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 부처님께서 비사리(毘舍離)의 원숭이 못[獼猴池] 언덕 위의 대중각(大重閣) 강당에 계셨는데, 머지않아 목숨이 다하실 무렵이었다. 이때에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나와 함께 파파성(波波城)에 가자. 그곳에 비사문덕(毘沙門德)이라는 장자(長者)가 있는데, 그를 교화하려고 한다.” 아난이 아뢰었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다시 한 번 여래의 몸을 보아라. 마치 우담발화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야 피어나되 한 번 핀 모습을 만나기가 매우 어려운 것과 같다. 부처의 몸은 그 꽃보다 백천만 배나 보기 어렵고 만나기 어려운데, 이와 같은 몸은 석 달 뒤에는 다시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다시 한 번 여래의 몸을 보아라. 마치 머리에 쓰는 화관을 만드는 사람이 온갖 빛깔과 다채로운 향기의 꽃을 실로 꿰어 화관을 만들면 보는 이가 기뻐하는 것과 같다. 여래의 몸은 서른두 가지 모양과 여든 가지 세세한 특징으로 스스로를 장엄하였으니 염부제(閻浮提)의 금빛과도 같은 눈부신 빛이 둥글게 몸 주위에 한 길이나 빛난다. 이와 같은 몸이 석 달 뒤에는 반열반(般涅槃)할 것이다.”
013_0646_b_01L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다시 한 번 여래의 몸을 관찰하여라. 삼십삼천(三十三天)의 사람이 살고 있는 땅은 1백 가지 보배로 장엄되었고, 또 여러 가지 음악과 쾌락이 있다. 저 모든 하늘 사람들은 저 보배의 땅과 하늘 음악과 쾌락을 한시도 떠나지 않지만 또한 저 땅의 보배의 빛을 기억하지 못한다. 이와 같이 부처님 몸의 서른두 가지 모양은 두루 관찰할 수 없으니 낱낱의 모양을 관찰하지만 마음으로 능히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몸이 석 달 뒤에는 반열반할 것이다.”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다시 한 번 여래의 몸을 관찰하여라. 비유하면 마치 해와 달은 큰 위엄과 덕망과 신통한 빛이 있으나 부처님의 몸 주변에 있으면 죄다 가려져 나타나지 못한다. 이런 까닭으로 부처님 몸은 해나 달보다 뛰어나 가장 높고 가장 훌륭한데 이와 같은 몸이 석 달 뒤에는 반열반할 것이다.”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다시 여래의 몸을 관찰하여라. 수미산왕(須彌山王)은 네 가지 보배로 이루어졌고 큰 바다에 있으나 편안히 머물러 움직이지 않는다. 그 바탕이 견실하여 티가 없고 틈이 없다. 여래의 몸은 나라연의 힘보다 백천만 배 더 힘이 세니 비교할 수 없다. 이와 같은 몸이 석 달 뒤에는 물러나 반열반할 것이다.”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여래의 몸은 발[足]이 없거나 두 발이거나 많은 발을 가진 중생과 형체[色]가 있거나 형체가 없거나 생각이 있거나 생각이 없거나 생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닌 중생들 가운데서 가장 높고 가장 뛰어나다. 이와 같은 몸이 석 달 뒤에는 물러나 반열반할 것이다.”
