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앙굴마라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기이합니다. 여래께서는 일체 중생을 불쌍히 여기시어 제일 어려운 일을 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앙굴마라에게 말씀하셨다. “여래가 제일 어려운 일을 한 것이 아니라 다시 제일 어려운 일이 있다. 말하자면 미래 세상에 정법(正法)이 세상에 머무른 지 80년 후에 항상 변치않는 여래장을 설한 대승 경전으로 위안시키거나 연설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다. 어떤 중생이라도 그와 같은 것을 지니기란 매우 어려운 것이며, 어떤 중생이라도 항상 변치 않는 여래장을 듣고, 진실하게 따라 순종하는 것도 매우 어렵다.”
앙굴마라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찌하여 어렵다고 하십니까?” 부처님께서는 앙굴마라에게 말씀하셨다. “비유컨대 큰 땅이 네 가지의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것과 같다. 무엇이 넷인가 하면 첫째는 큰 물이요, 둘째는 큰 산이요, 셋째는 초목이요, 넷째는 중생이니 이와 같이 큰 땅이 네 가지의 큰 짐을 지고 있다.” 앙굴마라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013_0491_c_01L부처님께서는 앙굴마라에게 말씀하셨다. “정법이 세상에 머무른 지 80년 후에는 보살마하살이 일체 중생을 위하여 여래의 항상 변치 않는 여래장을 연설하며 네 가지 짐을 짊어질 것이다. 무엇이 넷이냐 하면, 흉악한 나쁜 무리들이 항상 해를 가하려 하여도 죽고 사는 것을 돌아보지 않고 목숨을 버리면서 여래의 항상 변치 않는 여래장을 연설하니 이것이 첫째의 짐으로서 온갖 산더미보다 더 무거운 것이다.
고통이 많은 변방 같은 곳에서 의복ㆍ음식ㆍ탕약과 온갖 도구가 좋지 못하고 온갖 고통뿐이며 한 가지도 좋은 것이 없고 남자들은 모두 삿되고 비방하며 여자들은 믿음이 적은데 그곳만을 고달프게 지키면서 풍년 드는 좋은 땅과 고을에 살지 않는 것이 넷째의 짐으로서 온갖 수풀의 무더기보다 더 무거운 것이다.
만일 이 네 가지의 무거운 짐을 잘 짊어진다면 이야말로 큰 짐을 잘 짊어지는 보살마하살이라고 말할 것이니, 보살마하살로서 정법이 없어지려고 할 80년 후에 몸과 목숨을 버리면서라도 여래의 항상 변치 않는 여래장을 연설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며, 저 모든 중생들이 여래의 항상 변치 않는 여래장에 대해 듣고 믿으며 좋아하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또 앙굴마라여, 이것이 여래(如來)의 제일 어려운 일이 아니라, 더 어려운일을 지금 다시 말하겠다. 이를테면 어떤 사람이 그 수명이 한량없어서 한량없는 백천억 해를 지내면서 한 터럭 끝으로 큰 바닷물을 찍어내며, 또 이보다 더 긴 세월을 지나 한 터럭으로 바닷물을 찍어내어 바닷물이 다 닳아 소 발자국 정도 남게 한다면 이는 매우 어렵지 않겠느냐.”
부처님께서는 앙굴마라에게 말씀하셨다. “정법이 세상에 머무른 지 80년 후에 만일 어떤 보살마하살이 몸과 목숨을 버리면서라도 여래의 항상 변치 않는 여래장을 연설한다면 이야말로 매우 어려운 것이다. 또 앙굴마라여, 이것이 여래의 제일 어려운 일이 아니라 또 어려운 일이 있다. 앙굴마라여, 이를테면 어떤 사람이 수미산과 큰 땅과 큰 바다를 짊어지고 백억 년을 지낸다면 이는 위대한 힘이니 제일 어려운 일이 아니겠느냐.”
앙굴마라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이는 여래의 경계요, 저 성문이나 연각으로 미칠 바가 아닙니다.”
013_0492_a_11L央掘魔羅白佛言:“如是如來境界,非彼聲聞緣覺所及。”
부처님께서는 앙굴마라에게 말씀하셨다. “저것은 위대한 힘이 아니며 매우 어려운 것이 아니다. 만일 큰 바다의 물을 한 티끌씩 백천억 분으로 만들고 백천억 겁 동안에 한 티끌씩을 지니고 가서 바닷물을 닳게 하여 소 발자국만큼 남게 하거나, 또는 수미산과 큰 땅과 강과 바다를 백천억 겁 동안 지고 있는다 하여도 그는 정법이 세상에 머무른 지 80년 후에 여래의 항상 변치 않는 여래장을 연설하지 못할 것이요, 오직 사람 중의 영웅인 보살만이 여래의 항상 변치 않는 여래장을 연설하며 정법을 두호하고 지니리니 나는 이 사람이야말로 제일 어려운 일이라고 말하노라. 또 앙굴마라여, 이를테면 어떤 사람이 물로 삼천대천세계의 아주 왕성한 불을 끈다면 이러한 사람이야말로 매우 어려운 일이 아니겠느냐.”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러하니라. 앙굴마라여, 미래의 세상에는 계율을 지니는 무리는 줄어들고 계율을 범하는 무리는 많아지리라. 정법이 세상에 머무른 지 80년 후에 보살마하살로서 몸과 목숨과 남종ㆍ여종과 소ㆍ염소와 법답지 않은 재물을 버리면서라도 가지가지로 청정하게 정법을 널리 말하며 여래의 항상 변치 않는 여래장을 연설한다면 이는 어떤한 사람이겠느냐?”
앙굴마라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오직 부처님만이 그를 아실 것이요, 성문ㆍ연각도 그를 모를 것입니다. 그 때는 세간의 깨끗한 법을 두호하며 지니기도 어렵거든, 더구나 출세간에서 최상인 여래의 항상 변치 않는 여래장을 연설하는 일이겠습니까. 그와 같은 사람은 물론 삼천대천세계에 맹렬한 불을 끄는 것과 같아서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만일 앞으로 정법이 세상에 머무른 지 80년 후에 보살마하살로서 몸과 목숨을 버리면서라도 여래의 항상 변치 않는 여래 갈무리를 연설한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여래인 것으로 알아야 합니다.”
013_0492_c_01L부처님께서는 앙굴마라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선남자여, 나도 이렇게 말하며 일체 여래께서도 ‘저 사람이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어서 무엇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말씀하신다. 또 선남자여, 온갖 시냇물이 큰 바다에 들어가면 그 밖의 딴 흐름이 나타나지 않듯이, 그 사람이 얻은 지혜도 그와 같아서 온갖 사람들이 그 안에 들어가고 모두 다 나타나지 않는다. 또 선남자여, 큰 바다가 죽은 시체를 받아들이지 않듯이, 그 사람도 그와 같아서 모두 실없는 행위와 애욕과 병고와 어지럽히는 못된 짓이 없으므로 여래장을 비방하는 이와 함께 머무르지 않나니, 이와 같은 사람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며 저 중생들을 돌봐 주는 이와 법을 듣는 이도 또한 매우 어려운 일이다.”
앙굴마라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로서 몇 가지 모습을 갖추어야만 처음 배우는 이라고 말하지 않습니까?”
013_0492_c_03L央掘魔羅白佛言:“世尊!菩薩摩訶薩,成就幾相名非新學?”
