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 세존께서는 왕사성(王舍城)의 비부라산(毘富羅山:廣博脇山)에서 큰 비구의 무리 백천(百千) 명과 함께 머물러 계셨다. 또 백천의 여러 보살들과 비구니, 여러 우바새와 우바이, 천ㆍ용(龍)ㆍ야차ㆍ건달바ㆍ긴나라ㆍ마후라가ㆍ가루라 등도 있었다. 또 욕계(欲界)의 여러 천자(天子)와 색계(色界) 정거(淨居)1)의 여러 천자 등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는데, 이들을 위해 설법을 하고 계셨다.
이때 무리 가운데 이름이 무소유(無所有)인 보살 한 사람이 그 모임에 참여해 앉아 있었다. 그러나 무리 가운데 있던 여러 보살들은 마음에 의혹을 품거나 악을 지은 것을 뉘우치는 자, 뒤집혀 어려운 처지에 놓인 자, 업장(業障)이 있는 자와 법장(法障)이 있는 자도 있었는데, 여러 중생들은 그 장애 때문에 막혀서 부처님께 여쭐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그는 그들 중생을 위하여 업장을 깨끗하게 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세존께 여쭈려고 하였다. ‘이 여러 무리들을 살펴보면 많은 보살들이 앞서 지은 악을 뉘우치고자 하지만 마음의 번뇌가 극심하여 법을 들을 수 없는 자도 있었다. 다시 보살을 보면 마음의 뉘우침과 번뇌 때문에 일심(一心)으로 들을 수 없고, 그 심행(心行)을 보면 고뇌가 많이 있고, 우환이 많이 있으며, 더럽고 잡다한 때[穢雜]가 많이 있고, 태어남과 늙음과 죽음과 근심과 괴로움과 슬픔과 번뇌가 많으며, 원수와 미운 자를 만나는 일이 많고,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일이 많았다.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고자 하지만 이처럼 한량없는 속박에 얽매여 있으니, 어떻게 하면 마땅히 아승기겁(阿僧祇劫)에서 보살행을 행할 수 있겠는가. 이미 스스로 속박이 있는데, 어떻게 하면 마땅히 중생의 속박을 풀 수 있겠는가.’
이때 세존께서는 무소유 보살마하살과 그들 여러 보살들이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바를 아시고 무소유 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그대 무소유여, 나 역시 여러 보살들을 위하여 물듦과 집착함과 속박과 얽매임과 범(犯)함과 범하는 곳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일체의 집착하는 곳과 일체의 물든 곳, 일체의 얽매이는 곳과 일체의 장애가 되는 곳과 일체의 범하는 곳을 초월하여 여러 상(相)으로부터 멀리 떠나고자 하면 행(行)이 화합하지 않고 온갖 법(法)에서 떠나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대 무소유여, 그대는 마땅히 여러 보살들을 위하여 물어라. 여러 보살마하살과 같이 게으르지 않고 물들지 않고 집착하지 않으며 묶이지 않고 막히지 않으며 허공으로서 허공의 상(想)을 여의고 장애가 없으며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빨리 성취하기 때문에 마땅히 일체의 곳에서 열어 보여야 한다.”
013_0432_c_01L이때 무소유보살은 이미 여래의 가르침을 위하여 가지(加持)2)와 지혜의 힘을 청하여 많은 부처님들이 심은 선근(善根)으로 인해 능히 반야바라밀 가운데 의혹이 있지 않았다. 몸을 감추어 나타내지 않거나 집착하는 바가 없었는데, 여러 보살들을 거두어 교화하려고 하기 때문이며, 여러 복덕(福德)을 나타내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착하는 마음이 있는 여러 중생들은 집착으로 가려진 행을 하여 상에 머물고, 선지식을 멀리하여 악지식(惡知識)이 거두어들이는 바가 된다. 모든 보살들은 일체 법 그 모두를 얻을 수 없음을 알아 집착하지 않음으로써 깨달으려고 하기 때문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여러 가지 이름의 꽃들이 혹은 물과 땅에서 피어나고, 혹은 금과 은으로 된 꽃을 부처님 위에 가득 뿌리며 정성된 뜻으로 기뻐하고 뛰어나고 기묘하여 모자라거나 줄어드는 일이 없다. 여러 중생들로 하여금 환희를 낳게 하기 위하여 세존을 찬탄하고 게송으로 여쭈었다.
