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 세존께서는 1,250비구와 더불어 숲 가운데로 지나가고 계셨다. 또한 머리털을 맨[結髮] 5백 범지(梵志)들이 있어서 멀리 미륵의 위의(威儀)가 상서(庠序)하고 상호(相好)가 청정함을 보고 오체투지(五體投地) 하니 은산(銀山)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금꽃과 보배 무더기가 사이사이 섞여 이루어졌고 금꽃과 금대(臺)와 7보가 열매가 되었으며 대각(臺閣)의 가운데 묘한 음성이 있어서 게송을 설하였다.
내가 모니존(牟尼尊)을 뵈오니 얼굴과 모양이 항상 청정하시며 백복(百福)의 상(相)이 기특(奇特)하시어 세간에 짝할 이 없으시네.
014_0036_a_14L“我見牟尼尊, 面貌常淸淨, 百福相奇特,
世閒無倫疋;
번뇌와 때가 영원히 다하고 지혜가 모두 원만을 이루었으므로 한결같이 귀명함에 몸과 마음이 피곤하고 게으름이 없노라.
014_0036_a_16L煩惱垢永盡, 智慧悉成滿,
一向常歸命, 身心無疲倦。
그러므로 내가 5체로써 뛰어난 안락을 얻고 괴로움을 벗어나고 두려움이 없고자 하여 석가문(釋迦文)께 공경히 예배합니다.
014_0036_a_17L故我以五體,
欲得勝安樂, 脫苦無所畏, 敬禮釋迦文。”
이 때 모든 범지는 이 일을 보고 듣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 동자가 위의가 상서하고 광명이 한량없어서 부처님과 더불어 다름이 없으니 어떤 부처님께 처음으로 도의 마음을 발하였으며 무슨 경을 받아 가졌나이까? 오직 원하옵건대 부처님께서는 저희를 위하여 해설(解說)하소서.”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셔서 자삼매광대비해운경(慈三昧光大悲海雲經)을 설하여, 세간 일체로써 저 부처님께 뜻을 의논하고 질문을 하면 그 부처님께서 말하고 분별하여 굴(屈)하지 않는다는 것을 듣고 곧 믿고 복종하여 부처님의 제자가 되어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辱多羅三藐三菩提)의 마음을 발하여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이제 부처님의 법 가운데에서 대자삼매광대비해운경을 외워 갖겠나니 이 공덕으로써 원하옵건대 미래 산수겁(算數劫)을 지나서 반드시 성불하여 호를 미륵(彌勒)이라고 하게 하소서’하였다.
014_0036_c_01L그 때 그 숲 속에 5백의 흰토끼가 있었는데, 한 토끼왕[兎王] 어미와 새끼 두 마리가 선인(仙人)이 7일을 먹지 못한 것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지금 이 선인은 부처님의 도를 위한 까닭에 많은 날을 먹지 못했으니 목숨이 머지 않을 것이다. 장차 법의 깃대가 무너지고 법의 바다가 마를 것이니, 내가 이제 마땅히 위없는 큰 법이 오래 머물도록 하기 위하여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겠다’하고 곧 모든 토끼들에게 말하였다.
‘일체 모든 행은 다 무상(無常)한 것인데, 중생은 육신을 사랑하여 부질없이 태어나고 부질없이 죽어서 일찍이 법을 위하지 못하였으므로, 내가 이제 일체 중생을 위하여 큰 교량(橋梁)을 지어 법이 오래도록 머물게 하기 위하여 법사(法師)를 공양하고자 한다’하였다. 이 때 토끼왕은 곧 여러 토끼를 위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다.
축생의 무리라 할지라도 여러 부처님의 이름을 들으면 영원히 3악도를 여의고 8난처(難處)에 태어나지 않는다.
014_0036_c_07L‘若有畜生類, 得聞諸佛名, 永離三惡道,
不生八難處。
만일 법을 듣고 받들어 행하면 태어나는 곳에 항상 부처님을 만나 법을 믿고 의혹이 없어서 현성(賢聖)의 승가에 귀의한다네.
