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세존께서 대중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이 여섯 갈래 중생들을 보았느냐?” 대답하였다. “예, 이것을 보았습니다.”
013_0371_c_08L爾時,世尊告衆會者:“汝等見此六趣衆生不乎?”對曰:“唯然見之。”
그때 대중 가운데 자재(自在)라고 이름하는 보살이 있었는데, 허공장의 다함이 없는 법문과 신기한 지혜와 변재로 대응함에 막힘이 없음을 얻었다. 이 현겁의 열여섯 성자(聖子) 가운데서 최고로 위대한 분으로 시방세계에 다니며 부처님의 일을 시행하였다.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팔을 드러내고 오른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합장한 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013_0372_a_01L그때 세존께서 대중 가운데 온화한 얼굴로 기쁘게 웃으셨다. 모든 부처님의 상법(常法)에는 부처님께서는 함부로 웃지 않으시니, 웃으심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었다. 만약 어떤 중생이 범천에 태어나면 그때에 부처님께서는 웃으셨다. 또한 전륜성왕이 되기에 상응하는 이가 있으면 그때에 부처님께서는 다시 웃으셨다. 지옥의 졸개가 되는 이나 염라왕이 될 이가 있으면 부처님께서는 그때에 웃으셨다. 아귀의 몸을 받을 이가 있으면 부처님께서 그때에 웃으셨다. 축생의 임금이 될 이가 있으면 부처님께서 또한 웃으셨다.
그때 세존께서 얼굴로 다섯 가지 색깔의 빛을 내셔서 널리 삼천대천세계에 비추시고 곧 광명을 거두셔서 정수리로 들어가게 하시고는 곧 자재보살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물은 것은 여래의 위신력에 힘입은 것이며, 또한 시방의 모든 부처님께서 보호하시므로 이렇게 물은 것이다. 지금 그대에게 낱낱이 모든 여섯 갈래 중생이 행한 업과 인연을 분별하여 줄 것이니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 이것을 잘 생각하여라.”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즐겨 듣기를 원합니다.”
부처님께서 자재보살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지금 눈을 들어 동쪽의 범천(梵天)과 대범천(大梵天)과 청정범천(淸淨梵天)과 더 나아가 색구경천(色究竟天)을 보아라. 이 모든 하늘 사람들은 먼저 범행을 닦았으며 모두 불종(佛種)으로서 온갖 공덕을 닦았으나 복의 갚음을 탐함으로써 다섯 가지 즐거움[五樂]에 물들고 집착한 인연과 도의 결과로 모두 하늘의 몸을 받았다. 범천의 복을 헤아리고 재어 지금 그대에게 이것을 낱낱이 말하겠다.
둘째는 말 보배[馬寶]인데 몸은 감청색이고, 갈기는 붉은 빛이며, 몸은 날아다닐 수 있고, 이르는 곳마다 장애가 없으며, 사람들의 마음이나 생각을 안다.
013_0372_a_17L二者、馬寶,身紺靑色髦鬣朱色,身能飛行所至無㝵,知人心念。
셋째는 주보(珠寶)인데 빛이 막힘없이 비추어 허공에 두루 가득하고 또 사천하(四天下)를 두루 비춘다.
013_0372_a_18L三者、珠寶,光明徹照遍滿虛空,及四天下皆悉遍照。
넷째는 윤보(輪寶)인데 천 개의 바퀴살에는 아름다운 무늬를 새겨 이것을 보면 매료된다. 이 네 번째 것은 식(識)이 없다.
013_0372_a_20L四者、輪寶,輪有千輻雕文刻鏤視之無厭,此第四無識。
013_0372_b_01L 다섯째는 옥녀보(玉女寶)인데 여자 가운데 특별히 미묘하여 성품과 행실이 유화하며 용모가 단정하고 뛰어나게 아름다워 세상에서는 드물게 있다.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아니하며, 희지도 않고 검지도 않다. 몸에서는 우발라연화(優鉢羅蓮花)의 향기가 풍기고 입에서는 우두전단향(牛頭栴檀香)이 나며, 공손하고 엄숙하며 겸손하고 자기를 낮추며, 성왕의 뜻이 어떠한가를 안다.
여섯째는 전장보신(典藏寶臣)인데 왕이 보배를 필요로 할 때에 손으로 신기한 기구를 잡고 흔들다가 허공에 쏟아서 곧 보배를 만들지만 취하거나 가만히 두는 것은 왕을 따른다.
