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 계실 적에 큰 비구승과 다른 무량한 대중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함께하셨다. 그때 장로 사리불(舍利弗)이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벗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어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게송으로 청하였다.
큰 위덕이 있으신 세존이시여 원컨대 저희들에게 말씀해 주소서. 불탑의 오른쪽을 도는 사람이 얻게 되는 과보가 어떠합니까?
그때 부처님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불탑(佛塔)을 오른쪽으로 돌고 얻는 모든 공덕을 내가 이제 조금 말할 터이니 너희들 모두 잘 들어라.
일체의 하늘과 용과 야차와 귀신들이 모두 친근하고 공양함은 불탑을 오른쪽으로 돈 까닭이니라.
태어나는 곳마다 어디에서나 여덟 가지 어려움 멀리 떠나서 언제나 어려움 없는 곳에 태어나는 것 불탑을 오른쪽으로 돈 까닭이니라.
일체의 태어나는 곳곳마다 생각과 지혜를 잃지 않고서 미묘한 색상을 구족하는 것 불탑을 오른쪽으로 돈 까닭이니라.
사람과 천상에 왕래하면서 복(福)과 목숨이 다 길고 유구하며 언제나 커다란 명성[名稱] 얻는 것 불탑을 오른쪽으로 돈 까닭이니라.
염부제(閻浮提)에서 언제나 존귀하고 수승하며 청정한 가문[種姓]에 태어나는 것 불탑을 오른쪽으로 돈 까닭이니라.
거동과 용모가 단정하거나 부귀하여 재물이 무량하거나 언제나 큰 봉읍(封邑)을 받게 되는 것 불탑을 오른쪽으로 돈 까닭이니라.
재물과 보배가 항상 가득하고 인색한 마음이 없어 용맹하게 은혜를 널리 베푼 것 불탑을 오른쪽으로 돈 까닭이니라.
용모[色相]가 깨끗하고 미묘하여서 보는 이 누구나 즐거워하고 머무는 곳 언제나 안락한 것은 불탑을 오른쪽으로 돈 까닭이니라.
혹은 도리천(忉利天)의 왕이 되어서 처자가 모두 다 구족하고 위력과 세력이 자재한 것은 불탑을 오른쪽으로 돈 까닭이니라.
혹은 바라문이 되어서 계율을 지니거나 주술을 배워 베다[圍陀]의 경전을 통달하는 것 불탑을 오른쪽으로 돈 까닭이니라.
혹은 크나큰 장자가 되어 호귀(豪貴)하고 재산이 많이 있어서 창고[倉廩]가 언제나 풍족한 것은 불탑을 오른쪽으로 돈 까닭이니라.
혹은 바른 법[正法]의 왕이 되니 부처님[自在王]께 염부(閻浮)와 솔토(率土)가 모두 귀화(歸化)하는 것 불탑을 오른쪽으로 돈 까닭이니라. 혹은 7보(寶)를 구족하고 큰 힘 가진 전륜왕이 되어 10선(善)으로 중생을 다스림은 불탑을 오른쪽으로 돈 까닭이니라.
이로부터 천상에 태어나 항상 큰 위덕이 있고 청정히 불탑을 믿는 것 불탑을 오른쪽으로 돈 까닭이니라.
천정한 신심(信心) 속히 이루어지고 모든 법에서 미혹이 없어진 뒤에 모든 행의 공함을 보게 되는 것 불탑을 오른쪽으로 돈 까닭이니라.
천상에서 목숨을 버리고 나서 내려와 인간에 태어날 적에 태에 들어 미혹하여 혼란 없는 것 불탑을 오른쪽으로 돈 까닭이니라.
어머니의 태속에 있을 적에도 더러움에 물들지 아니하여서 청정한 마니주(摩尼珠)와 같게 되는 것 불탑을 오른쪽으로 돈 까닭이니라.
태에서나 그리고 출생할 적에 어머니가 언제나 안락하시고 젖 먹을 때 또다시 그러한 것은 불탑을 오른쪽으로 돈 까닭이니라. 부모와 그리고 친척들이나 모두가 함께 길러 주시되 유모(乳母)를 언제나 여의지 않는 것 불탑을 오른쪽으로 돈 까닭이니라.
