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11_0447_a_01L불설유광불경(佛說乳光佛經)
011_0447_a_01L佛說乳光佛經

서진(西晋) 축법호(竺法護) 한역
송성수 번역
011_0447_a_02L西晉月氏三藏竺法護譯

이와 같이 들었다.
011_0447_a_03L聞如是
어느 때 부처님께서 유야리(維耶離)를 유행하시며 범지(梵志) 마조(摩調)의 음악나무[音樂樹] 아래에서 8백의 비구 대중과 천 명의 보살과 함께 계셨다. 국왕ㆍ대신ㆍ인민과 모든 하늘ㆍ용ㆍ귀신들까지 모두 모인 자리에서 경을 설하셨는데, 이때 부처님께서 약간의 감기기운이 있어 우유가 필요했다.
011_0447_a_04L一時佛遊維耶離梵志摩調音樂樹下與八百比丘衆千菩薩俱國王大臣人民及諸天鬼神共會說佛世尊適小中風當須牛乳
그때 유야리국에 이름이 마야리(摩耶利)라는 범지가 있었다. 그는 5만 제자의 스승이었으며, 또 국왕ㆍ대신ㆍ인민들의 융숭한 대우를 받는 부호였지만 탐욕과 질투로 불법을 믿지 않고 보시하기를 기뻐하지 않았으며 이도(異道)만 좋아하고, 날짐승이 집안에 침입해 곡식을 먹지 못하게 하려고 항상 뜰과 지붕에 그물을 덮어서 쳐놓는 자였다. 그가 사는 곳은 음악동산에서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떨어진 곳에 있었다.
011_0447_a_07L維耶離國有梵志名摩耶利爲五萬弟子作師復爲國王大臣人民所敬遇豪富貪嫉不信佛法不喜布施但好異道常持羅網覆蓋屋上及其中庭欲令飛鳥不侵家中穀食之故所居處去音樂園不近不遠
이에 부처님께서 현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여래의 이름으로 범지 마야리 집을 찾아가 그에게서 우유를 구해 오너라.”
아난은 분부를 받고는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그 집 문 앞으로 갔다. 범지 마야리는 마침 5백 제자의 우두머리와 함께 궁중으로 들어가 왕을 뵈려고 집을 막 나서던 참이었다.
011_0447_a_13L於是告賢者阿難持如來名往到梵志摩耶利家從其求索牛乳湩來阿難受著衣持鉢到其門下梵志摩耶利適與五百上足弟子欲行入宮與王相見時卽出舍
그는 아난을 만나 물었다.
“당신은 무엇을 구하려고 이렇게 일찍 왔습니까?”
아난은 대답하였다
“부처님께서 몸이 조금 편찮으셔서 저를 시켜 새벽같이 우유를 구해 오라 하셨습니다.”
011_0447_a_18L値遇阿難因問言朝來何其早欲何所求阿難答曰世尊身小不安隱使我晨來索牛乳
011_0447_b_02L범지 마야리는 잠자코 대답하지 않고는 스스로 생각하였다.
‘내가 만일 가진 우유를 아난에게 주지 않으면 여러 사람들이 내가 아까워서 그러는 것으로 생각할 것이요, 이 가진 우유를 준다면 여러 다른 범지들이 또 내가 구담(瞿曇)의 도를 섬기는 것으로 생각할 것이니, 주고 안 주고를 잘해야겠구나.
011_0447_a_21L梵志摩耶利默然不報自思惟若不持乳湩與阿難者諸人便當謂我慳惜這持乳與諸餘梵志便復謂我事瞿曇道進退惟宜
