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박가범(薄伽梵 : 세존)께서 계라산(鷄羅山) 꼭대기의 천선신궁(天仙神宮)에 계셨는데, 대필추(大苾蒭 : 대비구)의 무리 1,250인과 함께 계셨다. 또한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보살마하살과 만수실리(曼殊室利:문수사리)ㆍ발타바라(跋陁波羅:賢護)도 함께했는데 열여섯 대사(大士)가 우두머리였으며, 아울러 모든 천인(天人)과 아소락(阿素洛:아수라) 등도 있었는데 대범천왕(大梵天王)이 우두머리가 되었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무리들이 앞뒤를 에워쌌다. 그때 세존께서는 정념지(正念智)에 머무르시며 여러 대중들을 위하여 미묘한 법을 말씀하셨다. 이때 대범왕이 모든 하늘 무리들과 아소락 등을 거느리고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고 절을 한 뒤에 여래의 앞에서 공손히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옛적에 모든 유정들의 이익과 즐거움을 위하여 무상정등보리(無上正等菩提)를 구하여 증득하시고자 자비로운 바람과 온화한 마음으로 등정각(等正覺)을 이루시어 크나큰 신통력과 대자비를 지니고 계시온데, 어찌하여 모든 유정들이 지옥ㆍ아귀ㆍ방생(傍生: 축생) 및 인간 세상과 하늘나라에 떨어져 온갖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음을 보시고도 좋은 방편을 내어 구제하지 않으십니까? 아무쪼록 가엾이 여기시어 고난에서 벗어나도록 해주십시오.” 그때 관자재보살(觀自在菩薩) 또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지주천선(持呪天仙)을 거느리고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고 절을 한 뒤에 공손히 합장하고 여래 앞에 가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오직 원하오니 모든 유정들을 가엾게 여기시어 고난을 벗어날 훌륭한 법을 열어 보여 주십시오.” 그때 세존께서는 두 대사와 그들의 권속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가서 앉거라. 내가 이제 일체 유정들을 가엾이 여겨 고난을 벗어날 수 있는 훌륭한 법을 간략히 말할 것이니, 너희들은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여라. 대다라니(大陁羅尼)가 있으니, 이름이 승당비인(勝幢臂印)이다. 만약 이를 항상 염송한다면 능히 5역(逆)과 10악(惡) 등의 죄를 없애어 마침내 다시는 여러 악취(惡趣) 및 인간 세상과 하늘나라에 태어나서 극심한 고통을 받는 일이 없게 된다. 항상 받아 지니는 자는 현세에서 재물과 지위를 얻으며, 미래 세상에서는 존귀한 집에 태어나 바라는 바대로 되고 모든 즐거움을 얻으며, 항상 모든 부처님을 만나 숙명념(宿命念)과 나아가 무상정등보리를 얻게 된다. 다라니는 다음과 같다.
선남자야, 이 승당비인다라니는 긍가(殑伽) 강의 모래알과 같이 많은 모든 부처님들께서 모두 설하신 것이다. 내 이제 일체 유정들을 가엾이 여기고, 너희들이 청하므로 다시 중생들을 위하여 설하는 것이다. 선남자야, 모든 부처님들께서 세상에 나타나심은 매우 어려운 일이나 사람 몸을 받기는 더욱 어렵다. 이 신통한 주문을 듣기는 또 더 어려우며, 선남자나 선여인이 바르게 받아 지니는 것은 이보다 더 어렵다. 하물며 베껴 쓰고 정성들여 염송하며 다른 이로 하여금 받아 지니게 권하는 것이야 오죽 하겠느냐. 선남자야, 내가 과거를 생각하니 일찍이 약사유리광승관(藥師琉璃光勝觀) 등 모든 부처님에게서 들은 이 신통한 주문을 받아 지니며 독송하고 남을 위해 설한 까닭에 무상보리를 증득했다고 한다. 그러므로 너희들도 마땅히 따라서 열심히 배우고, 모든 유정들이 받아 지니고 독송하여 고난을 벗어나 이익과 안락을 얻도록 권하여라.” 이와 같이 박가범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니, 만수실리보살ㆍ발타바라보살ㆍ관자재보살ㆍ대범천왕 및 모든 천인과 아소락 등 일체 대중들이 부처님께서 설하신 바를 듣고 크게 기뻐하며 믿고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