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에 현자 뇌타화라가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나서 한 쪽에 머물렀다. 뇌타화라가 세존께 여쭈었다. “보살 대사가 어떤 것을 받들어 행하여야 일체의 기특(奇特)한 공덕의 법을 얻으며, 움직임과 두려움이 없는 지혜[無動畏之慧]와 뛰어나고 특이한 지혜[超異之智]에 이르고, 변재(辯才)로 발표하고 광명으로 환히 비추어 주며, 일체 지혜에 들어서 중생을 가르쳐 해탈을 얻어 많은 의심을 끊게 하고, 훌륭한 방편으로 일체 지혜를 보이며, 말과 행이 서로 응하여 모든 부처님께 묻는 바가 항상 공교한 방편으로서 여러 부처님의 뜻을 얻고, 듣는 법 일체를 모두 받아 가져서 빨리 일체 지혜에 이를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뇌타화라에게 말씀하셨다. “착하고 착하구나. 이에 여래에게 이와 같은 뜻을 물으니, 애념(哀念)하는 것이 많고 안은(安隱)한 것이 많으며 모든 하늘 및 세간 사람들을 어여삐 여기고 불쌍히 여기니 이에 당래의 모든 보살을 위하여 호행(護行)을 얻을 것이다. 뇌타화라여,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해보아라. 마땅히 그대를 위하여 설하겠다.”
013_1269_a_01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뇌타화라여, 보살은 네 가지 일의 법[四事法]으로 청정한 행을 얻는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 번째는 평등한 마음을 행하고 아첨함이 없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일체에 대해 마음이 평등한 것이며, 세 번째는 공(空)의 행[空行]을 아는 것이고, 네 번째는 입으로 말한 것과 똑같이 몸으로 행하는 것도 그렇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 네 가지 일의 법이 되어, 보살이 청정한 행을 빨리 얻게 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뇌타화라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에게는 다시 네 가지 일의 법이 있어서, 안은(安隱)하게 정진한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 번째는 총지(總持)를 얻는 것이고, 두 번째는 선지식을 얻는 것이며, 세 번째는 법인(法忍)3)을 얻는 것이고, 네 번째는 계에 청정하고 행하는 바가 평등한 것이다. 이것이 네 가지 일의 법이 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뇌타화라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에게는 다시 네 가지 일의 법이 있어서 진로(塵勞)4)에 들어 생사의 법을 기뻐하게 된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 번째는 보살이 부처님의 몸을 나타내 생사에 들어가 일어나고 멸하는 모든 이에게 권하여 희열법(喜悅法)을 얻도록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유순(柔順)한 법을 말하는 것이며, 세 번째는 가지고 있는 것을 아끼지 않는 것이고, 네 번째는 불기법인(不起法忍)5)을 얻는 것이다. 이것이 네 가지 일의 법이 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뇌타화라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에게는 다시 네 가지 법의 일이 있어서 애착(愛著)하는 것이 없게 된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 번째는 보살은 머무는 집에 집착하지 않아야 마땅하고, 두 번째는 출가한 보살은 재물과 이익을 탐하지 않아야 마땅하며, 세 번째는 보살은 모든 공덕의 보답을 구하지 않아야 마땅하고, 네 번째는 보살은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아야 마땅한 것이다. 이것이 네 가지 일의 법이 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뇌타화라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에게는 다시 네 가지 일의 법이 있어서 법을 싫어하고 만족해하는 것[厭足]이 없게 된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 번째는 계에 있어서 모자람[缺減]이 없는 것이고, 두 번째는 들판에 한가히 처하는 것을 익히는 일이며, 세 번째는 4현성(賢聖)의 행을 받드는 것이고, 네 번째는 널리 듣는 것이다. 이것이 네 가지 일의 법이 되는 것이다.”
013_1269_b_01L부처님께서 뇌타화라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에게는 네 가지 일의 법이 있어서 생각 없음[無念]을 얻어서, 들어가는 바를 널리 갖게 된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 번째는 선한 곳에 태어나 항상 부처님 세상을 만나게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높은 어른[尊長]의 가르침을 들어 받아서 아첨함이 없는 것이며, 세 번째는 가르침과 분부[敎命]를 즐겁게 받고 그 마음이 재물과 이익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고, 네 번째는 말을 잘 하는 능력[辯才]을 얻어 깊은 법요(法要)에 드는 것이다. 이것이 네 가지 일의 법이 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뇌타화라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에게는 네 가지 일의 법이 있어서 청정한 행을 얻게 된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 번째는 보살행을 하여 다른 사람을 상해하려는 뜻이 없는 것이고, 두 번째는 아첨하고 삿되고 거짓된 행을 버리고 한거(閑居)한 곳에 있기를 즐기는 것이며, 세 번째는 가지고 있는 것 일체를 보시하고 아끼지 아니하며 그 보답을 바라지 않는 것이고, 네 번째는 낮과 밤으로 항상 법을 구하는 데에 뜻을 두며 설법하는 이를 보고서 그 단점을 찾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네 가지 일의 법이 되어 보살마하살이 청정한 행을 얻는 것이오.” 부처님께서 이때 게송을 설해 말씀하셨다.
부처님께서 뇌타화라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에게는 네 가지 일의 법이 있어서 스스로 떨어지게 된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 번째는 보살이 교만하여 공경하지 않다가 스스로 떨어지는 것이고, 두 번째는 보살이 되돌아옴이 없이 다시 아첨하기만 익히다가 스스로 떨어지는 것이며, 세 번째는 보살이 공양을 구하고 이익을 탐하다가 스스로 떨어지는 것이고, 네 번째는 보살이 아첨하고 삿되게 행하고 공양을 구하다가 스스로 떨어지는 것이다. 이것이 네 가지 일의 법이 되어 보살이 스스로 떨어지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뇌타화라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에게는 네 가지 일의 법이 있어서 삿된 구덩이에 떨어지게 된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 번째는 게을러서 구덩이에 떨어지는 법이고, 두 번째는 청정한 믿음이 없는 것이며, 세 번째는 생각을 일으키는 것이고, 네 번째는 공양을 얻는 이를 보고 질투(嫉妬)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다. 이것이 보살이 네 가지 일로 삿된 구덩이에 떨어지는 법이다.”
013_1270_a_01L부처님께서 뇌타화라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은 네 가지 일의 법을 익히지 않아야 마땅하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 번째는 보살은 모든 삿된 견해를 가진 사람과 서로 익히지 아니하여야 마땅할 것이고, 두 번째는 보살은 바른 법을 비방(誹謗)하는 사람과 서로 익히고 돌아다니지 아니하여야 마땅할 것이며, 세 번째는 보살은 지식을 미워하는 이와 서로 익히지 아니하여야 마땅할 것이고, 네 번째는 보살은 의복과 음식을 탐하는 사람과 서로 익히지 아니하여야 마땅할 것이다, 이것이 네 가지 일이 된다.”
부처님께서 뇌타화라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에게는 네 가지 일의 법이 있어서 고통을 겪는 죄를 얻게 된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 번째는 지혜가 있다고 해서 스스로 잘난 체 하고 미워하고 질투하는 뜻을 품는 것이고, 두 번째는 마음으로 기뻐하지 아니하고 청정한 행이 없는 것이며, 세 번째는 인욕(忍辱)하지 못하고 다만 남의 재물을 탐하는 것이고, 네 번째는 ‘나와 남이 있다’고 하며 그 법에 집착하는 것이다. 이것이 네 가지 일의 법이 되어 보살이 고통을 겪는 죄를 얻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뇌타화라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에게는 다시 네 가지 일이 있어서 스스로를 속박하게 된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 번째는 보살이 사람들에게 업신여김 당하기를 기뻐하는 것이니 이것이 스스로를 속박하게 되고, 두 번째는 보살이 세간의 공교한 방편을 행하여 장사를 일으켜 살림을 다스리겠다는 생각이니 이것이 스스로를 속박하게 되며, 세 번째는 보살이 법의 지혜[法慧]를 받지 아니하고 방일한 행을 하는 것이니 이것이 스스로 속박하게 되고, 네 번째는 보살이 뜻으로 속박하여 종성(種姓: caste)에 머무르는 것이니 이것이 스스로 속박하는 것이다. 이것이 네 가지 일이 되는 것이다.”
