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13_0520_a_01L문수사리문경(文殊師利問經) 상권
013_0520_a_01L文殊師利問經卷上


양(梁) 부남국(扶南國) 승가바라(僧伽婆羅) 한역
김달진 번역
013_0520_a_02L梁扶南國三藏僧伽婆羅譯


1. 서품(序品)
013_0520_a_03L序品第一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13_0520_a_04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王舍城)의 기사굴산(耆闍崛山)에서 큰 비구 대중 1,350인과 함께 계셨다. 그들은 다 아라한(阿羅漢)으로서 모든 누(漏)가 다 되어서 다시는 번뇌가 없었고, 몸과 마음이 자유로워 마음을 잘 해탈하고 지혜를 잘 해탈하였으며, 모든 감관을 조복(調伏)하여 훌륭한 이들[摩訶那伽]이 할 일을 이미 끝내고 해야 할 일도 이미 끝내었으며, 무거운 짐을 버리고서 이미 자기의 이익된 일에 이르렀으며, 번뇌가 이미 다하여 바른 지혜로써 잘 해탈하여 일체 마음의 자유로운 경지에 도달한 이들이었다.
013_0520_a_05L一時佛住王舍城耆闍崛山中與大比丘衆一千三百五十人皆是阿羅漢諸漏已盡無復煩惱身心自在心善解脫慧善解脫調伏諸根摩訶那伽所作已辦可作已辦捨於重擔已到自事義有使已盡智善解脫到一切心自在
그들의 이름은 장로 아야교진여(阿若憍陳如)이곳 말로는 이지(已知)이고, 진여(陳如)는 성(姓)이다ㆍ사리불(舍利弗)ㆍ대목건련(大目犍連)이곳 말로 나복근(羅茯根)이니, 그의 아버지가 이것을 씹는 것을 좋아하여 그로 인해 이름을 삼았다.ㆍ마하 가섭(迦葉)ㆍ이바다(離婆多)이곳 말로는 상작성(常作聲)이다.ㆍ수바후(須婆吼)이곳 말로는 선비(善脾)이다.ㆍ아난타(阿難陀)이곳 말로는 대환희(大歡喜)이다.로서 이러한 1,350명의 아라한들이 있었으며,
013_0520_a_11L其名曰長老阿若憍陳如此言已知陳如姓也舍利弗大目揵連此言羅茯根其父好噉此物因以爲名摩訶迦葉離婆多此言常作聲須婆吼此言善脾阿難陁此言大歡 喜如是等一千三百五十阿羅漢
다시 1천3백에 달하는 범부와 비구 대중이 있었고, 다시 금강(金剛)보살ㆍ대세지(大勢至)보살ㆍ관세음(觀世音)보살ㆍ대덕용맹(大德勇猛)보살ㆍ무진의(無盡意)보살ㆍ대의(大意)보살ㆍ문수사리동자(文殊師利童子)보살 등 이러한 수없는 보살마하살(菩薩摩訶薩)들이 있었다.
013_0520_a_15L復有一千三百凡夫比丘衆復有金剛菩薩大勢至菩薩觀世音菩薩大德勇猛菩薩無盡意菩薩意菩薩文殊師利童子菩薩如是等無數菩薩摩訶薩

2. 보살계품(菩薩戒品)
013_0520_a_20L菩薩戒品第二

문수사리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이제 묻고자 합니다. 세존의 뛰어난 말씀인 세간의 보살계(菩薩戒)를 원하건대 저를 위해 말씀해 주십시오. 제가 자세히 듣겠습니다.”
013_0520_a_21L文殊師利白佛言世尊我今欲問世尊勝語世閒菩薩戒願爲我說我當諦
013_0520_b_01L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문수사리여, 내가 이제 설하겠으니 그대는 자세히 잘 들어라. 중생을 살해하지 않고 남의 재물을 훔치지 않고 범행(梵行) 아닌 것을 행하지 않고 허망한 말을 하지 않고 술을 마시지 않아야 하니, 이러한 것을 기억해야 하며, 노래하거나 춤을 추는 창기(倡伎) 노릇을 하지 않고, 꽃향[花香]을 가지거나 하늘 갓[天冠] 등을 갖지 않고 높거나 넓고 큰 평상에 눕지 않고 한낮을 지나서는 먹지 않아야 하니, 만약 이러한 일을 행한다면 3승(乘)을 성취하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범한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머리털의 길이가 두 손가락을 포갠 정도라면 깎아야 마땅한데, 혹시 두 달 만에 만약 짧다고 하면서 깎는다면 이는 배운 것 없는 보살이고, 만약에 두 손가락의 정도를 넘는다면 이 역시 배운 것 없는 보살이며, 손톱을 길러서는 안 되는데, 쌀보리 한낱 만큼의 길이는 그럴 수 있다 하여, ‘왜냐하면 가려운 데를 긁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한다면 이렇게 한 자는 분별 보살이다.
013_0520_b_02L佛告文殊師利我今當說汝善諦不殺衆生不盜他財物不非梵行不起妄語不飮酒如是當憶不歌儛倡伎不著花香持天冠等不坐臥高廣大牀不過中食若行此事不成就三乘何以故以有犯故髮長二指當剃或二月日若短而剃是無學菩薩若過二指亦是無學菩薩爪不得長得如一%(麥*黃)麥何以故爲搔癢故若如此者是分別菩薩
불(佛)ㆍ법(法)ㆍ승(僧)과 반야바라밀(般若波羅蜜)과 부모 형제를 공양하기 위해서는 재물을 저축할 수 있고, 절을 짓기 위해서나 또는 불상을 만들기 위해서나 보시하기 위한, 그러한 인연이 있다면 금은과 재물을 받아도 허물이 없다고 하거나, 만약에 밥을 뭉쳐 먹을 경우 달걀 정도의 크기만 하게 해야 하고, 먹을 때에는 일이 없으면 다른 데를 보지 말아야 한다고 하면, 이는 역시 분별 보살이다.
013_0520_b_11L爲供養佛幷般若波羅蜜及父母兄弟得畜財物爲起寺舍爲造像爲布施若有此因緣受金銀財物無有罪過若食摶當如雞卵大正食時無因緣不得看他分別菩薩
또 물건을 매매할 수 없고, 남에게 보시 받은 물건을 팔아서 돈으로 바꿀 수 없으며, 만약에 보시한 것이 억만에 이른다 해도 마땅히 받아야 한다. 왜냐하면 인연이 있기 때문이다.
013_0520_b_16L不得賣受他施物不得貨賣若施至億萬亦皆應受何以故有因緣故
자신을 위해서 악업을 짓지 말고, 또한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악업을 짓게 하지도 말고,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을 찬탄하지도 말아야 한다. 자기 때문에 살생된 것이라면 그 고기를 먹을 수 없지만 만약에 고기가 재목(材木)처럼 이미 저절로 썩고 허물어졌을 경우엔 먹고 싶으면 먹을 수도 있다.
문수사리여, 만약 고기를 먹으려는 자는 마땅히 다음의 주문을 외워야 한다.
013_0520_b_18L不以自身作惡亦不教他不得爲利養故讚嘆他人若爲己殺不得噉若肉如材木已自腐爛欲食得食文殊師利若欲噉肉者當說此呪
013_0520_c_01L
다냐타 아나마아나마 아시바다아시바다 나사나
多姪咃此言如是阿捺摩阿捺摩此言無我無我阿視婆多阿視婆多此言無壽命無壽命那舍那
사 타아타아 바불바불 싱가율다미 사바하
此言失失陀呵陀呵此言燒燒婆弗婆弗此言破破僧柯慄多弭此言有爲莎 呵此言除殺去
013_0520_b_21L多姪咃此言如是阿捺摩阿捺摩此言無我無我阿視婆多阿視婆多此言無壽命無壽命那舍那舍此言失失 陁呵陁呵此言燒燒婆弗婆弗此言破破僧柯慄多弭此言有爲莎呵此言除殺去

이 주문을 세 번 외우고서야 고기와 밥을 먹을 수 있으니, 그렇지 않다면 먹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밥도 생각하지 않고 먹어서는 안 되는데 하물며 고기를 먹는 데 있어서랴.”
013_0520_c_02L此呪三說乃得噉肉飯亦不應食以故若無思惟飯不應食故何況當噉肉
그때 문수사리가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만약에 고기를 먹을 수 있다면, 『상구경(象龜經)』이나 『대운경(大雲經)』이나 『지만경(指鬘經)』이나 『능가경(楞伽經)』 등 여러 경전에서는 어째서 다 끊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까?”
013_0520_c_05L爾時文殊師利復白佛言世尊若得食肉者『象龜經』『大雲經』『指鬘經』『楞伽經』等諸經何故悉斷
부처님께서는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깊고도 넓어서 저 언덕을 볼 수 없는 그러한 강물을 어떤 인연이 없이는 건너갈 수 없겠지만, 만약에 인연이 있다면 그대는 건너겠는가, 못 건너겠는가?”
013_0520_c_08L佛告文殊師利如深廣江不見彼岸若無因緣則不得渡若有因緣汝當渡不
문수사리는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마땅히 건너겠습니다. 저는 마땅히 건너겠습니다. 혹은 배로써, 혹은 뗏목[筏]으로써, 혹은 그 밖의 다른 물건으로써 말입니다.”
013_0520_c_10L文殊師利白佛言世尊我當渡我當渡或以舩或以筏或以餘物
부처님께서는 문수사리에게 다시 말씀하셨다.
“중생들은 자비의 힘이 없어서 살해할 뜻을 품고 있음으로 해서 이 인연 때문에 고기를 먹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문수사리여, 어떤 중생이 더러운 누더기 옷[糞掃衣]을 좋아한다면 나는 말하겠다.
‘더러운 누더기 옷을 입고 이같이 걸식하며 나무 밑에 앉거나 맨땅에 앉거나 아란야(阿蘭若)와 무덤 사이에 앉아서 한 번만 먹고 때가 지나면 먹지 않으며, 머무르게 되는 곳에서 3의(衣) 등으로 그들을 교화하면 나는 두타(頭陀)를 설해 주겠다.’
그러므로 문수사리여, 만약 중생으로서 살해할 마음이 있으면, 그 마음 때문에 무수한 죄과를 저지르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내가 고기를 못 먹게 하는 것이니, 만약 살해할 마음을 품지 않고 대자대비한 마음으로 일체 중생들을 교화하기 위해서라면 그 때문에 죄과가 있을 수 없다.
013_0520_c_12L佛復告文殊師利以衆生無慈悲力懷殺害意爲此因緣故斷食肉文殊師利有衆生樂糞掃衣我說糞掃衣如是乞食樹下坐露地坐阿蘭若塚閒一食過時不食遇得住處三衣等爲教化彼我說頭陁如是文殊師利若衆生有殺害爲彼心故當生無數罪過是故我斷肉若能不懷害心大慈悲心爲教化一切衆生故無有過罪
또 마늘을 먹어서는 안 되지만 만약 인연이 있으면 먹을 수 있으며, 만약 약에 섞어 병을 치료할 경우라면 먹을 수 있다.
013_0520_c_21L不得噉蒜若有因緣得噉若合藥治病則得用
술을 마셔서도 안 되지만 만약 약에 섞되 의사의 말에 따라 많은 약과 한데 섞어서 술은 적고 약이 많다면 마실 수 있다.
013_0520_c_23L不得飮酒若合藥醫師所說多藥相和少酒多藥得用
013_0521_a_01L기름을 먹거나 몸에 바르는 것도 안 되지만만약 인연이 있으면 사용할 수 있고, 우유와 낙(酪)과 생소(生酥)ㆍ숙소(熟酥)ㆍ제호(醍醐) 등을 사용할 수도 있다. 내가 과거에 우유죽을 먹은 것도 풍(風)과 담(痰)과 냉증 때문이었다.”
013_0521_a_01L不得服油及塗身等若有因緣得用得用乳生酥熟酥醍醐我先噉乳糜爲風痰冷故
부처님께서는 게송을 읊어 말씀하셨다.
佛說此祇夜

만약 몸을 단속하면 이는 선한 것이며
마음과 입을 단속함도 그러하니
일체의 처소를 단속함이
바로 보살이 행할 바이네.
013_0521_a_04L若身覆是善
心口覆亦然
一切處所覆
菩薩所應行

부처님께서는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서른다섯 가지 큰 공양이 있으니, 보살마하살은 마땅히 이것을 알아야 한다. 등불을 켜고 향을 사르고 몸에 바르고 땅에 바르고 향과 가루 향과 가사(袈裟)와 일산[繖]과 용자(龍子) 번기[龍子幡]와 그 밖의 다른 번기와 소라[螺]와 북과 큰 북[大鼓]과 방울[鈴]과 소반[盤]과 춤을 추는 것과 노래하는 것과 또는 와구(臥具)이며, 혹은 삼절고(三節鼓)ㆍ요고(腰鼓)ㆍ절고(節鼓) 및 절고(截鼓)와 만다라꽃[曼陀羅花]이며, 땅을 쓸고 땅에 물 뿌리고 꽃을 꿰고 비단을 다는 것이며, 밥과 물과 간장과 또는 그 밖의 맛난 음식이며, 향을 섞은 빈랑(檳榔)과 양지(楊枝)와 목욕 향수와 비누이니, 이것이 이른바 큰 공양이다.”
013_0521_a_06L佛告文殊師利有三十五大供養菩薩摩訶薩應知然燈燒香塗身地香末香袈裟及繖若龍子幡幷諸餘幡螺鼓大鼓鈴盤儛歌以臥具三節鼓腰鼓節鼓幷及截鼓曼陁羅花持地灑地貫花懸繒漿飮可可噉及以可味香和檳榔楊枝幷及澡豆此謂大供養
013_0521_b_01L부처님께서는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스물여섯 가지 삿된 소견이 있으니, 보살마하살은 마땅히 이것을 여의어야 한다. 말을 살해하여 불에 제사 지내기도 하며 사람을 살해하여 불에 제사 지내기도 하며 한꺼번에 활을 사방에 쏘아 말 4천 마리를 죽여서 오장(五藏)을 제거하고 7보(寶)를 넣어서 바라문(婆羅門)들에게 보시하며, 사람을 죽여서 보배 넣기를 역시 그렇게 하며, 활을 사방에 쏘아 화살 가는 곳까지의 그 사이에 7보를 가득 펴서 그것을 바라문들에게 보시하며, 말을 사방에 달리게 하여 그 말이 가는 곳까지의 사이에 7보를 가득 펴서 바라문들에게 보시하며, 이 화살과 말이 끝까지 가는 곳 사이에 있는 중생들을 다 살해하고, 쌓아둔 온갖 물자도 일체 다 태워버리며, 일체 천신을 다 예배하며, 일체 나무숲들에 다 예배하며, 일체 산신들에게 다 예배하며, 옛날에 살던처소에 다 예배하며, 모든 큰 나무들에게도 다 예배하며, 모든 잡귀신들의 형상까지에도 다 예배해야 하니라.
013_0521_a_14L佛告文殊師利有二十六邪見是菩薩摩訶薩應離殺馬祠火殺人祠火一時射四方殺馬四千頭去除五藏內以七寶施婆羅門殺人內寶亦如箭射四方齊箭至處布滿七寶施婆羅門走馬四方窮其所至布以七寶施婆羅門隨此箭馬所極之處滿中衆生皆悉殺害聚積雜物一切燒一切天神悉皆當禮一切林樹悉皆當禮一切山神悉皆當禮古昔居處悉皆當禮諸有大樹悉皆當禮雜神像悉皆當禮
마혜수라(摩醯首羅)ㆍ비뉴(毘紐)ㆍ구마륵(拘摩勒)ㆍ범천왕(梵天王)ㆍ염라왕(閻羅王)ㆍ용ㆍ비사문(毘沙門)ㆍ인다라(因陀羅)ㆍ주천녀(酒天女)ㆍ할다야니(割多耶尼)ㆍ독가설타차(獨伽舌陀遮)ㆍ문지우마라(文持優摩羅) 등이 모두 삿된 소견과 비슷하다. 이 무리들은 버리고 예배해서는 안 되기에 문수사리여, 나는 이러한 것을 공덕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013_0521_b_03L摩醯首羅毘紐拘摩勒梵天閻羅王龍毘沙門因陁羅天女割多耶尼獨伽舌陁遮文持優摩羅與邪見相似是等可捨不應禮拜文殊師利我不說此以爲功德
부처님께서는 게송을 읊어 말씀하셨다.
013_0521_b_07L佛說此祇夜

위와 같은 스물여섯 가지는
모두 삿됨에 귀의한 것이라
뛰어남도 아니고 안온함도 아니므로
뭇 고통을 벗어날 수 없느니라.
013_0521_b_08L如上二十六
悉是邪歸依
非勝非安隱
不得脫衆苦

만약 불ㆍ법ㆍ승에 귀의하거나
또는 4성제(聖諦)에 귀의한다면
이 귀의야말로 뛰어나고 안온하여
일체의 고통을 다 벗어날 것이네.
013_0521_b_10L 若依佛法僧
及以四聖諦
勝安隱歸依
一切苦解脫

