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12_0467_a_01L불설미증유인연경(佛說未曾有因緣經) 상권
012_0467_a_01L佛說未曾有因緣經卷上


담경(曇景) 한역
김성구 번역
012_0467_a_02L蕭齊沙門釋曇景譯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12_0467_a_03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의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 계셨다.
이때 세존께서는 목건련(目犍連)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가비라성(迦毘羅城)에 가서 나의 아버지 정반왕(淨飯王)과 이모 파사파제(波闍波提) 부인과 그리고 곡반왕(斛飯王) 등 세 분의 숙부에게 문안하고 또 라후라(羅睺羅)의 어머니 야수다라(耶輸陀羅)를 위로하고 깨우쳐서 은혜와 애정을 끊고 라후라를 출가케 하여, 사미(沙彌)가 되어 성도(聖道)를 배우도록 하여라.
012_0467_a_04L一時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爾時世尊告目犍連汝今往彼迦毘羅城問訊我父閱頭檀王幷我姨母波闍波提及三叔父斛飯王因復慰喩羅睺羅母耶輸陁羅割恩愛放羅睺羅令作沙彌修習聖
왜냐하면 모자(母子)의 사랑은 즐겁기가 잠깐인데 죽어서 지옥에 떨어지면 어미와 자식은 서로 알지도 못하고 아득하고 캄캄한 채 영원히 이별하여 만 가지의 고통을 받으리니, 그때 후회한들 무엇 하겠느냐. 라후라가 도를 얻으면 반드시 어머니를 제도하여 영원히 생(生)ㆍ노(老)ㆍ병(病)ㆍ사(死)의 근본을 끊고 열반에 이르게 할 것이니, 마치 오늘의 나와 같을 것이니라.”
012_0467_a_10L所以者何母子恩愛歡樂須臾墮地獄母之與子各不相知窈窈冥永相離別受苦萬端後悔無及睺得道當還度母永絕生老病死根得至涅槃如我今也
목건련은 분부를 받들고 곧 선정(禪定)에 들어갔는데, 마치 역사(力士)가 팔 하나를 굽혔다 펴는 듯한 짧은 순간에 가비라성 정반왕에게 이르러 여쭈었다.
“세존께서 간절히 물으셨나이다. 기거하심이 경쾌하시며 기력이 평안하시옵니까? 그리고 대부인 파사파제 부인과 세 분의 숙부, 곡반왕들에게도 역시 문안을 여쭈시라 하셨습니다.”
012_0467_a_14L目連受命入禪定譬如力士屈申臂頃到迦毘羅城淨飯王所而白王言世尊慇懃致問無量起居輕利氣力安不及大夫人波闍波提幷三叔父斛飯王等問訊起居亦復如是
그때 야수다라는 부처님께서 왕에게 사자(使者)를 보내 왔다는 소식을 듣고 곧 시종[靑衣]을 보내어 소식을 살펴보게 하니 시종이 돌아와서 이렇게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사자를 보내시어 라후라 아기를 데려다가 사미를 만들겠다고 하시더이다.”
012_0467_a_19L時耶輸陁羅聞佛遣使來至王所知意趣卽遣靑衣令參消息靑衣還世尊遣使取羅睺羅度爲沙彌
012_0467_b_01L야수다라는 이 소식을 듣고 곧 라후라를 데리고 높은 다락에 올라가서 감관(監官)에게 명령하여 모든 문들을 걸어 닫고 견고하게 숨게 하였다.
012_0467_a_22L輸陁羅聞是消息將羅睺羅登上高約勅監官關閉門閤悉令堅牢
그때 목건련이 태자궁 문 앞에 이르렀지만 들어갈 수도 없고 또 소식을 알아볼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곧 신통력으로써 높은 다락까지 날아올라 야수다라가 앉은 자리 앞에 우뚝 섰다. 야수다라는 목건련이 온 것을 보고 기쁨과 근심이 엇갈리어 어찌할 줄 모르더니, 곧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히 절하며 문안드렸다.
“먼 길을 지나오시니 얼마나 수고로우셨습니까?”
012_0467_b_02L時大目連旣到宮門不能得入又無人通以神力飛上高樓至耶輸陁羅坐前而立耶輸陁羅見目連來憂喜交集迫不得已卽起恭敬禮拜問訊冒涉遠途得無勞也
목건련에게 자리를 권하여 앉게 하고 다시 물었다.
“세존께서는 안녕하시며 중생을 교화하시기에 얼마나 수고하십니까? 그런데 스님[上人]을 보내신 까닭은 무엇입니까?”
012_0467_b_07L勅爲敷座請目連坐問目連曰世尊無恙教化衆生不勞神也遣上人來欲何所爲
목건련이 여쭈었다.
“태자 라후라께서 나이 이미 아홉 살이니, 응당 출가하여 성도(聖道)를 배우게 하셔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모자(母子)의 사랑이 잠시 동안은 좋은 듯하지만 하루아침에 목숨이 다하여 3악도(惡道)에 떨어지면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서 캄캄하고 아득한 가운데 어머니는 아들을 모르고 아들은 어머니를 모르게 되옵니다. 라후라가 도를 얻으면 반드시 어머니를 제도하여 영원히 생ㆍ노ㆍ병ㆍ사를 떠나 열반에 이르게 할 것이니. 지금의 부처님과 같게 되실 것이옵니다.”
012_0467_b_09L目連白曰太子羅睺年已九歲應令出家修學聖道所以者何母子恩愛少時如意一旦命終墮三惡道恩愛離別窈窈冥冥母不知子子不知母羅睺得道當還度母永度生老病死憂患得至涅如佛今也
야수다라가 목건련에게 대답하였다.
“석가여래께서 태자로 계실 때에 나를 맞아 아내로 삼으시어, 태자를 받들어 섬기기 천신(天神)을 모시듯 하여 한 번의 실수도 없었거늘 부부가 된 지 3년도 못 되어 다섯 가지 욕망을 버리시고 궁성의 담을 날아 넘어 왕전(王田)으로 달아나 버리셨습니다.
012_0467_b_15L耶輸陁羅答目連曰釋迦如來爲太子時娶我爲妻奉事太子如事天神曾無一失共爲夫婦未滿三年捨五欲樂騰越宮城逃至王田
012_0467_c_01L 부왕께서는 빨리 돌아오시기를 바랐지만 어기고 좇지 않았으며, 차닉(車匿)과 백마(白馬)만을 보내시고 자신은 도를 이루어야 돌아오리라 서원하셨습니다. 사슴의 가죽을 입으시니 마치 미친 사람과 같았고, 산택(山澤)에 숨어서 6년 동안 고행을 쌓아 부처를 이루시고 돌아오셔서는 도무지 가까이하지 않으시니, 옛날의 은혜와 애정을 잊은 것이 길가는 사람보다 더하였습니다. 부모를 떠나서 다른 나라에 기거하시니 우리들 모자는 외로움과 궁색만을 지킬 뿐 삶의 보람은 없었습니다. 오직 죽고 싶기만 하였지만 사람의 목숨이 소중한 것이어서 마침내 스스로가 끊지 못하고 독기와 원한을 품은 채 억지로 생명을 유지하니 비록 사람들 속에서 살고 있었어도 축생(畜生)만도 못하였습니다. 이런 재앙에 다시 재앙이 덮치니, 어찌 이러할 수 있으리까.
012_0467_b_19L王身往迎違戾不從乃遣車匿白馬令還自要道成誓願當歸披鹿皮衣譬如狂人隱居山澤勤苦六年得佛還國都不見親忘忽恩舊劇於路人遠離父母寄居他邦使我母子守孤抱窮無有生賴唯死是從人命至重不能自刑懷毒抱恨强存性命雖居人類不如畜生禍中之禍豈有是哉
이제 다시 사자를 보내시어 나의 아들을 데려다가 그의 권속을 삼겠다고 하시니 어쩌면 이다지 가혹하십니까. 태자께서는 도를 이루시고 스스로 자비하라고 말씀하시는데, 자비라면 응당 중생을 안락하게 해야 할 것이거늘 이제 도리어 사람의 모자를 헤어지도록 하시는군요. 괴로움 가운데 더욱 심한 것은 사랑하는 이와 헤어지는 괴로움만 한 것이 없는데, 이번 일로 미루어 보건대 무슨 자비가 있다 하겠습니까. 목건련이여, 돌아가시거든 세존께 나의 말을 여쭈어 주십시오.”
012_0467_c_04L今復遣使欲求我子爲其眷屬何酷如之太子成道自言慈悲慈悲之道應安樂衆今反離別人之母子苦中之甚若恩愛離別之苦以是推之何慈之有白目連曰還向世尊宣我所陳
그때 목건련은 방편과 여러 가지 인연으로 마땅한 이치에 따라 두 번 세 번 거듭 권하고 깨우쳤지만 야수다라는 끝내 허락할 뜻이 없었다. 물러나와 다시 정반왕에게 가서 앞서 일을 자세히 아뢰니, 왕은 이 말을 듣고 곧 파사파제 부인을 불렀다.
012_0467_c_09L時大目連更以方便種種因緣隨宜諫喩反覆再三耶輸陁羅絕無聽意辭退還到淨飯王所具宣上事王聞是已令喚夫人波闍波提
왕이 부인에게 말하였다.
“우리의 아들 실달다(悉達多)가 목건련을 보내어 라후라를 데려다가 도를 들어 성스러운 법을 배우게 하려 하는데, 야수다라는 여자인지라 어리석어서 법요(法要)를 알지 못하고, 마음과 뜻이 굳은 까닭에 사랑에 얽매어 놓아줄 생각이 없는 것 같으니 그대는 그에게 가서 거듭 타일러 그의 마음이 열리도록 하시오.”
012_0467_c_13L王告夫人我子悉達遣目連來迎取羅雲欲令入道修學聖法耶輸陁羅女人愚癡未解法要心堅意固纏著恩愛情無縱捨卿可往彼重諫謝之令其心悟
그때 대부인이 5백 명의 시종을 거느리고 야수다라가 거처하는 궁전에 이르러 여러 가지 방편으로 적당히 타이르기를 두세 번 거듭하였지만 야수다라는 여전히 듣지 않고 부인께 여쭈었다.
012_0467_c_17L時大夫人卽便將侍從五百靑衣往至耶輸陁羅所住宮中種種方便隨宜諫反覆再三耶輸陁羅猶故不聽夫人曰
012_0468_a_01L“제가 집에 있을 때에 여덟 나라의 왕들이 다투어서 저를 맞아가려 했건만 부모님께서 모두 허락하시지 않은 것은 석가 태자의 재주가 여러 사람보다 뛰어났던 까닭이옵니다. 그래서 부모님께서는 저의 배필로 삼으셨던 것입니다. 태자가 그때부터 세상에 있지 않고 출가하여 수도할 것을 생각하셨다면 무슨 까닭에 간절히 저를 구했습니까? 대체로 사람들이 부인을 맞는 것은 바로 사랑과 영화를 위한 것이옵니다. 모여서 즐거워하고 만세에 대를 이어가면서 자손이 끊이지 않게 하여 종실(宗室)의 혈통을 잇는 것은 세상의 바른 예절입니다. 태자는 이미 갔거니와 다시 라후라까지 출가시켜 도를 배우게 하여 영원히 나라의 후사(後嗣)를 끊으면 무슨 이로운 것이 있겠나이까.”
황후는 그때 이 말을 듣고, 잠잠히 앉아 할 말이 없었다.
012_0467_c_21L我在家時八國諸王競來見父母不許所以者何釋迦太子才藝過人是故父母以我配之太子爾時知不住世出家學道何故慇懃苦求我耶夫人娶婦正爲恩好聚集歡樂萬世相承子孫相續紹繼宗嗣之正禮太子旣去復求羅睺欲令出永絕國嗣有何義哉爾時皇后是語已默然無言不知所云
그때 세존께서 변화한 사람을 보내시어 공중에서 말하게 하셨다.
“야수다라여, 그대는 지난 세상에 맹세한 일을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구나. 석가여래는 그때 보살도(菩薩道)를 위하여 은전 5백 냥으로써 그대에게 다섯 송이의 연꽃을 사서 정광불(定光佛)에게 바쳤더니, 그때 그대는 나에게 세세생생(世世生生)에 함께 부부가 되기를 간절히 구하였소.
012_0468_a_06L爾時世尊卽遣化人空中告言耶輸陁羅汝頗憶念往古世時誓願事不釋迦如來當爾之時爲菩薩道以五百銀錢從汝買得五莖蓮華上定光時汝求我世世所生共爲夫妻
나는 듣지 않고 그대에게 말하기를 ‘나는 보살이 되어 여러 겁 동안 원력을 수행하고, 일체를 보시하여 남의 뜻에 어긋나지 않았노라. 그대의 소원이 그러할진댄 나의 아내로 맞겠노라’ 하였더니, 그대는 선 채로 서원을 말하기를 ‘세세생생 나는 곳마다 나라와 성과 처자와 나의 몸까지 그대가 마음대로 보시하더라도 맹세코 뉘우치지 않겠다’고 하더니 이제 무슨 까닭으로 라후라를 아껴 집을 떠나 도를 배우게 하지 않으려 하는가?”
012_0468_a_11L不欲受卽語汝言我爲菩薩累劫行一切布施不逆人意汝能爾者爲我妻汝立誓言世世所生國城妻子及與我身隨君施與誓無悔心今何故愛惜羅睺不令出家學聖道
야수다라가 이 말을 듣고 지난 세상이 업과 인연을 환하게 깨치니, 지난 일이 어제 본 것처럼 분명하여 아들을 사랑하는 애정이 저절로 사라졌다. 다시 목건련을 불러서 참회하고 라후라의 손을 잡아 목건련에게 넘겨주며 아들과 이별하는 눈물을 흘리었다.
012_0468_a_17L耶輸陁羅聞是語已霍然還識宿業因緣往事明了如昨所見愛子之情自然消歇遣喚目連懺悔辭謝羅睺手付囑目連與子離別涕淚交
그때 라후라는 어머니가 근심하고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꿇어앉아 합장하고 어머니에게 하직하는 말을 여쭈었다.
“어머니는 슬퍼하시지 마옵소서. 라후라는 지금 가서 세존께 문안 인사만 드리고 바로 돌아와서 어머님을 뵐 것입니다.”
012_0468_a_21L爾時羅睺見母愁苦長跪合掌謝母言願母莫愁羅睺今往定省世尋爾當還與母相見
012_0468_b_01L그때 정반왕이 야수다라를 위로하고 그를 기쁘게 하기 위하여 곧 나라 안의 호화로운 족성(族姓)을 소집하고 말하였다.
“금륜 왕자(金輪王子)는 지금 떠나 사위국으로 가서 부처님에게 도를 배우려 하오. 경들도 모두 아들 하나씩을 보내서 나의 손자를 따르게 하는 것이 어떻겠소?”
012_0468_a_23L時淨飯王爲欲安慰耶輸陁羅令其喜故卽時召集國中豪族而告之言金輪王子當往彼舍婆提國從佛世尊出家學煩卿人人各遣一子隨從我孫
모두 즐겁게 대왕의 명령을 받드니 잠깐 동안에 50명이 모여들었다. 그들은 모두 라후라를 따라 부처님의 처소에 이르러 머리를 숙여 절하였다.
012_0468_b_04L唯然奉大王命卽時合集有五十隨從羅睺往到佛所頭面作禮
부처님께서는 아난을 시켜 라후라와 그들 50명의 머리를 깎으니 모든 공자(公子)ㆍ왕자(王子)들이 사문[出家人]이 되었다. 사리불에게 명령하여 화상(和尙)을 삼고 대목건련으로 아사리(阿闍梨)1)를 삼아 10계를 주어 사미(沙彌)가 되게 하였다. 라후라는 어린 까닭에 게으름을 좋아하고 장난에 팔려서 법문 듣기를 즐기지 않았다. 그래서 부처님께서 여러 번 타이르셨지만 그래도 듣지 않으니 어쩔 수 없었다.
012_0468_b_06L佛使阿難剃羅睺頭及其五十諸公王子悉令出家命舍利弗爲其和上大目犍連作阿闍梨授十戒法便爲沙彌羅睺幼稚習樂傲慢耽著嬉戲不樂聽法佛數告勅恒不從用非可如何
그때 사위국의 바사닉왕(波斯匿王)이 부처님의 아들 라후라가 출가하여 사미가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대신(大臣)ㆍ부인ㆍ태자ㆍ후궁ㆍ채녀(婇女)ㆍ바라문(婆羅門)ㆍ거사 등에게 공경스럽게 둘러싸여 이른 아침에 부처님의 처소에 와서 절하고 문안을 드린 다음 부처님의 아들 라후라 사미를 찾아보고 각각 한 쪽에 앉았다.
012_0468_b_12L爾時舍衛國波斯匿王聞佛子羅睺出家爲沙彌與其群臣夫人後宮采女婆羅門居士恭敬圍繞於其晨朝來詣佛所禮拜問訊幷看佛子羅睺沙彌各一面坐
부처님께서 그들을 위하여 설법하시니, 왕과 여러 신하들은 자유롭게 살면서 안락을 익힌 까닭에 앉아서 오래 견디지 못하고 부처님의 설법을 듣다가 먼저 인사를 드리고 물러가리라 생각하였다.
012_0468_b_16L佛爲說法王及群臣憍傲習樂不堪苦坐聽佛說法辭退欲還
그때 부처님께서는 왕이 비로소 깨달음을 얻게 되었는데도 신근(信根)이 아직 세워지지 못한 것을 아시고 왕과 여러 신하를 깨우쳐 이익이 되게 하리라 생각하시어, 곧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가서 라후라 사미와 그 권속들을 불러 모두 모아 여래의 설법을 듣게 하여라.”
아난이 가서 부르니, 잠시 동안에 모두 모여 왔다.
012_0468_b_18L爾時世尊知王始悟信根未立將欲開悟王及群臣爲利益故告阿難曰汝可往召沙彌羅雲及其眷屬悉皆令集聽佛說法阿難往召須臾皆集
부처님께서는 왕에게 말씀하셨다.
“잠깐만 기다려서 나의 설법을 들으시오.”
왕이 합장[叉手]하고 여쭈었다.
“저의 이 몸이 즐거움만 익힌 지 오래 되었는지라 앉아서 견디지 못하겠사오니, 바라옵건대 부처님께서는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012_0468_b_22L佛告王曰且待須臾聽我說法王叉手曰今我此身習樂來久不堪苦坐願佛垂恕
012_0468_c_01L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그것은 괴로운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전생에 복을 심어서 이제 임금이 되어 항상 높은 궁전에 살면서 다섯 가지 욕심[五欲]을 마음대로 하며, 출입할 때에는 앞뒤로 그대를 모셔서 발이 땅에 닿지 않게 하거늘 어찌 괴롭다고 하겠습니까. 삼계(三界)의 괴로움에는 지옥ㆍ축생ㆍ아귀의 괴로움만 한 것이 없으니, 이러한 괴로움들은 앞서 이미 말하였습니다.”
012_0468_c_01L佛告王曰此不爲苦所以者何前身種福今爲人王常處深宮五欲恣意出入導從腳不觸地何名爲苦三界之苦莫若地獄畜生餓鬼諸難等苦如此諸苦前已曾說
부처님께서 라후라에게 말씀하셨다.
“부처님의 세상은 만나기 어렵고, 법은 듣기가 어려우며, 사람의 목숨은 보전하기 어렵고, 도를 얻기도 어려우니라. 네가 지금 사람의 몸을 얻고, 부처의 세상을 만났거늘 어찌하여 게으름을 피우면서 법을 듣지 않느냐?”
012_0468_c_06L佛告羅雲佛世難値法難得聞人命難保得道亦難子今旣得人身値佛在世何故懈怠不聽法耶
라후라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불법은 정묘한데 저의 뜻은 거칠기만 하니 어떻게 세존의 법을 들을 수 있겠습니까. 전에도 자주 들었지만 이미 잊어버렸으니, 정신만 피로하게 할 뿐 하나도 얻는 것이 없는가 하옵니다. 지금 나이가 어릴 때만이라도 마음대로 하게 하여 주시면, 나이가 많아진 뒤에는 저절로 나아져서 부처님의 법을 잘 들을 수 있을까 하나이다.”
012_0468_c_09L羅雲白佛佛法精妙小兒意麤安能聽受世尊法也前已數聞尋復忘失徒勞精神無所一獲及今少年且放情肆意年大時自當小差堪任受法
부처님께서 라후라에게 말씀하셨다.
“만물은 무상하고 몸뚱이도 보전키 어려운 것이거늘 네가 나이 많도록 너의 생명을 보장하겠느냐?”
“그러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소자 라후라는 할 수 없더라도 부처님께서 어찌 아들의 목숨을 보장해 주시지 않겠나이까.”
012_0468_c_13L佛告羅萬物無常身亦難保汝能保命至年大不唯然世尊羅雲不能佛豈不能保子命耶
부처님께서 라후라에게 말씀하셨다.
“나도 내 스스로를 보장하지 못하거늘 어찌 너까지를 보장하겠느냐.”
라후라가 여쭈었다.
“헛되고 수고롭게 법을 듣고도 도를 얻지 못했으니, 법을 듣는 공덕이 어떻게 사람에게 이익을 준다 하겠습니까?”
012_0468_c_16L佛語羅雲我尚不能自保豈保汝也羅雲白佛徒勞聽法旣不得道聞法之功何益於人
부처님께서 라후라에게 말씀하셨다.
“법문을 듣는 공덕이 비록 금생(今生)에 도를 얻지는 못하더라도 다섯 갈래[五道]에 몸을 받을 때는 많은 이익이 있나니 내가 전에 말한 것과 같으니라. 반야(般若) 지혜는 감로(甘露)라 이름하고 양약(良藥)이라 부르며, 다리[橋梁]라 말하며, 큰 배[船]라 일컫나니, 너는 이미 듣지 않았느냐?”
라후라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들었습니다, 세존이시여.”
012_0468_c_18L佛告羅雲聽法之功雖於今身不能得道五道受身多所利益如我前說波若智慧亦名甘露亦名良藥亦名橋梁亦名大船汝不聞乎羅雲白佛唯然世尊
012_0469_a_01L그때에 바사닉왕이 꿇어앉아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기를 반야 지혜에 네 가지 이름이 있다 하시니, 그 뜻이 무엇이옵니까? 바라옵건대 부처님께서는 불쌍히 여기셔서 저희들을 위하여 말씀해 주시옵소서.”
012_0468_c_22L時波斯匿王長跪合掌白天尊曰佛所說波若智慧有四種名其義云願佛哀愍爲我說之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듣고자 하는 이는 마음을 붙이고 자세히 들으시오. 내가 지금부터 말하겠소.
생각하건대 과거 무수겁에 비마대국(毘摩大國)의 사타산(徒陀山)에 여우[野干]가 한 마리 살고 있었소. 사자가 뒤를 따라 잡아먹으려 하니, 여우는 겁이 나서 달아나다가 어떤 우물 안에 떨어졌는데, 나오지 못한 채 사흘이 지났소. 죽게 되었음을 마음속으로 깨닫고 게송으로 노래하였소.”
012_0469_a_02L佛告王言得聞者著心諦聽吾今說之佛言憶念過去無數劫時毘摩大國徙陁山中有一野干有師子王追逐欲食野干惶怖奔走墮一丘井不能得出經於三日開心分死而說偈言