설령 주더라도 사납고 못된 소를 지목해 아난더러 직접 그 젖을 짜 가져가게 해야겠다. 또 이 구담은 우리들과 공덕을 다투기를 좋아해 항상 이기려고 하는 자이다. 이 사납고 못된 암소를 시켜 그 제자를 떠받아 죽이게 되면 곧 그 도를 꺾고 욕되게 하여 그들이 버려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며, 나는 도리어 많은 사람들의 공경을 받게 될 것이다. 아난이 우유를 얻건 얻지 못하건 여러 사람들에게 내가 아까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밝히는 것이요, 소 때문에 죽어 우유를 얻지 못한다면 내 뜻이 달성되면서도 나에게는 과실이 없게 된다.’
011_0447_b_03L雖爾續當指與弊惡牛自令阿難𤚲取其乳是瞿曇喜與我等共諍功德常欲得其勝當使是弊惡牸牛觝殺其弟子卽可折辱其道便見捐棄我可還爲衆人所敬阿難得乳若不得乳趣使諸人明我不惜爲牛所殺不能得乳我意已達於我無過
범지 마야리는 이때 이렇게 생각하고 곧 아난에게 말하였다.
“소는 아침에 이미 풀어 놓아 저기 구덩이 속에 있으니, 당신이 직접 가서 젖을 짜 가져가십시오.”
마야리는 어린 노비를 불러 명하였다.
“네가 아난을 모시고 가 그 소 있는 곳을 보여 주어라. 절대 우유를 짜 주지 말고, 아난이 젖을 짤 수 있는지 없는지 알아 보거라.”
011_0447_b_10L梵志摩耶利時謀議是事已卽告阿難牛朝已放在彼塹裏汝自往𤚲取其乳湩摩耶利勅其兒使言汝將阿難示此牛處莫爲捉取牛乳湩試知阿難能得乳
그때 5백의 제자는 스승의 이 말을 듣고 모두 크게 기뻐하였으며, 또 아난이 지난번에 했던 말을 함께 의심하고 괴이하게 여기며 서로 말하였다.
“적지(寂志:사문) 구담이 ‘나는 천상과 천하에서 가장 높으며 시방 중생들의 늙음ㆍ병듦ㆍ죽음을 모두 제도한다’고 항상 자신을 칭찬한다더니, 무슨 인연으로 부처 자신이 도리어 병이 들었을까?”
5백의 범지는 모두 이렇게 말하였다.
011_0447_b_15L五百弟子聞師說是悉大歡喜卽復共疑怪阿難向者所說事則相謂言寂志瞿曇常自稱譽我於天上天下最尊悉度十方老病死佛何因自身復病也五百梵志共說此已
그때 유마힐(維摩詰)이 부처님을 찾아뵈러 가는 길에 마야리 범지의 문 앞을 지나다가 아난을 보고는 곧 말하였다.
“무엇 때문에 이른 아침에 발우를 들고 여기에 계십니까? 무엇을 구하시는 겁니까?”
아난은 대답하였다.
“여래께서 감기기운이 조금 있어 우유가 필요해 저를 이곳으로 보내셨습니다.”
011_0447_b_19L爾時維摩詰來欲至佛所道徑當過摩耶利梵志門前因見阿難卽謂言何爲晨朝持鉢住此欲何求索阿難答曰如來身小中風當須牛乳故使我來到是閒
011_0447_c_02L유마힐이 곧 아난에게 말하였다.
“그런 말은 하지 마십시오.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의 몸은 마치 금강과 같아 온갖 악을 모두 이미 끊었고 모든 착한 공덕만 함께 모여 있는데 무슨 병이 있겠습니까? 외도들이 여래를 비방할 기회를 얻게 하지 말고 그냥 잠자코 가십시오. 다시는 그런 말씀을 마셔야 하니, 모든 하늘ㆍ용ㆍ귀신들이 그런 소리를 듣거나 시방의 보살과 아라한들도 모두 그런 말을 듣게 해서는 안 됩니다.