“저 앞서의 삿된 소견을 서로들 공덕이라고 전해 말하지만, 말을 살해하는 공덕이나 사람을 살해하는 공덕이나 활을 사방에 쏘는 공덕이나 말을 달리게 하는 공덕이나 일체 중생을 죽이는 공덕은 실상 공덕이 아니니, 만약 한 생각이라도 자비심을 낸다면 공덕의 광대함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문수사리여, 이것이 바로 보살로서 행할 바이다.”
013_0521_b_11L彼先邪見相傳說此功德殺馬功德殺人功德射方功德走馬功德殺一切衆生功德實非功德若生一念慈悲心功德廣大不可思議文殊師利此是菩薩所行
그때 문수사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여래ㆍ응공ㆍ정변지(正遍知)께 미래 모든 보살들의 여러 행에 대하여 묻고자 하니, 여래께서 허락하신다면, 제가 이제 묻겠습니다.”
013_0521_b_16L爾時文殊師利白佛言世尊我欲問如來應供正遍知未來諸菩薩諸行如來若許我今當問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묻고 싶은 대로 물어라.”
013_0521_b_19L佛告文殊師利隨意所問
문수사리는 부처님께 여쭈었다.
“사부대중이 혹 몸이나 입에서나 나무나 돌 그 밖의 모든 소리를 어느 때에 모두 내지 않아야 합니까?”
013_0521_b_20L文殊師利白佛言四衆於何時中不得作聲或身石及諸餘聲
부처님께서는 대답하셨다.
“여섯 때[六時]만은 소리를 내어서는 안 되니, 예불할 때와 법을 들을 때와 대중이 화합할 때와 걸식할 때와 밥 먹을 때와 대소변을 볼 때이다.”
013_0521_b_22L佛告文殊師利於六時不得佛時聽法時衆和合時乞食時正食大小便時
013_0521_c_01L문수사리는 부처님께 여쭈었다.
“무엇 때문에이때만은 소리를 내지 않아야 합니까?”
013_0521_c_01L文殊師利白佛何故於是時不得作聲
부처님께서는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이 시간은 여러 천신들이 오는 때이다. 저 천신들은 항상 청정한 마음이고 더러움이 없는 마음이고 공(空)한 마음이고 바라밀(波羅蜜)에 수순하는 마음이고 불법을 관하는 마음인만큼, 저 소리 때문에 마음이 안정되지 않는다면 안정되지 않음으로 해서 모두 돌아가게 되고, 모든 천신들이 다 돌아감으로 해서 다른 악귀들이 모여 와 요익하지 않고 안온하지 않은 일을 일으켜 저 사람들이 여기에서 모든 재앙과 환란을 당하며, 인민들이 기갈에 허덕여 서로가 침범할 것이니, 이 때문에 문수사리여, 마땅히 부처님ㆍ응공ㆍ정변지께 고요히 예배해야 한다.”
013_0521_c_02L佛告文殊師利於是時有諸天來彼諸天常淸淨心無染空心隨波羅蜜心觀佛法心以彼聲故令心不定以不定故悉皆還去以諸天去故諸惡鬼來作不饒益安隱事彼人於此生諸災患人民飢更相侵犯是故文殊師利應寂靜禮佛應供正遍知
부처님께서는 게송을 읊어 말씀하셨다.
佛說此祇夜

몸과 입에서 소리를 내지 않고
나무나 돌 그 밖의 소리도 다 내지 않고
고요히 예불하는 자에게
여래께서는 찬탄하시는 바이네.
013_0521_c_09L不作身口聲
木石餘音聲寂靜禮佛者如來所讚嘆

3. 불가사의품(不可思議品)
013_0521_c_11L不可思議品第三

그때 문수사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다시 묻겠으니, 원하건대 부처님께서 해설해 주십시오.”
013_0521_c_12L爾時文殊師利白佛言世尊我當更願佛解說
부처님께서는 문수에게 말씀하셨다.
“묻고 싶은 대로 물어라.”
佛告文殊隨意所問
문수사리는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무엇 때문에 열반(涅槃)에 드십니까?”
013_0521_c_14L殊師利白佛言世尊如來何故入於涅槃
부처님께서는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열반에 든 것이 아니고 중생들 때문이다. 문수사리여, 마치 유리(琉璃)구슬이 청정하여 때가 없기에 흰 물질을 만나거나 푸르고 누렇고 붉은 물질을 만나면 이 유리구슬은 물질의 빛깔에 따르나 유리는 무심(無心)하여 다른 빛깔을 나타내는 것과 같다.
013_0521_c_16L佛告文殊師利我不入涅槃以故由衆生故文殊師利如琉璃珠淸淨無垢若値白物赤物此琉璃珠則隨物色琉璃無心令見異色
문수사리여, 여래도 역시 그러하니, 혹 어떤 중생은 부처가 열반에 들어 법 바퀴 굴리는 것을 보기도 하고, 혹은 뭇 마군을 항복 시키는 것을 보기도 하고, 혹은 널리 신통을 나타내어서 대소변 보는 것을 보기도 하고, 혹은 식사하는 것을, 혹은 잠자는 것을, 혹은 다니는 것을, 혹은 웃는 것을 보기도 하여 중생들의 뜻대로 다 보니, 여래가 바로 그러하다.
013_0521_c_19L文殊師利如來亦爾或有衆生見佛涅槃轉法輪見降衆魔見竝現神通大小便利或食或眠或行或笑如衆生意悉見如來如是
013_0522_a_01L문수사리여, 또다시 허공이 색(色)이 없으면서 색이 그 가운데 나타나되 허공은 잡음[取]이 없으면서 모든 색을 잡으며,허공은 뜻이 없으면서 생각을 내며, 허공은 처소가 없으면서도 중생들의 처소가 되며, 허공은 무너짐이 없으면서도 무너지는 것은 허공을 의지하니, 여래의 법신(法身)은 바로 더러운 몸이 아니고, 피와 살의 몸이 아니고, 바로 금강(金剛)의 몸이며, 부수어지지 않는 몸이고, 부술 수 없는 몸이고, 비유할 수 없는 몸이나 능히 일체 모든 색을 나타내니, 지혜ㆍ금강의 몸으로써 부수어지는 몸으로 나타낸다.
013_0521_c_23L文殊師利如虛空無色而色於中現虛空無取亦取諸色虛空無意而生憶想虛空無處爲衆生處虛空無墮而墮依虛空來法身非是穢身非血肉身是金剛是不破身不可破身無譬喩身能示現一切諸色以智慧金剛身爲碎身
문수사리여, 만약에 부처가 열반에 들지 않는다면 세간에선 부처의 이 법신이 금강이 아니기에 부수어지며, 또는 금강이기에 부수어지지 않음을 알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여래의 지혜 몸이 열반을 나타내 보임은 진실한 열반이 아니고 방편으로써 일부러 열반에 드는 것을 설하기 때문이다.
013_0522_a_07L文殊師利若佛不涅槃世閒不知佛是法身非金剛是碎是金剛不碎何以故如來慧身示現涅槃眞涅槃以方便故說入涅槃
문수사리여, 열반이란 뜻이 많으니, 큰 것은 열반이 아닌데 이름하여 열반이라 하는 것은 의식이 없는 대승(大乘) 열반으로서 이를 큰 반열반[大般涅槃]이라 하며, 작은 열반[小涅槃]이란 연각(緣覺)과 성문(聲聞)의 열반과 같은 것이다.
큰 것은 열반이 아니라는 것은 열반이란 허공과 같기 때문이며, 작은 열반이란 바로 자신의 업(業)이고 다른 사람의 업이 아니니, 이 때문에 작은 열반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열반이란 아래의 뜻이고, 내가 말하는 죽음이란 열반을 이른다. 여래는 죽지 않으니, 왜냐하면 성문도 오히려 나고 늙고 죽음이 없어서 근심하거나 슬퍼하거나 괴로워하지 않는데 하물며 여래의 법신처럼 불가사의한 몸이고 나지 않는 몸이고 없어지지 않는 몸이고 사라지지 않는 몸이겠느냐. 저 오랜 수명을 지닌 천신들이 여래가 열반에 드는 것을 보고는 슬퍼하고 그리워하고 사모함은 반야바라밀의 인연을 심을 만하고, 성문과 연각과 보살의 인연을 심을 만도 하다”
013_0522_a_10L文殊師涅槃者多義大者非涅槃名涅槃者無識大乘涅槃是說大般涅槃涅槃者如緣覺聲聞涅槃大者非涅涅槃如虛空故小者是自業非他是故說小涅槃涅槃者下義我說死名涅槃如來不死何以故聲聞尚不生老死不憂悲苦惱何況如來法不可思議身不生身不滅身不燒彼長壽諸天見如來入涅槃悲傷戀慕堪種般若波羅蜜亦堪種聲聞緣覺菩薩因緣
부처님께서는 게송을 읊어 말씀하셨다.
佛說此祇夜

여래의 금강 몸이
오늘날 이미 파괴되었다 하면
이 몸도 오히려 파괴되거늘
하물며 힘 약한 자이겠느냐.
013_0522_a_21L如來金剛身
今日已破壞
此身尚破碎
何況羸力者

이것을 슬퍼하고 그리워하여
빨리 법신을 얻을지니
이 때문에 여래는
열반의 모습을 나타내 보이노라.
013_0522_a_23L 以此生悲戀
疾當得法身
以是故如來
示現涅槃相
013_0522_b_01L
여래의 미묘한 법신은
보거나 들을 수 있는 법이 아니고
나지도 않고 사라지지도 않으니만큼
이 법신이야말로 부사의한 법신이네.
013_0522_b_01L 如來妙法身
非可見聞法
不生亦不滅
不可得思議

그 대중 가운데 대의(大意)라는 보살이 이 게송을 읊었다.
013_0522_b_02L於此衆中大意菩薩說此祇夜

여래가 열반이 아니고
열반이 여래가 아니고
또한 마음도 뜻도 알음알이도 아니니
있고 없는 상(相)을 여의었기 때문이니라.
013_0522_b_03L如來不涅槃
涅槃非如來
亦非心意識
離有無相故

어떤 이가 모니(牟尼)께서
생사를 아주 여읨을 보면
집착하는 것 없음을 이루어
이것저것에 다 집착하지 않으리라.
013_0522_b_05L 若人見牟尼
永離於生死
得成無所執
不著彼此故

문수사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만약 여래로서 마음도 뜻도 알음알이도 없다면 어떻게 중생을 위하는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미래의 중생들이 이러한 의심을 가질 것입니다.”
013_0522_b_06L文殊師利白佛言世尊若如來無心意識云何當作衆生事未來衆生當有此疑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문수사리여, 마치 허공이 마음도 뜻도 알음알이도 없으면서 역시 일체 중생들의 처소가 되고, 4대(大)가 마음도 뜻도 알음알이도 없으면서 일체 중생들이 의지하는 것이 되고, 해와 달이 마음도 뜻도 알음알이도 없으면서 광명이 일체 중생들을 비추고, 수목(樹木)이 마음도 뜻도 알음알이도 없으면서 능히 중생들에게 꽃과 과일을 주는 것과 같다.
013_0522_b_09L佛告文殊師利如虛空無心意識亦爲一切衆生處四大無心意爲一切衆生所依日月無心意識光照一切衆生樹木無心意識能與衆生花果
이와 같이 문수사리여, 어떤 마니(馬尼) 구슬이 일체 중생들의 뜻대로 되었다. 바다 속에서 생겨난 그 구슬을 당기[幢] 위에 안치하니, 사람들이 좋아하는 바에 따라 금ㆍ은ㆍ유리ㆍ진주 등 보물이 그 마니 구슬로부터 나와 능히 그 수명을 길이 늘이되, 마니 구슬은 마음도 뜻도 알음알이도 없으면서 중생의 뜻을 따라 줄지 않았으니, 설사 이 세간의 모든 것이 다 소멸되어 다른 곳으로 갈지라도 구슬이 만약 떨어지지 않는다면 큰 바다는 마르지 않는다. 문수사리여, 여래도 이와 같이 일체 중생을 위하는 일을 하되 여래는 사라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여래는 마음도 뜻도 알음알이도 없기 때문이다.”
013_0522_b_13L如是文殊師利有摩尼珠名隨一切衆生意生於海中安置幢隨人所樂金銀琉璃眞珠等物摩尼珠出能長養壽命摩尼珠者心意識隨衆生意而無損減若此世閒一切消盡當往餘方珠若未墮海不乾文殊師利如來如是作一切衆生事如來不滅何以故如來無心意識故
부처님께서는 게송을 읊어 말씀하셨다.
佛說此祇夜

부처는 마음도 뜻도 알음알이도 없으면서
일체 중생을 위하는 일을 하니
이같이 여래의 부사의함을
능히 믿는 자도 역시 그러하리.
013_0522_b_21L佛無心意識
作一切衆事
如來不思議
能信者亦然

그때 문수사리가 여래를 찬탄하여 이 게송을 읊었다.
013_0522_b_23L爾時文殊師利讚嘆如來說此祇夜
013_0522_c_01L
조어사[調御]ㆍ무등쌍(無等雙)의
한 길 여섯 자 몸 법신인
모든 부처님께 저는 예배하고
또 불탑(佛塔)에 예배하옵니다.
013_0522_c_01L我禮一切佛
調御無等雙
丈六身法身
亦禮於佛塔

태어난 곳과 득도(得道)한 곳과
법 바퀴 굴리는 곳과 열반한 곳과
다니고 서고 앉고 누웠던
일체 모든 곳에도 다 예배하옵니다.
013_0522_c_03L 生處得道處
法輪涅槃處
行住坐臥處
一切皆悉禮

모든 부처님 부사의하시고
묘한 법 또한 그러하며
과보를 믿는 자라면
그도 역시 부사의할 것이며
013_0522_c_04L 諸佛不思議
妙法亦如是
能信及果報
亦不可思議

능히 이 게송으로써
여래를 찬탄하는 자도
천만억 겁(劫)에 걸쳐
모든 나쁜 갈래에 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013_0522_c_05L能以此祇夜
讚嘆如來者
於千萬億劫
不墮諸惡趣

부처님께서는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다, 훌륭하다. 여래야말로 한량할 수 없고 생각할 수 없다.”
그리고는 곧 게송을 읊어 말씀하셨다.
013_0522_c_07L佛言文殊師利善哉善哉如來不可不可思議卽說祇夜言

부처는 감자(甘蔗) 종성에 태어나
사라지고 나면 다시 태어나지 않으니
어떤 사람이건 부처에게 귀의한다면
지옥의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며
013_0522_c_09L佛生甘蔗姓
滅已不更生
若人歸依佛
不畏地獄苦

부처는 감자 종성에 태어나
사라지고 나면 다시 태어나지 않으니
어떤 사람이건 부처에게 귀의한다면
아귀의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며
013_0522_c_11L 佛生甘蔗姓
滅已不更生
若人歸依佛
不畏餓鬼苦

부처는 감자 종성에 태어나
사라지고 나면 다시 태어나지 않으니
어떤 사람이건 부처에게 귀의한다면
축생의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으리라.
013_0522_c_12L 佛生甘蔗姓
滅已不更生
若人歸依佛
不畏畜生苦

4. 무아품(無我品)
013_0522_c_13L無我品第四

문수사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미래세 중생들이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내[我]가 있어서 일체 곳에 두루한다. 왜냐하면 일체 행 때문이다. 3세(世)의 고락(苦樂)과 진애(瞋愛)를 벗어났으니, 이것이 나라는 상(相)이다.’
세존이시여, 외도들이 나를 계교하는 그 뜻도 이와 같은 것이겠습니다.”
013_0522_c_14L文殊師利白佛言世尊未來衆生當說有我遍一切處何以故一切行故出過三世愛悉是我相世尊外道計我其意如是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문수사리여, 마치 자석(磁石)이 일체 쇳가루[鐵屑]를 흡수하는 것과 같으니, 쇳가루가 곧 나인가, 자석이 곧 나인가. 만약 그대가 말하기를, ‘쇳가루가 내가 아니고 자석이 내가 아니다’라 한다면, 이는 두루하지 않는 것이며, 그 반면 자석과 쇳가루가 다 나라고 한다면 어떻게 나로써 스스로 나를 흡수할 수 있으랴. 역시 두루하지 않으니, 왜냐하면 스스로가 그 몸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모든 물질은 4대(大)여서 일체가 무상(無常)한지라, 만약 무상한 것이라면 진실하지 않고, 진실하지 않은 것이라면 진리가 아니고, 진리가 아니라면 그럴 이치가 없으니, 그럴 이치가 없기 때문에 나라는 것이 없다.
013_0522_c_18L佛告文殊師利譬如磁石吸一切鐵屑爲鐵屑是我磁石是我若汝當說鐵屑非我磁石非我是則非遍若磁石鐵屑悉是我云何以我而自吸我又亦不遍以故自吸其身故所有色一切是四一切無常若無常不眞實若不眞不諦若不諦無處無處故無我
013_0523_a_01L문수사리여, 마치 노인이 밤중에 앉아 스스로 두 무릎을 잡고서 말하기를, ‘어떻게 이 조그마한 두 아이가 있게 되었느냐?’고 하는 것과 같다. 만약 이 노인의 몸속에 나라는 것이 있었다면 어떻게 자신의 무릎을 알지 못하고서 조그마한 아이라고 말하겠는가. 이 일을 보더라도 실상 내가 없는 것이다.
이 삿된 소견을 지닌 사람들은 그럴 이치가 없음에도 그릇 고집하는지라. 마치 아지랑이를 보고서 물이라는 생각을 내는 것과 같으니, 실재로 물이 없건만, 눈이 어지럽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내가 없음에도 그릇 나라는 생각을 내는 것은 다 어둡고 미혹되고 삿된 소견이고 바른 소견이 아니다.
013_0523_a_01L殊師利猶如老人於夜中坐自捉兩膝說如是言那得有此兩小兒耶此老人身中有我云何不識自膝是小兒以是事故實無有我是邪見於無處橫執譬如見焰而生水想實無有水以眼亂故如是非我橫生我想是闇惑邪見非正見也
만약에 내가 있어서 일체 곳에 두루한다면 이는 다섯 갈래[五道]에 모두 두루 할 것이다. 인도[人]와 천도[天]는 즐거운 곳이고, 지옥ㆍ아귀ㆍ축생은 괴로운 곳인데, 만약 내가 일체 곳에 두루한다면 지옥의 괴로움을 받는 내가 곧 인도ㆍ천도에서도 괴로움을 받아야 할 것이다. 즐거움이란 선업(善業)으로 말미암아 얻고 괴로움이란 악업(惡業)으로 말미암아 얻으며, 즐거움이란 애착을 내고 괴로움이란 진심을 대며, 혹 용맹스럽거나 건장함도 있고 혹 겁내거나 두려워함도 있을 것이니, 이와 같이 모든 상(相)이 다르기 때문에 두루하지 않은 줄 알아라. 나는 이것을 진실한 관찰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013_0523_a_08L若我遍一切處則遍行五道天是地獄餓鬼畜生是苦若我遍一切我受地獄苦則人天亦應苦樂者由善業得苦者由惡業得樂者生染苦者生瞋或有勇健或有怖畏如是異相故知不遍我不說此是眞實思
그리고 만약 내가 3세를 뛰어넘었다면 과거세는 이미 지나가 등불처럼 사라졌고, 미래세는 아직 다가오지 않아 미래의 등불과 같고, 현재세는 머물지 않아 마치 흐르는 물과 같으며, 나라는 자체는 과거도 아니고 미래도 아니고 현재도 아니어서 어떤 시절(時節)이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시절을 벗어났기 때문이다.
013_0523_a_15L若我過三世者過去已沒如燈已未來未到如未來燈現在不停如流水我非過去非未來非現在時節何以故過時節故
만약 시절이 없다면 수(數)가 없고 수가 없으므로 나라는 것도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분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013_0523_a_18L若無時則無以無數故亦無有我何以故以可分故
아(阿)의 글자는 나를 여의는 음성이고, 다(多)의 글자는 파괴하지 않는 것이고, 마(魔)의 글자는 교만을 없애는 것이며, 또 아(阿)의 글자는 진실하게 나를 여의는 것이니, 진실하게 나를 여의기 때문에 두 가지 모두 벗어나는 것을 아(阿)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문수사리여, 글자로써 분별한 까닭은 반드시 내가 없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013_0523_a_20L阿者離我聲多者不破麽者滅憍慢又阿者眞實離我眞實離我兩過說阿是故文殊師利分別字故定無有我
부처님께서는 이 게송을 읊어 말씀하셨다.
佛說此祇夜