애달프구나, 오늘날 괴로움에 쫓기어
우물 속에 떨어져 죽게 되었네.
일체 만물 모두가 무상하거늘
사자에게 안 먹힌 것이 한이 되는구나.
012_0469_a_07L禍哉今日苦所逼
便當沒命於丘井
一切萬物皆無常
恨不以身餧師子

슬프구나, 어찌할까, 죄 많은 몸이
목숨을 탐내다가 이룬 공도 없이 죽네.
공도 없이 죽는 것도 서럽지만은
더러운 몸뚱이로 남의 식수(食水)마저 버렸네.
012_0469_a_09L嗚呼奈何罪厄身
貪惜軀命無功死
無功而死尚可恨
況復臭身污人水

나무(南無) 참회(懺悔) 시방불이시여
이내 마음 맑음을 굽어보소서.
전생에 지은 바 3업의 죄를
이 몸으로 갚아서 다하여지이다.
012_0469_a_11L南無懺悔十方佛
表知我心淨無已
前世所造三業罪
願於今身償令畢

모든 죄가 다하면 3업이 맑으니
그 마음 고요하여 진실을 찾네.
이로부터 세세(世世)에 밝은 스승을 만나서
법에 맞게 수행하여 부처를 이루리라.
012_0469_a_13L衆罪畢了三業淨
其心不動念眞實
從是世世遭明師
如法修行速成佛

그때 제석(帝釋)이 부처님의 이름을 듣고
가만히 머리를 숙여 옛 부처님을 생각하는데,
자기는 외로이 길잡이[導師]를 못 만나서
다섯 가지 욕망에 탐닉하여 스스로 빠지고
012_0469_a_15L時天帝釋聞佛名
肅然毛豎念古佛
自惟孤露無師導
耽著五欲自沈沒

애욕의 감옥을 벗어나지 못하니
생각할수록 마음에 사무쳐서 눈물을 흘렸네.

