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 부처님께서 바라내(波羅奈)의 녹야원[仙人鹿苑]에 큰 비구들 2만 명과 보살 1만 2천 명과 함께 계셨다.
012_0252_a_04L一時,佛在波羅柰仙人鹿苑中,與大比丘衆二萬人俱。菩薩萬二千。
그 보살들의 이름은 사자(師子)보살ㆍ사자의(師子意)보살ㆍ안의(安意)보살ㆍ무유의(無喩意)보살ㆍ지지(持地)보살ㆍ반라달(般羅達)보살ㆍ신천(神天)보살ㆍ실사(實事)보살ㆍ가후다(伽睺多)보살ㆍ현력(賢力)보살ㆍ명천(明天)보살ㆍ애희(愛喜)보살ㆍ문수사리(文殊師利)보살ㆍ지행(智行)보살ㆍ전행(專行)보살ㆍ현무애(現無碍)보살ㆍ미륵(彌勒)보살들이었다. 이와 같은 상수(上首)들을 위시한 보살마하살 1만 2천 사람이 함께 있었으며, 또한 2만의 천자(天子)들이 선계천자(善界天子)와 선주(善住)천자 등을 상수로 하였는데 모두들 대승에 머물러 있었다.
“마음껏 물어 보아라. 모든 의심나는 것들을 내가 이미 모두 알고 있으니 마땅히 너를 위해 해설해서 기쁘게 해 주리라.”
012_0252_a_19L“恣汝所問,諸有疑者,吾已知之,當爲解說,令汝歡喜。”
그때 화덕장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012_0252_a_20L爾時,華德藏白佛言:
012_0252_b_01L“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이 어떻게 해야 아뇩다라삼먁삼보리와 다섯 가지 신통(神通)으로부터 물러나지[退轉] 않을 수 있습니까? 또한 어떻게 해야 여환(如幻)삼매를 얻으며, 선방편(善方便)으로써 능히 그 몸을 변화시켜 각 중생들의 모습[形類]이 이룬 선근(善根)에 따라서 법을 설하여 이들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도록 할 수 있습니까?”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능히 여래ㆍ등정각 앞에서 이와 같은 뜻을 물어 보았구나. 너 화덕장보살은 이미 과거의 모든 부처님들께 온갖 선근(善根)을 심었으며, 무수한 백천만억의 모든 부처님이신 세존께 공양을 하였고, 저들 모든 중생들에 대하여 크게 자비심을 일으켰던 것이다. 훌륭하구나. 화덕장아, 자세히 잘 듣고 잘 생각해 보아라. 내 마땅히 너를 위해서 이를 설해 주리라.”
어떤 것이 그 일법인가? 의지함이 없는 것이니, 삼계(三界)에 의지하지 않는 것이며, 또한 안을 의지하지도 않고 바깥을 의지하지도 않는 것이다. 의지하는 바가 없으므로 바른 관찰[正觀察]을 얻으며, 바르게 관찰하고 나면 곧 정진(正盡)을 얻어서 깨달아서 아는 바에 대하여 어떤 줄어듦[損減]도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이 줄어듦이 없는 마음으로 모든 바른 지혜를 헤아리기 때문이니라. 모든 법이란 연(緣)을 따라 일어나는 것이므로 헛되고 거짓된[虛假]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니라.
012_0252_c_01L모든 중생들을 가엾게 여겨 이들을 제도하여 해탈시키고 이와 같은 뜻을 깊이 이해할 수만 있다면 그런 자는 모든 법이 마치 허깨비와 같은 것[如幻]이며, 그것은 다만 생각[憶想]과 말[語言]이 만들어낸 법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생각이나 말이 만들어낸 모든 법은 결국 모두가 공(空)한 것이다.
모든 법이 공한 것임을 능히 잘 통달할 수 있다면 이것을 이름하여 여환삼매를 얻었다[逮得]고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삼매를 얻으면 선방편으로써 능히 그 몸을 변화시켜서 중생들의 모습이 이룬 선근에 따라 법을 설하여 이들로 하여금 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도록 할 수가 있느니라.”
