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11_0575_a_01L불위승광천자설왕법경(佛爲勝光天子說王法經)
011_0575_a_01L佛爲勝光天子說王法經


대당(大唐) 사문 석의정(釋義淨)한역
011_0575_a_02L大唐沙門釋義淨奉 詔譯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11_0575_a_03L如是我聞
어느 때 박가범께서는 실라벌국(室羅筏國)의 서다림(逝多林) 급고독원(給孤獨園)에서 큰 비구의 무리 백천 사람과 함께 계셨는데, 이들은 모두 큰 아라한으로써 모든 번뇌를 다 없앤 사람이었다. 또한 한량없는 보살마하살과 함께 계셨는데 이들은 사람 가운데 큰 용(龍)으로서 일생보처(一生補處)들이었다.
이때 세존께서는 어느 한 나무 아래 승묘좌(勝妙座)에 두 다리를 맺고 앉으셔서 널리 사람과 하늘을 위하여 스스로 증득하신 미묘한 법을 연설하셨는데 이른바 처음과 중간과 끝이 좋고, 문장이 훌륭하며 이치가 교묘하고 뛰어나며, 한결같고 원만하고 맑고 깨끗한 범행상(梵行相)이었다.
011_0575_a_04L一時薄伽梵在室羅伐城逝多林給孤獨園與大苾芻衆百千人俱皆是大阿羅漢諸漏已盡復與無量菩薩摩訶薩俱人中大龍一生補處爾時世尊在一樹下於勝妙座加趺而坐於大衆中普爲人天演說自證微妙之法所謂初後善文義巧妙純一圓滿淸淨鮮白梵行之相
이때 교살라국(憍薩羅國)의 왕 승광(勝光) 천자가 수레를 화려하게 꾸미고 시종의 호위를 받으며 실라벌국의 서다림으로 와서 세존께 예배하고 공경하고 공양하며, 가까이 받들어 섬기려고 하였다.
그가 숲에 이르자 수레에서 내려 의복을 정돈하고 대사(大師)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다가 멀리 여래께서 나무 아래에 앉아 대중을 위하여 설법하시는 모습을 보았다.
011_0575_a_11L爾時憍薩羅國王勝光天子嚴駕侍出室羅伐往逝多林欲禮世尊敬供養承事親近旣至林所下車整詣大師處遙見如來坐於樹下爲衆說法
그 모습은 단정하여 모든 감관[根]을 조복하셨고 고요함을 좋아하여 증상정(增上定)에 머무셨으며, 사람 가운데 용상(龍象)이시며, 사자왕(師子王)과도 같고 우왕(牛王)과 같고 선지마(善智馬)와도 같았다. 사람 가운데 가장 으뜸이신 것이 마치 백련화(白蓮華)와도 같고 못[池]의 맑고 아늑함과도 같으시며 묘고산(妙高山)이 대해에 으젓하게 버티고 있는 것과도 같았다. 또한 32상과 80종호를 구족하셨는데 마치 아름다운 금당(金幢)처럼 모습과 빛이 충만하였고, 또한 눈부신 햇살이 수천 가지 빛을 환히 놓는 것과도 같았으며, 둥근 달이 여러 별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것과도 같았다.
011_0575_a_16L顏貌端正調伏諸根意樂寂靜住增上定人中龍象如師子王如牛王如善智馬人中最上如白蓮如池湛寂如妙高山安處大海三十二相八十種好如妙金幢形色充遍亦如白日千光晃耀如盛月輪衆星圍繞
011_0575_b_01L이렇게 왕이 이 같은 부처님의 모습을 보고 나자 몹시 기뻐하여 몸의 털이 곤두서니 예전에 없었던 일이었다. 그리하여 왕은 관정(灌頂)할 때 받았던 여의계주(如意髻珠)와 흰 차양과 흰 불자와 보석신발과 보석검의 다섯 가지 물건을 모두 버려두고, 보통 사람들의 옷을 입고서 그 신하를 따라 나아갔는데 바른 생각을 차분히 하고 모든 감관을 고요하게 하여,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의복을 정돈하고, 몸을 굽혀 합장하고 세존의 처소에 이르렀다. 부처님의 두 발에 예배하고, 진귀하고 아름다운 꽃을 흩뿌리고 여러 가지 좋은 향을 피운 뒤에 공양을 마치고서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한쪽으로 물러나 앉았다.
