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12_0158_a_01L불설온실세욕중승경(佛說溫室洗浴衆僧經)


후한(後漢) 안세고(安世高) 한역
김성구 번역


아난(阿難)이 말하였다.
나는 부처님께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마갈타국(摩竭陀國) 인사굴산(因沙堀山)에 계실 적에 왕사성(王舍城) 안에 한 장자가 있었으니, 내녀(奈女)의 아들로서 이름을 기역(耆域)이라 하였다. 큰 의원이 되어서 여러 가지 병을 치료하였는데, 어릴 때부터 학문을 좋아하여 재주와 기예에 뛰어나게 통달하였으며, 지혜는 5경(經)과 천문지리(天文地理)를 통달하였다. 그가 다스리는 병은 낫지 않는 이가 없었으니, 죽은 이가 다시 살아나고, 상여[喪車]가 되돌아오게 하였다. 그의 덕이 매우 많아서 이루 말할 수 없었으며, 여덟 나라가 우러러보았고, 보는 이마다 모두 즐거워하였다.
이때 기역은 어느 날 밤 문득 생각하였다.
‘날이 새면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 나의 의심나는 것을 물으리라.’
이른 아침에 집안에 크고 작은 권속에게 명령하여 엄숙히 부처님의 처소에 이르렀다. 정사(精舍)의 문에 이르니, 부처님께서는 훤히 빛나시어 빛이 천지(天地)를 비추었고, 둘러앉은 4배(輩)1) 대중은 수천만 인이었는데, 부처님께서 그들을 위하여 설법하시니, 일심으로 듣고 있었다. 기역과 권속들이 수레에서 내려 바로 나아가 부처님께 예배하고 제각기 한쪽에 앉자, 부처님께서 위로하여 말씀을 하셨다.
“잘 왔다, 의왕(醫王)이여. 묻고 싶은 것이 있거든 의심하거나 어려워하지 말고 물어라.”
기역이 장궤하고 합장하여 부처님께 여쭈었다.
“비록 인간에 태어났으나, 사람됨이 성글고 야성적이어서 속된 무리를 따라 흐르고, 일찍이 복을 짓지 못하였습니다. 이제 부처님과 스님들과 보살 대사를 청하여 온실(溫室)에 들어가 목욕을 하시게 하고자 하니, 원컨대 중생들로 하여금 오래도록 청정하여 더러운 것이 제거되고, 여러 가지 근심을 만나지 않게 해 주십시오. 부처님의 성스러운 뜻[聖旨]으로 저의 소원이 소홀하지 않게 되기를 바랍니다.”
부처님께서 의왕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묘의(妙意)여. 여러 사람의 병을 치료하여 모두 쾌차하니 멀고 가까운 곳의 사람들이 모두 기뻐 의지하고 즐거워하지 않는 이가 없구나. 이제 다시 부처와 모든 스님을 청하여 온실에 들어가 목욕할 수 있게 하니, 원(願)이 시방(十方)에 미치는구나. 여러 가지 약으로 병을 치료하고, 목욕을 시켜 때를 제거하는 것은 그 복이 한량없으니, 일심(一心)으로 자세히 들으라. 내가 먼저 너에게 스님들을 목욕하도록 하여 돌아오는 과보로서의 복을 말하리라.”
부처님께서 다시 기역에게 말씀하셨다.
“목욕을 하는 법은 마땅히 일곱 가지의 물건을 써서 일곱 가지의 병을 제거하고, 일곱 가지 복의 과보를 받는다. 어떤 것이 일곱 가지의 물건인가? 첫째는 불을 때는 것이며, 둘째는 맑은 물이며, 셋째는 팥비누[澡豆]며, 넷째는 소락(酥酪)의 기름이며, 다섯째는 순회(淳灰)이며, 여섯째는 양지(楊枝)이며, 일곱째는 내의(內衣)이다. 이것이 목욕하는 법이다.
어떤 것이 일곱 가지 병을 제거하는 것인가? 첫째는 4대(大)가 편안하며, 둘째는 풍병(風病)을 제거하며, 셋째는 습기를 제거하며, 넷째는 차고 냉한 기운을 제거하며, 다섯째는 열기를 제거하며, 여섯째는 더러운 때를 제거하며, 일곱째는 몸이 가볍고 편안하며 눈이 맑고 밝은 것이니, 이것이 스님들의 일곱 가지 병을 제거하는 것이다.
이렇게 공양하면 일곱 가지 복을 얻으니, 어떤 것이 일곱 가지 복인가? 첫째는 4대에 병이 없어 생활함에 항상 편안하며 용맹과 기력이 씩씩하고, 건강하여 사람들이 공경하고 우러러볼 것이다. 둘째는 날 적마다 청정하며 얼굴과 눈매가 단정하며, 티끌의 물이 묻지 않고, 사람에게 공경을 받을 것이다. 셋째는 몸에서 항상 향기가 나고 의복이 깨끗하여 보는 이가 즐거워하고 공경하지 않는 이가 없을 것이다. 넷째는 살결이 부드럽고 윤택하며, 위덕이 빛나고 커서 공경하고 찬탄하지 않는 이가 없을 것이며, 홀로 뛰어나서 견줄 이가 없을 것이다. 다섯째는 아주 풍요로워 사람들이 따르고, 번뇌[塵垢]를 버려서 자연히 복을 받고 항상 숙명(宿命)을 알 것이다. 여섯째는 입과 치아에서 좋은 향기가 나며, 각지고 희고 고르고 편편하며, 가르치고 명령하는 것을 누구나 엄숙히 따를 것이다. 일곱째는 나는 곳마다 자연히 의상이 빛나고 보배로 꾸며져 보는 이가 두려워하며 탄식하리라.”
이렇게 여러 스님들과 보살을 목욕할 수 있게 한 일곱 가지 복은 이러하니, 이 인연을 쫓아 혹은 신하가 되거나, 제왕이 되거나, 해와 달의 신이나 4천왕이 되거나, 혹 제석이나 전륜성왕이 되거나, 범천에 태어나서 한량없는 복을 받거나, 보살이 되어서 뜻을 일으키고 지위[地]를 가지며 공(空)을 이루고 뜻을 성취하여 드디어 부처를 이룰 것이다.
이러한 인연으로 스님들께 공양한 한량없는 복전(福田)은 가뭄과 장마에도 상하지 않을 것이다.”
이때 세존께서 기역을 위하여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모든 삼계(三界)를 살펴보건대
하늘과 인간이 큰 복을 받아
도덕(道德)이 한량없게 되는 일을
말하리니 자세히 들으라.