“여기서 서쪽으로 억백천의 국토[刹土]를 지나가면 어떤 세계가 있는데, 그 이름을 안락(安樂)이라고 한다. 그 나라에 부처님이 계시는데 그 이름을 아미타(阿彌陀) 여래ㆍ응공ㆍ정변지라고 하며, 지금 현재 법을 설하고 계신다. 그곳에 보살이 있는데, 하나는 이름을 관세음(觀世音)이라고 하고, 또 하나는 이름을 득대세(得大勢)라고 하는데 그들이 이 삼매를 얻었다. 또 화덕장아, 만약 어떤 보살이 저 정사들을 따라서 7일 낮 7일 밤 동안 이 법을 들어서 받아들인다면 그는 곧 이 여환삼매를 얻을 것이다.”
왜냐하면 저 정사가 이 국토[刹土]에 오게 되면 선남자와 선여인은 선근(善根)을 이룰 것이며, 그가 법을 설하는 것을 듣고 이 삼매를 얻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저 안락세계의 아미타불을 만나서, 선남자와 선여인들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킬 수 있도록 하기를 바라며, 저 국토에 태어나기를 바라며, 저 국토에 태어나서 절대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때 세존께서 그의 청을 받아들이시고는 곧 미간(眉間)의 백호상(白毫相)에서 빛을 방출하셨다. 그 빛이 삼천대천의 국토를 두루 비추었는데, 이 세계의 초목과 토석(土石), 수미산(須彌山)ㆍ왕목진린타산(王目眞隣陀山)ㆍ대목진린타산(大目眞隣陀山)ㆍ작가라산(斫迦羅山)ㆍ대작가라산 내지 이들 세계의 중간에 있는 어둡고 침침한 곳들까지도 모두 황금빛으로 크게 밝지 않은 곳이 없었으며, 그 빛나던 해와 달과 큰 힘을 발하던 위력의 광명들이 다시는 그 빛을 나타내지 못하였다.
보살과 성문 등 권속들이 이를 둘러싸고 있어서 그 황홀하기가 마치 저 보산(寶山)이 아득히 높게 솟아서 빼어난[殊特] 것 같았으며, 그 위광(威光)이 찬란하여 모든 국토를 두루 비추었는데 그것이 마치 눈이 맑은 사람이 불과 1심(尋:8척의 거리) 안에서 사람의 얼굴을 보듯이 분명하여 아무런 장애가 없었다. 이런 광경을 보고는 다들 기뻐 날뛰면서 ‘나무아미타 여래ㆍ응공ㆍ정변지’라고 외쳤다.
012_0253_c_01L“석가모니부처님께서는 단지 이 국토에서만 그 이름을 나타낸 것이 아니라 그 밖의 한량없는 모든 부처님들의 세계에서 모두 그 이름을 나타내셨으며, 그 큰 광명을 두루 비추고 여섯 가지로 진동시킴이 또한 이와 같은 것이다. 모든 부처님 세계의 한량없는 아승기의 중생들이 이 석가모니부처님을 칭송하는 이름만 듣고도 다들 그 선근(善根)을 성취하여 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로부터 물러나는 일이 없었다.
“세존이시여,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이와 같은 광명을 방출하신 것은 무엇을 인(因)함이며 무엇에 연(緣)함입니까?”
012_0253_c_11L“世尊!釋迦牟尼放此光明,何因何緣?”
그때 저 부처님께서 관세음에게 말씀하셨다. “여래ㆍ응공ㆍ등정각께서 이와 같은 광명을 방출하신 것은 아무런 인연이 없이 그런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오늘 석가모니 여래ㆍ응공ㆍ정변지가 장차 보살진보처삼매경(菩薩珍寶處三昧經)을 설하려고 하시기 때문에 먼저 이와 같은 상서로움을 나타내셨던 것이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사바세계에 나아가서 석가모니부처님께 예배하여 공양을 드리고 그 분께서 설하시는 법을 듣고 싶습니다.”
012_0253_c_17L“世尊!我等欲詣娑婆世界,禮拜供養釋迦牟尼佛,聽其說法。”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지금 당장 그렇게 하라.”
佛言:“善男子!宜知是時。”
그때 이들 두 보살이 서로에게 말하였다. “우리 오늘 저 부처님께서 설하시는 묘법(妙法)을 듣기로 합시다.”
012_0253_c_19L時,二菩薩卽相謂言:“我等今日,定聞彼佛所說妙法。”
그때 이들 두 보살이 부처님으로부터 가르침을 받고는 저 40억 보살 권속들에게 말하였다.