011_0575_a_22L王見已生大歡喜身毛遍豎得未曾有灌頂大王有五盛事所謂如意髻珠白蓋白拂寶履寶劍悉皆棄捨著常人服從以大臣安詳正念諸根寂靜偏露右肩整理衣服曲躬合掌至世尊所禮佛雙足布上妙華燒衆名香爲供養已右繞三帀退坐一面
이때에 승광왕은 자리에서 일어나 위의를 갖추고 합장하면서 부처님을 향하여 말씀드렸다.
“큰스승이시여, 저를 일깨우고 깨우쳐 주시기를 간절히 원하옵니다. 저에게 나라의 주인된 법을 잘 가르쳐 주셔서, 현세에서는 항상 편안함을 누리고 목숨을 마친 뒤에는 마땅히 하늘 위에 나게 하시며, 보리의 좋은 마음이 언제나 계속되게 하소서.”
011_0575_b_07L時勝光王從座而起如常威儀合掌向佛作如是言惟願大師開悟於我善教於我爲國主法令於現在恒受安樂命終之後當生天上乃至菩提善心相續
부처님께서는 왕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오. 마땅히 한결같은 마음으로 들어보십시오. 참으로 드문 일이니 능히 묻기를 다하여 뛰어난 자량(資糧)을 구하며, 마땅히 법행을 따라서 악한 일을 제거하십시오.
무슨 까닭인가. 대왕이여, 만일 왕과 신하가 그 착한 법을 버리고 악한 법을 행한다면 현세에서는 사람한테 업신여김을 당하고 누구나 친절히 대하지 않으며 모두가 의혹을 품습니다. 언제나 나쁜 꿈을 꾸며 원수가 많아져 후회하고 뉘우칠 일이 생기며, 목숨을 마친 뒤에는 지옥에 떨어집니다.
011_0575_b_12L佛告大王善哉善哉當一心聽甚爲希有孰能致問求勝資糧當順法行蠲除惡事何以故大王大臣捨其善法行惡法者於現世中人所輕鄙不敢親附咸生疑惑見惡夢多有怨家後生懊悔命終之後墮地獄中
대왕이여, 만일 왕과 신하가 악한 법을 멀리 여의고 착한 법을 닦으면 현세에서는 사람들이 우러르고 존경하며 모두 친근하게 대하고 의혹을 내지 않으며 언제나 좋은 꿈을 꾸며 능히 원수를 제거하여 후회하는 일이 없으며, 목숨을 마친 뒤에는 하늘 위에 나며 내지 보리와 진실하고 항상하며 즐거운 경지를 증득하게 됩니다.
011_0575_b_18L大王若王大臣遠離惡法修善法者於現世中人所欣仰來親附不生疑惑常見好夢能除怨無復追悔命終之後得生天上至菩提證眞常樂
011_0575_c_01L대왕이여, 부모가 자식들을 사랑하여 언제나 자식들이 편안하기를 원하고 고통이 생기지 않게 하고 그 악한 행을 막고 착한 업을 권유하듯이, 왕이 된 이도 또한 그와 같이 모든 신하 내지 나라 사람과 종에 이르기까지 그들 모두를 보시ㆍ애어(愛語)와 이행(利行)ㆍ동사(同事)의 4섭법으로 사랑하고 길러야 합니다. 그러면 그때 왕은 능히 나라 안에 이 같은 큰 이익을 널리 지은 뒤에는 두 가지 이익되는 일을 성취하나니 무엇이 두 가지인가. 왕은 부모처럼 사랑하고 염려하되 차별이 없으며 나라 사람은 누구나 자식처럼 충성과 효도를 품는 것입니다.
