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서 요산(鷂山)에서 비구 5백 명과 함께 계셨는데, 이들 모두는 아라한(阿羅漢)으로서 평일 새벽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성안에 들어가 각기 걸식하였다.
011_0441_a_03L佛在鷂山中,與諸比丘五百人,皆阿羅漢,平旦皆著衣持鉢,入城各行求食。
그때에 성안에는 나라에서 제일가는 부자(富者)가 있었는데, 그가 거주하는 집터는 높아서 앞이 확 트인 곳에 있었고, 저택은 그 구조와 경관이 매우 훌륭하였으며, 그 주위는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었는데 문이 일곱 겹으로 되어 있었다. 장자의 이름은 단니가내(檀尼加柰)인데, 그의 아들 서(逝)의 나이 16세에 그가 죽었으므로 서(逝)는 홀로 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부처님께서 밥을 빌려고 이 단니가내의 집으로 가셨는데, 그때 서는 세 번째 문에 있다가 멀리서 부처님께서 오시는 것을 바라보고 기뻐하며 마음속으로 ‘저분은 어찌하여 저렇듯 비할 바 없이 단정하고 아름다우실까? 상호[好]는 명월주(明月珠) 같으며, 그 광명은 해와 달과 같고 빛깔은 황금 같으며, 훌륭하기 마치 달이 보름에 둥근 듯 하구나’ 하고 생각할 때 부처님께서 이르러 문 밖에 머무셨다.
그래도 어머니는 이에 응하지 아니하자 서는 다시 어머니에게 말하였다. “이 사람은 세상의 일반적인 스승과는 다른 뛰어난 분입니다. 이 분께 음식을 드리는 것은 마치 병든 이가 훌륭한 의원을 얻는 것과 같습니다.”
011_0441_a_20L母復不應,逝復語母言:“是人過度天下之師也。與是人者如病者得善醫。”
011_0441_b_02L서는 다시 어머니에게 말하였다. “그렇다면 제 것이라도 드리겠습니다. 이 분은 이름이 천하에 널리 알려진 분으로 지금 계속 문 밖에 계십니다.”
011_0441_a_22L逝語母言:“當用我故與之。是人名聞於天下,今續在門外住。”
그의 어머니는 역시 선뜻 주지 아니하였다. 서가 여러 번 말을 하자, 어머니는 크게 성을 내어 서에게 말하였다. “너는 줄곧 보채기를 그치지 않아서 나를 어지럽게 괴롭히느냐. 그 사람은 밥 때문에 온 게 아니고 너를 길들이려고 왔구나. 너는 아직 어린아이이니, 무엇을 알겠느냐. 만일 조르기를 그치지 않다가는 기어이 나에게 매질을 당할 것이니라.”
“어리석은 사람이 보시를 모르는 것은 마치 장님이 눈이 없어서 앞을 보지 못하여 불 속에 떨어지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세상 사람이 다만 간탐(慳貪)으로 인하여 마음으로 악을 생각하고 입으로 악을 말하고 몸으로 악을 행하니, 이 어리석은 사람은 부처를 믿지 아니하고 경을 믿지 아니하다가 장님이 불 속에 떨어지듯 죽은 뒤에 다 지옥ㆍ아귀ㆍ축생 가운데 떨어집니다.
제석천왕[天王釋]은 서가 말하고 있을 때 바로 부처님 뒤에서 손을 포개고 서 있었다. 그는 부처님 앞에서 서에게 말하였다. “너는 부처되기를 구하려고 하지만 부처란 심히 어려워서 10겁, 백 겁, 천 겁, 만 겁, 억 겁에도 오히려 얻지 못하거늘, 이제 너는 보잘것없는 밥과 옷을 부처님께 드리고 부처가 되려고 하지만 너는 부처가 될 수는 없다.”
011_0442_b_02L 수명이 다하면 반드시 범천과 도솔천에 날 것이며, 천상에서 수명이 다하고는 다시 내려와서 금륜왕이 되었다가 수명이 다하면 다시 올라가 범천에 날 것이다. 이렇게 오르내리어 2백만 억 겁을 마치고 너는 반드시 부처가 되리니, 이름은 수미가라(須彌加羅)로 하늘 위와 하늘 아래의 인민들을 모두 제도[度脫]하리라.
네가 지옥에 나면 광명이 3천 수미산을 두루 비추어 위로 28천(天)에 이르며, 천지가 다 크게 진동하고 밤낮이 다 밝으리라. 그때에 사람은 수명이 7천억 세이며, 키는 2백 길[丈]에 이를 것이리라. 1만 2천의 성(城)을 두는데, 성은 각각 480리에 이르고, 성문에는 문양을 새겨 장식이 되어있으니 모두 7보(寶)로 이루어짐이라.
네가 부처가 될 때에는 반드시 두 번의 모임에서 모든 사문들에게 경(經)을 설하리니, 첫째 모임에서 경을 설할 때에 6천억 사문이 다 아라한의 도를 얻고, 둘째 모임에서 경을 설할 때에 4천억 사문이 다 아라한의 도를 얻으리라. 그때엔 인민이 도둑질 하는 이가 없고, 남자와 여자가 다 한 마음이며, 악을 행하는 인민이 없고, 모든 악한 흐름과 괴로운 곳은 모두 닫히고 막히리라.
또한 산림과 계곡이 없이 땅은 다 평탄하며, 인민은 질병이 없고, 근심과 괴로움이 없이 모두 쾌락하며, 사는 곳을 다 스스로 지키리라. 날씨는 3일에 한 번 비가 오되 겨우 먼지나 재울 정도이리라. 인민들이 의논하고 싶으면 서로 모이리라. 여름철은 너무 뜨겁지 않고, 겨울철은 너무 춥지 않게 알맞으리니, 강의하는 정사(精舍) 이름은 난제타(難提陀)이리라.
011_0442_c_02L누구든지 보시하여 부처나 아라한에게 드리고 부처나 벽지불이나 아라한이 되고자 하는 이는 모두 불도를 얻으리니, 부처님 지혜를 구하지 않으면 아니 됨이라. 시방(十方)은 무궁(無窮)하여서 헤아릴 수 없듯이 부처님의 지혜도 이와 같아서 다함이 없도다. 천하 사람은 삶이 어디로부터 왔는지 알지 못하고, 또한 죽으면 어느 로 가는지 알지 못하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