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11_0399_a_01L불설월광동자경(佛說月光童子經)
011_0399_a_01L佛說月光童子經


서진(西晉) 월지(月氏) 축법호(竺法護) 한역
권영대 번역
011_0399_a_02L西晉月氏三藏竺法護譯


이와 같이 들었다.
011_0399_a_03L聞如是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王舍城)의 영취산(靈鷲山)에서 큰 비구 무리 1천 명과 함께 계셨다. 그들은 모두가 성스럽게 통달하여 걸림이 없는 아라한으로 샘[漏]과 번뇌[結]가 이미 풀리고 나고 죽음이 이미 끊어졌으며, 더러움과 어두움은 이미 흩어졌고 지혜와 밝음만이 있었다. 보살 2만은 신통이 성스럽게 통달하고 삼계를 모두 거느리며 모든 법을 다 거두어 잡고 방편과 지혜가 끝이 없으며 부처님의 신령한 덕에 이르러 머무를 바 없음에 머물렀다.
011_0399_a_04L一時佛遊王舍城靈鷲山大比丘衆千人俱聖通無㝵悉皆應漏結已解生死已斷穢冥已索慧明獨存菩薩二萬神通聖達統都三摠攝諸法權慧無方逮佛神德住無所住
그때 세존께서 왕사성에 계시면서 도의 뜻을 자세히 연설하시어 중생을 개화하시자 하늘 신ㆍ땅 귀신ㆍ바다 귀신과 임금ㆍ신하ㆍ백성 등 삼계의 중생이 다 와서 머리 조아리고 신령스런 교화에 공양하였다.
011_0399_a_09L爾時世尊遊於王舍大城之廣演道義開化群生天神地神鬼神帝王臣民三界衆生皆來稽供養神化
세상에 부처님이 계시지 않을 때에는 외도가 번성하여 어두운 밤에 횃불처럼 밝더니, 천하에 부처님이 계시자 삿된 무리는 다 없어진 것이 비유하자면 해가 뜨자 횃불이 빛을 잃은 것과 같았다. 나라 안에서 본래 외도의 삿된 견해를 가진 불란가섭(不蘭迦葉) 등 6사(師)를 섬겼지만 부처님께서는 바르고 참된 도로써 천하를 가르치셨다.
011_0399_a_12L世無佛時外道興隆如冥夜炬燭爲明天下有佛群邪盡譬如日出火無復光國中本事外道邪見不蘭迦葉等六師佛以正眞之道訓誨天下
이때 6사는 지극히 피폐해져 신봉을 받지 못하였고 모든 이도(異道)들도 마음에 질투를 품고 있으므로 부처님을 헐뜯어서 신망과 공경을 되찾고자 계획하였다. 이에 6사는 문도들을 부르고 여러 제자를 합하여 한 곳에 모으고 함께 의논하였다.
011_0399_a_16L是時六師盡廢不見信奉諸異道等心懷嫉妒謀欲毀佛還望敬事於是六師召其門徒合衆弟子會於一處共集論議
“우리들은 도덕이 고원(高遠)하고 이름이 온 천하에 드러나서 뭇 선비가 함께 으뜸으로 삼으며 임금이 받들고 백성들의 남녀가 믿고 우러르지 않은 이가 없으며 열여섯 큰 나라에서 대[世]가 다하도록 공양하였다.
011_0399_a_19L吾等道德高遠名著四海衆儒共宗國主所奉民男女莫不信仰於十六大國盡世供養
011_0399_b_02L 우리의 덕은 바람 같고 백성이 응하기는 풀과 같아서 우리의 발밑에 머리 조아리지 않는 이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 부처가 세상에 나와서 신기한 도의 변화를 나타내니, 우리들은 남들에게 버려져 신봉(信奉) 받지 못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우리들은 음식을 먹어도 달지 않고 눕고 앉아도 편치 않으며 나고 들고 다니고 걸을 때에도 항상 걱정하고 심란하여 마음이 답답하고 괴로워 모두 미칠 것 같다. 마땅히 어떤 계책을 써서 그를 헐뜯고 욕하여 나라 바깥으로 쫓아내 사람들이 보지 못하게 해야겠다. 그러면 우리들은 공양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011_0399_a_22L吾德如風民應如草靡不稽首各等足下者今佛出世現神道化等便爲人棄不見信奉乃令我等飮食不甘臥起不安出入行步恒懷愁心中鬱毒悉欲發狂當作何計以毀辱之逐使出國令人不見爾乃還復吾供養耳
함께 이렇게 의논하고는 제각기 서로 말하였다.
“나열(羅閱)의 큰 성 안에 세력이 강한 장자가 있다. 나라의 대신인 그의 이름은 신일(申日)인데 우리들을 신봉하되 마음가짐이 둘이 아니며 항상 불도(佛道)를 허위라고 헐뜯었다. 오직 이 사람만이 세력이 강하여 우리를 도와서 헐뜯고 욕하여 제거할 수 있다.”
011_0399_b_07L共議此已各相謂言羅閱大城之中有勢强長者國相大臣名爲申日信奉吾等執心不二恒毀佛道以爲虛僞惟有此人勢力威强助我等毀辱除去
이리하여 6사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5백 제자를 거느리고 왕사성에 이르러 신일의 집에 나아갔다. 신일은 여러 스승이 오는 것을 보고는 곧 정전(正殿)에서 내려가 맞아 절하고 좋은 평상[榻]과 걸상을 베풀었다. 식사가 끝나자 손을 씻고는 공손히 손을 모으고 마주 앉았다.
011_0399_b_11L於是六師卽從坐將五百弟子到王舍大城詣申日申日見諸師來卽下正殿迎爲作施好榻机飯食畢盥拱手對坐
스승들이 말하였다.