013_0372_b_02L六者、典藏寶臣,王須寶時,手執神器用以㪻空瀉則成寶,取止隨王。
일곱째는 전병보(典兵寶)인데 성왕이 나가 순유(巡遊)함에 네 가지 병사가 필요하여, 왕이 명령하기를, ‘내가 지금 나라 안을 순유하고자 하니 빨리 병사들을 모아 나의 집 앞에 모으되 명령을 어김이 없게 하라.’고 말한다. 그러면 곧 왕의 명령을 받고 몸을 돌려 동쪽을 바라보면 코끼리 병사가 이미 모여 행렬지어 동쪽에 있고, 몸을 돌려 남쪽을 바라보면 마병이 이미 모여 행렬지어 남쪽에 있고, 몸을 돌려 서쪽을 바라보면 거병(車兵)이 이미 모여 행렬지어 서쪽에 있고, 몸을 돌려 북쪽을 바라보면 보병(步兵)이 이미 모여 행렬지어 북쪽에 있다.
전륜성왕은 뜻대로 말이나 코끼리를 타고서 불우제(弗于提)나 울단왈(鬱單曰)이나 제구야니제(提拘耶尼提)에 이르러 사방을 순유하며 다니나 발로 땅을 밟지 않으며, 혹 백 년 천 년 수천백 년 동안 식복(食福)은 자연스럽다. 전륜성왕의 몸이 사천하에 가득할 만큼 헤아려지더라도 제석의 몸만 못하다. 왜냐 하면 제석은 칠보 궁전과 옥녀와 권속을 차지하며, 칠보로 된 집에 앉아 하늘의 쾌락을 스스로 즐기며 동쪽을 바라보면 서쪽을 잊어버리고, 남쪽을 바라보면 북쪽을 잊어버릴 만큼 쾌락이 말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제석의 몸도 여섯 번째 천왕[타화자재천]만 못하다. 저 왕의 몸은 서른 가지의 상호를 갖추고 있고, 신비한 덕이 자재하며, 형태에 따라 변화됨을 마음으로 생각하면 곧 성취되니, 거느린 병사들은 숫자로 일컫기가 불가능하고, 공덕의 복업은 보시하기에 장애가 없다. 여섯 번째 천왕이 사천하에 가득하더라도 한 대범천만 못하다. 공덕이 넓고 커서 주관하는 영토는 삼천대천세계이고 모든 범천의 무리는 헤아릴 수 없고 한정이 없어 숫자를 일컬을 수 없으며 수명은 지극히 길어 한 현겁(賢劫)을 지내고 죽는다.”
013_0372_c_01L그때 세존께서 자재보살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지금 눈을 들고 남쪽을 보아라. 무앙수의 전륜성왕이 줄지어 남쪽에 머물고 있다. 전륜성왕의 공덕이 많음은 위에서 말한 것과 같다. 5계를 받아 지키고 10선(善)을 닦으며, 성현을 공경하게 받들고 선인의 계율을 지킨다. 여덟 가지 청정한 재(齋)를 지켜 근(根)과 상(相)이 서로 이어지고 사람들을 사랑하고 불쌍히 여겨 상해하려는 마음이 없고, 업의 과보로 받는 그 복은 헤아리기 어렵다. 그러므로 전륜성왕의 자리가 계속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자재보살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지금 눈을 들어 서쪽을 보아라. 사자왕(獅子王)이 줄지어 서쪽에 머물고 있다. 항상 여섯 가지 일로써 멈춰 서서 움직이지 않는다. 털의 색깔은 순백색이며, 가슴은 반듯하니 모두 전생의 몸이 지은 덕행(德行)의 과보로 말미암음이다. 비록 축생의 몸을 받았으나 선악을 분별하고 발은 연꽃을 밟아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죽을 때까지 산목숨을 죽이거나 고기를 먹거나 피를 마시지 않는다. 사자가 한 번 울면 다른 짐승들이 혼비백산하여 도망가니 이것은 5계를 지키고 세 가지 허물을 범하지 않은 까닭으로 이러한 과보를 얻은 것이고, 비록 축생에 떨어졌으나 몸을 바꾸면 도를 이룬 것이다.”
부처님께서 자재보살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눈을 돌려 북쪽을 보라. 아귀가 칠보의 궁전에서 좌우의 권속들과 모두 자연스럽게 감로법의 맛을 먹고 있다. 비록 아귀라 이름하나 다 사람 가운데서 선을 쌓고 옹호한 것을 인연하여 신족이 있고, 모든 부처의 세계에 이르러 모든 부처에게 예경하며 정요(正要)를 받아 행할 수 있고 행할 줄 알며, 머물 수 있고 머묾을 알아서 감동하고 때를 따랐다. 그러나 상법(常法)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이 인계(忍界)에 노닐면서 뭇 선을 널리 알리나니 몸을 바꾸기만 하면 도를 이룸이 또한 다시 오래지 않다.”
