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서 유행하시며 대비구 1,250명 및 여러 보살과 함께 계셨다. 부처님께서 이른 아침에 옷을 입고 발우를 들고 성에 들어가 걸식[分衛]하시니, 네 무리의 제자들이 모두 뒤를 따르고, 모든 하늘과 용과 신들은 제각기 꽃과 향과 음악으로써 곁에서 따르며 모셨다. 부처님은 도안(道眼)으로써 같은 배의 형제 네 사람을 보셨다. 그들은 가업을 버리고 집을 멀리 떠나 산에서 한가롭게 지내며 다섯 가지 신통을 얻어 모두 신선으로 불리는 자들이었다. 묵은 업[宿對]이 이르러 수명이 다한 것을 스스로 알고는 모두들 죽음을 피하고자 의논하였다. “우리는 신족(神足)으로 마음대로 날아다니고 어느 곳으로 가건 걸림이 없는데, 이제 도리어 무상(無常)에게 잡혀 몸과 목숨을 잃는 위험에 처했구나. 장차 어떤 방편을 써야 이 환난을 면할까? 죽을 수는 없다.” 이때 한 사람은 허공으로 날아올라 스스로 몸을 숨기면서 “무상이 내가 있는 곳을 어떻게 알리오?” 하였고, 또 한 사람은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시장으로 들어가 광대하고 한량없는 사람들 틈에서 죽음을 피하며 “무상이 한 사람을 잡아간다면 하필 나를 꼭 찾겠는가?” 하였고, 한 사람은 큰 바다로 336만 리나 나아가 아래로는 바닥에 닿지 않고 위로는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중간지점에 머물면서 “무상이 어떻게 나를 찾겠는가?” 하였고, 또 한 사람은 몰래 사람이 없는 깊은 산으로 가 산을 두 쪽으로 쪼개고 그 가운데 들어간 뒤 다시 합하고서 “무상이 내가 있는 곳을 어떻게 알리오?” 하였다. 이때 네 사람은 각각 죽음을 피하려 하였으나 끝내 이루지 못하였다. 허공에 숨었던 자는 익은 과일이 떨어지듯 저절로 땅에 떨어졌으며, 산속에 숨었던 자도 그곳에서 죽었으며, 바다 속에 숨었던 자도 때가 되어 목숨이 끊어져서는 물고기와 자라에게 먹혔으며, 시장으로 숨어들었던 자도 뭇 사람들 틈에서 저절로 죽었다. 그때 세존께서 이러한 것을 보고 말씀하셨다. “이 네 사람들은 어리석음으로 통달하지 못하고서 묵은 업을 버리려 하였다. 3독(毒)을 없애지 않고, 무극(無極:彼岸)에 도달하는 세 가지 지혜를 지극히 하지 않는다면 예나 지금이나 누가 이런 고통을 벗어나리오.” 부처님께서 이어 게송을 말씀하셨다.
아무리 허공에 숨고 커다란 바다로 들어가며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 스스로 몸을 숨기려 해도 죽지 않는 경계를 얻으려는 일 끝끝내 이룰 수 없었으니 그러므로 배움에 정진하라. 몸이 없어야 편안하리라.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상에는 얻을 수 없는 일이 네 가지 있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째는 나이가 어릴 때는 얼굴빛이 예쁘고, 머리가 검고, 이가 새하얗고, 몸매가 빛나고, 기력이 강건하고, 다니고 머물고 나고 들기를 마음대로 하고, 수레를 타거나 말을 타면 뭇 사람이 우러러 보며 공경하지 않는 자가 없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홀연히 늙으면 머리는 희고, 이가 빠지고, 얼굴은 쭈그러지고, 가죽은 늘어나고, 몸이 무거워 지팡이를 짚고, 숨이 가빠 신음하니, 항상 젊고 늙지 않고 싶지만 끝내 그럴 수 없다. 