이 같은 업(業)을 짓기를 마치고 이 같은 씨앗 심기를 마치면 태어나는 모든 곳마다 복이 풍요롭고 재물은 많으리라.
013_0433_b_18L作如是業已, 種如是子已, 一切所生處,
福饒多有財。
혹은 거칠고 혹은 적어도 먹고 마시는 것은 법과 같이 깨끗할 것이다. 만약 새 옷을 얻으면 먼저 남에게 양보하고 나중에 내가 입으리라.
013_0433_b_20L若麤若細食, 飮已淨如法,
若得新衣服, 先他後自著,
이러한 까닭으로 모든 생(生) 가운데 모든 것이 완전히 갖추어지고 뛰어나리라. 공덕의 힘을 더하지 않더라도 다함이 없는 재물을 얻을 것이고,
013_0433_b_21L是故生生中,
一切具足勝, 不加用功力, 而得無盡財。
이런 까닭으로 보시를 할 때마다 아낌없이 보시하여 인색함이 없을 것이다. 몸이며 살이며 머리까지도 저들에게 보시하지 않는 것이 없으리라.
013_0433_b_22L是故一切施, 捨施無慳悋, 身肉及與頭,
彼等無不施。
013_0433_c_01L 이때 무소유보살은 이 게송을 다 듣고 기쁘게 귀의하며, 다시 게송으로 여쭈었다.
013_0433_c_01L爾時,無所有菩薩聞此偈已,隨喜稱歎。復以偈問:
이 말을 참으로 잘 말씀하셨습니다. 일체지에는 막힘이 없으니, 이 말씀에 기쁘게 귀의하여 다시 사람 가운데 가장 으뜸인 분께 여쭙습니다.
013_0433_c_03L善說此語言, 諸智具足體, 隨喜於此言,
復問人中上。
무엇을 뜨거운 번뇌와 몸과 발과 뜻[意業]을 떠난다 합니까? 어떤 것이 상색(上色)7)이 있음에도 때 묻지 않고 가장 맑고 깨끗한 것입니까?
013_0433_c_05L云何離熱惱, 身口及與意?
云何有上色, 無垢最淸淨?
이때 세존께서는 또 덧붙여 말씀하시기 위해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013_0433_c_06L爾時,世尊復爲敷演而說偈言:
재(齋)와 계(戒)를 받아서 모자라는 일이 없고 항상 공(空)을 설하여 부족한 일이 없으며 일체가 모두 공(空)임을 알아서 온갖 비방과 욕설을 받더라도 몸[身]과 입[口]과 의지[意]로 참느니라. 이런 까닭으로 뜨거운 번뇌가 없으며 마땅히 최상의 색(色)을 얻어 일체의 중생을 사랑하느니라.
일체의 좋은 말씀8) 가운데 간략히 말하고 있으며 일체의 온갖 물음의 해석 가운데 간략히 말하고 있습니다. 저들은 어떻게 굳은 마음으로 정진하여 어떤 곳에 있든지 어긋나거나 배신하지 않으며 어떻게 하여 온갖 승(乘)9)이 있음을 증득하여 세간에 있기도 하고 출세간(出世間)에 있기도 하겠습니까?
뒤에 나는 수기(授記:成佛의 印可)를 받아 나는 중생을 위하여 말하고 뒤에 부처님의 지혜에 머물지만 나는 취할 바가 없다.
013_0437_b_11L於後我得記。
我爲衆生說, 於後住佛智, 我無所可取,
어리석은 사람은 가르침을 받지 아니하니 오호라, 중생의 우둔함이여 눈이 멀어 어둡고 어리석어 지혜가 없어 능히 괴로움의 인연을 다하지 못하는구나.
013_0437_b_12L愚癡不受教。 嗚呼衆生鈍? 盲冥癡無智,
能盡苦因緣,
주어도 받으려 하지 않고 지혜롭지 못해 취하지 아니하며 소법(小法:世間法)을 즐기는 중생들은 대법(大法:出世間法)을 취하지 아니한다.
013_0437_b_14L授之不肯欲, 無智不肯取,
樂小法衆生, 不取於大法。
만약 세간의 즐거움을 얻고 세간(世間)을 해탈하여도 항상 세간의 눈이 살아있어서 그에게 주어도 받지 아니한다.