012_0253_c_21L時,二菩薩受佛教已,告彼四十億菩薩眷屬:
“선남자들이여, 우리 지금 다 같이 저 사바세계를 찾아가서 석가모니부처님께 예배를 올리고 공양을 드린 다음 그 분께서 설하시는 바른 법을 들읍시다.
012_0253_c_22L“善男子!當共往詣娑婆世界,禮拜供養釋迦牟尼佛,聽受正法。
012_0254_a_01L 왜냐하면 석가모니 여래ㆍ응공ㆍ등정각께서는 능히 어려운 일을 할 수 있어서 저 정묘국(淨妙國)을 버리고 그 본원(本願)의 힘으로 큰 자비의 마음을 일으켰으며, 저 박덕(薄德)하고 복이 적으며 탐욕[貪着]과 성냄[瞋恚]과 어리석음[愚癡]이 증장(增長)하고 혼탁하고 악한 세상에서도 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어서 이들을 위하여 법을 설하셨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마땅히 함께 저 세계를 찾아가서 석가모니부처님께 예배드리고 공양을 올려야겠습니다.”
012_0254_a_08L世尊!我等當共詣彼世界,禮拜供養釋迦牟尼佛。”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지금 당장 그렇게 하라.”
012_0254_a_09L佛言:“善男子!宜知是時。”
그때 관세음과 득대세 보살마하살이 40억 보살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인 채 저 세계를 찾아가서 신통력을 써서 각 권속(眷屬)들이 변하여 40억 개의 장엄한 보대(寶臺)가 되었다. 이들 보대는 그 길이와 너비가 무려 12유순이나 되었으며 그 모습이 단엄(端嚴)하고 미묘하였다.
이들 보대 위의 어떤 곳에는 황금이 있고, 어떤 곳에는 백은(白銀)이 있으며, 어떤 곳에는 유리(琉璃)가 있고, 어떤 곳에는 파리(頗梨)가 있으며, 어떤 곳에는 적주(赤珠)가 있고, 어떤 곳에는 자거(車渠)가 있으며, 어떤 곳에는 마노(瑪瑙)가 있고, 어떤 곳에는 두 가지 보석인 황금과 백은이 있으며, 어떤 곳에는 세 가지 보석인 황금ㆍ백은ㆍ유리가 있고, 어떤 곳에는 네 가지 보석인 황금ㆍ백은ㆍ유리ㆍ파리가 있으며, 어떤 곳에는 다섯 가지 보석인 황금ㆍ백은ㆍ유리ㆍ파리ㆍ적주가 있고, 어떤 곳에는 여섯 가지 보석인 황금ㆍ백은ㆍ유리ㆍ파리ㆍ자거ㆍ적주가 있으며, 어떤 곳에는 7보(寶)에서부터 마노(瑪瑙)에 이르기까지 다 있는 곳이 있었다.
또한 여기에다 적주(赤珠)ㆍ전단(栴檀)ㆍ우발라(優鉢羅)ㆍ발담마(鉢曇摩)ㆍ구물두(拘物頭)ㆍ분타리(分陀利)꽃으로 이를 장엄하였다.
012_0254_a_21L又以赤珠、栴檀、優鉢羅、鉢曇摩、拘物頭、分陁利而莊嚴之。
012_0254_b_01L 또한 수만나화(須曼那華)ㆍ첨복화(瞻蔔花)ㆍ바라라화(波羅羅花)ㆍ아제목다화(阿提目多花)ㆍ나니화(羅尼花)ㆍ구라니화(瞿羅尼花)ㆍ만다라화(曼陀羅花)ㆍ마하(摩訶)만다라화ㆍ바루사화(波樓沙花)ㆍ마하바루사화ㆍ만수사화(曼殊沙花)ㆍ마하만수사화ㆍ노자나화(盧遮那花)ㆍ마하노자나화ㆍ차가화(遮迦花)ㆍ마하차가화ㆍ소루지(蘇樓至)차가화ㆍ전나화(栴那花)ㆍ마하전나화ㆍ소루지전단나화(栴檀那花)ㆍ전노다라화(栴奴多羅花)ㆍ타라화(他邏花)ㆍ마하타라화 등의 꽃비를 뿌렸다.
또한 그 보대 위는 갖가지 색깔들로 빛이 나서 반짝거리고 찬란한 빛깔들이 청정하게 비추었다.