013_0373_a_01L부처님께서 자재보살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눈을 돌려 아래쪽을 보아라. 염라왕은 다섯 가지 일로써 다스리고 교화함에 아첨하거나 왜곡함이 없다. 무엇이 다섯 가지 일인가? 죄인이 앞에 있으면 곧 앞에서 묻는다. ‘너는 인간 세상에 있으면서 부처님이 계시고 법이 있고 승가가 있으며 아버지가 있고 어머니가 있었던 것을 아느냐?’ 죄인이 대답한다.
‘진실로 있었습니다, 대왕이시여.’”
수갑과 쇠사슬과 멍에에 확탕에다 이글이글거리는 구리 기둥과 출렁이는 구리물과 시뻘건 목사슬과 비녀 갚고 대(對)하면 지금은 오랜 것이 아닙니다.
013_0373_a_02L杻械鐵鎖靽, 鑊湯熱銅柱; 洋銅熱鉗叉,
償對今不久。
스스로가 인연을 지은 근본이지만 업을 갚는 것이라 지을 사람 없을 것입니다. 부모나 형제도 아닌데 누가 능히 대신하여 괴로움을 받겠습니까?
013_0373_a_04L自造因緣本, 報業無人作;
非父母兄弟, 誰能代受苦?
저는 출가하여 배우기를 원하고 계율 지켜 잊거나 범하지 않겠습니다. 정법(正法)을 행하여 평등한데 오히려 하루에 세 번 삶깁니다.
013_0373_a_05L我願出家學,
守戒不妄犯; 行正法平等, 猶尚日三煮。
그때 염라왕이 다섯 가지 일로써 묻고 곧 옥졸에게 명령하여 죄의 가벼움과 무거움에 따라서 이를 다스리라고 명령한다. 저 죄인 가운데 부처님과 법의 소리를 들은 이는 죄가 없어지고 복이 생겨 돌아와 다시 사람이 되어 청정한 행을 닦나니, 이것을 보살마하살이 여섯 갈래 중생의 과보와 상응함이 이와 같다고 하는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 앞으로 모든 부처님의 헤아릴 수 없는 유체(遺體)의 과보와 상응함[報應]을 나타내 보이려고 온갖 모임에서 신통을 얻은 보살과 배울 이[學]와 배울 것 없는 이들[無學]과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의 사부대중(四部大衆)에 둘러싸여 현생에 받은 보(報)를 큰 법륜으로 굴리려 하셨다. 이는 사문(沙門)ㆍ바라문(婆羅門)ㆍ마(魔)나 마의 하늘같은 것이 굴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013_0373_b_01L곧 신족정(神足定)의 힘으로써 모든 몸의 마디와 털구멍으로 광명을 내어 멀리 시방의 모든 부처님 세계를 비추니, 낱낱의 광명에 삼천대천의 부처님 세계가 있고, 낱낱의 부처님 세계에 모든 화신불이 계셨다. 또 낱낱의 화신불에게 모두 삼천대천 중생의 종류가 있고, 낱낱의 모든 부처님이 저 모인 모든 이들과 더불어 다함없는 법장(法藏)과 헤아릴 수 없고 기이하여 특별하고 줄 것이 없이 평등한 법을 말씀하셨다. 진제(眞際)를 매우 깊게 말씀한 법은 처음이나 중간이나 끝이 좋아서 음행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제거하고, 8해탈의 물로써 마음의 번뇌를 씻어버렸다.
그때 모든 부처님께서 못의 물 안에서 변화로 칠보의 높은 대를 만드셨는데, 못과의 거리가 일곱 발이었고, 저 보대 위에 높고 보배로운 자리를 펴고 네 귀퉁이 위에 모두 금방울을 달았으며, 많은 보배로 잡다하게 그 사이에 세우고 붉고 누런 오색의 번(幡)과 개(蓋)를 달아 쾌락이 말할 수 없었다.
그때 자리에 앉아 있던 중생은 법이 무진장함을 듣고 단정히 앉아 사유하되 마음이 뒤얽히거나 어지럽지 아니하였고, 모두 여래의 오묘한 요체를 듣기를 원하였다.