자석(磁石)은 쇳가루를 흡수하니
두 가지 중에 어느 것이 나일까.
두루하지 않고 스스로가 흡수함은
반드시 내가 없기 때문이네.
013_0523_a_23L磁石吸鐵屑
二種誰是我
不遍及自吸
決定無我故
013_0523_b_01L
마치 목마른 사람이 아지랑이 보고서
물이 아님에도 물이란 생각을 내듯이
삿된 소견으로 나를 잘못 고집하는
그 일도 역시 그러하나니
아(阿)의 글자를 분별한다면
반드시 내가 없음을 알리라.
013_0523_b_01L 如渴人見焰
非水生水想
邪見橫執我
其事亦復然
分別於阿字
定知無有我

5. 열반품(涅槃品)
013_0523_b_03L涅槃品第五

그때 문수사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열반은 성문ㆍ연각ㆍ범부로서 분별할 수 없으니, 여래ㆍ정변지(正遍知)께서만 설할 수 있습니다.”
013_0523_b_04L爾時文殊師利白佛言世尊涅槃者聲聞緣覺凡夫不能分別唯如來遍知之所能說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문수사리여, 열반은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왜냐하면 번뇌를 끊을 것이 없기 때문에 도달하는 곳이 없다. 도달함이란 얻는다는 뜻이다. 도달함이 없기 때문에 얻을 것도 없으니, 왜냐하면 괴로움도 즐거움도 없기 때문이다. 아주 없어지거나 없어지지 않음도 없고, 항상 있거나 항상 있지 않음도 없다.”
013_0523_b_07L佛言文殊師利涅槃不滅何以故無斷煩惱故無所到處何以故以無處故到者得義無到故無得何以故無苦樂故無斷不斷常不常
부처님께서는 이 게송을 읊어 말씀하셨다.
佛說此祇夜

아주 없지 않으니 사라지지 않고
항상 있지 않으니 나지 않고
떨어뜨리지 않으니 떨어지지 않고
가지 않으니 머물지도 않노라.
013_0523_b_11L不斷不滅
不生不起
不墮不落
不行不住

“언제나 열반에 머물러 아주 없어지지도 않고 항상 있지도 않는 상(相)이니, 왜냐하면 생사가 없기 때문이다.
문수사리여, 나는 오히려 생사를 보지 않았는데 하물며 생사 과환(過患)을 보았겠으며, 문수사리여, 나는 오히려 열반을 보지 않았는데 하물며 열반의 공덕을 보았겠느냐?”
013_0523_b_13L常住涅槃不斷不常相何以故無生死故文殊師利我尚不見生死何況當見生死過患文殊師利我尚不見涅槃何況見涅槃功德
그리고는 부처님께서 게송을 읊어 말씀하셨다.
佛說此祇夜

만약 한 가지 법을 본다면
다른 법도 다 볼 수 있을 것이니
한 가지 법에 공하기 때문에
일체 법이 역시 공이다.
013_0523_b_17L若見有一法
餘法悉應見
以一法空故
一切法亦空

“문수사리여, 모든 법이 다 공한 줄을 알아야 하니, 사라지지 않는 것이라면 곧 나지 않는 것이고, 없어지지 않는 것이라면 곧 사라지지 않는 것이고, 항상 하지 않는 것이라면 곧 나지 않는 것이며, 번뇌를 끊을 것이 없기 때문에 사라지지 않고, 번뇌의 자리가 없기 때문에 나지 않는다.”
013_0523_b_19L文殊師利當知諸法空若不滅則不若不斷則不滅若不常則不生煩惱可斷故是故不滅無煩惱處故是故不生
013_0523_c_01L부처님께서는 다시 말씀하셨다.
“문수사리여, 장애가 없기 때문에 사라지지 않고,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장애가 생김이 없으며, 선(善)함도 없고 선하지 않음도 없기 때문에 장애가 없으니, 문수사리여, 이것을 열반이라고 말한다.”
013_0523_b_23L佛復告文殊師利無障㝵故不滅滅故無障㝵生善不善無記故不障文殊師利是說涅槃
부처님께서는 이 게송을 읊어 말씀하셨다.
佛說此祇夜

사라지지 않고 나지도 않고
아주 없어지지 않고 항상 있지도 않고
막히지 않고 거리끼지도 않는
이것을 열반이라고 말하네.
013_0523_c_03L不滅不到
不斷不常
不障不㝵
是說涅槃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문수사리여, 항상 머무는 열반에 해ㆍ달ㆍ별과 땅ㆍ물ㆍ불ㆍ바람도 없고, 낮밤과 수량도 없으며, 색(色)도 없고 형상도 없고, 늙음과 병듦과 죽음도 없고, 연세(年歲)도 없고 하는 일도 없어 항상 그대로 뭇 고업(苦業)을 여의니, 이러한 열반은 선한 사람이 말한 바이다.”
013_0523_c_05L佛告文殊師利常住涅槃無日月宿無晝夜數量無色無形無老病死無年歲無所作是常是恒離衆苦業如是涅槃善人所說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이 게송을 읊어 말씀하셨다.
013_0523_c_09L佛說此祇夜

저것에는 해ㆍ달ㆍ
별과 4대(大)가 없고
낮밤 또는 수량과
형상ㆍ색(色) 및 허공도 없고
늙음도 병듦도 죽음도 없고
013_0523_c_10L彼無有日月
星宿及四大
晝夜與量數
形色及虛空
亦無老病死

연세도 없고 하는 일도 없는지라
이미 생사의 근본을 끊어
항상 그 모양 그대로인
이러한 열반의 상(相)은
선한 사람이 말한 바이네.
013_0523_c_12L 年歲諸所作
已斷生死本
是常亦是恒
如是涅槃相
善人之所說

문수사리는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여러 외도들은 세간을 공하다고 말하기도 하고, 공하지 않다고 말하기도 하니, 이는 외도들이 삿된 뜻으로 분별하는 것이겠습니다.”
013_0523_c_14L文殊師利白佛言世尊有諸外道世閒空又說不空此是外道邪意分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문수사리여, 이 외도들의 뜻은 진실한 관찰이 아니다. 만약 세간이 공하다면 생사가 없을 것이니, 왜냐하면 공하기 때문이다. 생사가 공하면 열반도 공하고, 열반이 없으면 신통도 없으며, 만약 세간이 공하지 않다 하더라도 생사가 역시 없을 것이니, 왜냐하면 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생사가 공하지 않으면 열반도 없고 열반이 없으면 신통도 없다.
013_0523_c_17L佛告文殊師利此外道意不眞實思惟若世閒空則無生死何以故空故生死若空涅槃亦空若涅槃無則無神通若世閒不空生死亦無以故以不空故以生死不空涅槃亦若無涅槃亦無神通
013_0524_a_01L문수사리여, 만약 세간이 나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는다면 열반이 필요하겠는가. 만약 생사가 없어짐이 없다면 생사라 하지 않을 것이니, 왜냐하면 없어짐이 없기 때문이다.생사가 없어짐이 없다면 곧 생사를 열반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문수사리여, 세간이 공하다거나 공하지 않다고 말할 수 없으며, 세간을 끊어야 한다거나 끊지 않아야 한다고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끊음이란 번뇌를 끊는 것이고 끊지 않음이란 번뇌를 끊지 않는 것이지만 번뇌와 번뇌 아닌 것도 없고 나아가 해탈도 없으니, 만약 해탈이 없다면 열반도 없다.
013_0523_c_22L文殊師利世閒不生不壞何用涅槃若生死無失壞不名生死何以故以無失故生死無失卽生死爲涅槃是故文殊師利不應說世閒空與不空亦不應說世閒應斷及以不斷何以故以無有故斷者是斷煩惱不斷者非斷煩亦無煩惱及非煩惱亦無解脫無解脫則無涅槃
문수사리여, 없어짐이라는 그것마저도 없으니, 왜냐하면 생사는 공하면서도 공하지 않기 때문에 없어질 것이 없다. 만약 생사가 이와 같다면 그 누가 열반하기를 좋아하랴.”
013_0524_a_07L文殊師利滅亦無何以故生死空不空故是故無滅生死如此誰樂得涅槃
부처님께서는 이 게송을 읊어 말씀하셨다.
佛說此祇夜

만약 세간이 공한다면
생사가 없을 것이니
생사가 없기 때문에
열반도 역시 없을 것이며
세간이 만약 공하지 않더라도
013_0524_a_09L若諸世閒空
則無有生死
以生死無故
涅槃亦不有
世閒若不空

역시 생사가 없을 것이니
생사가 만약 없다면
열반도 역시 없을 것이라.
생사가 만약 이와 같다면
그 누가 열반하기를 좋아하랴.
013_0524_a_11L 亦無有生死
生死若無者
涅槃亦非有
生死若如是
誰當樂涅槃

6. 반야바라밀품(般若波羅蜜品)
013_0524_a_13L般若波羅蜜品第六

그때 문수사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반야바라밀에 있어서 일체 성문ㆍ연각이 반야바라밀로부터 나옵니까? 일체 부처님과 일체 법이 반야바라밀로부터 나옵니까?”
013_0524_a_14L爾時文殊師利白佛言世尊般若波羅蜜一切聲聞緣覺從般若波羅蜜出不一切佛一切法從般若波羅蜜出不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문수사리여, 그렇고 그렇다. 일체 성문ㆍ연각이나 일체 부처님과 일체 법이 반야바라밀로부터 나오니, 보살이 만약 물질의 행[色行]에 있어서 상(相)을 행하거나, 물질의 무너지는 행[壞行]에 있어서 상을 행하거나, 물질의 사라지는 행[滅行]에 있어서 상을 행하거나, 물질의 공한 행[空行]에 있어서 상을 행한다면 이러한 보살은 반야바라밀을 수행할 방편이 없을 것이다.
문수사리여, 반야바라밀을 마음과 뜻과 알음알이로써 수행하는 것이 아니다.”
013_0524_a_18L佛告文殊師利如是如是一切聲聞緣覺一切佛一切法從般若波羅蜜出菩薩於色行行於相於色壞行於相若於色滅行行於相若行色空行於相如是菩薩無方便修行般若波羅蜜文殊師利般若波羅蜜不以心意識修行
013_0524_b_01L“세존이시여, 만약에 반야바라밀을취할 수 없다면 어떻게 반야바라밀을 수행할 수 있겠습니까?”
013_0524_b_01L世尊若般若波羅蜜不可取云何修行般若波羅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문수사리여, 이 수행은 곧 수행이 아니니, 마음과 뜻과 알음알이로써 수행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수사리여, 마음이란 모은다는 뜻이며, 뜻이란 기억한다는 뜻이며, 의식이란 현재에 안다는 뜻이니, 이 마음과 뜻과 알음알이로써 반야바라밀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니, 이것으로써 수행하지 않는 것이 바로 수행이고, 아무런 처소 없는 것으로써 수행하는 것이 바로 수행이다. 수행이란 욕계와 색계와 무색계에 의지하지 않고, 과거도 아니고 미래도 아니고 현재도 아니고 안팎도 아니고 중간도 아니니, 이러한 수행이 곧 반야바라밀을 수행하는 것이다.
013_0524_b_02L告文殊師利是修行非修行不以心意識故文殊師利心者聚義意者憶識者現知義不以此心意識修行般若波羅蜜不以此修行是修行無處是修行修行者不依欲界色界無色界非過去非未來非現在非內非中閒如此修行是修行般若波羅蜜
또 형상과 색(色)을 닦지 않는 그것이 반야를 수행하는 것인 만큼, 땅도 물도 불도 바람도 아닌 이러한 수행이 반야의 수행이다.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며, 성문도 연각도 아니며, 선(善)과 선하지 않음과 무기(無記)도 아니고, 12인연도 아니며,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니고 남자 아님도 아니고 여자 아님도 아니며, 범상함도 아니고 슬기로움도 아니며,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나는 것도 아니며, 헤아릴 수도 없고 생각할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으며, 의지할 것도 없고 명자(名字)도 없으며, 같은 상(相)도 없고 다른 상도 없으며, 느는 것도 없고 주는 것도 없어서 제 성품이 청정하고 진실하여 깨달을 수도 없으며, 널리 두루 함이 허공과 같아 물질도 없고 조작도 없으며, 3세를 벗어나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으며, 나아가 해ㆍ달과 별도 없으니, 이러한 수행이야말로 반야바라밀을 수행하는 것이다. 진실은 반야바라밀이 아니고 반야바라밀은 진실이 아니다.
문수사리여, 이러한 수행을 일러 반야바라밀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한다.”
013_0524_b_10L不修形色是修行般若非地水火風是修行般若非有非無非聲聞緣覺非善不善無記非十二因緣非女非非男非非女非常非智非生非可數不可思議不可言說無可依無名字無相無異相無增自性淸淨眞實不可覺普遍等虛無色無作出過三世不苦不樂日月星宿如此修行是修行般若波羅蜜眞實非般若波羅蜜般若波羅蜜非眞實文殊師利如此修行名修行般若波羅蜜
부처님께서는 이 게송을 읊어 말씀하셨다.
佛說此祇夜

이 법은 부사의한 법이어서
마음과 뜻과 알음알이를 여의고
일체 언어(言語)가 끊어졌으니
이 수행이 바로 반야의 수행이네.
013_0524_b_21L此法不思議
離於心意識
一切言語斷
是修行般若

