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13_1201_b_01L불설불지경(佛說佛地經) 1권
013_1201_b_01L佛說佛地經一卷
대당삼장성교서(大唐三藏聖教序)1)
013_1201_b_02L 大唐三藏聖教序


태종문황제제太宗文皇帝製
013_1201_b_03L太宗文皇帝製


대개 내가 듣건대, 하늘과 땅[二儀]은 형상[像]이 있어, 만물을 덮고 실음으로 모든 생명을 품고 있음이 드러나고, 네 계절[四時]은 형태[形]가 없어, 추위와 더위가 번갈아 가며 만물을 기르는 것이 감춰져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하늘과 땅을 자세히 살펴봄으로, 평범하고 어리석은 사람도 모두 하늘과 땅이 운행하는 이치의 실마리를 알게 되지만, 하늘과 땅의 이치인 음(陰)과 양(陽)을 명확히 꿰뚫어 보는 데에는, 지혜로운 사람이라도 그 변화의 모든 수를 다 아는 것은 매우 드물다. 그러나 하늘과 땅이 음양의 원리를 담고 있음에도, 음양의 이치를 쉽게 아는 것은 하늘과 땅이 형상이 있기 때문이요, 음양의 이치가 하늘과 땅에 담겨있을지라도 그 이치를 온전히 다 알기 어려운 것은, 음양의 변화는 형태가 없기 때문인 것이다.
013_1201_b_04L蓋聞二儀有像顯覆載以含生四時無形潛寒暑以化物是以窺天鑑地庸愚皆識其端明陰洞陽賢哲罕窮其數然而天地苞乎陰陽而易識者以其有像也陰陽處乎天地而難窮以其無形也
그러므로 하늘과 땅의 형상이 겉으로 드러나 그것을 파악할 수 있으면, 비록 어리석은 사람이라도 미혹되어 이해하지 못할 것이 없고, 음양이 변화하는 모습이 감춰져 그것을 엿볼 수 없으면, 지혜로운 사람이라도 오히려 미혹되어 도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하물며 불도(佛道)는 형상이 없이 텅 빈 가르침을 숭상하고, 깊고 현묘한 진리에 오르고 완전한 고요 속의 깨달음을 이끌어서, 모든 중생을 널리 구제하고 온 세상을 맡아 다스리며, 신령한 위엄을 일으키면 위로 그 한계가 없고, 그 신묘한 힘을 억누르면 아래로 그 끝이 없으며, 그 가르침을 거시의 세계로 확장하면 우주에까지 미치고 미시의 세계로 축소하면 터럭까지도 주관하니, 소멸하는 것도 없고 생겨나는 것도 없어서 천겁(千劫)이 흘렀어도 낡지 않고, 감춰진 듯 드러난 듯 온갖 복[百福]을 주관하면서 오늘날까지 이어졌도다. 현묘한 도는 그윽하고도 그윽하여서 그것을 아무리 좇아가더라도 그 끝을 알 수가 없고, 부처님의 법이 흘러 그 적멸의 경지에 깊이 잠기니 그 법을 아무리 퍼내어도 그 근원을 헤아리기 어렵다. 그러므로 어리석고 평범한 사람들과 초라하며 못난 사람들이, 불법의 뜻에 자신을 던지면 이 세상의 어떤 의혹도 없앨 수 있음을 어찌 알 수 있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불교가 일어난 것은 서토(西土)를 기반으로 하였으나, 이제는 우리 당나라[漢庭]에 전해져 우리에게 희망의 환한 꿈을 꾸게 하는 것이요, 우리 중국에 부처님의 빛을 비추어 부처님의 자비가 흐르도록 한 것이다.
013_1201_b_10L故知像顯可徵雖愚不惑形潛莫睹在智猶迷況乎佛道崇虛乘幽控寂弘濟萬品典御十方擧威靈而無上抑神力而無下大之則彌於宇宙細之則攝於毫釐無滅無生歷千劫而不古若隱若顯運百福而長今妙道凝玄遵之莫知其際法流湛寂挹之莫測其源故知蠢蠢凡愚區區庸鄙投其旨趣能無疑惑者哉然則大教之興基乎西土騰漢庭而皎夢照東域而流慈
013_1201_c_01L옛날 온 세상이 처음 시작되었을 때에는 가르침이 아직 전해지지 않아도 교화가 이루어졌으나, 현 시대에는 백성이 부처님의 덕행을 우러러보고서야 따를 줄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어둠 속에 있던 사람들이 진리의 빛으로 돌아서서 법도가 바뀌고 시대가 변화함에 이르러, 이전에는 부처님 얼굴[金容]의 찬란한 빛이 가려져서 삼천대천세계[三千]를 비추지 못하다가, 지금은 부처님의 아름다운 형상이 펼쳐지게 되어 단정하신 부처님의 32상[四八之相]을 보게 되었다. 이에 부처님의 정미한 말씀이 널리 전해져서 중생을 삼도(三途)2)에서 구제하였고, 선각자들이 남긴 가르침이 널리 전파되어 중생을 십지(十地)3)로 인도하였다. 그러나 참된 가르침은 사람들이 받들어 따르기 어렵고 그 가르침의 뜻을 하나로 모을 수도 없으나, 세상에 아첨하는 가르침은 사람들이 따르기가 쉬워서 이에 참과 거짓이 얽히고설키게 되었다. 이 때문에 만물의 실체가 없다는 공론[空]과 모든 현상의 본체가 있다는 유론[有]이 더러는 옛 습속을 따라 시비(是非)를 일으킨 것이고, 대승과 소승이 때때로 세월의 흐름에 따라 번갈아 흥하고 망하게 된 것이다.
013_1201_b_20L昔者分形分迹之時言未馳而成化當常見常之世民仰德而知遵及乎晦影歸眞遷儀越世金容掩色不鏡三千之光麗象開圖空端四八之相於是微言廣被拯含類於三途遺訓遐宣導群生於十地然而眞教難仰莫能一其旨歸曲學易遵邪正於焉紛糾所以空有之論或習俗而是非大小之乘乍沿時而隆替
현장(玄奘) 법사라는 분이 있는데, 법문(法門)의 제일가는 스승이다. 그는 어려서 마음이 바르고 배우는 데 민첩하여 일찍 삼공(三空)4)의 마음을 깨달았고, 커서는 그 정신과 뜻이 불교의 가르침에 부합하여 먼저 사인(四忍)5)의 수행을 감당하였다. 소나무 숲에 부는 맑은 바람[松風]과 호수에 비친 아름다운 달[水月]도 그의 맑고 아름다움 성품에는 견줄 수 없었으니, 신선이 먹는 이슬[仙露]과 찬란한 구슬[明珠]을 어찌 그의 환하고 넉넉한 모습과 비교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그의 지혜는 모든 것을 통달하여 얽매임이 없고, 그의 정신도 모든 것을 헤아리며 막힘이 없어서, 이미 육진(六塵)6)을 초월하고 멀리 벗어나니, 아득한7) 옛날부터 지금까지 그와 상대할 자가 없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내면을 닦는 데 모든 마음을 쏟으며, 불교의 정법(正法)이 업신여겨지고 쇠퇴함을 슬퍼하였고, 불문[玄門]을 깊이 고찰하여 불법의 심오한 경문이 잘못 전해짐을 안타깝게 여겨서, 불교 경문을 조리에 따라 이치에 맞게 분석하여 전에 들은 것들을 확장하고, 잘못된 것들은 끊어내고 참된 것들을 잇게 하여, 후학들에게 올바른 길을 열어주고자 하였다.
013_1201_c_07L有玄奘法師者法門之領袖也幼懷貞敏早悟三空之心長契神情先苞四忍之行松風水月未足比其淸華仙露明珠詎能方其朗潤故以智通無累神測未形超六塵而迥出隻千古而無對凝心內境悲正法之陵遲拪慮玄門慨深文之訛謬思欲分條析理廣彼前聞截僞續眞開茲後學
013_1202_a_01L이 때문에 그의 마음은 부처님이 계신 곳[淨土]으로 향하게 되어 멀리 서역(西域)으로 떠나게 되었다. 위험을 무릅쓰고 멀리 떠나 지팡이 하나에 의지하여 홀로 여행을 하니, 쌓인 눈이 새벽에 이리저리 날리는데 길에서 갈 곳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모래 바람이 저녁에 갑자기 일어남에 텅 빈 밖에서 갈 방향을 잃기도 하였다. 만리(萬里)를 가며 만난 산과 강을 지날 때에도 자욱한 안개와 노을을 헤치고 자신의 그림자만 보고 용감히 나아갔고, 온갖 추위와 더위 속에서도 서리를 밟고 눈을 맞으며 묵묵히 앞으로 발을 디뎠다. 부처님에 대한 간절한 마음을 중히 여기고 자신의 수고는 가볍게 여기며, 자신의 깊은 바람이 이루어지기를 간곡히 구하여, 서역을 17년 동안 두루 다녔다. 그동안 불도가 전해진 지역을 모두 다니며, 정교(正教)을 묻고 구하였다. 그는 쌍림(雙林)을 지나고 팔수(八水)에 이르러, 부처님의 도를 맛보고 불도의 유풍[風]을 느낄 수 있었으며, 녹야원[鹿苑]에 가고 영취봉[鷲峯]에 올라 부처님의 신비하고 기이한 유적들을 우러러볼 수 있었다. 그가 앞선 성인들의 지극한 가르침을 받들고 현인들의 참된 가르침을 이어받으며, 오묘한 법문을 깊이 탐구하고 심오한 가르침을 정밀하게 궁구하니, 일승(一乘)과 오율(五律)의 도(道)가 마음 밭에서 치달리며 뛰놀게 되었고, 팔장(八藏)과 삼협(三篋)의 문장[文]이 그의 입안에서 파도의 물결처럼 끊임없이 나오게 되었다. 이에 그는 자신이 지났던 나라들로부터 삼장(三藏)의 핵심 경문을 모두 모아 가지고 왔으니, 모두 657부(部)이다. 그리고 번역된 경문은 중국에 널리 배포되어, 그의 빼어난 공덕이 온 세상에 널리 전해지게 되었다.
