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王舍城) 기사굴산(耆闍崛山)에서 큰 비구 스님 3만 2천인과 함께 계셨다. 보살마하살은 7만 2천이 있었는데, 그들은 뭇 사람이 알아주는 이였고 다라니(陀羅尼)를 얻었으며, 변재(辯才)를 성취하였고 즐겁게 법을 연설하는 것[樂說]이 다함이 없었으며, 삼매에 편히 머물러서 동요하지 않았으며, 다함이 없는 혜(慧)를 잘 알았고 깊은 법인(法忍)을 얻었고 깊은 법문에 들어갔으며, 한량없는 아승기 겁(劫)에 닦는 선법을 모두 다 성취하였으며, 뭇 마군[魔]을 굴복시켰고 모든 적[怨敵]을 항복시켰으며, 가장 존귀한 것을 섭취하여 불국토를 장엄하고 청정하게 했으며,
큰 자비(慈悲)가 있었고 여러 모양으로 몸을 장엄하였으며, 큰 정진으로 피안(彼岸)에 도달하였고 온갖 언사(言辭)의 방편을 잘 알았으며, 행하는 위의(威儀)는 완전하고 청정하였으며, 모두 이미 3해탈문(解脫門)에 머물렀고 걸림이 없는 지(智)로 3세(世)를 통달하였으며, 온갖 중생을 버리지 않겠다는 확고한 마음을 일으켰고 교설의 의미[義趣]를 기억하였고 참고 견디는 지혜(智慧)를 가지고 있었으니, 모든 보살은 덕이 모두 이와 같았다.
이와 같은 보살마하살이 7만 2천 인이었고 또한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제석(帝釋)과 범천왕(梵天王)과 호세천왕(護世天王) 그리고 하늘과 용과 야차(夜叉)와 건달바(乾闥婆)와 아수라(阿修羅)와 가루라(迦樓羅)와 긴나라(堅那羅)와 마후라가와 사람과 사람 아닌 것들이 있었다. 이들은 뭇 사람들이 알고 여러 가지 선근(善根)을 심었고 큰 법을 좋아하는 이로써, 모두 모임[集會]에 왔다.
그때에 견의(堅意)보살은 모임에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곧 여래께 물으리니, 이 묻는 것을 가지고 불종(佛種)ㆍ법종(法種)ㆍ승종(僧種)을 수호하겠으며, 마(魔)의 궁전이 은폐되어 나타나지 않게 하고, 스스로 큰 체하는 증상만(憎上慢)을 가진 사람은 꺾고, 선근(善根)을 심지 못한 사람은 지금 곧 심게 하고, 이미 선근을 심은 사람은 곧 증장(增長)하게 하리라.
만일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키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발심(發心)하게 하고, 이미 발심한 사람은 물러나지 않게 하고, 이미 물러나지 않는 사람은 빨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게 하고, 얻은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모든 견해에 머무르는 사람은 모두 버리는 마음을 내게 하고, 작은 법을 좋아하는 사람은 큰 법을 의심하지 않게 하며, 큰 법을 좋아하는 사람은 기쁨을 내게 하리라.’
012_0295_c_01L이렇게 생각하고서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왼쪽 무릎을 땅에 붙이고서 합장하며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여래의 법 가운데에서 조금 묻고자 하오니, 원컨대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 견의보살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묻고 싶은 대로 물어라. 나는 해설하여 그대를 기쁘게 하리라. 견의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삼매가 있어서, 보살이 빨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게 하며, 항상 여러 부처님을 만나 뵙게 하며, 광명으로써 널리 시방 세계를 비추며, 자재(自在)한 혜(慧)를 얻어 모든 마군을 깨뜨리며, 자재지(自在智)를 얻고 자연지(自然智)를 얻고 무생지(無生智)를 얻되 다른 이를 따라 얻지 않으며, 변재(辯才)가 끊이지 않으며,
미래 세상이 다하도록 마음대로 신족(神足)을 얻으며, 한량없는 수명을 받으며, 성문(聲聞)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성문승(乘)을 보이며, 벽지불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벽지불승을 보이며, 대승(大乘)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그를 위하여 대승을 보이며, 성문법에 통달하였으나 성문의 도(道)에 들어가지 않으며, 벽지불법에 통달하였으나 벽지불의 도에 들어가지 않으며, 불법에 통달하였으나 끝끝내 멸진(滅盡)하지 않으며, 성문의 모습과 위의(威儀)를 보이나 안으로는 부처님의 보리 마음을 떠나지 않으며, 벽지불의 모습과 위의를 보이나 안으로는 부처님의 대비심(大悲心)을 떠나지 않으며,
환(幻)과 같은 삼매의 힘으로 여래의 모습과 위의를 보이며, 선근의 힘으로 도솔(兜率)천상에 있음을 보이며, 최후의 몸[後身]을 받아서 자궁[胞胎]에 들고 태어나고 출가하고 부처님의 도량에 앉음을 보이며, 깊은 지혜의 힘으로 법륜(法輪) 굴리는 것을 보이며, 방편의 힘으로 열반에 들어가는 것을 보이며, 삼매의 힘으로 사리(舍利)를 나누는 것을 보이며, 본원력으로써 법이 멸진(滅盡)하는 것을 보입니까? 그러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어떠한 삼매를 행하여야 보살로 하여금 이와 같은 모든 공덕의 일을 보이면서도 끝끝내 열반에 들지 않게 합니까?”
012_0296_a_01L부처님께서 견의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참으로 훌륭하다, 견의보살이여. 여래에게 이와 같은 뜻(義)을 묻는구나. 마땅히 알라. 그대는 중생을 요익(饒益)하고 안락하게 함이 많으며, 세간을 불쌍히 여기고 천인(天人)을 이롭게 하였나니, 금세(今世)와 후세의 보살은 이익을 얻을 것이다. 마땅히 알라. 그대는 이미 선근을 깊이 심었고 과거의 한량없는 백천억 부처님께 공양하고 친근하였으며, 모든 도를 두루 행하여 마(魔)와 적[怨敵]을 항복 받았고 불법 가운데에 자재한 지혜를 얻어 여러 보살 대중을 교화하고 수호하였으며, 이미 일체 부처님의 법장(法藏)을 알아서 항하(恒河)의 모래 같은 부처님의 처소에서 묻고 답하는 것을 성취하였도다.
견의여, 여래는 이 많은 이들이 모인 가운데에 하늘과 용과 야차와 건달바와 또는 성문과 벽지불을 구하는 자로서 이러한 물음을 할 수 있는 자를 보지 못했노라. 오직 그대들 크게 장엄(莊嚴)하는 이들만이 이와 같은 물음을 할 수 있느니라. 그대는 지금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라. 나는 그대를 위하여 보살이 성취하는 삼매를 말하려니와, 이 공덕을 얻으면 그대가 앞에서 말한 것보다 크리라.”
견의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기쁘게 듣고자 하나이다.” 부처님이 견의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수능엄(首楞嚴)이라는 삼매가 있다. 만일 어떤 보살이 이 삼매를 얻으면, 그대가 묻은 것처럼, 모두 열반을 보일 수 있으나 영원히 멸하지 아니하며, 모든 형색(形色)을 보이나 색상(色相)을 무너뜨리지 않고, 두루 일체 부처님의 국토에 노니나 그 국토에 대해 분별하는 것이 없으며, 모두 일체의 모든 부처님을 만나나 평등한 법성(法性)을 분별하지 않으며,
012_0296_b_01L두루 모든 행(行)을 행하는 것을 보이나 모든 행이 청정함을 잘 알며, 모든 하늘과 사람에서 가장 높고 최상이지만 스스로 높다하고 교만하고 방일(放逸)하지 않으며, 온갖 마(魔)의 자재한 힘을 행하는 것을 보이지만 마가 행하는 일에는 의지하지 않으며, 두루 일체 삼계(三界)를 다니나 법상(法相)에 대해 동요함[動轉]이 없으며, 두루 모든 갈래[趣道]에 태어남을 보이지만 모든 갈래의 모양이 있음을 분별하지 아니하며,
온갖 법의 구절[法句]을 잘 해설하여 모든 언사(言辭)로써 그 뜻을 드러내지만 문자(文字)는 평등한 모양을 가지고 있음을 알아서 모든 언사에 분별하는 것이 없으며, 항상 선정(禪定)에 있으면서 중생 교화함을 보이며, 진인(盡忍)과 무생법인(無生法忍)을 행하나 모든 법이 생멸(生滅)하는 상(相)이 있음을 말한다. 이들은 두려움 없이 사자처럼 홀로 걸어간다.”
그때 모임에 있던 모든 제석과 범천왕과 호세천왕과 일체 대중은 모두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우리들은 이 삼매의 이름조차 들은 적이 없는데 어떻게 그 뜻을 해설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겠는가. 지금 와서 부처님을 뵙고 좋은 이익을 즐겁게 얻어 모두 함께 수능엄삼매의 이름을 설명하시는 것을 들을 수 있구나. 만일 불도(佛道)를 구하는 선남자(善男子)와 선여인(善女人)이 수능엄삼매의 의취(義趣)를 듣고 의심 없이 믿고 이해한다면, 이 사람은 반드시 불도에서 다시는 물러나지 않을 줄 알거니와, 하물며 믿고 지키고 독송하고 다른 사람을 위하여 말해주며 가르침대로 수행함에 있어서랴.’
그때에 제석과 범천왕과 호세천왕은 모두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나는 지금 부처님 여래를 위하여 사자 자리[師子座]와 정법 자리[正法座]와, 큰 상인의 자리[大上人座]와 큰 장엄의 자리[大莊嚴座]와 크게 법륜을 굴리는 자리[大轉法輪座]를 펴서 여래로 하여금 우리의 이 자리에서 수능엄삼매를 연설하시도록 하겠다.’ 이들은 모두 이렇게 생각하였다. ‘오직 나만이 부처님을 위하여 사자 자리를 펼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은 할 수 없을 것이다.’
012_0296_c_01L그때에 제석과 범천왕과 호세천왕은 각기 여래를 위하여 사자 자리를 펴놓고서, 청정하게 장식하고 단엄(端嚴)하고 높다랗게 하였으며, 한량없는 보배 옷으로써 그 위에 펴두고, 모두 뭇 묘한 보배 일산으로 덮었다. 또한 뭇 보배로써 난간을 만들었고, 자리의 좌우에는 한량없는 보배 나무와 가지와 잎이 얼기설기 줄을 지었으며, 모든 깃발과 번(幡)을 드리우고 큰 보배 휘장을 베풀었으며, 뭇 보배가 얽히었고 모든 보배 방울을 달아 두었으며, 뭇 묘한 온갖 꽃으로 그 위에다 흩어두고 모든 하늘의 온갖 향을 피웠으며, 금은과 뭇 보배의 광명이 얼기설기하였고 갖가지로 장엄함과 깨끗함이 없는 것이 없었다.