부처님께서는 앙굴마라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보살마하살이 여덟 가지 모습을 갖추면 처음 배우는 이라고 하지 않는다. 무엇이 여덟이냐 하면 첫째는 법을 앎이요, 둘째는 생각하여 지닐 줄을 앎이요, 셋째는 부모를 잘 받듦이요, 넷째는 스승의 은혜를 앎이요, 다섯째는 모든 나쁜 소견을 싫어함이요, 여섯째는 온갖 상을 냄과 업신여김과 조복되지 않음과 좋지 못하고 깨끗하지 못한 물건을 멀리함이요, 일곱째는 음욕을 생각하지 않으며 꿈 속에서도 역시 그 생각을 내지 않음이요, 여덟째는 계율을 공경하고 존중하게 여김이니 이와 같이 보살마하살이 여덟 가지 모습을 갖추면 처음 배우는 이가 아니라 할 것이다.
또 보살마하살이 여덟 가지 모습을 갖추면 처음 배우는 이가 아니라고 할 것이다. 무엇이 여덟이냐 하면 첫째는 대승법을 연설함이요, 둘째는 여래장을 분명하게 연설하고 싫어하거나 버리지 않음이요, 셋째는 재물을 탐내지 않음이요, 넷째는 인자[慈]하며 불쌍히 여기며[悲] 기뻐하며[喜] 놓아버리며[捨] 참음[忍]이요, 다섯째는 일체 중생을 마치 외아들과 같이 보는 것이요, 여섯째는 선지식(善知識)을 가까이함이요, 일곱째는 악지식(惡知識)을 멀리함이요, 여덟째는 세속의 이익에 대하여 만족할 줄 앎이니 보살이 이와 같은 여덟 가지 모습을 갖추면 처음 배우는 이가 아니라고 할 것이다.
013_0493_a_01L또 보살이 여덟 가지 모습을 갖추면 처음 배우는 이가 아니라고 할 것이니, 무엇이 여덟이냐 하면 첫째는 편히 위안시키되 상대의 정도를 알아서 잘 말해줌이요, 둘째는 실없는 짓과 실없는 말을 하지 않음이요, 셋째는 번뇌가 줄고 희박하여 앎이요, 넷째는 일체 경을 듣고 앎이요, 다섯째는 수면을 항복 받음이요, 여섯째는 게으르지 않음이요, 일곱째는 부지런하고 방일하지 않음이요, 여덟째는 항상 계율을 좋아함이니 보살이 이와 같은 여덟 가지 모습을 갖추면 처음 배우는 이가 아니라고 할 것이다.
또 보살이 여덟 가지 모습을 갖추면 처음 배우는 이가 아니라고 할 것이니 무엇이 여덟이냐 하면 첫째는 진실함이요, 둘째는 깨끗하여 깨끗한 일 익히기를 좋아함이요, 셋째는 빛나고 윤택함이요, 넷째는 단정함이요, 다섯째는 여자를 멀리함이요, 여섯째는 친척을 멀리함이요, 일곱째는 악을 들으면 두려워할 줄 알고 이런 저런 악에 괴롭혀지면 듣고는 몸에 털이 모두 곤두섬이요, 여덟째는 중생들을 불쌍히 여김이니 보살이 이와 같은 여덟 가지 모습을 갖추면 처음 배우는 이가 아니라고 할 것이다.
또 보살이 여덟 가지 모습을 갖추면 처음 배우는 이가 아니라고 할 것이니 무엇이 여덟이냐 하면, 첫째는 부처님의 말씀과 마군의 말이 다른 것을 잘 앎이요, 둘째는 경전 아는 이를 공경함이요, 셋째는 계율과 계율 아닌 것의 차이와 그 숨은 뜻을 알음이요, 넷째는 여래의 비밀한 말씀을 잘 앎이요, 다섯째는 여래의 비밀한 말씀을 앎이요, 여섯째는 세간의 일에 순종하는 것을 잘 앎이요, 일곱째는 여래가 항상 변치 않음을 잘 앎이요, 여덟째는 보살의 나쁜 일과 나쁜 일 아닌 것을 잘 알며 때와 장소를 잘 알아서 스스로 능란함이니 보살이 이와 같은 여덟 가지 모습을 갖추면 처음 배우는 이가 아니라고 할 것이다.
이상의 마흔 가지 모습을 몸과 생각과 법으로 성취한 보살이라면 처음 배우는 이가 아니라고 하나, 만일 마흔 가지의 공덕이 없거나 만일 반만 되거나 반도 안 된다면 그 남녀는 대승법에 머무른 것이 아니며, 또한 여러 보살의 무리에 들지 못한 것이라고 알아야 하니, 그러므로 보살의 행은 매우 어려운 것이다. 저 보살에게는 어떤 수승한 공덕이 있는가. 그는 애욕에 대한 생각이 없으며 꿈에서조차 마음을 일으키지 않나니 이 사람에게는 모든 각지(覺支)의 수승한 공덕이 있다고 알아야 한다.”
013_0493_b_01L그때 문수사리는 앙굴마라에게 말하였다. “여래장이란 어떠한 뜻이 있는가. 만일 일체 중생에게 모두 여래장이 있다면 일체 중생이 모두 마땅히 부처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일체 중생이 모두 죽이고 도둑질하며 음행하고 거짓말하며 술을 마시는 등 좋지 못한 업을 짓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일체 중생에게 모두 불성(佛性)이 있으면 마땅히 동일한 때에 해탈을 얻어야 할 것이며, 만일 불성이 있다면 마땅히 5역죄를 짓고 일천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만일 나[我]와 나의 계(界)가 있다면 마땅히 온갖 존재[有]를 제도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세간에는 나가 있을 수 없고 계(界)도 있을 수 없으니, 온갖 법에 나가 없는 것이 바로 불교인가 하오.”
부처님께서는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일체 중생에게 여래장이 있으나 한량없는 번뇌에 덮인 것이 그릇 안에 있는 등불과 같다. 또 문수사리여, 비유컨대 한 조복자(調伏子)가 있는데 가섭(迦葉)여래께서 그에게 수기하시되, ‘7년 후에는 꼭 전륜성왕(轉輪聖王)이 되어 바른 법으로 다스리고 교화할 것이며, 나도 이 뒤 7일이면 꼭 열반할 것이다’라고 말씀하심과 같으니라.
그때 조복자는 그 수기 주심을 듣고 기뻐 날뛰면서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일체지(一切智)께서 나에게 수기하시기를, 꼭 전륜성왕이 된다고 하셨으니 나는 지금 그것을 의심하지 않겠다’ 하고서, 곧 자기 어머니에게 말하였다. ‘저에게 어육과 젖과 낙(酪)이며 깨와 팥 등의 온갖 좋은 음식을 주십시오. 제가 힘이 있어야 되겠습니다.’ 그리하여, 그는 한꺼번에 온갖 음식을 함부로 먹다가 스스로 살아가지 못하고 비명에 죽었다. 어찌 생각하는가. 문수사리여, 저 부처님께서 거짓말을 하신 것인가, 일체지가 아닌 것인가? 그 사람은 참으로 전륜성왕이 될 선근과 과보가 없는 것인가?”
문수사리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그는 본래의 나쁜 업으로 이렇게 죽게 된 것입니다.”
