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듣기론, 진공(眞空)은 형상[象]이 없으나 구체적인 형상의 가르침이 아니면, 그 참됨[眞]을 풀어낼 길이 없으며, 실제(實際)는 말[言]이 없으나 분명한 말의 실마리가 아니면 그 실체를 설명할 길이 없다고 하였다. 이 때문에 용궁(龍宮)의 법경(法鏡)이 원만하게 비추어 삼천대천세계에 두루하고, 취령(鷲嶺)1)의 현문(玄門)2)이 넓고 크게 퍼져서 백억세계에 두루 미친 것이다. 스승 없는 지혜[無師之智]3)를 스승으로 삼으려면 반드시 수다(修多)4)에 의지해야 하고, 배움 없는 종지[無學之宗]를 배우려면 결국 기야(祇夜)5)에 의거해야 한다. 금인(金人)의 감몽(感夢)6)으로부터 보배로운 게송[寶偈]이 사방으로 전해졌는데, 패엽(貝葉)7)의 신령한 문장을 통해 북천축의 가르침이 아득히 먼 곳까지 전파되었고, 관화(貫花)8)의 은미한 뜻은 서진(西秦)의 번역을 통해 더욱 새로워졌다. 이로써 대승(大乘)ㆍ소승(小乘)을 근기에 맞춰 가르침을 펼쳤고, 반자(半字)와 만자(滿字)9)는 권실(權實)을 따라 서로 밝히게 된 것이다.
당나라가 다스리던 시기는 천하가 창성한 시기라, 대대로 3성(聖)10)이 70년간 이어져서, 순(舜)임금의 교화와 삼매의 물결[定水]이 함께 맑아졌으며, 요(堯)임금의 지혜와 자비의 등불[慈燈]이 나란히 비추었으니, 승복을 걸치고 서쪽으로 간 것이 어찌 법현(法顯)11)의 무리뿐이었겠으며, 백마(白馬)에 경전을 싣고 동쪽으로 온 것이 가섭마등[摩騰]의 무리뿐이었겠는가?12) 이렇듯 석존의 가르침을 널리 펼쳐서 오늘날까지 중생들을 교화하였으니, 이에 짐은 어릴 때부터 마음으로 피안(彼岸)에 귀의하여서, 3명(明)13)의 길을 힘써 넓혔고 8정(正)14)의 문을 숭상하게 되었다.
013_0598_b_01L 지난날엔 일찍이 극심한 재앙을 만나서 갑자기 아버님의 음덕을 저버렸고15), 근래에는 효성이 감응하지 못하여 다시금 어머님을 등지게 되었으니,16) 노초(露草)의 한탄17)은 날로 깊어지고 풍수(風樹)의 슬픔18)은 더욱 애절해졌다. 어느 곳이든 양친[二親]의 숨결이 깃들어 있지만, 특별히 장안과 낙양 두 곳의 옛 거처를 사용하여 역경장을 만들었으니, 사찰(招提)의 법우를 모두 결집하고 다함없는 법의 곳간을 다 채우지 않음이 없는 곳이었다. 이에 경성의 대덕(大德) 스님 10인을 모아서, 중천축국(中天竺國) 삼장법사19)와 함께 서태원사(西太原寺)에서 경론을 번역하게 하였다. 이들 법사들은 그 수행의 업(業)이 초지(初地)20)의 경지에 이르고, 그 도(道)는 하늘까지 걸쳤으니, 불법을 떠받치는 기둥이자 대들보이며, 지혜의 바다를 건너는 배와 노였다.
전후로 번역한 것이 모두 10부(部)이며, 때는 수공(垂拱)21) 원년(元年) 을유년(乙酉年) 8월22)이었다. 번역을 완성하고 책으로 엮어[汗靑]23) 비단으로 장식하니, 단 이슬[甘露]과 같은 가르침이 이미 깊어졌고 큰 구름[大雲]과 같은 깨우침이 널리 퍼지기 시작하였다. 바라건대, 항사겁에 이르도록 영원히 사바세계의 중생들을 널리 구제하고, 불을 전하듯 분명한 뜻이 절로 밝혀지고, 병의 물을 쏟아내 듯 막힘없는 변론이 더욱 윤택해지소서.
짐은 본래 어둡고 어리석었으나, 선조의 유지[顧託]24)를 공경히 받들어서, 항상 서원하길 ‘삼보(三寶)를 이어받아 융성하게 하여 대보(大寶)25)의 큰 기틀을 편안하게 하며, 8성(聖)26)을 발휘하여 선성(先聖)의 큰 업을 견고하게 하소서’라고 하였다. 이로써 4구(句)의 은미한 말씀은 발제하[提河]27)에 깊이 이르러 다했고, 일음(一音)의 오묘한 뜻은 암몰라 동산[菴園]28)에서 그윽한 뜻을 다했다. 대법고(大法鼓)를 치니 그 소리 무간지옥에 울려 퍼지고, 대법라(大法螺)를 부니 그 음률 유정천29)까지 통하였다. 이는 컴컴한 방에 밝은 횃불이요, 어두운 거리에 지혜의 달이니, 보리(菩提)의 명료한 뜻이 여기에 있도다. 부질(部帙)과 조목[條流]은 뒤에 나열한다.