7. 유여기품(有餘氣品)
013_0524_b_23L有餘氣品第七
013_0524_c_01L
그때 문수사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일체 성문ㆍ연각은 번뇌를 일으킴이 있습니까? 있다면 몇 가지 번뇌를 일으키는 것입니까?”
013_0524_c_01L爾時文殊師利白佛言世尊一切聲緣覺有起煩惱不起幾種煩惱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문수사리여, 남은 습기[餘氣]가 있기 때문에 일으킨다는 것이니, 마치 향기(香氣)와 같다. 이른바 습기에 스물네 가지가 있으니, 업기(業氣)ㆍ견처기(見處氣)ㆍ염기(染氣)ㆍ색염기(色染氣)ㆍ유염기(有染氣)ㆍ무명염기(無明染氣)ㆍ행기(行氣)ㆍ식처기(識處氣)ㆍ명색기(名色氣)ㆍ육입기(六入氣)ㆍ촉기(觸氣)ㆍ수기(受氣)ㆍ애기(愛氣)ㆍ취기(取氣)ㆍ유기(有氣)ㆍ생기(生氣)ㆍ노기(老氣)ㆍ병기(病氣)ㆍ사기(死氣)ㆍ우기(憂氣)ㆍ비기(悲氣)ㆍ고기(苦氣)ㆍ뇌기(惱氣)ㆍ피극기(疲極氣)ㆍ의기(依氣) 등 이것을 스물네 가지 습기라고 한다.
013_0524_c_03L告文殊師利有餘故名起者譬如香所言氣者有二十四種業氣見處染氣色染氣有染氣無明染氣識處氣名色氣六入氣觸氣受氣愛氣取氣有氣生氣老氣病氣死氣憂氣悲氣苦氣惱氣疲極氣依氣謂二十四氣
그리고 몸ㆍ입 뜻의 남은 습기를 업기(業氣)라 하며, 단견(斷見)과 상견(常見)을 견처기(見處氣)라 하며, 옷과 발우 등에 집착하는 것을 염기(染氣)라 하며, 열 가지 물질에 대한 의욕을 색염기(色染氣)라 하며, 무색계(無色界)를 유염기(有染氣)라 하며, 청정하지 못한 지혜와 장애 있는 지혜와 두루 알지 못하는 지혜를 무명기(無明氣)라 하며, 몸과 입과 뜻으로써 갖가지 깨닫는 것을 행기(行氣)라 하며, 일체 물질을 기억하되 괴롭고 즐거운 생각과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은 생각을 가져 이같이 분별하는 식처기(識處氣)라 하며, 굳고 습하고 뜨겁고 가벼운 일체의 작용이 다 있는 것을 명색기(名色氣)라 하며, 눈에 대한 빛깔과 귀에 대한 소리와 코에 대한 냄새와 혀에 대한 맛과 몸에 대한 감촉과 뜻에 대한 법을 6입기(入氣)라 하며, 차갑고 뜨겁고 굳고 습하고 굶주리고 목마르고 따뜻하고 미끄러운 이것을 촉기(觸氣)라 하며, 괴롭고 즐거움과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은 느낌을 수기(受氣)라 하며, 성명(姓名)ㆍ국토와 욕계ㆍ색계ㆍ무색계와 고뇌ㆍ기갈 등 그 모든 것에 만족할 줄 모르는 것을 애기(愛氣)라 하니라.
013_0524_c_10L意餘此謂業氣斷見常見此謂見處氣著衣鉢等此謂染十種色意此謂色染氣無色界此謂有染氣不淸淨智有障礙智不遍知此謂無明氣若身意種種覺此謂行氣憶一切色有苦不苦不樂想如是分別此謂識處氣動一切悉有此謂名色氣眼色耳聲鼻香舌味身觸意法此謂六入氣冷熱飢渴暖滑此謂觸氣不苦不樂受此謂受氣姓名國土欲界色界無色界苦惱飢渴等於彼不知足謂愛氣
013_0525_a_01L욕심으로 잡는 것과 소견대로 잡는 것과 계율을 위해 잡는 이것을 취기(取氣)라 하며, 욕계ㆍ색계ㆍ무색계의 그 모든 존재를 유기(有氣)라 하며, 뒷날 괴로운 처지에 반드시 태어날 것을 생기(生氣)라 하며, 모든 감관이 쇠하고 허물어지는 이것을 노기(老氣)라 하며, 갖가지 질병과 환란을 병기(病氣)라 하며, 열반한다는 생각과 죽는다는 생각을사기(死氣)라 하며, 신체가 바싹 마른 것을 우기(憂氣)라 하며, 부르짖고 울부짖는 것을 비기(悲氣)라 하며, 온몸에 번열(煩熱)이 나는 것을 고기(苦氣)라 하며, 지나치게 괴로운 것을 뇌기(惱氣)라 하며, 극도로 피곤한 것을 피극기(疲極氣)라 하며, 공포에 떨어 귀의할 곳이 없는 이것을 의기(依氣)라 하나니, 문수사리여, 이것이 이른바 스물네 가지 습기이다.
013_0524_c_22L欲取見取戒取此謂取氣色有無色有此謂有氣於後苦地必當生此謂生氣諸根衰壞此謂老種種疾患此謂病氣涅槃想死想此謂死氣身體枯燥此謂憂氣號叫啼泣此謂悲氣體煩熱故此謂苦氣過苦故此謂惱氣身心困弊此謂疲極有怖畏無所歸此謂依氣文殊師此謂二十四氣
문수사리여, 모든 불세존은 의기(依氣)에 돌아감이 없기에 귀의하는 곳이니, 왜냐하면 여래만이 중생들의 귀의하는 곳이 되고 일체 중생은 귀의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존은 상(相)이 있지 않고 아무런 생각도 없고 쌓인 인연도 없으므로 성문들은 법을 듣지만, 부처님께서는 법을 듣지 않는다. 왜냐하면 모르시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013_0525_a_06L文殊師利諸佛世尊無歸依氣,是歸依處何以故唯有如來爲衆生所依一切衆生非歸依世尊非有相無思量無積因聲聞聞法佛不聞法何以故無所不知故
부처님께서는 이 게송을 읊어 말씀하셨다.
013_0525_a_10L佛說此祇夜

아라한도 습기가 있으니
그 허물과 근심이 있기 때문이라.
부처님만이 홀로 벗어나셨으므로
중생들이 귀의하는 곳이 되네.
013_0525_a_11L阿羅漢有氣
以有過患故
唯佛獨能度
爲衆生歸依

8. 내거품(來去品)
013_0525_a_13L來去品第八

그때 문수사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오는 것이란 무슨 이치이고 가는 것이란 무슨 이치입니까?”
013_0525_a_14L爾時文殊師利白佛言世尊來者何去者何義
013_0525_b_01L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문수사리여, 오는 것이란 나아간다는 이치이고 가는 것이란 저버린다는 이치이니, 만약 나아감도 저버림도 없어 오지도 않고 가지도 않는다면 이것이 성인이 행하는 경지이며, 오는 것이란 어리석다는 이치이고 가는 것이란 어리석지 않다는 이치이니, 어리석음도 아니고 어리석지 않음도 아닌 이것이 성인이 행하는 경지이며, 오는 것이란 함이 있다는 이치이고 가는 것이란 함이 없다는 이치이니, 함이 있는 것도 없고 함이 없는 것도 없는 이것이 성인이 행하는 경지이며, 오는 것은 의식[識]이란 이치이고 가는 것은 의식이 아니란 이치이니, 의식도 아니고 의식이 아님도 아닌 이것이 성인이 행하는 경지이며, 오는 것은 명색(名色)이란 이치이고 가는 것은 명색이 아니라는 이치이니, 명색도 아니고 명색이 아님도 아닌 이것이 성인이 행하는 경지이며, 오는 것은 6입(入)이란 이치이고 가는 것은 6입이 아니라는 이치이니, 느낌도 아니고 느낌이 아님도 아닌 이것이 성인이 행하는 경지이니,나아가 근심하고 슬퍼하고 극도로 피로한 것도 그러하다.
013_0525_a_16L佛告文殊師利來者向去者背義若無向背不來不去聖行處來者癡義去者不癡義非癡非不癡是聖行處來者有爲去者無無有爲無無爲是聖行處來者識去者非識義非識非非識是聖行來者名色義去者非名色義非名色非不名色是聖行處來者六入義去者非六入義非入非非入是聖行乃至憂悲疲極亦如是
문수사리여, 오는 것은 나[我]라는 이치이고, 가는 것은 내가 없다는 이치이니, 나도 아니고 나 없는 것도 아니며, 오는 것도 없고 가는 것도 없는 이것이 성인이 행하는 경지이며, 오는 것은 항상하다는 이치이고, 가는 것은 항상함이 아니라는 이치이니, 항상함도 아니고 항상하지 않음도 아닌 이것이 성인이 행하는 경지이며, 오는 것은 끊음이란 이치이고 가는 것은 끊음이 아니란 이치이니, 끊음도 아니고 끊음이 아님도 아닌 이것이 성인이 행하는 경지이며, 오는 것은 있다는 이치이고, 가는 것은 없다는 이치이니,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이것이 성인이 행하는 경지이다. 문수사리여, 온다는 것과 간다는 것의 이치가 이러하다.”
013_0525_b_02L文殊師利來者我義去者無我義非無我無來無去是聖行處來者常義去者非常義非常非不常是聖行處來者斷義去者非斷義非斷非不斷是聖行處來者有義去者無義非有非無是聖行處文殊師利來去義如是
부처님께서는 이 게송을 읊어 말씀하셨다.
佛說此祇夜

오고 가는 이치 상(相)이 없고
모든 법도 다 그러한지라,
알 수 없고 말할 수 없는
이것을 오고 가는 이치라 하네.
013_0525_b_09L來去義無相
諸法亦如是
非知非可說
是名來去義

9. 중도품(中道品)
013_0525_b_11L中道品第九

그때 문수사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두 가지 법이 없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일체 성문과 연각과 보살들이 의혹이 없이 중도(中道)를 알고, 나아가 범부들도 신심을 낼 수 있습니다.”
013_0525_b_12L爾時文殊師利白佛言世尊佛說無二法故一切聲聞緣覺菩薩竝無疑悉知中道乃至凡夫亦能生信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문수사리여, 명(明)과 무명(無明)이 두 가지가 없으니, 두 가지가 없기 때문에 세 가지 없는 지혜를 이룩하니, 문수사리여, 이를 일러 중도를 구족하여 진실하게 모든 법을 관하는 것이라 하며, 행(行)과 무행(無行)이 두 가지가 없으니, 두 가지가 없기 때문에 세 가지 없는 지혜를 이룩하니, 문수사리여, 이를 일러 중도를 구족하여 진실하게 모든 법을 관하는 것이라 하며, 의식[識]과 의식 아닌 것과 나아가 늙고 죽음과 늙고 죽음 아닌 것의 두 가지 없음도 역시 그러하다.
013_0525_b_15L告文殊師利無明無二以無二故成無三智文殊師利此謂中道具足眞實觀諸法行無行無二以無二故成無三智文殊師利此謂中道具足眞實觀諸法非識乃至老死非老無二亦如是
013_0525_c_01L문수사리여, 무명이 있다는 것도 한쪽에만 치우치고, 무명이 없다는 것도 한쪽에만 치우침이니, 이는 둘 다 치우친 것이라. 그 중간에 물질이 없어 볼 수 없으며, 처소도 없고 형상도 없으며, 서로 기다리는 것도 없고 어떤 형상을 나타내는 것도 없으니, 문수사리여, 이것이 이른바 중도이다.지어감[行]과 의식[識]과 나아가 늙고 죽음이 역시 그러하다.
문수사리여, 이 중도를 구족하여 진실하게 모든 법을 관하는 것이란 모든 법이 두 가지가 없다는 것이니, 두 가지 없다는 것에 어떤 이치가 있는가 하면 이른바 말타마(末陀摩)말(末)은 ‘말라’는 뜻이고 타마(陀摩)는 ‘중도’라는 뜻이다. ‘중도에 집착하지 말라’는 이것이 말타마이다.이다. 왜냐하면 항상하다는 소견[常見]과 있다는 소견[有見]을 갖지 않기 때문이니, 이 때문에 말타마라고 한다.”
013_0525_b_21L文殊師利若無明有是一邊若無明無者是一邊此二邊中閒無有色不可見無有處無相無相待無摽相文殊師利此謂中道乃至老死亦如是文殊師利中道具足眞實觀諸法諸法無二二有何義謂末陁摩末 者 莫 義陁 摩 者中 義莫 著 中 此 謂末陁摩何以故不取常見有見故是故名末陁摩
부처님께서는 이 게송을 읊어 말씀하셨다.
佛說此祇夜

모든 법이 두 가지가 없는가 하면
또 세 가지도 있지 않으니
이 중도를 구족하는 것을
진실한 도라고 이르네.
013_0525_c_06L諸法無有二
亦復無有三
此中道具足
名爲眞實道

10. 세간계품(世間戒品)
013_0525_c_08L世閒戒品第十

그때 문수사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보살의 옷은 몇 종류의 빛깔이 있으며, 어떻게 귀의해야 합니까? 원하건대 자세히 말씀해 주십시오. 이 모든 보살을 요익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013_0525_c_09L爾時文殊師利白佛言世尊菩薩有幾種色衣云何歸依願爲廣說爲饒益諸菩薩故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문수사리여, 너무 붉은빛도 아니고 너무 누렇지도 않고 너무 검지도 않고 너무 희지도 않으며 청정하고 법다운 빛깔이어야 하니, 세 가지 법복과 그 밖의 다른 옷도 다 이러한 빛깔이어야 한다. 스스로 염색하거나 남을 시켜 염색하여 법대로 만들어서 수시로 세탁하되 항상 정결하게 하며, 이와 같이 침구[寢具]도 푸르고 누런 잡색을 사용한다.
013_0525_c_12L佛告文殊師利不大赤不大黃不大黑不大白淸淨如法三法服及以餘衣皆如是色若自若令他染如法擣成隨時浣濯使淨潔如是臥具得用靑雜色
013_0526_a_01L문수사리여, 보살의 옷 빛깔이 이러한지라, 보살은 속마음이 고요한 만큼 법대로 옷을 입어야 대승(大乘)과 서로 어울리며 열반승(涅槃僧)을 입되 복사뼈[踝]로부터 두 손가락 정도의 사이를 떨어지게 해야 한다.
그리고 보살이 국왕과 대신과 함께 말을 할 때에 상대가 한 번 물으면 역시 한 번 대답하여 서로 차이(差異)가 없게 사실 그대로를 말하고, 만약 상대가 질문을 많이 하면 역시 대답도 많이 해야 하니, 이와 같이 다른 바라문ㆍ찰리(刹利)ㆍ비사(毘舍)ㆍ수타(首陀)ㆍ사문ㆍ사리(闍利)ㆍ화상과 부모ㆍ처자ㆍ노복과 그 밖의 비천하고 빈궁한 걸인(乞人)에게도 그 높고 낮음에 따라 각각 묻는 대로 대답하며, 혹은 하늘ㆍ용ㆍ야차(夜叉)ㆍ나찰(羅刹)ㆍ비사사(毘舍闍)와 아수라(阿修羅)ㆍ가루라(迦樓羅)ㆍ긴나라(緊那羅)ㆍ마후가라(摩睺羅伽)와 사람과 귀신과 부처님과 연각ㆍ성문ㆍ보살ㆍ범부도 물음에 따라 각각 법답게 대답할 뿐, 이익을 위하지도 않고 자신을 위하지도 않고 삿된 생활을 위하지도 않으며, 희롱하거나 비웃지도 않아야 한다.”
013_0525_c_16L殊師利菩薩衣色如是菩薩內心寂如法被著與大乘相應著涅槃僧離踝二指若諸菩薩欲與國王大臣共語隨彼一問此亦一答勿令差異如實說若彼多問此亦多答如是餘婆羅門剎利毘舍首陁沙門闍梨和及父母妻子僕使及餘卑族貧窮乞人隨其尊卑各隨問答或餘天夜叉羅剎毘舍闍阿修羅迦樓羅那羅摩睺羅伽若人若鬼佛及緣覺聲聞菩薩凡夫隨有所問當如法答不爲利養不爲自身不邪命不戲笑如是應念
그때 문수사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어떻게 귀의해야 합니까?”
013_0526_a_06L爾時文殊師利白佛言云何歸依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문수사리여, 귀의하는 자는 마땅히 이렇게 말할 것이니, ‘대덕이시여, 저 아무개는 보리에 이르기까지 부처님께 귀의하고, 보리에 이르기까지 법에 귀의하고, 보리에 이르기까지 승가에 귀의하옵니다’라고 두 번, 세 번 이와 같이 말하며, 다시 말하기를, ‘저 아무개는 이미 부처님께 귀의하고, 이미 법에 귀의하고, 이미 승가에 귀의하였습니다’라고 이와 같이 세 번 말하며, 다음에는 또 다음과 같이 말해야 한다.
013_0526_a_07L佛告文殊師利歸依者應如是言大德我某甲乃至菩提歸依佛乃至菩提歸依法乃至菩提歸依僧第二第三亦如是說復言我某已歸依佛已歸依法已歸依僧竟如是三說次言
‘대덕이시여, 저는 보살의 계율을 지킴으로써, 저 아무개는 보리에 이르기까지 중생을 살해하지 않을 뿐더러 아예 살해할 생각을 여의고, 보리에 이르기까지 남의 것을 훔치지 않을 뿐더러 아예 훔칠 생각을 여의고, 보리에 이르기까지 범행(梵行)이 아닌 것을 하지 않을 뿐더러 아예 범행이 아닌 생각을 여의고, 보리에 이르기까지 망령된 말을 하지 않을 뿐더러 아예 망령된 말의 생각을 여의고, 보리에 이르기까지 술을 마시지 않을 뿐더러 아예 술을 마실 생각을 여의고, 보리에 이르기까지 향ㆍ꽃 등을 붙이지 않을 뿐더러 아예 그러한 생각을 내지 않고, 보리에 이르기까지 노래하거나 춤추어서 즐거움을 내지 않을 뿐더러 아예 노래와 춤에 대한 생각을 여의고, 보리에 이르기까지 높고 넓고 큰 평상에 앉거나 눕지 않을 뿐더러 아예 큰 평상에 대한 생각을 여의고, 보리에 이르기까지 한낮이 지나면 먹지 않을 뿐더러 아예 한낮이 지나서 먹는다는 생각을 여의고, 보리에 이르기까지 금ㆍ은 등을 갖지 않을 뿐더러 아예 금ㆍ은에 대한 생각을 여의고, 나아가 6바라밀과 대자대비를 구족하겠습니다.’”
013_0526_a_12L大德我持菩薩戒某甲乃至菩提不殺衆生離殺生想乃至菩提不盜亦離盜想乃至菩提不非梵行離非梵行想乃至菩提妄語離妄語想乃至菩提不飮諸酒離飮酒想乃至菩提不著香花亦不生想乃至菩提不歌儛作樂離歌儛乃至菩提不坐臥高廣大牀離大牀想乃至菩提不過中食離過中食乃至菩提不捉金銀生像離捉金銀想乃至當具六波羅蜜大慈大悲
부처님께서는 이 게송을 읊어 말씀하셨다.
013_0526_a_22L佛說此祇夜
013_0526_b_01L
서원을 내어 보리에 이르기 위해
불ㆍ법ㆍ승 삼보에 귀의하고
열 가지 계율을 받아 지녀
또 보리에 이르기를 맹서하며
013_0526_a_23L發誓至菩提
歸依於三寶
受持十種戒
亦誓至菩提