즉시 모든 하늘 8만 4천이
우물로 날아 내려 예배하려니
012_0469_a_17L不能得出恩愛獄
思惟感切目下淚
卽與諸天八萬衆
飛下詣井欲問訊

여우가 우물 밑에 빠져 있어서
두 손으로 더듬거려도 나오지 못하네.
제석은 스스로 생각하기를
성인께서 나타나시는 것이 여러 가지니
012_0469_a_19L乃見野干在井底
兩手攀土不能出
天帝復自思念言
聖人應現無方術

지금 내가 보기에는 여우이지만
반드시 보살이지 범기(凡器)가 아니로다.
지금 내가 물어서 의심을 없애면
모든 하늘 따라서 법을 얻으리라.
012_0469_a_21L今我雖見野干形
斯必菩薩非凡器
今當請問除我疑
幷令諸天得聞法

천제(天帝)가 말하였다.
012_0469_a_23L天帝曰
012_0469_b_01L
성교(聖敎)를 못 들은 지도 아득한 시간
언제나 스승 없는 어둠 속에 있었다네.
어진 이[仁者]께서 조금 전에 외운 비범(非凡)한 말씀
모든 하늘을 위하여 말씀하소서.
012_0469_a_24L不聞聖教曠大久
常處幽冥無師導
仁者向說非凡語
願爲諸天宣法教

이때 여우가 위를 보고 대답하였지.
그대는 천제건만 교양이 없어
시의(時宜)도 모르고 심히 교만해
법사는 아래 있고 자기는 위에 서서
아무런 공경하는 마음도 없이 법문을 묻는가.
법의 물이 맑고 깨끗해야 사람을 건지니
어떻게 아만(我慢)2)을 품고 얻으려 하는가.
012_0469_b_02L於時野干仰答曰
汝爲天帝無教訓
不知時宜甚癡傲
法師在下自處上
都不修敬問法要
法水淸淨能濟人
云何欲得懷貢高

천제는 이 말 듣고 부끄러워했건만
모시던 모든 하늘이 놀라고 비웃으며
천왕께서 내리신 뜻이 무참하게도
저렇게 무안[慚愧]을 당하니 놀랍습니다.
012_0469_b_06L天帝聞是大慚愧
給侍諸天愕然笑
天王降止大無利
而被慚恥甚可悼

제석이 하늘에게 이르는 말이
행여나 이것으로 놀라지 말라.
이는 내가 어리석어 어긴 탓이니
반드시 이로 인해 법을 들으리라.
012_0469_b_08L帝釋卽時告諸天
愼莫以此爲驚怪
是我頑弊行不稱
必當因是聞法要

즉시 하늘의 보배로운 옷이
드리워져 여우를 끌어 올리고
합장[叉手]하며 잘못된 점을 사죄드리며
예배[叩頭]하고 용서를 구하는 말이
012_0469_b_10L卽時垂下天寶衣
接取野干出於上
叉手辭謝說不是
叩頭懺悔願垂亮

모든 하늘 진실로 님의 말과 같아
다섯 가지 욕망에 얽매어서 거칠어진 것은
모두가 좋은 길잡이를 만나지 못한 탓이니
고락(苦樂)과 상(常)ㆍ무상(無常)을 말해 주소서.
012_0469_b_12L諸天實爾如尊誨
纏緜五欲致迷荒
皆由不遇善師導
爲說苦樂常無常

모든 하늘 그를 위해 감로(甘露)의 밥을 베푸니
여우는 밥을 얻고 활기를 얻었네.
뜻밖의 재앙에서 이런 복을 만난 것이니
마음속 기쁜 모습이 어쩔 줄을 몰랐네.
012_0469_b_14L諸天爲設甘露食
野干得食生活望
非意禍中致斯福
心懷踊躍慶無量

“그때에 여우는 마음속으로 생각하였소.
‘축생의 갈래에서도 추하고 헐벗고 곤궁하고 액난(厄難)스러운 것으로 여우보다 더할 게 없거늘 지혜의 힘으로 이렇게 되었구나.’
012_0469_b_16L於是野干心自念言畜生道中醜弊困厄無過野干智慧力故乃致如是
다시 생각하였소.
‘형벌을 받고 남은 이 몸, 본래부터 사랑스러운 곳이 없거늘 경사스럽다고 칭찬하며 또 크게 즐거워하니 모두 교화[通化]하는 때문이리라. 이 어리석은 하늘들은 모두가 제석(帝釋)이 먼저부터 가지고 있는 반야(般若)의 조그마한 공덕을 힘입어 함께 와서 법을 듣고자 하여 기이하다고 찬탄하니, 어쩌면 이렇게도 다행스러울까. 이제 교화하여 나의 공덕을 이루리라.’
012_0469_b_18L復作是念刑殘之命本非所愛所以稱慶大歡喜者爲通化耳此諸癡天皆蒙帝釋先有波若一豪之分共相隨來皆欲聞法而自歎言奇哉奇哉何慰如之今當通化成我功德
012_0469_c_01L다시 생각하였소.
‘오늘의 은혜는 모두가 나의 선사(先師) 화상(和尙)께서 자비심으로 가르쳐 주신 지혜와 방편의 공덕에 의한 것이다. 나무(南無) 반야시여, 나무 반야시여, 비록 올바른 실천을 잃고 나쁜 갈래에 태어났지만 지난 세상[宿命]을 알고, 그 업의 인연[業緣]을 아는 반야의 힘은 능히 모든 하늘이 내려오셔서 건져 주고 공양하게 하였으며, 또다시 교화하여 저의 작은 마음을 펴게 하였나이다.’
012_0469_b_23L復作是念今日之恩莫不由我先師和上慈哀教授智慧方便功德力乎南無我師南無我師南無波若南無波若雖復失行生惡趣中猶識宿命知其業緣波若之力能感諸天降神來下接濟供養復得通化展我微心
그때 제석이 모든 하늘에게 말하였소.
‘스승께서 하신 말씀과 같이 반드시 설법을 하실 터이니, 우리들이 이제 와서 너무나 큰 이익을 얻게 되었다. 이제 모두가 머리를 땅에 대고 정성을 기울여 설법을 청하여라.’
모두가 기뻐하며 각각 공경을 다하여 오른 어깨를 벗고 여우를 돌며, 다시 꿇어앉아서 합장하고 이구동성(異口同聲) 게송으로 노래하였소.”
012_0469_c_06L時天帝釋告諸天曰如師言者定欲說法我等今來快得善利今當人人叩頭丹誠請令說法咸然唯諾卽各修敬偏袒右肩圍繞野干長跪合掌異口同音而說頌曰

어질고 거룩하시어라
여우 화상이시여
바라옵건대 설법하시어
하늘 사람을 열어 주소서.
012_0469_c_11L善哉善哉
和上野干唯願說法開化天人

하늘 사람은 어두워서
다섯 가지 욕심에 얽매이고
항상 복이 다할까 두려워하며
무상(無常)에 쫓기옵니다.
012_0469_c_13L天人幽冥
五欲所纏
恒恐福盡
無常所遷

죽어서 나쁜 길에 떨어지면
건져 줄 사람을 만날 수 없으리니
영원한 겁으로부터
수만억 년 동안이었습니다.
012_0469_c_14L死墮惡道
求拔良難
從久遠來
數萬憶年

이제 한 번 만났사오니
참으로 도움이 되는 복밭[福田]이시여
자비심을 드리우시어
법언(法言)을 말씀하소서.
012_0469_c_15L今始一遇
良祐福田
唯垂慈哀
宣示法言

