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13_0570_b_01L
불설월상녀경(佛說月上女經) 상권
013_0570_b_01L佛說月上女經卷上


수(隋) 사나굴다(闍那崛多) 한역
김달진 번역
013_0570_b_02L隋天竺三藏法師闍那崛多譯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13_0570_b_03L 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비야리국(毘耶離國)의 큰 숲에 있는 초모정사(草茅精舍)에서 큰 비구 5백 인과 함께 계셨으니 모두 아라한들이었다. 또 보살 8천 인도 함께 계셨으니, 모두 대덕(大德)들로서 큰 위력이 있고 큰 신통이 있었으며, 모든 다라니를 받아 지녀서 걸림 없는 변재를 얻고 모든 선정(禪定)을 얻었으며, 생멸 없는 법의 지혜[無生忍]을 얻고 5신통을 구족하였다.
013_0570_b_04L一時佛在毘耶離國大樹林中草茅精舍與大比丘五百人俱皆阿羅漢復有菩薩八千人俱皆是大德有大威力有大神通悉皆受持諸陁羅尼得無㝵辯得諸禪定得無生忍具足五通
하는 말은 진실하여 허망함이 없고 일체 헐뜯거나 칭찬하는 것을 떠났으며, 자기의 권속이나 이양(利養)에 집착하지 않고 과보를 바라지 않으면서 남을 위해 설법하여 깊은 법인을 얻어서 능히 저 언덕에 건너게 하며, 두려움 없음을 구족하여 모든 마군의 일을 벗어나고 업의 결박됨이 없으며, 모든 법성에 의혹됨이 없어서 한량없는 백천 나유타 겁에 그 수행을 완성하였다.
013_0570_b_09L所言眞實無有虛妄離諸譽毀於己眷屬及以利養悉不染著不求報故爲人說法得深法忍能度彼岸具足旡畏已過魔事無有業結於諸法性旡有疑滯無量百千那由他劫修行成就
수행하는 이에게 항상 좋은 낯으로 깨우쳐 주고 끝내 빈축(嚬蹙)한 적이 없으며, 낱말을 잘 풀어 말하되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변재가 끝없으며, 평등한 법의 지혜를 성취하여 대중에게 설법하되 두려워함이 없고 한결같은 법구(法句)를 말하며, 백천억 나유타 겁을 지내면서 교묘한 방편과 다함없는 지혜를 얻었다.
013_0570_b_14L恒以悅色慰喩行者終旡嚬蹙善巧辭句心不變改辯說無窮亦皆成就平等忍法能於大衆說法旡畏說一法句過百千億那由他劫得巧方便無盡智慧
3세가 허깨비와 같고 아지랑이와 같고 물속의 달과 같고 꿈이나 별과 같고 빈 골짜기에서 울리는 메아리와 같음을 알았으며, 모든 법의 성품이 공(空)하고 모양 없고[無相] 원 없음[無願]을 알아서 마음이 언제나 적멸하여 진여의 법에 머무르고 모든 취하고 버리는 것[取捨]을 떠났다.
013_0570_b_18L知諸三世猶如幻化亦如陽焰如水中月如夢如星如空谷響知諸法性空旡相願心常寂滅住眞如法離諸取捨
013_0570_c_01L이미 한량없는 지혜와 교묘한 방편을 얻고 또 중생심의 소행과 지혜와 교묘한 방편의 일을 알아서 교화할 데를 따라 모든 법을 연설하여 주며, 중생심에 손해(損害)함이 없이 모든 애착을 여의었고 다시 번뇌가 없이 인욕행을 구족하였으며, 모든 법의 성품을 분명하게 알고 모든 불국토의 장엄하는 일을 이미 이루었다.
013_0570_b_21L旣得無量智巧方便亦知衆心所行智巧方便之事隨所化處悉皆能爲演說諸法於衆生心無有損害離諸愛染無復煩惱具足忍行於諸法性皆悉了知已得成於諸佛剎土莊嚴之事
항상 부처님을 염하는 삼매[念佛三昧]를 이루고 또 능히 부처님께 권청하는 지혜를 이루어 갖가지 번뇌를 끊었으며, 모든 삼매ㆍ삼마발제(三摩鉢帝) 가운데 노닐고 또 능히 지혜와 뛰어난 방편을 다 얻은 이들이었다.
013_0570_c_05L恒常成就念佛三昧亦能成就勸請佛智能斷種種煩惱諸使於諸三昧三摩鉢帝遊戲其中亦悉能得智巧方便
그 이름은 문수사리동자보살마하살ㆍ관세음보살ㆍ대세지보살ㆍ난유(難有)보살ㆍ향상(香象)보살ㆍ불사담(不捨擔)보살ㆍ일장(日藏)보살ㆍ다라니(陀羅尼)보살ㆍ방향광(放香光)보살ㆍ뇌음(雷音)보살ㆍ분별금광명결정왕(分別金光明決定王)보살이요.
013_0570_c_08L其名曰文殊師利童子菩薩摩訶薩觀世音菩薩大勢至菩薩難有菩薩香象菩薩不捨擔菩薩日藏菩薩羅尼菩薩放香光菩薩雷音菩薩別金光明決定王菩薩
나라연(那羅延)보살ㆍ보재(寶才)보살ㆍ보인수(寶印手)보살ㆍ허공장(虛空藏)보살ㆍ희왕(喜王)보살ㆍ희견(喜見)보살ㆍ도중생(度衆生)보살ㆍ상정진(常精進)보살ㆍ상희근(常喜根)보살ㆍ파악도(破惡道)보살ㆍ금강유보(金剛遊步)보살ㆍ삼계유보(三界遊步)보살이요.
013_0570_c_13L那羅延菩薩寶才菩薩寶印手菩薩虛空藏菩薩憙王菩薩憙見菩薩度衆生菩薩精進菩薩常喜根菩薩破惡道菩薩金剛遊步菩薩三界遊步菩薩
행부동(行不動)보살ㆍ불공견(不空見)보살ㆍ공덕장(功德藏)보살ㆍ연화덕(蓮華德)보살ㆍ여향상(如香象)보살ㆍ득심지변(得深智辯)보살ㆍ대변(大辯)보살ㆍ법상생(法上生)보살ㆍ제법무의덕(諸法無疑德)보살이요.
013_0570_c_17L行不動菩薩不空見菩薩功德藏菩薩華德菩薩如香象菩薩得深智辯菩大辯菩薩法上生菩薩諸法無疑德菩薩
013_0571_a_01L사자유보(師子遊步)보살ㆍ산제공포(散諸恐怖)보살ㆍ폐색제장(蔽塞諸障)보살ㆍ사자후음(師子吼音)보살ㆍ비불언(非不言)보살ㆍ변취(辯聚)보살ㆍ미륵보살마하살 등이 우두머리가 되었고, 다시 이와 같은 백천 보살마하살과 함께 계셨다.
013_0570_c_21L師子遊步菩薩散諸恐怖菩蔽塞諸障菩薩師子吼音菩薩不言菩薩辯聚菩薩彌勒菩薩摩訶薩等而爲上首復有如是百千菩薩摩訶薩俱
그때 세존께서 비야리국의 큰 숲에 있는 초모정사에 계시니, 모든 국왕ㆍ대신과 백관ㆍ대부(大富)ㆍ장자와 바라문 등 거사와 인민(人民)ㆍ멀리서 온 상인[商客]들이 모두 다 존중하고 공경하여 받들어 모셨다.
013_0571_a_02L爾時世尊在毘耶離大樹林中草茅精舍諸國王大臣百官大富長者婆羅門等居士人民遠來商客皆悉尊重恭敬奉侍
이때 그 성(城)에 한 이차(離車:찰제리 종족의 이름)가 있어 이름을 비마라힐(毘摩羅詰)이라 하였고 그의 집은 큰 부자로서 재물이 한량없었으며, 창고가 가득하여 이루 헤아릴 수 없었고 네 발과 두 발 가진 축생들이 가득하였으며, 그 아내는 이름을 무구(無垢)라 하여 거동이 단정하고 얼굴이 아름다워 여인의 상호를 구족하였다.
013_0571_a_06L爾時彼城有離車名毘摩羅詰其家巨富資財無量倉庫豐盈不可稱數四足二足諸畜生等悉皆充溢其人有妻名曰無垢可憙端正形貌姝美女相具足
그 아내가 임신한 지 아홉 달 만에 딸을 낳았는데, 자태와 얼굴이 단정하고 신체가 원만 구족하여 보는 이가 싫증이 나지 않았다.
013_0571_a_11L然彼婦人於時懷妊滿足九月便生一女姿容端正身體圓足觀者無厭
그 딸이 태어날 무렵에 큰 광명이 온 집안을 비쳐 곳곳마다 충만하였고 낳은 뒤에는 대지가 진동하였으며, 그 집 주위에 있는 수목에서는 소유(酥油:타락)가 저절로 흘러넘쳤다.
013_0571_a_13L其女生時有大光明照其家內處處充滿如是生時大地震動其家門外所有樹木竝出酥油自然流溢
비야리성 안에 있는 일체의 큰 북이나 작은 북에서는 갖가지 음악소리가 치지 않아도 저절로 울려 위로 허공에까지 퍼졌으며, 하늘에서는 온갖 꽃이 쏟아졌고 그 집 안 네 모퉁이에서는 각각 복장(伏藏)이 저절로 열려 미묘하고 세밀한 갖가지 보배가 모두 나타났다.
013_0571_a_16L毘耶離城一切大鼓及諸小鼓種種音樂不作自鳴上徹虛空天雨衆華於其宅內四角各有伏藏自開微密雜寶皆悉出現
그 딸은 갓 태어나서도 울지 않고 바로 손을 들어 합장하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013_0571_a_19L其女當生不曾啼哭卽便擧手合十指掌而說偈言