013_0598_c_01L어느 때 부처님께서 욕계(欲界)ㆍ색계(色界)ㆍ무색계(無色界)와 생각 없는 것까지 초월하셔서, 일체법에 자재(自在)하여 장애가 없는 신족통(神足通)의 힘으로 밀엄세계(密嚴世界)에 머무셨는데, 그곳은 모든 외도(外道)나 2승(乘)이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모든 인극(隣極:가장 미세하여 허공에 바짝 다가선 물질, 여기서는 수행이 정각에 아주 가까이 이르렀다는 뜻)의 관행(觀行:관하고 수행함)을 닦는 이와 더불어 십억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숫자만큼 많은 보살마하살과 함께 하셨다. 모두 삼계(三界)의 심(心)ㆍ의(意)ㆍ식(識)과 지혜의 경계를 뛰어넘어, 뜻대로 나는 몸[意生身]은 의지한 곳을 바꾸어, 요술 같은 수릉엄법운삼매(首楞嚴法雲三昧)를 성취하였고, 모든 있음을 떠난 연화궁(蓮花宮)에 계셨다. 헤아릴 수 없는 부처님들께서 손으로 친히 관정(灌頂)했는데, 그 이름은 최이론(嶊異論)보살ㆍ대혜(大慧)보살ㆍ여실견(如實見)보살ㆍ지진(持進)보살ㆍ해탈월(解脫月)보살ㆍ관자재(觀自在)보살ㆍ득대세(得大勢)보살ㆍ신통왕(神通王)보살ㆍ문수사리(文殊師利)보살ㆍ금강장(金剛藏)보살 등으로, 이와 같은 여러 보살마하살이 으뜸이었다.
이때에 여래(如來)ㆍ응(應)ㆍ정등각(正等覺)께서 스스로 증득하신 지혜의 경계인 현법락주삼매(現法樂住三昧)에서 신통(神通)과 변재(辯才)로 많은 색상(色像)을 나타내시고 삼매에서 나오셨다. 번갯불 같은 빛깔의 무지개로 장엄하게 꾸민 집에서 나오셔서, 모든 보살들과 함께 먼지 하나 없는 월장전(月藏殿) 안으로 드셔서 밀엄장(密嚴場)의 사자좌(師子座)에 오르시니, 모든 보살들도 또한 따라서 앉았다. 대중이 이미 자리를 정하자, 이때 세존께서 사방을 둘러보시며 미간(眉間)으로 청정한 광명을 놓으시니, 계주장엄(髻珠莊嚴)이라 불렀다. 헤아릴 수 없는 광명이 두루 돌며 교차하여 비추니 광명의 그물을 이루었다. 이 광명의 그물이 움직여 비출 때, 일체 부처님 세계의 장엄한 모습이 분명하게 드러나니 한 부처님의 세계와 같았다. 그 밖의 모든 부처님 세계도 꾸며진 것이 자세하고 묘하여 아주 작은 먼지와 같았다. 밀엄부처님 세계는 모든 부처님의 세계보다 훨씬 뛰어나 해와 달과 모든 별들이 없어 무위(無爲)의 성품 같았고 미진과 달랐다. 이 밀엄세계의 모든 부처님과 보살과 다른 부처님 세계에서 이 모임에 오신 이들은 모두 열반(涅槃)이나 허공과 같고 택멸(擇滅)하지 않은 것과 같았다.
013_0599_a_01L이때 세존께서 모든 세계와 부처님과 보살들의 뛰어난 공덕을 드러내신 뒤에 다시 부처님의 눈으로 시방의 모든 보살들을 보시고, 여실견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여실견아, 지금 이 세계는 밀엄이라 이름한다. 이 가운데 보살은 색계ㆍ무색계와 생각이 없는 곳에서 삼매의 힘으로 지혜의 불을 일으켜 색애(色愛)와 무명(無明)을 태우고, 의지한 곳을 바꾸어 지혜와 선정을 얻었으며 뜻대로 나는 몸의 신족력통(神足力通)으로 장엄하였으니 구멍이나 틈새가 없고 뼈나 몸체가 없으며, 해ㆍ달ㆍ무지개ㆍ번개ㆍ자금명주(紫金明珠)ㆍ파리(頗梨)ㆍ산호(珊瑚)ㆍ하리다라(訶利多羅)ㆍ점파가(占波迦)ㆍ공작(孔雀)ㆍ화월(花月)ㆍ거울 속의 그림자와 같다. 모든 지위에 머물러 유루(有漏)의 인(因)은 깨끗하고 삼매는 자재롭고 열 가지 구경(究竟)의 서원과 회향(廻向)으로써 매우 뛰어나고 묘한 몸을 얻고 이 세계에 와서 머무느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그대가 묻고 싶은 것을 물어라. 언제라도 말하리라.”
013_0599_a_16L佛告之言:“善哉善哉!恣汝所問,當爲開演。”
여실견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오직 이 부처님의 세계만이 욕계ㆍ색계ㆍ무색계ㆍ생각 없는 중생계를 초월한 것입니까?”
013_0599_a_17L時如實見卽白佛言:“世尊!唯此佛土出過欲色無色無想衆生界耶?”
