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12_0160_a_01L불어경(佛語經)


원위(元魏) 천축(天竺) 보리류지(菩提流支) 한역
송성수 번역
김두재 개역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婆伽婆]께서 비야리(毘耶離)1)의 큰 숲에 있는 누각 위에서 큰 비구 대중 8천 명과 함께 계셨다. 또 8만 4천 여러 큰 보살들과 배울 것이 있는 이[有學]와 배울 것이 없는 이[無學] 등 한량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설법을 하셨다.
그때의 모임 가운데 한 보살이 있었으니, 그 이름은 용위덕상왕(龍威德上王)보살이었다. 그 보살이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정돈하고 오른쪽 어깨를 벗어 메고 오른 무릎을 땅에 꿇은 채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먼저 부처님의 말씀[佛語]에 대한 여러 경전을 말씀하시고는, 다시 부처님의 말씀이 아니라고 말씀하셨나이다. 세존이시여, 여기에 무슨 뜻이 담겨 있으며, 어떻게 받아 지녀야 합니까?”
그때에 부처님께서 용위덕상왕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그대의 물음과 같이 여러 경전 중에서 부처님의 말씀과 부처님의 말씀 아닌 것을 말하였느니라. 선남자야, 이와 같이 부처님의 말씀이 아닌 것이 바로 부처님의 말씀이니라.
선남자야, 잘 생각해서 기억하도록 하라. 내가 이제 그대를 위하여 자세히 말해 주겠노라.”
그때 용위덕상왕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좋은 말씀이십니다, 세존이시여. 즐거이 듣기를 바라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말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言非語者]이 곧 바로 부처님의 말씀[佛語]이니라.
선남자야, 부처님의 말씀이라고 하는 것은 바로 몸으로 짓는 가장 중한 업[最重身業]이 된다. 내가 말하는 것은 모두 몸으로 짓는 업ㆍ입으로 짓는 업ㆍ뜻으로 짓는 업을 여의지 않음이 없는 것이요2), 그것은 또한 말도 없고 설명할 수 있는 자도 없으며, 또한 말한 이도 없는 것이니라.
선남자야, 모든 색(色)이라고 말하는 것은 모두가 부처님의 말씀이 아니니라. 용위덕상왕이여, 색이라고 말하는 것은 모두가 부처님의 말씀이 아니니라. 용위덕상왕이여, 색이라고 말하는 것은 말이 아니요, 부처님의 말씀이 아니며, 수(受)ㆍ상(想)ㆍ행(行)ㆍ식(識)이라고 하는 말도 말이 아니며, 또한 부처님의 말씀이 아니니라. 선남자야, 만일 색이라고 말하지 않고, 수ㆍ상ㆍ행ㆍ식이라고 말하지 않으면, 이것을 부처님의 말씀이라고 하느니라.
선남자야, 만일 몸과 입과 뜻으로 짓는 업이라고 말하면 부처님의 말씀이라고 하지 않느니라. 선남자야, 만일 몸과 입과 뜻으로 짓는 업이라고 말하지 않으면 바로 부처님의 말씀이라고 하느니라.
선남자야, 만일 지(地)ㆍ수(水)ㆍ화(火)ㆍ풍(風)ㆍ공(空)의 경계가 있다고 말하면, 이러한 말은 부처님의 말씀이라고 하지 않느니라. 선남자야, 만일 지ㆍ수ㆍ화ㆍ풍ㆍ공의 경계라고 말하지 않으면 그것을 부처님의 말씀이라고 하느니라.
선남자야, 만일 탐냄[貪]ㆍ성냄[瞋]ㆍ어리석음[癡]이라고 말하면, 부처님의 말씀이라고 하지 않느니라. 선남자야, 만일 탐냄ㆍ성냄ㆍ어리석음이라고 말하지 않으면, 그것을 부처님의 말씀이라고 하느니라.
선남자야, 만일 유루(有漏)라고 하는 말과 무루(無漏)라고 하는 말이 있으면, 부처님의 말씀이라고 하지 않느니라. 선남자야, 만일 유루라고 말하지 않고, 무루라고 말하지 않으면, 그것이 부처님의 말씀이니라.
선남자야, 만일 바라는 것이 있다고 하면, 그런 말은 부처님의 말씀이 아니니, 부처님의 말씀은 바라고 구하지 않기 때문이니라. 선남자야, 만일 높이거나 낮춤이 있으면, 그런 말씀은 부처님의 말씀이 아니요, 만일 높이거나 낮춤이 없으면, 그런 말씀은 부처님의 말씀이니라.