011_0575_b_22L大王譬如父母愛諸子常願安隱令無惱害遮其惡勸修善業大王爲天子者亦復如於諸臣佐乃至國人傼使之類以四攝而恩育之布施愛語利行時彼人王能於國界廣作如是大饒益已成就二種利益之事云何爲王如父母愛念無差國人如子懷忠孝
또한 대왕이여, 왕이 된 이는 성품[性]이 은혜롭고 어질며 세금을 가볍게 거두고 부역을 감소하며, 관직을 설치하고 직책을 분류하되 번거롭게 하지 않으며, 악한 사람을 내쫓고 벌주며 어질고 착한 사람에게 상을 주고 등용하며, 충성스럽지 못한 이는 서둘러 멀리해야 하고 옛날의 거룩한 임금의 법을 따르고 형벌을 시행하지 말아야 합니다. 무슨 까닭인가. 사람의 갈래[人道]에 태어난 자는 훌륭한 연(緣)의 감응을 받은 것이니, 만일 그 목숨을 끊는다면 틀림없이 악보(惡報)를 받을 것입니다.
011_0575_c_07L復次大王作天子者情懷恩恕薄爲賦斂省其傜役設官分職不務繁多黜罰惡人賞進賢善不忠良者當速遠離順古聖王勿行刑戮何以故人道者勝緣所感若斷其命定招惡
대왕이여, 항상 마땅히 한결같은 마음으로 삼보를 공경하고 그릇된 견해를 일으키지 말아야 합니다. 내가 열반에 든 뒤에라도 내가 부탁한 법을 왕과 신하들이 마땅히 옹호하고 파괴하지 말아서 정법의 횃불을 켜고 정법의 바퀴를 굴려 미래제(未來際)가 다하도록 항상 끊어지지 않게 하여야 합니다.
011_0575_c_13L大王常當一心恭敬三寶莫生邪我涅槃後法付國王大臣輔相爲擁護勿致衰損然正法炬轉正法盡未來際常令不絕
011_0576_a_01L만일 능히 이같이 가르치는 대로 행한다면, 곧 그 나라의 용왕도 기뻐하여 바람과 비는 순조롭게 내려주며 모든 하늘들도 크게 기뻐하여 풍요롭고 편안하게 해주며, 횡재(橫災)를 모두 제거하여 온 국토가 태평하고, 왕의 몸이 쾌락하여 영원토록 그 지위를 보존할 것이요, 복의 힘이 불어나서 딴 근심이 없고 수명을 더하며 현세에 명칭이 시방까지 퍼져 다른 나라의 모든 왕들도 모두 함께 이렇게 찬탄할 것입니다.
‘아무 나라 천자는 어질고 겸손하며 충성스럽고 효순하여 법으로 백성을 교화하고 구원하므로, 여러 나라 가운데서 가장 으뜸이 되니, 이제 우리들은 마땅히 이 대법왕(大法王)에게 귀의하리라.’
그 왕은 몸을 버린 뒤에는 하늘에 나서 뛰어나고 좋은 즐거움과 내지 보리를 얻을 것입니다.
011_0575_c_16L若能如是依教行者則令國中龍王歡喜風調雨諸天慶悅豐樂安隱災橫皆除土太平王身快樂永保勝位福力延無復憂惱增益壽命現在名稱遍滿十方外國諸王咸共讚歎某國天子仁讓忠孝以法教化拯恤黔黎諸國中最爲第一我等今者咸當歸伏此大法王捨身之後得生天上勝妙樂乃至菩提
또한 대왕이여, 일체 모든 법의 체성(體性)은 텅 비었고 덧없으며 사라지고 무너지는 것입니다. 마치 사람이 밤에 꿈을 꿀 때 좋은 동산과 산과 물이며, 사람들과 무성한 숲과 맑은 샘과 당사(堂舍)와 누각(樓閣)들의 온통 즐겁고 사랑스러운 광경을 꿈꾸다가 급기야 잠을 깨고 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011_0576_a_02L復次大王一切諸法體性空虛無常滅壞譬如有人於夜夢中見好園圃山河人衆茂林淸泉堂舍樓閣皆可愛樂及其睡覺一無所見
대왕이여, 물려받은 왕위(王位)와 목숨, 소유한 모든 쾌락과 자재로움과 존귀함, 5욕락을 누리며, 코끼리 부대ㆍ말 부대ㆍ수레 부대ㆍ보병의 부대를 지니며, 부모와 형제와 남녀와 왕비를 비롯한 그 나라의 모든 사람 내지 신하와 첩(妾)이며, 금은 보배ㆍ의복ㆍ음식과 모든 창고에 이르기까지 소유하며 누릴지라도 목숨을 마칠 무렵에는 모두 다 버리나니, 이 같은 여러 가지가 전부 바로 덧없고 모두 사라지는 법이라는 것을 마땅히 알아야 합니다.