013_1201_c_15L是以翹心淨土往遊西域乘危遠邁杖策孤征積雪晨飛途閒失地驚砂夕起空外迷天萬里山川撥煙霞而進影百重寒暑躡霜雪而前蹤誠重勞輕求深願達周遊西宇十有七年窮歷道邦詢求正教雙林八水味道飡風鹿菀鷲峯瞻奇仰異承至言於先聖受眞教於上賢探賾妙門精窮奧業一乘五律之道馳驟於心田八藏三篋之文波濤於口海爰自所歷之國摠將三藏要文凡六百五十七部譯布中夏宣揚勝
그가 서역에서 부처님의 자비로운 구름을 이끌고 와서 중국에 불법의 비를 내리게 하니, 결함이 있었던 불교가 다시 온전해지고, 죄 가운데 고통 받던 중생이 다시 복(福)을 받게 되었다. 이것은 불난 집[火宅]의 활활 타는 불꽃에 물을 뿌려서 다시는 미혹된 길로 가지 않게 한 것이고, 애욕의 캄캄한 파도에 빛을 비춰 피안(彼岸)의 세계로 인도한 것이다. 이것으로 사람들은 악(惡)을 행하면 그것으로 인해 업(業)이 생겨 지옥으로 떨어지고, 선(善)을 행하면 그것으로 인해 극락에 오르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극락에 오르고 지옥에 떨어지는 실마리는 오직 사람이 행한 것에 근거한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013_1202_a_04L引慈雲於西極注法雨於東垂教缺而復全蒼生罪而還福濕火宅之乾焰共拔迷途朗愛水之昏波臻彼岸是知惡因業墜善以緣昇墜之端惟人所託
비유컨대 계수나무는 높은 산봉우리에서 자라므로 구름이 내리는 깨끗한 이슬만이 그 꽃을 적실 수 있고, 연꽃은 맑은 물결 속에서 꽃을 피우므로 날리는 티끌이 그 잎을 더럽힐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은 연꽃의 본성이 본래 깨끗하거나 계수나무의 바탕이 본래 바르기 때문이 아니라, 계수나무가 자라는 곳이 높기 때문에 탁한 것이 더럽힐 수 없는 것이요, 연꽃이 의지한 곳이 맑은 물속이기 때문에 지저분한 것이 더럽힐 수 없는 것이다. 무릇 풀과 나무가 지각이 없을지라도 오히려 좋은 조건에 의지하여 선(善)을 이루는데, 하물며 사람은 지각이 있어 복된 조건을 가지고 복을 이룰 수 없겠는가. 지금 이 경(經)이 널리 전해져서 해와 달처럼 다함없이 이어지고, 이 복(福)이 멀리 펼쳐져서 하늘과 땅과 함께 영원하고 광대하기를 바라노라.
013_1202_a_08L譬夫桂生高嶺露方得泫其花蓮出淥波飛塵不能污其葉非蓮性自潔而桂質本貞由所附者高則微物不能累所憑者則濁類不能沾夫以卉木無知資善而成善況乎人倫有識不緣慶而求慶方冀茲經流施將日月而無斯福遐敷與乾坤而永大


황제술삼장성교서기(皇帝述三藏聖教序記)8)
013_1202_a_15L皇帝述三藏聖教序記在春宮日製
재춘궁일제(在春宮日製)9)

무릇 부처님의 올바른 가르침을 세상에 드러내어 널리 전함에, 지혜로운 사람이 아니면 그 가르침[文]을 널리 퍼뜨리지 못하는 것이요, 불법의 심오한 가르침을 받들어 분명히 밝히는 것도, 현명한 사람이 아니면 그 뜻[旨]을 정확히 확정할 수 없는 것이다. 대개 진여(眞如)의 성스러운 가르침은 모든 불법의 궁극적 근원이요, 모든 불경이 따라야 할 본보기이다. 그 담긴 내용은 너무나 넓고 크며 그 오묘한 뜻은 너무나 아득하고 깊어서, 공(空)과 유(有)의 정밀하고 미묘한 이치도 완전히 꿰뚫게 하고, 삶과 죽음의 가장 핵심적인 진리도 체득하게 한다. 그러나 그 말씀은 너무 많고 복잡하며 그 도리는 너무 다양하고 넓어서, 불법을 찾는 자가 그 근원을 다 탐구하기 어렵고, 그 경문은 세상에 드러났어도 그 의미는 깊이 감추어져 있어, 불법을 실행하려는 자가 불법의 극의를 분명히 헤아리기 어려운 것이다.
013_1202_a_16L夫顯揚正教非智無以廣其文崇闡微言非賢莫能定其旨蓋眞如聖教諸法之玄宗衆經之軌躅也綜括宏遠奧旨遐深極空有之精微體生滅之機要詞茂道曠尋之者不究其文顯義幽履之者莫測其際
013_1202_b_01L 그러므로 부처님의 성스런 자비가 덧입혀져야 모든 중생의 업(業)이 선(善)으로 나아가고, 부처님의 신묘한 교화가 펼쳐져야 모든 세상의 인연[緣]에서 악(惡)이 끊어짐을 알게 되어, 불법의 그물[法網]이 넓게 펼쳐지고 육바라밀[六度]의 올바른 가르침이 널리 베풀어져, 모든 중생이 도탄(塗炭)에서 구원받고, 삼장(三藏)의 비밀스런 빗장[秘扃]이 열리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부처님의 이름은 날개가 없어도 오래도록 세상에 전해졌고, 부처님의 도(道)는 뿌리가 없어도 영원히 견고하게 박혔으며, 부처님의 도와 이름으로 세상에 전해진 축복은 아무리 오랜 세월이 지나도 변함이 없고, 세상에 내려와 중생을 감동시킨 부처님의 모습은 헤아릴 수 없는 겁이 흘러도 손상되지 않은 것이다.
013_1202_a_22L故知聖慈所被業無善而不臻妙化所敷緣無惡而不翦開法網之綱紀弘六度之正教拯群有之塗炭啓三藏之秘扃是以名無翼而長飛道無根而永固道名流慶歷遂古而鎭常赴感應身經塵劫而不朽
새벽의 종소리[鍾]와 저녁의 게송 소리[梵], 이 두 가지 소리가 영취봉[鷲峯]에서 어우러지고, 부처님의 지혜의 빛[慧日]과 불법의 맑은 물[法流]이 두 개의 수레바퀴처럼 끊임없이 돌아가 녹야원[鹿苑]에서 전해졌으니, 공중으로 치솟은 보개(寶蓋)10)는 떠도는 구름[翔雲]과 함께 나는 듯하였고, 들판의 무성한 봄 숲[春林]은 천화(天花)11)와 더불어 아름다운 광채를 발하였다.
013_1202_b_05L晨鍾夕梵交二音於鷲峯慧日法流轉雙輪於鹿菀排空寶蓋接翔雲而共飛莊野春林與天花而合彩
엎드려 생각건대, 황제폐하께서는 불교의 깊은 이치를 숭상함으로 복(福)을 받아, 옷을 늘어뜨리고 손을 꽂은 채로 있어도 온 세상이 다스려졌고, 그 덕(德)이 온 백성에게 입혀져, 공손히 옷깃을 여미고만 있어도 모든 나라가 고개를 숙이고 조공을 바쳤으며, 그 은혜가 죽은 자에까지 이르러 무덤에도 불교경전이 들어가게 되었고, 그 은택이 곤충에까지 미치어 금궤에도 불교의 게송이 담기게 되었다. 그리하여 드디어 아뇩달수(阿耨達水)12)가 중국의 중심13)에 흐르는 팔천(八川)14)과 통하게 되었고, 기사굴산(耆闍崛山 : 영취산)이 숭산과 화산[嵩華]의 푸른 봉우리와 맞닿게 되었다.