013_0599_b_01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여기서 위쪽으로 백억 부처님 세계를 지나면 범음(梵音)부처님 세계ㆍ사라수왕(娑羅樹王)부처님 세계ㆍ성숙왕(星宿王)부처님 세계가 있다. 이와 같은 세계를 지나면 다시 헤아릴 수 없는 백천의 부처님 세계가 있다. 그곳은 넓고 매우 화려하며 여러 가지로 꾸며졌다. 저 가운데 모든 부처님께서 모두 보살을 위해, 현법락주삼매(現法樂住三昧)에서 내적으로 증득하신 지혜의 경지로 모든 분별을 여의고 진여의 실제와 대열반의 경계와 구경의 법을 말씀하신다. 그러므로 이 부처님 세계 이외에도 이와 같이 헤아릴 수 없는 부처님의 세계가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여실견아, 오직 그대만 지금 부처님 세계의 보살들 모임에서 마음으로 의심을 내고 괴이쩍게 여겨 여래에게 청하고 묻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 지진(持進)이라고 부르는 보살이 있다. 일찍이 부처님의 처소에서 의심이 생겨 문득 신통(神通)으로 위쪽 방향으로 올라가서 백천억, 더 나아가 항하(恒河)의 모래 알갱이 숫자만큼의 세계를 지나갔으나, 한 번도 여래의 정수리를 보지 못했다. 희유하다는 마음을 내고 부처님과 보살의 불가사의(不可思議)함을 생각하면서 사바세계 사위성(舍衛城)에 돌아와 나의 처소에 이르러 자기의 허물을 참회하며, ‘부처님의 공덕이 그지없음은 허공과 같다’라고 찬탄하면서 내적으로 증득한 경계에 머물러 밀엄세계에 왔다.”
이때에 모인 이 가운데 금강장보살마하살(金剛藏菩薩摩訶薩)은 모든 지위(地位)의 모습을 미묘하게 결정하고 그 근원까지 잘 말할 만하였다.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 무릎을 꿇고 몸을 굽힌 채로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여래ㆍ응정각께 약간의 법을 묻고 싶사오니 자비로운 마음으로 불쌍히 여기셔서 저를 위하여 베풀어 보여 주시기 원합니다.”
부처님께서 금강장에게 말씀하셨다. “금강장아, 나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으면 물어라. 여래ㆍ응ㆍ정등각은 그대의 마음을 따라 꼭 그대를 위하여 처음부터 설명하리라.”
013_0599_b_16L佛言:“金剛藏!汝於我所欲有所問,如來、應、正等覺當順汝心爲汝開演。”
013_0599_c_01L이때에 금강장보살마하살이 부처님의 허락을 받들어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 보리[佛菩提]란 무슨 뜻이며, 깨달음이란 무엇입니까? 청하오니, 제일의(第一義)의 경지를 말씀하셔서 법성의 부처[法性佛]를 보여 주십시오. 나머지 과거ㆍ현재ㆍ미래에 보살의 지위[地]를 수행하는 이가 색상(色相)이라는 견해와 또 외도(外道)의 이론(異論)에 집착하고 분별의 경지를 행하여 일으키는 보잘것없음ㆍ뛰어난 것ㆍ성품이 자재함ㆍ시간ㆍ방소(方所)ㆍ허공과 나의 의근(意根)이 경계와 화합한다는 이와 같은 모든 견해와, 다시 헤아리고 집착하여 무명(無明)ㆍ애업(愛業)과 안색(眼色)과 밝음이 있으며, 이때에 다시 부딪힘으로 또 뜻을 지음이 있으며, 이와 같은 것들의 법(法:유형ㆍ무형의 모든 물질로 동물의 감정에 충격을 주는 대상 전부)이 인연이 되어 등무간연(等無間緣)ㆍ소연연(所緣緣)ㆍ증상연(增上緣)이 화합하여 식(識)이 생기면 허망한데도 생각하여 있고 없는 등의 여러 가지 말과 논리를 일으킵니다. 이러한 법 가운데서, 다시 모든 사람과 가려진 중생이 공성(空性)에 떨어지는 수가 있습니다. 이와 같이 잘못 분별하는 깨달음을 끊게 하기 위하여 오직 세존께서 다섯 가지 식[五種識]과 아는 것의 대상을 떠나 능히 모든 법에 최고로 자재함과 부처님의 큰 보리를 깨달아 알아야 할 뜻을 말씀하셔서 듣는 이로 하여금 그것을 명료하게 깨달아 알고 다섯 가지를 아는 것으로 정각을 성취하게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때에 부처님께서 금강장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금강장이여, 10지(地)는 자재하여 분별의 경지를 초월했으며, 크게 총명한 지혜가 있어 법성불(法性佛)의 내림과 최상의 유기(瑜祇)를 드러내 보이려 한다. 오직 지금 그대만 부처의 보리로 깨달은 것에 희유하다는 생각을 내어 나에게 묻는 것은 아니다. 현환(賢幻) 등 헤아릴 수 없는 보살이 모두 이 뜻에 희유하다는 마음을 내어 ‘여래는 무슨 뜻이며, 색(色)이 여래인가, 색과 다른 것이 여래인가?’라고 여러 가지로 사유하여 부처의 본체를 구했다. 이와 같이 온(蘊)ㆍ계(界)ㆍ처(處)의 모든 행상 가운데서 안팎을 따라 구해도 여래를 보지 못했다. 이것은 모두 만들어진 것은 파괴되고 없어지는 법이기 때문이다. 지혜와 선정의 뜻으로 자세히 관찰하고 더 나아가 분석하여 미진이 되는 데 이르러도 모두 보지 못하나니, 온ㆍ계ㆍ처는 거칠고 더럽기 때문이며 여래라는 것은 항상 법신(法身)인 까닭이니라. 훌륭하구나. 불자여, 그대는 매우 깊은 법계(法界)에 잘 들어왔으니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여라. 마땅히 내 그대를 위해 말하리라.” 금강장보살마하살이 말했다. “예, 가르침을 받겠습니다.”
