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집 주인은 말하였다. “노모는 매우 빈곤하여 2전을 구걸하였는데 왜 밥을 사먹지 아니하고 그것으로 기름을 삽니까?”
011_0551_a_12L膏主曰:“母人大貧窮,乞得兩錢,何不買食以自連繼,用此膏爲?”
노모는 대답하였다. “나는 들으니 부처님을 만나기 어렵기는 백 겁에 한 번이라 하온데, 나는 다행히 부처님 세상을 만났으면서도 공양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왕께서 큰 공덕을 지은 것이 높고 높기 한량없음을 보고는 감격했습니다. 나는 비록 매우 가난하지마는 하나의 등이라도 밝히려는 것은 뒷세상의 뿌리[根本]를 위한 것입니다.”
011_0551_b_02L왕궁의 등은 혹 꺼지기도 하고 혹 닳기도 하였으니 비록 사람을 두어 관리를 하였지만 항상 모두 보존하지는 못하였는데, 노모가 밝힌 등만은 광명이 특히 밝아서 모든 등보다 뛰어났고 밤새도록 커지지 않았으며 기름도 닳지 않고 이튿날 아침까지 갔다. 이에 노모는 다시 앞에 나와서 절하고 손을 합장하고 섰다.
목련이 지시를 받들어 모든 등을 차례로 꺼서 다른 등은 다 꺼졌으나, 오직 그 노모의 한 등만은 세 번이나 꺼도 꺼지지 아니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곧 그것을 끄기 위해 가사를 들어 부채질하였으나 불빛은 더욱 밝아졌다. 다시 위신력으로 폭풍[藍風]을 일으켜서 등을 끄려고 하였으나, 노모의 등은 더욱 치성하여 위로 범천(梵天)을 비추고 옆으로 삼천대천세계를 비추어서, 그 빛이 모든 곳에 나타났다.
“그만두어라, 그만두어라. 그것은 내세 부처님의 광명의 공덕이니, 너의 위신력으로 꺼질 것이 아니다. 이 노모는 전생에서 180억 부처님께 공양하기를 마치고, 부처님께 경법으로 힘써서 가르침으로써 인민을 교화하라는 수결[決]을 받았는데, 보시바라밀(布施波羅蜜)을 닦지 아니했으므로 지금 빈궁하여 재보(財寶)가 없는 것이다.
이에 기바가 말하였다. “왕께서 지은 것은 크고 많기는 하였지마는 마음이 전일(專一)하지 못하였으니, 이 노모가 부처님께 마음을 쏟은 것만 못합니다.”
011_0551_b_23L祇婆曰:“王所作雖多,心不專一,不如此母注心於佛也。”
011_0551_c_02L왕은 이내 다시 부처님을 청하려고 모든 동산지기[圍監]에게 명하여 각기 새벽에 좋은 꽃을 캐어 일찍이 궁궐로 가져오게 하였다.
011_0551_c_02L乃更往請佛,宿勅諸園監,各令晨採好華,早送入宮至中。
한편 부처님께서 새벽에 기원정사를 나와서 천천히 걸어오시면서 길에서 인민들을 위해 설법하시다가 한낮이 되어서 궁문에 이르셨다. 이때 한 동산지기가 꽃을 갖고 거리에 나오다가 마침 부처님과 큰길에서 만났는데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한마음으로 환희하여 곧 갖고 있던 꽃을 모두 부처님 위에 뿌려, 꽃들은 다 부처님의 바로 머리 위에 머물러 있었다.
그 사람은 환희하여 사뿐히 몸을 허공으로 솟구쳤다가 내려와서 절하고는 다시 생각하기를, ‘우리의 왕은 성질이 엄하고 급한데 일부러 내게 명령하여 재계하고 부처님께 공양할 꽃을 가져오라고 하였는데, 내가 이를 모두 부처님께 올렸으니, 빈손으로 가면 반드시 나를 죽일 것이다’라고 하였다.
제석천왕[天帝釋]은 곧 하늘 꽃으로 빈 상자를 가득 채웠다. 부인이 밥을 갖고 돌아오다가 보니 문 밖의 빈 상자에 꽃이 전처럼 가득하였으며, 광채를 내는 모습이 평범해 보이지 않았으므로 곧 남편에게 말해주었다. 남편은 문밖을 나와서 보고 이것이 곧 하늘 꽃인 줄을 알고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며 먹기를 중지하고 꽃을 갖고 왕궁으로 들어갔는데, 마침 왕은 부처님을 마중하는 길이어서 서로 길에서 만났다.
