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때에 박가범(薄伽梵)께서는 왕사성(王舍城)의 죽림원(竹林園)에 계셨는데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한 비구가 온천(溫泉) 곁에 머물러 있었다. 그때에 한 천인(天人)이 있었는데 얼굴 모습이 단정하고 위엄이 있으며 광명이 특별히 미묘하였다. 그 천인은 초저녁이 지나 그 비구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그 천인의 위엄스러운 광명은 주변을 두루 환하게 하였는데 온천 주변을 모두 밝게 비추었다. 그 천인은 합장하고 공손하게 예(禮)를 올린 다음 한 쪽에 앉아 비구에게 말하였다. “덕(德)이 크신 이여, 그대는 전에 『선야경(善夜經)』에 대해 들으신 적이 있습니까?” 비구가 대답하였다. “저는 전에 이와 같은 경전에 대해 들은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다시 천인에게 물었다. “그대는 이미 알고 계십니까?” 천인이 말하였다. “저도 또한 알지 못합니다.” 비구가 말하였다. “누군가 알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 천인이 말하였다. “더없이 훌륭하시고 부모님과 같이 자애로우신 이께서 죽림원에 계십니다. 그대는 지금 그곳으로 가시어 청하여 물으시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대로 반드시 받들어 행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고 나서 홀연히 사라졌다. 그때에 그 비구는 새벽이 되자 세존(世尊)께서 계시는 곳으로 가서 부처님 두 발에 이마를 대어 예배를 올린 후 한 쪽에 서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어젯밤에 한 천인이 초경(初更)이 지났을 무렵 제가 있는 곳으로 와서 온천 주변을 밝게 비추고 나서 제게 묻기를 ‘그대는 전에 『선야경』에 대해 들은 적이 있습니까?’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들은 적이 없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그 천인에게 묻기를 ‘그대는 이미 알고 계십니까?’라고 하였습니다. 그 천인이 대답하기를 ‘저도 모릅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제가 다시 묻기를 ‘누군가 알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라고 하였습니다. 그 천인이 말하기를 ‘더없이 훌륭하시고 부모님과 같이 자애로우신 이께서 죽림원에 계십니다. 그대는 가서 묻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반드시 받들어 행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나서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저는 이러한 일이 있었기 때문에 이곳에 와서 세존께 여쭙고자 합니다.” 세존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그 천인을 알고 있는가?” 그 비구가 대답하였다. “알지 못합니다.” “그대는 이제 마땅히 알아라. 그는 33천(天)의 승묘천자(勝妙天子)이며 위덕대장(威德大將)으로서 이름이 전단(栴檀)이니라. 모든 중생들을 이롭게 하고 그대를 깨닫게 하기 위하여 이곳에 와서 이 경의 이름을 물었느니라.” 그 때 그 비구가 다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제가 이제 『선야경』을 듣기를 원하나이다. 오직 바라옵나니, 세존께서는 가엾게 여기시어 말씀해 주소서.” 그 때 세존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이 『선야경』은 큰 공덕(功德)을 갖추고 있어서 만약에 어떤 이가 이 경을 듣는다면 능히 번뇌를 끊고 곧 보리(菩提)를 증득할 것이니라. 그대는 마땅히 잘 듣고 아주 잘 생각하여라. 내가 마땅히 그대를 위하여 말해 주리라. 과거의 모든 법을 돌이켜 생각하지 말아야 하고, 미래의 모든 법도 또한 바라지 말아야 하고, 현재의 모든 법에 염착(染着)을 내지도 말아야 한다. 이와 같이 행하는 것을 ‘진정한 해탈’[眞解脫]이라고 하느니라.” 이때에 세존께서 게송(偈頌)으로 말씀하셨다.
마땅히 과거를 생각하지도 말고 미래에 대하여 바라지도 말며 현재의 시간에서 모든 생각을 그대로 관찰하라.
망상심(妄想心)은 버리기 어렵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잘 관찰할 수 있느니라. 마땅히 서둘러서 부지런히 닦아야 하리니 어찌 내일이 온다고 확신할 수 있겠는가.
저 사왕(死王)1)이 와서2) 그대를 제압하고 자기를 따르게 할 것이니 이런 까닭으로 나 석가모니(釋迦牟尼)는 지금 『선야경』을 말하는 것이니라.
늘 원하건대, 모든 유정(有情)들이여! 괴로움을 벗어나 안락을 얻고 갖가지 악업(惡業)을 짓지 않으며 항상 많은 선업(善業)을 닦을지어다.
이 때 세존께서는 모든 중생들을 이롭게 하고, 그들이 긴 밤 동안에 안온한 즐거움을 얻고, 모든 장애와 번뇌에서 벗어나서, 태어나는 곳마다 선근(善根)이 더욱 늘어나고, 항상 삼보(三寶)를 만나며, 악취(惡趣)에 떨어지지 않게 하시려고, 다시 이 다라니를 말씀하셨다.
“만약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優婆塞)ㆍ우바이(優婆夷)와 다른 선남자(善男子)나 선여인(善女人) 등이 이 『선야경』 가운데에서 한 개의 게송이나 한 구의 주문(呪文)이라도 독송(讀誦)하고 받아 지니며, 공양하고 존중하며, 그 뜻을 분명히 이해하고 다른 사람을 위하여 자세히 말해 주면, 이 사람은 언제나 모든 재앙과 액난이 없어지며, 뜻하지 않게 죽는 일이나 노쇠(老衰)와 번뇌가 없어지고, 과거 일곱 생(生)에 걸친 일을 알게 되며, 크나큰 보리의 마음을 잃어버리지 않고, 결정코 열반의 바른 길로 나아갈 것임을 반드시 알아야 하느니라. 만약 선남자나 선여인이 이 『선야경』을 받아 지니고 독송하면 미래세(未來世)에 태어나는 곳에서 반드시 숙주지(宿住智)3)를 얻어 항상 존경과 부귀를 누리며 편안하고 즐거울 것이니라.”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이 사람은 언제나 뜻하지 않게 죽는 일이 없으며, 때에 따르는 업(業)을 지었기 때문에 때 아닌 죽음에서 벗어나리라.
모든 중생들을 지켜주며 질병과 근심과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하고, 상서롭지 못한 일과 악몽에서 벗어나게 하며 험한 길을 갈 때에도 언제나 편안하게 하리라.
만약 선남자 선여인이 이 경을 받들어 지니면 상호(相好)를 두루 갖추어 다른 사람들의 존경과 존중을 받으며 바라는 것이 모두 원만하게 이루어지리라.
만약 몸과 말과 뜻으로 좋지 않은 업을 지었더라도 이 경의 위신력(威神力)으로 영원히 어떠한 나쁜 과보도 받지 않으리라.
만약 물난리ㆍ화재ㆍ폭군(暴君)과 천둥ㆍ벼락ㆍ독(毒)에 의하여 상해(傷害)를 입거나 원수(怨讐)와 전쟁을 치를 때에도 이 경을 기억하면 모두 벗어나리라.
또 다시 밝은 주문이 있나니 만약 이 주문을 독송하면 언제나 선근(善根)이 늘어나고 모든 악업(惡業)이 소멸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