013_0493_b_20L文殊師利白佛言:“世尊!彼本惡業故致此死。”
013_0493_c_01L부처님께서는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그러한 말을 하지 말 것이니 그는 비명으로 죽었을 뿐이요, 본래의 나쁜 업 때문이 아니다. 문수사리여, 저 부처님께서 과거의 나쁜 업보를 알지 못하고 수기하셨겠느냐. 과거의 나쁜 업보가 없거늘 지금 스스로 허물을 저질러서 목숨을 잃게 된 것뿐이다. 이와 같도다. 문수사리여, 만일 남자와 여인이 ‘나의 몸 안에 여래장이 있으니 저절로 해탈되어야 할 것이며, 나는 마땅히 악을 지을 것이다. 만일 이와 같이 악을 짓는다면 불성이 해탈을 얻는 것이냐, 해탈을 얻지 못하는 것이냐’고 생각한다면, 위에서 말한 저 조복자와 같아서 참으로 왕이 될 수 있는 성품이 있지만 되지 못한 것과 같다. 왜냐 하면 방일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불성(佛性)이 해탈 못하는 것도 그와 같아서 저 중생들이 많이 방일하기 때문이다. 일체 중생에게 불성이 없는 것이었느냐. 그건 아니다. 전륜왕이 되는 과보처럼 실제로 불성이 있다. 그리고 부처님께서 거짓말을 하셨느냐. 그건 아니다. 중생들이 거짓말을 하고 온갖 방일한 짓을 하며 법을 듣고도 방일하기 때문이니 자기의 허물과 악 때문에 성불하지 못한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그에게 본래의 업이 있다 하여도 이 경을 조금만 들으면 한량없는 아승기겁 동안 쌓인 죄가 모두 다 소멸하리라. 왜냐 하면 여래께서는 한량없는 아승기겁부터 큰 서원을 세우시되, ‘일체 중생 가운데 제도 못한 이는 제도 시킬 것이며, 해탈 못한 이는 해탈시킬 것이다’라고 하셨나니 이 서원과 선근으로 여래의 지혜 광명이 비추는 곳에는 한량없는 아승지의 죄가 모두 다 소멸한다.
013_0494_a_01L또 문수사리여, 비유컨대 온갖 구름과 안개가 덮여 지나가 해가 나타나지 못할 때에는 온 세간을 덮고 가리우지만 햇빛이 조금만 나타나면 온 세간의 어둠과 가리움이 다 사라짐과 같나니, 아승지의 큰 죄가 쌓여 이 경(經)의 해가 나타나기 전에는 일체 중생이 나고 죽음에 윤회하지만, 이 경의 해가 나타나면 아승기의 악과 큰 어둠이 쌓였더라도 여래의 항상 변치 않는 여래장에서는 그것이 한번 손가락 튀기는 순간에 없어지며, 만일 희롱하여 웃으면서 말하거나 딴 짓을 따랐거나 외도에 쏠렸거나 바라이(波羅夷)와 무간(無間)의 나쁜 업과 아승기의 죄라도 잠깐만에 모두 다 없어질 것이다.
왜냐 하면 석가모니여래의 이름만 들으면 비록 발심을 못했으나 이는 벌써 보살이기 때문이다. 왜냐 하면 여래의 수승한 서원은 세간을 모두 나의 소유라고 여기며 제도되지 못한 이들을 모두 제도를 얻게 하며 바른 법으로 교화하여 모두 깨닫게 하시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문수사리여, 여래의 이름만 들은 이도 모두 보살이 될 것이니 그들은 스스로 번뇌를 속히 끊을 뿐만 아니라, 내가 얻은 몸도 얻게 될 것이다. 문수사리여, 내가 말한 게송과 같으니라.
내가 이미 도를 말했으며 근심과 슬픔의 독 가시 빼냈으니 그대들은 마땅히 받아 행해야 하리. 이는 바로 여래가 하신 말씀이라네.
013_0494_a_10L我已稱說道, 憂悲毒刺拔, 汝等應當作,
如來之所說。
내가 말하는 도는 어떠한 도인가. 그 도에는 두 가지가 있으니, 성문의 도와 보살의 도이다. 저 성문의 도는 8성도(聖道)를 말하고 보살의 도는 일체 중생에게 모두 여래장이 있다고 말한 것이다. 나는 차례로 모든 번뇌를 끊고 불성을 증득하여 그야말로 변동이 없으며 참으로 즐겁도다. 만일 번뇌를 끊지 못했더라면 항상 나고 죽음에 바퀴돌듯 하였으리라. ‘내가 이미 도를 말했으며 근심과 슬픔의 독 가시 빼냈으니’라고 한 데서 근심과 슬픔은 번뇌를 말하고, 가시를 빼냈다는 것은 여래를 말하니 나는 한량없는 번뇌를 끊어 없애고 큰 의왕(醫王)이 되었으므로 그대들은 마땅히 나에게 받아 배워야 하고 나는 당연히 그대들에게 여래장을 보여 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013_0494_b_01L‘그대들은 응당 받아 행해야 하리’라고 함은 숨기고 말한 뜻이요, ‘이는 바로 여래가 하신 말씀이라네’라 함은 너희들을 속이지 않고 너희들을 속이지 않았다는 것을 밝힘이니,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시는 것이 우담바라[優曇鉢]꽃과 같고 그를 믿게 되는 것도 항하(恒河)의 모래에 금 좁쌀과 같으며, 또한 눈먼 거북이 뜬 나무 구멍을 만나는 것과 같아서 여래ㆍ응공ㆍ등정각(等正覺)의 여래장(如來藏)경을 만나게 된 것이니 나고 죽음과 수명과 업과에 대하여 속지 말고, 그대들은 스스로 온갖 존재[有]와 일체 번뇌의 병을 벗어나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이는 여래가 하신 말씀이라고 하였다.
모든 착한 법 부지런히 닦으며 온갖 나쁜 마음 항복시켜야 하나니 복 닦기를 게을리하는 이는 마음이 나쁜 데에 빠져 버린다네.
013_0494_b_04L精勤諸善法, 折伏諸惡心, 修福遲緩者,
意樂著諸惡。
이 게송은 내가 성문들을 위하여 말한 것이다. 또 여래장은 매우 얻기가 어렵다. 세상에 이처럼 얻기 어려운 것은 없으니 여래장을 마땅히 빨리 관찰해야 한다. 이와 같고 이와 같이 마음이 나쁜 데에 빠져 있는 비구도 그 자성(自性)만은 청정하거니와 마음 마음에 나쁜 스승에게 배운 허물이어서 다섯 번뇌[五垢]가 우두머리 되어 많은 번뇌들이 앞뒤로 둘러싸고 있다.
어떤 것을 다섯 번뇌가 우두머리 되어 많은 번뇌들이 둘러싸고 있다 하느냐 하면, 이른바 탐욕과 성냄과 수면(睡眠)과 들뜸[掉]과 의혹이 그것이다. 이 다섯 번뇌가 마음을 파괴하니, 근본이 되는 이 다섯 번뇌와 그에 따르는 모든 번뇌를 깨끗이 제거하려고 하면 자성의 청정한 마음에 대하여 방편과 힘을 부지런히 닦아야 할 것이며, 방편을 부지런히 닦고 수다라(修多羅)를 비방하지 말며 일천제 짓을 하지 말 것이며, 방편을 부지런히 닦아서 스스로 제도해야 할 것이니 이러한 뜻에서 저 마음에 한량없는 객진(客塵)번뇌를 근본부터 빨리 뽑아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의식인 법은 행(行)보다 앞서서 의식이 법보다 수승하여 법을 냈나니 의식인 법을 청정하게 믿으면서 만일 말하거나 행한다면 그림자가 물체를 따르듯 쾌락이 저절로 따르리.