013_0437_b_15L若得世閒樂,
及解脫世閒, 常生世閒眼, 授彼而不取。
이 게송을 들을 수 있어 만약 이와 같이 머물 수 있게 되면 세간에 있어서 분별이 없으리라.
013_0437_b_16L得聞於此偈, 若如是住已, 於世無分別。
나는 세간 가운데 있지만 고요하여 집착하는 바가 없으며 마땅히 일체의 괴로움을 벗어 부동(不動)의 즐거움을 얻었느니라.
013_0437_b_17L我於世閒中, 寂靜無所著, 當脫一切苦,
而得不動樂。
013_0437_c_01L 이때 무리 가운데 원수를 조복하지 못하고 사람을 해치고자 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무리 가운데 있었는데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걷어 올리고 의복을 정돈하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마땅히 어떤 일로 세존을 공양하여야 할까. 세존의 구족한 법신(法身)에 대해 작은 물건으로는 공양할 수 없을 것이다. 여래(如來)이신 대덕(大德)은 구족(具足)의 법신이다. 나는 지금 세간 가운데서 먼저 장애가 있었지만 지금 세존을 보게 되었고, 무소유보살이 물은 것을 세존께서 해석하신 것과 법요(法要)를 들을 수 있었다. 나는 이미 일체의 법 가운데서 장애가 없게 되었으며 이미 암흑을 없애고 세간을 밝게 비출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지금 스스로를 봄에 이미 천안(天眼)이 생기고 이미 5통(通)28)을 얻었다. 나는 지금 이미 온갖 고뇌를 벗을 수 있게 되었다. 나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을 보니 모두가 피로 더럽혀져 있구나. 나는 지금 이 옷을 세존의 몸에 덮어드리려 하지만 여래께서 받아주실 지 두렵다. 바라건대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나로 하여금 다시 좋은 물건을 얻을 수 있어 드릴 수 있게 하십시오. 세존께 공양하고 일에 맞추어 봉사하리라.’
이와 같이 뛰어난 대덕의 법신은 이와 같은 중생에게는 갖추어지기 어렵고, 조복하기 어려운 이와 나쁜 마음과 원수로서 사람을 해치는 자는 이와 같은 원을 일으키지 않는다. 불여래와 대덕의 신통으로 믿어 들어가고자 원하여 생각할 때, 그의 왼쪽 손 안에 자연히 한 상자의 하늘 꽃이 있어 부드럽고 윤택하기가 여러 하늘을 능가하였다. 온갖 향기는 스스로 오른쪽 손안에서 타고, 상의(上衣)와 하의(下衣)는 자연히 생기며, 뛸 듯이 기뻐함이 그 몸에 충만하였다.
또 여러 부처님과 대덕의 신통으로 다시 믿음에 들어가기를 구하는 그때는 곧 시방의 한량없는 세계의 모든 부처님이 모두 광명을 나투는 것을 본다. 이때에 그는 또 이와 같은 생각을 하였다. ‘오호라, 모든 부처님은 불가사의(不可思議)하구나. 대덕의 신통은 헤아릴 수가 없고 견줄 것이 없구나. 바라건대 모든 중생은 부처님의 큰 덕을 믿어 스스로 지니고 모두 행원(行願)을 얻어라.’
013_0438_a_01L그리고 곧 상의와 하의로 부처님을 덮고, 그 하늘 꽃으로 이와 같이 두 번 내지 세 번 부처님 위에 뿌렸다. 그러자 허공 가운데서 줄기의 위와 잎의 밑에 꽃으로 장식된 일산(日傘)이 이루어졌다. 그러자 다시 두 번째 꽃 상자가 생기고 역시 두 번째 상의와 하의가 생겼다. 그는 또 뛸 듯이 기뻐함이 한량없어 그 몸에 충만하였다.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부처님께서 내 부탁을 들어주셔서 이 꽃으로 한량없는 부처님께 뿌려드리고 이 상의와 하의를 모든 부처님 위에 덮도록 하시고, 바라건대 나에게 믿음이 생기게 해 주십시오. 모든 불세존이시여, 바라오니 저로 하여금 마땅히 뉘우침의 뜻이 있게 하시어 보시를 이루지 못하도록 하지 마십시오.’