일이란 끝까지 보존하고 지키기 어렵고, 몸은 요동하여 마침내 흩어지고 많이 두려워할 만한 곳에 괴로움이 생기고 나도 내 것도 없고 또한 주재(主宰)도 없는 것이니 항상 관찰하되 게으르지 말아야 합니다.
011_0576_a_06L大王當知所紹王位及以壽命諸有勝樂自在尊貴五欲歡娛象馬車步父母兄弟男女妃后所有國人乃至臣妾金銀珍寶衣服飮食及諸庫藏命終之際悉皆棄捨此等衆事皆是無常滅壞之法事難保守體是動搖終歸離散可怖畏處能生苦惱無我我所亦無主宰常應觀察勿爲放逸
또한 대왕이여, 비유컨대 큰 나무가 처음에 잎과 꽃이 피어나면 다음에는 마땅히 열매가 맺힐 것이며, 열매가 이미 익어 점차 떨어지고 푸르렀던 잎도 점차 누렇다가 뒤에 다 떨어져 마침내 모두 사라져 빈 나무만 남게 됩니다. 그리하여 그 나무가 말랐을 때 큰 불이 붙으면 불꽃이 맹렬히 타오르다 오래지 않아 소멸하여 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011_0576_a_14L復次大王譬如大樹初生葉華次當結實果旣熟已漸當墮落靑葉次黃後悉零墜終至皆盡唯有空樹其樹乾枯有大火至熾然猛焰不久燒盡
또한 대왕이여, 비유컨대 해와 달이 큰 위력이 있고 큰 광명을 구족하여 능히 캄캄한 곳을 모두 없앨 수 있다고 하나 이 또한 오래지 않아 마침내 마멸(磨滅)로 돌아가는 것과 같습니다.
대왕이여, 마땅히 이같이 덧 없음과 나 없음과 멸진하는 것을 관찰한다면 마땅히 두려움이 생길 것이니, 나라왕이 되어서는 마땅히 법으로 교화하되 법 아닌 것을 행하지 말 것이며, 항상 여러 착함을 닦되 악한 행을 따라서는 안 됩니다.
011_0576_a_18L復次大王譬如日月有大威力具大光明能令黑闇悉皆除盡此亦不久終歸磨滅大王如是當觀無常無我滅壞之事應生怖懼而作國王當以法化勿行非法常修衆善不隨惡行
011_0576_b_01L또한 대왕이여, 비유컨대 각기 사방에 있던 큰 산이 사방으로부터 몰려들어 견고하게 한 덩어리가 되어 빈틈없이 위로는 공중을 타넘고 아래로는 지계(地界)를 부숴버리면 그 가운데 있는 풀ㆍ나무ㆍ숲 및 모든 생명의 무리들은 그 중에 단 하나도 날거나 달려서 피할 수 없을 것이요, 건강한 장부라도 그에 대항할 수 없을 것이며, 또한 능히 주술이나 약(藥)과 재물로도 퇴각시킬 수 없을 것입니다.
011_0576_a_23L復次大王譬如四面各有大山從四方來堅固一段無有空缺上陵太虛下磨地界於中所有草木叢林及諸生類無一飛走能得免者無有壯夫而爲拒歒亦無能以呪財物可令迴去
대왕이여, 인간의 네 가지 산(山)도 또한 그와 같으니, 이른바 늙음과 병듦과 죽음과 세력을 잃음입니다. 대왕이여, 만일 늙음이 이르면 사람을 여위게 만들고, 병이 이르면 능히 괴로움이 생기고, 죽을 때가 닥치면 반드시 목숨이 끊어지고, 세력을 만일 잃으면 그 위엄이 없어지는 것입니다.
011_0576_b_06L大王人閒四山亦復如是謂老死及以失勢大王老若來時令人衰悴疾病若至能生苦惱死期現前必當命斷勢若失時滅其威力
또한 대왕이여, 마치 사자왕이 빠르고 억센 힘과 예리한 어금니ㆍ발톱으로 사슴들 속에 뛰어들어 마음껏 잡아먹어도 능히 장애될 것이 없으니, 모든 짐승들은 그의 위협에 질려 자기 마음대로 못할 것입니다.
