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12_0689_a_01L
불설초일명삼매경(佛說超日明三昧經) 하권
012_0689_a_01L佛說超日明三昧經卷下


섭승원(聶承遠) 한역
송성수 번역
012_0689_a_02L 西晉淸信士聶承遠譯


이구목(離垢目)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무엇을 초일명(超日明)삼매라 하나이까?”
012_0689_a_03L離垢目復白佛言何謂超日明三昧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의 광명은 한량없고 비유할 수 없고 햇빛보다 더 밝으니, 해의 광명은 현재의 일을 비추어 사람과 꿈틀거리는 것과 온갖 곡식과 약수(藥樹)며 모든 하늘ㆍ용(龍)ㆍ신(神) 등 모두가 해로 인하여 성장하고 무성해져 살아갈 수 있다.
012_0689_a_04L佛言其明無量不可譬喩過於日光所以者何日之光明炤現在事蠕動百穀藥木諸天龍神皆因日成普得茂活
해는 두 철위산(鐵圍山) 사이를 비추지 못하고 또한 사람 마음속의 근본을 비추어 열어 통달하지 못하니, 다만 형상 있는 것만을 비출 뿐이요 형상 없는 것은 비추지 못하기 때문이니라.
012_0689_a_08L日不能炤二鐵圍閒亦不能炤人心之本令開達也但照有形不炤無形
초일명삼매가 뛰어나다 한 까닭은 시방의 그지없고 가없는 삼계와 5도(道)를 크게 비추어서 꿰뚫어 통하지 않음이 없기 때문이니라.
012_0689_a_10L超日明三昧所以勝者殊炤十方無邊無際三界五道靡不徹暢
보살 대승(大乘)은 성문과 연각의 승(乘)과 96경(經)과 62견(見)의 삿된 의심과 얽힌 번뇌를 비추어, 마음들이 환히 빛나면서 각기 모두 도의 뜻을 내게 하며 3승(乘)의 업(業)을 닦는 이로 하여금 저마다 성취하게 하여, 천상에 나게 하기도 하고 사람 몸을 받게 하기도 하면서 두루 은혜를 입지 않게 함이 없느니라.
012_0689_a_12L菩薩大乘炤于聲聞緣覺之九十六徑六十二見邪疑結冥使心霍然皆發道意業三乘者各得成或得生天或得人身無不普蒙
마치 도리천(忉利天)은 수미산(須彌山) 꼭대기에 있는데, 하늘 제석궁(帝釋宮)의 자줏빛을 띤 감색(紺色) 보전(寶殿)은 환히 빛나면서 위에 있고, 중턱에는 사천왕(四天王)이 있으며, 아래의 사방에는 모든 하늘과 백성과 아귀(餓鬼)와 염귀(厭鬼)와 모든 신(神)과 야차[閱叉]가 있는 것과 같으니라.
012_0689_a_15L忉利天處須彌頂天帝釋宮紫紺寶殿炳然在上中四天王下四方域諸天人民餓鬼厭鬼諸神閱叉
초일명삼매도 역시 그와 같이 마음이 견고하여 동요하지 않은 것이 마치 수미산왕과 같아서 5도와 제석천왕을 교화하고, 생(生)ㆍ노(老)ㆍ병(病)ㆍ사(死)와 더 나아가 사천왕을 교화한다.
012_0689_a_18L超日明三昧亦復如是心堅不動如須彌山王化五道天王帝釋化生老病死踰四天王
012_0689_b_01L 모든 불효(不孝)와 음(婬)ㆍ노(怒)ㆍ치(癡)의 번뇌[垢]를 치료하여 도의 뜻을 일으키게 하며, 소승을 버리고 대승을 향하게 하며, 뜻을 내는[發意] 기별을 주고[受決]1) 인을 얻는[得忍] 기별을 주고, 아직 뜻을 내지 못한[未發意] 기별을 주며, 여섯 가지 도무극(度無極)을 행하여 허망한 생각으로 인해 수결(受決)을 깨닫지 못함이 일절 없게 하나니, 초일명삼매는 매우 깊고 깊어서 헤아릴 수도 없고 끝도 밑도 없느니라.
012_0689_a_21L療諸不孝婬怒癡垢使發道意釋小乘志大乘發意受決得忍受決未發意受決行六度無極悉無妄想不覺受決超日明三昧甚深甚不可稱量無有崖底
비유하면 마치 허공과 같이 만약 어떤 사람이 허공을 되[升]ㆍ홉[合]ㆍ말[斗]ㆍ휘[斛]로 그 대소(大小)를 헤아리고자 하면, 그 허공은 오히려 헤아릴 수 있어 그 휘의 수량을 모두 알 수 있으나, 초일명정(初日明定)의 지혜는 헤아릴 수 없느니라.
012_0689_b_03L譬如虛空使有人欲量虛空升合斗斛多少之空尚可量盡知其斛數超日明定慧不可量也
비유하면 마치 사람이 허공을 재려하면 십리ㆍ백리ㆍ 천리ㆍ만리ㆍ억리ㆍ 억만리, 헤아릴 수 없는 억백 나술(那術) 리의 허공은 다 잴 수 있고 그 맨 끝까지도 마칠 수 있으나, 초일명정의 지혜는 그보다 뛰어나서 수없는 억억(億億) 배(倍)요, 다시 그 곱절이기 때문에 그 크기를 한계 지을 수 없으니, 비유를 드는 이가 비유한 도의 광명은 본래 먼 것도 없고 가까운 것도 없으며 넓은 것도 없고 좁은 것도 없느니라.”
012_0689_b_06L譬如人度空十里百里千里萬里億里億萬里無央數億百那術里空尚可盡究其邊際超日明定慧殊於彼無數億億倍而復倍無能限量造譬喩者所比道明無遠無近無廣無狹
이구목이 세존께 물었다.
“대성(大聖)께서는 감탄하시면서 당연히 ‘지극히 넓고 매우 크며 길고 멀다’고 말씀하셔야 되시거늘 어찌하여 ‘먼 것도 없고 가까운 것도 없으며 넓은 것도 없고 좁은 것도 없다’고 하십니까?”
012_0689_b_11L離垢目問世尊曰大聖嗟歎當言極廣甚大長遠何謂無遠無近無廣無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좁은 것이 있기 때문에 그로 인하여 넓은 것이 있고, 가까운 것이 있기 때문에 그로 인하여 먼 것이 있는 것이니, 먼 것도 없고 가까운 것도 없고 넓은 것도 없고 좁은 것도 없는 것은 그 비교하여 견줄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니라.
012_0689_b_14L佛言有狹之故因日有廣有近之故因日言遠無遠無近無廣無狹可比方
가령 비유를 들어 말해 본다면 사람으로 하여금 끝이 없는 것이 마치 허공이 끝이 없는 것과 같다는 것을 알게 하려고 그 밖으로 벗어나 작은 티끌이나 빛깔이 없는[無色] 것을 그 속에다 열어서 넣어도 다시 비교하여 서로 재어 볼 수도 없는 것과 같으니, 비유를 인용하여 뜻을 환히 알거나 대도(大道)의 지혜에 이르는 것을 비유할 수는 없느니라.
012_0689_b_16L假喩譬之欲使人解無有邊如空無際超出其外微塵無色開入其裏無復計挍引喩了義至大道無有譬也
모든 성문ㆍ연각ㆍ보살과 나아가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보다 뛰어나서 으뜸이 되고 높은 것이 되며, 짝할 이 없고 같을 이 없으며, 자연(自然) 그대로의 법은 짓는 이도 없고 또한 짓지 않은 것도 없으며, 오는 것도 없고 가는 것도 없으며, 아무 것도 없고 텅 빈 것이 자연 그대로일 뿐이며, 온갖 것도 본래부터 없음을 분명히 깨달아 알고 온갖 근본과 본말(本末)을 환히 깨달아 알며, 이미 이 모든 근본을 분명히 알면 또한 기댈 바도 없고 기대지 않을 바도 없느니라.
012_0689_b_19L過諸聲聞緣覺菩薩至無上正眞之道爲上爲尊爲無疇匹爲無等倫自然之法無有作者亦無不造無來無去虛無自然曉了一切本無曉了一切本末已了諸本無所倚亦無所不倚
012_0689_c_01L자연 그대로 지혜임을 모두 따로 분명히 알 것이니, 삼계는 자연 그대로이며, 삼계가 자연 그대로인지라 인물도 자연 그대로요, 인물이 자연 그대로인지라 생사도 자연 그대로이며, 생사가 자연 그대로인지라 본래 없다는 것도 자연 그대로요, 본래 없다는 것이 자연 그대로인지라 불도(佛道)도 자연 그대로이니라. 이 온갖 것이 자연 그대로임을 분별하여 알아야 초일명정을 체득할 수 있어서 널리 3세를 제도하고 끝없는 지혜[無極慧]에 이르니, 이것이 바로 초일명삼매이니라.”
012_0689_c_01L自然之慧皆別了之三界自然三界自然人物自然人物自然生死自然生死自然本無自然本無自然佛道自然解分別斯一切自然乃能逮得超日明定普濟三世至無極慧是爲超日明三昧
이에 장자(長者)의 딸 혜시(慧施)가 5백 명의 여인들과 함께 부처님께 와서 발아래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있다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이 초일명정을 듣고 뛸 듯이 기뻐함이 한량없어서 앞으로 나와 부처님께 아뢰었다.
012_0689_c_06L於是有長者女名曰慧施與五百女人俱來詣佛所前稽首足下卻坐一聞佛說斯超日明定喜踊無量白佛言
“저는 지금 여인의 몸이오나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내어 여인의 몸을 바꾸고 속히 정각(正覺)을 이루어서 시방을 제도하고 해탈시키려 하나이다.”
012_0689_c_10L我今女身願發無上正眞道欲轉女像疾成正覺度脫十方
상도(上度)라는 한 비구가 있다가 혜시에게 말하였다.
“여인의 몸은 불도를 이룰 수 없습니다. 그 까닭은 여인에게는 세 가지 일의 장벽[三事隔]과 다섯 가지 일의 장애[五事礙]가 있기 때문입니다.
012_0689_c_11L一比丘名曰上度謂慧施曰不可女身得成佛道也所以者何女有三事五事㝵
무엇이 세 가지인가? 어릴 때는 부모가 주관하게 되고, 출가(出嫁)하면 남편이 주관하게 되어 자유가 없고, 늙으면 아들을 어렵게 여겨야 하는 것이니, 이것이 바로 세 가지입니다.
012_0689_c_14L何謂三少制父母出嫁制不得自由長大難子是爲三
무엇이 다섯 가지 장애인가? 첫 번째, 여인은 제석(帝釋)이 될 수 없습니다. 그 까닭은 용맹스럽고 욕심이 적어야 남자가 될 수 있는데, 여러 가지 악(惡)의 교태가 많기 때문에 여인이 된 것이니, 하늘의 제석이 될 수 없습니다.
012_0689_c_15L何謂五㝵一曰女人不得作帝釋所以者勇猛少欲乃得爲男雜惡多態故爲女人不得作天帝釋
두 번째는 범천(梵天)이 될 수 없습니다. 그 까닭은 청정한 행을 받들어 더러운 때가 없으며, 4등심(等心)을 닦고 4선(禪)을 닦아야 범천에 오르게 되는데, 음행을 멋대로 하면서 절제가 없었기 때문에 여인이 된 것이니, 범천이 될 수 없습니다.
012_0689_c_18L二曰不得作梵所以者何奉淸淨行無有垢穢四等心若遵四禪乃昇梵天婬恣無節故爲女人不得作梵天
세 번째는 마천(魔天)이 될 수 없습니다. 그 까닭은 10선(善)을 완전히 갖추고 삼보를 존경하며 양친을 효도로써 섬기고 어른과 노인에게 겸손하게 순종해야 마천이 될 수 있는데, 경솔하고 교만하고 온순하지 못하며 바른 가르침을 헐뜯고 시샘했기 때문에 여인이 된 것이니, 마천이 될 수 없습니다.
012_0689_c_21L三曰不得作魔天所以者何十善具足尊敬三寶孝事二親謙順長老乃得魔天輕慢不順毀疾正教故爲女人不得作魔
012_0690_a_01L네 번째는 전륜성왕(轉輪成王)이 될 수 없습니다. 그 까닭은 보살의 도를 행하고 중생을 자비로이 여기며 3존(尊)과 선성(先聖)과 사부(師父)를 받들어 공양해야 전륜성왕이 되어 4천하를 주관하고 백성들을 교화하며 널리 10선을 행하고 도덕을 존숭하며 법왕(法王)이 되어 가르치게 되는데, 숨은 교태가 여든네 가지나 있고 청정한 행이 없었기 때문에 여인이 된 것이니, 성제(聖諦)가 될 수 없습니다.
012_0690_a_01L四曰不得作轉輪聖王所以者何行菩薩道慈愍群萌奉養三尊先聖師父乃得轉輪王主四天下教化人民普行十善遵崇道德爲法王教態有八十四無有淸淨行故爲女人得作聖帝
다섯 번째, 여인은 부처님이 될 수 없습니다. 그 까닭은 보살의 마음을 행하여 모든 중생을 가엾이 여기고 대자대비로써 대승의 갑옷을 입으며, 5음을 녹이고 6쇠를 없앰이오,
012_0690_a_06L五曰女人不得作佛所以者何行菩薩心愍念一切大慈大悲被大乘鎧消五陰化六衰
6도를 넓히면서 깊은 지혜의 행과 공(空)ㆍ무상(無相)ㆍ무원(無願)을 환히 알고 3해탈문(解脫門)을 초월하며, 아(我)ㆍ인(人)이 없고 수(壽)도 없고 명(命)도 없음을 알며, 본래부터 없다는 것과 불기법인(不起法忍)을 분명히 알며, 온갖 것은 마치 요술과 같고 허깨비와 같으며 꿈과 같고 그림자ㆍ파초ㆍ거품더미ㆍ아지랑이ㆍ번갯불 ㆍ 물속의 달과 같다고 분별하며, 5처(處)는 본래 없고 3취(趣)라는 생각이 없어야 부처님이 될 수 있습니다.
012_0690_a_08L廣六度深慧行空無相願越三脫門解無我人無壽無命曉了本無不起法忍分別一切如幻如化如夢如影芭蕉聚沫野馬電㷿水中之月五處本無無三趣想乃得成佛
색욕(色欲)과 더러운 생각[淖情]과 숨은 교태에 집착하여 행동과 말과 뜻이 달랐기 때문에 여인이 된 것이니, 부처님이 될 수 없습니다. 이 다섯 가지 일에는 모두 근본과 본말이 있습니다.”
012_0690_a_13L而著色欲淖情匿態身口意異故爲女人不得作佛得此五事者皆有本末
그때에 혜시 여인이 상도에게 대답하였다.
“저마다 모든 뿌리를 심어서 거기서 열매를 얻게 되는데, 본래부터 남녀와 보응(報應)이라는 것이 있습니까? 본래부터 이 제석ㆍ범왕ㆍ마왕ㆍ전륜성왕ㆍ대도(大道)ㆍ소도(小道)인 5처(處)가 있습니까?”
012_0690_a_15L慧施女報上度各殖諸本用獲果實本有男女及報應耶本有五處釋梵魔王轉輪聖大道小道乎
상도가 대답하였다.
“없습니다.”
上度答曰無也
혜시가 물었다.
“만일 본래 없다면 무엇으로 인하여 있게 됩니까?”
012_0690_a_18L慧施問曰設使本無何因而有
대답하였다.
“행(行)으로 인하여 이루어집니다.”
012_0690_a_19L答曰因行而成
혜시가 말하였다.
“비유하면 그림을 그리는 이가 벽화를 그릴 적에 아무 것도 없는 그림판[板素]을 준비하고 그림 그리는 도구로 본을 떠서 형상을 만들고 나누어 채색을 하면서 그의 뜻에 따라 완성하는 것과 같이, 5도(道)도 그와 같아서 본래 처소가 없었는데, 행을 따라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012_0690_a_20L慧施報曰譬如畫師治壁板素和合彩具因摸作像分賦彩色從意則成五道如是本無處所隨行而成
012_0690_b_01L 또한 비유하면 마치 요술쟁이가 해ㆍ달ㆍ제석ㆍ범천ㆍ전륜성왕ㆍ하늘ㆍ용ㆍ귀신ㆍ백성과 날짐승ㆍ길짐승을 마음먹은 대로 나타냈다가도 일순간에 홀연히 아무도 모르게 없애는 것처럼, 생사도 그와 같이 본래는 아무 것도 없었으나 마음으로 행한 바에 따라 저마다 스스로 얻은 것이다.
012_0690_a_22L譬如幻師化作日月帝釋梵天轉輪聖天龍鬼神人民禽獸隨意則現恍惚之閒則不知處生死如是本無所有心所行各自得之
본래부터 없는 데에 이르러서 요술도 없고 허깨비도 없으며 합한 것도 없고 흩어진 것도 없으며 또한 처소도 없어야 비로소 부처님이 될 수 있을 따름입니다.
012_0690_b_03L至於本無無幻無無合無散亦無處所乃成佛耳
그 까닭은 5계(戒)로는 사람이 되고 10선(善)으로는 하늘에 태어나며, 간탐을 부리면 아귀에 떨어지고 마구 달려들면 축생이 되며, 악행을 하면 지옥에 떨어진다.
012_0690_b_04L以者何五戒爲人十善生天慳墮餓抵突畜生惡墮地獄
4등심(等心)을 행하면서 공(空)을 알지 못하고 행하면 범천에 가나고, 공에 의지하여 제도되기를 구하면서 산란한 마음으로 공에 집착하면 무상천에 나아간다.
012_0690_b_06L行四等心解空行生于梵天倚空求度散心著生無想天
6도무극의 생각으로 삼계를 여의지 않고 괴롭고 싫은 몸을 두려워하며 나고 죽는 재난을 싫어하여 뜻을 열반에 두기 때문에 아라한에 떨어집니다.
012_0690_b_08L六度無極之想不離三畏苦厭身惡生死難志存泥洹墮羅漢
보살의 뜻을 일으켜 모든 중생을 제도하려 하면서 본래 없음을 알지 못하고, 부처님 몸의 형상에 집착하여 빠르게 부처님이 되고자 하지만 착한 스승[善師]을 만나지 못하고, 선권방편을 알지 못하고 곧 중간에서 그치면 연각의 도를 얻습니다.
012_0690_b_10L發菩薩意欲度一切不解本無著佛身相欲疾得佛不得善師了善權便中道止得緣覺道
이러한 행은 합한 것이 있고 흩어짐이 있으므로 곧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를 얻지 못합니다. 이렇듯 온갖 것에는 모양이 없거늘 어찌 남자와 여인이 있겠습니까?”
012_0690_b_12L斯之所有合有散則不得成無上正眞道一切無相何有男女
상도가 또 물었다.
“어떠한 행으로써 정각(正覺)을 이루게 됩니까?”
012_0690_b_14L上度又問何等行而成正覺
혜시가 대답하였다.
“색의 행[色行]을 내지 않고 공하지 않은 행을 관하지 않으면서 색의 행을 없애지도 않으며, 집착하는 행[執行]을 버리지 않고 또한 짓는 행[造行]도 없으며,
012_0690_b_15L慧施報曰不生色不觀不空行不滅色行不捨執行亦無造行
식의 행[識行]을 내지 않고 공하지 않은 행을 관하지도 않으면서 식의 행을 없애지도 않으며, 색이 생기는 행[色生行]을 하지 않고 식이 생기는 행[識生行]도 하지 않으며, 또한 행에 돌아감도 없으면서 오는 것도 없고 가는 것도 없으며, 영원히 처소가 없으면서 머무를 바의 행이 없습니다.
012_0690_b_17L不生識行不觀不空行滅識行不色生行不識生行亦無歸行無來無去永無處所無所住行
삼계에 의지하지 않으며, 5음을 버리지 않으면서 5음을 받아들이지 않고, 세속의 행을 버리지도 않으면서 도의 행을 생각지도 않는 것이니, 이것이 바로 도의 행이어서 정각에 이르게 됩니다.
012_0690_b_19L倚三界不捨五陰不受五陰不捨俗行不想道行是爲道行得至正覺
4등(等)에 기대지 않고 6도무극의 행을 생각지도 않으며, 세 가지의 해탈에 대하여 의지하는 행이 있지도 않고, 공ㆍ무상ㆍ무원의 법을 통달하여야 비로소 보살이 되어 법에 수순하는 행에 상응하고 정각과 평등한 행에 어긋나지 않습니다.
012_0690_b_21L倚四等不想六度無極之行不於三脫有所倚行達空無相無願之法乃爲菩薩應順法行不違正覺平等之
012_0690_c_01L그렇습니다. 상도여, 이런 법을 행하는 이에게 어찌 방면(方面)과 처소와 삼계와 남녀의 분별이 있겠습니까?”
012_0690_c_02L如是上度行斯法者寧有方面處所三界男女乎
“없습니다.”
答曰無也
“오히려 짓는 것도 없거늘 어찌 이루어지겠습니까? 그러므로 내가 부처님이 되는 것에 무슨 어려움이 있겠습니까? 취하면서도 취하는 바가 없고, 이루면서도 이루는 바가 없고, 깨달으면서도 깨달은 바가 없으며, 취하는 것도 없고 버리는 것도 없어야 비로소 부처님이라 이름하는 것이니, 이것도 또한 명호(名號)도 없고 임시로 붙인 이름일 뿐입니다.”
012_0690_c_03L尚無造者何所成立以是之故吾取佛者有何難也取無所取成無所成覺無所覺無取無捨乃號爲佛亦無名號假爲字耳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장하고 장하도다. 혜시야, 진실로 말한 바와 같으니라. 온갖 것은 정해진 것이 없고 행(行)에 따라서 이루어지니, 본래 합하지 않고 흩어지지 않으며, 일어나지 않고 쇠하지도 않으며, 보는 것도 없고 듣는 것도 없으며, 생각하는 것도 없고 아는 것도 없으며, 언어도 없고 설명도 없어야 비로소 정각을 이루느니라.”
012_0690_c_07L佛言善哉善哉慧施誠如所云一切無處隨行而成不合不散不興不衰無見無聞無念無知無言無說乃成正覺
이때 혜시는 곧 여인의 몸이 바뀌어 남자가 되어 공중으로 솟구쳐 올랐다가 내려와 부처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는 불기법인(不起法忍)을 얻었다.
012_0690_c_11L於是慧施則轉女像化成男子在空中從上來下稽首佛足得不起法忍
이때에 5백 여인들은 뛸 듯이 기뻐하면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五百女忻然踊躍以偈頌曰