잠깐 사이에 여래 앞에 8만 4천억 나유타(那由他) 보배로운 사자 자리가 생겼지만 모두가 모임에 방해되지 않았다. 낱낱 천자(天子)는 다른 자리는 보지 못하고서 각각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나만이 부처님을 위하여 사자 자리를 펴 드렸다. 부처님께서는 내가 펴놓은 자리 위에서 수능엄삼매를 연설하실 것이다.’ 그때에 제석과 범천왕과 호세천왕은 자리 다 펴놓고서 각각 부처님께 아뢰었다. “여래께서는 저의 자리에 앉아서 수능엄삼매를 연설하시옵소서.”
즉시 세존께서는 큰 신력을 나타내어 두루 8만 4천억 나유타 사자 자리에 앉으셨다. 모든 하늘들은 각각 부처님이 자기가 펴놓은 자리에 앉는 것은 보았지만 다른 자리에 앉는 것은 보지 못하였다. 한 제석(帝釋)이 다른 제석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여래께서 나의 자리에 앉으신 것을 보아라.” 이와 같이 제석과 범천왕과 호세천왕들은 각각 서로 말하였다. “그대는 여래께서 나의 자리 위에 앉으신 것을 보아라.” 한 제석이 말하였다. “여래께서 지금 나의 자리에만 앉아 계시고, 그대의 자리에는 앉아 계시지 않다.”
012_0297_a_01L그때에 부처님께서는 모든 제석과 범천왕과 호세천왕은 옛 인연으로 제도할 수 있다고 여기셨고, 또한 수능엄삼매의 세력을 조금 나타내 보이시려고 하시었고, 또한 대승행(大乘行)을 성취하기 위하여, 모임에 모인 모든 이로 하여금 여래께서 두루 8만 4천억 나유타 보배로운 사자자리에 앉아 계시는 것을 보게 하셨다. 일체 대중은 모두 일찍이 느껴보지 못한 큰 기쁨을 경험하고서, 각각 자리에서 일어나서 합장하고 부처님께 예배하며 모두 이러한 말을 하였다.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위신력(威神力)이 한량없으시어 모든 천자로 하여금 각기 소원을 만족하게 하셨나이다.”
여래를 위하여 자리를 만든 그 모든 천자들은 부처님의 신력을 보고서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모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여래를 공양하며, 일체 중생의 고뇌(苦惱)를 없애며, 정법(正法)을 수호하며, 불종(佛種)이 끊어지지 않게 하기 위하여,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일으켰습니다. 저희들로 하여금 미래 세상에 부처님의 이와 같은 위신력을 짓게 하고 지금 여래께서 지으시는 신변[變現]과 같게 하여 주옵소서.”
그때에 부처님께서 모든 천자를 칭찬하여 말씀하셨다. “참으로 훌륭하다. 그대들이 말한 것처럼 일체 중생을 이롭게 하고자 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일으킨 것이 최고로 여래께 공양(供養)하는 것이다.” 그때에 범천 가운데에 한 범천왕이 있으니, 이름이 등행(等行)이었다. 그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여래가 진실한 것입니까? 저의 자리에 계신 것입니까, 다른 자리에 계신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등행에게 말씀하셨다. “일체의 모든 법은 모두 공(空)하여 환(幻)과 같으며, 화합하여 있는 것이지 만드는 자가 없으며, 모두 마음으로 이것저것 생각함[憶想分別]으로부터 일어나며, 주체[主]가 없으므로 생각하는 대로 나타난다. 이 모든 여래는 모두 진실하다. 어찌하여 진실한가? 이 모든 여래는 본래 스스로 생기지 않으니, 그러므로 진실하다. 이 모든 여래는 미래에도 멸함이 없으니, 그러므로 진실하다. 이 모든 여래는 4대(大)에 포섭된 것이 아니니, 그러므로 진실하다. 모든 음(陰)과 입(入)과 계(界)에도 모두 포섭된 것이 아니니, 그러므로 진실하다. 이 모든 여래는 앞과 중간과 나중이 평등하여 차별이 없나니, 그러므로 진실하다.
012_0297_b_01L범천왕이여, 이 모든 여래는 평등하여 차별이 없나니, 무슨 까닭이냐? 이 모든 여래는 색(色)이 같기 때문에 평등하고 수(受)ㆍ상(想)ㆍ행(行)ㆍ식(識)이 같기 때문에 평등하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평등하다. 이 모든 여래는 과거 세상이 같기 때문에 평등하고 미래 세상이 같기 때문에 평등하고 현재 세상이 같기 때문에 평등하다. 환(幻)과 같은 법이기 때문에 평등하고 그림자와 같은 법이기 때문에 평등하고 있는 바 없는 법이기 때문에 평등하다. 온 곳도 없고 가는 곳도 없기 때문에 평등하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여래를 평등하다고 한다.
일체 법이 평등한 것처럼 이 모든 여래도 이와 같으며, 일체 중생이 평등한 것처럼 이 모든 여래도 이와 같으며, 일체 세간(世間)의 부처님이 평등한 것처럼 이 모든 여래도 이와 같으며, 일체 세간이 평등한 것처럼 이 모든 여래도 이와 같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모든 부처님을 평등하고 한다. 범천왕이여, 이 모든 여래는 일체 모든 법이 같음에 지나지 않으므로 평등하다고 한다. 범천왕이여, 마땅히 알라. 여래는 일체 모든 법이 이와 같이 평등함을 모두 아시니, 그러므로 여래를 일체 법에서 평등하다고 한다.”
등행 범천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일찍이 없었던 일입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이 모든 법의 평등함을 얻으시고서, 묘한 색신(色身)으로써 중생에게 보이셨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범천왕이여, 이는 모두 수능엄삼매가 본래 행하는 세력[本行勢力]으로써 이루어진 것이다. 이러한 일 때문에 여래는 이 모든 법의 평등함을 얻고서, 묘한 색신으로 중생에게 나타낸다.” 이 법을 말씀하실 때에 등행 범천왕과 만 범천들이 모든 법 가운데에서 유순인(柔順忍)을 얻었다.
012_0297_c_01L그때에 여래께서 신력을 도로 거두시니, 여러 부처님과 자리도 모두 다시 나타나지 아니하였고, 모든 이들은 모임에서 오직 한 부처님만을 보았다. 그때 부처님께서 견의보살에 말씀하셨다. “수능엄삼매는 초지(初地)ㆍ2(地)ㆍ3지ㆍ4지ㆍ5지ㆍ6지ㆍ7지ㆍ8지ㆍ9지 보살이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오직 10지(地)에 머물러 있는 보살만이 이 수능엄삼매를 얻을 수 있다.
무엇이 수능엄삼매인가? (1) 마음을 허공처럼 닦는 것이다. (2) 현재 모든 중생의 모든 마음을 관찰하는 것이다. (3) 중생의 모든 근기의 예민함과 둔함[利鈍]을 분별하는 것이다. (4) 중생의 인과(因果)를 명확히 아는 것이다. (5) 모든 업(業) 가운데에서 업보(業報)가 없음을 아는 것이다. (6) 갖가지 욕락[樂欲]에 들어가고, 들어가서는 잊지 않는 것이다. (7) 한량없는 갖가지 모든 본질[諸性]을 직접적으로 아는 것이다. (8) 항상 화음(華音)삼매에 유희할 수 있고 중생에게 금강심(金剛心)삼매를 보일 수 있으며, 일체 선정(禪定)이 자유자재로 생각대로 되는 것이다. (9) 모든 존재가 이르는 모든 갈래[道]를 널리 관찰하는 것이다. (10) 전생을 아는 지혜에 있어서 걸림이 없는 것이다.
(11) 천안(天眼)에 장애가 없는 것이다. (12) 누진지(漏盡智)를 얻었으나 때가 아니면 증득하지 않는 것이다. (13) 색(色)과 무색(無色)에 평등하게 들어가는 지혜를 얻는 것이다. (14) 온갖 색(色)에서 유희함을 나타내는 것이다. (15) 모든 음성이 마치 메아리와 같음을 아는 것이다. (16) 염(念)과 혜(慧)에 수순하여 들어가는 것이다. (17) 좋은 말로 중생을 기쁘게 하는 것이다. (18) 상황에 맞게 법을 연설하는 것이다. (19) 적합한 때[時]인지 아닌지를 아는 것이다. (20) 모든 근(根)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21) 설법함이 헛되지 않는 것이다. (22) 진리[眞際]에 곧바로 들어가는 것이다. (23) 중생의 종류들을 잘 복종시킬 수 있는 것이다. (24) 모든 바라밀다를 다 갖출 수 있는 것이다. (25) 위의(威儀)가 나아가고 머무름에 다름이 있지 않는 것이다. (26) 모든 생각과 허망한 분별을 파괴하는 것이다. (27) 법성(法性)을 무너트리지 않고 그 한계[邊際]를 다하는 것이다. (28) 동시에 몸이 일체 부처님의 처소에 머무르는 것이다. (29) 일체 부처님이 말씀하신 법을 지닐 수 있는 것이다. (30) 널리 일체 세간에 그림자가 나타나듯이 몸을 자유로이 변화시키는 것이다.
012_0298_a_01L(31) 모든 법[乘]을 잘 말하여 중생을 도탈(度脫)하고 항상 삼보(三寶)를 보호하여 끊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32) 대장엄(大莊嚴)을 일으켜 미래 세상이 다하도록 하되 마음에 일찍이 피곤하고 게으른 생각이 없는 것이다. (33) 널리 일체가 태어나는 곳에 항상 몸을 나타내되 때를 따라 끊어지지 않는 것이다. (34) 나는 곳마다 짓는 것이 있음을 보이는 것이다. (35) 일체 중생을 잘 성취할 수 있는 것이다. (36) 일체 중생을 잘 알 수 있는 것이다. (37) 일체 2승(乘)이 측량할 수 없는 것이다. (38) 모든 음성(音聲)을 완전히 잘 아는 것이다. (39) 일체 모든 법이 치성하게 하는 것이다.