013_1270_b_01L부처님께서 뇌타화라에게 말씀하셨다. “내세에 보살도를 배우는 이로서 혹시 이 모든 허물과 더러움이 있으면 행이 없는 사람이며, 혹 행이 없는 이를 공양하면 아첨하는 사람이고, 혹 아첨하는 이를 공양하면 지혜 없는 사람이며, 지혜 없는 사람을 공양하는 이는 의복과 음식을 탐하고 곧은 마음이 없으며, 종성을 질투하고 아첨하며 사특하여 질박(質朴)한 마음이 없어서 모든 높은 어른과 모든 집안을 속이게 된다. 공양물을 쓰는 것 때문에 도리어 서로 비방하며 뜻으로는 재물과 이익을 탐한다. 여러 나라[諸郡國]에 들어가서도 법을 설해서 사람들이 알게 하고 또한 좋은 방편이 되게 하려고 생각지 않고, 여러 사람들이 지혜가 없으면 속으로 자기만 지혜가 있는 것으로 여기며, 다른 사람이 지혜가 있어 좋은 스승이 되는 것을 보면 곧 업신여긴다.
설사 한 행이 없이 파괴하는 그릇을 만드는 이가 있다고 할지라도 도리어 서로 장단점을 구하고 정진하는 행을 버리며, 지혜 없고 게으르게 하고, 지혜 생각은 많이 하지 않고 도리어 서로 법을 무너뜨리며, 대중의 모임을 흩어지게 하고 서로 원수를 맺어 뒹굴며 함께 싸우게 한다. ‘다른 사람들은 행이 없고 나는 법의 가르침을 받는다’고 이르며 금계(禁戒)를 받들지 아니하고 법을 듣고자 아니하며 정진을 행하지 않는다.
가난한 곳에 태어나 궁액(窮厄)한 집에 있다가 사문이 되어도 다만 재물과 이익만 구하고 걱정하니 그 처하는 곳에서도 편안하지는 못할 터인데, 하물며 뜻을 어지럽게 하고서는, 일심(一心)으로 부처님의 공덕을 행한다고 하면서 집안의 이익을 계속해서 탐하며 스스로 ‘내가 사문이다’라고 일컫는데 어찌하겠는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뇌타화라여, 나는 이런 사람의 무리가 다만 3도의 구덩이에 떨어진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8악처(惡處)에 떨어져야 마땅하다고 한다. 어떤 것이 여덟이 되는가? 첫 번째는 변지(邊地)7)에 태어고, 두 번째는 빈궁(貧窮)한 집에 떨어지며, 세 번째는 태어나는 곳마다 얼굴이 추악(醜惡)하고, 네 번째는 삿되고 악하여 선(善)에 반하는 집에 태어나며, 다섯 번째는 악지식(惡知識)과 더불어 태어나 만나고, 여섯 번째는 병이 많으며, 일곱 번째는 태어나는 곳마다 수명이 짧고, 여덟 번째는 횡사(橫死)하는 것이다. 이것이 보살의 여덟 가지 악한 일이 되어 삿된 구덩이에 떨어지는 것이다.
013_1270_c_01L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뇌타화라여, 나는 말로 원을 지었다고 해서 보살이 되었다고 하지 않고, 거짓되고 어지럽게 행하는 사람이 청정한 행을 한다고 하지 않으며, 아첨하는 것을 가지고 보살의 행을 한다고 하지 않고, 옷과 음식을 탐착하는 것을 가지고 부처님께 공양을 드린다고 하지 않으며, 잘난 체 하는 것을 가지고 청정한 지혜가 된다고 하지 않고, 스스로 지혜의 행이라고 보는 것을 가지고 의혹과 때[疑垢]를 끊었다고 하지 않는다.
나는 질투하는 것을 가지고 청정한 뜻이 있다고 하지 않으며, 탐함이 많은 것을 총지를 얻었다고 이르지 않고, 성제(誠諦)8)의 덕을 보지 못하여 거리낌이 있는 이더러 선한 곳에 태어나야 마땅하다고 하지 않으며, 종성(種姓)을 탐하고 겉모습[色]을 집착하는 이더러 청정한 몸을 얻어야 마땅하다고 이르지 않는다.
나는 행을 생각하는 이[想行者]가 부처님의 선정의 뜻[佛定意]을 얻어야 마땅하다고 하지 않는다. 나는 지극 정성으로 행하지 않는 이더러 청정함을 얻어야 마땅하다고 하지 않는다. 나는 교만한 이가 청결한 뜻을 얻어야 마땅하다고 이르지 않는다. 나는 만족함을 알지 못하는 이가 법을 좋아해야 마땅하다고 하지 않는다. 나는 몸과 목숨을 탐하는 이가 법을 구하는 데에 뜻을 둔다고 이르지 않는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뇌타화라여, 나는 외도의 여섯 스승들[六師]를 원망하거나 책하지 않으며, 이런 무리의 어리석은 사람들이 외도의 여섯 스승들을 대단하게 여기는 것을 질책한다. 이유가 무엇인가? 말하는 것이 각각 다르고 하는 것이 같지 않아, 모든 하늘과 세간 사람을 속이기 때문이다.” 이에 부처님께서 게송을 설해 말씀하셨다.
부처님께서 뇌타화라에게 말씀하셨다. “이에 과거 무앙수 겁에 가는데, 너무 멀어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한량없으며 생각하여 헤아릴[思議] 수 없었다. 이때 부처님이 계셨으니 호(號)는 길의(吉義) 여래(如來)ㆍ무소착(無所著)ㆍ등정각(正等覺)ㆍ재세간(在世間)ㆍ교수(敎授)ㆍ불(佛)ㆍ천중천(天中天)이었다. 그때에 국왕이 있었는데 이름이 알진무(頞眞無)였다.”
013_1271_b_01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뇌타화라여, 그 알진무 국왕이 염부리(閻浮利)의 천하를 맡아 군주 노릇을 하였는데 너비와 길이가 64만 리였다. 그때에 염부리에는 큰 성 2만 곳이 있었고 억천(億千) 가호(家戶)가 있었다. 그 알진무 왕에게 큰 성이 있었으니 이름이 보조명(寶照明)이었는데, 왕이 다스리던 곳이며 그 성의 길이는 480리요, 너비는 280리였다. 7보로 성을 만들었으며 남과 북으로 나가는 길이 여덟 있었는데 만든 것이 심제(審諦)를 구족하였었다. 이때 사람의 수명은 10억 나술세(那術歲)였다.”
부처님께서 뇌타화라에게 말씀하셨다. “그 왕 알진무에게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은 덕광(德光)인데 단정하고 매우 좋고[殊好] 위신이 뛰어났다. 처음 태어날 때 저절로 1천 곳간[藏]이 나왔는데 모두 7보가 있었고, 낱낱의 곳간마다 저절로 여러 나라 왕의 보배가 있었으며, 7보의 높이가 여덟 길[丈]이었다.