011_0447_b_24L維摩詰則告阿難莫作是語如來至眞等正覺身若如金剛衆惡悉已斷但有諸善功德共會有何病默然行勿得效外道誹謗如復愼莫復語無使諸天神得聞是聲十方菩薩阿羅漢皆得聞此言
전륜성왕도 윤보(輪寶)가 앞에 있어 무수한 공덕으로 항상 자재할 수 있는데, 하물며 헤아릴 수 없는 오랜 겁부터 모든 인간들에게 보시한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이시며 한량없는 복이 모여 이루어진 여래의 몸이겠습니까?
011_0447_c_06L轉輪聖王以輪在前用無數德故得自在何況從無央數劫布施於一切人如來至眞等正覺無量福合會成如來身
아난이여, 다시는 외도와 이학(異學)의 범지들이 이 말을 듣고 ‘저 세존은 자신의 몸에 생긴 병도 치료할 수 없는데 어떻게 늙고 병들고 죽는 모든 이들을 구할 수 있겠는가?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은 바로 법신이 아니며 아직 해탈하지 못한 몸이다’라는 불순한 말을 하지 않게 하십시오. 부처님께서는 천상과 천하에서 가장 높아 병이 없으니, 부처님의 병은 이미 없어졌습니다. 여래 몸에는 무수한 공덕만 있고 온갖 재앙은 이미 제거되었습니다. 그 병은 인연이 있는 것이지 헛된 것이 아닙니다. 아난이여, 부끄럽게 우유를 구한다고 하지 마십시오. 부디 여러 말 말고 빨리 가십시오.”
011_0447_c_10L阿難莫復使外道異學志得聞是不順之言何況世尊身自有病不能療愈何能救諸老病死者如來至眞等正覺是法身非是未脫之身佛爲天上天下最尊無有病病已盡滅如來身者有無數功德衆患已除其病有因緣不徒爾也阿難爲羞慚索乳疾行愼莫多言
아난은 이 말을 듣고 크게 스스로 부끄럽고 두려웠다. 이때 공중에서 들리는 말소리가 있었다.
“그대 아난이여, 장자 유마힐의 말씀과 같습니다. 다만 여래ㆍ지진ㆍ등정각께서는 세간에 출현하여 5탁의 험악한 세상에 계시기 때문에 이런 일을 나타내 보임으로써 시방의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은 일체 행을 제도해 해탈시키려 하기 때문입니다. 바로 가서 우유를 취하십시오. 아까 유마힐이 비록 그런 말을 했지만 부끄럽게 여기지는 마십시오.”
011_0447_c_17L阿難聞大自慚懼聞空中有聲言是阿難如長者維摩詰所言但爲如來至眞等正覺出於世閒在於五濁弊惡之世故以是緣示現度脫一切十方貪瞋恚愚癡之行故時往取乳向者維摩詰雖有是語莫得羞慚
011_0448_a_02L아난은 그때 스스로 크게 놀라고 괴이하게 여기며 ‘잘못 들은 것이겠지.’ 하다가 곧 다시 생각하였다.
‘여래의 위신에 감동해 이러는 것은 아닐까?’
이에 5백의 범지는 공중에서 이렇게 말하는 소리를 듣고는 곧 의심이 없어져 모두 기뻐 뛰었으며 모두 더할 나위 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일으켰다.