013_0494_b_18L意法前行, 意勝法生, 意法淨信,
若說若作, 快樂自追, 如影隨形。
013_0494_c_01L 이 게송은 내가 성문들을 위하여 말한 것이니 여래장의 이치를 말한 것이다. 의법(意法)을 자성이 청정하다는 쪽으로 말한다면 여래장이 일체법보다 수승하다는 뜻이다. 일체법은 여래장이 지어내는 것이며 의법(意法)을 깨끗하게 믿어 모든 번뇌를 끊는다면 참 나[我]의 경지를 본다는 것이다. 만일 여래장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깨끗이 믿은 후에 말하거나 행하며 부처를 이룰 때에 말하거나 행하여 온 세간을 제도한다면 사람이 자기 그림자를 보듯이 여래장을 보는 것도 그와 같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림자가 물체를 따르듯 한다고 말했다.
의식인 법은 행(行)보다 앞서서 의식이 뜻보다 수승하여 법을 냈나니 의식인 법이 나쁜 짓을 저지르면서 만일 말하거나 행한다면 수레바퀴가 소 발자국 따르듯 온갖 고통 저절로 따르리.
013_0494_c_04L意法前行, 意勝意生, 意法爲惡,
若說若作, 衆苦自追, 如輪隨迹。
이 게송은 번뇌의 법을 말한 것이다. ‘의식인 법이 나쁜 짓을 저지르면서’라고 함은 한량없는 번뇌에 덮여 온갖 악을 짓기 때문에 ‘나쁜 짓을 저지른다’고 말한 것이다. 그리고 자성인 마음이 바로 여래장인 줄 알지 못하고 한량없는 번뇌에 들어가서 이처럼 들뜨고 혼탁하여 쉬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말하거나 행한다면 수레바퀴가 소 발자국을 따르듯 온갖 고통이 항상 따르고 끊어지지 않는다 함은 모든 악이 쌓이고 모여 나고 죽음에 바퀴 돌듯함을 말함이다. 일체 중생이 수레바퀴가 소의 발자국을 따르듯 3악도에 윤회하니, 그러므로 ‘복 닦기를 게을리하는 이는 그 마음이 나쁜 법에 빠진다’라고 말했다.
또 문수사리여, 젖[乳]에 소(酥)가 있는 줄을 알고 방편껏 짜내고 맹물을 짜내지 않나니 맹물에는 소(酥)가 없기 때문이다. 문수사리여, 중생도 여래장이 있는 줄을 알기 때문에 부지런히 계율을 지니며 범행(梵行)을 깨끗이 닦는다. 또 문수사리여, 산에 금이 있는 줄을 알고 산을 파서 금을 구하고 나무를 파지 않나니 나무에는 금이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다. 문수사리여, 중생도 여래장이 있는 줄을 알기 때문에 부지런히 계율을 지니며 범행을 깨끗이 닦으면서 ‘나는 반드시 불도를 이루게 되리라’고 말한다. 또 문수사리여, 만일 여래장이 없다면 헛되이 범행을 닦는 것이니, 마치 겁(劫)이 다할 때까지 맹물을 짜내도 소(酥)를 얻을 수 없는 것과 같다.”
013_0495_a_01L문수사리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범행이란 무슨 뜻입니까? 무엇 때문에 여래께서는 5욕락(欲樂)을 버리셨습니까?” 앙굴마라가 문수사리에게 말하였다. “한량없는 하늘ㆍ사람들이 항상 법에서 타락하는 것만 알기 때문에 모든 욕락에 대한 생각을 버리셨습니다.” 부처님께서는마라에게 말씀하셨다. “그러한 말을 하지 말라. 일체 중생에게는 여래장이 있나니 일체 남자는 다 형제가 되며 모든 여인은 다 매가 된다.”
부처님께서는 앙굴마라에게 말씀하셨다. “이는 방편을 보여서 중생을 제도하기 때문이니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제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유컨대 어느 대왕에게 2천의 역사(力士)가 있는데 그 중 두 사람이 방편으로 그들을 굴복시키는 것을 보여 왕의 마음을 기쁘게 하고 여러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경우 오직 왕만 혼자 알고 그 밖의 사람들은 알 수 없는 것과 같다. 부처님도 그와 같아서 부모님을 보여 인간의 실정과 같음을 나타내고서 한량없는 중생을 제도하여 나고 죽는 가없는 큰 바다를 벗어나게 하였다. 그러나 저 중생들은 알지 못한다.
비유컨대 재주 부리는 이가 대중 속에서 갖가지로 변화하고 보여서 여러 사람들의 마음을 기쁘게 하듯이, 부처님 세존도 그와 같아서 가지가지로 변화하며 나타내어 중생을 제도하나 그 중생들은 알지 못한다. 비유컨대 요술하는 이가 대중 속에서 스스로 자기 몸을 끊어 뭇 사람들을 기쁘게 하나 사실은 그 몸에 아무런 손상이 없듯이, 부처님 세존도 그와 같아서 저 요술하는 이가 갖가지로 변화하고 나타내는 것처럼 하여 중생을 제도하신다.
013_0495_b_01L문수사리여, 여래는 일체지로 온갖 것을 아시므로 관찰하되, ‘세간의 일체 중생은 끝없는 옛적부터 부모와 형제ㆍ자매 아닌 적이 없고 일정함 없이 오르락내리락하여 번갈아 서로 높은 이ㆍ낮은 이가 되어 저 재주 부리는 이가 자주자주 변화하는 것과 같았다’고 하나니, 그러므로 여래는 범행을 깨끗이 닦는다.
또 문수사리여, 피차가 자기 계(界)에서 있다면 어떻게 함께 즐기면서 욕락을 누리겠는가. 그들이 자기 밖에 신분이라면 왜 계(界)나 과보가 성립되지 않겠는가. 이 욕락은 바로 크나큰 괴로움의 덩어리이다. 여자에게도 부처의 여래장이 있고 남자도 그러하나니, 어찌 하나인 성품에서 스스로 염심(染心)을 내겠는가. 하나의 성품이기 때문에 여래는 범행을 깨끗이 닦고 제자리에서 물러나지 않는 지위에 머물러 여래의 경지를 얻었다.”
문수사리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무엇 때문에 여래께서는 온갖 범행으로써 우바새ㆍ우바이를 건립하지 않으셨습니까? 무슨 까닭에 세존께서는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의 바른 법을 말씀하시어 집에 네 기둥과 같이 하셨습니까? 우바새ㆍ우바이는 현재 크나큰 악(惡)이 있거늘, 어찌하여 바른 법의 계율 안에 들어서도록 하셨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이는 괴이한 생각이니, 세속적인 생각이라고 한다. 여래는 일체 중생을 라후라(羅睺羅)와 같이 보아서 항상 그들을 편히 세워서 부처 지위에 머무르게 하려고 하는데 여기에는 단계나 점차가 없다. 부처님의 생각은 이 세속 생각과 다르다. 이와 다른 것은 그릇된 물음이다.”
문수사리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일체 중생계가 이 모두 하나의 계(界)이기 때문에 부처님은 생명 죽이는 것을 떠나셨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렇다. 세간에서 생명을 살해하는 것은 어떤 사람이 제 자신을 죽이는 것과 같으니 제 몸 안의 중생계를 죽였기 때문이다.”