나는 전생으로부터 악업을 짓지 않은 까닭에
지금 이 같은 청정한 몸 받았으니
만일 많은 악업 지었다면
이런 호귀(豪貴)한 집에 태어나지 못했으리.
013_0571_a_20L由昔不造諸惡業
今得如是淸淨身
若當造作惡業者
不生在此大豪貴

전생부터 모든 악행 끊고서
보시하기를 좋아하고 유순하여 방일하지 않았으며
높여야 할 분은 공경하고 존중한 까닭에
이처럼 어질고 훌륭한 집에 태어나게 되었네.
013_0571_a_22L故由昔斷諸惡行
好施調順不放逸
恭敬嚴重所尊故
方得生此賢善家
013_0571_b_01L
나의 전생 생각하건대, 가섭부처님께서
걸식하시러 비야리성에 들어오시는 것을
누각 위에 있다가 뵌 뒤로
나의 마음 저절로 청정해졌네.
013_0571_b_01L我念往昔迦葉佛
乞食來入毘耶離
我在樓上見彼尊
如是見已心淸淨

나의 마음이 이미 청정해 져서
그 부처님을 존중하고 공양하려 했으나
때마침 향화(香華)ㆍ도향(塗香)이며
말향(末香)ㆍ음식(飮食) 등이 없던 참에
013_0571_b_03L我心旣得淸淨已
供養尊重彼如來
爾時現在無香華
塗香末香飮食等

문득 공중에서 이런 소리가 들렸네.
부처님께서는 세간의 공양 바라지 않으시고
중생들을 사랑하고 불쌍히 여기신 까닭에
다니면서 걸식하러 오셨으니
013_0571_b_05L遂卽聞於空中聲
佛於世閒不求報
慈愍一切諸衆生
是故遊行來乞食

네가 그 부처님께 공양하고 싶다면
마땅히 위없는 보리심(菩提心)을 낼지어다.
3계와 똑같이 공양을 올릴지라도
믿고서 도의 마음 내는 이만은 못하다고.
013_0571_b_07L汝欲供養彼尊者
當發無上菩提心
比於三界設供養
不如信發道心者

나는 공중에서 외치는 이런 소리를 듣고서
다시 모든 부처님의 미묘한 상호를 뵙고
마침내 견고한 않는 보리심을 내어
누각 위에서 아래로 곤두박질쳤다가
013_0571_b_09L我聞如是空聲已
復見諸佛微妙相
遂發不動菩提心
從於樓上墜身下

한 그루 다라수 높이의 공중에 멈추어
다시 시방의 일체 부처님을 뵈오니
마치 온갖 보배가 쌓인 수미산과 같으셨고
가섭부처님의 몸 또한 그와 같으셨네.
013_0571_b_11L住空高一多羅樹
復見十方一切佛
猶如雜寶須彌山
迦葉佛身亦復爾

그때 모든 부처님 신력으로
만다라꽃이 나의 손에 가득하였네.
이에 나는 가섭부처님 위에 흩뿌렸더니
곧 청정하고 미묘한 꽃 일산이 되어
013_0571_b_13L是時諸佛神力故
曼陁羅花滿我手
我時散於迦葉上
卽成淸淨妙花蓋

시방에 계시는 모든 부처님의
미묘한 상호와 장엄한 몸이 나타나셨고
다시 그 만다라꽃 일산을 보니
가섭부처님 또한 그와 같으셨네.
013_0571_b_15L所見十方諸佛者
微妙相好莊嚴身
我見曼陁羅華蓋
亦復同如迦葉上

그때 나는 공중에서 이렇게 말하였네.
나는 가장 높은 양족존 되기를 서원하고
티끌 수와 같이 많은 겁 동안 수행하여서
보리를 얻지 못하고는 물러가지 않겠다고.
013_0571_b_17L我時空中說是語
願作兩足最勝尊
修行乃至塵數劫
不獲菩提誓不退

하늘ㆍ용 나아가 사람과 사람 아닌 것의
그 수 2천이나 되는 8부(部) 등도
나의 이 같은 사자후를 듣고
또한 위없는 보리의 뜻을 낼지어다.
013_0571_b_19L天龍乃至非人等
八部其數有二千
聞我如是師子吼
亦發無上菩提意

나는 삼십삼천을 버리고
다시 이 염부제에 와서 나서도
언제나 어질고 착한 행을 잃지 않았으므로
너희에게 복업(福業) 닦기를 권하노라.
013_0571_b_21L我捨三十三天已
還來生於閻浮提
恒常不失賢善行
故勸汝等修福業
013_0571_c_01L
나는 삼십삼천에 있을 때에
석가모니부처님을 공양하였으니
금생에 5욕을 짓지 않음으로 해서
다시 이 여래를 공양하게 되는 것이다.
013_0571_b_23L我在三十三天時
供養釋迦牟尼佛
今生不爲五欲故
唯還供養此如來

내가 숙세(宿世)의 모든 업보를 생각하건대
모두 여든아홉 곳을 거쳐 났어도
받았던 복덕 모두 지금과 같았으니
지혜 있는 이여, 마땅히 부처님께 공양할지어다.
013_0571_c_02L我念宿世諸業報
凡經八十九處生
所受福德皆如今
智者宜應供養佛

