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3_1296_c_01L천신이 다시 물었다. “훌륭하십니다. 존자시여, 보살이라면 항상 법을 아까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 옛날 시기(尸棄) 범왕(梵王)과 그 권속을 위해 네 가지 법문의 보살도를 연설하신 것과 같이 지금 저희들을 위해서도 이러한 뜻을 말씀해 주십시오.”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십시오. 그대를 위해 말하겠습니다. 천자여, 보살마하살은 네 가지 최고로 즐거워하는 마음[增上意樂心]을 내야 합니다. 무엇이 네 가지인가? 이른바 온갖 중생을 거두는 마음이며, 온갖 중생을 성숙시키는 마음이며, 온갖 선근을 모으는 마음이며, 온갖 불법(佛法)을 깨달으려는 마음이니, 이것이 네 가지입니다.
또 보살마하살은 네 가지 산과 같은 마음[如山心]을 일으켜야 합니다. 무엇이 네 가지인가? 이른바 구걸하는 이를 미워하지 않는 마음, 나쁜 길로 향하는 이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 반야바라밀을 항상 버리지 않으려는 마음, 닦은 온갖 행을 모두 원만하게 하려는 마음이니, 이것이 네 가지입니다.
또 보살마하살은 네 가지 더욱 수승하게 하려는 마음[轉勝心]을 일으켜야 합니다. 무엇이 네 가지인가? 이른바 지계를 더욱 수승하게 하고, 다문(多聞)을 더욱 수승하게 하고, 대자(大慈)를 더욱 수승하게 하고, 대비(大悲)를 더욱 수승하게 해야 하니, 이것이 네 가지입니다.
또 보살마하살은 네 가지 금강과 같아서 무너뜨릴 수 없는 마음[如金剛不可壞心]을 일으켜야 합니다. 무엇이 네 가지인가? 이른바 믿고 좋아함을 무너뜨릴 수 없고, 선지식에 의지함을 무너뜨릴 수 없고, 수행을 무너뜨릴 수 없고, 대승을 구함을 무너뜨릴 수 없음이니, 이것이 네 가지입니다.
또 보살마하살에겐 네 가지 제일 뛰어난 법[第一勝法]이 있습니다. 무엇이 네 가지인가? 이른바 모든 중생에게 해치려는 마음이 없고, 자기를 괴롭힌 자를 마음에 두지 않고, 다섯 가지 욕심의 경계에 있으면서도 방일하지 않고, 가난하고 힘들어도 법다운 행을 버리지 않으니, 이것이 네 가지입니다.
또 보살에겐 네 가지 즐거움[樂]이 있습니다. 무엇이 네 가지인가? 이른바 ‘나’와 ‘나의 것’을 여의어 집착이 없는 즐거움, 온갖 것을 돌아보지 않고 멀리하는 즐거움, 온갖 경계를 벗어난 고요한 즐거움, 온갖 중생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번뇌가 없는 열반의 즐거움이니, 이것이 네 가지입니다.
또 보살에겐 네 가지 좋은 법[善法]이 있습니다. 무엇이 네 가지인가? 이른바 온갖 좋은 법을 즐겁게 닦고, 배우지 못한 자를 업신여기지 않고, 원수건 친구건 모든 중생을 평등이 대하고, 청하지 않은 벗이 되어 중생을 이롭게 하면서 그 보답을 바라지 않으니, 이것이 네 가지입니다.
013_1297_c_01L또 보살에겐 네 가지 청정(淸淨)이 있습니다. 무엇이 네 가지인가? 이른바 계가 청정하니 ‘나’가 없는 까닭이며, 선정이 청정하니 ‘중생(衆生)’이 없는 까닭이며, 지혜가 청정하니 ‘수자(壽者)’가 없는 까닭이며, 해탈이 청정하니 태어날 곳이 없는 까닭입니다. 이것이 네 가지입니다.
또 보살에겐 네 가지 손[手]이 있습니다. 무엇이 네 가지인가? 이른바 믿음의 손, 계의 손, 들음의 손, 지혜의 손이니, 이것이 네 가지입니다.
