뜻을 발하였다.
011_0364_b_04L太子答言譬如有人設百味食特有所上其人食已嘔吐於地豈復香潔可更食不今我布施譬亦若吐終不還受速乘象還謝汝國王苦屈使者遠相勞問是使者卽乘象還白王如是因此象敵國怨家化爲慈仁國王及衆發無上平等度意
부왕은 코끼리를 타고 나와서 태자를 맞았다. 태자는 곧 앞으로 나아가서 머리를 발에 대어 예배하고 왕을 따라 귀환하였다.
나라 안의 인민이 기뻐하지 아니한 이가 없어서 꽃을 뿌리고 향을 태우며 비단 기와 일산을 달았으며 향기로운 물로 땅을 씻고 태자를 기다렸다.
태자는 궁으로 들어가 바로 어머니 앞에 이르러 머리를 발에 대어 예배하고 안부[起居]를 물었다.
왕은 보배 창고를 태자에게 맡기니 뜻대로 보시하기를 먼저보다 더하여 보시하기를 쉬지 아니하여 스스로 부처님 도를 얻음에 이르렀다.”
011_0364_b_11L父王乘象出迎太太子便前頭面作禮從王而歸中人民莫不歡喜散華燒香懸繒幡香汁灑地以待太子太子入宮到母前頭面作禮而問起居王以寶以付太子恣意布施轉勝於前施不休自致得佛
011_0364_c_01L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시었다.
“나의 지난 생 때에 행한 보시가 이와 같으니, 태자 수대나는 나의 몸이요, 그 때 부왕은 이제 나의 아버지 열두단(閱頭檀)이요, 그 때 어머니는 이제 마야(摩耶)요, 그때 비는 이제 구이(瞿夷)요, 이때 산속의 도인 아주타는 마하목건련(摩訶目犍連)이요, 그때 천왕석은 사리불(舍利弗)이요, 그때 사냥꾼은 아난이요, 그때 사내 아이 야리는 이제 현 나의 아들 라운(羅云)이요, 그때 계집 아이 계나연은 이제 현 나한(羅漢) 말리(末利)의 어머니요, 그때 아이를 빈 바라문은 이제 조달(調達)이요, 바라문의 부인은 전차마나(栴遮摩羅)니라.
011_0364_b_17L佛告阿難我宿命時所行布施如是太子須大拏者我身是也時父王者今現我父閱頭檀是時母者今摩耶是也時妃者今瞿夷是也時山中道阿州陁者摩訶目犍連是時天王釋者舍利弗是時獵師者阿難是也時男兒耶利者今現我子羅云是也時女罽拏延者今現羅漢末利母是時乞兒婆羅門者今調達是婆羅門婦者栴遮摩那是
근고함을 이와 같이 무앙수겁(無央數劫)을 하였으며, 선을 지음도 또한 무앙수겁을 하였나니, 마땅히 이 경을 가져 모든 사문을 위하여 일체를 말하였다. 보살이 단바라밀(檀波羅蜜)을 행한 것이 이와 같으니라.”
011_0364_c_04L勤苦如是無央數作善亦無央數劫當持是經典諸沙門一切說之菩薩行檀波羅蜜布施如是
太子須大拏經
辛丑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