이에 덕광 태자는 이 이래로 만 년[萬歲] 동안을 구족하였으니, 처음부터 자고 졸지 않았으며 또한 회롱하지도 않았으며, 처음부터 노래를 하고 춤을 추지 않았고 일찍이 풍악 놀이를 한 적이 없으며, 또한 돌아다니지도 않았고 나와 놀고 구경하지도 않았으며, 일찍이 몸을 탐한 적이 없고 또한 노래와 춤과 기악(伎樂)을 생각지도 않았으며, 재물과 이로움[財利]을 탐하지 않았고 집에 머물러 있으려[家居] 생각하지도 않았으며, 나라[郡國]에 집착하지 않았고 또한 구하는 것도 없었으며, 가지고 있는 것 일체에 사랑하고 아끼는 것도 없었으며, 한 마음[一心]을 세워 항상 홀로 처하여 모든 어려움[難]을 적정하게 하고 적게 가지는 것으로 뜻을 얻었다. ‘태어나서 죽지 않는 것이 없나니, 몸과 목숨은 영원히 보존할 수 없으며 서로 공경하여 소중히 여길 것도 아니다. 천하의 은혜와 사랑[恩愛]은 만나면 헤어져야 마땅한데, 도사(導師)가 되는 이가 없다. 법을 어지럽게 하고 죄를 범하는 것은 근심되고 두려운 것인데도, 범부들은 염족(厭足)을 알지 못하고 어리석은 힘[愚癡力]으로 항상 다투고 싸우기를 좋아한다. 내가 이제 행 없는 곳[無行之中]에 떨어졌으니 나는 묵연히 무위(無爲)9)하고자 한다.’
그 성은 일곱 겹이고 7보로 휘장을 쳤는데, 그것을 모두 흰 구슬과 영락으로 하였다. 일체 모든 난간 사이에 8만 개의 보배 기둥이 있었으며, 일체 모든 보배 기둥에는 각각 6만 근의 보배를 이리 저리 얽어 맺었으며, 일체 모든 보배 끈에는 각각 천 4백억 개의 주렴이 있어서 만일 바람이 불면 이리 저리 서로 부딪쳐 백 천 가지의 기악 소리가 났으며, 일체 모든 난간 앞에 각각 채녀(采女) 5백 명이 있어서 북과 음악을 잘 연주하였고, 모두 노래와 춤추기를 공부하여 최고의 기량을 얻어서 해야 할 것을 구족하니 일체 천하의 모든 나라 왕들을 기쁘게 할 수 있었다. 이런 것들을 덕광 태자에게 공급하였다.
013_1272_a_01L일체 난간 가에 온갖 보시할 것을 갖추어 놓고서, 주린 이에게는 밥을 주고 목마른 이에게는 마실 것[漿]을 주었으며, 수레와 말을 얻고자 하는 이에게는 그것을 주고 의복ㆍ꽃ㆍ향ㆍ앉는 도구ㆍ집과 등불을 얻고자 하는 이에게는 그 구하는 바에 따라 공양하였으며, 금ㆍ은ㆍ명월주(明月珠)ㆍ유리(琉璃)ㆍ수정(水精)ㆍ코끼리와 말을 갖추어놓았고 일체 모든 7보와 영락으로 천하에 공급하였다. 그 성 중앙에 덕광 태자를 위하여 7보의 궁전을 여덟 겹으로 엇걸리게 만들었다. 저 한 강당(講堂)위에 평상 자리[床座] 4억 개를 설치해 태자에게 공급하였다. 성 가운데 동산[園觀]이 있어서 꽃나무와 과일나무가 났는데 그 나무들이 항상 생생하게 살아서 모두 동산을 두루 덮었다.”
부처님께서 뇌타화라에게 말씀하셨다. “그 동산 중앙에 7보로 된 목욕하는 못이 있는데 4보인 금ㆍ은ㆍ수정과 유리로 난간을 만들었으며, 동산 안에 사자 머리 8백 개가 있는데 그 물이 그곳에서 나와 목욕하는 못으로 들어갔고, 그 목욕하는 못 가운데에 또한 사자 머리 8백 개가 있으며 못 물[池水]이 그곳에서 흘러나갔다.
그 목욕하는 못가에 또한 장엄하는 보배 나무 8백 그루가 있고, 일체의 모든 보배 나무 사이에 각각 또한 보배나무 12그루가 있으며, 각기 88개의 보배 실[寶縷]이 펄럭이며 서로 연결(連結)되어 있고, 바람이 일어나 나무에 불면 돌려가며 서로 흔들어 대개 백천 가지 음악 소리를 냈다. 목욕하는 못마다 모두 7보로 된 서로 엇갈린 휘장이 있는데, 덕광 태자는 그 안에서 목욕을 하였다.
그 강당에 7보로 만든 평상 자리 4십억 개가 있는데 각각 앉는 도구[坐具] 5백 개를 폈고, 그 중앙에는 커다란 7보 자리 한 개를 펼치고 묘한 옷 80억 벌로 앉는 도구를 삼았다. 자리의 높이는 5장(丈) 6척(尺)인데 덕광 태자가 그 위에 앉았다. 일체 모든 평상 자리 아래에 각기 향로(香爐)가 있는데 낮과 밤으로 세 번 돌려 꿀 향[蜜香]을 태우고 온갖 좋은 꽃을 펴고 보배로 덮었으며 금색 연꽃을 늘어 뜨렸다. 궁전 위에 명월주로 된 휘장이 있는데, 명월주 8만 개를 늘어 뜨려 광명을 내어 널리 비추었다.
013_1272_b_01L부처님께서 뇌타화라에게 말씀하셨다. “그 동산에 앵무(鸚鵡)ㆍ가마우지[鸕鶿]ㆍ구기(拘耆)ㆍ공작(孔雀)ㆍ기러기ㆍ 원앙(鴛鴦)ㆍ비둘기ㆍ나라(那羅) 새ㆍ갈비(鶡鵯) 새와 온갖 기역(耆域) 새가 있는데 모두 함께 슬피 울면서 갖가지 소리를 내어 덕광 태자를 즐겁게 하였으며, 항상 5백 가지 맛의 공양 도구를 만들었다.
이때 일체 방에 5백 동남(童男)이 있었는데 나이 16 이상(以上) 20 미만으로 모두 동남이었다. 모두 여러 나라에서 이 모든 동남을 골라 가려서 데려다가 저 성에 들였는데, 모두 다 재주가 있고 지혜로워서 하지 못하는 것이 없었으니 모두 천하에서 해야 하는 것들을 다 알았다.
또한 동녀(童女) 80억 명을 데려다가 그 성에 두었는데, 단정하고 예뻤으며[姝好] 나이는 16 이상 20 미만이었다. 모두 노래 부르고 춤추는 재주가 있어 남자들을 기쁘게 할 줄 알았다. 그들이 말하는 바가 유연하고 말 재주가 있었으며, 말하는 것이 항상 제때에 맞는 것 같았다. 키가 크지 않고 또한 작지도 않았으며, 살이 찌지 않았고 그렇다고 야위지도 않았으며, 희지 않았고 또 검지도 않았다. 입에서는 우담바라[優鉢]꽃의 향기가 나오고 몸에서는 전단향(栴檀香)이 나왔으니, 모두 하늘 위의 옥녀(玉女)와 같았으며 모두 다 같은 마음이었고 모두 다 덕광 태자를 둘러싸고 음악과 노래를 연주하였다.
이에 덕광 태자는 마음으로 생각하였다. ‘내가 이제 저절로 큰 원수를 얻었구나. 나의 청백한 법을 대중이 어지럽게 하였으니, 내가 이제 아낌이 없는 행을 하여야 마땅하리다.’ 이에 태자는 근심에 잠겨 즐거워하지 않았는데 비유하자면 사람이 다른 이에게 붙잡혀 매이게 되는 일을 당하면 마음에 즐거운 것과 같았으니, 덕광 태자 또한 이와 같았었다.
여러 채녀들과 기악을 보고도 뜻에 방일한 것이 없었으며, 또한 기특하게 여기지도 않았고, 그 성곽(城郭)을 탐하지도 않았으며, 또한 수레[車乘]에 집착하지도 않았다. 그가 천세를 구족하는 중에 색(色)을 사랑한 적이 없었고, 생각[想]을 생각하지도 않았으니, 소리[聲]ㆍ향기[香]ㆍ맛[味]과 곱고 부드러운 것[細滑]에 대해서도 모두 생각[想]이 없었다.