013_1202_b_08L伏惟皇帝陛下上玄資福垂拱而治八荒德被黔黎斂衽而朝萬國恩加朽骨石室歸貝葉之文澤及昆蟲金匱流梵說之偈遂使阿耨達水通神甸之八川耆闍崛山接嵩華之翠嶺
가만히 생각해보면, 불법의 본성은 움직이지 않고 고요하여, 온전히 불법에 귀의하는 마음이 없으면 불법을 깨닫지 못하고, 지혜의 대지는 깊고 그윽하여 간절하고 지극한 정성에만 감응하여 그 모습을 드러내니, 어찌 칠흑 같은 혼돈의 밤을 비추는 지혜의 등불이요, 화마가 휩쓰는 아침에 내리는 불법의 은택이라 하지 않겠는가. 이에 모든 하천은 다르게 흘러도 모두 함께 바다로 모이고, 모든 만물의 이치는 나누어졌어도 결국 모두 만물의 실재를 이루니, 어찌 탕왕[湯]과 무왕[武]의 우열을 비교하며, 요임금[堯]과 순임금[舜]의 성덕을 서로 견주겠는가.
013_1202_b_13L竊以法性凝寂靡歸心而不通智地玄奧感懇誠而遂顯豈謂重昏之夜燭慧炬之光火宅之朝降法雨之澤於是百川異流同會於海萬區分義摠成乎實豈與湯武挍其優劣堯舜比其聖德者哉
현장(玄奘) 법사는 어려서부터 총명하였고 담백하고 소박한 삶에 뜻을 두었으며, 정신은 어린 나이에도 한없이 맑았고, 신체도 세상 사람들보다 빼어났다. 선방[定室]에서 모든 정신을 집중하고, 깊은 바위산[幽巖]에 자취를 숨겼으며, 삼선(三禪)15)의 세계에 오르고, 십지(十地)의 수행을 차례로 수행하였으며, 육진(六塵)16)의 경계를 초월하여 홀로 부처님의 땅[迦維 : 인도)을 밟고, 일승(一乘)의 뜻[旨]을 깨달아 그 근기에 따라 중생을 교화하였다.
013_1202_b_19L玄奘法師者夙懷聰令志夷簡神淸齠齔之年體拔浮華之凝情定室匿迹幽巖拪息三禪遊十地超六塵之境獨步迦維會一乘之旨隨機化物
013_1202_c_01L 현장은 중국에는 의거할 진경[眞文]이 없어 인도의 불경을 찾아서, 멀리 항하(恒河 : 갠지스 강)를 건너 불경을 가져오길 늘 바랐고, 이에 여러 차례 설산[雪嶺]을 넘어가 불경을 가져왔다. 도(道)를 물으며 인도에서 돌아오기까지 17년 세월 동안 불교 경전을 다 깨달아서, 만물을 이롭게 하는 데에만 마음을 두게 되었다. 때문에 정관(貞觀) 19년 2월 6일 홍복사(弘福寺)에서 조칙[勅]을 받들어, 성교(聖教)의 중요한 문장을 번역하니, 모두 657부(部)이다. 이는 대해(大海)의 법류(法流)를 끌어다가 세속의 노고를 씻어서 마르지 않게 한 것이요, 지혜의 등불[智燈]을 전하여 세속의 어둠을 비춰 항상 밝게 한 것이니, 스스로 오랜 동안17) 좋은 인연을 심은 것이 아니라면, 어찌 불법의 뜻을 이렇게 드날릴 수 있었겠는가.18) 이것은 법상(法相)19)이 항상 존재하는 것이 해・달・별[三光]의 광명처럼 분명하고, 우리 황제폐하의 복덕이 이 세상에 오는 것이 하늘・땅[二儀]의 견고함처럼 확실함을 말한 것이다.
013_1202_b_23L以中華之無質印度之眞文遠涉恒河終期滿字登雪嶺更獲半珠問道往還十有七備通釋典利物爲心以貞觀十九年二月六日奉 勅於弘福寺翻譯聖教要文凡六百五十七部引大海之法流洗塵勞而不竭傳智燈之長皎幽闇而恒明自非久植勝緣以顯揚斯旨所謂法相常住齊三光之明 我皇福臻同二儀之固
엎드려 황제폐하께서 지으신 여러 경론의 서문을 보니, 옛일을 비추어 현재를 뛰어넘게 한 것으로, 그 이치는 금석(金石)과 같이 웅장한 소리를 담고 있고, 그 문장은 풍운(風雲)이 뿌리는 은택을 간직하고 있다. 나(治 : 고종의 이름)는 이에 가벼운 티끌을 거대한 산악에 덧붙이듯, 이슬을 떨어뜨려 강물에 첨가하듯 내 글을 폐하의 서문에 덧붙임으로, 간략하게 그 대강(大綱)을 들어서 이 기문을 짓는다.
013_1202_c_09L伏見御製衆經論序照古騰今理含金石之聲文抱風雲之潤治輒以輕塵嶽墜露添流略擧大綱以爲斯記


불설불지경(佛說佛地經)
013_1202_c_12L佛說佛地經


대당(大唐) 현장(玄奘) 한역
김성구 번역
013_1202_c_13L太唐三藏法師 玄奘奉 詔譯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13_1202_c_14L如是我聞
어느 때 박가범(薄伽梵)께서 가장 훌륭하게 빛나는 7보(寶)로 장엄된 곳에 머무시며 큰 광명을 놓아 끝없는 세계를 두루 비추셨다. 그러자 온 사방이 아름다운 장식으로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는데, 그 화려한 치장은 원만하여 끝이 없었다. 그 양은 헤아리기 어려우니, 삼계(三界)의 모든 처소를 뛰어넘었고, 세간의 선근(善根)으로 일으키는 것을 훨씬 뛰어넘었다.
013_1202_c_15L一時薄伽梵住最勝光曜七寶莊嚴放大光明普照一切無邊世界無量方所妙飾閒列周圓無際其量難測超過三界所行之處勝出世閒善根所起
이곳은 지극히 자재한 맑은 식(識)을 모습으로 삼으며, 여래가 모이는 곳이고, 모든 큰 보살이 모이는 곳이었다. 한없이 많은 하늘과 용과 인비인(人非人)들이 항상 곁에서 따랐으며, 광대한 법의 맛[法味]인 기쁨과 즐거움이 담겨 있으며, 모든 중생에게 이로웠다.
013_1202_c_19L最極自在淨識爲相如來所都諸大菩薩衆所雲集無量天龍人非人等常所翼從廣大法味喜樂所持作諸衆生一切義利
013_1203_a_01L 모든 번뇌와 어지럽게 얽히고설킨 때[垢]를 없앴으며, 뭇 마군을 멀리 떠났다. 세상에서 가장 화려하고 여래의 장엄이 의지하는 바로서, 그곳을 오가는 길은 큰 생각[念]과 지혜와 행이고, 큰 삼매[止]와 묘한 관법[觀]을 수레로 삼으며, 그곳으로 들어가는 문은 크게 공(空)하고 모습 없고[無相] 소원 없는[無願] 해탈이며, 한량없는 공덕으로 화려하게 꾸며졌고, 가장 귀하고 아름다운 꽃으로 세워진 곳이다.
013_1202_c_22L滅諸煩惱交撗纏垢遠離衆魔過諸莊嚴如來莊嚴之所依處大念慧行以爲遊路大止妙觀以爲所乘大空無相無願解脫爲所入門無量功德衆所莊嚴大寶花王衆所建立
이 큰 궁전에는 가장 청정한 깨달음을 이루신 박가범께서 머무시는데, 둘이 아닌[不二] 현행(現行)으로 모양 없는 법에 나아가 부처님의 머무르는 곳에 머무시며, 일체 부처님의 평등한 성품을 얻어 걸림 없는 경지에 이르렀으며, 굴리지 못하던 법은 어느 곳을 가더라도 걸림이 없으며, 그 이룬 경지는 생각하기도 논하기도 어려우며, 3세(世)의 평등한 법에 노닐며 그 몸은 일체 세계에 두루 퍼졌다.
013_1203_a_04L大宮殿中是薄伽梵最淸淨覺不二現行趣無相法住於佛住逮得一切佛平等性到無障處不可轉法所行無㝵其所成立不可思議遊於三世平等法性其身流布一切世界
일체 법지(法智)는 의혹이나 막힘이 없으며, 모든 행은 큰 깨달음을 성취하였으며, 모든 법지에 의혹이 없고, 나타내는 몸은 가히 분별할 수 없다. 바로 모든 보살이 구하는 지혜이며, 부처님의 둘 아님[無二]을 얻어 훌륭한 저 언덕에 머무르되 서로 어지럽게 뒤섞이지 않으며, 여래해탈의 묘한 지혜를 다하였고, 중간이나 끝의 치우침도 없는 경지를 증득하였다. 부처님의 지위[佛地]는 평등하여서 법계에 다하였으며, 허공의 성품을 다하였으며, 오는 세상[未來際]까지를 다하였다.