013_0495_c_01L부처님께서는 문수리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그러한 말을 하지 말라. 여래는 이와 같이 일체 중생을 라후라와 같이 보신다. 예컨대 어떤 사람이 날마다 항상 두 번씩 먹다가 법을 좋아하기 때문에 매일 한 번만 먹어서 몸 속에 8만 마리 벌레를 죽게 했다면, 그것을 살생(殺生)이라고 해야겠는가? 깨끗하지 못한 살생이 아니라고 해야겠는가?
또 문수사리여, 가없는 욕락을 성인은 모두 등지고 버리나니 성인은 애욕을 없애기 위하여 자신을 해치는데 만약 그렇게 한다면 성인에게는 스스로 해치는 허물이 있다고 해야 한다. 말하자면 애욕의 마음이 치성하면 다른 사람의 처소에 가서 말하되, ‘나에게는 애욕의 마음이 일어나고 있으니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생기도록 가르쳐 주소서. 나는 이대로 있을 수는 없소’라고 하면서 곧 방편을 써서 스스로 해치니, 이렇게 한다면 제 몸을 해치는 것이 되겠는가?”
문수사리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그는 이 일로 공덕이 더 쌓이게 됩니다.”
013_0495_c_08L文殊師利白佛言:“不也。世尊!彼乃因是功德增積。”
부처님께서는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그렇다. 문수사리여, 무슨 까닭인가. 여러 성인들이 스스로를 해침은 이 번뇌의 독사 때문이거니와 어찌 다른 이의 몸을 해쳤겠는가. 부처님이 연설하신 바른 법을 모든 나쁜 무리들이 파괴하면 자기의 번뇌가 치성할 적에 그를 붙들어 온갖 곤란을 가하는 것과 같이 하나니, 그것이 바로 자계(自界)에 공양한 것이다. 스스로 최고의 낙을 구하는 것과 같이 욕락과 의복ㆍ음식ㆍ수명에 대한 낙을 버리며, 스스로 몸을 해치는 것과 같이 그들을 조복하나니 이야말로 여래장을 잘 알았다고 할 것이다.”
문수사리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여래장으로 인하여 부처님께서는 고기를 드시지 않습니까?”
013_0495_c_16L文殊師利白佛言:“世尊!因如來藏故,諸佛不食肉耶?”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렇다. 일체 중생이 끝없는 옛적부터 나고 죽음에 언제나 바퀴돌듯 하였나니, 부모ㆍ형제ㆍ자매가 아닌 적이 없었다. 마치 재주부리는 이가 정해진 바 없이 모습을 바꾸는 것과 같아서 나의 고기와 남의 고기가 동일한 고기니 그러므로 여러 부처님께서는 모두 고기를 드시지 않았다. 또 문수사리여, 일체 중생의 계(界)와 나의 계가 하나의 계이니, 지니고 있는 고기가 바로 동일한 고기인지라, 그러므로 여러 부처님께서는 모두 고기를 드시지 않았다.”
013_0496_a_01L문수사리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옥돌과 자개와 밀[蠟]과 꿀이며 피혁과 비단과 솜 따위는 자계(自界)의 고기가 아닙니까?” 부처님께서는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그러한 말을 하지 말라. 여래는 세간의 온갖 것을 떠나셨고 여래는 드시지 않는다. 만일 여래가 세간의 물건을 가까이 한다고 말한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만일 가까이 했다면 그것은 방편의 법이다. 만약 물건이 이리저리 옮겨져서 온 것이라면 가까이 할 수 있거니와 물건이 직접 나온 곳에서는 가까이 할 수 없다. 만일 이리저리 옮겨져서 죽인 사람의 손을 떠난 것이면 가까이 할 수도 있다.”
문수사리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지금 이 성 안에 가죽 다루는 사람이 한 명 있어서 가죽신을 만들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그것을 사서 보시한다면 이것은 이리저리 옮겨져서 온 것이니 부처님께서는 그것을 받으시겠습니까? 또 세존이시여, 만일 저절로 죽은 소를 소의 주인이 전타라에게 가서 가죽을 벗겨서 가죽 다루는 이에게 맡기어 가죽신을 만들게 하고 그것으로 계행 지니는 사람에게 보시한다면 이것도 이리저리 옮겨져서 온 것이니 받을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저절로 죽은 소를 소의 주인이 가죽을 가지고 가죽신을 만들어 계율지니는 이에게 보시하면 응당 받아야 되느냐고 하였는데, 받지 않는 것이 비구의 법이다. 만일 받는다면 자비가 아니나 그렇다고 그러나 계율을 깨뜨린 것은 아니니라.”
문수사리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또한 깨끗하지 못한 물을 사용할 수 없고 익혀서 먹는 것도 비구는 응당 받지 못할 것입니다. 만일 그렇다면 그러함이 현실이십니까?” 부처님께서는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이것은 세간의 생각이라 할 것이니 만일 우바새가 있으면 깨끗한 물로 음식을 만들므로 사용하지 않아도 되거니와, 만일 우바새가 없다면 부처님인들 어떻게 하겠는가. 육지에도 벌레가 있고 물에도 벌레가 있으며 허공에도 벌레가 있다. 그렇다면 깨끗한 법에도 악이 되고 마니 세간에서 어떻게 깨끗한 법을 닦겠는가. 이것은 논지에 벗어난 질문이라 하겠다.”
013_0496_b_01L문수사리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세간에서도 오래전부터 또한 저절로 고기 먹지 않는 법을 세워 왔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세간에서 부처님의 말씀에 따르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모두 부처님의 말씀으로 알아야 한다.”
문수사리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세간에서도 역시 해탈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저 해탈은 해탈이 아니요, 오직 부처님 법만이 해탈입니다. 또한 출가(出家)하였으나 출가 아닌 것이 있사오니 오직 부처님 법만이 출가입니다. 세존이시여, 세간에서 또한 나[我]와 고기 먹지 않는 것을 말하나, 저들은 나가 없고 또한 고기 먹지 않는 것도 없으며 오직 세존의 법에서만 나와 결정적으로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지난 과거 한량없는 아승기겁 때 세상에 부처님이 계셨다. 그 명호는 구손타발타라(拘孫陀跋陀羅)이신데 세상에 출현하시어 이 성안에 계셨다. 그때 그 세계는 모래와 자갈이 없고 외도라는 명칭도 없었으며 오직 하나인 대승(大乘)뿐이었고 그 모든 중생들은 한결같이 쾌락하기만 했었다.
그때 여래께서 세상에 오래 계시다가 이윽고 열반하셨는데 열반한 후에도 바른 법이 오랫동안 유지되었다. 그러다가 정법이 없어지려고 할 때에는 계율을 지키는 이는 줄어들고 그릇된 법이 더욱 성하였다. 아란야에 한 비구가 있었는데 그 이름은 불혜(佛慧)였다. 그에게 어떤 착한 사람이 값진 옷을 보시하거늘, 그 비구는 그를 가엾이 여겨 받았다. 비구는 그 옷을 받아서 여러 사냥꾼에게 보였더니 여러 사냥꾼들은 이 좋은 옷을 보자, 곧 훔칠 마음이 생겨 그날 밤에 이 비구를 데려다가 갚은 산 속에 들어가서 옷을 벗기고 몸을 나체로 만들며 그 손을 나무에 매달아 두었다.