6바라밀과 4등(等)을
모두 다 원만히 갖출 것이니
이와 같이 수행하는 자는
대승과 걸맞을 것이네.
013_0526_b_02L 六度及四等
皆當令具足
如是修行者
與大乘相應

11. 출세간계품(出世間戒品)
013_0526_b_03L出世閒戒品第十一

그때 문수사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보살로서 세간을 벗어나는 계율이 몇 가지나 있습니까?”
013_0526_b_04L爾時文殊師利白佛言世尊菩薩出世閒戒有幾種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문수사리여, 만약 마음으로써 남자ㆍ여자와 남자가 아니라거나 여자가 아니라는 것 등을 분별한다면 이는 보살이 바라이(波羅夷)를 범하는 것이며, 만약 마음으로써 축생과 아귀의 남자ㆍ여자와 남자가 아니라거나 여자가 아니라는 것을 분별하거나, 또는 모든 천신의 남자ㆍ여자와 남자가 아니라거나 여자가 아니라는 것을 분별한다면 이는 보살이 바라이를 범하는 것이며, 만약 몸과 입의 행이 3승(乘)을 얻을 만하지 못하고, 세간을 벗어난 보살의 계율을 받고서도 자비심을 일으키지 못한다면 이는 보살이 바라이를 범하는 것이며, 만약 몸과 입의 행이 3승을 얻을 만하지 못하고, 만약 남의 물건의 작고 큰 것이나 길고 짧은 것이나 빛깔이 있고 형상이 있는 것이나 움직이고 움직이지 않는 것이나 감추어져 있고 장소를 옮기려 하는 것이나 봉인(封印)되어 있고 저장되어 있는 그러한 것에 마음으로 훔칠 생각을 낸다면 바라이를 범하는 것이며, 만약 몸과 입의 행이 3승을 얻을 만하지 못함으로 해서 망령된 말을 일으킨다면 마음으로 바라이를 범하는 것이다.
013_0526_b_06L佛告文殊師利若以心分別男女非男非女等是菩薩犯波羅夷若以心分別畜生餓鬼男女非男非女諸天神男女非男非女菩薩犯波羅夷若以身口行不堪得三若受出世閒菩薩戒而不起慈悲是菩薩犯波羅夷若以身口行堪得三乘若他物——若小若大若長若若有色若有形若住若動——若覆藏若移處若有封印若盛貯若以心起盜犯波羅夷若以身口行不堪得三乘若起妄語心犯波羅夷
만약 몸과 입의 행이 3승을 얻을 만하지 못함으로 해서 나무의 잎ㆍ껍질ㆍ즙(汁) 등을 취하려는 마음이 있으면 이는 보살이 승가바시사(僧伽婆尸沙)를 범하는 것이며, 만약 몸과 입의 행이 3승을 얻을 만하지 못함으로 해서 노래와 춤으로 오락을 일삼거나 꽃ㆍ향ㆍ영락(瓔珞) 등의 생각을 일으킨다면 이는 보살이 승가바시사를 범하는 것이며, 만약 몸과 입의 행이 3승을 얻을 만하지 못함으로 해서 광대한 평상에 대한 생각을 일으킨다면 이는 보살이 승가바시사를 범하는 것이며, 만약 몸과 입의 행이 3승을 얻을 만하지 못함으로 해서 한낮이 지나서 먹는다는 생각을 일으킨다면 이는 보살이 승가바시사를 범하는 것이다.
013_0526_b_17L若以身口行堪得三乘若樹葉若皮若汁若以心欲取犯菩薩僧伽婆尸沙若以身口不堪得三乘若起歌儛作樂花香瓔珞想是犯菩薩僧伽婆尸沙若以身口行不堪得三乘若起廣大牀想是犯菩薩僧伽婆尸沙若以身口行不堪得三乘若起過中食想是犯菩薩僧伽婆尸沙
013_0526_c_01L만약 몸과 입의 행이 3승을 얻을 만하지 못함으로 해서금ㆍ은 등 값진 보배를 가질 생각을 일으킨다면 이는 보살이 승가바시사를 범하는 것이다.
만약 몸과 입의 행이 3승을 얻을 만하지 못함으로 해서 몸의 털을 깎거나 손톱을 깎아서 초생달[初月] 같은 모양을 내려는 그러한 생각을 일으킨다면 이는 보살이 투란차(偸蘭遮)를 범하는 것이며, 만약 몸과 입의 행이 3승을 얻을 만하지 못함으로 해서 초목(草木)을 베거나 쪼개는 생각을 일으킨다면 투란차를 범하는 것이며, 만약 몸과 입의 행이 3승을 얻을 만하지 못함으로 해서 남의 명예와 또는 색(色)ㆍ성(姓)ㆍ재물과 기술ㆍ거승(車乘)ㆍ신력(身力) 등을 헐뜯는 생각을 일으킨다면 이는 투란차를 범하는 것이다.
013_0526_c_01L若以身口行不堪得三乘若起捉金銀珍寶想是菩薩僧伽婆尸沙若以身口行不堪得三乘若剃身毛若翦爪如初月形若起此是菩薩偸蘭遮若以身口行不堪得三乘若起斬斫草木想犯偸蘭遮若以身口行不堪得三乘若起毀他名譽若色若姓若財物若技術若車若身力等想是犯偸蘭遮
만약 몸과 입의 행이 3승을 얻을 만하지 못함으로 해서 불ㆍ법ㆍ승의 물건이나, 또는 꽃ㆍ향과 바르는 향이나 의복, 값진 보물 등을 보살이 다리로 밟고 넘는다면 바야제(波夜提)를 범하는 것이며, 만약 불탑이나 부처님께서 다니셨던 곳이나 보리수나 법륜(法輪)을 굴리셨던 곳을 다리로 밟거나 넘는다면 바야제를 범하는 것이다.
만약 믿지 않는 자가 3승을 얻을 만하지 못함으로 해서 혀를 내밀고 눈을 꿈쩍이어 모든 위의(威儀)를 훼손하거나 이러한 생각을 일으키면 돌길라(突吉羅)를 범하는 것이다.
013_0526_c_09L若以身口行不堪得三乘佛法僧物——若花香塗香若衣服若珍寶——若菩薩以腳踐蹹犯波夜提若佛塔若佛所行處及菩提樹轉法輪處以腳踐蹹犯波夜提若不信者不堪得三乘若吐舌動眼毀諸威儀起此想者犯突吉羅
만약 몸과 입의 행이 3승을 얻을 만하지 못함으로 해서 남의 물건과 남이 좋아하는 것과 갖가지 의복ㆍ완구[翫] 등을 보고 거짓을 나타내어 이익을 구하거나, 남의 죄과(罪過)를 말하거나 이러한 생각을 일으켜도 이는 바라제사(波羅提舍)를 범하는 것이다.
그리고 몸과 입의 행이 3승을 얻을 만하지 못함으로 해서 만약 위의 모든 죄역(罪逆)을 범하기 전에 수호(守護)해서 일어나지 않게 한다면, 이는 보살의 승염가타니(僧炎伽陀尼)승염(僧炎)은 수호한다는 뜻이고, 가타니(伽陀尼)는 나지 않게 한다는 뜻이다.이다. 눈과 귀와 코와 혀와 몸과 뜻을 다름이 없게 하는 이것은 보살이 마땅히 배워야 하므로, 이것을 일러 세간을 벗어나는 보살의 계율이라 한다.”
013_0526_c_17L若以身口行不堪得三乘若見他物他樂種種服翫詐現求利及說人罪過若起此想犯波羅提舍若以身口行不堪得三乘若未犯前罪逆守護令不生是菩薩僧炎伽陁尼僧 炎 是 逆 守 義加 陁 尼 是 令 不 生 義眼耳鼻舌身意令無異是菩薩應當學此謂具出世閒菩薩戒
013_0527_a_01L
12. 상출세간계품(上出世間戒品)
013_0527_a_01L上出世閒戒品第十二

그때 문수사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것을 일러 세간을 벗어나는 최상의 계율로서 번뇌가 없고 불가사의하고 처소가 없고 집착함이 없는 것이라고 합니까?”
013_0527_a_02L爾時文殊師利白佛言世尊云何上出世閒戒無漏不可思議無處無所
“문수사리여, 계율이란 저 중생들에게 나[我]라는 것도 없고 나가 없다[無我]는 것도 없으며, 일도 없고 인(因)도 없고 사람을 교화하는 것도 없으며, 행도 없고 행 아닌 것도 없고 행하는 처소도 없으며, 이름도 없고 물질도 없고 물질의 모양도 없고 물질의 모양이 없는 것도 없으며, 고요함도 없고 고요하지 않은 것도 없으며, 취할 것도 없고 취하지 않을 것도 없으며, 진실함도 없고 진실하지 않음도 없으며, 몸도 없고 말도 없고 설함도 없고 마음도 없으며, 세간도 없고 세간 아닌 것도 없으며, 세간의 법도 아니고 세간의 법 아닌 것도 아니며, 스스로가 계율을 찬탄하지도 않고 남의 계율을 헐뜯지도 않으며, 남의 허물을 찾지도 않고 자신이 계율을 지킴으로 해서 다른 사람을 깔보지도 않으며, 계율을 깨닫지도 않고 계율을 생각하지도 않으니, 생각할 것도 없고 깨달을 것도 없기 때문이다. 문수사리여, 이것이 이른바 세간을 벗어나는 최상의 성스러운 계율이니 번뇌가 없어 나는 것도 없고 집착하는 것도 없으며, 삼계를 벗어나 일체의 의지함을 떠난다.”
013_0527_a_05L文殊師利戒者於彼衆生無我無我無事無因無教化人無行無不無行處無名無色無色相無無色無寂無不寂無可取無不可取眞實無不眞實無身無言無說無心無世閒無非世閒非世法非不世法不自歎戒不毀他戒不求他過不以持戒輕慢他人不覺戒不思惟戒所思惟無所覺故文殊師利此謂上出世閒聖戒無漏無生無所著出三界離一切依
부처님께서는 이 게송을 읊어 말씀하셨다.
佛說此祇夜

출세간의 계율을 지닌 사람은
더러움이 없고 같음이 없고
교만도 없고 의지함도 없고
무명과 얽매임도 없는지라.
013_0527_a_15L有出世戒人
無垢無所有
憍慢及所依
無明與繫縛

이러한 모든 과환(過患)의
일체가 다 없으며
안의 고요함과 바깥의 고요함도 없고
안팎의 고요함도 없으며
안팎의 깨달음도 없으므로
아는 자는 해탈할 수 있네.
013_0527_a_17L 如是諸過患
一切皆無有
無內寂外寂
亦無內外寂
內外覺亦無
知者得解脫
013_0527_b_01L
“문수사리여, 이 계율을 지닌 사람은 불법에 있어서 스스로가 몸을 관하지 않고 수명에 집착하지 않고 일체의 생(生)에 집착하지 않아 바른 행을 얻으니, 이것이 곧 바르게 머무는 것이다.
문수사리여, 이것이 이른바 불법(佛法)에 계율을 지닌 사람은 세간에 집착하지 않고 세간에 의지하지 않을 뿐더러 광명을 얻어 밝음도 없고 어두움도 없고 아무것도 없으므로, 자신에 대한 생각도 없고 남에 대한 생각도 없어 일체 생각에 집착하지 않으니, 이 청정한 계율은이 언덕도 아니고 저 언덕도 아니고 중류(中流)도 아니어서 집착함도 없고, 얽매임도 없으며, 죄과(罪過)도 없고 번뇌도 없는 것이다.
013_0527_a_19L文殊師利是有戒人於佛法不自觀身不著壽命不著一切生得正行正住文殊師利是謂有戒於佛法著世閒不依世閒得光明無明闇所有無自想無他想不著想淸淨戒不此岸不彼岸不中流無所著無所無罪過無漏
문수사리여, 이 계율을 지닌 사람은 불법이나 명색(名色)에 마음이 집착하지 않아 항상 평등하고 요익하며, 언제나 고요한 마음이어서 나도 없고 내 것[我所]도 없으니, 이 사람은 계율에 설한 바와 같이 배울 것도 없고 해탈할 것도 없고 할 일도 없음에 머물 것이다. 이것이 바로 최상의 도를 얻은 청정한 계의 상(相)으로서 더 뛰어남이 없는 계율이고 선정이 없는 계율이고 지혜가 없는 계율이며, 이 성인의 성품은 얻을 수 없는 것인 만큼 부처님께서 찬탄하신 계율이고 공하여 나와 같은 이가 없는 계율이고, 안정된 성스러운 선정이니, 만약 이 청정한 선정으로써 수행하는 슬기를 이룬다면, 슬기로써 지혜를 얻고 지혜로써 해탈을 얻을 것이다.”
013_0527_b_03L文殊師利此有戒人於佛法及名色心不執著常平等饒益常寂靜心無我無我所是人如所說住無所學無解脫無所作是得上是淸淨戒相無勝戒無定戒無智慧戒是聖人性不可得是佛所歎戒是空無與我等戒能安聖定若淸淨成修行慧以慧得智以智得解脫

13. 보살수계품(菩薩受戒品)
013_0527_b_10L菩薩受戒品第十三

그때 문수사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만약 선남자ㆍ선여인이 보살이 받는 계법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013_0527_b_11L爾時文殊師利白佛言世尊若善男善女人受菩薩所受戒法當云何
013_0527_c_01L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문수사리여, 마땅히 부처님 앞에 지성으로 예배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을 해야 할 것이다.
‘저 아무개는 원하옵니다. 여러 부처님께서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 여러 불세존처럼 부처님의 지혜가 집착이 없음을 바로 앎으로써 제가 마땅히 보살심을 내어 일체 중생을 이익되게 하고, 안락을 얻게 하기 위해 위없는 도심(道心)을 내며, 과거ㆍ미래ㆍ현재의 모든 보살들처럼 위없는 보리심을 내어 일체 중생을 부모ㆍ형제ㆍ자매ㆍ남녀ㆍ친우와 같이 생각하여 그들을 해탈시켜 생사를 벗어나게 하고, 나아가 삼보리심(三菩提心)을 내어 부지런히 정진하게 하며, 모든 중생들이 필요로 하는 일체의 재물과 법을 시여(施與)하되 이 재물과 법으로써 일체 중생을 거두어들여 점점 편의에 따라 중생들을 해탈시켜 생사를 벗어나게 하고,나아가 위없는 보리에 편히 머물게 하기 위해 제가 정진을 일으켜 방일하지 않겠습니다.’
013_0527_b_13L佛告文殊師利應於佛前至誠禮拜作如是言我某甲願諸佛憶念我諸佛世尊正知以佛智慧無所著當發菩薩心爲利益一切衆生令得安樂發無上道心如過去未來現在諸菩薩發無上菩提心於一切衆生如父母兄弟姊妹男女親友等爲彼解脫得出生死乃至令發三菩提心勤起精進隨諸衆生所須財法一切施與以此財法攝受一切衆生漸漸隨宜爲解脫衆生出生死故乃至令安住無上菩提我當起精進我當不放逸
이와 같이 두세 번 거듭해야 할 것이니, 이것을 보살마하살이 처음 보리심을 내는 것이라고 한다. 문수사리여, 이는 모든 보살이 받고 행하는 것으로서 보살을 교화하기 위한 것이며, 성문ㆍ연각을 위한 것이 아니고, 범부와 모든 선하지 않은 자를 위한 것이 아니다.”
013_0527_c_03L如是再三是名菩薩摩訶薩初發菩提心文殊師利此諸菩薩所受所行爲化菩薩不爲聲聞緣覺不爲凡夫諸不善者