013_0373_b_07L爾時,衆生在座聞法無盡之藏,端坐思惟心不錯亂,皆願欲聞如來秘要。
그때 세존ㆍ여래께서 모든 부처님의 상법대로 다시 정상육계(頂上肉髻)에서 광명을 놓아 위로 헤아릴 수 없는 억의 부처님 세계와 허공 세계의 부처님 세계에 이르니, 보(寶)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세존인 부처님이 계셨다. 석가모니부처님의 정상육계의 광명을 보시고 곧 그 세계의 모든 모인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아래쪽에 부처님이 계시는데 석가모니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세존이시다. 지금 어머니의 태 안에서 깊고 중요하며 위없는 법장을 널리 말씀하시어 시방의 모든 신통을 얻은 보살을 인도하여 이르게 하셨다. 그대들도 가서 절하고 문안드려라. 아울러 나의 이름으로 ‘석가모니부처님의 덕화(德化)는 날마다 진보하시고 지내시는데 강건하십니까?’라고 문안드려라. 또한 ‘저 세계의 중생들은 쉽게 교화를 받습니까?’라고 문안드려라. 그대들이 저기에 나아가면 위의를 잘 지켜라. 저 곳의 중생은 모든 번뇌가 많고 교만이 몹시 성하다.”
013_0373_c_01L그때 저 세계의 5천 7만 2억 보살들은 법복을 단정히 하고, 부처님께 절하고는 그 곳에서 자취를 감추고 사바세계에 그 모습을 나타내었다. 석가모니부처님이 다시 정의(定意)의 신통의 힘으로 저 온 보살들로 하여금 석가모니부처님을 보지 못하도록 설법하는 도량의 사면을 전부 막아버렸다. 그 보살들이 염부제에서부터 두루 삼천대천세계에까지 사바세계의 석가모니부처님을 찾다가 각각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위쪽 허공 세계인 우리들의 세계에서 여기까지의 거리는 지극히 멀다. 비춰진 광명을 향하여 왔는데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안 계시니 반열반을 취하시고 이 광명을 놓으셨는가? 우리들이 얻은 천안통(天眼通)을 잃어버려 없어졌는가? 왜 이러한가? 시방의 모든 세계를 두루 이르러도 계신 곳을 모르겠구나.’
각각 마음속으로 생각하기를, ‘우리들이 어떻게 본래의 세계로 돌아가겠는가?’라고 이러한 생각을 하자 각각 본래의 부처님 세계에 돌아가지도 못할까봐 각기 두려운 생각이 들어 모골이 송연해졌다. 또 생각하기를, ‘신족을 잃어 피곤하고 싫다는 마음이 생겨났으니 무진법장을 끝까지 다하지 못하겠다.’고 하였다. 왜냐 하면 모두 석가모니부처님의 위신력이 그렇게 된 것이기 때문이었다. 부처님께서 저 모든 보살들의 마음을 모두 아시고 곧 신족의 힘으로써 모든 보살들을 영접하여 어머니의 태 안에 들어와 있게 하였다.
013_0374_a_01L다시 신족(神足)의 힘으로써 큰 광명을 내어 동쪽의 염세계(炎世界)를 비추니 세계의 이름은 기특(奇特)이고, 부처님의 이름은 심의(深義)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세존이시며, 현재 처음과 중간과 끝이 훌륭한 법을 설하고 계셨는데 큰 광명을 보시고 모든 보살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이 장엄한 인세계(忍世界)의 석가모니부처님의 처소에 가서 무진법장을 들으면 이익이 많을 것이다. 왜냐 하면 저 세계의 보살은 모두 일생보처로서 반드시 기특하고 생각하기 어려운 법을 가졌기 때문이다.”
모든 보살들이 공경히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고 저 부처님의 발에 절하면서 자취를 감추고 사바세계인 석가모니부처님의 처소에 이르러 부처님의 발에 절하고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 신기한 덕으로써 악마[魔] 파순(波旬)을 부르셨는데, 앞으로 감동시키려고 악마를 오게 하신 것이다.
부처님께서 모임에 온 모든 이들에게 말씀하셨다. “부처가 세상에 나오는 것은 억천만 겁 만이어서 우담발화가 피는 때와 같다. 보살마하살이 번뇌가 다한 신통의 근본법이라는 것은 상(想)을 제거하고 염(念)을 제거하는 것을 ‘다함이 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번뇌가 다한 상이 없는 법을 보지 못하는 것을 ‘다함이 없다.’라고 말한다.
보살마하살이 천도(天道)ㆍ인도(人道)ㆍ축생ㆍ아귀ㆍ지옥을 분별하고 그 가운데서 뽑아 제도하여 그들로 하여금 해탈을 얻게 하면 이것을 ‘다함이 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비록 다섯 가지가 흐린 데가 있으나 물들지 않고 물들 것이 없고, 또한 집착할 것이 없으면 이것을 ‘다함이 없다.’라고 말한다.