013_1203_a_09L於一切法智無疑滯於一切行成就大覺於諸法智無有疑惑凡所現身不可分別一切菩薩正所求智得佛無二住勝彼岸不相閒雜如來解脫妙智究竟證無中邊佛地平等極於法界盡虛空性窮未來際
한량없는 큰 성문과 함께하시니, 그들은 모두 잘 길들여진 부처님의 아들[佛子]이었다. 마음이 잘 해탈하였고 지혜가 잘 해탈하였고 계행은 매우 청정하였으며, 나아가서 법의 즐거움[法樂]을 구하였으며, 많이 듣고 들은 대로 지녔다.
013_1203_a_15L與諸無量大聲聞衆俱一切調順皆是佛子心善解脫慧善解脫戒善淸趣求法樂多聞聞持
법문 들은 것이 쌓여서 생각할 것은 잘 생각하며, 말할 것은 잘 이야기하며, 지을 것은 잘 지었다. 또한 민첩한 지혜와 빠른 지혜와 영리한 지혜와 세간을 뛰어넘는 지혜와 명쾌하게 잘 선택하는 지혜와 큰 지혜와 넓은 지혜와 동등함이 없는 지혜와 같은 지혜 보배를 성취하였고, 3명(明)을 모두 갖추었다.
013_1203_a_18L其聞積集思所思善說所說善作所作捷慧速慧利慧出慧勝決擇慧大慧廣慧無等慧慧寶成就具足三明
으뜸가는 현법(現法)의 즐거움을 얻었고, 크고 맑은 복밭에 머물렀으며, 위의(威儀)가 고요하며, 위대한 인욕과 부드러움을 성취하였으나 줄어들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여래의 성스러운 가르침을 받들어 행하였다.
013_1203_a_21L逮得第一現法樂住大淨福田威儀寂靜大忍柔和成就無減已善奉行如來聖教
013_1203_b_01L다시 한량없는 보살마하살이 모든 불국토에서 모여 오니 그들은 모두 대승에 머물렀고 대승의 법에서 노닐며, 모든 분별을 떠났다. 또한 갖가지 분별을 분별하지 않았으며, 모든 악마와 원수를 쳐부수었고, 일체 성문ㆍ독각의 얽매인 생각과 분별을 여의었으며, 광대한 법의 맛의 기쁨과 즐거움을 지녔다.
013_1203_a_23L復有無量菩薩摩訶薩從諸佛土俱來集會皆住大乘遊大乘法於諸衆生其心平等離諸分別及不分別種分別摧諸魔怨遠離一切聲聞獨繫念分別廣大法味喜樂所持
다섯 가지 두려움을 초월하여 모두가 한결같이 물러나지 않는 지위에 들었으며, 온갖 괴로움에 시달리는 땅에서 뭇 중생들을 쉬게 해주려고 그들 앞에 나타나는데, 묘생(妙生)보살이 보살 중에 으뜸이었다.
013_1203_b_05L五怖畏一向趣入不退轉位息諸衆生一切苦惱所逼迫地而現在前生菩薩而爲上首
그때 세존께서 묘생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묘생이여, 다섯 가지 법이 있어 큰 깨달음[大覺]의 지위를 포섭하는 줄 알아야 하니, 어떤 것이 다섯 가지인가? 이른바 청정법계(淸淨法界)와 대원경지(大圓鏡智)와 평등성지(平等性智)와 묘관찰지(妙觀察智)와 성소작지(成所作智)이다.
013_1203_b_08L爾時世尊告妙生菩薩妙生當知五種法攝大覺地何等爲五所謂淸淨法界大圓鏡智平等性智妙觀察成所作智
묘생이여, 마땅히 알라. 청정법계란 허공과 같으니, 비유컨대 허공이 모든 물건의 갖가지 모습에 두루 하지만 갖가지 모습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없으니, 본체는 오직 한맛[一味]일 뿐이다.
013_1203_b_12L妙生當知淸淨法界者譬如虛空遍諸色種種相中而不可說有種種體唯一味
이와 같이 여래의 청정한 법계도 비록 갖가지 모습과 종류의 인식할 수 있는 경계에 두루 하지만, 갖가지 모습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없으니, 본체는 한맛뿐이기 때문이다.
013_1203_b_15L如是如來淸淨法界復遍至種種相類所知境界而不可說有種種相體唯一味
또 허공이 비록 모든 색(色)에 두루하여 서로 여의지 않으나, 색 때문에 물들거나 더럽혀지지 않는 것처럼, 그와 같이 여래의 청정한 법계도 비록 일체 중생의 심성(心性)에 두루하며 진실을 말미암은 까닭에 서로 버리고 여의지 않지만 그 허물 때문에 물들거나 더럽혀지지 않는다.
013_1203_b_17L又如虛空雖遍諸色不相捨離而不爲色過所染污如是如來淸淨法界雖遍一切衆生心性由眞實故不相捨離而不爲彼過所染污
013_1203_c_01L또 허공이 일체 몸[身]ㆍ입[口]ㆍ뜻[意]의 업을 포용하지만 허공은 무엇을 일으키거나 짓는 일이 없는 것처럼, 여래의 청정한 법계도 그러하여서 일체 지혜로 중생에게 이로운 일들을 변화하여 만들어 내며 이 일들을 모두 포용하지만 청정한 법계에는 무엇을 일으킨다거나 짓는 일이 없다.
013_1203_b_21L又如虛空含容一切身語意業而此虛空無有起作如是如來淸淨法界含容一切智所變化利衆生事淸淨法界無有起作
또 허공 가운데 갖가지 색상(色相)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모습을 나타내지만 이 허공은 생겨나거나 멸하는 일이 없으니, 이와 같이 여래의 청정한 법계에 모든 지혜로 중생에게 이로운 일을 변화하여 만들어 내며 이런 일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모습을 나타내지만 여래의 청정한 법계에는 생겨나거나 멸하는 일이 없다.
013_1203_c_02L又如空中種種色相現生現滅而此虛空無生無滅如是如來淨法界中諸智變化利衆生事現生現滅而淨法界無生無滅
또 허공 가운데 가지가지 색상이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지만 이 허공은 늘어나거나 줄어들지 않으니, 이와 같이 여래의 청정한 법계 속에서도 여래의 감로(甘露) 같은 성스러운 가르침의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모습을 나타내 보이지만 여래의 청정한 법계는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일이 없다.
013_1203_c_06L又如空中種種色相現增現減而此虛空無增無減如是如來淨法界中顯示如來甘露聖教有增有減而淨法界無增無減
또 허공 가운데 시방의 색상은 가없고 다함이 없으니, 이는 허공의 경계가 가없고 다함이 없는 까닭이다. 그러나 이 허공은 가거나 오거나 움직이거나 구른 적이 없다. 이처럼 여래의 청정한 법계에도 시방 일체 중생의 이익과 편안함을 건립하며 갖가지 작용이 가없고 다함이 없으니, 청정한 법계는 가없고 다함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정한 법계는 가거나 오거나 움직이거나 구른 적이 없다.
013_1203_c_10L又如空中十方色相無邊無盡是虛空界無邊盡故而此虛空無去無來無動無轉如是如來淨法界中建立十方一切衆生利益安樂種種作用無邊無盡淸淨法界無邊盡故而淨法界無去無來無動無轉
또 허공 가운데 삼천세계가 무너지고 이루어지는 모습을 나타내지만 이 허공의 경계는 무너지거나 이루어짐이 없다. 이와 같이 여래의 청정한 법계 속에도 한량없는 모습을 나타내니 등정각(等正覺)을 이루거나 혹은 위대한 열반에 드는 모습을 나타내 보이지만 청정법계에는 등정각을 이룸도 없고 적멸(寂滅)에 들어감도 없다.
013_1203_c_16L又如空中三千世界現壞現成而虛空界無壞無成如是如來淨法界中現無量相成等正覺或復示現入大涅槃而淨法界非成等覺非入寂滅
013_1204_a_01L또 허공을 의지하는 갖가지 색상(色相)은 무너지고 썩고 불에 타고 말라지고 달라지기도 하는데, 허공의 경계는 그 때문에 변하지 않고 또한 시달려 피로해 하지도 않는다. 이와 같이 여래의 청정한 경계를 의지하는 중생의 세계 안에는 갖가지 배울 바와 몸ㆍ말ㆍ뜻의 업에 헐거나 범함이 있지만 청정한 법계는 그 때문에 변하거나 달라지지 않으며, 또한 시달려 피로해지지도 않는다.
013_1203_c_20L又如依空種種色相壞爛燒燥變異可得而虛空界非彼所變亦無勞弊如是依止如來淨界衆生界內種種學處身語意業毀犯可得而淨法界非彼變異亦無勞弊
또 허공에 의하여 땅과 산과 광명과 물과 불과 제석(帝釋)의 권속과 나아가 해와 달 등등의 온갖 것이 있지만 허공의 경계에는 그런 모습이 없다. 이와 같이 여래의 청정한 법계를 의지하여 계온(戒蘊)과 정온(定蘊)과 혜온(慧蘊)과 해탈(解脫)과 해탈지견(解脫知見) 등과 같은 온갖 온(蘊)이 있지만, 청정법계는 그러한 모습이 없다.