013_0646_c_01L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소천세계(小千世界)는 천 개의 해, 천 개의 달, 천 개의 수미산(須彌山), 천 개의 불우체(弗于逮), 천 개의 구야니(瞿耶尼), 천 개의 울달라월(鬱怛羅越), 천 개의 염부제(閻浮提), 천 개의 사천왕(四天王), 천 개의 삼십삼천(三十三天), 천 개의 제석천왕(帝釋天王), 천 개의 염마천(炎摩天), 천 개의 염마천왕, 천 개의 도솔타천(兜率陀天), 천 개의 도솔타천왕, 천 개의 화락천(化樂天), 천 개의 화락천왕, 천 개의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 천 개의 타화자재천왕, 천 개의 범신천(梵身天), 천 개의 대범천왕과 같다. 이와 같은 소천세계에 가득한 모든 하늘 사람이 여래의 얼굴 모습을 보려고 아무리 다녀도 보지 못한다.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여래께서 탐냄ㆍ성냄ㆍ어리석음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 자기 몸을 찬탄한다.’라는 생각을 하지 말라. 여래의 몸은 탐냄ㆍ성냄ㆍ어리석음의 번뇌[使]와 그가 익힌 기운[習氣]을 남김없이 영원히 다하였다. 이와 같이 아난아, 여래ㆍ응공ㆍ정변지(正遍知)는 큰 위엄과 덕망이 있는데, 너는 항상 여래의 몸[生身]에 이바지하고 시봉했으니, 이 인연으로 얻은 공덕은 헤아릴 수 없고 셈할 수 없으며, 생각이나 말로 표현할 수 없으니, 한량없고 그지없는 아승기이다. 아난아, 너는 지금 여래가 열반[滅]한 뒤 미래의 중생이 여래의 쇄신사리(碎身舍利)에 공양 올리는 인연의 일을 듣겠느냐?”
013_0647_a_01L이때 아난이 오른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 무릎을 꿇고 합장하고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바가바시여,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여래께서는 제발 저를 위하여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뒤 모든 중생들이 여래의 쇄신사리에 공양 올리는 인연의 일들을 자세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저는 이 법을 듣고 지극한 마음으로 받아 지녀서 널리 다른 이를 위하여 말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자세히 잘 들어라. 내가 지금 말하겠다. 아난아, 여래가 열반할 때 금강삼매(金剛三昧)에 들어가는데 이 육신을 겨자씨처럼 잘게 부순다. 이와 같은 사리의 한 몫을 모든 하늘 사람의 처소에 가져가면 제석천왕과 모든 하늘 무리들이 부처님의 사리를 보고서 부처님의 열반을 알게 된다.
그러면 이내 하늘 사람들은 만다라(曼陀羅)꽃ㆍ마하만다라(摩訶曼陀羅)꽃ㆍ만수사(曼殊沙)꽃ㆍ마하만수사(摩訶曼殊沙)꽃을 흩뿌려 사리에 공양올리고 마치 부처님을 친견한 듯 절하고 오른쪽으로 돌 것이다. 이때 어떤 이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선근을 심을 것이고, 어떤 이는 성문의 선근을 심을 것이며, 어떤 이는 벽지불의 선근을 심을 것이다.
또 한 몫의 사리는 용(龍)의 세계로 갈 것인데, 이때 사가라용왕(娑伽羅龍王)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용들이 부처님의 사리를 보고 크게 공양을 마련할 것이다. 인다라보(因陀羅寶)ㆍ마하인다라보(摩訶因陀羅寶)ㆍ화주보(火珠寶)ㆍ청수보(淸水寶) 등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한 온갖 보배를 가지고 쇄신사리에 공양을 올리고 절하고 오른쪽으로 돌 것이다. 이렇게 공양을 마친 뒤 용들은 각자 발원하되 어떤 이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원을 낼 것이고, 어떤 이는 성문보리의 원을 낼 것이고, 어떤 이는 벽지불보리의 원을 낼 것이다.
또 한 몫의 사리는 야차세계에 갈 것이다. 이때 비사문왕과 여타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큰 야차의 장수들이 쇄신사리를 보고 여러 종류의 꽃ㆍ가루 향ㆍ사르는 향ㆍ등불ㆍ음악 등 이와 같은 것들을 헤아릴 수 없이 많이 준비하여 사리에 공양 올리고 절하고 합장하고 오른쪽으로 돌고 공경하면서, 어떤 이는 위없는 큰 보리의 원을 낼 것이고, 어떤 이는 성문의 원을 낼 것이고, 어떤 이는 벽지불의 원을 낼 것이다.
013_0647_b_01L염부제에 남아 있는 나머지 사리는, 장차 아수가(阿輸迦:아쇼카)라는 이름의 왕이 염부제를 통일한 뒤에 사리에 공양 올리고자 8만 4천 기(基)의 탑을 조성할 것이다. 왕은 이 사리를 이 탑에 모셔두고 공양 올릴 것이다. 그리고 이 염부제의 6만 명의 왕들 또한 쇄신사리에 공양을 올릴 것이니, 온갖 꽃다발과 여러 가지 향과 등불과 음악으로 공양 올리고 절하고 오른쪽으로 돌고 공경할 것이다.