이때 그 딸은 이 게송을 읊고 나서 잠자코 있었다.
013_0571_c_04L爾時彼女說此偈已默然而住
그 딸은 지난 옛적에 모든 선근(善根)의 업을 지은 인연으로 그 몸에 저절로 모든 하늘의 의복과 묘한 보배 의상(衣裳)이 입혀지고, 그 몸에서는 묘한 광명이 나와 달빛보다 뛰어났으며 또한 금빛과도 같아서 온 집안을 비추었다. 이에 그 부모는 이와 같은 광명을 보고, 곧 이름을 월상(月上)이라 불렀다.
013_0571_c_05L其女往昔造諸善根業因緣故其身自然著諸天服妙寶衣裳於其身上出妙光明勝於月照猶如金色耀其家內然其父母見彼光故卽爲立名稱爲月上
그때 월상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갑자기 그 신체의 크기가 여덟 살짜리와 같았고, 월상이 다니고 머물고 앉고 서는 곳은 광명이 온통 환하였으며, 몸의 모든 털구멍에서는 전단향 냄새가 풍기고 입김은 향기로워 우발라꽃과 같았다.
013_0571_c_10L爾時月上生未幾時其身忽然如八歲大彼女行住坐立之所其地皆悉光明晃耀身諸毛孔出栴檀香口氣香如優鉢羅花
당시 비야리성 안에 있는 찰제리ㆍ왕공의 자제와 모든 대신 거사와 장자ㆍ바라문과 기타 대가(大家)ㆍ호성(豪姓) 종족의 자제들은 멀리서 월상의 예쁘고 단정함이 세간에서 둘도 없다는 소문을 들었다. 이런 소문을 들은 그들은 모두 욕심의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마음의 열뇌(熱惱)가 온몸에 번진 채 제각기 이런 생각을 하였다.
‘저 월상을 차지하여 나의 아내로 삼겠다.’
013_0571_c_14L毘耶離城所有剎利王公子弟及諸大臣居士長者婆羅門等及餘大家豪姓種族所有童子遙聞彼女月上名聲端正可憙世無雙比聞是事已彼等悉皆欲火熾然心懷熱惱遍滿身體一一皆作如是思惟願得彼女月上爲婦
모든 자제들은 이렇게 생각한 다음, 모두 이차 비마라힐의 집으로 몰려와 장가들겠다는 의사를 전하고, 제각기 한량없는 진기한 보배와 낙타ㆍ노새와 코끼리ㆍ말과 모든 재물 등을 들여 놓았다.
013_0571_c_20L爾時一切諸童子等作是念已皆悉往至毘摩羅詰離車之家通傳意趣進止參承各各皆許無量珍寶駝驢諸財物等
013_0572_a_01L그런가 하면 이차를 만나 ‘내가 너의 딸을 겁탈하여 가겠다’고 협박하는 이도 있었고, 혹은 ‘네가 만일 딸을 나에게 내어주지 않으면 내가 반드시 너의 침상과 요[床褥]ㆍ침구와 재물ㆍ의복과 모든 영락ㆍ치장 등을 모조리 빼앗아 가겠다’고 공갈하는 이도 있었으며, 혹은 ‘때리겠다’, 혹은 ‘묶어 버리겠다’는 등 여러 가지로 협박하고 을러댔다.
013_0572_a_01L或有共彼離車相見口愶嚇云我當抑奪或有呵喝作如是言汝今若不與我女者我必劫汝牀褥臥具財物衣裳身諸瓔珞一切服飾悉皆將去或言或言將如是等恐怖之事而以告之
이때 이차 비마라힐은 마음에 공포를 느껴 온몸의 털이 쭈뼛하고 근심스러우며 기분이 언짢아 이런 생각을 하였다.
‘그들이 혹은 그 세력으로 나의 딸 월상을 겁탈해 가기도 할 것이며, 혹은 나의 목숨까지도 빼앗아 가려고 할 것이다.’
013_0572_a_06L爾時離車毘摩羅詰心生恐怖擧身毛豎憂愁不樂作如是念彼等或有以其勢力將欲抑奪我女月上而將去者或有欲來奪我命者
그리하여 이차는 정신을 잃고 괴로워하면서 미간을 찡그리고 볼에는 주름이 잡히고 눈동자도 굴리지 않은 채, 그 딸을 대하자 바로 목을 놓고 슬피 울어 눈물이 비 오듯 하였다.
013_0572_a_10L然彼離車失其本念煩冤懊惱嚬眉皺頰眼目不瞬而向其女遂卽擧聲啼呼涕泣淚下如雨
이때 월상은 그 아버지가 근심하며 슬피 우는 것을 보고 물었다.
“아버님은 지금 무엇 때문에 이렇게 괴로워하며 우십니까?”
013_0572_a_13L爾時月上見父如是憂愁啼哭而問之言父於今者何故懊惱啼哭如此
이차 비마라힐은 그 딸에게 말하였다.
“너는 오늘 일을 알지 못하느냐? 너 하나 때문에 성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모두 나와 원수를 맺게 되었구나. 사람들이 제각기 몰려와서 너를 빼앗으려고 하기 때문에, 나는 지금 그들이 세력을 휘둘러 너를 겁탈해 갈 것과 나의 목숨을 해치고 아울러 모든 재보(財寶)까지 다 상실할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013_0572_a_15L爾時離車毘摩羅詰告其女言汝於今日可不知乎爲汝身故城內一切所有人民悉皆共我身爲惡結是故各各欲來爭汝我今將恐被其勢力劫汝將去損我身命及諸財寶竝皆喪失
이때 월상은 곧 게송을 읊어 그 아버지에게 대답하였다.
013_0572_a_21L爾時月上卽以偈頌報其父言

가령 염부제 대지 안에 있는
모든 중생이
나라연과 같은 힘으로
제각기 예리한 칼과 몽둥이를 휘두르며
013_0572_a_22L假使閻浮大地內
所有一切諸衆生
悉各力如那羅延
人人手執利刀仗
013_0572_b_01L
힘을 다하여 저를 쫒을지라도
그들은 끝내 저를 해치지 못할 것이니
자심(慈心)은 독 묻은 몽둥이로도 해치지 못할 것이며
물에 떠다니게 하거나 불로 태우지 못할 것이며
013_0572_b_01L盡其身力趁逐我
彼終不能害得我
慈心毒仗所不害
水火亦復不漂然

또한 송장[死屍]과 가위눌림[鬼便]과
저주(咀呪)의 말에도 두려워할 것이 없으니
자심은 결정코 성냄이나 원한이 없고
자심은 끝내 남을 두려워하지도 않습니다.
013_0572_b_03L不畏死屍諸鬼便
及以呪咀言說者
慈心決定無瞋恨
慈心畢竟不畏他

저는 지금 이 자비의 마음 일으켜
세상을 이와 같이 보호하고
남에게 괴로움을 주지 않으니
누가 감히 저를 해치겠습니까?
013_0572_b_05L我今起此慈心念
護世猶如護身已
現亦不與他人苦
是故誰當能害我

탐욕을 싫어하면 탐욕의 생각 저절로 없어지고
자심을 일으키면 성냄과 어리석음 또한 없어지니
저는 탐욕도 성냄도 어리석음도 없습니다.
때문에 저를 해칠 수는 없습니다.
013_0572_b_07L厭欲自無有欲想
成慈亦無恚怒癡
我無欲瞋及癡患
是故無能害我者

저는 모든 중생 보기를
모두 부모와 같이 여기니
누구든지 이런 자심만 둔다면
남이 결코 속이지 못합니다.
013_0572_b_09L我觀一切諸衆生
皆悉猶如父母想
世閒但有此慈者
他人決定不能欺

가령 허공이 땅에 떨어지고
수미산이 겨자(芥子) 속에 들어가며
4대해의 물이 소 발자국에 담길지라도
저만은 능히 정복할 이가 없습니다.
013_0572_b_11L假使虛空沒於地
及以須彌入芥子
四大海水處牛迹
亦復無能降我身