본래부터 늘 스스로 관찰하되
남자란 정해져 있는 종성이고
강하고 약한 것도 각각 품류가 있어서
여인은 본디 바뀔 수 없다고 여겼으나
012_0690_c_13L本每自觀察
謂男有常種
强弱各有品
女固不得移

오늘에야 부처님의 은혜를 받아
비로소 견고하게 고정된 것 없어
5도(道)는 마치 허깨비[幻化]와 같아서
행(行)을 따라 이루어짐을 알았나이다.
012_0690_c_15L今日蒙佛恩
乃知無堅固
五道如幻化
隨行而各成

삼계에 마음이 미혹되어서
본래 없는 진리 환히 알지 못하고
스스로 내가 있다 헤아리면서
속박과 집착으로 진창에 떨어지나니
012_0690_c_16L三界爲心迷
不了本無諦
自計有吾我
縛著墮污泥

비유하면 마치 고기잡이가
낚시로 고기를 낚아 잡으면서
그것은 자기의 소유가 아닌데도
스스로 내가 잡았다고 여기는 것과 같나이다.
삼계는 마치 더부살이와 같고
4대는 나의 소유가 아니며
모든 법이 마치 꿈과 같은 줄 알면
취하거나 버릴 것이 없나이다.
012_0690_c_17L譬如捕魚工
以鉤釣取魚
非是己所有
自謂我應獲
三界如寄居
四大非我所
解諸法如夢
則無有取捨

부디 부처님께서 더욱 가엾이 여기시어
은혜와 자비 드리워 주시어
여인의 몸을 바꾸게 하고
초일명정(超日明定)을 증득하게 하며
012_0690_c_20L惟佛見加哀
恩慈垂覆蓋
令轉女人身
値超日明定

부처님 되어 국토를 이루어서
모든 하늘과 사람들을 교화하며
중생을 모두 제도 해탈시키면서
빨리 위없는 참된 도(道) 얻게 하소서.
012_0690_c_21L得佛成國土
教化諸天人
衆生皆度脫
疾獲無上眞
012_0691_a_01L
부처님께서 5백의 여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의 소원대로 빨리 얻게 될 것이니라.”
이 말을 듣고 모든 여인들이 기뻐하였고, 그 순간 일시에 모두 남자가 되었다.
012_0690_c_23L佛告五百女當如所願疾獲爾志女欣然卽成男子
이때에 부처님은 혜시와 5백 여인들에게 수기(授記)를 주셨다.
“이로부터 10겁 후에 모두가 부처님이 될 것이니, 명호는 혜견(慧見) 여래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ㆍ명행성위(明行成爲)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士)ㆍ도법어(道法御)ㆍ천인사(天人師)ㆍ불세존이라 하리라. 그 세계의 이름은 제명(除冥)이라 하고, 겁(劫)의 이름은 광명(光明)이라 할 것이다.
012_0691_a_02L於是佛授慧施及五百女決卻後十劫皆當爲佛名曰慧見如來至眞等正覺明行成爲世閒解無上士道法御天人師佛世尊世界曰除冥劫曰光明
부처님께서는 백억만 년 동안 머무르면서 설법하여 항하(恒河)의 모래만큼 많은 보살이 불기법인을 얻으며, 일생보처도 역시 그와 같고 모든 아라한도 헤아릴 수조차 없을 것이며, 그때의 사람들이 입는 옷과 음식은 마치 제2의 도리천과 같을 것이니라.”
012_0691_a_06L佛住百億萬歲說法恒沙菩薩得不起法一生補處亦復如是諸阿羅漢不可稱計爾時人民被服飮食當如第二忉利天上
이때 모여 있던 대중들은 부처님의 수결(授決)을 듣고, 백천 사람이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내었고, 수없는 보살들이 불기법인을 얻었으며, 8만 비구가 번뇌가 다하면서 뜻이 풀렸고, 10만 하늘과 사람들은 번뇌[塵垢]를 멀리 여의어 모든 법에 대해 법안(法眼)이 생겼다.
012_0691_a_10L諸衆會聞佛授決滿百千人發無上正眞道意無數菩薩得不起法忍八萬比丘漏盡意解萬天人遠塵離垢諸法法眼生
땅은 곧 크게 진동하고 공중에서는 비 내리듯 꽃이 뿌려졌으며, 공후(箜篌)와 악기는 연주하지 않아도 저절로 울렸다. 그리고 억백의 여러 하늘들은 공중에서 모두 찬탄하면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012_0691_a_13L地卽大動空中散花其墮如雨箜篌樂器不鼓自鳴億百諸天於空中皆歎頌曰

너무나 깊은 법이라
만나기 어렵고 듣기도 어렵거늘
다행히 저희들은
전생에 남은 복이 있어서
이제 비로소 듣게 되었으니
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012_0691_a_15L甚哉深法
難値難聞
幸哉吾等
宿有餘福
今乃値聞
何其快哉