14. 자모품(字母品)
013_0527_c_06L字母品第十四

그때 문수사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일체 자모(字母)가 어떤 것이기에 일체 법이 모두 이 자모와 다라니(陀羅尼) 글자에 들어간다고 합니까?”
013_0527_c_07L爾時文殊師利白佛言世尊一切諸字母云何說一切諸法入於此及陁羅尼字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문수사리여, 일체 법이 자모와 다라니 글자에 다 들어간다.
013_0527_c_10L佛告文殊師利一切諸法於字母及陁羅尼字
문수사리여, 가령 아(阿)자를 말하면 무상(無常)이라 함을 내는 음성이며, 장음 아(阿)자를 말하면 나[我]를 여읨이라 함을 내는 음성이며, 이[伊]자를 말하면 모든 감관[根]이라 함을 내는 음성이며, 장음 이(伊)자를 말하면 질역(疾疫)이라 함을 내는 음성이며, 우(憂)자를 말하면 황란(荒亂)하다 함을 내는 음성이며, 장음 우(憂)자를 말하면 낮은 중생이라 함을 내는 음성이며, 리(釐)자를 말하면 곧고 부드러움이 서로 계속된다 함을 내는 음성이며, 장음 리(釐)자를 말하면 염착[染]된 유희(遊戱)를 끊음이라 함을 내는 음성이며, 리(梨)자를 말하면 상생(相生)하는 법이라 함을 내는 음성이며, 장음 리(梨)자를 말하면 삼계[三有]에 염착된 모양이라 함을 내는 음성이며, 견(堅)자를 말하면 과환(過患)을 일으킴이라 함을 내는 음성이며, 예(翳)자를 말하면 뛰어나고 바른 도[聖道]라 함을 내는 음성이다.
013_0527_c_11L文殊師利如說阿字是出無常聲說長阿字是出離我聲說伊字出諸根聲說長伊字疾疫聲說憂字出荒亂聲說長憂字出下衆生聲說釐字出直軟相續聲說長釐字出斷染遊戲聲說梨字相生法聲說長梨字出三有染相聲說㙠字出所起過患聲說翳字出聖道勝聲
013_0528_a_01L오(烏)자를 말하면 집음[取]이라 함을 내는 음성이며, 오(燠)자를 말하면 화생(化生)이라 함을 내는 음성이며, 암(菴)자를 말하면 내 것이 없다 함을 내는 음성이며, 아(疴)자를 말하면 아주 없어짐이라 함을 내는 음성이며, 가(迦)자를 말하면 업(業)의 과보를 제거한다 함을 내는 음성이며, 가(佉)자를 말하면 허공과 같은 일체 법이라 함을 내는 음성이며, 가(伽)자를 말하면 깊은 법이라 함을 내는 음성이며, 항(恒)자를 말하면 굳고도 무거운 무명과 어리석음과 어두움을 제거한다 함을 내는 음성이며, 아(誐)자를 말하면 미리 알아서 행한다 함을 내는 음성이며, 차(遮)자를 말하면4성제(聖諦)라 함을 내는 음성이며, 차(車)자를 말하면 탐욕에 더럽힘을 끊음이라 함을 내는 음성이며, 사(闍)자를 말하면 늙고 죽음을 건너간다 함을 내는 음성이며, 선(禪)자를 말하면 나쁜 언어(言語)를 조복한다 함을 내는 음성이다.
013_0527_c_19L說烏字出取聲說燠字出化生等聲說菴字出無我所聲說阿字出沒滅盡聲說迦字出度業果報聲說佉字出虛空等一切諸法聲說伽出深法聲說恒字出除堅重無明冥聲說誐字出預知行聲說遮出四聖諦聲說車字出斷欲染聲說闍字出度老死聲說禪字出攝伏惡語言聲
야(若)자를 말하면 편히 머묾을 설한다 함을 내는 음성이며, 다(多)자를 말하면 번뇌를 끊어 없앰이라 함을 내는 음성이며, 타(他)자를 말하면 대답할 것을 그만둔다 함을 내는 음성이며, 타(陀)자를 말하면 악마의 적을 조복한다 함을 내는 음성이며, 단(檀)자를 말하면 모든 경계를 없앰이라 함을 내는 음성이며, 나(那)자를 말하면 모든 번뇌를 제거한다 함을 내는 음성이며, 가벼운 다(多)자를 말하면 다름이 없어 파괴하지 않는다 함을 내는 음성이며, 가벼운 타(他)자를 말하면 용맹스럽고 힘세고 빠르고 두려움이 없음이라 함을 내는 음성이며, 가벼운 타(陀)자를 말하면 보시ㆍ적정(寂靜)ㆍ수호(守護)ㆍ안온(安穩)이라 함을 내는 음성이며, 가벼운 단(檀)자를 말하면 성스러운 일곱 가지 재물[七聖財]이라 함을 내는 음성이며, 가벼운 나(那)자를 말하면 이름과 물질[名色]을 분별한다 함을 내는 음성이며, 파(波)자를 말하면 제일의(第一義)라 함을 내는 음성이며, 파(頗)자를 말하면 작증(作證)하여 과(果)를 얻는다 함을 내는 음성이며, 파(婆)자를 말하면 얽매임을 해탈한다 함을 내는 음성이며, 범(梵)자를 말하면 삼계[三有]라 함을 내는 음성이다.
013_0528_a_04L說若字出說安住聲說多出斷結聲說他字出置答聲說陁出攝伏魔賊聲說檀字出滅諸境界聲說那字出除諸煩惱聲說輕多出如是無異不破聲說輕他字勇猛力速無畏聲說輕陁字出施寂守護安隱聲說輕檀字出聖七財說輕那字出分別名色聲說波字出第一義聲說頗字出作證得果聲說婆字出解脫縛聲說梵字出生三有聲
마(磨)자를 말하면 교만을 끊음이라 함을 내는 음성이며, 야(耶)자를 말하면 법과 같이 분별한다 함을 내는 음성이며, 라(囉)자를 말하면 즐겨 하거나 즐겨 하지 않거나 제일의라 함을 내는 음성이며, 라(邏)자를 말하면 애욕을 끊음이라 함을 내는 음성이며, 파(婆)자를 말하면 뛰어난 승(乘)이라 함을 내는 음성이며, 사(捨)자를 말하면 믿음과 정진과 기억함과 선정과 지혜라 함을 내는 음성이며, 사(屣)자를 말하면 6입(入)을 조복하기 위해 6신통을 알지 않을 수 없음이라 함을 내는 음성이며, 사(娑)자를 말하면 일체 지혜를 깨달음이라 함을 내는 음성이며, 하(訶)자를 말하면 번뇌를 죽임이라 함을 내는 음성이며, 라(攞)자를 말하면 최후의 글자로서 이 모든 법을 뛰어넘음이라 함을 내는 음성이다. 문수사리여, 이것이 이른바 자모의 이치이니 일체 글자가 이 가운데 들어간다.”
013_0528_a_14L說磨字出斷憍慢聲說耶字如法分別聲說囉字出樂不樂第一義聲說邏字出斷愛聲說婆字出勝乘聲說捨字出信精進念定意慧聲說屣字出攝伏六入不得不知六通說娑字出覺一切智聲說訶字正殺煩惱聲說攞字出最後字過此諸法不可說聲文殊師利此謂字母一切諸字入於此中
013_0528_b_01L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문수사리여, 내가 또 여덟 글자를 설하겠으니 그 여덟 글자가 무엇이냐 하면, 피(跛)자는 제일의인 만큼 일체 법의 나 없음이 모두 이 가운데 들어가며,라(羅)자는 이 상호(相好)와 상호 없음이 여래의 법신(法身)에 들어가는 이치이며, 파(婆)자는 어리석은 사람의 법이나 슬기로운 사람의 법이나 모두 법도(法度) 그대로여서 어리석음도 없고 슬기로움도 없는 이치이며, 사(闍)자는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을 제도하여 나지도 않고 늙지도 않고 병들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경지에 들어가게 하는 이치이며, 가(伽)자는 업(業)의 과보를 제도하여 업의 과보가 없는 경지에 들어가게 하는 이치이며, 타(陀)자는 모든 법과 뭇 언어(言語)가 공하고 상(相) 없고 조작 없음을 총괄하여 법계에 들어가게 하는 이치이며, 사(捨)자는 사마타(奢摩他)와 비바사나(毘婆舍那)로써 여실히 모든 법을 관하게 하는 이치이며, 사(沙)자는 일체 법에 있어서 찰나찰나에 생멸하는 것과 또한 생멸하거나 생멸하지 않음이 없어 본래 고요한 그대로 일체 법이 모두 열반에 들어가는 이치이다. 문수사리여, 이것이 이른바 여덟 글자이니, 이 여덟 글자를 받아 간직해야만 일체 법에 들어간다.”
013_0528_a_22L佛告文殊師利我當說八字云何八跛字第一義一切諸法無我悉入此中羅字以此相好無相好入如來法身義婆字愚人法慧人法如法度無愚無慧義闍字度生老病死令入不生不老不病不死義伽字度業果令人無業果報義他字摠持諸法衆語言空無相無作令入法界義奢摩他毘婆舍那令如實觀諸法義沙字一切諸法念念生滅亦無滅不滅本來寂靜一切諸法悉入涅文殊師利此謂八字是可受持一切諸法
그때 문수사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것을 무상(無常)의 음성이라고 합니까?”
013_0528_b_12L爾時文殊師利白佛言世尊云何說無常聲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문수사리여, 무상의 음성이란 일체 유위법(有爲法)이 다 무상함이다. 눈의 느낌이 무상한 것처럼 귀ㆍ코ㆍ혀ㆍ몸ㆍ뜻의 느낌도 무상하고, 빛깔의 경계가 무상한 것처럼 소리ㆍ냄새ㆍ맛ㆍ감촉ㆍ법의 경계도 역시 무상하고, 눈의 경계와 빛깔의 경계와 안식(眼識)의 경계와 나아가 뜻의 경계와 법의 경계와 의식의 경계도 무상하고, 색온[色陰]이 무상하고 나아가 의온[識陰]이 무상함도 그러하니, 이것을 일러 무상의 음성이라고 한다.
013_0528_b_14L佛告文殊師利無常聲者切有爲法無常如眼入無常耳鼻舌身意入亦無常色入無常聲香味觸法入亦無常如眼界色界眼識界至意界法界意識界亦無常色陰無乃至識陰亦如是此謂無常聲
다음 무아(無我)의 음성이란 일체 법이 다 내가 없는데, 나라든가 남이란 것을 말함은 조작하는 자나 조작하게 하는 자들이 혹은 단견(斷見)이고 혹은 상견(常見)이기 때문이니, 이것이 이른바 아상(我想)과 아각(我覺)인 외도들이 말하는 것이다. 만약 과거는 이미 사라졌고 미래는 아직 이르지 않았고 현재는 머물지 않는다면 12입(入)과 18계(界)와 5온[陰]이 모두 내가 없기 마련이니, 이것이 장음 아(阿)자의 이치라는 것이다.”
013_0528_b_19L無我聲者一切諸法無我有說我使作者等或斷或常此謂我想是外道語言若過去已滅若未來未至若現在不停十二入十八界悉無有我是長阿義
013_0528_c_01L다음 모든 감관의 음성이란 큰 음성을 이름이니, 눈의 감관을 큰 음성이라 하는 것처럼 귀의 감관 내지 의식의 감관도 큰 음성이라. 이것이 이(伊)자의 큰 음성이라는 것이다.
013_0528_c_01L諸根聲者謂大聲如眼根名大聲根乃至意根名大聲此謂伊字是名大聲
다음 질역(疾疫)이 많다는 음성이란 눈이 질역이 많고 나아가 의식도 그러하니, 중생들의 몸과 마음이 갖가지 병고(病苦)이기 때문에 이것을 일러 질역이 많은 음성이라고 한다.
013_0528_c_04L多疾疫聲者眼多疾疫乃至意亦如衆生身心種種病苦此謂多疾疫聲
다음 황란(荒亂)한 음성이란 국토가 편안하지 않아 인민들이 서로 핍박하고 도적이 사방에 일어나 흉년이 거듭함이니, 이것을 일러 황란한 음성이라고 한다.
013_0528_c_06L荒亂聲者國土不安人民相逼賊抄競起米穀不登此謂荒亂聲
다음 낮은 중생의 음성이란 하열한 중생들은 빈궁과 고통에 허덕여 선근(善根)이 없기에 저 날짐승ㆍ길짐승과 꿈틀거리는 벌레와 같음이니, 이것을 일러 낮은 중생의 음성이라고 한다.
013_0528_c_08L下衆生聲者下劣衆生貧窮困苦善根諸禽獸虫蚋等此謂下衆生聲
다음 곧고 부드러움이 서로 계속되는 음성이란 곧음은 아첨하지 않는 것이고, 아첨하지 않음은 굽히지 않는 것이고, 굽히지 않음은 진실한 것이고, 진실한 것은 말대로 행하는 것이고, 말대로 행하는 것은 부처님의 말씀과 같이 행하는 것이다. 이것을 일러 곧음이라고 한다. 부드러움이란 여섯 종류가 있으니, 눈의 부드러운 것으로부터 나아가 의식의 부드러움을 이 부드러움이라 하고, 서로 계속됨이란 일체 선법(善法)을 떠나지 않음이라. 이것을 일러 곧고 부드러움이 서로 계속되는 음성이라고 한다.
013_0528_c_10L直軟相續聲者直者不諂不諂者不不曲者眞實眞實者如說行如說行者如佛語行此謂爲直軟者有六眼軟乃至意軟此謂爲軟相續者不離一切諸善法是謂直軟相續聲
다음 염착된 유희를 끊는 음성이란 욕계(欲界)에 염착된 서른여섯 가지 번뇌[使]를 끊고 네 가지 번뇌[四使] 끊을 것을 생각함이다. 끊음이란 아주 없애 버린다는 뜻이고, 유희란 다섯 가지 욕락의 뭇 도구가 그것이니, 중생들이 여기에 유희하므로, 이러한 것을 마땅히 끊어야 하는지라, 이것을 일러 염착된 유희를 끊는 음성이라고 한다. 찰나찰나에 생멸하는 것과 또한 생멸하거나 생멸하지 않음이 없어 본래 고요한 그대로 일체 법이 모두 열반에 들어가는 이치이다.
013_0528_c_15L斷染遊戲聲者斷欲界染三十六使思惟所斷四使斷者除滅義遊戲者五欲衆具衆生於此遊戲如是應斷此謂斷染遊戲聲
013_0529_a_01L다음 상생(相生)하는 법이라 함을 내는 음성이란 일체 법이 나 없음으로 상(相)을 삼는지라, 찰나찰나에 생멸하는 고요한 상이니, 나 없음으로 상을 삼음이란 색온[色陰]이 무상(無常)하고 나아가 식도 그러하므로 이것을 일러 나 없음으로 상을 삼음이라 하며, 찰나찰나에 생멸한다는 것은 일체 행은 찰나찰나에 나고 나면 곧 사라지니, 이것을 일러 일체 법이 찰나찰나에 생멸하는 것이라 하며, 고요한 상이란공하여 처소가 없는 것이어서 빛깔도 없고 형체도 없음이 허공과 같은지라, 이것을 일러 고요한 상이라고 하니, 과거ㆍ미래ㆍ현재가 무상하므로 이것을 일러 상생하는 법의 음성이라고 한다.
013_0528_c_19L出相生法聲者一切諸法無我爲相念念生滅寂靜相無我爲相者色陰無常乃至識亦如是此謂無我爲相念念生滅者一切諸行念念生生者必滅此謂一切諸法念念生滅寂靜空無處所無色無體與虛空等謂寂靜相者過去未來現在無常謂相生法聲
다음 삼계에 염착된 상의 음성을 내는 것이란, 이 상은 다섯 가지 욕락의 뭇 도구인 욕계의 상과 형상에 염착된 색계의 상과 무형에 염착된 무색계의 상이 그것이니 이를 상이라 하며, 삼계라 함은 욕계와 색계와 무색계가 그것이니, 욕계가 무엇이냐 하면 지옥 내지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이고, 색계가 무엇이냐 하면 범신천[梵身] 내지 색구경천(色究竟天)이고, 무색계가 무엇이냐 하면 공처(空處) 내지 비상비비상처(非想非非想處)이며, 염착이란 삼계의 아흔여덟 가지 번뇌가 그것이니, 이것을 일러 삼계에 염착된 상의 음성이라고 한다.
013_0529_a_04L出三有染相聲者相者五欲衆具欲界相色染色界相無色染無色界相此謂相三有者欲有色有無色有云何欲有地獄乃至他化自在天云何色梵身乃至色究竟云何無色有處乃至非想非非想處染著三界九十八使此謂出三有染相聲
다음 과환(過患)을 일으키는 음성이란 세 가지를 구하는 욕심의 구함[欲求]과 존재의 구함[有求]과 범행의 구함[梵行求]이 그것이다. 욕심의 구함이란 빛깔ㆍ소리ㆍ냄새ㆍ맛ㆍ감촉을 구하는 것이니, 빛깔의 구함[色求]이 무엇이냐 하면, 두 종류의 빛깔로서 첫째가 빛깔[色]이고, 둘째가 모양의 빛깔[形色]인데, 빛깔이 열두 종류로서 푸르고 누렇고 붉고 흰 것과, 연기ㆍ구름ㆍ먼지ㆍ안개ㆍ광선 또는 그림자와 밝음과 어두움이 있고, 모양의 빛깔이 여덟 종류로서 길고 짧음과 모나고 둥긂과 높고 낮음과 판판하고 판판하지 않은 것이 있어 이를 욕심의 빛깔[欲色]이라 한다.