그 중에 어떤 이는 위없는 큰 보리의 선근을 심을 것이고, 어떤 이는 성문의 선근을 심을 것이고, 어떤 이는 벽지불의 선근을 심을 것이고, 어떤 이는 곧 집을 버리고 출가하여 부처님의 법 가운데 믿는 마음이 깨끗하여 머리와 수염을 깎고 법복을 입고 부지런히 도를 닦아 모두 번뇌를 없앤 뒤에 반열반할 것이다.
그는 이윽고 눈물을 닦고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찌 이리도 빨리 열반에 드시려 하십니까? 여래의 열반은 어찌 이리 빠르십니까? 세간의 법의 눈은 이제 영원히 없어지게 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것이 저희들의 힘과 분수에 맞는다면 수호하고 유지하며 공경하고 공양 올리겠습니다.
여래께서 옛날 도솔타천에서 어머님의 태에 드실 때에도 저는 도리천의 무리들과 함께 항상 수호하였고, 부처님께서 태어나실 때도 또한 여러 하늘 사람들과 함께 가서 수호했으며, 여래께서 보리수 아래에서 8천만억의 마군을 깨뜨리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실 때에도 저는 모든 하늘 사람과 또한 항상 수호했으며, 부처님께서 바라나(波羅奈)의 녹야원(鹿野苑)에서 삼전십이행(三轉十二行)의 법륜을 굴리실 때에도 저는 하늘 사람들과 함께 항상 수호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저에게는 여래께서 열반에 드시지 못하게 할 힘도 없고 수호할 힘도 없습니다.”
그러자 세존께서 여러 가지 법을 말씀하시며 권유하고 위로하여 가르쳐 보이시고 기쁘고 이롭게 하셨다. 이렇게 제석과 하늘 사람들에게 불법을 수호하게 하신 뒤에 하늘에서 사라져 이내 사가라용왕의 궁전에 몸을 나타내셨다. 그러자 용왕은 여래께서 오신 것을 보고 즉시 자리를 마련했다.
부처님께서 자리에 앉아 용왕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지금 분명히 알아야 한다. 여래는 오래지 않아 열반에 들 것이다. 나는 불법을 그대에게 부촉하니, 그대는 잘 지키고 보호하여 끊어지지 않게 하여라. 용왕이여, 분명히 알아라. 이 용의 세계에는 나쁜 용이 많이 있어 여러 생 동안 성을 내고 죄와 복을 모르고 경솔하고 포악하여 나의 법을 파괴할 것이니, 이런 까닭에 내가 이제 그대에게 불법을 부촉한다.”
013_0648_a_01L용왕이 이 말을 듣고 슬피 울다가 눈물로 젖은 얼굴을 닦고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 모든 용들은 지혜의 눈이 없어 앞을 보지 못합니다. 이런 까닭에 지금 축생(畜生) 가운데 태어났습니다.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후에 용의 세계가 텅 비고 저희가 목숨을 버리게 되면 저희는 어느 곳에 태어날지 모릅니다.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는 중생의 보배이신데 왜 지금 반열반하셔서 세간의 눈이 사라지게 하시려 하십니까?”
그러자 세존께서 가르쳐 보이고 기쁘고 이롭게 하셔서 사가라왕에게 불법을 수호하게 하신 뒤에 용궁을 떠나셨다. 그리고는 덕차가(德叉迦)용왕의 궁전에 몸을 나타내셨다. 용왕이 부처님을 위하여 자리를 마련하자 부처님께서 자리에 앉으셨다. 용왕과 다시 백천억 용이 부처님 발에 절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그러자 용왕이 슬픔을 이기지 못해 눈물을 흘렸다.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닦으며 용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여래께서 멸도하시면 세간의 눈이 없어집니다.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는 중생들의 보배이십니다. 만약 부처님께서 멸도하시면 저는 지금 어느 곳에 태어날지 모릅니다.”