하늘 사람이 복을 얻고
중생도 그러하리니
원컨대 화상님에게로
영원히 따르오리다.
012_0469_c_17L天人得福
衆生亦然
願與和上
永劫相連

불도(佛道)를 이룰 때까지
항상 인연이 되옵소서.
밝은 사람을 만나기 어려워
서원(誓願)을 세우나이다.
012_0469_c_18L至成佛道
常作因緣
明人難値
故立誓言
012_0470_a_01L
“그때 여우가 모든 하늘 사람이 간절히 부탁하면서 법문을 듣고자 하는 것을 보고 더욱 기뻐하며 천제에게 말하였소.
‘내가 지난날의 일을 생각하니 그때 세상 사람들은 법을 듣고자 하면 먼저 높은 자리를 펴 엄숙하게 꾸미고 맑고 깨끗하게 한 뒤에 바야흐로 법사(法師)를 모셔서 자리에 올라 설법케 하였으니, 무슨 까닭인가. 불경과 불법은 소중하여 공경하면 복을 얻기 때문이니라. 가벼이 여기는 마음으로 자기의 복을 줄게 하는 것은 옳지 않느니라.’
012_0469_c_19L於是野干見諸天人慇懃勸請樂欲聞法益加欣踊告天帝曰憶念我昔曾見世人欲聞法者先敷高座莊嚴淸淨方請法師登座說法所以者何經法貴重敬之得福不宜輕心自虧福也
천제와 하늘 사람들이 듣고 모두 옳다 하여 하늘의 보배 옷을 벗어서 높은 자리를 쌓아 올리니 잠깐 동안에 장엄하게 꾸며서 맑고 깨끗한 것이 제일이었소. 여우가 자리에 올라 천제에게 말하였소.
‘내가 지금 설법을 하는 것은 바로 두 가지 큰 인연이 있기 때문이니, 어떤 것이 두 가지인가. 첫째는 설법이니 하늘 사람을 깨우쳐 주는 것이 복이 한량없기 때문이요, 둘째는 먹을 것을 보시한 은혜를 보답하려 함이니 어찌 말하지 않을 수 있겠소.’
012_0470_a_02L諸天聞已咸然唯諾脫天寶衣積爲高座須臾之閒莊嚴挍飾淸淨第一野干昇座告天帝曰吾今說法正當爲二大因緣故何等爲二一者說法開化天人福無量故二者爲報施食恩故豈得不說
천제가 여쭈었소.
‘우물의 액난을 면하시어 몸과 목숨을 보전하신 공덕이 마땅히 크겠거늘 존자(尊者)께서는 어찌하여 설법으로 은혜를 갚는다 하시면서 이것은 언급치 않으시니, 무슨 까닭입니까? 일체 천하의 것이 살기를 좋아하고 편안함을 구하면서 죽고자 하는 것이 없으니 이 까닭에 생명을 보전한 공덕이 어찌 크지 않겠나이까.’
012_0470_a_07L天帝白曰免井厄難得全身命功德應大尊者云何說法報恩不及此耶所以者何一切天下皆樂生求安無欲死者以是因全命之功豈得不大
여우는 대답하였소.
‘죽고 사는 데 마땅함은 사람마다 다르니 어떤 사람은 살기를 탐내고, 어떤 사람은 죽기를 즐기느니라. 어떤 사람이 살기를 탐내는가. 그 사람은 세상에 살면서 어리석고 어두워서 죽은 뒤에 다시 태어나는 것을 모르고 부처를 어기거나 법을 멀리하며, 밝은 스승을 만나지 못하고 살생ㆍ도둑질[偸盜]ㆍ음행ㆍ거짓말[妄語]로 악한 짓만 좇으니 이러한 사람은 살기를 탐내고 죽기를 두려워하느니라.
012_0470_a_11L野干答曰生之宜各有其人有人貪生有人樂何人貪生其人生世愚癡幽冥知死已後世更生違佛遠法不遭明殺盜婬欺唯惡是從如是之人生畏死
어떤 사람이 죽기를 좋아하는가. 밝은 스승을 만나서 삼보를 섬기고 악을 고쳐 선을 닦으며, 부모에게 효도하고 스승[師長]을 공손하게 섬기며, 처자와 노비 권속에게 화순하며, 사람에게 공경하고 겸손하면 이런 사람은 살기를 싫어하고 죽기를 좋아하느니라.
012_0470_a_16L何人樂死遭遇明師奉事三改惡修善孝飬父母敬事師長順妻子奴婢眷屬謙敬於人如斯之惡生樂死
무슨 까닭인가. 착한 사람이 죽으면 복은 마땅히 하늘에 태어나서 5욕락(欲樂)을 받을 것이고, 악한 사람이 죽으면 마땅히 지옥에 들어가서 한량없는 고통을 받기 때문이니라. 착한 사람이 죽는 것은 죄수가 감옥을 벗어나는 것과 같고 악한 사람이 죽기를 두려워하는 것은 죄수가 감옥에 드는 것과 같으니라.’
012_0470_a_19L所以者何善人死者應生天受五欲樂惡人死者應入地獄受無量苦善人樂死如囚出獄人畏死如囚入獄
012_0470_b_01L천제가 물었소.
‘님의 말씀이 생명을 보전한 것은 공덕이 없다 하시니 진실로 그러할진대 그 밖의 두 번째 공덕, 밥을 베풀고 법을 베풀면 어떠한 공덕이 있나이까. 바라옵건대 말씀해 주셔서 어둠을 열어 주옵소서.’
012_0470_a_22L天帝問曰如尊所全其軀命無功夫者誠如所言餘二功施食施法有何功德唯願說開化盲冥
여우가 대답하였소.
‘음식을 보시하면 하루의 목숨을 건지고, 진기한 보물을 보시하면 한 평생의 복을 건지거니와, 나고 죽는 것이 커지고 늘어나는 것은 인연에 얽매여 있기 때문이니라. 설법하고 교화하는 것을 법시(法施)라 하니, 능히 중생들을 세간의 길[世間道]에서 벗어나게 하느니라.
012_0470_b_02L野干答曰布施飮食濟一日之命施珍寶物濟一世之福增益生死繫縛因緣說法教化名爲法施能令衆生出世閒道
출세간의 길[出世間道]은 무릇 세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아라한이요, 둘째는 벽지불(辟支佛)이며, 셋째는 불법(佛法)이니라. 이 3승(乘)의 사람은 모두 법을 듣고 말씀과 같이 수행한 데서 나왔느니라. 어떤 중생이 세 가지 나쁜 길[三惡道]을 면하거나 인천(人天)의 즐거움을 받는 것은 모두 법을 들은 까닭이니라. 그러므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법으로써 보시한 공덕이 한량이 없다 하시느니라.’
012_0470_b_05L出世閒道者凡有三種一者羅漢二者辟支佛三者佛此三乘人皆從聞法如說修行諸衆生免三惡道受人天福樂皆由聞法是故佛說以法布施功德無量
천제가 여쭈었소.
‘스승의 지금 몸은 업보[報]의 몸입니까? 아니면 응화(應化)3)의 몸입니까?’
여우가 대답하였소.
‘이는 죄업으로 받은 몸이지 응화한 몸이 아니니라.’
하늘 사람들이 듣고 깜짝 놀라 슬퍼하고 애달피 여겨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일어나 다시 절하고 여우에게 여쭈었소.
‘저희들 뜻에는 보살께서 응화로 나타나시어 중생을 제도하신다고 믿었는데, 이제 죄 받는 몸이라 하시니 그 까닭을 모르겠나이다. 바라옵건대 불쌍히 여기시어 그 까닭을 일러 주옵소서.’
012_0470_b_09L天帝白言師今此身爲是業報應化身乎野干答言是罪業報非應化也天人聞已肅然驚怖悲哀傷心垂淚滿目更起修敬白野干曰我意謂是菩薩聖人應現濟物而今方聞罪業果報未知其故惟垂哀愍說其因緣
여우가 대답하였소.
‘듣고자 하니 훌륭하구나. 내가 이제 말하리라. 생각하건대 지난 세상에 바라나국(波羅捺國)의 바두마성(波頭摩城)에 태어났을 때 나는 가난한 집의 아들이었다. 이름은 아일다(阿逸多)요 찰제리(刹帝利)의 성받이[種姓]로서 어릴 때에는 총명하여 학문을 좋아하였다.
012_0470_b_15L野干答曰欲聞者善吾今說之憶念故世生波羅捺波頭摩城爲貧家子名阿逸多剎利種姓幼懷聰朗好學是欲
나이가 열두 살이 되자 밝은 스승을 따라 깊은 산에 들어가 애써 섬기고 학문을 연마하며 배우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고, 스승께서도 아침저녁으로 깨우치고 가르쳐 주셔서 때를 잃지 않았다. 50년이 지나 56종의 경서(經書)와 논설(論說), 의술(醫術), 주문(呪文), 길흉(吉凶)을 점치는 법과 재앙을 물리치는 법에 이르기까지 통달하지 못한 것이 없었다. 높은 재주와 슬기로운 덕망이 날로 멀리 떨치었다. 그때 아일다는 생각하였다.
012_0470_b_19L至年十二追隨明師在於深山辛苦奉事硏精習學翹勤不懈師亦晨夜切磋教授不失時節經五十年九十六種經書記論醫方呪術占相吉凶災異禍福靡所不達高才智德名聞四遠時阿逸多伏自惟曰
012_0470_c_01L≺오늘날 내가 구제를 받는 것은 모두 스승님, 화상(和尙)께서 교화하신 은혜이니 그 공덕을 갚기가 어렵구나. 집이 가난하여 공양조차 올릴 것이 없으니 오직 몸을 팔아서 스승의 은혜를 갚을 수밖에 없다.≻
012_0470_c_01L(今日之濟莫不由我尊師和上教化之恩其功難報家旣貧乏無爲供飬唯當賣身以報師恩)
이렇게 생각하고 꿇어앉아 합장하고 스승에게 여쭈었다.
≺제자가 지금 저의 몸을 팔아 스승님의 은혜를 갚고자 하나이다.≻
스승이 대답하였다.
≺산에 있는 도사(道士)는 걸식으로 살아가니 다섯 가지 일[五事]에 부족한 것이 없는데, 너는 무엇 때문에 귀중한 몸을 훼손해 팔아 나에게 이바지하려 하느냐? 너는 지금 지혜와 말재주[辯才]를 성취하였으니, 천하의 인민을 교화하여 법의 등불을 밝혀라. 교화하는 공덕이 어찌 나에게 은혜를 갚는 것이 아니겠느냐. 부디 다른 일은 하지 않기 바라노라.≻
012_0470_c_04L作是念已長跪白師(弟子今者欲自賣身以報師恩)其師答曰(山居道士乞食自存正無所乏子今何爲毀賣貴身欲供我也子今成就智慧辯才當轉教化天下人民爲法燈明教化之功豈不足報我之恩也幸可不須餘擧動也)
그때 아일다는 지혜가 있는 사람이었다. 스승의 말씀을 어기지 않고 오래지 않아서 국왕이 죽었는데 여러 신하들이 의논하여 나라 안의 모든 이름난 학자를 불러 모으고 함께 토론케 하여 이긴 사람을 왕으로 추대하기로 결정하였다.
012_0470_c_10L時阿逸多旣是智人不違師教留住山中乞食自存如是不久國王崩亡群臣集議宣令國界諸名學士普召使集令共講論誰得勝者當立爲王
그때 아일다도 부름을 받고 모든 학자 5백여 명과 이레 동안 힘을 겨루고 변론을 시험하여 모두 이기니, 여러 신하가 기뻐하며 바라문을 불러 아일다를 모시고 국왕의 자리를 계승하게 하였다. 그때 아일다는 이런 일을 당하자 근심과 기쁨이 함께 일어나서 불안하였다.
≺만일 내가 왕이 되면 행여 교만과 방일한 마음이 생겨 쾌락한 뜻을 탐내어 구하다가 백성에게 근심을 끼치면 죽어서 지옥에 들어 괴로운 인연을 받을 것이니 두렵고, 만일 왕위에 오르지 않으면 집이 가난하고 녹(祿)이 없어서 소중한 스승의 은공을 갚을 수가 없구나.≻
012_0470_c_15L時阿逸多應召來集與諸學士五百餘人七日之中共捔試議無有勝者群臣歡喜召婆羅拜阿逸多紹爲國王時阿逸多見是事已憂喜交集而作是念(若作王恐有憍溢貪求快意爲民致患入地獄受苦因緣若不爲者家貧無祿無以供飬報師重恩)
012_0471_a_01L여러 번 생각을 거듭한 뒤에 왕위를 받기로 결정하였으니, 스승의 은혜와 부모의 은혜를 갚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생각하고 곧 왕위를 받았다. 정위(正位)에 오른 뒤에 곧 충신을 보내어 장엄한 수레와 보배의 수레와 당기와 일산과 향화(香花)와 음악과 갖가지 음식으로 산에 가서 스승을 모셔 왔다. 도성에 돌아와서도 공양하기를 궁전을 지어 7보로 무늬를 아로새기고 여러 가지 비단을 뒤섞어 꾸몄으며, 평상과 좌구(坐具)와 이불과 요와 음식과 약품과 꽃과 과일과 동산과 숲과 흐르는 샘과 목욕하는 못들을 장엄케 하여 스승에게 공양하였다. 그리고 왕은 나라의 대신들과 부인과 채녀[采女]들과 함께 매일 스승에게로 가서 10선법(善法)을 배우니, 이렇게 하기를 백 번이 지났다.
012_0470_c_22L思計反覆當受之爲報師恩幷飬父母思惟是寧受王位受正位已卽遣忠臣駕寶車幢幡曲蓋香花伎樂百種飮就山迎師還國供飬別立宮舍寶廁塡彫文刻鏤衆綵雜飾牀臥被飮食醫藥花果園林流泉浴池挍嚴好以供飬師阿逸多王與國臣夫人采女日日從師受十善法一百年