011_0576_b_09L復次大王如師子王駿疾多力爪牙鋒利入鹿群中隨意取食無能爲㝵此諸獸類被他所愶無有自在
대왕이여, 알아야만 합니다. 일체 중생도 죽음의 화살을 맞으면 아무리 억센 사람이라도 돌아갈 곳이 없고 보호받을 곳이 없으며, 목숨이 끊어질 무렵 뼈마디가 모두 풀어지고 피와 살이 마르며, 입으로는 말을 못하고, 손과 발은 흔들리며 온몸의 힘이 다 사라집니다. 가래와 침과 똥과 오줌이 그 몸을 온통 더럽히며, 눈 등 여섯 감관이 모두 다 막히고, 목구멍에는 기(氣)가 거슬려 음식을 삼키지 못하고서 잠깐 사이에 의식이 없어지나니, 아주 먼 옛날부터 생ㆍ노ㆍ병ㆍ사의 고해(苦海)를 구르다가 업(業)을 따라가는 것입니다.
011_0576_b_12L大王當知一切衆生被死箭射無有豪强無歸無護命欲斷時骨節離解血肉乾燥口不能言手足撩亂勢力都盡涎唾便利遍污其身眼等六根悉皆閉塞喉中氣逆飮食不通念念之閒後識將盡無始時來生老病死苦海流轉隨業而去
011_0576_c_01L마침 목숨이 끊어지려고 하면 지었던 업이 모두 다 앞에 나타나고, 염마(琰魔)의 사자(使者)는 몹시 두려운 자이므로 길고 긴 어둠 속에서 그를 거스를 수가 없게 됩니다. 나고 드는 숨이 마침내 끊어지면 길동무도 없이 혼자 가야 하니 향하는 곳마다 두렵기 그지없습니다. 이 인간 세상을 버리고 다음 세상으로 나아가다 장차 큰 구덩이에 떨어져 몹시 어둔 곳에 들어가는데 오직 험악한 길을 건너되 또한 자량(資糧)도 없고, 업풍(業風)이 부는 대로 가니 앞길을 알지 못하며, 이 때의 고난을 달리 귀의할 데 없고 이에 업을 따라 보(報)를 받게 되는 것입니다.
011_0576_b_19L卽於此時命根將斷隨所作業皆悉現前琰摩使人甚可怖畏黑闇長夜無能違逆出入之息溘然而盡獨行無侶所向慞惶捨此人閒趣於後世將墜大坑入深闇處惟涉險道無復資糧業風所吹不知前路爾時厄難無別歸依於此時中隨業受報
대왕이여, 승번(勝幡)이라고 하는 다라니(陀羅尼)가 있어 만일 사람이 처음부터 받아 지닌다면 능히 생사 가운데 좋은 길동무가 되어 함께 서로 구호해 줄 것입니다.
대왕이여, 잘 들으시오. 내가 지금 그대에게 주문을 말하겠습니다.”
011_0576_c_03L大王有陁羅尼名曰勝幡若人先時曾受持者於生死中能爲善伴共相救護大王善聽我今爲說呪曰

나모 석가모나예 다타아다야 아라아뎨 삼먁삼몯다야 다냐타옴 점
南謨 釋迦牟奈曳 怛他揭多也 阿羅𠿒帝 三貌三勃陀也 怛姪他唵 苫
011_0576_c_06L南謨釋迦牟奈曳 怛他揭 多 也阿 羅 喝 帝 三藐三勃 陁 也怛 姪 他 唵 苫

계점계 살바바바 바라점마니 사바하
謎苫謎 薩婆波跛 鉢羅苫末泥去莎 訶
011_0576_c_09L 謎 苫 謎薩 婆 波 跛 鉢 羅苫末泥莎 訶

부처님께서는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이 다라니는 모든 부처님의 말씀하신 바이니, 날마다 깨끗이 씻고 일곱 번씩 외우면 큰 위신력이 있어 능히 구제 받을 것이니, 마치 몹시 추울 때 활활 타오르는 불덩이를 만나고, 너무나 더울 때 맑고 시원한 물을 얻으며, 뜨거운 여름날 길을 걷다가 좋은 나무 그늘을 만나고, 목마른 때 맑은 샘물을 만나며, 배고플 때 맛있는 음식을 얻고, 병들었을 때 주술이나 약(藥)을 얻거나 또는 거기다 훌륭한 의원을 만나는 것과도 같을 것입니다.