그때 월상은 이 게송을 읊고 나서 부모에게 여쭈었다.
“높으신 부모님이시여, 만일 그런 일이 있었다면 원컨대 이곳 비야리성 네거리에 나가 요령과 목탁을 울리면서 성에 있는 일체 사람들에게 이와 같이 선포하십시오.
013_0572_b_13L爾時月上說此偈已白父母言尊者父母若必定有如此事者願於此處毘耶離城四衢道頭振其鈴鐸號令城內一切人民作如是言
‘지금으로부터 7일 후에는 나의 딸 월상이 반드시 밖으로 나와서 스스로 결혼할 남편을 선택할 것이다. 아직 장가들지 않은 남자들은 마땅히 제각기 의복과 영락을 장엄하게 꾸미고 성에 있는 길거리를 깨끗이 청소한 다음, 흩고 뿌릴 향화(香華)와 소향(燒香)과 말향(末香) 및 화만(花鬘) 등을 모두 준비하며 보배 당기를 세우고 번기와 일산을 다는 등 온갖 좋은 것을 장엄하게 꾸며 놓도록 하라. 이러한 갖가지 소용될 것을 마련한 다음, 각기 너희 부모에게 청하여 이 일을 결정짓도록 하라.’”
013_0572_b_17L從今七日我女月上定當出外自求婚嫁選擇夫主汝等一切諸男子等未婚娶者應當各各好自嚴飾衣服瓔珞亦須掃除城內街巷布散香華燒香末香及花鬘等悉各備辦豎立寶幢張懸幡蓋如是種種好自莊嚴以如是等諸種法用諮請父母令作是事
013_0572_c_01L이때 그 부모는 딸의 말을 듣고 곧바로 그녀가 시키는 대로 집을 나와 요령을 흔들면서 성안의 일체 사람들에게 이와 같이 알렸다.
013_0572_c_01L爾時父母聞女語已卽取其言從家而出依女所說卽便振鈴遍告城內一切人民作如是言
“지금으로부터 7일 후에는 나의 딸 월상이 반드시 집에서 나와 스스로 결혼할 남편을 선택할 것이다. 너희들은 마땅히 각자가 애써 의복을 장엄하게 꾸미고 길거리를 소제한 다음, 흩고 뿌릴 향화와 소향과 말향을 모두 준비하며 보배 당기와 번기와 일산을 세우는 등 이와 같이 온갖 좋은 것을 장엄하게 꾸미도록 하라.”
013_0572_c_04L我女月上從今日後至於七日當從家出自求婚嫁選擇夫主汝等應當各自怒力莊嚴衣服掃治街巷布散香華燒香末香悉各備辦豎立寶幢及諸幡蓋如是種種好自嚴飾
이때 성에 있는 일체 사람들은 이런 말을 듣고 제각기 마음이 용솟음쳐서, 자기 집 문 앞과 길거리를 들은 말보다 몇 갑절 더 장엄하게 꾸며 놓기로 하였다.
013_0572_c_09L爾時城內一切人民聞此語已心生踊躍各各自於當家門庭及以街巷嚴飾壯麗過上所陳
이에 성에 있는 찰제리ㆍ대신과 바라문ㆍ거사와 장자, 나아가 장인[工巧]의 아들들은 모두 제각기 이발하고 목욕하고 몸에 미묘한 향을 바르며 서로 경쟁하듯이 의복과 영락을 장엄하게 꾸민 다음, 그 가까운 권속들에게 이와 같이 일렀다.
013_0572_c_12L爾時城內剎利大臣及婆羅門居士長者乃至工巧所有童男皆悉沐髮澡浴身體塗治妙香各各爭競嚴飾衣服及諸瓔珞作如是已方始復告左右眷屬作如是言
“그대들은 흔들리는 마음도 두지 말며 딴 생각도 내지 말고 있다가, 만일 저 월상녀가 나의 수중에 들어오지 않을 경우에는, 그대들이 나를 도와 무력으로라도 빼앗아 오도록 하라.”
013_0572_c_17L汝等心意不得傾動莫生餘念其女月上若不來向於我邊者汝等必須强力助我而奪取之
이때 월상은 약속한 지 6일째 되자, 마침 두렷한 보름달을 맞이하여 팔관재(八關齋)1)를 받고, 그날 밤 밝고 고요한 누각 위에서 오며 가며 경행(經行)을 하고 있었는데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갑자기 그의 오른손에 홀연히 한 송이의 연꽃이 저절로 피어났다.
013_0572_c_20L爾時月上至後六日是月十五圓滿之時受八關齋其夜明靜在於樓上往來經行佛神力故於其右手忽然有一蓮華自出
013_0573_a_01L그 꽃은 황금으로 줄기가 되고 백은으로 잎이 되며 유리로 꽃술이 되고 마노로 좌대가 되었으며, 그 꽃은 일백천(一白千) 개나 되는 잎이 붙어 광명이 환하고 정미로운 빛깔이 고왔다.
013_0573_a_01L黃金爲莖白銀爲葉琉璃爲蕊馬瑙爲臺其花合有一百千葉光明曄曄妙麗精華
그 꽃 속에는 금빛 같은 몸으로 가부좌를 하고 앉은 한 분의 여래 형상이 저절로 나타나서 뻗치는 위광이 그 누각을 비추는데, 그 몸은 서른두 가지 장부의 상(相)을 구족하였고 80종호가 장엄하였으며, 다시 그 여래의 형상에서 나오는 광명은 월상의 온 집안을 두루 비추었다.
013_0573_a_03L華內有一如來形像結加趺坐身如金色自然顯現威光赫弈明照彼樓具三十二丈夫之相八十種好莊嚴其身彼如來像所出光明亦復遍照月上家內
그때 월상은 갑자기 오른손으로부터 연꽃이 나타나자, 그 여래의 형상을 우러러 뵈옵고 몸과 마음으로 환희하여 어쩔 줄 모르면서, 곧 이 같은 게송을 읊어 저 화신여래의 형상에게 물었다.
013_0573_a_07L爾時月上於自右手忽見華已瞻仰睹彼如來形像歡喜踊躍遍滿其體不能自勝卽便以偈問彼所化如來形像作如是言

모르겠습니다, 어지신 이께서는 하늘이나 용이십니까?
아니면 긴나라나 야차 등이십니까?
또는 귀신이나 아수라이십니까?
원컨대 대덕이시여, 저에게 말씀하여 주소서.
013_0573_a_11L不審仁者爲天龍
爲緊那羅夜叉等
爲是鬼神阿修羅
唯願德聚爲我說

거룩하신 이의 몸은 부사의(不思議)하여
마치 금빛 하늘이나 해와도 같으시며
때로는 누런 금빛 몸으로도 변화하시다가
갑자기 파리(玻璃) 빛이나 붉은 옥색 빛과도 같으십니다.
013_0573_a_13L尊者此身不思議
猶如金色日天等
或復變化黃色身
忽似頗黎紅縹色

저는 몸과 마음에 아무런 생각이 없이
거룩하신 공덕 뵈옵고 무척 환희합니다.
어지신 이여, 누가 보내어 오셨으며
또한 어디로부터 오셨나이까?
013_0573_a_15L我於身心無有想
見尊功德大歡喜
仁者今爲誰所使
未審又從何方來

무슨 인연으로 오셨으며
또한 어디로 가시려 하십니까?
존엄하신 빛남이 불덩이와 같으시고
높고 높으신 공덕 수미산과 같으십니다.
013_0573_a_17L不知來意爲何緣
來已還欲至何所
尊嚴顯赫如火聚
功德巍巍似須彌

이때 저 화신여래의 형상은 다시 게송을 읊어 월상녀에게 대답하였다.
013_0573_a_19L爾時彼化如來形像復以偈報月上女言

나는 지금 하늘도 용도 아니고
또한 야차도 건달바도 아니며
사자(師子) 석가 종족 부처님 세존께서
나를 보내시어 너에게 온 것이다.
013_0573_a_21L我今非天亦非龍
又非夜叉乾闥婆
師子釋種佛世尊
今遣我來至你所
013_0573_b_01L
그러므로 하늘ㆍ용ㆍ야차도 아니며
사람도 아니고 긴나라도 아니며
아수라 등 8부중(部衆)도 아니고
나는 참으로 석가 종족 부처님의 사자(使者)이다.
013_0573_a_23L故非天龍及夜叉
非人亦非緊那羅
非須輪等八部衆
我眞釋種佛使者

이때 월상은 다시 게송을 읊어 저 화신여래의 형상에게 여쭈었다.
013_0573_b_02L爾時月上復以偈頌白彼所化如來形像作如是言

어지신 이여, 지금 말씀하신 부처님 세존께서는
그 몸과 상호가 어떠하십니까?
원컨대 저에게 그 형상을 말씀하여 주소서.
저는 듣고 나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013_0573_b_04L仁今所言佛世尊
彼形色體何所似
願爲我說彼形相
我得聞已如是思

방금 부처님 법의 사자라고 자칭하시면서도
저에게 부처님 형상을 말씀해 주시지 않으시니
제가 어지신 이의 위신력을 관찰하건대
세간에서 견줄 이 없어 곧 부처님과 같습니다.
013_0573_b_06L又自言我佛法使
而不爲我說佛相
我觀仁威及神力
世閒無比卽如佛

이때 저 화신여래 형상은 다시 게송을 읊어 월상녀에게 대답하였다.
013_0573_b_08L爾時彼化如來形像復以偈答月上女言

그 거룩하신 이는 진금(眞金) 빛 몸으로서
서른두 가지 대인(大人)의 상 구족하시고
능히 중생을 위하여 복밭이 되셨으니
그러므로 이름을 부처님이라 한다.
013_0573_b_10L彼尊形體眞金色
具三十二大人相
能爲衆生作福田
是故其名號爲佛

스스로 일체 법을 깨달아 아시고
또한 상품과 중품과 하품인
중생의 마음을 알아 분별하시니
그러므로 이름을 부처님이라 한다.
013_0573_b_12L自能覺知一切法
又復了別衆生心
若上若中若下者
是故其名號爲佛

세간 일을 모두 아시고
또한 일체 법을 훤히 아시며
모든 법을 아시고서 저 언덕에 도달하셨으니
그러므로 이름을 부처님이라 한다.
013_0573_b_14L於世閒事悉知解
及以了知一切法
知諸法已達彼岸
是故其名號爲佛

일체 모든 중생의 마음과
자기의 마음 낱낱이 알고 보시되
중생과 마음 두 군데에
모두 염착(染着)하지 않으시며
013_0573_b_16L於諸一切衆生心
自心一一能知見
而於衆生及與心
二處俱亦不染著