부처님께서 다시 혜시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이 세간의 생사에 얽매여 있으면서 깊은 법을 이해하지 못하여 나와 다른 사람을 분별하여 헤아리는 것은, 마치 성성이[猩猩]가 술에 유혹되어 풀려나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사람에게 붙잡히게 되는 것과 같으니라.
012_0691_a_17L佛復告慧施人在世間生死之縛用不解深法計吾我人猶如猩猩誘誑以酒知不能釋爲人所獲
세상 사람도 이와 같이 5음과 6쇠의 우환이 서로 얽혀서 항시 나라고 헤아리며, 고(苦)ㆍ공(空)ㆍ무아(無我)ㆍ비신(非身)을 모르는지라, 이를 범하여 곧 재앙이 있고 스스로 억제하지 못하면서 3독(毒)과 5개(蓋)에 속박당하며, 해탈을 얻지 못하고 도리어 진실한 도에 반(反)하는 것이, 마치 나무가 불을 내면서 제가 타는 줄을 모르는 것 같으니라.
012_0691_a_20L世人若茲綢繆五陰六衰之患恒計吾我不知苦空無我非身犯則有殃不自抑制而爲三毒五蓋所縛不得解脫返眞諦道如木生火不覺自燒
012_0691_b_01L공의 행[空行]을 분명히 알지 못하고 나와 다른 사람이라 헤아리는 것도 역시 그와 같이 스스로 어두운 데로 잘못 떨어져서 3악도(惡道)에 들어가는 것이, 마치 큰 도둑ㆍ강도ㆍ원수가 스스로 씩씩하고 유쾌한 일이라고 여기는 것 같으니라.
012_0691_b_01L不了空行計吾我人亦復如是自誤墮冥入三惡道譬如劇賊劫抄寇害自謂健快
세속 사람은 색(色)ㆍ통(痛:受)ㆍ상(想)ㆍ행(行)ㆍ식(識)에 집착하여 더러운 때[垢]에 빠지고 그 죄는 음개(陰蓋)를 가리며, 큰 법의 뛰어나고 묘한 깊은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어리석음이 있는 은애(恩愛)로 인해 사람이 되어 태어나며, 열두 가지 결박(結縛)과 62견(見)과 의심의 그물과 진로(塵勞)로 모든 사도인 96경(經)에 미혹되느니라.
012_0691_b_04L俗人著色痛想行識沒溺垢穢罪蔽陰蓋不解大法殊妙深義有癡恩愛則生爲人十二結縛六十二見疑網塵羅迷惑諸邪九十六徑
모든 법을 정밀하게 연구하고 공(空)하여 없다는 것을 분별하여야 하니, 마치 요술과 같고 허깨비와 같으며, 마치 꿈ㆍ파초ㆍ아지랑이ㆍ물속의 달과 부르는 소리의 메아리와 같다고 분별하면 나라고 헤아리지 않느니라.
012_0691_b_07L硏精諸法分別空無如幻如化如夢芭蕉馬水月呼聲之響不計吾我
색이 자연 그대로인 줄 알면 통과 상도 자연 그대로요, 통과 상이 자연 그대로인 줄 알면 행과 식도 자연 그대로이며, 행과 식이 자연 그대로인 줄 알면 4대도 자연 그대로요, 4대가 자연 그대로인 줄 알면 삼계도 자연 그대로이며, 삼계가 자연 그대로인 줄 알면 열반도 자연 그대로요, 열반이 자연 그대로인 줄 알아야 그제야 무소종생법인(無所從生法忍)을 체득하게 되어 생사에 있지 않고 멸도(滅度)에도 처하지 않으면서 대승의 깊고 묘한 지혜에 상응하느니라.
012_0691_b_09L知色自然痛想自然痛想自然行識自然行識自然四大自然四大自然三界自然三界自然泥洹自然泥洹自然乃能逮得無所從生法忍不在生死不處滅度則應大乘深妙之慧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몸에 중한 병이 들어서 스스로 치료하고자 하려면 그에 따른 약을 먹어야 하는데도, 도리어 독약을 먹고는 몸의 병을 다스린다고 여겨 오장육부(五臟六腑)를 상하게 하면서도 이내 다시 독을 제거하는 약을 먹지 않으면, 곧 그 사람은 죽게 되어 아무리 후회해도 어찌할 수 없는 것과 같다.
012_0691_b_14L譬如有人體得重疾欲自療治當服順藥反飮毒藥謂攻身病害腹傷藏不卽更服除毒之散尋能殺人悔無所及
도를 배우는 선비 역시 그와 같이 본래 도의 뜻을 내어 보살의 행을 하고 네 가지 평등심인 자(慈)ㆍ비(悲)ㆍ희(喜)ㆍ호(護)를 받들며 6바라밀[度]을 따라 수행하면서도, 모두 생각이 있고 희망하는 바가 있으면 곧 성문이나 연각의 승(乘)에 떨어지게 되느니라.
012_0691_b_17L學道之士亦復如是本發道意爲菩薩行奉四等心慈悲喜護遵行六度而皆有想有所希望便墮聲聞緣覺之乘
설령 적합하게 이루었다 하여도 그곳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게 된다. 그는 대승에 이를 수 있는데도 망설이면서 분명히 알지 못하면, 곧 중간에 머무르는 이가 되어 이내 소승에 떨어지고 마니, 비유하면 마치 일반 백성들이 먹는 음식을 전륜성왕이 먹으면 독약이 되는 것과 같으니라.
012_0691_b_20L假使適成不樂因出得至大乘躊躇不了便住中者卽墮小乘譬如庶人之食如是轉輪聖王食之爲毒藥也
012_0691_c_01L비유하면 마치 감로(甘露)의 으뜸가는 맛이 갖추어진 약은 여러 사람들의 병을 치료하는 바가 많은 것처럼, 보살도 그와 같이 대승의 법으로써는 온갖 사람들의 생ㆍ노ㆍ병ㆍ사와 음(婬)ㆍ노(怒)ㆍ치(癡)의 재난과 뭇 생각의 우환을 치료하는 바가 많으니라.”
012_0691_b_23L譬如甘露上味具藥多所療治衆人之病菩薩如是以大乘法多所療治於一切人生老病死婬怒癡厄衆想之患也
부처님께서 이 법을 말씀하실 때에 천(千) 하늘과 사람이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내었으며, 5백의 천자(天子)가 불기법인을 얻었다.
012_0691_c_04L佛說是時千天人發無上正眞道意五百天子得不起法忍
이에 혜영(慧英)이라는 보살이 문수사리(文殊師利)에게 물었다.
“무엇을 보살이 견문이 넓고 앎이 많다고 하나이까?”
012_0691_c_05L於是有菩薩名曰慧英問文殊師利何謂菩薩博聞多知
문수사리가 대답하였다.
“헤아릴 수 없는 항하 모래 수같이 많은 겁 동안 공덕을 쌓으면서 만족하지 않고, 4등심(等心)을 들으면서도 만족하지 않으며, 4은(恩)의 법을 닦으면서 또한 만족하지 않고, 6도무극을 행하면서 또한 만족하지 않습니다.
012_0691_c_07L文殊師利答曰從無央數恒沙等劫積累功德不以爲厭聞四等心亦不厭足修四恩法亦不厭足行六度無極亦不厭足
공(空)ㆍ무상(無相)ㆍ무원(無願)을 닦으면서 또한 만족하지 않고, 크게 인자하고 크게 가엾이 여기면도 만족하지 않으며, 5신통에 나아가면서도 만족하지 않고, 중생을 교화하면서도 또한 만족하지 않으며, 또한 대승의 가르침을 행하면서도 만족하지 않습니다.
012_0691_c_10L無相無願亦不厭足大慈大悲亦不厭足進五神通亦不厭足教化衆生亦不厭足爲大乘教亦不厭足
성문이나 연각을 나타내어 널리 온갖 중생을 교화하면서 또한 만족하지 않으며, 열반을 나타내어 보이고 열반에 머무르다가 다시 생사의 세계로 돌아가면서도 만족하지 않고, 가지도 않고 오지도 않으면서도 이르지 않는 바가 없습니다.
012_0691_c_13L現聲聞緣覺普化一切亦不厭足示現泥洹住泥洹中還生死界亦不厭足去不來無所不至
마치 허공이 이르지 않는 바가 없으면서 나오지도 않고 들지도 않으며 통달하지 않은 바가 없고 두루 하지 않은 바가 없는 것과 같습니다. 이것을 바로 견문이 넓고 앎이 많다고 합니다.
012_0691_c_16L譬如虛空無所不不出不入無所不達無所不遍者名曰博聞多知不以過去爲計數不以當來有限㝵不以現在有處所
과거를 헤아리지 않고 미래로써 한계와 장애를 두지 않으며 현재에도 처소(處所)를 두지 않아서 과거ㆍ미래ㆍ현재인 3세(世)의 한정이 없으며, 3도(塗:惡道) 등에서 삼계라는 생각도 없고 열반이라는 기억도 없으며, 도(道)라는 분별도 없고 세속(世俗)이라는 분별도 없으며 좇아 따르지도 않고 버리지도 않는 이것이라야 비로소 견문이 넓고 앎이 많다고 합니다.
012_0691_c_19L無去來今三世之限於三塗等無三界想無泥洹念無道無俗不附不捨是者乃謂博聞多知
012_0692_a_01L듣는 바에도 또한 듣는다는 분별이 없고, 보는 바에서도 또한 본다는 분별이 없으며, 말하는 바에서도 또한 말한다는 분별이 없고, 제도하는 바에서도 또한 제도한다는 분별이 없는 이것이라야 비로소 견문이 넓고 앎이 많다고 합니다.”
012_0691_c_22L於所聞者亦無所聞於所見者亦無所見於所言亦無所言於所度亦無所度是者乃謂博聞多智
혜영이 또 물었다.
“무엇을 행하는 것이라 하고 무엇을 성취한다 합니까?”
012_0692_a_02L慧英又問何謂行者何謂成
“보살의 뜻을 일으켜 4등심과 대자대비와 무극(無極) 지혜를 행하며, 보시로써 사람을 섭수하고, 계율 인욕ㆍ정진ㆍ일심ㆍ지혜로써 중생을 구제하는 행이 차츰차츰 점차로 나아가는 이것을 바로 행하는 것이라 하며, 그 행이 공ㆍ무상ㆍ무원(無願)의 법을 초월하면서 나를 분별하여 보지도 않고 3세를 헤아려 보지도 않으며 열반과 생사를 보지 않는 이것을 바로 성취라 합니다.”
012_0692_a_03L答曰發菩薩意行四等心大慈大悲無極之慧布施攝人戒忍精進一心智慧以救衆生行稍漸進是謂行行過於空無相無願之法不見吾我不見三世不見泥洹及與生死是謂成就
대영(大英)보살이 또 부처님께 물었다.
“사람이 태어날 때는 어디에서 오고 갈 때는 어디로 가며, 늙고 병들고 죽을 때는 어디에서 와서 갈 때는 어디로 가며, 색(色)ㆍ통(痛)ㆍ상(想)ㆍ행 (行)ㆍ식(識)은 어디에서 오고 갈 때는 어디로 가며, 지(地)ㆍ수(水)ㆍ화(火)ㆍ풍(風)ㆍ공(空)과 눈ㆍ귀ㆍ코ㆍ입ㆍ몸ㆍ마음은 어디에서 오며 갈 때는 어디로 갑니까?”
012_0692_a_08L大英菩薩又問佛言人生從何所來至何所老病死何所從來去至何所色痛想行識從何所來去至何所水火風空眼耳鼻口身心從何所來去至何所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모두 어디에서 오는 것도 없고 또한 가는 데도 없느니라. 연(緣)이 합하면 있다가 연이 흩어지면 소멸하는 것이니, 마치 요술과 같고 변화와 같으며 그림과 같고 북과 같으며 비와 같고 번갯불과 같이 모두가 인과 연을 따르며, 연이 있으면 생기는 것이 있다가 연이 없으면 대상이 없으니, 나고 죽고 하는 것도 그와 똑같아서 다름이 없느니라.”
012_0692_a_13L佛言皆無所從來去亦無所至緣合則有緣離則滅如幻如化如畫如鼓如雨如電皆從因緣有緣有生無緣無對生死如是等無有異
대영이 또 물었다.
“무엇을 어디에서 오는 것도 없고 어디로 가는 것도 없으며 인과 연이 합하여 성립된다 하나이까?”
012_0692_a_17L大英又問何謂無所從來無所從去因緣合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의 행을 지으면 사람이 되고, 하늘의 행을 지으면 하늘이 되며, 지옥의 행을 지으면 지옥이 되고, 축생의 행을 지으면 축생이 되며, 아귀의 행을 지으면 아귀가 되고, 다섯 가지 행이 없으면 5도가 없으며, 5도가 없으면 출입하는 것이 없으니 이것을 사람의 근본이라 하느니라.
012_0692_a_18L佛言作人行者則得爲作天行者則得爲天作地獄行則入地獄作畜生行則受畜生作餓鬼行則爲餓鬼無五行則無五道無五道則無出入名曰人本
욕계(欲界)ㆍ색계(色界)ㆍ무색계(無色界)인 삼계가 없고, 마음[心]ㆍ뜻(意)ㆍ의식[識]이 없기 때문에 삼계가 없으니, 이것을 사람의 근본이라 하느니라.
012_0692_a_22L無有三界界色界無色界無心意識故無三界名之人本
012_0692_b_01L아직 사람이나 만물이 있지 않으면 색(色)이 있되 보는[見] 것이 없으니, 무엇을 색이 있되 보는 것이 없다고 하는가? 땅의 색[地色]과 물의 색[水色]과 불의 색[火色]과 바람의 색[風色]이니라. 고정된 것을 땅이라 하고, 맑은 것을 물이라 하며, 밝은 것을 불이라 하고, 움직이는 것을 바람이라 하느니라.
012_0692_b_01L未有人物有色無見何謂有色無見地色水色火色風色定者謂地淸者謂水明者謂火攝者謂風
하늘과 땅이 아직 그렇게 되지 않았을 때는 아직 삼계도 있지 않은 것이니, 이 네 가지의 색이란 언제나 자연 그대로일 뿐이요, 짓는 이[作者]가 없어도 자연히 움직여 일어나며, 오직 도(道)만이 능히 이름하고[能名] 나아가 보처(補處)만이 능히 이름할 수 있으므로, 이것은 바로 형상이 없는[無像] 색이요, 또한 마음의 색[心色]이라고 하느니라.
012_0692_b_03L天地未然未有三界是四色者而常自然無有作者自然動起唯道能名及至補處能名斯者無像之色亦曰心色
아유월치(阿惟越致:不退轉)는 마음의 색을 보고, 아유안(阿惟顔:一生補處)은 네 가지 색의 마음을 보며, 여래는 아직 있기 전의 네 가지 색의 마음의 근본을 보느니라. 삼계안에서 그렇게 되지 않는 것이 바로 마음의 색이고, 마음의 근본[心本]이라 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것도 아니며, 보살에 대한 법이기 때문에 그렇게 된다 말하고, 마음의 색이 없는 뜻이면 삼계는 자연 그대로이며, 허공과 같아야 비로소 도(道)라고 하느니라.
012_0692_b_07L阿惟越致見心心色阿惟顏見四色心如來見未有四色心之本於三界中而不然者是爲心色心本故曰非不然於菩薩法故曰爲無心色志三界自然自然如空乃名曰道
이 모든 법에는 합쳐짐도 없고 흩어짐도 없으니, 그 까닭은 가령 합쳐진다 하면 곧 사람의 근본일 것이요, 흩어진다 하면 곧 생사(生死)이기 때문이니라. 생사의 고통과 열반의 쾌락을 보는 이를 성문(聲聞)이라 하고, 중간에 처해 있으면서 온갖 것에 이익이 없는 이를 연각(緣覺)이라 하느니라.
012_0692_b_12L於是諸法無合無散所以者假使合者則人本也假使散者則生死也見生死病泥洹之樂則名聲處在中閒無益一切名曰緣覺
합쳐짐도 없고 흩어짐도 없으면서 열반에 처하지도 않고 생사를 미워하지도 않는 이를 비로소 법신(法身)이라 하는 것이니, 법신은 형상이 없되 두루 온갖 것에 들어가며 또한 들어가는 바도 없고 들어가지 않는 바도 없느니라.”
012_0692_b_15L合無散不處泥洹不惡生死乃名之曰法身法身無形普入一切亦無所入無所不入
이 경을 말씀하실 때에 5천의 하늘과 사람이 어디로부터 생겨난 바가 없는 법인[無所從生法忍]을 얻었고, 헤아릴 수도 없는 사람들이 모두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냈다.
012_0692_b_18L說是經時五千天人得無所從生法忍無央數人皆發無上正眞道意
이때 아난이 세존께 물었다.
“도의 뜻[道意]을 일으켜 보살이 되고자 하면 마땅히 무엇을 근본[本]으로 삼아야 하나이까?”
012_0692_b_20L於是阿難問世尊曰欲發道意爲菩薩者當以何爲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정진하면서 게으르지 않고 공의 지혜를 분별하며 온갖 중생을 제도하려 하면서 나와 수명을 보지 않는 것을 근본이라 하느니라.”
012_0692_b_22L佛言精進不懈分別空慧欲度一切不見吾我及與壽是則爲本
또 물었다.
“어찌하여 더디거나 빠른 것이 있나이까?”
又問曰寧有遲疾
012_0692_c_01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기 때문이니라.”
012_0692_c_01L佛言亦有亦無
또 물었다.
“무엇을 있다고 하고, 무엇을 없다고 하나이까?”
又問何謂爲有何謂爲無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있다고 함은, 정진을 따르면서 게으르지 않고 공덕을 쌓고 심으면서 보시ㆍ지계ㆍ인욕ㆍ정진ㆍ일심ㆍ지혜ㆍ선권방편과 자ㆍ비ㆍ희ㆍ호와 4은(恩)과 공한 행으로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를 얻는 것이니, 게으르지 않음으로부터 얻는 것이므로 이것을 바로 있다고 하느니라.
012_0692_c_02L佛言有者從精進而不懈怠積殖功布施戒忍精進一心智慧善權方便慈悲喜護四恩空行得無上正眞之道不從懈怠得斯謂有也
없다고 함은, 도(道)에는 처소가 없고 형상도 없고 이름도 없는 것이 비유하면 마치 허공과 같이 지음[造作]에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짓는 바도 없고 마음ㆍ뜻ㆍ의식도 없으며, 안도 없고 바깥도 없고 또한 중간도 없으며 취하는 것도 없고 버리는 것도 없어야 비로소 도에 들어가는 것이므로 이것을 바로 없다고 하느니라.
012_0692_c_06L無者無處所無形無名譬如虛空不從造作而可獲也無所造作無心意識內無外亦無中閒無取無捨乃應入斯謂無也
그 까닭은 여러 겁을 지나서 그 수조차 헤아려 알기 어려운 옛적에 자재 (自在)라는 전륜왕이 있었는데, 그 왕에게는 천(千)의 아들이 있어서 용맹스럽고 걸출하였으며 국토가 7보로 되어 있는 4천하를 주관하였으며, 바른 법으로써 다스리고 형벌도 가하지 않았었느니라.
012_0692_c_10L所以者何乃往歷劫其數難計會有轉輪王名曰自在有千子勇猛傑異國土七寶主四天治以正法不加刑罰
그때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명호는 보묘(寶妙) 여래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ㆍ명행족(明足行)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士)ㆍ도법어(道法御)ㆍ천인사(天人師)ㆍ불세존이라 하였느니라.
012_0692_c_13L爾時有佛曰寶妙如來至眞等正覺明行成爲善逝世閒解無上士道法御天人師號佛世尊
그때에 부처님께서 설법하셨으니, 처음 말씀도 좋았고 중간 말씀도 좋았고 마지막 말씀도 좋았으며, 그 뜻을 분별하되 미묘하게 구족하였으며, 범행(梵行)을 청정하게 닦으면서 법을 연설하여 넓히셨으므로, 그때 모인 보살은 무수억(無數億)의 대중이었고, 성문과 연각도 한없이 많았느니라.
012_0692_c_16L佛說法初語亦善中語亦善竟語亦善分別其義微妙具足淨修梵行演法弘普會菩薩無數億衆聲聞緣覺不可稱限
그때 전륜왕은 부처님을 여러 해 동안 공양하고 모셨었는데, 천의 아들과 보배스런 신하[寶臣]와 대중과 그들을 따르는 권속들이 다 함께 부처님께로 와서 머리 숙여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느니라. 부처님께서는 그들을 위하여 보살의 행을 널리 말씀하시어 안온(安穩)한 바가 많았고 구호된 바가 많았으며, 온갖 사람들에 있어서 제일 높은 이었느니라.
012_0692_c_19L轉輪王供養侍佛積有年歲千子寶臣大衆翼從俱詣佛所稽首足下卻一面坐佛爲廣說菩薩之行多所安隱多所救護於一切人爲第一尊
012_0693_a_01L 왕과 모든 아들과 보배 신하와 수종한 이들은 모두가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일으켜 밤이나 낮이나 정진하면서 감히 게으르거나 쉬지 않았으며, 여래께 온갖 편안한 바를 공양하였느니라.
012_0692_c_23L王及諸子寶臣翼從之衆皆發無上正眞道意夙夜精進不敢倦息供養如來一切所
이때 천 명의 아들 모두는 부처님 앞에서 스스로 공덕을 시험하려 하였는데, ‘저마다 누가 먼저 부처님이 되는가를 산가지를 뽑아 제일 좋은 산가지를 뽑은 이는 그 밖의 나머지 사람을 항복시켜 그 차례대로 부처님이 되게 하며 게으르고 박덕(薄德)한 이가 최후에 뽑힌 것으로 하자’ 하고, 곧 말한 대로 저마다 산가지를 뽑았느니라.
012_0693_a_03L於是千子悉於佛前自試功德各探策誰前作佛得上策者餘降不如次第作佛懈怠簿德最當在後如所言各各探策
그 가운데 한 태자가 최후에 산가지를 뽑았는데 맨 끝에서야 비로소 부처님이 되게 되었으므로, 그는 그때에 근심ㆍ걱정하면서 스스로 어찌할 줄 모르다가 곧 큰 산이 무너지듯 자기 몸을 땅에 던지면서 ‘내가 어찌하여 맨 나중에 부처님이 된단 말이냐?’라고 하였느니라.
012_0693_a_06L有一太子最後得窮久下第乃得作佛則時愁慼不能自勝便自投身如大山崩吾身云何最後作佛
부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느니라.
‘근심ㆍ걱정하지 말라. 도(道)에는 기한이 있는 것도 없고 또한 멀고 가까운 것이 없느니라. 공(空)하여 없다는 지혜를 능히 분별하여 알면 곧 먼저 부처가 되느니라.’
012_0693_a_09L佛告之曰勿得憂慼道無有限亦無遠近能分別解空無之慧便在前耳
이때 그 태자는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을 듣고 뛸 듯이 기뻐하면서 곧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도의 뜻을 일으켜 불기법인을 얻었으며, 큰 자비를 행하면서 온갖 법은 마치 요술ㆍ그림자ㆍ메아리와 같고 아지랑이와 같으며 꿈ㆍ파초ㆍ물속의 달과 같은 줄 알았으므로 천 명 가운데 네 번째로 부처님이 되었으니, 명호는 석가문(釋迦文)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이었느니라.
012_0693_a_11L於時太子聞佛所說卽時踊躍卽發無上正眞道意得不起法忍行大慈悲解一切法如幻影響如野馬如夢芭蕉水中之月千人之中第四得佛曰釋迦文如來至眞等正覺
그 나머지의 모든 아들들은 차례대로 부처님이 될 것이며, 최후에 부처님이 될 이는 명호가 누유(樓由)니라.”
012_0693_a_16L其餘諸子次第得佛最後當得作佛者名曰樓由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알고자 하느냐? 그때의 전륜성왕은 바로 정광(錠光)여래이시며, 제비를 잘못 뽑은 태자는 곧 공하여 없음을 이해하고는 게으르지 않고 정진하여 먼저 부처님이 되었으니, 바로 지금의 나이니라.
012_0693_a_18L佛語阿難欲知爾時轉輪聖王定光如來是也失策太子便解空無精進不懈先得佛者則吾身是
그 나머지의 여러 아들들은 현겁(賢劫) 동안 천 부처님이 되실 분들이니라. 그러므로 이런 이치를 알아야 하느니라. 도는 멀거나 가까운 것이 없고 공을 알아 미묘함을 분별하면서 자연 그대로 법인 줄 알아야 비로소 빨리 부처님이 되느니라.”
012_0693_a_21L其餘諸子賢劫中千佛興者是也當知斯義道無遠近解空別妙知自然法乃得佛疾
012_0693_b_01L그때 모여 있는 이들 모두가 기뻐하지 않음이 없으면서 널리 도의 뜻을 일으켜 보살행을 닦았으므로 5천의 보살은 법인(法忍)을 체득하였고 만인(萬人)은 유순법인(柔順法忍)을 얻었다.
012_0693_a_23L爾時諸會莫不欣然普發道意爲菩薩行五千菩薩逮得法忍萬人得柔順法忍
이때 일천왕(日天王)이 헤아릴 수 없는 수백천의 천인(天人)들과 함께 부처님께로 와서 발아래 머리 숙여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서 있다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어떠한 행(行)으로써 일천왕이 되어 다니면서 4천하를 비추며, 어떠한 인연으로 달이 되어서 밤을 비추며 어둠을 없애나이까?”
012_0693_b_02L於是日天王與無央數百千天人來詣佛所稽首足下卻住一面前白佛言以何等行日天王行炤四天下何緣爲月炤夜除
부처님께서 일왕(日王)에게 말씀하셨다.
“일왕이 될 수 있는 데는 네 가지 일의 법이 있느니라.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언제나 보시하는 것을 기뻐하고, 몸을 닦으면서 행을 삼가며 계(戒)를 받들어 범하지 않고, 부처님ㆍ절ㆍ탑묘에 등불을 켜고, 또는 부모ㆍ사문ㆍ도인(道人)에게 광명의 덕(德)을 심는 것이니, 이것이 바로 네 가지이니라.”
012_0693_b_06L佛告日王有四事法得爲日王謂爲四常憙布施修身愼行奉戒不又志然燈於佛寺廟若於父母沙門道人殖光明德是爲四
이때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佛時頌曰