(40) 1겁(劫)을 아승기(阿僧祗) 겁이 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41) 아승기 겁을 1겁이 되게 하는 것이다. (42) 한 나라를 아승기 나라에 들어가게 할 수 있는 것이다. (43) 아승기 나라를 한 나라에 들어가게 하는 것이다. (44) 한량없는 부처님 국토를 한 터럭 구멍에 들어가게 하는 것이다. (45) 일체 중생이 한 몸에 들어감을 보이는 것이다. (46) 모든 부처님의 국토가 허공처럼 같음을 아는 것이다. (47) 몸이 남김 없이 부처님의 국토에 두루 이르는 것이다. (48) 일체 몸을 법성에 들어가게 하여 모두 몸이 없게 하는 것이다. (49) 일체 법성에는 모양 없음을 통달하는 것이다. (50) 일체 방편을 잘 아는 것이다.
(51) 한 소리로 말한 것을 가지고 일체 법성에 모두 통달할 수 있는 것이다. (52) 한 구절을 연설하여 한량없는 아승기 겁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53) 일체 법문의 차별을 잘 관찰하는 것이다. (54) 같음과 다름 그리고 간략함과 넓음을 잘 알고서 법을 연설하는 것이다. (55) 일체 마의 길[魔道]을 어떻게 벗어나는 지 잘 아는 것이다. (56) 큰 방편인 지혜 광명을 놓는 것이다. (57) 몸ㆍ입ㆍ마음의 업(業)에서 지혜로 으뜸을 삼는 것이다. (58) 의도적으로 익히지 않았지만 즉시에 행할 수 있는 신통이 항상 앞에 나타나는 것이다. (59) 4무애지(無碍智)로써 일체 중생을 기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60) 신통력(神通力)을 나타내어 일체 법성에 통달하는 것이다.
012_0298_b_01L(61) 거두어 주는 법[攝法]으로써 널리 중생을 포섭하는 것이다. (62) 모든 세간의 중생의 언어를 이해하는 것이다. (63) 환과 같은 법에 의심하는 것이 없는 것이다. (64) 일체 태어나는 곳마다 두루 자유자재할 수 있는 것이다. (65) 필요한 물건이 생각대로 생겨 결핍이 없는 것이다. (66) 일체 중생에게 자유자재로 나타내는 것이다. (67) 선한 자와 악한 자에게 모두 복전(福田)이 되는 것이다. (68) 일체 보살의 비밀한 법에 들어가는 것이다. (69) 항상 광명을 놓아서 남김 없이 세계를 비추는 것이다. (70) 그의 지혜는 심원(深遠)하여 측량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71) 그의 마음이 지(地)ㆍ수(水)ㆍ화(火)ㆍ풍(風)과 같은 것이다. (72) 모든 법의 장구(章句)와 말에서 법륜을 잘 굴리는 것이다. (73) 여래지(如來地)에서 장애가 없는 것이다. (74) 저절로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는 것이다. (75) 여실(如實)한 마음을 얻어서 모든 번뇌의 때[垢]가 더럽힐 수 없는 것이다. (76) 모든 물을 한 털구멍에 들어가게 하나 물의 성질을 어지럽히지 않는 것이다. (77) 한량없는 복덕(福德)과 선근(善根)을 닦아 모으는 것이다. (78) 일체 방편과 회향(廻向)을 잘 아는 것이다. (79) 잘 변화할 수 있어 두루 온갖 보살행을 행하는 것이다. (80) 부처님의 온갖 법으로 마음이 안온(安穩)함을 얻는 것이다.
(81) 이미 숙업(宿業)의 본신(本身)을 버려 떠난 것이다. (82) 모든 부처님의 비밀한 법장(法藏)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83) 마음대로 모든 욕락에 유희함을 나타내는 것이다. (84) 한량없는 법을 듣고서 빠짐없이 지닐 수 있는 것이다. (85) 온갖 법을 구하여 마음에 싫어함이 없는 것이다. (86) 모든 세속법을 따르나 물들지 않는 것이다. (87) 한량없는 겁 동안 사람을 위하여 설법하지만 모두들 해뜰 때부터 아침밥 먹기 전까지인 것 같다고 말하게 하는 것이다. (88) 갖가지 곱추ㆍ절름발이ㆍ귀머거리ㆍ소경ㆍ벙어리를 나타내어 중생을 교화하는 것이다. (89) 백천의 보이지 않는[密迹] 금강역사(金剛力士)가 항상 따라다니며 보호하고 모시는 것이다. (90) 저절로 모든 부처님의 도를 관찰하여 알 수 있는 것이다.
012_0298_c_01L(91) 한 생각에 한량없고 셀 수 없는 겁(劫)의 수명을 나타낼 수 있는 것이다. (92) 온갖 2승의 위의(威儀)와 법을 나타내어 행하나 안으로는 모든 보살행을 버리지 않는 것이다. (93) 그 마음이 잘 고요하고 공하며 상(相)이 없는 것이다. (94) 여러 기악(伎樂)에서 스스로 오락함을 보이나 안으로는 염불삼매(念佛三昧)를 버리지 않는 것이다. (95) 만일 보거나 듣거나 부딪치거나 함께 머무르거나 하면 모두 한량없는 중생을 성취할 수 있는 것이다. (96) 생각마다 불도를 성취함을 보이고 본래 교화할 대상을 따라서 해탈을 얻게 하는 것이다. (97) 태(胎)에 들어가고 처음 탄생함을 나타내는 것이다. (98) 출가하여 불도를 성취하는 것이다. (99) 법륜을 굴리는 것이다. (100) 큰 멸도(滅度)에 들어가나 영원히 멸하는 것이 아닌 것이다.
견의여, 수능엄삼매는 이와 같이 한량없고, 부처님의 온갖 신력을 모두 보일 수 있어 한량없는 중생이 모두 이익을 얻는다. 견의여, 수능엄삼매는 한 가지 일과 인연과 뜻[義]으로 알 수 없으니, 온갖 선정(禪定)과 해탈과 삼매와 뜻과 같은 신통과 걸림이 없는 지혜는 모두 수능엄에 포함되어 있다. 비유컨대 방축[陂]과 샘과 큰 강의 모든 흐름이 모두 큰 바다에 들어가는 것과 같으니, 이와 같이 보살이 가지고 있는 선정은 모두 수능엄삼매에 있다.
비유컨대 전륜성왕(轉輪聖王)에게 큰 용장(勇將)이 있어서 네 종류의 병사들이 모두 따르는 것과 같이, 견의여, 이와 같이 삼매문(三昧門)ㆍ선정문ㆍ변재문ㆍ해탈문ㆍ다라니문ㆍ신통문ㆍ밝은 해탈문인 이러한 모든 법문은 모두 수능엄삼매에 포함되어 있어, 보살이 수능엄삼매를 행함을 따라서 온갖 삼매가 모두 따른다. 견의여, 비유컨대 전륜성왕이 다닐 적에 칠보(七寶)가 모두 따르는 것과 같이, 이와 같이, 견의여, 수능엄삼매에는 온갖 보리를 돕는 법이 모두 따른다. 그러므로 이 삼매를 수능엄삼매라고 한다.”
부처님께서 견의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이 수능엄삼매에 머물러 재물을 구하지 않고도 보시(布施)하되, 대천(大千)세계와 모든 큰 바다와 천궁(天宮)과 인간에 있는 보물ㆍ음식ㆍ의복ㆍ코끼리ㆍ말ㆍ수레 등 이와 같은 물건을 자유자재로 베풀어주니, 이는 모두 본래 공덕으로 이루어 진 것이거늘, 하물며 신력으로써 생각하는 대로 지음에 있어서랴. 이것을 보살이 수능엄삼매에 머무르는 단바라밀다(檀波羅密)의 본사 과보(本事果報)라 한다.”
012_0299_a_01L부처님께서 견의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이 수능엄삼매에 머물러 다시는 계(戒)를 받지 않을 것이며 계에는 동요하지 않지만, 중생을 교화하고 인도하기 위하여 계행(戒行)을 받아 지니는 모든 위의를 나타내며, 범한 것이 있어 허물과 죄를 없애는 것을 보이나, 안으로는 청정하여 항상 과실이 없다. 모든 중생을 교화하기 위하여 욕계(欲界)에 태어나서 전륜왕이 되고, 모든 채녀 무리들가 공경하고 에워싸기도 하며, 처자가 있고 오욕(五欲)으로써 스스로 즐김을 나타내나, 안으로는 항상 선정과 깨끗한 계에 있으면서 삼유(三有)의 과환(過患)을 잘 안다. 견의여, 이것를 보살이 수능엄삼매에 머무르는 시바라밀다(尸羅波羅密)의 본사 과보라고 한다.”
부처님께서 견의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이 수능엄삼매에 머물러 인욕(忍辱)을 수행하니 필경 다하는 까닭이며, 중생은 나지 않으나 인욕을 닦으며, 모든 법은 일어나지 않으나 인욕을 닦으며, 마음은 형색이 없으나 인욕을 닦으며, 저[彼]와 나[我]가 없으나 인욕을 닦으며, 나고 죽음을 생각하지 아니하나 인욕을 닦으며, 열반인 성질이나 인욕을 닦으며, 법성을 무너트리지 아니하고 인욕을 닦는다.
보살은 이와 같이 인욕을 수행하나 닦는 바도 없고 또한 닦지 않음도 없으며, 중생을 교화하기 위하여 욕계에 태어나며, 성냄과 한(恨)이 있음을 보이나 안으로는 청정하며, 멀리 떠남을 행하는 것을 보이나 멀고 가까움이 없으며, 중생을 깨끗이 하기 위하여 세속 위의를 무너트리나 모든 법의 성질을 무너뜨린 적이 없으며, 참는 것이 있음을 보이나 법은 있다하지 아니하며, 항상 정(定)에 있어 참는 것을 무너트리지 아니한다. 보살이 이와 같은 인욕을 성취하고, 중생의 많은 성내며 악한 마음을 끊기 위하여 항상 인욕의 복을 칭찬하나, 또한 다시 성내고 인욕함도 얻을 수 없다. 견의여, 이를 보살이 수능엄삼매에 머무르는 찬제바라밀다(羼提羅波羅密)의 본사 과보라고 한다.”
012_0299_b_01L부처님께서 견의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이 수능엄삼매에 머물러 큰 정진(精進)을 일으켜 모든 착한 법을 얻으나 신(身)ㆍ구(口)ㆍ의(意)의 업을 발동하지 아니하며, 게으른 이를 위하여 정진함을 나타내며, 중생으로 하여금 나를 따라 배우게 하려고 하나 모든 법에서 일으킴도 없고 받음도 없다. 왜냐하면 보살은 모든 법은 법성(法性)에 항상 머물러 오지도 가지도 않음을 알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신ㆍ구ㆍ의의 행을 멀리 떠나서, 정진을 일으켜 행함을 나타내나 또한 법을 성취함이 있다고 보지 않으며, 세간에서 정진함을 나타내나 안팎으로 짓는 바 없으며, 항상 한량없는 부처님의 국토를 왕래할 수 있으나 몸 모양은 평등하고 부동하며, 온갖 선법(善法)을 행하는 것을 나타내나 모든 법에서 선(善)과 악(惡)을 얻을 수 없다.