부처님께서 그 용왕을 위하여 여러 가지 법을 말씀하셔서 가르쳐 보이고 기쁘고 이롭게 하신 뒤에 곧 그 곳에서 자취를 감추셨다. 그리고 흑색용왕의 궁전에 몸을 나타내신 뒤에 용왕이 마련한 자리에 앉으셨다. 그러자 흑색용왕과 백만억의 용들이 부처님의 발에 절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두 번, 세 번 이와 같이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알아야 한다. 야차의 나라에는 나쁜 야차가 있고, 구반다 나라의 나쁜 구반다ㆍ건달바 나라의 나쁜 건달바ㆍ모든 용의 나라에 있는 나쁜 용 등 이와 같은 중생은 흔히 성을 잘 일으키며 죄와 복을 모르고 경솔하고 포악하여 내가 3아승기겁 동안 부지런히 애써 닦은 위없는 불법을 파괴할 것이니, 이러한 까닭으로 내가 지금 그대들에게 부촉하는 것이다.”
013_0648_c_01L그때 사천왕과 야차 장수와 더 나아가 용 장수들이 눈물을 흘리며 슬프게 울었다. 그들은 얼굴에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으며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열반이 어찌 그리도 빠르십니까? 여래의 멸도가 어찌 그리도 빠르십니까? 마갈어(摩竭魚)에게 씹힌 것 같습니다.” 그러자 세존께서 여러 가지 법을 말씀하셔서 가르쳐 보이시고 기쁘고 이롭게 하신 뒤에 곧 그 곳에서 몸을 숨겨 염부제에 나타나셨다.
그러자 아난은 커다란 괴로움과 번뇌에 사로잡혀 눈물을 줄줄 흘리며 슬피 울었다. 그는 마치 심장에 화살을 맞은 것처럼 기절하여 땅에 넘어졌다가 뒹굴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013_0648_c_08L爾時,阿難生大苦惱,悲泣雨面如箭入心,悶絕倒躄夗轉于地,而作是言:
“세존의 열반이 왜 이렇게 빠르십니까? 여래의 멸도가 왜 이렇게 빠르십니까? 세간의 눈이 없어지시니, 저는 이제 누구의 발우를 들어드려야 하겠습니까? 누구의 곁에서 부채를 들고 서 있어야 하겠습니까? 다시는 감로의 법을 듣지 못할 것이니 누가 다시 저에게 감로의 법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저는 이제 또 누구의 뒤를 따라야 합니까? 해와 달보다 뛰어나고 원만한 부처님의 얼굴을 다시는 뵙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존자 사리불처럼 크게 지혜로운 분들도 이미 열반에 드셨는데 부처님께서 이제 곧 멸도하시면 세간은 지혜의 눈을 잃어 캄캄할 것입니다. 지혜의 수미산이 지금 무너져 흩어지려 하고, 부처님 나무가 넘어지려 하고, 법의 다리가 끊어지려 하고, 법의 배가 가라앉으려 하고, 법의 횃불이 꺼지려 하고, 정법의 해와 달이 땅에 떨어지려 하고, 해탈문이 지금 닫히려 하고, 세 갈래 나쁜 길의 문이 이제 열리려 하고, 3아승기겁 동안에 모으신 법 무더기가 오래지 않아 몰락하려 합니다.”
013_0649_a_01L그러자 부처님께서 장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근심하지 말라. 소리내어 울지 말라. 크게 울부짖거나 가슴을 치거나 목메어 오열하거나 기절하여 쓰러지지 말라. 왜냐하면 세간에 태어나는 것은 모두 유위법이어서 모두가 무상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런 법을 잃지 않으려 하고, 부서지지 않게 하려 하고, 항상 머물게 하려는 것은 옳지 않다.” 이때 세존께서 여러 가지 법을 말씀하셔서 위안하고 타이르며 가르쳐 보이시고 기쁘고 이롭게 하시어 법장(法藏:모든 경전. 법의 진리를 갈무리함)을 부촉하신 뒤에 말없이 계셨다.