보살마하살이 탐욕과 잘난 체함을 제거하고 증상만(增上慢)이 없으며, 또한 자기를 낮추지도 아니하고 청정한 행을 닦으면 이것을 ‘다함이 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법성(法性)은 공하고 고요한데 스스로 큰 마음[大心]이 없어서 오만이나 게으름을 보지 못하며 법에 잃음이 있고, 정근함을 보지 못하면서 도를 받아 과가 증득되면 이것을 ‘다함이 없다.’라고 말한다.
보살마하살이 불수(佛樹)를 장엄하고 헤아릴 수 없이 연설하며 드날리되 청정한 음성으로 널리 시방에 들려주어서 탐욕과 애착을 파괴하고 보시하게 하면 이것을 ‘다함이 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탐욕과 애착이 있어 세계가 성취되고 깨어지고 일어나고 없어짐을 보지 못하면 이것을 ‘다함이 없다.’라고 말한다.
보살마하살이 금강심으로써 삼계의 번뇌를 깨뜨리고 처음 마음을 내면서부터 물러나지 않음[不退轉]에 이르도록 단멸과 장애가 있는 중생을 보지 못하면 이것을 ‘다함이 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아(我)를 탐하고 집착하는 나는 내가 없는 무아(無我)인데, ‘무엇을 나라고 하는가’ 하면서 ‘아(我) 자체가 무아이며 또한 아(我)가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하면 이것을 ‘다함이 없다.’라고 말한다.
013_0374_c_01L보살마하살이 종성(種性)과 이름이 없고 세속의 법에 집착하지 아니하는데, ‘이것은 내 것이다, 내 것이 아니다. 이 사람은 아버지ㆍ어머니ㆍ형ㆍ동생이며, 나의 성씨는 최고로 훌륭하지만 저 성씨는 나만 못하다. 나는 족성자인데 저 사람은 족성자가 아니다.’라고 말하여 이름이나 따지는 것이라면 이것을 ‘다함이 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처음 마음을 내면서부터 성불함에 이르기까지 성취함이 있음을 보지 못하고 또한 부처도 보지 못하며 거짓으로 이름을 불렀고 모두 공하고 적정하여 공함이 있는 것도 보지 못하거늘 ‘무엇을 공이라 말하며 누가 이 공을 만들었으며 공은 스스로 공함이 없거늘, 무엇을 말하며 공이라 말하는가?’ 하면 이것을 ‘다함이 없다.’라고 말한다.
보살마하살이 법으로 말하거나 뜻으로 말하거나 구절로 말하거나 글자로 말하거나 간에 무명(無明)에서부터 행(行)에 이르고, 더 나아가 생사(生死)에 이르며, 무명은 애(愛)를 취(取)하는 데서 법의 인연은 다하지 않는다. 미혹하여 뒤바뀌고 무명으로 매인 것이며 어둠에서 어둠에 들어가 뽑아 제도하여 나오면 이것을 ‘다함이 있다.’라고 말한다.
보살마하살은 일어나는 법, 다하는 법을 분별하여 아는데 일어나되 어디서 왔는가를 모르고 다하였으나 어디로 가는가를 모르며, 일어남 또한 일어남이 없고 다함 또한 다함이 없으면 이것을 ‘다함이 없다.’라고 말한다. 일어남과 다함이 모두 처소가 없음을 훤히 알면 허공과 같아서 집착이 없다. 무엇을 집착이 없다고 이르는가? 집착이 없음을 보지 못하면 집착이 없음이니 이 집착이 없음이 없으면 이것을 ‘다함이 없다.’라고 말한다.
보살마하살이 총지삼매(摠持三昧)와 네 가지 걸림이 없는 지혜를 얻으려고 밤낮으로 경행하여 온 몸이 가뿐해지고, 처음으로 관법을 익혀 지(地)에 가면 처음은 아마륵과(阿摩勒果)와 같고, 점차로 비혜륵과(鞞醯勒果)와 같고, 점차 하리륵과(呵梨勒果)와 같아진다. 지에 가면 손가락의 그림자와 같으며 점점 지에 가면 일곱 사람의 그림자와 같아지니, 이것은 세속선(世俗禪)이며 범부의 선학(仙學)이다. 보살이 여기에서 배우지만 그러나 머물지 않으면 이것을 ‘다함이 있다.’라고 말한다.
보살마하살이 공이 없어진 상[空滅想]으로써 색에서 수가 없고 등분중생(等分衆生)이 엇갈려 내려가 조용한 곳에 있으면서 사유와 식(識)과 염(念)으로 색 지음[造]을 보지 못하고 색 지음이 없음도 보지 않고 한결같이 구경을 향하고 열반문을 행하면 이것을 ‘다함이 있다.’라고 말한다.
