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한때 부처님께서는 도사라국(都娑羅國) 사바제성(舍婆提城)에 있는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 계셨다.
013_1302_a_03L如是我聞:一時,佛在都娑羅國舍婆 提城祇樹給孤獨園。
그때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지금 똑똑히 들어라. 마땅히 그대들을 위해 말해 주리라. 만일 어떤 여인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고자 한다면, 먼저 마땅히 이와 같이 생각해야 한다.‘모든 여인들이 갖고 있는 아첨ㆍ질투ㆍ탐욕ㆍ분노ㆍ삿됨・거짓 등 일체의 악한 일들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는 인연으로 말미암아 미래세에는 또 다시 생기지 않을 것이다.’이러한 뜻이 있기 때문에 모든 여인들은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야 한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실 때, 대중들 가운데 견고(堅固)라고 하는 한 우바이(優婆夷)가 있다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의복을 가다듬고 열 손가락을 모아 합장하고서 부처님에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일체 중생을 이롭게 하기 위하여 일체 중생에게 안락함을 베풀고, 또한 일체 세계의 중생을 불쌍히 여겨 일체의 천상과 인간을 제도해 해탈시키기 위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과거의 비롯됨이 없는 생사와 미래의 끝없는 유전(流轉)에 대하여 두려워하거나 무서워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부처의 종성 (種性)을 끊지 않기 위해, 여래의 종성을 끊지 않기 위해, 일체지(一切智)의 종자를 끊지 않기 위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어 보살행을 닦겠습니다.
013_1302_b_01L세존이시여, 제가 이제 일체 중생을 편안하게 하기 위하여 보리심을 내니, 구제받지도 보호받지도 못한 이들을 구호(救護)하기 위함이며, 친구 없는 이들에게 친구가 되어주기 위함이며, 귀의하지 않은 이들을 귀의하게 하기 위함이며, 집이 없는 이들에게 집을 마련해주기 위함입니다.”
이때 견고녀가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저는 예부터 생사의 흐름을 따라 전전해 오면서 일찍이 이와 같은 보리의 마음을 내지 못했었는데, 이제야 비로소 그 마음을 내어 저는 지금 큰 이익을 얻었고 훌륭한 사람의 몸과 큰 수명(壽命)을 얻었습니다. 과거세에도 선지식을 만났으나 일찍이 한 생각도 성문이나 벽지불의 마음을 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한 인연 때문에 지금 다시 일체 중생을 위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때 사리불이 다시 견고녀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보살이 말한 대로 수행하는 것입니까?”
013_1302_b_21L爾時,舍利弗復 問堅固女言:“云何菩薩如說修行?”
013_1302_c_01L견고녀가 말하였다. “사리불이시여, 보살은 성문지(聲聞地)를 좋아하지 않고 벽지불지(辟支佛地)를 좋아하지 않으며 단지 여래의 몸[如來身]과 여래지(如來地)와 일체지지(一切智地)를 좋아합니다.
이와 같이 대덕 사리불이시여, 이를 보살마하살이 말한 대로 수행하는 것이라 합니다.
또한 대덕 사리불이시여, 보살마하살은 만약 보시를 행할 때에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기 원하지 성문이나 벽지불의 지위를 구하지 않으며, 만약 지계(持戒)나 인욕(忍辱)이나 정진이나 선정이나 지혜를 닦을 때에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구하기 원하지 성문이나 벽지불의 지위를 구하지 않으니, 이를 보살마하살이 말한 대로 수행하는 것이라 합니다.”
견고녀가 말하였다. “대덕 사리불이시여, 만약 제가 이 몸으로 아라한을 얻었다면 저의 지혜는 전도된 것입니다. 제가 이 몸으로 아라한을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래세(未來世)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저의 지혜는 전도된 것이라 할 수 없습니다.”
이때 사리불이 견고녀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야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게 됩니까?”
013_1302_c_21L時舍 利弗謂堅固女言:“汝經幾時當得阿 耨多羅三藐三菩提?”
013_1303_a_01L견고녀가 말하였다. “대덕 사리불이시여, 저는 부처님도 아니고 아라한도 아니기 때문에 얼마의 시간이 지나야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수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사리불이시라면 이제 아라한의 무루지혜(無漏智慧)를 얻었으니, 마땅히 제가 얼마만큼의 시간을 지나야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수 있는지 알 것입니다.”
그때 또한 대덕 사리불이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우리들이 비록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얻었어도 널리 중생을 이익되게 하는 대장부의 일을 하지 못했구나. 대장부가 갖추어야 할 장부의 법이란 한량없는 중생에게 많은 이익을 줄 수 있는 것이니, 예컨대 견고녀처럼 자신의 이익은 물론 일체 중생의 이익을 위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견고녀에게 물었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란 어떤 법을 말합니까?”