“우리들이 일부러 큰 무리들과 장자에게 온 것은 한 가지 일을 의논하고자 해서이니 듣고서 살펴주시기 바랍니다.”
신일이 아뢰었다.
“가르침을 입어 기꺼이 듣기를 원합니다.”
011_0399_b_14L師告曰吾等故與大衆來造長者議一事願垂聽省申日白言惟蒙訓願樂欲聞
6사들이 함께 말하였다.
“우리들은 이 나라의 스승으로 공로와 이름이 밝게 드러나 뭇 선비들은 머리 숙이고 국왕은 공경하고 대신은 받들며, 열여섯 큰 나라에서 독보를 자부함은 장자께서도 아시는 바입니다. 그러나 부처가 세상에 나와서 성스럽고 지혜롭다고 자칭하고 환술과 교묘한 속임수로 바름을 뒤바꾸고 말을 뒤엎어서 우리들과 더불어 성인의 무리에 들고 지혜가 나란하고자 하며 위엄이 같고 신통이 평등하고자 하여 환술로 백성들을 미혹합니다.
011_0399_b_17L六師俱曰吾等此國之功名勳著群儒稽首國主致敬大臣所奉於十六大國獨言隻步長者所知佛出於世自稱聖智幻術欺巧倒正反說欲與吾等列聖倂智齊威等神幻惑人民
011_0399_c_02L 나라 사람들은 어리석고 어두워서 그의 도를 신봉하여서 천하를 의혹하고 착한 마음을 무너뜨립니다. 게다가 우리들을 도덕이 없다고 하여 신봉 받지 못하게 합니다. 장자께서는 세력이 강하여 임금도 공경하고 국민은 복종하고 믿으며 위엄이 사해에 떨치어 천하가 우러러 바라봅니다. 깊이 생각건대 스승과 제자는 마지막이나 처음이나 의(義)를 중히 여겨 공훈을 내세에 전하는 것입니다. 우리들을 위해서 그를 헐뜯고 욕하고 제거해 없애서 보지 못하게 해서, 우리의 공양을 회복하면 그 아니 유쾌하겠습니까.”
011_0399_b_22L國人愚冥信奉其道疑惑天下沮敗善心更謂吾等無有道德不見信奉長者豪强帝王所欽國民伏信威振四海天下望風深惟師徒終始義重記功列勳傳之來世願爲吾等毀辱除之令滅不見復吾供養豈不快哉
장자가 대답하였다.
“오셔서 말씀하신 것을 공경히 받들겠습니다. 생각건대 지난날에 저의 어리석은 형이 부처를 받들었기 때문에 여러 스승들을 욕되게 하였습니다. 그 후로 지금까지 실로 분하고 성이 나서 매양 엿보아서 도모코자 하였으나 일할 말미가 없었는데, 이제 거룩한 가르침을 입으니 저의 본마음과 합합니다. 당연히 힘을 펴고 목숨을 바쳐 스승에게 절개를 다하겠습니다.”
011_0399_c_05L長者啓白敬承來告憶昔往日我之愚兄奉佛之故毀辱諸師從此以來實懷忿恚每欲規啚執事靡由今被聖教合我本心當展力效命盡節於師
여러 범지가 말하였다.
“우리들은 전에 장자에게 문 가운데에는 다섯 길 여섯 자의 깊은 구덩이를 파서 숯불로 그 반을 채우고 가느다란 쇠로 서까래를 만들어 흙으로 얇게 위를 덮게 하고, 온갖 음식을 차리되 그 속에는 독을 넣게 하자고 함께 의논하였습니다. 만약 불구덩이가 태우지 못하더라도 독이 든 음식이 해치기에 충분할 것입니다. 그리고는 가서 부처를 청하십시오.
011_0399_c_09L諸梵志曰吾向共欲令長者當於門中鑿作五丈六尺深坑以炭火適半細鐵爲椽土薄覆上設衆飮食以毒著中若火坑不焚毒飯足害便往請佛
부처는 늘 스스로 삼세를 통달한 지혜가 있고 신통이 걸림이 없으며 미래[未然]를 비추어 알고 화와 복의 근원과 길흉의 방향을 밝힌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이러한 자격이 없으면서 백성을 속이고 미혹할 뿐입니다. 진실로 이러한 지혜가 있다면 청을 수락하지 않을 것이고, 만약 이러한 지혜가 없다면 반드시 스스로 수락할 것입니다. 이제 이런 계획으로 부처를 도모하고자 합니다.”
011_0399_c_13L佛常自云有三達之智神通無㝵照見未然明禍福之原吉凶所趣實無此分而但誑惑萬姓審有此智當不受請若無此智必自受之今欲以此規圖於佛
신일이 그것을 듣고는 흐뭇하여 크게 기뻐하고 찬탄해 말하였다.
“참 좋습니다. 진실로 스승[大師]께서 가르치고 분부하신 대로 하겠습니다. 이 계획은 깊고 치밀하며 높고 기묘하여 실로 기이합니다. 이런 계획으로 도모하면 어찌 성공하지 못할까를 근심하겠습니까. 즉시 성스러운 가르침대로 불구덩이와 독이 든 음식을 만들어 엄숙히 기다리겠습니다.”
011_0399_c_17L日聞之欣然大悅讚言善哉誠如大師之所教勅此謀深密高妙實爲奇以此啚之何憂不獲輒如聖教火坑毒飯嚴以待之
011_0400_a_02L그때에 불란가섭의 5백 제자는 신일이 계책을 함께 하는 것을 보고는 기뻐 날뛰며 어쩔 줄 몰라 하여 함께 일어서서 같이 소리 내며 손을 들고 신일을 칭찬했다.