법을 구하며 묻고 받는바 있음을 보이나 불도에는 다른 이의 가르침을 따를 것이 없으며, 화상(和尙)인 여러 스승을 친근함을 보이나 일체 하늘과 사람의 높인 바 되었으며, 부지런히 법을 청하고 묻는 것을 보이나 안으로는 스스로 걸림이 없는 변재를 얻었으며, 공경 행함을 보이나 일체 하늘과 사람의 숭배하고 우러러 보는 바 되었으며,
포태(胞胎)에 들어감을 보이나 모든 법에 물들고 더럽힌바 없었으며, 출생함이 있는 것을 보이나 모든 법에서 생멸(生滅)을 보지 않으며, 아이 된 것을 보이나 몸의 모든 감관[根]은 모두 구족하였으며, 기예(技藝)와 의방(醫方)과 주술(呪術)과 문장과 산수와 공교(工巧)와 일에 능함을 보이나 안으로는 일찍기 모두 다 통달했으며, 병고(病苦)가 있음을 보이나 이미 모든 번뇌의 근심을 영원히 떠났으며, 쇠로(衰老)함을 보이나 일찌기 모든 감관이 무너지지 아니했으며, 죽음이 있는 것을 보이나 일찌기 생멸(生滅)과 퇴실(退失)이 없나니, 견의여, 이를 보살이 수능엄삼매에 머무르는 정진 바라밀다의 본사 과보라 한다.”
012_0299_c_01L부처님께서 견의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이 수능엄삼매에 머물러서 비록 모든 법이 항상 이 정(定)인 모양임을 알았으나 중생에겐 모든 선(禪)의 차별을 보이며, 몸이 선에 머물러서 산란한 마음을 교화함을 보이나 모든 법에 산란이 있는 것을 보지 않고 일체 모든 법은 법의 성상(性相)과 같으며, 조복하는 마음으로써 선에서 움직이지 않으며, 위의와 가고 오며 앉고 누움을 나타내나 항상 적연(寂然)히 선정(禪定)에 있으며, 뭇 사람과 말하는 바 있음을 나타내나 모든 선정의 모양을 버리지 않으며, 항상 중생을 사랑하고 불쌍히 여겨 성읍(城邑)과 취락(聚落)과 군국(郡國)에 들어가나 항상 정에 있으며,
모든 중생을 이익하게 하기 위하여 먹는바 있는 것을 보이나 항상 정에 있고, 그 몸은 견고함이 금강과 같아서 속이 충실하고 비지 아니하여 가히 파괴할 수도 없고, 그 속에는 생장(生藏)과 숙장(熟藏)과 대변 소변인 냄새나고 더럽고 깨끗지 못한 것이 있지 아니하며, 먹는 것 있음을 보이나 들어가는 바 없고, 다만 중생을 사랑하고 불쌍히 여기며, 이익되게 하기 위한 것이며, 일체의 곳에서도 허물과 걱정이 없으며, 일체 범부의 행하는 바 행함을 보이나 실로 행함이 없고, 이미 모든 행을 초월하였다.
견의여, 보살이 수능엄삼매에 머물러서 조용한 데에 있음을 보이나 취락과 다름이 없으며, 집에 있음을 보이나 출가와 다름이 없으며, 백의(白衣)가 된 것을 보이나 방일(放逸)하지 않으며, 사문(沙門)이 된 것을 보이나 스스로 높은 체 아니하며, 모든 외도의 출가한 법 가운데에서는 중생을 교화하기 위하여 출가한 바 없으며, 일체 사견(邪見)에 물드는 바 되지 아니하고, 또한 그 가운데에서 청정함을 얻었노라하지 아니하며, 일체 외도의 의례[儀]와 법을 행함을 보이나 그들의 행하는 바 도는 따르지 않는다.
견의여, 비유컨대, 길잡이가 여러 사람들을 데리고 험한 길을 통과하고서, 다시 딴 사람을 건져 주는 것과 같이, 이와 같이 견의여, 보살이 수능엄삼매에 머물러서는 중생들의 도(道)의 뜻을 발한 바를 따라서, 성문의 도(道)이거나 벽지불의 도이거나 불도를 발하거나 간에 편의를 따라서 보여주며, 인도하여 그들로 하여금 도탈을 얻게 하고서 곧 또다시 딴 중생을 제도하나니, 그러므로 대사(大士)보살을 길잡이라 이름한다.
012_0300_a_01L비유컨대 견고한 배[船]로서 이 언덕으로부터 한량없는 사람을 제도하여 저 언덕에 오르게 하고, 저 언덕[彼岸]에 오르고서는 다시 딴 사람을 제도함과 같이, 이와 같이 견의여, 보살이 수능엄삼매에 머물러서, 모든 중생이 나고 죽는 물과, 네 흐름[四流]에 떨어져서 떠나려 가는 것을 보고 그를 도탈하여 나오도록 하기 위하여 그 심은 바 선근(善根)을 따라서 성취하되 만일 연각으로써 제도할 수 있는 것이 보이면 곧 몸을 나투어 열반도를 보여주며, 만일 성문으로써 제도할 수 있는 것이 보이면 그를 위하여 적멸(寂滅)을 말하여 함께 열반에 들게 한다. 수능엄삼매의 힘 때문에 또 다시 태어남을 나타내어 그 외 사람을 도탈하나니, 그러므로 대사(大士: 보살)를 선장[船師]이라 이름한다.
견의여, 비유컨대 요술쟁이가 많은 사람 앞에서 스스로 나타내 보이되, 몸이 죽어서 배가 불어오르며, 붓고 썩어서 냄새가 나기도 하며, 불에 탄 바도 되고, 새 짐승에게 먹는 바가 되기도 하며, 여러 사람 앞에서 이와 같이 몸을 나타내어 재물을 얻고는, 문득 도로 살아 일어나나니 그는 요술을 잘 배웠기 때문이다. 보살도 이와 같이 수능엄삼매에 머물러서 중생을 교화하기 위하여 늙고 죽음을 보이나, 실로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은 없다. 견의여, 이를 수능엄삼매의 선(禪)바라밀다의 본사 과보라 한다.”
부처님께서 견의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이 수능엄삼매에 머물러서 지혜를 수행하여 모든 감관[根]이 맹리(猛利)하기에 진작 중생의 성질이 있는 것을 보지 아니하였건만, 중생을 교화하기 위하여 중생이 있다 말한 것이요, 수자(壽者)와 명자(命者)를 보지 아니 하였건만 수자와 명자 있음을 말한 것이요, 업의 성질과 업보의 성질을 얻을 수 없건만 중생에게 업과 업보(業報)가 있는 것을 보인 것이요, 나고 죽음과 모든 번뇌의 성질은 얻을 수 없건만 ‘마땅히 알라. 나고 죽음과 번뇌를 보았노라’ 말한 것이요, 열반을 보지 아니하건만 ‘열반에 이르렀다’ 말한 것이요, 모든 법의 차별 모양이 있는 것을 보지 아니하건만 ‘모든 법이 선(禪)과 불선(不善)이 있다’ 말한 것이며, 이미 능히 걸림이 없는 지혜의 언덕에 건너 이르렀느니라.
012_0300_b_01L욕계(欲界)에 태어남을 보이나 욕계에 집착하지 않으며, 색계선(色界禪) 행함을 보이나 색계에 집착하지 않으며, 무색정(無色定)에 들어감을 보이나 색계(色界)에 태어나며, 색계선 행함을 보이나 욕계에 태어나며, 욕계에서 나타나나 욕계행(欲界行)을 행하지 않고, 모든 선(禪)을 모두 알며, 선분(禪分)도 알고, 자재롭게 모두 능히 선(禪)에 들고 선에 나오며, 중생을 교화하기 위하여 뜻대로 태어날 바를 따라서 일체 태어나는 곳마다 모두 능히 몸을 받아나며, 항상 능히 깊고 묘한 지혜를 성취하여 일체 중생의 모든 행을 끊어주고, 중생 교화하기를 위하여 행하는 바 있는 것을 나타내나 모든 법에서 실로 행하는 바 없으며, 모두 이미 일체 모든 행을 벗어났고 오랫동안 아(我)와 아소(我所)의 마음을 이미 없애 버렸으나 모든 수용할 물건 받는 것을 보인다.
보살이 이와 같은 지혜를 성취하여 하는 바 있는 것은 모두 지혜를 따르고 일찍 업과(業果)에 더럽힌 바 되지 아니하였으며, 중생을 교화하기 위하여 벙어리를 나타내나, 안으로는 실로 미묘한 범음성(梵音聲)이 있으며, 말과 글[經書]과 산수를 통달하였으며, 어떤 법을 말할까하고 먼저 생각 아니 하고도 이르러 오는 바 중생을 따라서 말하는 바는 모두 미묘하여 모두 능히 기쁘게 하고, 마음이 견고함을 얻게 하여 그에게 적응할 바를 따라서 위하여 설법하나 이 보살은 지혜가 조금도 줄어지지 않는다.
012_0300_c_01L견의여, 비유컨대 남자와 여자와 크고 작은 이들이 그릇을 가지고 물이 있는 곳에 나아감을 따라서, 샘이거나 못[池]이거나 개울이거나 강물이거나 바다물이 그릇의 크고 작음을 따라서 각기 가득히 채워 돌아가게 하나, 그러나 이의 모든 물은 줄어지고 적어진 바 없는 것과 같나니, 이와 같이 견의여, 보살이 수능엄삼매에 머물러서, 이르러 오는 바 대중인 찰리대중과 바라문대중과 거사(居士)대중과 제석의 대중과 범왕의 대중인 이와 같은 여러 대중을 따르더라도 마음과 힘을 가(加)하지 않고도 능히 좋은 말로 모두 기쁘게 하여 편의함과 응할 바를 따라서 법을 연설하나, 그러나 그 지혜와 변재는 조금도 줄어지거나 적어지지 않는다. 견의여, 이를 보살의 수능엄삼매에 머무르는 반야바라밀다의 본사 과보라 한다.”