013_1204_a_02L又如依空大地大山光明水火帝釋眷屬乃至日月種種可得而虛空界非彼諸相如是依止如來淨界戒薀定薀慧薀解脫解脫智見諸薀可得而淨法界非彼諸相
또 허공 가운데 갖가지 인연이 차례차례 생겨서 삼천대천의 한량없는 세계가 한없이 펼쳐지지만 허공의 경계는 일어나거나 짓는 것이 없다. 여래의 청정한 법계에도 그러하여 한량없는 모습을 모두 갖춘 부처님의 모임이 한없이 펼쳐져 있지만 청정한 법계는 일어나거나 짓는 것이 없다.
013_1204_a_07L又如空中種種因緣展轉生起三千大千無量世界周輪可得而虛空界無所起作如是如來淨法界中具無量相諸佛衆會周輪可得而淨法界無所起作
다시 묘생이여, 대원경지(大圓鏡智)란, 마치 원만한 거울을 의지하면 여러 물건의 영상이 나타나니, 이와 같이 여래의 지혜 거울[慧鏡]을 의지하면 모든 곳[處:根]과 경(境)과 식(識) 따위 여러 모양의 영상이 나타난다. 오직 둥근 거울[圓鏡]로써 비유를 삼는 것은 둥근 거울과 여래의 지혜 거울은 평등하므로 지혜의 거울을 원경지(圓鏡智)라 부르는 것임을 마땅히 알라.
013_1204_a_12L復次妙生大圓鏡智者如依圓鏡衆像影現如是依止如來智鏡諸處境識衆像影現唯以圓鏡爲譬喩者知圓鏡如來智鏡平等平等是故智鏡名圓鏡智
마치 크고 둥근 거울을 복을 즐기는 사람이 높고 훌륭한 곳에 달아 흔들리지 않게 하면, 오고 가는 한량없는 사람이 이에 의하여 자기의 덕과 실수를 관찰하니, 덕은 보존하고 실수는 버리기 위한 까닭이다.
013_1204_a_17L如大圓鏡有樂福人懸高勝處無所動搖諸有去來無量衆生於此觀察自身德失爲欲存德捨諸失故
이와 같이 여래도 원경지(圓鏡智)를 청정한 법계에 달아 끊임없이 짐짓 흔들리지 않게 하니, 한량없고 셀 수 없는 중생으로 하여금 물듦과 맑음을 관찰하게 하여 맑음을 취하고 물듦을 버리게 하려는 까닭이다.
013_1204_a_20L如是如來懸圓鏡智處淨法界無閒斷故無所動搖欲令無量無數衆生觀於染淨爲欲取淨捨諸染故
013_1204_b_01L또 둥근 거울이 지극히 잘 연마되어 밝으면 거울이 맑고 때[垢]가 없어 광명이 두루 비친다. 이와 같이 여래의 대원경지(大圓鏡智)도 부처님의 지혜 위에서 일체의 번뇌장(煩惱障)과 소지장(所知障)의 때를 영원히 벗어난 까닭에, 극히 잘 연마되어 밝아 선정을 의지 삼고 거두어 지니는 까닭에, 거울이 맑아 때가 없어서 모든 중생을 위해 이롭고 즐거움을 짓는 까닭에 광명이 두루 비친다.
013_1204_a_23L又如圓鏡極善磨瑩鑑淨無垢光明遍照如是如來大圓鏡智於佛智上一切煩惱所知障垢永出離故極善磨瑩爲依止定所攝持故鑑淨無垢作諸衆生利樂事故光明遍照
또 둥근 거울이 대상의 실체[本質]에 의하여 가지가지 영상의 모습이 생기니, 이와 같이 여래의 대원경지도 일체 세간에 모든 인연을 의지하는 까닭에 가지가지 지혜의 영상의 모습이 생긴다.
013_1204_b_05L又如圓鏡依緣本質種種影像相貌生起如是如來大圓鏡智於一切時依諸緣故種種智影相貌生起
마치 둥근 거울 위에 하나가 아닌 많은 영상(影像)이 일어나거나 둥근 거울 위에 모든 영상이 없어지거나 간에, 이 둥근 거울은 움직임도 없고 작용도 없다. 이와 같이 여래의 원경지 위에 하나가 아닌 많은 지혜의 영상이 일어나거나 원경지 위에 지혜의 영상이 없어지거나 간에, 이 경지(鏡智)는 움직임도 없고 작용도 없다.
013_1204_b_08L如圓鏡上非一衆多諸影像起而圓鏡上無諸影像而此圓鏡無動無作如是如來圓鏡智上非一衆多諸智影起圓鏡智上無諸智影而此智鏡無動無作
또 둥근 거울은 여러 가지 영상과 합쳐진 것도 아니며 여읜 것도 아니니, 모인 것이 아닌 까닭이며, 저 대상이 나타나는 까닭이다. 이와 같이 여래의 대원경지도 뭇 지혜의 영상과 합쳐진 것도 아니며, 여읜 것도 아니니, 모인 것이 아닌 까닭이며, 흩어져 잃어버리지 않는 까닭이다.
013_1204_b_13L又如圓鏡與衆影像非合非離不聚集故現彼緣故如是如來大圓鏡智與衆智影非合非離不聚集故不散失故
013_1204_c_01L또 둥근 거울이 두루 밝으면 그 면(面)이 모든 처소에서 갖가지 영상이 대상에 의지하여 두루 일어난다. 이와 같이 여래의 대원경지도 끊임없고 한량없는 뭇 행으로 잘 닦아져서 모든 지혜의 영상이 대상에 의지하여 두루 일어나니, 이른바 성문승(聲聞乘)의 모든 지혜의 영상과 독일각승(獨一角乘)의 모든 지혜의 영상과 위없는 대승의 지혜의 영상이다. 모든 성문승의 사람은 성문승에 의지하여 벗어나게 하며, 독일각승의 사람은 독일각승에 의지하여 벗어나게 하며, 대승의 사람은 위없는 승[無上乘]에 의지하여 벗어나게 하려고 하는 까닭이다.
013_1204_b_17L又如圓鏡周瑩其面於一切處爲諸影像遍起依緣如是如來大圓鏡智不斷無量衆行善瑩爲諸智影遍起依緣謂聲聞乘諸 智影像獨一覺乘諸智影像無上大乘諸智影像爲欲令諸聲聞乘人依聲聞乘而出離故獨一覺人依獨覺乘而出離故大乘之人依無上乘而出離故
또 둥근 거울 속에는 큰 영상이 있을 수 있으니, 이른바 큰 땅과 산과 나무와 궁전 따위의 영상들인데, 이 둥근 거울은 저것들과 수량이 같지 않다. 이와 같이 여래의 원경지 위에는 극희지(極喜地)로부터 불지(佛地)에 이르기까지 지혜의 영상이 있으니, 세간과 세간을 벗어난 법과 지혜의 영상들도 얻을 수 있는데, 그러나 원경지는 저것들과 수량이 같지 않다.
013_1204_c_02L如圓鏡中大影可得所謂大地大山大樹大宮舍影而是圓鏡不等彼量如是如來圓鏡智上從極喜地乃至佛地智影可得及與一切世出世法智影可得而圓鏡智非彼分量
또 둥근 거울은 실체가 막히면 영상이 일어나는 연이 되지 못하니, 이와 같이 여래의 대원경지도 나쁜 벗에게 포섭되어 바르지 못한 법을 듣고 중생을 장애하면 지혜의 영상이 일어나는 연이 되지 못하니, 그는 그릇이 아닌 까닭이다.
013_1204_c_07L又如圓鏡非處障質影像起緣如是如來大圓鏡智非惡友攝聞不正法障㝵衆生智影起緣彼非器故
또 둥근 거울은 실체가 어두운 곳에 있으면 영상이 일어나는 연이 되지 못하니, 이와 같이 여래의 대원경지도 악한 짓을 즐기는 어리석고 어두운 중생에게는 지혜의 영상이 일어나는 연이 되지 못하니, 그는 그릇이 아닌 까닭이다.
013_1204_c_10L又如圓鏡非處闇質影像起緣如是如來大圓鏡智非處樂惡愚暗衆生智影起緣彼非器故
또 둥근 거울은 실체가 멀리 있으면 영상이 일어나는 연이 되지 못하니, 이와 같이 여래의 대원경지도 청정하지 못한 곳에서 텅 빈 법과 업을 받은 믿지 않는 중생에게는 지혜의 영상이 일어나는 연이 되지 못하니, 그는 그릇이 아닌 까닭이다.
013_1204_c_13L又如圓鏡非處遠質影像起緣如是如來大圓鏡智非處不淨感匱法業不信衆生智影起緣彼非器故
다시 묘생이여, 평등성지(平等聖智)란, 열 가지 상호를 원만히 성취함을 말미암으니, 모든 모습에서 가장 높은[增上] 기쁨과 사랑을 깨치고 평등한 법성을 원만히 성취한 까닭이며, 일체를 받아들이는 연기를 깨치고 평등한 법성을 원만히 이룬 까닭이며, 멀리 여의어야 할 다른 모습[異相]과 그릇된 모습[非相]을 깨치고 평등한 법성을 원만히 이루는 까닭이며, 큰 자비로 널리 건지고 평등한 법성을 원만히 이룬 까닭이다.
