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11_0589_a_01L불설전유경(佛說轉有經)


대위천축삼장(大魏天竺三藏) 불타선타(佛陁扇多) 한역
박혜조 번역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언젠가 바가바(婆伽婆)께서 왕사성(王舍城)의 가란타(迦蘭陀) 죽림정사에 계실 때, 큰 비구 대중들에게 에워싸이셨는데 1,250명에 함께하였고, 보살마하살은 한량없고 다함이 없었다.
그때 마다가국(摩伽陀國)의 빈바사라(頻婆娑羅)왕이 왕사성에서 나와 가란타 죽림정사의 처소에 이르렀다. 부처님이 계신 곳으로 와서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부처님 주위를 세 번 돌고 나서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그때 여래께서 빈바사라왕이 한쪽에 앉아 있는 것을 아시고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가령 어떤 사람이 잠자다가 꿈속에서 그의 여자와 함께 애욕의 일을 벌이다가 그 사람이 깨어나서도 그 여자를 기억한다면 대왕이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꿈속의 여자가 실제로 있습니까?”
왕이 곧 대답하였다.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다시 왕에게 질문하셨다.
“대왕이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저 사람이 만일 꿈속의 여자를 집착한다면, 저 사람은 지혜롭습니까?”
왕이 대답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그 꿈속의 여자는 끝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애욕의 일과 같은 경계가 있겠습니까? 그 사람은 헛수고만 하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이와 같이 일체 어리석은 범부는 일찍이 부처님의 바른 법을 듣지 못했기 때문에 눈으로 모든 형색을 보고서 마음에 즐거우면 곧 집착하여 실제로 있다고 여깁니다. 집착하기 때문에 곧 얽매이게 되고, 얽매이므로 곧 물들어 탐착하며, 물들어 탐착하기 때문에 곧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 등의 업이 생기니, 신(身)ㆍ구(口)ㆍ의(意) 등의 업입니다.
그렇지만 저 신업으로 지은 것은 곧 소멸하니, 없어지고 나면 동쪽을 의지하여 머물지 못하고 이와 같이 남ㆍ서ㆍ북 쪽과 위아래를 의지하여 머물지 못하다가, 목숨을 마치려 할 때 저기에 있던 식(識)이 전변하여 후생의 마음에 나타나는 것입니다. 대왕이여, 저 식은 파괴되지 않고 업이 다한 곳을 따르니, 저 업이 나타나는 것이 또한 잠자며 꿈꾸다가 깨어났을 때의 여자와 같습니다.
이와 같이 대왕이여, 마지막으로 소멸한 식이 다음 식을 발생시키니, 혹 지옥에 있거나 혹 아귀에 있거나 혹 축생에 있거나 혹 아수라 혹은 사람 혹은 천상에 있거나 간에 저 최후의 식이 최후에 태어남을 취하며, 식은 저 태어남을 따르게 마련입니다. 이와 같이 심식(心識)은 업을 따라서 받는 것이지만 그러나 어떤 법(法)이 있는 것은 아니며, 이 세간으로부터 저 세간에 이르기까지 태어남[生]을 받는 것입니다.
대왕이여, 뒤의 식심(識心)을 없애는 것을 소멸이라 이름하니, 이것은 처음에 심식(心識)이 의탁하여 태어나는 것과 같은 것이며, 이것이 저것의 다음 생이 됩니다.
대왕이여, 뒤의 식이 전변할 때 저 법은 실로 저곳으로부터 와서 여기에 이른 것이 아니며, 처음 식이 생기고 나서도 이를 곳이 없으니, 왜냐하면 법성(法性)의 모양이기 때문입니다.
대왕이여, 최초의 식심이 바로 나중의 식의 공함이며 업은 바로 업 그대로 공하고 생(生)은 바로 생 그대로 공하니, 최초의 심식은 바로 최초의 식 그대로 공하고 생겨난 곳은 바로 생겨난 곳 그대로 공하지만, 저곳에서 업과(業果)를 잃지 않습니다.
대왕이여, 최후에 생긴 식이 거기에서 곧 소멸하더라도 뒤에 마음이 끊어지지 않으니, 식심이 순행하여 어느 곳에 있는가에 따라서 받게 될 업보를 곧 가서 받기 때문입니다.”
그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선서(善逝)께서 깨달으신 후 연설하실 때
있었던 모든 언어는
모두 가명(假名)으로 연설한 것이니
가명으로 상념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네.