그때 변경(邊境)에 두 개의 작은 나라가 있었다. 그 두 나라의 왕은 서로서로 미워하면서 사사로이 병마를 기르고 서로 공격하고 정벌하는 일을 여러 해 반복하고 있었지만 서로를 이기지 못하였다. 그 중 한 나라의 왕은 안타라(安陀羅)요, 또 다른 나라의 왕은 마라바야(摩羅婆耶)였다. 안타라왕은 신하들을 모으고 상의하였다.
≺무슨 방법을 쓰면 저 나라를 이길 수 있을까?≻
012_0471_a_08L爾時邊境有二小國其二小國王相怨疾私立兵馬共相誅罰經於多年各不相得——其一國者名安陁羅國名曰摩羅婆耶安陁羅王召諸群臣集共議言(當作何方令得彼國)
신하들이 대답하였다.
≺아일다왕은 빈한한 곳에서 나왔습니다. 비록 왕위에 있지만 빈한한 뜻이 아직 남았습니다. 옛날부터 10선법을 지니어 밖의 색을 범하지 않고, 비록 궁녀들이 있지만 나이가 모두 들었습니다. 저희들의 계교로서는 나라 안을 통틀어 귀천을 가리지 않고 예쁜 계집 백 명 정도를 나이도 어리고 단정하여 마음에 들 만한 이들로 뽑아서 향기롭고 맑게 꾸미고, 충성스러운 신하를 시켜 많은 재물과 함께 채녀들을 바칩니다. 만일 받으면 은근히 그에게 강병(强兵) 백만을 청하여 함께 공격하면 정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012_0471_a_13L臣答言(阿逸多王出生寒賤雖居王位寒意猶存從昔已來奉持十善犯外色雖有宮女其年竝宿如臣計撿括國中不問豪賤選擇名女一百人年少端政堪適意者莊嚴香遣忠良者齎持重寶幷諸采女貢獻之若其納者當從王請强兵百助往攻之無往不伏)
012_0471_b_01L곧 그 계책을 따라 예쁜 여자와 보물을 골고루 갖추고 충성스럽고 슬기로운 신하를 보내어 갖다 바치니 아일다왕은 모든 미녀와 진기한 보물을 보고 매우 기뻐하며 사자(使者)에게 물었다.
≺그대의 왕이 나에게 이처럼 좋은 물건을 바치는 뜻은 나에게 무엇을 바라는 것인가?≻
012_0471_a_21L卽隨其計寶物一時悉辦遣忠良臣往奉獻阿逸多王得諸羙女及珍寶物大歡喜問使者言(彼王奉我如斯好欲望何報)
사신은 왕에게 여쭈었다.
≺마라바야도 대왕께서 통치하시는 바이옵니다. 그 왕이 완만하고 사나워서 법도를 모르고 음란하여 도리가 없으며, 국정을 바로하지 못하니 백성은 그 폐를 입어 원수 같이 여기옵니다. 특별히 대왕에게 강병 백만을 청하여 그를 공격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받들어 올리는 정성이 바로 이것이옵니다.≻
왕은 말하였다.
≺매우 좋은 말이다.≻
012_0471_b_02L使者白王(摩羅婆國是大王所統彼王頑嚚不知化度婬亂無道不理國政民被其毒視之若怨特從大王請兵百萬助往伏之奉獻之誠其正在此)王曰(甚善)
곧 강한 군사 백만을 뽑아 보내도록 명령을 내리었다. 아일다왕은 손수 나라 안에서 뽑은 병정 백만과 합쳐 일시에 북을 치며 공격해 나아가니 싸움은 백일 동안 이어져 죽고 죽이면서 백성이 반으로 줄고서야 바야흐로 승리를 거두었다.
012_0471_b_06L卽令揀銳强兵百萬以送與之安陁羅王自揀國中得百萬人一時相助鳴鼓往伐百日之中鬪戰傷殺人死過半方得勝彼
마라바야왕과 신하는 모두 형벌에 처해지고, 그의 종족 수천만 명도 모두 몰락하였다. 아일다왕은 여자들을 얻은 뒤 제대로 홀려 본래의 뜻을 잊고 음란과 오락에 빠져서 나라를 다스리지 않으니, 관료들이 서로 작란(作亂)하여 양갓집 아들들을 강제로 종으로 삼고, 바람과 비는 때를 잃어서 굶주린 이가 길에 가득하게 되니, 이웃의 원수진 적국이 드디어 침입하여 아일다왕은 그로 인해 나라를 잃고 처형되었다. 죽은 뒤에 지옥에 들어가서 갖가지 괴로움을 받았는데, 전생의 학문과 지혜의 힘으로 전생 일[宿命]을 알아 마음으로 뉘우치고 악을 고쳐 선을 닦았으므로 잠시 지난 뒤에 지옥의 목숨을 마치고 아귀(餓鬼)의 갈래에 태어났다.
012_0471_b_10L摩羅婆王悉被刑斬及其宗族數千萬人一時傾沒阿逸多王旣得諸女意迷情惑忘失本志奢婬著樂不理國政衆官群僚相與作亂良民之子略爲奴婢風雨不時飢餓滿道異方怨歒遂來侵掠阿逸多王從是失國遂致亡沒從是死已生地獄中身被楚毒緣前學問智慧力故卽識宿命心自悔責改惡修善須臾之閒地獄命終生餓鬼中
012_0471_c_01L 다시 전생 일을 알아 허물을 뉘우치고 10선(善)을 닦으니, 잠깐 사이에 아귀의 목숨이 마치고 축생으로 태어나서 여우의 몸이 되었다. 다시 전생 일을 알아 지난 것을 고치고 오는 것을 닦으며 10선을 받들어 지니고, 또 다른 중생으로 하여금 10선법을 행하도록 하던 중에 엊그제 사나운 사자를 만나 즉시 두려운 생각이 들어 우물 속에 떨어졌다. 죽기를 결심하고 천상에 태어나 괴로움을 여의고 즐거움을 얻으려 하였더니 그대가 나를 건져 준 까닭에 나의 소원은 어그러졌도다. 바야흐로 지내오는 괴로움을 어느 때나 면하겠는가. 그러므로 그대가 나를 구제한 것은 공덕이 없다 하노라.’
012_0471_b_19L復識宿命卽復悔過修念十須臾之閒餓鬼中死生畜生中受野干身智慧力故復識宿命改往修來奉持十善復教餘衆生令行十善近逢師子當時怖懼墮丘井中開心分死冀得生天離苦受由汝接我違失本願方經辛苦時當免是故我說汝濟我命無功夫也
천제가 힐난하였소.
‘님이 하신 말씀과 같이 착한 사람이 죽기를 좋아한다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스승께서 우물에 계실 때 만일 옷에 들어가지 않았으면 나오시지 못했을 것이고, 만일 나오시지 못했으면 살지 못했을 것이옵니다. 이제 살아나신 까닭은 스승께서 옷에 들어가신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살고자 아니한 것은 아니시거늘 어찌하여 살기를 탐하지 않는다 하시나이까.’
012_0471_c_03L天帝難曰如尊語者善人求死是事不然何以故師在井底若不入衣則不得出若不得出自不得生今所緣得生由師入衣是故當知非不欲生云何說言不貪生耶
여우가 대답하였소.
‘내가 옷에 들어간 것은 정히 세 가지의 큰 인연이 있는 까닭이니, 어떤 것이 세 가지인가. 첫째는 천제의 소원을 어기지 않기 위해서니라. 대체로 누구나 소원을 이루지 못하면 큰 괴로움을 받는 것이니 남에게 괴로움을 주면 태어나는 곳마다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구하는 것을 얻지 못하며 향하는 곳마다 얻지 못하여 스스로 괴로움을 받게 되는 것이니, 이 때문이지 삶을 위한 것은 아니니라.
012_0471_c_08L野干答曰吾今所以入衣之意正爲三事大因緣故謂爲三一者入衣不違天帝本志願夫人違志不果所願則致大苦人苦惱在在所生所願不果所求不所求不得自致苦惱爲是等故爲生也
둘째로 옷에 들어간 까닭은 모든 하늘 사람들의 뜻이 법을 듣고자 하는 것을 보고 그들을 위하여 바른 법을 선전[宣通]하여 법을 아끼지 않고자 함이니라. 만일 말하지 않으면 법을 아끼는 것이니 법을 아끼는 죄는 세세생생에 귀먹고, 눈멀고, 말 더듬고, 벙어리가 되어 모든 감관이 막힐 것이니라. 변두리에 태어나서 어리석고 지혜가 없으며, 비록 좋은 곳에 태어났지만 감정이 완악하고 어두우며 둔하여 배우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느니라. 배움을 이루지 못하는 까닭에 스스로 괴로움을 부르게 되니, 이러한 까닭이지 삶을 위한 것이 아니니라.
012_0471_c_14L二者入衣見諸天意欲得聞欲爲諸天宣通正法不悋法故當不說則爲悋法悋法之罪世世所聾盲瘖啞諸根閉塞生於邊地騃無智雖生好處情頑闇鈍所學不學不成故自致苦惱爲是等故爲生也
012_0472_a_01L 비유컨대 세상 사람이 이전 세상[前世]에서 보시하고 선을 닦으며 복덕을 지은 인연으로 금생에 사람이 되어서는 소원대로 되어 재물을 풍부하게 갖거니와 가난한 이는 구걸하지만 간탐(慳貪)하는 마음으로 아끼고, 보시하기를 싫어하니 간탐한 과보로 아귀에 태어나서 항상 굶주림에 시달리고 옷이 없어 헐벗고 있느니라. 겨울에는 추위에 얼어서 몸뚱이가 터지고, 여름에는 더위에 쫓겨 의지할 그늘이 없을 것이니라.
012_0471_c_20L譬如世人因其前世布施修福德因緣今生爲人所願從心富有財物貧者求乞慳心悋惜不肯施慳貪果報生餓鬼中常患飢渴形無衣冬時寒凍身體破裂暑時大熱無依蔭處
이렇게 괴로워하기 수천만 년 동안 아귀의 죄가 마치면 축생에 태어나서 풀을 먹고 물을 마시고는 어리석고 아는 것이 없어서 혹 진흙 위에서 먹거나 부정한 것을 드러내나니, 간탐한 죄가 이렇거니와 법을 아끼는 죄도 그러하니라.
012_0472_a_02L如是苦惱數千萬歲鬼罪畢生畜生中食草飮水癡無所或食泥上污露不淨慳貪罪故報如是悋法之愆亦如此焉
셋째로 옷에 들어간 까닭은 정히 법화(法化)를 선전코자 함이니라. 하늘 사람들을 이롭게 하고 깨닫게 하려는 까닭이니 이름이 법시(法施)로서 공덕이 무량하리니, 이를 위한 때문이지 삶을 구한 것은 아니니라.’
012_0472_a_05L三者入正爲宣傳通法化耳利益天人令開悟故名爲法施功德無量爲是等非求生也
천제가 여쭈었소.
‘교화하는 공덕이 어떠하옵니까? 바라옵건대 말씀하여 주옵소서.’
012_0472_a_08L天帝問曰教化功德其福云何唯願說之
여우가 대답하였소.
‘바른 법을 선전하면 능히 중생으로 하여금 죽으면 다시 태어나고, 선을 지으면 복을 얻고, 악을 저지르면 재앙을 받고, 도를 닦으면 도를 얻는 줄 알게 하니, 이러한 공덕으로 몸을 바꾸어 태어나는 곳마다 지혜가 밝고 항상 전생 일을 알게 되는 것이니라.
012_0472_a_10L野干答曰宣傳正化能令衆生知死有生作善獲福爲惡受殃修道得道緣是功德轉身所生智慧明了常識宿命
만일 천상에 태어나면, 하늘의 스승이 되고, 만일 세간에 태어나면 금륜왕(金輪王)이 되어서 항상 10선으로써 천하를 교화하고, 만일 인왕(人王)이 되면 바른 법으로 다스리되 숙명을 알 것이니라. 숙명을 아는 까닭에 마음이 방일치 않을 것이니라.
012_0472_a_13L若生天上爲諸天師若生世閒爲金輪王常以十善教化天下若爲人王治以正法常識宿命識宿命故心不放逸
사람들이 높은 자리와 사랑 받는 위치에 있으면서 5욕락을 받으면 많은 마군이 와서 침노하고 사람들을 홀려 나쁜 업을 짓게 하니, 비록 이때에 행실을 잃어서 악한 보를 받을지라도 지혜의 힘으로 속히 괴로움을 면하고 천상에 태어나서 복락을 받을 것이니라. 지혜의 광명이 점점 자라서 보살행을 이루고 죽고 사는 일이 없는 법의 지혜[無生法忍]에 이르게 되니라. 그러므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교화하는 공덕이 한량이 없다고 하셨느니라.’
012_0472_a_16L人居尊寵受五欲樂多有魔事來相沮壞令人意惑造起惡業雖復失行受惡報時智慧力故速得免苦生天福樂智慧光明漸漸增長成菩薩行至無生忍是故佛說教化之功其福無量
012_0472_b_01L천제가 기뻐하며 말하였소.
‘기쁜지고. 기쁜지고. 진실로 스승님의 말씀과 같이 저희들이 오늘에야 비로소 재물의 보시[財施]와 법의 보시[法施]의 공덕과 인연의 차별된 모습을 알았나이다. 재물의 보시는 비유컨대 등잔과 같아서 작은 방을 비치거니와 법의 보시는 마치 햇빛과 같아서 온 천하를 비치어 간 곳마다 어둠을 없애나이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해의 성품이 스스로 밝아서 능히 물건을 비치기 때문이옵니다. 화상께서도 그러하셔서, 본래 수행을 하신 까닭에 지혜가 밝으시고 지혜가 밝으신 까닭에 중생의 어둠을 없애시나이다.’