013_1272_c_01L항상 오로지 한 뜻과 한결 같은 마음으로 생각하였다. ‘이것이 바로 내 원수의 무리가 되었으니, 내가 무엇을 지녀 이 원수의 집에서 벗어나 해탈을 얻고 방일한 행이 없게 할까?’ 이때 모든 채녀들이 왕 알진무에게 말하였다. ‘태자가 노래와 춤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채 근심걱정에 잠겨 즐거워하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 뇌타화라에게 말씀하셨다. “그때에 왕 알진무는 작은 왕[小王] 8만 명과 함께 덕광 태자 처소에 나아가서 슬피 울어 눈물을 흘렸고, 근심ㆍ걱정에 잠겨 즐거워하지 않았으며 마침내 기절하여 땅에 넘어졌다. 시자(侍者)가 곧바로 함께 왕을 부축해 일어나게 하니, 태자를 위하여 게송을 설해 말하였다.
공덕을 지닌 저 이는 모든 악한 소견과 말을 여의옵니다. 저는 괴로움과 즐거움을 싫어하므로 탐하지 않고 이욕(利欲)이 없으며
013_1273_a_05L‘彼持功德者, 離諸惡見言, 我以厭苦樂,
不貪無利欲。
모두 5도(道)에서 생사하는 모든 인민을 보았습니다. 이제 해탈을 말해야 마땅하리니 부왕께서는 제 말을 들어주소서.
013_1273_a_07L皆見於五道, 生死諸人民,
今當說解脫, 父王聽我言。
저를 건드려 어지럽게 하는 이 없는데 이제 제가 무엇을 말해야 마땅하리까? 저는 욕(欲)을 탐하지 않는데 어찌 노래와 춤을 즐긴다 하겠습니까?
013_1273_a_08L無有觸嬈我,
今吾當何說, 我不貪於欲, 云何樂歌儛?
일체의 모든 애욕을 저는 그것을 원수의 집처럼 보나니 번뇌[塵勞]와 모든 탐욕과 사랑은 사람을 떨어뜨려 5도(道)에 집착케 할뿐입니다.
013_1273_a_09L一切諸愛欲, 我視如怨家。 塵勞諸貪愛,
隨人著五道,
이 모든 채녀의 무리는 어리석음에 대해 깨달음 없이 그것을 즐기니 이것은 여러 마군의 일[魔事]로 사람을 큰 속박에 떨어뜨립니다.
013_1273_a_11L是諸釆女輩, 無覺癡樂之,
爲是諸魔事, 隨人大繫縛。
모든 성현과 도사(道士)들은 항상 이를 찬탄치 않았으니 이 애욕을 익히는 이는 인연의 뿌리를 심는 것입니다.
013_1273_a_12L諸聖賢道士,
常不讚歎是, 習此愛欲者, 爲種因緣根;
이 채녀의 신체는 가죽을 싸서 이어놓은 것과 같고 힘줄과 뼈가 서로 지탱하여 허깨비[幻] 같아 바른 이익이 없습니다.
013_1273_a_13L是釆女身體, 皮革如裹連, 筋骨相搘拄,
如幻無正利。
비유하자면 그림으로 그린 병처럼 청정치 못한 것을 가득히 담은 것과 같습니다. 비유하자면 무덤 사이에 있는 것 같은데 어찌 이것을 즐긴다 하겠습니까?
013_1273_a_15L譬若如畫甁, 中盛滿不淨,
譬如在塚閒, 云何當樂此?
두드리는 음악 소리는 있음도 없고 또한 받음도 없으며 일체 즐거움은 진실이 없으므로 이것을 깨달으면 미혹되지 않나이다.
013_1273_a_16L所鼓音樂聲,
無有亦無受, 一切樂無諦, 了此爲不惑。
만일 상념에 익숙해지면 곧 한결 같은 마음을 잃으며 번뇌의 소리를 따르는 이는 비유하자면 어리석고 늙은 사람과 같습니다.
013_1273_a_17L若習於想念, 便卽失一心, 隨塵勞音者,
譬如癡老人。
일체 모든 나무들이 혹 지극히 왕성하던 때도 있고 또한 항상 얻을 수만도 없으니 혹 즐거움이 없는 때도 있사옵니다.
013_1273_a_19L一切諸有樹, 或有熾盛時,
亦不可常得, 或有無樂時。
그 과일은 무상하고 또한 항상 나무에 붙어있지도 않나니 제가 이와 같은 것을 깨달았는데 어찌 짧은 명을 희롱하는 일을 마땅하다 하겠습니까?
013_1273_a_20L其果無有常,
亦不常著樹, 我以了如是, 豈當戲短命。
부모도 보전하지 못하며 형제와 아내와 친한 마을도 또한 이와 같아서 임종 때에 마음대로 못하옵니다.
013_1273_a_21L父母不可保, 及兄弟妻婦, 親里亦如是,
臨終不自在。
일체 모든 소유는 풀 위의 이슬과 같아서 그 마음대로 하게 하면 안 되니 제 멋대로 하면 방일이 된다네.
013_1273_a_23L一切諸所有, 如草上之露,
不當縱其心, 自恣爲放逸。
013_1273_b_01L 이 뜻을 만족시킬 수 없는 것은
비유하자면 큰 바다와 같으니 은혜와 사랑이 매우 넓고 큰 것을 이미 얻고도 또한 거듭 구하는 것입니다.
013_1273_b_01L是意不可滿,
譬若如大海, 恩愛甚廣大, 已得復重索。
모든 사람이 5욕을 탐하는 까닭에 각각 게을러서 폐하고 말지만 모자랄 것이 없는 이는 비유하자면 수미산과 같습니다.
013_1273_b_02L衆人貪欲故, 各各而懈廢, 無能缺減者,
譬如須彌山。
사람은 뜻을 근본으로 삼는데 몸과 목숨은 빨리 지나가버리고 마니 비유하자면 강물의 흐름과 같아서 겨우 합했다 곧 다시 헤어집니다.
013_1273_b_04L人以意爲本, 身命過去疾,
譬如河水流, 適合便復別。
모두 무너져, 오래 서 있지 못하는 것이 비유하자면 번개가 나타나는 것과 같으니 3계의 욕에 탐착(貪著)하면 곧 지혜 없는 이가 됩니다.
013_1273_b_05L盡壞不久立,
譬若如電現, 貪著三界欲, 則爲無智黠。
모든 하늘[諸天]이 내게 와서 말하기를 방일하지 말라고 하였으니, 보살의 행을 하는 이는 온갖 소유를 탐하지 않습니다.
013_1273_b_06L諸天來語我, 無得爲放逸, 爲菩薩行者,
不貪諸所有。
부처님 도[佛道]를 얻고자 원하면 여러 인민들을 애달프게 생각[哀念]하고 음욕의 행을 하지 않으면 부처님 도에 이를 수 있습니다.
013_1273_b_08L願欲得佛道, 哀念衆人民,
非以淫欲行, 可以致佛道。
그 탐욕을 받음이 있으면 마음과 뜻이 종이 되어 곧 스스로 헐어지고 무너져 공덕을 세울 수 없습니다.
013_1273_b_09L其有受貪欲,
爲心意作奴, 便爲自壞敗, 不得立功德。
저는 끝내 욕(欲)을 받지 않겠으며 진에(瞋恚)를 일으키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새가 그물에 떨어지는 것과 같은데 어떻게 마음대로 한다고 하겠습니까?
013_1273_b_10L我終不受欲, 亦無起瞋恚, 如鳥墮羅網,
云何得自在?
악한 생각을 나타내면 오히려 스스로 몸을 속박하게 되나니, 뜻이 마음대로 하지 못하면 이익 없는 빈 무더기가 되는 것입니다.