언제나 보시를 일으키기 좋아하고
계를 받들어 범하지 않으며
부처님과 절과 부모님 앞에
등불을 켜 밝히며,
012_0693_b_09L常樂興布施
奉戒不犯禁
然燈於佛寺
若於父母前

부처님의 정전(正典)을 기뻐하고
경법(經法)을 헐뜯어 말하지 않으며
사문과 도사(道士)를 공경하나니
이로 인하여 일왕이 되나니,
012_0693_b_11L好憙佛正典
不誹謗經法
敬沙門道士
因斯得爲日

몸에서는 천(千) 광명을 놓아
널리 4천하를 비추어
모든 깊고 어두운 곳까지
환한 빛을 받지 않음이 없느니라.
012_0693_b_12L身出千光明
普照四天下
諸窈冥之處
莫不蒙暉曜

부처님께서 일왕에게 말씀하셨다.
“일천왕이 되는 데에 열 가지 일이 있느니라. 어떤 것이 열 가지인가? 몸으로는 살생(殺生)ㆍ투도(偸盜)ㆍ음행(婬行)을 하지 않고, 입으로는 양설(兩舌)ㆍ악구(惡口)ㆍ망언(妄言)ㆍ기어(綺語)를 하지 않으며, 뜻으로는 진에[恚]ㆍ질투[嫉]ㆍ우치[癡]를 하지 않는 것이니, 이것이 바로 열 가지이니라.”
012_0693_b_13L佛告日王又有十事爲日天王何謂身不殺口不兩舌惡罵妄言綺語意不恚是爲十
이때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佛時頌曰

자신을 공경하고 스스로 단속하여 보호하며
그러면서 살생과 도둑질과 음행을 하지 않으며
지조 없는 말과 험담과
망언과 꾸미는 말을 하지 않느니라.
012_0693_b_16L恭己自攝護
而不殺盜婬
不兩舌惡口
妄言及綺語

마음에 질투를 품지 않고
성을 내는 모든 독기가 없으며
62개의 어리석은 견해를 여의면
해의 광명으로 사방을 비추느니라.
012_0693_b_18L心不懷嫉妒
無瞋恚諸毒
離六十二見
日光照四方

부처님께서 일왕에게 말씀하셨다.
“또 월왕(月王)이 되는 데에 네 가지 일이 있느니라.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가난하여 없는 이에게 보시하고, 언제나 5계를 받들어 지니며, 삼보(三寶)를 좇아 공경하고 어두운 데와 군(君)ㆍ부(父)ㆍ사(師)ㆍ사(寺)에 촛불을 밝히는 것이니, 이것이 바로 네 가지이니라.”
012_0693_b_19L佛告日王又有四事得爲月王何謂爲四布施貧匱奉持五戒遵敬三冥設錠光君父師寺是爲四
이때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012_0693_b_22L佛時頌曰
012_0693_c_01L
모든 가난하여 없는 이에게 보시하고
언제나 5계를 받들어 지니며
부처님과 절에 등불을 밝히고
삼보를 공경하며 모시느니라.
012_0693_b_23L布施諸貧匱
常奉持五戒
然燈於佛寺
恭敬侍三寶

마음은 모든 선(善)을 생각하는 데에 두고
세간의 뭇 악[衆惡]을 물리쳐 버리며
스스로 몸과 입과 뜻을 보호하면
달빛으로 어두운 데를 비출 수 있느니라.
012_0693_c_02L心存念諸善
蠲卻世衆惡
自護身口意
得月光炤冥

이때 일왕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대성(大聖)이시여, 높으신 뜻으로 굽어 살피시어 궁중으로 오셔서 하찮은 음식이라도 드시어, 제가 거느리고 있는 허공의 신(神)과 하늘[天]들로 하여금 모두가 큰 은혜를 입고 깊고 묘한 법을 들어서 모두 다 도의 뜻을 내어 제도되길 한량없게 하소서.”
012_0693_c_03L於時日王白佛言唯願大聖枉屈尊神到宮小食令諸導御虛空神天皆蒙大恩聞深妙法悉發道意所度無
그때 부처님께서 잠자코 계시면서 그의 청을 받아들이시자, 일왕은 부처님께서 이미 허락하시어 청을 받아들이신 것으로 알고, 부처님을 세 바퀴 돌고 홀연히 궁중으로 돌아와서 온갖 음식과 여러 가지 맛있는 것을 장만하고 평상ㆍ걸상ㆍ방석 등을 아름답게 꾸미고 깨끗이 하며 부처님을 위해서 4천 리(里) 높이의 자리를 펴 놓았다.
012_0693_c_07L佛默然已受其請日王見佛已許就請繞佛三帀忽然還宮辦百種食若干甘美牀榻坐具挍飾鮮潔佛敷座高四千里
이에 일왕은 궁전에 서서 멀리서 거듭 부처님께 간청하고 송구스러운 마음으로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012_0693_c_10L於是日王立於宮殿遙重請佛傾側竦息以偈讚曰

모든 중생에게 보시 하시되
있는 것을 아끼지 않으시고
또한 보답을 바라지도 않으셨기에
부처님 되시어 시방을 제도하시나이다.
012_0693_c_11L布施於一切
所有無所悋
亦不望相報
得佛度十方

지혜는 마치 허공과 같고
교화하심에 걸림이 없으시며
모든 중생 은혜 입었사오니
때가 되었나이다. 굽어 살피옵소서.
012_0693_c_13L智慧如虛空
所化無罣㝵
一切皆蒙恩
時到惟屈尊

인자하신 마음을 중생에게 펴시어
일찍이 위해(危害)함이 없게 하시며
제도되지 못한 이를 가엾이 여기시어
법보(法寶)로써 베풀며 가르치옵니다.
012_0693_c_14L慈心加衆生
未曾有危害
悲哀未度者
施誨以法寶

위신력(威神力)으로 중생을 비추시고
가난하여 없는 이를 구제 해탈시키시며
7보(寶)를 베푸시니
때가 되었나이다. 굽어 살피옵소서.
012_0693_c_15L威神炤群黎
救脫貧匱者
惠以七大財
時到唯屈尊

중생들의 마음이 미혹하여
5도에서 애쓰면서 고통스러워함을 보고
언제나 큰 은혜 베푸시면서
두려움들 달래주고 면하게 하시나이다.
012_0693_c_17L睹衆生迷惑
五道之勤苦
常以加大恩
慰勉諸恐懼

법의 가르침으로써 깨우쳐 교화하고
미치지 못한 이들에게 보이고 인도하며
공하여 없는 지혜 심어 주시나니
때가 되었나이다. 굽어 살피옵소서.
012_0693_c_18L開化以法教
示導諸不及
種至空無慧
時到惟屈尊

그 광명은 해와 달 뛰어넘고
위엄과 덕망은 수미산보다 뛰어나며
지혜는 허공보다 훨씬 더 뛰어나니
짝할 이나 견줄 이를 비유할 수 없나이다.
012_0693_c_19L其光踰日月
威德超須彌
智慧越虛空
雙比不可喩

해나 달은 뭇 어둠을 비추면서
다만 만물(萬物)만을 성숙시키지만
부처님께서는 5도의 사람을 비추어서
모두로 하여금 5안(眼)을 얻게 하시나니,
012_0693_c_21L日月炤衆冥
但能成萬物
佛炤五道人
悉令獲五眼

허공은 오히려 자로 잴 수 있고
바닷물은 방울 수를 알 수 있으며
수미산과 시방의 온갖 땅도
또한 근(斤)과 양(兩)으로 알 수 있으나,
012_0693_c_22L虛空尚可度
海水知幾渧
須彌十方地
亦可知斤兩
012_0694_a_01L
여래의 지혜는 성스럽고
공조(功祚)는 넓으면서도 높디높아
한(限)이 없고 그보다 두루 뛰어나시니
때가 되었나이다. 굽어 살피옵소서.
012_0693_c_23L如來智慧聖
功祚弘巍巍
無限普超彼
時到惟屈尊