012_0472_a_21L天帝喜曰善哉善哉誠如尊教我等諸天今日始知財施法施功德因緣差別之相其財施譬如寸燈明小室中其法施者若日光照四天下隨所行處能除闇冥所以者何日性自明故能照物和上今者亦復如是本修習故智慧明了以慧明除衆生闇
그때 천제가 말을 마치니, 8만의 모든 하늘이 모두 일어나서 옷깃을 여미고 공경을 다하여 꿇어앉아 합장하고 여우에게 여쭈었소.
‘바라옵건대 자비를 베푸셔서 10선법을 주시면 많은 이익을 얻겠사오며, 중생이 안락하겠사오며, 또한 화상의 공덕도 더하겠나이다.’
012_0472_b_05L於時天帝說是語已八萬諸天咸然起立正服修敬長跪合掌白野干曰願尊垂愍授十善法多所饒益利安衆生亦令和上功德轉增
여우가 대답하였소.
‘좋은 말이다. 때가 왔음을 알라. 계를 받는 법은 먼저 참회하여 몸[身]ㆍ입[口]ㆍ뜻[意]의 업을 밝혀야 하는 것이니 어떤 것이 몸의 업[身業]인가. 이른바 살생과 도둑질[偸盜]과 사음(邪淫)이요. 어떤 것이 말의 업[口業]인가. 거짓말[妄語]과 두 말[兩舌]과 나쁜 말[惡口]과 그럴듯한 말[綺語]이니라. 어떤 것이 뜻의 업[意業]인가. 질투(嫉妬)와 성냄[瞋恚]과 교만하고 나쁜 소견[憍慢邪見]이니라.
012_0472_b_09L答曰善哉宜知是時告天帝曰受戒之法先當懺悔淨身口意何謂身業邪婬何謂口業妄言兩舌惡口綺語何謂意業嫉妒瞋恚憍慢邪見
이것이 열 가지 일이니 몸의 업ㆍ말의 업ㆍ뜻의 업을 금하여 여러 가지 악을 범하지 않으면 10선이요, 몸ㆍ말ㆍ뜻을 방자하게 하여 여러 가지의 악을 지으면 10악(惡)이요, 일편단심으로 10악을 뉘우치면 10악이 녹아지는 까닭에 몸ㆍ말ㆍ뜻이 맑아지고 세 가지 업[三業]이 맑은 까닭에 10선이라 하느니라.’
012_0472_b_13L是爲十事禁身口意業不犯衆惡名爲十善身口意造衆惡業名爲十惡一心丹誠悔除十惡十惡滅故身口意淨業淨故名爲十善
천제가 여쭈었소.
‘10선의 공덕으로 받는 과보는 어떠하옵니까?’
012_0472_b_17L天帝問曰十善之功果報云何
여우가 대답하였소.
‘일찍이 부처님의 말씀을 들으니 사람이 10선법을 실천하는 과보는 6욕천(欲天)의 7보 궁전에 태어나서 다섯 가지 욕심이 자연하며 백 가지의 음식과 목숨이 한량없어 부모와 처자와 6천의 권속이 단정하고 깨끗하여 즐겁고 쾌락하리라.
012_0472_b_18L野干答曰曾聞佛說人行十善十善果報生六欲天七寶宮殿五欲自然百味飮食壽命無量父母妻子六親眷屬端政淨潔歡喜快樂
012_0472_c_01L만일 하늘들이 10선을 지키면 하늘의 복이 다하고, 다시 하늘에 태어나서 복된 과보가 더욱 뛰어나리니 세상 사람들의 10선 복보(福報)와 같지는 않으니라. 무슨 까닭인가 하면 세상 사람들이 닦는 10선도는 마음의 세 가지 계[三戒]를 지니기 어려운 때문이니 성내지 않는 계[不瞋戒]는 먼저 방편으로 자비심을 실천한 다음에 능히 성취할 수 있느니라.
012_0472_b_22L假令諸天持十善者天上福盡還生天中福報轉勝不同世人十善報也所以者何世人修善心道三戒難可護持不瞋戒者先須方便行於慈心然後能得成不瞋戒也
세상 사람이 자비를 실천하는 것은 오래 머물지 못하니 마치 칼로 물을 베는 것과 같아서 쪼개지자마자 바로 합해지니 이 계를 지니는 것도 그러하느니라. 미워하지 않는 계[不嫉妬戒]는 일어나도 때가 있으니 어떤 것이 때인가. 남이 이익을 얻는 것을 볼 때와 남의 즐거움을 볼 때와 남이 단정한 것을 볼 때와 남이 용맹한 것을 볼 때와 남이 총명한 것을 볼 때와 남이 복 짓는 것을 볼 때이니, 요약해 말하건대 일체의 뛰어난 일[勝事]이니라.
012_0472_c_04L世人行慈難得夂停如刀斫水隨破隨合持不瞋戒亦復如是妒戒者發有時節云何時節見他得見他使樂見他端政見他勇健他聰明見他修福以要言之一切勝
그때 그의 마음은 질투를 일으키게 되니, 그러므로 질투하는 마음은 일어나도 때가 있음을 알지니라. 교만치 않는 계[不憍慢戒]도 또한 일어나는 때가 있으니 어리석은 이를 보면 교만한 마음을 내고, 추악한 사람을 보거나 부정한 사람을 보거나 빈궁한 사람을 보거나 할 때이니 간략하게 말하면 벙어리ㆍ소경ㆍ절름발이ㆍ꼽추 등 모든 감관이 온전하지 못한 사람과 이(夷)ㆍ만(蠻)ㆍ호(胡)ㆍ융(戎) 등 오랑캐이니라.
012_0472_c_09L爾時其心方生嫉妒是故當知妒之心發起有時其憍慢心起亦有見愚癡者心起憍慢見醜陋人不淨人見貧窮人以要言之聾盲跛諸根不具夷蠻胡虜
교만한 마음은 이들을 보는 때에 바야흐로 일어나게 되니, 그러므로 이 계는 일어나는 데 때가 있다 하노라. 그러므로 세상 사람은 마음의 세 가지 계를 지니기 어려우며 비록 기어이 지킨다 해도 잠시 얻었다가 금방 잃어버리느니라
012_0472_c_13L憍慢之心見時方起是故當知不憍慢戒發起有是故世人心戒難持雖復强持得乍忘
그러므로 세상 사람의 10선 과보는 비록 하늘 복을 받는다 해도 모든 하늘의 10선 공덕과 같지 못하며, 광명과 신력과 식록(食祿)과 상호(相好)가 드높아서 제일가는 것과 전생 일을 아는 일도 모두 그러하느니라. 그러므로 마땅히 알아라. 하늘 사람이 10선을 수행하는 과보는 세상 사람의 것보다 뛰어나느니라.’
012_0472_c_16L是故世人十善果報雖受天不如諸天十善功德光明神力祿相好巍巍第一識宿命事皆亦如是故當知天人修行十善果報於世人
천제가 여쭈었소.
‘스승님의 말씀과 같이 사람이 10선을 실천할 때에는 마음의 세 가지 계를 지니기 어렵거니와 하늘 사람도 그러하여서 질투와 성냄과 교만하고 나쁜 소견들의 마음이 없지 아니하니, 어찌하여 세상 사람보다 복보(福報)가 뛰어나다 하겠나이까?’
012_0472_c_20L天帝白曰如尊所說人行十心道三戒難爲護持天人亦爾瞋恚憍慢邪見如是等心未曾不云何福報勝世人耶
012_0473_a_01L여우가 대답하였소.
‘하늘 사람에게도 비록 있기는 하지만 세상 사람과 다르니, 무슨 까닭인가. 하늘 사람은 복덕을 갖추어서 괴로움이 적고 즐거움이 많기 때문에 번뇌의 마음이 가볍고, 세상 사람은 복덕이 엷어서 즐거움이 적고 괴로움이 많기 때문에 번뇌의 마음이 무거우니라.’
012_0472_c_23L野干答曰人雖有不同世人所以者何天人福苦少樂多煩惱心輕世人薄福少苦多煩惱心重
천제가 여쭈었소.
‘모든 하늘이 옛날부터 즐거움을 익혀 마음이 거칠어진 것이 마치 원후(猿猴)와 같사오니 지금은 10선을 지니지만 잠시 뒤엔 잊어버리거나 이지러뜨리거나 어겼을 때는 어찌하오리까?’
012_0473_a_03L天帝白曰諸天昔習樂心麤猶若猿猴今持十善脫廢忘虧犯之時當云何也
여우가 대답하였소.
‘일찍이 부처님께 들으니, 사람이 10선을 실천하다가 혹 어겨 잃었거든 나쁜 업을 지은 사람이 현명하고 복덕을 갖춘 사람에게 나아가서 어긴 일을 발로참회(發露懺悔)하고 다시 받을지니, 이렇게 하는 사람은 계를 잃지 않느니라. 무슨 까닭인가 하면 10선계는 마치 곡식의 포기와 같고 번뇌는 잡초와 같으니 잡초와 곡식은 서로 방해만 하느니라. 곡식을 기르고자 하는 까닭에 잡초를 제거하면 곡식의 포기가 깨끗하여 수확이 많고, 수확이 많으므로 마침내 주리지 않는 것과 같다 하였느니라.’
012_0473_a_05L野干答曾聞師說人行十善若有犯失行惡業者當就賢明福德之人隨所犯事發露懺悔更從受之如是行者失戒也所以者何十善戒者譬如穀煩惱如草草與正苗互共相妨長苗故當除草穢穀苗淨故收實必穀實多故終無飢乏
그때 천제와 모든 하늘이 이 말씀을 듣고 매우 기뻐하며, 다시는 복이 다하면 무상하게 나쁜 갈래의 과보를 받을 것을 근심하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였소.
‘선을 실천한 공덕은 비록 괴로운 과보는 없겠지만 나고 죽는 일이 있으니 어찌 무상(無常)이야 면하겠는가. 더구나 타화자재천왕(他化自在天王)은 사람들이 복을 짓는 것을 보면 질투하는 마음을 품고 방해하여 착한 길을 잃고 나쁜 업을 짓게 하니 그 나쁜 업의 인연으로 응당 괴로운 과보를 받게 되리라.’
012_0473_a_12L爾時天帝及八萬諸天聞是事已大歡喜不復憂慮福盡無常受惡趣伏自惟曰行善功德雖無苦報有生死不免無常兼有他化自在天見人修福心懷嫉妒爲作留難失善道令造惡業惡業因緣應受苦
여우에게 여쭈었소.
‘어떠한 공덕을 닦아야 항상 죽지 않으며 마왕에게 홀리어 어지럽혀지지 않겠나이까?’
012_0473_a_19L白野干曰修何功德常得不死令魔王所惑亂也
012_0473_b_01L여우가 대답하였소.
‘일찍이 스승에게 들으니 보리심을 내어 보살의 업을 지으면 마왕(魔王) 파순(波旬)도 망가뜨리거나 막지 못한다 하시더라. 마음이 미혹하지 않는 까닭에 태어나는 곳마다 지혜가 밝고, 지혜가 밝은 까닭에 항상 전생 일을 알며, 전생 일을 아는 까닭에 나쁜 업을 짓지 않고, 마음이 맑고 깨끗한 까닭에 죽고 사는 일이 없는 법의 지혜를 얻으며, 죽고 사는 일이 없는 법의 지혜를 얻은 까닭에 도에서 물러나지 않고, 남[生]ㆍ죽음[死]ㆍ근심[憂]ㆍ번뇌ㆍ괴로움[苦]ㆍ환난[患]을 여의느니라.’
012_0473_a_20L野干答曰曾聞師發菩提心修菩薩業魔王波旬不能沮壞心不惑故在在所生智慧明慧明了故常識宿命識宿命故不起惡業心淸淨故得無生法忍無生忍故於道不退遠離生死憂惱苦患
천제가 여쭈었소.
‘보살의 도를 닦으려면 어떠한 법을 닦아야 합니까?’
여우가 대답하였소.
‘일찍이 스승에게 들으니 도를 구하는 사람은 근본에서부터 일어나서 모든 법의 인연을 먼저 널리 배울 것이니, 인연을 아는 까닭에 믿는 마음이 견고하고, 신심의 힘으로 능히 정진을 일으키며, 정진의 힘으로 온갖 나쁜 업의 인연을 일으키지 않느니라. 순일하게 착한 마음은 방종하지 않는 까닭에 지혜를 성취하고, 지혜의 힘으로 전부 37품(品)의 보리도(菩提道)를 총섭(總攝:모두 포섭함)하느니라.’
012_0473_b_02L天帝白曰修菩薩道應行何法野干答曰曾聞師說求佛道者從元而起先當廣學諸法因緣解因緣故信心堅固信根力故能起精進精進力故不起一切惡業因緣純善之心無放逸故智慧成就智慧力故摠攝一切三十七品助菩提道
천제가 여쭈었소.
‘존자의 말씀 같아서는 37품은 뜻이 깊고 넓어서 저희들의 거친 마음으로는 끝내 알 수 없겠사옵니다. 어떻게 해야 보살도행(菩薩道行)에 들어가겠나이까?’
여우가 대답하였소.
‘일찍이 스승에게 들으니 보살도를 닦으려 하는 사람은 먼저 방편으로써 모든 감관[根]을 다스려 복종시켜야[調伏] 할 것이니라. 어떤 것이 방편인가 하면, 이른바 6바라밀과 무량심(無量心)이니, 이것이 방편으로 모든 감관을 조복한다고 하느니라.’
012_0473_b_09L天帝問曰如尊教者三十七品其義弘深非是麤懷卒能得了云何得入菩薩道行野干答曰曾聞師說修菩薩道者先以方便調伏諸根何謂方便謂六波羅蜜四無量心是名方便調伏諸根
천제가 여쭈었소.
‘6바라밀은 그 뜻이 어떤 것입니까? 바라옵건대 말씀하여 주옵소서.’
여우가 대답하였소.
‘첫 번째는 보시(布施)니, 아끼고 탐내는 마음을 깨뜨려 아까움이 없게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수선(守善)이니, 나쁜 짓을 아니하는 것이며, 세 번째는 감인(堪忍)이니, 악한 일을 만나도 능히 견디고 마음속으로 보복하려 하지 않는 것이고, 네 번째는 부지런히 수행하는 것[精進修行]이니, 도업(道業)을 게을리 않는 것이며, 다섯 번째는 수섭(收攝)이니, 사악하게 생각지 않는 것이고, 여섯 번째는 지혜를 닦는 것이니, 번뇌와 무명의 어둠을 비추어 없애는 것이니라.