014_0036_c_09L若聞法奉行, 生處常値佛,
信法無疑惑, 歸依賢聖僧。
모든 계행(戒行)을 따르면 이와 같이 빨리 부처님을 만나서 반드시 큰 열반에 이르러 항상 위없는 즐거움을 받는다.
014_0036_c_10L隨順諸戒行,
如是疾得佛, 必至大涅槃, 常受無上樂。’
이 때 토끼왕은 이 게송을 말한 뒤에 모든 토끼들에게 말하였다. ‘내가 지금 몸으로써 법을 공양하겠으니 너희들은 마땅히 기쁨으로 따를지어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내가 많은 겁으로부터 무수히 죽었는데, 3독(毒)에 제멋대로 하여 새와 짐승의 모양이 되어 헛되이 태어나고 헛되이 죽으며 일찍이 법을 위하지 못하였더니 내가 이제 위없는 법을 위한 까닭에 몸과 목숨을 버려 법사를 공양하고자 한다.’
이 때 산의 수신이 곧 향기로운 풀을 쌓아 불을 놓았다. 토끼왕 모자(母子)는 선인의 발을 일곱 번 돌고 여쭈었다. ‘큰 스승이시여, 제가 이제 법을 위하여 존자(尊署)께 공양하나이다.’ 선인은 말하였다. ‘너희는 축생으로 비록 자비한 마음은 있지만 무슨 인연으로 능히 판단하였느냐?’ 토끼는 선인에게 말하였다. ‘제 스스로 몸으로써 어진 이에게 공양하는 것은 법이 오래 머물러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이익을 얻게 하기 위한 까닭입니다.’ 이 말을 하고서 곧 그 새끼에게 말하였다. ‘너는 뜻을 따라 물과 풀을 찾되 마음에 새기어 생각하고 바르게 3보(寶)를 생각할지어다.’
보살이 몸을 버릴 때를 당하여 하늘과 땅이 크게 진동하며 내지 색계(色界)와 모든 하늘이 하늘 꽃을 비처럼 내려 공양을 하였으며 고기가 익은 뒤에 산의 수신은 선인에게 아뢰었다. ‘토끼왕의 어미와 새끼가 공양을 위한 까닭에 몸을 불 속에 던져 이제 고기가 익었으니 선인께서는 드십시오.’
그 때 저 선인은 이 게송을 설한 뒤에 서원을 말하였다. ‘원하건대 제가 세상마다 죽이는 생각을 일으키지 않으며 항상 고기를 먹지 않으며 백광명자삼매(白光明慈三昧)에 들어 내지 부처님을 이루어 단육계(斷肉戒)를 짓게 하소서.’ 이 말을 한 뒤에 스스로 불구덩이에 던져 토끼와 더불어 목숨을 버렸다.
그 때 하늘과 땅이 6종(種)으로 진동(震動)하고 천신의 힘 때문에 나무가 광명을 놓아 금빛이 밝게 빛나서 천(千) 국토를 비추었다.
014_0037_a_19L是時,天地六種震動,天神力故,樹放光明,金色晃曜照千國土。
014_0037_b_01L그 때 그 나라 가운데 모든 인민들이 금빛의 광명이 산의 나무로부터 나오는 것을 보고 광명을 찾아 와서 이미 선인과 두 토끼가 죽어서 불 가운데 있는 것을 보고 설한 바 게송을 보고 아울러 부처님의 경을 얻어서 가지고 돌아와 왕에게 올렸다. 왕은 이 법(法)을 듣고 깨우쳐 함께 널리 알려 이를 듣는 이는 모두 위없는 정진도(正眞道)의 마음을 발하게 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식건(式乾)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제 마땅히 알라. 그 때 흰토끼왕은 지금 나의 몸인 석가문니(釋迦文尼佛)이요, 그 때 어린 토끼는 지금 라후라(羅睺羅)요, 그 때 경을 외우던 선인은 지금 이 대중 가운데 바라문의 아들 미륵보살마하살이니 내가 열반한 뒤 56억만 세에 마땅히 양거전륜성왕(穰佉轉輪聖王)의 국토 화림원(華林園) 가운데 금강(金剛)자리의 처소 용화보리(龍華菩提)나무 밑에서 부처님의 도를 이루어서 묘한 법의 바퀴를 굴릴 것이다.