대왕이여, 이같이 복 있는 사람이 막 죽으려 할 때에는 상서로운 조짐[瑞相]이 나타나 그를 인도할 것입니다. 대왕이여, 이때에는 오직 선법만이 함께 서로 호념하여 귀의할 곳이 되어 주니 오직 이 다라니만이 그를 구제해 줄 것입니다.
011_0576_c_11L佛告大王此陁羅尼諸佛所說於日日中淸淨澡漱常誦七遍有大威神能爲救濟——如遭極寒遇炎火聚如大熱時得淸冷水盛夏尋路逢好樹陰如渴遇淸泉如飢得美食如病蒙呪又復遇良醫如怯怖人得强壯伴大王如是有福之人臨欲死時有好瑞相而爲導引大王於此時中唯有善法共相護念爲作歸依惟此陁羅尼善能救濟
011_0577_a_01L그러므로 대왕이여, 마땅히 날마다 이 신비로운 주문을 외워야 하니, 그리하면 능히 일체 죄장(罪障)을 소멸하고 또한 능히 한량없는 복인(福因)을 기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마땅히 덧 없어 부서져 다하고 끝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을 잘 관찰하여 죽음의 문에 대해 커다란 두려움을 품고 착함으로 세상을 교화하고 악한 법을 행하지 않으며, 항상 복업을 닦고 훌륭한 자비를 일으켜야 합니다.
011_0576_c_21L是故大王常當日日誦此神呪能得消除一切罪障復能生長無量福因當善觀察無常滅壞究竟空無於死門中生大恐怖以善化世莫行惡法常修福業起大慈悲
무슨 까닭인가. 항상 이 몸은 사랑받고 보호받으며 이름난 요리사에게 공양을 맡겨 훌륭한 음식을 제공받으며, 수시로 휴식하여 근심이 없고 자재롭지만, 아무리 이같은 뛰어난 즐거움을 누린다 해도, 마침내 면치 못할 지경에 돌아가 죽을 무렵에 다다르면 극심한 굶주림에 핍박받다가 음식도 먹지 못하고 죽기 때문입니다.
011_0577_a_02L以故然於此身常所愛護供以名廚上妙飮食隨時偃息無憂自在雖受如是殊勝之樂終歸不免臨死之際飢火來逼乏食而死
또한 대왕이여, 입은 옷이 모두 미묘하여, 가시(迦尸)에서 생산된 흰 모직과, 화려한 무늬의 가벼운 비단옷을 입어 시원하고 따뜻함이때에 알맞고 마음껏 즐거움을 누린다 해도, 마침내 면치 못할 지경에 돌아가 죽을 무렵에 다다르면 자리에 내맡겨진 채 남의 손에 굴려지며, 때[垢]가 몸에 엉키고 이불과 옷가지를 몸으로 더럽혀 능히 보는 이로 하여금 싫어하는 마음을 내게 합니다.
011_0577_a_06L復次大王所著衣服皆是微妙——迦尸白疊錦綺綾羅涼燠順時任情受樂終歸不免臨死之際委臥牀席迴轉隨人垢膩縈身衾裳霑體能令見者生可惡心
또한 대왕이여, 평소에는 날마다 목욕하여 몸을 아름답게 하고 바르는 향과 가루향으로 가지가지 장식하며 향을 쏘여 향기가 배게 하고 머리에는 화환을 쓰지만 설령 이 같은 으뜸가는 즐거움을 누릴지라도 마침내 면치 못할 지경에 돌아간다면 점차 변하고 무너져서 본래 모양대로 돌아가 더러운 냄새가 코를 찌를 것이니, 목욕하거나 향을 발라도 모두 다 허사가 될 것입니다.