012_0473_b_15L天帝白曰六波羅蜜其義云何唯願說之野干答曰第一布施慳貪心無遺惜故二者守善不行惡三者遭逢惡事心能堪忍不懷報四者精進修行道業不懈退故者收攝其心不邪念故六者修習智照除煩惱無明闇故
012_0473_c_01L 이것이 6바라밀이니, 6바라밀과 방편의 힘으로 모든 감관을 조복하는 것이니라. 다시 네 가지 일이 있어서 모든 감관을 조복하니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째는 사랑하는 마음[悲心]이고, 둘째는 슬퍼하는 마음[悲心]이며, 셋째는 기뻐하는 마음[喜心]이고, 넷째는 버리는 마음[捨心]이니, 이것을 4무량심(無量心)이라 하느니라.’
012_0473_b_21L是則名爲六波羅蜜六波羅蜜方便之力調伏諸根復有四事調伏諸根何謂爲四一者慈心二者悲心三者喜心四者捨心是爲四事名無量心
천제가 여쭈었소.
‘어떤 것이 사랑하는 마음이옵니까?’
여우가 대답하였소.
‘괴로운 사람을 보면 사랑하는 마음을 내어 구호하고, 모두 안정을 얻게 하는 것이니라.’
012_0473_c_02L天帝問曰云何行慈野干答曰見苦厄人當起慈心爲作救護皆令得所
‘어떤 것이 가엾이 여기는 마음이옵니까?’
‘모든 중생이 무명(無明)과 사랑[愛] 때문에 나고 죽는 업을 지으면서 다섯 갈래에서 괴로움을 받되 능히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보거든 내가 이제 게으르지 않고 부지런히 지혜를 닦아 속히 불도를 이루리라. 불도를 얻고는 지혜의 광명으로 중생의 무명과 어둠을 비추어 제거해 주고 그로 하여금 크게 밝음을 보아 여러 가지의 괴로운 속박을 면하게 하리라. 비록 부처를 이루지는 못하더라도 모든 행동으로 지은 착한 업[善業]을 중생에게 돌려주어서 안락을 얻게 하리라. 중생이 죄가 있으면 내가 대신 받으리라 하니 이것이 곧 가엾이 여기는 마음이니라.’
012_0473_c_04L何謂爲悲見諸衆生無明愛故造生死業五道受苦不能自免是故我今不應懈怠當勤精進修習智慧速成佛道得佛道已當以智慧光明照除衆生無明黑闇令見大明免衆苦縛雖未成佛凡所施爲一切善業迴施衆生令得安樂衆生有罪我當代受是名悲心
‘어떤 것이 기뻐하는 마음이옵니까?’
‘만일 세상 사람이 착한 업을 수행하여 3승(乘)의 과위(果位)를 구하거든 권하고 도우면서 따라 좋아하고, 즐거움을 받는 이를 보면 따라 좋아하며, 단정한 사람을 보거나 용맹한 사람을 보거나 부귀한 사람을 보거나 지혜로운 사람을 보거나 자비로운 사람을 보거나 효성스러운 사람을 보거나, 즉 요약해서 말하자면 온갖 착한 사람을 보면 모두 권고하고 도와주면서 따라 좋아할지니 이것이 기뻐하는 마음이니라.’
012_0473_c_11L何謂爲喜若見世人修行善業求三乘果勸助隨喜見受樂人心亦隨喜見端政人見勇健人見富貴人見智慧人見慈心人見孝順人以要言之一切善人勸助隨喜是爲喜心
‘어떤 것이 주는 마음이옵니까?’
‘무릇 동작으로 지은 온갖 공덕을 남에게 베풀되 이승 갚음[現報]을 바라지 말며, 저승 갚음[生報]을 바라지 말며, 후승 갚음[後報]을 바라지 말지니, 이것이 주는 마음이니라. 이 네 가지를 성취하면 4무량심이라 하느니라. 중생이 무량하므로 사랑하는 마음도 무량하고, 중생이 무량하므로 기뻐하는 마음도 무량하며, 중생이 무량하므로 주는 마음도 무량하니라. 이를 4무량심이라 하니, 앞의 6바라밀과 합쳐서 10바라밀이라 하느니라. 10바라밀이 모두 온갖 보살도행(菩薩道行)을 총섭하느니라.’
012_0473_c_16L何謂爲捨凡所施爲一切功德行恩於人不望現報不望生報不望後報是名爲捨成就四事名四無量心衆生無量故心無量衆生無量故悲亦無量衆生無量故喜亦無量衆生無量故捨亦無量是故名爲四無量心連前六度名十波羅蜜十波羅蜜摠攝一切菩薩道行
012_0474_a_01L그때 천제가 여우에게 10선행법의 공덕과 인연을 듣고 다시 보살행과 보리도(菩提道)의 인연과 의취(義趣)를 들으니 얽혔던 의심의 매듭이 풀리어 즐거움이 온몸으로 넘쳤소. 곧 8만의 시종(侍從)인 모든 하늘이 다시 일어나 공경을 다하고 합장하여 여쭈었소.
‘오늘 이 제자와 8만 하늘 사람이 한마음으로 동시에 보리심을 내었나이다. 화상께서 말씀하신 보살도행을 반드시 원만하게 갖추어 받들어 실천하겠사오니 바라옵건대 화상께서는 허락하여 주옵소서.’
012_0474_a_01L時天帝釋聞野干說十善行法功德因緣復聞菩薩行菩提道因緣義趣疑網結解歡喜踊躍充遍其卽與八萬侍從諸天更起修敬手合掌白野干曰弟子今日八萬諸天一心同時發菩提心如和上說菩薩道行當具奉行唯願和上隨喜聽
여우가 대답하였소.
‘지금이 바로 그때임을 알지니, 그것은 내가 본래 바라던 바이니라.’
012_0474_a_08L野干答曰宜知是時斯則是其本心所望
그때에 천제가 여우에게 여쭈었소.
‘화상께서 잡수시는 음식은 어떻게 장만하옵니까? 바라옵건대 일러주소서. 저희들이 공양을 차리겠나이다.’
여우가 대답하였소.
‘나의 음식은 남에게 말할 것이 못 되느니라. 왜냐하면 죄업의 인연으로 먹는 것이 너무나 깨끗하지 못하기 때문이니라. 형상은 축생과 같아서 아귀와 다르지 않으니, 먹는 음식에 대해서는 묻지 않기를 바라노라.’
012_0474_a_09L於是天帝白野干曰和上飮法用云何唯願教示當設供飬干答曰其所食法不中人聞何以故罪業因緣所食之物極是不淨形似畜生不異餓鬼幸可不須問其所食
천제가 여쭈었소.
‘화상의 음식이 좋아도 보여 주시고, 나빠도 말씀하여 주소서. 제자들이 편의를 따라 공양을 차리겠나이다.’
여우가 대답하였소.
‘항상 사자와 범과 이리의 똥ㆍ오줌을 먹거나, 무덤 사이에서 죽은 사람의 해골과 떨어진 옷과 가죽을 주워 먹는데, 이러한 음식을 얻을 수 없으면 굶주림에 이기지 못해 진흙을 먹기도 하느니라. 죄업의 과보로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비록 깨끗하지 못한 것을 먹지만 한 번도 배가 부르지는 못했느니라.’
012_0474_a_14L天帝白曰和上飮食好亦當示亦當語弟子今當隨所便宜施設供野干答曰常食師子虎狼屎尿食塚閒死人骸骨弊衣皮革脫不能得如斯之食飢窮所逼亦食泥土苦果報從生至死雖食不淨未曾充
그때 천제와 모든 하늘이 여우의 말하는 음식의 종류를 듣고, 슬픔이 복받쳐 눈물ㆍ콧물을 흘리며 여우에게 여쭈었소.
‘제자들이 현전에 공양을 시설하고자 했지만 스승님의 말씀 같아서는 소원을 이루지 못하겠으니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이제 천궁으로 돌아가서 어떠한 방편을 쓰면 스승님의 소중한 은혜를 갚겠습니까?’
012_0474_a_20L時天帝釋及諸天衆聞野干說飮食之相悲哀感結涕淚傷心白野干弟子現欲施設供飬如師言者願不果非可如何今還天宮當作何方報師重恩
012_0474_b_01L여우가 대답하였소.
‘너희들이 지금 나에게 법을 듣고 천상에 돌아가서 차례차례 교화하여 모든 하늘을 깨우쳐 주는데 남녀를 가리지 말고 한 사람이라도 믿고 수행케 하면 그것은 다만 나에게 보답하는 것이 될 뿐 아니라 일체 부처님의 은혜까지도 보답하는 것이 되느니라. 교화하기만 하여도 모든 하늘의 복덕이 늘어날 것인데, 하물며 교화하여 여러 사람을 깨우치는 데는 공덕이 더욱 한량없을 것이니라.’
012_0474_b_01L野干答曰汝等今者從我聞法還於天上展轉教化開悟諸不問男女乃至一人令信受行但報我亦報一切諸佛之恩隨所教化而自增長諸天福德何況教化開悟多人功報無量
모든 하늘이 일어나서 여우에게 여쭈었소.
‘저희들은 지금 돌아가겠사오니 화상께서는 언제나 이 몸을 버리시고 천상에 태어나시어 저희들이 뵈옵게 되겠나이까?’
여우가 말하였소.
‘이레를 지나서 이 죄스러운 몸을 버리고 도솔천(兜率天)에 태어나리니, 너희들도 그곳에 태어나기를 발원할지니라. 무슨 까닭인가 하면 도솔천에는 많은 보살이 설법하고 교화하시니 모든 하늘 사람들에게 불도를 구하게 하려는 까닭이니라.’
012_0474_b_06L諸天起立白野干弟子之徒今還天宮不審和上何時當捨此罪報身得生天堂共相見野干答曰限至七日當捨罪身生兜率天汝等便可願生彼天何以故兜率天中多有菩薩說法教化爲諸天人求佛道故
천제가 여쭈었소.
‘스승님의 말씀과 같이 저희들이 도리천(忉利天)의 복이 다하여 목숨을 마치면 모두 도솔천에 태어나서 스승님을 뵈옵고 받들어 모시면서 가르침을 받는데, 지금과 같이 하기를 맹세하나이다.’
012_0474_b_12L天帝白曰如尊教者弟子眷屬於忉利天福盡命終皆應生彼兜率陁天與師相見奉持教授誓如今也
이렇게 말하고 하늘의 꽃과 향을 여우의 머리 위에 뿌리고 물러갔소. 모든 하늘이 물러간 뒤에 여우는 본래의 자리를 떠나지 않고 한마음으로 10선행법을 생각하여 먹을 것을 구하지 않고 이레 만에 목숨이 마쳐 도솔천에 태어나 천왕(天王)의 아들이 되고, 다시 전생의 일을 알아 또 10선법으로 모든 하늘을 교화하였소.”
012_0474_b_15L說是語已以天花香散野干上於是別去諸天去已於時野干不離本坐一心專念十善行法不行求食七日命終生兜率天爲天王子復識宿命復以十善教化諸天
부처님께서 다시 다섯 왕에게 말씀하셨다.
“그때의 여우는 이 몸이고, 천제는 사리불이며, 아일다왕은 교수(敎授) 대사고, 우바달왕은 미륵이며, 8만의 모든 하늘은 지금 사바세계[裟婆國土]에서 물러나지 앉는 자리[不退地]에 이른 8만의 보살이오.”
012_0474_b_19L佛告王曰爾時野干卽我身是時天帝釋舍利弗是時阿逸多教授大師憂波達者彌勒是也八萬諸天者娑婆國土八萬菩薩不退者是
012_0474_c_01L부처님께서 또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생각하건대 지난번에 처음 말씀하실 때로부터 보리의 행을 닦아 무생(無生)을 얻을 때까지 그 중간에 항상 미륵과 사리불과 함께 법을 구하려 부지런히 정진하고 목숨을 돌아보지 않았었소. 밝은 스승을 따라서 가까이하고 모시어 학문을 연마하고 지혜를 성취하였었소. 지혜의 힘으로 다섯 갈래에서 태어나는 곳마다 무량한 중생을 교화하고 성취하여 괴로움을 면하게 하다가 지금에 부처를 이루었소. 그는 모두 반야 지혜의 방편으로 일체 번뇌[結]와 습기의 인연을 끊었기 때문에 등정각(等正覺)을 이루었으며, 또 지혜로써 사바세계에서 중생을 교화하여 3유(有)의 고통을 건져주었소. 그러므로 나는 반야 지혜에 네 가지의 명의(名義)가 있다고 한 것이오.”
012_0474_b_23L佛言大王憶念往昔從初發意修菩提行乃至無生於其中閒常與彌勒舍利弗等爲求法故勤加精進不顧軀命追逐明師親近奉侍硏精學問成就智慧智慧力故於五道中隨所生處教化成就無量衆生令得度苦至今成佛皆由波若智慧方便斷除一切結習因緣成等正覺復以智慧於娑婆國土教化衆生度三有苦是故我說波若智慧有四名義
그때 바사닉왕과 그의 권속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마음과 뜻이 열리어 다시 일어나서 절하고 기뻐하여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번에 와서 부처님을 뵈옵고 시원하게 좋은 이익을 얻었사오니 부처님의 설법을 들을 때 피로한 줄도 몰랐나이다. 왜 그런가 하면 세존이시여, 진작부터 4진제(眞諦)의 법과 12인연, 출세간의 도를 말씀하실 때에는 생각과 근기가 둔한 까닭에 번거로워 알 수 없었고, 알지 못하는 까닭에 몸이 피로하더니, 이제 부처님께서 보살행법을 말씀하시는 것을 들으니 비록 전부는 모르겠사오나 마음이 매우 즐거워 목마른 듯이 듣고자 하며, 뜻에 싫은 줄도 모르겠나이다. 제자가 지금부터 보리심을 일으켜 위없는 도를 구하고자 하오니, 바라옵건대 불쌍히 여기시고 허락하여 주셔서 보살행의 법을 가르쳐 주옵소서. 반드시 말씀대로 받들어 행하겠나이다.”