그러고 나서 다시 세존께서는 이와 같이 생각하셨다. ‘비구 아난은 우수의 가시가 그 마음에 깊이 박혔으니 내가 이제 그것을 뽑아주어야겠다.’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미래의 일을 알고 싶으냐? 나는 미래 세상의 일을 마치 현재를 보듯이 볼 수 있으니 너를 위하여 말해주겠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지극한 마음으로 자세히 들어라. 내가 지금 말하겠다. 아난아, 미래에 계를 어긴 어떤 비구가 몸에 가사를 걸치고 큰 지역이나 작은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친척의 집에 머문다면, 그는 비구도 아니고 또한 속인[白衣]도 아니니, 아내나 첩을 먹여 살리고 아들딸을 낳아 키울 것이다.
다시 어떤 비구는 윤락녀의 집에 살거나, 어떤 비구는 비구니와 음행할 것이다. 다시 어떤 비구는 재물을 쌓아 모으고 생계를 위한 직업을 가지고 그것으로 먹고 살 것이며, 어떤 비구는 심부름꾼이 되거나 중개하는 일을 하며 먹고 살 것이며, 어떤 비구는 오로지 병을 고치고 약 짓는 일을 전문으로 하여 먹고 살 것이며, 어떤 비구는 장기나 바둑, 쌍륙(놀이의 일종)으로 먹고 살 것이다.
013_0649_b_01L 또 어떤 비구는 다른 이를 위하여 점치고 푸닥거리하며 그것으로 먹고 살 것이며, 어떤 비구는 남을 위하여 주문을 외워 죽은 시체를 일으켜서 그 원수의 집에 보내어 죽이게 하는 일을 하며 그것으로 먹고 살 것이요, 어떤 비구는 다른 이를 위하여 주문으로 귀신을 부려 많은 재물을 얻어서 먹고 살 것이며, 어떤 비구는 살생을 전문으로 하여 먹고 살 것이며, 또 어떤 비구는 절에 살면서 부처님ㆍ법ㆍ승가의 물건을 사사롭게 낭비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어떤 비구는 속으로는 계율을 범하면서 바깥으로는 계율을 지키는 것처럼 보여 사람들의 신심 있는 시주를 받을 것이며, 또 어떤 비구는 비록 계율을 깨뜨리지는 않았으나 옷과 음식을 아끼고 여러 스님들의 물건을 아껴 객승(客僧)에게 주지 않을 것이며, 또 어떤 비구는 비록 계율을 깨뜨리지는 않았으나 여러 스님들의 방과 침대와 방석을 아껴 객승에게 주지 않을 것이다.
어떤 비구는 비록 계율을 깨뜨리지는 않았으나 자기는 모든 시주자들의 공양과 예배를 받고 재물을 많이 얻으면서도 다른 비구는 시주들의 금품을 받지 못하게 하고 자기만 받으려 할 것이다. 다시 어떤 비구는 실제로 아라한이 아닌데 항상 아라한의 과위를 얻었다고 거짓말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가 아라한인 줄 알게 하려 할 것이며, 또 어떤 비구는 베푸는 이가 네 가지 공양거리를 올릴 때 받기는 많이 받지만 안으로 실제적인 덕이 없고 오직 탐하는 마음만 불리면서 생계만을 생각하고 도는 닦지 않을 것이다.
어떤 비구는 장사하여 이익을 남기는 것으로 먹고 살 것이며, 어떤 비구는 전문적으로 도둑질하여 살아갈 것이며, 또 어떤 비구는 코끼리ㆍ말ㆍ나귀ㆍ소ㆍ양을 길러서 가축들을 팔고 사는 것으로 먹고 살 것이고, 어떤 비구는 노비(奴婢)를 판매하는 것으로 먹고 살 것이며, 어떤 비구는 소와 양을 도살하는 일로 먹고 살 것이다.