012_0254_b_07L其寶臺上種種雜色,斑爛煒曄淸淨照耀。
이들 모든 보대 위에는 변화한 옥녀(玉女) 8만 4천 명이 있었는데 이들 중 어떤 사람은 공후(箜篌)ㆍ금(琴)ㆍ슬(瑟)ㆍ쟁(箏)ㆍ적(笛)ㆍ비파ㆍ북ㆍ패(貝:관악기) 등을 들고 있었다. 이와 같은 한량없는 갖가지 보배로운 악기들로 미묘한 음악을 연주하면서 근엄하게 머물러 있었다.
어떤 옥녀(玉女)들은 적전단향(赤栴檀香)이나 침수(沈水)전단향을 가지고 있었으며, 어떤 사람은 검은 침수전단향을 가지고 근엄하게 머물러 있었다. 어떤 옥녀들은 우바라(優波羅)ㆍ바두마(波頭摩)ㆍ구물두ㆍ분다리꽃 등을 들고 근엄하게 머물러 있기도 하였으며, 어떤 옥녀들은 만다라화ㆍ마하만다라화ㆍ바루사화ㆍ마하바루사화ㆍ노자나화ㆍ마하노자나화ㆍ전나화ㆍ마하전나화ㆍ소루지전나화ㆍ차가화ㆍ마하차가화ㆍ소루지차가화ㆍ타라화ㆍ마하타라화ㆍ소루지타라화 등을 들고 장엄하게 머물러 있기도 하였다.
모든 보대 위는 갖가지 보배로 사자좌(師子座)를 장엄했는데 이들 자리마다 모두 화불(化佛)이 앉아 있었으며, 이들 화불들은 32상(相)과 82종호(種好)로 스스로 그 몸을 장엄하였다.
012_0254_b_21L諸寶臺上,衆寶莊嚴師子之座,座上皆有化佛,三十二相、八十種好而自嚴身。
012_0254_c_01L보대 위에는 각각 8만 4천 개의 푸르고 누르고 붉고 흰 각종 진주들을 달아놓았는데 모두 관주(貫珠)로 꿰어서 보대 위에다 달아놓았으며, 각각의 보대마다 8만 4천 개의 묘하고 보배로운 병[寶甁]이 얹혀 있는데 여기에 가루향을 가득 담아서 진열하여 놓았다.
모든 보대 위에는 각각 8만 4천 개의 묘하고 보배로운 일산[寶蓋]이 있어서 그 위를 가리고 덮었으며, 모든 보대 위에는 각각 8만 4천 그루의 묘하고 보배로운 나무[寶樹]들이 나란히 심어져 있었고, 모든 보대 위에는 각각 8만 4천 개의 보배로운 방울[寶鈴]이 그 위에 벌려져 있어 보대를 덮고 있었다.
죽 늘어선 온갖 보배로운 나무들이 미묘한 소리를 내었는데 그 소리가 온화하고 우아하여 저 천악(天樂)보다도 더 아름다웠다. 그리고 모든 보대 위에는 각각 8만 4천 가지 묘하고 보배로운 끈이 있어서 이들 나무들 사이를 연결해 주고 있었으며, 이들 하나하나의 보대마다 광명이 찬란하여 8만 4천 유순이나 되는 곳들이 모두 환하게 밝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때 그 보살들은 그들의 신통력으로써 이 세계의 땅이 마치 수면(水面)처럼 편편하여지도록 만들었으며, 80억의 보살들이 모두 앞뒤로 둘러싸면서 큰 공덕으로써 그 장엄함을 이루어 단정하고 엄숙하고 빼어남이 가히 비할 데가 없었으며 그 광명이 온통 이 사바세계를 두루 비추었다.
그때 화덕장이 곧 갖가지 보살의 천안(天眼)을 가지고 동방 세계 항하의 모래수와 같이 무수히 많은 부처님들의 세계를 관찰하였다. 이들 부처님들마다 모두 그 앞에 관세음과 득대세보살이 있는 것이 보였는데 그 장엄함이 앞의 경우와 같았으며, 다들 공경하고 공양하면서 ‘아미타부처님께서 세존께 문안을 여쭈었다. 병환이 적으시고 고뇌가 적으시며 기거(起居)가 가볍고 이로우며 행보가 안락(安樂)하십니까?’ 하는 것이었다. 남방과 서방과 북방과 사유(四維)와 상하(上下)의 세계가 역시 모두 이와 같았다.