보시를 행하심으로써 부처를 이루시고
또한 언제나 청정한 계율 지니시며
다시 인욕과 정진
선정과 지혜 등으로 부처를 이루시며
013_0573_b_18L彼因行施得作佛
及能常持淸淨戒
又復忍辱及精進
禪定智慧等成佛

일체 세간 일과 모든 기예를
알지 못하심이 없으시고
언제나 자ㆍ비ㆍ희ㆍ사의 마음 품으셨으니
그러므로 이름을 부처님이라 한다.
013_0573_b_20L於世事無不知者
所謂一切諸技藝
常懷慈悲喜捨心
是故其名號爲佛

일체 모든 마군을 항복받으시고
그 명성이 천만 세계를 떨치시며
스스로 위없는 도를 깨달으셨으니
그러므로 이름을 부처님이라 한다.
013_0573_b_22L降伏一切諸魔等
名聞震動千萬界
自能覺悟無上道
是故其名號爲佛
013_0573_c_01L
그 부처님은 전생으로부터
항상 일체 위없는 법륜을 굴리시며
광명으로 천만 국토를 널리 비추시고
항상 고(苦)ㆍ공(空)ㆍ무아(無我)를 설하시며
013_0573_c_01L彼昔恒常能輪轉
一切諸法無上輪
光明普照千萬剎
常說苦空及無我

모든 부처님 국토가
백천만억 나유타가 되지만
넓고 긴 혀로 두루 덮으시니
그러므로 이름을 부처님이라 한다.
013_0573_c_03L諸佛剎土有千數
百數億數那由他
廣大舌根能遍覆
是故其名號爲佛

모든 부처님 국토가
수천 또는 그 수 항하사처럼 많지만
한번 소리를 내시면 두루 퍼지나니
그러므로 이름을 부처님이라 한다.
013_0573_c_05L諸佛剎土有千數
其數又如恒河沙
彼出大聲悉遍滿
是故其名號爲佛

모든 부처님 국토가 천억이나 되지만
그 부처님은 능히 손으로 걷어잡으시고
딱 멈춰 천만 겁을 지내도 변동치 않으시니
그러므로 이름을 부처님이라 한다.
013_0573_c_07L諸佛剎土千億數
彼尊以手能執持
一住不動千萬劫
是故其名號爲佛

모든 부처님 국토가 천억이나 되고
그 국토의 크기가 수미산과 같지만
그 부처님은 한 개의 털로 묶어 매달고
능히 수억 국토에도 다니시며
013_0573_c_09L諸佛剎土千億數
其剎所有諸須彌
彼尊一毛繫縛已
能持行至數億剎

옛날 모든 부처님의 훌륭하고 미묘한 법구를 들으시고
법에 자재하시어 저 언덕에 건너가시며
스스로 깨달으신 다음 중생을 제도하시니
그러므로 이름을 부처님이라 한다.
013_0573_c_11L聞往諸佛上妙句
於法自在度彼岸
自覺證已能度衆
是故其名號爲佛

자재한 10력(力)을 모두 구족하시고
또 능히 4무외(無畏)를 성취하시어
모든 부처님 법에 의심이 없으시니
그러므로 이름을 부처님이라 한다.
013_0573_c_13L自在十力皆具足
又能成就四無畏
於諸佛法無有疑
是故其名號爲佛

부처님께 관정(灌頂)을 할 수 있는 이가 없어도
5안(眼)을 성취하여 다 구족하시며
5근(根)과 5력(力) 등을 갖추어 똑같이 원만하게 하시고
7각분(覺分)을 닦아 염착됨이 없으시며
013_0573_c_15L佛無能作灌頂者
五眼成就悉具足
五根五力等圓備
七覺分道無染著

금계를 잘 지켜 선우(善友)와 함께 계시고
적정(寂靜)으로 조복하여 견줄 이 없으시며
아첨도 왜곡도 없고 마음이 유순하시니
그러므로 이름을 부처님이라 한다.
013_0573_c_17L善持禁戒善共住
寂定調伏最無比
無諂無曲心調順
是故其名號爲佛

부처님께서는 언제나 선정에 드시어
잠시라도 산란하거나 두려워하는 마음이 없으시고
중생을 이익되게 하기 위하여 때를 맞춰 말씀하시니
그러므로 이름을 부처님이라 한다.
013_0573_c_19L佛者恒入諸禪定
心無蹔亂亦無畏
利益衆生說知時
是故其名號爲佛

일체 공덕을 모두 구족하시어
모든 중생의 응공(應供)이 되시고
일체지(一切智)를 구족하여 모든 법을 보시니
그러므로 이름을 부처님이라 한다.
013_0573_c_21L一切功德悉具足
爲諸衆生等供養
具一切智見諸法
是故其名號爲佛
013_0574_a_01L
만일 내가 한 겁 동안 말하고
혹은 백천만 겁 동안 말할지라도
무슨 까닭에 그 이름을 부처님이라 하였는가를
말로 다하지 못하기 때문에 부처님이라 한다.
013_0573_c_23L我若經由一劫說
或經百數千萬劫
何故其名號佛者
說不可盡故名佛

이때 월상은 이 게송을 듣고 뛸 듯이 기뻐 어쩔 줄 모르면서 마음으로 간절히 여래를 뵙고자 하여 다시 게송을 읊어 저 화신여래의 형상께 여쭈었다.
013_0574_a_02L爾時月上聞此偈已歡喜踊躍遍滿其體不能自勝心生渴仰欲見如來復以偈頌白彼化像作如是言

거룩하신 이여, 이처럼 그 공덕을 말씀하시니
제가 지금 뵙고 싶은데 뵐 수 있겠습니까?
만일 지혜로운 이가 이런 법문 들었다면
결코 집에 머물러 있기를 좋아하지 않겠습니다.
013_0574_a_05L尊者如是說功德
我今欲見可得不
智者若聞如此法
決應不樂在家住

만일 지금 제가 부처님을 뵙지 못한다면
반드시 마시지도 먹지도 못할 것이며
또한 잠도 이루지 못할 것이고
의자에도 앉지 못할 것입니다.
013_0574_a_07L我今若不見佛者
必定不飮不食噉
亦復不樂著睡眠
及以不坐本牀鋪

저는 거룩하신 이를 뵙자 환희하였고
또한 그 공덕을 듣고 뜻이 청정해졌으니
만일 그 부처님의 몸과 상호를 직접 뵙는다면
다시 큰 환희심 낼 것입니다.
013_0574_a_09L我見尊者已歡喜
復聞彼德獲淨意
若對見彼佛體相
當更發大歡喜心

가령 백천억 겁을 지낸다 하여도
부처님 대장부[佛大丈夫]의 이름 듣기 어려운데
제가 이 ‘번뇌 다하신 이[漏盡]’의 이름 들었사오니
그 부처님은 지금 어느 곳에 계십니까?
013_0574_a_11L佛大丈夫世難聞
經由劫數百千億
我已聞斯漏盡名
彼尊今在何方所

화신여래는 곧 대답하시기를
법왕께서는 지금 저기 큰 숲 속에 계시는데
수백천이나 되는 그 대중들은
모두 때[垢]를 여의어 청정하고 용맹스러우며
013_0574_a_13L所化如來卽報言
法王今在大林內
其有徒衆數百千
淸淨離垢悉勇猛

제각기 삼천대천세계를 짊어지고 떠받아
몇 겁을 지낸다 해도 피로해 하지 않으며
선정ㆍ지혜를 얻어 변재가 걸림 없고
다문(多聞)을 구족하여 큰 바다와 같으며
013_0574_a_15L一一能負三千界
手擎經劫不疲勞
得定智慧辭無㝵
具獲多聞如大海

신통으로 능히 수억 국토에 이르러
잠깐 동안에 두루 그 모든 부처님께 예경하고
천만의 모든 부처님께 공양한 다음
잠깐 동안에 다시 돌아오니
013_0574_a_17L神通能至數億剎
一頃遍禮彼諸佛
供養千萬諸佛已
於一時頃還復來

‘나[我]’라는 생각도 ‘부처’라는 생각도 없고
‘국토’라는 생각도 ‘법’이라는 생각도 없어
일체 모든 생각에 다 염착(染着)함이 없고
모든 중생에게 이익될 것만 짓나니
013_0574_a_19L無有我想及佛想
無有剎想及法想
一切諸想悉無染
於諸衆生作利益