013_0649_c_01L 다시 어떤 비구는 군인을 모집하는 데에 나아가서 전쟁터에 파병되어 적들을 토벌하며 많은 사람을 죽여서 그것으로 훈장과 상을 구할 것이고, 또 어떤 비구는 담을 넘고 벽을 뚫어서 다른 이의 재물을 훔쳐 살아갈 것이고, 어떤 비구는 전문적으로 도시나 작은 마을을 공격하고 약탈하여 그것으로 먹고 살 것이며, 어떤 비구는 부처님의 탑을 부수고 그 속에 들어 있는 보물을 훔쳐내서 그것으로 먹고 살 것이다. 이와 같은 헤아릴 수 없는 지옥의 인연으로 목숨을 버린 뒤에는 모두 다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아난아, 비유하면 사자가 죽으면 새나 땅 속, 물이나 뭍에 사는 짐승들은 감히 그 사자의 시체를 먹지 못하고 오직 사자의 몸에 저절로 생겨난 벌레들만이 사자의 고기를 먹을 수 있는 것처럼, 나의 불법도 다른 이가 파괴하지는 못한다. 오직 나의 법 가운데 나쁜 비구들이 오히려 독가시와 같이 내가 3아승기겁 동안 수행해 오고 부지런히 힘써 모은 불법(佛法)을 깨뜨릴 것이다.
아난아,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바다로 나아가서 보물섬에 도착하여 많은 보물을 배에 싣고 돌아오다 바다 한 가운데에서 침몰하는 것같이, 부처의 바른 법도 저 보물을 실은 배와 같아서 후세에 계율을 지키지 않는 모든 나쁜 비구가 여러 가지 나쁜 업 짓기를 매우 좋아하면 나의 불법은 없어지고 침몰하여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아난아, 여래가 열반에 들면 오래지 않아 바른 법이 어지러워질 것이다. 바른 법이 어지러워지면 다시 온갖 부류의 나쁜 비구들이 세상에 나와 여래가 무루의 적멸 열반을 증득한 사실을 믿지 않을 것이다. 그럴진대 하물며 세간의 사람들이 아라한이 되어 열반에 들어간다는 것을 믿겠느냐?
아난아, 여래의 바른 법의 명(名)과 구(句)의 맛과 뜻은 수다라(修多羅)ㆍ기야(祇夜)ㆍ비가아라(鞞迦曷羅)ㆍ가타(伽陀)ㆍ우타나(憂陀那)ㆍ니타나(尼陀那)ㆍ아바다나(阿波陀那)ㆍ이제비리다가(伊帝鼻利多伽)ㆍ사다가(闍多迦)ㆍ배부략(裴富略)ㆍ아부타달마(阿浮陀達摩)ㆍ우바제사(優波提舍)인데 나쁜 비구들이 이 12부경(部經)을 헐뜯고 사라지게 할 것이니, 그 사람들은 문장을 짓되 말을 아름답게 꾸미기나 좋아할 것이다. 이와 같은 모든 나쁜 비구가 많이 있어 나의 불법을 깨뜨릴 것이다.”
013_0650_a_01L그러자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미래 세상에서는 이와 같이 모든 나쁜 비구가 태어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래, 그렇다. 아난아, 미래 세상에는 꼭 이와 같이 모든 나쁜 비구가 세상에 태어날 것이다. 비록 법복을 입고 머리와 수염을 깎았으나 나의 불법을 파괴할 것이다.”
이때 아난이 이와 같이 생각하였다. ‘부처님의 힘을 말미암는다면 나도 미래 세상의 저와 같은 일들을 볼 수 있으리라.’ 그러자 여래께서 신통의 힘으로 곧 아난으로 하여금 미래의 모든 나쁜 비구가 아이를 제 무릎에 앉히고 아내를 옆에 둔 모습을 보게 하시고, 그 밖에 여러 가지 모든 법답지 않은 일을 보게 하셨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그렇다. 네가 말한 것과 같다. 여래의 현재에는 실제로 이와 같이 나쁜 비구들에게 둘러싸여 설법한 사실이 없다.”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아난아, 미래 세상에는 집에 있는 세속 사람[白衣]들이 하늘에 태어나는 일이 많을 것이고, 출가한 사람들 중에 지옥ㆍ아귀ㆍ축생에 떨어지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013_0650_b_01L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좋고 나쁜 업은 결코 없어지지 않는다. 내가 과거에 일찍이 장사꾼들의 우두머리가 되어서 넓은 바다로 나아갔다가 많은 사람을 살려야 하는 이유 때문에 한 사람을 찔러 죽인 일이 있었다. 이 업 때문에 성불에 이르기까지 오히려 몸에 금장(金鏘)의 갚음을 받았다.”