선남자야, 만일 일[事]에 대해 말하거나 일 아닌 것[非事]에 대해 말하면, 부처님의 말씀이라고 하지 않느니라. 선남자야, 만일 일이 아니며, 일 아님도 아니라는 말을 하면, 그것을 부처님의 말씀이라고 하느니라.
선남자야, 만일 자기 성품의 청정한 법 위에서 증득하였다고 말하면, 그것은 부처님의 말씀이 아니니라. 선남자야, 만일 자기 성품도 아니요, 다른 이의 성품도 아니라고 말하면, 그것을 부처님의 말씀이라고 하느니라.
선남자야, 진실한 말이라느니 진실하지 않은 말이라느니 하면, 부처님의 말씀이라고 하지 않느니라. 선남자야, 만일 진실한 말도 없고 진실하지 않은 말도 없다고 하면, 그것을 부처님의 말씀이라고 하느니라.
선남자야, 만일 ‘이것은 범부의 말이요, 이것은 성인의 말이다’라고 말하면, 그것은 부처님의 말씀이라고 하지 않느니라. 선남자야, 만일 범부의 말도 없고, 성인의 말도 없다고 하면, 그것을 부처님의 말씀이라고 하느니라.
선남자야, 만일 안에 대한 말이 있고, 밖에 대한 말, 또는 안팎에 대한 말이 있으면, 부처님의 말씀이라고 하지 않느니라. 선남자야, 만일 안에 대한 말이 없고, 밖에 대한 말이거나 안팎에 대한 말이 없으면, 그것을 부처님의 말씀이라고 하느니라.
선남자야, 만일 모든 법이 색(色)에 의지하거나 수(受)ㆍ상(想)ㆍ행(行)ㆍ식(識)에 의지하는 말이 있으면, 부처님의 말씀이라고 하지 않느니라. 선남자야, 만일 모든 법이 색에 의지할 것도 없고 수ㆍ상ㆍ행ㆍ식에 의지할 것도 없다고 하면, 그것은 부처님의 말씀이라고 하느니라.
선남자야, 만일 처소가 있다고 말하면, 그것은 마왕(魔王)의 말이요, 바로 마왕 백성들의 말이니, 부처님의 말씀이라고 하지 않느니라. 선남자야, 만일 아무 처소도 없다고 말하면, 그것을 부처님의 말씀이라고 하느니라.
선남자야, 만일 색을 깨닫고 분별하여 말하거나 수ㆍ상ㆍ행ㆍ식을 깨닫고 분별하여 말하면 부처님 말씀이라고 하지 않느니라. 선남자야, 만일 색을 깨달아 분별하여 말하거나 수ㆍ상ㆍ행ㆍ식을 깨달아 분별하여 말하는 일이 없으면, 그것을 부처님의 말씀이라고 하느니라. 이런 까닭에 마왕과 마왕의 백성들이 그 틈을 얻을 수 없느니라.
또 선남자야, 보살이란 색에 대하여 나[我]라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또한 이것은 나의 소유물이 아니라고 분별하지도 않으며, 이와 같이 수ㆍ상ㆍ행ㆍ식에 대해서도 나라는 집착이 없으며, 또한 나의 소유물이 아니라고 분별하지도 않으면, 그를 보살이라 하느니라.”
그때 용위덕상왕보살이 부처님을 바라보며 여쭈었다.
“그러하면 무슨 까닭에 언설(言說)이 있사오며, 무엇이 언설이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악마 파비연(波卑掾)3)이니라.
또 선남자야, 만약 보살이 경계[色]에 대해서 생각을 일으키지 않고, 나[我]라고 하는 것도 역시 그와 같으며, 수ㆍ상ㆍ행ㆍ식에 대해서 생각을 일으키지도 않고 나라고 하는 것도 그와 같다고 하면, 그런 보살은 어느 곳에서도 말이 없느니라.
용위덕상왕이여, 모든 선남자로서 높고 훌륭한 이는 일체의 말을 끊고, 일체의 장애를 끊으며, 모든 아만(我慢)을 없애고, 일체의 그물을 끊으며, 두 가지 소견을 여의고, 일체의 생각을 여읠 수 있나니, 그것은 말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떻게 말이 있을 수 있겠느냐? 말할 것은 아무것도 없느니라. 그런 까닭에 말이 없는 것을 부처님의 말씀이라고 하느니라. 선남자야, 이런 까닭에 당연히 이것이 바로 부처님 말씀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니라.