둘째는 몸이 건강하고, 골수(骨髓)가 충실하며, 걸음걸이가 견줄 바 없으며, 음식을 마음대로 먹고, 머리를 장식하고서 비교할 자가 없다 여기고, 활을 당겨 화살을 쏘며 병장기를 휘두르고, 위험이 있어도 이것저것 살피지 않고, 꾸짖고 나무라면서 굳셈을 자부하며 스스로 ‘나는 늙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갑자기 병이 들어 평상에 엎드려 움직이지도 못하고, 얻어맞은 듯 온몸이 쑤시고, 귀ㆍ코ㆍ입ㆍ눈으로 소리와 냄새와 맛과 감촉을 느끼지 못하고, 앉고 서는데 남의 힘을 빌려야 하고, 더러운 물이 저절로 흘러나오는데 그 위에 누워 있어야 하니, 그 온갖 고통은 비유할 수도 없다. 이런 일을 면하고 병 없이 항상 편안하고 싶지만 끝내 그럴 수 없다. 셋째는 세상에서 끝없이 장수하고 싶지만 병을 얻어 죽는다. 목숨이란 매우 짧은 것인데 만세의 근심을 품으니, 수명은 짧고 근심만 많은 것이다. 덧없음을 살피지 못하고 다섯 가지 즐거움만 마음대로 즐겨 마음과 뜻을 멋대로 한다. 살생ㆍ도적질ㆍ음행을 저지르고, 양설ㆍ악구ㆍ망어ㆍ기어를 내뱉으며, 탐냄ㆍ질투ㆍ삿된 소견으로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고, 스승께 순종하지 않으며, 어른을 업신여긴다. 반역과 무도한 짓으로 부귀하기를 희망하며 영원하리라 여기고, 성스러운 도를 비방하는 그 간사함은 비할 바가 없으며, 헛기침하고 거만하게 걸으면서 세상의 영화를 사모한다. 천지의 안팎이 생긴 까닭을 알지 못하고, 4대(大)의 인연이 화합하여 이루어진 것이 마치 요술 같은 줄 분별하지 못하며, 옛날과 지금에 있었던 세상을 알지 못하며, 거룩한 도를 받아들이지 않으며, 어디서 태어났는지 죽어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면서 마음을 천지간에 두고 ‘나의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무상이 닥치면 바람에 날린 구름처럼 흩어지니, 오래 살기를 바라지만 목숨은 홀연히 끝나 마음대로 할 수 없다. 그렇지 않고 싶어도 끝내 어쩔 수 없다. 넷째는 부모ㆍ형제ㆍ집안ㆍ친척ㆍ친구ㆍ아는 이ㆍ고맙고 사랑스러운 이들과 즐거움을 누리며, 재물ㆍ부귀ㆍ벼슬ㆍ봉록(俸祿)으로 수레를 타고 유람하며, 처첩(妻妾)과 자식들에게 교만하고 방자하게 굴며 음식을 마음껏 먹고, 어린아이와 하인들이 잰걸음으로 움직이며 높이 우러러보고 그림자를 굽어보며 걸으면 뭇 사람을 업신여겨 자기만 한 자가 없다고 생각하며, 종과 나그네를 짐승 다루듯 부리고 꾸짖으며, 기약도 법도도 없이 제 맘대로 들어오고 나가며, 앞뒤도 살피지 않고서 그의 권속과 부리는 무리를 항상 맘대로 할 수 있다고 여긴다. 그러나 갑자기 묵은 업이 닥치면 끓는 물에 사라지는 눈과 같다. 그때서야 마음에 두려움을 품고 환난을 구제하기를 바라나 어찌 소원을 이루리오. 부르짖으면서 목숨이 끊어지면 영혼만이 혼자 떠나고 부모ㆍ형제ㆍ처자ㆍ친척ㆍ친구ㆍ아는 이ㆍ고맙고 사랑스런 이들은 모두 제자리에 남으며, 벼슬과 재물과 종들은 별처럼 제각기 흩어져 달아나리라. 죽지 않기를 바라지만 어쩔 수 없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옛날 하늘과 땅이 생긴 이래로 이 괴로운 네 가지 환난을 면한 자가 없으니, 이 네 가지 괴로움 때문에 부처가 세상에 출현한 것이다. 만일 이런 괴로움이 없었다면 몸을 나타내어 뭇 중생을 교화하지 않았을 것이다. 비유컨대 사방에 광대하고도 높은 큰 돌산이 있는데, 그 위에는 초목이 자라고 온갖 과일나무와 약초가 자라 꽃과 과일이 무성하였다. 그런데 갑자기 네 산에서 함께 들불이 일어나 태양의 움직임처럼 서로를 향해 사납게 타들어갔다. 