013_1273_b_12L現於惡思想, 爲還自縛身,
意不得自在, 爲無利空聚,
이 두려운 몸을 탐하는 것은 비유하자면 독한 나무의 꽃과 같나니 어찌 이 사람을 높이 여기며 빠른 물을 건넌 이라고 이르겠습니까?
013_1273_b_13L貪是恐懼身,
譬如毒樹花。 何所是人尊, 謂度駃水者;
모든 인민 중 흘러서 악도에 떨어진 이를 보건대 텅 비어 없는 글귀를 다투고 온갖 삿된 소견을 일으켰습니다.
013_1273_b_14L觀視諸人民, 流墮惡道者。 爲諍空無句,
興起諸邪見,
왕께서는 제 뜻을 아셔야 마땅합니다. 이 무리를 제도해 해탈시키려면 교만을 쌓지 않게 해야 빨리 끝없이 제도할 수 있습니다.
013_1273_b_16L王當知我意, 欲度脫此輩。
不貪積慢法, 疾得度無極,
잠자고 누워있는 이를 모두 깨우고 병을 치료해 주며 근심과 환난을 제거하여 기뻐하는 자취를 세우게 해야 합니다.
013_1273_b_17L覺諸睡臥者,
療治於疾疫。 爲除去憂患, 令立歡悅迹,
3천 세계를 벗어나고자 하면 소리에 속박되고 집착하는 이에게는 선한 경의 뜻을 말하고 오랫동안 빈궁한 이는 배부르게 해야 합니다.
013_1273_b_18L欲脫三千世, 縛著音響者。 爲說善經義,
飽滿久貧窮,
이루지 못한 이들을 모두 조복하고 악도에서 빠져 나오게 하며 장님에게는 볼 수 있게 해주고 귀머거리는 들을 수 있게 하며
013_1273_b_20L調諸不成者, 拔出於惡道。
施盲得眼目, 令聾者得聽,
해탈의 등불을 만들고 지혜와 신통을 세워서 3계의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삼인(三忍)10) 평등을 얻게 하며
013_1273_b_21L爲造解脫燈,
立智慧神通。 令諸三界人, 得三忍平等,
자비의 비를 만들어 구름과 안개 낀 언덕을 모두 제도하며 일체의 여러 사람들을 위하여 그 광명의 빛을 나타내며
013_1273_b_22L爲作慈哀雨, 度諸雲霧岸。 爲一切衆人,
現其光明焰,
013_1273_c_01L 잘 깨달은 뜻을 가져 해탈하여 서늘함을 얻게 하며
온갖 의약품을 배로 내려주어 모두 안은하게 해야 하옵니다.
013_1273_c_01L便持善覺意, 令脫得蔭涼。
爲雨諸醫藥, 皆令得安隱,
이를 생각하셨으니 부왕께서는 곧 한 마음[一心]으로 앉으소서. 제가 일체의 욕(欲)에 다시는 구하고 원하는 것이 없겠으며
013_1273_c_02L念是已父王,
卽便坐一心。 吾於一切欲, 無復志願求,
다만 부처님 도를 찾고자 하는 것은 모든 사람들을 애처로이 여기는 까닭입니다. 온갖 탐욕에 다시는 뜻을 두고 원하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013_1273_c_03L但欲索佛道, 用哀衆人故; 於諸有貪欲,
無復有志願,
지혜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인들 이런 일에서 즐거워하겠습니까? 어찌 금기를 범하고서 사람으로 하여금 뜻을 흐리고 어지럽게 한다 하겠습니까?
013_1273_c_05L孰有智黠人, 樂在於是中。
云何犯禁忌? 令人意迷亂,
만일 형상[色]을 탐하고 사랑하면 큰 악도에 떨어지니, 부처님 도를 행하는 이라면 누구인들 다시 방일하기를 감당하겠습니까?
013_1273_c_06L若因貪愛色,
爲墮大惡道。 孰行佛道者, 當復爲放逸,
사람들은 다 물을 따라 흐르지만 저는 거슬러 흘러야 마땅합니다. 말로 할 수는 없지만 부처님 도에 이르러
013_1273_c_07L人皆隨水流, 我當今逆流。 不可以言說,
而致得佛道,
자비의 광명을 놓아 일체 사람에게 비추어야 마땅합니다. 저는 애욕을 탐하지 않고 재물도 집착하지 않습니다.
013_1273_c_09L當放慈哀光, 照於一切人。
我不貪愛欲, 不縛著財物,
제가 지금 부왕께 원하오니, 대중과 더불어 돌아가시는 것만 같지 못합니다. 저는 대중과 일체의 나라[郡國]를 버리고자 합니다.
013_1273_c_10L我今願父王,
不如與衆還。 我欲棄衆會, 及一切郡國,
사람들은 뜻에 맞는 것을 많이 구하지만 여기에서 병에 이르게 되니 뜻을 단속하여 방일하지 않으면 1억 나라를 얻은 것보다 낫습니다.
013_1273_c_11L人多求可意, 從是致疾病。 制意不放逸,
勝得億郡國,
애욕에 있으면 부처님의 도를 얻을 수 없나니, 만일 위없는 도를 얻고자 한다면 안온하고 쾌락한 글귀로
013_1273_c_13L不可在愛欲, 而致得佛道。
若欲得無上, 安隱快樂句,
큰 산 속에 나아가 나무 아래 앉아 한거한 데 있기를 익혀야 거룩한 깨달음의 도를 얻게 됩니다.
013_1273_c_14L當詣大山中,
在樹下而坐, 習在於閑居, 可得尊覺道。’”
부처님께서 뇌타화라에게 말씀하셨다. “이때 덕광 태자는 강당 위에서 여러 방일한 이들과 함께 하였는데, 마음으로 그것을 더럽게 여기고 싫어하였다. 그때에 태자가 3품(品) 행을 하였다. 어떤 것들이 셋이 되는가? 첫 번째는 머물러 서는 것[住立]이고, 두 번째는 다니는 것[經行]이며, 세 번째는 좌선(坐禪)이다. 자거나 눕지 않고 위의 행을 구족하여 이미 8주(住)를 얻었다.
그때에 태자가 한밤중에 허공에서 나는 소리를 들으니 정거(淨居)천의 여러 하늘이 부처님의 공덕이 널리 구족되었음을 차탄(嗟歎)하고 가르침과 승가 대중[法衆]을 찬탄하였다. 덕광 태자가 듣고 나서 옷과 털이 위로 섰으니, 곧바로 눈물을 흘리며 근심하고 즐거워하지 않았고 두 손을 끼고 게송으로 여러 하늘에게 물어 말하였다.
013_1274_a_01L
내가 액난 가운데 있으니 여러 하늘이 나를 어여삐 여겨주시기 원합니다. 이제 또 머물러 말을 들으니 제가 물을 것이 있습니다.
013_1274_a_01L‘我在厄難中, 諸天願哀我, 今且住聽言,
我欲有所問。
허공 가운데에서 계시면서 누구의 공덕을 찬탄하였습니까? 제가 그 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슬프면서도 기쁩니다.
013_1274_a_03L行在虛空中, 爲歎誰功德?
我聞其音聲, 其心爲悲喜。’”
부처님께서 뇌타화라에게 말씀하셨다. “이때 여러 하늘이 왕과 덕광 태자를 위하여 게송을 설하였다.
013_1274_a_04L佛告賴咤和羅:“爾時,諸天爲王太子德光說偈言:
이제 세간에 부처님이 계시는데 태자는 듣지 못하였는가? 부처님의 호는 길의(吉義)라고 하는데 구제하고 겸하여 옹호하시며
013_1274_a_06L‘今世閒有佛, 太子不聞耶! 佛號曰吉義,
救濟兼擁護。
모든 선본(善本:善根)을 받들어 행하고 거룩한 공덕을 개화하시며 배우고 묻는 여러 승려가 억(億) 나술(那術)11) 천(千)이 있다네.