선남자야, 그 밖에 또 몸이라는 것도 없고 몸의 행이랄 것도 없으며, 입이라는 것도 없고 입의 행이랄 것도 없으며, 뜻이라는 것도 없고 뜻의 행이랄 것도 없으며, 행이 아니라거나 행이 아닌 것도 아니라거나, 비방이 아니라거나 비방이 아닌 것도 아니라거나, 생기는 것도 아니고 일어나는 것도 아니며, 생각도 없고 처소도 없으며, 머무름도 없고 없어짐도 없으며, 고요한 것도 아니고 행하는 것도 아니며, 진리의 말이면서 움직이지 않고, 또 움직이지 않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머무르는 것도 아니며, 자연 그대로여서 반연하지도 않고 반연하지 않는 것도 아니라고 하면, 선남자야, 이것이 바로 부처님의 말씀이라고 한다. 그것은 말로는 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부처님의 말씀이라고 하느니라.
선남자야, 보살이 이와 같이 배우고 나면, 이는 곧 상상지(上上智:最上의 智慧)의 광명인 부처님의 말씀을 배웠다고 말할 것이다. 청량(淸涼)한 부처님의 말씀으로 일체 중생들의 몸을 두루 기쁘게 해주고, 일체 중생들의 뜻을 깨우쳐주며, 부처님의 지혜를 향하여 나아가 법의 이치를 받아 지니고, 일체 보살들을 두루 기쁘게 하며, 모든 잠자는 이들을 깨워서 법계에 잘 들어가게 하면, 이것이 곧 잘 결정하여 법륜(法輪)으로 향하는 것이며, 법륜을 굴리고 큰 법고(法鼓)를 쳐서 모든 마(魔)의 대중들을 항복시키고 다른 원수들을 항복시키는 것이며, 일체의 외도(外道)들을 항복시키는 것이다. 이것이 나쁜 길을 향해 가는 이를 구호하는 길이고, 모든 부처님의 세계를 장엄하는 것이다. 이에 모든 부처님의 칭찬을 들으면서 틀림없이 도량에 앉게 될 것이니, 이와 같은 보살은 이미 도량에 앉았고, 이와 같은 보살은 이미 보살의 모든 다라니(陀羅尼)를 얻었느니라.”
이 부처님의 법문을 말씀하실 때에 거룩한 용위덕상왕보살은 보리(菩提)의 분법(分法)에 다 만족하여 곧 무생법인(無生法忍)4)을 얻었으며, 2만 6천 보살들은 다라니와 모든 삼매를 얻었고, 8천 비구는 무루(無漏)의 법을 얻었다. 또 8만 4천 중생들은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의 마음을 내어 곧 신력(神力)으로 갖가지 꽃을 뿌려서 세존께 공양하였다.
여래께서 이 법문을 말씀하실 때에 거룩한 용위덕상왕보살과 모든 대중들과 하늘ㆍ사람ㆍ아수라(阿修羅)ㆍ가루라(迦樓羅)ㆍ긴나라(緊那羅)ㆍ마후라가(摩睺羅伽) 등 일체 대중들도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모두 크게 기뻐하며 믿고 받아 받들어 실천하였다.
012_0160_a_01L佛語經元魏天竺三藏菩提流支譯如是我聞一時婆伽婆住毘耶離大林樓閣上與大比丘衆八千人俱萬四千諸大菩薩復有學無學無量人衆圍繞說法爾時會中有一菩薩名龍威德上王從坐而起整服右肩右膝著地合掌向佛白言世尊如來先說佛語修多羅諸經復有說非佛語世尊此有何云何受持爾時佛告龍威德上王菩薩言善男子如汝所問於諸經中而說佛語非佛語者善男子如是非卽是佛語善男子善思念之我於今者善爲汝說龍威德上王菩薩而白佛言善哉世尊願樂欲聞佛言善男子言非語者卽是佛語善男子言佛語者是則名爲最重身業我之所說皆悉無有不利身業口業意業彼亦無語無能說者亦無言者善男諸有色語皆非佛語若龍威德上色非語非佛語者非語亦非佛語善男子若無色語無受識語者是名佛語善男子若有身意業語者不名佛善男子若無身意業語者是名佛語善男子若有地水火風空界是等語不名佛語善男子若有不說地水火風空界等者是名佛語善男子若有貪癡語不名佛語善男子無貪癡語是名佛語善男子若有漏語及無漏語不名佛語善男子非漏語非無漏語是名佛語