“세존이시여, 이 두 분의 정사(正士)는 이미 오래 전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켰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떤 부처님이 계신 곳에서 이런 발심을 하였는지 말씀해 주시고, 저 모든 보살들로 하여금 이와 같은 원행(願行)을 닦아서 이를 구족하게 이룰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도록 하라. 내가 마땅히 너를 위해서 설하리라.”
012_0255_b_07L佛言:“諦聽!善思念之,當爲汝說。”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원컨대 이를 기꺼이 듣고 싶습니다.”
“善哉!世尊!願樂欲聞。”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012_0255_b_08L佛言:
“말하자면 지금으로부터 멀고 먼 까마득한 옛날인 한량없고 이루 생각할 수도 없는 아승기겁 시절의 일이다. 마침 내가 백천(百千)의 왕이 되어 있었는데, 그때 그 초대왕겁(初大王劫)이 장차 끝나려 하던 무렵에 세계가 있었으니, 그 이름을 무량덕취안락시현(無量德聚安樂示現)이라 하였으며, 그 나라에 부처님이 계셨는데 그 부처님의 이름은 금광사자유희(金光師子遊戱)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세존이라 하였다.
부처님께서 화덕장에게 말씀하셨다. “예를 들어 어떤 자가 털 한 개를 쪼개서 백 개의 털로 만들었다고 하자. 그리고 그 쪼갠 한 개의 털에 묻은 물방울을 큰 바닷물에 떨어뜨렸다고 하자. 이런 경우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 털 한 개의 끝에 묻은 물을 큰 바닷물에다 비교할 때 이 중 어느 것이 더 많겠는가?”
그때 저 금광사자유희여래의 법 가운데 왕이 있었는데 그 이름을 위덕왕(威德王)이라고 하였다. 이 왕은 저 천(千) 세계를 바른 법으로 다스려서 이를 교화하였으므로 그 이름을 법왕(法王)이라고 하였던 것이다. 이 위덕왕에게는 많은 자식들이 있었는데, 이들은 모두 스물여덟 가지 대인(大人)의 상(相)을 갖추고 있었으며, 모두 저 무상(無上)의 도(道)에 머물러 있었다. 그리고 이 왕에게는 7만 6천 개의 동산과 누관(樓觀)이 있었는데 이 왕의 아들들이 이 안에서 즐기면서 놀았던 것이다.”
012_0256_a_01L어떤 것을 그 회향이 무량하다고 하는가? 모든 중생들에게 회향하는 것과 같이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무생증(無生證)을 얻도록 하는 것이며, 저 부처님의 열반으로써 반열반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을 이름하여 회향무량이라 하며, 무변공(無邊空)무량이라 하며, 무상(無相)무량이라 하며, 무원(無願)무량이라 한다. 이와 같이 행함이 없어서 실제(實際)를 하고자 함이 없으며 그 법성(法性)이 생함이 없고 해탈에 집착함이 없어서 열반이 무량한 것이다.
선남자야, 나는 단지 모든 법이 무량하다고 간략히 말하였다. 왜냐하면 모든 법이 한량없기 때문이다.
012_0256_a_05L善男子!我但略說諸法無量。何以故?以一切法無有限量。
또 화덕장아, 저 위덕왕이 그의 동산과 누관[園觀]에서 삼매에 들어갔을 때 왕의 좌우에 두 개의 연꽃이 땅에서 솟아올랐는데, 온갖 색깔들로 장엄하였으며 그 향기가 짙게 퍼져서 마치 하늘의 전단(栴檀)과 같았다. 또한 두 명의 동자(童子)가 그 안에서 화생(化生)하여 가부좌(跏趺坐)를 하고 있었는데, 하나는 이름을 보의(寶意)라 하고 하나는 이름을 보상(寶上)이라고 하였다.
012_0256_b_01L
화덕장아, 두 동자는 이와 같이 게송 설하기를 마치고는 저 위덕왕과 함께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가서 이마를 땅에 대고 그 발에 예를 올리고 부처님을 오른쪽으로 일곱 바퀴 돌고는 합장하여 예를 올리고 한쪽으로 물러나서 머물렀다. 그때 두 동자가 곧 같은 소리로 다음과 같이 게송으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선남자야, 이 두 보살은 바로 저 부처님께서 계신 곳에서 처음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일으켰던 것이다.”