013_1274_a_08L奉行諸善本, 開化尊功德。
衆僧以學問, 有億那術千。’
덕광 태자가 게송으로 여러 하늘에게 물었다.
013_1274_a_09L德光太子,以偈問諸天言:
내가 만일 세존을 뵙는다 해도 그 분이 부처님인지 어떻게 알까요? 자비의 공덕을 설해주시기 원합니다. 정각(正覺)을 알고자 합니다.
013_1274_a_10L我儻見世尊, 云何知是佛? 願說慈功德,
欲知於正覺。
가령 부처님을 뵙게 되면 어떻게 도를 여쭈어야 마땅하며 보살이 어떤 법을 행하여야 일체를 지키게 될 수 있을까요?
013_1274_a_12L假使往見佛, 當問道如何,
菩薩行何法, 得爲一切護?’
이에 여러 하늘이 덕광 태자를 위하여 게송을 설하였다.
013_1274_a_13L於是諸天爲德光太子,說偈言:
정수리 머리카락은 부드럽고 묘하고 아름다우며 끝이 끊어져[英殊] 오른편으로 돌아간 것 같고 그 이마의 모양이 위엄 있고 신성하며 아름답기는 비유하자면 산봉우리와 같다네.
013_1274_a_14L‘頭髮軟妙好, 英殊如右旋, 其頂相威神,
好譬如山巓;
눈썹 사이에서 나는 광명이 해가 떠오르듯이 위엄 있게 빛나고 오른편으로 돌아가는 듯이 묘하게 태어났으며 색깔은 눈처럼 아름다운 흰색이라네.
013_1274_a_16L眉閒相光明, 威曜若日出,
生妙如右旋, 色好白如雪。
깨달은 뜻은 청정하고 눈은 선명한 쪽 빛[紺靑色]이며, 사람들 중 존귀하신 천자[人中尊天子]이시니 안색이 단정하고 아름다우며
013_1274_a_17L覺意爲淸淨,
目爲紺靑色, 人中尊天子, 顏色端正好。
얼굴은 항상 화열(和悅)하시고 억 개의 한량없는 광명을 놓으시니 널리 3천 국(國)에 고루 미쳐서 온갖 악도(惡道)를 소멸하신다네.
013_1274_a_18L面目常和悅, 放億無量光, 普遍三千國,
消滅諸惡道。
부처님 입 속의 이[牙齒]는 모두 고르고 청정하며 선명하고 깨끗하기가 구문(拘文)12)과 같고 밝기는 좋은 나무에서 나는 빛과 같은데
013_1274_a_20L佛口中牙齒, 悉平等淸淨,
鮮潔如拘文, 明如好樹光。
흐트러짐 없이 양쪽에 2십이니 합하면 곧 4십이 되네. 입 안의 혀는 묘하고 멋지니[妙好] 휘돌리면 스스로 그 얼굴을 덮네.
013_1274_a_21L無亂兩二十,
合爲是四十, 口中舌妙好, 還自覆其面。
입으로 설하신 묘한 말씀은 사람들의 마음을 기쁘게 하는데 항상 아첨하는 일이 없으시고 범음(梵音)이 매우 청정하다네.
013_1274_a_22L口所說妙言, 令人意歡悅, 常無諸諛諂,
梵音甚淸淨;
013_1274_b_01L 부처님께서 강설하시는 것은 백 천 가지 음악보다 나아서
많은 의심을 없애서 적정(寂靜)하게 하시고 사람들이 이익과 기쁨[利悅]을 얻게 한다네.
013_1274_b_01L佛之所講說, 勝百千音樂,
除寂諸狐疑, 令人得利悅。
갖가지 덕에 모자람이 없으며 좋은 방편으로 도의 뜻을 열어주시고 이미 지혜의 법 꽃[黠法花]을 깨달으셔서 백 천 개의 수많은 영락이 되네.
013_1274_b_02L種種德無乏,
善權決道義, 已解黠法花, 爲百千瓔珞。
그 땅의 소리는 하늘의 기악이 나오니 비유하자면 하늘의 소리와 같은데 부처님 말씀 또한 이와 같다네.
013_1274_b_03L其地之音聲, 爲出天伎樂, 譬如天音響,
佛語亦如是。
진타라(眞陀羅)와 갈필(鶡鵯) 구기(拘耆)와 원앙, 기러기[鴈)]ㆍ학과 가마우지[鸕鷀] 구나라(鳩那羅)가 물어 말하는데
013_1274_b_05L眞陁羅鶡鵯, 拘耆及鴛鴦,
鴈鶴及鸕鶿, 鳩那羅問言。
그 소리가 마치 범(梵)과 같이 부드럽고 연하여 매우 화열하며 아첨함이 없고 모자람도 없이 일체 뜻을 깨달았네.
013_1274_b_06L其音爲如梵,
柔軟甚和悅, 無諂無有短, 覺了一切義。
영특하고 부드럽고[英儒] 현절(懸絶)하여 모든 지혜 있는 이의 뜻에 맞으며 청정하고 비방을 여의었으며 온갖 생각[想]과 바람[願]이 없네.
013_1274_b_07L英儒而懸絕, 可諸智者意, 淸淨離誹謗,
無有諸想願。
덕의 뜻을 잘 시행하여 허물과 더러운 일을 하였다는 말을 듣지 않았으며 저 법으로 정각을 행하셨나니 공덕을 말한다면 이와 같다네.
013_1274_b_09L善施行德義, 不聞作瑕穢,
彼法行正覺, 言功德如是。
세존의 신체는 갖가지 좋은 것[種種好]이 있나니 손과 팔은 길어서 무릎에 닿고 7합(合)이 모두 원만하시네.
013_1274_b_10L世尊之身體,
皆有種種色, 手臂長出膝, 七合皆爲滿;
손가락은 가늘고 길고 멋지며 약간 묘절(妙絶)함이 있으며 자주 빛의 윤이 나는 금색[紫摩金色]의 몸에 마음은 명월주(明月珠)와 같다네.
013_1274_b_11L其指纖長好, 有若干妙絕, 紫磨金色體,
心如明月珠。
몸에 난 털은 부드럽고 멋져서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듯이 위로 향하여 배꼽은 둥근데 마치 높게 일어나 들뜬 것 같고 음경은 감추어져[馬藏 : 馬陰藏] 평온하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네.
013_1274_b_13L著身毛軟好, 上向如右旋,
齊圓如隆起, 馬藏寂不現。
발밑의 평평한 발바닥은 그 밑에 바퀴 모양이 있으며 부처님의 무릎은 바르고 멋져서 평등하고 갖가지 색깔[種種色]이네.
013_1274_b_14L足下安平趾,
其下有相輪, 佛膝中政好, 平等種種色。
다니는 것은 용왕과 같고 사자의 걸음과 같이 하시며 다닐 때에는 묵묵히 머리를 숙이시고 온갖 근기가 모두 청정하시네.
013_1274_b_15L經行如龍王, 爲如師子步, 行時默低頭,
諸根悉淸淨。
만일 사람이 꽃을 흩뿌리면 변하여 꽃뚜껑[花蓋]이 이루어지며 더함은 있으나 줄어드는 때는 없나니 이것이 부처님의 바른 법[佛正法]이네.
013_1274_b_17L若人散花者, 變成爲花蓋,
有增無減時, 是爲佛正法。
이익을 얻든 이익이 없든 근고(勤苦)하든 안락하든 찬탄을 받든 비방을 받든 그 마음에 더하고 덜함이 없으시네.
013_1274_b_18L若得利無利,
勤苦與安樂, 嗟歎及誹謗, 其心無增減。
비유하자면 진흙물에 물들지 않는 연꽃과 같으시니 바로 사자(師子)가 이와 같아서 더불어 견줄만한 이 없다네.