권속이 모두가 사랑해 줌이 부모의 그것보다 훨씬 더하고 자재(自在)가 스스로 증장하는 것 불탑을 오른쪽으로 돈 까닭이니라.
야차(夜叉)와 그리고 모든 악귀가 잠시도 놀라게 하지 못하고 구하는 것 자연히 얻어지는 것 불탑을 오른쪽으로 돈 까닭이니라.
백천 겁을 지나도록 몸매는 더욱 더욱 청정해지고 미묘한 용모 원만해짐은 불탑을 오른쪽으로 돈 까닭이니라.
맑은 눈이 기다랗고 또한 넓어서 푸른빛 연꽃[靑蓮花]과 같고 겸하여 청정한 천안(天眼) 얻는 것 불탑을 오른쪽으로 돈 까닭이니라.
미묘한 색(色)이 언제나 원만하고 모든 상(相)이 제대로 장엄되어 큰 세력을 성취하는 것 불탑을 오른쪽으로 돈 까닭이니라. 혹은 제석궁(帝釋宮)에 태어나서 커다란 위세가 자재하여서 도리천 안에서 존귀한 것은 불탑을 오른쪽으로 돈 까닭이니라.
혹은 수야마(須夜摩)1)에 태어나거나 그리고 도솔타천궁이거나 화락천(化樂天)과 타화천(他化天)에 태어나는 것 불탑을 오른쪽으로 돈 까닭이니라.
혹은 범천(梵天)에 태어나거나 범세(梵世)에서 제일로 자재하여 모든 하늘 언제나 공양하는 것 불탑을 오른쪽으로 돈 까닭이니라.
억 나유타(那由他) 겁에 언제나 지혜로운 사람에게서 공경하고 공양 받는 것 불탑을 오른쪽으로 돈 까닭이니라.
몸매와 그리고 의복까지도 억 겁 동안 언제나 때가 안 끼고 맑은 성질[白淨法] 원만히 구족하는 것 불탑을 오른쪽으로 돈 까닭이니라.
커다란 정진력을 구족하여서 가지가지 수행을 힘써 닦으며 피로와 게으름을 모르는 것은 불탑을 오른쪽으로 돈 까닭이니라.
용맹하게 언제나 정진하여서 견고함을 무너뜨릴 이 없게 되었고 짓는 것은 빠르게 성취되니 불탑을 오른쪽으로 돈 까닭이니라.
깊고 멀고 미묘한 음성을 내면 듣는 이 모두가 즐거워하며 안락하여 언제나 병이 없는 것 불탑을 오른쪽으로 돈 까닭이니라.
내가 일찍이 연설한 말과 같아서 3유(有)의 괴로움을 버리고 출세(出世)의 지혜를 성취하는 것 불탑을 오른쪽으로 돈 까닭이니라.
언제나 4념처(念處)와 그리고 4정근(正勤)과 4여의(如意)와 4신족(神足) 있는 것 불탑을 오른쪽으로 돈 까닭이니라.
4제[四眞諦]와 5근(根)ㆍ10력(力)ㆍ7각지분(覺支分)과 8정도(正道)와 성스런 과[聖果] 요달하는 것 불탑을 오른쪽으로 돈 까닭이니라.
일체의 번뇌를 없애고 큰 위덕을 구족하며 무루(無漏)와 6신통(神通)을 얻는 것 불탑을 오른쪽으로 돈 까닭이니라.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 일체의 장애를 멀리 여의고 독각(獨覺)의 깨달음 증득하는 것 불탑을 오른쪽으로 돈 까닭이니라.
미묘한 자금색(紫金色) 상호(相好)를 하신 장엄한 몸매를 얻으시고는 버젓이 부처님[天人師] 되시는 것은 불탑을 오른쪽으로 돈 까닭이니라.
모두가 신업(身業)과 어업(語業)으로 칭찬하거나 그리고 찬탄함은 불탑을 오른쪽으로 돈 공덕 때문에 이러한 큰 이익을 얻게 되리라.
모든 부처님 탑묘(塔廟) 오른쪽으로 돌아 얻는 여러 가지 공덕(功德)을 내가 이제 들은 대로 간략이 말했으나 어찌 다하리.
그때 세존께서 이 게송을 말씀하시니, 사리불과 모든 대중이 모두 크게 기뻐하며 믿고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