욕심의 소리[欲聲]가 무엇이냐 하면 그 소리가 일곱 종류로서 소라[螺]의 소리ㆍ북[鼓] 소리ㆍ작은북 소리ㆍ큰북 소리ㆍ노랫소리ㆍ남자의 소리ㆍ여자의 소리가 그것인데 이를 욕심의 소리라 한다. 욕심의 냄새[欲香]가 무엇이냐 하면 그 냄새가 역시 일곱 종류로서 감관[根]의 냄새ㆍ마음의 냄새ㆍ피부의 냄새ㆍ당분[糖]의 냄새ㆍ잎의 냄새ㆍ꽃의 냄새ㆍ열매의 냄새와 혹은 남자의 냄새와 여자의 냄새가 그것인데 이를 욕심의 냄새라 한다.
013_0529_a_11L所起過患聲者三求欲求有求梵行欲求者求色聲香味觸云何色求色有二種一謂色二謂形色色有十二種謂靑形色有八種謂長高下不平此謂欲色云何欲聲聲有七種謂螺聲鼓聲小鼓聲大鼓聲歌聲女聲此謂欲聲云何欲香香有七根香心香皮香糖香葉香花香或男香女香此謂欲香
013_0529_b_01L욕심의 맛이 무엇이냐 하면 그 맛이 역시 일곱 종류로서 단맛ㆍ신맛ㆍ짠맛ㆍ쓴맛ㆍ떫은맛ㆍ담담한 맛과 매운맛과 혹은 남자의 맛과 여자의 맛이 그것인데 이를 욕심의 맛이라고 한다.
욕심의 감촉이 무엇이냐 하면 그 감촉이 여덟 종류로서 차갑고 뜨거움과 가볍고 무거움과 거칠고 미끄러움과굶주리고 목마름과 혹은 남자의 감촉과 여자의 감촉이 그것인데 이를 욕심의 감촉이라 하니, 이러한 것을 모두 욕심의 구함이라고 한다.
존재의 구함[有求]이란 무엇이냐 하면 욕계의 존재와 색계의 존재와 무색계의 존재가 그것인데 이를 존재의 구함이라 하며, 범행의 구함[梵行求]이란 무엇이냐 하면 출가하여 고행을 닦되 천당(天堂)을 구하려 하거나 열반을 구하려 함이 그것인데 이를 범행의 구함이라 하니, 구한다는 뜻이 무엇인가? 이른바 좋아하여 집착한다는 뜻이다.
013_0529_a_21L云何欲味味有七種甜味酢味醎味苦味澀味淡味辛味或男味或女味此謂欲味云何欲觸觸有八種或男觸或女觸此謂欲觸此謂欲求云何有求欲有色有無色有謂有求云何梵行求出家苦行欲求天堂欲求涅槃此謂梵行求求者何謂樂著義
어떤 것이 과환(過患)을 일으키는 음성이냐 하면 중생들의 모든 존재를 모두 과환이라고 이르니, 천당과 열반을 제외한 그 밖의 다른 곳을 구함은 모두 과환이 있는 것이므로, 이를 일러 과환을 일으키는 음성(音聲)이라고 한다.
013_0529_b_06L云何所起過患聲衆生諸有悉名過除天堂及涅槃餘處求一切有過此謂所起過患聲
바른 도의 뛰어난 음성이란 8정도(正道)의 바른 소견으로부터 나아가 바른 선정이 그것이다. 과환이 없고 집착함이 없기 때문에 바른 도라고 하니, 이것을 일러 바른 도의 뛰어난 음성이라고 한다.
013_0529_b_09L聖道勝聲者謂八正道正見乃至正無過患無所著故謂聖道此謂聖道勝聲
잡는[取] 음성이란 모든 법을 잡아 가짐이니, 이것을 일러 잡는 음성이라고 한다.
013_0529_b_12L取聲者執捉諸法此謂取聲
화생(化生)의 음성이란 네 가지 쌓임[四陰]인 느낌과 생각과 지어감과 의식, 이것을 화생이라고 한다. 다시 태생(胎生)ㆍ난생(卵生)ㆍ습생(濕生)ㆍ화생(化生)을 설하겠다. 태생에 네 종류가 있으니, 동불우체(東弗于逮)ㆍ남염부제(南閻浮提)ㆍ서구야니(西拘耶尼)ㆍ북울단월(北鬱單越)이 그것이고, 난생은 일체 새[鳥] 종류이고, 습생은 모기[蚊]ㆍ등에[虻]ㆍ이[虱] 등이고, 화생은 모든 천인이니, 이것을 일러 화생의 음성이라고 한다.
013_0529_b_13L化生聲者四陰受想行識此謂化生復說胎生卵生濕生化生胎生四種東弗于逮南閻浮提西拘耶尼北鬱單越卵生一切衆鳥濕生蚊蝨等化生諸天也此謂化生聲
다음 내 것이 없는 음성이란 일체 법이 바로 내 것이 아님은 나[我]라는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내 것이 없음이란 내 것이라는 교만이 없다는 것이니, 이것을 일러 내 것이 없는 음성이라고 한다.
013_0529_b_18L無我所聲者一切諸法非是我所我起故無我所者無我所慢此謂無我所聲
아주 다 없어지는 음성이란 무명이 없어지기 때문에 지어감이 없어지고, 나아가 태어남이 없어지기 때문에 근심ㆍ슬픔ㆍ괴로움이 다 없어짐이라. 아주 다 없어짐이란 열반의 고요한 경지여서 다시는 아무것도 나지 않음이니, 이것을 일러 아주 다 없어지는 음성이라고 한다.
013_0529_b_21L沒滅盡聲者無明滅故行滅乃至生滅故憂悲苦惱滅沒盡者泥洹寂靜不復更生此謂沒滅盡聲
013_0529_c_01L업(業)의 과보를 제도하는 음성에서 업은 세 가지 업으로서 몸에 대한 세 가지와 입에 대한 네 가지와 뜻에 대한 세 가지 업이 그것이고, 과보란 세 가지 업의 청정함이니, 이것을 일러 업의 과보를 제도하는 음성이라고 한다.
다음 허공과 같은 모든 법의 음성이란 모든 법이 허공과 같다는 것이다. 허공과 같음이 무엇이냐 하면, 일체 법은 이름이 있고 생각이 있을 뿐, 상(相)이 없어 분별할 수 없고, 체(體)가 없어 동요하지 않고, 부사의하여 생멸하지 않고, 조작함이 없음에 따라 상모(相貌)가 없고, 형색(形色)이 없으므로 다니는 곳이 없어 허공과 같이 평등에 머물고, 늙지 않고 죽지 않고 근심ㆍ슬픔ㆍ괴로움이 없는지라, 물질이란 허공과 같아서 느낌과 생각과 지어감과 의식도 그러하고 과거는 이미 지났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고 현재는 머물지 않으니, 이것을 일러 허공과 같은 모든 법의 음성이라고 한다.
013_0529_c_01L度業果報聲者業者三業謂身三四及意三業果報者三業淸淨此謂度業果報聲虛空等諸法聲者諸法與虛空等云何與虛空等一切法唯有名唯有想無有相無分別無體不搖不可思議不起不滅無所作隨無相無所造無相貌無形色無行等虛空住平等不老不死無憂悲苦惱色者虛空等受想行識亦如是過去已沒未來未至現在不停此謂虛空等諸法聲
깊은 법의 음성이란 무명이 지어감을 인연하고, 나아가 태어남이 늙어 죽음과 근심함과 슬퍼함과 괴로워함을 인연하니 만큼, 무명이 사라지면 지어감이 사라지고, 나아가 태어남이 사라지면 근심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함이 사라지므로 저 이치의 진실한 것을 깊음이라 이름하니, 깊음이란 이 12인연을 일체 말로써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이라, 끝이 없고 처소가 없고 시절(時節)이 없고, 장부(丈夫)를 끊고 세간의 성품을 끊어 평등함에 들어가서 자타의 고집을 깨뜨리니, 이것을 일러 깊은 법의 음성이라고 한다.
013_0529_c_12L深法聲者無明緣行乃至生緣老無明滅則行滅乃至生滅憂悲苦惱滅彼理眞實是名爲深是十二因緣一切語言道斷無邊無處無時節斷丈夫斷世性入平等破自他執此謂深法聲
013_0530_a_01L굳고 무거운 무명과 어리석음과 어두움을 제거하는 음성에서, 굳음이란 신견(身見) 등 5견(見)이고, 무거움이란 5온[陰]이며, 무명이란 전제(前際)와 후제와 죄 있고 없음을 알지 못하고, 불ㆍ법ㆍ승을 알지 못하고, 보시와계율과 하늘을 알지 못하고, 5온ㆍ18계(界)ㆍ12입(入)을 알지 못하는 것으로서 이것을 무명이라 하며, 어리석음이란 깨달아 생각할 것을 잊어버리는 것으로서 이것을 어리석음이라 하고, 어두움이란 모태[胎]의 고뇌와 일체 부정(不淨)한 것에 들어가면서도 즐거운 느낌을 내어 가고 옴에 미혹하는 것으로서 이것을 어두움이라 한다.3세(世)에 무지(無知)하여 방편이 없어 요달하지 못하는 것을 어두움이라 하며, 진실하고도 자세히 광명을 열어 보며, 스스로 과(果)를 제거하고 번뇌를 제거하고 그 밖의 번뇌 아닌 것과 다른 번뇌를 다 제거함으로써 주로 평등함과 부사의함에 들어가는 것을 제거하는 이치라고 하니, 이것을 일러 굳고도 무거운 무명과 어리석음과 어두움을 제거하는 음성이라고 한다.
013_0529_c_18L除堅無明冥聲者堅者身見等五見重者五陰無明者不知前及有罪無罪不識佛不知施戒天不知陰界入此謂無明癡者失覺念此謂癡闇者入胎苦惱一切不淨而生樂受迷惑去來此謂闇於三世無知無方便不明了此謂除者眞實諦開示光明除自果煩惱除非煩惱除餘習入平等不可思議爲主此謂除義此謂除堅冥聲
미리 알아 행하는 음성이란, 여덟 가지 미리 알아 행하는 것이 있으니, 이른바 바른 소견으로부터 바른 선정까지이니, 이것을 일러 보살이 미리 알아 행하는 것이라고 한다. 5견(見)을 끊는 것을 바른 소견이라 하고, 탐욕ㆍ진심ㆍ우치를 생각하지 않는 것을 바른 생각이라 하고, 몸과 뜻의 업이 청정한 것을 바른 업이라 하고, 입의 업이 청정한 것을 바른 말이라 하고, 속이고 아첨하여 거짓으로 욕심 적음을 나타내어 이익으로써 이익을 구하되 다섯 가지를 판매하는 것, 이른바 술을 팔거나 고기를 팔거나 독약을 팔거나 칼 등의 무기를 팔거나 여색을 팔거나 하는 이런 악업을 제거하는 것을 바른 생활이라 하고, 착한 몸의 행과 착한 뜻의 행을 바른 정진이라 하고, 4념처(念處)를 염하는 것을 바른 염이라 하고, 안정된 마음으로써 염착(染着)함이 없는 고요한 상(相)과 아무것도 없는 상과 공(空)한 상, 이것을 바른 선정이라 하니, 이것을 일러 미리 알아 행하는 음성이라고 한다.
013_0530_a_06L豫知行聲者八種豫知行謂正見乃至正定此謂菩薩豫知行除斷五見謂正見不思惟貪瞋癡謂正思惟意業淸淨此謂正業口業淸淨此謂正語欺誑諂諛詐現少欲以利求利五種販賣酤酒賣肉賣毒藥賣刀劍賣女色除此惡業此謂正命善身行善意行謂正精進念四念處此謂正以定心無染著寂靜相滅相空相此謂正定此謂預知行聲
4성제의 음성이란, 이른바 고제(苦諦)ㆍ집제(集諦)ㆍ멸제(滅諦)ㆍ도제(道諦)이다. 고제가 무엇이냐 하면 열 가지 번뇌를 끊는 것이며, 집제가 무엇이냐 하면 일곱 가지 번뇌를 끊는 것이며, 멸제가 무엇이냐 하면 역시 일곱 가지 번뇌를 끊는 것이며, 도제가 무엇이냐 하면 여덟 가지 번뇌와 네 가지 생각을 끊고, 나아가 형상[色]이 있거나 형상이 없는 번뇌를 끊는 것이니, 이것을 일러 4성제의 음성이라고 한다.
013_0530_a_16L四聖諦聲謂苦道諦云何苦諦能斷十使云何集諦能斷七使云何滅諦斷七使云何道諦能斷八使四思惟乃至斷色無色結此謂四聖諦聲
013_0530_b_01L욕심의 염착을 끊는 음성에서, 욕심은 즐거움에 더럽히기를 싫어하지 않는 것이니, 장엄하려거나 집착하려거나 자태(姿態)를 내려 하거나, 또는 생각하는 욕심과 생각하는 감촉이 서로 기다려 서로 따르는 것이다. 염착이란 얽매이는 것이고, 즐거움이란 저 6진(塵)을 즐기는 것이고, 싫어하지 않음이란 전일한 마음으로 반연에 집착되어 다른 생각이 없는 것이며, 욕심이란 기뻐하는 것이고, 장엄이란 뜻을 더럽히는 것이고,집착이란 유희하는 것이고, 자태란 갖가지 모양을 내는 것이고, 생각하는 욕심이란 5욕(欲)에 집착하는 것이고, 생각하는 감촉이란 서로 친근하려는 것이고, 기다림이란 향ㆍ꽃으로써 서로 유인하는 것이고, 서로 따르는 것이란 욕심에 염착된 마음이 서로 따르는 것이고, 끊음이란 앞의 불선한 법을 다 제거하는 것이니, 이것을 일러 욕심의 염착을 끊는 음성이라고 한다.
013_0530_a_20L斷欲染聲者欲者染樂不厭欲莊嚴著姿態思惟欲思惟觸待習近染者繫縛樂者樂彼六塵不厭者專心著緣無有異想欲者歡喜莊嚴者爲染著者遊戲姿態者作種種容儀惟欲者著五欲思惟觸者欲相習近待者以香花相引習近者欲染心遂斷者悉除前不善法此謂斷欲染聲
늙고 죽음을 제도하는 음성에서, 늙음이란 온몸이 쇠하고 상하여 지팡이에 의지해 겨우 행보하거나 모든 감관이 쇠모(衰耗)된 것이니 이것을 늙음이라 한다. 죽음이란 모든 감관이 허물어진 것이니, 왜 죽음이라 하는가 하면 다시 태어날 곳을 찾아 받기 위해 저 행의 업이 성숙했기 때문에 이를 일러 죽음이라 한다. 늙음과 죽음의 차별이 어떤 것이냐 하면, 모든 감관이 성숙된 것을 늙음이라 하고, 모든 감관이 허물어진 것을 죽음이라 하니, 먼저 늙고 뒤에 죽는 이것을 일러 늙어 죽음이라 한다. 이 늙고 죽음을 건너가는 것을 제도한다고 하니, 제도란 뜻이 무엇인가 하면 건너간다는 뜻으로서 자유로운 저 언덕[彼岸]에 이르러 다시는 태어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것을 일러 늙고 죽음을 제도하는 음성이라고 한다.
013_0530_b_05L度老死聲者老者身體消減柱杖羸諸根衰耗此謂老死者諸根敗壞何故名死更覓受生處彼行業熟謂爲死云何老死差別諸根熟名老諸根壞名死先老後死此謂老死度此此謂爲度度有何義過度義彼岸自在不更生義此謂度老死聲
013_0530_c_01L다음 나쁜 언어(言語)를 조복하는 음성에서, 조복한다는 것은 말씨를 조복하거나 몸을 조복하는 것이다. 언어를 조복함이 어떤 것이냐 하면, 같은 유(類)의 말로써 다른 유의 말을 깨뜨리고 다른 유의 말로써 같은 유의 말을 깨뜨리거나, 진실한 말로써 진실하지 않은 말을 조복하고 진실하지 않은 말로써 진실한 말을 조복하거나, 말답지 않은 말로써 말을 조복하고 말다운 말로써 말답지 않은 말을 조복하거나, 제일의(第一義)로써 제일의 아닌 것을 조복하고 제일의 아닌 것으로써 제일의를 조복하거나, 결정된 말로써 결정되지 않은 말을 조복하고 결정되지 않은 말로써 결정된 말을 조복하거나, 하나로써 많은 것을 조복하고 많은 것으로써 하나를 조복하거나, 범함이 없음으로써 범함이 있음을 조복하고 범함이 있음으로써 범함이 없음을 조복하거나, 현증(現證)으로써 현증이 아님을 조복하고 현증이 아님으로써 현증을 조복하거나, 과실로써 과실이 아님을 조복하고 과실이 아님으로써 과실을 조복하거나 종류(種類)로써 종류를 조복할 수 없고 종류가 아님으로써 종류가 아님을 조복할 수 없다.나쁨이란 언어가 실답지 않고 자세하지 않고 분별하지 않음이며, 조복이란 끊는다는 뜻이고 막는다는 뜻이고 가린다는 뜻이니, 이것을 일러 나쁜 언어를 조복하는 음성이라고 한다.
013_0530_b_12L攝伏惡語言聲者攝伏者攝伏語言攝伏身體云何攝伏語言以同類語破異類語以異類語破同類語以眞實語伏不眞實語以不眞實語伏眞實語以非語言伏語言以語言伏非語言以第一義伏非第一義以非第一義伏第一義以決定語伏不決定以不決定語伏決定語以一伏多以多伏一以無犯伏有犯以有犯伏無犯以現證伏不現證以不現證伏現證以失伏不失以不失伏失以種類不得伏種類以非種類不得伏非種類惡者說不實不諦不分別伏者斷義遮義陰義此謂攝伏惡語言聲
편히 머묾을 설하는 음성이란 덮거나 감추지 않는 도를 열어 보이고 분별하여 법을 따라 설함이니 이것을 편히 머묾이라 하며, 한곳에 머물러 있어서 열반과 출세간을 말하여 말할 바 성취하는 말이고, 어떤 상(相)이 없는 말이고, 모양이 없는 말이고, 이상함이 없는 말이고, 조작이 없는 말이고, 깨달은 말이고, 공한 말이고, 고요한 말을 성취함이니, 이것을 일러 편히 머묾을 설하는 음성이라고 한다.
013_0530_c_03L說安住聲者說令分明開示分別說不覆障道隨法說此謂說安住者置在一處說泥洹說出世閒述成所說無相語言無貌語言無異語言無作語言覺語言空語言寂靜語言此謂說安住聲