부처님께서 견의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이 수능엄삼매에 머무르면 중생이 보는 이는 모두 도탈을 얻으며, 이름을 듣거나 위의를 보거나 설법을 듣거나 침묵함을 보거나 하여도 모두 도탈함을 얻는다. 견의여, 비유컨대 큰 약 나무가 있으니, 이름은 희견(喜見)이라, 어떤 사람이라도 보기만 하면 병이 다 치유(癒)함을 얻나니, 이와 같이, 견의여, 보살이 수능엄삼매에 머무르면, 중생이 보는 이는 탐욕, 성냄, 어리석음의 병이 모두 없어지고 치유함을 얻는다.
큰 약왕(藥王)이 있으니 이름은 멸제(滅際)라, 만일 전투할 적에 그를 사용하여 북에 바르면, 화살과 칼과 창에 상한 바 되었더라도 그 북소리를 들으면 화살이 나올 것이며, 독기가 없어짐과 같나니, 이와 같이, 견의여, 보살이 수능엄삼매에 머무르면 이름을 듣기만 하는 이도 탐욕, 성냄, 어리석음의 화살이 저절로 빠져 나올 것이며, 모든 사견(邪見)의 독기는 모두 없어질 것이요, 일체 번뇌는 다시 움직이고 발동하질 못할 것이다.
견의여, 비유컨대 약나무가 있으니 이름은 구족(具足)이라, 어떤 사람이라도 뿌리를 사용하면 병이 없어지고 치유됨을 얻을 것이요, 줄기와 마디와 심(心)과 껍질과 가지와 잎과 꽃과 열매도 모두 능히 병을 없애고 치유하리니, 생(生)것이거나 마른 것이거나 조각조각 끊은 것일지라도 모두 능히 중생의 모든 병을 없애준다. 보살이 수능엄삼매에 머무름도 또한 이와 같아서, 모든 중생에게 이익하게 아니하는 때가 없이 항상 능히 일체 모든 근심을 없애주나니, 말하자면 설법하면서도 겸하여 사섭(四攝)과 모든 바라밀다(波羅密多)를 행하여 도탈함을 얻게 한다.
012_0301_a_01L만일 사람이 공양을 하거나 공양하지 아니하거나, 이익이 있거나 이익이 없거나 하여도 이 보살은 모두 법리(法利)로써 안온(安穩)함을 얻게 하며, 내지 몸이 죽어서 그 고기를 먹는 모든 축생(畜生)과, 두 발인 것과 네 발인 것과 새와 짐승과, 사람과 사람 아닌 것들인 이러한 모든 중생은 모두 보살의 계(戒)와 원(願)의 힘으로써 죽어서는 하늘에 나는 것을 얻을 것이요, 항상 병과 고통과 쇠뇌(衰惱)와 모든 근심이 없을 것이다. 견의여, 수능엄삼매에 머무르는 보살은 마치 약나무와 같다.”
부처님께서 견의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이 수능엄삼매에 머무르면, 6바라밀다는 세세(世世)마다 어느 때라도 스스로 알 것이요, 다른 이로부터 배우지 아니해도 발을 들며 내리거나, 숨을 들이쉬고 내쉬거나 하는 생각생각인 순간에도 항상 6바라밀다가 있으리니, 무슨 까닭이냐? 견의여, 이와 같은 보살은 몸이 모두 이 법이요, 행동이 모두 이 법이기 때문이다. 견의여, 비유컨대 왕(王)이 있는데, 만일 대신(大臣)들이 백천 가지 향(香)을 찧어서 가루를 만들었다면 만일 어떤 사람이 있어 그 가운데의 한 가지만을 구하려 하고 딴 향은 같이 서로 섞이지[重雜] 않도록 하려 한다면, 견의여, 이와 같은 백천 가지 여러 향 가루 속에서 한 가지만을 골라 얻고, 딴 것은 섞이지 않게 하겠느냐?” 견의보살은 말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견의여, 이 보살은 일체 바라밀다로써 몸과 마음을 훈습[薰]하였기에 생각생각 가운데에 항상 6바라밀다를 낸다. 견의여, 보살이 어찌하여 생각생각 가운데서 6바라밀다를 내는가? 견의여, 이 보살은 일체를 모두 놓아 버리고 마음에 탐착(貪着)이 없나니, 이것이 단나바라밀(檀那波羅密)요, 마음이 잘 적멸(寂滅)하여 필경 악(惡)이 없나니, 이것이 시라바라밀다(尸羅波羅密)요, 마음 다한 모양을 알아서 모든 진(塵) 가운데에서도 상(傷)하는바 없나니, 이것이 찬제바라밀다요,
부지런히 간택하는 마음을 관찰하여 마음이 상(傷) 떠난 것을 아나니, 이것은 비리야바라밀다(毘梨耶 波羅密)요, 필경 잘 고요하여 그 마음을 조복하나니, 이것이 선바라밀다(禪波羅密)요, 마음을 관찰하고 마음을 알아서 마음 모양을 통달하였나니, 이것이 반야바라밀다(般若波羅密)이다. 견의여, 보살은 수능엄삼매인 이와 같은 법문에 머무르면, 생각생각에 모두 6바라밀다가 있다.”
012_0301_b_01L그때 견의보살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일찍 있지 아니한 것이옵니다. 세존이시여, 보살이 수능엄삼매를 성취하여 그 시행하는 바가 가히 사의(思議)할 수 없겠나이다. 세존이시여, 만일 모든 보살이 부처님의 행(行)을 행하려고 한다면, 마땅히 이 수능엄삼매를 배워야 하겠나이다. 무슨 까닭이냐 하오면, 세존이시여, 이 보살은 일체 범부의 행(行)을 행함을 보이면서도 그 마음은 탐욕, 성냄, 어리석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때 대중 가운데에 대범(大梵) 천왕이 있었으니, 이름은 성자(成慈)였다. 그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보살이 일체 범부의 행을 행하려고 하면 마땅히 수능엄삼매를 배울 것이니, 무슨 까닭인가 하면, 이 보살은 일체 범부의 행을 행함을 보이면서도 마음은 탐욕, 성냄, 어리석음의 행(行)이 없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착하다. 착하다. 성자여, 그대의 말한 바와 같나니, 만일 보살이 일체 범부의 행을 행하고자 한다면, 마땅히 수능엄삼매를 배울 것이니, 일체 배운 바를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견의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보살이 수능엄삼매를 배우고자 하면, 어떻게 배워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견의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비유컨대 활 쏘기를 배우는데 먼저 큰 무더기를 쏠 것이니, 큰 무더기를 쏘고는 작은 무더기를 쏠 것이요, 작은 무더기를 쏘고는 다음엔 과녁[的] 쏘기를 배울 것이다. 과녁 쏘기를 배우고는 다음에 막대 쏘기를 배우고, 막대 쏘기를 배우고는 100 모(百毛) 쏘기를 배우고, 100 모 쏘기를 배우고는 10 모 쏘기를 배우고, 10 모 쏘기를 배우고는 1 모 쏘기를 배우고, 1 모 쏘기를 배우고는 100 분의 1 모 쏘기를 배울 것이니, 이를 쏜다면 잘 쏜다고 하며 쏘는 것이 뜻대로 되어 헛(虛)맞지 않으리라.
012_0301_c_01L 이 사람은 만일 어둔 밤 속에도 들리는바 음성에 사람이건 사람 아닌 것이건, 마음과 힘을 쓰지 않고도 쏘기만 하면 모두 맞춘다. 이와 같이, 견의여, 보살이 수능엄삼매를 배우고자하면 먼저 좋아[愛樂]하는 마음을 배울 것이며, 좋아하는 마음을 배우고는 마땅히 깊은 마음[深心]을 배우고, 깊은 마음을 배우고는 마땅히 대자(大慈)를 배우고, 대자를 배우고는 마땅히 대비(大悲)를 배우고, 대비를 배우고는 마땅히 4성범행(聖梵行)을 배울 것이니, 이른바 자(慈), 비(悲), 희(喜), 사(捨)이다.
4성범행을 배우고는 마땅히 과보로서 최상인 5통(通)을 얻어 항상 스스로 몸을 따르는 것을 배울 것이니, 이 5통을 배우면, 그때엔 문득 능히 6바라밀다를 성취할 것이요, 6바라밀다를 성취하고는 문득 능히 방편을 통달할 것이요, 방편을 통달하고는 제3 유순인(柔順忍)에 머무름을 얻을 것이요, 제3 유순인에 머무르고는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을 것이요, 무생법인을 얻고는 여러 부처님이 수기(授記)하실 것이요, 여러 부처님이 수기하고는 능히 제8 보살 지위에 들어갈 것이요, 제8 보살 지위에 들어가고는 여러 부처님이 앞에 나타나는 삼매[諸佛現前三昧]를 얻을 것이요, 여러 부처님이 앞에 나타나는 삼매를 얻고는 항상 여러 부처님을 떠나지 아니하고 볼 것이요,
항상 여러 부처님을 떠나지 아니하고 보고는 능히 일체 불법 인연을 구족할 것이요, 일체 불법 인연을 구족하고는 능히 불국토를 장엄하는 공덕을 일으킬 것이요, 능히 불국토(佛國土)를 장엄하는 공덕을 일으키고는 능히 집에 나는(여래의 집에 태어남) 종성(種姓)을 갖출 것이요, 집에 나는 종성을 갖추고는 입태(入胎)하고 출생할 것이요, 입태하고 출생하고는 능히 10지(地)를 갖출 것이요, 능히 10지를 갖추고는, 그때엔 문득 부처님의 지위와 명호[號]를 얻을 것이요, 부처님의 지위와 명호를 얻고는 문득 일체 보살의 삼매를 얻을 것이요, 일체 보살의 삼매를 얻은 후에는 이에 수능엄삼매를 얻으리니, 수능엄삼매를 얻고서는 능히 중생을 위하여 불사(佛事)를 베푸나, 그러나 또한 보살의 행(行)과 법은 버리지 않는다.
012_0302_a_01L견의여, 보살이 만일 이와 같은 법을 배우면 곧 수능엄삼매를 얻을 것이요, 보살이 이미 수능엄삼매를 얻으면 곧 모든 법에는 또 다시 배울 것은 없으리니, 무슨 까닭이냐? 먼저 이미 일체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비유컨대 활쏘기를 배움에 능히 1 모분(毛分)을 쏘면 다시 딴 것은 배우지 않나니, 왜냐 하면, 먼저 이미 배웠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견의여, 보살이 수능엄삼매에 머무르면 일체 법엔 다시 배울 바 없으리니, 일체 삼매와 일체 공덕을 다 이미 배웠기 때문이다.”
