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박가범(薄伽梵)께서 왕사성(王舍城) 취봉산(鷲峰山)에 계실 적에 대비구[大苾芻] 무리 1,250인과 함께 하셨고, 다시 한량없고 끝없는 큰 보살들과 천룡팔부(天龍八部)가 모두 구름과 같이 모였다. 그때 청정혜(淸淨慧)보살이 대중 가운데 앉아 있다가 모든 유정을 어여삐 생각하고자 하는 까닭에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는 무슨 인연으로 청정신(淸淨身)의 상호(相好:32상 80종호)가 구족하심을 얻었을까?’ 다시 사유하였다. ‘모든 중생으로서 여래를 만나서 가까이하고 공양하면 얻는 복덕이 한량없고 끝없겠지만, 여래께서 열반에 드신 후에 중생들은 어떠한 공양을 지으며, 어떠한 공덕을 닦아야 그들의 선근(善根)으로 하여금 궁극의 위없는 깨달음을 속히 얻게 할까?’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벗고, 부처님의 발에 정례하며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묻고자 합니다. 바라건대 허락하여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그대의 마음대로 물으라. 내가 말해 주리라.” 그때 청정혜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는 무슨 인연으로써 청정신의 상호가 구족하심을 얻었습니까? 또 모든 중생으로서 여래를 만나서 가까이하고 공양하면 얻는 복보(福報)가 한량없고 끝없겠지만, 여래께서 열반에 드신 후에 모든 중생들은 어떠한 공양을 지으며, 어떠한 공덕을 닦아야 그들의 선근으로 하여금 궁극의 위없는 깨달음을 속히 얻게 하겠습니까?”
그때 세존께서 청정혜보살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그대는 저 미래의 중생을 위하여 이러한 질문을 하는구나. 그대는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여 말과 같이 수행하라. 내가 그대에게 분별하고 해설하리라.” 청정혜보살이 여쭈었다. “그러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바라건대 듣고자 합니다.” 부처님께서 청정혜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마땅히 알라. 보시(布施)ㆍ지계(持戒)ㆍ인욕(忍辱)ㆍ정진(精進)ㆍ정려(靜慮)ㆍ지혜(智慧)ㆍ자비희사(慈悲喜捨)ㆍ해탈(解脫)ㆍ해탈지견(解脫知見)ㆍ10력(力)ㆍ4무소외(無所畏)와 일체불법(一切佛法)과 일체종지(一切種智)가 청정한 까닭에 여래는 청정하다. 만일 이러한 여래에게 청정한 마음으로 갖가지를 공양하되 향ㆍ꽃ㆍ영락(瓔珞)ㆍ번(幡)ㆍ일산[蓋]ㆍ깔개[敷具] 들을 부처님 앞에 펴 놓고, 갖가지로 장엄하게 꾸미며, 가장 훌륭하고 미묘한 향수로 거룩한 형상을 목욕시키고, 향을 태워 널리 쪼여 마음을 법계(法界)에 움직이며, 다시 음식과 풍악과 노래[弦歌]로써 여래의 불공공덕(不共功德)을 찬영(讚詠)하며, 수승한 원(願)을 세워 위없는 일체 지혜의 바다[智海]에 회향하면 생기는 공덕이 한량없고 끝없을 것이며, 내지 보리로 하여금 항상 상속하게 할 것이다. 무슨 까닭인가? 여래의 복과 지혜는 불가사의하며, 셀 수 없으며, 같은 이가 없기 때문이다. 선남자여, 모든 부처님 세존은 모두 세 가지 몸이 있으니, 법신(法身)과 수용신(受用身)과 화신(化身)이다. 내가 열반한 뒤에 만일 이러한 3신(身)에 공양하고자 하는 이는 마땅히 사리에 공양해야 할 것이니, 이에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신골사리(身骨舍利)이며, 둘째는 법송사리(法頌舍利)이다. 게송으로 말하리라.
모든 법은 연하여 일어나니[緣起] 여래는 이 인(因)과 저 법의 인연이 다함을 설하노라. 이것이 큰 사문의 말이니라.