013_0600_a_01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금강삼매장(金剛三昧藏)은 뛰어나게 자재한 것이다. 여래는 온(蘊)도 아니고 또한 온과 다르지도 않다. 온을 의지한 것도 아니고 온을 의지하지 아니한 것도 아니다. 나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으며, 지혜도 아니고 아는 것도 아니며, 근(根)도 아니고 경계도 아니다. 왜냐하면 온(蘊)ㆍ계(界)ㆍ처(處)의 근과 경계 등은 모두 정세(精細)하지 않고 더러운 까닭이기 때문이니, 당연히 안에도 머물지 않고 밖에도 머물지 않아야 여래를 본다. 선남자야, 색(色)은 앎도 없고 생각도 없어 생기면 반드시 없어지는 것이 풀ㆍ나무ㆍ기와ㆍ돌의 종류와 같다. 미진(微塵)이 모여서 이루어진 것이니 물거품과 같은 것이다. 수(受)는 두 가지 법이 화합하여 생겼으니 마치 거품ㆍ병ㆍ옷 등과 같다. 상(想)도 또한 두 가지가 화합하여 인연으로 생긴 것이니, 더운 때의 아지랑이와 같다. 비유하면 매우 더우면 땅에서 수증기가 솟아나 햇빛에 비치면 물결이 이는 것과 같은데, 모든 새와 짐승들이 목마름에 시달리다 멀리서 이것을 보고 진짜 물이 생긴 것으로 아는 것과 같다. 생각이라는 것도 또한 이와 같아서 본체의 성품이 없어 허망하고 진실하지 않다. 분별하는 지혜로는 성품이 있는 듯이 보이나, 각기 본체와 성품이 달라서 이름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정(定)에서 자세히 관찰하면 마치 토끼의 뿔과 같으며, 석녀(石女)의 아이 등과 같으니 다만 이름이 있을 뿐, 처음부터 진실하게 뜻하는 것은 없다. 꿈속의 색(色)은 오직 생각에서만 잘못 보이는 것이니 꿈을 깨면 곧 없어진다. 무명(無明)이라는 꿈속에서 남자ㆍ여자 등의 여러 가지 색을 보지만 바른 깨달음을 성취하면 곧 볼 것이 없는 것과 같다. 비유하면 파초의 껍질을 까다 보면 알맹이가 없음과 같다. 행(行)도 또한 이와 같아서 몸의 경계를 떠나면 곧 행의 체성이 없다. 식(識)은 요술을 부리는 일과 같아서 헛되고 거짓인 것으로 진실이 아니다. 비유하면 요술쟁이와 같다. 만약 요술쟁이가 그의 제자와 함께 풀이나 나무 등의 물건으로 요술을 부려 사람과 코끼리나 말 또는 여러 가지 형체를 만들어 내면 어리석은 이는 요술을 탐하고 구하지만 지혜로운 이는 그렇지 않다. 식도 또한 이와 같이 다른 것에 의지하여 머물지만 그러나 다르다고 분별하여 능취(能取)와 소취(所取) 두 가지가 생긴다. 만약 스스로 명료하게 알면 곧 모두 되돌려 없앨 것이다. 이러한 까닭으로 본체가 없는 것은 요술을 부리는 일과 같다.