011_0577_a_11L復次大王平生之日澡浴嚴身塗香末香種種莊飾熏香遍馥頂繫花鬘設受如此上妙樂具終歸不免漸將變壞復本形狀臭穢現前澡沐塗香竝皆虛設
또한 대왕이여, 늘 내궁(內宮)에 거처하여 채녀(婇女)에게 둘러싸여 있으면서 온갖 풍악을 번갈아 울리며, 노래와 춤이 뜻에 만족하여 즐거움으로 세월을 보내며 근심스런 일을 듣지도 못하다가, 마침내 면치 못할 지경에 돌아가면 죽는 괴로움이 촉박하여 공포를 품은 채 죽고 맙니다.
011_0577_a_16L復次大王多處內宮婇女圍繞管絃代發歌舞隨情以樂送時不聞憂事終歸不免死苦來迫懷怖而終
011_0577_b_01L또한 대왕이여, 거처하는 궁전을 갖가지로 화려하게 꾸미고 문이 제대로 소통하여 시원하고 따뜻함이 계절에 알맞으며, 마음껏 유쾌하게 날을 보내고 즐거움을 누리면서 밤을 새우며, 집안에는 횃불과 등을 밝히고 여러 채녀들이 가득 차 있고 성긴 바구니에서는 향기가 풍기고 빼어난 예쁜 꽃을 두루 펴놓으며, 와상(臥床)을 7보로 장식하고 방석과 요를 겹으로 깔았으며, 아울러 베개를 놓아두고서 멋대로 가만히 누워 조금도 걱정과 수고로움이 없다가 급기야 업이 다하면 마침내 면치 못할 지경에 돌아가게 됩니다.
몸이 죽고 나면 한림(寒林)으로 보내져 적막한 들판에 버려지는데, 시체는 물러서 썩어가고 피고름은 마구 흐르며, 뼈와 살이 갈라져 사람마다 더럽게 여기고, 모든 여우와 이리ㆍ부엉이ㆍ올빼미ㆍ독수리들의 먹이가 되나니, 슬프다, 이 몸이여, 마침내 여기에 이르게 됩니다.
011_0577_a_19L復次大王所居宮殿種種莊嚴戶牖疏通寒溫適節暢情終日受樂通霄室燎明燈多諸婇女疏籠散馥名花遍布七寶莊挍所臥之牀氈褥重敷幷安偃枕恣意而臥無復憂勞及其業盡終歸不免身亡之後送往寒林置之空野屍骸爛潰膿血撗流骨肉分張人皆鄙賤被諸狐狼鴟梟雕鷲之所飡食悲哉此身卒至於此
또한 대왕이여, 아름다운 시기와 좋은 계절에 수레를 단장하여 성 밖으로 나와 꽃이 만발한 숲을 찾아 마음껏 노닐고 구경할 때에 코끼리와 말과 수레와 마부가 앞뒤로 모시고 따르며, 뜻에 알맞는 수레와 말이 생각대로 되지 않음이 없고, 모든 신하와 시종들은 깃부채[羽扇]을 들어 위의를 엄숙하게 하며 포장을 높이 치고 나아가 금 일산을 받쳐 들며, 북과 노랫소리가 한꺼번에 울리고 방울과 목탁 소리는 드맑게 퍼져나가니, 사람들이 받들어 공경하기를 마치 제석천(帝釋天)인 듯 모십니다.
011_0577_b_05L復次大王嘉晨令節嚴駕出城往詣芳林縱情遊賞象馬車步前後陪隨意樂乘騎無不遂念諸臣侍從雉扇嚴儀幰帳高懸復持金蓋鼓樂竝奏鈴鐸和鳴人皆敬奉如天帝釋
그러나 만일 복과 명이 다하여 염마의 사신이 와서 정신을 거둬들이고 장차 염마왕의 처소에 이르러 업에 따라 판결을 받을 때면, 능히 그것을 면할 자가 없고, 오직 앙상한 뼈만 땅에 버려질 뿐입니다.
부모 처자와 나라 사람들은 모두 함께 슬피 울고 가슴을 치고 괴로워하면서, 영구(靈柩)를 끌고 시타림(屍陀林)에 도착하는데, 혹 태우거나 혹 묻거나, 혹은 물에 넣기도 한다. 그러면 나는 새와 기는 짐승과 물고기와 자라 같은 것들이 그 살 냄새를 맡고 몰려와서 먹을 것이요, 뼈는 가루가 되어 흙먼지와 다름이 없어집니다.