사람이 태어나서 세상에 살되
단정하여 사람에게 공경 받으며
체성(體性)이 언제나 청정한 것은
스님들 목욕할 수 있게 한 까닭이니라.

만일에 대신(大臣)의 아들이 되면
재물이 풍부하고 항상 평안하며 용맹하고
건장하고 충성되고 어질어
출입함에 걸리는 일 없을 것이다.

말하는 것 사람들이 받들어 행하고
몸은 항상 향기 나고 청결하며
얼굴 모습이 단정한 것은
스님들 목욕할 수 있게 한 까닭이니라.

천왕(天王)의 집안에 태어나
태어나는 즉시 맑고 깨끗한
향탕으로 목욕하고
향기로운 향으로 몸을 쏘이네.

몸매가 남들보다 특이하여서
보는 이는 모두 다 기뻐하리니
이는 따뜻한 욕실을 지어
스님들을 목욕할 수 있게 한 복보(福報)니라.

제1의 4천왕(天王)이
사방의 지역을 거느리면서
광명 나는 몸매 단정히 하고
위덕으로 4진(鎭)을 보호하거나

해와 달과 그리고 여러 별들이
광명을 비추어 어둠을 제하니
스님들을 목욕할 수 있게 한 까닭에
복의 과보가 그림자나 메아리 같네.

제2의 도리천의 제석천왕은
환인(桓因)이라 부르는데
여섯 겹의 보배 성 둘러쌌고
7보(寶)로 궁전을 장엄하였네.

용맹하여 하늘에서 가장 높고
단정하며 수명은 기니
스님들을 목욕할 수 있게 한 까닭에
복의 과보를 받아 같을 이 없네.