013_1297_c_05L復次,菩薩有四種手。云何爲四?謂信手;戒手;聞手;慧手。是爲四。
또 보살에겐 네 가지 눈[眼]이 있습니다. 무엇이 네 가지인가? 이른바 육안(肉眼)이니 착한 업을 지은 까닭이며, 천안(天眼)이니 신통에서 물러나지 않은 까닭이며, 혜안(慧眼)이니 들은 것을 싫어하지 않은 까닭이며, 법안(法眼)이니 모든 법을 자세히 관찰하고 인(忍)을 얻은 까닭입니다. 이것이 네 가지입니다.
또 보살에겐 네 가지 하기 어려운 행[難行]이 있습니다. 무엇이 네 가지인가? 이른바 온갖 천대와 능멸을 받아도 참고 견디며, 비록 자신이 궁핍할지라도 가진 것을 모두 보시하고, 머리ㆍ눈ㆍ몸을 구걸하러 왔더라도 마음에 거슬림이 없이 착한 벗처럼 생각하고, 공하여 ‘나’가 없음을 관찰하면서도 현재의 삶을 받는 것이니, 이것이 네 가지입니다.
또 보살에겐 네 가지 다라니를 얻는 꿈[得陀羅尼夢]이 있습니다. 무엇이 네 가지인가? 이른바 큰 창고에 온갖 보배가 가득한 꿈, 맑은 못에 온갖 꽃이 만발한 꿈, 앞뒤 모두 맑고 하얀 주단을 얻는 꿈, 모든 천신이 일산을 들고 위를 덮어 주는 꿈이니, 이것이 네 가지입니다.
또 보살에겐 네 가지 삼매를 얻는 꿈[得三昧夢]이 있습니다. 무엇이 네 가지인가? 이른바 단정한 아가씨가 온갖 보배로 몸을 치장하고 꽃을 들고 와 주는 꿈, 흰 기러기가 줄을 지어 공중에서 빙빙 도는 꿈, 여래께서 손으로 그의 정수리를 만지는 꿈, 여래께서 연화좌에 앉아 삼매에 드는 꿈이니, 이것이 네 가지입니다.
또 보살에겐 네 가지 대인상을 얻는 꿈[得大人相夢]이 있습니다. 무엇이 네 가지인가? 이른바 온갖 묘한 꽃과 과일이 사라수(娑羅樹)에 가득한 꿈, 큰 구리그릇에 뭇 보배가 가득한 꿈, 허공에 당과 번이 장엄하게 늘어선 꿈, 전륜왕이 법으로 세상을 다스리는 꿈이니, 이것이 네 가지입니다.
또 보살에겐 네 가지 물러나지 않은 모습의 꿈[不退相夢]이 있습니다. 무엇이 네 가지인가? 이른바 흰 비단을 정수리에 묶는 꿈, 누구에게나 보시를 베푸는 행사를 자신이 여는 꿈, 법좌(法座)에 직접 앉는 꿈, 부처님이 도량에 앉아 대중에게 설법하는 꿈이니, 이것이 네 가지입니다.
또 보살에겐 네 가지 마군을 항복받는 꿈[降魔怨夢]이 있습니다. 무엇이 네 가지인가? 이른바 아주 힘센 장사가 작은 장사를 무찌르고는 우승의 깃발을 들고 가는 꿈, 매우 용맹한 장수가 전쟁에서 이기고 가는 꿈, 정수리에 물을 붓고 왕위를 받는 꿈, 보리수에 앉아 뭇 마군을 항복 받는 꿈이니, 이것이 네 가지입니다.
013_1299_a_01L
그때 세존께서 선승 천자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허공의 연화좌에 앉은 여러 보살을 보았느냐?”
013_1299_a_01L爾時,世尊告善勝天子言:“汝見虛空蓮花座上諸菩薩不?”
천자가 대답하였다. “네, 보았습니다.”
013_1299_a_03L天子白言:“唯然,已見。”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보살들은 모두 문수사리가 교화하여 제도한 자들로서 이와 같은 네 가지 법문을 듣기 위해 시방에서 찾아온 것이다. 이들은 모두 일생보처(一生補處)의 지위에 머무는 자들로서 시방세계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고 각기 다른 명호를 얻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염부제(閻浮提)에 가득한 먼지의 수를 셀 수 있다고 해도 이 보살들의 수는 그 끝을 알 수 없을 것이다.”
013_1299_a_12L佛告舍利弗:“假使微塵滿閻浮提尚可數知,此菩薩數莫知邊際。”
사리불이 여쭈었다. “이 보살들이 정각을 이루었을 때 어디에 그렇게 많은 불국토가 있어서 이들을 수용하겠습니까?”