013_0375_b_01L몸은 항상한 것이 아니니 보시와 지계와 정의(定意)를 생각하면 나고 죽음에 떨어지거나 빠짐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비록 나고 죽음에 있어도 새가 날아가 버린 허공에서 형태나 그림자를 볼 수 없는 것과 같이 모두 있는 것이 없음을 알면, 이것을 ‘불이 꺼져 재만 모이면 열기가 없다.’라고 말한다. 화주(火主)의 바탕을 찾으면 사람도 없고 나도 없고 목숨도 없고 생명도 없으며, 관찰하여 누가 지은 것인가를 분별하면 식은 또한 식이 없어 18계로 들어가 추측으로 찾아도 근본이 없다. 백여덟 가지 애착은 모두 있는 것이 없으니 통달하고 왕래해도 보지 못하고 볼 수도 없나니 보호하거나 유지할 수 없고, 유지함이 있는 것을 보지 못한다. 무엇을 유지한다고 말하는가? 유지하지만 유지할 것이 없으면 이것을 ‘다함이 없다.’라고 말한다.”
그때 좌중에 금색(金色)이라고 이름하는 보살이 있었는데, 여섯 가지 신통이 환하고 부처님의 지혜를 깊이 알며 공덕이 헤아릴 수 없고 방편과 변화가 많았다. 여래의 다함없는 뜻을 묻고 싶어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팔을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꿇고 두 손 모아 합장한 채로 부처님께 아뢰었다. “어디까지를 다함이 없는 뜻이라 이름합니까?” 부처님께서 금색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다함이 없는 법이라는 것은 말할 수 없고 설명할 수 없다.” “무엇을 보고 들어야 다함이 없는 뜻을 설명합니까?”
그때 좌중에 묘승(妙勝)이라 이름하는 보살이 있었다. 6도(度)와 훌륭한 방편을 구족하고 있는 곳에서 교화하되 두루하지 아니함이 없으며, 곳곳의 대중에 들어가 모두가 기뻐함을 보며, 정의(定意)를 올바르게 관찰하여 세간의 복전이 되었다. 선남자ㆍ선여인이 이 보살마하살을 만나면 모든 악이 제거되어 다 없어지고 널리 복과 경사를 내며, 항상 환화(幻化)와 같고 몽법(夢法)과 같이 둘이 아닌 법문을 평등하게 사유하여 중생을 제도하여 부처님의 도량을 다스리되 그와 내가 없었다.
그때 묘승보살이 곧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 모아 합장한 채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훌륭하신 말씀입니다, 세존이시여. 다섯 가지 신통을 지닌 보살은 어떻게 그 행한 것을 알고 분별할 수 있으며, 어떠한 법을 닦고 익혀 신통의 길을 얻습니까?” 부처님께서 묘승에게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고 이것을 잘 생각해 보아라. 내가 그대를 위하여 신통과 지혜를 분별해 주리라.” “예, 세존이시여. 기꺼이 듣고자 합니다.”
어떤 선남자ㆍ선여인은 신통을 닦거나 익히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의 마음과 선을 행함과 악을 행함과 이것은 나쁜 갈래에 나아가고 이것은 좋은 갈래에 나아가며, 이것은 하늘에 나고 이것은 사람 가운데 나고 이것은 아귀에 나고 이것은 지옥에 나고 이것은 축생에 나고, 이것은 인연이 있는 중생이고 이것은 인연이 없는 중생임을 안다.
부처님께서 묘승에게 말씀하셨다. “이러한 다섯 가지 사람은 진실한 신통을 얻은 것이 아니고, 법에서 물러난 중생[退法衆生]이다. 어떤 선남자와 선여인이 천안통[眼聖通]을 닦아서 색을 제거하고 번뇌를 끊으니 생각이 바뀌지 않고 구경에는 도문(道門)에 나아간다. 무엇이 도문인가? 세 가지 공한 정(定)이다. 바로 일천 천하ㆍ이천 천하ㆍ삼천대천 천하를 볼 수 있다.
어떤 선남자ㆍ선여인은 천이통[耳聖通]을 닦아 고요히 청정한 정에 들어가면 일 천하ㆍ천 천하ㆍ이천 천하ㆍ삼천대천 천하의 남자 소리ㆍ여자 소리ㆍ코끼리 소리ㆍ말 소리ㆍ수레 소리ㆍ종 소리ㆍ북 소리를 분명히 듣고 낱낱이 분별하여 소리의 좋고 나쁨을 안다. 그 소리가 난 것이 하늘임을 알고, 소리가 난 것이 사람임을 알며, 소리가 난 것이 아귀임을 알고, 소리가 난 것이 축생임을 알고, 소리가 난 것이 지옥임을 알며, 소리가 인연 있는 중생에게서 난 것임을 알고, 소리가 인연 없는 중생에게서 난 것임을 아나니, 모두 분별하고 낱낱이 안다.