그러자 곧 하늘에서 이러한 말소리가 들렸다. “그대 선남자여, 그대는 마땅히 모든 여래에게 널리 뿌려라. 선남자여, 일체의 모든 부처는 동일한 법신이니라. 모든 불세존은 온갖 법 가운데 있어서나 온갖 사물 가운데 있어서 질투하는 뜻이 없느니라. 선남자여, 모든 불세존은 과보를 수용(受用)하느니라. 온갖 사물 가운데서 물들고 집착함이 없기 때문이니라.”
그는 이렇게 생각을 하였다. ‘지금 세존께서는 이미 내 부탁을 허락하셨다.’ 곧 여러 꽃과 상의와 하의를 아득히 한량없는 모든 불세존께 뿌렸다. 그 꽃과 옷을 보니 모든 부처의 위, 허공 가운데서 일산을 지어 머물렀다. 그리고 그의 옷을 환희하고 뛸 듯이 기뻐하여 사지(四肢)를 땅에 던져 세존의 발에 예배하고 세존의 발에 정례(頂禮)하였다. 또 그는 몸을 보고 모든 부처와 석가모니불께 정례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이것이 바로 모든 부처의 대덕의 법신이니라. 구족하여 얻는 바가 없는 까닭이니, 너는 마땅히 믿어라.”
013_0438_a_22L佛言:“善男子!此是諸佛大德法身具足,無所得故,汝今應信。”
013_0438_b_01L그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오호, 모든 부처님은 불가사의하구나. 이와 같은 색(色)이 있어 대법체(大法體)를 보다니…….’
013_0438_b_01L彼作是念:‘嗚呼!諸佛不可思議!有如是色見大法體。’
그는 부처님의 발에 정례(頂禮)하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한쪽에 서서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나쁜 마음과 원한을 다스리기 어려워서 사람을 죽이고자29) 하는 놈입니다. 그러니 세존이시여, 제가 전에 지은 죄악을 이 무리들이 알게 해 주십시오. 세존이시여, 저는 이 중생들을 위하기 때문에 이렇게 말합니다. 이것들을 듣고 나면 마땅히 이와 같은 악을 싫어하고 떨어지고자 일어설 것입니다. 전에 가졌던 해독(害毒)은 매우 치성(熾盛)하더라도 많은 중생들이 저를 볼 때가 있으면 두려워 달아날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오늘 아침 죽어 마땅한 열 사람의 장부를 잡아 죽이고 그 목덜미를 물어뜯어 피를 마셨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사람의 피를 취하고 나면 나쁜 마음이 더해져, 또다시 사람을 해치려고 합니다. 그리하여 저는 그때도 이를 구하여 왕사성(王舍城)에 있었으며, 돌아다니다가 이윽고 동북쪽으로 갈리는 곳에 이르렀습니다. 그때 제가 왕사성의 성안을 보니 많은 사람이 길을 거닐고 있었습니다. 저는 곧 등을 돌려 먼 곳으로 가서 머물렀습니다. 그들이 저를 보면 두려워하여 달아날까 싶어서였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때 그 사람들은 왕사성을 나와 모두 함께 비부라산(毘富羅山)을 향하여 갔으며, 산의 가장 높은 곳에 올랐습니다. 저는 또 그때 수억의 온갖 하늘[天]이 있는 것을 보았는데, 가득하여 끝을 알 수 없었습니다.
013_0438_c_01L세존이시여, 저는 그때 세존의 공덕의 광명과 온갖 상(相)과 온갖 색(色)ㆍ형모(形貌)ㆍ장단(長短), 혹은 넓음 등을 능히 뛰어넘을 자가 아무도 없음을 보았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스스로의 몸이 가장 비천함을 보았습니다. 저는 이때 자신이 더럽고 나쁘다는 생각을 하고 비천하고 약하다는 생각을 했으며, 사물에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저는 그때 자신을 ‘나는 지금 남에게 이익도 주지 못하고, 나는 지금 악에 살며, 나는 이처럼 많은 사람 가운데서 가장 비천하고 가장 더럽고 악하며, 무엇에도 미치지 못하며 무엇보다도 무섭게 타오른다’고 헐뜯고 욕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그때 자신을 혐오하고 이처럼 부끄럽게 여겼습니다. ‘만약 이 대지(大地)가 나를 받아들인다면 곧 안으로 들어가리라.’ 그러나 세존이시여, 저는 그때 공중에서 나는 이와 같은 말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대 선남자여, 오직 모든 부처님의 덕이 큰 법신임을 믿어라. 그대는 마땅히 이 비천한 몸을 떠날 수 있을 것이니라.’
