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질문이로구나, 훌륭한 질문이로구나. 명천이여, 부처님 앞에서 이러한 이치를 묻는구나. 그대는 이미 일찍이 과거 한량없이 많은 부처님 처소에서 온갖 덕의 근본[德本]을 심었고 모든 부처님을 공양하였으며, 선지식을 친근히 하였고, 중생들을 즐겁고 복되게 한 공덕으로 인해 이렇게 매우 깊은 질문을 하게 된 것이니, 자세히 듣고 살펴 들으라.”
014_0033_b_01L또 명천이여, 보살마하살은 당연히 여래의 높은 탑에 나아가 예배하고 공양하며,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고 오른편으로 돌며, 꽃을 뿌리고 향을 피우며, 비단 번기(幡旗)와 일산(日傘)을 걸고 여러 가지 풍악을 울리면서, 존중하고 공경하며 미묘한 음성으로 매우 깊은 글귀와 이치[甚深句義]를 노래하여 부처님의 공덕을 찬탄하며, 따라 기뻐하면서 선(善)을 찬송하도록 하라.”
선남자야, 보살마하살이라면 마땅히 생각하길 ‘여래께서는 견고한 장부시고, 위없는 장부이시며, 가장 훌륭한 장부이시다. 사자왕이 되어 용맹스러워 두려움이 없으시고, 자기 자신을 제도하시고 다른 사람도 제도하시며, 스스로를 편안히 하시고 다른 이도 편안하게 하시며, 스스로도 적멸하시고 다른 이도 적멸하게 하시며, 참다운 진리의 법을 말씀하시어 중생들을 안립(安立)하게 하신다. 마음에 아첨과 꾸밈이 없고 청정한 계율을 두루 갖추셨으며, 두려움 없는 설법[無畏辯]2)에 힘쓰시어 장애가 되는 습관을 영원히 없애셨으며, 법에 있어서 자재(自在)하시어 견줄 만한 이가 없다’고 해야 하느니라.
이와 같이 마음을 오로지하여 부처님의 공덕을 생각하고 나서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꽃을 뿌리며 향을 피우고, 비단 번기와 당기 그리고 일산을 공양하고 풍악을 공양하는 것이 바로 보살이 몸으로 자비한 행[慈悲行]을 닦는 것이며, 미묘한 음성으로 매우 심오한 구절의 이치를 노래하여 여래의 한량없이 많은 공덕을 찬탄하는 것이 곧 보살이 입으로 자비한 행을 닦는 것이며, 그 몸과 입으로 지은 선근(善根)으로 인하여 부처님의 공덕을 생각하며, 지극한 정성으로 공경하는 것이 바로 보살이 마음으로 자비한 행을 닦는 것이니라.
014_0033_c_01L명천이여, 어떻게 하는 것을 보살마하살이 3세(世)에 중생의 처소에서 몸과 입과 뜻으로 자비한 행을 닦아서 중생들을 평등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라 하는가?
014_0033_c_01L明天!云何菩薩摩訶薩於三世衆生所,應修慈身、口、意行,等念衆生?
명천이여, 보살마하살은 중생들을 죽이지 않고[不殺眾生], 남의 재물을 훔치지 않으며[不盜他財], 삿된 음욕을 부리지 않고[不邪婬], 거짓말하지 않으며[不妄語], 꾸며서 하는 말을 하지 않고[不綺語], 이간질시키는 말을 하지 않으며[不兩舌], 못된 말을 하지 않고[不惡口], 탐내지 않으며[不貪欲], 성내지 않고[不瞋恚], 삿된 견해를 가지지 않는 것[不邪見]이니라.
어떤 것을 보살이 중생을 죽이지 않는 것인가? 일체 중생을 자비와 사랑하는 마음으로 뉘우치고 부끄러워하며[慚愧] 가엾이 여겨서[愍傷] 칼과 몽둥이를 영원히 버리는 것이요, 훔치지 않는다는 것은 설령 마을에 사람들이 없는 곳에 주인 없는 물건이 떨어져 있더라도 줍지도 않고 취하지도 않는 것이다.
사음하지 않는다는 것은 만일 주인이 있거나 부모ㆍ형제ㆍ종친의 보호를 받는 여인이 다가와 한 포기의 꽃을 주더라도, 음탕한 생각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요,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것은 고을이나 왕이 있는 곳에서 증인이 될 때에는 그 말이 진실하여 죽어도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이간질시키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항상 피차(彼此)간에 화합시키려는 생각을 내어서 저 사람에게서 들은 것을 이 사람에게 말하지 않고 이 사람에게서 들은 것을 저 사람에게 말하지 않는 것이요, 못된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부드러운 말로 타일러 깨우쳐주고 먼저 안부를 묻고 마침내는 몹시 통렬하고 박절한 말을 중생들에게 쓰지 않는 것이다.