013_1299_a_14L舍利弗言:“何處當有爾許佛剎,容是菩薩成正覺耶?”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佛言:
“그런 말 하지 말라. 모든 세계 중 부처님이 계시지 않아 비어 있는 곳이 한량없고 그지없다.
013_1299_a_15L“且止,莫作是說!諸世界中,空無佛者,無量無邊。
사리불아, 가령 여래가 항하의 모래처럼 많은 겁(劫) 동안 오래도록 세상에 머물면서 날마다 항하의 모래처럼 많은 법을 말하고, 낱낱의 법을 말할 때마다 항하의 모래처럼 많은 보살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기별(記別)을 주어서 동쪽으로 항하의 모래처럼 많은 세계를 지나서 비로소 한 보살이 부처를 이룬다고 하자.
“천자여, 보살이 보리에 머무는 법[住菩提法]을 성취하는 데 서른다섯 가지가 있습니다. 이른바 항상 때에 의지하여 그 때를 놓치지 말며, 모든 감관을 경책해야 하며, 마음을 거두어 흔들리지 말며, 모든 바라밀을 닦아야 하며, 좋은 방편을 따라야 하며, 수승한 즐거움을 일으켜야 하며, 대자(大慈)를 세워야 하며, 대비(大悲)를 일으켜야 합니다.
대승을 버리지 않아야 하며, 소승을 멀리해야 하며, 항상 진실을 자세히 살펴야 하며, 여실히 해야 하며, 바른 법을 보호해야 하며, 들은 대로 행해야 하며, 중생의 성품이 평등하여 다르지 않음을 깨달아야 하며, 계행을 깨뜨린 자건 계행을 지키는 자건 모두 복전(福田)임을 관찰해야 하며, 온갖 마군의 업을 깨달아야 하며, 큰 소원을 원만하게 이루어야 하며, 나고 죽는 것에 싫증내지 말아야 하며, 뭇 마군을 항복받아야 합니다.
013_1299_c_01L 은혜를 알고 은혜에 보답해야 하며, 인연을 멸하는 법에 들어가야 하며, 해탈하는 법문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하며, 모든 부처님께 공양해야 하며, 중생들의 요구에 따라 모두 해야 하며, 세간법에 물들지 않아야 하며, 아란야를 좋아해야 하며, 욕심을 줄여야 하며, 만족할 줄 알아야 하며, 제도되지 않은 자를 제도해야 하며, 이해하지 못하는 이는 이해시켜야 하며, 편안하지 못한 이는 편안하게 해야 하며, 열반에 들지 못한 이는 열반에 들게 해야 하며, 삼보의 씨앗을 끊어지지 않게 해야 하며, 모든 부처님의 청정한 국토의 공덕 장엄을 모두 섭렵해야 합니다.
이것이 보살의 서른다섯 가지 보리에 머무는 법을 성취함입니다. 마땅히 이렇게 배워야 합니다.
013_1299_c_03L是爲成就菩薩三十五種住菩提法,應如是學。
또, 천자여, 보살은 열 가지 거만한 마음을 여의어야 합니다.
013_1299_c_04L又復天子!菩薩應離十種慢心。
이른바 아만(我慢)과 많이 들었다는 거만[多聞慢]과 말재주가 뛰어나다는 거만[辯才慢]과 이익과 명성이 높다는 거만[利養名稱慢]과 아란야에 머문다는 거만[住阿蘭若慢]과 두타의 공덕이 있다는 거만[頭陀功德慢]과 부귀하고 권속이 많다는 거만[富貴眷屬慢]과 제석과 범왕이 보호하고 받들어 섬긴다는 거만[釋梵護世承事慢]과 선정과 신통이 있다는 거만[禪定神通慢]과 불ㆍ법ㆍ승에 무너지지 않는 믿음을 얻은 까닭에 하늘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 등이 공경하고 찬탄한다는 거만입니다.
“그렇다. 너의 말과 같이 어떤 국토에서든 문수사리가 이 법문을 말하는 곳에는 곧 법왕(法王)이 그 안에 머문다. 만일 이 법을 행하는 중생이 있다면 그가 참다운 부처의 제자이며, 능히 이 법을 믿고 이해해 지닌다면 그것을 진실한 행이라 할 것이다. 이런 사람은 이미 부처님께 제도된 자로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