“참 훌륭하구나. 진실로 성스러움과 지혜가 으뜸가는 제자구나.”
신일이 다시 아뢰었다.
“이제 스스로 근심한 것을 반드시 스스로 엄숙하게 갖추겠으니, 내일이면 여러 스승은 볼 것입니다.”
장자가 절을 하자 모든 스승들도 각각 돌아갔다.
011_0399_c_21L爾時不蘭迦葉五百弟子見申日計共謀同歡喜踊躍不能自勝咸共起住同聲擧手稱讚申日善哉眞是聖明第一弟子申日重啓今自憂之必自嚴辦比令明日諸師當見長者禮已諸師各還
이에 신일은 바깥에 명령하여 엄숙히 수레를 준비하고 앞뒤로 시종들이 따르게 하였다. 곧 부처님 처소로 가서 수레에 내려 일산을 거두고 칼 풀고 신 벗고 공손히 두 손을 모으고 곧장 앞으로 나아가 발에 머리 숙여 절하고 꿇어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신성하신 교화에 주리고 목말라 하옵고 맑으신 위풍을 즐겨 우러렀으나 세간 일이 복잡[多緣]하여 받들어 공경할 말미가 없었습니다. 이제 일부러 청해 뵙고 머리 숙여 가르침을 받고자 합니다.”
부처님께서 장자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지극한 마음으로 여래를 대하는구나.”
011_0400_a_03L於是申日勅外嚴駕導從前後便詣佛所下車卻蓋解劍脫履拱手直進稽首足畢長跪白佛唯然世尊飢渴神化樂仰淸風世事多緣奉敬靡由今故請現稽首稟化佛告賢者日至心向於如來
신일이 말하였다.
“내일 변변치 못한 음식을 차리고자 하니 세존께서는 모든 성인들을 데리고 오시기 바랍니다.”
이때에 세존께서는 그 미치고 어리석음을 가엾게 여기시고 벗어나게 하시고자 묵묵히 청을 받아들이셨다.
011_0400_a_09L申日啓言明日欲設微飯惟願世尊與諸聖衆降德屈神是時世尊愍其狂愚欲濟脫之默然受請
신일은 속으로 기뻐하면서 마음속으로 ‘과연 계획대로 되는구나.’라고 생각하였다. 그러고는 절하고 물러 나와서 6사의 처소를 지나는데 그들이 맞이하여 물었다.
“청을 받아들였습니까?”
신일이 말하였다.
“여러 스승들의 위력으로 이미 나의 청을 받아들였습니다. 과연 계획대로입니다.”
011_0400_a_12L申日內喜心自念言果如規計禮畢辭退過六師所諸師迎問爲受請不申日啓白承諸師威力受我請果如所啚
모든 스승과 5백 제자들은 모두 너무 기뻐 어쩔 줄 몰랐다. 모든 범지들은 크게 기뻐하여 함께 말하였다.
“장자는 빨리 돌아가서 불구덩이와 독이 든 음식을 만들어 놓고 엄숙히 기다리시오.”
장자는 집에 돌아와서 바깥에 비밀히 명령을 내려 중문 밖에 불구덩이를 파서 만들고 독이 든 음식을 만들어 놓고 엄숙히 기다렸다.
011_0400_a_15L諸師及五百弟子皆大歡喜不能自勝諸梵志等普喜竝言長者速還作火坑毒飯嚴以待長者還家勅外密令中門外掘作火坑毒飯嚴以待之
장자에게 아들이 있었는데 이름이 월광(月光)이었다. 그는 나이가 열여섯 살이었는데, 타고난 자질이 남달리 빼어나고 거동과 용모는 단정하였으며 널리 온갖 서적을 통달하여 꿰뚫고 신기하게 뜻을 찾아냈고, 천문ㆍ지리에 환하였으므로 높은 이름이 세상을 흔들었고 뭇 선비는 스승으로 우러렀다. 자비로 세간의 생사의 괴로움을 가엾이 여기어서 자신의 덕을 낮추어 널리 들어가 중생을 건지고자 하였다.
011_0400_a_19L長者有子名曰月光厥年十六天姿挺特儀容端正博通群籍貫綜神摸天文地理靡不照焉高名動世群儒師仰慈悲愍世生死之苦降德普入欲度衆生
011_0400_b_02L그는 아버지 신일에게 간하였다.
“부처님께서는 큰 성인이시고 삼계의 어른이며 도덕이 청정하시고 말씀과 가르침이 참되고 바르시며 삼세를 통달하신 성인으로 자ㆍ비ㆍ희ㆍ사의 마음이 어머니보다 더하십니다. 마땅히 힘입어 제도 받아야 될 것이거늘 도리어 악을 일으키고 하늘의 복을 바라다니 어찌 미혹됨이 아니겠습니까.
011_0400_a_23L諌父申日佛爲大聖三界之尊道德淸淨言教眞正三達之聖慈悲喜護心過慈母當蒙得度更興逆惡悕望天福豈不惑哉
옛적 세존께서 도를 구하시던 날에 도량의 원길수(元吉樹) 나무 아래 앉으셨는데, 여섯째 하늘 악마가 부처님께서 도덕이 고원하시고 3독이 이미 멸하였으며 더러움과 어둠은 이미 흩어져 지혜의 밝음만이 남았으며 신성하기가 더없어 모든 하늘이 받들고 상제가 친히 내려오고 1만 신이 모시어 호위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속에 질투가 생기어 마음이 번거롭고 괴로워 ‘부처가 도를 이루면 반드시 나를 이기리라.’고 생각하여 음식이 달지 않았으며 음악도 연주하지 않았습니다.
