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펴보건대 법왕(法王)은 예리한 견해와 선교방편(善巧方便)이 있으셔서 그 범음(梵音)과 광명(光明)이 사람들을 감동시키기도 하고, 또한 지혜를 열어 사물을 섭수하기도 하십니다. 법도를 세워 그 상(相)을 펼쳐 보이시고 흥성시키시며, 그 근본이 되는 인연을 시설하십니다. 주사(朱砂)와 도향(塗香)으로써 법륜을 나타내시고 때에 맞추어 정행(淨行)의 가르침으로 길러 주시니, 이 훌륭한 덕은 귀일(歸一)하는 바가 있으므로 간략히 찬탄의 말씀을 올립니다.
즉 정방형의 단(壇)을 바깥에 펼치고 원형의 도량을 내부에 배열해서 여덟 자리를 안치하고 여덟 성인을 맞아들이며 네 가지 과보를 나타내어 네 가지 덕을 이루고 공(空)과 유(有) 두 가지 업을 스스로 밝게 닦았습니다. 크고 작은 법륜들이 이를 바탕으로 향상되니, 6도(度:바라밀)의 현묘하고 간략한 이치를 총체적으로 섭수하여 원행(願行)의 명규(明規)를 근본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때 부처님께서 왕사성(王舍城) 기사굴산(耆闍崛山)에서 큰 비구 1,250명과 함께 계셨는데 더불어 5백 명의 보살마하살도 있었고, 천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ㆍ인비인(人非人) 등 한량없는 8부(部)가 앞뒤로 둘러싼 채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있었다.
그때 사자장엄왕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옛날에 어떤 뛰어난 행을 닦으셨기에 지금 이와 같이 인간과 천상 중에 존귀하신 분이 되어 많은 보살들과 대성문(大聲聞) 과 천룡팔부에 의해 둘러싸여 공양 받고 또한 공경 존중받으며 찬탄받으십니까? 바라건대 옛날의 인연을 설하셔서 모든 중생이 크고 훌륭한 이익을 얻도록 해 주십시오.”
013_1322_c_01L 선남자야, 과거의 한량없는 전세(前世)를 헤아려 보면 그때 당시에 어떤 부처님이 출현하셔서 불법을 흥성시키셨는데, 그분의 명호는 불가사의광명 여래ㆍ응공(應供)ㆍ정변지(正遍知)ㆍ명행족(明行足)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士)ㆍ조어장부(調御丈夫)ㆍ천인사(天人師)ㆍ불세존이셨다.
그때 상시는 그 비구를 보았는데, 얼굴의 모습이 뛰어나고 위엄과 덕이 갖추어져 있고 모든 신체 기관이 적정(寂定)하고 얼굴에서 풍겨 나오는 광채 또한 치성하였다. 숙연히 존중하는 마음이 나서 일어나 그를 맞아들이고는 머리 숙여 예를 올린 후 자리를 마련하여 앉게 하고 곧 합장하고 말하였다.
“대법문(大法門)이 있으니 그 명칭은 8만다라(曼茶羅)로서 공덕이 한량없습니다. 지금 당신을 위해 설해 줄 것이니 널리 지혜의 이로움이 천상과 인간에게 미치게 하고자 함입니다. 만일 어떤 중생이 이 법문을 듣고 수행한다면 몸을 받아 태어나는 곳에서 네 가지 뛰어난 과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첫째는 선지식이나 많은 대보살들과 함께 이와 같은 처소에서 몸을 받고 태어나 큰 무리의 권속을 거느리고 재산이 풍족한 경우이고, 둘째는 권속이 이미 많고 자재하여 장애가 없는 경우이며, 셋째는 몸의 형상이 원만하게 갖추어지고 질병이 없는 경우이고, 넷째는 많은 것들이 갖추어져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바에 따라 이르고 설령 몸이 산에 깔리더라도 고통이 없고 중생의 마음이 생각하는 바를 잘 알아서 자비와 연민의 마음으로 보호하고 구제해 주는 경우입니다.”
이러한 말을 한 다음에는 도량(道場)의 처소에 마땅히 단(壇)을 지어야 하니 그것을 만다라(曼茶羅)라고 합니다. 그 넓거나 좁은 크기에 따를 때 가장 작은 것의 경우에는 세로와 너비가 네 손가락의 길이거나 또는 한 뼘의 길이여야 하고, 갖가지 향과 다른 물건을 사용하며 혹은 땅 위에다가 정방형의 단을 마련합니다. 이 안에는 여덟 개의 원형 만다라 도량을 배열하는데, 이것들은 여덟 보살께 공양드리고자 함입니다.
만약 여러 국왕들이 스스로 배우고 닦아 백성들로 하여금 그렇게 하게 한다면 그 나라 안에서는 온갖 악이 다 소멸됩니다. 선남자와 선여인들 가운데 여덟 법문을 닦아 배울 수 있는 이가 있다면 목숨을 마친 뒤에 나쁜 갈래[惡趣]나 변방의 땅[邊地]이나 삿된 견해나 선하지 못한 율의(律儀)에 떨어지지 않고 가난한 집에 태어나지도 않습니다.
013_1323_b_01L그러므로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현재나 미래의 뛰어나고 훌륭한 과보를 얻으려면 마땅히 위에서 말한 여덟 가지 법문을 배워야만 합니다. 또한 단정하고 총명하고 이지적인 몸을 받으려 하거나, 만약 위로 사천왕의 처소에 태어나려면 역시 여덟 만다라를 닦아 배워야 합니다.
천상이나 인간 가운데 큰 성(姓)을 가진 가문에서 태어나 권속을 많이 거느리고 재산이 차고 넘치며 몸과 마음이 안락하고 그 이름이 칭송되어 멀리에까지 들리고 또한 드러난 가르침의 명을 받들어 믿고 수용하지 않음이 없어서 모든 대중 가운데 가장 존귀하고 가장 뛰어나게 되려면 모두 마땅히 위에서 말한 여덟 법문을 닦아 배워야 합니다.
“그때의 비구 비사야삼파바가 어찌 다른 사람이겠는가? 지금의 문수사리보살이 바로 그이며, 그때의 장자 상시가 바로 나 석가모니불이다. 나는 그때 이래로 많은 겁을 지내오면서 이 여덟 법문을 수행하고 공양하여 위에서 말한 공덕의 이익을 갖추어 얻었다. 다른 중생도 능히 닦아서 배울 수만 있다면 또한 모두 내가 얻은 것과 같은 것을 얻을 수 있다.
013_1323_c_01L선남자야, 나는 보살도를 행한 이래 3아승기겁 동안 6도(度)를 가득 닦아 중생을 이익되게 하였고 등정각(等正覺)을 이루었으며, 모든 광명과 위덕의 세력으로 악마의 병사들을 파괴하였다. 이것은 무엇의 힘인가? 여덟 만다라의 도량에 공양한 공덕에 의해서이다. 그러므로 중생이 위와 같은 여덟 가지 법문을 설하는 것을 들으면 마땅히 배우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