그때 견의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비유를 말하고자 하오니,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말해 보라.” 견의보살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비유컨대 삼천대천세계의 대범(大梵) 천왕(天王)이 자연히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관찰하되 공력(功力)을 가하지 아니함과 같아서, 이와 같은 보살은 수능엄삼매에 머물러 일체 법에서 자연히 잘 관찰하되 공력을 쓰지 아니하고 또한 일체 중생의 심(心)과 심소(心所), 행(行)을 잘 압니다.” 부처님께서 견의보살에게 말씀하셨다. “그대의 말한 바와 같아서 만일 보살이 수능엄삼매에 머무르는 자는 모두 일체 보살의 법과 일체 부처님의 법을 알 것이다.”
그때 모인 가운데에 하늘 제석[天帝釋]이 있었으니 이름은 지수미산(持須彌山)이었으며, 이 삼천대천세계에서의 가장 외변(外邊)에 있던 이었다. 그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비유컨대 수미산(須彌山) 꼭대기에 머물러서 일체 천하(天下)를 다 능히 보는 것과 같아서, 보살도 이와 같이 수능엄삼매에 머물러서 모든 성문과 벽지불의 행(行)과 일체 중생의 행을 자연히 잘 관찰합니다.”
그때 견의보살이 이 지수미산 제석에게 물었다. “그대는 어느 사천하로부터 왔으며, 어느 수미산 꼭대기에 있는가?”
012_0302_a_19L爾時堅意菩薩問是持須彌頂釋言:“汝從何許四天下來?住何須彌山頂?”
012_0302_b_01L그 제석은 대답하였다. “선남자(善男子)여, 만일 어떤 보살이고 수능엄삼매를 얻었다면 응당 그 있는 곳을 묻지 않을 것이다. 무슨 까닭이냐? 이와 같은 보살은 일체 불국토가 모두 이 머무르는 곳이요, 그러나 머무르는 곳에 집착하지 않으며, 머무르는 곳을 얻을 수 없으며, 머무르는 곳을 보지 않는다.”
제석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마땅히 알라. 보살이 이 삼매를 행함에 모든 법 가운데엔, 도무지 얻는 바 없다.” 견의보살은 말하였다. “그대의 말과 같아서는 필시 수능엄삼매를 얻었을 것이다.” 제석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법이 머무르는 바 곳이 있는 것을 보지 아니하니, 일체 법에 머무르는 바 없어야만 이에 수능엄삼매를 얻을 것이다. 선남자여, 이 삼매에 머무르면 곧 모든 법에 도무지 머무르는 바 없으리니, 만일 머무르는 바 없으면 곧 취(取)하는 바 없을 것이요, 만일 취하는 바 없으면 곧 말할 바도 없을 것이다.”
그때 부처님께서 견의보살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수미산의 제석을 보았느냐?” 견의보살이 말하였다. “이미 보았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견의여, 이 제석은 자연 뜻대로 능히 수능엄삼매를 얻어서 이 삼매에 머물렀으며, 이 삼천대천세계의 모든 제석궁(帝釋宮)에서 모두 능히 몸을 나타낸다.”
그때 지수미산 제석은 이의 제석에게 말하였다. “교시가여, 만일 내가 지금 참 몸으로써 그대에게 보인다면, 그대는 궁전에서 다시는 기뻐하고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항상 그대의 머무르는바 궁전에 가고 있건만 그대는 나를 보지 못한다.” 그때 석제환인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는 이 대사(大士)의 성취한 묘한 몸을 보고자 하나이다.”
012_0302_c_01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교시가여, 그대는 보고 싶어 하느냐?” 제석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보고자 하나이다.” 부처님께서 지수미산 제석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그대는 이 제석에게 참 몸을 보여주어라.”
012_0302_b_22L佛言:“憍尸迦!汝欲見耶?”“世尊!願樂欲見。”
저 제석은 즉시 참 몸을 나타내었었다. 그때에 모인 가운데에서 그 모든 제석과 범천왕과 호세천왕과 성문과 보살들이 수능엄삼매를 얻지 못한 자는 몸이 모두 나타나 보이지 아니하고 마치 먹(墨)을 모은 듯 하나, 지수미산 제석의 몸은 수미산왕(須彌山王)과 같고, 높고 크며 외외(巍巍)하여 광명이 멀리 비치며, 그때 부처님의 몸은 배(倍)나 더 밝게 나타나시었다.
석제환인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일찍 있지 아니한 것이옵니다, 세존이시여. 지금 이 대사의 몸빛이 청정하고 수묘(殊妙)하여 따를 이 없겠습니다. 이 모든 제석과 범천왕과 호세 왕의 몸은 모두 나타나질 아니하고, 마치 먹을 모은 것 같나이다. 세존이시여, 저희는 수미산 선묘당(善妙堂) 위에 석가비릉가 마니(釋迦毘楞伽 摩尼) 영락(瓔珞)을 입으면, 이 광명으로서 일체 하늘 대중의 몸은 모두 나타나지 아니하온대, 저희는 지금 이의 광명으로서 몸이 다시 나타나질 아니하고 입은 바 보배 영락도 또한 빛을 잃었나이다.”
부처님께서 석제환인에게 말씀하셨다. “교시가여, 만일 삼천대천세계 가운데에 가득찬 석가비릉가 마니 구슬과 또한 모든 하늘을 비추어 밝히는 마니주(摩尼珠) 일지라도, 능히 이 구슬을 모두 다시 나타나지 못하게 하리라. 교시가여, 만일 이 삼천대천세계의 가운데에 가득 찬 모든 하늘을 비추어 밝히는 마니주와, 또한 금강명 마니주(金剛明摩尼珠)가 있더라도 능히 이 구슬을 모두 다시 나타나지 못하게 하리라. 교시가여, 만일 이 삼천대천세계의 가운데에 가득찬 금강명마니주와 다시 모든 명집(明集) 마니주가 있더라도 능히 이 구슬을 모두 다시 나타나지 못하게 하리라. 교시가여, 그대는 이 제석의 입은 바 모든 명집(明集) 마니주를 보았는가?”
012_0303_a_01L제석이 말하였다. “이미 보았나이다. 세존이시여. 다만 그 빛만도 명렬하고 치성하여 저희 눈으로는 감당하지 못하겠나이다.” 부처님이 교시가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보살이 있어, 수능엄삼매를 얻으면 혹 제석이 되더라도 모두 이와 같은 마니 영락을 입으리라.”
그때 구역(瞿域) 천자(天子)는 석제환인에게 말하였다. “모든 성문인 사람들은 이미 법의 자리에 들어갔었고, 비록 다시 불도를 칭찬하여 좋아 하여도 능히 할 수 없으리니, 이미 나고 죽는데서 막힘이 되었기 때문이다. 만일 사람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미 발한 자이거나 지금 발하거나, 미래에 발하거나 하는 이러한 사람은 응당 불도를 좋아할 것이며, 능히 이와 같은 상묘(上妙) 색신(色身)을 얻으리라.
비유컨대 어떤 사람은 날 적부터 눈이 멀었다면, 비록 해와 달을 좋아하나, 그는 해와 달의 광명을 받지 못함과 같다. 이와 같은 성문은 법의 자리[法位]에 들어간 자 이기에 비록 다시 부처님 법을 칭찬하며 좋아한다 해도, 부처님의 공덕은 그 몸에겐 이익 될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만일 이 묘한 몸과 큰 지혜를 얻고자 하는 자는, 마땅히 위없는 불보리(佛菩提) 마음을 발할 것이다. 그러면 곧 이와 같은 상묘(上妙) 색신을 얻으리라.”
구역 천자가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대승(大乘)을 발하는 자는 남녀(男女)의 차별이 있는 것을 보지 아니하나니, 무슨 까닭인가? 살바야(薩婆若) 마음은 삼계(三界)에 있지 아니함이요, 분별이 있으므로 남자와 여인이 있나니라. 인자(仁者)의 물은 바 어떠한 공덕을 행하여야만 여인의 몸을 굴리겠느냐고 한 것은, 보살을 섬기는 것처럼 마음이 첨곡(諂曲)하지 않을 것이니라.”
012_0303_b_01L견의보살이 물었다. “어떻게 섬기는 것이옵니까?”
구역 천자가 대답하였다. “세존을 섬기는 것 같이 할 것이니라.” 견의보살이 물었다. “어찌하면 그 마음이 첨곡하지 아니 합니까?” 구역 천자가 대답하였다. “몸의 업(業)이 입을 따르고, 입의 업이 뜻을 따르나니, 이를 여인의 마음이 첨곡함이 없는 것이라 한다.”
견의보살이 물었다. “천자여, 이 말은 무슨 뜻이 옵니까?” 구역 천자가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일체 법 가운데에는 이루지도 굴리지도 아니하고, 모든 법은 한맛[一味]이니, 말하자면 법성(法性)인 맛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원하는 바를 따라서, 여인의 몸 있는 것을 만일 나의 몸으로 하여금 남자 이룸을 얻을 지라도, 여자인 몸 모양에서 무너트리지도 놓아 버리지도 아니하리니, 선남자여, 그러므로 알라, 이 남자다 이 여인이라함은 모두 전도(顚倒)함이다. 일체 모든 법과 전도함도, 모두 다 필경엔 두 모양을 떠났느니라.”
견의보살이 구역 천자에게 물었다. “그대는 수능엄삼매에서 조금 아는가?” 구역 천자가 대답하였다. “나는 다른 이가 얻은 것을 알았을 뿐이요, 몸소 스스로 증득하지는 못했노라. 나는 기억하노니, 지난 세상에 석가모니(釋迦牟尼)부처님이 정반왕(淨飯王)의 집에 있어서 보살이 되었을 적인데, 궁전 안과 채녀(采女)들 속에서 밤에도 청정하셨느니라. 그때 동방의 항하 모래 수들인 범천왕(梵天王)이 와서 보살의 법을 묻는 이도 있고, 성문의 법을 묻는 이도 있는데, 보살은 각각 묻는 바를 따라서 대답하셨다. 그 범왕 대중 가운데에는 한 범왕이 있었다.
012_0303_b_11L堅意菩薩問瞿域言:“汝於首楞嚴三昧,知少分耶!”
012_0303_c_01L그는 보살의 행하는바 방편을 알지 못하고, 이러한 말을 하였다. ‘인자(仁者)는 이에 이와 같은 지혜가 있으시니, 묻는 바를 잘 대답하리로다. 어찌하여 왕위(王位)와 색욕(色欲)을 탐하는가?’ 그 외 여러 범왕은 보살 지혜 방편을 아는지라, 이 법왕에게 말하였다. ‘보살은 왕위와 색욕을 탐하는 것이 아니요, 장차 중생을 교화하고 성취하기 위하여 집에 계시어 보살이 된 것을 나타내신 것이다. 지금 딴 곳에서는 불도를 성취하여 묘한 법륜(法輪)을 굴리시니라.’