견고녀가 말하였다. “대덕 사리불이시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는 일체의 법 가운데 가장 위고 가장 뛰어나며 더욱이 이를 넘어서는 것이 없으니, 이를 아뇩다라삼먁삼보리라 합니다. 또한 사리불이시여, 이른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라는 것은 제가 그 법에 대해 알 수 없는 것입니다.”
견고녀가 말하였다. “정말 그렇습니다. 사리불이시여, 제가 바로 이 얻을 수 없는 법을 깨달으려 하는 것이니, 얻을 수 없는 법은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얻을 수 없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까닭에 제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깨달으려 하는 것이며,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깨닫고 나면 대법륜(大法輪)을 굴릴 것이니, 이 법륜을 굴려서 삼천대천세계의 중생으로 하여금 모두 다 듣고 알 수 있게 할 것입니다.”
그때 세존께서 사리불이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아시고는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이 땅 안에는 지난 과거세에 똑같이 견고(堅固)라고 불리는 천 명의 여인이 있었는데, 모두 다 그대가 앉아 있는 곳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어 대신통을 나타내고 보리를 얻을 기별[受記]을 받았다. 미래세에 미륵이 출현할 때에도 역시 이곳에는 똑같이 견고라고 불리는 천 명의 여인들이 있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어 대신통을 나타내고 보리를 얻을 기별을 받아 마땅히 부처가 될 것이니, 그 명호는 승견고(勝堅固) 여래ㆍ응공ㆍ정변지일 것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정녕 그와 같다. 부처는 과거에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현재에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미래에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과거ㆍ현재ㆍ미래의 모든 부처님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단지 가명(假名)으로써 3세의 부처님이 존재한다고 말한 것일 뿐이지 모든 부처님이 과거ㆍ현재ㆍ미래에 있다는 것은 아니다.”
견고녀가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은 법을 알지 못하면 교화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이제 반드시 중생을 교화하겠습니다.”
013_1304_a_03L女言:“世 尊!無有見如是法不教化者,是故我 今必定當能教化衆生。”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는 미래세에 대도사(大導師)가 될 것이냐?”
013_1304_a_05L佛言:“汝於來 世作大導師耶?”
견고녀가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은 법을 알지 못하면 도사가 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이제 반드시 대도사가 되겠습니다.”
013_1304_a_06L女言:“世尊!無有見如 是法不作導師,是故我今必定當得 作大導師。”
그때 천제석(天帝釋)이 만다라화를 가지고 부처님 앞에 서서 가지고 있던 꽃을 견고녀에게 주며 이렇게 말하였다. “당신은 이 꽃을 가지고 부처님 위에 뿌리십시오.” 그러자 견고녀는 그 꽃들을 받아 부처님께 뿌렸는데, 부처님의 신통력 때문에 그 꽃들이 허공중에 머무르니, 그때에 세존께서 곧 미소를 지으셨다.
013_1304_b_01L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이 견고녀를 보고 있는가? 이 여인은 이 목숨이 다하면 여인의 몸을 버리고 남자가 될 것이며, 성수겁(星宿劫)1) 동안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니, 그 명호는 보견(普見) 여래ㆍ응공ㆍ정변지이다. 그 보견 부처님이 처음 설법할 때에는 이십(二十) 백천 만억의 사람들이 온갖 번뇌를 다하고 무거운 짐을 버려 아라한과를 증득할 것이고, 두 번째 설법할 때에는 일십(一十) 오백 천만억의 사람들이 아라한과를 증득할 것이며, 세 번째 설법할 때에는 일십 백천 만억의 사람들이 아라한과를 증득할 것이다. 이 이후에는 무량 백천 만억 나유타의 무리들이 아라한과를 증득할 것이다.
이와 같이 아난다여, 저 보견여래의 찰토(刹土) 안에는 지옥이나 아귀나 축생이 없으며, 그 국토의 중생들은 모두 다 10선업도(善業道)를 성취할 것이며, 장사를 하거나 농사짓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 국토에는 한량없는 공덕이 있으니, 그러므로 만약 어떤 선남자와 선여인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낸다면 그 사람에 대해 가벼이 여기거나 교만한 마음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오직 여래만이 이런 일을 분명히 아시며, 다른 성문이나 벽지불 등이 헤아려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아난아, 만약 나를 사랑하고 즐거워하거나 존중한다면 마땅히 보살에게 경멸하는 마음을 내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