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 부처님께서 유야리(維耶離)의 나녀수원(奈女樹園)에서 큰 비구들 1,250인과 5천 보살과 한량없는[無央數] 하늘 사람들과 함께 계셨다.
011_0617_a_04L一時,佛遊維耶離奈女樹園,與大比丘衆千二百五十、五千菩薩及無央數天人。
그때 부처님께서 경을 설하시자 대중이 모두 모였는데, 용시(龍施)보살이 부처님 앞에 서서 사자후(師子吼)를 하였다.
011_0617_a_06L時,佛說經,衆會皆定。龍施菩薩立於佛前,作師子吼。
“대승(大乘)을 찬탄하여 전세(前世)의 행을 말하겠습니다. 쌓인 공과 겹친 덕은 신명(身命)도 아깝지 않으며, 나나 우리 할 것 없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011_0617_a_07L“嗟歎大乘,說前世行,積功累德,不惜身命,不計吾我,無所希求。”
그리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白佛言:
“지난 세상에 반차순(般遮旬)이 총수(叢樹) 아래에 있었는데 도 닦는 데 정진하여 마음에 집착이 없었으며, 항상 시방의 사람들에서부터 곤충까지 염려하여 네 가지 평등한 마음을 행하여 자비롭게 잘 보호하였으며, 늘 과일이나 열매를 먹고 샘물을 마시면서 세상 영화를 그리워하지 않았고, 탐내거나 아끼지 않았고, 5신통을 얻어 스스로의 즐거움[娛樂]으로 삼았으니, 그 다섯 가지란 눈으로 무엇이든 다 볼 수 있으며, 귀로 무엇이든 다 들으며, 몸은 날아다닐 수 있으며, 다른 이의 마음을 환하게 알며, 자기의 전생을 아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산에 있으면서 경을 밤낮으로 외고 익혔으며,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어떤 독사가 있었는데 반차순이 밤낮으로 경을 읽는 것을 보고 마음에 크게 즐거워하였으며, 반차순의 처소로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절하고 풀을 꺾어 비질하고 물을 머금고 땅에 뿌리면서 도인의 시중들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항상 왼쪽에서 떠나지 않고 경을 들어서 반차순이 외웠던 경을 독사도 전부 다 외웠습니다.
011_0617_b_01L이렇게 몇 달 사이에 겨울의 추위도 바뀌었으며, 나무들의 꽃이나 열매도 다하게 되자 반차순은 생각하기를, ‘겨울이 되었으니 꽃과 과일도 동이 났고, 믿고 의지할 것이 없구나. 이제 나는 인간에 돌아가 살아야겠다’고 하고는 곧 옷과 발우를 챙겨 떠나려고 하였다.
독사가 말하였다. ‘이 산에는 나무들이 하늘에 닿고 샘물이 흐르며, 온갖 새들이 지저귀니 매우 즐길 만한데 어찌하여 버리십니까. 바라건대 도인은 버리지 마십시오. 지금이라도 당장 뒤따라가서 도인을 시봉하고 싶지만 감히 머물러 살 수가 없습니다. 여기에서 근심하는 것은 다만 죽을 우려가 있는 것입니다.’
‘그대는 독사인지라 뭇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으니 보는 이가 해치려고 하고 좋아하거나 즐기지 않을 것이며, 혹 도중에 호랑이나 이리나 독한 벌레나 새나 짐승들이 모두 너의 몸을 해치려고 할 것이니 이제 실로 안타깝기 한이 없구나. 나에게도 그 마음이 있지만 마음대로 할 수 없구나. 제발 너는 여기에 남아서 도를 생각하고 덕을 염려하여 부지런히 수행하고 분수를 지키면서 모든 어려움과 재앙을 참아서 전과 같게 건강하면 내년에 다시 만나리라.’
011_0617_c_01L도인은 슬피 울다가 눈물을 거두고 떠나가자 독사는 흐르는 눈물을 걷잡지 못한 채 도인이 한없이 보고 싶어져서 곧 나무에 올라가 도인을 멀리 바라보았다. 간 곳을 살피듯이 바라보다가 도인이 보이지 않으면 다시 위로 올라갔고, 올라가도 보이지 않으면 나무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도인을 바라보았으나 드디어 멀어져서 보이지 않자, 독사는 더욱 슬퍼하며 스스로 꾸짖고 뉘우쳤다.
‘내 몸이 지은 죄 때문에 착한 도인을 잃었구나. 전세(前世)에는 어리석고 무지하여 여러 가지 악을 많이 범하였다. 음탕하고 성내고 어리석고 내 멋대로 놀았으며, 게으르고 무지하고 정진하지 않았으며, 미혹되고 산란함이 그치지 않아 마음이 온전하지 못하였으며, 부처님 세상을 만나지 못하여 바른 법을 멀리하였으며, 큰 지혜를 잃어 지극히 밝음을 멀리하였으며, 괴로움에서 괴로움으로 들어가서 바라밀(波羅蜜)을 여의었으며, 5도(道)에 떨어져서 벌레와 나비와 벼룩과 이가 되었다가 이제는 뱀의 몸을 받아 사람들의 미움거리가 되었으니,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고 다른 사람 때문이 아니구나. 천상이나 세간의 부귀도 덧없는 것인데 하물며 이 독을 지닌 몸이겠는가. 전전(展轉)하며 나고 죽는 것이 마치 수레바퀴와도 같구나.’
‘내가 세상에 있을 때는 몸이 독사였는데, 도인을 시봉하여 정도를 행하고 사도를 멀리하였으며, 정진을 게을리 하지 않아 모진 심마(心魔)번뇌를 조복하였고, 몸뚱이와 목숨을 보기를 흙이나 모래같이 하였으며, 목숨이란 덧없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 나무에서 떨어져서 세상 수명이 끝나고 여기에 와서 태어난 것이다. 천상에서는 모든 옥녀(玉女)들로부터 천자까지 제각기 향과 꽃을 들고 와서 독사 위에 뿌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