저는 그때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정념(正念)의 부처님 가운데서 모든 부처님의 덕이 큰 법신임을 생각하리라’ 이렇게 생각할 때 곧 허공에서 이러한 말소리가 들렸습니다. ‘선남자여, 그대는 마땅히 눈을 깜빡거리지 말고 세존을 정신을 차리고 똑바로 보아라. 그대가 관찰할 때 곧 마땅히 모든 부처님의 몸속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마땅히 믿고 마땅히 얻어라.’
세존이시여, 저는 그때 합장하고 눈을 깜빡이지 않고 세존을 우러러보았습니다. 그러자 곧 세존의 모든 털구멍 안에서 큰 연꽃이 나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온갖 보물이 이루는 한량없는 빛깔과 황금빛과 끝이 없는 빛깔이 있었습니다. 모든 연꽃은 크기가 수레바퀴와 같으며 몸 안에서 나왔으며, 그 화대(花臺) 가운데 모든 부처님께서 계셨고, 석가여래와 같이 모든 상(相)을 구족하고서 모두가 그 안에 앉았지만 허공에 가득하였습니다. 능히 장애가 되는 중생은 없었습니다. 해의 광명을 막는 일도 없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그때 최승(最勝)의 환희로 펄쩍 뛰어올랐습니다. 이는 곧 모든 부처님의 신통의 힘입니다. 저는 그때 청정함을 일으켜 부처님을 뵈었습니다. 이와 같이 관찰할 때 즉 모든 세계 가운데 부처님께서 나시는 곳이 없는 것을 보았습니다. 즉 그 사이에 머물러 계시면서 설법하기 위하여 모든 보살들을 거두시지만 집착함도 없고 일부러 동작하는 것도 없으며, 타는 고뇌가 없으며, 공하여 소유함이 없고, 말씀이 없고, 설함도 없으며, 머무는 곳도 없었습니다.
013_0439_a_01L그때 그 안에는 수많은 백천(百千)의 중생이 있어서 보리심을 발하고 신도의 법을 떠나서 무언(無言)의 공(空)을 믿어 수많은 억 겁(劫)을 보리의 가운데 머물렀습니다. 저는 이렇게 알았습니다. 낮을 모르고 또 밤을 몰랐으며, 반 달[半月]과 한 달[一月]과 해와 계절을 몰랐습니다. 저는 또 이렇게 알았습니다. 그때 반야바라밀의 법을 듣고 물들거나 집착하는 곳이 없었으며 말이 없고 설함도 없었습니다. 저는 그때 이렇게 법을 듣고서 지니고 있는 법상(法相)에 물들거나 집착함이 없었으며 말과 설함도 없었습니다. 이 법을 들은 다음 자신을 보지 않았고 아는 것도 없고 얻는 것도 없으며 역시 처소(處所)도 없었습니다.
마땅히 그때 여래의 상(像)이 있어서 저의 앞에 출현하여 그 시간에 곧 스스로의 몸을 보고 또 모든 부처님을 뵈었으며, 도리어 다시 세존의 몸에 들어 세존의 몸을 보지 못하였고 세존의 몸에 증감(增減)이 있는 것을 보지 못하였으며, 세존께서 머무시는 곳에서 밝음과 어두움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그대 선남자여, 이는 바로 저들 모든 불여래의 큰 신통력이니라.”
013_0439_a_12L佛告彼言:“汝善男子!此是彼等諸佛如來大神通力。”
그는 감당하기 어려워 부처님께 여쭈었다. “그러나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부처님의 큰 신통력으로 다시는 의심함이 없습니다. 저는 의심이 없기 때문에 한량없는 모든 보살들을 봄에 모두가 금빛으로서 32대인(大人)의 상(相)이 있고, 모든 음악(音樂)과 온갖 향과 꽃을 가져 매우 기쁘게 세존께 예배하며, 봉헌하고 공양하며, 꽃과 향을 부처님 위에 뿌리고 무소유가 물은 법을 듣고, 환희하고 펄쩍 뛰어오르는 것이 그 몸에 가득하며 스스로 칭찬하고 기뻐하며 떠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2)부처님의 큰 자비가 중생에게 베풀어지고 중생의 신심(信心)이 부처님의 마음에 감명되어 서로 어울리는 것. 또는 그렇게 하기 위해서 베푸는 부처님의 도움.
