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11_0375_a_01L불설구색록경(佛說九色鹿經)
- 011_0375_a_01L佛說九色鹿經一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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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吳) 월지(月氏) 우바새(優婆塞) 지겸(支謙) 한역 - 011_0375_a_02L吳月氏優婆塞支謙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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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적에 보살의 몸이 아홉 빛깔 사슴이 되었으니, 그의 털이 아홉 가지의 빛깔이었으며 그 뿔이 눈과 같이 희었는데, 항상 항수(恒水)가에 살면서 물과 풀을 마시고 먹었으며 항상 한 까마귀와 더불어 잘 알고 지냈다.
그때 물 가운데 한 사람이 빠져서 물결에 휩쓸려서 흘러 내려오는데, 혹은 나오고 혹은 빠졌다가 나무를 잡고 머리를 들고 하늘을 우러러 부르짖었다.
‘산신(山神)과 수신(水神)과 모든 하늘과 용신(龍神)이시여, 어찌 저를 불쌍히 여기지 않으십니까?’
사슴은 사람의 소리를 듣고 달려서 물 가운데 이르러 빠진 사람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두려워하지 말고 나의 등에 올라 내 두 뿔을 잡으면 내가 마땅히 당신을 업고 물속에서 나오겠습니다.’ - 011_0375_a_03L昔者,菩薩身爲九色鹿;其毛九種色,其角白如雪,常在恒水邊飮食水草,常與一烏爲知識。時,水中有一溺人隨流來下,或出或沒,得著樹木,仰頭呼天:“山神、樹神、諸天龍神,何不愍傷於我?”鹿聞人聲,走到水中,語溺人言:“汝莫恐怖!汝可騎我背上,捉我兩角,我當相負出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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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에 도착하자 사슴은 극도로 피곤하였다. 물에 빠졌던 사람은 땅에 내려 사슴을 세 바퀴 돌고 사슴을 향하여 머리를 조아리며 말하였다.
‘대가(大家)의 종이 되어 물과 풀을 채취(採取)하여 공급(供給)하게 해주십시오.’ - 011_0375_a_11L旣得著岸,鹿大疲極,溺人下地,遶鹿三帀,向鹿叩頭:“乞與大家作奴供給,使令採取水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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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은 말하였다.
‘나는 받지 않겠으니 그대는 제 갈 길로 가십시오. 은혜를 갚고자 한다면 내가 여기에 있다는 말을 하지 마십시오. 사람은 나의 가죽과 뿔을 탐하여 반드시 와서 나를 죽일 것입니다.’
이에 물에 빠졌던 사람은 가르침을 받고 갔다. - 011_0375_a_13L鹿言:“不用汝也,且各自去,欲報恩者,莫道我在此,人貪我皮角,必來殺我。”於是,溺人受敎而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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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국왕의 부인이 밤에 자다가 꿈에 아홉 빛깔 사슴을 보았는데, 그 털은 아홉 가지 빛이었으며 그 뿔은 눈같이 흰 것을 보고 곧 병에 걸려 일어나지 못하였다.
왕은 부인에게 물었다.
‘무슨 까닭으로 일어나지 못하느냐?’
부인이 대답하였다.
‘제가 어젯밤 꿈에 범상하지 않은 사슴을 보았는데, 그 털이 아홉 가지 빛이며 그 뿔이 눈과 같이 희었습니다. 제가 그 가죽으로 앉는 요를 짓고 그 뿔을 얻어서 먼지떨이 자루를 만들고 싶으니 왕께서는 마땅히 저를 위하여 사슴을 찾아주소서.
왕께서 만일 얻지 못한다면 나는 곧 죽을 것입니다.’ - 011_0375_a_16L是時,國王夫人夜於臥中夢見九色鹿,其毛九種色,其角白如雪,卽託病不起。王問夫人:“何故不起?”荅曰:“我昨夜夢見非常之鹿,其毛九種色,其角白如雪。我思得其皮作坐褥,欲得其角作拂柄,王當爲我覓之?王若不得者,我便死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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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_0375_b_01L 왕은 부인에게 말하였다.
‘너는 일어나게 될 것이다. 내가 한 나라의 주인이 되어 무엇을 얻지 못하겠느냐?’