011_0579_b_22L諸法從緣起, 如來說是因, 彼法因緣盡,
是大沙門說。
011_0579_c_01L
만일 남자거나 여인이거나 필추의 5중(衆)1)은 반드시 불상을 조성해야 하니, 만일 힘이 없는 이는 최하로 크기가 보리쌀 같게 하고, 솔도파(窣覩波:탑)를 조성하되 형상이 대추와 같게 하고, 찰간(刹竿)은 바늘[針]과 같으며, 덮개[蓋]는 밀기울 조각과 같게 하며, 사리는 겨자씨와 같게 하며, 법송(法頌)을 써서 그 속에 두고, 위와 같이 진기한 것으로 공양하되 자기의 힘과 능력에 따라 지성으로 높이고 존중히 하고, 나의 현재의 몸과 다름이 없게 해야 한다. 선남자야, 만일 어떤 중생이 능히 이와 같이 수승한 공양을 짓는 이는, 열다섯 가지 수승한 공덕을 성취하여 스스로를 장엄할 것이니, 첫째는 항상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있을 것이며, 둘째는 맑은 신심을 내고, 셋째는 그 마음이 곧을 것이며, 넷째는 어진 벗을 가까이하고, 다섯째는 무루혜(無漏慧)에 들고, 여섯째는 항상 모든 부처님을 볼 것이며, 일곱째는 항상 바른 법을 가지고, 여덟째는 능히 말과 같이 수행하고, 아홉째는 뜻을 따라 마땅히 청정한 불국토에 태어나고, 열째는 만일 사람 가운데 태어나면 큰 성바지와 존귀한 이가 되어 사람들이 공경히 받들고 환희심을 내며, 열한째는 사람 가운데 태어나서 자연히 부처님을 생각하고, 열두째는 모든 마군들이 능히 손해와 번뇌를 주지 못하고, 열셋째는 능히 말세에 바른 법을 보호하여 지니고, 열넷째는 시방의 모든 부처님께 가호를 받고 열다섯째는 속히 5분법신(分法身)을 성취할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내가 열반에 든 뒤에 능히 사리에 공양하거나 혹은 솔도파를 조성하고 또는 여래상을 조성하라.
011_0579_c_18L我般涅槃後, 能供養舍利, 或造窣睹波,
及以如來像。
그들 불상과 탑 앞에서 만다라(曼茶羅)를 바르고 닦아 갖가지 향화로써 그 위에 흩뿌리고
011_0579_c_20L於彼像塔處, 塗拭曼荼羅,
以種種香華, 散布於其上。
맑고 묘한 물로써 불상의 몸을 씻기고 최상으로 맛있는 모든 음식을 모두 다 지니고 공양 올리며
011_0579_c_21L以淨妙香水,
灌沐於像身, 上味諸飮食, 盡持以供養。
011_0580_a_01L 여래의 공덕이 무량하고 가히 생각할 수 없는 방편과 지혜와 신통 찬탄하면
빠르게 저 언덕에 이르리니
011_0579_c_22L讚歎如來德, 無量難思議, 方便智神通,
速至於彼岸。
금강 같은 몸매를 얻고 서른두 가지 상(相)과 여든 가지 좋은 형상 갖추어 모든 중생을 제도하리라.