그때 어떤 사람이 왕에게 ‘이런 재앙이 닥칠 땐 어떻게 피해야 합니까?” 하고 묻자 왕이 대답하였다. “어쩔 수 없다. 오직 천중천(天中天)의 신통만이 구제할 수 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심(心)ㆍ의(意)ㆍ식(識)으로 깊고 오묘한 공의 지혜를 이해하지 못해 마음으로 ‘나’라는 계교를 일으키고는 5음(陰)에 얽매이고 6쇠(衰)에 홀린다. 그리고는 늙고 병들지 않으려 하고 이별해야 하는 이런 나쁜 재앙을 없애 영원히 살려고 뜻하지만 끝내 어쩔 수 없다. 5음과 6쇠가 모두 없어진 법신(法身)을 성취해 안과 밖이 없이 나아가고 물러남에 자재해야만 비로소 이 네 가지 재앙을 면할 수 있다. 마치 봄에 곡식을 심고서 가을에 익지 않게 하려한다면 끝내 그럴 수 없듯이, 늙음ㆍ병듦ㆍ죽음ㆍ이별의 근본을 심었으니 거기서 벗어나 죽지 않으려 해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마치 나무에 과일이 열리면 떨어지지 않게 하려 해도 끝내 그럴 수 없는 것과 같다. 사람이 술을 마시고도 취하지 않고자 한다면 어느 누가 그 소원을 이룰 수 있겠는가? 온갖 근본을 심었다면 죽지 않으려 해도 끝내 그럴 수 없다. 사람이 독약을 먹고도 죽지 않고자 한다면 어느 누가 그 소원을 이룰 수 있겠는가. 이별의 근본을 심었다면 이별하지 않으려 해도 끝내 그럴 수 없다. 사람이 시궁창에 빠지고도 냄새가 나지 않으려 한다면 어느 누가 그 소원을 이룰 수 있겠는가. 늙음ㆍ병듦ㆍ죽음을 심고서 그 재앙을 면하고자 하지만 소원대로 될 리가 없다. 사람이 이 네 가지 괴로움[四苦]을 알지 못하고 마음과 뜻을 방자하게 가지면 수레바퀴가 땅을 벗어나지 못하듯 5도(道)에 깊이 빠져 슬퍼하고, 부르짖고, 서로서로 사모하기를 마칠 때가 없을 것이다. 마치 미친 사람이 옷을 벗고 다니면서 황홀하게 거짓말을 하면서 자기는 진실하다고 하는 것과 같으니, 아, 누가 이 뜻을 알리오. 도를 이해한 자라야 비로소 알리라.” 비구들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떻게 해야 이 괴로움의 환난을 면하겠습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반드시 해탈을 구해야 한다.” “어떤 것이 해탈입니까?” “몸과 입과 뜻을 보호하여 처음도 중간도 끝도 훌륭하게 하라. 성문의 행을 하지 않고, 몸으로 세 가지 죄를 범하지 않으며, 입으로 네 가지 허물을 범하지 않고, 뜻으로 세 가지 악을 생각하지 않으면 처음도 중간도 끝도 훌륭하리라. 또 몸과 입과 뜻을 온화하게 하여 삼보에 귀의하고, 3독(毒)을 제거하며, 공(空)ㆍ무상(無相)ㆍ불원(不願:無願)의 법에 들어가 3탈문(脫門:解脫門)을 향하면 이것이 처음도 중간도 끝도 훌륭한 공덕이다. 삼계가 모두 괴로움이라 태어나 늙고 병들어 죽으니, 몸을 원수처럼 여기고 비(悲)ㆍ자(慈)ㆍ희(喜)ㆍ호(護:捨)의 4등(等:무량심)을 행하라. 큰 자비의 끝없는 슬픔을 쫓지 않은 채 몸을 피해 니원(泥涅:열반)에 이르고자하는데, 온갖 중생을 생각지 않으면 아라한을 얻더라도 시방에 미치지 못할 것이니, 네 가지 환난을 면한다 하더라도 오히려 걸림이 있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살의 뜻을 일으켜 널리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항상 6도무극(度無極:바라밀)의 행을 생각하게 하라. 처음도 중간도 끝도 훌륭하다는 것은 뜻을 일으킨 보살을 말한다. 