그때 세존께서는 모인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때가 되었으니 모두 갈 준비를 갖추고 일왕이 청(請)한 곳으로 나아가자.”
012_0694_a_02L爾時世尊告大衆會時到悉嚴就日王請
이에 즉시 모두가 분부를 받아 부처님과 대중은 허공으로 솟아올라 일왕의 궁전으로 나아가 사자좌(獅子座)에 앉았으며, 집회에 모인 대중이 다 앉자 왕후와 태자와 모든 하늘의 권속들은 땅에 머리를 숙여 예배하고, 곧 지극한 마음으로 세존께 공양하되 손수 온갖 공양을 가져다 날랐다.
012_0694_a_04L則皆受教佛與大衆踊在虛空至日王宮坐師子之牀衆會坐畢后太子諸天眷屬稽首于地卽以至心供養世尊手自斟酌百種之鐥
진지를 다 드시고 씻고 나시자, 다시 낮은 상을 가져다 스스로 부처님 앞에 놓고 앉아서 공손하고 엄숙하게 법을 들으려 하므로 부처님께서 일왕에게 말씀하셨다.
012_0694_a_07L訖澡畢更取卑牀自坐佛前恭肅聽佛告日王
“온갖 삼계에서 받는 형상 모두가 마음과 뜻을 좇으며, 마음과 뜻은 형상은 없지마는 짓는 바의 행에 따라 몸이 성립되니, 호귀(豪貴)와 빈천(貧賤)은 모두 무상(無常)으로 돌아가느니라. 마치 물거품이 일어났다가 순간 다시 무너져 없어지는 것과 같이 온갖 세간에 있는 바도 그와 같으니라.
012_0694_a_09L一切三界所受形貌皆從心意心意無形而有所造隨行立豪貴貧賤皆歸無常如泡起頃尋復壞滅一切世閒所有如是
그러니 마땅히 도덕(道德)을 믿되 바르고 참된 것만 믿어야 하고 그 밖의 것은 믿지 말아야 하니, 뭇 행을 버리고 법의 행을 받들어 행하라.
012_0694_a_12L當信道德正眞可怙餘不可恃棄捐衆行奉行法行
어떤 것을 법의 행이라 하는가? 무생(無生)의 행(行)은 모든 생기는 바를 없애고, 진제(眞諦)의 행은 존재하는 바가 뛰어나며, 입도(入道)의 행은 망실(忘失)하는 바가 없고, 보시(布施)의 행은 아끼거나 바라는 바가 없으며, 지계(持戒)의 행은 모든 원(願)을 두루 얻느니라.
012_0694_a_14L何謂法行無生之行除諸所眞諦之行所存殊勝入道之行無所忘失布施之行無所悋冀持戒之行普得諸願
인욕(忍辱)의 행은 뭇 사람을 어지럽히지 않으며, 정진(精進)의 행은 동요하거나 옮아가는 일이 없고, 일심(一心)의 행은 뜻의 행[意行]으로 언제나 통달하며, 지혜(智慧)의 행은 거룩한 눈[聖眼]으로써 보느니라.
012_0694_a_17L忍辱之行不亂衆人進之行未曾動轉一心之行意行常智慧之行以聖眼睹
인자한 마음의 행은 온갖 괴로움을 참아내고, 가엾이 여기는 마음의 행은 중생에게 뜻을 평등하게 지니며, 기쁘게 하는 마음의 행은 법으로써 깨우쳐 교화하고, 보호하는 마음의 행은 온갖 것을 편안하게 위로하느니라.
012_0694_a_19L慈心之行忍一切苦悲心之行等意衆生憙心之行以法開化護心之行安慰一切
신통의 행은 여섯 가지 신통으로 통달하고, 공(空)을 사유하는 행은 성내거나 해치려는 마음이 없으며, 녹여 없애는 행은 모든 중생들을 제도하고, 네 가지 은혜의 행은 합쳐 모여서 사람을 구제하느니라.
012_0694_a_21L通之行六通以達惟空之行無恚害消滅之行度諸群黎四恩之行合聚救人
012_0694_b_01L견문이 넓은 행은 따라 받아들여 도(道)를 이루고, 일어나지 않는 행은 자연그대로라고 보며, 도품(道品)의 행은 유위(有爲)를 얻게 하지 않고, 본래 없음의 행은 죄와 복의 과보가 없으며, 인연으로 생기는 행은 무명(無明)과 명(明)의 다함이 없음을 분명히 알고, 뭇 수고로운 행은 사람과 만물은 자연 그대로인 줄 알고, 모든 법의 행은 공의 지혜를 분명히 알아 평등각(平等覺)을 얻느니라.
012_0694_b_01L博聞之行從受成道不起之行而觀自然道品之行不獲有爲無之行無罪福報緣起之行了知無明明不可盡衆勞之行解人物自然法之行了空見慧得平等覺
악마를 항복받는 행은 흔들리거나 움직일 수 없고, 삼계의 행은 비록 처하여 있으나 떨어지지 않으며, 사자(師子)의 행은 잘 이기면서 두려워함이 없고, 힘써 두려워함이 없는 행은 향하는 바에 두려워함이 없느니라.
012_0694_b_05L伏魔之行無能傾動三界之場雖處不墮子之行善勝無畏力無懼行所向無
3달(達)의 행은 걸림이 없고, 일심으로 깨닫는 행은 큰 지혜가 널리 갖추어지며, 온갖 것을 가르치는 행은 두루 하지 않음이 없고, 62견을 교화하는 행은 중생의 의심 그물과 96경을 제도하고 가르치면서 하나의 도에 들어가느니라.
012_0694_b_08L三達之行無有罣㝵一心覺場大智普具教一切行無所不周化六十二見行濟衆羅網九十六徑誨入一
그러하느니라. 일왕아, 보살이 이런 행에 순응하면 곧 도의 행에 순응하고, 이미 도의 행에 순응하면 곧 대자(大慈)에 순응하며, 이미 대자에 순응하면 곧 대비(大悲)에 순응하고, 이미 대비에 순응하면 큰 갑옷에 순응하며, 이미 큰 갑옷에 순응하면 곧 사자처럼 외치고, 이미 사자처럼 외치면 곧 허깨비에 순응하느니라.
012_0694_b_11L如是日王菩薩以應斯行則順道已順道行則應大慈已順大慈則應大悲已順大悲則應大鎧已順大鎧則師子吼已師子吼則應化幻
이미 허깨비에 순응하면 곧 5도(道)에 들어가고, 이미 5도에 순응하면 곧 인연을 따라 들어가며, 이미 인연을 따라 들어가면 변하지 않는 바가 없으니, 이미 변한 데에 있으면 가는 것도 없고 오는 것도 없으며, 제도하되 제도하는 바가 없고 청정하되 청정한 바가 없으며, 밝되 밝히는 바가 없고, 깨닫되 깨닫는 바가 없어야 비로소 바르게 깨닫게[正覺] 되느니라.”
012_0694_b_14L順化幻則入五道已順五道則隨時已隨時入無所不變已在所變無去無來度無所度淨無所淨明無所明覺無所覺乃爲正覺
부처님께서 일왕에게 말씀하셨다.
“과거ㆍ미래ㆍ현재의 일과 시방의 모든 부처님의 법신(法身)이 평등함을 통달하려 하면 언제나 마땅히 이런 뜻을 믿고 분별하고자 해야 하며, 생사와 12인연을 좇아 일어나는 바와 3취의 우환과 5개(蓋)의 가림을 알고자 하면 마땅히 이런 뜻을 이해하면서 믿고 받들어 행할지니라.
012_0694_b_18L佛告日王欲達去來今現在事十方諸佛法身平等常當信樂分別此義欲知生死十二因緣所從興發三趣之患五蓋之覆當解此義信奉行之
012_0694_c_01L12부 경전의 요지를 알아서 3달(達)의 가르침을 열고 3탈(脫)에서 초월하여 3달지에 이르고자 하면 마땅히 이런 뜻을 알아야 하느니라. 마치 군(郡)ㆍ국(國)ㆍ현(縣)ㆍ읍(邑)과 언덕과 촌락과 온갖 곡식이며 풀ㆍ나무ㆍ약ㆍ과실수가 모두 땅으로 인하여 생기듯이, 보살이 이 지혜에 들면 교화하지 않는 바가 없으면서도 모두 그것을 성립시켜,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와 성문ㆍ연각에 이르게 하는 것도 모두 그것에 의지하고 기인하느니라.”
012_0694_b_22L欲了十二部經典之要開三達教越于三脫至三達智當解斯義猶郡國縣邑丘聚村落百穀草木藥果之樹皆因地生菩薩入斯慧無所不化成立之至于無上正眞之道聲聞緣覺皆依因之
부처님께서 이 법을 말씀하실 때에 일천왕과 왕후와 태자와 그 권속인 모든 하늘들은 모두 마음에 저절로 불기법인을 얻었으며, 10억의 하늘과 사람들이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일으켰다.
012_0694_c_05L佛說是時日天王王后太子眷屬諸天其心自然皆得不起法忍十億天人發無上正眞道意
그때에 세존께서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공중에 서서 헤아릴 수 없는 백천의 권속에게 에워싸인 채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012_0694_c_07L世尊卽從座起而立空中與無央數百千之衆眷屬圍繞以偈頌曰

하늘과 사람들은 환히 알지 못하고
아직까지 크기를 재기 어려워
5취(趣)에 헤매고 헷갈리는 것은
마치 고기가 낚시의 미끼를 문 것과 같으니라.
012_0694_c_09L天人不解了
從來難計量
迷惑於五趣
如魚著鉤餌

삼계는 마치 요술과 같아
황홀하여 처소를 보지 못하며
태어난 것 스스로 깨닫지 못함은
의식(意識)에 부림[使]을 받아서이니라.
012_0694_c_11L三界猶如幻
恍惚不見處
生者不自覺
爲意識所使

네 가지의 뒤바뀜에 떨어져
너무 불쌍하고 가여워할 만하니
스스로 몸이 항상 있다고 헤아리고
도(道)의 진리를 믿지 않느니라.
012_0694_c_12L墮于四顚倒
甚可愍哀憐
自計身有常
不信于道眞

온갖 것은 공(空)으로부터 나는 것인데
도리어 공의 지혜를 듣기 싫어하니
마치 사람이 어버이로부터 태어나나
오히려 부모에게 불효(不孝)하는 것과 같으며,
012_0694_c_13L一切從空生
反惡聞空慧
如人從親生更不孝父母

개가 변화하여 호랑이가 되어
사람을 위할 때를 깨닫지 못하고
곧 다시 집안사람을 해치며
친소(親疎)를 구별하지 못하는 것과 같으니라.
012_0694_c_15L貙者化爲虎
不覺爲人時
尋還害家中
不別其親疏

사람은 본래 공(空)으로부터 난 것이라
미울 것이 없는 것도 역시 그와 같거늘
음(陰)과 입(入)에 흐려서 어지러워지면
마치 취한 이가 나체(裸體)로 달리는 것과 같으니,
012_0694_c_16L人本從空生
憎無亦如是
迷亂於陰入
猶醉者裸馳

개가 다시 변하여 사람을 위하여야
비로소 집안의 친속을 알듯이
본래부터 없음을 분별하여야
비로소 온갖 것이 공임을 깨닫느니라.
012_0694_c_17L貙者變爲人
乃識家親屬
已分別本無
乃解一切空

공한 것은 공을 생각하지 않고
공도 또한 공을 보지 않나니
이미 나는 바가 없음 통달하여야
마침내 자연 그대로인 줄 알게 되느니라.
보살의 행을 구하면서
중생들을 제도 해탈하려 하면
온갖 법은 스스로 그러하여
마치 허깨비와 같은 줄 알아야 하나니,
012_0694_c_19L空者不念空
空亦不見空
已達無所生
乃能解自然
欲求菩薩行
度脫衆生類
當了一切法
自然如幻化