011_0447_c_23L阿難爾大自驚怪謂爲妄聽卽還自惟言得無是如來威神感動所爲也於是五百梵志聞空中聲所說如是卽無狐疑心皆踊躍悉發無上正眞道意
그때 범지 마야리의 안팎 친척과 촌락과 읍에서 모인 수천 명이 모두 아난을 따라 소를 보러 갔다. 아난은 도착하자 소의 곁에 서서 스스로 생각하였다.
‘지금 내가 섬기는 스승께서 만드신 적지자(寂志者:사문)의 법에 따르면 손수 우유를 짜서는 안 된다.’
이런 생각을 하자마자 두 번째 하늘인 도리천(忉利天) 제석의 자리가 흔들렸고, 곧 소년 범지의 옷을 입은 모습으로 변화하여 하늘에서 내려와 소 곁에 섰다.
011_0448_a_04L爾時梵志摩耶利內外親屬及聚邑中合數千人皆隨阿難往觀牛阿難卽住牛傍自念言今我所事師作寂志者法不得手自𤚲取牛乳也適竟第二忉利天帝座卽爲動便從天來下化作年少梵志被服因住牛
아난은 그를 보고 마음으로 기뻐하며 말했다.
“소년 범지여, 우유를 짜 주십시오.”
그러자 곧 아난에게 대답하였다.
“저는 범지가 아니며 바로 두 번째 하늘인 도리천의 제석입니다. 제가 여래께서 우유를 얻으려 하신다는 소리를 듣고, 본래의 덕을 세우려고 일부러 처소를 버려두고 여기에 온 것입니다.”
011_0448_a_11L阿難見之心用歡喜謂言年少梵請取牛乳卽答阿難我非梵志第二忉利天帝釋也我聞如來欲得牛乳故捨處所來到此閒欲立本德
아난은 말하였다.
“하늘의 제석께선 지위가 높으신데, 어떻게 비린내 나고 더러운 소를 가까이 할 수 있겠습니까?”
제석은 대답하였다.
“비록 제가 귀하다고는 하나 어찌 여래의 존귀함만 하겠습니까? 부처님도 오히려 공덕 세우길 싫어하거나 게을리 하지 않으시는데, 하물며 이 보잘것없는 제석이겠습니까? 저의 처소도 무상하여 모두 곧 과거가 되고 말 것이니, 지금 덕을 세우지 않으면 먹을 복이 장차 다해 뒤에는 의지할 곳이 없을 것입니다.”
011_0448_a_15L阿難言天帝位尊何能近此腥穢之牛帝釋答曰雖我之豪何如如來尊尚不厭倦建立功德何況小天處無常皆當過去今不立德食福將後無所怙
아난이 제석에게 말하였다.
“만일 저를 위해 우유를 짜 주시겠다면 지금 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석은 대답하였다.
“그러겠습니다.”
011_0448_a_19L阿難報釋設欲爲我取牛乳者惟願用時釋應曰
소년 범지가 이윽고 그릇을 들고 소 앞으로 나아갔다. 이때 소는 조용히 서 있으면서 감히 조금도 요동치지 않았고, 와서 구경하던 이들은 모두 놀라며 그것을 괴이하게 여겼다.
“소년 범지가 무슨 급한 일이 있기에 여기 와서 구담의 제자를 위해 우유를 짜줄까? 혹 이 사납고 못된 소에게 떠받혀 밟혀 죽을 수도 있는데, 왜 적지에게 직접 다가가 우유를 짜게 하지 않는 것일까?”
011_0448_a_20L尋卽持器前至牛所時牛靜住不敢復動來觀者皆驚怪之年少梵志有何等急來爲瞿曇弟子而取牛乳若儻爲是弊惡牛所觝踏死奈何不自令寂志前取牛乳
011_0448_b_02L제석은 그때 곧 아난을 위해 우유를 짜면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011_0448_b_02L帝釋爾時卽爲阿難𤚲取牛而說偈言