013_0600_c_01L금강장아, 여래는 항상 머물러 언제나 변화하거나 바뀌지 않는다. 이것이 염불(念佛)하고 관행(觀行)을 닦는 경계이니, 여래장(如來藏)이라고 이름한다. 마치 허공은 파괴하거나 없앨 수 없는 것과 같으니, 열반계(涅槃界)라 이름하고 또한 법계(法界)라 이름한다. 과거ㆍ현재ㆍ미래의 모든 부처님ㆍ세존이 모두 이것을 따라서 말씀하신 까닭으로 세상에 오셨거나 세상에 오시지 않았거나 이 성품은 항상 있기 때문에 법주성(法住性)이라 이름하고 또한 법니야마성(法尼夜摩性)이라고 이름한다. 금강장아, 어떠한 것을 니야마(尼夜摩)라고 이름하는가? 다음에 태어남을 받는 것과 나쁜 것을 모두 떠났기 때문이다. 또 이 삼매에서 능히 다음 태어남을 받는 것과 모든 나쁜 것을 결정적으로 없애 버렸으므로 이와 같은 뜻에서 니야마라 이름한다. 만약 이 삼매에 머무는 이가 모든 중생을 마음으로 돌아보고 생각하는 것이 없이 실제로 열반을 증득할 수 있다면, 마치 뜨거운 쇳덩이를 찬물에 던지는 것과 같은 까닭으로 모든 보살도 중생을 버리고는 증득하지 못하며 근처에 머물 뿐이다. 항상 중생을 위하여 이익을 짓고 정진(精進)과 대비(大悲)와 모든 바라밀(波羅蜜)을 버리지 않고, 부처님의 내림을 끊지 않고 외도(外道)와 2승(乘)의 길을 행하지 않으면 크고 힘센 코끼리와 같아서 삼매(三昧)의 진흙탕에 빠지지 않고, 마음이 식(識)의 경계에 맛들이거나 집착하지 않는다. 불법의 문에 나아가 항상 물러남이 없으면 결국 지혜로 부처의 법신(法身)에 들어가 여래의 넓고 위없는 덕망을 열어 드러내고, 마땅히 정각을 이루어 묘하게 법륜을 굴릴 것이다. 지혜의 경계에서 여러 색(色)으로 밑천을 삼아 여래의 정(定)에 들어가 열반의 경계에 노닐며 점차로 수행하여 여덟 번째의 지위를 뛰어넘고 좋은 방편을 쌓고 익히며, 더 나아가 법운지(法雲地)로 여래의 넓고 큰 위엄과 덕망을 밑천으로 써서, 모든 부처님의 안으로 증득한 지위에 머물러 공용(功用)이 없는 삼매와 상응(相應)한다. 나아가 두루 시방의 움직이지 않는 처소에 노닐며, 항상 부처님의 밀엄세계를 의지하며, 의지한 지혜와 선정으로 의성신(意成身)을 바꾸면 역(力)과 통(通)이 자재하여 모두 구족함을 얻는다. 비유하면 허공의 달이 많은 물에 두루 비침과 같다. 부처님도 이와 같이 화신의 형체로 널리 모든 세간에 강림하셔서 중생들이 마음으로 좋아하는 것을 따르지만 같지 않게 모두 이익을 주셔서 헛됨이 없게 하시고, 다시 마땅히 부처님의 밀엄세계에 나아가게 한다. 그들의 성품과 하고 싶음을 같이하여 차츰차츰 열어주어 유도하며, 일체 욕계(欲界)의 천왕(天王)과 자재한 보살과 마니궁(摩尼宮)등의 모든 안락한 처소를 말해 준다. 더 나아가 모든 지위의 차례와 시방의 부처님 세계의 공덕장엄과 미래 세상이 다하도록 근기에 맞추어 나타나되 주문(呪文)과 안선나(安繕那) 약을 지닌 것과 모든 영선궁전(靈仙宮殿)의 신이 사람과 함께 머물지만 사람이 볼 수 없는 것과 같다. 여래는 변화하셔서 하실 일을 마치면 진신(眞身)에 머무시니, 드러내지 않고 나타나시지 않는 것이 또한 다시 이와 같다.
이때에 여실견보살(如實見菩薩)이 큰 위엄의 힘이 있어 세간에서 자재하였다. 묘하고 좋은 옷을 입고, 부처님 앞에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굽혀 합장한 채 한 마음으로 공경하며 금강장보살마하살을 향하여 이렇게 말했다. “존자(尊者)께서는 스스로 지혜 경계와 현법락주삼매를 잘 통달하여 3승(乘)의 세간 마음을 어김이 없고 큰 선정의 스승이 되셔서 선정에서 자재하십니다. 모든 지위의 모습을 따라 설명하시며, 항상 일체 부처님 세계에 계시면서 모든 상수(上首)를 위하여 깊고 묘한 법을 연설하십니다. 그러므로 제가 지금 존자에게 청하오니, 모든 성인(聖人)들의 다른 행을 따르지 않는 것과 현법락주삼매, 그리고 안으로 증득한 경지에 머무는 것에 대하여 말씀해 주십시오. 저와 다른 모든 보살들로 하여금 이 법을 볼 수 있게 하고, 안락하게 수행해서 불지(佛智)에 나아가 의생신(意生身)과 언설신(言說身)과 힘[力]과 통(通)과 자재함을 얻어 다 구족하게 하여 주십시오. 소의(所依)를 바꾸어 실제(實際)에 머물지 않음이 마치 여러 색깔을 비추면 모든 색깔이 나타나는 마니보(摩尼寶)와 같이 일체 부처님 세계에서 밀엄한 행을 말하게 하여 주십시오.”
013_0602_b_01L금강장보살마하살이 말했다. “훌륭합니다. 인주(仁主)여, 나에게 밀엄세계에 들어 무아(無我)의 법을 말하도록 청하는구려. 인주여, 먼저 모든 분별의 경지를 깨달으면 이 마음의 상(相)은 경계 가운데서 모든 분별을 버릴 것이오. 인주여, 일체 세간이 분별인 줄로 보면 세간의 실체를 볼 것이며, 곧 반연한 것에서 삼매를 얻을 것이오. 내가 지금 그대를 위하여 저 법왕(法王)을 열어 보이리니, 마땅히 잘 들으시오.”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모든 분별 멀리 떠나 무(無)의 처소를 증득한 밀엄정을 닦는 여러분에게 인주여, 귀의할 만하답니다.