이런 지혜로 분별한 뒤에
그것을 따르면서 여의지 않으면
곧 깊고 미묘한 데에 들어가
방편과 지혜로 사람을 제도하리라.
012_0694_c_21L分別斯慧已
周旋不以難
則深入微妙
㩲慧開度人
012_0695_a_01L
부처님께서 이 법을 말씀하실 때에 수없는 억(億)의 하늘들과 허공의 모든 신(神)은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일으켰으며, 헤아릴 수 없는 보살은 불기법인을 얻었다.
부처님은 다시 유야리(維耶離)의 내씨수원(㮈氏樹園)으로 되돌아가셨다.
012_0694_c_23L佛說是時無數億天虛空諸神皆發無上正眞道意不可稱計菩薩得不起法忍佛還維耶離柰氏樹園
그때 성(城) 안에 해법도(解法度)라고 하는 큰 장자가 있었는데, 그는 전세(前世)에 수없는 백천의 부처님께 공양하여 일궈놓은 덕의 근본이 헤아릴 수 없이 많았으며, 모든 부처님께 머리 조아려 예배한 것도 한량없었다. 법담(法談)을 나누어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뜻에서 조금도 물러나지 않았다.
012_0695_a_03L爾時城中有大長者名曰解法度——供養先佛無數百千殖衆德本不可稱限稽首諸佛禮敬難量諮受法言於無上正眞道意志不退轉
불기법인으로 지혜를 내면서 도무극과 방편으로 제도한 바는 헤아리거나 말할 수도 없이 많았다. 그가 권속들과 함께 부처님께 와서 머리 숙여 예배한 뒤에 한쪽에 앉아서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께 공양하면 어떠한 공덕을 얻나이까?”
012_0695_a_07L不起法忍出於智慧所度無極善權所濟不可計議——與眷屬俱來詣佛所稽首畢一面坐叉手白佛供養世尊得何功德
부처님께서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꽃을 받들어 부처님께 뿌리면 태어날 적마다 단정하게 생기고 의복과 음식이 저절로 있으며, 향을 사르러 향기를 풍기면 몸이 향기로우면서 깨끗하고 이름과 덕이 멀리까지 퍼지며, 등불을 켠 이는 천안(天眼)이 밝고 슬기로워 어두운 데에 처하지 않고, 당기나 번기를 보시하면 있는 곳마다 풍요롭고 즐거우며 재보(財寶)가 한이 없으며, 비단 일산을 받쳐 드리는 이는 집을 얻게 되어 보호를 받아 드러나지 않는다.
012_0695_a_10L佛告長者奉華散佛生生端正衣飯自然燒香芬薰身體香潔名德遠聞其然燈者天眼明慧不處窈冥幢幡施者所在富樂財寶無限上繒蓋者致得屋宅覆蓋不露
음악과 창기(倡伎)로 부처님과 탑사(塔寺)를 즐겁게 하고 나아가 온갖 것을 즐겁게 하면 천이(天耳)를 얻어서 두루 꿰뚫어 들으며, 신발이나 탈것을 보시하면 가벼이 뛰어오르며 날 수 있고, 일심으로 부처님을 향하면 전생의 일을 알게 되며, 중생을 인자하게 살펴보면 온갖 마음을 알고, 법으로써 베풀어 주면 모든 번뇌가 다하게 되느니라. 음식으로 베풀어 주면 언제나 법회를 만난다.
012_0695_a_15L音樂倡伎樂佛塔寺及樂一切得天耳徹聽履屣車乘施者得輕擧能飛一心向佛得知宿慈察衆生知一切心以法施與得諸漏盡以食施與常値法會
의복으로써 베풀어 주면 32상과 80종호를 얻게 되니, 내가 멸도한 뒤에 그 어떤 이가 형상과 사리에 공양하면 공덕도 역시 이와 같아서 점차 법에 수순하게 되고, 이로 인하여 무위의 도를 건너게 되느니라.”
012_0695_a_19L以衣施與得三十二相八十種好我滅度後其有供養形像舍利德皆如是稍順法因斯得度無爲之道
012_0695_b_01L해법(解法) 장자가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정녕 공양에는 이 꽃ㆍ향ㆍ번기ㆍ일산ㆍ기악(伎樂)ㆍ신ㆍ탈것ㆍ음식과 의복보다 뛰어난 것이 있나이까?”
012_0695_a_22L解法長者復白佛言寧有供養殊過於斯華香幡蓋伎樂履屣車乘飯食衣服者乎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있느니라.”
佛言
또 물었다.
“어떤 것이옵니까?”
又問何所是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살의 뜻을 일으켜 온갖 중생의 처음으로부터 마지막까지의 우환(憂患)을 가엾이 여겨 제도하려 하며, 대자대비로 생사(生死)의 세계를 싫어하지 않고, 모든 총지(總持)와 3장(藏)의 상자[篋]와 아주 오묘하여 헤아리기 어려운 끝없는 지혜를 구하여 평등하게 3도(塗)를 없애고 삼보로써 인도하느니라.
012_0695_b_02L發菩薩意哀念一切終始之患欲令濟度大慈大悲不厭生死諸摠持三藏之奧優奧難量無極之慧平滅三塗導以三寶
공ㆍ무상ㆍ무원을 분별하면서 3탈문을 초월하고 세 가지 통달한 지혜[三達智]를 얻으며, 사람의 근본은 본래 처소가 없고 인연으로써 생긴다고 보며, 온갖 법도 또한 가고 오는 것이 없고 6정(情)도 자연 그대로여서 마치 물 위의 거품과 같다고 관하며, 4제(諦)에 진리가 없는 것은 마치 아지랑이와 같고 본래부터 없는 것이 곧 진리라는 것을 분명히 아느니라.
012_0695_b_06L分別於空無相無願超三脫門得三達智睹人根本本無處所因緣而生觀一切法亦無去來六情自然如水上沫四諦無諦譬如野馬了本無已乃爲正諦
자(慈)ㆍ비(悲)ㆍ희(喜)ㆍ호(護)와 보시를 법으로 여겨 중생을 사랑하고 많은 이들에게 권하고 이롭게 하면서 평등하게 온갖 중생을 이롭게 하며, 여섯 가지의 도무극과 선권방편으로 수순하면서 교화하되 생사를 미워하지 않느니라.
012_0695_b_11L慈悲喜護布施以法仁愛衆生勸益群黎等利一切六度無極善㩲方便隨順而化不惡生死
또 마치 나는 새가 공중을 날아다니는 것과 같이 처음부터 끝까지 즐거워하는 것이 꽃과 열매와 동산과 흐르는 샘과 암자와 같이 하면서 큰 성인의 진실하고 묘한 바다를 어기지 않느니라.
012_0695_b_13L又如飛鳥飛行空中樂于終始譬如華果苑園流泉戲廬不違大聖眞妙之海
네 악마를 두려워하지 않고 뭇 삿된 62견을 항복시키며, 96경의 미혹을 교화하고 성문이나 연각의 행을 버리며, 무아(無我)ㆍ무인(無人)ㆍ무수(無壽)ㆍ무명(無明)을 알아 바르고 참되며 위없는 대도(大道)를 좇아 수행하는 것이니, 이 공양이야말로 가장 뛰어나느니라.
012_0695_b_15L不畏四魔降伏衆邪六十二見化發九十六種諸徑之惑捨聲聞緣覺之行知無我無人無壽無命遵修正眞無上大斯供最勝
스스로 자기의 몸은 마치 허깨비와 같을 뿐이라고 관하고 12인연은 실마리가 없는 줄 분명히 아느니라. 그 까닭은 본래는 어리석음[癡]이 없었으나 연이 응하여 일어났기 때문이니라.
012_0695_b_19L自觀己身如幻化耳十二因緣了無端緖所以者何本無有癡緣對而興
어리석음으로부터 행(行)에 이르고, 행으로부터 식(識)에 이르며, 식으로부터 명색(名色)에 이르고, 명색으로부터 6입(入)에 이르며, 6입으로부터 습(習)에 이르고, 습으로부터 통(痛)에 이르며, 통으로부터 애(愛)에 이르고, 애로부터 취(取)에 이르며, 취로부터 유(有)에 이르고, 유로부터 생(生)에 이르며, 생으로부터 사(死)에 이르고, 사로부터 우(憂)ㆍ척(戚)ㆍ비(悲)ㆍ감(感)에 이르되 뜻[意]이 번거롭게 할 수는 없느니라.
012_0695_b_21L從癡致行從行致識從識致名色從名色致六入從六入致習從習致痛從痛致愛從愛致取從取致有從有致生從生致死從死致憂從憂慼悲感不可意惱
012_0695_c_01L본래부터 없음을 분명히 알면 오히려 치(癡)조차 없거늘 어찌 행ㆍ식ㆍ명색ㆍ육입ㆍ습ㆍ통ㆍ애ㆍ취ㆍ유ㆍ생ㆍ노사(老死)ㆍ우비(憂悲)의 괴로움이 있겠느냐? 영원히 없는 것이니라.
012_0695_c_01L了知本無尚無有癡何有行識名色六入習痛愛取有生老死憂悲之患永無有也
모든 연(緣)이 모두 제거되면 삼계에 머무르지 않고 열반도 좋아하지 않으며, 대도(大道)라는 생각[念]도 없고 작은 도라는 생각[小道想]도 없으며, 나고 늙고 죽는 데에 노니는 것이 마치 해와 달이 나오지도 않고 들어가지 않는데도 세간 사람에게는 나오는 것이 있고 들어가는 것이 있는 것과 같으니라.
012_0695_c_03L諸緣悉除不住三界不樂泥洹無大道念無小道想遊生老死譬如日月不出不入於世閒人有出有入
보살도 그와 같이 온갖 중생을 교화하면서 삼계에 나타내 보이되 3승의 가르침을 나타내어 곧 멸도(滅度)를 나타내면서 온갖 사람에게 모든 생멸을 보이지만, 보살의 법에서는 생멸이 없는 것이니, 이 공양이야말로 가장 뛰어나고 가장 존귀하고 으뜸이요 끝도 없고 밑도 없는 공양이니라.”
012_0695_c_06L菩薩如是開化一切現生三界說三乘教便現滅度於一切人見諸生滅菩薩法無有生滅是供養者最爲殊爲尊爲上無極無底之供養也
부처님께서 이 법을 말씀하실 때에 10만의 하늘과 사람들이 모두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냈으며, 해법 장자와 그 권속들은 모두 불퇴전과 불기법인을 이루었다.
012_0695_c_10L說是時十萬天人皆發無上正眞道解法長者及諸眷屬皆立不退轉不起法忍
이때 조의(調意)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무엇을 고르다[調]고 하고 무엇을 보배[寶]라 하나이까?”
012_0695_c_13L於是調意菩薩白佛言何謂爲調謂爲寶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설령 어떤 이가 욕설을 퍼붓고 회초리로 때리며 저주를 퍼붓는다 하여도 마음에 달라짐이 없고, 헐뜯고 욕되게 하고 오만하고 업신여기고 천히 여긴다 하여도 마음에 달라짐이 없으며, 또는 칭찬하고 공경하고 공덕을 널리 드날린다하여도 마음에 달라짐이 없느니라.
012_0695_c_15L佛言若有罵詈撾捶呪詛無有異毀辱輕慢陵侮唾賤心無有若稱譽恭順宣揚功德心無有異
설령 하늘의 복이나 전륜왕의 뛰어난 성왕의 지위나 애욕의 즐거움으로써 그에게 권하고 보인다 하여도 마음에 달라짐이 없으며, 가령 지옥ㆍ아귀ㆍ축생의 재앙과 괴이함으로써 두렵게 하고 핍박한다 하여도 마음에 달라짐이 없느니라.
012_0695_c_17L若稽首歸命跪拜尊敬心無有異以天福轉輪豪聖愛欲之樂以勸示心無有異假以地獄餓鬼畜生災怪恐逼心無有異
012_0696_a_01L 목숨이 비상(非常)ㆍ고(苦)ㆍ공(空)ㆍ비신(非身)인 줄 알면서 그것으로써 보이고 위로한다 하여도 마음에 달라짐이 없으며, 또는 성문이나 연각의 법으로써 권유하고 나아가게 한다 하여도 마음에 달라짐이 없고, 보살의 공하여 없는 지혜와 대승으로 그를 교화한다 하여도 마음에 달라짐이 없으면, 이것을 바로 고르다[調]고 하느니라.”
012_0695_c_21L知命非常苦空非身示以勳之心無有異若以聲聞緣覺之法用誘進之心無有異假以菩薩空無之慧大乘化之心無有異則謂調
“어떤 것을 보배라 하나이까?”
何謂爲寶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살의 마음을 내어 온갖 중생을 제도하려 하면 이것이 바로 보배요, 부처님을 존경하면서 외도(外道)를 따르지 않으면 이것이 바로 보배이며, 경 (經)을 이해하고 가르침을 따르면서 큰 교화에 거스르지 않으면 이것이 바로 보배요, 뭇 스님과 성인 대중에게 겸손하면서 공경하면 이것이 바로 보배이니라.
012_0696_a_02L佛言發菩薩心欲度一切斯則寶也尊敬於佛不隨外斯則寶也解經順教不逆大化則寶也謙敬衆僧及於聖衆斯則寶
온갖 것을 보시하되 아끼거나 바라는 바가 없으면 이것이 바로 보배요, 계율을 받들고 금제(禁制)를 따르면서 보살의 서원을 세우면 이것이 바로 보배이며, 인욕(忍辱)의 힘으로 뜻을 조복하여 산란하지 않으면 이것이 바로 보배요,
012_0696_a_06L布施一切無所悕望斯則寶也戒順禁發菩薩願斯則寶也忍辱之力伏意不亂斯則寶也
정진으로 힘쓰면서 도를 닦고 근본에 힘쓰면 이것이 바로 보배이며, 한마음으로 선정을 행하고 바르면서 삿되지 않으면 이것이 바로 보배요, 지혜가 깊고 미묘하면서 6쇠에 떨어지지 않으면 이것이 바로 보배이며, 선권방편으로 각각 그 처소를 얻으면 이것이 바로 보배이니라.
012_0696_a_08L精進恪勤修道務本斯則寶也一心行定正不邪斯則寶也智慧幽微不墮六衰則寶也善㩲方便各得其所斯則寶
인자한 마음이 넓으면서 뜻함이 넓어 좁지 않으면 이것이 바로 보배요, 언제나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품고서 위액(危厄)을 불쌍히 여기면 이것이 바로 보배이며, 편안하고 온화하면서 기뻐하게 하되 기뻐하지도 않고 슬퍼하지도 않으면 이것이 바로 보배요, 온갖 것을 옹호하면서 구제해 주지 않음이 없으면 이것이 바로 보배이니라.
012_0696_a_12L慈心弘普志不纖介斯則寶也懷悲愍矜哀危厄斯則寶也安和喜悅不忻不慼斯則寶也擁護一切無不救度斯則寶也
법으로써 베풀어 주되 도(道)로써 하지도 않고 속(俗)으로 하지도 않으면 이것이 바로 보배요, 중생을 어루만져 기르면서 사랑하거나 미워하는 바가 없으면 이것이 바로 보배이니라.
012_0696_a_15L以法施與不道不斯則寶也撫育衆生無所愛惡則寶也
힘써 보존하고 길이 이롭게 하면서 손실되게 하는 바가 없으면 이것이 바로 보배요, 온갖 것에 대해 평등하게 이롭게 하여 치우치거나 사악한 뜻이 없으면 이것이 바로 보배이며, 언제나 겸허하면서 마음을 비워 일찍이 오만하거나 방자한 일이 없으면 이것이 바로 보배이니라.
012_0696_a_17L務存長益無所損耗斯則寶等利一切無偏邪意斯則寶也執謙沖未嘗慢恣斯則寶也
설령 어떤 이가 욕설을 한다 해도 한(恨)을 맺지 않으면 이것이 바로 보배요, 혹 매로 때린다 해도 본래 몸은 없는 것이라고 헤아리면 이것이 바로 보배이며, 설사 화를 내며 해친다 해도 어질고 측은히 여겨 보답하면 이것이 바로 보배요,
012_0696_a_19L若有罵詈而不結恨斯則寶也假使撾捶計若無身斯則寶也設使怒害以仁惻斯則寶也
업신여긴다 해도 그의 악(惡)을 기억하지 않게 되면 이것이 바로 보배이며, 본래 몸이 없다는 것을 깨달아 나를 헤아리지 않으면 이것이 바로 보배요, 온갖 괴로움을 알면서 방일함을 좋아하지 않으면 이것이 바로 보배이니라.
012_0696_a_22L如令輕易不念其惡則寶也解知非身不計吾我斯則寶了一切苦不樂放逸斯則寶也
012_0696_b_01L물건은 나의 소유가 아니므로 물질에 현혹됨이 없으면 이것이 바로 보배요, 성문의 행을 버리면서 연각이 되지 않으면 이것이 바로 보배이며, 신통 변화를 숭상하여 닦아 다섯 가지로부터 여섯 가지에 이르면 이것이 바로 보배요, 예순두 가지를 버리고 삿된 견해에 떨어지지 않으면 이것이 바로 보배이니라.
012_0696_b_01L非我有無色眩惑斯則寶也捨聲聞行不爲緣覺斯則寶也尚修神化于五至六斯則寶也釋六十二不墮邪斯則寶也
열반에 안주하지 않고 생사에도 위태하지 않으면 이것이 바로 보배요, 언제나 큰 법으로써 아직 듣지 못한 이를 깨우쳐 교화하면 이것이 바로 보배이며, 모든 사람들을 위하여 법의 다리[法橋]를 나타내어 보이면서 모든 재액으로부터 구제하여 주면 이것이 바로 보배요, 삼계가 공이요 온갖 것이 본래 그대로인 줄 이해하면 이것이 바로 보배이니라.”
012_0696_b_05L不安泥洹不危生死則寶也常以大法開化未聞斯則寶爲一切人示現法橋救攝諸厄則寶也解三界空一切自然斯則寶也
연화정(蓮華淨)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무엇을 보살이 청정한 행에 이르게 된다 하나이까?”
012_0696_b_08L蓮花淨菩薩白佛言何謂菩薩得至淨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애욕에 더러워지지 않으면 이것을 곧 청정이라 하고, 마음이 언제나 깨끗하면서 성내는 독[恚毒]을 따르지 않으면 이것이 곧 청정이며, 삼계의 티끌에 물들거나 막히지 않으면 이것이 곧 청정이요, 멸도(滅度)를 요행으로 여기지 않고 생사를 무시하지 않으면 이것이 곧 청정이요,
012_0696_b_10L世尊曰不爲愛欲所點污斯則淸淨心常光潔不協恚毒斯則淸淨於三界塵無所染㝵斯則淸淨不僥滅度不忍生死斯則淸淨
처음과 마지막을 헤아리지 않으면서 무위(無爲)에 나고 들고 하면 이것이 곧 청정이요, 언제나 대자(大慈)를 행하면서 대애(大哀)를 버리지 않으면 이것이 곧 청정이요, 대도(大道)라는 생각이 없고 소도(小道)를 구함도 없으면 이것이 곧 청정한 것이니라.”
012_0696_b_13L不計終始出入無爲斯則淸淨常行大慈不捨大哀斯則淸淨無大道想無小道求斯則淸淨
광영(光英)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어떠한 인연으로 보살은 광명이 널리 비춘다 하나이까?”
012_0696_b_16L光英菩薩白佛言何因菩薩光耀普照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탑과 절에 등불을 켜고 학문(學問)과 지혜를 널리 모으되 만족함이 없으며, 도의 밝음[道明]을 드러내 주면서 참과 거짓을 통달하게 하고 성전(聖典)의 12부경(部經)을 좇아 익히게 하며, 모든 유의 바다[有海]인 12인연을 제도하고 언제나 대승에 뜻을 두면서 뭇 사람들의 우환을 없애고 미묘한 지혜에 이르면, 이것을 바로 보살이 광명을 널리 비춘다 하느니라.”
012_0696_b_17L佛言然燈廟寺學問智慧博綜無厭顯授道明令達眞僞習聖典十二部經度諸有海二六牽常志大乘消衆人患至微妙慧則菩薩光耀普照
해박(解縛)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어떠한 연유로 보살은 온갖 속박을 해탈하나이까?”
012_0696_b_21L解縛菩薩白佛言何緣菩薩解一切
012_0696_c_01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세 가지 처소가 공한 줄 분명히 알아 과거ㆍ미래ㆍ현재에 대하여 생각이나 집착하는 바가 없으면 3구(垢)가 곧 제거되고, 색이 공한 줄 분별하면서 통(痛)ㆍ상(想)ㆍ행(行)ㆍ식(識)도 역시 그와 같아 온갖 것은 본래 없는 것이라 집착하지도 않고 끊지도 않으며, 하나도 구할 바가 없는지라 역시 버리는 바도 없으니, 이것이 바로 보살이 온갖 속박을 해탈하는 것이니라.”
012_0696_b_23L佛言了三處空於去來今無所想著三垢則除分別色空痛想行識亦復如是一切本無不著不斷一無所求亦無所捨是爲菩薩解一切縛
보사(寶事)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무엇으로써 보배를 삼으며 무엇으로써 돌[石]을 삼나이까?”
012_0696_c_03L寶事菩薩白佛言以何爲寶以何爲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불(佛)ㆍ법(法)ㆍ중(衆)에 귀의하고 그릇된 법에는 귀의하지 않으며, 모든 96경(經)을 버리고 성문이나 연각을 원하지 않으면서 언제나 대도(大道)에 뜻을 두며, 대자대비로 중생의 5도의 미혹을 구제하는 이것이 바로 보배가 되는 것이며, 12인연에 잘못 헷갈리고 큰 법의 공하여 없는 지혜를 알지 못하면 이것은 바로 돌이 되는 것이니라.”
012_0696_c_05L世尊曰歸佛法衆不爲非法棄捨諸徑九十六種不願聲聞緣覺常志大道大慈大悲救濟衆生五道之惑是則爲寶十二因緣所見迷謬不識大法空無之慧是則爲石
은시(恩施)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무엇을 보살이 중생에게 은혜를 베푼다 하나이까?”
012_0696_c_09L恩施菩薩白佛言何謂菩薩施恩衆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직 뜻을 내지 못한 이로 하여금 모두 발심하게 하고, 물러나는 이로 하여금 물러나지 않게 하며, 모든 생기는 것에서는 생기는 바가 없게 하고, 아직 완전히 갖추지 못한 이로 하여금 일생보처에 이르게 하는 것이니, 이것이 바로 보살이 온갖 중생에게 은혜를 베푼다는 것이니라.”
012_0696_c_11L佛言其未發意者皆令發之其退轉者使不退轉於諸所生使無所起其未具足至一生補處是爲菩薩施恩於一切