013_1274_b_19L譬若如蓮花, 不著於泥水, 正師子如是,
無有與等者。’”
013_1274_c_01L 부처님께서 뇌타화라에게 말씀하셨다. “이때 국왕의 태자 덕광은 부처님의 공덕ㆍ진리[法]와 비구승을 차탄(嗟歎)하는 것을 듣고 좋아서 뛰면서 기뻐하였는데, 비유하면 가난하고 주리고 추위에 떨던 사람이 숨겨져 있던 보배 무더기를 얻고서 그 사람이 기뻐하듯 하였으며, 비유하면 눈 먼 사람이 눈을 얻음과 같았고 감옥에 갇힌 이가 풀려나서 그 사람이 기뻐하듯이 왕태자 덕광도 부처님의 공덕ㆍ진리[法]와 비구승을 차탄하는 것을 듣고 이와 같이 기뻐하였다.
이에 국왕의 태자 덕왕이 생각하였다. ‘이제 부처님께서 위신력으로 경과 법을 증명하고 여러 스님들이 거룩한 행을 구족하여 빠진 것이 없다고 들으니, 생사(生死)에 있는 것이 도리어 삿된 행이 되는구나. 범부들은 돌이켜 봄이 많지 않으니 몸을 탐하여 자기라고 보는데 이것은 바른 행이 아니다. 집에 있으면서 많은 허물과 더러움[瑕穢]을 만들고 욕심을 익히고 집착하는 이는 고통에 떨어져야 마땅하다.
방일한 행이란 것은 지혜 있는 선비라면 떠나보내야 할 것인데, 어리석은 이는 어두움[闇瞑]을 만들고서도 그 안에서 지키면서 평등한 등불을 만든다고 한다. 사람의 뜻은 조복하기 어려우며, 명(名)과색(色)13)은 매우 깊고 6입(六入)14)은 싫어함이 없으니, 모든 습을 끊지 않으면 어려움을 당하여 몹시 애를 쓰는 데[苦毒]에 떨어지는 것이 마땅하다. 아프고 가려워 편안치 못한 것은 은혜와 사랑이 뿌리ㆍ쇠사슬ㆍ형틀이 되는 것이며, 모든 느낌[受]은 여의기 어려운 것이다.
함께 합해져 길이 원수와 만남이 되는구나. 생사는 끊기 어려우니, 사람들에게 많은 일들이 심란하게[憒閙] 되는 것이다. 아프고 헤매며 어지러우니, 몸이 견고하지 못하다. 만나면 죽음에 돌아가야 마땅하니, 즐거움은 적고 근심은 많구나. 부처님 법이 최고의 안식이 되니, 번뇌[塵勞]의 행과 탐욕스럽고 방일한 마음으로 공덕행을 세울 수는 없다.
이제 내가 어리석음 속에 있어서 한 마음으로 삼매[定意]15)를 얻지 못하였으니 가히 생사를 즐길지라도 악한 사람과 만나면 선한 도를 엄숙히 다스리지 못할 것이다. 하물며 위없는 정진도(正眞道)를 얻겠다고 할 수 있으랴? 내가 차라리 높은 누각에서 동쪽을 향하여 몸을 스스로 던질지언정, 문중의 우리 집 권속이 거리낌이 되게 하거나 내가 나가지 못하게 하지는 아니하겠노라.’”
013_1275_a_01L부처님께서 뇌타화라에게 말씀하셨다. “이 때, 국왕의 태자 덕광이 저 길의 여래ㆍ무소착ㆍ등정각(吉義如來無所著等正覺)을 향하여 스스로를 던지고 입으로 이 말을 하였다. ‘가령 세존께 일체 지혜가 있어서, 널리 보실 수 있다면 이제 하늘 중의 하늘[天中天]께서는 저를 구하겠다고 생각하셔야 마땅하옵니다.’
이에 길의 여래ㆍ무소착ㆍ정등각께서 오른팔을 펴고 손을 내시니, 광명이 덕광 태자를 환하게 비추었다. 그 광명 안에 저절로 백 천 개의 잎이 달린 연꽃이 있는데 크기가 수레바퀴 같았고, 그 연꽃에서 억백천(億百千) 가닥의 광명이 나와서 모두 널리 환히 비추었다. 이에 덕광 태자는 곧바로 이 연꽃 위에 머물러 길의 여래ㆍ무소착ㆍ등정각의 처소로 나아가고자 하여, 멀리서 두 손을 마주 잡고[叉手] 예배를 드리고 스스로 귀의한다고 세 번을 되풀이하였다.
이때 길의 여래는 광명을 빙빙 돌려서, 비추던 것을 되돌렸다[廻光還照]. 이에 태자가 광명을 찾아 가서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 머리를 부처님 발에 조아리고, 세존의 모든 근기가 적정(寂定)함을 보았다. 이때 덕광 태자가 게(偈)로 길의 여래를 찬탄하고 송(頌)을 설해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뇌타화라에게 말씀하셨다. “이때 길의 여래는 덕광 태자가 마음으로 생각하는 바를 아시고, 모든 보살의 행을 널리 해설하셨다. 덕광 태자는 저 부처님이 설하신 것을 듣고 바로 다함없는[無盡] 총지문(總持門)을 얻어서 5신통(神通)에 이르고 바로 뛰어 허공에 있으면서 변하여 묘한 꽃을 만들어 길의(吉義) 여래 위에 흩뿌렸다.
이에 왕태자 덕광과 권속이 함께 길의 여래를 받들어 모시고 궁전과 성곽을 영락으로 장엄하고 꾸미는데, 마음에 아낌이 없었다. 날마다 5백 가지 맛으로 부처님과 비구승을 공양하였고 일체 비구를 위하여 붉은 전단향과 7보로 방을 만들었으며 지나다니는 곳[經行處]을 마니(摩尼)로 만들었는데, 위에는 진귀한 보배로 엇걸린 휘장을 만들고 남과 북에 각각 꽃나무가 줄을 지어 있었다. 가장자리에 있는 목욕하는 못 안에는 우담바라 꽃[優鉢花]이 나서 자라는데, 그 끄트머리[邊際]는 청정하여 때가 없으며 그 꽃에 백 천의 수많은 잎이 있어서 백 천의 수많은 자리를 베풀었다. 낱낱의 비구마다 각기 이런 갖춤이 있었다.
이때 덕광 태자는 모든 비구들이 의복 걱정을 하지 않게 하였으며, 또한 다른 비구가 홀로 옷을 얻어 입게 하려 생각하지 아니하였다.
013_1275_c_17L爾時,德光太子令諸比丘不憂衣服,亦不想他比丘獨得衣被。
그것은 이에 억 년 동안 일찍이 자고 눕지 아니하고 사랑하는 바를 생각지 아니하며 그 몸을 탐착하지 아니하여 부처님께 공양하기로 생각했던 것과 다름이 없었다. 이때 일찍이 욕(欲)에 대해 생각함이 없었고 또한 시끄럽게 다투는 일도 없었으며 마음에 해치려는 바도 없었고 나라에 대해 탐착하지도 아니하였으며 일체를 사랑하고 아끼는 것이 없었고 몸과 목숨을 탐착하지 아니하였고 안팎으로 집착하는 것이 없었다.
013_1276_a_01L이에 부처님이 말씀하신 법을 듣고 모두 다 받아 지녔으며 여래께 거듭해서 묻지는 아니하였다. 처음부터 목욕도 하지 않고 또한 발도 씻지 않았으며 또한 몸에 향을 바르지도 않았으나 피곤하고 싫어하는 뜻을 일으키지 않았으며, 또한 일찍이 자리에 앉지도 않았고 그 음식과 옆에 모시는 사람들을 물리쳤다.