011_0400_b_04L昔者世尊求道之日坐於道場元吉樹下第六天魔見佛高遠三毒已滅穢冥以索慧明獨存神聖無上諸天所宗上帝親下萬神侍衛內懷嫉妒心中煩毒念其道成當必勝我飮食不甘伎樂不御
곧 정전에 올라 널리 신하들을 불러 의논하되 부처님의 도를 무너뜨릴 방편과 계교를 말하였습니다. 모든 신하들은 ‘보살의 신성과 도력은 위가 없어 위엄은 삼계에 떨치고 덕은 시방을 굴복시킵니다. 이는 저희들이 도모할 수 있는 분이 아닙니다.’라고 하였습니다.
011_0400_b_09L卽昇正殿召博聞臣議設方計毀敗其道群臣啓曰菩薩神聖道力無上威震三界德伏十方非是臣等所可謀向
그때에 마왕은 벌컥 성을 내어 천지를 뒤흔들었으며 모든 귀신 군사를 불러 군사들을 일으키고 갑옷을 입히니, 억만 깃발은 햇빛을 가리고 하늘을 덮었습니다. 무리들에 명을 내리어 다 변화하게 하니 갖가지 이상한 모양들이 수백천 종류였습니다. 벌레 머리에 사람의 몸뚱이인 도깨비는 무시무시하였고 산을 메고 돌을 걸머졌으며 입과 눈으로 불을 토하면서 보살을 싸고 일제히 소리 지르며 땅을 밟고 소 울음으로 부르짖자, 팔방이 진동하여 산은 무너지고 땅은 갈라졌고 나무는 꺾였으며 바닷물은 질펀하여 6원(源)에 넘치고 넘친 물은 출렁이며 하늘에 닿았습니다.
011_0400_b_12L於時魔王赫威奮發震曜天地召諸鬼兵興軍聚衆帶甲億萬旌旗曀日光曜蔽天宣勅士衆皆使變化奇形異類數百千種虫頭人軀鬼魅可畏擔山負石口眼吐火圍遶菩薩齊聲蹹地牛吼唱噭震動八荒山崩地裂樹木摧折海水波蕩踊沸六原溢流浩汗高波滔天
백성들은 놀라 떨며 나무위에 집짓고 산에 살았으며 물속에 잠겼던 용은 함부로 날뛰었습니다. 사나운 새[鷙鳥]는 놀라서 날고 사자는 두려워 숨었으며, 금시조(金翅鳥)는 도망치고 마갈어(魔竭魚)는 물결 따라 잠기고 떴으며, 뭇 귀신은 겁을 먹고 달아나고 숨었습니다. 천변만화의 온갖 흉함이 서로 돕고 독악과 반역의 무리가 그득하게 득실대며 일시에 악을 모아 세존께 대들었습니다.
011_0400_b_20L百姓驚怖巢木拪山潛龍妄踊鷙鳥驚翔師子慴竄金翅鳥王魔竭大魚順流低仰群神怖悸逃走遁藏千變萬化群凶相將毒惡逆類彌漫縱撗一時集惡向於世尊
011_0400_c_02L 부처님께서는 곧 자비로운 마음으로 손을 들어 그들을 가리키셨습니다. 많은 악한 귀신 군사들은 일시에 항복해 부서졌으며 그들은 마음을 가다듬어 합장하고 머리와 얼굴을 땅에 대어 절하고 돌아왔습니다.
011_0400_b_24L佛直以放慈心之力擧手指之群惡鬼兵一時伏擗齊心叉手頭面自歸
그 당시 여래께서는 하늘에 가득한 악함도 곧 항복시켜 제자로 만드셨으며 승리를 얻으셨지만 기쁜 생각이 없으셨는데, 불구덩이와 독이 든 음식 같은 이러한 방법은 어찌 말이나 되겠습니까. 수미산만한 독과 대천세계만한 불과 칼이나 창으로도 부처님의 털 하나를 움직일 수 없습니다.
011_0400_c_03L于爾時如來卽便降伏彌天之惡化爲弟子雖獲得勝無憂喜想以是方之火坑毒飯何足言乎須彌之毒千剎火刀劍牟刃亦不能動佛一毛也
지금 불구덩이와 독이 든 음식으로 부처님을 해치고자 한다니, 비유하자면 모기와 등에의 힘으로 태산을 넘어뜨리고자 하고 파리와 하루살이의 날개로 해와 달을 덮으려는 것과 같습니다. 공연히 자신만 지치게 하기 보다는 차라리 일찍 허물을 자백하여 죄를 면하는 것이 낫습니다. 하늘ㆍ용ㆍ귀신ㆍ세간 사람ㆍ범천ㆍ제석천 마왕들이 다 이마 숙여 부처님의 교화를 받습니다.
011_0400_c_07L今以火坑毒飯欲毀於佛譬如蚊蝱之勢欲墜大山蠅蠛之翅欲障日月徒自毀碎不如早悔首過免罪鬼神世閒人民魔王莫不稽顙受佛化者
여래의 몸은 금강의 덕체(德體)이고, 온갖 악이 모두 멸하고 온갖 착함이 쌓여서 드러나며, 상호와 광명과 신성한 기관이 비할 데 없고, 다섯 갈래의 큰 어둠을 영원히 없앴으며, 위없는 바르고 참됨의 홀로 밝음을 얻었고, 뭇 성인의 위에 처하시기를 마치 별 가운데 달 같으시며 해가 돋아 산의 동쪽을 비추는 것 같습니다. 널리 도의 교화를 베풀어 세간의 어리석음을 이끌어 주시고 네 가지 평등한 마음을 품어서 중생을 불쌍히 여기시며 은혜를 베풀어 괴로움을 건지시되 마음이 어머니보다 인자하십니다. 부처님의 도덕과 신성하신 교화가 이와 같으니 아버지는 회개하여 삼존께 귀명하소서.”