제천(帝天)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무엇을 보살이 모든 하늘을 능히 교화한다 하나이까?”
012_0696_c_14L帝天菩薩白佛言何謂菩薩能化諸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욕계(欲界)에 있으면서 욕심의 덧없음을 나타내는 것은 마치 사람이 꿈에 청정한 행을 보이는 것과 같고, 색계(色界)에 있을 때는 그들을 위하여 크게 인자한 보살의 행을 나타내며, 무색계(無色界)에 있을 때는 그들을 위하여 깊고 묘한 법을 나타내되 의지하거나 기대는 바가 없으니, 욕계에 의뢰하지도 않고 색계에 의뢰하지도 않고 무색계에 의뢰하지도 않으며, 소승에 의지하지도 않고 대승에도 의지하지도 않느니라. 이것이 바로 보살이 모든 하늘들을 능히 교화한다 하느니라.”
012_0696_c_16L佛言在於欲界現欲無常譬如人夢示淸淨行在于色界爲現大慈菩薩之行在無色界爲現深妙之法所依猗不猗欲界不猗色界不猗無色界不猗小乘不猗大道是爲菩薩能化諸天
수천(水天)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무엇을 보살이 본래 청정함을 안다 하나이까?”
012_0696_c_21L水天菩薩白佛言何謂菩薩解知本
012_0697_a_01L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보살은 온갖 법은 요술과 같고 변화와 같아서 일체 법은 본래부터 없다고 분명히 아는 것은, 마치 물의 근원은 본래 처음에 청정하여 더럽거나 흐림이 없는 것과 같으니라. 그 까닭은 물이 마침 일정하게 머물러 있으면 청정하여 그대로이기 때문이니, 본래부터 없음을 알면 곧 법신(法身)을 체득하느니라.”
012_0696_c_23L世尊告曰菩薩了知一切諸法如幻如化一切本無譬如水原本初淸淨無有垢濁所以者何水適定住則淸如故以了本無便逮法身
대도사(大導師)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무엇을 보살이 모든 중생을 위하여 인도한다 하나이까?”
012_0697_a_03L大導師菩薩白佛言何謂菩薩爲一切導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간탐(慳貪)한 이를 보면 인도하여 보시하게 하고, 방일(放逸)한 이면 인도하여 계율을 지키게 하며, 성을 내는 이면 인도하여 인욕하게 하고, 게으른 이면 인도하여 정진하게 하며, 뜻이 산란한 이면 인도하여 한마음이 되게 하고, 어리석고 어두운 이면 인도하여 지혜롭게 하며, 그에게 도의 마음이 없으면 그를 대승으로 인도하는 것이니, 이것을 바로 보살이 온갖 중생을 위하여 인도한다 하느니라.”
012_0697_a_05L世尊告曰見慳貪者導令布施放逸者導令護戒恚怒者導令忍辱懈怠者導令精進亂意者導令一心愚冥者導令智慧其無道心者導之大乘是爲菩薩爲一切導
용시(龍施)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무엇을 보살이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는다 하나이까?”
012_0697_a_09L龍施菩薩白佛言何謂菩薩不惜身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보살은 세간에 있는 바는 무상ㆍ고ㆍ공ㆍ비신이요, 나에게는 본래 몸이 있지 않고 몸은 나의 소유가 아니며, 온갖 것은 그림자가 형상으로 인하여 나타나는 것과 같다고 관하는 것이니, 생사도 그와 같이 마음으로부터 이루어지는 것이니라.
012_0697_a_11L世尊告曰菩薩觀世所有非常苦空非身我不有身身非我有一切如影因形而現生死如是從心而成
온갖 것이 공인 줄 알면 모두가 할 바도 없고, 나는 자연이며 내가 자연이므로 생사도 자연이요, 생사가 자연이므로 열반도 자연이며, 열반이 자연이므로 대도(大道)도 자연인 것이니라. 이것을 바로 보살이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는다 하느니라.”
012_0697_a_13L一切空皆無所求吾我自然吾我自然生死自然生死自然泥洹自然洹自然大道自然是爲菩薩不惜身命
그때 범천(梵天)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법의 크기가 너무도 커 제대로 만나기 어렵사옵니다. 수없는 겁 동안 행을 쌓고 덕을 쌓아야 비로소 비슷하게나마 소리를 듣게 되는데, 다행히 큰 성인을 만나 이 법을 듣게 되었으니, 보살의 정전(正典)과 요긴하고 미묘한 교화와 깊디깊은 뜻에 공양하나이다.
012_0697_a_17L爾時梵天白佛言甚哉法之大也難値遇從無數劫積行累德乃髣髴聞音幸遭大聖得聞斯法供養菩薩正典要妙之化深邃之義
이미 받들면서 여러 번 듣고 이 법을 통달한 까닭에 그 사람으로 하여금 행(行)에 의거하여 이름을 붙이게 하며, 그가 이 경을 들으면 벌써 부처님을 뵌 것이 되고 귀로 미묘한 지혜를 들은 것이며 성인 대중을 공양하고 받든 것이오니, 하늘 길[天路]을 건너고 3취에서 벗어나 위없이 바르고 평등한 도의 뜻을 내게 하나이다.
012_0697_a_21L已奉屢聽解達是法故使彼人依行六號其聞斯經爲已見佛耳聆妙慧供奉聖衆天路拔三趣使發無上正眞道意
012_0697_b_01L 몸소 3탈(脫)을 이해하고 3달(達)을 폐하지 않으며, 비록 아직 도(道)에 이르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 덕(德)은 점차로 커지므로 초승달과 같고, 사자새끼가 두려워하거나 어려움 없이 자유로이 제 마음대로 하는 것과 같으며, 모든 하늘ㆍ용ㆍ신이 모두 그를 호위하고 뭇 악마와 삿된 악이 저절로 조복되며, 있게 되는 곳의 주(洲)ㆍ성(城)ㆍ군(郡)ㆍ국(國)ㆍ현(縣)ㆍ읍(邑)에서 모두 공경하지 않음이 없고, 출입(出入)에는 법도[節]에 상응하며, 시방의 모든 부처님께서 위신(威神)으로 교화하고 도우시리이다.”
012_0697_b_01L解三脫不廢三達雖未至道其德漸如月初生如師子子無所畏難自在由己諸天龍神悉衛護之衆魔邪惡自然爲伏所在州城郡國縣邑莫不敬重出入應節十方諸佛威神化祐
이때에 사천왕(四天王)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즐겁고도 즐겁습니다. 큰 성인께서 넓으신 은혜로 정신이 흐린 세상에 출현하시어 저희들로 하여금 가까이서 편히 머무르면서 이런 미묘한 교화를 만나게 하셨습니다. 보살의 순수한 지혜는 마치 하늘 가운데 하늘과 같으니 어떤 여의주(如意珠)를 얻어서 모든 원대로 하게 된다면 그 사람의 기쁨이 어찌 조그만 양이라 하겠나이까?
012_0697_b_06L於時四天王白佛言快哉甚善大聖洪恩現神濁世令我之等得覲安住遇斯妙化菩薩純慧如天中天有人發行入于大海獲如意珠爲一切願其人欣豫豈可訾量
저희들도 그와 같이 이 큰 모임에 나와 상호(相好)를 뵙고서 은택을 얻고 불법을 듣고서 감로를 받았으니, 보살을 따라 모범으로 여기는 것은 마치 큰 바다에 들어가 이런 보주(寶珠)를 얻은 것과 같습니다. 마땅히 널리 유포하여 동지(同志)에게 드러내 보여 보살행을 하게 해야 하며, 아직 믿고 좋아하지 못하는 모든 하늘들은 복된 무리에 의지하여 널리 뻗치면서 마음이 열리어 받아 배우게 해야 하리니, 그들이 믿고 좋아하면 배(倍)로 견고하게 나아가 물러나지 않게 되리이다.”
012_0697_b_11L我等如是詣斯大會瞻戴慈澤聽受甘露菩薩景則猶入大海得茲寶珠當以宣布顯示同志爲菩薩行未曾信樂諸天之衆依福徒類當令亘然如開心受學信樂者倍令堅進而不迴轉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장하구나. 사천왕아, 진실로 말한 바와 같으니라. 이 큰 법이야말로 보기도 듣기도 어려우며, 만일 한 번 발을 헛디뎌 넘어지면 법과는 영원히 어긋나게 되어서 억천 겁에서도 만날 수 없는 것이 마치 한 개의 바늘이 깊은 바다에 떨어진 것과 같으니, 반복하여 찾고 구한들 어찌 쉽게 찾을 수 있겠느냐?”
012_0697_b_16L佛言善哉四王誠如所云斯大法者難可見聞若一蹉跌與法永違於億千劫未卒値遇猶如一鍼墮深大海反覆求索寧易致乎
사천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매우 어렵고 매우 어렵습니다. 천중천(天中天)이시여.”
012_0697_b_20L四王白佛難甚難天中天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요전(要典)의 보살의 깊은 법을 듣고서도 믿고 좋아하지 않고 상실하여 읊고 외우지 않으면 오랜 겁 동안 샛길로 잘못 들어 다시는 만날 수 없느니라.
012_0697_b_21L佛言聞斯要典菩薩深法而不信樂失不諷誦累劫徼錯不可再遭
012_0697_c_01L 이 때문에 모든 어진 이들이 스스로 최선을 다하여 있는 곳마다 부처님을 뵙고 깊고 묘한 법을 들어 빨리 위없는 빠르고 참된 도에 이르고자 하면 반드시 부지런히 읽고 외우고 받들어 지녀야 하며, 아직 듣지 못한 이로 하여금 여기저기 보이면서 그 뜻을 알기 쉽게 풀어주어 이 큰 법전의 은혜를 입게 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날마다 닦으면서 차츰차츰 교화하면 그 복이야말로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012_0697_b_23L是故諸仁欲得自致所在見佛聞深妙法疾至無上正眞道者當勤執翫讀誦奉持散示未聞敷演其義使蒙洪典令人日修展轉相化其福難測
가령 삼천대천세계에 여래께서 가득 차 계실 적에 어떤 족성자(族姓子)나 족성녀(族姓女)가 백천 겁 동안 공양하고 받들어 섬기면서 온갖 편안한 것을 베풀거나 또는 부처님께서 멸도(滅度)하신 뒤에 저마다 7보로 탑을 우뚝 세우되 위로 24천까지 닿게 하고는 번기ㆍ일산ㆍ풍악ㆍ노래ㆍ게송으로써 역시 백천 겁 동안 공양한다 하면 그 복이 많겠느냐?”
012_0697_c_04L正使三千大千世界如來充滿若族姓子族姓女供養奉事百千劫一切施安佛滅度後各各興塔七寶跱立上至二十四天供養幡蓋伎樂歌頌亦百千劫福寧多不
사천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매우 많아서 끝이 없습니다. 천중천이시여, 비유할 수조차도 할 수 없습니다.”
012_0697_c_08L四王白佛甚多無極天中天不可譬喩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나 어떤 이가 이 삼매(三昧)의 열 가지 법과 초일명정과 여섯 가지 도무극과 선권방편을 받으면 이 복이 그것보다 뛰어나니, 그 까닭은 비록 부처님을 모시고 공양한다 하더라도 이 부처님께서 전해 주신 법전을 받아 큰 성인의 명(命)을 쫓는 것보다는 못하기 때문이니, 온갖 보살행을 하는 모든 배우는 이들은 이 깊은 경전으로 말미암아 스스로 부처님이 되기 때문이니라.”
012_0697_c_09L其有受斯三昧十法超日明定度無極善權方便福越於彼所以者雖供侍佛不如受斯佛之遺典從大聖命諸行菩薩一切學者皆由深經自致得佛
이때 혜시(慧施)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 법은 매우 깊고 깊은지라 만일 어떤 이가 믿고 좋아하면서 비방하지 않으면 그는 부처님의 보호를 받고 있는 줄 알아야 하겠지만, 듣고서도 기뻐하지 않고 의심하면서 비방하며 베껴 쓰거나 읊거나 외우지도 않으며, 이미 스스로가 외우지도 않으면서 아울러 다른 사람까지 하지 못하게 하여 따라 배우지 못하게 하거나 하면, 그 죄는 헤아리기도 어려워서 세상에서마다 스스로 잘못된 3취에 떨어지고 스스로 독약을 먹고 다시 다른 사람에게도 마시게 하며, 제 몸과 목숨을 위태롭게 하여 함정이나 어두운 데에 몸을 던지면서 또 여러 사람까지도 위태롭게 하는 것이옵니다.
012_0697_c_14L於時慧施菩薩白佛言斯法甚深甚若有信樂而不誹謗知爲佛之所聞不悅欣狐疑譏訕不寫諷誦不自誦幷止餘人使不遵學罪難計世世自誤墮墜三趣自服毒藥復飮他人自危身命投陷盲冥又危衆
012_0698_a_01L이 큰 법이야말로 뭇 광명의 근원이로되 그 큰 것을 헐어버리고 미세한 번뇌로 나아간다면 재앙과 허물은 한이 없어서 태어날 때마다 삼보를 멀리하여 여덟 가지에 처하게 됩니다. 어떤 것을 여덟 가지의 처함이라 하는가? 첫째는 변두리 땅이요, 둘째는 외도(外道)이며, 셋째는 가난하여 없는 이요, 넷째는 비천한 이이며, 다섯째는 수명이 짧고, 여섯째는 못생기고 남루하며, 일곱째는 사람들이 미워하고 싫어하게 되며, 여덟째는 오랑캐가 되는 것이옵니다.
012_0697_c_21L斯大法者衆明之元毀巨就細殃舋難限生遠三寶甘在八處何謂八一曰邊地二曰外道三曰貧匱四曰下賤五曰短命六曰醜陋七曰人所憎惡八曰夷人
법을 알지 못한 어떤 이가 비방하면서 믿지 않고 대승(大乘)의 업(業)을 좋아하지 않으면, 이 여덟 가지의 악에 돌아갈 것이니, 후회하게 된들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012_0698_a_02L不解法者其有誹謗不信不樂大乘之業歸于八惡悔之無及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장하도다. 진실로 너의 말과 같으니, 그 말한 바와 조금도 다름이 없도다. 기억해 보면, 옛날 무수겁(無數劫) 때에 보살의 뜻을 일으켜 처음 배우기 시작하면서 출가하여 욕심을 여의고 비구가 된 이가 있었으니, 이름은 법락(法樂)이었느니라. 그는 여러 가지 잡된 글귀와 겉모양을 화려하게 꾸민 글들을 좋아하고 숭상하여, 대승의 길고 묘한 교화에는 뜻을 두지 않고, 오히려 부처님의 정전(正典)은 거짓이라 비난하며, 이에 4아함인 소승으로써 과를 증득[果證]하기를 구하면서 이것을 바른 가르침이라 여기느니라.
012_0698_a_04L佛言善哉誠如所云所云無異憶念往古無數劫時發菩薩意始學之初出家離欲得爲比丘名曰法樂好尚雜句嚴飾之文不志大乘深妙之化謂爲虛僞非佛正典乃以四阿含懷來果證以爲雅誨
이때 크게 배우면서 대승을 믿는 지도무극(智度無極)이라는 이가 있었는데, 공하여 없는 지혜를 강설하였으니, 그 내용은 깊고 오묘하며 끝이 없었다. 이에 오랫동안 범행(梵行)을 닦으면서 모두가 다 함께 읊고 외웠다. 뜻을 알기 쉽게 말하여 널리 유포시켜서 4배(輩)들은 이를 흡족히 들었다.
012_0698_a_09L時有大學信大乘者名智度無極講空無慧深奧無際久修梵行悉共諷誦敷陳旨要宣布流美四輩洽聞
이때 법락 비구가 그 위에 앉아 있다가 혜품(慧品)을 외우는 것을 듣고, 문득 그것을 비방하기를 ‘부처님의 가르침이 아니다’라고 하고 스스로 함께 지어 보태면서 부디 수행하지 말라고 하였으므로, 그는 이 죄로 인하여 큰 지옥에 떨어져 열여덟 종류의 감옥에서 갖은 혹독한 고통을 받으며 여러 겁을 지냈었느니라.”
012_0698_a_12L法樂比丘所在坐上聞誦慧品輒誹謗之云非佛教自共撰合愼勿修行用因此罪墮大地獄十八囹圄受殃酷痛彌歷年劫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의 국토가 겁이 다할 적에 불에 타 없어지고 수재(水災)로 쓸어 없어지게 될 터인데 그 고통이 어찌 멈추지 않겠나이까?”
012_0698_a_15L難白佛言如令佛國劫盡燒壞水災蕩溢痛寧息不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잠시라도 멈추거나 그만두게 되지 않느니라. 그 까닭은 만일 그 나라가 파괴되어 다하면 다른 지방의 부처님 세계의 감옥으로 옮겨가기 때문이니라. 왜냐하면 이 크고 높은 법은 3도(塗)가 말미암은 바요, 과거ㆍ미래ㆍ현재의 부처님의 부모이기 때문이니, 만일 비방하게 되면 그 재앙은 썩어 없어지지 않느니라.”
012_0698_a_17L佛言不得休廢所以者何若國壞盡徙至他方佛界囹圄所以者何斯大尊法三塗所由去來今佛之父母也假使誹謗殃舋不朽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때의 법락 비구를 알고자 하느냐?”
012_0698_a_20L佛告阿難欲知爾時法樂比丘不
대답하였다.
“저로서는 미치지 못하옵니다.”
012_0698_a_21L答曰不及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바로 지금의 나이니라. 그러므로 몸과 입과 뜻을 수호하면서 망령되이 비방하지 말라. 이미 악도에 떨어지고 나면 극심한 고문을 후회한다 하여도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012_0698_a_22L佛言則吾身是用是之故護身口意勿妄謗訕已墮惡道考掠劇者悔當何及
012_0698_b_01L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후 말세(末世) 사람은 유학(有學)의 법을 보고 부처님의 제자가 되어 밝게 통달하여 지혜로우면서도, 대승을 연설하며 펼 적에는 여기저기서 의심을 하고 공양하는 이를 질투하며 비방하면서 지혜가 없다고 여기며 사람을 미워했기 때문에, 함께 깊은 경전을 헐뜯은 것이니 만족스럽게 밝힌 것이라고 하지 못한다. 가령 비유를 들면 한 부모에 십여 명의 아들이 있을 적에 형제끼리 서로 미워하면 아울러 그 두 어버이를 비방하게 되는 것과 같으니라.
012_0698_b_01L佛告阿難後末世人睹有學法爲佛弟子聰達智慧演宣大乘散結狐疑嫉供養者謗謂無智用憎人故幷毀深經云不足宣假喩言之如一父母有十餘子兄弟相憎幷謗二親
그러하느니라. 아난아, 장차 오는 세상의 사람들이 동학(同學)을 미워하고 정법(正法)을 비방하면 그 사람이 받을 죄는 헤아릴 수도 없고 비유로도 다할 수 없느니라.”
012_0698_b_06L如是阿難當來世人憎嫉同學誹謗正法其人受罪不可計盡無以盡喩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가령 스스로 깨쳐서 허물을 뉘우치게 된다면 어떻게 되나이까?”
012_0698_b_08L阿難白佛言假使自覺則悔過當云何乎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사람의 재앙과 허물이 점차 경미해지리니 비록 뒤에 허물을 얻게 된다 하더라도 속히 해탈할 것이니라. 그러므로 자기 자신을 반성하여 마음과 입을 단속하여 경망하게 말하는 일이 없어야 하느니라.”
012_0698_b_09L佛言其人殃咎轉當微雖後獲舋速得解脫故當自省改變心口無輕妄語也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경전을 받아 지니어 읊고 외우고 읽으면서 널리 다른 사람을 위하여 연설하며 두루 펴서 퍼뜨리면 복조(福祚)가 한량없고, 모든 하늘ㆍ용ㆍ신(神)ㆍ건답화(揵沓惒)ㆍ아수륜(阿修倫)ㆍ가류라(迦留羅)ㆍ진타라(眞陀羅)ㆍ마휴륵(摩休勒)이 모두 함께 옹호하며, 이 경을 배우는 이는 모든 불세존께서 옹호하시느니라.
012_0698_b_11L佛告阿難受斯經典持諷誦讀廣爲人說頒宣周遍福祚難量諸天揵沓和阿須倫迦留羅眞陁羅摩休悉共擁護學斯經者諸佛世尊悉共擁護
또 사나운 사자ㆍ범ㆍ이리ㆍ곰 따위도 감히 번거롭게 하는 것이 없으며, 걸어 다니거나 들고 나는 데에도 언제나 자유롭고, 일찍이 나쁜 꿈을 꾸는 일도 없으며, 꿈속에서는 다만 부처님과 탑만을 볼 뿐이니라.
012_0698_b_16L若猛師子虎狼熊羆無敢嬈行步出入常得自在未曾惡夢中但見佛塔
뜻이 고요한 4배(輩)의 도사(道士)가 경을 해설하게 되면 하늘ㆍ용ㆍ귀신 모두가 그를 보고 싶어하며, 모든 불세존께서도 역시 그와 같이 하시며, 4대천왕과 제석ㆍ범왕도 모두 그를 보고 싶어하면서 다 함께 옹호하리니, 깊은 법인 보살의 협장(篋藏)의 초일명정(超日明定)의 높은 정을 좋아하기 때문이니라.”
012_0698_b_18L寂志四輩道士說經龍鬼神皆欲見之諸佛世尊亦復如四大天王帝釋梵王皆欲見之悉共擁護用樂深法菩薩篋藏超日明尊定故
이때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佛時頌曰