013_0496_c_01L그날 밤에 꽃을 따던 바라문이 아란야 근처에 갔다가 범을 보고 놀라서 산을 향해 달아나다가 벗은 채 손이 나무에 매달린 비구를 보고 놀라 탄식하기를, ‘아, 이 사문이여, 먼저는 가사를 입었더니 지금은 옷을 벗고 있구나. 필시 가사는 해탈의 원인이 아닌 것을 알고 스스로 매달려 고행(苦行)하는 것이 참으로 도를 배우는 것이라고 여긴 것이로다. 저 사람이 어찌 착한 법을 버릴 사람이겠느냐. 그것만이 분명히 해탈의 원인이 된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리라’고 하여 바른 법을 무너뜨렸기 때문에 그는 옷을 버리고 머리털을 뽑으며 나체 사문이 되었나니 나체 사문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그때 비구는 스스로 결박을 풀고, 곧 나무 껍질을 벗겨 붉은 돌로 염색하고서 그것으로 스스로 몸을 가리며 풀을 엮어서 불자를 만들어 모기와 등에를 쫓는 것에 사용하였다. 또 다시 꽃을 따던 바라문이 있다가 그것을 보고 속으로 생각하기를, ‘이 비구가 그전에 입었던 좋은 옷을 버리고 이와 같은 옷을 입으며 이와 같은 불자를 가지고 있구나. 저 사람이 어찌 착한 법을 버리겠느냐. 분명히 그것이 해탈의 도임을 알았기 때문이리라’고 하여 곧 그 법을 배웠으니 출가한 바라문이 여기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그때 저 비구는 해질 무렵에 물에 들어가 목욕하면서 아울러 머리에 부스럼을 씻고 곧 물 묻은 옷을 그 부스럼 위에 덮으며, 소치는 사람이 버려 둔 떨어진 옷을 주워 자기 몸을 가리웠다. 그때 나무꾼이 그것을 보고 속으로 생각하기를, ‘이 비구가 먼저는 가사를 입었더니 지금은 모두 버렸구나. 필시 가사는 해탈의 원인이 아닌 것을 알고서 머리털을 그냥두고 헤어진 옷을 입고 밤낮으로 세 번씩 목욕하고 고행을 닦아 익히는구나. 저 사람이 어찌 착한 법을 버리겠느냐. 분명히 그것이 해탈의 도임을 알았기 때문이리라’고 하여 그는 곧 그 법을 배웠으니 고행하는 바라문이 여기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그 비구가 목욕하고 나서 몸에 부스럼이 많아 파리와 벌이 빨아먹으므로 곧 흰 재[灰]를 군데군데 부스럼마다 바르고 물 묻은 옷으로 몸을 가리웠다. 그때 그것을 보는 이가 있어서 그것이 바로 도라고 말하며, 곧 그 법을 배웠나니 재[灰]를 바르는 바라문이 여기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013_0497_a_01L그때 저 비구는 불을 피워 놓고 그 부스럼을 지졌는데, 그 부스럼이 몹시 고통스러워 참을 수 없어 바위 위에서 몸을 던져 제 자신을 스스로 해치고 말았다. 그때 그것을 본 이가 있어, ‘이 비구가 전에는 좋은 옷을 입더니 지금은 이러한 일을 하였다. 저 사람이야말로 어찌 착한 법을 버리겠느냐. 바위에서 몸을 던지는 것이 해탈의 도임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였으니, 바위에서 몸을 던지며 불을 섬기는 일이 여기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이와 같이하여 96종의 외도가 모두 이 비구의 갖가지 모습에 여러 가지 망상을 일으켜 제각기 소견을 낸 것이다. 비유컨대 어느 나라 사람들이 낱낱이 서로 보고 좋지 못한 생각을 일으키며 좋지 못한 생각이 생기고서는 제각기 서로 죽이는 것처럼, 96종의 외도가 제각기 딴 생각을 내는 것도 역시 그와 같다. 마치 목마른 사슴이 아지랑이를 물이라고 생각하여 쫓아가다가 죽듯이, 바른 법이 없어질 무렵에 저 비구의 그릇된 법으로 인하여 법이라고 생각함도 역시 그와 같다.
그렇다. 문수사리여, 진실한 나[我]에 대해 세간의 그와 같은 삿된 소견과 모든 딴 망상(妄想)으로 ‘해탈은 이와 같으며, 내가 이와 같이 세간을 벗어났다’고 말하는 이는 또한 여래의 비밀한 가르침을 알지 못하고 무아(無我)를 부처님의 말씀이라고 한다. 그는 말만 따라서 생각하는 것이니 외도의 원인이 생긴 것과 같다. 그는 세간에서 어리석음을 따른 것이다. 그리고 출세간 사람들도 비밀한 말씀을 파악하는 지혜에 어둡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여래는 1승(乘)인 중도(中道)를 말했는데 그 도는 치우치는 두 쪽을 떠났나니 나가 진실하고 부처가 진실하고 법이 진실하고 승가[僧]가 진실함인 그것이다. 그러므로 중도(中道)를 ‘대승’이라고 말한다.”
013_0497_b_01L그때 앙굴마라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중생들이 중도를 알지 못하고 허망한 생각으로 딴 중도를 말하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앙굴마라에게 말씀하셨다. “이 경을 듣고 믿는 중생이 적을 것이며, 미래의 중생들은 이 경을 많이 비방할 것이다.” 앙굴마라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말씀하여 주소서. 어느 곳 어떤 중생들이 이 경을 비방할지, 얼마나 되는 일천제(一闡提)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어느 곳에서는 널리 중생을 위하여 위안시키며 말해 줄 이가 있겠습니까? 원하옵나니 여래께서는 불쌍히 여기시어 말씀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는 앙굴마라에게 말씀하셨다. “미래 세상에 중국에서는 응당 98백 천억 중생이 있어서 이 경을 비방하고 헐뜯으며, 7십억 중생이 일천제가 될 것이다. 그리고 동방에는 98천억 중생이 이 경을 비방하고 헐뜯으며 60억 중생이 일천제가 될 것이다. 서방에는 98백억 중생이 이 경을 비방하고 헐뜯으며 50억 중생이 일천제가 될 것이다. 남방에는 98억 중생이 이 경을 비방하고 헐뜯으며 40억 중생이 일천제가 될 것이다.
계빈국(罽賓國)에는 내가 남긴 법이 있을 것이며, 바루가차(婆樓迦車) 나라에는 이름만 남을 것이며 빈타산국(頻陀山國)에도 역시 그와 같을 것이다. 계빈국의 비구들은 반반은 대승법을 행하고 반반은 대승법을 좋아하며 대승법을 말할 것이다. 남방에는 응당 견고한 도를 행하며 여래의 행을 행하여 8대사(大事)를 떠나고 여래의 항상 변치 않는 여래장을 말하며 보살마하살인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들이 견고한 도를 행하여 나의 법을 유지해 나갈 것이다.”
013_0497_c_01L부처님께서는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그렇고, 그렇다. 나의 법이 남방에 조금 머무를 것이니, 그대와 같이 애써 행하는 보살마하살이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고 일체 중생을 위안하기 위하여 여래의 항상 변치 않는 여래장을 연설할 것이다. 다른 부처님들께서는 이 세계에 와서 삼천대천세계에 한량없는 중생에 대하여 책임지기를 좋아하지 않으시나 나만은 여기에서 해탈시키노라.