부처님께서 지금 감기 드셨다니
내가 그대에게 우유를 주어야겠다.
부처님께서 잡수시고 낫게 되면
한량없는 복덕을 얻게 되리라.
011_0448_b_03L今佛小中風
汝與我乳湩
令佛服之差
得福無有量

부처님은 천상과 천하 스승이시니
언제나 자비로운 마음으로 염려하시며
기고 날고 꿈틀거리는 벌레까지도
모두 다 제도하고 해탈케 한다.
011_0448_b_05L佛尊天人師
常慈心憂念
蜎飛蠕動類
皆欲令度脫

그때 어미 소가 곧 제석천에게 게송으로 말하였다.
011_0448_b_06L爾時犢母卽爲天帝釋說偈言

그 손으로 나의 젖을 쓰다듬으시니
어째서 이다지도 상쾌할까요.
앞의 양쪽 젖만 가져가시고
뒤쪽 젖은 그대로 놓아두소서.
011_0448_b_07L此手捫摸我
何一快乃爾
取我兩乳湩
置於後餘者

두었다 새끼에게 먹여야 하니
아직껏 아침 젖을 먹지 못했습니다.
복덕이야 많은 줄 알고 있지만
마음가짐 마땅히 평등해야 합니다.
011_0448_b_09L當持遺我子
朝來未得飮
雖知有福多
作意當平等

송아지가 이어 어미 소에게 게송으로 말하였다.
011_0448_b_10L於是犢子便爲母說偈言

수없는 오랜 겁을 지내 왔지만
이제야 부처님이란 소리 들었습니다.
말씀하신 제 몫마저 가져다
모두 부처님께 올려 주십시오.
011_0448_b_11L我從無數劫
今得聞佛聲
卽言持我分
盡用奉上佛

부처님은 모두의 스승이시며
두 번 다시 뵙기 참으로 어려운 분
저야 풀을 뜯고 물을 마시면
오늘은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011_0448_b_13L世尊一切師
甚難得再見
我食草飮水
可自足今日

저는 옛날 사람이었을 때
우유를 오랜 세월 많이 먹었고
여섯 가지 축생으로 떨어져서도
또한 셀 수 없이 많이 먹었습니다.
011_0448_b_14L我作人已來
飮乳甚多久
及在六畜中
亦爾不可數

세간에 미련하고 어리석은 이
또한 그 수 너무도 많아
부처님께 보시할 줄 모르니
뒷날 고난 닥쳐 후회해도 소용없네.
011_0448_b_15L世閒愚癡者
亦甚大衆多
不知佛布施
後困悔無益

저는 옛날 전생에 부호였지만
간탐하며 싸움에 휩쓸렸고
또 나쁜 벗들과 사귀며
부처님의 경과 계율 믿지 않았습니다.
011_0448_b_17L我乃前世時
慳貪坐抵突
復隨惡知友
不信佛經戒

그 때문에 말과 소의 몸을 받아
지금까지 16겁을 지내왔는데
이제 부처님을 만나게 되었으니
병자가 약을 얻은 것 같습니다.
011_0448_b_18L使我作牛馬
至于十六劫
今乃値有佛
如病得醫藥