011_0400_c_12L如來之身金剛德體衆惡盡滅萬善積著相好光明神器無喩永除五道之大冥獲無上正眞之獨明處衆聖之上猶星中之月如日初出照於朝陽廣陳道化導世凶愚懷慈四等愍傷衆生施恩濟苦心過慈母佛之道德神化如此願父改悔歸命三尊
그때 장자 신일은 죄의 덮개에 가려 마음이 열리지 못하였으므로 아들 월광에게 말하였다.
“만약 여래의 덕이 네가 찬탄한 것과 같다면 부처님은 신통으로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비추어 보아서 내가 불구덩이와 독이 든 음식을 만들 줄 미리 아셔야만 하는데 이제 무엇 때문에 나의 청함을 받으셨느냐? 이런 점으로 미루어 본다면 앞을 헤아리는 능력이 없음을 알 수 있다.”
011_0400_c_19L爾時長者申日罪蓋所蔽心不開解告子月光假使如來之德如子所嘆佛有神通照見未然者當豫知我作火坑毒飯今何以故受吾之請以此推之知無遠慮
월광이 다시 말하였다.
“부처님께는 실로 삼세를 통달한 지혜와 6통(通)의 밝음이 있으며 큰 자비 등 네 가지 평등한 마음을 일관되게 지니고 있지만 항상 어리석고 어두움을 헤아려서 사람의 뜻을 거스르지 않습니다.”
011_0400_c_23L月光復言佛實有三達之智六通之明大慈四等靡不貫綜常度愚闇不逆人意
011_0401_a_02L신일은 마음이 미혹되어 어리석음을 고집하고 버리지 않았다. 이튿날 아침에 사람을 보내 부처님을 청했다. 심부름꾼은 명을 받고 세존께 가서 길게 꿇고 아뢰었다.
“장자 신일 아룁니다. 때가 되어 음식을 갖추었으니, 대중들과 누추하지만 방문해 주시기 바랍니다.”
011_0401_a_02L申日心迷執愚不捨明旦遣人請佛使者受教詣世尊所長跪白佛言長者申日啓日時已至飯食以具惟願擧衆降德自屈
그때에 세존께서 생각하셨다.
‘이번에 신일의 청함을 받되 보통 때와는 달리 위신력을 놓아 시방을 감동시켜서 그의 마음을 항복하고 반드시 큰 도에 나아가게 하리라. 또한 교화를 끝없이 넓혀서 아울러 6사와 96종의 외도를 교화하리라.’
011_0401_a_06L爾時世尊心自念言今受申日之請不與常同當放威神感動十令子心伏必就大道廣化無涯化六師及九十六種外道
이때 세존께서 큰 광명을 놓으시니 위로 삼십삼천을 비추고 아래로 십팔지옥에 이르렀으며 부처님 경계가 다하도록 큰 광명ㆍ신통이었다. 보살ㆍ아라한ㆍ연각ㆍ범천왕ㆍ제석천왕ㆍ바다의 영(靈)ㆍ땅 귀신 및 모든 귀신 군사들이 신일을 제도하신다는 말을 듣고 각기 헤아릴 수 없는 억만의 무리를 거느리고 모두 부처님께 이르러 머리대어 절하고 좌우로 늘어섰다.
011_0401_a_09L於時世尊放大光明上照三十三天下徹十八地極佛境界皆大光明神通菩薩緣覺天王海靈地祇及諸鬼各將部黨億萬無數聞度申日來詣佛稽首足畢翼從左右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발우를 들고 장자 신일의 청함에 가야 한다.”
모든 비구들이 함께 말하였다.
“명을 따르겠습니다.”
011_0401_a_14L佛告諸比丘執持應器當就長者申日請比丘咸曰受教
엄숙히 땅을 밟자 금빛이 되었고 부처님 정수리 위에는 칠보향 구름이 있고 길 양쪽에는 저절로 빨강ㆍ노랑ㆍ파랑ㆍ보라ㆍ자주ㆍ하얀 연꽃이 솟아났다.
011_0401_a_16L肅然嚴持地卽金色當佛頂上有七步香雲蓮華自然涌出俠道兩邊
부처님께서 문에 나오시자 고공무길상(告空無吉祥)보살 등 60만이 앞에서 인도하기도 하고 허공을 날아가기도 하며 땅에서 나타나기도 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가운데 계셨고 그 나머지 한없는 무리들은 다 부처님 뒤에 따랐다. 광명은 빛나서 해와 달을 막고 일체를 환히 비추었고, 하늘은 보배 일산을 펴서 꽃을 눈처럼 뿌렸다. 하늘의 용과 새는 감히 위를 지나가지 못하여 삼계의 중생은 정수리를 본 이가 없었다. 하늘 음악은 동시에 울렸고 독충은 엎드려 숨었으며 길한 새는 날아 지저귀었다.
011_0401_a_18L佛甫出門告空無吉祥菩薩等六十萬人在前導從或行虛空或現於地佛處中央餘無限之衆皆隨佛後光明赫弈日絕月晃照一切天施寶蓋華下如天龍飛鳥不敢歷上三界衆生無見頂者天樂皆下同時俱作毒虫隱吉鳥翔鳴
011_0401_b_02L부처님께서 땅을 밟지도 않으셨는데 바퀴모양의 인이 찍혀졌고 광명은 환하게 빛나 이레 동안 치성하였다. 보배로운 나무ㆍ약나무와 온갖 과일 나무들은 흘겨보고 구부리고 낮았다 높았다 하는 것이 마치 사람이 무릎 꿇고 절하는 것과 같았고, 야차ㆍ가루라ㆍ염귀(厭鬼)ㆍ매귀(魅鬼) 등은 각기 부하를 거느리고 부분을 장엄하였으며 천백이 무리가 되어 손에 기악을 잡히었고, 혹은 향ㆍ꽃ㆍ칠보ㆍ영락ㆍ천증번(天繒幡)ㆍ일산[蓋]들을 가지고 시방에서 모여왔고, 하늘사람이 또한 내려와 악기를 연주하였다.
