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괴(慙愧)하여 번뇌의 그물을 거둬내며, 모든 감관[根]을 조복(調伏)시키고 자비의 어금니[慈悲牙]와 참괴의 어금니[慚愧牙]로 중생들을 가엾이 여기며, 큰 삼매(三昧)를 얻음에 지혜로써 우두머리를 삼고 지모(智母:根本智)를 마치 보배 섬[寶洲]의 큰 보배 창고처럼 잘 공경하였다.
그들은 모두가 선(善)과 불선(不善)의 법을 잘 알았으며, 3세(世)의 일을 깨달아 모든 것을 성취하였고, 글자 없는 변재[無字辯才]로 2공(空:我空과 法空)을 잘 통달하여 뛰어나고 미묘한 경지[勝妙地]를 얻었으며, 모든 진리를 잘 배워 실제를 통달하였으며, 그지없이 용맹하고 씩씩하여 집착하는 것도 없고, 자기 성품의 최상(最上)의 법을 죄다 통달하였다. 진실과 진실 아닌 두 가지 법문을 잘 사유(思惟)하였으며, 비록 태(胎)로 인해 태어났으나 생사를 영원히 여의었고, 비밀을 잘 깨달아 모든 형상을 잘 알고 있었다.
모든 나라를 잘 보호하여 큰 명성[大名稱]을 얻었으며, 다시 훌륭한 이름[勝名]과 훌륭한 창고[勝藏]를 모조리 얻고, 말 없는 창고[無言藏]와 영원히 안온한 잠을 얻었다. 베푸는 것은 전부 착하고 즐거우며, 성명(聲明)은 널리 퍼지되 삼계(三界)를 여의었으며, 삼계에 살고 있는 중생들을 구제하고, 진여(眞如)를 잘 깨달아 온갖 어진 일을 널리 보이며, 그 몸의 온갖 감각기관이 청정함을 널리 보이고, 제 몸과 남의 몸에 대하여 잘 깨달아 통달하였고, 모두 총명하고 영리한 지혜를 이룩한 이들이었다.
011_0381_b_02L그들은 이른바 승향(勝響)보살ㆍ법향(法響)보살ㆍ승제분(勝諸分)보살ㆍ법안(法眼)보살ㆍ천상(千相)보살ㆍ변취(辯聚)보살ㆍ승사유(勝思惟)보살ㆍ치지(治地)보살ㆍ치지제(治地際)보살ㆍ심입지제향(深入地際響)보살ㆍ지향(地響)보살ㆍ구변(具辯)보살ㆍ상적(上積)보살ㆍ화목(華目)보살ㆍ우발라목(優鉢羅目)보살ㆍ정계(頂髻)보살ㆍ문수향(文殊響)보살 등이었으니, 이와 같은 보살마하살들과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모두는 다 동자(童子)들이었다.
부유파의(復有破疑)보살과 멸일체장(滅一切障)보살은 스스로 여래의 몸을 나타내 보여 한량없이 많은 모든 부처님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사리불(舍利弗)과 대목건련(大目犍連)과 대가섭(大迦葉) 등은 모두 다 큰 아라한이요, 진련(眞練)보살과 승사유보살은 한량없이 많은 하늘 여인에게 둘러싸여 있었고, 약왕(樂王)보살과 약상(樂上)보살은 한량없이 많은 권속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그리고 시방세계 항하의 모래알같이 많은 세계 안의 모든 해와 달과, 스스로 위덕(威德)을 믿고 교만한 마음을 내는 이들도 모조리 부처님의 처소를 향하여 왔다.
011_0381_b_23L所有十方恒河沙等世界之中諸有日月,自恃威德生我慢者,一切皆悉來向佛所。
011_0381_c_02L 부처님에게 온 뒤에는 여래의 앞에서 물러나 한쪽에 머물러 곧 자기 몸을 보니, 광명이 없는 것이 마치 먹덩이[聚墨]가 염부나제(閻浮那提)의 금(金) 곁에 있는 것과 같았으며, 이 모든 해와 달도 여래 앞에 머무르면서 제 자신이 드러나지 못하는 것이 또한 그와 같았으므로, 머무르고 싶은 마음이 없었고 말하고 싶지도 않았으며, 위덕이 없어 나타낼 수도 없었다.
나라연(那羅延) 등은 한량없이 많은 여러 하늘에게 둘러싸여 있었고, 대신(大神)ㆍ용신(龍神)ㆍ득차가(得叉迦)ㆍ아나바달다(阿那婆達多) 등 여러 큰 용왕은 한량없이 많은 용들에게 둘러싸여 있었으며, 선음(善音) 건달바왕은 한량없이 많은 건달바 대중에게 둘러싸여 있었고, 무염족(無厭足) 가루라왕(迦樓羅王)도 7억의 가루라 대중들에게 둘러싸여서 부처님의 처소로 왔다.
그때에 이 삼천대천세계(三千大天世界)의 항하 모래알처럼 많은 모든 세계 안에 있는 보살들이 각각 제가 살고 있는 곳에서 그곳 부처님에게 간청하였고, 그 부처님께 청하기를 마치고 나서 사부대중에 둘러싸여 이 사바세계(娑婆世界)에 왔다. 세간의 모든 공양 거리를 가지고 부처님에게 와서 부처님께 공양하고는 각각 스스로 연화좌(蓮華坐)에 앉았다.
