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마갈제국(摩竭提國)의 청정법좌(淸淨法坐)에 계셨다. 이때 큰 법회(法會)에는 미륵보살(彌勒菩薩) 등의 모든 보살과 비구(比丘)ㆍ비구니(比丘尼)ㆍ우바새(優婆塞)ㆍ우바이(優婆夷)와 모든 천인(天人)ㆍ용신(龍神)ㆍ귀신(鬼神)ㆍ아수륜(阿須倫:아수라) 등도 함께 모였다. 부처님께서 사리불(舍利弗)에게 말씀하셨다. “시방(十方)의 부처님께서 오늘도 큰 법회를 여시고 모든 보살들을 위하여 경전(經典)을 말씀하신다.” 청정법좌에 있던 병사국(洴沙國) 왕의 부인인 발타사리(跋陁師利)라는 우바이가 두 손을 어긋나게 마주잡아 합장하고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시방의 부처님의 이름과 보살의 이름과 국토[刹土]의 이름을 들려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그대를 위하여 말해주리라. 동방(東方)에 계시는 부처님의 이름은 입정진(入精進)이고, 국토의 이름은 지계수(持計樹)이며, 보살의 이름은 경수(敬首)이다. 남방(南方)에 계시는 부처님의 이름은 불사락정진(不捨樂精進)이고, 국토의 이름은 세념수(世念樹)이며, 보살의 이름은 각수(覺首)이다. 서방(西方)에 계시는 부처님의 이름은 장정진(長精進)이고, 국토의 이름은 연화수(蓮花樹)이며, 보살의 이름은 보수(寶首)이다. 북방(北方)에 계시는 부처님의 이름은 일정진(日精進)이고, 국토의 이름은 신사수(辛巳樹)이며, 보살의 이름은 시수(施首)이다. 동북방(東北方)에 계시는 부처님의 이름은 애정진(哀精進)이고, 국토의 이름은 청련수(靑蓮樹)이며, 보살의 이름은 공덕수(功德首)이다, 동남방(東南方)에 계시는 부처님의 이름은 백람정진(百藍精進)이고, 국토의 이름은 향수(香樹)이며, 보살의 이름은 영수(令首)이다. 서남방(西南方)에 계시는 부처님의 이름은 상정진(上精進)이고, 국토의 이름은 보수(寶樹)이며, 보살의 이름은 정진수(精進首)이다. 서북방(西北方)에 계시는 부처님의 이름은 일도정진(一度精進)이고, 국토의 이름은 사유수(思惟樹)이며, 보살의 이름은 선수(善首)이다. 하방(下方)에 계시는 부처님의 이름은 범정진(梵精進)이고, 국토의 이름은 수정수(水精樹)이며, 보살의 이름은 지혜수(智慧首)이다.” 발타사리(跋陁師利)가 시방 부처님의 이름과 보살의 이름과 국토의 이름을 듣고 뛸 듯이 기뻐하며 앞으로 나아가 이마를 땅에 대어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제가 이제 비록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의 마음을 내기는 하였으나 어떻게 수행(修行)하여야 여인의 몸을 벗어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이러한 것을 나에게 묻는구나.”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발타사리여, 열 가지 일을 받들어 행하면 여인의 몸을 벗어날 수 있다. 한 가지 일을 행하면 곧 남자의 몸을 얻고 저절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이를 것이니, 무엇이 한 가지 일인가? 살운야(薩芸若)의 뜻을 내서 무앙수(無央數)1)의 공덕(功德)을 지어 잃지 않는 것이 한 가지 일이다. 또 두 가지 일을 행하면 여인이 곧 남자의 몸을 얻고 저절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이를 것이니 무엇이 두 가지 일인가? 첫째는 말한 대로 행동하되 천신(天神)을 섬기지 않고 다만 스스로 모든 부처님께 귀의(歸依)하는 것이며, 둘째는 말한 대로 행동하되 삿된 것을 믿지 않는 것이니 이것이 두 가지 일이다. 또 세 가지 일을 행하면 여인이 곧 남자의 몸을 얻고 저절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이를 것이니 무엇이 세 가지 일인가? 첫째는 항상 세 가지 신업을 청정(淸淨)하게 지키는 것이며, 둘째는 네 가지 구업을 청정하게 지키는 것이고, 셋째는 세 가지 의업을 청정하게 지키는 것이니 이것이 세 가지 일이다. 또 네 가지 일을 행하면 여인이 곧 남자의 몸을 얻고 저절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이를 것이니 무엇이 네 가지 일인가? 첫째는 베풀어 주는 이에게 아첨하지 않는 것이며, 둘째는 계(戒)를 지키는 이에게 아첨하지 않는 것이고, 셋째는 스스로 청정하게 지키는 것이며, 넷째는 아첨하지 않고 6법(法)2)을 듣는 것이니 이것이 네 가지 일이다. 또 다섯 가지 일을 행하면 여인이 곧 남자의 몸을 얻고 저절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이를 것이니, 무엇이 다섯 가지 일인가? 첫째는 법(法)으로써 행하는 것이고, 둘째는 여법하게 행하는 것이며, 셋째는 법을 듣고 그대로 법에 머무르는 것이고, 넷째는 여인의 몸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며, 다섯째는 남자가 되기를 생각하는 것이니 이것이 다섯 가지 일이다. 