처음이 훌륭하다는 것은 모든 사람을 부모님이나 자기와 다름없이 보고 항상 차별 없이 평등이 대하는 것이며, 중간이 훌륭하다는 것은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겁 동안 삶과 죽음 가운데 있으며 고생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수고스럽게 여기지도 않는 것이며, 끝이 훌륭하다는 것은 공한 지혜를 잘 분별해 ‘나’를 보지 않는 것이다. 또 처음이 훌륭하다는 것은 먼저 큰 뜻을 일으켜 모두들 제도하고자 원하며 자기를 생각하지 않는 것이며, 중간이 훌륭하다는 것은 비(悲)ㆍ자(慈)ㆍ희(喜)ㆍ호(護:捨)의 4등심(等心:무량심)을 행하는 것이며, 끝이 훌륭하다는 것은 넓고 끝이 없는 자비로써 온갖 번뇌를 겪는 뭇 중생을 인도하려는 것이다. 또 처음이 훌륭하다는 것은 몸의 4대(大)가 본래 화합한 적이 없어서 인연 없음을 인연한 것임을 관찰하는 것이다. 중간이 훌륭하다는 것은 나[我]도 없고 남[人]도 없고 수(壽)도 없고 명(命)도 없는 것이니, 이 네 가지가 있으면 몸을 받게 된다. 인연이 없고 얽히는 것이 없는데 어디에서 원인을 찾겠는가? 마치 집을 짓는 것과 같다. 제각기 흩어져 다른 곳에 있는 재목ㆍ흙ㆍ물ㆍ풀 네 가지를 사람들이 모아 집을 지으면 ‘집’이란 이름이 있게 된다. 이 몸에 대해 생각하는 네 가지 역시 이와 마찬가지이다. 각각 한 면이 있는 것을 마음이 나와 남과 수와 명이 있다고 집착하고 4대가 화합해 이루어진 것을 ‘사람’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끝이 훌륭하다는 것은 몸이 없음을 깨닫고 삼계에 의지하지 않아 온갖 것이 모두 공한 것이다. 처음이 훌륭하다는 것은 보시ㆍ지계ㆍ인욕ㆍ정진ㆍ일심(一心:禪定)ㆍ지혜의 도이며, 중간이 훌륭하다는 것은 여섯 가지 신통의 법을 밝게 알아 유순법인(柔順法忍)에 드는 것이며, 끝이 훌륭하다는 것은 몸이 자연(自然)이고, 모든 법이 자연이고, 인물(人物)이 자연임을 알아 모두가 변화와 같고 요술과 같아서 본래 없는 것이라 헤아리는 것이다. 또 처음이 훌륭하다는 것은 이른바 위없고 바르고 참된 도를 일으킴이며, 중간이 훌륭하다는 것은 음향(音響)을 아는 지혜로써 무소종생불기법인(無所從生不起法忍:無生法忍)을 얻는 것이며, 끝이 훌륭하다는 것은 일생보처(一生補處)에 이르러 용맹한 형상으로 온갖 중생계를 다니면서 일어나는 바가 없음을 보고 모두를 구제하되, 해가 널리 비춰 미치지 않는 곳이 없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것이 보살이 처음도 훌륭하고 중간도 훌륭하며 끝도 훌륭하다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살도(菩薩道)를 행하여 많은 이들을 제도하라. 마치 뭇 별 가운데 달처럼 홀로 빛나고, 해가 처음 돋을 때 광명과 같아 일시에 모든 곳을 비추며, 횃불처럼 있는 곳마다 여실히 비추고, 훌륭한 의사처럼 온갖 병을 고치며, 뱃사공처럼 뭇 중생을 건네주고, 국왕처럼 삼계를 안정시키며, 사자처럼 외도를 항복시켜라. 허공처럼 도의 마음[道心]을 넓게 가지고, 대지처럼 마음을 평등이 가지며, 물처럼 더러운 때를 씻고, 불처럼 온갖 죄를 태우며, 바람처럼 걸림 없이 유행하라. 이것이 처음도 중간도 끝도 훌륭한 보살의 일이며, 이것이 바로 궁극의 경지이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모든 보살과 뭇 비구와 하늘ㆍ용ㆍ귀신ㆍ아수륜(阿須倫:아수라)들은 경을 듣고 기뻐하지 않는 자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