이때 제석천왕과 삼십삼천의 무리들이 재빨리 부처님 계신 곳에 와서 부처님의 발에 절하고 물러나 한쪽에 머물렀다. 염마천왕과 백만억 염마천의 무리가 재빨리 부처님 계신 곳에 와서 부처님의 발에 절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산도솔타천왕(刪兜率陀天王)과 백만억 산도솔타천 무리가 재빨리 부처님 계신 곳에 와서 부처님의 발에 절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화락천왕과 백만억 화락천 무리가 재빨리 부처님 계신 곳에 와서 부처님의 발에 절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타화자재천왕과 백만억 타화자재천 무리가 재빨리 부처님 계신 곳에 와서 부처님의 발에 절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그리고 비마질다라 아수라왕과 백만억 아수라 무리도 재빨리 부처님 계신 곳에 와서 부처님의 발에 절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사가라용왕과 백만억 용의 무리가 재빨리 부처님 계신 곳에 와서 부처님의 발에 절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이렇게 모두가 한 순간, 한 찰나, 한 무허율다 사이에 모든 하늘ㆍ아수라ㆍ가루라ㆍ건달바ㆍ긴나라ㆍ마후라가 등이 12유순의 허공에 가득 찼으니 모두가 여래를 마지막으로 뵙기 위한 까닭이었다.
013_0650_c_01L이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도량의 보리수는 가장 뛰어나고 매우 묘하니 과거의 모든 부처님도 다 이곳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셨고, 미래의 모든 부처님도 이곳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실 것이며, 현재의 나 또한 이곳에서 18억 마군을 쳐부수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였다.
이와 같이 아난아, 나는 이제 머지않아 분명히 반열반할 것이다. 다시 아난아, 람비니 동산은 가장 뛰어나고 매우 묘하니 이곳은 부처인 여래가 최후로 태어난 곳이다. 다시 아난아, 마야부인은 큰 복덕이 있어서 사람 가운데 보배를 낳으셨다. 다시 아난아, 정반왕은 큰 복덕이 있어서 일체 모든 중생 가운데 가장 뛰어난 보배의 아버지가 되셨다.
다시 아난아, 비사리성과 비기리국은 가장 뛰어나고 가장 묘하며, 왕사성과 마가타국도 가장 뛰어나고 가장 묘하며, 일곱 암파라 나무가 있는 곳도 또한 묘하며, 구탐마야와 니구타 숲이 있는 곳도 또한 뛰어나고 묘하며, 비라다두라다두라니가 쉬던 곳도 또한 뛰어나고 묘하며, 역사(力士)가 태어난 땅은 과거에 전륜성왕이 보배로운 하늘관을 벗어 여기 벽지불의 탑을 안치한 곳이며, 나의 몸을 태울 가장 뛰어나고 묘한 땅이다.
013_0651_a_01L그리하여 세존께서는 파파성에 이르셔서 제도할 이를 모두 제도하셨다. 그리고 다시 여러 나라로 나아가 헤아릴 수 없는 백억 나유타 중생을 교화하셔서 모두 다 마치셨다. 그때 아난이 부처님께서 가시는 대로 수행하여 이와 같이 차츰 나아가 마침내 마가타국의 도량인 보리수에 도착하셨다. 세존께서 나무를 여섯 번 도시고 그 아래에 결가부좌하신 뒤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여래는 오래지 않아 보름 뒤에는 반열반할 것이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부처님 세존께서 탐하고 성내고 어리석음이 있으셔서 이 염부제를 찬탄한다’는 이러한 생각을 하지 말라. 여래란 탐하고 성내고 어리석음을 여읜 자이다. 이 삼계의 처소는 중생이 태어나는 곳인데 삼계 가운데 이 욕계는 중생들이 세 가지 나쁜 업을 익히는 곳이며, 또 사람이나 하늘에 태어날 업과, 색계와 무색계에 태어날 업과, 더 나아가 비상비비상처(非想非非想處)에 태어날 업을 짓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