“나의 동산은 크므로 이런 좋은 꽃이 있었는데 너는 한 번도 바치지 아니했으니, 너의 죄는 죽어 마땅하다. 알겠느냐?
011_0551_c_24L“我園中大有此好華乃爾,而汝前後不送上,汝罪應死,寧知之不?”
011_0552_a_02L동산지기는 말했다.
“이 꽃은 대왕의 동산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신(臣)이 아침 일찍이 꽃을 가지고 오는 길에 부처님을 만났는데 기쁨을 이기지 못하여 꽃을 모두 부처님께 바쳤더니, 부처님께서 저에게 수결을 주셨습니다. 저는 마땅히 죽을 줄을 알고 집에 들려 밥을 찾았는데, 조금 있다가 나와 보니 빈 상자에 이 꽃이 가득하였습니다. 이는 틀림없이 하늘의 꽃이요, 동산의 것이 아닙니다.
지금 저는 신분이 낮고 천하여서 왕의 동산지기가 되었고, 관직에 얽매여 도를 행할 수 없지마는, 이미 수결을 받았으니 죽으면 반드시 천상에 날 것입니다. 그러하면 시방불(十方佛) 앞에서 거리낄 바 없이 뜻대로 도를 행할 수 있습니다. 왕께서 만약 죽이신다고 해도 저는 이상히 여길 것이 없습니다.”
이에 기바가 말했다. “왕께서는 복을 자주 베풀었지마는 다만 국고[國藏]의 재물을 썼고 인민들의 힘을 썼으며, 혹 스스로 잘난 체 하고 혹 성내었으므로, 아직 수결을 얻지 못한 것입니다. 이제 자신의 공양거리를 떼어 쓰고 영락(瓔珞)과 7보(寶) 구슬 반지를 빼서 그것으로 보배로 이루어진 꽃[寶華]을 만들고, 부인과 태자와 함께 힘을 합하여 스스로 공덕에 나아가서 한마음으로 부처님께 바치십시오. 부처님께서는 왕의 지극한 정성을 비추시어 반드시 수결을 주실 것입니다.”
이에 왕은 반찬의 수를 줄이고 고기반찬을 거두고는 밤낮으로 재계하였으며, 몸에 걸친 온갖 보배를 빼고 모아서 여러 사람들에게 주면서 꽃을 만들라고 하고는, 왕과 부인과 태자가 몸소 참여하여 만들었다. 90일이 지나서야 완성되자 왕은 칙명을 내려 수레를 단장하게 하고, 부처님께 가서 이를 바치겠다고 하였다.
이에 기바가 말했다. “부처란 몸도 없고 또한 열반도 없습니다. 또한 늘 머무는 것도 아니어서 사라짐도 없고 있음도 없습니다. 오직 지극한 마음을 가진 자만이 부처님을 볼 수 있으니, 부처님께서 아무리 세간에 계시더라도 지극한 마음이 없는 이는 부처님을 보지 못합니다. 대왕의 지극한 정성이라면 비록 부처님께서 열반하셨지마는 반드시 부처님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정기소부(淨其所部)부처님 때에 저는 금륜성왕(金輪聖王)이 되어서 부처님께 공양하옵고, 그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뒤에 저는 이어서 부처가 되게 하옵소서.”
011_0552_b_19L“願淨其所部作佛時,我作金輪聖王得供養佛,佛般泥洹後,我當承續爲佛。”
흩어졌던 보배는 변해서 교로장막[交露帳]이 되어 바로 부처님 위를 덮었다.
011_0552_b_21L其所散寶,化爲交露帳,正覆佛上。
011_0552_c_02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반드시 너의 원대로 왕이 부처가 되면 너는 금륜성왕이 되었다가 목숨이 끝나면 곧 도솔천에 나며, 거기서 수명이 다하면 곧 내려와서 부처가 되니라. 보살의 국토[藥王刹土]에서 교수(敎授)할 것이며, 이름은 전단(栴檀)이요, 인민의 수명과 국토는 다 정기소부 부처님 때와 같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