이 범왕은 이 말을 듣고 이러한 말을 하였다. ‘어떠한 삼매를 얻어서 이와 같은 자재(自在)한 신변(神變)을 짓나이까?’
그 외 범왕이 말하였다. ‘이는 수능엄삼매의 세력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그때에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보살의 삼매에 머무르는 신력(神力)과 감응(感應)은 참으로 일찍 있지 아니한 것이로다. 애욕에 처해 있으며, 나라 일을 다스리면서도 능히 이와 같은 삼매를 여의지 아니하는가.’
나는 이 생각을 하고는 배나 더 공경하여 보살에게 세존인 생각을 하고서 깊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발하여 원컨대 내세(來世)에는 나도 또한 마땅히 이와 같은 공덕을 성취하리라고 하였었다. 선남자여, 나의 보는 바는 이와 같이 소분(少分)이다. 나는 오직 수능엄삼매는 꼭 한량없는 가히 사의(思議)할 수 없는 공덕과 세력이 있음을 알았을 뿐이었노라.”
견의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희유(希有)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이 구역 천자는 깊은 마음에서 이를 말한 것이오니, 모두 이 여래의 하시는 바이오며, 선지식(善知識)이 항상 수호(守護)한 까닭인가 하옵니다. 세존이시여, 구역 천자는 오래지 않아 또한 수능엄삼매에 응당 머무를 것이오며, 이 자재한 신변인 세력을 얻는 것도 지금 세존의 하시는 바와 같이 다를 것이 없으리라 하옵니다.”
012_0304_a_01L견의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지금 이 모임 가운데에서 혹 이 수능엄삼매를 얻은 이가 있으리까?” 그때 모인 가운데에서 천자가 있으니, 이름은 현의(現意)였다. 그가 견의보살에게 말하였다. “비유컨대 장삿꾼이 큰 바다에 들어가서 이러한 말을 하되, ‘이 큰 바다 속엔 마니주가 있나니, 가히 가져갈 수 있으랴’함과 같아서 그대의 말도 이와 같다. 무슨 까닭인가? 지금 여래의 큰 지혜바다 모임에 그 가운데에서는 보살이 법보(法寶)를 성취하였고, 큰 장엄(莊嚴)을 발견하였다. 그대는 이 가운데에 앉아 있으면서도, 이러한 물음을 하되 이 모임 가운데서 혹 보살의 이 수능엄삼매를 얻은 이가 있을 것이라고 하는 구려.
견의여, 지금 이 모임 가운데에는 어느 보살은 수능엄삼매를 얻어서 제석의 몸을 나타내기도 하며, 범왕의 몸을 나타내는 이도 있으며, 모든 하늘과 용과 야차와 건달바와 아수라와 가루라와 긴나라와 마후라가의 몸을 나타내는 이도 있느니라. 수능엄삼매를 얻어서 비구와 비구니와 우바새(優婆塞)와 우바이(優婆夷) 몸을 나타내는 이도 있으며, 수능엄삼매를 얻어서 모든 상호(相好)로써 스스로 몸을 장엄한 이도 있으며, 어떤 보살은 중생을 교화하기 위하여 여자 몸의 형색과 모양과 얼굴을 나타내어 짓는 이도 있으며, 성문의 형색과 모양과 얼굴을 나타내는 이도 있으며, 벽지불의 형색과 모양과 얼굴을 나타내는 이도 있느니라.
견의여, 여래는 자유자재로 이르러 오는 바 대중을 따르시는데, 찰리 대중과 바라문 대중과 거사 대중과 제석 대중과 범왕 대중과 호세(護世) 대중인 이러한 대중을 따라서 널리 형식과 얼굴을 능히 시현(示顯)하나니, 마땅히 알라. 모두 이 수능엄삼매의 본사(本事) 과보(果報)니라. 견의여, 만일 여래께서 설법하시는 바 곳을 보거든, 마땅히 알라. 이 가운데에는 곧 한량없는 여러 큰 보살과 큰 지혜가 자재하고 큰 장엄을 발견하여, 일체 법에게 자재하게 행하는 이들이 능히 여래를 따라서 법륜을 굴리는 이들이 있으리라.”
012_0304_b_01L현의 천자는 견의보살에게 말하였다.
“인자여, 수능엄삼매의 적은 세력만이라도 보고자 하느냐?”
012_0304_a_22L爾時佛告現意天子:“汝可示現首楞嚴三昧本事少分?”
견의보살이 대답하였다. “천자여, 원컨대 보고자 하나이다.” 현의 천자는 잘 수능엄삼매의 힘을 얻었으므로 즉시 신변(神變)과 응화[應]를 나타내되, 뭇 모인 이로 하여금 모두 전륜(轉輪) 성왕(聖王)이 되어 32상(相)으로써 스스로 장엄하고, 권속과 칠보(七寶)가 시종(侍從)하게 하였다. 그리고 천자는 물었다. “그대는 무엇을 보느냐?”
012_0304_b_01L現意天子語堅意言:“仁者!欲見首楞嚴三昧少勢力不?”
견의보살이 대답하였다. “저는 뭇 모임이 모두 전륜성왕이 된 생각과 권속과 칠보가 시종하는 것을 보나이다.” 그때에 천자는 다시 뭇 모인 이[會衆]로 하여금 모두 석제환인이 되어 도리 천궁(天宮)에 처하여, 백천 천녀(天女)가 온갖 풍류를 아뢰며 에워싸고 즐기는 것을 나타나게 하였다. 또한 신력으로써 널리 뭇 모인 이로 하여금 모두 범왕(梵王)의 색상(色相)과 위의(威儀)를 지어서 범궁(梵宮)에 있으면서 4무량(無量)을 행하는 것을 나타내었다. 또한 견의보살에게 물었다. “그대는 무엇을 보느냐?”
견의보살이 대답하였다. “천자여, 나는 뭇 모인 이가 모두 이 범왕인 것을 보나이다.” 현의 천자는 또 다시 신력을 나타내어 널리 뭇 모인 이로 하여금 모두 장로(長老) 마하가섭(摩訶迦葉)의 형색과 모양과 얼굴이 되게 하되, 의발(衣鉢)을 가지고 선정(禪定)에 들어가며, 8해탈(解脫)을 행하는데 모두 다름이 없게 하였다. 또한 신력을 나타내어 널리 뭇 모인 이로 하여금 모두 석가모니 부처님의 몸과 상호(相好)와 위의와 같이 하여, 각각 비구 권속이 있어 에워싸게 하고서 또 견의보살에게 물었다. “그대는 무엇을 보느냐?”
012_0304_c_01L견의보살이 대답하였다. “천자여, 나는 대중이 모두 석가모니 부처님의 몸과 상호와 위의며, 각각 비구 권속이 있어서 에워싸는 것을 보나이다.” 현의 천자가 견의보살에게 말하였다. “이것은 수능엄삼매의 자재한 세력으로서 이와 같은 것이다. 견의여, 보살이 수능엄삼매를 얻으면 능히 삼천대천세계로써 개자(芥子)씨 속에 들게 할 것이요, 모든 산과 강하(江河)와 해와 달과 별들로 하여금 나타나는 것은 모두 전과 같으나, 그러나 협착하질 않게 모든 중생에게 보이느니라. 견의여, 수능엄삼매는 가히 사의(思議)할 수 없는 세력이 이와 같으니라.”
그때 여려 큰 제자와 하늘과 용과 야차와 건달바와 제석과 범왕과 호세천왕은 같은 소리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사람이 수능엄삼매를 얻으면 이 사람의 공덕은 가히 사의할 수 없으리니, 무슨 까닭이냐 하오면, 이 사람은 불도에 구경(究竟)이 되오며, 지혜와 신통과 모든 밝음[明]을 성취한 것이옵니다. 저희들은 오늘 한 자리 위에서 널리 뭇 모임의 가지가지 색상과 약간의 신변과 시현을 보고서, 저희들은 생각하기를, ‘만일 사람이 수능엄삼매를 듣지 못하면, 마땅히 알라, 이는 마(魔)에게 기회를 얻게 할 바 될 것이요, 만일 얻어 듣는다면, 마땅히 알라. 이 사람은 여러 부처님이 수호하시는 바이거든, 어찌 하물며 듣고 말과 같이 수행함이랴’라고 하였나이다.
세존이시여, 보살이 만일 불법을 통달하여 피안(彼岸)에 이르고자 할진대, 마땅히 한결 같은 마음으로 수능엄삼매를 듣고 받아 지니며, 독송하고 다른 사람을 위하여 말해 줄 것이라 하옵니다. 세존이시여, 보살이 만일 일체 형색과 위의를 널리 나타내고자 하며, 일체 중생의 심(心)과 심소(心所) 행을 모두 널리 알고자 하며, 또한 일체 중생에게 병을 따라 약을 주는 것을 알고자 할진대, 마땅히 이 삼매 법보(法寶)를 잘 듣고 받아 지니며, 독송해야 한다고 하옵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사람이 이 수능엄삼매를 얻으면 마땅히 알아, 이 사람은 부처님의 경계에 들어가서 지혜가 자재하리라 하옵니다.”
012_0305_a_01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참으로 그러하니라. 그대들의 말과 같으니라. 만일 사람이 수능엄삼매를 얻지 못하면 깊은 행[深行]인 보살이라고 이름할 수 없나니, 여래는 이 사람을 보시(布施)와 지계(持戒)와 인욕(忍辱)과 정진(精進)과 선정(禪定)과 지혜(知慧)를 구족했다고 이르지 않나니라. 그러므로 그대들이 만일 일체 도(道)를 두루 행하고자 할진대 마땅히 이 수능엄삼매를 배워 얻을 것이니, 일체 모든 배운 바를 생각하지 아니한 까닭이니라.”
그때 견의보살이 현지 천자에게 물었다. “보살이 만일 이 삼매를 얻고자 하면, 마땅히 어떤 법을 수행해야 하나이까?” 천자가 대답하였다. “보살이 만일 이 삼매를 얻고자 하면 마땅히 범부 법을 수행할 것이니, 만일 범부 법을 보면 불법은 합하지도 흩어지지도 않으리니, 이를 수능엄삼매를 닦아 모은 것이라 이름하느니라.”
견의보살이 물었다. “불법 가운데에 합하고 흩어지는 것이 있나이까?” 천자가 대답하였다. “범부(凡夫)법 가운데에도 오히려 합하고 흩어짐이 없거든 어찌 하물며 불법이랴. 어찌하여 수행(修行)이라 이름하느냐? 만일 능히 범부 법과 불법이 둘이 없음을 퉁달하면, 이를 닦아 모은 것이라 이름할 것이요, 실로 이 법은 합함도 흩어짐도 없느니라.