011_0401_b_02L佛不蹈地相輪印成明晃耀七日熾盛寶樹藥樹諸衆果樹睥睨距▼(足*我)低仰如人跪禮之形金翅厭鬼魅鬼各將營從莊嚴分千百爲衆手執伎樂或持香華寶瓔珞天繒幡蓋十方來會天人亦下樂器亦鳴
소경이 보고 귀머리가 들으며 벙어리가 말을 하고 절름발이가 걸었다. 원망하는 이들은 화해하고 미워하는 이들은 사랑하였으며 미혹된 이들은 깨치고 취한 이들은 깨어났다. 부녀들은 비녀를 두드리며 노래하였고 새와 짐승은 다 사람의 모양이 되었다. 백년 묵은 마른 나무에 저절로 꽃이 피었고 아귀는 배불리고 지옥은 편안하였다. 비파와 쟁과 저와 북은 어지럽게 울었다.
011_0401_b_08L盲視聾聽瘂言躄行憎和慈迷寤醉醒婦女釵釧相掁作飛鳥走獸皆作人形百歲枯木自然華生餓鬼飽滿地獄安寧琵琶擊鼓亂鳴
부처님께서 신기한 덕[神德]으로써 불구덩이를 변화시켜 7보의 자주ㆍ보라빛 못과 여덟 가지 맛이 나는 물이 되었다. 밑바닥엔 금모래가 깔렸고 못가에는 연꽃이 피었으며, 물고기ㆍ자라ㆍ악어가 못 가운데 즐겁게 뛰놀고 새와 짐승들은 소리로 서로 화답하였다.
011_0401_b_12L佛以神德變化火坑成七寶紫紺浴池八味之水底有金沙邊有蓮華黿鼉池中喜踊走獸音聲相和
못 둘레에 늘어선 실 대나무[絲竹]는 나무에 옷을 입힌 듯하였고 나무 사이마다 깁과 붉은 비단이 드리워져 있었으며 산호ㆍ수정ㆍ유리ㆍ황금ㆍ은으로 가지와 잎사귀를 하였다. 자마ㆍ황금의 노끈이 이어져서 나무 사이에 얽히었고 하늘에 늘어뜨린 영락과 서로 연결되었다. 바람일어 불면 서로 부딪쳐 묘한 소리가 백 가지로 절로 나왔다. 부처님의 신비한 덕이 일찍이 없었던 것임을 찬탄하였으니, 무상ㆍ괴로움ㆍ공ㆍ몸이 아님을 말하는 소리이며 슬픈 자는 기쁘게 기쁜 자는 다시 슬프게 하였다.
011_0401_b_15L池邊行列絲竹衣樹閒皆懸羅縠緹繡珊瑚寶樹水精琉璃黃金白銀爲枝葉紫磨黃金爲連緜交錯樹閒垂天瓔珞互相連風起吹之轉相掁觸妙音百種自然宣出嘆佛神德至未曾有皆說無非身之聲使悲者更喜喜者更悲
011_0401_c_02L그 칠보수(七寶樹) 위에는 공작ㆍ앵무ㆍ금시조왕ㆍ부리 붉은 신조[赤觜神鳥]ㆍ봉황ㆍ구기나라(拘耆那羅) 등 온갖 새가 있었는데, 종류가 백천 종이었다. 빛나는 색깔을 반짝이며 떼 지어 숲속을 날고 애처롭게 갖가지로 울자 사람들은 감동하여 모여들었고 짐승들은 먹기를 쉬었으며 새들은 멈추고 들었다. 형체는 다르지만 마음은 한 가지로 부처님께 귀명하였다.
011_0401_b_22L其七寶樹上則有群鳥孔雀金翅鳥王赤嘴神鳥鳳皇吉鳥耆那羅吉祥鳥比數百千種光色顯赫群飛樹閒哀鸞百種感動人情咸來集聽走獸息食飛禽止聽形異心同歸命世尊
그때 따라온 바다의 영과 땅 귀신과 삼계의 중생들은 불구덩이가 변하여 연못이 되고 천지가 진동함을 보고 ‘신비한 변화가 이러하고 도덕이 몹시 뛰어나다.’ 하고 모두 신일을 보았다.
011_0401_c_04L當于爾時海靈地祇界衆生其來從者見火坑變爲浴池天地震動神變若此道德殊絕皆看申日
신일은 그것을 보자 마음이 울렁이고 정신이 놀래어 털이 곤두섰으며 두렵고 떨려 정신이 없었다. 신일은 생각하였다.
‘아차, 홀렸었구나. 나는 끝없는 역악(逆惡)을 저질렀다.’
011_0401_c_07L申日見之心動神驚衣毛起豎惶怖悸精神失守心自念言咄哉迷惑我之逆惡所爲無邊
6사들을 돌아보며 말하였다.
“너희 짐승무리들에게 연좌되어 내가 끓는 물과 불에 빠졌으니 나는 지금 어쩌면 좋은가?”
6사들은 두렵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여 말이 없더니 무거운 죄를 받을까 두려워서 곧 제각기 도망하였다.