네가 만일 저 세존과
큰 보살ㆍ성문 대중을 뵙고
미묘한 모든 부처님 법을 듣고 싶다면
속히 그 큰 길잡이[大導師] 곁으로 가라.
013_0574_a_21L汝若欲見彼世尊
及大菩薩聲聞衆
聽於微妙諸佛法
速往彼大導師邊
013_0574_b_01L
이때 월상은 그 연꽃과 화불을 바쳐들고 누각으로부터 내려와 그 부모 옆에 이르러, 게송으로 그 부모에게 여쭈었다.
013_0574_a_23L聽於微妙諸佛法 速往彼大導師邊爾時月上執彼蓮華及以化佛從樓閣上下來往至父母之邊到已說偈白其父母作如是言

부모님이시여, 제가 바쳐 든 이 연꽃의
미묘한 줄기가 금강 빛과 같음을 보소서.
또 이 연꽃 속에 계시는 위없는 이의
모든 장엄한 상호가 산왕(山王)과 같으심을 보소서.
013_0574_b_03L父母觀我所執華
微妙莖稈金剛色
又觀無上華中者
諸相莊嚴如山王

이 같이 미묘하고 가장 훌륭하신 이를
어느 누가 공양드리지 않겠습니까?
저는 지금 우리 집 안에 가득한 금빛 광명을 봅니다.
부모님께서는 아셔야 합니다.
013_0574_b_05L如是微妙最勝尊
何人當可不供養
我今見於遍家內
金色光曜母應知

그 몸은 두루하여 헤아릴 수 없이
잠깐 동안에 온갖 빛으로 변하여
붉은색 흰색 노란색 자색(紫色) 파리[頗黎]색이 되나니
지금 우리는 마땅히 부처님께 공양드려야 합니다.
013_0574_b_07L其身不可遍度量
須臾變成種種色
赤白黃紫及頗黎
我等今須設供養

대성 구담(瞿曇)께서 저기 큰 숲 속에 계시니
빨리 화향(華香)ㆍ말향(抹香) 등을 준비하여 가지고
부모님과 함께 가서 공양을 올린다면
응당 한량없는 모든 공덕 얻을 것입니다.
013_0574_b_09L大聖瞿曇在大林
速執華香及末香
父母同往設供養
應獲無量諸功德

그의 부모 이 말을 듣더니
‘훌륭하구나, 네 말은 매우 이롭다’ 하면서
온갖 향과 보배 당기ㆍ번기와
일산ㆍ화만 등을 준비하였네.
013_0574_b_11L父母聞已唱善哉
月上此言大利益
遂辦種種諸香等
寶幢幡蓋及花鬘

이에 월상은 부모ㆍ권속과 함께
미묘하고 좋은 의복을 입은 다음
값을 헤아릴 수 없는 보배와 음악 등
온갖 장엄 도구를 준비하여
그 집으로부터 나와서
큰 숲 속에 계시는 세존 곁으로 나아가려 하였네.
013_0574_b_13L月上父母及親眷
悉著微妙上衣服
無價珍寶及音聲
種種莊嚴悉充備
旣嚴備已從家出
欲往大林世尊邊

이때 월상이 약속한 날짜에서 6일이 지나고 7일째가 되자 한량없는 수천 대중이 월상을 보러 몰려들었다.
013_0574_b_16L爾時月上所期之日六日已過至第七日時有無量千數大衆集會俱來看彼月上
그 대중 가운데는 월상에게 욕심을 품고 왔던 이도 있고, 혹은 비야리성 위에 장엄하게 꾸며 놓은 망대[樓櫓]와 살받이 터[雀墮]와 작은 창[寮窓]과 굽은 난간[句欄]과 마름을 그린 동자기둥[藻梲]과 모든 조각품 등을 구경하러 왔던 이도 있었다. 아무튼 한량없는 남녀가 그 성문까지 건너와서 월상을 구경하게 되었다.
013_0574_b_19L於時衆內或有諸人以欲惱心而來會者或有因看毘耶離城觀其城上所有莊嚴卻敵樓櫓雀墮寮窗勾欄藻梲諸雕飾事而來會者時有無量男夫婦女因涉彼城而看月上
013_0574_c_01L그때 월상은 그 연꽃을 그대로 바쳐 든 채, 부모 권속과 더불어 모든 화만과 갖가지 도향ㆍ말향ㆍ소향과 가장 미묘한 의복과 보배 당기ㆍ번기ㆍ일산과 온갖 음악을 준비해 가지고 좌우의 시종들에게 둘러싸여 집으로부터 길거리로 나오고 있었다.
013_0574_c_01L爾時月上仍執彼華其女父母及其眷屬齎諸花鬘塗香末香種種燒香上妙衣服寶幢幡蓋種種音聲左右侍從周帀圍遶從家而出在於街巷
이때 월상과 권속들이 길거리로 나와서 막 걸으려고 할 때에, 한량없고 가없는 백천 대중은 그녀가 길거리에 나와서 막 걸으려 하는 것을 보고 즉시 바싹 달려들면서 제각기 ‘이 사람은 나의 아내다. 이 사람은 나의 아내다’라고 외치는가 하면, 비야리성 안에서도 모든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나와 월상녀를 향하여 큰 소리로 부르짖는 것이었다.
013_0574_c_05L爾時月上諸眷屬等出至街巷如是行時無量無邊千數人衆見彼月上在於街巷進止行時卽詣其所而口悉各唱如是言此是我妻此是我妻爾時毘耶離大城之內或有諸人一時走來出聲大叫向月上女
월상은 많은 대중이 급속도로 달려드는 것을 보고 즉시 몸을 날려 한 그루 다라수 높이의 허공으로 솟았다. 그리고 그 연꽃은 그대로 바쳐 든 채 허공에 멈추어 있으면서 게송을 읊어 여러 대중에게 말하였다.
013_0574_c_11L是時女見其大衆速疾來故遂卽飛騰於虛空高一多羅仍執彼華在空而以偈白彼諸大衆言

그대들은 나의 이 미묘한 몸을 보아라.
마치 진금 빛에다가 불빛을 띈 듯하니
전생에 욕심을 일으키지 않았던 까닭에
능히 이처럼 미묘한 몸을 얻은 것이네.
013_0574_c_14L汝等觀我此妙身
猶如眞金帶火色
非因昔發欲心故
能得如是微妙身

음욕 버리기를 불구덩이처럼 여기고
또한 모든 세간 일에 염착되지 않아서
능히 고행을 닦아 6근(根)을 다스리고
청정한 모든 범행(梵行)을 행하며
013_0574_c_16L棄捨婬欲如火坑
及諸世事不染著
能行苦行調六根
及行淸淨諸梵行

남의 처첩을 보아도 탐욕을 내지 말고
모두 자매나 어머니라는 생각을 내야 하니
이렇게 하여야 사랑스런 몸을 받아서
대중이 보고도 싫은 생각이 없을 것이네.
013_0574_c_18L見他妻妾不貪欲
皆生姊妹及母想
如是當生可憙身
衆人樂見無厭足

나의 몸 털구멍에서 미묘한 향기가 나는 줄을
온 성안이 다 아는데 그대들은 어찌 듣지 못했는가.
이는 욕심으로 훈습하여 얻어진 것이 아니라
모두 보시와 조복(調伏)의 결과이네.
013_0574_c_20L我身毛孔出妙香
汝豈不聞滿此城
此非欲心所熏得
皆由布施調伏果

나는 본래부터 음욕의 마음이 없으니
그대들도 욕심을 내지 말 것이며
지금 이 거룩하신 형상께서 나를 증명하셨으니
나의 말은 진실하여 허망함이 없노라.
013_0574_c_22L我今本無婬欲心
汝於無欲莫生欲
今此尊像證明我
如我實語無有虛
013_0575_a_01L
전생에는 그대들이 나의 아버지도 되었고
혹은 내가 그대들의 어머니도 되며
번갈아 부모도 형제도 되었거니
어찌 지금에 와서 욕심을 일으키는가.
013_0575_a_01L汝等昔或作我父
我或於汝昔爲母
互作父母及兄弟
云何於此生欲心

또한 전생에는 내가 그대들을 죽이기도 하였고
혹은 그대들이 나를 죽이기도 하여
제각기 원수 되어 서로 살해하였거니
어찌 지금에 와서 욕심을 일으키는가.
013_0575_a_03L我或往昔殺汝等
汝等或復殺我來
各作怨讎互相殺
云何於此生欲想