제가 마실 우유까지 가져다
모두 발우에 가득 담아 가소서,
뒷날엔 저도 지혜로워지고
도를 얻어 부처님처럼 되게 하소서.
011_0448_b_19L持我所飮乳
盡與滿鉢去
令我後智慧
得道願如佛
011_0448_c_02L
이때 제석천은 곧 아난을 위해 우유를 짜서 발우에 가득 채워갈 수 있게 하였다. 아난은 우유를 얻고 마음으로 매우 기뻐하였다. 이에 범지를 비롯해 촌락과 읍에서 따라와 이를 보던 자들은 어미 소와 송아지의 말을 듣고 모두들 놀라고 괴이하게 여기며 번갈아 말하였다.
“추한 이 소는 보통 땐 사납고 못돼 사람들이 가까이 갈 수도 없었는데, 오늘은 무엇 때문에 이렇게 유순하고 착할까? 아마도 아난에게 감동된 것이리라. 구담의 제자도 오히려 이런데 하물며 공덕과 위신력으로 변화하신 부처님이겠는가? 그런데도 우리들은 그 가르침을 믿지 않았구나.”
011_0448_b_21L天帝釋卽爲阿難取牛乳湩得滿鉢去阿難得乳意甚歡喜於是梵志從聚邑中來出觀者悉聞此牛子母所說皆共驚怪展轉相謂言此牛麤常時弊惡人不得近今日何故柔善乃爾想是阿難所感發耳瞿曇弟子尚能如此何況佛功德威神變化而我等不信其教
곧 기뻐하며 불법을 믿고 이해했으니, 범지 마야리 집안의 어른 아이며 촌락과 읍의 남녀 도합 만여 명이 모두 다 기뻐 뛰었으며, 번뇌를 여의고 법안(法眼)을 얻었다.
011_0448_c_06L卽時歡喜信解佛梵志摩耶利門室大小聚邑男女合萬餘人皆悉踊躍遠塵離垢逮得法眼
아난은 우유를 가지고 부처님께 돌아왔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마침 수천 명의 사람들을 위해 설법하고 계셨다. 아난은 곧 앞으로 나아가 가사를 정돈하고는 꿇어 앉아 합장하고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조금 전 분부를 받들어 범지 마야리의 집으로 찾아가 우유를 구하였는데, 어미 소와 송아지가 문득 사람 말을 했습니다. 저는 그 말을 듣고 너무도 놀라고 괴이하게 여겼습니다.”
011_0448_c_09L阿難持乳還至佛所是時世尊適爲無數千人說法阿難卽前更整衣服長跪叉手而白佛言向者奉使詣梵志摩耶利家索乳牛之子母便作人語我聞其言大驚怪之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 어미 소와 송아지가 어떤 말들을 했기에 네가 괴이하게 여겼느냐?”
011_0448_c_13L佛告阿是牛子母悉說何等而汝意疑
아난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그 마야리에게 소 한 마리가 있는데, 그 소는 매우 사납고 못돼 사람을 떠받고 밟기를 좋아하는 소랍니다. 그래서 집안사람이나 노비들은 감히 가까이 갈 생각을 아예 하지 않고, 주인도 우유를 짤 수 없어 그냥 젖을 흘리게 했답니다. 그런데 그 소가 직접 낳은 송아지는 크고 잘생겨 다른 송아지보다 10만 배는 훌륭했습니다. 범지는 은밀히 어린 노비에게 명령하여 젖을 짜 주지 못하게 하고 저더러 직접 우유를 짜게 했습니다.
011_0448_c_14L難白佛此摩耶利有一牛大弊惡觝踏人家中人使初不敢近主雖不得𤚲取乳者但令產乳是牛自產犢大且好勝於餘犢百千倍也梵志密勅兒使制不得令而我取乳
저는 스스로 생각했습니다.
‘사문의 법에 따르면 손수 짜서는 안 된다.’
이렇게 생각하자마자 두 번째 하늘인 도리천의 제석이 변화해 소년 범지의 옷을 입고 내려와서 소의 곁에 섰습니다.
011_0448_c_19L我自念沙門法不應手自取言適竟第二忉利天帝卽來下化作年少梵志被因住牛邊
011_0449_a_02L제가 ‘당신이 우유를 짜주시겠습니까?’라고 하자 제석은 승낙하였고, 우유를 짜기 위해 앞으로 다가가 소에게 말했습니다.
‘지금 세존께서 감기기운이 조금 있어 우유가 필요하다. 그대가 여래께 우유를 드린다면 한량없는 복을 얻으리라’
이에 소는 제석에게 대답했습니다.
‘제 앞에 있는 양쪽 젖만 가져가시고, 뒤에는 양쪽 젖은 제 아이에게 주게 그냥 둬 주십시오.’