세간의 전륜왕(轉輪王)은
7보로 앞길을 인도하면서
4천하를 두루두루 돌아다닐 제
병마(兵馬)는 8만 4천이라

밝은 보배로 밤낮을 비추고
옥녀(玉女)는 때에 맞춰 공양하며
단정한 몸매는 향기롭고 맑으니
스님들을 목욕할 수 있게 한 까닭이네.

여섯째의 화응천(化應天)은
욕계(欲界)에서 홀로 높으니
하늘 모양은 빛이 가득하고
신령스런 위엄[威靈] 여섯 하늘에 떨쳐

자연히 감로(甘露)를 마시고
기녀(妓女)는 항상 곁에 있으며
여러 덕을 칭찬하기 어려우니
스님들을 목욕할 수 있게 한 까닭이네.

범마삼발천(梵魔三鉢天)2)
정거천[淨居]에서 자연히 닦으니
행이 맑아서 더러움 없고
여인의 형상도 또한 없으며

범행을 깨끗이 닦은 뒤에는
뜻이 순박하여 열반에 드니
이 하늘에 태어날 수 있음은
스님들을 목욕할 수 있게 한 까닭이네.

부처는 삼계의 어른이시라
도 닦음에 심히 애쓰시고
무수한 겁 지나며 덕을 쌓아서
지금에야 참된 도를 얻게 되었네.

황금의 몸[金體] 옥(玉)으로 영락을 삼아
티끌과 더러운 때 끼지 않으며
원만하고 빛나는 모습[相] 구족한 것은
스님들을 목욕할 수 있게 한 까닭이네.

모든 부처님이 행으로부터 얻는
갖가지는 애쓰지 않고도
삼계의 모든 사람에게 베풀어져
두루하지 않은 곳 없었네.

모든 스님의 성존(聖尊)은
4도(道)3)의 훌륭한 복밭이시고
도덕이 그 속에서 나오니
이 행이 가장 미묘하고 참되리라.