욕심이 없으므로 단정한 몸을 얻고
욕심이 있으므로 좋지 못한 몸을 받으며
욕심이 있는 이는 해탈할 수도 없으니
그러므로 마땅히 욕심을 버려야 하네.
013_0575_a_05L非因有欲得端正
有欲定當生不善
有欲心者無解脫
是故今須捨欲心

저 지옥ㆍ아귀ㆍ축생들 가운데나
구반다(鳩槃茶)ㆍ야챠ㆍ아수라나
비사차(卑舍遮) 등에 떨어지는 것도
모두 욕심으로 인한 것이며
013_0575_a_07L若墮地獄及餓鬼
及以畜生種類中
鳩槃夜叉阿修羅
卑舍遮等皆因欲

눈멀고 말 못하고 발 절고 귀먹고
신체의 모습이 아주 못생긴
일체 갖가지 나쁜 갚음도
모두 전생에 욕심이 많았던 때문이며
013_0575_a_09L眼瞎無舌跛與聾
身體形容悉醜陋
一切種種諸過惡
皆由往業多欲心

다음 세상에 전륜성왕이나
삼십삼천의 주인인 제석이나
대범천ㆍ자재천 등이 되는 것도
모두 널리 청정한 범행을 닦았던 때문이며
013_0575_a_11L若於來世作輪王
帝釋三十三天主
大梵自在諸天等
皆由廣行淨梵行

눈멀고 말 못하고 미치거나
돼지ㆍ개ㆍ말ㆍ노새ㆍ낙타ㆍ코끼리ㆍ소나
호랑이ㆍ파리ㆍ모기ㆍ구더기 등이 되는 것도
모두 욕심이 많아 이러한 과보를 얻은 것이며
013_0575_a_13L生盲喑啞失本性
猪狗馬驢及駱駝
象牛虎蠅蚊蝱等
皆由多欲獲此報

행복한 대지주(大地主)의 집이나
호부(豪富) 장자와 거사의 집에 나서
현세에 환희와 안락을 받는 것도
모두 범행을 닦았기 때문이며
013_0575_a_15L生大地主喜樂家
豪富長者及居士
如此皆因行梵行
現得歡喜常受樂

무거운 짐을 지거나 익혀지고 구워지거나 연기로 코를 그을리거나
칼ㆍ수갑으로 몸을 구속하고 고문으로 곤욕을 받거나
허리를 베이고 발꿈치를 베이고 코를 베이고 눈알을 뽑히거나
남의 하인 되는 것도 모두 욕심 때문이며
013_0575_a_17L負重煮炙煙熏鼻
枷鎖杻械撾辱身
斬截刖劓及挑眼
爲人僕使皆因欲

또한 연각이나 아라한이며
갖은 상호로 장엄하신 부처님이 되려면
자신이 깨달은 다음 남을 깨우쳐서 널리 이롭게 해야 하니
모두 욕심을 떠나는 것을 말미암는다네.
013_0575_a_19L欲作緣覺及羅漢
衆相莊嚴諸佛身
自覺覺他廣利益
皆由捨離有欲想

욕심이란 한 가지 걱정거리뿐만 아니라
많은 악이 한데 겹쳐 아무 이익도 없으니
모든 욕심을 빨리 벗어나려 하는 이는
나와 함께 여래의 곁으로 가자.
013_0575_a_21L行欲非唯一種患
多諸過惡無利益
速望解脫諸欲者
共我往詣如來邊
013_0575_b_01L
딴 데 귀의해서는 죄를 없앨 길 없고
오직 모든 부처님ㆍ천인존(天人尊)이 계실 뿐이니
그대들은 빨리 저 부처님 곁으로 가라.
부처님은 무량겁을 지내도 뵙기 어려우리.
013_0575_a_23L更無歸依能拔罪
唯有諸佛天人尊
汝等速往彼尊邊
無量劫數佛難睹