013_0602_c_12L遠離諸分別,
證於無處所, 密嚴諸定者, 仁主可歸依。
밀엄세계는 뛰어나게 깨끗한 세계 모든 성인이 의지하신 곳입니다. 관행(觀行)하는 이로 가득 찼으니 마땅히 이 밀엄세계에 귀의하시오.
013_0602_c_13L密嚴勝淨剎, 衆聖之依處, 觀行者充滿,
應歸此嚴土。
013_0603_a_01L 이때에 금강장보살마하살이 이 말을 끝내고, 다시 여실견보살에게 말하였다. “인주여, 이미 지위(地位)에 머묾을 얻은 모든 관행하는 이들이 일체 세간을 보는 것은 그림 가운데 높낮이가 있는 것 같고, 꿈에 단정한 여자를 본 것 같고, 석녀(石女)가 꿈에 자기 몸으로 낳은 자식을 기르는 것 같고, 건달바(乾闥婆)의 성 안에서 모든 것을 베푸는 것 같고, 불을 돌려 바퀴를 이룬 것 같고, 공중의 털과 같고, 요술로 만들어진 사람ㆍ말 등의 모양과 나무ㆍ숲ㆍ꽃ㆍ과일과 같고, 뜬구름의 모양 같고, 번쩍이는 번갯불 같은 것과 같습니다. 이는 모두 허위요, 진실로 있는 것은 아닙니다. 분별로 이루어진 것은 기능공이 그릇을 만드는 것 같습니다. 인주여, 세간 중생은 습기가 마음을 덮어 여러 가지 희론(戱論)을 내며, 뜻과 의식(意識)과 그 밖의 모든 식(識)이 상속(相續)해서 움직이니 5법(法)과 3성(性)과 두 가지 무아(無我)가 항상 함께 상응합니다. 비유하면 폭풍우로 일어난 물결은 바람이 친 것이 되어, 모든 파도가 일고 일어난 파도가 서로 부딪쳐 쉬지 않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아뢰야식(阿賴耶識)도 세간에 있어 또한 이것과 같은 것입니다. 시작이 없는 습기(習氣)는 오히려 폭류와 같은 것이요, 경계라는 바람에 펄럭이고 움직여 모든 식(識)의 물결을 일으켜 항상 단절함이 없는 것입니다. 인주여, 이 여덟 가지 마음은 비록 이와 같은 약간의 체성도 다름이 없으나 인연을 따라 점차로 일어나 간혹 한때에 생깁니다. 마음이 생기는 때에 모든 경계를 취하면 또한 이와 같은 점(漸)과 돈(頓)의 차별이 있는 것입니다. 집과 모든 별ㆍ군중(軍衆)ㆍ산림ㆍ가지ㆍ잎ㆍ꽃ㆍ열매 같은 것들을 흔히 한꺼번에 내기도 하고, 혹은 차례대로 취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만약 꿈속에서 옛날 일을 보거나 혹은 생각이 처음 태어나는 데서 늙어 죽음에 이르기까지와 모든 물건을 세며, 구절의 뜻을 생각해 보며, 차별 나는 문채(文彩)를 관찰하며, 좋은 음식을 먹기도 하는 것을 생각하면 이러한 경계를 차례로 명료하게 알거나, 혹은 한꺼번에 취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인주여, 심성은 본디 청정하며 불가사의(不可思議)한 것으로 이것은 모든 여래의 미묘한 창고이니 금이 광석에 있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뜻은 마음을 따라 생기고 그 밖의 여섯도 또한 그러한데 이와 같이 많은 종류의 세간법 가운데서 차별이 됩니다. 인주여, 아뢰야식은 비록 능훈(能熏)과 모든 심법(心法)과 더 나아가 일체에 물들거나 깨끗함의 종자로서 같이 그치고 머무나 성품은 항시 밝고 깨끗한 것입니다. 여래의 종성(種姓)도 또한 그러한 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정(定)에 들고 정에 들지 않는 것은 다르나 체성이 항상 청정함은 바다는 언제나 그대로인데 물결과 조수가 움직이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아뢰야식도 또한 이와 같아서 모든 지위마다 차츰 닦고 아래ㆍ중간ㆍ위가 차별되지만 모든 잡염(雜染)을 버리면 밝게 나타남을 얻을 것입니다.” 금강장보살마하살이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013_0606_a_01L 이때에 금강장보살마하살이 이 게송을 말하고 나서 스스로 그 몸을 나타내되, 손가락 한 마디만했다가 겨자씨만한가 하면 터럭 끝의 백분의 일만하였다. 어느 때는 부처님 몸을 나타내고, 어느 때는 독각(獨覺)의 몸을 나타내고, 어느 때는 성문(聲聞)의 몸을 나타내었으며, 그 밖의 헤아릴 수 없는 여러 가지 형상으로 법을 말하였다. 