언어 법을 여의게 되면
연설할 수 없기에
있는 언설을 따라서
저 모든 법을 연설하셨네.

저 법은 저 말에 있지 않아서
법안(法眼)이어야 형색이 없음을 보게 되니,
이른바 형색을 본다는 것은
세간에 집착하기 때문이라네.

세간법이 실제로 있다고 말하지만
없는데 화합(和合)으로 본 것이니,
이것이 여래께서 설하신 것이며
이것을 방편지(方便地)라고 이른다네.

만일 진실을 말한다면
안근[眼]이 곧 형색을 보는 것이 아니며
의근[意]이 모든 법을 알아차리는 것이 아니니
이것이 바로 가장 비밀한 것이라네.

세간에서 아만(我慢)을 설하지만
이름은 본래 공하여 이름이 없고,
일체 법도 이름이 없지만
가명으로 설한 것이라네.

이 법문을 설하실 때, 빈바사라왕과 모든 대중들ㆍ사람ㆍ하늘ㆍ용신(龍神)ㆍ건달바 등이 부처님 말씀을 듣고, 모두 크게 환희하며 믿고 받아서 받들어 행하였다.
011_0589_a_01L佛說轉有經元魏天竺三藏佛陁扇多譯如是我聞一時婆伽婆住王舍城迦蘭陁竹林大比丘衆之所圍遶一千二百五十人俱菩薩摩訶薩無量無邊爾時摩伽陁王頻婆娑羅出王舍城往至迦蘭陁竹林住處到佛所已面禮足遶佛三帀卻坐一面爾時來知頻婆娑羅王坐一面已告言譬如有人於睡夢中共彼女寶於欲事彼人覺已憶彼女寶大王意云何夢中女寶爲是有不王卽答不也世尊復問王言大王於意云何彼人若執夢中女者是黠慧不王卽答言不也世尊何以故彼夢中女畢竟無故何而有境界欲事彼人徒勞佛言如是一切愚癡凡夫以不曾聞佛正法故眼見諸色悅豫於心卽執爲以執著故則有繫縛以繫縛故有染著以染著故則生貪欲癡等若身若口若意等業然彼身業作卽滅滅已不依東方而住如是不依南西北方上下而住隨命終時彼有識而現後心大王彼識不壞業盡處彼業能現亦如睡夢覺時女如是大王最後滅識而生後識在地獄或在餓鬼或在畜生或阿修或人或天彼最後識取最後生順彼生如是心識隨業所受然無有法從此世閒至彼世閒而受生也滅後識心是名爲滅是初心識託生者是彼後生大王轉後識時法實不從彼處來而至於此初識生亦無所至何以故法性相故大王最初識心是後識空業是業空生是生空最初心識是初識空所生之處是生處空而於彼處不失業果大王最後生識於彼卽滅後不斷心識心順行隨在何處所受業報卽往受故爾時世尊而說偈言善逝後說時 所有諸言語 皆是假名說假名想住故 離於言語法 而無有可說隨所有言說 而說彼諸法 彼不在於彼法眼見無色 所言見色者 世閒執著故說世法爲實 無而和合見 是如來所說是名方便地 若爲眞實說 眼則不見色意不知諸法 此是最秘密 世閒我慢說名本空無名 一切法無名 而以假名說說此法門時頻婆娑羅王及諸大衆乾闥婆等聞佛所說皆大歡喜信受奉行佛說轉有經己亥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彫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