011_0580_a_02L獲得金剛身, 具三十二相,
八十隨形好, 濟度諸群生。
011_0580_b_01L 그때 청정혜보살이 이 게송을 듣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미래의 중생들이 어떻게 불상을 목욕시켜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청정혜보살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마땅히 여래에 대하여 바른 생각을 일으키고, 두 변[二邊)에 집착하여 공(空)과 유(有)에 미혹하지 말며, 모든 선법[善品]을 목마르게 앙모하여 싫어하지 말 것이며, 3해탈문(解脫門)에서 지혜를 잘 닦을 것이며, 항상 벗어나기를 구하여 생사(生死)에 머물지 말며, 모든 중생에게 큰 자비를 일으켜야 하니, 세 가지의 몸을 속히 이루고자 소원하는 까닭이다. 선남자여, 내가 이미 그대를 위하여 4진제(眞諦)와 12연생(緣生)과 6바라밀(波羅蜜)을 말하였으니, 이제 다시 그대와 모든 국왕ㆍ왕자ㆍ대신ㆍ왕후ㆍ왕비ㆍ후궁ㆍ하늘ㆍ사람ㆍ용ㆍ귀신을 위하여 불상을 목욕시키는 법을 말하겠다. 이는 모든 공양 가운데서 가장 으뜸이어서 항하사와 같은 보배로 보시한 것보다 수승할 것이다. 불상을 목욕시킬 때에는 반드시 우두전단(牛頭栴檀)ㆍ백단(白檀)ㆍ자단(紫檀)ㆍ울금향(鬱金香)ㆍ용뇌향(龍腦香)ㆍ영릉(零陵)ㆍ곽향(藿香) 따위를 맑은 돌 위에 놓고 갈아서 향니(香泥)를 만들고, 그것으로써 향수를 만들어 맑은 그릇에 담아 두고 청정한 곳에 좋은 흙으로 단(壇)을 만들되, 혹 모나게 하거나 둥글게 하고, 때에 따라 크고 작게 하여 그 위에 욕상(浴床)을 두고, 중간에 불상을 안치한 다음 향수를 부으면서 정결히 목욕시키고 다시 맑은 물을 뿌리라. 쓰이는 물은 모두 맑게 걸러서 작은 벌레가 다치지 말게 할 것이며, 그 불상을 목욕시킨 물은 두 손가락으로 찍어서 자기의 정수리 위에 두어야 하니, 이름하여 길상수(吉祥水)이다. 나머지 물은 깨끗한 곳에 버려 밟지 않게 하고, 가늘고 부드러운 수건으로 불상을 닦아서 깨끗이 할 것이며, 모든 이름난 향을 태워서 주변이 향기롭게 하고, 본래의 처소에 안치해야 한다. 선남자여, 이렇게 불상을 목욕시켰기 때문에 그대들 인천의 대중으로 하여금 현재에 부귀와 안락을 받고, 병이 없이 오래도록 평온하며, 원하고 구하는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음이 없으며, 친한 벗과 권속이 모두 안온하고, 길이 8난(難)을 떠나 영원히 괴로움의 근원을 벗어나며, 여인의 몸을 받지 않고 속히 정각을 이루게 할 것이다. 불상을 안치한 뒤에는 다시 모든 향을 사르고 불상 앞에서 경건하게 정성을 다해 합장하고, 게송으로 찬탄하라.”
내가 이제 모든 여래 목욕시키니 맑은 지혜와 공덕과 장엄이 모였네. 원컨대 5탁 악세의 모든 중생들 여래의 맑은 법신(法身) 속히 깨치기를.
011_0580_b_07L我今灌沐諸如來, 淨智功德莊嚴聚,
願彼五濁衆生類, 速證如來淨法身。
계(戒)ㆍ정(定)ㆍ혜(慧)ㆍ해탈(解脫)ㆍ지견(知見)의 향이 시방세계 두루하여 항상 그윽해 원컨대 이 향연도 그러하여서 한량없고 끝없는 불사 지어지기를.
011_0580_b_09L戒定慧解知見香, 遍十方剎常芬馥,
願此香煙亦如是, 無量無邊作佛事。
또 세 갈래[三塗]의 괴로움 쉬고 모두가 열(熱)을 없애고 시원함 얻으며 위없는 보리심을 모두 내어서 영원히 애욕의 강 건너 피안에 오르리.
011_0580_b_11L亦願三塗苦輪息, 悉令除熱得淸涼,
皆發無上菩提心, 永出愛河登彼岸。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니, 이때 무리 가운데 한량없고 끝없는 보살이 있어 무구삼매(無垢三昧)를 얻었으며, 무량한 하늘들은 물러나지 않는 지혜를 얻었고, 모든 성문들은 불과(佛果)를 구하고자 발원하였으며, 8만 4천 중생들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의 마음을 내었다. 그때 청정혜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다행히 부처님[大師]께서 저희들을 가련히 여기셔서 불상을 목욕시키는 법을 가르쳐 주셨으니, 제가 이제 국왕 대신과 일체의 신심으로 공덕을 즐기는 이를 교화하여 날마다 부처님의 형상을 목욕시키고, 큰 이익을 얻게 하며, 항상 머리에 이고 받들어 지니며, 기쁘게 봉행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