어느 때는 보살이 모든 지위에 들어 5법(法)과 8식(識)과 3성(性)과 2무아(無我)를 명료하게 알도록 말하며, 환술과 같은 삼매를 얻어 뜻을 따라 몸을 받고 신통의 힘이 자재하여 두려운 것이 없으며, 다 물러나지 않고 의지한 것이 청정하여 부처님의 지혜에 들어가 무루(無漏)의 온(蘊)과 계(界)에서 언제나 다르게 바뀜이 없었다. 어느 때는 보살이 잘 유행(遊行)하고 실천하며 꿈과 같고 거울 속의 영상 같고 물속의 달과 같으며, 모든 관행(觀行)하는 이가 행하는 길에서 수릉엄삼매(首楞嚴三昧)의 열 가지 요술인 비유의 몸을 얻고 모든 구경(究竟)의 서원을 원만하게 성취하지 못한 것이 없으며, 정각(正覺)에 이르러 묘한 연꽃에 앉아 모든 불자의 무리가 함께 둘러싸게 됨을 말하였다. 어느 때는 보살이 원력 때문에 여러 가지 형상으로 모든 세계에 노닐며 모든 부처님을 섬겼으며, 이러한 보살은 그 몸이 미묘하여 있거나 없는 것에 있지 않았다. 비유하면 하늘의 신선과 건달바 무리는 수미산을 의지하여 머물되 어느 때는 허공에 있기 때문에 땅에서 오가는 중생을 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 저 보살들도 또한 이와 같아서 관행하지 않는 이는 능히 보지 못함을 말하며, 어느 때는 선정에서 삼매가 자재한 힘을 얻었기 때문에 시방세계의 연화궁(蓮花宮)에 태어남과 반열반(般涅槃)함을 나타낸다 말하며, 어느 때는 보살이 삼매의 힘으로써 의지한 것을 바꾸어 실제에 머물지 않고 일체 중생의 처소에 있으면서 차별된 몸을 나타내었으나 그 마음이 평등함은 땅과 같고 물과 같고 해와 같고 달과 같음을 말하였다. 어느 때는 보살이 대비심(大悲心)으로써 모든 중생이 나고 죽음에 윤회하면서 고독하고 빈궁하며 하천(下賤)하여 많은 고통에 핍박받는 것을 불쌍히 여겼다. 비유하면 검은 벌이 배[船]를 의지하여 넓은 바다에 다니는데 배를 따라 어느 때는 한 유순(由旬)을 가기도 하고 더 나아가 백천 유순이나 한량없는 유순을 떠다니기도 하는 것과 같다고 말하며, 내가 아니며 나고 죽음은 무상(無常)하다고 말하여 빠르게 없어지고 찰나(刹那)에도 머물지 아니함을 알게 했다. 어느 때는 모든 부처님과 모든 보살은 일체 중생이 강한 애착으로 미혹되고 혼란스러우며, 분별하므로 괴로움이 닥쳐와 상(相)이 없는 법 가운데서 상을 취하여 허망하게 능취(能取)와 소취(所取)를 계교하여 집착하니, 이 능취와 소취에 얽매여 그 마음은 나고 죽음의 바다에 헤맴을 쉬지 못하고, 빈궁하고 외롭고 헐벗어 의지할 데가 없었다. 큰 바다 가운데 거미줄은 있기가 어렵지만 부처님과 보살은 오히려 뱃사람과 같아서 모든 중생들을 마음으로 불쌍하게 여기시고 나고 죽음의 고통에서 해탈하게 하시며 그 알맞은 것에 따라 몸을 나타내신다고 말하며, 보시 등의 여러 가지 행할 것을 말하였다.
1)영취산, 혹은 기사굴산(嗜闍屈山)을 말한다. 중인도 마갈타국 왕사성의 동북쪽에 있는 산으로, 부처님께서 이곳에서 『법화경』을 설하셨다.
2)현묘한 법문이란 뜻으로, 불법의 교리가 깊고 묘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3)스승이 없이 혼자서 얻은 지혜로, 부처님의 지혜를 말한다.
4)수다라(修多羅)의 준말로, 12부경의 하나이다. 산문체로 된 대승과 소승의 모든 경전을 말한다.
5)십이부경(十二部經)의 하나로, 응송(應頌), 중송(重頌)이라 한역한다. 산문체인 수다라와 구분하여 운문 형태인 게송을 말한다.
6)중국 전래의 불교 설화에 따르면, 영평(永平) 10년(기원전 67년)에 한 명제(漢明帝)가 꿈에 금인(金人)을 보고, 불교를 받아들이기 위해 사신을 대월지국에 파견했다. 이때 가마섭등(迦摩葉騰)과 축법란(竺法蘭)이 백마에 불상과 경전을 싣고 낙양에 오게 되었는데, 명제가 칙령을 내려 낙양의 서양문(西陽門) 외곽에 정사(精舍)를 건립하게 하고 그들을 머물게 하였다. 이곳을 백마사(白馬寺)라고 칭했는데, 최초로 중국에 건립된 사원이라고 한다.
7)패다라엽(貝多羅葉)의 준말로, 옛날 인도에서 불경을 새겨 넣는 데 사용하였다. 그 잎이 넓고 단단하여 옛날 인도에서 종이 대신으로 글자를 쓰는 데 사용했다. 3장(藏)의 경전을 이 잎에 기록한 데서 불교 경전을 의미하는 말이 되었다.