왕은 곧 나라 가운데에서 모집하되 ‘만일 능히 아홉 빛깔 사슴을 얻는 이가 있으면 내가 마땅히 그 나라를 나누어서 다스릴 것이며, 곧 금(金) 발우에 은(銀) 쌀을 가득 담아 주겠으며, 은(銀) 발우에 금(金) 쌀을 가득 담아 주겠다’고 하였다. - 011_0375_a_22L王告夫人:“汝可且起,我爲一國之主,何所不得?”王卽募於國中:“若有能得九色鹿者,吾當與其分國而治,卽賜金鉢盛滿銀粟,又賜銀鉢盛滿金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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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물에 빠졌던 사람은 왕의 모집이 중함을 듣고 마음으로 악한 생각을 내어 ‘내가 그 사슴이 있는 곳을 말하면 부귀를 얻겠구나. 사슴은 축생(畜生)인데 죽고 사는 게 어디 있으랴?’하였다. 이에 물에 빠졌던 사람은 곧 모집하는 사람에게 말하였다.
‘내가 아홉 빛깔 사슴이 있는 곳을 안다.’ - 011_0375_b_04L於是,溺人聞王募重,心生惡念:“我說此鹿可得富貴,鹿是畜生,死活何在?”於是,溺人卽便語募人言:“我知九色鹿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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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집하는 사람은 바로 물에 빠졌던 사람을 데리고 대왕의 처소에 이르러 왕께 여쭈었다.
‘이 사람이 아홉 빛깔 사슴이 있는 곳을 안다고 하옵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곧 크게 기뻐하여 곧 물에 빠졌던 사람에게 말하였다.
‘네가 만일 능히 아홉 빛깔 사슴을 얻는다면 내가 마땅히 너에게 나라의 반을 주겠으니 이 말은 허망하지 않노라.’ - 011_0375_b_07L募人卽將溺人至大王所,而白王言:“此人知九色鹿處。”王聞此言,卽大歡喜,便語溺人:“汝若能得九色鹿者,我當與汝半國,此言不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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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빠졌던 사람은 대답하였다.
‘제가 능히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자 물에 빠졌던 사람의 얼굴 위에 문둥병의 종기가 났다. 물에 빠졌던 사람은 왕에게 여쭈었다.
이 사슴은 비록 축생이지만 크게 위신(威神)이 있사오니 왕께서는 마땅히 많이 사람들을 내어야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 011_0375_b_11L溺人答王:“我能得之。”於是,溺人面上卽生癩瘡。溺人白王:“此鹿雖是畜生,太有威神,王宜多出人衆,乃可得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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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곧 크게 군사의 무리를 내어 항수가에 이르렀다.
그때 까마귀가 나무 꼭대기에 있다가 왕의 군사가 오는 것을 보고 사슴을 죽이려는가 의심되어 곧 사슴을 불러 말하였다.
‘선지식이여, 일어나십시오. 왕이 그대를 잡으려고 오고 있습니다.’
사슴은 일부러 깨어나지 않았다.
까마귀는 곧 나무에서 내려와서 그의 머리 위에 올라 그의 귀를 쪼면서 말하였다.
‘선지식이여, 어서 일어나십시오. 왕의 군사가 오고 있습니다.’ - 011_0375_b_14L王卽大出軍衆,往至恒水邊。時,烏在樹頭見王軍來,疑當殺鹿,卽呼鹿曰:“知識且起!王來取汝。”鹿故不覺,烏便下樹,踞其頭上,啄其耳言:“知識且起!王軍至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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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은 놀라 일어나서 사방을 향하여 돌아보니 왕의 군사의 무리가 이미 백겁이나 둘러싸서 다시 달아날 땅이 없음을 보고 곧 왕의 수레 앞으로 나아갔다.
그때 왕의 군사가 곧 활을 당겨 쏘고자 하였다. 사슴은 왕의 부하에게 말하였다.
‘아직 나를 쏘지 말라. 내가 스스로 왕의 처소에 이르러 할 말이 있다.’ - 011_0375_b_18L鹿方驚起,便四向顧視,見王軍衆,已遶百帀無復走地,卽趣王車前。時,王軍人卽便挽弓欲射,鹿語王人:“且莫射我,自至王所,欲有所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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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_0375_c_01L 왕은 곧 모든 신하에게 명령하였다.
‘이 사슴을 쏘지 말라. 이는 보통 사슴이 아니니 혹시 하늘 신인가 하노라.’
사슴은 거듭 대왕에게 말하였다.
‘아직 나를 죽이지 마시오. 제가 큰 은혜가 왕의 나라에 있나이다.’