013_1204_c_16L復次妙生平等性智者由十種相圓滿成就證得諸相增上喜愛平等法性圓滿成故證得一切領受緣起等法性圓滿成故證得遠離異相非平等法性圓滿成故弘濟大慈等法性圓滿成故
013_1205_a_01L 기다림이 없는 큰 슬픔으로 평등한 법성을 원만히 이룬 까닭이며, 모든 중생의 즐거운 바를 따라 나타나니 평등한 법성을 원만히 이룬 까닭이며, 일체 중생이 그가 말하는 것을 공경히 받으니 평등한 법성을 원만히 이룬 까닭이다.
013_1204_c_22L無待大悲平等法性圓滿成故隨諸衆生所樂示現等法性圓滿成故一切衆生敬受所平等法性圓滿成故
세간과 고요함[寂靜]이 모두 한맛이니 평등한 법성을 원만히 이룬 까닭이며, 세간의 모든 법, 즉 괴롭고 즐거움이 한맛이니 평등한 법성을 원만히 이룬 까닭이며, 끝까지[究竟] 한량없는 공덕을 닦아 심으니 평등한 법성을 원만히 성취한 까닭이다.
013_1205_a_02L世閒寂靜皆同一味平等法性圓滿成故世閒諸法苦樂一味平等法性圓滿成故殖無量功德究竟平等法性圓滿成故
다시 묘생이여, 묘관찰지(妙觀察智)란, 비유컨대 세계가 중생의 세계를 지니는 것과 같다. 여래의 묘관찰지도 그러하여서 일체 다라니문(多羅尼門)과 삼마지문(三摩地門)과 걸림 없는 말[無礙辯說]과 모든 부처님의 미묘한 업을 맡아 지녔다.
013_1205_a_05L復次妙生妙觀察智者譬如世界持衆生界如是如來妙觀察智任持一切陁羅尼門三摩地門無㝵辯說諸佛妙法
또 세계는 이 모든 중생이 가지가지 한량없는 모습을 갑자기 일으키는 식(識)의 인연이 되니, 이와 같이 여래의 묘관찰지도 능히 일체 아는 것에 걸림 없는 묘한 지혜와 가지가지 한량없는 모습을 일으키는 식의 인연이 된다.
013_1205_a_09L又如世界是諸衆生頓起一切種種無量相識因緣如是如來妙觀察智能爲頓起一切所知無㝵妙智種種無量相識因緣
또 세계는 가지가지 구경할 만한 동산과 숲과 못 따위로 장엄하여 심히 사랑스러우니, 이와 같이 여래의 묘관찰지도 가지가지 볼 만한 바라밀다와 보리분법(菩提分法)과 10력(力)과 두려움 없음[無畏]과 부처님과 함께하지 않는 법[不共佛法]으로써 장엄하여 심히 사랑스럽고 즐겁다.
013_1205_a_13L又如世界種種可玩園林池等之所莊嚴甚可愛樂如是如來妙觀察智種種可玩波羅蜜多菩提分法十力無畏不共佛法之所莊嚴甚可愛樂
또 세계는 섬[洲渚]ㆍ해와 달ㆍ사왕천(四王天)ㆍ삼십삼천ㆍ야마천(夜摩天)ㆍ도솔천(兜率天)ㆍ화락천(化樂天)ㆍ타화자재(他化自在)ㆍ범신(梵身) 따위의 묘한 차례가 사이사이 늘어섰으니, 이와 같이 여래의 묘관찰지도 세간과 출세간, 왕성과 쇠퇴, 인(因)과 과(果), 성문과 독각과 보살과 두렷이 깨침[圓證]과 남음 없음[無餘]과 관찰(觀察) 따위의 묘한 차례가 사이사이 늘어섰다.
013_1205_a_17L又如世界洲渚日月四天王天三十三天及夜摩天睹史多天樂變化天他化自在梵身天等妙飾閒列如是如來妙觀察智世及出世衰盛因果聲聞獨覺菩薩圓證無餘觀察妙飾閒列
013_1205_b_01L또 세계는 모든 중생에게 광대한 수용(受用)이 되니, 이와 같이 여래의 묘관찰지도 일체 부처님의 모임을 나타내어 큰 법비[法雨]를 내려 중생들로 하여금 큰 법의 즐거움[法樂]을 받게 한다.
013_1205_a_23L又如世界爲諸衆生廣大受用如是如來妙觀察智示現一切諸佛衆會雨大法雨爲令衆生受大法樂
또 세계 가운데는 다섯 갈래[五趣]가 있으니, 이른바 지옥과 아귀와 축생과 사람의 갈래[人趣]와 하늘의 갈래[天趣]이다. 이와 같이 여래의 묘관찰지에도 그 끝없는[無邊] 인과(因果)와 다섯 갈래의 차별이 구족하다.
013_1205_b_03L如世界中五趣可得所謂地獄餓鬼畜生人趣天趣如是如來觀察智上無邊因果五趣差別具足顯現
세계 가운데서 욕계(欲界)와 색계(色界)와 무색계(無色界) 따위의 모든 세계가 있으니, 이와 같이 여래의 묘관찰지 위에는 그지없는 인과와 삼계의 차별이 구족하게 나타난다.
013_1205_b_06L如世界中欲無色諸界可得如是如來觀察智上無邊因果三界差別具足顯現
세계 가운데에 소미로(蘇迷盧) 따위의 크고 보배로운 산이 나타날 수 있으니, 이와 같이 여래의 묘관찰지 위에는 모든 부처님과 보살이 위신으로 이끄는 광대하고 심히 깊은 가르침의 법을 얻을 수 있다.
013_1205_b_09L如世界中蘇迷盧等大寶山王顯現可得如是如來觀察智上諸佛菩薩威神所引廣大甚深教法可得
세계 가운데는 넓고 크고 심히 깊어서 기울이거나 움직일 수 없는 큰 바다가 있으니, 이와 같이 여래의 묘관찰지에는 일체 하늘과 마귀와 외도의 다른 말[異論]로써 기울이거나 움직이지 못할 매우 깊은 법계의 가르침을 얻을 수 있다.
013_1205_b_12L如世界中廣大甚深不可傾動大海可得如是如來觀察智上一切天魔外道異論所不傾動甚深法界教法可得
또 세계는 크고 작은 바퀴산[輪山]에 둘러싸였으니, 이와 같이 여래의 묘관찰지도 어리석지 않은 일체의 제 모습[自相]과, 같은 모습[共相]에 둘러싸였다.
013_1205_b_16L又如世界大小輪山之所圍繞如是如來妙觀察智不愚一切自相共相之所圍繞
다시 묘생이여, 성소작지(成所作智)란, 모든 중생이 부지런히 힘쓰는 몸의 업[身業]과 같아서 이로 말미암아 중생이 가지가지 이익을 쫓거나 농사에 힘쓰거나 공업에 힘쓰는 따위 일을 구한다.
013_1205_b_19L復次妙生成所作智者如諸衆生勤勵身業由是衆生趣求種種殉利務勤工等事
013_1205_c_01L 이와 같이 여래의 성소작지도 몸을 부지런히 변화하는 업과 같아서 이로 말미암아 여래는 가지가지 공교로운 처소에 나타나서 모든 재주 있고 오만스러운 중생을 꺾어 항복 받으니, 이 공교로운 방편[善巧方便]의 힘으로써 모든 중생을 이끌어 성스러운 가르침에 들어가 익어지고 해탈하게 한다.
013_1205_b_22L如是如來成所作智勤身化業由是如來示現種種工巧等摧伏諸伎傲慢衆生以是善巧方便力故引諸衆生令入聖教成熟解脫
또 중생들이 수용하는 몸의 업과 같아서 이로 말미암아 중생이 가지가지 색 따위의 경계를 수용한다. 이와 같이 여래의 성소작지도 몸을 받아 변화하는 업과 같아서 이로 말미암아 여래는 모든 중생이 가지가지로 나는 곳에 가서 같은 무리[同類]로 태어나 높은 지위에 있다.
013_1205_c_02L又如衆生受用身業由是衆生受用種種色等境界如是如來成所作智受身化業由是如來往諸衆生種種生處示同類生而居尊位
그가 같은 무리로 태어남을 보이는 까닭에 일체 다른 종류[異類]의 중생을 항복 받으니, 이는 방편의 힘인 까닭에 모든 중생을 이끌어서 성스러운 가르침에 들어가서 익어지고 해탈하게 한다.