그때 부처님께서 승사유보살마하살을 칭찬하며 말씀하셨다. “좋은 말이다. 참으로 좋은 말이다. 범천이여, 그대는 이미 한량없이 많은 선근(善根)이 모두 원만하여, 모든 부처님의 가지력(加持力)을 입어 이 구절의 이치를 묻는구나. 선남자야, 나는 그대에게 말하리니 자세히 듣고 잘 기억하라.”
선남자야, 그대가 질문한 것과 같이, 어느 하나의 법을 여래가 깨달은 것이냐 하면, 선남자야, 하나의 법도 여래는 깨달은 것이 없느니라. 선남자야, 법에 대하여 깨달을 것이 없는 것이 바로 여래가 깨달은 것이니라. 선남자야, 일체의 법은 생겨나는 것이 아님을 여래는 깨달았으며, 일체의 법은 없어지는 것이 아님을 여래는 깨달았느니라.
011_0382_c_02L또 선남자야, 법의 성품은 두 끝을 여읜 것임을 여래는 깨달았고, 일체의 법은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여래는 깨달았느니라. 선남자야, 여래는 업(業)의 인연을 잘 말하며, 여래는 업의 인연을 잘 증명하고, 일체의 법은 인연에 얽매인 것임을 여래는 잘 깨달았느니라.
선남자야, 무슨 까닭에 넓고 엄숙한 창고라고 말하느냐 하면, 선남자야, 모든 세간지(世間智)와 출세간지(出世間智) 등은 어디로부터 생겨나는 것이냐? 만일 그 지혜를 진실로 관찰하고 바르게 관찰할 때에 반야바라밀(般若波羅蜜)은 갈수록 깊어지나니, 그때에 그 법이 창고라고 이름 붙여지느니라.
선남자야, 나는 또한 일체의 법이 환(幻)과 같고 불꽃과 같다고 말하나니, 이것을 부처님은 깨달았고, 법의 성품과 모양은 한 맛[一味]으로 해탈하는 법이니, 이것을 부처님은 깨달았으며, 모든 법의 성품과 모양은 한 맛으로 해탈하는 것이니, 이것이 일체법의 넓고 엄숙한 창고이니라.
선남자야, 만일 선남자나 선여인이 또 하나의 법이 있는데 부처님께서 그것을 깨달았다고 하면, 선남자야, 모든 법은 가지도 않고 오지도 않으며, 인(因)도 없고 연(緣)도 없으며, 생겨나는 일도 없고 없어지는 일도 없으며, 생각하고 생각하지 않는 것도 없으며, 늘어나는 것도 없고 줄어드는 것도 없느니라.
011_0383_a_02L이와 같은 중생들이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증득하였고, 또 이보다 더 많은 수의 중생들이 지옥의 고통을 버리고 천상(天上)에 태어났다. 한량없이 많은 보살들이 백천만의 모든 삼매문(三昧門)을 나타냈거늘 하물며 많은 말씀을 하셨는데 이익이 없었겠느냐.”
그때 세존께서 일체 대중을 두루 자세히 살피시고는 이렇게 말하셨다. “선남자야, 나는 다만 하찮은 선근(善根)을 닦아서 정각(正覺)을 이룬 것이 아니니라. 저 여러 중생들이 만일 이 바른 법을 들은 이가 있으면, 그도 하찮은 선근을 닦는 것이 아니리라. 이 ‘광박엄상왕무자보협법문(廣博嚴上王無字寶篋法門)’을 받아 지니거나 들은 이라면, 그 사람은 곧 이미 공경을 받을 것이요 나도 또한 존중하며 찬탄하리라.
011_0383_b_02L선남자야, 이 선남자나 선여인은 곧 두 어깨에 보리(菩提)의 짐을 짊어지며, 그 사람은 곧 끊어지지 않는 변재(辯才)를 얻으며, 모든 부처님 세계를 잘 평정할 수 있느니라. 그들이 목숨을 마치는 때에는 곧 아미타불이 성문과 보살 대중에게 둘러싸여 그 사람 앞에 나타나 보일 것이며, 이 기사굴산(耆闍崛山) 꼭대기에 있는 나의 몸도 볼 것이요, 이 여러 보살 대중들도 볼 것이니라.
선남자야, 나는 지금 이 일체 세간에서는 일찍이 없었던 믿기 어려운 법문을 말하였느니라. 선남자야, 만일 저 선남자와 선여인이 비록 크게 거스르는 죄가 있다 하더라도, 이 훌륭한 법문을 잘 읽고 외우고 받아 지니거나, 스스로 베껴 쓰거나 남에게 쓰기를 권고하거나, 스스로 읽고 외우며 남에게 권고하여 읽고 외우게 하거나, 스스로 지니며 남에게 지니기를 권하니라.
선남자야, 나는 그 사람은 악도(惡道)에 태어나지 않으리라고 말하리라. 곧 그를 위하여 일체의 부처님이 수기(授記)할 것이며, 그 보살들은 모조리 5안(眼)을 얻어 모든 감각기관[根]이 완전히 갖추어지며, 모든 부처님의 보호를 받고 모든 보살의 섭수(攝受)를 받아서 한량없는 번뇌의 업장(業障)을 없애어 곧 청정하게 될 것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