善男子若有所悕如是語者不名佛語以彼佛語不悕求故善男子若無高下如是語者是名佛語善男子若有事語非事語者不名佛語善男子若有非事非非事語是名佛語善男子若於自性淸淨法上言得證者彼非佛語善男子若非自性非他性語是名佛善男子若有實語非實語者不名佛語善男子若無實語無不實語名佛語善男子若有此語是凡夫人之所說語此是聖人之所說語不名佛語善男子若無凡語無聖人語名佛語善男子若有內語及有外語內外語者不名佛語善男子若無內語及無外語內外語者是名佛語男子若於諸法有色所依所依語者不名佛語善男子若於諸無色可依亦無受識可依是語者是名佛語善男子若有處語是魔王語是魔民語不名佛語善男若無一切諸處語者是名佛語男子若有色覺分別而語覺分別語不名佛語善男子若無色覺分別而語識覺分別語名佛語以此義故魔及魔民不得其便復次善男子言菩薩者若色無我不分別非是我所如是受識無亦不分別非我所者名爲菩薩龍威德上王菩薩而白佛言世尊何義故而有言說何者言說佛言男子魔波卑掾復次善男子若菩薩色不作念我當如是亦不作念我當如是如是菩薩於一切處皆無有語龍威德上王諸善男子有上勝者斷一切語斷一切障滅諸我斷一切網離諸二見離一切想無語故云何有言亦無可語是故非名爲佛語善男子以此義故當如是知此是佛語善男子若無身無身行無口無口行無意無意行非行非非行非謗非不不生不起無想無處無住無沒寂非行諦語不動復非不動而亦不自然不緣亦非不緣善男子此是佛語以彼無有可能語故是名佛語善男子菩薩能作如是學已是則名爲學上上智光明佛語淸涼佛語悅一切諸衆生身開發一切諸衆生趣向佛智受持法義遍悅一切諸菩薩衆覺諸睡者善入法界是善決定向於法輪轉於法輪擊大法鼓諸魔衆降伏異怨降伏一切諸外道是能救護向惡道者是能莊嚴諸佛世界是一切佛之所稱歎必坐道如是菩薩已坐道場如是菩薩已得菩薩諸陁羅尼說此佛語法門之聖龍威德上王菩薩菩提分法悉滿足卽時獲得無生法忍二萬六千諸菩薩等得陁羅尼及諸三昧千比丘得無漏法復有八萬四千衆皆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以神力雨種種花供養世尊如來說是法門之時聖龍威德上王菩薩及諸大衆天人阿修羅迦樓羅緊那羅摩睺羅伽等一切大衆聞佛所說皆歡喜信受奉行佛語經癸卯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
  1. 1)비사리(毘舍離), 비사리(鞞舍離), 폐사리(吠舍釐), 유야리(維耶離)라고도 쓰며, 광엄성(廣嚴城)이라고 번역한다. 중인도에 있던 나라. 항하를 사이에 두고, 남방으로 마갈타국과 마주보고 있다. 부처님이 계실 때에는 자주 이곳에 다니며 교화하여 『유마힐경』ㆍ『보문다라니경』 등을 말하여 유마힐ㆍ암몰라녀(菴沒羅女)ㆍ장자자(長者子) 보적(寶積) 등을 교화하였다. 불멸 후 1백 년 경에 여기서 계율에 관한 새로운 말[十事非法]이 일어났으므로 야사(耶舍)의 발의(發議)에 의하여 조사하느라고 제2결집이 열렸다. 그 뒤에 동진(東晋)의 법현(法顯), 당나라의 현장이 이곳에 갔던 때는 그 도성과 가람이 황폐하여졌다 한다. 지금 벵갈 지방의 서쪽 바트나시의 북쪽 27마일에 있는 베사르(Besarh)촌이 도성의 옛터라 한다.
  2. 2)고려대장경에는 “개실무유불리신업구업의업(皆悉無有不利身業口業意業)”이라 되어 있는데, 신수대장경을 제외한 다른 모든 본(本)에는 “개실무유불리신업구업의업)皆悉無有不離身業口業意業”으로 되어 있다. 여기서는 후자(後者)에 의거하여 번역하였다.
  3. 3)마왕 파순(波旬)의 다른 명칭. 욕계(欲界) 제6천의 임금인 마왕의 이름이며, 수도를 방해하는 대표적 마군의 이름이다. 수도인의 마음을 요란하게 하고, 악한 뜻을 품고 사람의 혜명(慧命)을 끊는다고 하는데, 부처님 성도(聖道) 때에 보리수 아래에 나타난 마군도 이 파순과 그의 권속이었다.
  4. 4)제법의 자성은 공공적적(空空寂寂)하여 본래 무생(無生)이라고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