013_0376_b_01L어떤 선남자ㆍ선여인은 청정하게 도를 닦아 식(識)과 번뇌를 제거하되 안팎으로 티가 없다. 숙명통[意聖通]을 얻어 자기의 숙명을 알고 한 생ㆍ두 생ㆍ세 생ㆍ네 생과 더 나아가 헤아릴 수 없는 아승기겁에서부터 온 곳을 모두 알고, 부모ㆍ형제ㆍ국토의 청정함을 모두 안다.
어떤 선남자ㆍ선여인은 6신통을 닦아 법성(法性)을 이해하고 알되 굳게 기억하여 잊지 않으며 뜻은 도를 깨닫는 데 두며, 3명(明)을 분별하여 정의(定意)가 흔들리지 않으니, 곧 타인의 마음과 생각을 알고 한 생ㆍ두 생ㆍ세 생ㆍ네 생과 더 나아가 헤아릴 수 없는 아승기겁에서부터 온 곳을 모두 알고 부모ㆍ형제ㆍ국토의 청정함과 이름과 성과 종족을 다 안다.
어떤 선남자ㆍ선여인은 법관(法觀)을 사유하되 마음으로써 몸을 유지하고, 몸으로써 마음을 유지하며, 먹는 것은 만족하고 그칠 줄 알고, 잠자면서도 깨어 있으며, 뜻과 생각은 허공과 같고,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에 또한 은근하지도 않다. 또한 몸을 따져 보면 내가 없고 심법(心法)은 청정하며 의식은 정(定)으로써 바로 몸을 움직이고, 한 개의 북ㆍ두 개의 북, 더 나아가 일곱 개의 북으로 점점 정을 익혀 일 천하ㆍ이 천하와 더 나아가 삼천대천세계에 노닐며, 땅에 들어감은 허공과 같아 산과 강, 석벽에도 구애되는 것이 없다.
나는 옛날에 염부나무 아래에 앉아 38일 동안 나무를 관찰하고 사유하였다. 이 서원을 낼 때 하늘과 땅이 감동하여 여섯 번을 진동하였고 악마 파순이 많은 병사들을 데리고 와서 자갈과 돌을 비처럼 퍼붓고 뇌성벽력으로 소리 내었으나 나의 털 끝 하나도 움직이지 못하였다. 왜냐 하면 자애심으로 널리 두루 중생을 불쌍히 여긴 것으로 인해 부처가 되어 여섯 신통이 환해졌기 때문이다.”
선인의 다섯 가지 신통과 지혜 물러나니 성취한 것 아니니라. 나의 신통, 견고한 법이라 반드시 열반에 드느니라.
013_0376_c_05L仙人五通慧, 轉退不成就,
我通堅固法, 要入涅槃門。
세존께서 묘승보살에게 이 법을 말씀해 주시자 170억 중생이 세속의 다섯 가지 신통을 버리고 여섯 가지 신통과 지혜를 얻었다.
013_0376_c_06L爾時,世尊與妙勝菩薩說此法時,有百七十億衆生,捨俗五通得六通慧。
18. 식주처품(識住處品)
013_0376_c_08L菩薩處胎經識住處品第十八
그때 좌중에 보광(普光)이라고 이름하는 보살이 있었는데, 대자대비로 신족통이 자재하였고 심오한 공덕의 성취를 좋아하여 무앙수 아승기겁에서부터 중생을 건져주고 제도하였으며, 괴로움의 근본을 뽑아 주었으며 여섯 가지 신통을 얻어 지나온 처소에서 불사(佛事)를 중단하지 아니하였다.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팔을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꿇고 두 손 모아 합장한 채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이미 여래께서 여섯 가지 신통이 막힘없이 시방 모든 부처님 세계에 두루 가득함을 분별하셨습니다. 가령 모든 부처님의 정법이 평등하여 차별이 없으나, 지금 이 식법(識法)이 머문다 해도 머무는 것이 없습니다. 여섯 가지 신통에서 식법의 식은 이 한 가지 법일 뿐입니다. 만약 식이 한 가지 법이라면 여래 금색 신족도량으로 모든 부처님의 세계에서 노님을 얻습니다. 식이 몸에 이르는 것입니까, 몸이 식에 이르는 것입니까? 만약 몸이 식에 이르면 여섯 가지 신통이 없게 되며, 만약 식이 몸에 이르면 이것을 한 법이라 이름하므로 몸도 없고 식도 없습니다. 원하오니 세존께서 저에게 뜻을 말씀해 주십시오.”