이때 월상이 이 게송을 읊어 모든 사람에게 말하자, 대지가 온통 진동하고 허공에서 한량없는 모든 천자들이 소리를 드높여 부르짖으면서 옷을 나부껴 노래하고 휘파람을 부는 것이 한량없고 셀 수도 없었으며, 쏟아지는 온갖 하늘 꽃은 그 수가 백천이나 되었고 울려 퍼지는 모든 음악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었다.
013_0575_b_02L爾時月上說此偈句語諸人已是時大地皆悉震動於虛空內而有無量諸天子等揚聲大叫儛弄身衣詠歌嘯調無量無數雨諸天華百數千數作諸音樂不可具宣
그때 대중들은 이런 광경을 보고 들은 다음, 모든 욕심을 싫어하는 마음이 생기고 아울러 희유(希有)하다는 생각과 전에 없던 일이라는 생각이 들자, 온몸의 털이 곤두서 다시는 욕심도 성냄도 탐욕도 어리석음도 분노도 시샘도 다툼도 없어졌고 또한 번뇌도 없어졌다.
013_0575_b_07L爾時大衆見聞是已遂生厭離諸欲等想生希有想未曾有想當於爾時擧身毛豎更無欲惱無瞋無恚無貪無癡無怒無妒無嫉無諍無復煩惱無有諸使
그리하여 모두 환희하는 몸과 마음으로 서로 부모ㆍ형제자매ㆍ친척ㆍ존장처럼 여겨지는 생각이 나고 일체 모든 번뇌를 다 놓아 버린 다음, 제각기 월상녀에게 예배하였다.
013_0575_b_12L皆以歡悅潤澤其身各各互生父母兄弟姊妹諸親尊長等想旣捨一切諸煩惱訖各各頭面禮月上女
그리고 손에 들고 있던 향화ㆍ말향ㆍ도향ㆍ화만과 모든 의복ㆍ영락 등을 가져다 월상에게 흩뿌렸다. 그러자 그 물품 또한 부처님의 신력을 입었기 때문에 그 화신여래의 위에 한 자루 일산으로 화하여 넓이는 반 유순이 되었다.
013_0575_b_15L爾時大衆所執香華末香塗香華鬘衣服諸瓔珞等悉將散擲向於月上旣散擲已佛神力故其物在彼化如來上成一繖蓋廣半由旬
이때 월상은 다시 허공으로부터 내려와 땅과의 거리가 손가락 네 개의 높이만큼 떨어진 허공에서 오가며 경행하고 있다가, 잠깐 사이에 비야리성을 떠나 곧장 석가여래께서 계신 데로 나아가려 하였다. 그러자 월상이 디딘 땅은 모두 진동하였고, 그 대중 8만 4천 사람은 함께 월상을 따라 차례로 출발하였다.
013_0575_b_19L爾時月上還從空下去地四指足步虛空經行來往須臾卽出毘耶離城欲向釋迦如來之所爾時月上安足之處地皆震動而彼大衆其數八萬四千人俱隨從月上次第而去
013_0575_c_01L그때 장로 사리불은 5백 비구와 함께 이른 아침에 걸식하기 위하여 옷을 바로잡고 발우를 들고 곧 비야리성으로 향하였다. 모든 성문 대중은 월상이 그 대중과 함께 앞뒤로 둘러싸여 다가오는 것을 멀리서 보았다.
013_0575_c_01L爾時長老舍利弗共五百比丘於晨朝時整衣持鉢爲乞食故便來向於毘耶離城彼聲聞諸徒衆等遙見月上與其大衆前後圍遶相向而來
이에 사리불이 장로 마하가섭에게 말하였다.
“장로 가섭이여, 저기 오는 이는 월상녀로서 부처님 곁에 나아가려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우선 그 여인에게 내키는 대로 의취(義趣)를 물어서, 그녀가 인(忍)을 얻었는지 시험해 보기로 합시다.”
013_0575_c_05L時舍利弗遂白長老摩訶迦葉作如是言長老迦葉彼所來者是月上女欲向佛邊我等且可逆問彼女隨意義趣驗試其女得忍已不
이때 장로 사리불 등 5백 비구는 앞으로 걸어 그녀 월상(月上)의 곁에 당도하여 말을 걸었다.
“너는 지금 어디로 가려 하느냐?”
013_0575_c_09L爾時長老舍利弗等五百比丘前行旣至月上女邊到已告言汝於今者欲何所去
그 월상녀는 바로 장로 사리불에게 대답하였다.
“존자 사리불이시여, 지금 저에게 ‘너는 지금 어디로 가려 하느냐’고 물으셨습니까? 저는 지금 사리불께서 가시는 데로 가려고 합니다.”
013_0575_c_12L其月上女卽報長老舍利弗言尊舍利弗今旣問我作如是言汝今欲向何所去者我今亦如舍利弗去如是去耳
이때 사리불은 다시 월상에게 물었다.
“내가 비야리성으로 들어가려 할 때 너는 지금 저기로부터 오면서 어찌 ‘저도 사리불께서 가시는 데로 가려 합니다’라고 대답하느냐?”
013_0575_c_15L爾時舍利弗復報月上作如是言今欲入毘耶離城汝於今者乃從彼云何報言我今亦如舍利弗去如是去
월상은 장로 사리불에게 되물었다.
“사리불이시여, 그렇다면 발을 들 적에나 발을 내릴 적에 대체 어디에 의지하겠습니까?”
013_0575_c_19L爾時月上復報長老舍利弗言然舍利弗擧足下足凡依何處
사리불은 대답하였다.
“나는 지금 발을 들 적에나 발을 내릴 적에도 모두 허공에 의지한다.”
013_0575_c_21L舍利弗言我今擧足及以下足竝依虛空
013_0576_a_01L그녀는 다시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저도 그와 같이 발을 들 적에도 발을 내릴 적에도 모두 허공에 의지합니다. 그러나 허공계는 분별을 짓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제가 ‘사리불께서 가시는 데로 가려 한다’고 대답한 것입니다.
존자 사리불이시여, 이 일도 그렇거니와 지금 사리불께서는 어떤 행(行)을 행하고 계십니까?”
013_0575_c_22L其女復報舍利弗言我亦如是擧足安足悉依虛空而虛空界不作分別是故我言亦如尊者舍利弗去如是去耳尊舍利弗此事且然今舍利弗行何行也
사리불은 대답하였다.
“나는 열반을 향하여 이와 같이 행한다.”
舍利弗言我向涅槃如是行也
그녀는 다시 사리불에게 여쭈었다.
“존자 사리불이시여, 일체 모든 법이 어찌 열반의 행에 향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므로 저도 지금 그 행을 향하고 있습니다.”
013_0576_a_04L其女復白舍利弗言尊舍利弗一切諸法豈不向於涅槃行也我於今者亦向彼行
이때 장로 사리불은 다시 월상에게 물었다.
“만일 일체 법이 열반을 향한다면 그대는 지금 어찌하여 멸도(滅度)하지 않는가?”
013_0576_a_07L爾時長老舍利弗復問月上作如是若一切法向涅槃者汝今云何而不滅度
그녀는 대답하였다.
“존자 사리불이시여, 만약 열반을 향한다면 곧 멸도하지 않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열반의 행은 생멸이 없기 때문에 체(體)를 볼 수도 없고 분별할 수도 없고 없앨 수도 없습니다. 이런 뜻인 까닭에 열반을 행하는 것이 곧 이 열반인 것입니다.”
013_0576_a_10L其女報言尊舍利弗若向涅卽不滅度何以故其涅槃行不生滅故涅槃行者不可得見體無分別無可滅者以是義故行涅槃者卽是涅槃
이때 사리불은 다시 월상에게 물었다.
“너는 지금 무슨 승(乘)을 행하느냐? 성문승을 행하느냐, 벽지불승을 행하느냐, 대승을 행하느냐?”
013_0576_a_14L爾時舍利弗復問月上作如是汝於今者行何乘也爲行聲聞乘爲行辟支佛乘爲行大乘
이때 월상이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존자 사리불이시여, 지금 저에게 무슨 승을 행하느냐고 물으셨습니다만 제가 존자 사리불께 되묻겠으니 내키시는 대로 저에게 대답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사리불께서 증득하신 법은 성문승을 행하셨습니까, 벽지불승을 행하셨습니까, 대승을 행하셨습니까?”
013_0576_a_16L爾時月上報舍利弗作如是言尊舍利弗今旣問我行何乘者我今還問尊舍利弗唯願如是隨意答我如舍利弗所證法者爲行聲聞乘爲行辟支佛乘爲行大乘
사리불은 다시 월상에게 대답하였다.
“아니다. 월상아, 무슨 까닭인가 하면, 그 법이란 분별할 수도 없고 또한 이야기할 수도 없으며, 다르지도 않고 하나인 것도 아니며 또한 많지도 않기 때문이다.”
013_0576_a_21L爾時舍利弗復報彼女作如是言也月上所以者何然彼法者無可分亦無言說非別非一亦非衆多
013_0576_b_01L월상은 존자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그러므로 모든 법은 하나의 상(相)이다, 다른 상이다, 또는 다른 상이 아니다를 분별할 수 없는 것이며, 또한 모든 상 가운데 머무를 수도 없기 때문에 열반이란 진실로 멸이 없는 것입니다.”
013_0576_b_01L爾時月上報彼尊者舍利弗言是故不應分別諸法一相異相無別異相於諸相中無有可住故涅槃者實無可滅
이에 장로 사리불은 다시 월상에게 말하였다.
“희유하고 희유하구나. 지금 너의 변재가 이처럼 막힘이 없으니, 너는 일찍이 전생에 부처님을 얼마나 받들어 모셨느냐?”
013_0576_b_05L爾時長老舍利弗復告月上作如是希有希有汝今乃能如此辯才有滯㝵是故汝昔曾更奉侍幾許佛來
월상은 사리불에게 대답하였다.
“존자 사리불이시여, 지금 저에게 ‘너는 일찍이 전생에 부처님을 얼마나 받들어 모셨느냐?’고 물으셨으니, 그것은 실제(實際)나 법계와 같습니다.”
013_0576_b_08L爾時月上報舍利弗作如是言尊舍利弗今問於我汝昔曾更奉侍幾許諸佛來者猶如實際與法界也
사리불은 다시 그녀에게 물었다.
“지금 말한 실제와 법계는 얼마나 되는 것이냐?”
013_0576_b_11L舍利弗復問女言所言實際及與法界有幾許也
그녀는 다시 대답하였다.
“그것은 무명(無明)과 유(有:존재)와 애(愛)가 다름이 없는 것과 같습니다.”
013_0576_b_13L女復答言如無明有及以愛等無有異也
사리불은 다시 그녀에게 물었다.
“무명과 유와 애는 얼마나 되는 것이냐?”
013_0576_b_14L舍利弗復問女言無明有愛復有幾許
그녀는 대답하였다.
“그것은 중생계와 같아 다름이 없습니다.”
其女報言如衆生界無有異也
사리불은 다시 그녀에게 물었다.
“중생계는 얼마나 되는 것이냐?”
013_0576_b_16L舍利弗復問女言衆生界者復有幾許
그녀는 대답하였다.
“그것은 저 과거ㆍ미래ㆍ현재의 모든 부처님의 경계와 같습니다.”
013_0576_b_18L其女報言如彼過去未來現在諸佛境界
사리불이 말하였다.
“만일 그렇다면, 너는 무엇 때문에 이야기를 하였으며 무엇 때문에 해석을 하였느냐?”
013_0576_b_19L舍利弗言若如此者汝說何事是何解釋
그녀는 대답하였다.
“저는 존자의 물음에 따라 대답하였을 뿐입니다.”
013_0576_b_20L其女報言依尊者問我還依答
사리불은 다시 그녀에게 물었다.
“내가 물은 것은 그 무엇이겠느냐?”
013_0576_b_21L舍利弗復問女言我問何義
그녀는 대답하였다.
“그 문자(文字)를 물으신 것입니다.”
013_0576_b_22L其女答言問文字也
사리불은 말하였다.
“나는 그 문자에는 아주 멸하여 흔적도 없다.”
013_0576_b_23L舍利弗言彼文字滅無有足迹
013_0576_c_01L그녀는 대답하였다.
“존자 사리불이시여, 그처럼 아주 멸한 상(相)이라면 일체 법 가운데 묻는 이나 대답하는 이 또한 둘이 다 멸한 상이어서 얻을 수 없는 것입니다.”
013_0576_c_01L其女答言尊舍利弗如是滅相一切法中如有問者如有答者二俱滅相不可得也
佛說月上女經卷上
辛丑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
  1. 1)집에 있는 이가 하루 밤 하루 낮 동안 받아 지키는 여덟 가지 계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