그런 뒤에 덕광 태자는 집을 버리고 도를 배워 사문이 되어 3법의(法衣)를 입고 항상 걸식[分衛]을 행하였다. 처음부터 세상일에 참여하지 않았고 또한 자고 눕지 않았으며 끝내 의복과 음식에 대한 마음도 없었다. 4억 세 동안 구족하여, 항상 은혜로 법을 보시하였고 일찍이 ‘내가 있다[有我]’고 헤아리지 아니하였으며 또한 다른 사람을 의심치 아니하였는데, 어찌 공양을 구하였겠는가?
013_1276_b_01L부처님께서 뇌타화라에게 말씀하셨다. “이때 정거(淨居)천의 모든 하늘이 마음으로 생각하였다. ‘덕광 태자가 일체 사람을 가르쳐서 사문이 되게 하였으니, 우리들 또한 이에 청정한 행을 지어 3보(寶)에 공양드리고 섬겨야 마땅하리다.’ 이로 말미암아 3보가 성립(成立)하고 끊어지지 않았다. 그 길의 여래가 반열반[般泥洹] 한 뒤 그 법은 64억 세에 이르기까지 머물렀으니, 모두 이 덕광 비구의 옹호한 것이다. 그 덕광 태자는 이와 같은 비율로 94억 나유타[那術] 동안 천(百千) 분의 부처님을 공양하였다.”
대답이 미치지 못하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바로 무량수(無量壽) 여래가 그였고, 그대는 이 때의 덕광 태자였음을 아는가?”
013_1276_b_06L答言:“不及。”佛言:“則無量壽如來是。汝知爾時德光太子不?”
대답이 미치지 못하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바로 내 몸이 그였고, 이 때의 성신(城神)은 곧 무노각(無怒覺) 여래였다.”
013_1276_b_07L答言:“不及。”“則吾身是也。爾時城神者,則無怒覺如來是。”
부처님께서 뇌타화라에게 말씀하셨다. “이런 까닭에 보살 대사로서 위없는 정진도[無上正眞道]의 최정각(最正覺)을 이루고자 하는 이라면, 덕광 태자가 행한 적막(寂寞)의 가르침을 배워서 은혜와 사랑[恩愛]을 버리고 방일한 행을 없애야 마땅합니다. 내가 위없는 정진도를 구할 때, 마음과 몸을 다하여 애써 정진한 것이 이와 같았었다.
이 무리들은 청정하고 바른 행이 없는 이들로, 옷과 먹을 것에 탐착하고 게으름이 없는 것을 근심하니, 이것은 공양을 받아 쓰는 까닭이다. 스스로 불법을 멀리하고 배운 것은 도움 될 것이 없으며, 사문을 더럽히고 어지럽게 하여 보살의 법을 무너뜨리고, 그 몸[身]과 입[口]과 뜻[意]을 제멋대로 하고 원하는 것을 망령되게 하여 그 근본이 되는 행[本行]을 여의며, 옷ㆍ침상ㆍ침구와 병들고 야윈 데 쓰는 의약을 탐한다. 부끄러운 마음을 갖지 않고, 바른 행과 덧없는 법[無常之法] 배우기를 즐기지 않으며, 거룩한 가르침[尊敎]을 받들지 않고 부처님의 행에서 멀리 떠나니, 스스로 도에 대한 뜻을 버리고 해탈의 행을 즐기지 않습니다.”
3)4제(諦)를 명료하게 주시하여 그것에 대한 미혹을 끊고 확실하게 인정함. 진리를 확실하게 인정하고 거기에 안주하여 마음을 움직이지 않음.
4)번뇌, 또는 그에 물들어 마음이 고달프고 괴로움.
5)불생불멸(不生不滅)의 진리를 확실하게 인정하고 거기에 안주하여 마음을 움직이지 않음.
6)4제(諦)를 명료하게 주시하여 그것에 대한 미혹을 끊고 확실하게 인정함.
7)극락정토의 변두리 땅. 극락왕생의 염불을 하면서도 아미타불의 본원(本願)에 의혹을 품는 사람들이 태어나는 곳.
8)진실함, 참다움.
9)온갖 분별이 끊어진 마음 상태. 탐(貪)ㆍ진(瞋)ㆍ치(癡) 삼독심이 소멸된 열반의 상태.
10)3법인(法忍). 진리를 확실히 알아 거기에 안주하는 세 가지 방법. 음향인(音響忍)ㆍ유순인(柔順忍)ㆍ무생법인(無生法忍).
11)나유타(那由他). 지극히 큰 수를 나타낼 때 쓰이는 말. 『구사론』에서는 10의 11승이라 함.
12)구문라(拘文羅), 구물두(拘物頭). 산스크리트 kumuda의 음사(音寫). 흰색이나 붉은색의 꽃이 피는 수연(睡蓮).
13)명(名)은 수(受)ㆍ상(想)ㆍ행(行)ㆍ식(識)의 작용, 색(色)은 분별과 관념으로 대상에 채색하는 의식 작용.
14)대상을 감각하거나 의식하는 안(眼)ㆍ이(耳)ㆍ비(鼻)ㆍ설(舌)ㆍ신(身)ㆍ의(意)의 6식(根), 또는 그 작용. 6처(處)와 같음.
15)정의(定意). 마음을 한곳에 집중하여 산란하지 않는 상태.
16)향나무의 일종.
17)① 부처님만이 갖추고 있는 열 가지 지혜의 능력: 처비처지력(處非處智力:이치에 맞는 것과 맞지 않는 것을 분명히 구별하는 능력)ㆍ업이숙지력(業異熟智力:선악의 행위와 그 과보를 아는 능력)ㆍ정려해탈등지등지지력(靜慮解脫等持等至智力:모든 선정에 능숙함)ㆍ근상하지력(根上下智力:중생의 능력이나 소질의 우열을 아는 능력)ㆍ종종승해지력(種種勝解智力:중생의 여러 가지 뛰어난 판단을 아는 능력)ㆍ종종계지력(種種界智力:중생의 여러 가지 근성을 아는 능력)ㆍ편취행지력(遍趣行智力:어떠한 수행으로 어떠한 상태에 이르게 되는지를 아는 능력)ㆍ숙주수념지력(宿住隨念智力:중생의 전생을 기억하는 능력)ㆍ사생지력(死生智力:중생이 죽어 어디에 태어나는지를 아는 능력)ㆍ누진지력(漏盡智力:번뇌를 모두 소멸시키는 능력) ② 보살이 갖추고 있는 열 가지 능력: 직심력(直心力:모든 현상에 물들지 않는 능력)ㆍ심지력(深心力:부처님의 가르침을 깨뜨리지 않는 능력)ㆍ방편력(方便力: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그 소질에 따라 모든 수단과 방법을 행하는 능력)ㆍ지혜력(智慧力:중생의 마음과 행위를 아는 능력)ㆍ원력(願力:중생의 소원을 이루게 해주는 능력)ㆍ행력(行力:끊임없이 실천하는 능력)ㆍ승력(乘力:중생에게 가르침을 설하여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 능력)ㆍ유희신통력(遊戱神通力:자유자재로 중생을 구제하는 능력)ㆍ보리력(菩提力:깨달을 수 있는 능력)ㆍ전법륜력(轉法輪力:번뇌를 부수는 가르침을 설할 수 있는 능력).
18)중생이 저지른 행위에 따라 받는다고 하는 다섯 가지 미혹한 생존. 곧 지옥도(地獄道)ㆍ아귀도(餓鬼道)ㆍ축생도(畜生道)ㆍ인도(人道)ㆍ천도(天道).
19)마음에 품은 원한이 굳게 엉켜서 풀리지 않음.
20)5행(行). ①보시(布施)ㆍ지계(持戒)ㆍ인욕(忍辱)ㆍ정진(精進)ㆍ지관(止觀)의 다섯 가지 수행(修行). ②보살의 다섯 가지 수행. 성(聖)ㆍ범(梵)ㆍ천(天)ㆍ영아(嬰兒)ㆍ병(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