그 때 5백 토끼들은 지금 마하가섭(摩訶迦葉)등 5백 비구요, 그 때 250 산(山)의 수신은 사리불(舍利弗)과 목건련(目犍連) 등 250비구요, 그 때 천(千) 국왕은 발타바라(跋陀波羅) 등 천 보살이요, 그 왕의 국토에서 경을 들은 모든 인민들은 나를 좇아 세상에 나서 내지 누지(樓至)까지 그 가운데서 법을 받은 제자로 도를 얻은 이니라.”
부처님께서는 식건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이 법을 구하여 근고(勤苦)하게 겁을 지내면서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고, 비록 보(報)를 따라 축생의 몸을 받을 지라도 항상 능히 법을 위하여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고 불구덩이에 몸을 던져 공양하여 홀연히 9백억 겁 생사의 죄를 초월(超越)하여 이에 항하사(恒河沙)등 한량없는 모든 부처님 보다 먼저 미륵의 앞에 부처님의 도를 이루었거늘 너희들은 어째서 부지런히 법을 위하지 아니하느냐?”
014_0037_c_01L부처님께서 이 말씀을 설하실 때에 식건 등 5백 범지는 부처님께 출가(出家)하기를 원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잘 왔다.” 그러자 수염과 털이 저절로 떨어져 곧 사문이 되었다. 부처께서 법을 설하시니 환하게 뜻이 이해되어 아라한(阿羅漢)을 이루었으며 8만 모든 하늘도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辱多羅三藐三菩提)의 마음을 내었다. 그 때 모인 대중은 부처님의 설하신 바를 듣고 각각 보살의 행한 바를 칭찬하였다.
사리불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제 저 선인이 몸을 불구덩이에 던진 뒤에 어느 곳에 태어났습니까?”
014_0037_c_03L舍利弗白佛言:“時彼仙人,投火坑已,爲生何處?”
부처님께서는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 선인은 불구덩이에 몸을 던진 뒤에 범(梵)의 세계에 태어나서 널리 일체를 위하여 대범법(大梵法)을 설하였으며 내지 부처님을 이루어 대범륜(大梵輪) 굴렸나니, 설한 경전(經典)은 또한 자삼매광대비해운(慈三昧光大悲海雲)이라고 하였다. 제정한 바라제목차(波羅提木叉)는 자비를 행하지 않는 이는 금계(禁戒)를 범한 사람이라고 하며 고기를 먹는 이는 중금계(重禁戒)를 범하여 후세에 몸이 태어나는 곳에서 항상 뜨거운 구리쇠를 마시게 된다고 하였다. 그 선인이 부처를 이룰 때는 미륵보살 하생경(下生經)에 말한 것과 같으니라.”
존자 아난은 부처님의 설하신 바를 듣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어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깍지끼고 꿇어앉아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미륵이 성불(成佛)하여 설한 계법(戒法)이 자심(慈心)으로써 고기를 먹지 않음을 제정하였으며, 중금계(重禁戒)를 범함이 된다는 것은 매우 기이하고 매우 특이하옵니다.”
014_0038_a_01L존자 아난은 또한 부처님께 여쭈었다. “마땅히 무엇이라고 이 경을 이름하며 어떻게 받아 가져야 하리까?”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법의 이름은 ‘백토왕보살불석신명위무상도(白兎王菩薩不惜身命爲無上道)’라고 이름하며, 또한『일체지광명선인자심인연불식육경(一切智光明仙人慈心因緣不食肉經)』이라고 이름하여 이와 같이 받아 가질지니라.” 존자 아난과 모든 비구가 부처님께서 설하신 바를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였다.