3)①일가친척, 권당(眷黨). ②가장의 처지에서 자기 집에 딸린 식구. ③아내를 낮추어 이르는 말. 여기서는 ①의 뜻.
4)열반의 네 가지 덕. 즉 열반의 경지는 생하거나 멸하는 일이 없고 변천함이 없고[常], 생사(生死)의 고통을 여의었기 때문에 무위(無爲)한 안락을 누리며[樂], 허망한 집착이 빚어낸 내가 있다고 하는 집념에서 벗어나 대자재(大自在)한 참다운 자기를 지니고[我], 번뇌의 더러움에서 벗어난 것[淨]이다. 따라서 이러한 네 가지 공덕은 네 가지 전도(顚倒)된 견해를 반대로 의미한다.
5)본래 취(取)는 인연의 하나로 사랑으로 인하여 일어나는 집착을 뜻한다. 따라서 사랑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며, 사랑이 번뇌의 근본이기 대문에 번뇌를 총칭하기도 한다. 여기서는 사랑이나 취(取)보다 번뇌의 뜻이 강해서 번뇌로 번역한다.
6)범부가 목마르게 5욕(欲)에 집착하는 것.
7)좋은 빛깔. 여기서는 색(色), 즉 물질세계 가운데 높은 세계.
8)고려대장경에는 ‘선어(善語)’로 되어 있으며, 부처님의 말씀을 가리킨다.
9)실어서 운반한다는 뜻. 즉 중생을 실어서 이상의 경지에 이르게 하는 교법(敎法)으로 여기에는 1승부터 5승까지 있다.
10)부처님의 가르침을 많이 듣는 것, 또는 많이 듣는 능력.
11)깨끗한 소리, 즉 부처님이나 보살의 소리 가르침을 비유한다. 여래의 범음은 시방에 두루 퍼지고 이 소리를 듣는 사람은 누구나 불도(佛道)를 이룬다고 한다.
12)번역하여 호성(好聲). 인도에서 나는 새의 한 종류이며, 소리가 곱기로 유명함. 깃이 아름답고 소리가 맑은 새를 말하기도 한다. 이 새는 “극락조”라고도 하여, 정토만다라 등에서는 사람의 머리에 새의 몸으로 그린다. 옛날 동양에서 천상 사람이 나는 모양을 그려 가릉빈가라 한 것은, 대개 그 소리가 고운 것을 이상화하여 모양의 아름다움으로 변한 것인 듯하다.
13)①보시섭(布施攝)은 중생이 바라고 즐기는 것에 따라 재물과 법(法)을 보시하며 그 인연으로 해서 친애하는 마음이 일어나 도(道)에 들게 하는 것. 즉 귀의하게 하는 것. ②애어섭(愛語攝)은 중생의 근기에 따라 좋은 말로 위로하고 회유하여, 이로 인하여 친애한 마음이 일어나 입도(入道)하게 하는 것. ③이행섭(利行攝)은 신(身)ㆍ구(口)ㆍ의(意)의 선행(善行)으로 중생을 이롭게 하여 이 인연으로 친애하는 마음이 일어나 입도(入道)하게 하는 것. ④동사섭(同事攝)은 법안(法眼)으로서 중생의 근본 성품을 보고 그 바라는 바에 따라 행상을 나누어 나타내어 그가 하는 것과 같은 행동을 하여 이익을 얻게 하며, 이 인연으로 친애하는 마음이 일어나 귀의하게 하는 것.
14)①신족통(神足通)은 경계와 자기를 변화시켜 나타내어 행동이 자유자재함. ②천안통(天眼通)은 색계천(色界天)의 눈의 능력을 가려 비추어 보는데 장애를 받지 않음. ③천이통(天耳通)은 색계천(色界天)의 귀의 능력으로서 모든 것을 듣는데 장애가 없음. ④타심통(他心通)은 남의 생각과 마음을 아는데 장애는 없음. ⑤숙명통(宿命通)은 자기를 비롯하여 6도(道)중생의 숙세(宿世)의 생애를 아는데 장애가 없는 것.
15)고려대장경에는 ‘호(護)’로 되어 있는데, 신수대장경을 참고하여 ‘획(獲)’으로 풀이했다.