또 여섯 가지 일을 행하면 곧 여인이 남자의 몸을 얻고 저절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이를 것이니 무엇이 여섯 가지 일인가? 첫째는 게으르지 않고 행한 것을 잊지 않는 것이고, 둘째는 마음을 부드럽게 하는 것이며, 셋째는 꾸미지 않는 것이고, 넷째는 아첨하지 않는 것이며, 다섯째는 교태를 부리지 않는 것이고, 여섯째는 지극히 정성스럽게 행하는 것이니 이것이 여섯 가지 일이다. 또 일곱 가지 일을 행하면 여인이 곧 남자의 몸을 얻고 저절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이를 것이니 무엇이 일곱 가지 일인가? 첫째는 항상 부처님의 법신(法身)을 생각하는 것이고, 둘째는 항상 법을 생각하여 부처님의 지혜(智慧)를 얻는 것이며, 셋째는 항상 스님들을 생각하여 권속(眷屬)이 되는 것이고, 넷째는 항상 계(戒)를 생각하여 청정하기를 바라는 것이며, 다섯째는 항상 베풀어 나누어 주는 것을 생각하여 모든 번뇌[垢]를 제거하는 것이고, 여섯째는 항상 천인(天人)을 생각하여 보살심(菩薩心)을 지니도록 하는 것이며, 일곱째는 항상 사람들을 생각하여 모든 중생들을 제도(濟度)하기를 바라는 것이니 이것이 일곱 가지 일이다. 또 여덟 가지 일을 행하면 여인이 곧 남자의 몸을 얻고 저절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이를 것이니 무엇이 여덟 가지 일인가? 첫째는 음식(飮食)과3) 의복(衣服)을 자신의 즐거움으로 삼지 않는 것이고, 둘째는 또한 꽃을 자신의 즐거움으로 삼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또한 향(香)을 자신의 즐거움으로 삼지 않는 것이고, 넷째는 또한 많은 잡다한 향을 자신의 즐거움으로 삼지 않는 것이며, 다섯째는 또한 실없는 장난이나 희롱을 자신의 즐거움으로 삼지 않고 집을 지극한 마음으로 보살피는 것이고, 여섯째는 또 음악[倡伎]을 즐거움으로 삼지 않는 것이며, 일곱째는 또 노래와 춤을 즐거움으로 삼지 않는 것이고, 여덟째는 다만 매달 6재일(齋日)4)을 지키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는 것이니 이것이 여덟 가지 일이다. 또 아홉 가지 일을 행하면 여인이 곧 남자의 몸을 얻고 저절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이를 것이니 무엇이 아홉 가지 일인가? 첫째는 끊는다는 생각을 없애는 것이고, 둘째는 집착(執着)을 없애는 것이며, 셋째는 ‘나’라는 생각을 없애는 것이고, 넷째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며, 다섯째는 수명(壽命)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고, 여섯째는 생명(生命)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며, 일곱째는 태어나는 것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고, 여덟째는 태어남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며, 아홉째는 다만 12인연(因緣)을 벗어나는 것이니 이것이 아홉 가지 일이다. 또 열 가지 일을 행하면 여인이 곧 남자의 몸을 얻고 저절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이를 것이니 무엇이 열 가지 일인가? 첫째는 모든 중생들에게 자비로운 마음을 지니는 것이고, 둘째는 모든 사람과 물건을 탐내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다른 남자의 몸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고, 넷째는 서로 이간시키는 말[兩說]을 하지 않는 것이며, 다섯째는 욕이나 비방하는 말[惡口]을 하지 않는 것이고, 여섯째는 거짓말[妄言]을 하지 않는 것이며, 일곱째는 속마음과 다른 꾸미는 말[綺語]을 하지 않는 것이고, 여덟째는 풍류를 즐기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지 않는 것이며, 아홉째는 분별(分別)하여 헤아리지 않으며[起意], 또 한(恨)을 없애고 다만 바르게 머무르는 것이고, 열째는 삿된 인연(因緣)을 만들지 않고 공덕(功德)을 짓는 일[福事]로써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이니, 이것이 열 가지 일이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고 나자 발타사리와 마갈제국의 6만 명의 우바이들이 이 법행(法行)5)을 듣고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다. 미륵보살 등 모든 보살과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ㆍ모든 천인ㆍ용신ㆍ귀신ㆍ아수륜이 앞으로 나아가 이마를 땅에 대어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 기뻐하며 물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