이 경전을 배우는 이는
모든 하늘이 다 옹호하게 되며
용과 신과 아수륜과
진타라와 마휴륵과
012_0698_b_22L學斯經典者
諸天悉擁護
龍神阿須倫
眞陁摩休勒
012_0698_c_01L
가류라 등 온갖 것들이
감히 범하거나 번거롭게 함이 없네.
시방의 부처님은 위신(威神)으로써
모두 함께 그를 가르치고 인도하네.
012_0698_c_01L迦留羅一切
無敢犯嬈者
十方佛威神
皆共授導之

하늘의 제석천과 범천왕과
크게 신령하고 묘한 모든 하늘들과
허공에서 세간 다스리는 이[持世者]들은
흠앙(欽仰)하며 모두가 보고 싶어하느니라.
눕고 일어나는 데 언제나 편안하고
일찍이 갑작스러운 일이 없으며
꿈속에선 탑과 절을 보게 되고
나쁜 인연들은 보지 않느니라.
012_0698_c_02L天帝釋梵王
諸大神妙天
虛空持世者
欽渴悉欲見
臥起常安詳
未曾有卒暴
夢中見塔寺
不睹惡因緣

깊은 경전을 체득하여 알아
언제나 힘쓰면서 분별하여 연설하면
듣는 이는 거침없이 통달하여
대승에 대하여 의심하지 않으리라.
012_0698_c_05L體解深經典
常務分別說
聞者則暢達
不疑于大乘

지견(知見)이 없고 복이 적은 이는
믿지 않으면서 바른 경전을 헐뜯고
거짓이라 하여 스스로 지으면서
부처님의 말씀이 아니라고 하느니라.
012_0698_c_06L無知少福者
不信毀正經
謂虛自合作
非佛之所說

그러면서 배우는 이들을 질투하고
아울러 넓고 바른 가르침을 비방하니,
마치 형제끼리 서로 미워하고 비방하면
그것이 두 어버이에게 미치는 것 같으니라.
012_0698_c_07L以嫉妒學者
幷謗弘雅訓
如兄弟相憎
幷訕及二親

그때 대광(大光)이라는 보살이 있다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무엇을 빛이라 하고 무엇을 밝음이라 하나이까?”
012_0698_c_09L爾時有菩薩名曰大光白佛言何謂爲光何謂爲明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분명히 알고 지혜가 밝아 마음이 마치 허공과 같이 시방의 과거ㆍ현재ㆍ미래인 3세의 일을 보면서 막히는 바가 없으면, 방편으로 중생을 제도하는 지혜[權智]를 체득하고 신통을 완전히 통달하며, 앉아서 모든 중생의 근원을 보고 과거와 미래의 인연이라는 생각이 없으며, 4대가 장애되지 않고 철위산(鐵圍山)과 대철위산의 보배산들도 장애되지 않으며, 땅ㆍ물ㆍ불ㆍ바람에 들고 나는 것에도 장애가 없느니라.
012_0698_c_11L世尊告曰解了慧明心如虛空睹見十方去來現在三世之事無所罣㝵逮得權智神通已達睹一切衆生根原無有去來因緣之不㝵四大不罣鐵圍大鐵圍寶山於地水火風出入無閒
왜냐하면 땅은 모두 공(空)하기 때문이니, 들어가되 땅을 해체하지 않는다. 만약 땅이 공(空)하지 않다면 물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어서 물이 들어가지도 못하거니와2), 공하기 때문에 차츰 서로 열리고 통하는 것이니, 마치 사람 몸에는 털구멍이 99만 개 있는 것과 같으니라. 이미 신통을 얻은 이는 몸이 있다고 보지 않는지라 텅 비고 공하다고 살펴 알아서 걸림이 없는 것과 같으니, 이것을 바로 빛이라 하느니라.
012_0698_c_16L所以者何皆空故入不解地地不空者我不得水不得入以空之故轉相開通人體中毛孔九十九萬已神通者不見有身察之虛空無所罣㝵是謂爲
온갖 마음이 이미 생긴 것과 아직 생기지 않은 것과 뜻이 있는 것과 뜻이 없는 것과 도의 마음과 세속의 마음과 번뇌의 마음과 다한 마음과 번뇌 없는 마음을 보고 모조리 다 환히 깨달아 알아서, 그들을 위하여 뜻을 강설하며 저마다 처소를 얻게 하는 것이니, 이것이 바로 밝음이니라.”
012_0698_c_21L睹一切心已生未生有志無志心俗心痛心盡心無漏之心悉曉了之而爲講義各令得所是謂爲明
012_0699_a_01L이 말씀을 하실 때에 수없는 보살 모두가 신통을 얻었고, 한량없는 광명이 널리 시방을 비추었다.
012_0698_c_23L說是語時無數菩薩皆得神通光明無量普照十方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경전을 받아서 아직 듣지 못한 이들에게 널리 펴 보여 유포하면, 이에 중생들이 제도되어 바르고 참된 데에 이르게 될 것이니라.”
012_0699_a_02L佛告阿難受斯經典宣示未聞令得流布衆生蒙度以致正眞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오직 법요만을 받아 지녀야 할 것이니, 이 경의 이름을 무엇이라 하오리까?”
012_0699_a_04L阿難白佛惟當受持要者何名此經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경 이름은 ‘초일명삼매경(超日明三昧經)’이며, 또 이름하여 ‘십정경(十定經)’이라고 하라. 부처님의 결정된 가르침이라 성취하는 바가 많으리니, 비유하면 해와 달이 사방을 두루 비출 적에 온갖 곡식과 초목과 만물이 변화하여 모두가 그로 인하여 성숙하게 되는 것과 같으니라.
012_0699_a_05L佛言超日明三昧又名十定佛之決教多所成就譬如日明遍照四域百穀草木萬物變化皆因成熟
이 정(定)도 그와 같이 온갖 시방의 5도 생사에서 스스로 구제하지 못한 이를 비롯해 성문ㆍ연각 그리고 보살 대도(大道)도 모두가 이 정(定)으로 말미암아 이루어지고 제도되느니라.
012_0699_a_08L斯定若茲一切十方五道生死莫能自濟聲聞緣覺菩薩大道皆由斯定而得成濟
설령 천만 겁 동안 6도(度)를 받들어 행하더라도 바라는 생각이 있다면 이 초일명정을 통달하는 것보다는 못하며, 큰 지혜의 광명으로써 시방을 비추는 덕(德)은 그것보다 훨씬 뛰어나느니라.”
012_0699_a_10L若千萬劫奉行六度而有望想不如達斯超日明定以大慧光炤於十方德喩於彼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어 마치시자, 현자 아난과 큰 보살 대중과 모든 하늘ㆍ용ㆍ신ㆍ아수륜 등이 기뻐하며 예배하고 떠나갔다.
012_0699_a_13L佛所說如是賢者阿難大菩薩諸天龍神阿須倫等莫不歡喜禮而去
佛說超日明三昧經卷下
辛丑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
  1. 1)수기(受記)와 같은 말로서 결정한 기별(記別)을 받는 것을 말한다.
  2. 2)고려대장경 원문에는 “지불공자 아부득전 수부득입 이공지고(地不空者 我不得前 水不得入 以空之故)”라고 되어 있으나, 송(宋)ㆍ원(元)ㆍ명(明) 본에는 “아부득전(我不得前)”이 “수부득전(水不得前)”으로 되어 있다. 여기서는 후자를 따라서 번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