16)대경(對境)을 의지한다는 뜻. 마음이 제 혼자 일어나지 못하는 것이 마치 칡덩굴이 나무나 풀줄기가 없으면 감고 올라가지 못하는 것과 같으며, 또 노인이 지팡이를 짚고야 일어나는 것처럼 마음이 일어날 때는 반드시 대경을 의지하고야 일어나니, 이런 경우에 칡덩굴은 나무나 풀을, 노인은 지팡이를, 마음은 대경을 반연한다. 이 반연은 일체 번뇌의 근본이 된다.
17)중생이 번뇌로 인하여 말과 행동과 생각 등으로 악업을 짓고, 그 업인(業因)으로 인하여 가게 되는 곳, 또는 가게 되는 것.
18)풍륜(風輪)ㆍ수륜(水輪)ㆍ금륜(金輪)ㆍ허공륜(虛空輪)
19)①여덟 가지 재난. 즉 배고픔과 추위, 더위, 목마름, 병란, 불, 물, 칼을 일컫는 말. ②부처님을 만나고 진리를 듣는 데 따르는 여덟 가지 장애. 즉 지옥(地獄)과 축생(畜生), 아귀(餓鬼), 장수천(長壽天), 북울단원(北鬱單越), 농맹음아(聾盲瘖啞), 세지변총(世智辯聰), 불전불후(佛前佛後)를 말한다.
20)고려대장경에는 ‘두수(抖擻)’로 되어 있는데, 신수대장경을 참고하여 두수(斗藪)로 풀이했다.
21)고려대장경에는 ‘가(加)’로 되어 있는데, 신수대장경을 참고하여 ‘가(跏)’로 풀이했다.
22)구족무원위(具足無願位), 즉 수행을 모두 닦아서 모든 소원이 이루어진 자리를 가리킨다.
23)①십악(十惡)을 범하지 않는 열 가지 선업(善業). 방생(放生)과 시식(施食), 범행(梵行), 실어(實語), 직어(直語), 연어(軟語), 화합관(和合觀), 부정관(不淨觀), 자비관(慈悲觀), 인연관(因緣觀)을 일컫는 말. ②열 사람의 착한 벗. ③열 가지 좋은 일이니, 10선도(善道) 또는 10선계(善戒)라고도 한다. 10악(惡)의 반대. 산 것을 죽이지 않으며[不殺生], 도둑질하지 않으며[不偸盜], 음욕하지 않으며[不邪婬], 거짓말하지 않으며[不妄語], 빛난 말을 하지 않으며[不綺語], 모진 말을 하지 않으며[不惡口], 두 가지 말을 하지 않으며[不兩舌], 아끼고 탐하지 않으며[不貪欲], 성내지 않으며[不瞋恚], 그릇된 견해를 가지지 않음[不邪見]이 여기에 해당한다.
24)자비희사(慈悲喜捨)의 4무량심(無量心)을 뜻함. 이는 범천(梵天)에서 생하는 행업(行業)이므로 범행(梵行)이라 함.
25)원전(原典)은 ‘무물맹불견(無物盲不見)’이다. 송(宋)ㆍ원(元)ㆍ명(明)의 3본(本)에 의하면 ‘무물목불견(無物目不見)’이므로 ‘목(目)’으로 고쳐 번역함.
26)나에게 소속되는 것으로 나에게 집착되는 사물, 즉 나의 소유.
27)순서라는 뜻. 여기서는 세존이 과거의 인행시(因行時)에 닦은 차제항포문(次第行布門)의 순서를 말한다. 차제항포문은 보살수행의 계위(階位)를 단계적으로 펴놓은 것으로 10신(信)ㆍ10주(住)ㆍ10행(行)ㆍ10회향(廻向)ㆍ10지(地)ㆍ등각(等覺)ㆍ묘각(妙覺)의 차례를 말한다. 그러므로 세존이 과거세(過去世)에 이와 같은 수행을 차례로 행한 것을 가리킨다.
28)다섯 가지의 신통력(神通力). 곧 도통(道通)ㆍ신통(神通)ㆍ의통(依通)ㆍ보통(報通)ㆍ요통(妖通).
29)고려대장경에는 ‘인해(人害)’로 되어 있는데, 신수대장경을 참고하여 ‘해인(害人)’으로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