번뇌 끊음을 설하는 음성이란, 무명이 사라지고 나아가 늙고 죽음도 사라져 일체의 쌓임[陰]이 소멸함이다. 사라짐이란 아주 없어져 절대 나는 것이 없음이니 이것을 사라짐이라 하며, 끊음이란 일체의 번뇌를 끊되, 번뇌의 뿌리를 끊어 남음이 없게 함이니, 이것을 일러 번뇌를 끊는 음성이라고 한다.
013_0530_c_09L說斷結聲者無明滅乃至老死滅一切陰滅者無有生此謂滅斷者斷一切諸使斷煩惱根無有遺此謂斷結聲
대답을 그만두는 음성이란 물음에 따라 대답하는 것과 분별하여 대답하는 것과 반문하여 대답하는 것과 대답을 그만두는 것이 있다. 어떤 것이 물음에 따라 대답하는 것이냐 하면 묻는 그대로를 곧 대답하는 것이고, 어떤 것이 분별하여 대답하는 것이냐 하면 상대의 물음에 따라 자세히 분별하는 것이고, 어떤 것이 반문하여 대답하는 것이냐 하면 묻는 사람에게 도로 물어서 대답하게 하는 것이고, 어떤 것이 대답을 그만두는 것이냐 하면 단(斷)이라든가, 상(常)이라든가 이러한 것을 물을 경우 그만두고서 대답하지 않는 것이다. 분별하는 물음으로써 물을 때엔 물음에 따라 대답하고 도로 질문하는 물음으로써 물을 때엔 분별하여 대답하고, 대답을 그만두어야 할 물음으로써 물을 때엔 도로 질문하여 대답하고, 문답에 따른 물음으로써 물을 때엔 그만두고서 대답하지 않으니, 이것을 일러 대답을 그만두는 음성이라고 한다.
013_0530_c_13L置答聲者隨問答分別答反問答云何隨問答如問卽答云何分別隨彼所問廣爲分別云何反問答若人有問反問令答云何置答如問我斷我常置而不答以分別問問問答以反質問問分別答以置答問反質答以隨問答問問置答此謂置答聲
013_0531_a_01L다음 마군의 적[魔賊]을 거두어 조복하는 음성이란, 마군의 적이 네 종류가 있으니, 물질과 느낌과 생각과 지어감과 의식을 음마(陰魔)의 적이라 하며, 이 세계로부터 저 세계로 건너가 모든 일이 휴식되는 것을 사마(死魔)의 적이라 하며, 무명과 애욕과 잡음[取]을 번뇌마(煩惱魔)의 적이라 하며, 5욕의 뭇 도구가 갖추어진 것이 천마(天魔)의 체가 되는 것을천마의 적이라 하니, 이것을 일러 마군의 적을 거두어 조복하는 음성이라고 한다.
013_0530_c_21L攝伏魔賊聲者魔者四魔此謂陰魔賊從此有度彼息一切事此謂死魔賊無明此謂煩惱魔賊五欲衆具爲天魔體此謂天魔賊此謂攝伏魔賊聲
모든 경계를 없애는 음성이란, 빛깔을 없애고 나아가 감촉을 없애는 것이다. 경계란 빛깔과 소리와 냄새와 맛과 감촉이니, 이것을 일러 모든 경계를 없애는 음성이라고 한다.
013_0531_a_02L滅諸境界聲者滅色乃至滅觸境界者此謂滅諸境界聲
모든 번뇌를 제거하는 음성이란 번뇌를 끊어 없애는 것이다. 번뇌를 제거함이란 욕심에 더럽힌 큰 독(毒)에는 부정하다는 관[不淨觀]이 약이 되고, 성내거나 미워하는 큰 독에는 자비가 약이 되고, 무명의 큰 독에는 12인연의 관(觀)이 그 약이 되는 것이니, 이것을 일러 모든 번뇌를 제거하는 음성이라고 한다.
013_0531_a_04L除諸煩惱聲者斷滅煩惱除煩惱者染欲大毒不淨觀爲藥瞋恚大毒悲爲藥無明大毒十二因緣觀爲其此謂除諸煩惱聲
다름이 없고 파괴하지 않는 음성에서, 다름이 없음은 곧 파괴함이 없는 것이고, 다름이 없음은 곧 제일의의 진리이니, 공하여 상(相)이 없고 형체가 없고 평등하여 움직이지 않고 생각할 수 없는 이것을 다름이 없음이라 하며, 파괴하지 않음이란 곧 다른 형체가 없어 평등하고 상(相)이 없어 움직이지 않고 깨어지지 않고 끊이지 않고 순일(純一)하여 과환(過患)이 없고 마음도 없고 앞뒤도 없음이니, 이것을 일러 다름이 없고 파괴하지 않는 음성이라고 한다.
013_0531_a_08L無異不破聲者無異者無破無異第一義無形平等不動不可思議此謂無不破者無異形平等無相不動不斷純一無過患無心無前後謂無異不破聲
용맹스럽고 힘세고 빠르고 두려움이 없는 음성에서, 용맹은 정진하는 것이고, 힘은 10력(力)이고, 빠름이란 말의 빠름과 같은 것이고, 두려움이 없음이란 일체 곳에 겁내거나 두려워하지 않음이니, 이것을 일러 용맹스럽고 힘세고 빠르고 두려움이 없는 음성이라고 한다.
013_0531_a_13L勇猛力速無畏聲者勇猛者精進力者十力速者駃也畏者一切處不怖畏此謂勇猛力速無畏聲
013_0531_b_01L보시ㆍ적정(寂靜)ㆍ수호(守護)ㆍ안온(安穩)의 음성에서, 보시가 두 종류로서 안의 보시와 바깥의 보시가 있으니, 안의 보시가 무엇이냐 하면 4제(諦)를 설하는 것이고, 바깥의 보시가 무엇이냐 하면, 뼈ㆍ살ㆍ껍질ㆍ피와 국성(國城)ㆍ처자ㆍ남녀ㆍ재물ㆍ미곡 등을 보시하는 것이며, 적정은 세 종류로서 몸ㆍ입ㆍ뜻의 적정이 있으니, 몸의 적정이 무엇이냐 하면 세 가지 허물을 짓지 않는 것이고, 입의 적정이 무엇이냐 하면 입의 네 가지 허물이 없는 것이고, 뜻의 적정이 무엇이냐 하면 탐하지 않고 성내지 않고 어리석지 않은 것이며, 수호라 함은 6근(根)을 수호하는 것이며, 안온이라 함은 같이 화합하여 상대의 허물을 찾지 않고 만족할 줄 알아 욕심을 적게 하고 남의 장점과 단점을 논란하지 않고 남의 허물을 들춰내지 않고서로가 잘못을 따지지 않고 이것으로써 저것을 말하지 않음이니, 이것을 일러 보시ㆍ적정ㆍ수호ㆍ안온의 음성이라고 한다.
013_0531_a_16L施寂靜守護安隱聲者施者二種外施云何內施說眞四諦云何外施肌肉皮血國城妻子男女財物穀米等寂靜三種謂身云何身寂靜不作三過口寂靜者無口四過意寂靜者不貪不瞋不癡守護者護六根安隱者同止和合不覓彼過知足少欲不求長短不覓他過者相覓過不以此語彼此謂施寂靜守護安隱聲
일곱 가지 성스러운 재물[七聖財]의 음성이란, 첫째는 믿음[信]이며, 둘째는 스스로 부끄러움이며, 셋째는 남에게 부끄러움이며, 넷째는 보시이며, 다섯째는 계율이며, 여섯째는 많이 들음이며, 일곱째는 지혜이니, 이것을 일러 일곱 가지 성스러운 재물의 음성이라고 한다.
013_0531_b_03L七聖財聲者一信二慚三愧四施六聞七慧此謂七聖財聲
이름과 물질[名色]을 분별하는 음성이란, 이름은 4온[陰]이 그것이고, 물질은 4대(大)가 그것이며, 분별이란 이름과 물질을 분별하는 것이니, 이것을 일러 이름과 물질을 분별하는 음성이라고 한다.
013_0531_b_05L分別名色聲者名者四陰色者四大分別者分別名此謂分別名色聲
제일의의 음성이란, 5온[陰]을 분별하는 것이니, 이것을 일러 제일의의 음성이라고 한다.
013_0531_b_07L第一義聲者分別五陰此謂第一義聲
작증(作證)하여 과위[果]를 얻는 음성에서, 과위는 4과(果)로서 수다원(須陀洹)으로부터 아라한까지와 연각의 과가 그것이며, 얻음이란 들어간다는 뜻이고, 증(證)이란 현재 증득하는 것이고, 작(作)이란 조작하는 것이니, 이것을 일러 작증하여 과위를 얻는 음성이라고 한다.
013_0531_b_08L作證得果聲者果者四果須陁洹乃至羅漢及緣覺果得者入義也證者現證也作者造作也此謂作證得果聲
얽매임을 해탈하는 음성에서, 얽매임은 세 가지 얽매임으로서 탐욕과 진심과 우치의 얽매임이며, 해탈이란 이 세 가지 얽매임을 여의는 것이니, 이것을 일러 얽매임을 해탈하는 음성이라고 한다.
013_0531_b_11L解脫縛聲者縛者三縛癡縛脫者離此三縛此謂解脫縛聲
삼계[三有]를 내는 음성이란 이른바 생유(生有)ㆍ현유(現有)ㆍ후유(後有)가 그것이니, 이것을 일러 삼계를 내는 음성이라고 한다.
013_0531_b_13L生三有聲者所謂生有現有後有謂出生三有聲
교만(憍慢)을 끊는 음성에서, 교(憍)는 얼굴이 잘났다는 교[色憍]ㆍ한창이라는 교[盛壯憍]ㆍ돈이 많다는 교[富憍]ㆍ제멋대로 할 수 있다는 교[自在憍]ㆍ귀족이라는 교[姓憍]ㆍ선한 일을 행한다는 교[行善憍]ㆍ나이가 많다는 교[壽命憍]ㆍ총명하다는 교[聰明憍]가 그것이니 이를 여덟 가지 교라 한다. 만(慢)은 난 체하는 만[慢慢]ㆍ더 잘난 체하는 만[大慢]ㆍ뛰어난 체하는 만[增上慢]ㆍ나라는 만[我慢]ㆍ같을 이가 없다는 만[不如慢]ㆍ뛰어나다는 만[勝慢]ㆍ삿된 생각을 내는 만[邪慢]이니, 이를 일곱 가지 만이라 하며, 끊음이란 교만을 끊음이니, 이것을 일러 교만을 끊는 음성이라고 한다.
013_0531_b_15L斷憍慢聲者憍者色憍盛壯憍富憍自在憍姓憍行善憍壽命憍聰明憍此謂八憍慢者慢慢大慢增上慢我慢不如慢勝慢邪慢此謂七慢斷者憍慢此謂斷憍慢聲
모든 법을 통달하는 음성에서, 통달은 경계 그대로를 아는 것이며, 모든 법은 선한 법과 불선한 법이니 5욕을 많이 갖춤을 불선한 법이라 하고 5욕을 제거하여 끊는 것을 선한 법이라 하니, 이것을 일러 모든 법을 통달하는 음성이라고 한다.
013_0531_b_20L通達諸法聲者通達者如境而知法者善不善法五欲衆具謂不善法除斷五欲此謂善法此謂通達諸法
013_0531_c_01L법과 같이 분별하는 음성에서, ‘같이’란 평등하다는 뜻이고, 법은 선한 법과불선한 법이며, 불선한 법이란 5욕을 많이 갖춘 것을 끊지 않는 것이고, 선한 법이란 5욕을 많이 갖춘 것을 끊는 것이고, 끊는다는 것은 파멸(破滅)한다는 뜻이니, 이것을 일러 법과 같이 분별하는 음성이라고 한다.
013_0531_c_01L如法分別聲者如者等義法者善法不善法不善法者不斷五欲衆具法者斷五欲衆具斷者破滅義此謂如法分別聲
즐겨 하거나 즐겨 하지 않거나 제일의(第一義)의 음성에서, 즐겨 함은 5욕의 경계이고, 즐겨 하지 않음은 5욕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며, 제일의란 공하고 상(相)이 없는 이치이니, 이것을 일러 즐겨 하거나 즐겨 하지 않거나 제일의의 음성이라고 한다.
013_0531_c_04L樂不樂第一義聲者樂者五欲境界不樂者不著五欲第一義者空無相此謂樂不樂第一義聲
애욕을 끊는 음성에서, 애욕은 색(色)에 대한 애욕과 나아가 감촉에 대한 애욕이며, 끊음이란 소멸하고 제거하는 것이니, 이것을 애욕을 끊는 음성이라고 한다.
013_0531_c_07L斷愛聲者愛者色愛乃至觸愛斷者滅除此謂斷愛聲
뛰어난 승(乘)의 음성이란, 이른바 3승으로서 불승(佛乘)과 연각승(緣覺乘)과 성문승(聲聞乘)이다. 반야바라밀(般若波羅蜜)과 10지(地)를 불승이라 하며, 자신을 조복하고 자신을 고요히 하여 자신으로 하여금 열반에 들어가게 하는 이것을 연각승이라 하며, 부드러운 근기의 중생과 겁내는 근기의 중생들이 생사를 벗어나려는 것을 성문승이라 하니, 이것을 일러 뛰어난 승의 음성이라고 한다.
013_0531_c_09L勝乘聲者所謂三乘佛乘緣覺乘聞乘般若波羅蜜十地此謂佛乘調伏自身寂靜自身令自身入涅槃謂緣覺乘軟根衆生怖畏衆生欲出生此謂聲聞乘此謂勝乘聲
믿음과 정진과 기억함과 선정과 지혜의 음성에서, 한 군데에만 쏠려 생각의 관찰을 달리하지 않는 것을 믿음이라 하며, 용맹과 근면으로 일을 행하거나 일을 간직하는 이것을 정진이라 하며, 오로지 한마음을 거두어 생각하는 것을 기억이라 하며, 모든 일에 흔들리지 않는 이것을 선정이라 하며, 반야가 순일(純一)하고도 평등한 것을 지혜라고 하니, 이것을 일러 믿음과 정진과 기억함과 선정과 지혜의 음성이라고 한다.
013_0531_c_14L精進定意慧聲者隨逐不異思惟觀謂信勇猛勤策行事持事此謂精進專攝一心此謂念諸事不動此謂定般若純一平等此謂慧此謂信精進念定意慧聲
6입(入)을 조복하여 6통(通)을 알지 않을 수 없는 음성에서, 이른바 6입은 눈의 느낌[眼入]으로부터 의식의 느낌[意入]까지이며, 거두어 조복함이란 색(色)을 거두어 조복함으로부터 법을 거두어 조복함까지이며, 6통이란 천안통(天眼通)과 천이통(天耳通)과 타심통[他心智]과 숙명통[宿命智]과 신통(身通)과 누진통(漏盡通)이며, 알지 못함이란 무명(無明)이며, 알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은 저 무명을 제거하는 것이니, 이것을 일러 6입을 조복하여 6통을 알지 않을 수 없는 음성이라고 한다.
013_0531_c_19L攝伏六入不得不知六通聲者六入者眼入乃至意入伏者攝伏色乃至攝伏法六通者天耳他心智宿命智身通漏盡不知者無明不得不知者除彼無明此謂攝伏六入不得不知六通聲
013_0532_a_01L일체지(一切智)를 깨닫는 음성에서, 일체지는 일체 세간을 모두 아는 것이다. 세간이란 찰나찰나에 생멸하는 것이고, 또 세간이란 모든 5온ㆍ18계ㆍ12입이고, 또 세간이란 두 종류로서 첫째는 중생 세간이며, 둘째는 지어 가는 세간[行世]이다. 중생 세간은 일체 중생이고, 지어가는 세간은 중생들이 머무는 처소다. 이러한 일체 세간을 알 수 있고 알아야 한다. 지혜도 역시 두 종류로서 성문의 지혜와 일체지이니, 이것을 지각(智覺)한 자가 자신을 깨달아서 타신(他身)까지를 깨달은 것이라 하니, 이것을 일러 일체지를 깨닫는 음성이라고 한다.
013_0532_a_01L覺一切智聲者一切智者一切世法皆悉知世者念念生滅復次世者陰界入復次世者二種一衆生世者行世衆生世者一切諸衆生行世衆生住處一切世界可知悉知者二種聲聞智一切智此謂智覺者覺自身覺他身此謂覺一切智聲
번뇌를 바로 죽이는 음성에서, 죽임이란 제거하여 끊어 버린다는 뜻이며, 번뇌라 함은 아흔여덟 가지 번뇌 가운데 욕계의 고제에서 끊어야 할 열 가지 번뇌와 집제와 멸제에서 끊어야 할 일곱 가지 번뇌와 도제에서 끊어야 할 여덟 가지 번뇌와 사유(思維)의 진리에서 끊어야 할 네 가지 번뇌이며, 색계의 고제에서 끊어야 할 아홉 가지 번뇌와 집제와 멸제에서 끊어야 할 여섯 가지 번뇌와 도제에서 끊어야 할 일곱 가지 번뇌와 사유에서 끊어야 할 세 가지 번뇌이며, 무색계에 있어서도 그러하다. 바로[正]란 분명히 제거하여 남은 더러움이 없게끔 끊어 버림이니, 이것을 일러 번뇌를 바로 죽이는 음성이라 고 한다.
013_0532_a_08L正殺煩惱聲者殺者除斷義煩惱者九十八使欲界苦所斷十使習滅七使道諦八使思惟四使色界苦所斷九使習滅六使道七使思惟三使無色亦如是正者分明除斷無餘垢此謂正殺煩惱聲
최후의 글자로서 이 법을 초월해서는 말할 수 없는 음성이란, 만약 글자마저 없는 것이라면 이는 이른바 열반이고, 글자가 있는 것이라면 이는 생사이며, 최후라 함은 라(羅)자를 제외하고는 아무런 글자가 없는 것이며, 말할 수 없음이라 함은 얻을 수 없고 분별할 수 없음이니, 물질이 없기 때문에 말할 수 없는 것이며, 모든 법이라 함은 5온ㆍ18계ㆍ12입과 37품(品)이니, 이것을 일러 최후의 글자로서 이것을 초월해서는 말할 수 없는 음성이라고 한다.”
013_0532_a_14L是最後字過此法不可說聲者若無有字此謂涅槃若有字者則是生死最後者更無有字唯除羅字不可說不可得不可分別無色故不可說諸法者謂陰界入三十七品此謂最後字過此不可說聲
文殊師利問經卷上
壬寅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