011_0448_c_22L我言倩卿𤚲取牛乳釋言便前取乳卽告牛言今世尊小中風當用乳汝與如來乳者得福無量於是牛語答帝釋言取我兩乳置兩乳湩以遺我子
그러자 어미 소 곁에 있던 송아지가 세존의 명호를 듣고는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며 어미 소에게 말했습니다.
‘제가 먹을 몫까지 모두 부처님께 올려주십시오. 여래ㆍ세존께서는 천상과 인간의 스승이며 만나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저는 사람으로 있을 때 오래토록 많은 우유를 먹었고, 축생이 되고서도 그랬습니다. 세간에는 어리석은 이가 아주 많아 보시를 하면 후세에 복을 얻는다는 것을 모릅니다. 저는 전생에 나쁜 벗과 어울린 까닭에 경법의 도를 믿지 않았고 행패부리기를 좋아하였습니다. 이 때문에 저는 소와 말로 떨어졌고 16겁 만에야 비로소 부처님이라는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나머지의 젖까지 모두 가져다 여래께 올려 주십시오. 뒷날에는 지혜로워지고 도를 얻어 부처님처럼 되기를 원합니다.’
어미 소와 송아지가 말한 일은 이와 같습니다.”
011_0449_a_03L犢在母邊聞世尊心大歡喜便語母言持我乳分用上佛如來世尊天人所師甚難得我作人時飮乳大久作畜生時復如是世閒愚癡者甚大多不知布後世當得其福我乃前世坐隨惡不信經道憙行觝突是故使我墮牛馬中十六劫乃得聞佛聲悉持餘乳用上如來願後智慧得道如佛牛母犢子說事如是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진실로 어미 소와 송아지의 말과 같다.”
011_0449_a_12L佛告阿難實如牛子母所說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
“내가 말하는 것을 자세히 들어라. 이 어미 소와 송아지는 전생에 장자였다. 아주 큰 부자로서 안락하며 재물과 보배가 넉넉했으나 아끼고 탐해 보시하기를 좋아하지 않았고, 부처님의 경과 계율을 믿지 않아 생사의 근본을 몰랐다. 항상 돈과 재물을 내어 외인들이 찾아와 복종하며 추켜세워 주거나 돈놀이하는 것을 좋아했으며, 해와 달이 갈수록 빌려준 돈의 이자가 늘어나는 것을 기뻐하며 도리라는 것을 모르고, 이미 빚을 갚았는데도 다시 사람을 업신여겨 아직도 갚지 못했다고 말하는 자였다. 그 때문에 16겁 동안 축생에 떨어져 있었다. 이제 나의 명호를 듣고 기뻐한 것은 왜인가? 축생의 죄가 끝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처님이란 소리를 듣고는 곧 인자한 마음으로 우유를 부처에게 준 것이니, 이 인연으로써 해탈하게 되리라.”
011_0449_a_13L佛言諦聽我之所言此牛子母乃昔宿命時曾爲長者大富樂財寶復慳貪不肯布施不信佛經戒不知生死本常憙出錢財外人來從擧息錢日月適至憙多債息無有道旣償錢畢復謾抵人言其未畢坐是故墮畜生中十六劫今聞我名歡喜者何畜生之罪亦當畢是故聞佛聲便有慈心以乳與佛用此因緣當得解脫
부처님께서 그때 웃으시자 5색의 광명이 입에서 나오고 천지가 크게 진동하였으며, 광명은 시방을 비춘 뒤 돌아와 몸을 세 바퀴 돌고는 두 갈래로 나뉘어져 한 갈래는 배꼽 속으로 들어가고 한 갈래는 정수리를 따라 들어가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011_0449_a_22L佛爾時笑五色光從口出天地爲大震動光照十方還繞身三分爲兩分一分入臍中一分從頂便不復現