나의 보살마하살도 바른 법이 없어지려는 80년 후에 바른 법을 유지해 보겠다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대 문수사리와 같은 이들은 바른 법이 없어지려는 80년 후인 그때를 당해서 바른 법을 책임지고 유지해 보려고 온갖 염부제(閻浮提)와 그 밖의 여러 곳에서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고 여래의 항상 변치 않는 여래장을 연설하리니 그 때의 중생들이 혹은 믿기도 하며 혹은 믿지 않기도 할 것이다. 저 여러 보살들은 ‘만일 나의 몸을 절단내어 여러 개로 만든다 하여도 나는 이것으로 말미암아 항상 머무르는 몸을 얻게 되리라’고 생각하여, 그대 문수사리와 같은 한량없는 보살마하살이 저 남방에서 바른 법을 책임지고 유지하리니 그것은 참으로 제일 어려운 일이다.
그러므로 나는 항상 남방에서 최후 설법하는 것을 칭찬하노라. 저 보살들의 위덕의 힘으로 온갖 염부제와 그 밖의 여러 곳에 있는 여러 중생들이 그 이름만 듣고도 회향(廻向)하리니, 혹은 부끄러워서 혹은 두려워서 그런 것이다. 마치 왕이 있으면 그 밖의 왕법만 듣고도 그 나라가 저절로 다스려지듯이, 계빈국과 가루가차 성에는 부끄러워하며, 두려워하기 때문에 대승의 비밀 법을 말하게 되니 그것 역시 그와 같다. 그러나 여래의 항상 변치 않는 여래장만은 연설하지 않는다.
013_0498_a_01L문수사리여, 비유컨대 풀 속에 불을 놓으면 가운데만 타고 가장자리는 타지 않듯이, 내가 처음 난 땅에는 견고한 도가 없어지겠지만 남긴 법은 남방의 변두리에 머무르게 되리라. 모든 보살이 거기에서 바른 법을 책임지고 유지함도 역시 그와 같나니, 그 속에는 여래가 계시는 것으로 알아야 한다.”
그때 석제환인(釋提桓因)은 33천(天)의 여러 권속과 함께 부처님의 발 아래 머리를 조아리며, 큰 공양을 올리고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함께 꼭 이 경을 두호하고 지니겠사오니 부디 부촉하여 주소서. 일체 중생을 불쌍히 여기시어 이 경의 명칭을 말씀해 주소서.” 부처님께서는 천제석(天帝釋)에게 말씀하셨다. 교시([憍尸迦)여, 이 경은 『앙굴마라(央掘魔羅)』라고 하니 이와 같이 받아 지녀라. 교시가여, 이 경은 우담발라(優曇鉢羅) 꽃과 같이 만나기가 어렵다.”
그때에 제석의 맏아들인 아비만유(阿毘漫柔)가 부처님의 발 아래 예배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의 부왕이 아수라와 싸울 때 말을 모는 이에게 이르기를, ‘너는 마땅히 잘 장엄하여 아수라의 군사를 항복받아라’ 하면, 어거하는 이는 부왕에게 아뢰되, ‘근심하시거나 염려하시지 마옵소서. 저희들은 먼저 죽기를 다짐하고서 왕을 따라왔습니다. 이제 목숨이 다할 때까지 뜻을 굳게 하여 결정을 치루겠사오며 그 밖의 사람들도 역시 몸을 버리며 힘을 다할 것입니다’라고 함과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미래 세상에 바른 법이 없어지려고 할 40년 후의 무렵에 보살마하살이 여래의 항상 변치 않는 여래장을 연설하며, 또한 생각하기를, ‘내가 설법할 때 많은 중생이 감당하지 못하니 나는 말하지 말아야겠다. 그리고 그때 여러 선남자들로 하여금 저 여러가지 어려운 일들을 듣고 물러가는 마음을 내지 않도록 해야 겠다. 그리고 장엄된 법의 수레를 잘 몰아 여래장, 즉 여래는 항상하고 고요하며 변치 않는다는 것을 세상에 널리 알려 주어야겠다’고 하여 저 선남자가 여래의 항상하고 변치 않는 여래장을 연설하면 저희는 그때 비구가 되어 몸과 목숨을 버리면서라도 그를 보호할 것입니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칭찬하셨다. “착하고 착하다. 선남자들이여, 그대들은 모두 바른 법을 구하는 이들이로다. 나도 반드시 법을 좋아하는 이를 위하여 감싸주고 보호하겠으며, 말을 잘 모는 이와 같이 나도 항상 그의 앞에서 갈 것이니 그대들은 항상 견고해야 하며 여래의 항상한[常] 자리ㆍ항상함[恒]인 자리ㆍ고요함인 자리ㆍ변역하지 않는 자리ㆍ여래장 자리인 그것에 대해 은혜를 알고 널리 알려 주며 연설해야 한다.”
그때 바사닉왕(波斯匿王)은 네 가지 병정을 모으고 여러 대신들에게 말하였다. “지금 나찰과 같은 사람이 있어서 천에서 하나가 부족한 많은 사람을 상해하여 그 손가락으로 꾸미개를 만들고 그 피를 몸에 바르며, 용감하고 날쌔고재빨라서 이 나라에 횡포가 심하다는데, 지금 이 성에서 그 거리가 40구로사(俱盧奢:牛鳴)도 못 된다고 하네. 혹시 나와 신하들을 살해하여 그 수를 채울는지도 모르니 지금 함께 가서 살귀(殺鬼)를 없애야겠다.
지금 이 성안에 있는 온갖 남녀들이 그를 찾아 잡고 싶어 하지만 아무도 감히 나가지 못하고 있으며, 일체 새와 짐승들도 그 나쁜 이름만 들으면 역시 그곳에 가지를 못한다는구나. 그대들은 마땅히 이 명령을 안팎으로 널리 펴되 ‘바사닉 왕이 지금 네 가지 병정을 일으키고 저 나찰인 앙굴마라를 토벌하려고 하니 모두들 무기를 지니고 오라. 만일 그와 힘을 다하여 싸우면 상하거나 상하지 않거나 간에 그 공에 따라서 코끼리와 말과 값진 보물과 성읍과 토지로 상을 주되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모두 해줄 것이다’라고 하라.”
013_0498_c_01L그때 여러 왕비들이 울면서 간하여 아뢰었다. “차라리 나라를 잃을지언정 원하옵나니 직접 토벌하시지 마옵소서.” 왕은 나라의 점치는 이를 불러서 그 길흉을 물었다. “지금 앙굴마라를 제거할 수 있겠느냐?” 점치는 이들은 모두 아뢰었다. “그는 지금 곧 사라질 것입니다.” 왕은 비록 이 말을 들었으나 믿지 않고 네 가지 병정을 데리고 부처님의 처소에 나아가서 부처님의 발 아래 머리를 조아리고 두려운 빛을 띠면서 이마 위에는 땀이 흐른 채로 한곳에 물러나 앉아 있었다.
