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에 박가범(薄伽梵 : 세존)께서는 실라벌성(室羅筏城)의 서다림(誓多林)에 있는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서 무앙수(無央數)의 성문(聲聞)과 보살마하살과 함께 계셨다. 그리고 그곳에는 모든 천인(天人)과 아소락(阿素洛 : 아수라) 등과 한량없는 대중들이 부처님을 앞뒤에서 에워싸고 있었다. 그때에 대중 가운데에서 이름이 불가설공덕장엄(不可說功德莊嚴)인 한 보살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배를 드리고 합장을 하고서 공경스럽게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지금 이 세계의 한량없는 중생들이 번뇌로 인연하여 여러 악업을 지으니, 마땅히 지옥ㆍ아귀ㆍ축생에 태어날 것이며, 더러는 천상이나 인간세계에 태어나서 여러 가지 고통을 받게 될 것입니다. 원하옵건대 불쌍히 여기시어 방편으로 구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훌륭하고 훌륭하도다. 네가 능히 모든 중생들을 불쌍히 여겨 이와 같은 부탁을 하는구나.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으라. 내가 이제 너를 위하여 여러 고통으로부터 구제하는 방편을 간략하게 말하겠노라. 선남자야, 어떤 부처님이 계셨으니, 명호가 부동(不動) 여래ㆍ응공[應]ㆍ정등각(正等覺)이시며, 모든 중생들을 이익이 되고 즐겁게 해주시려고 다라니를 말씀하시어 중생으로 하여금 외우고 생각하게 하셨느니라. 다라니는 다음과 같으니라.
만약 어떤 선남자나 선여인이 지극한 정성으로 부동 여래ㆍ응공ㆍ정등각께 예배를 드리고 위와 같은 다라니를 받아 지닌다면, 예전에 지은 5무간업(無間業)과 4중죄(重罪)와 10악(惡)과 성현을 헐뜯고 정법을 비방한 죄가 모두 소멸되느니라. 그가 임종을 당하여서는 그 부동불(不動佛)께서 여러 보살들과 함께 오셔서 그 사람의 앞에 몸을 나투시어, 찬탄하고 위로하시어 그를 기쁘게 하시고서 말씀하시기를, ‘이제 너를 맞이하러 왔으니 마땅히 나를 따라서 불국토에 가도록 하자’고 하실 것이다. 그는 목숨을 마치면 반드시 부동여래의 청정한 불국토에 가서 태어날 것이니라. 선남자야, 또 어떤 부처님이 계셨으니, 명호를 멸악취왕(滅惡趣王) 여래ㆍ응공ㆍ정등각이라 하셨고, 모든 중생들을 이익이 되고 즐겁게 하시려고 다라니를 말씀하시어 중생들로 하여금 외우고 생각하게 하셨느니라. 다라니는 다음과 같으니라.
만약에 어떤 선남자나 선여인이 지극한 정성으로 멸악취왕 여래ㆍ응공ㆍ정등각께 공경하여 예배를 드리고 이 다라니를 받아 지닌다면, 1만 4천 겁 동안 언제나 숙명(宿命)을 기억할 것이며, 태어나는 곳 어디에서나 남자의 몸을 받아 태어날 것이다. 몸의 모든 기관을 온전히 다 갖추고 인과를 깊이 믿을 것이며, 여러 가지 기술을 능숙하게 구사하고 모든 논(論)을 잘 이해할 것이다. 은혜 베풀기를 좋아하고 모든 욕심을 싫어하여 버릴 것이며, 악업(惡業)을 짓지 않고 위태롭고 두려운 모든 일들을 여읠 것이다. 올바른 명혜(命慧)1)를 구족하고 여러 사람들에게서 사랑과 존중을 받을 것이며, 항상 착한 친구를 가까이하고, 언제나 바른 법을 들을 것이다. 보리심(菩提心)을 구하여 잠시도 그 마음을 버리지 않을 것이며, 모든 공덕을 가지고서 스스로를 장엄할 것이다. 착한 율(律)과 의(儀)를 구족하고 모든 악한 업을 두려워할 것이며, 언제든지 모자람이 없고 잘 어울리고, 부드러우며 즐겁고 고요할 것이다. 천인(天人) 가운데에서 언제든지 즐거움을 누릴 것이며, 무상정등보리(無上正等菩提)를 빨리 증득할 것이며, 끝내 열 가지 도피안(到彼岸)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항상 일체 유정(有情)들을 이롭고 즐겁게 해주기를 원할 것이며, 수행하는 모든 것들을 오로지 자신의 이익으로만 여기지 않을 것이며, 태어나는 어느 곳에서든지 언제나 부처님을 뵐 수 있게 될 것이며, 바른 법을 보호하고 지켜서 현성(賢聖)의 무리에 참여하게 될 것이니라.” 그때 박가범께서 이 경을 설하여 마치시니, 성문ㆍ보살과 모든 천인ㆍ아수라 등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모두 크게 기뻐하여 믿고 받아서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