011_0449_b_02L이에 아난이 곧 꿇어앉아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께선 함부로 웃지 않으시니 반드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011_0449_b_02L於是阿難卽前長跪叉白佛言佛不妄笑會當有緣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네 질문이 참 훌륭하구나. 무엇 때문인가? 이 어미 소와 송아지는 나중에 목숨을 마치고는 도솔천과 범천에 일곱 번 태어날 것이다. 세간에도 일곱 번 태어나는데, 장차 부호의 집 아들이 될 것이며 끝내 3악도에는 태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는 태어난 곳마다 항상 전생의 일을 통달해 알 것이며,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고 비단과 번기와 일산을 높이 들고 꽃을 뿌리고 향을 사르며 경법을 받아 지닐 것이다.
011_0449_b_03L佛告阿難汝所問者大善何以故此牛子卻後命盡七反生兜術天及梵天七反生世閒當爲豪富家作子不生三惡道所在常當通識宿命供養諸佛爲懸繒散華燒香受持經法
어미 소는 이 인연으로 최후에는 미륵불을 만나 사문이 될 것이며, 부지런히 정진하여 머지않아 아라한의 도를 얻게 될 것이다. 송아지도 역시 이렇게 하여 20겁 정도를 마치고는 부처님이 되어 명호를 유광불(乳光佛)이라 하고, 그 국토의 이름은 당번광명(幢幡光明)이라 할 것이다. 유광여래가 부처님이 되었을 때에는 천상과 천하의 만민과 기고 날고 꿈틀거리는 곤충까지 제도하여 그 수가 항하의 모래 수와 같을 것이다.
011_0449_b_09L牛母從是因緣最後當値見彌勒佛作沙門精進不久當得羅漢道子亦當如是上下二十劫竟當得作號曰乳光國土當名幢幡光明光如來得作佛時當度天上天下萬民及蜎飛蠕動之類其數當如恒沙
그때에는 나라 안 인민들 모두 수명이 7천 세가 될 것이며, 피복과 음식은 마치 북방존상(北方尊上) 천하와 같을 것이다. 그 부처님은 세간에 계시면서 4만 세를 교화할 것이며, 열반에 드신 뒤에는 경법이 만세동안 머무른 뒤 사라질 것이다.”
011_0449_b_15L爾時國中人民皆壽七千歲被服飮食譬如北方尊上天下佛在世閒教授四萬歲般泥洹後經法住止萬歲乃盡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였다.
“어미 소와 송아지는 좋은 마음과 착한 뜻으로 여래에게 우유를 보시했기에 함께 제도될 수 있었던 것이다. 축생도 오히려 착한 마음이 있는데, 하물며 6정(情)이 완전히 갖추어진 사람이겠는가? 곱고 미운 것을 분별해 알 수 있으면서도 태어남이 어디서부터 오는 것이며 죽어 어디를 향해 가는가를 밝혀도 믿지 않고, 또 부처님의 경과 계율도 알지 못하며, 보시하면 후세에 복을 얻는다는 것도 믿지 않는다. 사람은 다만 간탐하기 때문에 도리어 스스로 몸을 속이며, 마음으로 악을 생각하고 입으로 악을 말하고 몸으로 악을 행하는 것이니, 어리석은 사람은 모두 이로 말미암아 해탈할 수 없다.”
011_0449_b_18L佛告阿難牛之子母以好心善意布施與如來乳湩俱得度脫畜生尚有善心何況作人六情完具能別知好醜而不信明生所從來所趣向復不知佛經戒不信布施世當得其福人但坐慳貪故還自欺心念惡口言惡身行惡愚癡之人皆由是不得解脫
011_0449_c_02L경을 말씀하시고 나자 모임에 있던 5백의 장자들은 모두 더할 나위 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일으켰으며, 본래 불법을 믿지 않았던 3천8백 범지는 경을 듣고 뛰며 기뻐하고 곧 수다원의 도를 얻었으며, 본래 생사의 죄와 복을 믿지 않았던 5백 명은 부처님의 변화를 보고 모두 5계를 받아 청신사가 되었다.
부처님께서 경을 말씀하시고 나자 비구대중과 장자ㆍ범지ㆍ인민들은 모두 기뻐하며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갔다.
011_0449_c_02L說經已會中五百長者子悉發無上正眞道意三千八百梵志本不信佛法聞經踊躍歡喜應時得湏陁洹道五百人本不信死罪福見佛變化悉受五戒爲淸信佛說經已比丘衆長者梵志人民皆大歡喜稽首佛足而退
佛說乳光佛經
癸卯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彫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