011_0401_c_09L顧謂六師坐汝畜類沈吾湯火我今如何六師恐怖慚恥無言懼獲重罪卽各逃竄
이에 신일은 아들 월광ㆍ부인ㆍ채녀ㆍ권속과 남녀 외도들과 함께 나와서 부처님을 맞이하는데 세존을 바라보니 큰 빛이 눈부시어 빛나기가 마치 보석 산과 같았고 높으신 맵시는 자줏빛 금이요, 크신 모양은 한 길 여섯 자였으며 얼굴은 조용하시고 모든 감관은 고요하셨으며 32상이요 80십종호였으며, 하늘 중의 하늘이요 도덕이 당당하셨으며 열 가지 힘을 갖추신 세존이요 하늘과 사람 중의 왕이셨다.
011_0401_c_11L於是申日與子月光夫人婇女眷屬男女外道伴黨俱出迎佛遙睹世尊洪焰暉赫晃若寶山天姿紫金巨容丈六神顏從容諸根寂定相三十二好八十種天中之天道德堂堂十力世尊天人中王
부처님께서 신비한 덕으로 어리석고 어두운 마음을 비추셨다. 신일은 뜻이 풀리어 마치 미혹된 이가 바르게 되어 미친병이 나은 것 같았으며, 5정(情) 안에서 일어나 슬픔과 기쁨이 엇갈려 몰려왔다. 곧 앞에 나가 죄를 자백하고 오체를 땅에 던져 머리 조아려 절하였다.
“아, 세존이시여. 저의 어리석음을 용서하소서. 바르고 참됨을 알지 못하고 나쁜 말을 믿었던 까닭에 해칠 뜻을 일으켜 천존을 위태롭게 하고자 했습니다. 요행히 자비하신 교화를 입어 죄를 비오니, 가엾게 여기시어 건져 주시고 큰 죄를 용서해 주십시오. 원컨대 앞에 나아가 자리에 앉아 주십시오.”
011_0401_c_17L佛以神德照愚冥心申日意解如迷得正狂病瘳除五情內發悲喜交集卽前首罪五體投地稽首作禮唯然世尊恕我盲冥不識正眞用信惡言興毒害意欲危天尊幸賴慈化乞原罪咎垂哀接濟得免大罪願前就坐
011_0402_a_02L그때 여래께서는 정전에 오르시자 무리들도 자리를 정하였다.
신일은 부끄럽고 두려워서 마음이 편치 못하여 나아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어리석은 잘못으로 요사한 말을 믿어 진리로 여겼으니, 마치 미친 데 약을 먹어서 병을 점점 더한 것과 같습니다. 이제야 부처님을 뵙고 삿된 병이 없어졌습니다. 무도한 까닭에 음식에 전부 독을 넣어 공양하여 크신 성인을 모실 수 없습니다. 조금 기다리시면 다시 엄숙히 음식을 차리겠습니다.”
011_0401_c_23L卽時如來升于正殿衆坐已定申日慚怖心不自安前白佛言爲盲冥所誤信妖邪之言以爲眞諦如狂服藥病更增劇始今睹佛邪病得除所爲無道飯食之中悉皆著毒不可供養以御大聖願待須臾更嚴食具
부처님께서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곧 음식을 가져오라. 다시 차릴 필요가 없다. 탐욕ㆍ음란ㆍ성냄ㆍ어리석음ㆍ삿된 견해는 세간의 중한 독이지만 나에겐 이런 독이 없다. 독이 이미 다 없어졌으니 독이 나를 해치지 못한다.”
신일은 음식과 향을 내왔고 여덟 가지 어려움을 거두었다. 아귀는 편안함을 얻었으며, 먹고는 이미 물[水]로 갔고 모인 무리는 잠잠하였다.
011_0402_a_06L佛告長者便持飯來不足更設貪婬瞋恚愚癡邪見世之重毒吾無此毒毒已滅盡毒不害我申日下食香徹八難餓鬼得安食已行水衆會寂然
신일은 물러앉아 눈물을 흘리면서 아뢰었다.
“아, 세존이시여. 제가 미혹하여서 감히 역악(逆惡)을 도모하여 여래에게 대항하였음을 용서하소서. 스스로 헤아려보면 죄가 무거워서 마땅히 지옥에 들어가 끓는 물ㆍ불의 고통으로 오랜 기간 동안 괴로움을 받을 것이니,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부처님은 큰 자비로 삼계를 구원하시며 중생을 가엾이 여겨 도탄에서 건지시는데, 어제 저를 가르치지 않아 제가 죄를 짓게 하십니까. 세존께서는 미리 알지 못한 것이 아닙니까?”
011_0402_a_10L申日退坐垂泣啓言唯然世尊恕我迷惑敢啚逆惡向於如來自揆罪重應入地獄湯火痛考長夜受苦將脫何由佛爲大慈三界之救愍念衆生濟其塗炭昨不誡我令我罪成得無世尊不豫知也
부처님께서 신일에게 말씀하셨다.
“옛적에 정광(定光)세존께서 나에게 수기하셨다.
‘너는 수 없는 아승기겁 뒤에 5탁악세에서 부처가 되어 널리 중생을 제도함이 나의 오늘과 같을 것이다. 그때 신일이라는 어떤 장자가 불구덩이와 독이 든 음식으로 너를 해치려고 계획할 것이다.’
나는 바로 그때 혜명삼매(明慧三昧)를 얻었으므로 이미 너의 성명을 알았는데, 하물며 어제 몰랐겠느냐.”
011_0402_a_15L佛告申日昔定光世尊授我莂時汝卻後無數阿僧祇劫當於五濁惡世作佛廣度衆生如我今日當有長者申日火坑毒飯規啚害汝我乃爾時得明慧三昧已豫知汝姓字況於昨日而當不知
신일이 기뻐하여 말하였다.
“세존께서는 수없는 겁의 일을 아시니, 저는 이미 깨닫고 죄를 면할 줄 알겠습니다. 지금 저는 마음을 다하여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원해서 저지른 일이 아니니 무거운 죄를 가볍게 하여 주옵소서.”