013_1205_c_06L由其示現同類生故攝伏一切異類衆生以是善巧方便力故引諸衆生令入聖教成熟解脫
또 중생의 받아들이는 몸의 업[領受身業]과 같아서 이로 말미암아 중생이 지은 착하거나 악한 업의 과보를 받아들인다. 이와 같이 여래의 성소작지도 받아들여 몸을 변화하는 업과 같아서 이로 말미암아 여래는 본사(本事)와 본생(本生)의 닦기 어려운 모든 행을 받아들임을 나타내니, 이는 공교로운 방편의 힘을 쓰는 까닭에 모든 중생을 이끌어서 성스러운 가르침에 들어가 익어지고 해탈하게 함이다.
013_1205_c_09L又如衆生領受身業由是衆生領受所作善惡業果如是如來成所作智領身化業由是如來示現領受本事本生難修諸行以是善巧方便力故引諸衆生令入聖教成熟解脫
또 중생의 경축하고 위로하는 말의 업[語業]과 같아서 이로 말미암아 중생이 차례차례 말하여 서로서로 경축하고 위로한다. 이와 같이 여래의 성소작지도 경축하여 말로 교화하는 업과 같아서 이로 말미암아 여래는 가지가지 즐거워하는 법을 따라서 글과 뜻으로 교묘함을 나타내면 지혜가 적은 중생이 처음 듣고 숭상하며 믿으니, 이는 공교로운 방편의 힘으로써 모든 중생을 이끌어 그들로 하여금 성스러운 가르침에 들어가 익어지고 해탈하게 함이다.
013_1205_c_14L又如衆生慶慰語業由是衆生展轉談論遞相慶慰如是如來成所作智慶語化業由是如來宣暢種種隨所樂法文義巧妙小智衆生初聞尚信以是善巧方便力故引諸衆生令入聖教成熟解脫
013_1206_a_01L또 중생의 방편의 어업과 같아서 이로 말미암아서 중생이 차례차례 가르치고, 짓는 바를 전일하게 힘쓰고, 악을 나무라고 착함을 칭찬하며, 또 서로서로 부르거나 명령한다. 이와 같이 여래의 성소작지도 일으키는 방편의 말로써 변화하는 업과 같아서 이로 말미암아서 여래는 빠른 배울 곳[學處]을 세우며, 모든 방일(放逸)을 나무라며, 방일하지 않음을 칭찬하며, 또 믿음을 따라 행하는 사람과 법을 따라 함을 건립하니, 이는 공교로운 방편으로써 모든 중생을 이끌어 그로 하여금 성스러운 가르침에 들어가서 익어지고 해탈하게 한다.
013_1205_c_20L又如衆生方便語業由是衆生展轉指授務專所作毀惡讚善更相召命如是如來成所作智所起方便語變化業由是如來立正學處毀諸放逸讚不放逸又復建立隨信行人隨法行等以是善巧方便力故引諸衆生令入聖教成熟解脫
013_1206_b_01L또 중생의 변론하여 드날리는 말의 업과 같아서 이로 말미암아 중생이 차례차례 열어 보여서 요의(了義)가 아닌 곳에서 모든 논리를 편다. 이와 같이 여래의 성소작지도 변론의 말로 교화하는 업과 같아서 이로 말미암아서 여래는 모든 중생의 한량없는 의혹을 끊으니, 이는 공교로운 방편의 힘으로써 모든 중생을 이끌어 그들로 하여금 성스러운 가르침에 들어가서 익어지고 해탈하게 함이다.
013_1206_a_04L又如衆生辯揚語業由是衆生展轉開示所不了義宣諷諸論如是如來成所作智辯語化業由是如來斷諸衆生無量疑惑以是善巧方便力故引諸衆生令入聖教成熟解脫
또 중생의 결택하는 뜻의 업[意業]과 같아서 이로 말미암아서 중생이 가히 지을 것과 가히 짓지 못할 것을 결택한다. 이와 같이 여래의 성소작지도 뜻으로 결정하여 교화하는 업과 같아서 이로 말미암아 여래는 중생의 8만 4천 마음의 길[心行]의 차별을 결택하니, 이는 공교로운 방편의 힘으로써 모든 중생을 교화하여 성스러운 가르침에 들어가 익어지고 해탈하게 함이다.
013_1206_a_09L又如衆生決擇意業由是衆生決擇可作及不可作如是如來成所作智決意化業由是如來決擇衆生八萬四千心行差別以是善巧方便力故引諸衆生令入聖教成熟解脫
또 중생이 조작하는 뜻의 업과 같아서 이로 말미암아 중생이 가지가지 모든 일으킬 바 업을 조작한다. 이와 같이 여래의 성소작지는 뜻을 지어 교화하는 업이다. 이를 말미암아 여래는 모든 중생의 닦는 행이 행인가, 행이 아닌가? 얻음인가, 잃음인가를 관찰하여 그로 하여금 취하고 버리고 물리침[對治]을 조작하게 하니, 이는 공교로운 방편으로써 모든 중생을 이끌어 성스러운 가르침에 들어가서 익어지고 해탈하게 함이다.
013_1206_a_14L又如衆生造作意業由是衆生造作種種諸所起業如是如來成所作智造意化業由是如來觀諸衆生所行之行行與不行若得若失爲令取捨造作對治以是善巧方便力故引諸衆生令入聖教成熟解脫
또 모든 중생의 일으키는[發起] 뜻의 업과 같아서 이로 말미암아 중생이 모든 업을 일으킨다. 이와 같이 여래의 성소작지도 뜻을 일으켜 교화하는 업과 같아서 이로 말미암아 여래는 저들을 위하여 물리침을 말하려고 하는 까닭에 그들이 즐기는 이름[名]과 글귀[句]와 글자[字]의 몸[身]을 나타내니, 이는 공교로운 방편의 힘을 쓰는 까닭에 모든 중생을 이끌어서 그로 하여금 성스러운 가르침에 들어가서 익어지고 해탈하게 함이다.
013_1206_a_20L又如衆生發起意業由是衆生發起諸業如是如來成所作智發意化業由是如來爲欲宣說彼對治故顯彼所樂名句字身以是善巧方便力故引諸衆生令入聖教成熟解脫
또 중생의 받아들이는[領受] 뜻의 업과 같아서 이로 말미암아 중생이 괴로움과 즐거움을 받아들인다. 이와 같이 여래의 성소작지는 받아들여 뜻으로 교화하는 업과 같아서 이로 말미암아 여래는 결정되지 않은 이에게 반문(反問)하여 기별(記別)을 두니, 기별하기 위한 까닭에 그의 마땅함을 따라서 과거ㆍ미래ㆍ현재의 뜻을 받아들인다. 이는 공교로운 방편으로 힘으로써 모든 중생을 이끌어 그로 하여금 성스러운 가르침에 들어가서 익어지고 해탈하게 함이다.”
013_1206_b_02L又如衆生受領意業由是衆生受領苦樂如是如來成所作智受意化業由是如來於定不定反問置記爲記別故隨其所應受領去來現在等義以是善巧方便力故引諸衆生令入聖教成熟解脫
그때 묘생보살마하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오직 여래만이 청정한 법계에서 화합한 한맛[一味]의 사지(事智)1)를 수용합니까, 모든 보살도 능히 그러합니까?”
013_1206_b_08L爾時妙生菩薩摩訶薩白佛言世尊爲獨如來於淨法界受用和合一味事智而諸菩薩亦能如是
부처님께서 묘생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또한 능히 화합한 한맛의 사지를 수용한다.”
013_1206_b_11L佛告妙生菩薩亦能受用和合一味事智
묘생보살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떤 보살이 화합한 한맛의 사지를 수용합니까?”
013_1206_b_12L妙生菩薩復白佛言何等菩薩受用和合一味事智
부처님께서 묘생에게 말씀하셨다.
“무생법인(無生法忍)을 깨친 보살이다. 그 보살이 무생법(無生法) 가운데서 인의 견해[忍解]를 얻는 데에 두 가지 상(想)을 다스렸기 때문이다. 나[自]와 남[他]이라는 두 가지 상을 버린 까닭에 평등한 마음을 얻었으니, 이로부터 위로는 모든 보살이 나와 남의 다른 생각이 다시는 나타나지 않고 화합한 한맛의 사지(事智)를 수용하는 것이다.”
013_1206_b_14L佛告妙生證得無生法忍菩薩由彼菩薩無生法中得忍解時對治二想由遣自他二種想故得平等心從此已上彼諸菩薩自他異想不復現前受用和合一味事智
묘생보살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널리 비유를 말씀하셔서 모든 보살로 하여금 심히 깊은 뜻을 깨닫고, 교화할 인연에 따라 널리 선전하고 퍼뜨려서, 중생으로 하여금 들으면 속히 무생법인을 깨닫게 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013_1206_b_18L妙生菩薩復白佛言唯願如來廣說譬喩令諸菩薩悟甚深義隨所化緣廣宣流布令諸衆生聞已疾悟無生法忍
013_1206_c_01L부처님께서 묘생에게 말씀하셨다.
“비유컨대 삼십삼천이 잡 숲[雜林]에 들지 못하면 마침내 혹은 일[事]이거나 혹은 받음[受]이거나 나[我]와 내 것[我所]이 없어서 화합하게 수용함을 얻지 못하지만, 만일 이 잡된 숲에 들면 곧 분별없이 뜻에 따라 수용한다.