부처님께서 게송을 말씀하시고 나서 거듭 기역에게 말씀하셨다.
“저들 삼계(三界)를 관찰하건대, 인간과 하늘의 품류(品類)는 높거나 낮고 길거나 짧고 복덕이 적거나 많음이 있으니, 모두 먼저 세상에 마음 쓰는 것이 같지 않은 까닭에 받은 것이 같지 않음도 이러하다. 모든 복의 과보 받는 이는 모두 성스러운 무리를 목욕할 수 있게 하여 얻은 것일 뿐이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니,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 경을 무엇이라 이름하며, 무엇으로써 권유(勸誘)해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경은 『온실세욕중승경(溫室洗浴衆僧經)』이라 하니,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이며, 나 혼자서 만든 것이 아니다. 수행하는 이는 제도될 것이며, 귀신이 주는 것이 아니니, 청정한 복을 얻으려면 스스로 받들어 행해야 한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기역의 권속은 경을 듣고 즐거워하여 모두 수다원도(須陀洹道)를 얻었으며, 부처님께 절하고 물러나서는 엄숙하게 목욕할 기구를 준비하였으니, 앉아 있던 크고 작은 무리들도 모두 도의 자취를 얻고 머리 조아려 부처님께 절하고 물러갔다.
012_0158_a_01L佛說溫室洗浴衆僧經後漢安息三藏安世高譯阿難曰吾從佛聞如是一時佛在摩竭國因沙崛山中王舍城內有大長柰女之子名曰耆域爲大醫王治衆病少小好學才藝過通智達五天文地理其所治者莫不除愈者更生喪車得還其德甚多不可具八國宗仰見者歡喜於是耆域夜欻生念明至佛所當問我疑晨旦勅家大小眷屬嚴至佛所到精舍門見佛炳然光照天地衆坐四輩數千萬人佛爲說法一心靜聽耆域眷屬下車直進爲佛作禮各坐一面佛慰勞曰善來醫王欲有所問莫得疑難耆域長跪白佛言雖得生世人疏野隨俗衆流未曾爲福今欲請佛及諸衆僧菩薩大士入溫室澡浴願令衆生長夜淸淨穢垢消除不遭衆患唯佛聖旨不忽所願佛告醫王善哉妙意治衆人病皆蒙除愈遠近慶賴莫不歡喜今復請佛及諸衆僧入溫室洗浴願及十方衆藥療病洗浴除垢其福無量一心諦聽吾當爲汝先說澡浴衆僧反報之福佛告耆域澡浴之法當用七物除去七病得七福報何謂七物一者然火二者淨水三者澡豆四者蘇膏五者淳灰六者楊枝七者內衣此是澡浴之法何謂除去七病一者四大安隱者除風病三者除濕痹四者除寒冰五者除熱氣六者除垢穢七者身體輕便眼目精明是爲除去衆僧七病是供養便得七福何謂七福一者四大無病所生常安勇武丁健衆所敬二者所生淸淨面目端正塵水不著爲人所敬三者身體常香衣服潔淨見者歡喜莫不恭敬四者肌體濡澤威光德大莫不敬歎獨步無雙五者多饒人從拂拭塵垢自然受福常識宿命六者口齒香好方白齊平所說教令莫不肅用七者所生之處自然衣裳光飾珍寶見者悚息佛告耆域作此洗浴衆僧開士七福如是從此因緣或爲人臣或爲帝王或爲日月四天神王或爲帝釋轉輪聖王或生梵天受福難量或爲菩薩發意持地功成志就遂致作佛斯之因緣供養衆僧無量福田旱澇不傷於是世尊重爲耆域而作頌曰觀諸三界中 天人受景福 道德無限量諦聽次說之 夫人生處世 端正人所敬體性常淸淨 斯由洗衆僧 若爲大臣子財富常吉安 勇健中賢良 出入無罣㝵所說人奉用 身體常香潔 端正色從容斯由洗衆僧 若生天王家 生卽常潔淨洗浴以香湯 苾芬以熏身 形體與衆異見者莫不欣 斯造溫室浴 洗僧之福報第一四天王 典領四方域 光明身端正威德護四鎭 日月及星宿 光照除陰冥斯由洗衆僧 福報如影響 第二忉利天帝釋名曰因 六重之寶城 七寶爲宮殿勇猛天中尊 端正壽延長 斯由洗衆僧其報無等倫 世閒轉輪王 七寶導在前周行四海外 兵馬八萬四 明寶照晝夜玉女隨時供 端正身香潔 斯由洗衆僧第六化應天 欲界中獨尊 天相光影足威靈震六天 自然食甘露 妓女常在邊衆德難稱譽 斯由洗衆僧 梵魔三鉢天淨居修自然 行淨無垢穢 又無女人形梵行修潔己 志淳在泥洹 得生彼天中斯由洗衆僧 佛爲三界尊 修道甚苦勤積行無數劫 今乃得道眞 金體玉爲瓔塵垢不著身 圓光相具足 斯由洗衆僧諸佛從行得 種種不勞勤 所施三界人無所不周遍 衆僧之聖尊 四道良福田道德從中出 是行最妙眞佛說偈已重告耆域觀彼三界人天品類高下長短福德多少皆由先世用心不等是以所受各異不同如此受諸福報皆由洗浴聖衆得之耳說經已阿難白佛言當何名此經何勸誨之佛告阿難此經名曰溫室洗浴衆僧經諸佛所說非我獨造行者得度非神授求淸淨福自當奉行佛說是經竟域眷屬聞經歡喜皆得須陁洹道佛求退嚴辦洗具衆坐大小各得道皆共稽首禮佛而去佛說溫室洗浴衆僧經癸卯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
  1. 1)천상ㆍ인간ㆍ용ㆍ귀신의 넷, 혹은 비구ㆍ비구니ㆍ우바이ㆍ우바새의 넷을 말한다.
  2. 2)범어로 Brahmā-sahaṃpati이며, 사바주범천(娑婆主梵天)이라고 한역한다.
  3. 3)수다원도(須陀洹道)ㆍ사다함도(斯陀含道)ㆍ아나함도(阿那含道)ㆍ아라한도(阿羅漢道)의 네 가지 도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