왕은 사슴에게 말하였다.
‘네가 무슨 은혜가 있느냐?’ - 011_0375_b_22L王便勅諸臣:“莫射此鹿,此是非常之鹿,或是天神。”鹿重語大王言:“且莫殺我!我有大恩在於王國。”王語鹿言:“汝有何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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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은 말하였다.
‘제가 저번에 왕의 나라 가운데 한 사람을 살렸나이다.’
사슴은 꿇어앉아 거듭 왕에게 물었다.
‘누가 제가 여기 있다고 말하였습니까?’ - 011_0375_c_03L鹿言:“我前活王國中一人。”鹿卽長跪,重問王言:“誰道我在此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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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곧 수레 근처에 문둥이 낯을 한 사람을 가리켰다. 사슴은 왕의 말을 듣고 눈에서 눈물이 나와 능히 그치지 못하면서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이 사람이 전 날에 깊은 물 속에 빠져 혹 나오고 혹 빠지며 물에 휩쓸려 내려오다가 나무를 붙잡게 되었는데, 머리를 들고 우러러 하늘을 보고 부르짖되, ≺산신과 수신과 모든 하늘과 용신이시여, 어찌 저를 불쌍히 여기지 아니하십니까?≻ 하기에 제가 그때 목숨을 아끼지 않고 스스로 물 가운데 들어가서 이 사람을 엎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르길 나중에 나를 보았다고 말하지 않기를 맹세하게 하였는데, 사람이라면 그것을 지켜서 되돌리지 않아야 할 것인데, 이는 물 가운데에 떠있는 나무만도 못한 사람입니다.’ - 011_0375_c_05L王便指示車邊癩面人。是鹿聞王言,眼中淚出,不能自止,鹿言:“大王!此人前日溺深水中,隨流來下,或出或沒,得著樹木,仰頭呼天:‘山神、樹神、諸天龍神,何不愍傷於我?’我於爾時不惜身命,自投水中負此人出,本要不相道,人無反復,不如負水中浮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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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사슴의 말을 듣고 몹시 부끄러워서 그 백성을 꾸짖어 말하였다.
‘네가 남의 중한 은혜를 받고 어찌 도리어 그를 죽이고자 하느냐?’
이에 대왕은 곧 나라에 영을 내려 ‘이제부터 만일 이 사슴을 핍박하거나 내쫓는 이는 내가 마땅히 그 5족(族)을 베겠노라’하였다. - 011_0375_c_12L王聞鹿言,甚大慚愧,責數其民語言:“汝受人重恩,云何反欲殺之?”於是,大王卽下令於國中:“自今已往,若驅逐此鹿者,吾當誅其五族。”
- 이에 뭇 사슴 수천 마리가 떼지어 와서 의지하였다. 물과 풀을 마시고 먹으며 벼의 이삭을 먹지 않았으며 바람과 비가 때를 맞추고 오곡이 풍요하게 여물었으며 사람은 병이 없으며 재앙과 해로움이 생기지 않아 그 세상이 태평(太平)하여 명대로 살다가 죽었다.
- 011_0375_c_15L於是,衆鹿數千爲群,皆來依附,飮食水草不侵禾稼,風雨時節五穀豐熟,人無疾病災害不生,其世太平運命化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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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_0376_a_01L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때 아홉 빛깔 사슴은 내 몸이요, 그때 까마귀는 아난이며 그때 국왕은 이제 열두단(悅頭檀)이요, 그때 왕의 부인은 지금의 선타리(先陀利)요, 그때 물에 빠졌던 사람은 지금의 조달(調達)이니, 조달은 나에게 세상마다 원한이 있어서 내가 비록 좋은 뜻으로 그를 구했으나 일부러 나를 해치려고 하였으며, 아난은 지극한 뜻이 있어서 위없는 도를 이루었나니, 보살의 찬제바라밀(羼提波羅蜜)을 행하여 인욕(忍辱)함이 이와 같으니라.” -
011_0375_c_19L佛言:“爾時九色鹿者,我身是也;爾時烏者,今阿難是;時國王者,今悅頭檀是;時王夫人者,今先陁利是;時溺人者,今調達是。調達與我世世有怨,我雖有善意向之,而故欲害我;阿難有至意,得成無上道。”菩薩行羼提波羅蜜、忍辱如是。
佛說九色鹿經一卷
辛丑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