013_1206_b_22L佛告妙生譬如三十三天未入雜林終不能於若事若受無我我所和合受用若入雜林卽無分別隨意受用
이 잡 숲에는 이러한 공덕이 있는 까닭에 능히 모든 하늘이 이 숲에 들면 하늘의 모든 과보인 일과 받음을 생각할 것 없이 화합하게 수용한다.
013_1206_c_02L由此雜林有如是德能令諸天入此林者天諸果報若事若受無所思惟和合受用
이와 같이 보살이 만일 무생법인을 증득하지 못하면 마침내 평등한 마음과 평등한 버림을 얻지 못하여 일체 성문이나 독각과 차별이 없다. 그는 두 가지 상이 있는 까닭에 능히 화합한 한맛인 사지(事智)에 머물러 수용하지 못한다.
013_1206_c_04L如是菩薩若未證得無生法忍終不能得平等之心平等之捨乃與一切聲聞獨覺無有差別有二想故彼不能住受用和合一味事智
만일 이미 무생법인을 증득하면 두 가지 상을 버린 까닭에 평등한 마음을 얻고 드디어 성문이나 독각과 차별이 있으며, 평등한 마음을 말미암아 능히 버려 화합한 한맛인 사지에 머물러 수용한다.”
013_1206_c_08L若已證得無生法忍遣二想故得平等心遂與聲聞獨覺差別由平等心而能住捨受用和合一味事智
부처님께서 묘생에게 말씀하셨다.
“또 묘생이여, 비유컨대 가지가지 크고 작은 여러 흐름이 큰 바다에 들기 전에는 각각 의지하는 것이 다르니, 다른 물[異水]과 적은 물[少水]은 분량의 더함과 덜함이 있으며, 그 물의 일[業]에 따라 짓는 것이 각각 다르며, 적은 수중생물[水族]에게 생명의 의지가 되어 주지만, 만일 큰 바다에 들어가면 달리 의지하는 것이 없고, 물의 차별이 없고, 물의 한량이 없고, 물의 더함과 덜함이 없고, 지은 일이 한결같이 광대하게 수중생물들의 생명의 의지가 된다.
013_1206_c_10L復次妙生譬如種種大小衆流未入大海各別所依異水少水水有增減隨其水業所作各異少分依持水族生命若入大海無別所依水無差別水無限量水無增減所作業一廣大依持水族生命
이와 같이 보살이 만일 여래의 청정한 법계인 큰 바다에 들지 못하면, 깨닫고 의지하는 것이 다른 지혜[異智]와 작은 지혜[少智]는 지혜의 더함과 덜함이 있고, 그 지혜의 일에 따라 짓는 것이 각각 다르며, 적은 부분의 중생이 선근(善根)을 익어지게 하는 의지가 된다.
013_1206_c_16L如是菩薩若未證入如來淸淨法界大海各別所依異智少智智有增減隨其智業所作各異少分衆生成熟善根之所依止
만일 이미 여래의 청정한 법계인 큰 바다에 깨달아 들면 의지하는 것[所依]을 달리 하지 않은 지혜가 차별이 없고, 지혜가 한량이 없으며, 지혜가 더함과 덜함이 없어서 화합한 한맛의 사지(事智)를 수용하며, 한량없는 중생에게 선근(善根)을 익게 하는 의지가 된다.”
013_1206_c_19L若已證入如來淸淨法界大海無別所依智無差別智無限量智無增減受用和合一味事智無量衆生成熟善根之所依止
그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爾時世尊而說頌曰
013_1207_a_01L자재하고 다함없는 모습이라오.
널리 두루하는 진여의 지혜로
닦으면 원만히 증득하리니
중생에 두 가지 세우는[安立] 것은
모든 종류 다함없는 까닭이라오.
013_1207_a_01L自在無盡相
普遍眞如智
修習證圓滿
安立衆生二
諸種無盡果

몸과 말과 뜻으로 교화하는 것
착하게 교화하는 방편의 업이니
선정과 아울러 다라니문을
그지없이 두 가지 성취하리라.
013_1207_a_03L身語及心化
善化方便業
定及摠持門
無邊二成就

자성(自性)은 법신(法身)의 수용이요
변화는 차별되게 움직이나니
이와 같이 청정한 법계의 모습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한 것이라네.
013_1207_a_04L自性法受用
變化差別轉
如是淨法界
諸佛之所說

이때 박가범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니, 묘생보살마하살과 모든 큰 성문과 세간과 하늘과 인간과 아수라들 일체 대중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모두 크게 즐거워하며, 그대로 믿고 받들어 행하였다.
013_1207_a_06L時薄伽梵說是經已妙生菩薩摩訶薩等諸大聲聞世閒天人阿素洛等一切大衆聞佛所說皆大歡喜信受奉行
佛說佛地經
壬寅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
  1. 1)대당삼장성교서(大唐三藏聖敎序) : 당(唐)의 현장 법사가 새로운 불경 번역을 완성하자, 이를 기념하여 태종과 고종이 서문과 기문을 작성하였는데, 태종이 작성한 서문이 바로 대당삼장성교서(大唐三藏聖敎序)이다.
  2. 2)죄를 지은 결과 태어나서 고통을 받는 세 가지 길로, 곧 지옥(地獄)・아귀(餓鬼)・축생(畜生)을 말한다.
  3. 3)성문ㆍ연각ㆍ보살의 삼승이 공통으로 닦는 열 가지 수행 단계를 말한다.
  4. 4)삼해탈(三解脫), 또는 삼삼매(三三昧)라고도 한다. 아공(我空), 법공(法空), 아법구공(我法俱空)을 가리키기도 하고 삼공해탈(三空解脫), 무상해탈(無相解脫), 무원해탈(無愿解脫)을 가리키기도 한다.
  5. 5)여기서 인(忍)은 인가(忍可)ㆍ안인(安忍)의 뜻으로, 보살이 도리에 안주(安住)하여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말한다. 사인에는 무생법인(無生法忍)ㆍ무멸인(無滅忍)ㆍ인연인(因緣忍)ㆍ무주인(無住忍)이 있다.
  6. 6)인간의 심성을 더럽히는 여섯 가지 경계로, 색(色)ㆍ성(聲)ㆍ향(香)ㆍ미(味)ㆍ촉(觸)ㆍ법(法)의 육경(六境)을 말한다.
  7. 7)원문에는 ‘척(隻)’으로 되어 있으나 문맥에 맞지 않아 ‘형(夐)’으로 교정하여 번역하였다.
  8. 8)당(唐)의 현장 법사가 새로 불경 번역을 완성하자, 이것을 기념하여 태종과 고종이 서문과 기문을 작성하였다. 황제술성기는 바로 고종이 기문을 썼다는 의미이다.
  9. 9)고종이 황태자일 때 이 기문을 지었다는 뜻이다. 춘궁(春宮)은 황태자를 가리킨다.
  10. 10)『유마경(維摩經)』「불국품(佛國品)」에 나오는 보옥(寶玉)으로 꾸며놓은 화려한 일산(日傘)에서 유래한 것으로, 불상이나 탑의 상부를 장엄하게 꾸미는 데 사용된 덮개를 말한다, 본래는 천으로 만들었으나 후대에 내려오면서 금속이나 목재로 조각하여 만들기도 하였다.
  11. 11)고승이 불경을 강론할 때 하늘이 감동하여 하늘에서 꽃이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12. 12)향취산(香醉山)의 남쪽, 대설산(大雪山)의 북쪽에 있다는 상상의 연못에서 흘러나오는 물이다. 이 연못은 둘레가 8백 리이며, 여기에 용왕이 산다고 한다. 그리고 이 물이 흘러내려 섬부주(贍部州)를 비옥하게 한다고 전해진다.
  13. 13)경기지역을 가리키는 말이다. 경기는 천자가 직접 다스리는 지역으로 왕성을 중심으로 사방 500리 지역을 말한다. 즉 나라의 중심 지역을 가리키는 말이다.
  14. 14)중국 고대 관중지방에 흐르는 8개의 하천을 말한다. 당나라 수도인 장안이 바로 이 관중지방에 있다.
  15. 15)색계의 네 가지 단계 중 세 번째에 해당하는 세계로, 물질세계는 존재하나 감각의 욕망에서는 벗어난 청정(淸淨)한 세계를 말한다.
  16. 16)마음을 더럽히는 색(色)ㆍ성(聲)ㆍ향(香)ㆍ미(味)ㆍ촉(觸)ㆍ법(法)의 여섯 가지를 말한다.
  17. 17)원문에는 ‘치(夂)’로 되어 있으나 문맥에 따라 ‘구(久)’로 번역하였다.
  18. 18)원문에는 ‘양(楊)’으로 되어 있으나 문맥에 따라 ‘양(揚)’으로 번역하였다.
  19. 19)모든 현상의 있는 그대로의 참모습이나 상태를 말한다.
  20. 1)이지(理智)의 반대로서, 유루(有漏)의 여러 가지 지혜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