013_0377_a_01L부처님께서 보광보살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물은 것의 뜻은 제일의(第一義)의 물음이고, 세속의(世俗義)의 물음이다. 만약 세속의 뜻으로 물으면 식법에는 약간의 정(定)과 상(相)도 없다. 제일의로 물으면 곧 몸도 없고 식도 없다. 왜냐 하면 식법의 자성이 공적함을 분별하면 오는 것도 없고 가는 것도 없으며, 또한 물들거나 집착함이 없기 때문이다. 그대가 물은 금색은 함이 있는 법[有爲法]인 5음(陰)으로 성취한 것이니, 자연법도 아니고 제일의도 아니다. 부처의 색신법은 제일의에서 곧 잃어버림이 있다.
내가 지금 그대를 위하여 식상법을 말하겠다. 보살이 여섯 가지 신통을 행하면 몸과 식이 함께하여 식이 먼저고 몸이 뒤도 아니고 몸이 먼저고 식이 뒤도 아니다. 왜냐 하면 상법(相法)은 자연이어서 식이 몸을 여읜 것도 아니고, 몸이 식을 여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두 마리 소에 한 멍에를 메는 것과 같다.
만약 검은 소가 앞서 가고 흰 소가 뒤에 가면 곧 심음은 성취되지 않는다. 만약 흰 소가 앞서 가고 검은 소가 뒤에 가도 심음이 또한 성취되지 않는다. 검은 소가 앞서고 흰 소가 뒤에 서지도 않고, 흰 소가 앞서고 검은 소가 뒤에 서지 않고 나란히 서야 씨앗을 심을 수 있다. 신족의 도과도 또한 이와 같다. 몸과 식이 함께하여 앞ㆍ뒤ㆍ중간이 없으나 여래의 색신은 앞에도 있고 뒤에도 있으며 중간도 있다면, 이것은 세속의 법이요, 제일의가 아니며, 비고[虛] 적정한 법에는 그러한 것이 조금도 없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살마하살은 항상 좋은 방편을 행하되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며, 두 개와 중간도 아니며, 앞을 따라 교화에 나아가되 뜻으로 말하고 구절로 말하여 뜻을 사유하여 나아가며, 부처의 세계를 꾸미되 6도(度)가 끝이 없다. 더 나아가 서로 없어짐을 알며 방편으로 인도하되 막히는 것이 없으며, 스스로 잘난 체하지 않고 또한 교만함이 없되 용모가 단정하고 법복이 정제한다. 앞에서 신도의 베풂[信施]을 받고 제도하지 못한 것은 저버리지 않으며, 광명과 상호가 단정하고 엄숙하되 말은 청정하고 한 중생을 위하여 억 겁을 머물러 오래 살며, 형상을 남겨 뒤에도 머물러서 다른 곳을 교화한다.
013_0378_a_01L계경(契經)ㆍ게경(偈經)ㆍ기경(記經)ㆍ수결경(授決經)ㆍ처경(處經)ㆍ출요경(出要經)ㆍ광장경(廣長經)ㆍ취경(聚經)ㆍ생경(生經)ㆍ광보경(廣普經)ㆍ미증유경(未曾有經)ㆍ현경(現經)ㆍ전경(轉經)ㆍ비유경(譬喩經)ㆍ인연경(因緣經)은 장소가 취향하는 것을 따라 심오한 법을 말하여 공과 내가 없음을 알게 해 주어 중생이 생각하는 것이 각각 같지 않는데도 일체중생으로 하여금 해탈문에 들게 한다.
비유하면 뭇 샘과 방죽은 다섯 강으로 흐를 때는 각기 이름이 있었으나 모두 바다에 들어가면 본래의 이름이 곧 없어지는 것과 같다. 또한 수미산은 버티고 서서 움직이기 어려워서 잡색의 뭇 새가 가서 의지해 붙어살면, 모두 동일한 색깔이 되어 본래의 색깔이 없어지는 것과 같다. 보살마하살이 중생을 교화하고 불국토를 청정하게 하는 것도 또한 이것과 같다. 중생의 식심(識心)은 생각하는 것이 약간의 생각도 같지 아니하니, 일체로 하여금 해탈문에 이르게 하면 생각과 정의(定意)가 없어져 문득 본래의 생각이 없어지고 해탈이 동일해진다. 이것을 보살마하살이 방편으로 교화에 나아감을 헤아릴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