011_0402_a_20L申日歡喜言世尊乃豫知無數劫事我旣覺悟會得免罪今我盡心自歸於佛所爲之非願令重罪而得微輕
011_0402_b_02L부처님께서는 본래 어리석고 미혹한 이를 버리지 않겠다고 서원하셨으므로 신일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다, 장자여. 스스로 깨달아서 뉘우치면 무거운 죄를 반드시 없앨 수 있다. 내 너를 위하여 도의 뜻을 연설하여 너로 하여금 알게 하리라.”
대답하여 아뢰었다.
“예, 하늘 중의 하늘이시여. 즐거이 듣고자 합니다. 죽을 때까지 착한 도를 마음을 다하여 잊지 않겠습니다.”
011_0402_a_23L佛本有誓不捨愚惑卽告申日善哉長者能自覺悔重罪必除吾當爲汝演說道義令汝心解對曰唯然天中願樂欲聞畢死善道盡心不忘
그때에 세존께서 큰 기침을 하시더니 여덟 가지 소리를 내시어 만억의 음(音)으로 한량없는 법의 말씀인 8해탈ㆍ4제법ㆍ3해탈문ㆍ6바라밀과 깊은 도의 법요와 미묘한 행을 널리 설명하셨고, 삼계가 공함과 모든 법의 인연이 죄와 복을 만듦을 해설하시니, 병을 보고 약을 고르고 응함에 따라 법을 말씀하셨다.
011_0402_b_04L時世尊謦揚洪音出八種聲演萬億廣說無量法言八解四諦三脫探道法要微妙之行解三界空諸法因緣造爲罪福觀病選藥如應說
신일은 뜻이 깨치어 환하고 마음이 열리어 의심이 풀리고 번뇌[結]가 없어졌다. 어느새 생각이 없어지고 고요히 정에 들었다가 이내 그 자리에서 불퇴전(不退轉)에 이르렀으며, 매우 기뻐 허공에 뛰어올랐는데 땅으로부터 140길[丈]이었다. 허공에서 내려와서 땅에 머리 조아리고 부처님 발을 어루만지고 탄식하면서 스스로 고백하였다.
011_0402_b_09L申日情悟坦然心開疑解結除然無想寂然入定卽於座上逮不退喜踊升空去地百四十丈從空來下稽首于地嗚佛足摩佛足長跪自
“이제 이미 깨달아서 부처님께 제도되었으니 기쁘게 부처님을 찬탄하자.”
今已覺悟從佛得度欣然嘆佛

부처님 열 가지 힘 웅대함이여,
여래의 위신력에 두려워 복종해
시방에 감히 당할 이 없어
불구덩이와 독밥이 미리 절로 없어졌네.
011_0402_b_13L十力雄哉
如來神力震伏
十方無敢當
火坑毒飯豫自消亡

부처님 걱정 없으심이여,
온갖 칼날이 해치지 못하고
날쌘 화살 굳센 칼날이
모두 꽃으로 변하였네.
011_0402_b_15L佛無憂哉
切刀劍不能害傷
急箭勁刃
皆化作

부처님 용맹하심이여,
여래께서 96종 사도들
다 항복시키니
모두들 다 같이 크신 도 찬탄하네.
011_0402_b_17L佛勇猛哉
如來皆能降伏
邪道九十六種
異口同音皆嘆大道

부처님 금강이시여,
금산(金山)처럼 일체를 환히 비추니
어둠은 무너지고
지혜의 불만 홀로 밝아라.
011_0402_b_18L佛金剛
佛若金山晃照一切
闇冥壞敗
火獨明

뭇 성인을 훨씬 넘으시고
덕은 허공에 지나시며
변재는 다함없으시어
법어를 열어 대천(大天)에 고하시네.
011_0402_b_20L超度群聖之上
德過虛空
才不盡
開闡法言告於大千

모든 굳셈을 조복해 성숙시키고
위엄은 삼계를 진동시켜
홀로이시고 짝이 없으며
모든 번뇌 여의시어
깨끗하기 하늘 금인 양.
011_0402_b_21L調諸剛强令使熟成
威震三界
獨而無侶
諸塵勞
淨若天金

모든 법보 내리시어 일체를 배불리시고
무진한 일곱 가지 큰 재물로 보시하므로
마음 보시고 약 고름에
마병(魔兵)부터 무너뜨리며
응함에 따르듯 법을 여시니
그 누가 제도 받지 않으며
96종 사도들은 가려졌도다.
011_0402_b_23L雨諸法寶飽滿一
施以無盡七大之財
觀心選藥
壞魔兵
如應開法
靡不得度
九十六種邪道隱蔽
011_0402_c_02L
신일이 불법을 찬탄할 때에 거기 큰 모임에 온 무리가 모두 법 말씀을 즐거워하여 복을 얻어 제도된 이가 이루 헤아릴 수 없었다.
천지가 진동하고 풍악 소리가 나더니 제7 범왕(梵王)이 법 말씀을 들었으며 비파ㆍ경쇠ㆍ북등 온갖 기악이 저절로 울렸고, 도리천제(忉利天帝)는 꽃을 부처님 위에 흩으면서 부처님의 거룩한 덕이 전에 없던 일이라고 찬탄하였다.
이때 모두들 기뻐하면서 절하고 물러났다.
011_0402_c_03L當于申日歎佛法時限之衆其來大會皆樂法音得福得度不可稱計天地震動樂器作聲七梵王宣聞法言琵琶鼓千種伎樂自然而鳴忉利天帝華散佛上佛聖德至未曾有當此之時莫不歡喜稽首作禮而去
佛說月光童子經
癸卯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彫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