8)화게(花偈)라고도 한다. 부처님께서 설법을 하실 때 천신들이 감동하여 꽃을 흩었기 때문에 생긴 비유이다. 경전의 산문을 산화(散花), 경문의 내용을 꿰뚫어 비유하는 게송을 관화(貫花)라고 한다.
9)소승교를 반자교(半字敎), 대승교를 만자교(滿字敎)라 한다. 아버지가 어리석은 아들에게 먼저 반자를 가르치고, 만자를 가르치지 않는다고 한 『열반경』 의 비유에 의한 것이다. 담무참(曇無讖)이 세운 판교(判敎)이다.
10)이전의 세 황제인 고조(高祖)ㆍ태종(太宗)ㆍ고종(高宗)을 지칭한다.
11)중국 동진 때 승려로, 399년(동진 융안 3)에 혜경ㆍ도정ㆍ혜달 등과 함께 장안을 떠나 서역의 여러 나라를 거쳐 북인도에 갔다. 마갈타국에 3년간 머물면서 『마하승기율』ㆍ『유부율』ㆍ『잡아비담심론』 등을 연구하고, 귀국 후 도장사(道場寺)에서 『마하승기율』ㆍ『방등경』ㆍ『니원경』 등을 번역하였다.
12)한(漢)나라 명제(明帝) 때 천축의 가섭마등(迦葉摩騰)과 축법란(竺法蘭)이 처음으로 백마(白馬)에 불경(佛經)을 싣고 중국에 왔다. 두 승려가 백마에 불경을 싣고 낙양(洛陽)에 들어오자, 명제가 칙령을 내려 낙양의 서양문(西陽門) 외곽에 중국 최초의 정사(精舍)를 건립하게 하고 백마사(白馬寺)라고 칭했다 한다.
13)아라한이 갖추고 있는 불가사의한 작용인 6신통(神通) 중의 숙명통ㆍ천안통ㆍ누진통에 해당하는 숙명명(宿命明)ㆍ천안명(天眼明)ㆍ누진명(漏盡明)을 말한다.
14)불교의 근본 교의가 되는 8가지 실천 덕목으로 정견(正見)ㆍ정사유(正思惟)ㆍ정어(正語)ㆍ정업(正業)ㆍ정명(正命)ㆍ정정진(正精進)ㆍ정념(正念)ㆍ정정(正定)의 수행법이다.
15)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어서 그 가르침을 받지 못했다는 뜻이다.
16)최근에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는 뜻이다.
17)부모님을 모두 잃어서 홀로 된 자식의 한탄을 말한다.
18)부모님이 돌아간 뒤에 효도를 다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말로, 『한시(韓詩)』 외전(外傳)에 “나무는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樹欲靜而風不止] 자식이 효도하고자 하나 어버이는 기다리지 않는다[子欲養而親不在]”라고 한 데서 유래하였다.
19)이 경의 한역자인 지바하라(地婆訶羅)를 말한다.
20)보살이 수행하는 계위(階位)인 52위 가운데 십지(十地)의 첫 단계, 곧 환희지(歡喜地)를 말한다. 이 단계에 이르면 자리이타(自利利他)의 행을 이루어서 마음에 기뻐함이 많다 하여 이르는 말이다.
21)당(唐) 5대 예종(睿宗, 684~690)의 연호로, 원년 을유(乙酉)년은 684년이다.
22)8월을 뜻하는 말로, 량(梁)은 딱딱하다는 뜻이다. 8월에 처음으로 흰 이슬이 내려 만물이 딱딱해지므로 대량이라고 했다.
23)옛날 대나무에 기록을 할 때는 먼저 대나무를 불에 구워야 글을 쓰기도 쉽고 병충해를 예방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한청(汗靑)은 저술을 완성한다는 뜻을 가지게 되었다. 한간(汗簡)이라고도 한다.
24)왕이 죽을 때 주위의 신하들에게 뒷일을 부탁하는 것을 말한다.
25)임금의 자리나 옥새(玉璽)를 의미한다.
26)수다원향(須陀洹向)·사다함향(斯陀含向)·아나함향(阿那含向)·아라한향(阿羅漢向)의 네 성자와 수다원과(須陀洹果)·사다함과(斯陀含果)·아나함과(阿那含果)·아라한과(阿羅漢果)의 네 성자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팔현성(八賢聖)이라고도 한다.
27)아시다벌저하(阿恃多伐底河). 중인도 구시나게라국에 있는데, 석존께서 이 강의 서쪽 언덕에서 열반하셨다. 니련선하(尼連禪河)와 더불어 양하(兩河)라고 불리며 무승(無勝)이라고 한역한다. 보통 발제하(跋提河)라고 한다.
28)중인도의 비야리국에 있던 동산으로 기생 암몰라녀(菴沒羅女)의 소유였는데, 암몰라녀가 불교에 귀의하여 동산을 승단에 보시하였다. 부처님께서 이 암라수원 정사에 머물면서『유마경』등을 설하셨다.
29)색구경천(色究竟天)으로, 색계 4선천의 제9천이다. 유형세계의 가장 위이기 때문에 유정(有頂)이라 한다. 무색계(無色界)의 제4천, 비상비비상처천(非想非非想處天)을 말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