012_0474_c_10L時波斯匿王及其眷屬聞佛說已心意開解更起作禮歡喜踊躍倚立合掌而白佛言世尊今來見佛快得善利聽佛說法不知疲懈所以者何世尊先說四眞諦法十二因緣出世間道情根鈍故慌慌不解以不解故身體疲懈今聞佛說菩薩行法雖未全解心甚愛樂渴仰欲聞情無厭足弟子今欲發菩提心求無上道唯願世尊哀愍聽許教示菩薩所行法度當如說行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의 법행이란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몸ㆍ말ㆍ뜻의 10선도행(善道行)과 10바라밀이 모두 일체의 조불도법(助佛道法)을 포섭하니 왕께서 능히 실천하겠소?”
012_0474_c_20L佛告王曰菩薩法行如上所說身口意業十善道行十波羅蜜摠攝一切助佛道法汝能行乎
012_0475_a_01L왕이 여쭈었다.
“세존께서 말씀하시기를 10선도법에서 마음의 세 갈래를 보호하기가 어렵다 하시니 어떻게 받아 지녀야 잃지 않겠나이까?”
012_0474_c_23L王曰如世尊說十善行法心道三法難得護持當云何受令不漏失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세상 사람[世人]의 마음은 거칠어서 마치 원숭이와 같이 번뇌의 바람에 흔들리오. 그러므로 10선도법을 실천하고자 하는 사람은 머뭇거리지 말아야 됩니다. 10선을 실천하고자 하면 마땅히 3시(時)를 기한할지니 어떤 것이 3시인가 하면, 새벽으로부터 밥 때까지가 상시(上時)고, 한 식경(食頃)을 지나는 것이 중시(中時)며, 백 걸음을 걸어갈 동안이 하시(下時)입니다. 10선법을 닦는 사람은 자기가 견딜 수 있는 힘에 따라 어느 한 시간[時]에라도 그 마음을 보호하여 세 가지 계를 굳게 지키고 잃어버리지 않게 할지니, 이것이 10선을 수행하는 것이지오.”
012_0475_a_02L佛告王曰世人心麤譬如猿猴爲諸煩惱風所動轉是故欲行十善道者不得遲久欲修十善當限三時何謂三時從晨至食名爲上時經一食頃名爲中時行百步時名爲下時受十善法隨其所堪於一時中將護其心堅持三戒無令漏失是則名爲修行十善
왕이 여쭈었다.
“세존께서 말씀하신 것과 같이 3시를 한정하고 10선을 지니면 그 공덕이 대체로 미세한데 어떻게 복을 내겠나이까?”
012_0475_a_09L王曰如世尊說限三時持十善行者其功蓋微云何生福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이 10선을 닦으면 시간은 비록 짧아도 공덕은 더욱 넓어집니다. 왜 그런가 하면, 마음의 세 가지 계가 지키기 어려운 까닭에 비록 적은 시간 동안 거닐었다고 해도 과보는 한량없기 때문입니다. 비유하자면 어떤 사람이 백 년 동안 섶과 풀을 모아 쌓고 불을 지르면 잠깐 사이에 다 타버리니, 그러므로 마땅히 아십시오. 적은 시간에 선을 닦을지라도 능히 한량없는 죄를 소멸하는 것이오.
012_0475_a_11L佛告王曰人修十善時節雖促功報彌廣何以故心道三戒難守護雖少時持果報無量譬如有人於百年中積聚薪草以火焚之須臾滅是故當知少時修善能滅無量惡業重罪
또 불을 비벼 켤 때에는 부지런히 힘을 들였다가 잠깐 사이에 불을 얻으면 불의 공덕으로 능히 천하의 초목과 수풀을 태우는데 다 탄 다음에야 그치는 것입니다. 대왕이여, 마땅히 아십시오. 사람이 10선을 닦는 것도 이와 같아서 잠깐 사이의 공덕으로 능히 한량없는 나쁜 업의 무거운 죄를 없어지게 하고 능히 실천한 사람으로 하여금 보리의 싹이 트게 하는 것입니다. 싹이 트면 점점 자라서 부처님의 지위[佛果]를 이루게 될 것입니다.”
012_0475_a_16L又如攢火加勤用力須臾得火之功力能燒天下草木叢林盡乃息大王當知人修十善亦復如須臾之功能滅無量惡業重罪令行者起菩提芽萌芽成故漸漸增長至成佛果
012_0475_b_01L왕이 이 말씀을 듣고 다시 일어나서 예배하고 크게 기뻐하며 미증유(未曾有)를 얻고 세존께 여쭈었다.
“제자가 오늘 큰 이익을 얻었사옵니다. 왜냐하면 세존께서 말씀하신 10선도를 닦는 공덕의 인연이 능히 중생으로 하여금 보리의 싹을 트게 한다 하시는 말씀을 듣고 제자가 지금 보리를 즐거워하여 반드시 부지런히 수행하여 마음이 물러나지 않게 하기 때문이옵니다.”
012_0475_a_21L王聞是已更起作禮甚大欣慶得未曾有白世尊曰弟子今者大得善利所以者何聞世尊說修十善道功德因緣能令衆生成菩提芽弟子今者志樂菩提當勤修行心不退卻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실 때 왕을 따라 온 대신과 백성과 후궁과 부인과 사부제자(四部弟子)와 하늘ㆍ용ㆍ귀신과 사람인 듯 사람이 아닌 듯한 것[人非人]들 5천여 명이 모두 더할 나위 없는 보리도의 뜻을 일으켰다.
012_0475_b_03L佛說是時隨從王者群臣吏民宮夫人四部弟子鬼神人非人等五千餘人皆發無上菩提道
그때 바사닉왕의 국대부인(國大夫人)께서 출입할 때마다 항상 네 사람을 부렸는데, 이름이 선제라(扇提羅)선제라는 석녀(石女)라 번역하니 석녀란 남녀의 근(根)이 없는 사람였다. 가장 힘이 셌기 때문에 이 네 사람으로 하여금 황후의 남여[輿]를 메게 하였다. 황후가 타고 온 칠보의 연(輦)을 기원정사(祇洹精舍) 밖에 두어 내시들에게 잘 지키라고 명령하자 내시들이 다시 네 사람의 선제라에게 명령하여 부인의 남여를 지키게 하고 자신들은 부처님께 나아가 법문을 들었다. 선제라들은 제각기 남여 곁에서 잠이 들어 아무 것도 모르게 되었다. 그때 악한 사람[兇人]이 와서 부인의 보배 남여에서 마니 구슬[摩尼珠] 한 개를 훔쳤다.
012_0475_b_07L爾時波斯匿王國大夫人出入行來常使四人名扇提羅扇提羅者漢言石女無男女根故名石女最大筋力令此四人擔皇后輿皇后所乘七寶輦輿留在祇洹精舍門外勅諸黃門令守護之黃門轉令四扇提羅守夫人輿其身自往佛邊聽法扇提羅等各於輿下睡眠不識
그때 내시가 잠시 나와서 남여를 둘러보다가 보배구슬[寶珠]이 보이지 않기에 마음속으로 두려움을 느꼈으니, 부인의 책망이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석녀(石女)에게 물었다.
“너희들에게 남여를 지키게 하였더니 무슨 까닭에 보배구슬을 훔쳤더란 말이냐?”
그들이 각각 대답하였다.
“맹세컨대 저희들은 훔치지 않았나이다.”
012_0475_b_14L時有凶人偸取夫人珍寶輦輿一摩尼珠爾時黃門蹔出看輿不見寶珠心中惶怖懼夫人責問石女言使汝守輿何故偸珠各各答言實不偸也
012_0475_c_01L내시가 크게 노하여 석녀를 마구 때리니 고통이 뼈에 사무쳤다. 그때 한 석녀가 생각하였다.
‘훔치지도 않았는데 까닭 없이 고통을 당하는구나.’
급히 정사(精舍) 안으로 들어가 하소연하고 떠드니, 대중은 아무도 까닭을 몰랐으나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나아가서 내시에게 허물없는 사람을 때리지 못하게 하여라. 무슨 까닭인가 하면 이 네 사람의 석녀들은 황후의 전생 스승으로서 아무런 죄도 없는데, ‘무슨 까닭에 매를 쳐서 후세의 나쁜 업의 인연만을 짓는가?’라고 하여라.”
012_0475_b_18L黃門大怒鞭打石女苦痛徹骨時有一石女自審不偸橫受楚奔走逃突入精舍中稱怨大喚皆聞之莫知所由佛語阿難汝可出往彼黃門所無令撗鞭無過之人何以故此四石女者乃是皇后前世之師自無過罪何以撗鞭自造後世惡業因緣
이때 황후가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곧 공경하는 마음을 일으켜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께서는 이 네 사람의 남여꾼 석녀가 저 황후의 전생 스승이라 하시거늘 어리석은 뜻으로 잘 알지 못하였사옵니다. 바라옵건대 그 인연을 말씀하여 주시어 회중의 대중으로 하여금 모두 듣게 하여 주옵소서.”
012_0475_c_02L是時皇后聞佛此語卽起恭敬合掌白佛如世尊說四擔輿石女乃是皇后前世時迷意不解惟願世尊說其因緣諸會衆普得聞知
부처님께서 황후에게 말씀하시기를, 석녀들을 불러다 부처님 앞에서 그 허실(虛實)을 징험하리라 하시었다. 황후는 분부를 받들고 곧 내시를 보내 데려오게 하니, 그때 네 석녀가 부처님을 뵈옵고 머리를 조아려 슬피 울며 끓어앉아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맹세컨대 보배구슬을 훔치지 않았거늘 무슨 인연으로 이러한 죄를 입어 쓰리고 아픈 매를 맞아 몸뚱이가 깨어지고 터지나이까?”
012_0475_c_06L佛告皇后喚石女於世尊前驗其虛實皇后奉命遣黃門攝之將來時四石女見佛叩頭啼哭長跪合掌白世尊曰實不偸有何因緣撗羅此罪鞭打楚痛體破壞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죄업의 인연은 자기가 지은 것이다. 부모가 한 것도 아니고, 하늘에서 떨어진 것도 아니니라. 사람들이 선과 악을 행하면 괴롭고 즐거운 과보를 받는데, 마치 메아리가 소리에 응하는 것과 같으니라. 현전의 이익을 탐내어 마음으로 사악하고 아첨한 짓을 하면서 후세 여러 겁 동안 재앙을 받는 줄 모르는구나. 대체로 악이란 자기 마음에서 생겨 도리어 자신을 해치니 마치 무쇠에 녹이 나서 그 모양을 소멸케 하는 것과 같으니라.”
012_0475_c_11L世尊告言罪業因緣自身所非父母爲非從天墮人行善惡苦樂報如響應聲貪現前利心行邪不知後世累劫受殃夫惡從心生反以自賊如鐵生垢消毀其形
왕이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앞뒤 설법이 모두 인연이 있으시니, 바라옵건대 부처님이시여, 말씀해 주셔서 어두운 소경을 열어 주시고, 많은 세계가 이익을 얻으며, 여러 사람이 복을 받게 하옵소서.”
012_0475_c_15L王叉手白佛前後說法皆有因緣今四石女先世本末有何因緣願佛爲說開悟盲冥多所利益衆人蒙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듣고자 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마음을 가다듬고 잘 듣거라. 내가 이제 말하리라.”
012_0475_c_18L佛告王曰欲聞者善著心諦聽吾今說之
佛說未曾有因緣經卷上
庚子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


  1. 1)아기리(阿祇利). 아차리야(阿遮利夜ㆍ阿遮梨耶)라고도 쓰며, 교수(敎授)ㆍ궤범(軌範)ㆍ정행(正行)이라 번역한다. 제자의 행위를 교정하며 그의 사범이 되어 지도하는 큰스님을 말한다. 아사리의 호는 『오분율(五分律)』 16에, 출가(出家) 아사리ㆍ갈마 아사리ㆍ교수 아사리ㆍ수경 아사리ㆍ의지 아사리 등의 5종을 말하였다.
  2. 2)나를 믿으며 스스로 높은 체하는 교만을 말한다.
  3. 3)또는 응현(應現). 불보살(佛菩薩)이 여러 가지 근성(根性)에 대하여, 각기 상응한 몸을 나타내어 이해할 수 있는 교법을 말하여 교화하는 것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