011_0577_b_10L若福命盡琰摩使來收錄精神將至王所隨分判斷無能免者惟有殘骸置之於地父母妻子及以國人咸共悲號推胸懊惱靈輿送殯詣彼屍林或燒或埋或沈於水飛禽走獸魚鼈黿鼉聞其肉氣爭來飡食骨成塵粉與地無殊
대왕이여, 일체 중생의 의식을 가진 무리들은 모두 다 이러하여 마침내 덧없이 부서지고 마는 것임을 마땅히 알아야 합니다.
몸이란 보존하고 믿기 어려워 잠깐 동안에도 옮겨지는 것이요, 온갖 번뇌만 많아 가히 사랑하고 좋아할 수 없나니, 어떤 지혜로운 이가 싫어하고 여의려 하지 않겠습니까?
011_0577_b_17L大王當知一切衆生稟識之類悉皆如是終爲無常之所滅壞體難保信念念遷移諸煩惱身無可愛樂誰有智者不生厭離
011_0577_c_01L그러므로 대왕이여, 마땅히 이렇듯 몸이란 근심의 근본이요, 무상(無常)이 따르는 것이고, 죽음의 왕의 핍박에 짓눌리는 것임을 관찰해야 하니, 이런 줄을 알고 나면 마땅히 법왕이 될 것이며, 마음을 제멋대로 놀리거나 욕심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일으켜 악한 일을 해서는 안 됩니다.
무슨 까닭인가. 대왕이여, 내가 말하지 않을지라도 어리석은 범부는 5욕의 대상인 색ㆍ소리ㆍ냄새ㆍ맛ㆍ촉감에 싸여 항상 즐거워하고 가까이 하나니, 이런 사람들에게는 능히 만족감만 일어납니다.
대왕이여, 누가 5욕의 경계에 대해 능히 싫어하는 마음을 일으키겠습니까? 오직 어질고 성스러운 사람이어야 수승한 지혜를 일으켜 당장 앞에서 일어나려는 만족감을 점차 멀리 여의고 묘한 열반을 증득하는 것입니다.”
011_0577_b_20L是故大王當觀如是身爲患本無常所隨鎭被死王之所驅逼知是事已當爲法王不應恣情起貪行於惡事何以故大王我不說有愚癡凡於五欲境——色觸——恒多積聚常樂親近如是之人能生厭足大王誰於欲境能發厭心謂賢聖人起勝智慧現在前時方生厭足漸當遠離證妙涅槃
이때 승광 천자는 부처님에게서 자신을 편안케 하고 나라를 깊이 보존하며, 중생들을 이익되게 하면 이름이 시방에 퍼져나가고 마땅히 하늘에 나서 승묘한 낙을 받는다라는 말씀을 듣고, 속으로 깊이 전에 없었던 것을 얻은 것에 대해 크게 기뻐하면서 공경히 합장하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우러러 부처님에게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자비하신 여래께서 저희에게 이 같은 미묘한 법의 이치를 말씀하여 주시니 제가 지금부터 우러러 받들며 언제나 널리 퍼지기를 원하오며, 온 나라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모두 외우고 익히게 하겠습니다.”
011_0577_c_06L爾時勝光天子聞佛爲說安隱自身長保國位利益含識名聞十方當得生天受勝妙樂深心喜慶得未曾有合掌恭敬一心瞻仰白佛言世尊來大慈爲說如是微妙法義我今頂常願流通擧國諸人皆令誦習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오. 대왕이여, 전세에 인(因)을 닦아 금세에 훌륭한 과보를 받고 천자가 되어 원하는 것은 마음대로 이루게 되었으니, 마땅히 내가 말한 대로 행할 것이요, 게을러서는 안 됩니다.”
이때에 승광 천자와 모든 대중들은 모두 크게 기뻐하여 믿음으로 받들어 수행하며, 부처님께 절하고 물러갔다.
011_0577_c_12L佛言善哉善哉大王前世修因今受勝報得爲天子所願隨心當如說行勿爲放逸時勝光天子及諸大衆大歡喜信受奉行禮佛而去
佛爲勝光天子說王法經
己亥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