그때에 부처님께서는 일체지(一切智)로써 온갖 것을 아시면서 짐짓 물으셨다. “대왕이여, 오늘은 무슨 까닭으로 땀을 흘립니까?” 왕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지금 나찰이 있는데 그 이름은 앙굴마라입니다. 그는 천에서 하나 부족한 인민을 살해하여 그 손가락으로 꾸미개를 만들고 그 피를 몸에 바릅니다. 그가 그 짓을 쉬지 않고서 나와 싸울까 염려됩니다. 그리고 온 나라 사람들이 모두 다 두려워하여 문을 닫고 나가지 않아서 하는 사업이 폐지될 지경이며 온갖 새ㆍ짐승들도 모두 감히 접근하지 못합니다. 그리하여 이 네 가지 병정을 데리고 가서 그를 토벌하려고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왕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대왕께서 그를 벌 주려 하십니까?” 왕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지금 오직 한 마음으로 부처님을 믿는 것만 만족할 뿐이옵니다.” 부처님께서는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앙굴마라가 여기에 온다면 왕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때 네 가지 병정들은 모두 다 크게 두려워하는데 오직 왕만은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부처님의 위덕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왕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만일 그가 온다면 한 사람이 옵니까?” 그때 세존께서는 왕에게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말씀하셨다. “저 자가 바로 항상 이기는[常勝] 앙굴마라입니다.”
왕이 앙굴마라를 보니 그는 똑바로 보고 눈을 깜짝이지 아니하며, 그 형상을 살펴보니 붉은 눈에 웅장한 자세였다. 왕은 털이 쭈뼛하게 설 만큼 놀랐고, 사람 아닌 무엇에 홀린 것처럼 용맹한 마음이 사라지고 쥐었던 칼이 저절로 땅에 떨어지며 차츰차츰 여래의 사자좌에 가까이 가서 한마음으로 지성껏 여래에게 귀의하면서 속으로 생각하기를, ‘마땅히 우리들을 라훌라와 같이 보아 주시리라’고 하였다. 그때 네 가지 병정들은 갑절이나 더 놀라고 겁내어 정신이 헷갈리고 엎어지며 자빠지기도 하며 달아나 도망하여 숨기도 하였다.
사람이 전일에 방일했다가도 그 후에 그치고 범하지 않으면 구름이 사라져 달이 나오듯 세상을 밝게 비추리.
013_0499_a_10L人前放逸, 後止不犯, 是照世閒,
如月雲消。
만일 보살마하살이 먼저는 방일한 짓을 보이고 그 후에는 공덕을 나타낸다면 이는 구름이 사라지자 달이 나타나서 세상을 비추는 것과 같나니 한량없는 중생을 제도하고 여래의 공덕을 나타냅니다. 대왕이여, 알아야 하나니 그는 나쁜 사람이 아니라 보살이 되어 좋은 방편을 보인 것입니다.”
왕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무슨 뜻에서 이 사람을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하십니까? 먼저는 스승의 부인을 욕보이고 나쁜 스승의 비사차(毘舍遮)와 같은 행위를 받아 행했습니다.”
013_0499_a_16L王白佛言:“以何義故言非惡人?先辱師婦,受行惡師毘舍遮行?”
부처님께서는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그는 스승의 부인을 욕보이지 않았으며 저도 또한 그의 스승이 아니나, 그 스승과 부인의 모습으로 보여 그 마음을 고치게 한 것이며, 그 스승의 법을 익히고 좋아했으나 항상 청정했습니다. 대왕이여, 이는 크게 기특한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비유컨대 용과 코끼리가 한판 붙으면 나귀는 감당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대왕이여, 여래는 사람 중에 큰 용이며 코끼리로서 말씀과 교법을 숨기어 비밀히 말하니 성문과 연각은 모두 다 감당하지 못하고 오직 부처님과 부처님만이 감당 할 수 있습니다.
013_0499_b_01L대왕이여, 이 세계에서 남방으로 62항하(恒河) 모래 수의 세계를 지나면 국토가 있으니 그 이름은 일체보장엄(一切寶莊嚴)이며, 부처님 명호는 일체세간낙견상대정진(一切世間樂見上大精進) 여래ㆍ응공ㆍ등정각이신데 현재 세상에 계시면서 교화하시되 성문과 연각의 법은 있지 않고 순일한 대승뿐이며, 딴 법[乘]의 이름은 없습니다. 저 세계의 여러 중생은 늙음과 병듦과 뜻에 맞지 않는 고통이 없고, 순일한 쾌락뿐이며, 수명도 한량없고 광명도 한량없으며 순전히 미묘한 빛깔입니다. 그 세계는 어느 세간으로도 견줄 수 없기 때문에 그 국토를 일체보장엄이라고 이름했으며, 부처님의 명호를 일체세간낙견상대정진이라고 한 것입니다. 왕은 마땅히 따라서 기뻐하여 합장하며 공경해야 합니다. 저 여래가 어찌 딴 사람이겠습니까. 앙굴마라가 바로 저 부처님이니, 부처님의 경계는 불가사의합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바사닉왕에게 말씀하셨다. “이 세계에서 북방으로 42항하 모래 수의 세계를 지나면 국토가 있으니 그 이름은 상희(常喜)이며, 부처님 명호는 환희장마니보적(歡喜藏摩尼寶積) 여래ㆍ응공ㆍ등정각이신데 지금 세상에 계시면서 교화하십니다. 그 국토에도 성문과 연각은 없고 순일한 대승이며 딴 법의 이름은 없습니다. 그리고 늙음과 병듦과 온갖 고통의 이름도 없고 순전히 쾌락만 있고 그 수명도 한량없으며 광명 역시 한량이 없어서 견줄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그 국토를 상희라고 이름한 것이며, 부처님 명호를 환희장마니보적 여래ㆍ응공ㆍ등정각이라고 한 것입니다. 왕은 마땅히 따라서 기뻐하여 합장하고 공경해야 합니다. 저 여래가 어찌 딴 사람이겠습니까. 문수사리가 바로 저 부처님입니다.
만일 어떤 중생이라도 앙굴마라와 문수사리에게 공경하며 예배하거나 이 두 사람의 이름을 들은 이는 환희 국토 보기를 자기 집 보듯 하리니 저 이름을 들었으므로 네 갈래의 나쁜 문이 항상 닫힐 것입니다. 혹은 웃고 즐기며 혹 그를 따라 순종하며 혹은 명리를 위하거나 외도이거나 혹은 중한 계를 범하거나 5무간(無間)의 죄를 지었더라도 네 갈래의 길이 닫힐 것입니다.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이 두 명호로써 보호를 받으면 현재나 미래의 세상에 벌판의 험난한 곳과 온갖 두려움이 있는 곳에서도 모두 다 보호를 받게 될 것이며, 온갖 곳의 공포가 모두 다 소멸할 것입니다. 그리고 하늘ㆍ용ㆍ야차(夜叉)ㆍ건달바(乾闥婆)ㆍ아수라(阿修羅)ㆍ가루라(迦樓羅)ㆍ긴나라(緊那羅)ㆍ마후라가(摩睺羅伽)ㆍ비사사(毘舍闍) 무리들이 모두 다 어지럽히지 못할 것입니다.”
013_0500_a_01L그때 세존께서는 바사닉왕에게 말씀하셨다. “여래의 말씀에는 이와 같이 큰 위덕(威德)이 있으며 보살의 행에도 이와 같이 큰 위덕이 있습니다. 그리고 문수사리와 앙굴마라도 이와 같이 큰 위덕이 있으니 두 보살에게 따라서 기뻐하는 마음을 내며 보살의 한량없는 행을 일으켜야 합니다. 대왕이여, 당신은 앙굴마라의 어머니를 받들어야 하고 그 일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앙굴마라의 어머니는 내가 방편으로 수호하는 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