012_0256_c_15L善男子!是二菩薩於彼佛所,初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
그때 화덕장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012_0256_c_16L爾時,華德藏白佛言:
“매우 기이합니다. 세존이시여, 이 선남자는 일찍이 발심(發心)한 일이 없으면서도 이와 같이 깊고 깊은 지혜를 이루어서, 그 이름[名字]을 요달(了達)함이 모두가 가히 얻을 수가 없는 것들입니다. 세존이시여, 이것은 이 두 정사(正士)가 이미 일찍이 저 선대의 부처님께 공양을 바쳐서 모든 공덕을 지었기 때문입니다.”
“선남자야, 이 항하의 모래알은 헤아려 알 수가 있겠지만 이들 대사(大士)들이 먼저 부처님께 공양을 드려서 모든 선근(善根)들을 심은 것은 이루 칭량하여 알 수가 없느니라. 그리고 설사 보리심을 일으키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불가사의(不可思議)로써 스스로를 장엄한 것은 저 모든 중생들 가운데 가장 용맹하였던 것이다.”
012_0257_a_01L그때 화덕장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 무량덕취안락시현국토(無量德聚安樂示現國土)는 어떤 방향에 있습니까?”
012_0257_a_01L爾時,華德藏菩薩白佛言:“世尊!其無量德聚安樂示現國土,爲在何方?”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지금 이 서방에 있는 안락(安樂) 세계는 그 당시에는 그 이름을 무량덕취안락시현(無量德聚安樂示現)이라고 하였느니라.”
012_0257_a_03L佛言:“善男子!今此西方安樂世界,當於爾時,號無量德聚安樂示現。”
화덕장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華德藏菩薩白佛言:
“세존이시여, 바라건대 이를 설해서 무량한 중생들로 하여금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이 관세음보살은 어느 국토(國土)에서 등정각(等正覺)을 이루어 세계를 장엄하고 그 이름을 빛내며[光明], 성문이나 보살은 그 수명이 있는데, 성불하는 데에 이르렀으니 그 일이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습니까? 만약 세존께서 이 보살이 앞서 행한 그 행원(行願)을 설하여 주신다면 그 밖의 보살들은 이 행원을 듣고 반드시 수행하여 마땅히 만족함을 얻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그러면 잘 들어라. 내 마땅히 너를 위해서 설하리라.”
佛言:“善哉!諦聽!當爲汝說。”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바라건대 기꺼이 듣고 싶습니다.”
012_0257_a_11L對曰:“唯然!願樂欲聞。”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佛言:
“선남자야, 아미타불의 수명은 무량 백천억 겁이지만, 마땅히 끝이 있다. 선남자야, 앞으로 오게 될 멀고 먼 이루 헤아려 알 수 없는 겁에 아미타불께서 분명히 반열반하실 것이며, 반열반한 뒤에는 그 정법(正法)으로 세상에 머무는 것이 부처님의 수명과 같을 것이고, 세상에서 멸도(滅度)한 뒤에는 그 제도 받은 중생들도 다 이와 동등하게 될 것이다.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뒤에 혹시 부처님을 뵙지 못한 중생이 있다고 한다면 모든 보살들이 염불삼매(念佛三昧)를 얻어서 언제나 아미타불을 볼 수가 있을 것이다.
또 선남자야, 저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뒤에 모든 보물과 욕지(浴池)와 연꽃과 중보(衆寶)와 행수(行樹)들이 항상 법음(法音)으로 연설하여 저 부처님과 더불어 아무런 차이가 없을 것이다.
012_0257_a_19L復次,善男子!彼佛滅後,一切寶物浴池蓮花衆寶行樹,常演法音與佛無異。
012_0257_b_01L선남자야, 아미타불의 정법(正法)이 멸한 뒤에 한 밤중이 지나고 새벽이 밝아올 때에 관세음보살이 저 7보(寶)로 이루어진 보리수 밑에서 결가부좌를 하고 앉아서 등정각(等正覺)을 이룰 것이며, 그 이름을 보광공덕산왕(寶光功德山王)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세존이라고 할 것이다. 그 국토(國土)는 자연 7보(寶)로 이루어지고 온갖 미묘한 것들이 합쳐져서 그 장엄(莊嚴)함을 이룰 것이며, 여러 부처님이신 세존들께서 저 항사(恒沙)와 같이 많은 겁(劫) 동안 설해도 이를 다하지 못할 것이다.