꾸며서 하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때에 맞는 말과 진실한 말과 이치를 알고서 하는 말로서, 저들의 이익을 위하여 마음과 입이 서로 어긋나지 않는 것이요, 탐욕을 내지 않는다는 것은 다른 이의 재물과 이익에 대하여 욕심을 내지 않는 것이며, 와서 취하는 이를 보아도 아끼는 마음이 없는 것이다.
014_0034_a_01L 삿된 소견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은 보시함도 있고 구제함도 있으며, 언설도 있고 부모도 있으며, 지금 세상과 뒷세상이 있고, 괴로움과 즐거움의 행에는 세간의 과보가 있고, 세상에는 아라한이 있되, 몸소 증득하면 나의 삶이 다하고 나서 범행(梵行)이 완전히 이루어짐을 스스로 알며, 할 일을 힘써 행하매 스스로 후생의 몸을 받지 않는 줄 아는 것이니라.
명천이여, 저 죽이지 않는 것과 훔치지 않는 것과 사음하지 않은 것이 곧 보살이 몸으로 자비한 행을 닦는 것이요, 거짓말ㆍ이간시키는 말ㆍ못된 말을 하지 않는 것과 꾸며서 하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 바로 보살이 입으로 자비한 행을 닦는 것이요, 탐내지 않고 삿된 소견이 없는 것이 곧 보살이 뜻으로 자비한 행을 닦는 것이니라. 몸과 입과 뜻으로 자비한 행을 닦는 것이 곧 보살이 중생들을 평등하게 생각하는 것이니라.”
014_0034_b_01L이런 회향을 지은 이에게는 범부나 범부의 법도 없으며, 마음의 행도 없고 법의 행도 없으며, 8인(人)3)도 없고 수다원향(須陀洹向)과 수다원도 없으며, 사다함향(斯陀含向)과 사다함도 없고, 아나함향(阿那含向)과 아나함도 없으며, 아라한향(阿羅漢向)과 아라한도 없고, 벽지불향(辟支佛向)과 벽지불도 없으며, 부처님과 부처님을 향한다는 것도 없느니라.
이 보살이 회향을 하고 나서는 또 서원하여 말하기를 ‘제가 나는 곳이면 항상 모든 부처님을 만나게 하옵고, 아주 깊은 삼매에 이르게 하며, 한량없는 부처님을 뵙고 다문(多聞)을 성취하게 하옵고, 청정한 지혜와 큰 서원으로 일체 중생을 버리지 않게 하소서’라고 하느니라.”
014_0034_c_01L 그리고 한 부처님 국토에서 다른 한 부처님의 국토에 이르면서 모든 부처님을 공양하고 바른 법을 듣고 받으며, 다라니를 얻어 그 말대로 수행하면 모두가 부사의(不思議)한 지혜를 이룩할 것이요, 5탁(濁)의 나라에서 응당 부처님이 되어 모두 동일한 명호일 것이니, 명호는 감로음왕(甘露音王) 여래ㆍ응공ㆍ등정각이다. 그 하늘들이 수기(授記)를 받을 때에 백천의 중생들이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낸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니라.”
1)고려대장경 원문에는 “『승우록(僧祐錄)』에는 한역자(漢譯者)의 이름이 빠져 있다. 여기에서는 『송록(宋錄)』에 실려 있는 것을 붙인다(僧祐錄中失譯人名今附宋錄)”라고 되어 있는데, 여기서는 이 내용을 주석으로 처리해 둔다.
2)여기서는 불(佛)ㆍ보살(菩薩)이 대중(大衆) 가운데서 설법하되 태연하여 두려움이 없음을 뜻한다.
3)8인지(人地:忍地)를 말한다. 통교(通敎) 10지(地) 가운데 제3위(位)이다. 인(人)은 인(忍)이니, 달인(達忍)한다는 뜻이다. 삼계의 견혹(見惑)은 본래 공하다고 깨달아 8인(忍)을 구족하는 지위를 말하니, 견도(見道) 15심(心)의 지위. 8인이라 하고 8지(智)라 하지 않는 것은, 15심 가운데는 도류지(道類智)의 하나가 모자라므로 8지를 구족하지 못한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