천자가 대답하였다. “수능엄삼매는 일체 중생의 심행(心行)에 가 이르나, 그러나 또한 심행을 반연하여 상(相)을 취하지 않으며, 일체 나는 바 곳에 가 이르나, 그러나 또한 나는 곳에 더럽힌 바 되지 않으며, 일체 세계의 부처님 처소에 가 이르나, 그러나 부처님의 몸과 상호(相好)를 분별하지 않으며, 일체 음성과 말에 가 이르나, 그러나 모든 문자상(文字相)을 분별하지 않으며, 널리 능히 일체 불법을 개시(開示)하나, 그러나 필경 멸진(滅盡)한 곳에 이르지 않느니라. 선남자여, 이 삼매는 어느 곳에 이르느냐고 물었나니, 부처님의 이르는 곳을 따라서, 이 삼매도 또한 이와 같이 이르느니라.”
012_0305_b_01L견의보살이 물었다. “부처님은 어느 곳에 이르[至]나이까?” 천자가 대답하였다. “부처님은 여여(如如)하므로 이르러도 이르는 바 없느니라.” 견의보살이 또 물었다. “부처님은 열반에 이르지 아니 하나이까?” 천자가 대답하였다.
“일체 모든 법은 구경에 열반이니, 그러므로 여래는 열반에 이르지 않느니라. 무슨 까닭이가? 열반인 성질이므로 열반에 이르지 않느니라.”
견의보살이 또 물었다. “과거의 항하(恒河) 모래만큼 많은 여러 부처님이 열반에 이르지 아니 하셨나이까?” 천자가 대답하였다. “항하 모래만큼 많은 여러 부처님이 나신 것이냐?” 견의보살이 말하였다. “여래의 말씀하신 바엔 항하 모래만큼 많은 여러 부처님이 나시었고, 이미 멸도(滅度)하셨다 하셨나이다.” 천자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여래께서는 한 사람이 출세(出世)함에 중생을 이익하고 안락하게 한 바 많다고 말씀하시지 아니하셨느냐. 그대 어떻게 생각하느냐? 여래는 결정코 모든 중생의 생멸(生滅)이 있다고 하였느냐?”
견의보살이 대답하였다. “천자여, 여래는 법에서 생멸을 얻지 않나이다.” 천자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마땅히 알라. 여래는 비록 여러 부처님이 세간에 출현하셨다고 말씀하시었나, 여래 모양엔 실로 나는 것이 없으며, 비록 여러 부처님이 열반에 이르신다고 말씀하시었으나, 여래 모양엔 실로 멸(滅)함이 없느니라.” 견의보살이 또 물었다. “지금 현재 한량없는 여래께서는 도(道)를 얻어 이루셨나이까?”
천자가 대답하였다. “여래는 나는 것도 멸하는 것도 없이 이와 같이 도를 이루셨느니라. 선남자여, 만일 여러 부처님이 출세하시며, 만일 열반에 드신다 하여도, 차별이 있지 않으리니, 무슨 까닭이냐? 여래는 일체 모든 법이 적멸상(寂滅相)임을 통달하셨기 때문이니, 이를 부처라 한다.” 견의보살이 또 물었다. “만일 일체 법이 필경 적멸(寂滅)일진대, 열반상(相)인 것을 통달한다 하리까?”
천자가 대답하였다. “일체 법이 필경 적멸하여 동일한 열반 모양인 것과 같아서, 통달인 모양도 또한 다시 이와 같으니라. 선남자여, 여래는 나고[生] 머무르고[住] 멸하는[滅]것으로 출세하시지 않나니, 나고 머무르고 멸함이 없는 것을 이를 부처님의 출세하심이라 한다.” 견의보살이 물었다. “그대는 수능엄삼매에 머무르고서 능히 이와 같은 말을 하나이까?”
012_0305_c_01L천자가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여래의 변화인 사람은 어느 법 가운데에 머물러서 말한 바 있느냐?”
견의보살이 대답하였다. “부처님의 신력(神力)에 의하여 능히 말한 바 있느니라.” 천자는 또 물었다. “부처님은 어느 곳에 머물러서 변화한 사람을 지었느냐?” 견의보살이 대답하였다. “부처님은 둘이 아닌 [不二] 신통에 머물러서 변화한 사람을 지었나이다.”
천자가 말하였다. “여래는 법에 머무르지 아니한 데에 머물러서 변화한 사람[化人]을 짓는 것과 같이, 변화한 사람도 또한 법에 머무르지 아니한 데에 머물러서 말한 바 있느니라.” 견의보살이 말하였다. “만일 머무른 바 없으면 어떻게 말함이 있나이까?” 천자가 말하였다. “머무른 바 없는 것과 같아서 말함도 또한 이와 같으니라.” 견의보살이 또 물었다. “보살이 어찌하면 요설(樂設) 변재를 구족하나이까?”
천자가 대답하였다. “보살이 나라는 상[我相]으로써 하지 아니하고, 남이라는 상으로써 하지 아니하고, 말한 바 있는 것을 요설 변재를 구족했다 이름 할 것이요, 말한바 법을 따라서 문자상(文字相)이 다하지 않으며, 법상(法相)도 또한 다하지 않고, 이와 같이 말하는 자는 둘 아닌 것으로 말함이니, 요설 변재를 구족했다 하느니라. 또한 선남자여, 만일 보살이 모든 법의 환상(幻相)을 놓아버리지 아니하며, 모든 음성에서 메아리 모양을 놓아버리지 아니하면 요설 변재를 구족했다 할 것이니라.
또한 모든 문자(文字)와 음성과 언어(言語)는 처소도 방위도 안도 바깥도 없고, 머무르는 바도 없이 뭇 인연으로부터 있는 것과 같아서, 일체 모든 법도 또한 다시 이와 같아서 처소도 방위도 안도 바깥도 없고, 또한 머무르는 바도 없으며, 이 과거와 미래와 현재도 아니요, 문자와 언사(言辭)로 표시할 바도 되지 않나니, 안으로서 스스로 통달하여 말한 바 있는 것을 이 요설 변재를 구족했다 할 것이다. 비유컨대 메아리 같으며, 일체 음성도 모두 메아리 모양을 따라서 말한 바 있는 것이다.”
견의보살이 물었다. “따르는 뜻이란 무엇입니까?” 천자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허공을 따르는 것이 이 따르는[隨] 뜻이니, 허공과 같이 따를 바 없고, 일체설립도 또한 따를 바 없다. 모든 법은 비할 수도 없고 비유함도 있지 않건만, 얻음이 있는 자를 위하여 따르는 바 있다고 말한 것이니라.”
012_0306_a_01L그때 세존께서는 천자를 칭찬하여 말씀하셨다. “착하다. 착하다. 그대의 말한 바와 같으니라. 보살은 여기서 응당 놀래며 두려워 하지 아니할 것이니, 무슨 까닭이냐? 만일 따르는 바 있다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지 못할 것이니라.” 견의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현의 천자는 어느 부처님의 국토로부터 여기에 왔나이까?”
천자가 말하였다. “물어서 무엇하겠느냐?” 견의보살이 대답하였다. “저는 지금 그 곳을 향하여 예배하고자 하오니, 이는 대사(大士)의 노닐고 다니며 머무르는 곳이기 때문이옵니다.” 천자가 말하였다. “만일 사람이 손수 이 수능엄삼매를 얻는다면, 일체 세간과 모든 하늘과 인민(人民)이 모두 응당 예경(禮敬)하리라.”
그때 부처님께서 견의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이 현의 천자는 아초비야 부처님의 묘희(妙喜)세계로부터 와서 여기에 이르렀느니라. 이 사람은 그곳에서도 항상 수능엄삼매를 말하느니라. 견의여, 일체 여러 부처님도 수능엄삼매를 말씀 아니 하시는 이는 없느니라. 견의여, 이 현의 천자는 이 사바(娑婆)세계에서 또한 성불하리니, 이 사람은 이 5탁악[五濁惡]을 끊고 깨끗한 불토(佛土)를 취하여 중생을 교화하며, 수능엄삼매를 수습(修習)하고 증장(增長)하려고 이곳에 왔느니라.”
012_0306_b_01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천자는 이 현겁(賢劫) 천불이 멸도하심을 지나서, 62겁(劫)동안 다시는 부처님이 없고, 중간에 다만 백천 만억 벽지불이 있어 출현하리니, 그 가운데 중생은 선근(善根) 심음을 얻을 뿐이다. 이 겁(劫)을 지나서 응당 성불하리니, 호(號)는 정광칭왕(淨光稱王) 여래며, 세계는 그때엔 정견(淨見)이라 이름 할 것이다. 그때 정광칭왕 여래는 능히 중생으로 하여금 마음이 청정함을 얻게 하므로 그 세계의 중생은 탐욕(貪欲)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덮인 바 되지 않고, 법을 얻고 깨끗한 마음으로 모두 착한 법을 행하리라.
012_0306_a_18L堅意白佛言:“今此天子幾時當於此閒世界得成佛道?其號云何?世界何名?”
견의여, 이 정광칭왕불의 수명은 10소겁(小劫)이요, 3승 법으로써 중생을 도탈(度脫)하리라. 그 가운데에 한량없고 가없는 보살은 수능엄삼매를 얻어서 모든 법 가운데에 자재한 힘을 얻을 것이다. 그 때엔 마(魔)와 마의 백성도 모두 대승(大乘)을 닦아서 중생을 사랑하고 불쌍히 여기리라. 그 부처님의 국토에는 3악도(惡道)와 모든 험난한 곳이 없고, 장엄하고 청정한 것이 울단월(鬱單越)와 같으며, 뭇 마의 일은 없고, 모든 사견(邪見)을 떠나리라. 부처님이 멸도한 후에도 법은 천만억세(歲)나 머무를 것이다. 견의여, 이 천자는 응당 이와 같은 청정한 국토에서 불도를 이루리라.”
그때 견의보살은 천자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큰 이익을 얻었나이다. 여래께서 그대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 수기를 주셨도다.” 천자가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일체 법에 만일 얻은 바 없으면, 이를 큰 이익이라 이름하거니와, 법에 얻은 바가 있으면, 이는 이익이 없나니라. 선남자여, 그러므로 알라. 만일 법을 얻지 않으면 이 큰 이익이라 이름 할 것이다.” 이 법을 말할 때에 2만 5천 천자는 일찍 선세(先世)에서 많은 덕의 근본을 심었는지라,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발하여 또 1만 보살은 무생인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