선남자야, 내 지금 너를 위해 비유를 들어서 설하리라. 저 금광사자유희(金光師子遊戱)여래의 국토를 장엄한 일들은 보광공덕산왕여래 국토의 것에 비교하면, 백 배ㆍ천 배ㆍ천만 배ㆍ억 배ㆍ억조재(億兆載) 배 내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 불국토에는 성문이나 연각이라고 하는 이름이 없을 것이며, 순전히 보살들만 그 국토에 충만할 것이니라.”
반열반한 뒤에는 그 정법(正法)을 받들어 간직하여 멸진(滅盡)할 때까지 그렇게 할 것이며, 그 정법이 멸진한 뒤에는 곧 그 국토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어서 그 이름을 선주공덕보왕(善住功德寶王)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세존이라 할 것이며, 그리하여 마치 저 보광공덕산왕여래의 국토처럼 그 광명과 수명과 보살의 무리 내지 법이 머무는 것[法住] 등에 이르기까지 모두 동등하여 아무런 차이가 없을 것이다.
012_0257_c_01L또 선남자야, 만약에 어떤 여인이 과거의 금광사자유희여래나 선주공덕보왕여래의 이름을 얻어 듣는다면 그런 자들은 모두 그 여자의 몸을 바꾸어서 저 40억 겁 동안의 모든 생사의 죄를 물리칠 것이며, 다들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언제나 부처님을 뵙고 정법(正法)을 들어 수지하고 여러 스님들을 공양할 것이며, 육신을 버리고 출가하여 무애변(無碍辯)을 이루어서 빠르게 총지(摠持)를 얻을 것이다.”
또 8만 4천 나유타 중생들이 멀리 속진(俗塵)을 여의고 번뇌를 벗어나서 모든 법 가운데서 그 법안(法眼)의 청정함을 얻었으며, 7천 명의 비구들이 번뇌가 다하고 마음의 해탈을 얻었다.
012_0257_c_11L復有八萬四千那由他衆生,遠塵離垢,於諸法中得法眼淨。七千比丘漏盡意解。
그때 관세음과 득대세보살이 곧 그들의 신력(神力)으로써 이 모임에 모인 무리들로 하여금 다 같이 시방세계의 무수한 모든 불ㆍ세존님들께서 다들 한결같이 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수기(授記)하고 계시는 것을 보도록 하였다. 다들 이를 보고 나서 다음과 같이 감탄하며 말하였다.
012_0258_a_01L세존이시여, 부디 저 모든 중생들을 가엾게 여기시고 그들이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이를 설하여 주십시오. 세존이시여, 지금 이곳에 모인 자들 중에는 영리한 근기[利根]를 가진 선남자와 선여인들이 많으니, 마땅히 저 미래의 세계에서는 대명(大明)을 지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화덕장아, 훌륭하구나. 그러면 잘 들어라. 내가 마땅히 너를 위하여 설하리라.”
佛言:“華德藏!善哉!諦聽!當爲汝說。”
“가르침을 받겠습니다. 바라건대 기꺼이 듣고 싶습니다.”
012_0258_a_04L對曰:“受教!願樂欲聞。”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약 선남자가 삼천대천세계의 모든 중생들을 그의 두 어깨 위에 올려놓고 그 육신과 수명이 다할 때까지 이들이 원하고 바라는 바를 따라서 이들에게 의복ㆍ음식ㆍ와구(臥具)ㆍ상욕(牀褥)ㆍ탕약(湯藥) 등을 공양한다고 하자. 그렇게 한다면 그가 얻는 공덕이 많다고 할 수 있겠는가?”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부터 이 여래께서 설하신 경전과 과거와 미래의 세 부처님의 이름을 마땅히 항상 받아 지니어 읽고 외우며 설하고 베껴서 쓰며 이를 널리 베풀어 유포시키고, 탐욕[貪着]과 성냄[瞋恚]과 어리석은[愚癡] 마음을 멀리 여의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일으켜 끝내 허망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성불(成佛)하고 나서 만약 어떤 여인이 이와 같은 법을 듣는다고 한다면 그는 그 즉시 여인의 몸을 바꿀 것이며, 그리하여 여인의 몸을 바꾼 뒤에 마땅히 그를 위해 수기(授記)를 하여 그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어서 그 이름을 이구다타아가도아라하삼먁삼불타(離垢多陀阿伽度阿羅呵三貌三佛陀)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